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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ticle ]
Journal of Social Science - Vol. 34, No. 3, pp.47-71
ISSN: 1976-2984 (Print)
Print publication date 31 Jul 2023
Received 14 May 2023 Revised 28 Jun 2023 Accepted 14 Jul 2023
DOI: https://doi.org/10.16881/jss.2023.07.34.3.47

청년은 어떻게 사회적으로 고립되는가?

류주연 ; 성기옥 ; 김수진
대전광역시사회서비스원
강원특별자치도사회서비스원
나사렛대학교
How Do Young Adults Become Socially Isolated?
Juyeon Ryu ; Kiok Seong ; Soojin Kim
Daejeon Public Agency for Social Service
Gangwon State Public Agency for Social Service
Korea Nazarene University

Correspondence to: 성기옥, 강원특별자치도사회서비스원 책임연구위원, 강원특별자치도 춘천시 외솔길 25, E-mail : sko71@gangwon.pass.or.kr 류주연, 대전광역시사회서비스원 선임연구원(제1저자)김수진, 나사렛대학교 조교수(공동저자)

초록

본 연구의 목적은 외부와의 관계가 축소·단절된 적이 있는 1인 가구 청년의 사회적 고립 경험을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다. 연구를 위해 2022년 8~9월에 대전광역시에 거주하는 19~34세 청년 11명을 인터뷰하여 자료를 수집하였다. 이를 질적 내용분석방법으로 분석한 결과, 5개의 대주제와 16개의 세부주제가 도출되었다. 구체적으로 1) 청년은 관계가 사라지는 것을 고립의 시작으로 보았다. 2) 청년에게 있어 고립은 사회적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에 스스로 실망하고, 취업 실패 등에서 오는 자괴감으로 인해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았던 시간이었다. 3) 다만, 처음부터 자신의 고립을 인식한 것은 아니었으며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서서히 고립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고립된 자신의 상황을 인식하면서 4) 힘들고 두려운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확인되었고, 5) 이러한 고립의 굴레를 끊기 어렵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연구결과를 토대로 청년의 사회적 고립을 정의하였고 나아가 실천적/정책적 제언을 도출하였다.

Abstract

This study was undertaken to understand the social isolation of young adults living alone. For the study, 11 people living in Daejeon Metropolitan City aged 19 to 34 years were interviewed between August and September 2022. Our results include 5 major themes and 16 sub themes. The major themes reveal that young adults remembered their isolation beginning when relationships disappeared; they decided not to meet anyone when feeling isolated because of the shame of failure; they could not perceive their isolation at first and found themselves slowly becoming isolated; they experienced fear and difficulties; and their cycle of isolation persisted. Based on these findings, we propose a definition of social isolation and suggest practical/political implications for young adults at risk of isolation.

Keywords:

Young Adults, Social Isolation, Social Disconnection, Isolation Process

키워드:

청년, 사회적 고립, 사회적 단절, 고립 경험

1. 서 론

생애주기적 관점에서 청년기는 독립된 성인기로 이행하는 시기로 취업과 결혼, 다양한 사회적 관계 구축과 같은 중요한 발달과업이 있다(김은정, 2015; 김재희, 박은규, 2016). 성인으로의 출발선에 선 모든 시대의 청년들은 활발한 사회활동을 전개하면서 발달과업을 성취하고 그 과정을 통해 사회의 주요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그러나 경제적 침체, 복잡한 사회 변화로 청년기 발달과업의 성취가 지연되는 경향이 나타나기 시작하였고 청년기를 바라보는 전통적 관점만으로는 청년의 삶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려운 한계에 직면하게 되었다(이정봉, 2021; Bendit, 2006). 예를 들어 청년기에 들어설 때까지 부모의 과보호나 대학진학에 집중하는 생활로 독립 준비가 늦춰지거나 성인으로서의 성숙함을 갖추지 못하기도 하고(김정은, 박정윤, 문의정, 2019) 나날이 심해지는 경쟁적 환경 하에서 청년들은 자신의 경쟁력을 높여 안정된 직업을 구하고자 취업과 결혼을 미루는 현상도 나타난다(김은정, 2014). 즉 청년이 그 시기에 주어지는 과업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되는 시점이 과거와 같지 않으며, 그러한 변화가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고려하지 않고서는 청년의 삶을 이해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처럼 현대사회에서는 성인기로의 이행에 대해 일련의 과업만으로 설명하기가 어려운 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Creaven, 2021; 조미형, 고아라 재인용, 2022) 과거의 관점으로만 바라 볼 경우 과업달성이 지연되는 사람은 무능한 자로 규정될 우려가 있다(박은주, 박정윤, 김정은, 2020). 발달과업의 성취가 지연되는 청년들이 느끼는 공포, 불안, 체념, 무기력, 수치심, 낙심 등이 심각하게 나타나는 것도(정수남, 권영인, 박건, 은기수, 2012) 청년들이 살아가는 현실과 청년을 바라보는 시선 사이의 부조화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변화된 사회환경 속에서 청년들이 느끼는 부정적 정서의 영향으로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청년들과 외부와의 접촉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청년들은 자타(自他)가 원하는 수준으로의 발달과업 달성이 힘들어진 사회환경 한가운데에 서 있다가, 아직 완성되지 않은 성인기에 대한 사전평가와도 같은 시선이 느껴지는 현실에서 멀어져 사회관계의 축소 또는 단절을 경험한다. 연애나 결혼, 취업, 인간관계 등을 포기한다는 ‘N포 세대’, 밖으로 나서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 그늘에서 여전히 의존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캥거루족’, 일하지 않고 있으며 일할 의지도 없는 ‘니트족(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 사회적 관계를 단절하고 오랜 세월을 칩거하는 ‘은둔형 외톨이’ 등은 청년세대의 실정을 보여주는 용어이다(김재우, 2018). 각 용어가 집중하는 주요 양상에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청년이 외부와의 접점이 줄어드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다시 말해 청년들이 사회가 기대하는 과업을 달성하는데 실패했다고 느낄 경우 친밀한 인간관계 맺음이 어려워지거나 사회적 공허함, 소외감이 초래된다는 것을 의미하며, 청년기에 경험하는 이러한 사회적 고립감은 삶의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김재희, 박은규, 2016). Erikson(1968)이 청년기에 해당하는 성인 초기의 심리사회적 발달과업을 친밀감 대 고립감이라고 제시한 점을 보더라도 청년들이 경험해야 할 친밀한 관계형성의 중요성 및 사회적 고립의 위험성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선행연구에서도 사회적 고립감이 청년들에게 사회정서적 장애, 죽음, 우울, 자살과 같은 위험한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내용이 발견된다(Chang, Muyan, & Hirsch, 2015; Hazler & Denham, 2002). 특히 청년 1인 가구의 경우에 혼자 사는 데 더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사회적 관계망조차 부재하다면 고독사, 자살 등 심각한 사회문제로 연결될 위험이 매우 높다. 실제로 청년들이 고립상태에 놓이게 되는 현상이 꾸준히 커다란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실정이다(서울경제, 2016; 송인주, 2016; 뉴스데스크, 2022; 안진호, 최재성, 2022; 뉴스투데이, 2023). 따라서 청년 고립의 결과가 극단적이고 심각해지는 양상을 막기 위해서는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혼자 사는 청년에 보다 우선하여 관심을 가져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선행연구를 통해 최근 십여 년간 청년 관련 연구가 폭증한 것을 알 수 있는데 고용·실업, 불안정 노동 등이 주를 이루고(류기락, 2012; 금재호, 2013; 최용환, 2015; 이승윤, 이정아, 백승호, 2016; 이승윤, 백승호, 김미경, 김윤영, 2017; 김규혜, 이승윤, 박성준, 2020), 그 밖에 주거(정의철, 2012; 박애리, 심미승, 박지현, 2016), 여가(이수현, 2017), 결혼(권소영, 강시은, 엄세원, 박지수, 이재림, 2017) 및 청년 1인 가구의 사회적 관계(노혜진, 2018)를 다루는 경우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청년이 혼자 살게 된 후 자신의 고립을 자각하는 과정 및 자각 이후의 상황에 대해 논하는 연구는 드문 것으로 나타난다. 이에 본 연구는 혼자 살면서 외부와의 관계가 축소 또는 단절된 적이 있는 청년의 사회적 고립 경험에 대해 살펴보고, 청년들이 어떤 과정으로 고립을 겪었는지, 고립된 채 생활했던 원인은 무엇이고, 고립된 상태에서의 생활은 어떠했는지 파악함으로써 청년들의 고립을 예방하거나 이미 고립상태에 놓인 청년들이 그 상황에서 벗어나도록 돕는 실천과 정책의 근거를 제언하고자 한다.


