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법정신질환자들이 경험하는 치료감호소 생활의 맥락과 패턴
초록
이 연구의 목적은 범법정신질환자들이 경험하는 치료감호소 생활의 맥락과 패턴을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이 연구에서는 치료감호소에서 생활하고 있는 범법정신질환자 10명과 이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사회복지사와 간호사 각 1명씩을 대상으로 반구조화된 질문지를 활용한 면접을 진행하여 자료를 수집하였고, 질적 연구접근 중 하나인 맥락-패턴 분석방법으로 분석하였다. 치료감호소 생활의 맥락은 치료감호소 체계와 사회적 관계망, 외부의 정신보건체계, 그리고 법무체계로 구분되고 연결되었다. 치료감호소 생활의 패턴은 일상생활 패턴과 치료의 패턴, 감호의 패턴으로 구성되었다. 치료감호소 내 생활의 의미는 ‘닫힌 공간, 막힌 문’, ‘천천히 가는 시간, 오지 않을 미래’, ‘변화 없는 일상생활’, ‘벽 너머의 사람들’, ‘넘기 힘든 세상의 벽’ 등으로 나타났다. 연구결과를 근거로 하여 범법정신질환자들의 적응을 돕기 위한 정책과 실천 지침들을 제시하였다.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study was to understand the context and patterns of life experienced by criminal psychiatric patients in a forensic hospital. To achieve this goal, researchers conducted interviews with 10 criminal psychiatric patients living in a forensic hospital, as well as one social worker and one nurse providing services to these patients, and analyzed by context-pattern analysis, one of the qualitative research approaches. In this study, life in the forensic hospital is composed of internal treatment system, care system, and other living patients. Analysis results are as follows: the context of life in the forensic hospital, the pattern of life in the forensic hospital, the meaning of the life of the forensic hospital. If each dimension is examined in detail, the context of life is linked to a psychiatric care systems, social networks, external mental health systems and legal systems. The pattern of life in the forensic hospital can be divided into daily life patterns, treatment patterns, and care patterns. The meaning of life in the forensic hospital appeared as ‘closed space, blocked door’, ‘time to go slowly, future not to come’, ‘everyday life without change’, ‘people beyond the wall’, ‘hard wall of the world’. Based on the results of this study, policies and practical guidelines were presented to help people with criminal mental illness adapt to society.
Keywords:
People with Criminal Mental Illness, Forensic Hospital, Living Experience, Adaptation, Context-Pattern Analysis키워드:
범법정신질환자, 치료감호소, 생활경험, 적응, 맥락-패턴 분석방법1. 서 론
이 연구의 목적은 범법정신질환자들이 경험하는 치료감호소 생활의 맥락과 패턴을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이 연구에서는 치료감호소에서 생활하고 있는 범법정신질환자들과 서비스제공자들을 대상으로 면접을 진행하여 자료를 수집하였고, 질적 연구접근 중 하나인 맥락-패턴 분석방법으로 분석하였다.
정신질환은 매년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의하면 치료를 받고 있는 정신질환자는 2010년 176만명에서 2014년 200만명이 넘어 2010년 대비 14.3% 증가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와 함께 정신질환으로 인한 범죄도 증가하고 있는데, 법무연수원의 범죄백서(2018)에 의하면, 정신장애로 인해 범죄를 저지른 경우가 2014년에는 6,301명으로 전년 대비 6.1%, 2015년에는 전년 대비 11.3% 증가한 7,016명, 2016년에는 전년 대비 18.9% 증가한 8,343명으로 매년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특히 정신장애범죄자 중 재범률은 64.3%이며, 전과가 9범 이상인 경우도 17.0%를 차지하였고, 재범자 인원도 최근 5년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범죄백서, 2018). 이는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는 재범의 가능성이 높고 특히 치료와 재활이 되지 못한 상황에서 재범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 문제는 정신질환으로 인한 강력범죄의 증가로 정신장애가 곧 강력범죄의 원인이라는 편견이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강남구 서초동 주점 화장실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계기로 정신장애를 가진 범죄자의 교정처우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고 있으나 이러한 관심은 단지 일회성에 그치는 경향이 있어 실제적인 치료와 재활에 대한 체계적 논의에까지는 이르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신장애로 인한 범죄인은 치료감호법상의 처분을 받는다. 정신질환으로 인한 범죄는 강력범죄인 경우가 많아, 사회적 관심을 많이 받지만 정신질환으로 인한 범죄이기 때문에 ‘감호처분’을 받게 된다. 감호처분의 경우 범법정신장애자에게 형벌을 감면하고 치료감호를 부과하는데, 실질적으로 치료의 성격보다는 감호처분의 성격이 강하다(장승일, 2016). 그러나 감호처분의 특성상 일반정신병원에 비해 재원기간이 길어져 대부분 신체적, 사회적, 직업적인 부분에서 퇴행의 가능성이 높다. 상당수의 연구에서 대단위 시설에서 장기 수용하게 되면 이로 인한 시설증후군, 사회성파손증후군 등으로 인해 사회복귀 후 정신질환의 재발률이 높다고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을 보면 정신질환으로 인해 범법행위를 하고 치료감호소에 수용된 피치료감호자의 경우, 오랜 기간 감호소에 수용되어 정신과적인 치료를 받은 후에는 치료감호소라는 제한된 공간에 적응되어 있기 때문에 퇴소하여 사회복귀를 하더라도 지역사회에 대한 적응이 어려울 뿐 아니라 범죄자이면서 정신질환자라는 이중적인 낙인의 문제가 사회적응을 방해하기도 한다. 이와 함께 지역사회 내 주민은 물론 가족들도 막연한 두려움과 편견으로 거부 반응을 보여 일반 정신장애인보다 더욱 지역사회 내에서의 적응이 어렵다고 볼 수 있다.
정신질환은 질환 특성상 만성화의 경향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 적절한 약물치료와 생물심리사회적 차원에서 다각화된 프로그램이 제공되지 않으면 반복적인 입퇴원 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사회적 기능에 저하를 초래하고 이러한 악순환은 재발이나 재범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증가시키게 된다.
치료감호소에 수용중인 피치료감호자 역시 정신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들이며 감호과정에서 사회적응을 위한 다각적인 훈련이 제공되지 못한다면 퇴원 후 사회적응의 실패로 인해 재발과 재범이 발생되어 반복적인 회전문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사실 범죄를 저지른 정신질환자에게 ‘감호처분’을 내린다는 것은 ‘재범의 위험성’이 전제된 것으로 본다. 그러나 정신질환자의 재범 위험성을 완화하기 위한 다각적인 개입은 여전히 미흡하다. 치료감호소 피감호인들도 장시간 치료를 받고 출소를 한 환자들 중에서 80%이상이 약물치료와 재활치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응의 문제가 있어 다시 재범하게 되는 비율이 높게 보고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일단 범법정신질환자들이 치료감호 제도와 폐쇄병동 체계에서 벗어나면 보호와 통제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치료감호 제도 내에서 범법정신질환자들의 치료와 감호가 적절하게 이루어지도록 할 필요가 있으며, 치료감호 제도를 벗어난 이후에도 지속적인 사후관리가 필요할 것이다. 이에 앞서 현재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치료감호소 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으며, 그 안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어떤 경험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일이다.
다른 한편으로, 범법정신질환자에 대한 이론적 논의는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범죄자와 정신질환자(정신장애인)에 대한 연구들은 그 목록을 나열하기 어려울 만큼 상당히 많이 이루어졌지만, 범죄와 정신질환이 중복되어 있는 현상에 대한 탐색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것은 범죄를 저지른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접근이 매우 제한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국내에서 범법정신질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소수의 연구들은 모두 법무부나 치료감호제도 내부의 연구자들에 의해서 이루어졌으며, 그마나 치료감호제도의 현황(최상섭, 1998; 장승일, 2016)과 인권, 처우방법 등 주요 이슈들(이동명, 류기환, 2007; 허경미, 2008; 조준현, 2009; 강경래, 2010; 신관우, 정세종, 2010; 장규원, 박준영, 윤현석, 2010; 안성훈, 2011; 신관우, 2011; 국가인권위원회, 2015; 박학모, 안성훈, 2016)을 다루거나 그 기반이 되는 법률(원범연, 조성용, 2003; 강동욱, 2004)을 검토하거나 감호 중인 범법정신질환자들의 실태(윤정숙, 탁희성, 2013; 왕성근, 권지현, 이재우, 지익성, 2014)를 분석하는 수준에서 이루어졌다. 범법정신질환자들을 대상으로 직접 자료를 수집하거나 분석한 연구는 발견할 수 없었다. 치료감호제도가 범법정신질환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에 대해 파악하기 위해서는 범법정신질환자들에게 직접 물어보는 작업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시도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치료감호소 현장에서 범법정신질환자들과 서비스제공자들을 대상으로 직접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고자 시도하였다. 또한 이 연구에서는 대상 집단이 한정되어 있고, 이 현상에 대해 알려진 바가 없기 때문에 질적 연구접근을 시도하였으며, 공간 차원의 맥락과 시간 차원의 패턴을 파악하기 위하여 맥락-패턴 분석방법을 적용하였다.
