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인구동향 및 저출산 대응 가족정책과 한국 인구정책의 과제
초록
이 연구는 유럽의 인구동향과 가족정책을 통한 저출산의 진전을 저지하려는 정책을 검토하여 한국 인구정책의 과제를 생각하는 것이다. 유엔인구전망 2015년 개정판에 의하면, 2050년까지 유럽의 인구는 비교적 빠른 속도로 고령화하고 또 완만한 인구의 감소가 있을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유럽의 각 지역은 1960년대 이후, 모두 출산율이 저하하면서, 인구증가율은 급격히 저하하였다. 북유럽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2000년을 전후하여 조출생률이 조사망률을 밑돌면서, 인구는 자연감소의 국면으로 전환하고, 유럽의 지역별 인구증감은 국제인구이동의 동향에 의하여 좌우되도록 되었다. 유럽연합(European Union)은 적어도 10년 전부터 회원국의 저출산과 출산율의 저하를 유럽의 장래발전을 좌우하는 일대과제로 책정하기 시작하였다. 유럽에서는 출산율의 저하를 저지하기 위하여 양성평등, 고용, 보육, 출산휴가 등에 대한 종합적인 가족정책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이러한 움직임은 확대되어 왔다. 또 1960년대 이후의 루마니아의 출산장려정책의 실패경험을 검토한다. 유럽의 경험으로 볼 때,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상당기간 동안 1.3명 미만의 초저출산 상태를 벗어나기 힘들 수도 있을 것이며, 이 경우, 상당기간을 고령화나 인구감소의 문제에 대응하기 위하여 해외로부터 노동력을 수입하여, 지속가능한 사회와 경제의 시스템을 만들어나가야 하는 만큼, 그 과제는 상당히 도전적이다. 그러나 한국의 초저출산 문제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여성의 권리, 특히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는 방법으로 인구정책이 시행되는 것은 곤란하며, 1960년대와 1970년대의 출산억제시대의 비민주적 행태를 반복해서는 안 될 것이다.
Abstract
This study aims to review demographic trends and family policy in Europe, and to highlight challenges for future population policy in Korea. According to the 2015 revision of the UN World Population Prospect, the population in Europe will experience relatively fast ageing and gradual decline by 2015. In each region, the rate of population growth has continued to decline since the 1960s when fertility began to decline. In all regions except Northern Europe, population began to experience the natural decline resulting from excess deaths exceeding births, and future trend was subject to fluctuation in international migration. At least ten years ago, the European Union began to consider low and declining fertility as one of the critical challenges affecting the future development of the continent. In Europe, national governments worked together to develop comprehensive and innovative family policies in the priority areas of gender equality, employment, child care, and maternity leave in order to stop perpetuation of a sub-replacement fertility or sometimes lowest-low fertility (TFR lower than 1.3 births per woman) regime. In this study, Romania’s failed pronatalism under the leadership of Ceaușescu. is examined in conjunction with the issue of reproductive rights. In light of the recent European experience, South Korea will continue to be influenced by lowest-low fertility for a considerable period of time. However, this study proposes that the Korean government should not try to implement forced pronatalist population policies, such as restricted access to induced abortion. Although South Korea will face enormous challenges in coping with the imminent demographic crisis, South Korea must create sustainable social and economic systems by increasing migrant labor to alleviate the effects of population ageing and the decline in population.
Keywords:
UN World Population Prospect, Ageing, Population Decline, Crude Birth Rate, Crude Death Rate, International Migration, Gender Equality, Employment, Childcare, Maternity Leave, Lowest-Low Fertility, Romania’s Pronatalist Policy, Sustainable Development키워드:
유엔세계인구전망, 고령화, 인구감소, 조출생율, 조사망률, 국제인구이동, 양성평등, 고용, 보육, 출산휴가, 초저출산, 루마니아 출산장려정책 지속가능한 시스템1. 머리말
본 연구의 목적은 제2차 세계대전 후부터 21세기 중반까지, 고출산에서 저출산으로 인구변천이 어떻게 진행되는가를 유럽의 인구동향을 통해서 살펴보고, 저출산 특히 대체수준을 밑도는 저출산에 대응하기 위하여 어떻게 인구정책이 특히 가족정책이 발전하였으며, 그것이 향후의 인구변동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가를 파악함으로 해서, 한국의 인구정책에 대하여 교훈을 얻기 위한 것이다.
유럽의 역사적 경험에서 보듯이, 고전적 인구변천은 영유아사망률의 감소와 대체수준 근방의 출산율에 의하여 완성된다(Chesnais, 1993). 한편, 아시아의 구가에서는 유럽보다 출산율이 빠른 속도로 감소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고령화의 속도는 그리 빠르지는 않다. 그 이유는 20세기의 고출산이 가임여성의 수를 늘렸기 때문이며, 이로 말미암아 출생아수의 감소는 그리 급격하지 않다. 그러나 가임여성의 수도 합계출산율과 같이 감소하게 되는 시점이 오게 된다. 또 사망률 감소가 영유아에서 고령층으로 전환되면서, 기대수명은 증가한다. 결국, 인구고령화는 저출산의 진전, 인구 모멘템 감소, 기대수명의 증가와 함께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
저출산의 진전을 둔화시키려는 인구정책에서 정책수단에는 가족계획사업과 같이 인구변수를 직접 조작하는 것은 적고, 대부분 경제정책, 사회보장정책, 공중보건정책 등에 포함된 시책을 통하여 인구과정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수단으로 구성된다(May, 2012). 정책수단의 행사에는 정부의 정치적 의지(意志)와 책임이 중요하지만, 유효성은 그것이 정책의 객체(대상)인 국민들에게 수용되는 정도와 관련된다. 국민은 정책체계에서는 객체(대상)이지만, 현실적 인구행동에서는 주체이고, 정책주체(정부)와는 다른 행동의 원리를 보이기 때문에, 양자 간에는 이해관계의 충돌, 목적의 괴리가 있게 되고, 정책노력의 효과는 기대치에 미달하는 경우가 많다.
