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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ticle ]
Journal of Social Science - Vol. 33, No. 2, pp.355-378
ISSN: 1976-2984 (Print)
Print publication date 30 Apr 2022
Received 28 Feb 2022 Revised 30 Mar 2022 Accepted 15 Apr 2022
DOI: https://doi.org/10.16881/jss.2022.04.33.2.355

공공난제와 정부 민첩성, 그리고 디자인사고: 코로나-19 대응을 중심으로

배유일
동아대학교
Wicked Problems, Government Agility and Design Thinking: The Case of COVID-19
Yooil Bae
Dong-A University

Correspondence to: 배유일, 동아대학교 행정학과 조교수, 부산광역시 서구 구덕로 225, E-mail : ybae@dau.ac.kr

초록

코로나-19와 같은 공공난제는 전통적인 정부 중심의 관료제적 조직과 절차로는 해결이 어렵고 기존의 조직구조와 공-사 부문을 뛰어넘는 민첩하고 높은 수준의 협업을 통해 창의적인 해결을 요구한다. 또한 문제해결 과정에서 종종 민간이 주도하거나 민-관 간 계속적 커뮤니케이션이 요구된다. 본 연구는 최근 민간부문에서 개발되어 공공부문까지 확산되고 있는 애자일-디자인사고의 틀을 통해 어떻게 공공난제와 같은 복잡한 문제해결에 있어서 다양한 참여자 간 협업을 도모하고, 계속되는 시안(試案) 생산과 실험, 피드백을 통해 시민의 요구에 맞는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 이론적으로 검토하고 실제 적용 가능성을 탐색한다. 특히, 코로나-19와 관련된 사례인 코로나맵 개발, 공적 마스크 공급의 과정 분석을 통해, 어떻게 애자일과 디자인사고가 위기에서 조직 간, 공-사 간 협업을 이루어내는지 분석하였다. 이 과정에서 적극행정과 리더십의 지지는 성공의 핵심적 요소로 작용한다.

Abstract

Wicked problems such as COVID-19 are difficult to be resolved with traditional bureaucratic organizations in government, as they require agile and creative solutions that go beyond the existing organizational and public-private divisions. Agile and design thinking, which have been developed in the private sector and gradually accepted in the public sector, promote collaboration among various participants (users) in resolving wicked problems, and iterate the process of producing prototypes, conducting experiments and getting feedback to meet the needs of citizens and users of public services. In this study, through case analyses of the problem solving process for COVID-19 in Korea, including ‘Corona Map’ development, ‘Public Mask’ supply, and Disaster Basic Income, this study analyzed how agile and design thinking approaches have successfully achieved inter-organizational and public-private collaboration to produce creative solutions in a timely manner during the crisis. This study found that innovative leadership that encourages collaboration among different participants at different problem-solving stages and alleviate the ‘fear of failure’ among members of organizations.

Keywords:

Agile, Design Thinking, Wicked Problems, COVID-19

키워드:

민첩성, 디자인사고, 코로나-19, 공공난제

1. 서 론

기존 사회과학 연구에서 감염병 유행, 자연재해 같은 비상시기의 재난 혹은 위기관리에 관해 많은 사례와 데이터, 이론의 축적이 있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대유행이 기존 사례와 다른 점은 유례없는 속도와 규모로의 확산이다. 20세기 초 스페인 독감 이후 가장 심각하다는 코로나-19의 범유행은 각국의 공공의료 수용 능력을 뛰어넘을 뿐만 아니라, 공공보건과 관련된 각종 활동, 즉 예방 및 소독, 격리, 정보제공 및 사회적 거리두기 등 여러 관련 정책의 종합적, 동시다발적 집행이 요구되었다. 또한, 각국이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국경을 통제하고, 물류의 이동을 제한하는 등 통상적 무역과 생산활동, 소비 및 이동을 제한함으로써, 과거 여러 감염병 유행이나 경제위기와는 비교하기 어려운 큰 피해를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발생확률이 낮은 재난은 각 정부의 의제와 예산 배분에서 후순위로 밀리거나(Wolensky & Wolensky, 1990) 피해 규모와 속도에서 비상시 대응 가능한 매뉴얼의 범위를 뛰어넘기 때문에, 코로나-19의 확산은 각국의 행정 체제를 시험대에 올려놓았다(An & Tang, 2020).

과거 늦장 대응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던 감염병 사례들을 고려할 때, 이러한 속도와 규모의 재난에는 정부가 광범위하고 민첩하게 코로나바이러스 검사와 같은 전국 규모의 대응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박승규, 김태형, 문명재, 2021; 이정용, 이정현, 김용희, 2021; Moon, 2020). 동시에, 사안에 따라 특정 개인 혹은 집단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다. 정부의 행정역량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우선순위 혹은 선별적 관심을 가지고 대응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코로나-19 같은 대규모 팬더믹(pandemic)의 경우에는 국가가 단지 공중보건과 질병 통제에 관한 역량뿐만 아니라 국제협력, 무역, 거시경제, 빈곤 및 취약계층 보호, 자영업 또는 중소기업 보호 등 거의 전 행정 및 정책영역에서 기존의 관료체제 및 공공-민간 관계를 뛰어넘는 신속하고 신중하며, 때로는 매우 구체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Van der Wal, 2017).

코로나-19는 많은 측면에서 다면적(multi-dimensional)이면서도 중앙에서부터 가장 최하부의 지역공동체에 이르는 다층적(multilevel)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해결하기 ‘고약한’ 공공난제(wicked problem)로 정의될 수 있다(Auld, Bernstein, Cashore, & Levin, 2021).1) 공공난제는 인구절벽, 기후변화, 감염병 범유행 등을 포함하며, 극도의 복잡성, 불확실성, 그리고 모호성 때문에 문제에 대한 정의는 물론, 합의된 해결책이 부재하고, 좀 더 나은 혹은 나쁜 해결책이 있을 뿐이다(Head & Alford, 2015). 따라서 엄격한 규칙과 절차를 바탕으로 하는 전통적인 베버리언(Weberian) 관료제를 통한 방식이나 절차로는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응이 어렵고, 정책결정자에 의한 높은 수준의 추상적 계획에서 정책집행자에 의한 구체적 적용까지 순차적인 접근을 의미하는 폭포수 접근(waterfall approach)도 한계를 보인다. 이처럼 그 종료 시기와 해결책의 효과가 불투명하면서 전 사회경제적, 정치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 범유행은 하나의 난제라고 볼 수 있다.2)

그러면 코로나-19처럼 민첩하면서도 효과적인 대응을 해야 하는 공공난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과거 일본 한신(阪神) 대지진(1995) 대응실패, 신종플루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사례에서 본 우리나라 정부의 늑장 대응은 결국 관료주의와 절차에서 비롯된다. 본 연구는 민간에서 시작하여 공공부문으로 점차 확산되고 있는 민첩성을 의미하는 애자일(agile)과 디자인 사고(design thinking)의 개념의 적용 가능성을 코로나-19와 관련된 민관협력 사례를 통해 탐색해보고자 한다. 특히 2020-2021년에 이르는 우리나라 코로나-19의 긴급한 대응이 요구되는 사안의 경우, 기존의 정부 중심의 중앙집권형(또는 폭포수형) 접근과는 달리 아래로부터 민간과 시민을 포함한 상향식(bottom-up) 문제해결 과정이 ‘민첩’하게 이루어졌다(한국행정연구원, 2021). 즉, 코로나맵과 공적 마스크 제공 앱, 잔여백신앱 개발 및 제공 등에 있어서 일정한 관료적 ‘절차’와 정부 책임자의 승인을 거쳐야 했던 과거와 달리 현장에서 민간의 주도와 이에 대한 공공부문의 긴밀한 협력이 두드러졌고, 초기 시민들의 불평과 피드백을 민첩하게 반영하여 좀 더 시민의 요구에 맞는 최종 서비스를 내놓으며 ‘K-방역’이라는 반응을 얻게 되었다.

본 연구는 공공난제 해결과정에서 민첩하고 시민의 요구에 부응하는 행정을 위해 정부와 민간부문이 공-사의 장벽과 관료조직 및 절차를 넘어 어떻게 빠르고 효과적으로 협력하고, 어떤 방식으로 협업이 작동하는지 탐색하는 연구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코로나-19라는 긴급한 상황 속에서 일어난 민-관의 협업 사례 가운데 특히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코로나맵 개발과 공적 마스크 애플리케이션이나 애자일 과정에 참여했던 현장 전문가 인터뷰를 수행하였으며, 다양한 2차 자료 연구를 통해 애자일과 디자인사고의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였다.


