보육교사의 노동경험과 감정노동: 대전시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사례를 중심으로
초록
본 연구는 보육교사들을 “노동자”로 정의하고, 이들의 노동조건 및 노동과정을 분석하는 것을 통해 감정노동 관련 피해사례가 만들어지는 구조적 원인 규명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대전광역시 어린이집에 재직중인 보육교사 1,421명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20명을 대상으로 5차례 FGI를 실시하였다. 분석 결과 보육교사는 열악한 노동환경과 과중한 업무 속에서도 책임감과 사명감, 전문성을 바탕으로 돌봄 노동을 수행했다. 그러나 이러한 보육교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들에 대한 학부모의 욕설 및 폭언, 원장의 직장 내 괴롭힘은 이들의 감정노동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리고 CCTV, 키즈노트 등의 노동 통제, 보육교사에 대한 부정적 사회인식의 확산은 이들의 노동환경을 더욱 열악하게 만들었으며, 이들이 노동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더 감정표현을 억제하고 관리하도록 만들고 있었다. 이러한 열악한 노동환경에도 불구하고, 보육교사를 보호하고 지지해주는 공식적인 제도는 마련되어 있지 않아서 대부분 보육교사는 직장 내 사적 연결망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육교사가 겪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노동환경 개선과 함께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줄 수 있는 조직을 구성할 필요성이 있다고 하겠다.
Abstract
This study aimed to identify the structural causes of emotional labor-related damage by defining childcare teachers as “workers” and analyzing their working conditions and labor processes. To achieve this purpose, a survey was conducted on 1421 childcare teachers at daycare centers in Daejeon Metropolitan City, and 5 focus group interviews were conducted on 20 teachers. Our analysis showed that childcare teachers performed care work that involved responsibility, mission, and expertise despite their poor working conditions and heavy workload. However, in spite of the efforts of childcare teachers, parents' abusive language and the harassment of the director in the workplace were factors that increased their emotional labor. In addition, labor control exerted by channels such as CCTV and Kids Note applications, and the spread of negative social awareness of childcare teachers worsened their working environment, causing inhibition of their emotional expression at their workplace. Despite this poor working environment, no official system exists for protecting and supporting childcare teachers, and thus most childcare teachers solve their problems through the use of private networks at work. To solve the problems experienced by childcare teachers, an organization should be established that can represent their voices along with improving their overall working environment.
Keywords:
Childcare Teacher, Emotional Labor, Labor Process, Working Environment키워드:
보육교사, 감정노동, 노동과정, 노동환경1. 서 론
한국 사회에서 영유아 보육은 이제 가족의 책임이 아니라 사회적, 국가적 책임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간 가족을 중심으로 특히 어머니를 중심으로 책임과 의무가 부과되었던 영유아 보육은 그 의미를 상실해 가고 있으며, 사회서비스의 영역에서 제공되는 영유아 보육에 대한 요구와 필요성이 나날이 증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영유아 보육체계의 일선에서 교육을 담당하는 보육교사들에 대한 관심도 매우 높아지고 있다. 영유아들의 건강과 교육을 책임지는 전문직 교사로서의 역할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최근에 대두된 아동학대의 문제 또한 보육교사들의 사회적 위상과 역할을 규정하는 데 있어서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보육교사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드러나기도 하고, 교사로서의 전문성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실제로 보육 현장에서 교사들이 담당하는 업무의 성격을 변화시키기도 했고, 노동조건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하지만 보육교사의 업무 및 노동조건에 대한 사회적, 학문적 관심은 크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보육교사의 업무 성격 및 전문성 등에 대한 연구들이 드물게 진행되어 왔지만, 실제로 보육교사의 업무를 노동의 관점에서 분석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직장갑질 119에서 보육교사의 업무상 어려움의 주요 사례로써 직장내 괴롭힘에 대한 조사를 발표하면서(직장갑질119 외, 2019; 2020) 보육교사의 업무와 직장생활을 노동의 관점에서 분석할 필요성이 제기되기 시작하였다. 또한 최근 들어 사회적으로 감정노동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보육교사들의 감정노동 관련 연구들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1) 하지만 대부분의 논의가 감정노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보육교사들의 피해 경험 및 소진 그리고 감정노동의 영역으로 분류하기에는 다소 애매한 직장내 괴롭힘 등의 논의에 집중하고 있어, 감정노동의 피해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인 노동환경 및 노동과정을 분석하는 데 있어서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보육교사들을 “노동자”로 정의하고, 이들의 노동조건 및 노동과정을 분석하는 것을 통해 감정노동 관련 피해사례가 만들어지는 구조적 원인을 규명해 보고자 한다. 기존 연구들이 보육교사를 학부모 및 직장 상사로부터 “갑질당하는” 혹은 CCTV 감시의 피해자로 상정하여 분석을 진행했던 한계를 넘어서서 “노동”으로서의 영유아 보육 업무의 성격을 파악하고, 일터의 물리적 구조 및 사회적 관계 등을 함께 고려하여 노동과정을 분석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노동과정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통제양상이 감정노동의 강도를 높이는 현상을 살펴보고, 보육교사의 주요 서비스 대상인 영유아, 학부모와의 관계, 그리고 직장 내 위계 관계로부터 파생되는 감정노동의 양상 및 관련 피해사례를 분석해 보고자 한다.
본 연구를 위한 자료는 대전광역시 어린이집 보육교사 1,421명에 대한 노동환경 및 감정노동 실태 등에 대한 설문조사와 21명에 대한 FGI 및 심층면접을 통해 수집되었다. 이 자료를 통해 대전지역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의 노동현황과 노동경험을 분석하고 이들에게 보다 나은 일터를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고민해 볼 수 있는 학문적 기반을 제공하는 것이 본 연구의 목적이다.
2. 선행연구 검토 및 분석의 초점
1) 선행연구 검토
돌봄 노동은 다양하게 정의될 수 있으나, 본 연구에서는 사회적, 인구학적 환경 변화에 따른 사회적 필요에 의해 수행되는 노동으로 “어린이, 환자, 노인과 같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돌보는 모든 활동”으로 정의한다(Daly, 2002, p. 34). 돌봄 노동은 돌봄 제공자와 돌봄 대상 간의 관계적 속성이 강하고, 노동의 범주가 넓으며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오랜 기간 쌓여온 기본지식과 보충 지식이 모두 활용되는 숙련 노동이지만(백경흔, 2021), 한국에서 돌봄 노동은 여자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저숙련·비숙련 노동’으로 인식되어온 경향이 강하다(김경희, 2009; 구미영 외, 2018; 백경흔, 2021). 이러한 사회적 인식 속에서 한국의 대부분 돌봄 일자리는 돌봄 노동자의 숙련 정도를 반영하지 않는 보상 체계를 갖추고 있어, 이들의 노동은 노동시장에서 온전히 평가받기 어려운 구조이다(류임량, 2016). 보육교사는 영유아에게 필요한 다양한 돌봄 노동을 제공하는 주체로서, 자신들의 전문지식과 역량을 발휘하여 상황에 맞는 돌봄 노동을 수행하고 있다(고재욱, 2012). 하지만 돌봄 노동을 저숙련·비숙련 노동으로 인식해 온 한국사회에서 보육교사의 돌봄 노동 또한 전문성이 평가절하 되어 왔다.
한편으로, 돌봄 노동은 돌봄 제공자와 돌봄 대상 간의 관계를 중심으로 노동이 이뤄지기 때문에, 배려와 친절이 매우 중요한 감정적 요소이다(이정옥, 2012). 이를 위해 돌봄노동을 제공하는 기관은 돌봄 노동자들이 표준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이들의 감정을 관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이정옥, 2012). 이러한 측면에서 오늘날의 돌봄 노동은 돌봄 노동이 가진 그 특성으로 인해 많은 부분 감정 노동의 성격을 드러낸다고 볼 수 있다.
감정노동의 개념은 1983년 혹실드가 승무원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사용되었다. 이 연구에서 혹실드는 감정노동을 “사람으로 하여금 다른 사람들의 기분을 좋게 하려고 자신의 감정을 고무시키거나 억제하는 노동”으로 정의했다(Hochschild, 1983, p. 8). 혹실드는 노동의 수행과정에 있어 사회문화적으로 형성된 ‘감정규칙(emotional rules)’에 따라 상황에 맞는 적절한 감정표현을 하고, 감정을 ‘관리’하는 것이 감정노동의 핵심이라 보았다(Hochschild, 1983). 이러한 혹실드의 감정노동에 대한 논의는 주로 노동 수행과정에서의 내면적인 감정 관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에쉬포드와 험프리(1993)는 노동자들이 단순히 감정규칙에 따라 자신의 감정을 관리하고 절제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맞춰 의도적으로 적절한 행동을 하고 이를 통해 고객과의 관계를 형성해 나간다고 보았다(Ashforth & Humphrey, 1993). 감정노동 수행과정에 있어 고객이 표출된 감정표현을 어떻게 인식하는지에 따라, 노동자는 긍정적인 또는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Ashforth & Humphrey, 1993). 그리고 감정노동은 사회문화적인 기대에 맞는 ‘감정규칙’을 수행하기 때문에, 노동자와 고객 간의 예측가능한 상호작용을 만들 수 있다(Ashforth & Humphrey, 1993). 이처럼 에쉬포드와 험프리는 감정노동과정에서 노동자들이 상황에 맞춰 의도적으로 선택한 ‘행동’이 어떠한 기능적 효과를 가져오는지를 분석했다는 점에서 혹실드의 분석과 차이가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행위를 통한 결과에 초점을 맞춘 에쉬포드와 험프리(1993)와 달리 모리스와 펠드만(1996)은 혹실드의 관점을 수용하여, 사회문화적으로 형성된 감정규칙에 따라 감정이 어떻게 관리되고 통제되는지 초점을 맞췄다. 모리스와 펠드만(1996)은 감정노동을 측정하고, 분석하기 위해 감정노동을 감정표현의 빈도, 표현의 다양성, 감정노동의 빈도 및 지속기간, 감정부조화 4가지 차원으로 구분하여 분석했다. 그리고 모리스와 펠드만(1996)은 감정노동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선행요인으로 업무의 자율성과 권한, 다양성을 분석했으며, 감정노동에 따른 결과로 직무만족과 감정소진을 분석했다. 이들은 업무의 자율성과 권한이 높을수록 감정노동이 감정부조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작다고 보았다(Morris & Feldma, 1996). 이러한 모리스와 펠드만(1996)의 연구는 업무의 특성에 따라, 감정노동의 수준, 감정표현의 정도나 방법, 감정부조화 등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보육교사의 감정노동에 관한 기존 연구는 크게 감정노동과 업무 만족도에 관한 연구(김동현, 이재모, 2014; 고재욱, 2015; 이주영, 고재욱, 2016; 방해순, 조옥선, 2017; 강구수, 신근영, 2020), 감정노동이 감정소진에 미치는 영향(방해순, 김상철, 2016; 김경희, 송진영, 박용순, 2017; 박선미, 장용언, 2019; 신정선, 최은정, 2021), 보육교사의 사회적 상호작용과 감정노동(조혜숙, 2018; 손소영, 조수연, 2019; 최지수, 최나야, 2022)으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감정노동과 업무 만족도에 관한 연구를 살펴보면, 보육교사가 높은 수준의 감정노동을 수행한다고 인식할수록 직무 만족도는 감소했다(김동현 외, 2014; 고재욱, 2015; 방해순 외, 2017; 강구수 외, 2020). 그리고 감정노동으로 인한 보육교사의 낮은 직무만족은 곧 높은 이직 의도로 이어질 수 있다(김동현 외, 2014; 강구수 외, 2020). 다만, 이주영 외(2016)의 연구에 따르면 단순히 높은 수준의 감정노동이 곧 낮은 직무만족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보육교사의 감정노동이 본인의 내면적 자아를 반영한 자연적 행동일 경우 오히려 높은 직무만족을 보였으며, 이는 높은 직무성과로 이어졌다(이주영 외, 2016). 그러나 내면적 자아를 반영한 자연적 행동이 아닌, 감정규칙에 따른 표면적 행동이 반복되면 보육교사의 직무만족과 직무성과 모두 감소하였다(이주영 외, 2016).