2. 문헌고찰

1) 사회적 고립의 개념

사회적 고립의 개념을 이해하는 것은 고립에 대한 정의를 확인하는 데서 출발한다. 고립은 사전적으로 ‘다른 사람과 어울리어 사귀지 아니하거나 도움을 받지 못하여 외톨이로 됨’이라고 정의된다(국립국어원 표준어대사전, 2023). 이는 우물 바닥에 홀로 있는 듯 도움을 요청해도 누구도 듣지 못하는 모든 관심의 영역 바깥에 놓여있는 상황이며, 혼자이거나 사회적 관계가 거의 없는 것을 넘어서는 복잡한 현상이다(Samuel, 2018). 이처럼 고립은 용어 자체로 이미 관계 축소와 부재의 의미를 포함하며, 사회적 고립은 이에 더해 사회적 관계나 참여 위축에 의한 위기까지 포괄하는 의미로 사용된다. 하지만 사회적 고립에 대해 명확히 합의된 개념은 부재한 실정이기에 연구자의 관심 또는 연구과제의 핵심 주제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회과학 분야에서는 사회적 고립을 주로 사회적 관계로부터 배제 또는 단절되는 상황으로 보고, 의미 있는 사회적 관계망의 부재 또는 비공식적 지원 관계의 부재 상태를 가리킨다(박찬웅, 김노을, 유부원, 윤민지, 2020; Nicholson, 2012). 구체적으로 가족과 지역사회에 접촉이 거의 없는 것(Townsend & Tunstall, 1973), 다른 사람과의 접촉이 없거나 어려울 때 도움받을 사람이 없는 상태(한준, 2019) 등으로 규정되기도 한다. 또한 사회적 고립은 객관적 특징이나 타인과의 분리 정도만이 아니라 주관적인 지각, 인식, 질적 측면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개념으로서 당사자가 얼마나 고립되었다고 느끼는지도 살펴봐야 한다(이상철, 조준영, 2017; 박선희, 최영화, 2019). 타인과 의미 있는 관계를 거의 갖지 않는 외부적 고립(Dykstra et al., 2005) 및 이상적인 사회관계와 인식된 사회관계 간의 불일치로 인한 괴로움을 뜻하는 내부적 고립(Cacioppo & Hawkley, 2009)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이러한 선행연구들을 종합하여 본 연구에서는 ‘사회적 관계망 및 사회적 접촉이 거의 없는 낮은 관계망 수준을 가지며, 주관적으로 고립되었다고 느끼는 상태’로 사회적 고립을 정의하고자 한다.

2) 청년의 사회적 고립

청년의 사회적 고립이 심각해지는 현실에 비해 관련 연구는 아직 찾기 쉽지 않다. 그러나 청년이 노인에 비해 사회적 고립을 인지하게 될 가능성이 높고, 청년기가 노년기보다 사회적 관계에 대한 압박이 큰 생애주기로 외로움을 더 크게 느끼기 때문에 외부의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Hawhome, 2006; Nyqvist, Victor, Forsman, & Cattan, 2016; Child & Lawton, 2019; Chair, Gordon, Kroon, & Reilly, 2021).

선행연구에서는 사회적 고립이 정신건강에 얼마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분명히 제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사회적 고립은 외로움, 우울은 물론 자살위험의 가능성을 높인다(정창순, 이동형, 2019; 이수비, 신예림, 윤명숙, 2022). 특히 사회적 고립이 장기화될수록 정신건강 문제가 더 위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노가빈 외, 2021). 청년의 사회적 고립이 깊어질수록 타인과의 교류 감소, 관계의 상실이 나타나며, 정신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사회적으로 고립되었다고 느끼는 이들은 사회적 위협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삶의 만족도 저하, 업무 스트레스, 사회에 대한 낮은 신뢰를 경험한다(Cacioppo, Hawkley, Norman, & Berntson, 2011; Clair et al., 2021).