본 연구는 한국 인구정책의 과제를 위하여 정부가 개인, 부부의 인구행동(혼인, 출생, 이동 등)을 일정한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한 행동인 만큼, 이를 위하여 다양한 수단이 동원할 수 있음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인구정책에서 정책의 수단 또는 도구의 선택에 필요한 기준은 유효성만이 아니다. 어떤 정책수단이 유효하다고 하더라도, 국민의 의지(popular will)를 무시하여, 개인의 인구행동에 자의적으로 간섭을 행하는 강제적인 정책수단은 기본적 인권과 개인적 자유를 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선진국이나 개발도상국은 모두 인구정책은 규제·강제, 보상·징벌, 교육·홍보 등을 조합하여 다양한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대체적으로, 개발도상국은 인구정책이 보상·징벌을 중심으로 규제·강제를 다소 포함하고 있으며, 이에 반하여 선진국은 보상의 제공과 부담의 경감을 원칙으로 하고, 정책수단에 징벌적 요소를 포함하지 않고, 일부는 교육적 계발(啓發)의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이와 같이, 인구정책의 강도는 정치체제(政治體制)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1994년 카이로 인구개발회의(ICPD)와 1995년 베이징 세계여성회의 이후 “생식권”(Reproductive right)이 중시되면서, 인구정책의 강도, 곧 규제/강제와 같은 징벌적 요소는 정책수단으로 매력을 급속히 상실하고, 보상이나 교육 또는 홍보가 정책수단으로 매력을 얻고 있다는 경향이 있었다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는 유럽 지역의 인구정책에서 한국의 21세기 인구정책을 위한 교훈을 얻기 위하여, 유럽의 인구동향을 고출산과 고사망에서 저출산과 저사망으로 고전적 인구변천을 거쳐서 진전되는 인구감소와 고령화의 진전, 출산율과 사망률의 인구동태 변동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다음은 출산율의 변동을 대체수준 이하의 출산율이 좀 더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전되고 반전되는가를 보고, 유럽의 일부지역에서 어떻게 초저출산 인구체제가 탄생하며, 이들 체제가 어떻게 다시 초저출산체제를 벗어나는데 성공하는가를 검토하면서, 루마니아의 실패한 출산장려정책을 일별한다. 마지막으로, 유럽의 인구변동과 관련된 인구정책이 가족정책의 형태로 전환되는 계기를 검토하면서, 이것이 적어도 초저출산의 지속과 기대수명의 상승으로 고령화와 인구감소를 경험하게 될 한국이 어떻게 해서 유럽형의 인구정책을 정립할 수 있는가를 검토하고자 한다. 이러한 검토는 대단히 빠른 시간에 고출산에서 최저출산으로 인구동태가 변화하면서, 21세기의 새로운 시대에 부합하는 인구정책을 정립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우리나라에 많은 교훈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2. 유럽의 인구동향
본 절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이후의 인구동향을 인구감소와 고령화의 진전, 그리고 출생율과 사망률을 중심으로 한 인구동태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어 설명하기로 한다.
1) 인구감소와 고령화의 진전
유엔 장래인구추계 2015년 개정판(World Population Prospects 2017 Revision)1)에 의하면, 러시아를 포함하는 유럽 전체의 인구는 2015년 현재 7억 3,540만 명으로, 2020년 7억 3,970만 명을 정점(頂点)으로 그 후는 완만하게 감소하여 2050년부터는 7억 명을 밑돌며, 이것은 2015년 현재 시점의 유럽 전체 인구의 9% 정도가 감소한 수치에 해당한다(United Nations, 2017).
<그림 1>에서 지역별 인구변동을 보면, 인구가 현저한 감소를 보이는 것은 동유럽이고, 다른 지역은 2050년까지는 인구감소가 한정적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인구감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기는 동유럽이 1990-1995년, 남유럽은 2010-2015년, 서유럽이 2045-2050년이고, 북유럽은 2050년 이후에도 인구증가가 계속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2015-2050년의 35년간 인구증감을 보면, 동유럽이 4,129만 명의 감소, 서유럽이 474만 명의 증가, 북유럽이 1,521만 명의 증가, 남유럽이 1,041만 명의 감소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것은 2015년의 인구와 비교할 때, 2050년까지, 동유럽(러시아 포함)은 14.1%가 감소하고, 서유럽은 4.7%가 증가하고, 북유럽은 14.8%가 증가하고, 남유럽은 6.8%가 감소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림 2>는 유럽의 총인구를 15세 미만, 15-64세, 65세 이상의 3개 연령집단으로 구분하여 그 추이를 표시하고 있다. 유럽 전체의 65세 이상 인구의 고령화는 2000년 수준이 15%대로, 2015년의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으로, 비교적 빠른 속도로 진전하여 2050년에는 27.6%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참고로 한국의 2050년 65세 이상 고령인구의 비율은 35%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통계청, 2016). 유럽의 지역별 인구의 고령화 추이는 2025년 이후에는 남유럽, 서유럽, 북유럽, 동유럽의 순서로 진전되며, 고령화의 속도는 1980년대 이후 저출산의 경향이 심화된 남유럽과 동유럽에서 빨라지고 있고 있다. 또 남유럽과 동유럽에서는 장기적인 저출산의 지속으로 2025년 이후에는 생산연령인구(15-64세)의 감소도 다른 지역보다 빨라지고 있다.