직무만족에 관한 연구와 마찬가지로 보육교사 감정노동의 결과로써 감정소진에 관한 다양한 연구가 수행되었다. 감정노동과 직무만족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연구에서도 감정소진은 매개요인으로 분석되거나 그 결과로서 분석되었으며, 높은 수준의 감정노동 인식은 감정소진으로 이어졌다(김동현 외, 2014; 방해순 외, 2017; 강구수 외, 2020). 보육교사가 체감하는 감정노동의 수준이 높을수록 직무스트레스에 더 쉽게 노출되었으며(박선미, 장용언, 2019), 이는 감정부조화와 감정소진으로 이어졌다(방해순 외, 2016; 박선미 외, 2019). 다만, 조직지원인식(김경희 외, 2017)과 조직문화(신정선 외, 2021)에 따라 감정소진이 완화되었다. 조직이 자신의 전문성을 인정해주고, 문제가 생겼을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제도가 있다고 인식할수록 감정노동에 따른 감정소진이 낮게 나타났다(김경희 외, 2017). 조직의 지원은 공식적인 제도뿐만 아니라, 원장과 동료 집단의 비공식적 지지체계도 포함된다(김경희 외, 2017). 그리고 조직의 구성원 간의 교류와 협력에 기반한 협동적 조직문화가 발달해 있을수록 보육교사가 감정노동 시 경험하는 감정소진이 감소하였다(김경희 외, 2017). 이는 보육교사 감정노동이 가져오는 감정소진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조직의 지지체계와 함께 구성원 간 협력할 수 있는 조직문화 조성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보육교사는 돌봄 노동과정에서 영유아, 학부모, 원장, 동료교사와 다양한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관계를 형성하며, 이들이 형성한 관계는 감정노동에 영향을 준다(조혜숙, 2018; 손소영 외, 2019; 최지수 외, 2022). 손소영 외(2019)는 보육교사 감정노동의 핵심적인 부분은 양육에 대한 전문가인 보육교사가 실제 양육자인 보호자, 근무환경에서 맺는 독특한 관계적 측면과 관련 있다 분석하였다. 보육교사는 책임감과 사명감을 바탕으로 영유아를 돌봤으며, 영유아와의 상호작용 과정에서 나타나는 감정표출의 관리와 통제는 자신의 전문 역량을 발휘하는 돌봄 노동의 과정으로 이해했다(손소영 외, 2019). 반면, 학부모와의 관계에서 보육교사는 더 큰 감정노동을 경험했으며, 나아가 역할에 대한 회의나 자괴감을 경험하기도 했다(손소영 외, 2019). 그리고 보육기관의 원장 및 동료와의 관계에서도 운영자적인 입장의 원장, 이기적인 동료들과의 갈등을 경험하면서 감정노동이 심화되기도 하였다(손소영 외, 2019). 보육교사는 영유아, 학부모, 원장 및 동료교사 중 학부모와의 관계에서 가장 큰 어려움을 느꼈으며, 학부모와의 어려움을 크게 느낄수록 이들의 감정노동 수준이 심해지고, 직무성과도 감소했다(조혜숙, 2018). 최지수 외(2022)는 이러한 사회적 관계 속에서 보육교사가 돌봄의 의미를 어떻게 정의하고, 받아들이는지 분석했다. 보육교사의 돌봄은 영유아, 동료 교사, 학부모와 다양한 사회적 관계를 맺으며, 사회적 관계의 양상에 따라 긍정적인 시너지와 부정적인 시너지를 얻는다(최지수 외, 2022). 그렇기 때문에 최지수 외(2022)는 돌봄 노동과정에서 나타나는 보육교사의 상호작용을 단순히 개인적인 측면으로 분석하기보다는, 그들을 둘러싼 사회적인, 조직적인 구조의 측면에서 분석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 이러한 보육교사의 돌봄 노동과정에서의 사회적 상호작용에 관한 연구는 보육교사 감정노동의 특수성을 잘 보여준다. 보통 감정노동은 고객과 노동자 사이에서 발생하지만, 보육교사는 돌봄 노동과정에서 직접적인 돌봄 대상자인 영유아 외 학부모, 원장, 동료 집단과 사회적 관계를 맺으며, 관계의 특성에 따라 감정노동이 심화되거나 완화된다. 그러므로 보육교사의 감정노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돌봄 과정에서 나타나는 이들의 사회적 상호작용과 관계적 특성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
노동자의 전문가 정체성은 노동과정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조절하며, 노동자가 직무 번영감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최권호, 2019; 최혜지, 2019). 보육교사들은 자신의 돌봄 노동을 전문 역량을 실천하는 노동과정으로 인식했으며, 이러한 보육교사의 전문성 인식은 직무스트레스를 조절하고, 감정노동 수준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재욱, 2012; 손소영 외, 2019; 이지영, 이주연, 2020). 보육교사는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도 자신의 돌봄 노동을 의미 있고, 보람찬 일로 인식했으며, 전문성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직업으로 인식했다(고재욱, 2012). 이러한 전문성 유지를 위한 노력과 전문가로서의 자부심은 보육교사의 감정소진을 예방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재욱, 2012). 이지영 외(2020)는 양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전문성 인식이 소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보육교사가 지각하는 전문성 인식이 높을수록 정서적 고갈, 비인간화, 개인적 성취감소 등과 같은 감정노동의 부정적 영향이 감소하였다(이지영 외, 2020). 손소영 외(2019)는 돌봄 노동과정에서 보육교사가 맺는 관계 속에서 전문성이 어떻게 실천되는지에 따라 감정노동 수준이 달라진다고 분석했다. 영유아는 보육교사가 전문성을 발휘해 돌봄 노동을 제공하는 대상으로 이들을 제대로 지도하고 돌봤다고 인식할수록 감정노동 수준은 감소했다(손소영 외, 2019). 그러나 학부모의 무시와 하대, 보육교사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인식은 이들의 전문성을 훼손했으며, 과중한 업무로 인해 영유아에게 제대로 된 돌봄노동을 제공하지 못했을 때 보육교사는 죄책감과 감정부조화를 경험했고 이는 역할 정체성의 혼란과 소진으로 이어졌다(손소영 외, 2019).
이처럼 보육교사는 자신의 돌봄 노동을 전문 역량을 실천하는 과정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러한 보육교사의 전문성 인식은 감정노동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경감시켰다. 특히, 직접적인 돌봄 노동 대상자인 영유아와의 관계에서 보육교사는 높은 수준은 감정 관리와 절제를 요구받았으나, 대부분 보육교사는 이를 본인의 전문성에 기반한 노동과정으로 인식하였다. 오히려 영유아를 돌보는 과정에서 감정 관리와 절제에 실패했을 때 보육교사는 정체성 혼란과 소진을 경험했다. 그러므로 보육교사의 감정노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전문성에 대한 인식과 감정노동이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통신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오늘날 전자통신기기를 활용한 다양한 방식(CCTV, GPS, 이메일 감시, 출입카드 등)의 노동 감시와 통제가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전자통신기기를 활용한 노동 감시는 노동의 효율성을 높이고, 노동과정 전반을 효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지만, 노동자의 인권침해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국가인권위원회, 2006). 한국통신·KT의 사례를 바탕으로 통신산업의 발전에 따라 전화교환원의 노동과정과 노동통제가 어떻게 변화하였는지 분석한 김상숙(2021)의 연구에 따르면, 전자통신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전화교환원에 대한 기술적 통제는 강화되었다. 그리고 기술적 통제의 강화는 전화교환원의 노동강도를 강화시켰으며, 이는 높은 수준의 직무스트레스로 이어졌다(김상숙, 2021). 다만, 전자감시와 노동 통제에 대한 인식이 항상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이병훈, 김종성(2004)은 근무경력에 따라 노동자가 전자감시활동에 대한 이중적 반응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경력이 짧은 상담원의 경우 업무 개선이나 고객과의 문제 발생 대처를 위해 전자감시의 필요성을 높게 인식한 반면, 일정 수준 이상 콜센터에 근무한 상담원은 전자감시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와 강박관념을 느꼈다(김종성, 2004).
보육교사의 영유아에 대한 학대와 폭력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영유아보육법」 개정되어 2015년 9월 19일부터 어린이집에 CCTV 설치가 의무화되었다. 어린이집에 설치된 CCTV가 보육교사의 감정노동에 미치는 영향은 보육교사가 CCTV를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권정윤, 조혜영, 2017; 박봉환, 2018; 홍은혜, 권선주, 2020). 보육교사들이 CCTV 설치의 필요성을 높게 인식하고, 설치를 통한 기대효과를 높게 평가할수록 부정적 영향을 감소했다(박봉환, 2018; 홍은혜 외, 2020). 그리고 자신의 전문성에 대한 인식이 높을수록 CCTV 필요성을 높게 인식했다(권정윤 외 2017). 반면, CCTV 설치를 통해 사생활과 보육교사로서 권리가 침해된다고 느낄수록 높은 수준의 감정노동과 소진을 경험했다(박봉환, 2018; 홍은혜 외, 2020). 이 같은 보육교사의 CCTV 인식 외 사회적 관계의 스트레스 수준에 따라 CCTV 인식이 달라질 수 있다(김성원, 이지영, 2020). 보육교사가 부모, 원장과의 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높게 인식할수록 CCTV를 통한 사생활 감시와 교사의 행동 통제한다고 인식했다(김성원 외, 2020).