2. 선행연구와 이론: 공공난제 해결을 위한 민첩성과 디자인사고

1) 기존문헌의 검토: 공공난제의 해결, 협업, 그리고 정부부문의 한계

사회과학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고약함’을 의미하는 공공난제는 그 존재에 대해 학술적으로 어느 정도 인정되고 있으나 여전히 통일된 정의는 없다. 그러나 공공난제는 그 특징을 요약하면 해결하기 어려운 복잡한 문제로서 문제 자체를 정의조차 하기 어렵고, 불확실하고 애매하며, 심지어 우리에게 어떤 영향과 결과를 가져오는지 예측조차 어려운 것이라고 볼 수 있다(문명재, 2021; 송희준, 2008; 윤영근, 2013; Head & Alford, 2015; McConnell, 2018; Rittlel & Webber, 1973). 흔히 빈곤, 기후변화, 노령화 등 현대 정책문제의 상당수가 공공난제로 꼽히며,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기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 정확한 정보도 부재하며, 개입 시기와 해결을 위한 대안 파악조차 어렵다는 것이다. 공공난제에 대한 인식이 학술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하면서 해결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졌으나 여전히 상대적으로 나은 혹은 나쁜 해결책이 있을 뿐이다. Auld, Bernstein, Cashore, & Levin(2021, pp. 709-12)은 심지어 시간적 촉박함, 중앙집권적 컨트롤 타워의 부재, 원인과 해결책의 불명확성, 현재의 정책선택과 미래의 경제적 합리성의 불일치 등을 기준으로 코로나-19를 ‘수퍼난제’(super wicked)로 표현하기도 한다.3)

여러 선행연구에서 완전한 해결이 어려운 공공난제에 대하여 잠재적으로 문제의 심각성을 경감하고 불확실성을 해소할 방법들을 제시해왔고, 그중에서 특히 상황에 따른 협업(collaboration)으로 불확실성을 줄여나가는 방법이 주목받고 있다(이정용, 이정현, 김용희, 2021; Ansell, 2011; Lagreid & Rykkja, 2015). 특히 공공난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 중앙-지방을 가리지 않는 다층성, 그리고 공-사-비영리 부문을 넘나드는 등 복합적 성격이 있으므로, 난제 해결을 위한 협업은 기존 유사 개념인 네트워크 등과 달리 좀 더 명확하고 구체적인 형태의 몰입(commitment)과 일시적이 아닌 공식적, 장기적 참여를 요구한다(Ansell & Gash, 2008; Mattesich, Murray-Close, & Monsey, 2001). 이외에도, 외부에서의 지식 컨설팅, 지식공유를 위한 네트워크의 확충, 혹은 난제의 지속에 대비하기 위한 변화적응적(adaptive) 태도 등이 제시되었다(McConnell, 2018).

그러나 공공난제에 대한 대응에 있어서 효과적인 협업이 요구되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막스 베버(Max Weber)가 예찬한 효율적인 현대 관료제의 계층성과 분업체제로는 난제를 성공적으로 관리하거나 대처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오늘날 유행하는 공공난제는 전통적인 계층조직과 업무분과를 넘나들 뿐만 아니라 공-사-비영리 조직과 지식공동체, 시민 사이의 효과적인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하다. 복잡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 각기 다른 이해관계자와 조직의 행위를 조율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Grint, 2010). 이는 기존 정부 조직을 넘어 새로운 유기적 조직구성이 필요하고, 초기 단계부터 종합적이면서도 협력적인 기획과정을 위해 다차원적 정보교환 채널의 구축이 요구되며, 자원 및 책임의 공유 또한 필요하다는 것이다.

위와 같은 특성에 비추어 볼 때, 코로나-19는 그 원인과 결과, 정책효과에 대한 예측이 불명확하고, 어떤 특정 정책수단을 우선시하기가 어려우며, 해결책에 대한 뚜렷한 기대도 어려운 공공난제라고 볼 수 있다. 각 나라의 대응 전략도 천차만별이고, 백신효과에 대한 정보도 불완전하다. 더구나 코로나19가 장기화함에 따라 공중보건은 물론 교육, 취약계층 빈곤, 경제침체 등 여러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들이 나타나면서, 한정된 인력과 재정을 어디에 집중할 것인지 합의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또한, 코로나19 같은 위기는 범정부적으로 조화로운 노력이 필요하지만, 기존 정부 조직구조 및 역량과 부조화를 일으키며 기존의 제도적 틀에서 해결책을 찾기도 어렵다(O’Flynn, Buick, & Halligan, 2011).

무엇보다도 코로나19가 가진 독특성은 첫째, 전체 대응 과정을 통해서 어떤 특정한 시기에 정부, 이해관계자, 정책수혜자들의 ‘민첩한’ 대응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각국의 정책결정자들은 스웨덴과 같이 집단면역을 추구할 것인지, 광범위한 코로나바이러스 진단을 시행할 것인지, 혹은 국경을 봉쇄할 것인지 ‘민첩한’ 결정을 해야하는 상황에 놓였다.

둘째, 코로나19는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를 통한 단계별 사회적 거리두기의 적용과 실천, 전국민 대상 진단 및 역학조사 등 하향식(top-down)의 일관된 정책 대응도 필요하지만, 개인 또는 공동체의 특성, 사회경제적 조건, 지리, 문화 등에 따라 개별적 맞춤형 정책설계 또한 요구된다. 예를 들면, 인구가 밀집된 지하철 등 고밀도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수도권의 방역기준을 다른 지역에서도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셋째, 공공난제에 대한 정부 해결책의 불완전성 때문에 정부는 정책 대상 집단으로부터 항상 ‘충분하지 않음’(not enough), 위기 리더십의 부재, 콘트롤 타워의 부재 등 강한 비판과 불만족의 대상이 된다(Jones, 2015). 이 때문에 각 집단으로부터의 기대와 정치이념 등으로부터의 영향을 ‘관리’하고 비판을 빠르게 흡수하는 강력한 리더십이 중요하다(ManVille, 2016; McConnell, 2018).

이처럼 복잡한 공공난제에 대한 민첩하면서도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서는 기존 관료제의 병폐를 극복하고 여러 복합적인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이미 신자유주의적 물결 속에서 전통적 행정절차와 관료제로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고, 이에 대응하여 신공공관리론(New Public Management), 거버넌스 등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하였다. 그러나, 점차 상시화되어가고 있는 공공난제 해결을 위해서는 좀 더 행정서비스 ‘사용자 중심’의 미시적이고 세분된, 그리고 민첩한 대응을 위해 새로운 행정서비스 전달체계가 요구되고 있다(김현준, 김선희, 안상훈, 2019). 본 연구에서는 전통적 행정 패러다임과 관료적 조직을 넘어서 최근 공-사부문을 뛰어넘는 협업을 통하여 대안적 행정 및 정책 서비스 전달 방법으로 등장하고 있는 애자일과 디자인사고를 중심으로 우리나라 코로나19 대응과 관련된 사례를 분석하여 새로운 문제해결 기제를 모색하고자 한다.

2) 애자일: 민첩하고 유연한 행정

감염병과 같은 국민의 생명에 관련된 위기의 경우, 민첩한 대응과 함께 ‘예방(prevention)-복구(recovery)-회복력(resilience)’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진단과 치료를 시작한 순간에도 어느 곳에서는 또다시 확산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Moon(2020)은 다른 국가들이 스웨덴과 영국과 같은 국가의 소위 소프트(soft) 접근방식과 중국이 사용한 방식인 여행금지 및 락다운(lockdown) 등 하드(hard) 접근방식 사이에서 고민하는 사이, 우리나라는 독특하게도 민첩하고 변화적응적인 접근을 취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관리가 가능했다고 주장한다. 즉 정부가 공격적으로 대규모 코로나 검사, 잠재적 증상자 추적 및 역학조사를 실시하여 빠르게 확진자들을 찾아냄으로써 확산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MERS) 경험으로 감염병 대응에 필요한 시설수용 능력과 역량이 확보되어 있었고(An & Tang, 2020), 예상치 못한 새로운 사태에도 소위 ‘드라이브 스루’(drive thru) 같은 검사방식을 도입하고, 정부 훈련시설이나 유휴시설을 자가격리 장소로 제공하는 등 유연하게 대처함으로써 초기 확진자와 사망자의 급증 추세를 진정시킬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민간부문에서 변화를 빠르게 감지하고 혁신하는 조직으로의 변화를 위해 주목하기 시작한 애자일은 단순히 민첩함만을 의미하지 않으며, 조직이 급변하는 환경에서 사용자 중심(user-centered)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조직 전체가 민첩하게 생산기술과 과정을 혁신하기 위한 경영기법으로 도입되었다(Dennings, 2018). 원래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서 발전된 애자일은 분야와 종류에 상관없이 거의 모든 조직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Public Administration Review 같은 행정 및 정책 분야 저널에서도 새로운 거버넌스 기법으로 최근 소개되고 있다(Mergel, Ganapati, & Whiford, 2020).