유소년인구(0-14세)는 1950년에는 남유럽과 동유럽에서 높은 경향이 있지만, 그러한 경향은 2025년 이후에는 북유럽은 높고 남유럽에서는 낮아지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물론 이러한 경향은 각 지역의 출산율 수준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유엔인구전망 2017년 개정판은 2050년까지 유럽의 인구는 비교적 빠른 속도로 고령화하고 또 완만한 인구의 감소가 있을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이러한 인구추이는 2015년 이후의 출산율, 사망률, 이동수준이라는 인구변동 요인에 의하여 결정될 것이며, 이 때문에 이들 인구변동 요인을 지역별로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2) 유럽의 지역별 인구동태의 변화
유럽 전체는 1950대와 1960년대는 베이비붐으로 출생률이 높았으나, 그 후, 빠른 속도로 감소하여 2000년대부터 사실상 자연감소의 시대로 진입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1990년대 이후, 유럽 전역에서 순이동이 플러스(+)로, 2000년대에 정점에 이르고 외국인 유입이 계속되기는 하지만 2020년 이후 순이동 총량이 자연 감소를 보충하는데 실패하여, 인구감소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림 3>에서, 유럽의 지역별 인구동태를 살펴보면, 1950년대에는 동유럽과 남유럽이 높은 출산율을 바탕으로 높은 인구증가율을 보였다. 자연증가율이 1%를 넘는 고성장을 보여주는 상태가 남유럽은 1960년대 후반, 동유럽은 1950년대 후반까지 계속되었다. 이 시기, 두 지역은 모두 순이동률이 마이너스로, 급격한 인구증가가 타른 지역으로 인구이동을 촉진하였다. 특히 남유럽에서는 1960년대까지 이민의 송출지역으로 기능하였다. 한편 북유럽과 서유럽은 출산율과 순이동률이 상승하여, 1960년대 전반에 인구증가가 정점에 도달하였다.
유럽의 각 지역은 1960년대 이후, 모두 출산율이 저하하면서, 인구증가율은 급격히 저하하였다. 북유럽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2000년을 전후하여 조출생률이 조사망률을 밑돌면서, 인구는 자연감소의 국면으로 전환하고, 유럽의 지역별 인구증감은 국제인구이동의 동향에 의하여 좌우되도록 되었다. 출산율과 사망률이 균형을 이루는 시기에는 인구이동에 의한 사회적 증가가 인구증가의 주요인이 된다.
인구의 자연감소 국면에서는 국제인구이동의 총량에 의하여 인구감소의 정도에 차이가 생기게 될 것이다. 북유럽, 남유럽, 서유럽은 2005년 이후에도 국제인구이동에 의한 인구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에, 순이동률 수준에 따라 인구의 감소가 완화되고 있다. 그러나 순이동률이 사실상 제로인 동유럽은 조출생률의 저하와 조사망률의 상승으로 인구성장률이 크게 마이너스로 전환하여, 급격한 인구감소가 발생하여, 인구절벽(demographic cliff)에 대한 위기감이 조성될 것이다.
이상에서, 유엔 장래인구전망의 자료를 이용하여, 유럽지역의 인구동향을 관찰하였다. 그 특징은 처음에 이미 밝힌 것처럼 인구의 고령화와 완만한 마이너스 성장이다. 유럽의 각 지역에서 사망자수가 출생아수를 웃돌아서 인구의 자연감소가 장래인구변동의 기조가 될 것이다. 그러나 각 지역에서 조사망률의 상승은 주로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고령자의 비율에 있다는 것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유럽의 각 지역에서 기대수명은 2015년에도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이것은 부분적으로 생활수준의 향상, 의료제도의 개선, 건강에 대한 의식향상 등에 의한 것이다. 향후의 기대수명 상승에 대해서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3. 유럽의 출산율 변동과 정책대응의 경험
유럽연합(European Union)은 적어도 10년 전부터 회원국의 저출산과 출산율의 저하를 유럽의 장래발전을 좌우하는 일대과제로 책정하기 시작하였다. 유럽에서는 출산율의 저하를 저지하기 위하여 양성평등, 고용, 보육, 휴가, 육아 등에 대하여 종합적인 가족정책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이러한 움직임은 확대되어 왔다. 본 절에서는 유럽의 출산력 변동 경향과 요인을 검토하고, 특히 초저출산의 출현과 반등에 관련되는 가족정책을 포함한 인구정책 전반을 살펴보고, 1960년대 이후 루마니아의 실패한 출산장려정책을 일별하도록 한다.
1) 저출산의 진전과 반전
서유럽과 북유럽 개별국가를 보면, 북유럽에 위치한 구(舊) 소련 구성공화국(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을 제외하고, 합계출산율이 1960년대 중반에 2.5-3.0명의 범위에 있다가 10년 전후 사이에 대체수준 2.1명 수준으로 급격히 저하하였다. 남유럽의 경우, 이로부터 10-15년 늦게 합계출산율이 저하하였다. 동유럽의 국가와 북유럽의 구소련 구성공화국은 1960년대의 합계출산율이 다른 지역보다 낮은 경향이 있었지만, 체코, 헝가리, 슬로바키아는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에 합계출산율의 저하를 경험하였다. 각국에서 합계출산율은 서로 다른 시기에 급격히 인구대체수준을 밑도는 수준으로까지 저하하였다(Van de Kaa, 2002).
1990년대까지 북유럽과 서유럽의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인구대체수준을 밑도는 출산율이 회복의 조짐을 보이지 않으면서, 유럽의 출산율 수준이 어느 정도까지 감소할 것인가에 관심이 집중되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유럽의 출산율은 건실한 회복의 조짐이 나타났다. 여기서는 이러한 유럽의 출산력의 저하와 반전에 대해서 기술하기로 한다.