기존의 CCTV에 관한 연구는 보육교사의 CCTV 인식, 부모와 원장과의 관계에 따라 CCTV가 보육교사의 감정노동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오늘날 보육교사의 노동감시와 통제가 키즈노트, e-알림장과 같은 온라인 공간에서도 이뤄지지만, 이에 관한 연구는 부족한 상황이다. 그러므로 본 연구에서는 CCTV에 대한 보육교사의 인식과 감정노동에 대한 분석과 함께, 온라인 공간에서 이뤄지는 감시와 통제가 감정노동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분석하고자 한다.
CCTV를 이용한 감시와 통제가 외에도 일터에서 발생하는 집단 괴롭힘은 노동자의 감정노동을 심화시켜 주관적 건강인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며(공선영 외, 2022), 심각한 경우에는 우울증, 불면증과 같은 정신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이새롬, 2017). 특히, 직장 내 괴롭힘을 모니터링하고,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지지체계가 부실할수록 노동자는 심각한 수준의 감정소진을 경험했다(이새롬, 2017). 이러한 직장 내 괴롭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업주의 인식개선과 함께, 직장 내 괴롭힘을 감시하고, 해결할 수 있는 제도가 중요하다(이새롬, 2017).
조혜진, 임성진(2022)의 연구에 따르면, 보육교사의 직장 내 괴롭힘 문제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보육교사 10명 중 6명이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으며, 직장 내 괴롭힘의 가해자는 동료교사와 원장, 중간관리자였다(조혜진 외, 2022).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보육교사는 신체적·심리적 위축, 업무의 질 저하 등을 경험했다(조혜진 외, 2022). 심각한 수준의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고 있음에도 대부분 피해자는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묻어두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는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더라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기관에 부재하기 때문이다(조혜진 외, 2022).
2) 분석의 초점
본 연구는 보육교사들을 “노동자”로 정의하고, 이들의 노동조건 및 노동과정을 살펴보는 것을 통해 감정노동이 심화되고, 관련 피해사례가 만들어지는 원인을 분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돌봄노동, 감정노동, 보육교사의 노동과정 및 노동환경과 관련된 다양한 선행연구를 검토하고 이를 토대로 다음 3가지 주요 초점을 중심으로 분석을 진행하고자 한다.
첫째, 감정노동의 개념에 관한 기존의 논의들은 보육교사의 감정노동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데 다음과 같은 이론적 시사점을 제공해준다. 우선, 보육교사는 보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로서 사회문화적으로 기대되는 양질의 ‘돌봄’을 수행하기 위해 감정표출을 관리하고 통제해야 한다. 그리고 보육교사는 단순하게 감정규칙에 맞춰 자신의 감정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전문적인 역량을 활용하여 상황에 맞춰 아동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보육교사는 업무수행에 있어 자율성과 권한이 비교적 높고, 아동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스스로 제어하고,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아동을 대상으로 한 높은 수준의 감정표출 관리와 통제가 감정부조화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 그러므로 본 연구에서는 보육교사의 감정노동을 이해하기 위해, 감정표현의 관리 및 통제와 함께 노동 수행과정에 있어 보육교사와 영유아의 관계, 업무의 자율성과 권한 등을 포괄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그리고 보육교사 감정노동에 관한 선행연구 대부분은 보육교사 개인의 측면에서 감정노동을 분석했다는 점에서 한계를 갖는다. 감정노동은 노동자의 대응뿐만 아니라, 그들이 처한 직무환경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김왕배, 이경용, 이가람, 2012). 조직 내 감정노동자의 지지체계, 고용안정성, 임금, 휴게시간, 업무 자율성 등에 따라 감정노동자가 경험하는 스트레스와 감정노동의 수준이 달라질 수 있다(김왕배 외, 2012). 그러므로 본 연구에서는 보육교사의 감정노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노동과정과 노동환경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둘째, 노동자의 전문가 정체성은 노동과정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조절하며, 노동자가 직무 번영감을 느끼게 해주는 중요한 요소이다. 보육교사는 자신의 돌봄 노동을 전문 역량을 실천하는 과정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러한 보육교사의 전문성 인식은 감정노동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경감시켰다. 특히, 직접적인 돌봄 노동 대상자인 영유아와의 관계에서 보육교사는 높은 수준은 감정 관리와 절제를 요구받았으나, 대부분 보육교사는 이를 본인의 전문성에 기반한 노동과정으로 인식하였다. 오히려 영유아를 돌보는 과정에서 감정 관리와 절제에 실패했을 때 보육교사는 정체성 혼란과 소진을 경험했다. 그러나 보육교사의 이러한 높은 전문지식과 역량에도 불구하고, 돌봄 노동자의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고, 돌봄노동을 저숙련·비숙련 노동으로 인식하는 한국사회의 전반적인 인식은 보육교사의 돌봄노동 전문성과 숙련이 인정받지 못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므로 본 연구에서는 보육교사의 전문성에 대한 인식과 감정노동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리고 이들의 전문성을 훼손하는 환경이 감정노동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를 면밀하게 분석하고자 한다.
셋째, 작업장 내 전자감시시스템 도입은 노동자의 업무 강도를 심화시키고, 업무 스트레스를 높이는 주요한 요인 중 하나이다. 보육교사의 영유아에 대한 학대와 폭력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어린이집 내 CCTV 설치가 의무화되었다. CCTV를 통한 노동과정에 대한 상시적 감시는 보육교사의 노동강도를 강화시키고, 업무 스트레스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리고 CCTV 외 키즈노트, e-알림장과 같은 온라인 공간에서의 상시적인 감시가 이뤄지고 있다. 오늘날 보육교사의 노동에 있어 오프라인·온라인 공간에서의 감시가 주요한 요소인 만큼, 이들의 감정노동을 분석하기 위해 오프라인·온라인 공간에서의 감시에 대한 보육교사의 인식과 이로 인한 감정노동 경험 등을 포괄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업무 감시 외 직장 내 괴롭힘은 노동자의 감정노동 수준을 높이고, 감정소진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분석이 필요하다. 본 연구에서는 대전시 보육교사가 경험하는 직장 내 괴롭힘의 가해자, 피해 양상을 분석하여, 직장 내 괴롭힘이 대전시 보육교사의 감정노동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 분석하고자 한다.
3. 연구대상 및 방법
어린이집은 설립 및 운영주체에 따라 국공립 어린이집,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집, 법인·단체 등 어린이집, 직장 어린이집, 가정 어린이집, 협동 어린이집, 민간 어린이집으로 나뉜다. 「영유아보호법(2021.12.21. 일부 개정)」에 따른 어린이집 종류는 <표 1>과 같다.
본 연구에서는 협동 어린이집을 제외한2) 대전시 내 국공립, 사회복지법인, 직장, 가정, 민간 어린이집 보육교사를 연구대상으로 삼는다. 2022년 대전시 보육교사 수는 총 6,484명이며, 고용 주체별 보육교사 수는 가정이 2,141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민간 1,884명, 국공립 1,056명, 직장 908명, 법인·단체 등 416명, 사회복지법인 79명 순이다.
본 연구를 위해 대전시 보육교사 6,484명을 대상으로 2022년 4월 1일에서 4월 15일까지 2주간, 대전어린이집연합회의 협조를 구해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으며, 최종 1,421부가 수거되어 설문 분석에 활용했다. 본 연구는 설문조사를 통해 수집된 자료를 토대로 노동환경의 객관적 성격을 파악해보고, 보육교사 노동(혹은 감정노동)의 성격을 분석하기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하고자 한다. 그리고 FGI를 양적 자료에서 파악하기 어려운 보육교사의 심층적인 노동과정 및 노동환경, 그리고 조직 내 위계 구조의 작동 방식과 상호작용에 관한 정보를 수집 분석하고자 한다. 본 연구는 양적 자료와 질적자료를 상호보완적으로 적절히 사용하여 기존 연구에서 간과되어온 보육교사의 노동과정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을 기반으로 보육교사의 감정노동에 대한 사회학적인 접근을 시도하는 것을 통해 기존 연구를 보완하고자 한다.
설문에 참여한 보육교사 1,421명 중 99.4%가 여성이고, 0.6%가 남성으로 대부분 응답자가 여성이었다. 응답자의 평균연령은 37.4세였으며, 50대 이상은 13.0%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매우 낮았다. 이는 육체를 주로 사용하는 돌봄 노동의 특성을 반영한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3) 고용 주체는 국공립(30.2%)과 민간(28.8%), 직장(20.9%)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고용형태는 정규직이 62.1%로 가장 많았고, 담당 업무는 담임교사가 72.1%로 가장 많았다.
보육교사는 소속 기관의 유형 및 담당 업무에 따라 고용 형태, 노동 과정, 감정노동 양상 등에서 차이를 보이므로 이러한 특성을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FGI 면접 대상자를 선정했다. 2022년 5월부터 7월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FGI 면접을, 네 차례 개별 전화 면접을 실시했으며, FGI 면접 대상자는 민간어린이집 교사 4명, 국공립어린이집 교사 8명, 직장어린이집 교사 2명, 법인단체어린이집 교사 1명, 사회복지법인어린이집 교사 2명, 가정어린이집 교사 3명으로 총 20명(전원 여성)이다. 구체적인 노동과정 및 근로환경 만족도, 휴게시간·점심시간 사용 및 연차휴가 사용 여부, 감정노동 피해 경험 및 자신과 조직의 대처, 원장 및 학부모와의 관계, 갈등 상황, 육체적·정신적 질환 등을 주요 질문으로 FGI를 진행하였다.
4. 대전시 보육교사의 노동환경 및 감정노동 경험4)
1) 보육교사의 노동환경
고용주체별로 어린이집들의 노동조건을 살펴보면, 민간과 가정 어린이집에 재직 중인 보육교사는 경력이 법인과 사회복지법인에 재직 중인 보육교사와 비슷하고, 국공립, 직장에 근무하는 보육교사에 비해 길다. 하지만 평균 월 급여는 국공립 202만원, 법인 220만원, 사회복지법인 217만원, 민간 173만원, 가정 164만원, 직장 220만원으로 나타나, 민간과 가정 어린이집 교사들은 경력은 길지만, 다른 기관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의 급여를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보육교사가 인지하는 1일 평균 휴식 시간 또한, 국공립 44분, 법인 45분, 사회복지법인 43분, 민간 38분, 가정 34분, 직장 46분으로 민간과 가정이 가장 낮았다. 그리고 휴식 시간 동안 영유아와 분리되지 않은 채 시간을 보낸다는 비율이 민간과 가정에서만 70.0% 이상으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이는 민간과 가정이 다른 국공립, 법인, 직장 등에 비해 휴식 시간도 짧지만, 영유아와 분리되어 휴식을 보내지 못하기 때문에 휴식의 질도 매우 열악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휴식시간과 마찬가지로 식사 시간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응답은 민간과 가정이 70.0%로 매우 높았다.