애자일은 역동적인 소프트웨어 개발이나 스타트업(startup) 세계에서 흔히 있는 변화적응적 방법으로, 정책결정자들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사용자의 필요를 만족시키기 위해 많은 이해관계자를 제품 및 서비스 생산에 참여시켜 즉각적으로 피드백을 서비스 생산에 반영함으로써 실패 위험을 줄이고 매몰비용(sunk cost)을 감소시키기 위한 전략이다(윤정원, 김종열, 장석권, 2020; Bisen, 2018). 애자일 방법은 하향식 폭포수 접근과 대비되며, 전통적인 행정서비스 접근을 채택한 대규모 프로젝트나 기금운용이 실패함으로써 야기될 엄청난 매몰비용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공부문에서도 디지털 시대에 가변적인 환경은 좀 더 민첩하고, 유연하며, 대응성 높은 정부 서비스를 요구한다. 전통적 행정 패러다임은 수요자인 시민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합리적으로 대안을 분석하고 자원을 배분하며, 책임성 증대를 위해 세세한 정책 사이클에 따라 계층조직을 통해 결정하는 하향식(top-down) 과정을 거친다. 반면, 애자일의 과정은 하향식 접근법과 달리, <그림 1>과 같이 행정가들이 목표로 하는 행정서비스에 근접한 첫 베타(beta)버전(혹은 프로토타입(prototype))을 만들고, 실제로 시험 가능한 상황에서 조직 구성원뿐 아니라 사용자인 시민들을 대상으로 계속 테스트하고 실시간 피드백을 받아 반영하여 빠르게 서비스를 개선해 나간다. 이 과정은 만족할만한 최종 서비스 개발 때까지 무한 반복된다(Bisen, 2018). 이 애자일 방법론은 정부의 행정서비스나 정책이 언제든 수정 가능한 ‘영원한 베타버전’이라는 자세에서 비롯된다(Ling & Mao, 2018). 적시에 과학적 증거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반복적으로 테스트하고, 투명성 제고를 위해 사용자 및 이해관계자와 의사 교환을 지속하는 것이다.4)

<그림 1>

애자일 행정서비스의 일반적 과정출처: “Governance amid technological disruption: a vision for an agile public service,” by Ling & Mao, 2018, Ethos, 18; “Agile: a new way of governning,” by Mergel et al., 2020, Public Administration Review, 81(1), 161-165에서 재구성.

애자일 행정서비스는 혁신 선도국인 싱가포르와 미국, 영국, 캐나다 등에서 차례로 도입되고 있다. 싱가포르의 공공 주차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인 파킹앱(Parking.SG App)은 애자일을 도입한 공공서비스의 대표적인 예다. 싱가포르의 공용주차장은 원래 쿠폰 또는 현금 카드를 통해 주차요금을 부과하는 체제로 운영되었다. 정부는 2016년 기존 정보 관련 부처를 통폐합하고, 신설된 싱가포르 정부기술청(Government Technology Agency of Singapore, GovTech)을 정부의 ‘스마트 네이션’(Smart Nation) 추진전략의 책임기관으로 지정하고, 도시개발청(Urban Redevelopment Agency) 및 주택개발청(Housing Development Board)과 합작으로 주차 관련 문제(주차공간, 주차료 등)를 해결할 수 있는 모바일 플랫폼을 개발하였다(GovTech, 2017). 개발팀은 첫째, 처음부터 완벽한 모바일앱보다는 시험 가능한 최소한의 앱(‘minimum-viable-product’) 개발을 강조하였다. 즉, 목표의 핵심 요소에만 근접한다면, 테스트와 피드백을 반복하여 완전한 앱을 향상하겠다는 의도였다. 둘째, 사용자의 선호조사를 위해 주택개발청, 도시개발청 관료들은 물론, 교통경찰과 실제 운전자들을 대상으로 인터뷰 및 현장 조사를 시행하고, 그들의 피드백을 개선에 반영하였다. 셋째, 테스트 가능한 모바일앱 시제품을 4개월 안에 만들고 반복적 과정을 거쳐 8개월 만에 최종 앱을 선보였다(Ganesan, Lam, & Lin, 2019). 시민들도 초기 버전이 완전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오히려 개발팀의 지속적 피드백을 통해 업그레이드하는 것에 대체로 긍정적이었으며, 종이 쿠폰도 실질적으로 절감할 수 있었다. 이러한 성과는 개발팀이 애자일 마인드로 베타버전을 지속해서 수정하고 초기 실패에서 학습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기술청이 정부의 ‘인하우스’(in-house) 기술개발 리더로서 각 부처 간 벽을 넘어 협업을 위해 노력하였기에 가능하였다(GovTech, 2017).

이처럼 애자일은 공공부문에 비교적 최근 소개되었으나, 빠르게 ‘사용자 중심’의 행정서비스를 위해 확산되고 있다. 행정서비스 개발단계부터 사용자인 시민과 조직 구성원에게 과정이 개방되어 포용적이고 투명하여, 민주적 행정원리에도 부합한다. 탄력적 조직에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든지 시민의 피드백에 응답을 준다는 점에서 기능 중심적 행정조직을 넘어선다(Mergel et al., 2020). 심지어 계선조직의 단계를 뛰어넘어 소셜미디어를 활발하게 하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종종 피드백에 대응하기도 한다. 또한, 개별 구성원의 전문성과 판단이 중시되므로 상향식의 행정과정이 가능하다(Ling & Mao, 2018). 이런 측면에서 긴급성 때문에 일괄대응이 요구되는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확산에도, 애자일은 개별 시민, 집단, 지역이 필요로 하는 행정서비스를 민첩하고 차별적으로 제공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3) 문제를 ‘정의’하는 행정: 공공난제와 디자인사고

문제정의와 해결책에 대한 합의가 부족한 공공난제는 정책과정의 혁신이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디자인사고를 바탕으로 행정서비스를 새롭게 정의하고, 사용자(시민)의 관점에서 창의적인 해결책의 도출이 필요하다(김현준, 김선희, 안상훈, 2019). 기존의 접근법이 더는 해결책을 가져다주지 못할 때 사기업이나 공공조직 모두 어떤 혁신적 접근이 필요하며, 벤치마킹 등의 고전적 방법으로는 문제해결이 어렵다는 것이다(송동주, 박재호, 강상희, 2017; Brown, 2009). 심지어 잘 정의된 문제와 해결책도 종종 예기치 않은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처럼 산업디자인 부문에서 유래하여 혁신을 추구하는 방법으로 발전되어 온 디자인사고는 사용자인 시민과 고객의 필요를 이해하고, 기존 조직구조와 가정에 도전하여 문제를 재정의하며, 반복적인 과정을 거쳐 혁신 전략을 개발하려는 하나의 사고방식의 전환이기도 하다. 즉, 정의가 잘 되어 있지 않거나, 잘 알려지지 않은 문제들을 인간 중심적인 접근을 통해 창의적으로 해결하려는 절차라는 것이다.

성공적인 정책의 집행은 결국 기획과 결정 단계에서 정책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디자인(설계)했느냐에 의존한다는 측면에서, 행정과 정책연구의 디자인 정향(orientation)은 가깝게는 1980년대(Howlett, 2014), 멀게는 H. A. Simon의 제한된 합리성(bounded rationality) 논의에 이르기까지 꽤 깊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Cousins, 2018, pp. 5-6). 즉, 정책결정자의 인지능력의 한계와 상황의 불확실성, 시간의 제약 때문에 문제를 정확하게 정의하지 못하고 결과적으로는 최적의 선택이 아닌, 만족할만한 수준(satisfying)에서 정책의 디자인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처럼 문제정의와 정책설계에 관한 관심은 행정학과 정책학에서도 오래전부터 관심을 받아왔다.