2) 초저출산의 출현
합계출산율이 1.3명 이하인 출산력을 “초저출산”(lowest-low fertility)으로 정의하고, 1990년대 유럽의 초저출산력의 확대에 대해서 논의하는 연구가 진행되었다. 인구대체수준을 밑도는 낮은 출산력은 과거에 일부의 도시나 전쟁 중에 출현하기도 하였지만, 합계출산율이 1.3명을 밑도는 최저출산율에 이르는 것은 역사적으로도 일부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극히 드문 경우에 속하였다(Kohler, Billari & Ortega, 2006). 인구이동이 없는 상태에서, 일정의 연령별 출산율과 연령별 사망률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재생산이 행해진다고 가정하는 안정인구에서, 합계출산율이 1.3명이 유지되는 경우. 평균 출산연령이 30세 이르는 인구가 연평균 1.5%의 비율로 감소하고, 그 결과 45년이 지나면 인구가 1/2로 줄어들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초저출산의 출현으로 유럽의 출산력 저하가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하였다. 이것은 단순한 제2의 인구변천(Second Demographic Transition, SDT)으로 불릴 수 있는 현상은 아니었다. 초저출산은 동유럽에서 장기적으로 지속하고,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의 독일어를 사용하는 서유럽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지적하였다(Kohler et al., 2006). 초저출산력은 유럽의 대단히 낮은 출산력을 표현하는 기준으로 대단히 유용하기 때문에, 유럽에서 이러한 초저출산 상태의 출현 상황을 살펴본다.
<표 1>은 유럽 개별국가의 합계출산율이 1.3 미만인 초저출산력의 상황을 보여준다. 보수적인 복지체제에 속하는 서부유럽은 독일만이 1.3명 미만의 초저출산력을 경험하였다. 통일독일로서 4년간 초저출산율을 경험하였다. 그러나 초저출산 상태에 있는 기간을 동서독으로 나누어보면, 구서독지역은 2년 동안에 불과했지만, 구동독지역은 13년에 걸쳐 초저출산 상태가 지속되었다. 특히 구동독지역은 합계출산율의 최저치가 1994년에 0.77명으로 전문미문의 초저출산 상태에 빠져들기도 하여서, 독일통일의 여파가 대단히 강한 출산억제효과를 가져다주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또 출산율의 최저치를 보면, 같은 독일어권인 오스트리아와 스위스에서 합계출산율이 상당히 낮은 경향이 있고, 이들 두 나라는 최근까지도 출산율의 저하가 계속되었다. 반면에, 벨기에,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등의 베네룩스 3국과 프랑스에서는 출산력이 비교적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어 왔으며, 2014년 현재 프랑스의 합계출산율은 2.0명에 근접하여 선진국 중에서 최고의 출산율을 자랑하고 있다.
북유럽의 경우, 구소련의 구성공화국이었던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와 같은 작은 나라들로 2000년대 시장경제로의 이행을 경험하던 1990년 후반과 2000년대 초반에 초저출산율을 경험하였다. 한편 전통적인 노르딕 유럽의 구성원이었던 덴마크의 합계출산율은 최저치가 1.38명으로, 과거 한번도 1.3명 미만으로 떨어진 적이 없다. 또 합계출산율이 최저치를 기록한 것을 보면 덴마크와 노르웨이는 1983년, 핀란드는 1973년으로 비교적 이른 시기이고, 구소련의 구성공화국들은 최근 20년 전에 사회주의 체제의 해체에 따라 최저출산율을 경험하였던 특징이 있다. 합계출산율의 최저치는 구소련의 구성공화국들은 과거 사회주의 체제였던 동유럽 국가와 마찬가지로 일정기간 최저출산율 1.3명 미만을 기록하고 있었지만, 전통적인 북유럽의 국가는 1.5명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유럽은 2014년까지 합계출산율이 1.3명 미만의 대단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었던 연수가 스페인이 12년, 그리스와 이탈리아가 11년, 포르투갈이 9년으로, 모두 장기간에 걸쳐서 초저출산 체제 아래 놓이게 되었다. 2014년 현재, 남유럽의 국가들은 포르투갈이 아직도 1.3년 미만의 초저출산 상태에 있으며,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가 초저출산 상태를 벗어났다고는 하지만, 출산율의 반등이 그리 빠른 속도로 일어나지 않고 있다. 어쩌면, 남유럽의 초저출산율의 미온적인 반등 양상은 가족정책이 체계적으로 정비되지 않은 우리나라의 초저출산율의 영속화(永續化) 가능성에 암시하는 바가 적지는 않다고 할 수 있다.
동유럽에서는 북유럽의 구소련 구성공화국들과 마찬가지로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에 초저출산 상태가 관찰되어 왔지만, 최근에는 폴란드를 제외하고 초저출산 상태를 벗어나기 시작하였다. 2014년까지 체코가 11년 불가리아가 10년, 폴란드와 우크라이나가 9년, 슬로바키아가 8년간에 걸쳐서 1.3명 미만의 초저출산을 경험하였으며, 헝가리와 불가리아도 상대적으로 짧기는 하지만 5년간에 걸쳐 초저출산을 경험하였다. 동유럽의 과거 사회주의 국가들도 북유럽의 구소련 구성공화국들이나 남유럽의 국가들과 서유럽의 독일어 사용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2000년대에 들어서 출산력의 반전이 일어나기 시작하였으며. 반전의 정도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다시 정의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최악의 초저출산 함정에 다시 빠지지 않을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 되고 있다. 가령, 동유럽에서 체코, 루마니아, 불가리아, 우크라이나는 합계출산율이 1.5명대 수준으로 회복하고 있으며, 헝가리, 폴란드, 슬로바키아, 불가리아는 1.4명 근방에 머물고 있다.