사회적 고립에는 실업, 빈곤, 부정적인 과거 경험, 사회적 관계의 곤란 등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실업은 경제적 빈곤뿐 아니라 사회적 지위, 자존감 등의 문제로 심리적 안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미취업 상태가 장기화될 때 고립감과 관계 단절 문제는 더욱 커진다(김지경, 정연순, 이계백, 2015; 조미형, 최지현, 이승영, 최보리, 2021; Artazcoz, Benach, Borrell, & Cortes, 2004). 이 외 억압적인 양육환경이나 가족관계에서의 배제경험, 또래 관계에서의 괴롭힘 피해경험도 사회적 고립의 요인으로 나타났다(홍진주, 2020; 노가빈 외, 2021; 노혜진, 2021).

서울시 청년수당 참여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청년의 고립집단의 유형화를 살펴보았는데, 사회적 고립집단, 일상생활 취약집단, 심리정서적 위기군의 3집단으로 유형화하여 제시하였다(이상인, 오미애, 김문길, 전진아, 2020). 이 연구에서는 고립 정도가 강할수록 심리정서 및 진로구직의 취약성이 강해짐을 제시하였으며, 인간관계의 만족도가 고립을 완화시키는 중요한 요인임을 밝혔다. 사회적 고립이 극단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은둔형 외톨이로 발전하기도 하는데, 서울시의 고립 및 은둔 청년 실태조사 결과에서 물리적 고립, 정서적 고립, 우울감, 외로움, 일상생활 패턴 등을 바탕으로 은둔형 고립군, 좌절형 고립군, 관계단절형 고립군, 의존형 고립군으로 유형화한 바 있다(서울특별시, 2022).

이와 같은 선행연구는 청년의 사회적 고립의 부정적인 영향이나 고립을 야기하는 요인을 설명할 수 있지만 그 내면의 생생한 모습을 드러내지는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청년이 실제로 어떻게 고립에 처하게 되고, 어떤 상황을 경험하게 되는지 등 고립의 과정과 현상을 분명히 보여주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그에 비해 고아라와 조미형(2022)의 연구는 혼합연구를 통해 저소득 구직단념 고립청년 지원사업 참여자를 대상으로 사회적으로 고립된 청년이 누구인지를 탐색해 보여주고 있다. 그 결과로 어린 시절 혹은 학교 졸업/중퇴 이후부터의 문제로 사회 일원으로서의 소속감이 없이 무기력한 일상을 보내며, 사회적 관계의 어려움, 심신의 건강문제, 취업준비 부족 등의 문제를 경험하는 것 등으로 청년의 사회적 고립을 설명하고 있다. 이는 청년의 고립 현실을 당사자의 목소리로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고무적이지만 고립청년 지원 프로그램 참여자만을 대상으로 한 점, 고립청년 지원사업이 고려해야 할 청년의 일 경험, 노동시장 참여 등에 관한 제언을 중심으로 결론을 도출하는 점이 부분적인 한계로 판단된다. 청년 고립 관련 연구가 많지 않은 현실에서 사회적 고립 청년의 경험을 풍부하게 구성할 수 있는 연구를 적극 수행함으로써 청년 고립의 맥락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할 것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기존 연구의 한계를 고려하여 청년이 어떻게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있는지, 고립으로 이어졌던 청년의 경험에 대하여 심도있게 이해하고자 한다.