2. 문헌 검토
1) 치료감호제도에 대한 이해1)
치료감호법 제2조 제1항은 ‘치료감호대상자’를 ‘치료감호시설에서 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고 재범의 위험성이 있는 자’로 규정하고 있다. 즉, 일정기간 강제력을 수반하는 감호 상태에서 정신질환에 대한 치료가 필요하며, 다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는 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다. 치료감호대상자는 다시 정신장애치료처분(제1호 처분), 중독치료처분(제2호 처분), 정신성적장애치료처분(제3호 처분) 등으로 구분된다.
치료감호처분의 집행절차는 입소절차와 정신감정, 치료감호처분의 집행, 퇴소심사 및 퇴소절차(심사개시, 심사절차), 가종료·치료위탁 시의 보호관찰 등으로 규정되어 있다. 치료감호대상자에 대해서는 수사, 재판의 전 과정에서 전문가의 정신감정이 행해질 수 있다. 피치료감호자가 법원에서 치료감호명령을 받고 치료감호소에 입소하게 되면, 피치료감호자에 대한 분류심사가 진행된다. 피치료감호자들은 진료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치료처분에 맞는 병동에 분리 수용된다. 치료감호소 수용기간은 심신장애자와 정신성적장애자는 15년을 초과할 수 없으며, 약물 및 알코올중독자는 2년을 초과할 수 없다. 다만 살인범죄를 저질러 치료감호를 선고받은 피치료감호자가 살인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있고, 계속 치료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절차를 거쳐 법원이 3회까지 매회 2년의 범위에서 기간을 연장하는 결정을 할 수 있다.
피치료감호자가 치료감호소에서 퇴소하기 위해서는 치료감호심의위원회의 심사 및 의결을 거쳐 치료감호 종료·가종료·치료위탁의 결정이 있어야 한다. 치료감호심의위원회는 직권으로 치료감호 집행을 시작한 후 매 6개월마다 치료감호의 종료·가종료 여부를 심사하고, 가종료 또는 치료위탁된 피치료감호자에 대하여는 가종료 또는 치료위탁 후 매 6개월마다 종료 여부를 심사결정한다. 심사는 검사 또는 피치료감호자 등의 신청이 있는 때에도 이루어진다. 피치료감호자에 대하여 치료감호심의위원회의 의결에 따라 가종료·치료위탁의 결정이 내려지면 보호관찰이 개시된다. 이때 보호관찰기간은 3년이다(치료감호법 제32조).
현재 우리나라의 치료감호시설은 공주와 부곡 두 군데에 있다. 그중 공주 치료감호소의 시설 조직 및 운영현황은 다음과 같다. 2015년 5월을 기준으로 치료감호소장 관할 하에 1부(8과), 1센터(2과) 등 총 12개 과로 편제되어 있다. 의료부의 경우 일반정신과, 사회정신과, 특수치료과, 감정과, 신경과, 일반진료과, 간호과, 약제과 총 8과로 구성되어 있다. 약물중독재활센터는 교육관리과와 중독진료과로 구성되어 있다. 직원은 2015년 5월 기준으로 361명이 근무 중이며 간호직이 98명, 간호조무직이 134명으로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치료감호소 시설의 1인당 수용면적은 대략 3.4㎡이다. 그 가운데 심신장애자수용병동 11개의 1인당 수용면적은 2.8㎡로 정신보건법상 최소 수용면적인 4.3㎡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국가인권위원회, 2015). 치료감호소 수용인원은 2015년 현재 정원 900명에 현원 1,200명이며, 약물치료 재활병동을 제외한 대부분의 병동에서 정원 50명을 초과하여 수용 중이다. 전반적으로 볼 때, 인력은 부족한 상황에서 수용인원은 넘치고 있는 것이다.
치료감호소 내 치료처우로는 피치료감호자의 증상에 따라 정신치료, 약물치료, 환경치료 등이 시행되는 정신과적 치료활동이 있다. 정신치료는 의사·환자의 관계를 통해 환자의 정신적 문제에 대하여 환자가 자각하고 의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법이며, 약물치료는 정신증 환자를 대상으로 항정신병 약물을 투여하는 것이고, 환경치료는 환자를 격리하고 환경을 재구성하여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치료요법이다. 약물치료를 제외한 비약물 치료활동으로는 정신재활치료 및 임상예술치료로 불리는 특수치료 활동이 있다. 특수치료는 소집단치료와 대집단치료로 구분하여 진행되는데, 소집단치료는 15명 이내로 심리극, 음악치료, 미술치료, 실내체육, 작업치료 과정 등으로 진행되고, 대집단치료는 50명 이상 병동단위로 영화상영, 음악제, 미술대회, 체육대회, 공연 등 10개 과정으로 진행된다. 이 외에도 피치료감호자의 출소 후 가정과 지역사회에 적응력을 높여 재발 및 재범을 방지하기 위하여 의료재활치료나 직업훈련 재활치료교육 등이 포함된 일종의 정신사회재활치료 활동 등이 있다.
치료감호법의 분류에 따른 세 종류의 처분별 치료는 다음과 같다. 제1호 처분인 정신장애치료처분의 경우 주로 정신과적 치료활동이 이루어진다. 약물치료, 정신치료, 환경치료와 함께 출소 후 생활을 돕기 위한 심리극, 음악치료 등의 특수치료가 이뤄지고 있다. 제2호 처분인 중독치료처분의 경우 약물 및 알코올 중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정신과적 치료, 특수치료와 더불어 재활치료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치료 프로그램은 약물중독재활센터에서 운영하고 단약·단주 교육, 인성교육, 직업재활 교육으로 구성되어 있다(국가인권위원회, 2015). 직업재활 교육의 경우, 출소 이후 활용 가능한 직업 능력을 배양하기 위해 컴퓨터 정보화 교육, 제과제빵 교육, 검정고시 준비반, 한자능력검정 준비반 등이 운영되고 있다. 제3호 처분대상자인 정신성적장애치료처분의 경우, 성도착증 환자에 대한 성충동억제약물치료나 공존질환 환자에 대한 약물치료 등의 정신과적 치료 및 특수치료와 더불어 성범죄자의 왜곡된 성인식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인지행동치료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2) 선행연구 검토
이 연구의 대상은 범법정신질환자이지만, 범법정신질환자들만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국내 연구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동안 이들에 대한 접근이 극도로 제한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에 대한 대안으로 여기에서는 범법자에 대한 연구와 정신질환자에 대한 연구로 나누어 선행연구들을 검토하였다. 또한 치료감호의 목적이 감호보다 치료에 있음을 고려하여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선행연구들을 먼저 제시하였다.
사회복지 분야에서, 특히 정신건강(보건)사회복지 분야에서는 정신질환보다 정신장애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선행연구들도 정신질환의 치료보다는 정신장애인의 심리사회적 어려움과 재활, 사회적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여기에서는 정신질환자(장애인)의 사회적응과 관련된 선행연구들을 정리하고자 한다.
정신질환자의 사회적응은 일반적으로 질병을 수용하고 증상을 관리하며 가족이나 지역사회에서 적절한 역할을 수행하는 상태를 말한다. 항정신성 약물의 발전은 정신질환자의 증상을 효과적으로 완화시켜 단기입원과 지역사회중심의 치료를 가능하게 만들었지만 정신질환자라는 부정적인 인식은 정신질환자들을 사회적으로 소외시켜 환자의 실질적인 사회복귀를 어렵게 만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정신성 약물의 발전으로 정신질환자들의 치료의 목적이 단순히 증상의 제거에만 한정하지 않고 정신질환자의 사회적응으로 초점이 이동된 것도 사실이다.