3) 초저출산의 요인과 출산율 반전의 요인
맥도널드는 초(超)저출산을 유럽의 학자들과는 약간 달리, 대체수준보다 0.5명 정도가 낮은 합계출산율 1.5명을 기준으로 보고, 이러한 초저출산은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요인 때문에 생겨난다고 주장한다. 구체적으로 가족 내에서 성역할의 불평등, 유아가 가족 특히 모친에게 맡겨지고 공적제도에 의한 지원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를 들고 있다(Mcdonald, 2007).
네이야는 유럽 각국의 가족정책을 출생, 고용, 보육의 관점에서 고찰하고, 개별정책이 출산력에 미치는 효과를 검증하였다. 구체적으로 (1) 육아휴직제도의 대상, 기간, 소득이전율 (2) 3세 미만 자녀의 공적보육시설의 보급률 (3) 고용, 임금, 가사, 육아 등의 남녀격차에 주목하고 있다(Neya, 2013). 그의 논문은 개별적 정책이 출산율의 상승에 독립적으로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각 정책이 유효하게 기능하도록 하기 위한 전제조건이 사회시스템에 정비되어 있는가의 여부가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가령, 노동시장에서의 남녀 고용기회와 임금의 균등, 이와 더불어 출산 후 고용기회의 보장은 다른 가족정책이 효과적으로 기능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경우에 중요성을 지닌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출산 후의 여성의 고용기회와 함께 소득수준의 유지, 임금과 육아의 성역할 평등화, 그리고 공적보육지원의 충실은 출산여성들에게 일과 생활의 밸런스를 가져올 수 있다는 신호를 주기 때문에, 출산행동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고 보고 있다. 또 이러한 정책은 유럽의 많은 나라에서 고령화로 노동력인구가 감소하는 가운데, 여성노동력의 활용과 생산성의 유지라는 점에서 경제정책과도 정합성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출산과 육아에 관한 사회경제적 또는 문화적 환경은 나라별로 차이가 있으며, 이 때문에 남유럽에서 고정적인 성별 역할분업과 가부장적 가족형태, 성인으로의 이행과정의 지연(구체적으로, 분가와 결혼, 첫째 자녀 출산의 지연), 낮은 여성취업률, 그리고 높은 청년실업률이 초저출산의 원인이 된다고 하였다. 또 동유럽은 물론 북유럽의 구소련 구성공화국이었던 나라에서는 사회주의에서 자본주의 시장경제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혼란과 경제적 예측의 불확실성이 초저출산의 원인으로 간주되고 있다.
유럽에서 일어나는 출산력의 반전현상은 출산템포(fertility tempo), 곧 출산시점의 변화와 출산콴텀(fertility quantum) 곧 출산력 수준의 변화)의 기여분으로 구분할 수 있다. 동유럽의 슬로바키아와 루마니아의 출산력 반전을 출산지연이 둔화되면서 생겨나는 템포효과에 의한 것이다. 또, 서유럽의 네덜란드와 오스트리아와 북유럽의 노르웨이와 같이 낮은 출산율을 경험하였던 나라에서도 출산템포의 변화에 의하여 출산율의 상승이 일어나고 있다. 이와 비슷하게, 전통적인 북유럽 노르딕 국가인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에서도 출산지연의 둔화가 합계출산율 상승의 40-50%를 설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구학자들은 초저출산은 출산템포의 지연 때문에 계속되는 것은 아니며, 평균출산연령의 변화는 일정기간이 지나면 더 이상 상승하지 않기 때문에 출산템포의 지연은 대략 20년 정도가 지나면 더 이상 계속되지 않을 수 있다고 본다. 이 때문에, 유럽의 출산율 반전현상은 출산템포의 지연이 둔화되거나 조기화가 중대한 영향을 주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초저출산을 벗어나 출산율의 반전현상이 생기는 것은 출산템포의 변화만이 아니라 출산콴텀 곧 출산력 수준의 상승이 기여할 가능성도 있다. OECD 27개국의 1995-2008년의 자료를 이용하여, 실업률과 GDP 성장률의 각 변화량이 합계출산율의 변화량을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실업률은 마이너스 효과를, GDP 성장률은 플러스의 효과를 주지만 그 효과는 경미한 것으로 나타났다(Neya, 2013). 가령, 실업률이 10%에서 5%로 저하하는 경우, 합계출산율의 상승은 0.09에 불과하고, GDP 성장률에 대해서는 1%의 상승에 대해서 합계출산율이 0.06 정도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이 추정 결과를 각국의 실측치에 맞추어 보면, 폴란드와 슬로바키아의 경우 2014년 합계출산율까지 상승분의 80-90%를 설명한다. 다른 나라의 경우에도 추정모형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실업률과 GDP 성장률의 변동은 합계출산율의 변동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의미한다. 경제불황은 합계출산율의 저하를 초래하고, 경제호황은 합계출산율의 상승을 촉진한다는 것은 다른 연구들에서 그 타당성이 입증되어 왔으며, 그것은 출생촉진정책의 고려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볼 수 있다.
4) 동유럽 국가 루마니아의 출산장려정책
동유럽 국가 중에서도, 루마니아의 경험은 특이한 것이었다. 공산당 서기장 니콜라에 차우셰스쿠(Nicolae Ceaușescu)는 새로운 강국 루마니아를 건설하기 위하여 피임/낙태를 제한하는 법령 770호를 공표하였다. 1967년 전에는, 루마니아의 낙태정책은 대단히 자유로운 것으로, 근대적 피임법이 보급되기 전이라, 낙태는 보편적인 가족계획 방법이었다. 여성의 경제활동이 증가하고, 생활수준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1950년대 이후 출생아가 격감하여, 1966년에는 최저수준에 도달하였다. 그러나 당시 공산당 정부는 출산율 격감의 원인을 인공유산 합법화가 원흉이라고 생각하고, 이것을 전면 불법화 하는 전략을 채택하였다. 루마니아 공산당은 이러한 인구감소에 대응하기 위하여, 인구를 2,300만에서 3,000만으로 증가시킨다는 계획을 수립하고, 1966년 10월에 법령 770호를 발동하였다. 이 법령에 의거하여, 45세 이상(나중에는 40세 이상), 현재 자녀가 4명(나중에는 5명) 이상인 여성이나, 합병증으로 생명이 위협받는 여성, 강간/근친상간에 의한 임신부를 제외하고, 사실상 낙태수술은 불법화되었다(Kligman, 1998).