그러나, 최근의 공공서비스 디자인에 관한 관심은 질적으로 다르다. 새로운 경향은 문제해결을 위해 다양한 정책수단을 어떤 방식으로 적재적소에 사용할 것인가를 좀 더 폭넓은 참여를 통해서 추구하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과정이 기술관료에 의해 주도되었다면, 새로운 디자인 정향은 정책과 행정서비스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여 정책 설계자와 시민 간 틈새를 좁히는 민주적 절차라는 것이다(Howlett, 2014; Kolko, 2018). 참여 활성화를 통해 사용자 관점에서 문제를 재정의하고, 정책실험, 정책 랩(lab), 그리고 파일럿 프로그램 등을 통해 테스트하여 좀 더 창의적인 해결책을 도모한다는 것이다.

디자인사고는 참여를 통해 시민-정책 디자이너-정부가 협업하도록 과정을 반복한다(Mintrom & Luetjens, 2016). <그림 2>와 같이 디자인사고는 명확하게 정의된 문제에서 시작하지 않으며, 깊은 공감(empathize)을 통해 사용자(시민)에 대해 학습하고, 정책 디자이너가 대상자들에 동화될 것을 강조한다(Kolke, 2018). 이를 위해 민속지학적 관찰(ethnographic observation), 협업, 빠른 학습, 아이디어의 시각화, 페르소나(persona) 만들기 등 여러 기법을 동원하여 아직 잘 다듬어지지 않은 사용자의 숨은 필요 및 근본 원인을 찾아내려고 노력한다(Dunne, 2018). 프로토타입(시안)의 제작은 롤플레잉(role playing), 스케치, 모형제작 등 테스트 가능한 형태로 사용자로부터 피드백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정책 설계자는 이미 문제해결 과정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반복을 통해 문제정의와 해결책이 진화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Dorst & Cross, 2001). 예를 들면,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단순히 공적 마스크를 배분을 떠나, 시민들의 피드백에 기반하여 언제,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배급을 원하는지 사용자인 시민의 관점에서 디자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림 2>

디자인사고의 일반적 과정출처: <디자인씽킹>, 송동주 외, 2017, 서울: 페가수스; Change by design: how design thinking transforms organizations and inspires innovation, by Brown, 2009, New York: Harper Business.

공공부문에서 점차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디자인사고는 불투명하고 고약한 난제에 대한 해결 수단으로서 성공적으로 수행이 될 경우, 고객의 요구에 부응하며, 효과적 서비스 전달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정부 서비스의 이용과 접근에 있어서 장애물을 제거하고 대규모 실패로 야기될 매몰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애자일과 일맥상통한다(Lewis, McGann, & Blomakamp, 2020).

물론 공공부문에서 디자인사고 사례가 여전히 제한적이고, 실제로 모든 사례에 만병통치약도 아니다(Lewis et al., 2020).5) 오히려 전체 디자인과 개발과정에서 많은 인적·물적 자원의 동원에도 불구하고 최적의 해결책을 찾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내부 비판 가능성이 있고, 조직 구성원을 장기간 동기부여 하기도 어렵다(Minstrom & Luetjens, 2016). 또한, 조직 내에서 디자인부서 존재의 정당성을 인정받아야 하는 문제도 있다. 디자인사고가 조직에서 항상 환영받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Dunne, 2018, p. 10). 그러나, 코로나19와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문제정의와 해결책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폭넓은 참여를 통해 이전에 생각하지 못한 해결책을 찾아나가는 것은 필수적이다. 따라서 디자인사고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형태의 긴장 상태를 해소하며, 디자인사고를 문제해결에 있어 필수적인 마음가짐으로 뿌리내리는 것이 중요하다(Prud’homme van Reine, 2017).


3. 정부 조직에서 애자일과 디자인사고의 조건

위에서 논의한 바와 같이 애자일과 디자인사고에 기반한 공공서비스는 휘발성 강하고, 불확실하며, 복잡하고 애매한 환경(VUCA: volatile, uncertain, complex, ambiguous)에서 잠재적 실패확률을 줄이고, 대규모 매몰비용의 발생을 방지하며 창의적 해결을 도모할 수 있는 유용한 방법이고, 두 가지 방법 모두 과정(process) 혹은 마음가짐(mindset)으로도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또한 애자일과 디자인사고는 사용자로서의 시민을 협업의 중요한 파트너로 참여시키며, 그들의 실시간 피드백에 기반하여 좀 더 나은 서비스를 개발하게 된다.6)

애자일과 디자인사고가 시너지(synergy)효과를 내며 공공부문에서 효과적으로 적용하기 위해 공공조직의 지지와 리더십이 필요하다. 박승규, 김태형, 문명재(2021, 173-4쪽)의 연구에 따르면 정부 구성원들이 민첩한 대응을 위한 협업과 소통의 중요성은 인식하고 있으나, 아직도 위험회피적 관료문화와 관행에 제약을 받고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혁신을 가져오는 기업가적 리더 혹은 영웅(hero)이 주목받는 민간부문과 달리, 결국 공공부문에서 난제 해결을 위해 애자일과 디자인사고의 과정을 통해서 혁신을 주도 및 촉진할 수 있는 문화적, 제도적, 정치적인 환경을 조성하며, 조직 내·외부의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Fernandez, Cho, & Perry, 2010). 즉, 공공서비스와 정책의 모든 단계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요구를 관리하고, 때로는 거버넌스 재조정 및 입법과정도 주도하는 등 정치적 리스크를 제거하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것이다(McConnell, 2018, pp. 172-3).

다만, 민주주의 정치 현실에서 애자일과 디자인사고를 적용을 위해서는 리더십에 대한 몇 가지 기대를 하게 한다. 첫째, 공공난제에 대한 성공적 대처를 위해 사용자인 시민과 전문가의 적극 참여를 권장하는 애자일과 디자인사고는 전통적 조직 간 경계를 넘어 다른 이해관계자들과 조직의 행태를 조율하고 협업을 관리하는 리더십이 필수적이다(Yukl, 2002).

둘째, 전통적 관료조직은 합리적 목표에 따라 효율성을 추구하며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것을 요구받아왔으나, 애자일과 디자인사고는 공공조직이 회피해 온 실험과 실패를 통한 문제해결을 추구하므로, 이에 익숙하지 않은 조직 구성원들을 독려하는 리더십을 요구한다(윤정원, 김종열, 장석권, 2020; Bason & Austin, 2019; Sørensen & Torfing, 2013). 특히, 조직 구성원의 지속적 참여와 피드백 과정에서 ‘목표지향적인’ 일선 조직 구성원과 중간 관리자들의 의견이 수렴하지 않는 과정에 대해 불안해하는 경우, 비판으로부터 운신의 폭이 상대적으로 넓은 정치적 리더들이 보호해 줄 필요가 있다. 또한, 계속된 실패에서 오는 회의감을 줄이고 적극적으로 지지해야 한다는 것이다(Bason & Austin, 2019).

셋째, 정부조직은 폐쇄성으로 인해 협업을 위한 정보, 책임, 예산공유 등에 적극적이지 않으므로, 애자일과 디자인사고는 실질적 협력을 독려하는 리더십에 많은 부분 의존한다. 이를 위해 구성원에게 권한을 일정부분 이양하고 역량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Boisvenue-Fox & Meyer, 2019). 집단사고 과정인 애자일과 디자인사고 리더십은 ‘옳은 해결책’ 보다는 ‘옳은 질문’을 통해 구성원들이 성공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Grint, 2010, p. 171).