정신질환자의 사회적응에 대한 초기연구들은 조현병 환자들의 증상, 사회적 기능의 손상 등으로 인해 매우 제한된 사회적 관계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직업유지정도와 지역사회참여정도를 중요변수로 연구들이 진행되었다. Mandel(1959)은 사회적응을 개인의 직업에 대한 태도, 돈, 건강 등을 포함하는 자기관리정도, 가족생활, 지역사회에서의 사교적인 활동을 포함하는 사회적 기대를 충족시키는 활동, 의사소통, 여가활동, 가족과의 상호작용 정도로 보았으며, 질병에 대한 적응정도도 중요한 요인으로 보았다. Linn(1988)은 사회적응을 환경에 성공적으로 대처하는 것으로 보고, 퇴원한 정신질환자의 사회적응을 개인적 영역과 사회적 영역으로 구분하였다. 개인적 영역은 개인의 일상생활과 관련된 부분을 평가하고 사회적 영역은 직업에 대한 태도나 역할, 결혼, 여가활동, 가족활동에서의 영역을 평가하였다.
사실상 정신질환자들이 병원에 입원 후 지역사회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 중의 하나는 사회적 고립이다. 퇴원한 환자들이 대부분 사회적으로 위축되고 부적절한 의사소통, 가족이나 친구, 이웃과도 제한된 관계를 가지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정신질환자들이 사회적으로 위축되고 고립되는 것이 가족이나 이웃과 같은 대인관계가 제한되어 나타나는 문제이기도 하지만 실제적으로 감정표현기술이나 대인관계, 의사소통기술이 부족하여 나타나는 복합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그 결과 대인관계의 문제뿐 아니라 사회적 기능수행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반복되는 실패경험은 자존감에 영향을 주어 직업을 가지고 유지하는 것을 실패하게 된다.
또한 조현병 환자들에게서 보이는 음성증상이 정신질환자의 사회적 기능을 예측하는 요인으로 나타났다(Konstantakopoulos et al., 2011; Bell, Corbero, Johannesen, Fiszdon & Wexler, 2013). 음성증상으로 인한 감정, 의사표현, 다른 사람이나 주변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줄어들어 의미 있는 관계를 형성하는 데 실패하고 결과적으로 대인관계를 통한 사회적 관계를 경험하지 못해 사회적 철회를 하는 경향이 있다. 더 나아가 경험적 결핍과 표현의 둔화는 더 심각한 고립을 초래하고 대인관계에 대한 동기와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보았다. 따라서 범법정신질환자들의 사회적응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음성증상으로 인해 나타나는 감정표현이나 의사소통의 기술을 배우고 경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범법자의 적응에 대해서는 여러 편의 양적 연구와 질적 연구들이 발표되었다. 먼저 양적 연구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홍성열(2007)은 수형자의 교도소 생활에 대한 적응을 탐색하였다. 교도소 수형자 159명을 대상으로 조사하였는데, 분석결과 수형자들이 적응을 위해서 필요로 하는 기간은 대체로 9개월 정도였다. 수형자들이 현재 교도소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도록 하는 것은 출소 후 사회생활을 잘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는 경우였다. 그리고 적응에서 문제로 교도소 수칙준수와 미래에 대한 불안감, 수형자 간의 대인관계로 빚어지는 갈등 등이 나타났다. 또한 전과자라는 부정적 낙인으로 걱정을 하는 것이 적응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신연희(2008)는 사회 자본을 중심으로 출소 후 재범 예방에 대해 검토하였다. 교정시설 재소자 234명에 대해 조사하고 분석한 결과, 사회 자본은 출소 후 사회적응 가능성을 예측하는데 상당한 설명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시설 내에서 수형자가 외부와의 접촉을 통한 연결망이 강할수록, 가족 및 외부의 지지가 많을수록, 그리고 출소 후 지역사회에의 결합가능성에 긍정적인 태도를 가질수록 출소 후를 보다 적극적으로 준비하며, 자기효능감도 증가하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연구는 출소한 사람들이 아니라 재소자들을 대상으로 미래의 가능성을 예측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계를 갖는다.
다음으로 범법자의 교도소 생활적응과 출소 후 사회적응을 다룬 질적 연구들이 이루어졌다. 배임호와 염경진(2010)은 교도소 재소자의 대인관계 경험을 탐색하였다. 재소자 4명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실시하고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재소자 간 대인관계 경험의 핵심범주는 재소자 간 갈등관계, 사회적 지지관계 주고받으며 수형생활 해 나가기로 도출되었고, 범주 간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확인한 결과 재소자의 대인관계 유형은 갈등관계 측면에서는 참고살기, 방관하기로, 사회적 지지관계 측면에서는 제한적으로 도움주고 받기, 상대방 이용하기로 도출되었다. 재소자 간 갈등관계는 가석방 혜택 및 행형점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갈등을 적극적으로 해결하기보다 회피 또는 인내, 방관자적인 태도 취하기 등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지지관계 형성에 있어서는 재소자 사이의 사회적 지지관계가 통제되기 때문에 제한적 혹은 부정적인 사회적 지지관계를 형성하는 것으로 보였다.
양혜경과 서보람(2014)은 교도소에 수감 중인 6명의 수형자를 대상으로 수형자의 출소 후 사회적응을 탐색하였다. 분석 결과, 수형자들은 수감 기간 동안 외부 환경과의 단절과 가족 관계에서의 어려움을 가지고 있었으며, 가족 해체를 경험하기도 했다. 수형자들은 수감 중 주로 종교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직업훈련과 같은 프로그램 참여는 거의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동훈과 방기연(2014)은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으로부터 숙식을 제공받는 출소자 10명을 대상으로 생활관 거주 출소자의 사회복귀경험에 대한 질적 연구를 수행하였다. 교도소 출소 직후 연구 참여자들은 교도소 입소 전의 대인관계가 단절되었고, 거주할 곳이 마땅치 않고, 사회가 많이 변했다는 현실을 직면하게 된다. 거주할 곳을 구하지 못해 공단의 생활관에 입소한 출소자들은 수치심을 느꼈다. 생활관에 함께 거주하는 출소자들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였다. 연구 참여자들은 자신의 성공적인 사회복귀를 위해서는 가족과 다시 함께 살 수 있는 주거공간이 지원되고, 보다 적성에 맞는 기술교육이 제공되어야 한다고 진술하였다.
이동훈, 조은정, 양순정, 양하나(2017)는 교정전문가와 교정상담자 18명의 관점에서 출소자의 사회재적응 경험을 탐색하였다. 연구결과, 출소자들의 사회재적응 경험과 관련하여 교육, 심리치료, 취업 및 구직활동, 봉사·문화·여가 활동, 사회·국가적 지원의 5개 영역에서 보호요인, 장애요인, 정책제언 요소들을 도출하였다.
지금까지 제시한 범법자의 적응에 대한 연구들은 교도소 재소시점에서 적응과 출소 이후 적응을 탐색하였는데, 요약하면 교도소 재소기간 중에도 가족관계와 사회적 지지 관계를 유지하고, 출소 이후를 대비한 직업훈련과 사회기술훈련 등이 필요함을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국내에서 치료감호제도에 대해 이루어진 선행연구들은 있지만, 범법정신질환자를 대상으로 직접 자료를 수집하거나 분석한 연구는 찾아볼 수 없다. 그것은 국외연구도 마찬가지였는데, 국외에서 이루어진 치료감호제도 관련 선행연구들을 찾아 검토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Ross, Querengasser, Fontao & Hoffmann(2012)은 독일에서 899명의 입소환자들을 대상으로 치료감호소 퇴소를 예측하는 연구를 수행하였는데, 첫 입소 연령과 범죄 유형을 포함한 개인특성 변수들이 입소 기간의 예측요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단기 입원환자들 중에서 이민자들의 수와 입원 이전 환자의 근로시간 등이 중요한 변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Sedgwick, Young, Das & Kumari(2016)는 선행연구의 결과들을 분석하여 치료감호서비스의 성과를 예측하는 요인들을 파악하였다. 그리고 입원환자 간 폭력과 입원기간, 재범의 세 가지 성과에 대한 영향요인들을 분석한 결과, 일관된 결과를 보인 것은 이전의 정신건강서비스 입원경험과 입원환자 간 폭력, 범죄의 심각성과 입원기간의 길이, 저연령과 재범의 관계였다.