법령집행을 위해서, 사회는 엄격히 통제되었다. 피임약은 약국에서 구입이 불가능하였고, 루마니아 여성들은 예외없이 매월 산부인과 의사들에 의하여 임신여부를 관리받도록 되어 있었다, 또 비밀경찰은 병원에서 불법시술이 있나를 면밀히 감시하도록 조치하였다. 성교육은 조국에 많은 자녀를 선물하는 “영웅적 모성”(heroic motherhood)의 만족도를 포함하여, 다(多) 출산 여성의 이점에 중점을 두도록 교과내용을 편성하였다 이러한 법령의 직접결과는 거대한 베이비 붐의 생성이었다. 1966-1967년에 출생아 수는 100% 증가하였으며, 여자 1인당 자녀수도 1.9명에서 3.7명으로 증가하였다. 1967-1968년에 태어난 자녀수는 루마니아 역사가 그 규모가 가장 컸으며, 이 때문에 루마니아 정부는 수천 개의 보육시설을 신규로 건설해야만 했다(<그림 5> 참고).
루마니아 차우셰스쿠 시대의 출산장려정책의 결과는 부모들이 원치 않는 자녀들을 양육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많은 수의 자녀들이 고아원에서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것이었다. 1989년 루마니아 공산당 체제의 몰락 당시, 고아원에 수용된 아동의 수는 최저 10만 명, 최고 17만 명으로, 고아원에서 양육된 아동은 모두 50만 명 수준에 이르렀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당시 고아원에서 생계를 유지하던 다수의 아동들은 실제로 고아가 아니라, 부모가 양육하는데 어려움을 겪어서 버렸던 자녀들이었다. 1982년, 당시 차우셰스쿠 정부가 외채상환을 위하여 긴축정책을 하는 바람에, 고아원의 기초 시설도 노후화되기 시작하였다. 고아원은 의료시설이나 세탁시설이 부족했고, 어린이들은 침대에 묶여진 채 하루를 보내야 했다. 또, 고아원에서 일하는 간호사들은 제대로 훈련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아동을 학대하는 경우가 많았고, 아동은 때때로 성적 학대의 피해자가 되었던 것으로 기록되고 있다.
4. 유럽의 가족정책 경험으로 본 한국 인구정책의 과제
이 글은 인구동태의 변화에서 유럽지역 안에서 동서남북 간에 격차가 있음을 보아 왔다. 북유럽에서는 비교적 높은 출산력 수준이 유지되고 이동에 의한 사회증가가 기대되어 인구증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으로 남유럽이나 프랑스를 제외한 서유럽에서는 출산력이 비교적 낮고, 이동에 의한 사회적 증가가 이를 약간 보완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 때문에, 인구감소가 개시되는 것은 2025년경이다. 동유럽은 출산율이 낮고, 인구유출이 계속되기 때문에, 장래에는 인구감소와 고령화가 심각한 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럽의 어느 지역보다 한국은 짧은 기간에 고전적 인구변천을 경험하여서, 합계출산율이 1960년대에 6.0명 수준이었으나 1983년에 대체수준을 밑돌기 시작하여, 1997년 IMP 경제위기를 경험하고 합계출산율은 1.6명으로 떨어지고, 2004년에는 신용카드 위기가 발생하면서 1.3명을 밑도는 초저출상상태가 2017년 현재 13년 이상 계속되고 있다(<그림 6> 참고). 이러한 초저출산 상태의 지속기간은 사회주의 체제에서 자본주의 시장경제로의 전환을 경험했던 동유럽의 국가나 구소련의 구성공화국이었던 북유럽의 작은 나라들이 초저출산 상태를 벗어나는데 10년 정도를 걸렸던 것에 비교하여 볼 때, 한국의 상태는 더욱 더 심각한 것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한국의 급격한 인구변천은 초저출산의 지속 특히 가임여성수의 감소가 전제된 이상 빠른 속도로 출생아수가 감소하고, 나아가 인구의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조사망률이 상승하면서 인구는 조만간 자연감소상태로 진입하게 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인구증가는 초저출산이 지속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출산연령기의 여성이 많기 때문에 출생아수는 그리 빠른 속도로 감소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자연감소의 문제는 사실상 남유럽의 이탈리아나, 사회주의에서 시장경제로의 전환에 따라 초저출산을 경험하였던 동유럽의 국가보다 더욱 더 위험한 상태다. 어쩌면, 해외 이민유입이 없이는 사회시스템과 경제적 활력의 지속가능성이 문제가 될 것이다. 현재의 저출산 상태가 계속된다면, 노동력인구는 급격히 감소하게 될 것이며, 2050년대에는 고령자 인구의 비율이 35%대에 진입하게 되고, 현재도 불안정한 연금제도와 건강보험은 파산상태에 있게 될 것이 분명하다.