정리하자면, 전통적인 관료적 접근과 비교할 때, 애자일과 디자인사고를 통한 공공난제 해결은 <표 1>과 같이 대체로 1) 문제의 본질과 이해관계자 및 해결책 파악이 어려운 복잡한 문제의 경우와, 2) 기존 관료조직의 계선과 막료를 넘어 초정부적으로 민간과의 빈번하고 실질적인 협력이 가능하고, 최종 산물이 나오기 전 지속적인 상향적 피드백과 정책 및 서비스 수정이 이루어지며, 3) 민첩하고 창의적인 해결책의 도출이 예상된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민첩하고 창의적인 태도와 리더십을 필요로 했던 우리나라 코로나19의 대응 과정은 전통적 관료조직의 폐쇄성과 경직성을 다소 완화할 수 있는 행정적·제도적 조건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행정의 효율성을 증진하여 시민에 대한 서비스를 향상하게 시키고자 공직자의 선제 대응과 창의성 문제해결을 강조하는 적극행정의 기조가 최근 강화됐다(김기현, 2020). 실제 행정 현장에서는 여전히 실험적 시도에 대한 위험회피 성향이 있을 수 있으나 적어도 코로나19와 같이 긴급을 요하는 경우, 과거와 달리 적극행정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공공기관과 민간부문, 그리고 고객인 시민 간 지속적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불확실성을 완화하고자 하는 노력은 애자일과 디자인사고를 공공부문에서 적용하는 데 매우 중요한 조건이라고 볼 수 있다(윤정원, 김종열, 장석권, 2020).

관료적 접근과 애자일/디자인사고 접근


4. 애자일과 디자인사고로 본 코로나-19 대응 사례

1) 정부의 코로나19 대응과 주요 정책수단

코로나19와 같은 위기 시 국민이 국가에 다양한 정책수단을 사용하여 좀 더 일관성 있고 효과적인 대응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Rosenthal & Kouzmin, 1997; McGuire & Schneck, 2010). An & Tang(2020, p. 7)은 코로나19 기간에 문제해결을 위해 사용 가능한 정책수단을 크게 검사, 이동 제한, 국경통제, 격리 및 추적, 취약계층 보호, 대국민 홍보, 비즈니스 및 학교, 집회에 관한 선택으로 구분하고 있다. 예를 들면 검사의 경우, 전국을 대상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특정 집단(클러스터) 중심으로 할 것인지, 의심 증상자 혹은 유증상자를 대상으로 할 것인지, 외국인을 포함할 것인지, 자비 치료 혹은 국가지원을 할 것인지, 어떤 절차를 거쳐 어디서 진단할 것인지 등 정책수단 별로 고려해야 할 많은 변수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2020년 1월 초 중국 후베이성(湖北省)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폐렴 환자가 집단으로 발병하자,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는 후베이성발(發) 입국자에 대해 검역을 강화하고, 유증상자에 대해 진단을 하며, 의심 환자에 대해서는 음성 판명까지 격리를 시행한다고 발표하였다(아시아경제, 2020. 1. 3). 첫 확진환자가 나오자 정부는 감염병 위기경보 수준을 ‘경계’로 상향하면서 보건복지부 장관을 수장으로 하는 중앙사고수습본부를 가동하기 시작하였다. 이는 2015년 메르스(MERS) 초기 실패에서 학습하여 적시에 대응하게 된 것이다. 그 후 2월 중순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 교회 사례를 중심으로 대구·경북지역의 확진자가 급증하여 일일 확진자가 900명이 넘는 등 코로나19가 확산추세로 돌입하였고, <그림 3>과 같이 정부는 2월 23일 감염병 경계 태세를 ‘심각’으로 격상하였다. 또한, 역학조사와 진단 확대, 의료·수용시설 확충, 마스크 공급 등 추가확산 방지 노력을 계속하였으며, 동시에 경기침체에 대응을 위한 정책을 내놓기 시작하였다.

<그림 3>

국내 코로나-19 주요일지

이러한 노력으로 약 2개월 후인 4월부터 일일 확진자가 감소하며 점차 안정세를 유지하게 되었고, 다른 국가와 비교하여 증가추세를 성공적으로 늦춘 우리나라와 동아시아 국가를 조명하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하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감염병의 경험에서 나오는 질병 관리체제 개편이 큰 역할을 하였고(An & Tang, 2020; Moon, 2020), 발병 후 각 감염사례를 최대한 빠르게 추적하는 기술축적이 있었다. 또한 민간 제약사에게 진단키트의 대규모 보급을 독려하고,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신속한 격리와 치료를 수행하며, 동시에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강력히 실시하면서 감염 속도를 늦출 수 있었다. 이 외에도 국가 방역의 핵심으로 떠오른 질병관리본부와 리더십의 역할, 확진자와 의심 사례의 동선 추적을 투명하게 공개된 정보, 시민들의 자발적 협조 등이 성공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요약하면, 난제의 성격을 가진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은 거의 전 정책 분야에 걸쳐 정부 자원을 투입하고, 공공-민간-비영리 부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전 사회적 접근(whole of society approach)이 필요하다. 즉, 국가기관은 협업 파트너로서 민간부문 및 시민과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모든 공동체와 이해관계자들을 아우르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UNDESA, 2020). 전례 없는 위기에서는 난제 해결을 위해 광범위한 참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애자일-디자인사고가 추구하는 사고방식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동시에 코로나19와 같은 위기에는 대규모 동원뿐 아니라, 보건, 경제, 외교, 인프라, 교육 등 여러 분야에서 ‘차별화된’ 정책의 동시다발적 사용이 요구된다. 민첩한 대응이 요구되기 때문에 처음부터 온전한 정책집행이 어렵고, 정책의 전방 및 후방에서 계속해서 기존 가설에 도전하고 실행하며, 결과를 가져오는 과정을 반복한다(Lee, Hwang, & Moon, 2020). 많은 실패를 통해서 얼마나 빠르게 학습하느냐, 조직에서 어느 범위까지 실패를 용인하고 보호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2) 사례분석

코로나19에 대해 정부는 거의 모든 정책 분야에 대응이 요구되지만, 정부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위에 언급된 정책수단의 목록은 거의 전 정부 부처가 관련이 있고, 정부의 총괄적 지휘와 감독이 필요하지만, 동시에 아래로부터의 적극적 참여가 필요하다. 아래에서 논의할 코로나맵 및 공적 마스크 제공을 위한 애플리케이션 개발과정은 비록 엄격한 애자일 및 디자인사고 방법론을 사용한 것은 아닐지라도 애자일과 디자인사고의 방향성이 충실하게 반영된 중요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7) 두 사례는 애자일이 본래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시작되었다는 점, 시민의 요구에 가급적 맞추기 위해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짧은 시간에 디자인에 반영한 사례라는 점에서 선정하였다. 코로나-19 관련 대응이 모두 성공적이었던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두 사례에서는 민관 간 협업이 속도와 정도 면에서 모두 민첩하게 일어났으며,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과 피드백, 실제 사용자가 편리한 방향으로 수정이 최종 산물 때까지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기존의 정책적 대응과 차이가 있다.

(1) 코로나맵 개발 사례

우리나라 정부는 지난 메르스(MERS) 같은 감염병 확산 국면에서 정보를 적시에 제공하지 못하거나 늑장 대처로 인해 큰 피해가 발생했던 것에서 신뢰할만한 정보의 제공과 빠른 공유가 중요하다는 점을 인지하였다. 정부는 코로나-19 첫 환자가 국내에서 발생 후, 과거의 실패를 교훈 삼아 빠른 대응을 시작하였고, 휴대전화 기록 등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유동 인구 추적 등을 연령대·공간·시간대별로 분석을 시작하였다. 특히, 2020년 1월 21일 이후 코로나-19와 관련된 중요 데이터를 일반시민에게 공개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당시 환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기 시작하자 질병관리본부가 제공하는 텍스트(text) 형태로 제공된 감염자 동선 정보와 정부 브리핑으로는 시민들이 빠르게 시각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웠고, 발병 위치 등에 대해 부정확한 뉴스로 혼선이 발생하는 문제가 발생하였다.