대체인력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응답은 가정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에서 41.4%로 다른 어린이집에 비해 매우 높았고, 민간은 25.9%로 비슷한 비율을 보였다. 이는 보육교사의 대체 인력 배치가 법으로 규정되어 모든 어린이집이 이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용주체에 따라 기관별로 차이가 있음을 보여준다. 즉, 영세한 사업장일수록 보육교사의 수가 적기 때문에, 신청 후 몇 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현 시스템에서는 대체 인력을 쉽게 이용하기 어려운 현실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조직문화 측면에서는 체계화된 조직구조와 위계적인 조직문화가 나타나는 국공립, 직장 어린이집과는 달리, 가정 어린이집의 보육교사간 관계가 가장 수평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민간 어린이집의 경우는 원장에 의한 갑질이 빈번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조사된 반면, 가정 어린이집은 원장이 보육교사로서 아이를 돌보는 경우가 많고, 보육교사의 수 또한 많지 않아 보육교사 간의 교류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가정 어린이집의 보육교사 간 활발한 교류는 원장 및 동료 집단에 대한 높은 만족도로 이어졌다.
“교사들이 원장님이랑 같이 일하니깐, 가정은 또 협력하면 또 똘똘 뭉치는 그건 있어요. 단합이 인간적이잖아요. 3명이 있으니까. 원장님 하나, 교사 둘 이렇게 3명 조그만 소규모니까. 똘똘 뭉칠 때는 정말 단합이 잘 돼요.” (가정어린이집교사B)
결론적으로 국공립, 법인, 사회복지법인, 직장과 같이 공공기관이나 특정 단체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은 노동조건에 비해, 민간과 가정 어린이집은 노동조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조직문화의 경우, 가정 어린이집에서 수평적인 관계와 협력적 조직문화가 형성되어, 보육교사가 업무상 어려움에 처했을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적 지지체계가 형성되어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① 저임금·장시간노동
보육교사의 1일 평균 근로시간은 7시간 35분으로 근로계약서상 고지받은 평균 근로시간 7시간 15분에 비해 20분 길었다. 이는 등하원, 서류 정리, 키즈노트 작성 등으로 많은 보육교사가 추가 노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FGI 결과 근로계약서상 고지받은 평균 근로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일함에도 대부분 보육교사는 수당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오히려 연장 교사를 구하지 못한 것을 보육교사의 탓으로 돌리고, 당연하게 수당 없이 추가 노동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
“저희는 수당도 없고 “너희가 지금 6시 근무시간 안에 있는 거니까 너희가 연장 교사를 못 구했으니 가서 5시 반까지 일을 해라” 저희는 지금 로테이션을 돌고 있거든요. 작년에는 교사가 다 구해서, 주간 교사들이 가지 않았어요. 근데 올해는 교사를 못 구하니까 저희가 갔는데 그거에 대한 건 저희가 업무가 또 플러스 알파가 된 거잖아요. ‘4시까지만 보육하기로 약속을 했으니까’ 그런데 추가 업무에 대한 저희는 보수가 없는 거죠. 근데 그거에 대해서 저희가 원장님이 “교사가 못 구했다”니까 저희가 어떻게 해요.” (국·공립어린이집교사 A)
임금의 경우, 국공립·직장·법인 어린이집의 경우 「보육교직원 인건비 지급 기준표」에 따라 호봉이 산정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호봉이 높으면 채용되기 어렵다는 관행이 있어 경력을 낮게 기재하여 입사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민간과 가정은 인건비 지급 기준표에 따른 급여를 지급하지 않아, 다른 어린이집에 비해 급여 수준이 더 낮았다.
“지금 어린이집은 제가 6호봉을 받고 있거든요. 4호봉을 못 받는 이유는 유치원 경력을 그냥 아예 빼고 들어왔어요. 왜냐면은 경력이 많으면 안 써주시려고 하니까, 그냥 제가 ‘유치원 경력 안 쓰겠습니다’ 그래서 유치원 경력을 그냥 없애고, 어린이집 경력만 갱신해서 돈을 받아서 억울하기는 하죠. 왜냐면은 받아야 할 걸 못 받고 일을 하고 있어서...(중략)...” (사회복지법인교사B)
보육업무 이외의 일지 및 서류작성 업무는 노동시간 및 강도를 높이는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보육교사 대부분은 ‘보육일지 및 계획안 등 서류 작성(32.5%)’을 보육과 교육 외 가장 과중하게 부여되는 업무로 인식했다. 국공립어린이집은 다중의 상급기관을 두고 있고, 상급 기관(보건복지부-시청-구청(또는 사회서비스원))마다 정기적 및 비정기적으로 요구하는 서류가 상이하여 과중한 서류 업무에 시달렸다. 한정된 기간 내 처리해야 하는 서류의 종류도 많아서 ‘주(돌봄업무)와 부(서류 작성)가 바뀌는’ 상황이라는 인식이 강했다(국공립어린이집 교사 F, G). 그 결과, 평가인증 기간에 과중한 서류업무로 인해 퇴사 및 이직하는 보육교사가 많았으며, 새벽 4시까지 근무 후 응급실에 실려간 사례(사회복지법인 교사 B)도 있었다.
“저희 기관의 비품 등록대장 틀이 있었어요. 근데 그 틀을 사회서비스원에서 다시 바꿔서 보내줬어요. 그런데 그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도장이 담당자 도장만 위에 하나 있고 아래 없네” 틀을 바꿔 다시 담당자 도장을 각 칸을 찍게 다시 만들어 다시 만들었어요. 이번 주 재물 조사해 보니까 다시 담당자 칸이 위로 하나 올라가고 글씨체 바뀌고 틀이 바뀌고 바뀌어서 처음부터 또 다시 하게 만들어 놨더라고요.” (국공립어린이집교사 H)
“저는 젊은데 평가인증 끝나고 쓰러져서, 허리 디스크 때문에 구급차에 실려가고... 평가인증 때는 진짜 새벽 4시, 5시까지는 기본이고 1시간 자고 일어나서 왔어요.” (사회복지법인교사 B)
이처럼 보육교사는 근로계약서상 고지받은 시간보다 더 많이 일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초과 근무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받고 있지 못했고, 이직이나 재취업을 위해 자신의 호봉을 깎는 경우도 많았다. 이러한 관행은 경력이 길어도 여전히 낮은 임금을 받게 되는 구조를 재생산하고 있으며, 보육교사의 임금수준을 전반적으로 하향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② 열악한 휴식 및 연차 사용 환경
대부분 보육교사는 휴식시간을 보장받고 있었으며, 평균 휴식시간은 42분이었다. 그러나 휴식시간 동안 영유아와 분리되어 휴식을 취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43.9%에 불과하여, 과반수의 보육교사가 영유아와 분리되지 못한 채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식사 시간의 경우 근무 중 식사시간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응답이 63.4%로 매우 높았으며, 대부분 보육교사가 ‘원생들을 돌보면서 함께 점심 식사를 한다(69.0%)’고 응답하였다. 그러다 보니 노동시간에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점심시간을 노동의 연장선으로 바라보았으며, 오히려 점심시간이 하루 중 가장 ‘힘든 시간’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식사 시간에는 아이들과 저희가 같이 밥을 먹으면서 식사 교육을 함께 해서, 업무에요. 휴게가 아니에요. 오롯이 저희만 먹는 게 아니라, 아이들 먹는 것들을 도와주기 때문에 점심은 같이 먹지만, 업무에 포함이 되고 아이들이 배제된 상태에서 저희가 쉬는 게 휴게시간인데 4시에서 6시 사이에 1시간은 쉬도록은 되어있으나, 실제로 쉬지 못하고 있는 거지요.” (국·공립어린이집교사 A)
연차휴가의 경우 사용 가능하다는 응답이 50.4%로 가장 높았으나, 실제 FGI결과에 따르면, 대부분 보육교사가 자신의 상황에 맞춰 연차휴가를 사용하기보다는 기관이 사정이나 다른 동료 교사들과의 일정을 조율하여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연가, 경조사, 병가 등으로 대체인력이 필요할 시 대체인력을 이용할 수 있다는 응답이 78.7%로 매우 높았다. 하지만 대체 인력을 신청하면 배치가 되기는 하지만, 대체 인력이 기관에 할당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적시적소에 대체 인력이 할당되는 경우가 드물다고 말했다.
“행사에 지장이 되지 않는 이상 월요일이나 금요일 정도 이런 식으로 휴가를 갈 수 있도록, 미리 한두 달 전에 얘기해서 휴가 대장 작성해서, 미리 신청하는 식으로 하고 있어요.” (법인단체어린이집교사 A)
“연차를 써야 하는데, 필요할 때 대체 교사가 지원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면 반을 대체 교사에게 맡겨야 하는데, 어쩔 수 없이 다른 반 선생님들한테 맡기는 거죠.” (사회복지법인어린이집교사A)
이처럼 보육교사는 기본적으로 법에서 지정한 휴게시간 및 식사 시간, 휴가, 대체 인력 사용 등을 보장받고 있다. 하지만 영유아와 분리되지 못한 휴게시간 및 식사 시간을 업무의 연장으로 느끼는 경우가 많았으며, 휴가 및 대체 인력 사용도 제한되므로 적절한 휴식 및 휴가는 보장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③ 낮은 고용안정성
설문조사 결과, 보육교사의 고용형태는 정규직이 62.1%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나, FGI를 통해 드러난 결과로는 1년 단위로 재계약하는 계약직인 경우에도 본인을 정규직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1년 단위로 재계약하는 경우 영유아 수의 모집 결과에 따라 재계약이 되지 않는 경우가 존재하였고. 이는 저출산에 따른 영유아 수 감소5)가 실제로 보육교사의 해고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국공립, 직장 어린이집과 같이 기관의 규모가 크거나, 학부모들이 자녀 입학을 선호하여 정원 미달의 가능성이 적은 기관에 종사하는 보육교사는 해고 위험을 낮게 인식하는 반면, 영유아 인구가 줄어드는 구 또는 동에 소재하거나, 기관의 규모가 작은 어린이집의 교사들은 정원 감소에 따른 심각한 해고 위험을 경험했다.6) 이에 기관의 규모가 작은 어린이집 교사는 ‘정원 감소’를 상당히 의식하며 근무했으며, 정원을 채우기 위해 원아모집 홍보 전단지를 들고, 아파트를 돌아다니며 홍보하기도 했다. 이러한 전단지 홍보는 보육 업무 외 추가 업무가 되어, 보육교사의 노동강도를 강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작년까지만 해도 아이의 수에 따라서 월급이 지원이 되는, 정부에 지원되는 어린이집이라 아이 수가 50% 이상이면 지원을 받고, 그 이하이면 지원을 받을 수가 없어요. 올해부터는 코로나로 인해서 (한시적으로) 아이가 한 명이어도 교사 월급이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올해는 조금 스트레스 덜 받기는 해요. 작년까지 스트레스 정말 많이 받았거든요. 원장님이 “어떻게 아이를 끌어모을 수 있는 방법 없나?” 그러고 여기저기 인스타 다 뒤져보면서 그것까지, 전단지까지 뿌리고 있었어요. 저는 진짜 아이들이 없어가지고... 아파트 다 단지마다 다 돌면서, 전단지를 다 붙이고 왔어요.” (법인단체어린이집교사A)
원아 정원이 채워지지 않아 학급이 구성되지 못하면, 보건복지부의 ‘보육교사 인건비 지원’ 기준에 미달하여 지원금을 받을 수 없게 되었고, 이러한 경우 권고사직, 경영상 어려움으로 인한 해고(정리해고) 등의 사유로 퇴사를 하는 관행이 형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해고될 수 있다는 점을 교사에 대한 압력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기관장 사례도 있었다(사회복지법인어린이집교사 B). 결국 이러한 고용불안정은 교사가 열악한 노동환경, 고용조건에도 불구하고, 기관에 불만이나 건의 사항을 제기하지 못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호봉이 높은 교사는 재취업이 어려워 이러한 압박을 더욱 크게 느꼈다.