한국의 2013년 공공지출은 GDP의 30% 수준이었지만, 2050년대에는 매우 가파른 속도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그림 7> 참고). 물론 경제성장이 둔화되는 경우. 이러한 지출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되며, 사실상 현재의 초저출산은 물론 인구고령화의 문제들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체계적으로 마련하기는 것이 대단히 힘들 수도 있다. 한국은 지난 50년간 경제성장을 하면서, 물질적으로 풍요로움을 향유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자녀의 양육이나 교육비용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본다. 초저출산에 기여하는 또 다른 요인으로는 고용과 소독에 대한 불안 증대, 일과 가족생활의 균형을 유지하는데 생겨나는 어려움, 사회전반에 팽배하고 있는 물질만능주의적인 가치관 등이 있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1993년, 김영삼 정부에서 인구증가를 억제하기 위하여 도입된 가족계획을 공식적으로 폐지하고 인구의 질을 강조하는 새로운 정책을 도입하였다. 또 10년이 지난 후에는 출산율을 상승시킨다는 전략적 목표 아래 출산과 양육의 지원을 개선하고, 가족 친화적이고 양성평등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건강한 차세대 아동을 양육한다는 저출산대책 사업을 추진하였다(인구정책50년사 편찬위원회, 2016). 이러한 정책들은 모두 북유럽의 스웨덴이나 서유럽의 프랑스에서 출생촉진에 효과가 있다고 보는 수단을 형식적이기는 하지만, 차용하는 수준에서 이루어졌다.
우리나라 정부는 출산과 양육의 지원을 개선하기 위하여, 어린이집과 유치원 비용을 지급하거나 재택육아를 위하여 수당을 지급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공보육 시설은 부족하다. 또 정부는 방과후 교육프로그램을 무료로 운영하며, 젊은 자녀가 있는 가족에게 세액을 감면하고, 주택구입이나 임대에 자산검정을 통하여 대출을 주선하는 계획을 마련하였다.
우리나라 정부는 부모가 일과 가족생활이 양립 가능하도록 돕기 위하여 노력한 부분도 있다. 고용주는 급료 100%를 보전하는 모성휴가 90일을 사용하고, 급료의 40%를 보전하는 1년간의 양육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보건사회연구원, 2015). 또 고용주는 남성에게 배우자가 출산을 한 경우, 5일간의 부성휴가(3일 100% 급료, 2일 무급)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기업문화는 여전히 이러한 부성휴가를 사용하는 것을 기피하고 있다. 정부는 또한 직장 보육시설을 확대하고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노동시간을 유연화하려고 노력하였지만, 그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할 수 있다(<그림 8> 참고).
이글은 주로 유럽지역에서 1970-80년대에 합계출산율이 대체수준으로 밑도는 저출산 상태에 진입하였음을 보았다. 북유럽과 서유럽에서는 그 후에도 합계출산율이 대략 1.5명 정도 수준에 있었지만, 남유럽과 동유럽에서는 합계출산율이 1.3명 수준을 밑돌았다. 그러나 이들 나라는 우리나라가 초저출산 체제의 영속화를 두려워하는 것과는 달리, 출산율이 반등세로 전환하여 상승하는 경향이 있음을 확인하였다.
합계출산율의 저하와 최근의 반등세는 출산템포의 변화가 큰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여기에 더하여 출산, 고용, 보육 등의 가족정책의 진전 정도, 청년층 노동시장의 동향이나 경기변동이라는 경제적 요인, 그리고 이민자의 출산력도 당양한 요인이 유럽 지역의 출산력 변동에 관련이 되어 있다. 특히, 2007-2008년 이후 세계경제의 정체나 2010년 이후의 일부 유럽국가에서 나타난 국가부도 위기는 상승경향에 있는 유럽의 출산력에 일정 정도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우리나라가 아시아의 성공사례이기는 하지만, 1997년 이후 경험하였던 IMF금융위기를 시작으로 주기적으로 경험하였던 경제적 불안, 저성장과 높은 청년실업률도 한국의 저출산 영속화에 큰 영향을 주고, 출산력의 반등세를 늦추는데 기여를 하고 있다고 본다.
한편, 합계출산율은 특정의 연도에 관찰되는 출산력을 표시하는 지표이다. 인구의 재생산이라는 관점에서, 연차별보다는 출생코호트별 출산력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기간별로 관찰되는 초저출산이 코호트출산율에 영향을 주는 정도에 대해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유럽의 경우, 근년에 이르러 합계출산율의 반전은 출산템포의 지연이 둔화되거나 조기화(早期化)되면서 나타나기 때문에, 코호트 합계출산율은 기간 합계출산율 1.3명 미만보다 높아서 1.5명에서 1.8명의 범위에 있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이 견해는 유엔 장래인구전망의 가정과 일치하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그 타당성이 검토되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코호트별로 본 희망자녀수는 계속 감소하고 있으며, 이것이 실제 코호트 합계출산율에 반영된다고 하더라도, 경제상태 특히 GDP 성장률이나 실업률의 변화에 의하여 기간 합계출산율이 낮아진다고 하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상당기간 동안 1.3명 미만의 초저출산 상태를 벗어나기 힘들 수도 있다. 이 경우, 상당기간을 고령화나 인구감소의 문제에 대응하기 위하여 해외로부터 노동력을 수입하여, 지속가능한 사회와 경제의 시스템을 만들어나가야 하는 만큼, 그 과제는 상당히 도전적이라고 할 수 있다.
5. 종합과 결론
본 연구는 유럽의 인구동향을 인구감소와 고령화의 진전, 출산율과 사망률의 인구동태 변동을 중심으로 검토하였다. 또, 한국의 인구변동 사정을 감안하여 출산율의 변동을 대체수준 이하의 출산율이 어떻게 진전되고 반전되는가를 보고, 유럽의 일부지역에서 어떻게 초저출산 인구체제가 탄생하며, 이들 체제가 어떻게 다시 초저출산체제를 벗어나는데 성공하는가를 검토하였다. 마지막으로, 유럽의 인구변동과 관련된 인구정책이 가족정책의 형태로 전환되는 계기를 검토하면서, 이것이 적어도 초저출산의 지속과 기대수명의 상승으로 고령화와 인구감소를 경험하게 될 한국이 어떻게 해서 새로운 인구정책을 수립하여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여 보았다.