이런 상황 가운데, 정보의 시각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먼저 나선 것은 민간부문이었다. 한 대학생 개발자가 질병관리본부에서 자체 홈페이지와 공공데이터 포털을 통해 공개한 데이터를 오픈 스트리트맵에 좌표를 입력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자발적으로 시민에 무료 공개한 것이 확산되기 시작한 것이다. ‘코로나맵’(coronamap.site)으로 명명된 이 애플리케이션은 환자의 이동 경로와 격리장소, 확진자와 유증상자 수를 확인할 수 있게 함으로써 시민들이 확진자와의 접촉 가능성을 쉽게 시각적으로 찾아볼 수 있도록 하였다. 이 애플리케이션은 코로나-19 관련 공공데이터가 개방된 지 하루 만에 첫 번째 버전이 개발되고 2020년 1월 30일 코로나맵이 공개되자마자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맵 정보가 인터넷 등을 통해 보급되었으며, 동시접속자 평균 5만명, 하루 만에 240만 명이 접속할 정도로 큰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이 코로나맵이 좀 더 완전한 형태의 서비스로 제공되기 시작한 것은 민-관이 밀접하게 협업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코로나맵의 초기 버전은 접속 숫자 면에서는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처음부터 완전한 애플리케이션이 아니었다. 그러나 코로나맵이 발표되고 시민들이 실시간으로 이동 경로 등을 제공한 것을 바탕으로 업데이트하였으며, 갑자기 늘어난 접속자로 사이트가 다운되는 경험도 하였다. 늘어난 접속자로 서버가 불안정하고 비용이 발생하자, 이 소식을 들은 민간기업 네이버와 카카오, 그리고 아마존웹서비스(AWS) 등이 지도 API(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와 서버 사용료 등을 지원하기로 하였다(Amazon Service Web 홈페이지, 2020. 2. 5). 또한 울산과학기술대(UNIST) 대학생들은 코로나맵의 지역 최적화 버전을 만들고 유사한 방법으로 개방된 공공데이터를 활용하여 울산지역에 특화된 정보를 제공하기 시작하였고(동아사이언스, 2020. 3. 17), 결국 이러한 초기활동을 바탕으로 한국공간정보통신과 몇몇 소프트웨어 업체는 국토지리정보원, 한국지역개발정보원, 질병관리본부, 그리고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제공되는 공개정보를 활용하여 ‘코로나19 종합상황지도’를 만들게 되었다(전자신문, 2020. 3. 20). 이 종합지도에는 한국국토정보공사(클라우드 이용료 지원), 교육방송(EBS) 등의 공공기관도 참여하였다. 이러한 다양한 개발자들과 소프트웨어 업체, 그리고 시민들의 참여를 통해 코로나맵은 점차 온전한 애플리케이션으로 발전되었다.

앞서 이론적 배경에서 논의한 바에 따르면, 본 사례는 첫째, 코로나-19 초기 겪었던 혼란 가운데서 보건복지부나 질병관리청 단독으로 해결하기 어려웠던 진단 및 확진자 추적 문제를 정부조직을 뛰어넘어 민간과 긴밀하게 해결해 나갔다는 점, 둘째, 민간개발자가 초창기 앱을 개발하자 기존의 정부행위와 비교하기 어려운 빠른 결정으로 데이터와 협력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공-사를 가리지 않는 협업자들이 나왔다는 점, 그리고 하향식 개발이 아니라 실제 사용자인 시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창의적으로 개발되었다는 점이 애자일과 디자인사고의 맥락에 부합한다. 코로나맵의 개발과정은 코로나19라는 긴급한 상황에서 질병관리본부가 공개한 공공데이터를 토대로 민간개발자가 초기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민간기업과 관계 공공기관이 민첩하게 참여하여 애플리케이션 안정화와 보급에 이바지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이전 사례와 비교하면 차이는 두드러진다. 2015년 메르스 당시에도 IT업체인 데이터스퀘어 등 민간에서 코로나맵과 비슷한 지도를 개발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하였으나 정부가 오히려 사이트 폐쇄를 경고하는 공문을 보냈던 경험과 비교할 때(서울경제, 2020. 3. 10), 코로나-19 발생 후 정부가 빠르게 관련 공공데이터를 개방하기로 한 것은 혁신적 공공서비스 제공을 위한 필요조건이었다. 또한 2009년 감사원 규칙으로 도입되었으나 활용 사례가 많지 않던 ‘적극행정’(proactive)에 대한 면책이 문재인 대통령의 적극행정 주문과 (2019년 2월), 국무총리실에서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비상시 선조치 및 추후 규정 보완을 강조하며 내세운 적극행정 지원이 배경으로 작용하였다고 볼 수 있다(국무조정실, 2020. 5. 5). 무엇보다도 공공데이터 개방은 ‘공공데이터법’(2013년 시행)이라는 법적 근거가 있는 정책활동이었기 때문에 감사와 같은 문제에 큰 부담이 없었다.8)

결론적으로 코로나맵 개발에 민간 전문가의 광범위한 참여, 초기 불완전한 베타버전이 공개 후 계속된 참여와 실험, 그리고 피드백 등은 과거와 달리 코로나맵 개발에서 애자일과 디자인사고가 방법론으로서가 아니라 실험적인 마인드, 또 실패도 용인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적용되었다고 볼 수 있다. 민간에서 시작된 혁신에 대해 정부 차원의 개발이 더 나을 것이라는 비판이 있었음에도 민관협동이 계속되었기 때문이다(머니투데이, 2020. 2. 2).

(2) 공적 마스크 애플리케이션 개발 사례

2020년 초 정부의 코로나19에 대한 초기 대응책 중 하나는 마스크의 보급과 관리에 관한 정책이었으며, 초창기 마스크 부족과 관리부실로 많은 비판을 받았던 사례다. 마스크 착용을 강제하는 정책은 정부 입장에서 비용 대비 효과와 수급을 관리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딜레마가 큰 정책이었다(김동환, 조수민, 2021). 그러나 결국, 코로나-19 환자가 처음 발생한 후 2020년 2월부터 큰 공중보건 문제로 등장한 마스크 공급 부족은 앞서 코로나맵 개발 사례와 함께 공공-민간부문의 협업과 여러 단계에서의 실험을 통해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간 사례로 볼 수 있다.

2020년 2월, 코로나19 사례의 급격한 증가로 마스크 수요가 급증하고, 마스크에 대한 사재기와 절대적 공급 부족으로 인해 가격이 폭등하여 시민의 불만이 분출하였다. 결국 정부가 나서서 ‘마스크 및 손소독제 긴급수급조정조치’를 발동하고 국내 생산량 50%를 약국 등 공적 판매처를 통해 공급하려 하였고, 마스크의 재사용을 권고하는 등의 조처를 하였다. 그러나 수급 불안은 계속되었고, 긴 줄서기를 해야 하는 등 시민들의 불편이 끊이지 않았다.

이정용, 이정현, 김용희(2021, 26쪽)에 따르면 정부는 당시 기존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애플리케이션을 그대로 사용하거나, 민간개발자에게 의뢰, 또는 민관협력방식을 통해서 데이터 개방과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협력하는 세 가지 방안을 두고 고민하였다. 공공부문과 민간이 함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거나 서비스를 디자인하는 것은 당연히 많은 장애물이 있으나, 예전과 다릴 정부 민첩성과 협업에 대한 강조가 최근 몇 년 지속되어 오면서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더 커진 시기였다.9)

이에 경상북도의 한 현직 약사가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에 주민등록번호별로 받을 수 있는 공적 마스크 개수를 등록하고 다른 약국에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마스크 중복구매 확인 시스템’을 국민청원으로 제안한 것을 시작으로 국민 1인당 매주 마스크 2매씩 구매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해 나가기 시작하였다(중앙일보, 2020. 3. 3). 비록 여러 법적 문제로 결국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요양기관 업무포털’을 이용, 마스크 판매 이력을 공유하여 구매자 정보, 마스크 판매량, 보유 수량 정도를 확인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였으나,10) 이 과정에서 시민들의 정책 제안은 매우 효과적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마스크 공급 자체가 부족할뿐더러 개별 약국에서 벌크 마스크 포장을 개별포장으로 바꾸는 등 애로사항이 많았고, 정보가 부족한 시민들은 각 약국을 돌아다니며 줄서기를 하는 등 불편을 겪었다.

이러한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마스크 재고와 판매처에 관한 정보가 필요하였으나, 정부가 제공하는 산발적인 정보로는 일반인들이 실시간으로 확인하기 어려웠다. 이에 ‘코로나19 공공데이터 공동대응팀’이라는 일군(一群)의 시민개발자(‘시빅해킹’ 그룹)들이 공공데이터를 이용해 민간의 다양한 아이디어와 기술로 데이터를 시각화하겠다는 제안을 광화문1번가에 하면서(2020년 3월 4일) 공적 마스크 관련 애플리케이션 개발이 활성화되었다(이정용, 이정현, 김용희, 2021, 27쪽).11)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시빅해킹 커뮤니티인 널채움에서부터 고등학생 개발자까지 포함하는 이 그룹은 당시 공공데이터 종류가 제한되어 있고, 관리 주체별로 산발하여 있다면서 종합통계를 활용할 수 있도록 공공데이터 개방을 요청한 것이다(전자신문, 2020. 3. 10).