3. 연구방법

1) 연구참여자

본 연구는 대전광역시 19~34세 청년 1인 가구로 사회적 고립을 경험한 적이 있는 자를 대상으로 하였다. 모집 대상 연령은 인터뷰 당시 사회복지실천과 정책의 지역성을 반영하고자 ‘대전광역시 청년기본조례’에 따라 만18~39세로 정하였다. 하지만 조사 결과 연령의 범주가 넓어 동질 집단으로 접근하기에는 경험의 차이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었고, 조례의 상위법인 청년기본법에서 청년을 19~34세로 연령을 규정하고 있어 이를 기준으로 면접 참여자 14명 중 35세 이상 참여자 3명을 제외한 11명의 면접 내용을 분석하였다. 1인 가구로 한정한 이유는 연령 기준과 함께 사회적 관계의 단절, 양적·질적으로 낮은 사회적 관계를 더욱 분명히 드러낼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연구참여자 모집은 청년 유관기관 및 SNS 홍보를 통해 이루어졌다. 구체적으로는 ‘청년 1인 가구로서 생필품 구입, 간단한 산책 등 필수생활 외에 외출이나 사회활동을 거의 하지 않은 경험이 최소 6개월 이상이며, 스스로 판단할 때 고립 위험이 있었다고 생각하는 자’를 모집하였다. 이때 현재까지 고립되어 있는 자를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며 현재의 고립유무와 관련없이 청년기에 고립을 경험하였다는 것에 집중하였다. 고립 기간과 관련해서는 아직 분명한 기준은 없지만 청년의 고립을 다룬 최근 정책 및 선행연구를 비롯해(청년정책몽땅, 2022; 피앰아이, 2023) 사회적 고립의 극단적 형태라 할 수 있는 은둔형 외톨이를 정의할 때 활용하는 기준을 반영하여(김성아, 2022; 제세령, 최태영, 원근희, 봉수현, 2022) 6개월 이상 고립생활을 지속했을 때 고립경험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고립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모집된 신청자를 대상으로 자신의 고립 경험이 무엇인지, 어느 정도 그 기간이 유지되었는지 등에 대한 간단한 사전인터뷰를 실시해 연구기준에 적합하며 집단으로 구성된 면접조사에 자발적으로 참여의사가 있는 자를 최종 선정하였다. 최종 연구대상자는 총11명으로 주요 특성은 다음의 <표 1>과 같다. 전체 11명 중 5명은 현재 자영업, 직장인, 프리랜서로 소득활동을 하고 있으며 그 외 6명은 취업준비, 대학생, 휴학생이다. 취업준비 중인 참여자 2와 참여자 7은 직장 경험이 있었다.

연구참여자 특성

2) 연구절차 및 자료수집

본 연구는 면접조사를 통해 자료를 수집하였다. 구체적으로 연구참여자의 연령 및 성별을 고려해 4개 집단으로 구분하여 집단면접조사를 실시하였다. 집단면접조사를 선택한 이유는 비슷한 성별과 연령대의 유사한 경험이 있는 청년이 상호작용을 하며 자신의 경험을 이끌어내는 데에 더 효과적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에 가능한 한 참여자가 편안한 분위기에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성별과 연령대를 고려하여 3~5명 내외의 소집단을 구성하였다. 자료수집은 2022년 8~9월에 진행되었으며 연구 관련 이해를 높이고자 참여자 모집 후 참여자에게 연구목적, 주요 질문 등을 전달하였다.

면접은 연구자 1인이 직접 진행하여 1시간 30분~2시간가량 각 1회씩 총 4회를 실시하였다. 이 과정에서 연구자는 면접을 통해 더 이상 새로운 개념이 도출되지 않아 포화상태에 이르렀다고 판단될 때 추가 인터뷰를 진행하지 않았다. 모든 면접조사는 연구자가 종사하는 기관 내 상담실을 활용해 조용하고 편안한 분위기 조성 후 반구조화 된 질문지에 기초해 이루어졌으며, 녹음에 대한 동의를 구한 후 실시하였다. 주요 질문으로는 ‘어떤 경험이 고립된 경험이었습니까?’, ‘고립 생활을 했던 원인은 무엇입니까?’, ‘고립되는 과정은 어떠했습니까?’, ‘고립되었을 당시 생활은 어떠했습니까?’ 등이었다.

3) 분석방법 및 윤리적 고려

본 연구에서는 녹음된 면접조사 내용을 전사한 자료와 연구자가 면접조사를 실시하면서 작성한 현장노트를 활용해 주제 중심의 질적 내용분석방법을 사용하였다. 이는 연구질문을 중심으로 맥락에 근거를 둔 상황적 분석방법으로 자료의 의미와 연구에서 의도하는 목적과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체계적인 분석방법이다(Yih et al., 2004; 노인숙, 조선희, 2016 재인용). 이는 기존 연구에서도 면접조사를 통해 수집된 자료를 분석하는 데에 활용하고 있는 방법이다(도지영 외, 2021; 이영애, 황옥경, 노은선, 2023). 본 연구에서도 여러 번의 FGI를 통해 수집된 다양한 자료를 분석하고 해석함으로써 청년들의 고립경험에 대한 심층적인 주제들을 도출해내는 것이 가능하기에 질적 내용분석방법을 활용해 분석하였다.