유엔 장래인구전망 2017년 개정판 자료에 의하면, 유럽 지역의 주요 특징은 고전적 인구변천의 결과로 인구의 고령화와 완만하지만 마이너스 성장으로의 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United Nations, 2017). 유럽의 각 지역에서 사망자수가 출생아수를 웃돌아서 인구의 자연감소가 장래인구변동의 기조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각 지역에서 조사망률의 상승은 주로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고령자의 비율에 있다는 것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유럽의 각 지역에서 기대수명은 2015년에도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이것은 부분적으로 생활수준 향상, 의료제도 개선, 건강의식 향상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유럽의 인구변동에서 또 하나의 특징은 초저출산의 출현으로 유럽의 출산력 저하가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하였다. 이것은 단순한 “제2의 인구변천”(SDT)으로 불릴 수 있는 현상은 아니었다(Kohler et al., 2006). 초저출산은 동유럽에서 장기적으로 지속하고, 독일어를 사용하는 서유럽으로 확대되고 있었다. 초저출산으로 인구체제가 심대한 영향을 받은 지역은 남유럽과 동유럽이었다. 남유럽에서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가 초저출산 상태를 벗어났다고는 하지만, 출산율의 반등이 그리 빠른 속도로 일어나지 않고 있다(Goldstein, Sobotka & Jasilioniene, 2009). 남유럽의 초저출산율의 미온적인 반등 양상은 가족정책이 체계적으로 정비되지 않은 우리나라의 초저출산율의 영속화(永續化) 가능성에 암시하는 바가 적지는 않다고 할 수 있다. 동유럽에서는 북유럽의 구소련 구성공화국들과 마찬가지로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에 초저출산 상태가 관찰되어 왔지만, 최근에는 폴란드를 제외하고 초저출산 상태를 벗어나기 시작하였다. 동유럽의 과거 사회주의 국가들도 북유럽의 구소련 구성공화국들이나 남유럽의 국가들과 서유럽의 독일어 사용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2000년대에 들어서 출산력의 반전이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우리나라는 1993년, 인구증가를 억제하기 위하여 도입된 가족계획을 공식적으로 폐지하고 인구의 질을 강조하는 새로운 인구정책을 도입하였다. 또 10년이 지난 후, 초저출산의 시대가 시작되면서 출산율을 상승시킨다는 전략적 목표 아래 출산과 양육의 지원을 개선하고, 가족 친화적이고 양성평등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건강한 차세대 아동을 양육한다는 저출산대책 사업을 추진하였다(보건사회연구원, 2015; 인구정책50년사 편찬위원회, 2016). 이러한 정책들은 모두 북유럽의 스웨덴이나 서유럽의 프랑스에서 출생촉진에 효과가 있다고 보는 수단을 차용함으로 이루어졌다.
우리나라 정부는 부모가 일과 가족생활이 양립 가능하도록 돕기 위하여 노력한 부분도 있다. 고용주는 급료 100%를 보전하는 모성휴가 90일을 사용하고, 급료의 40%를 보전하는 1년간의 양육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보건사회연구원, 2015). 또 고용주는 남성에게 배우자가 출산을 한 경우, 5일간의 부성휴가(3일 100% 급료, 2일 무급)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기업문화는 여전히 이러한 부성휴가를 사용하는 것을 기피하여 왔다. 우리나라 정부는 또한 직장 보육시설을 확대하고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노동시간을 유연화하려고 노력하였지만, 그 효과는 사실상 가시화된 적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아시아의 성공사례이기는 하지만, 1997년 이후 경험하였던 IMF금융위기를 시작으로 주기적으로 경험하였던 경제적 불안, 저성장과 높은 청년실업률도 한국의 저출산 영속화에 큰 영향을 주고, 출산율의 반등을 늦추는데 기여를 하고 있다고 본다, 인구의 재생산이라는 관점에서, 연차별보다는 출생코호트별 출산력이 중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기간별로 관찰되는 초저출산이 코호트 출산율에 영향을 주는 정도에 대해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한국의 초저출산 문제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여성의 권리, 특히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는 방법으로 인구정책이 시행되는 것은 곤란하며, 1960년대와 1970년대의 출산억제시대의 비민주적 행태를 반복하는 것으로, 그것은 인구정책의 적폐(積弊)라고 할 만하다. 여성들의 “출산의 권리”(Reproductive right)를 제한하여, 원치 않는 임신에 대해서도 낙태금지를 법제화하는 방식으로는, 초저출산 문제가 일시적으로 극복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지속가능한 인구체제를 만들어내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더 많은 사회경제적 문제를 야기할 우려가 있다.
한국의 21세기 인구정책은 거시적 관점은 물론 미시적 관점에서도 시야를 정교화(calibration)하여, 개인의 자유권과 사회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출산의 권리” 개념을 존중하여 확실한 인권확보를 염두에 두는 정책 모니터링 프로그램을 마련하여야 한다. 이를 좀 더 구체화하려면, 자녀를 추가적으로 출산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에 대하여 가족정책 차원의 재정적 지원을 확대하여야 할 것이며, 그러한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당장에는 실현이 불가능하더라도, 가족친화적인 인구정책의 시행에 필요한 재원을 꾸준히 그리고 확실하게 확충하여야 할 것이다.
Acknowledgments
이 논문은 2017년도 충남대학교 학술연구비에 의해 지원되었음.
No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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