이 요청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매우 민첩하였다. 그만큼 마스크 대란으로 인한 시민의 불만이 컸고, 광화문1번가에 제시된 민간개발자 그룹의 정책 제안이 명확하였기 때문이다. 중앙정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등)와 심평원, 한국정보화진흥원, 대한약사회, 클라우드 기업 등 공공부문 기관 간 협의를 통해 2일 만에 공적 마스크 실시간 재고 등 정보를 API로 제공하기로 하였고, 결정 후 5일이 지난 3월 11일부터 ‘마스크 스캐너’, ‘굿닥’, ‘웨어마스크’, ‘똑닥’ 등 각종 마스크 알림서비스 애플리케이션 100여 개가 출시되었다(전자신문, 2020. 3. 10). 매우 짧은 기간에 초기 버전들이 출시된 것이다. 초기에 접속지연, 데이터 취합 등에 있어서 문제가 발생했으나 조기에 해결하였고, 결과적으로 공적 마스크 판매를 완료한 약국 비율이 데이터 개방을 전후로 해서 실질적으로 향상되었으며, 시민들의 줄서기로 인한 불편은 대폭 해소되었다.

이처럼 공적 마스크앱의 개발과정은 정부의 민첩한 대응과 시민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 디자인을 위해 민관이 밀접하게 협력한 결과다. 첫째, 이처럼 개발과정에서 민간개발자-약사-정부산하기관(한국정보화진흥원, 심평원)-중앙정부 사이의 지속적인 의견교환과 협력이 있었으며, 한국정보화진흥원 공공데이터 부서는 이 협업을 이끈 공로로 행정안전부 ‘협업 인재’로 선정되었다(2020년 7월 21일). 이들은 개발 초기 예상 가능한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개발자 카카오톡 채팅방을 개설하고, 개발자와 개방 데이터 항목, 오픈 API 스웨거 명세, 오픈 API 운영을 위한 클라우드 구조 등에 대한 정부의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하였다.12) 이는 소프트웨어 개발 과정에서 탄생한 애자일 개념에 부합하는 과정이다. 지속적 대화를 통해 즉각적 피드백과 수정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은 무엇보다도 시민 개발자 등 민간 행위자를 정책 파트너로 인정하였기에 가능하였다(이정용, 이정현, 김용희, 2021, 30쪽). 이 과정에 참여한 행위자의 인터뷰는 다음과 같다.

“공적 마스크앱과 같은 경우 초창기에 데이터 공개와 동선 등 개인정보 처리에 문제 소지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일단 코로나로 너무 급박한 상황이었고, 마스크앱 자체는 기술적으로 크게 복잡한 것이 아니어서 큰 갈등의 소지는 없었습니다. 공직자들은 아직도 조심스러워 하는 부분이 있지만 분위기는 확실히 달라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13)

둘째, 무엇보다도 짧은 기간 동안 공적 마스크 판매 데이터를 개방하고 애플리케이션을 개방하기 위한 회의가 청와대의 큰 관심과 적극 지원 속에 이루어졌고, 한국정보화진흥원 등 주요 공공데이터 담당자들의 리더십이 복잡하고 신속한 과정을 이끄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14) 의사결정권을 가진 관리자 그룹과 실무자 그룹이 주요 회원인 오픈톡이 따로 개설되어 일단 관리자 그룹에서 승인하면, 실무진이 민간개발자 및 기업과 밀접하게 협력하는 구조로 진행되었다.15)

그러나 공적 마스크 애플리케이션 개발만으로 마스크 수급이 해결된 것은 아니며, 전 사회적 동원이 이루어졌다. 마스크 대란 초기 중앙정부의 하향식 결정과 집행은 공급에 차질을 가져왔을 뿐 아니라 지역이나 공동체에서 취약계층(저소득층, 노인, 장애인 등)이 마스크 구매에 있어서 배제되는 결과가 나타났다. 이러한 공백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주민의 필요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인지함으로써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다. 서울시 일부 구청에서는 대리 수령을 허용하고, 주민센터와 약국의 마스크 공급시간을 통일시키는 등 좀 더 시민의 필요에 맞추기 위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계속 실험하였다. 이처럼 마스크 적시 공급이라는 난제의 해결을 위해 공-사의 구분 없는 협업과 문제정의, 실험, 빠른 대응, 시민 필요에 맞는 정책 디자인을 통해 4개월 만에 공적 마스크 체제를 종료할 수 있었다.


5. 시사점 및 결론

본 연구에서는 복잡하고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로 최근 관심을 받아 온 공공난제 개념을 바탕으로 전통적인 관료조직과 행정서비스 접근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코로나-19라는 가운데 등장하는 여러 행정수요에 민첩하고 창의적이며, 무엇보다도 실제 사용자인 시민의 선호에 맞는 맞춤형 공공서비스 제공 방법으로서 애자일과 디자인사고를 제시하였다. 특히, 코로나19 초창기 확진자 정보제공에서 혼란과 공적 마스크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이루어졌던 코로나맵과 공적 마스크앱의 개발 사례를 통해서 복잡한 상황 속에서 기존의 공공조직이 아닌 소프트웨어 개발자나 대학생, 약사, 해킹그룹 등 민간 부문에서 먼저 정부의 데이터를 이용하여 초창기 앱을 개발하였으며, 이후 대기업과 정부가 기존 정부부처 주도의 문제해결 과정에서 벗어나 협업을 하며 민첩하면서도 실질적인 해결책을 도모하였다. 그 결과 싱가포르의 주차 애플리케이션 사례에서 보듯, 자칫 수개월 걸릴 수 있는 사안들을 1주일도 안 되는 기간에 시민 편의성을 도모하는 창의적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었다.

물론, 코로나-19와 각종 행정적 대응이 기존의 거버넌스론, 리더십, 적극행정 등의 이론으로도 일정부분 설명이 가능하다. 뉴거버넌스가 강조되면서 시민의 문제해결과 공공서비스 제공에서의 적극적 참여가 강조된 것처럼, 부처 간 벽을 허무는 협업과 다양한 집단의 참여 확대를 통한 디지털 애플리케이션 개발 등은 크라우드 소싱(crowd sourcing) 등 정책수단론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는 협업이 필요한 코로나-19가 가진 공공난제로서의 성격과 긴급성, 그 규모는 애자일과 디자인사고의 접근을 통해 민첩고 창의적 해결책을 발굴하고, 하향적인 폭포수 접근뿐만 아니라 특정 상황과 집단의 필요에 맞는 참여자 중심의 상향적 접근을 하며, 이러한 다양한 상황과 행위자 간의 관계를 조율하고 협업이 이루어지도록 관리하는 새로운 유형의 조직구조와 환경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민첩함 뿐 아니라 협업의 수준이 매우 깊었다는 것이다. 공적 마스크 개발과정에서 아예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에서 공개 채팅방을 열어 실시간으로 공공부문과 민간 참여자들이 의견을 교환하고 피드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은 기존에 관찰하기 힘든 과정이었다.

코로나-19는 재난대응을 위한 정부 매뉴얼의 수준을 넘는 전 사회적 접근을 요구하며, 해결책에 대한 뚜렷한 합의가 어려우므로 공공서비스 수요자인 시민의 선호를 빠르게 반영하고, 피드백을 통해 시험이 가능한 정책을 내놓기 위해 애자일 방법이 매우 유용하다. 실제로 코로나맵이나 공적 마스크 제공에 있어서 실시간으로 시민들의 불만이 접수되었고, 긴급성 때문에 담당 부서의 빠른 대응과 때로는 관료조직을 넘어서는 참여와 협력이 필요하였다. 또한 초기 버전의 생산 이후에도 지속적인 피드백과 수정으로 좀 더 온전한 해결책으로 진화할 수 있었다. 코로나맵 개발이나 공적 마스크 모바일앱은 기존 조직구조와 과정으로는 적시에 개발이 어려웠음은 자명하다. 공공과 민간부문의 긴밀한 협력은 잔여 백신 예약을 위한 앱 개발에서도 지속되었다.