분석과정에서는 3명의 연구진이 모두 참여하였다. 연구진은 모두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박사학위 소지자로 질적연구방법을 교육받았으며 실제 질적연구방법을 활용한 다수의 연구를 실시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연구자 3인은 주제와 관련한 선이해나 편견을 의도적으로 분리하고자 노력하여 중립성을 유지하고자 하였다. 먼저, 연구진은 전사 자료와 현장노트를 수차례 읽어 내용에 친숙해지는 과정을 거쳤으며 연구참여자가 사용한 단어를 중심으로 살펴보면서 핵심적인 의미를 파악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연구진 중 한 명이 주요 의미별로 내용을 코드화하고 해당 내용을 그룹화하여 주제를 찾았다. 이후 연구진 모두 분석에 참여하여 연구내용에 대한 검토, 평가와 합의 등 반복적인 수정과정을 거치며 충분히 논의해 분석결과를 정리하였다. 추가로 연구결과에 대하여 청년 대상 연구경험이 있고 질적 연구경험이 풍부한 사회복지학 박사로부터 확인받는 과정을 거쳐 최종 결과를 도출하였다.

윤리적 고려를 위하여 매회 면접조사 진행 전에 연구참여자에게 연구목적, 내용은 물론 참여 중단, 개인정보보호 노력 및 활용범위, 녹음에 대한 동의, 비밀보장 등 참여자의 권리에 대해 설명하고 이에 대한 서면 동의를 받았다. 질적 연구로써 연구의 엄격성을 확보하기 위해 Lincoln & Guba(1985)가 제시한 신빙성, 전이성, 의존성, 확증성의 4가지 기준을 충족하고자 노력하였다. 즉 연구 중 현장노트를 구체적으로 작성하여 활용하였고, 모호한 내용 등에 대해서는 멤버 체킹(member-checking)을 통해 연구과정에서 연구참여자와 소통하며 점검하였다. 또한 분석 중 녹취 내용을 수시로 확인해 내용의 정확성 확보는 물론 분석 결과에 참여자의 진술을 충분히 제시하고자 하였다.


4. 분석결과

본 연구의 분석결과, 5개의 대주제와 16개의 세부 주제가 도출되었다. 주요 내용은 <표 2>와 같다.

분석결과

1) 희미해지는 관계와 고립의 시작

(1) 부유2)하는 삶, 관계가 사라짐

청년은 대학진학, 취업준비 등 새로운 시간을 마주하면서 가족과 떨어져 1인 가구로써의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청년은 거주지를 옮기기도 하며 그것이 안정적인 정착이 아니라 떠도는 삶, 즉 부유하는 생활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 고향을 떠나고 일자리를 찾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원래의 관계는 희석되었으며 움직임이 잦아질수록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어려웠다.

“이사를 많이 다녔어요. 왜냐하면 집에 있으면 계속 나가라 해가지고. 그리고 집 주변에 일자리도 없고.” (참여자 2)
“이리저리 찾아다니면서 일을 했어요. 그러니까 친한 사람도 못 만들었고 한쪽에서 일을 하면 어쨌든 친한 사람을 만드니까 고립된 상황을 벗어나는 거잖아요. 저 같은 경우는 택배도 A사, B사 다 가봤어요. 돌아다니다 보니까 친해질 기회가 없었어요.” (참여자 5)
(2) 나를 잡아줄 수 없는 가족, 친구를 떠나게 됨

청년의 고립은 가족, 친구 등 주변과의 관계 악화나 갈등과 관련되었다. 특히 가족과의 불화는 청년을 가족으로부터 물리적으로 분리하는 이유가 되었다. 가족에게 있어서 자신은 남들과 비교해 부끄러운 존재라고 생각하게 되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부모와의 마찰은 가족과의 거리감을 키우는 이유가 되었다. 가족과 자신의 관계를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가운데 가족과 공간적으로 분리되면서 가족에게서도 소외감을 느끼고, 긍정적 정서를 느끼는 기회 역시 줄어들 수밖에 없었으며 지원을 기대하기도 어렵게 되는 등 고립의 단초가 만들어진다.