“원장님 입에 달고 사시는 말씀이 ‘애들 없으면, 원아모집 없으면 너네 짤리는 거야’ 이러고, ‘잘리는 순이 경력 많은 순이야, 호봉 많은 순이야’ 그렇게 되면 눈치 보이죠.” (사회복지법인어린이집교사B)
또한, 원아모집이 중요해지면서, 학부모의 기관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학부모의 지나친 요구를 최대한 수용하거나, ‘보여주기식’ 행사를 진행하는 경우가 있었다. 결국 이러한 학부모의 편의를 지나치게 봐주는 행정으로 인해 보육교사는 학부모 대응시 자신의 감정을 더 관리하고 통제해야 했으며, 이는 보육교사의 감정노동과 소진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절대 엄마한테 싫은 소리 하지 마세요’ 딱 그래요. 얘가 잘못됐음에도 불구하고 “어머니, 얘가 오늘 이렇게 다른 애를 물었어요.” 이렇게 해야 되는데 그런 얘기조차도 하지 말라고 해요...(중략)... 진짜 아닌 걸 아니라고 하지 않고 그냥 그렇게 하는 그 자체가 나는 안 맞더라고요.” (민간어린이집교사B)
이처럼 보육교사는 어린이집과 1년 단위 재계약하는 방식의 근로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았으며, 이는 보육교사의 낮은 고용안정성으로 이어졌다. 저출산에 따른 영유아 수가 감소함에 따라 보육교사의 해고 위험성은 커졌으며, 이는 보육교사가 보육 업무 외 홍보, 영유아 모집 등의 추가 업무를 수행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리고 해고의 위험이 커질수록 보육교사는 열악한 노동과정과 노동환경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으며, 학부모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통제해야 했다. 결국 이러한 낮은 고용안정성은 보육교사의 감정노동을 심화시키는 한편, 이들의 감정소진을 가져오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④ CCTV 및 비대면 소통을 통한 노동통제
보육교사의 영유아에 대한 학대와 폭력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영유아보육법」 개정되어 2015년 9월 19일부터 어린이집에 CCTV 설치가 의무화되었다. CCTV 설치 의무화 이후 CCTV는 보육교사가 업무 시 느끼는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리고 CCTV는 원장의 직장내 괴롭힘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민주노총(2020)에서 발표한 『2020 상반기 보육교사 노동실태조사』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거나 봤다고 응답한 보육교사의 비율은 70.3%였으며, 이 중 42.1%가 ‘CCTV 감시로 인해 괴롭힘을 당했다’라고 응답했다.
CCTV로 인한 업무 스트레스에도 불구하고, 고용계약서 상에 ‘계약을 체결함으로 본 소속시설에 설치된 CCTV 촬영에 동한 것으로 본다’는 내용을 명시하여 보육교사가 CCTV 감시에 따른 권리 침해에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게 만든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원장은 CCTV를 통해 노동과정을 통제하고 관리하며, 학부모의 열람 요청시 보육교사는 이를 거절할 재량이 없다. 특히, 최근 영유아 모집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학부모 만족도 제고를 위해 학부모가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CCTV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사회복지법인교사 A)도 있어, 원장뿐만 아니라 학부모에 의한 감시와 통제도 이뤄지고 있다.
“부원장님이 이제 회의하실 때마다 얘기는 하세요. CCTV를 잠깐 잠깐 볼 때마다, 이제 선생님들의 행동을 보시죠. “뒷짐지지 말아라”, “팔장끼지 말아라.” 그리고 이불 같은 거 “낮잠 이불 깔 때 던지지 말아라.” 제가 던진 건 아닌데 ‘그렇게 보인다’.” (사회복지법인어린이집교사A)
CCTV로 인한 감시와 통제로 인해 보육교사들은 자신의 행동을 자기 검열하게 되고, 아이들에게 양질의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보다 CCTV에 촬영되는 자신의 모습을 더 신경 쓰면서 돌봄 노동을 하게 된다. 교사들은 ‘오해’를 피하기 위한 자기 검열이 보육 서비스의 질 저하를 가져오게 된다고 느끼며, 그로 인한 자괴감이나 죄책감 때문에 힘들어 한다(국·공립어린이집교사 E).
“그러니까 이제 일상에서 내가 모르고 하는 습관이 CCTV에서는 크게 보일 수 있는 거예요. 그래서 이게 오해가 생길 수 있으니까, 훈육할 때는 카메라를 보고 훈육을 하는 거에요. 그러니까 오히려 훈육을 필요에 의해 이렇게 딱 하는 게 아니라, CCTV를 신경쓰면서 훈육을 하는 거에요. CCTV를 게속 보러오니깐, 그것도 생각하고 하면서 일을 해야 하는 거에요.” (국·공립어린이집교사E)
최근 학부모 만족도 제고를 위해 실시하고 있는 키즈노트, SNS 등의 비대면 소통 또한 보육교사의 노동을 통제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기능하고 있다. 기관에서는 학부모 만족도 제고를 위해 실시간으로 아이의 담임교사와 소통할 수 있도록 보육교사의 연락처를 학부모에게 안내하고 있다. 학부모는 자신의 아이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으면 근무시간 뿐만 아니라 근무시간 외에도 보육교사에게 SNS로 연락하고, 보육교사는 이에 실시간으로 응답해야 한다. 학부모의 질문은 아이의 건강 상태를 묻는 단순한 질문에서부터, 현재 무엇을 하고 있는지, 간식은 무엇을 먹였는지와 같은 돌봄 과정 전반에 대한 질문까지 다양하게 나타난다. 보육교사는 학부모의 도가 지나친 질문에도 감정을 절제하여 ‘친절하게’ 응답해야 한다. 이는 보육교사의 감정노동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공간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어린이집에서의 하루를 정리하는 스마트 알림장 ‘키즈노트’에서도 보육교사는 모든 아이가 ‘동등하게’ 잘 나온 사진을 올려야 하고, SNS와 마찬가지로 학부모의 댓글에 친절하게 답변해야 한다. 이러한 키즈노트를 통한 비대면 소통은 업무시간뿐만 아니라, 퇴근 이후에도 지속된다.
“원장님은 모든 반 키즈 노트를 다 보실 수 있으시니까. 딱 떠버리면 ‘너 왜 답장 안 했어, 엄마한테?’가 되는 거죠. 근데 우리 애는, 저는 말을 하죠. “원장님. 이거 저희 업무가 끝난 시간인데 지금 답장을 해드리면 다음에 이런 일이 있을 때 계속해서 답장을 해드려야 된다.” 그러면은 “이 엄마 기분 나쁘면 어떡해. 빨리 답장을 해야 돼. 그러면 또 답장 해드리고.” 그렇게 하면은 이제 이 엄마 해주니까, 이 엄마 해주니까 다음 다음 엄마도 똑같이 이 엄마도 기분 나쁘지 않게 또 해드려야 되는 거예요.” (사회복지법인어린이집교사 B)
“이제 ‘키즈 노트를 통해서, 앨범을 통해서 우리 이걸 했다’ 알리기 위해서 하는 건데 그걸 하기 위해서는 정말 교사들 죽어요.” (법인단체어린이집교사 A)
CCTV 및 비대면 소통 등을 통한 노동통제는 보육교사의 업무 강도를 가중시키고 있다. 그리고 보육교사의 전문성을 발휘하는 돌봄의 영역에서도 끊임없이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검열하고 통제하게 되면서, 높은 수준의 감정노동을 경험하고 있다. 결국 오늘날 정보통신기기를 통한 노동 통제는 보육교사의 감정노동을 심화시키고, 감정소진을 가져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⑤ 직장 내 괴롭힘
원장은 보육교사 채용 및 해고를 포함한 어린이집 운영에 관한 모든 권한을 가진 것에 반해, 보육교사는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지원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리고 대부분 원장은 일선의 보육교사보다 보육 업무에 종사한 기간이 긴 ‘선배’ 보육교사이다. 이러한 권력의 불평등과 보육교사의 낮은 고용 안정성, 경력의 문제 등은 원장과 보육교사 간의 위계적 권력관계를 형성하는 요인이 된다.
대부분 보육교사는 자신의 전문 역량을 바탕으로 노동을 수행하지만, 원장은 보육교사의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교육방식을 강요하는 경우가 있다. 보육교사의 교육 방식에 대한 불합리한 지적에도 권력을 가진 ‘선배’ 보육교사인 원장의 말에 문제를 제기할 수 없는 조직문화가 관행으로 자리 잡고 있다. 보육교사는 이러한 원장의 ‘가르침’을 ‘폭력’으로 인식했으며, 원장의 지나친 간섭으로 인해 자신의 전문성이 폄훼된다고 느꼈다.