Richter et al.(2018)은 치료감호소에 있으면서 ‘treatment as usual’이라는 심리사회 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한 조현증 환자 69명을 4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를 분석하였는데, DUNDRUM-3 도구 점수로 측정한 인지와 정신병리 수준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변화가 나타났다. 인지와 폭력수준 사이의 관계도 도구 점수의 변화로부터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3. 연구 방법
1) 맥락-패턴 분석방법
이 연구의 목적은 범법정신질환자들이 경험하는 치료감호소 생활의 맥락과 패턴을 파악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이 연구에서는 권지성(2018)이 개발한 ‘맥락-패턴 분석방법’을 활용하였다. 이 분석방법은 연구하고자 하는 현상을 사물-의미-본질의 층위로 구분하며, 생태체계 관점에서 개별적인 사물과 의미들을 점으로 이해하고 이것들이 서로 연결된 맥락의 구조를 밝히려 한다는 점, 발달관점에서 일정한 기간에 연구 참여자들이 경험한 사물과 의미들이 시간 흐름에 따라 연결된 패턴을 발견하려 한다는 점, 그리고 구체적인 분석틀과 절차, 방법을 규정하지 않고 맥락과 패턴이라는 기본 구조 안에서 유연하게 다양한 분석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질적 연구접근들과 구별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 연구에서도 치료감호소 생활의 맥락을 생태체계 관점에서 분석하고, 시간 흐름에 따른 패턴을 같이 분석하려고 했기 때문에 이러한 분석방법이 적합하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측면들은 사실 전통적인 질적 연구접근들, 즉 현상학, 근거이론, 사례연구, 문화기술지, 생애사 연구 등을 통해서도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들을 적용한 연구들을 살펴보면 생태체계나 발달 관점 중 한쪽에 치우치는 경향을 볼 수 있고, 현상을 둘러싼 배경이나 상황은 보여주지만 사물과 의미들이 연결된 맥락과 패턴들을 모두 분명하게 구분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와는 달리 맥락-패턴 분석방법은 생태체계 관점을 반영한 맥락과 발달관점을 반영한 패턴을 모두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도 맥락-패턴 분석방법을 활용하였다.
2) 연구 참여자
이 연구의 참여자들은 치료감호소에서 생활하고 있는 범법정신질환자 10명과 사회복지사 1명, 그리고 간호사 1명이다. 이 연구는 해당 치료감호소의 연구용역 의뢰를 받아 수행되었으며, 범법정신질환자들은 사회복지사들과 의료진의 논의를 토대로 선정되었고, 사회복지사들은 사회 사업팀, 간호사는 의료팀의 논의에 따라 선정되었다. 치료감호소는 우리나라에 두 군데 밖에 없는 매우 제한된 현장이고, 폐쇄적이며, 비밀보장이 중요하기 때문에 연구 참여자들에 대한 개인 정보는 제공하지 않기로 하였다. 다만 범법정신질환자들의 경우 20대에서 40대 사이의 남녀로 구성되었으며, 조현증과 우울증 등의 정신질환 진단을 받았고, 근친 살인과 폭행 등 중범죄로 실형을 선고 받은 이들이었음을 밝혀둔다. 또한 사회복지사는 10년 이내의 경력을 가진 30대 여성이었고, 간호사는 간호 경력은 20년 이내, 치료감호소 경력은 10년 이내인 40대 여성이었다.
3) 자료수집 방법
이 연구에서 활용한 자료수집 방법은 면접이다. 연구진에서 2명의 연구자가 2017년 8월 4일부터 10일 사이에 10명의 연구 참여자들을 직접 만나서 일대일로, 1명당 1회, 각 회기 당 1시간-1시간 30분 안팎의 면접을 진행하였다. 모든 면접은 연구 참여자들의 동의를 얻어 녹음하였으며, 가능한 한 녹음 직후 녹취록으로 작성하였다. 치료감호소라는 특수 상황에서 진행되었기 때문에 2회 이상 면접을 진행하기는 어려웠으나 범법정신질환자들의 경우 의사소통이 원활한 사람들을 위주로 선정되었기 때문에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면접에서 범법정신질환자인 연구 참여자들에게 제시한 질문들은 다음과 같다. ‘그동안 치료감호소 생활은 어떠하셨습니까?’, ‘치료감호소 퇴소 이후 생활에 대해 어떤 생각과 계획, 준비를 하고 계십니까?’, ‘치료감호소 생활과 치료, 프로그램 등이 퇴소 이후 생활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퇴소 이후 적응을 위해 어떤 준비와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퇴소 이후 적응을 돕기 위해 치료감호소에서 해야 할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치료감호소에서 생활하면서 가족을 포함한 외부인들과 어떤 관계를 맺으셨습니까?’, ‘치료감호소 내 서비스제공자들과 관계, 치료경험 등은 어떠하셨습니까?’ 등이었다.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충분히 듣고 나서 내용을 보완하거나 더 깊은 탐색을 위한 부수질문들을 던졌다.
서비스 제공자들(사회복지사와 간호사)에게는 치료감호소 내 역할, 범법정신질환자들에 대한 인식, 자신의 역할수행이 생활인들에게 미치는 영향, 자신의 역할수행에서 긍정적 또는 부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점, 치료감호소의 치료와 생활이 범법정신질환자들의 사회적응에 미치는 영향, 치료감호소의 시스템 안팎에서 더 하고 싶은 역할, 치료감호소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등을 물어보았다.
4) 자료 분석 방법
이 연구에서는 권지성(2018)이 제안한 맥락-패턴 분석방법의 절차와 방법을 적용하여 자료를 분석하였다. 구체적으로 기술하자면, 첫째, 녹음파일, 녹취록, 메모와 노트 등을 여러 차례 반복하여 듣고 읽으면서 연구하고자 하는 현상의 전체적인 맥락과 패턴에 대한 밑그림을 그렸다. 둘째, 녹취록 등 기록된 자료를 읽으면서 개별 사례에서 나타난 사물과 의미의 조각들을 점으로 표기하였다. 셋째, 개별 사례에서 찾은 사물과 의미의 조각들을 선으로 연결하였다. 넷째, 점과 선들을 서로 연결하면서 일정한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가진 맥락과 패턴을 탐색하였다. 다섯째, 사례별로 맥락과 맥락, 패턴과 패턴, 맥락과 패턴을 연결하는 작업을 수행하였다. 여섯째, 연구하고자 하는 현상의 전체적인 구조 속에서 맥락과 패턴을 재배치하였다. 마지막으로, 전체 사례들을 비교하면서 전체 맥락과 패턴을 구성하였고, 이를 시각화하였다. 다른 한편으로 관점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범법정신질환자들의 경우 자신의 일상생활 범위 안에서만 치료감호소의 맥락과 패턴을 파악하는 한계가 있으므로, 사회복지사와 간호사의 관점을 통해 그 한계를 극복하면서 다른 시각을 통합하고자 하였다.
5) 연구의 질 검증과 윤리적 이슈
연구의 질을 검증하기 위해 이 연구에서 사용한 방법은 연구 참여자 검토와 감사다. 연구자들은 자료수집과 분석이 끝난 뒤 분석결과를 서비스제공자인 사회복지사와 간호사에게 보내어 그것이 진실을 보여주고 있는지 확인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이들은 연구결과에 대해 아무런 수정을 요구하지 않았다. 또한 이 연구는 연구용역으로 수행되었기 때문에 의뢰기관의 검토와 심의과정을 여러 차례 거쳤다. 다만 연구결과 자체에 대해서는 이의제기나 수정요구가 없었다.
이 연구는 연구용역을 의뢰한 법무부 산하기관 내의 연구윤리 심의를 받았으며, 심의가 통과된 이후 자료수집이 시작되었다. 이 연구에서 고려한 윤리적 이슈들은 다음과 같다. 연구자들은 의료진을 통해 연구에 대해 소개받고 자발적으로 참여에 동의하여 선정된 연구 참여자들만을 대상으로 동의를 얻고 자료 수집을 포함한 연구과정을 진행하였다. 범법과 정신질환이 동반된 상태이므로 부정적인 사고나 정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지만 의료진에 의해 완화되거나 통제된 상태에서 면접이 진행되었고, 언제든 의료진이 개입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었다. 비밀보장에 대해서는 연구과정에서 연구 참여자들과 기관의 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최대한 주의를 기울이고, 질 검증을 위한 연구 참여자 검토 과정에서 이러한 정보 공개의 수준을 조정하고자 하였다.
4. 연구 결과
범법정신질환자들과 서비스제공자들을 대상으로 한 면접을 통해 자료를 수집하고, 맥락-패턴 분석방법을 통해 분석한 결과, 치료감호소 생활의 맥락, 치료감호소 생활의 패턴, 치료감호소 생활의 의미 등 3가지 차원으로 구성되었다. 각 차원들을 구체적으로 기술하면 다음과 같다.
1) 치료감호소 생활의 맥락
범법정신질환자인 연구 참여자들이 경험하는 치료감호소 생활의 맥락은 크게 치료감호소 체계와 사회적 관계망으로 구성할 수 있다. 여기에 서비스제공자들의 관점을 더하면 외부의 정신보건체계와 법무체계를 포함할 수 있다(<그림 1> 참조).