“부모님도 자기 친구들의 자식들이 있을 거고 당연히 비교를 할 수밖에 없는데 왜 쟤는 저러고 있을까 이런 것들에 뭔가 눈빛, 말투 이런 거에서 좋게 나올 수가 없잖아요. 그렇다 보니까 (가족에게서도) 소외감을 느끼고 (중략) 계속 고립을 시키는 것 같아요. 가족이 있다하더라도.” (참여자 7)
“(아버지가) 임용고시 1년하고 실패하고 오니까 너가 대학다녀놓고 왜 나에게 돈을 달라고 그러냐(하며 돈을 지원해주지 않았어요)...(중략)...집에 있으면 식충이처럼 취급해서, 나가라 해서.” (참여자 2)
“저는 부모님이랑 대화를 많이 못했으니까, 대화를 못하고 독립을 하고 의지할 때도 없고.” (참여자 2)
“고등학교 다니면서 자퇴해서 부모님이랑 떨어져서 살았는데 이렇게 생활을 하다 보면 이제 가족들이랑도 연락을 안하고 지내고...” (참여자 8)

가족과 더불어 친구, 지인 등과의 관계 역시 중요한 부분이었다. 자신의 문제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의 부재, 나를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의 부재, 따돌림의 경험 등 인간관계에서 느끼는 회의감으로 타인과의 만남을 끊었으며 관계를 단절하는 계기가 되었다.

“제 자신의 문제가 너무 심각하고 어렵게 느껴져서 친구한테 이 문제를 말했을 때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고, 이게 또 달가운 이야기가 아니기에 제 얘기를 듣는 사람들이 싫어할 거라고 그냥 혼자 생각해서 끊었던 것 같아요.” (참여자 1)
“제가 교우 관계도 원만하지는 않았어요. 옛날에 이제 따돌림을 당하다 보니까 (중략) 친구들이 10년 이상 사귄 지 한 명 있고 나머지는 그렇게 연락도 안 하고 지내고 있고 그러다 보니까 (중략) 괴롭힘을 당해서 그렇다 보니까 그때부터 게임 생활에 좀 탐닉하게 됐고.” (참여자 11)
(3) 관계를 만들어 줄 소속이 없음

기본적인 소속이 없어 사람을 만나고 관계할 수 없었으며 오히려 배제되고 있다고 느낀다. 같은 곳의 소속된 구성원이 아니기 때문에 경험을 공감·공유할 수 없고,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있는 입장임을 스스로 체감하면서 느끼는 외로움이 커지면서 점점 관계를 끊어내게 되는 것이다.

“당연히 소속된 곳이 없으니까 거기서 주는 외로움이 너무 크다는 걸 느꼈어요. (중략) 뭔가 소속감이 없어서 내가 더 그랬구나, 내가 더 불안한 거죠. 뭔가 기댈 곳이 없으니까. (중략) 그냥 내가 그 나이 때에 해야되는 일들이 있잖아요. 그거를 하지 못했을 때...” (참여자 7)
“저는 혼자 산 지 오래된 게 이제 고등학교 다니고 자퇴하고 (중략) 친구들은 학교를 다니는데 저는 학교를 안 다니고 있고 하면서 친구들이랑 만나다 보니까 이제 유대감도 없어지고 소속감도 없는 느낌을 받아서 이제 대화를 하다 보면 주제도 안 맞고 하다 보니까 제 스스로 혼자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입장이구나... (중략) 심할 때는 한두 달 정도 그냥 집에서 연락도 안 받고 안 나가고 했었는데...(중략)... 저는 아예 공감도 안 가고 하니까 그때 제일 크게 고립됐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참여자 8)