“갑자기 일하다가 저희가 잘못된 부분이 있어서 갑자기 등짝 스매싱 팍! ‘다시, 너 이거 잘못했잖아’ 하면 ‘네? 원장님?’ 이런 것도 있고... 잘못된 거 있으면 그냥 ‘이렇게, 이렇게 해서 시정해줬으면 좋겠어’ 이러면 되는데 근데 모든 선생님께, ‘너, 너 혼날 거 있어. 너, 이리 와봐. 너, 뭐 잘못했는데, 너, 잘못한 거 있지’ 이러면서 추궁하시고 애 다루듯이 선생님들 막 혼내시고, 자기가 기분 나쁜 거 있으시면 막 얘기하시고 그래요.” (사회복지법인어린이집교사 B)
“아이들 있는 상태에서, 저도 있고 다른 선생님도 있는데, “선생님, 상호작용이 그렇게 하면 안 되지. 잘 들어봐. 내가 하는 상호작용.” 그러면서 막 이렇게 이야기를 하시는 거예요. 제가 원장님이 하시는 말씀을 듣고 이거는 제 기준으로 느꼈을 때는 ‘이거는 폭력이다’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국·공립어린이집교사 C)
원장의 가르침 외에 연차 사용에서도 보육교사는 원장의 ‘재가’를 받아야지만 연가를 사용할 수 있는 조직문화가 관행으로 자리 잡고 있어, 보육교사는 법적으로 보장된 연가도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보육교사의 개인적인 필요보다는 기관의 상황에 맞춰 연가를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아버지가 그날 급하게 수술을 하셔야 되는데, 저희가 행사가 있었어요. 근데 그것도 교사 행사예요. 교사 행사면 빠질 수 있잖아요. 원장님한테 “저희 아버지가 수술하시는데 제가 조금 일찍 얼굴만 비추고 가면 안 되냐” 했더니 “선생님, 처음 왔는데 그런 걸 요구하는 건 좀 아닌 것 같아. 그냥 다 남아서 하고 가.” 이러더니 이제 본인도 좀 걸렸는지 “1시간만 있다가.” 이렇게 말하는데 기분이 너무 나빠서 남자친구한테 부탁하고, 끝까지 참석하고 갔어요.” (국·공립어린이집교사 E)
보육교사와 원장의 위계적인 질서에서 보육교사는 불합리한 업무지시에 따라 하며, 교사가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사안도 책임을 져야 한다. 이러한 원장의 책임 전가는 보육교사에게 막대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가져온다. FGI에서도 많은 보육교사가 기관에서 일어나는 일의 책임이 오롯이 보육교사에게 전가되는 상황 때문에 많은 스트레스를 경험한다고 이야기했다.
“저는 첫 직장이 가정어린이집이었는데 보조교사였거든요. 딱 3개월만 일을 했는데 3개월 동안 정말 힘들었어요. 공황장애가... 아이가 밥을 안 먹어도 교사 탓, 아이가 잠을 안 자도 교사 탓, 애가 뭘 잘못했어도 다 “선생님이 잘못하신 거예요.” 막 이러면서 솔직히 저는 보조교사인데...(중략)...” (사회복지법인어린이집교사 A)
원장과 보육교사 간의 위계적 관계는 어린이집을 그만두어도 지속된다. 교사가 어린이집을 그만두고 이직할 때 이전에 근무했던 기관에 교사의 평판을 문의하는 관행이 있어서, 보육교사는 원장에게 불만이 있어도 불만을 제기하지 못하고 ‘아름다운 이별’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게 그만두는 것도 좋게 할 수밖에 없어요. 지역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원장님들끼리도 커뮤니티가 다 있으시니까요. 저희가 만약에 여기서 되게 안 좋게 그만두면, 그 지역에서는 일을 하기 어렵죠. 아까 제가 3개월 일하다가 그만둔 거기가 대덕구인데, 저는 대덕구를 못 갈 것 같아요...(중략)... 이제 이력서에 어린이집 어디 어디 기입되어 있으면, 원장님이 “이 집 교사 어땠나요?”라고 확인을 하시죠.” (사회복지법인어린이집교사 A)
이처럼 보육교사와 원장의 비대칭적 권력에 의한 위계적 관계는 전형적인 ‘직장 내 괴롭힘’을 재생산한다. 그리고 원장의 직장 내 괴롭힘은 보육교사의 업무 스트레스를 증가시키는 한편, 감정 소진을 가져오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2) 보육교사의 감정노동 경험
보육교사의 감정노동의 주요대상은 영유아와 학부모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 중 교사들에게 감정적 손상이나, 부조화, 소진 등을 유발하는 주요대상은 학부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보육교사들에게 감정노동의 주요대상이 누구인지 물어본 질문에서, 영유아는 학부모 다음으로 높은 응답(30.6%)을 차지했다. 이는 보육교사가 영유아를 돌보는 과정에서 감정표출을 관리하고 억제하기 때문이다. 실제 업무시 감정표출을 물어본 질문에서도 영유아는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지 않으려고 의식적인 노력한다(3.50점)’와 ‘업무시 나의 솔직한 감정을 숨긴다(3.12점)’에서 학부모 다음으로 높은 점수를 보였다. 다만, ‘감정을 숨기고 표현하지 못할 때 나는 감정이 상한다(2.28점)’와 ‘대상을 대하는 과정에서 마음의 상처를 받는다(2.23점)’ 두 가지 질문에서 영유아는 학부모, 원장 또는 상사, 동료 중 가장 낮은 점수를 보였다. 이는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감정표출의 관리 및 억제가 감정부조화와 손상으로 이어지지 않음을 시사한다. 보육교사는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감정표출의 관리와 억제를 양질의 보육 서비스 제공을 위한 보육교사로서의 ‘전문 역량’으로 이해했다. 오히려 과중한 업무 등으로 영유아에게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면 자괴감 및 죄책감을 느꼈다. 그리고 보육교사는 영유아를 돌보는 과정에서 손상되었던 감정의 회복을 경험하기도 했다. 이는 보육교사가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감정표출의 관리와 통제를 자신의 전문 역량을 발휘하는 돌봄 노동의 과정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는 손소영 외(2019)의 연구와 영유아와의 긍정적 상호작용의 효과를 분석한 최지수 외(2022)의 연구와 일치하는 결과이다.
“보육교사니깐, 아이들에게 감정 표현을 조심하는 건 당연한 거죠. 아이들한테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요. 저희 일이고 그러니깐. 오히려 아이들한테 짜증내고, 그러면 스스로 많이 놀라죠. 일이 많아서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면 스트레스를 받아요.” (국·공립어린이집교사 C)
“아이들에게는 항상 웃고 밝게 표현하려고 노력해요. 아이들을 보면 힘든 일이 있어도 생각이 안 날 때가 많아요. 사실 아이를 보는 건 제 일이잖아요. 일에 집중하기 때문에 제 감정을 멀리하고, 집중하는 것도 있죠. 내 감정을 가지고 아이를 돌보진 않아요...(중략)... 집에서 기분 나쁜 일이 있어도 애들을 보면 좋은 감정이 생기기도 해요. 아이가 이쁘고 그러니깐 나쁜 감정을 잊는 거죠.” (법인단체어린이집교사 A)
보육교사의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감정노동 과정 및 결과는 다음과 같은 점을 시사한다. 우선 보육교사는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돌봄 노동 수행 시 고도의 감정표출 관리와 억제가 요구된다는 점에서 감정노동을 수행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보육교사와 영유아의 관계는 일반적인 노동자와 고객 사이의 권력에 의한 수직적 위계 관계가 아니며, 보육교사는 영유아의 상호작용에서 발생하는 많은 문제를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다. 즉, 돌봄 과정에서 보육교사는 자율성과 권한을 바탕으로 상황에 맞는 노동을 수행할 수 있다. 그리고 보육교사는 이러한 자율성과 권한에 바탕을 둔 돌봄 상황에 맞는 관리된 감정표출을 ‘전문 역량’으로 인식했다. 이 같은 특징으로 인해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감정노동은 감정부조화와 감정 손상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는 업무의 자율성과 권한이 높을수록 감정노동이 감정부조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작다고 본 모리스와 펠드만(1996)의 연구와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영유아 모집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학부모 만족도 제고를 위해 ‘친절한’ 학부모 응대가 중요해지고 있으며, 이러한 친절한 응대는 보육교사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설문 조사에서 감정노동의 대상을 물어본 결과, 학부모는 영유아, 원장, 동료 집단 중 가장 높은 응답(41.5%)을 보였다. 그리고 감정표출의 관리 및 억제와 관련된 문항에서도 학부모는 다른 집단에 비해 매우 높게 나타났다. 이는 보육교사 대부분이 학부모를 응대하는 과정에서 높은 수준의 감정표출 관리와 억제를 요구받는 것을 의미한다. 영유아와 달리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감정표출의 관리와 억제는 높은 수준의 감정부조화와 손상으로 이어졌다.
학부모와의 관계에서 보육교사가 과중한 감정노동을 수행하고, 영유아와 달리 높은 수준의 감정부조화와 손상을 경험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이 해석할 수 있다. 먼저, 보육교사와 학부모는 기존 서비스 산업의 고객과 노동자의 관계처럼 갑과 을의 수직적인 관계이다. 저출산에 따른 영유아 수 감소는 어린이집 운영의 큰 부담으로 다가왔으며, 이는 보육교사의 해고 위험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보육교사는 자신이 해고되지 않기 위해, 최대한 학부모의 비위를 맞출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러한 위계적 관계에서 보육교사는 영유아와 달리, 문제에 능동적인 대응보다는 수동적인 대응을 할 수밖에 없으며, 문제를 자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권한 또한 주어지지 않는다. 결국 이러한 보육교사와 학부모 간의 위계적 관계는 보육교사의 감정노동을 가중시키고, 감정부조화와 손상을 가져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학부모의 폭언이나 욕설, 무리한 요구는 보육교사의 감정노동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학부모가 보육교사에게 욕을 해도, 보육교사는 별다른 대응 없이 ‘좋게 좋게’ 해결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학부모가 업무 밖의 사항을 요구해도 대부분 수용할 수밖에 없다. 또한, 맞벌이 가구가 증가함에 따라 아이의 부모뿐만 아니라, 조부모와 친척들이 보육교사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비 오는 날에 차량이 막힐 수도 있잖아요. 날씨로 인해서 눈 오거나 비 오거나 근데 그런 교통상황으로 인해서 차가 조금 늦는다고 전화를 드렸는데..(중략)... 그냥 웃음을 띄면서 얘기를 했는데, 그 엄마가 “웃겨요? 지금 이 상황이 웃겨요?”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화를 내셨어요.” (국공립어린이집교사 G)
“차량 탑승 여부가 계속 바뀌니까. 선생님이 헷갈려서 애를 못 태워 보낸 거죠. 근데 이것때문에 할머니가 기분이 나쁘셨는지, 먼저 전화하셔서 “반성문 써서 가져오라”고, 자기가 “기분 나빠서 안 되겠다”고...(중략)...” (민간어린이집교사C)
최지수 외(2022)의 연구에서 이야기했듯이 보육교사는 학부모와의 관계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있으면, 일의 보람을 느낀다. 하지만 최근 많은 학부모가 교사에게 추가적인 일을 ‘당연’하게 요구하는 일이 늘어나자, 보육교사들은 자신들을 ‘권리는 없고, 의무만 있는 존재’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부모님들이 좋아하시면 저희도 보람을 느끼고 그럴텐데, 요즘은 부모님들의 마인드가 교사들에 대한 고마움보다는 너희가 이거는 해야 할 일이라고 당연하게 여기시는 거 같아요. “하루 종일 애 보느라 애 쓰셨어요” 그런 고마움보다는 “이것까지 해야지”라는 마음이 더 크신 거 같아요.” (국·공립어린이집교사A)
영유아와 학부모는 보육교사가 감정표출을 관리하고, 억제하여 상호작용하는 대상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하지만 관계 형성에 있어 영유아와 달리 보육교사와 학부모와의 관계는 수직적인 관계이며, 학부모가 권력을 갖는다. 수직적인 관계로 인해 학부모의 폭언이나 욕설, 무리한 요구에도 보육교사는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없게 되며, 이는 보육교사의 감정노동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결국 학부모와의 관계에서 보육교사는 과중한 감정노동을 수행하게 되고, 감정부조화와 소진을 경험하게 된다.