치료감호소의 맥락은 다시 치료체계와 감호체계, 그리고 (환자, 재소자, 감호인 등으로 불리는) 생활인 등 세 가지 하위맥락으로 나눌 수 있다.
① 치료체계
의료진에 대해서 연구 참여자들은 대체로 일정한 거리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의사 대 환자의 관계라거나 매주 회진을 한다거나 거리감, 선을 지킴, 교감은 없음 등의 진술에서 이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잘 들어줌, 잘 해줌, 직무에 충실함, 원만함, 도움을 주는 사람, 감사함 등 긍정적으로 평가하거나 인식하는 연구 참여자들도 적지 않았으며, 그와 반대로 보호사나 간호사와 싸웠다거나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이 있다는 등 부정적인 경험을 한 이들도 있었다.
다 전문가죠. 보호자들이. 전문가는 전문가인데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저보다 전문가라서. 제가 볼 때는 시간만 때우다 가면 서운한 감이 있습니다. 환자하고 친하려는 것도 아니고 거리감 있고. 환자가 먼저 거리감 두기 때문에 융화가 안 되는 것 같습니다.
② 감호체계
감호(監護)란 ‘감독하고 보호함’을 의미한다. 범죄자를 가두는 곳을 가리키는 교도소의 교도(矯導)가 ‘잘못을 바로잡아 인도함’이라는 의미인 것과 대조된다. 동일한 범죄를 저질렀어도 잘못을 바로잡는 것보다는 감독하고 보호하는 데 더 초점을 두는 것이다.
물론 치료감호소의 외벽과 내부 구조는 교도소의 그것과 유사하지만, 실제 감독하는 방식과 수행 인력의 역할은 다른 것으로 인식된다. 즉, 감호 수행 인력인 ‘보호사’들은 감독과 보호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정신질환자인 생활인들의 특성상 약물을 투여한 상태에서 일상생활을 하기 때문에 대체로 무기력한 상태에 있기 쉽고, 이 때문에 감호체계의 기능도 특별히 강조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범법정신질환자인 연구 참여자들도, 사회복지사나 간호사도 감호인력에 대해서는 특별히 언급하지 않았다.
그런데 연구 참여자들에 따라 치료와 감호 중 어느 쪽에 방점을 두는 가에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범법정신질환자들의 경우에는 자신이 약을 매일 먹고 있고, 주로 만나는 사람이 의료진이기 때문에 치료에 더 초점을 둘 것 같지만, 그보다는 ‘갇혀 있음’이라는 생각 때문에 감호에 더 의미를 두는 것으로 보인다. 그와는 달리 간호사와 사회복지사는 일상생활 관리와 치료, 사회적응에 더 초점을 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 프로그램 안에도 증상관리는 들어간 거예요. 저는 약물관리는 뺐고, 왜냐면 어느 정도 환자들이 굉장히 오랫동안 롱텀으로 있다 보니까 우리들이 교육하는 수준에 내용은 이론적으로는 알고 있거든요. 그래서 그 부분은 빼고 저는 대인기술이랑 사회기술훈련이랑 의사소통 이런 거에 포커스를 맞췄거든요. 어떤 선생님은 아직 약물교육에 포커스를 맞추는 선생님들도 있어요. (간호사)
③ 다른 생활인들
치료감호소 내 다른 생활인들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찾아보기가 어려웠으며, 단지 동병상련을 느낀다는 연구 참여자들이 있었다. 다른 생활인들이 수급에 의존한다거나 무기력해 보인다는 등 부정적인 평가들이 더 많았다.
여기 있는 사람들이 수급비 받고 그렇게 살겠다 그런 걸 볼 때 저게 정말 그런 생각이 들거든요. 저거는 정말 쓸모없는 거 같은데 저렇게 살아서 과연 삶의 의미가 있을까? 의미가 없을 거 같은 느낌이, 그런 생각이 들어요.
범법정신질환자들의 사회적 관계망은 전반적으로 매우 빈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상태에서도 그렇지만 입소(입원) 전에도 그러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정신질환의 영향 때문인 것으로 예측된다. 연구 참여자들의 진술에서 드러난 사회적 관계망의 하위체계는 두 가지, 즉 가족과 의미 있는 타인들로 구분할 수 있었다.
가족에 대해서는 매우 다양한 반응들과 경험들이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볼 때 가족과 정기적으로 접촉하는 이들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연구 참여자들도 마찬가지로 가족과 접촉은 매우 제한되어 있었다. 가족과의 접촉은 면회, 화상 면회, 전화 연락, 합동 면회 등을 통해 이루어졌다. 대부분의 연구 참여자들은 가족들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으로 인해 가족이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안함, 실망시킴, 갈피를 못 잡음, 제한된 만남, 트러블, 가정 파탄, 동생에게 발병 등이 자신의 잘못에 귀인하는 것이라면, 버팀목과 지지해줌은 고마움을 표현하고 있고, 제한된 만남, 조건이 있는 관계 등은 가족과도 편안하게 만나고 친밀감을 형성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아쉬움을 드러내는 지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동생이 죽으니까 미안하더라고요. 동생인데, 부모님, 부모님이 가지고 있는 그건데, 피붙이인데, 좀 미안하더라고요. 동생. 엄마인데 엄마 애기인데 동생이 미안해가지고, 그리고 다른 가족들한테도 미안하고. 아파가지고 미안하고 그래가지고, 아무 것도 없이 아무 것도 없는데 병원도 나오고 병원비도 내고 뭐 이런 돈쓰는 것들. 조그만 것들. 사식 같은 것도 다 넣어주고 하니까 미안해 가지고 미안해 가지고 나가면 부모님 먼저 챙기고 일을 하더라도 부모님 챙기고 일하려고요.
의미 있는 타인에는 친구나 종교단체, 치료감호소에서 만난 사람 등이 포함되었다. 이러한 사람들과 접촉하는 빈도와 관계의 질은 매우 다양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외부인들과 전혀 교류하지 않는 이들도 있었다.
그 전에는 좀 원활하게 잘 지냈었는데... 그래서 그런 일도 겪고, 대학교에 이렇게 검정고시를 이렇게 보고 대학에 가게 되었는데 거기에서도 좀... 친구들과 깊은 관계를 못 맺고 좀 겉도는 식으로 이렇게 맺게 되고 제가 뭐 어려움이나 도움을 청하거나 이럴 때 연락할 수 있는 친구도 없었고...
친구가 조금 넣어주고 그랬어요. 그 다음에 여기서 나간 사람이 조금 넣어주고...
치료감호소 내에서 범법정신질환자들이 외부의 정신보건체계와 만나게 되는 접점은 거의 없지만, 일단 치료감호소를 벗어나게 되면, 즉 퇴소하게 되면, 정신보건체계를 만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의료진과 사회복지사들이 외부의 정신보건체계를 연결해 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것은 현재의 하위맥락이라기보다 잠재적인 미래의 하위맥락이다. 간호사나 사회복지사뿐 아니라 범법정신질환자들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
실제로 정신질환의 증상에 대한 약물관리가 적절히 이루어지고 있다고 판단되고 형 집행기간이 완료되었을 경우, 범법정신질환자들은 지역사회 정신건강증진센터에 의뢰될 것이다. 그러나 다수의 범법정신질환자들은 가정으로 복귀하기 어렵거나 혼자 생활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정신병원이나 정신요양시설로 가게 된다. 문제는 이렇게 지역사회의 정신보건체계로 의뢰된 이후의 사후관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마음 같아서는 사후관리까지 솔직히 하고 싶다는 생각은 되게 많이 드는데... 그거는 저희 어쨌든 시스템 상에서는 저희가 어렵기도 하고, 그니까 그나마 법무부라인에서 이제 보호관찰로 이어지니까 그쪽에 이제 정보를... 근데 보호관찰 선생님들도 사람마다 다르잖아요. 성향이 너무 다르니까 어떤 분은 진짜 관리감독 대충 대충 하시는 분들도 있고, 어느 분은 정말 애정이 있어가지고 선생님 제가 맡은 환자가 정신과 이건데 여기서 나온 거 같은데 이 사람 돈도 없는데 입원하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물어보시는 분도 이렇게 다 다르잖아요? 그래서 그런 거 차라리 정보까지라도 제공하면 좋겠는데 그런 건 개인정보법에도 위반이라 알려드릴 수 없고 그래서 그게 참 애매한 것 같아요. (사회복지사)
정신보건체계와 마찬가지로, 범법정신질환자들이 치료감호소 내에서 외부의 법무체계를 만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치료감호소 문을 나서는 순간부터는 법무체계와 반드시 만나게 된다. 퇴소 이후 3년간의 보호관찰이 법정 강제조항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신보건체계가 선택사항인 반면에, 법무체계는 필수사항이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서 퇴소 이후에 정신건강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보호관찰기관과 보호관찰관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재범’을 예방하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지만, 범법정신질환자들에게는 ‘재발’을 막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에 인용된 사회복지사의 진술에서 보는 바와 같이 지역사회 정신보건체계와의 연계는 보호관찰관의 재량에 달린 문제다.