본 연구에서의 사례가 비록 애자일과 디자인사고의 엄격한 적용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두 기법에서 강조하는 애자일한 대응과 긴밀한 민관 협업, 그리고 실시간으로 계속되는 의사교환과 피드백은 점차 공공-민간 부문에서의 애자일과 디자인사고 방법이 성숙한 조건에서 발휘될 수 있었음을 보여주었다. 김현준, 김선희, 안상훈(2019, 110-11쪽)은 대안적 공공서비스 전달체계로서의 디자인사고의 방법론이나 의미가 공공조직에 체화되지 못하고 제한적으로 - 특히, 공공난제, 재난 등 - 이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았으나, 공공데이터법 등을 통해 기존의 정부조직만 접근할 수 있었던 정보들이 공유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가짐에 따라 정보 비대칭성이 해소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또한, 부작위로 인한 국민권익 침해 등을 방지할 수 있도록 적극행정 운영을 규정하여 적극적으로 문제해결을 하도록 제도적, 문화적인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는 것도 중요한 변화다. 코로나19에서도 대통령과 총리실에서 적극적인 행정을 주문할 정도로 중요성이 커졌다. 이는 공공난제 해결에 있어서 계속된 실패를 보호하고 협업을 통하여 업무처리를 하는 데 있어 중요한 제도적, 문화적 배경이라는 것이다(Sørensen & Torfing, 2013).

이러한 애자일, 디자인사고를 통한 행정서비스 전달에 있어서 리더십에 대한 기대는 반드시 조직의 수장(혹은 영웅)에서 찾지 않는다. 애자일과 디자인사고는 공공조직의 수장뿐만 아니라 중간 및 하위관리자, 심지어 일반 시민의 선도적 행동과 리더십을 요구한다. 코로나맵과 공적 마스크앱 개발과정은 이를 대변한다. 또한, 전통적 역할을 넘어서, 방향을 제시하고, 정보공유를 독려하며, 서로 다른 의견을 용인하는 환경이 필요하다. 본 연구의 사례에서 보듯, 중앙정부가 통일적으로 단일 앱을 개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으나, 오히려 부문 간, 조직 간, 그리고 개인 간 다양한 확산적 사고가 실험과 피드백을 거쳐 최종안으로 나온 만큼, 문제해결 과정에서 구성원들의 다양성을 용인하고 독려할 수 있는 분위기가 필요하다(Bason & Austin, 2019).

위와 같은 장점과 함의에도 불구하고, 애자일과 디자인사고의 가능성을 분석한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한계를 가지고 있다. 첫째, 감염병 범유행이 지속되고 있고, 정부기관이 비상 가동하고 있는 가운데, 사례연구의 주요 행위자와 원자료 접근에 대한 공간적·시간적 제약이 있었다. 둘째, 그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한 정책 참여자 간 점증하는 인식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에서 논의한 사례들이 엄격한 ‘방법론’으로서의 애자일과 디자인사고를 사용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문제해결 과정에 있어서 애자일 마인드, 디자인 마인드가 드러난 것은 사실이지만, 실질적으로 행정혁신 방법으로서의 애자일과 디자인사고는, 공공부문뿐만 아니라 민간 부문에서도 이제 관심을 받는 단계이다. 셋째, 성과없는 과정이 지속되는 경우 문제해결 방법으로서의 애자일과 디자인사고가 지지를 받지 못할 수 있다(Dunne, 2018, p. 12). 또한, 거의 모든 단계에서 다양한 참여자의 리더십을 요구하기 때문에 ‘최후의 책임자’를 요구하는 언론과 시민의 눈에는 정부가 효과적으로 조정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이에 더하여 어떤 참여자이냐에 따라 협업의 방향이나 갈등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공적 마스크개발의 경우 민간개발자들이 비교적 자유롭게 정부에 의견을 개진한 반면, 잔여백신앱의 경우 대기업 참여자가 많아 정부와의 관계를 고려하는 경향이 있었다는 것이다.16) 따라서, 마인드로 남겨두기보다는, 공공서비스 제공에서 더욱 엄밀히 애자일과 디자인사고를 방법으로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Acknowledgments

이 논문은 동아대학교 교내 연구비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음.

이 논문은 또한 한국행정연구원에서 주최한 제1회 ‘공공리더십에 관한 연구논문 현상 공모전’ 수상 논문을 수정, 보완함.

Notes

1) 고약함을 의미하는 ‘wicked’는 원어대로 위키드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행정학 문헌에서 대체로 공공난제(혹은 난제)로 사용되고 있다(송희준, 2008; 윤영근, 2013).
2) 문명재(2021, 2쪽)도 파급력, 복잡성, 불예측성을 근거로 코로나-19를 공공난제로 정의하고 있다.
3) Rittel & Webber(1973)는 보통 어떤 공공난제가 다른 난제의 증상이 될 수 있어서 문제를 종식하기 위한 합의에 이르기가 어렵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면, 현재 공공난제 중 하나인 고령화가 또다른 난제인 국민연금 고갈을 가져올 수 있는 전조로 여겨지는 경우를 들 수 있다.
4) 반면, 폭포수 접근법은 모든 대안 분석과 개발과정이 끝난 후 최종상품에 대한 피드백을 받는다는 점에서 애자일과 다르다(Mergel et al., 2020). 실패 시 매몰비용이 매우 크다(Bisen, 2018).
5) 공공부문에는 아직 도입단계에 있으나 덴마크의 MindLab, 캐나다의 MaRS 등 선도 사례가 등장하고 있고, 2018년 영국에서 개최된 국제정부디자인학회(International Design in Government)는 26개국 96개 조직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Dunne, 2018, p. 2).
6) 두 방법의 차이점은 애자일이 이미 정의된 문제의 해결을 위해 빠르게 사용자 중심으로 시안(試案) 테스트를 반복하는 반면, 디자인사고는 여러 방법을 통해 사용자인 시민의 요구를 명확히 하고, 문제를 재정의를 강조한다는 것이다(Minstrom & Luetjens, 2016). 따라서 애자일이 어떻게 해결책에 도달하느냐에 집중한다면, 디자인사고는 무엇이 최적의 선택이냐에 관심이 있다.
7) 애자일과 디자인사고의 적용은 마인드셋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강조되고 있다(윤정원, 김종열, 장석권, 2020, 141쪽).
8) 한국정보화진흥원, 공공데이터 담당관 인터뷰(2020년 9월 1일)
9) 한국정보사회진흥원 담당관 인터뷰, 2021년 12월 20일.
10) 이는 마스크가 의약품이 아닌 의약외품이기 때문에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를 이용하는데 법적 요건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이재호, 조세현, 차세영, 김준형, 2020, 13쪽).
11) 광화문1번가는 문재인정부 초기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국민참여를 위해 운영한 오프라인 공간이며, 2019년부터 수시로 포럼을 개최하여 온-오프라인으로 국민참여를 독려하였고, 특히 ‘혁신제안톡’을 통해 정책제안을 받아왔다(IT동아, 2020. 7. 14).
12) 한국방송뉴스, 2020년 8월 14일 자. 한국정보화진흥원 공공데이터 담당관, 위의 인터뷰.
13) 한국정보사회진흥원 담당관, 위의 인터뷰.
14) 한국정보화진흥원 공공데이터 담당관, 위의 인터뷰.
15) 한국정보사회진흥원 담당관, 위의 인터뷰.
16) 한국정보사회진흥원 담당관, 위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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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Yukl, G. A. (2002). Leadership in Organizations. Englewood Cliffs, NJ: Prentice Hall.

<그림 1>

<그림 1>
애자일 행정서비스의 일반적 과정출처: “Governance amid technological disruption: a vision for an agile public service,” by Ling & Mao, 2018, Ethos, 18; “Agile: a new way of governning,” by Mergel et al., 2020, Public Administration Review, 81(1), 161-165에서 재구성.

<그림 2>

<그림 2>
디자인사고의 일반적 과정출처: <디자인씽킹>, 송동주 외, 2017, 서울: 페가수스; Change by design: how design thinking transforms organizations and inspires innovation, by Brown, 2009, New York: Harper Business.

<그림 3>

<그림 3>
국내 코로나-19 주요일지

<표 1>

관료적 접근과 애자일/디자인사고 접근

관료적 접근 애자일/디자인사고 접근
문제의 본질 선형적(linear) 문제 복잡한 공공난제
절차적 기반 법적, 제도적 초정부적, 반복적
소통의 방향 하향적(top-down) 상향적(bottom-up), 협업적
해결책 관료적/전문적 해결책 창의적, 유연한 해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