보육교사는 사회에 필요한 보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로서 양질의 보육서비스 제공을 위해 높은 수준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보육 전문가이다. 실제 FGI에서 보육교사들은 자신의 돌봄 노동을 전문 역량을 실천하는 노동과정으로 인식했다. 그리고 이러한 실천 과정에서 면접참여자들은 교사로서의 보람을 느꼈다. 설문 조사에서도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직업에 보람을 느낀다’라는 문항에 85.2%가 그렇다고 응답하여, 대부분 응답자가 높은 사명감과 보람을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전문성 인식 속에서 보육교사는 자신의 전문 역량을 키우기 위해 직무 교육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일이 힘들고, 지쳐서 스트레스받아도 우리 일이니깐, 아이들을 돌보는 게 즐거우니깐 넘어갈 수 있는 거 같아. 그런 마음이 없으면 이거 어떻게 일하겠어. 다른 샘도 다 똑같을 거야.” (가정어린이집교사B)
“제가 보육 쪽이어서 사회복지랑 같이 전공을 했어요...(중략)... 전문 교수들이 본 보육에 대한 그런 개념을 적용해서, ‘어떻게 하면 좀 더 좋은 방향으로 아이들이 돌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 고민도 하고, ‘우리가 이런 걸 배우고 알려줘야겠다’ 이런 느낌이 많이 들었어요...(중략)... 그 외에도 심폐소생술 그런 안전 교육이나 직무 교육도 받고 있어요.” (직장어린이집교사 A)
이처럼 보육교사 전문가 정체성은 보육 노동과정에서 직무 번영감을 느끼게 해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들이 전문가 정체성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보육교사를 돌봄 전문가로 인정해주고, 지지해주는 안정적인 조직문화가 중요하다(최권호, 2019). 그러나 원장과 학부모에 의한 보육교사의 전문성 저평가, 보육교사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인식 확산은 이들의 전문성을 훼손시키고 있으며, 이는 보육교사의 감정노동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많은 경우, 원장들이 ‘선배’ 보육교사로서 일선에서 일하는 보육교사들의 전문성을 인정하기보다는 그들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고, 자신의 교육방식을 강요하는 모습을 보였다(사회복지법인교사 B, 국·공립어린이집교사 C). 그리고 영유아를 돌보는 과정에서 학부모가 불만을 제기하는 경우, 보육 전문가로서 교사의 의견을 듣기보다는 무조건 사과가 강요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보육교사는 자신의 전문가 정체성에 심각한 훼손을 경험하며, 높은 수준의 감정노동을 수행하게 된다.
“문제가 생겼을 때, 저는 잘 못을 따지고 싶었는데, 원장님은 그게 아니니깐요. 원장님은 그냥 좋게 좋게 끝내고 싶어 하시는 거 같았어요...(중략)... 저는 끝까지 가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죠. 그렇게 하지 못해서 힘들었던 감정이 2~3주 넘게 갔던 거 같아요. 그러면서 일도 하기 싫고, 출근도 하기 싫고 그랬어요.” (국·공립어린이집교사 A)
학부모들이 보육교사의 전문성을 인정하기 않는 경우도 다수 목격된다. 교사는 보육 전문가입장에서 아이의 발달과정에 대해 보호자에게 정보와 의견을 전달해야 하지만, 보육교사의 의견을 ‘전문가’의 견해보다는 그저 ‘잠시 아이를 맡아주는’ 사람의 이야기 정도로만 인식하고 이들의 조언을 오히려 기분 나빠하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학부모의 불만제기가 두려워 아이의 발달과정에 대한 제대로된 정보를 전달하지 못한 교사는 아이의 발달과정 문제를 묵인했다는 것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고 나아가 교사로서의 전문성에도 손상을 입게 된다.
“보육자면, 좀 현실적으로 ‘이 아이를 위해서 또 가정을 위해서 솔직하게 얘기를 하는 게 맞다’고 생각을 하는데, 원장님은 그냥 그걸 묵인하세요. 아이가 퇴소할까 봐, 걱정되니까 모른 척하는 거예요. 그럼 그 아이는 5살, 7살 취학 전까지 그게 이제 행동 수정이 안 되는 거죠. 발달도 모른 채...(중략)... 이런 상황이 지속되다 보니 보육자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나 회의감이 들 때가 많죠.” (국공립어린이집교사 G)
이처럼 노동과정에서 보육교사의 전문성은 두 가지 측면에서 훼손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먼저 원장은 돌봄 노동 자체에 대한 저평가보다는 ‘선배 보육교사’로서 자신의 기준에서만 일선의 보육교사 돌봄 노동을 평가하여, 이들의 전문성과 자율적인 판단을 무시하는 모습을 보인다. 학부모의 경우 돌봄 노동의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는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와 맞물려, 보육교사를 전문적인 돌봄 노동자로 인식하기보다는, 자신을 대신하여 아이를 잠시 돌봐주는 ‘도우미’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결국 원장과 학부모의 전문성에 대한 저평가는 보육교사의 감정노동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원장과 학부모의 보육교사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개선이 중요하다.
보육교사의 아동학대 사건이 미디어에 자주 보도되면서 보육교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정적으로 변화하게 되었고, 그 결과 보육교사는 자신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의식하며 업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깥 활동(기관 외부 활동) 시 자연스럽게 아이가 울거나 떼를 쓰는 상황이 발생하는데 이를 지켜본 시민이 아동폭력이 의심된다며 기관에 신고하여 난감하였고 상처를 받았다는 진술이 여러 차례 이루어졌다. 이러한 사례가 반복되다 보니 노동과정에서 대중(시민)의 시선까지도 신경써야 하는 상황이 형성되었다.
“저희는 이제 규칙적인 생활 실내놀이 하고 바깥놀이를 항상 30분 이상을 가야 되거든요. 길거리 가다가 괜히 본인이 가고 싶지 않은 길로 가면은 고함을 지르고 나자빠져요. 이제 제가 느끼기에는 모르는 사람이 지나가면 ‘저 아이를 선생님이 학대한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그거에 너무 스스로 막 스트레스받는 거예요. 하루는 이제 그만가자고 아이를 데려간 적이 있었거든요. 그걸 누가 보시고, 기관에 전화를 했어요. “선생님이 아이를 강제로 끌고 간다”고, 그이야기를 듣고, 너무 많이 울었던 거 같아요. 속상해서 그만두려고까지 했었어요.” (법인단체어린이집교사A)
‘아동학대’가 아닌지 자기 검열을 하는 과정에서 교사의 업무 재량과 독립성이 축소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그리고 학부모와 원장 외에도 대중(시민)의 인식까지도 신경 써야 하는 상황은 보육교사의 감정노동 강도를 가중시키는 경향을 보였다.
“이렇게 하면 뭔가 ‘아, 내가 아동폭력을 했나’ 이렇게 ‘언어폭력을 했나’라는 그 생각에 뭔가 혹시나 이걸 누가 들었을 때 ‘나를 그렇게(신고) 하면 어떻게 하지’라는 그런 부담감이 있어서, 어떤 걸 하기 엄청 조심스럽고, 계속 신경써야 하니깐 스트레스를 많이 받죠.” (민간어린이집교사C)
보육교사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은 앞서 설명한 보육교사들이 스스로 인식하는 직업의 전문성과 상충되어 감정노동을 더욱 심화시키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다양한 사회복지노동자를 전문 역량을 갖춘 전문인력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캠페인이 이뤄지는 것과 달리, 보육교사에 대한 인식개선 캠페인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7) 오히려 지속적으로 보육교사의 아동학대 관련 뉴스8)가 보도되면서, 시민들의 보육교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화되고 있다. 어린이집의 아동학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인 노력은 필요하지만, 아동학대가 일선에 있는 보육교사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확산되어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 어린이집 아동학대를 막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과 함께, 보육교사를 보육 전문가로 이해하고,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 개선 캠페인이 필요하다.
보육교사 개인은 과중한 감정노동으로 인해 감정부조화와 소진을 경험한다. 심각한 경우 우울증이나 무기력증 등으로 이어져, 정신 상담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정신 상담받는 것을 터부시하는 조직문화(정신적으로 건강하지 않은 사람이 어떻게 선생님을 할 수 있냐는 인식) 때문에, 대부분 보육교사는 정신적으로 힘든 일이 있어도 적절한 도움을 받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실제 FGI에서 단순하게 정신 상담을 받은 보육교사에게 원장이 “정신병이 있다”, “보육교사 일을 어떻게 할 수 있냐” 등으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었다.
“근데 힘들어서 일을 그만뒀다가, 보육교사를 다시 시작하려 해도, “선생님은 이런 진단을 받아서 우울증이 나왔으니까 우리 어린이집에 써줄 수 없어”라고 이야기를 하니깐, 정신과 진료를 받기 어렵죠.” (직장어린이집교사 A)
“저말고 동료 보육교사가 너무 힘들어했어요. 그래서 결국 그만뒀는데, 그만 두고 나서 정신과 상담을 받았나봐요. 너무 힘드니깐... 근데 원장이 이 이야기를 듣고 나서, “정신병이 있었다고, 정신병이 있으니깐 일을 그만둔 거”라고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깐 ‘아, 정신적으로 힘든 일이 있어도 절대 말하면 안 되겠구나’라고 생각했어요.” (국·공립어린이집교사 E)
개인적인 영향 외 감정노동은 감정노동자의 그 가족에게도 영향을 준다. 신경아(2009)는 감정노동자를 감정표현의 1차적 피해자, 그들의 가족을 2차적 피해자로 정의했다. 즉, 감정노동자의 감정노동에 따른 피해는 단순히 감정노동자 개인의 피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가족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다(신경아, 2009). 직장 내에서는 노동자들은 감정규칙을 수용하고 따르게 되어있어서, 관리되지 않은 감정표출은 감정노동자로서의 역량 미달을 드러내는 것과 같다. 그러다 보니 직장에서 스트레스 해소가 어렵고, 그 스트레스가 가족에게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보육교사들 또한 “퇴근 후에도 업무상 힘들었던 감정이 남아있다”라는 질문에 50.0% 이상이 그렇다고 응답하여, 직장 내 받은 스트레스가 보육교사의 사적인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영유아를 돌보는 보육교사의 업무 특성상 어린이집에 있는 영유아들은 잘 돌보지만, 돌보는 과정에서 받는 스트레스로 인해 자신의 자식은 잘 돌보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시간이 지나도, 퇴근해도 그때가 자꾸 떠오르는 거예요. 지금도 막 화가 나고, 막 목소리가 떨리는데 그니까 제가 교사로서 진짜 듣지 못 할 말을 제가 들은 거잖아요...(중략)... 이렇게 계속 생각나고 너무 힘드니깐 아무것도 못 할 때가 있죠.” (국·공립어린이집교사 A)
“원에서는 아이들을 잘 돌보고 그러는데, 집에 오면 너무 힘이 들어서 아무것도 못 하는 거죠. 그러다 보면 우리 아이들한테는 상대적으로 신경 못 쓸 때도 있고 그래요. 그럴 때마다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나, 아이들한테 미안하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국·공립어린이집교사 C)
이처럼 보육교사의 감정노동은 노동자 개인의 감정부조화와 손상을 가져옴과 동시에 그 주변의 가족들에게도 영향을 주지만,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어린이를 돌보고, 교육해야 하는 직업의 특성상 정신과 진료를 받는다는 것은 경력에 치명적이다. 그 결과 대부분 보육교사는 정신적으로 힘든 일이 있어도 개인적으로 감내하는 모습을 보였다.