여하간에 퇴소를 앞둔 범법정신질환자들에게는 보호관찰에 대한 정보가 다시 제공되며, 그렇지 않은 이들도 대체로 이 사실을 알고 있다. 따라서 외부의 법무체계는 현재 범법정신질환자들과는 상관이 없지만 잠재적이고 긍정적인 미래의 맥락으로 고려될 수 있다. 또한 이들의 사회적응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사회복지사들에게는 법무체계와 연계하는 일이 가장 핵심적인 과제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 치료감호소 생활의 패턴
치료감호소 생활의 패턴은 다시 일상생활 패턴과 치료의 패턴, 감호의 패턴으로 구분할 수 있다.
범법정신질환자들의 일상생활은 치료감호소의 일과표에 따라 구성된다. 아침 기상, 점검, 의료진의 라운딩, 식사, 투약 등 매일 정해진 생활패턴이 있고, 각자 자유 시간 내에서 운동, TV시청, 교육과 훈련, 프로그램 참여, 독서, 공부, 수면, 담소, 봉사활동, 일광욕 등을 하면서 보내는 여가시간이 있다. 연구 참여자들 다수는 이러한 일상생활이 편하다고 답변하였으며, 외부와는 다른 관계를 맺고 있다고 하였다. 한편, 몇몇 연구 참여자들은 다른 사람들을 돌보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으며, 그 대가로 영치금을 받아 사용하고 있다고 하였다.
전신마비 환자가 있어서 몇 시간씩, 몇 시간씩 나눠서 여러 명이서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아침에 그걸 도와주다가 아침밥을 먹고, 아침 먹여드리고 그 다음에 오늘 같은 날은 사식 같은 거 나오거든요. 사식 같은 거 받아오고 청소도 같이 하고 있거든요. 글로방스라고 해서 돈을 조금 주고 하여튼 이런 일들을 시키는 것들이 있어서 제도가 있어서 그걸 하고 뭐... 그 다음에 뭐 책을 본다든지, 낮잠을 자는 경우도 있고. 오늘 같은 경우에는 야구경기 하니까 야구 경기도 가끔 보고...
연구 참여자들은 치료감호소 내에서 일과시간에 정해진 활동 외에도 다양한 활동들을 경험하고 있다. 이를 크게 나누면 감호소에서 개설하는 프로그램들과 취미활동, 그리고 종교 활동 등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활동들에 대한 생각들이 있다.
연구 참여자들이 참여하고 있는 프로그램에는 취미활동, 치료 프로그램, 직업재활 프로그램, 봉사활동 등이 포함되었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에 대해서, 연구 참여자들은 다양한 활동들을 경험하고 있으며, 안하는 것보다 낫고, 퇴소 이후 도움이 될 것이며, 활동영역이 넓어질 수 있고, 욕구와 필요성이 높아지는 등의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지만, 맞는 것이 없다거나 학교에 온 것 같고, 치료와 상관이 없으며, 사회적응에 도움이 안 된다는 등 중립적이거나 부정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있기도 하였다. 또한 퇴소 심사를 염두에 두고 프로그램에 참여한다는 이도 있었다. 취미활동은 앞서 일상생활에서 언급된 일과 중에 하는 활동들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연구 참여자들은 이를 제한된 활동 또는 반복되는 활동으로 경험하고 있었다. 연구 참여자들이 바라는 프로그램으로는 임파워먼트 프로그램, 정보제공, 동기부여 등 지적 역량을 강화하는 프로그램들과 함께 요리, 웃음치료, 명상, 어학, 인문학, 운동, 공부 등 일상생활과 관련된 프로그램들이 포함되었다.
저는 일을 할 때 노가다하고 관련된 거거든요? 컴퓨터 빼놓고 건축, 시공. 건축, 시공이 타일하고 조적 그거 두 개하고 도장 그런 거 옛날엔 도배도 있었거든요? 도배는 할 만한데 학교가면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도배는 없어졌어요?
기타 일상생활과 관련된 활동들로 경제활동, 대중매체, 종교 활동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치료감호소 내에서는 현금을 보유할 수 없으므로 경제활동이 극도로 제한된다. 따라서 연구 참여자들은 대부분 외부에서 들어온 영치금을 사용하거나 봉사활동에 대한 보상금을 영치금으로 전환하여 사용하였다. 대중매체에 대한 접촉은 공중파, 그것도 뉴스나 다큐멘터리 등을 녹화하여 보여주는 등 노출이 제한되어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연구 참여자들은 미디어를 통한 정보습득이 매우 제한되어 있다고 느끼고 있었다. 인터넷 접속이 어려운 점도 이 범주에 포함될 것이다. 이처럼 전반적으로 활동이 제한되어 있는 상황에 대해 연구 참여자들은 대체로 수용하고 있었으며, 달리 방법이 없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환자를 위한 물리적 시스템. 꿈을 펴줄 수 있도록 노트북, 컴퓨터 대여라던가. 아니면 핸드폰 대여라던가. 인터넷을 활용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마음...
위에 언급한 일상생활 패턴 중에 정신질환에 대한 치료의 패턴이 포함되었다. 즉, 아침 기상과 점검이 있은 뒤에 이루어지는 의료진의 회진과 투약이 그것이다. 치료는 의사와 간호사에 의해 이루어진다. 따라서 의료진의 관점을 반영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아쉽게도 이 연구에서는 치료감호소 내 사정에 의해 의사에 대한 면접을 진행하지 못했으며, 간호사를 대상으로 한 면접만 진행하였다.
간호사의 관점에서 치료의 패턴은 그들이 하는 업무를 통해 파악할 수 있다. 현재 치료감호소 내에서 간호사의 업무는 환자를 직접 간호하며, 필요할 때 보호자들을 상담하고, 내외과 질환과 정신과의 모든 업무를 담당하며,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고 있다.
간호사가 수행하는 구체적인 업무들은 직접 간호와 보조 업무로 구성되며, 보조 업무는 교육, 보호자 상담, 약물관리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직접 간호는 투약과 내외과적 질환관리, 정신과 증상관리 등이다. 보조 업무는 프로그램 진행, 민원 시 가족상담, 간호직 봉사활동과 외부 민원인 의료봉사 등을 포함한다.
세부 프로그램으로는 증상관리, 사회기술, 의사소통, 재활 프로그램 등이 있으며, 개별 간호사들이 재량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하였다. 구체적인 운영방식을 살펴보면, 간호사들이 연간 계획을 세운 후 진행하며, 최종적인 목적은 ‘환자들의 기능 증진’으로 동일하다. 운영방식을 살펴보면, 대인관계, 증상관리, 사회기술 훈련 등을 적당히 섞어서 한 달에 한 번 정도 진행하며, 1년 단위로 로테이션을 하고 있다. 이는 환자에게 다양한 정보를 주기위한 것이다.
그런데, 맥락의 범위를 넓혀 보면, 치료의 패턴도 다소 다른 양상을 보일 수 있다. 먼저, 범법정신질환자들이 치료감호소에 들어오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정신질환에 대한 개입이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조현증의 망상이 억제되지 않고 발현하는 상태에서 공격성이 행동화되는 경우이다. 다시 말하자면, 치료감호소 입소 이전의 단계를 ‘불충분한 치료로 인한 증상 악화와 발현’으로 명명할 수 있다.
그 다음으로 치료감호소 입소 이후 퇴소 이전까지는 법적 강제조항과 치료감호소 내의 규정에 의해 장기간 적극적인 치료가 이루어지는 단계라고 말할 수 있다. 즉, 치료감호소 재소 단계를 ‘적극적 치료의 유지’로 명명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치료감호소 퇴소 이후에는 정신질환에 대한 치료가 충분히 이루어지지지 않을 가능성이 남아 있다. 퇴소자의 다수는 정신병원이나 정신요양시설로 옮겨가기 때문에 치료와 개입이 유지되겠지만, 가정으로 돌아가거나 지역사회에서 혼자 살아가는 경우 치료 개입의 가능성이 줄어드는 것이다. 따라서 치료감호소 퇴소 이후의 단계를 ‘제한적 치료 또는 치료 단절’로 명명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상태가 지속될 경우, 정신질환이 재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그것이 공격적인 행동으로 연결될 경우, 재범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매우 높아지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연구 참여자인 간호사와 사회복지사도 재범과 재입소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진술하였다.