5. 대전시 보육교사의 감정노동 보호 및 지지체계
1) 공식적 보호제도
감정노동에 따른 감정부조화와 소진이 새로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2018년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었다. 감정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의 증가 속에서 이들을 지원하고 보호하는 다양한 보호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소속 기관에서 실시하고 있는 감정노동자 보호제도를 총 11개로 분류하여 설문 조사한 결과, 30% 이상 나타난 제도는 없었다. ‘학부모·영유아에게 피해를 입었을 경우, 대응하는 매뉴얼이 마련되어 있음(26.1%)’과 ‘감정노동 피해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있음(25.0%)’만이 20.0% 이상이었으며, 나머지 보호제도는 모두 20.0% 미만이었다. 특히, ‘직장 밖의 심리상담기관을 개인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기관이 지원하고 있음(5.1%)’, ‘직장 내에 심리상담소가 설치되어 있거나, 상담사가 방문하여 상담을 지원하고 있음(3.8%)’, ‘감정노동을 인정하여 해당직군에게 추가로 휴가를 부여하고 있음(2.0%)’, ‘감정노동을 인정하여 추가적인 수당을 지급하고 있음(1.3%)’은 매우 낮았다. 이는 대부분 보육교사가 공식적인 제도로 도움을 받거나 보호받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고용 주체별 보호제도 실시 유무에도 차이가 있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영세한 민간과 가정은 ‘감정노동자 보호제도를 실시하고 있지 않음’이 40.0% 이상으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민간과 가정어린이집의 부실한 공식적 보호제도는 이들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결합하여, 이들의 노동조건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설문에 응답한 보육교사의 노동조합 가입률은 9.4%로 매우 저조하다. 보육교사의 집단적 이해 대변 기관이 부재한 상황에서 고용조건, 노동환경 등에 대한 불만 사항을 소속기관 내 동료 교사들과 공유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각 기관별 어린이집의 교사들이 모인 FGI에서는 어린이집 교사들 사이에서 본인 소속기관을 넘어서는 정보공유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FGI 참여자 중 노동조합에 가입한 경험이 있다는 사례 없었다. 노사협의회 활동을 해본 적이 있다는 사례(국·공립어린이집교사D)는 있었으나, 근로자의 수가 30명을 초과하면서 원장의 요구로 노사협의회를 결성하였고 주임교사로서 참여하였을 뿐 노사협의회가 별다른 기능을 하지 않았다고 진술하였다. 따라서 직장의 범위를 넘어서 다른 기관의 동료들과 학습, 모임 등의 네트워킹은 하지 않게 되고, 문제 해결을 위해 기관 밖의 자원을 활용하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에 놓여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국·공립어린이집교사 E).
보육교사는 연차 사용 제약, 휴게시간 및 점심시간 사용 제약, 수당 없는 장시간 노동 등과 같이 열악한 노동환경에 놓여있지만, 해고 위험 및 이직 문제 등으로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하기 어려운 상황(사회복지법인어린이집교사 A)이다.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을 아니지만 보육교사의 권리주장을 하기 어려운 구조 속에서 ‘목소리’를 내지 않는 관행이 ‘습관’으로 굳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권리를 내세우는 게 습관이 안 되어 있다 보니, ‘부당하다’라는 걸 알긴 하지만 저희가 원장님이 6시 이후에 행사를 바꿔서 일을 하라고 하는 거는 부당하다고 가버리고 싶지만 가지 못하잖아요. 그러니까 저희가 그런 게 너무 습관이에요.” (국·공립어린이집교사A)
“저는 엄청나게 습관이 된 사람 같아요. 목소리를 안 내는 거에 익숙한, 아주 그냥 원장이 하라는 대로 하면 그게 속 편하니까, 그게 속 편하니까...” (국공립어린이집교사F)
보육교사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고, 부조리한 관행을 철폐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주는 집단이 필요하다. 보육교사의 노조 가입률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보육교사 자신의 감정노동, 노동조합 등과 관련한 인식개선이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다양한 기관의 보육교사들이 교류할 수 있는 공간 마련을 통해, 서로의 어려움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다만, 기관마다 보육교사의 처우가 상이하기 때문에 이들 전체 이해관계를 대변할 수 있는 노동조합을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므로 기관별 보육교사들 간의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이들에게 필요한 이해 대변 조직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2) 사적 지지체계
공식적 보호제도가 부실한 경우 사적 지지체계는 노동과정에 발생하는 업무 스트레스 및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다. 공식적 보호제도가 부실한 보육교사들 또한 사적 지지체계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경향을 보였다. 보육교사의 사적 지지체계는 크게 원장과 동료 교사로 나눠서 살펴볼 수 있다. 원장은 어린이집 전반을 운영·관리하는 주체로 권력을 직장 내 괴롭힘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이 아닌, 문제 해결의 수단으로 이용하면 보육교사에게 가장 큰 힘을 줄 수 있다. 실제 FGI에서도 대부분 보육교사가 원장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이직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학부모가 아닌, 원장이라고 이야기했으며, 원장이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주면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쉽게 극복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직을 하는 가장 중요한 원인은 원장님이죠. 원장님의 성격이 좀 잘 맞아야 하고, 원장님이 어떻게 우리를 대하고 이해해주시냐가 중요한 거 같아요.” (가정어린이집교사 A)
“원장님이 기준을 제시해주는 게 더 좋은 거 같아요. 이 기준에 맞춰야 한다는 강박이 있지만, 그래도 기준이 있으니까 문제가 있을 때도 해결하기 편한 거 같아요...(중략)... 원장님이 교재, 기구 좀 많이 사주고 그러시는 것도 또 좋은 점이죠.” (직장어린이집교사 A)
원장이 구체적인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는 존재라면, 동료 교사는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고, 힘든 상황이 있을 때 지지해주는 존재이다. 동료 교사들과 교류와 협력이 잘 이뤄질수록, 문제 상황을 좀 더 원활하게 해결하는 모습을 보였다. 보육교사들은 동료 교사를 가족보다 더 자신의 상황을 이해해 주고 공감해주는 존재로 인식했다.
“저희가 함께할 수 있는 동료 교사들이 서로 얘기하니까, 저희 입장과 저희 상황이나 기질이나 이런 것들을 아니까 ‘제가 어떤 거에 화가 났고’ 이런 부분들이 있으니까 이제 그런 것들을 같이 얘기를 충분하게 할 수 있는 그런 여지가 있는 거 같아요.” (국·공립어린이집교사 A)
“이런 모든 상황을 잘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이 교사니까. 동료 교사가 이해해 주지 가족도 이 상황도 정확히 모르는 거니까.” (국·공립어린이집교사 B)
이러한 사적 지지체계의 역할은 교류와 협력에 기반한 협동적 조직문화가 발달해 있을수록 보육교사가 감정노동 시 경험하는 문제가 감소한다는 김경희 외(2017)의 연구와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공식적 보호제도가 미비한 상황 속에서 보육교사가 겪는 어려움을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원장, 동료 교사와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는 조직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사적 지지체계로는 보육교사가 경험하고 있는 감정노동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보육교사가 경험하는 감정노동 문제는 이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에 기인하고 있는 만큼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공식적인 보호제도 도입과 함께, 노동환경 개선이 필요하다.
6. 결 론
본 연구는 대전시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의 고용형태, 노동과정, 노동환경 등을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영유아 보육교사들이 수행하는 감정노동의 양상 및 감정노동으로부터 발생하는 피해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감정노동으로부터 발생하는 피해들이 만들어지는 근본적인 원인을 노동과정 및 노동환경이라는 구조적 맥락을 통해 분석해 보고자 하였다.
설문 및 FGI, 심층면접의 결과들을 분석한 결과, 보육교사들은 같은 업무임에도 불구하고 고용주체에 따라서 임금 및 복지수준, 경력에 따른 보상에서의 차별, 그리고 고용의 불안정성을 경험하고 있었다. 이러한 점들은 보육교사들이 업무상 경험하는 감정적 스트레스와 소진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보육교사는 열악한 노동환경과 과중한 업무 속에서도 책임감과 사명감, 전문성을 바탕으로 돌봄 노동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보육교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들에 대한 학부모의 욕설 및 폭언, 원장의 직장 내 괴롭힘은 이들의 감정노동의 강도를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CCTV를 통한 감시와 통제, 키즈노트 등 비대면 소통의 상시화 등은 노동시간의 증가 및 노동강도의 강화를 가져오고 있었다. 보육교사에 대한 부정적 사회인식의 확산 또한 보육교사들의 노동환경을 더욱 열악하게 만들었으며, 이들이 노동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더 감정표현을 억제하고 관리하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열악한 노동환경에도 불구하고, 보육교사를 보호하고 지지해주는 공식적인 제도는 마련되어 있지 않아 대부분 보육교사가 직장 내 사적 연결망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공식적인 제도의 부재는 보육교사의 낮은 노동조합 가입률과 함께 이들이 겪는 다양한 문제 해결을 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처럼 보육교사가 경험하는 감정노동과 이로 인한 감정부조화와 소진은 이들 개인차원의 심리적 문제가 아닌, 과중한 업무 및 열악한 노동환경과 연결되어 있음을 구조적으로 파악하는 것은 보육교사들이 직면하고 있는 인권침해, 노동권 침해의 상황을 개선하는 데 있어 중요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결국 보육교사가 겪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터의 근본적인 구조개선을 통한 전반적인 노동환경 향상과 함께, 보육교사들 간 지속적 교류를 통해 서로의 문제를 공유하고,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줄 수 있는 조직을 구성해야 한다는 점을 본 연구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하였다고 하겠다.
Acknowledgments
이 논문은 대전광역시 노동권익센터의 의뢰를 받아 수행한 “대전광역시 어린이집 보육교사 감정노동 실태조사”를 통해 수집된 자료를 분석하여 작성된 논문입니다. 논문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도움을 주신 세분 심사위원들께 감사드립니다.
No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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