아무래도 가족 분들이 없는 분들은 저희가 밖에 내보내더라도 그런 생활이... 병원에만 계속 계실 수는 없잖아요? 나와 가지고 약물관리 안 되면 또 다시 증상이 다시 재발되고 그러면서 다시 재범하고, 그리고 또 저희 치료감호소는 나가면 3년간 보호관찰을 받아야 하는데 그 과정을 거의 3년을 잘 지내지 못하고 다시 재입소하는 경우 되게 많이 봐서... (사회복지사)
감호의 패턴은 치료의 패턴과 같은 시간 흐름을 공유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엄밀하게 보자면, 감호의 패턴에 따라 치료의 패턴이 달라지는 것이다. 즉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치료의 패턴은 치료감호소 입소와 퇴소를 시간 경계로 하여 달라진다. 따라서 여기 감호의 패턴에서는 범죄행위를 중심으로 한 치료감호소 입소와 퇴소를 중심으로 기술하고자 한다.
연구 참여자인 사회복지사는 범죄의 원인으로 미흡한 약물관리를 들었다. 퇴소 후 약물관리가 안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범죄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사회복지의 역할은 약물관리와 함께 지지체계를 형성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즉 약물은 혼자서 관리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퇴소자와 함께 지내면서 관리해 줄 수 있는 지지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다른 정신 장애인들과 범법정신장애인의 차이점은 ‘단지 운이 나빴던 것뿐’이라고 하였는데, 이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기보다 퇴소 이후 여러 가지 상황이 겹치면서 그렇게 되었다는 점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러한 진술은 범죄의 원인을 범죄자의 동기에서 찾거나 범죄자의 생각과 행동에 초점을 두지 않고, 정신질환에 방점을 두는 사회복지사와 간호사의 전문적 관점을 반영한다.
치료감호소에 입소한 이후의 적응과정에 대해서는 희미해지는 죄책감, 감호소 내 권력관계 형성, 표현하지 못하는 아픔 등의 의미단위들이 나타났는데, 범죄를 저지른 정신질환자들이 치료감호소 생활에 적응하면서 죄책감이 희미해지고, 권력관계를 형성하게 되며,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아픔을 갖고 살아간다는 것이다.
퇴소에 대해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치료감호소는 매우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여 생활인들의 퇴소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수형 기간을 마친 뒤 주기적으로 퇴소 심사를 받게 되지만 한 번에 통과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대부분은 수차례 심사를 받고 탈락하여 지금 상황에 머물러 있다.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하면, 대부분의 연구 참여자들은 심사를 앞두고 있으며, 그에 대해 다양한 생각을 하고 있다. 치료감호소 내에서 떠도는 이야기들은 탈락한 이유와 심사 기준에 대한 것들이며, 오해와 소문의 형태로 존재하기도 하고, 이는 막연하고 초조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범법정신질환자들의 입장에서는 6개월마다 실시되고,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퇴소심사가 가장 주기적인 감호의 패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징역 남은 거에 대해서 시간 남은 거에 대해 시간을 극복해야 하는 문제들. 시간은 안가고 시간은 많이 남았고 언제 심사할지 모르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이런 것들 때문에 굉장한 스트레스가 많습니다.
퇴소과정은 퇴소 패턴, 퇴소 준비반응, 퇴소 욕구, 미연고자의 퇴소 등으로 이루어졌다. 퇴소 패턴은 기본적으로 심사과정을 포함하고 있으며, 퇴소 경로와 요인은 매우 다양하다고 할 수 있다. 퇴소를 준비할 때, 생활인들은 그대로 있고 싶은 마음, 두려움, 낮은 자존감 등의 반응을 보인다고 하였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생활인들은 치료감호소를 벗어나고 싶어 하며, 어쨌든 일반 교도소에라도 가고 싶어 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미연고자에게는 치료감호소가 최후의 보루로 작동한다.
치료감호소 퇴소는 감호의 종결을 의미하지만, 반드시 보호관찰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감독에서 관찰로의 전환’이라고 개념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보호관찰 기간이 끝나면 이마저 종결되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재범과 재입소 비율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완의 종결’, 그리고 ‘멈추기 힘든 악순환’의 한 연결고리로 이해할 수 있다.
치료감호소는 범법정신질환자들에게 최후의 보루 같은 곳이며, 다른 기관으로 연계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치료감호소에 있는 정신질환자들의 또 다른 특징은 취업 준비가 추상적이고 피상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어서 현실적인 준비를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치료감호소 내의 취업준비나 지원 프로그램도 단순 자격증 취득 수준에 머물러 있어서 실제 취업으로 연결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치료감호소의 재입소 패턴을 살펴보면, 출소 후 경고 누적으로 돌아오게 되기도 하고, 재범으로 들어오기도 한다. 보호관찰 기간에는 보호관찰관이 소변 검사를 통해 약물관리를 한다고 하였다.
간호사의 관점에서 보면, 시설이 연계되어 있는 동안에는 재입소율이 낮은 것으로 보인다. 재범율이 높은 이유는 퇴소 후 가족의 낮은 지지 수준, 약물관리 소홀, 직업 단절을 들 수 있다. 재입소하는 환자의 대부분이 무직이며, 가족과 함께 있으면서도 원룸에서 따로 생활하기도 한다. 가족 지지가 잘 되면 재발률도 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3) 치료감호소 생활의 의미
범법정신질환자들과 사회복지사, 간호사를 대상으로 한 면접을 통해 수집한 자료와 치료감호소 생활의 맥락과 패턴을 다시 검토하며 살펴 본 결과, 다음과 같이 다섯 개의 의미구조가 나타났다. 앞서 제시된 맥락과 패턴이 ‘사물’, 즉 치료감호소 생활에서 경험하게 되는 일과 물건의 객관적 상태에 대한 것이라면, 여기에 제시하는 것들은 범법정신질환자들의 마음에 새겨진 주관적 의미들이라고 할 수 있다.
공간 차원에서, 치료감호소는 ‘감금’을 전제로 하고, 치료와 보호를 제공하는 닫힌 공간이다. 이곳에는 수많은 문들이 있으며, 생활인들의 출입을 막는다. 이러한 공간과 문들은 몸의 출입을 억제할 뿐만 아니라 마음의 출입도 막고 있다. 생활인들은 치료감호소라는 제한된 공간 안에서만 돌아다닐 수 있으며, 허락된 뉴스만 볼 수 있고, 바깥세상에서 널리 활용되는 인터넷과 단절되어 있다. ‘감호’에 초점을 두면 이러한 폐쇄성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지만, ‘치료’를 위해서도 적절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게 된다. 치료 이후 ‘사회적응’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치료감호소의 시간은 천천히 간다. 지나고 나면 빨리 갔다는 생각이 들지만, 매일 똑같은 일과표대로 살아가다 보면 시간의 흐름이 매우 느리게 느껴진다. 이러한 느낌은 ‘퇴소’라는 좀처럼 오지 않을 미래를 바라볼 때 더 심화되곤 한다. 현재 치료감호소의 퇴소심사를 통과하는 비율은 매우 낮으며, 만기가 지난 뒤에도 오랜 시간동안 치료감호소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 퇴소심사에서 계속 탈락하다 보면, 미래에 대한 전망을 갖기가 어려워지고, 의지를 가지고 체계적으로 준비하기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연구참여자들 대부분이 이러한 생각들을 표현했다. 막연하게 퇴소 이후의 생활을 생각하고 있지만, 그때가 올 수 있을지, 언제 올지 알 수 없어 생각만으로 그치게 되는 것이다.
몇 가지 사소한 대안들만 있을 뿐, 치료감호소 생활인들의 일상생활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 약물은 계속 투입하고 있지만,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뿐 크게 달라진다는 느낌은 없다. 치료나 취미, 직업과 관련된 프로그램들에 참여해 왔지만, 그때그때 시간을 보내고, 생각해 보고, 기능을 익히는 것에 불과할 뿐 자신의 기능이 달라졌거나 역량이 강화되었거나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세상으로 나갔을 때 불편함이 없이 생활할 수 있을 만큼 유용한 무언가를 익혀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치료감호소 밖의 사람들뿐만 아니라 치료감호소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벽이 있음을 느끼게 된다. 의사들과는 공식적인 의료진-환자 관계 외에 친절함 정도만을 기대할 수밖에 없으며, 일상생활에서 가장 자주 마주치는 간호사들도 저마다의 선을 지키고 있다. 함께 살고 있는 생활인들에게는 동병상련을 느끼게 되지만, 공감을 느낄만한 관계를 형성하기는 어렵다. 자신의 처지와는 상관없이, 다른 생활인들을 보며 한심함, 안타까움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는 그러한 생각을 넘어 서로에게 도움과 자극을 주고받는 관계로 나아가기는 어렵다.
치료감호소 밖에 있는 가족, 친구, 지인들은 접촉시점에서 늘 좋은 사람들이지만, 과거를 생각하면 늘 미안함과 서운함을 갖게 되고, 현재에는 일상에서 잊히는 존재이며, 미래에도 더 나은 관계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미 불효를 범한 부모에게 돌아가 잘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지만, 갈 길은 너무 멀다.
치료감호소 생활인들이 일반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여러 개의 벽을 넘어야 한다. 우선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현재 기능수준을 넘어서야 한다. 그리고 의료진이 판정하는 ‘정상’의 기준을 넘어서야 한다. 그 벽을 넘어서더라도 일반 사회구성원들이 기대하는 수준에 다다라야 한다. 마지막으로 범법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넘어서야 한다.
5. 결 론
이 연구의 목적은 범법정신질환자들이 경험하는 치료감호소 생활의 맥락과 패턴을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이 연구에서는 치료감호소에서 생활하고 있는 범법정신질환자들과 서비스제공자들을 대상으로 면접을 진행하여 자료를 수집하였고, 질적 연구접근 중 하나인 맥락-패턴 분석방법으로 분석하였다.
연구결과는 치료감호소 생활의 맥락과 패턴, 의미 등의 세 가지 차원으로 구성되었다. 치료감호소 생활의 맥락은 치료감호소 체계와 사회적 관계망, 외부의 정신보건체계, 그리고 법무체계로 구분되고 연결되었다. 치료감호소 생활의 패턴은 일상생활 패턴과 치료의 패턴, 감호의 패턴으로 구성되었다. 치료감호소 내 생활의 의미는 ‘닫힌 공간, 막힌 문’, ‘천천히 가는 시간, 오지 않을 미래’, ‘변화 없는 일상생활’, ‘벽 너머의 사람들’, ‘넘기 힘든 세상의 벽’ 등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연구결과를 근거로 하여 범법정신질환자들의 사회적응을 돕기 위한 정책과 실천 지침들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미시적인 수준에서 보면, 치료감호소 내에서 범법정신질환자들의 사회적응을 돕기 위한 프로그램의 개발과 실행이 필요하다. 현재 상태에서는 각 병동을 담당하는 간호사들이 이들의 사회적응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수행하거나 개입하고 있다. 물론 간호사들도 전문교육과정 안에서 이러한 개입활동들에 대해 배우고 있지만, 직접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개발하고 수행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직무확대, 장기적으로는 역할분담의 조정을 통해 사회복지사들이 이러한 사회적응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하고 개발하고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로 각 간호사들이 담당하는 병동에는 다양한 특성과 수준을 가진 범법정신질환자들이 있기 때문에, 개별 간호사가 자신의 병동 내에서 단일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보다는 사회복지사들이 여러 병동에서 비슷한 특성과 욕구를 가진 이들을 모아 진행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
이 연구의 결과를 고려할 때, 범법정신질환자들의 사회적응 프로그램에 포함되어야 할 구성요소들로는 가족관계, 대인관계, 사회적 문제해결, 분노조절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요소들을 1-2개씩 묶어서 프로그램으로 만들고 사회복지사들이 6개월이나 1년 주기로 반복해서 실행하면 될 것이다. 일종의 사회적응 패키지를 만들고, 각 범법정신질환자들의 상태나 수준에 따라 선택적으로 조합하여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만기출소일이 1년 정도 남았고 증상관리가 잘 되고 있어서 퇴소 가능성이 높을 경우 집중적으로 훈련할 수 있는 심화프로그램을 기획하여 실행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다른 한편으로, 사회적응을 위해 필요한 다른 구성요소인 약물관리, 건강관리, 일상생활관리, 직업재활, 재정관리 등은 치료감호소 내 다른 전문직이 담당하거나 외부 전문가들이 들어와서 진행하면 될 것이다.
현재 상태에서 치료감호소에 가장 부족한 요소는 직업재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된다. 일부 프로그램은 만족도도 높고, 그 프로그램이 표적으로 하는 기능향상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것이 과연 퇴소 후 직업생활과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모두 의문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정신질환자와 범죄자라는 이중적인 낙인과 부담을 갖고 있는 이들이 일반 사회에 나가서 적응하며 살아가고자 할 때 실제로 필요로 하는 기능과 직업군을 파악하고, 이전의 직업과 비교하여 검토하며, 적성을 파악하고, 새로운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돕는 실제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직업재활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범법정신질환자에 대한 정확한 기능사정, 체계화된 교육시스템, 사회적 인식의 변화, 피치료감호인이 재활할 수 있는 재활센터와 같은 다양한 변수들이 작용하는 것이 사실이다. 범법정신질환자들에게 증상의 완화를 위해 갇혀진 환경이 일시적으로 필요하나 범법정신질환자의 재활에 초점을 둔다면 더욱 다양한 형태의 치료환경이 요구된다. 즉, 범법정신질환자의 재활을 위한 체계적인 재활센터나 일상적인 생활이 가능한 개방적 형태의 재활타운과 같은 개방시설이 필요하다고 본다. 치료감호를 필요로 하는 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고, 병동 내 수용인력을 넘어서고 있으며, 그럼에도 재정은 부족한 상황에서 이러한 전략들을 사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이는 정치적, 정책적으로 먼저 해결되어야 할 사안이며, 그 전에 관련 전문가들이 의지를 갖고 준비해 가야 할 작업이라고 생각된다.
셋째, 범법정신질환자의 사회적응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가족의 지지가 매우 중요하다. 본 연구의 참여자들인 전문가들과 생활인들 모두 가족의 지지와 가족 및 일반인들의 인식 개선 등이 사회적응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범법정신질환자가 퇴소해서 가족과 사회에서 잘 적응하기 위해서는 가족들도 피치료감호인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 가족이나 사회에서는 죄를 저지른 무서운 사람으로 보기 보다는 병을 앓고 있는 아픈 사람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정신질환자라는 것과 죄인이라는 이중 낙인으로 인하여 가정과 사회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가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향후 프로그램에서는 가족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이나 가족을 대상으로 범법정신질환자에 대한 이해와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요구된다.
치료감호소의 범위를 넘어서 논의하자면, 현재 포화상태인 치료감호소의 물리적 공간을 넓힐 필요가 있고, 이에 동반되는 서비스제공자들의 인력확보도 필수적이다. 특히 사회적응에 초점을 두고 개입할 수 있는 사회복지 인력의 확충과 직업재활을 담당하거나 관리할 수 있는 인력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이를 위해서는 법무부와 보건복지부의 협력 작업과 재정확대, 시스템 재구조화 등이 필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범법정신질환자의 경우 회전문현상을 줄이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와 유기적 연계가 중요하다. 이러한 부분을 전담하여 연계하고 관리할 수 있는 법무사회복지사의 제도화가 요구된다. 특히 범법정신질환자의 재발과 재범을 막기 위해서는 정신질환 약물관리 및 치료에 맞는 시스템, 또는 지역사회센터와의 연계와 직업적으로 재활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 체계와 가능한 재원과 자원, 가족과 지역주민의 태도 등 다양한 요소들이 결합되어 전달되어야 한다. 제도와 전문 인력 없이 서비스가 이루어 질 수 없다. 따라서 범법정신질환자들의 약물관리, 퇴소 후 사회적응관리, 그리고 직업재활과 재정적 안정 등을 체계적으로 지원해주고 관리해줄 법무사회복지사와 같은 전문가들이 역할을 전담할 수 있도록 체계의 마련과 제도의 정비가 요구된다.
이 연구에서는 그동안 이론적 관심의 대상에서 소외되어 있던 범법정신질환자들을 대상으로 직접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았다는 점에서 나름의 의의를 갖고 있다. 그러나 자료 자체의 한계는 가지고 있다. 각 연구 참여자들에 대한 면접이 1회로 제한되어 있어 심층면접이 어려웠고, 공식적인 자료들을 수집하기도 어려웠다. 더욱 다양한 대상자들과 다양한 방법으로 자료를 수집하고 총체적으로 분석하려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또한 범법정신질환자들의 사회적응을 돕기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실행하는 작업과 그에 대한 평가연구가 후속연구로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Acknowledgments
본 연구는 2017년 법무부의 지원에 의해 연구되었음(승인번호 1-219577-AB-N-01-201706-HR-0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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