특히 청소년기의 고등학교 때와는 달리 청년이 경험하는 대학의 시스템은 학생 스스로 선택이 가능해진다. 대학교를 휴학하고 나니 학교에 가지 않게 되고, 아무에게도 연락이 오지 않다 보니 모든 시간을 집 안에서 혼자 보내게 되었다. 대학교를 다니거나 직장을 갖지 않는 이상 새로운 관계를 만들 수 없다. 이 외에 어디에서 어떻게 사람을 만나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노력도 하지 않다보니 고립으로 이어진다. 특히 요즘 많은 청년의 놀이문화가 술, 노래방, 게임 등인 경우가 적지 않아 이러한 문화가 취향에 맞지 않을 때는 점점 주변의 관계가 정리되면서 사람을 만날 기회 자체도 줄어들게 되었다.

“(휴학해 학교에 가지 않으니) 지금은 그렇게 연락도 오는 것도 전혀 없고 그냥 하루 종일 그냥 24시간 통째로, 그냥 혼자 있고 무조건 혼자 밥 먹고 그냥 무조건 그냥 상황이 고립...” (참여자 4)
“고등학생 때까지는 이제 학교라는 시스템이 있잖아요. 근데 스무 살 때부터는 대학교를 가지 않는 이상 또는 이제 직장을 가지 않는 이상 대인관계가 형성되기가 좀 어려운 것 같아요. (중략) 솔직히 어디서 새로운 사람 만나려 노력이란 걸 해야 되잖아요. 어딜 나가야 된다든지, 일을 구해야 된다든지, 아니면 뭐 취미활동이나 그런 단체를 이제 나가야 된다든지. 애초에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노력을 잘 안 하려고 하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까, 이제 고립에 빠지거든요.” (참여자 6)
“저는 개인적으로 술 마시면 좀 몸이 아프거든요. (중략) 근데 사실 20대 노는 문화가 주로 술 문화잖아요. (중략) 좀 단체로 모이는 그런 게 있다 보면 술이 항상 껴 있어서 그러면은 저는 이제 마시면 좀 힘드니까 자연스럽게 계속 거절하다 보니까, (중략) 00는 술 마시면 아파서 안되잖아 이런 식으로 자연스럽게 빠지다 보니까...(중략)...이제 학과 생활도 잘 안하고 뭐도 잘 안하고 그냥 그런 거 같아요.” (참여자 6)
“사실 스무 살에서 서른 살 사이에 논다하면 뭐 술집이나 노래방 아니면 뭐 게임 그런 식으로 그런 부분밖에 없고, 그런 활동을 하거나 뭐 할 수 있는 공간도 부족하고 기회도 없어서 그냥 멀어지는 거...” (참여자 4)

2) 사회적 기대에 위축되어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던 시간

(1) 청년에 대한 사회적 기대가 너무 높아 위축됨

사회적으로 청년에 대한 기대와 요구는 높기만 하다. 밝고 건강한 청년, 많은 경험을 하고 고스펙을 가지고 있는 세대 등 건강하고 똑똑한 이미지로 이상적인 청년상을 그려내고 있다. 이러한 기대는 그에 미치지 못하는 청년을 위축시키고 보이지 않는 곳으로 숨게 하거나 일탈에 흔들리게 만든다. 사회적 기대를 쫓아 달려왔지만 아직 길은 보이지 않으며, 그 길을 따라가지 못하고 어딘가에 멈춰버린 자신은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든다. 청년에 대한 높은 기대, 청년이 따라야 할 길이 정해진 사회에 적응하며 살아가야만 하는 분위기는 청년이 고립을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이끄는 것이다.

“특히 청년층한테는 뭔가, 사회적인 이미지가 되게 맑고 명랑하고 힘들어도 헤쳐 나가고 이런 이미지가 진짜... 공부도 하고 어학연수 다녀와야 되고 운동도 하고 몸도 바꾸고, 이런 너무 건강한 이미지로 포장이 돼 있는데 사실 그렇게 막 밝은 건 아닌 것 같아요. (중략) 사회의 기준보다 자기 자신을 초라하다고 느낀 다음에 숨기고 싶어서. 저 이렇게 위축되고 숨어드는 것도 저도 그걸 경험한 것 같아서. 다른 연령대에 비해서 또 아무래도 젊으니까 좀 더 보이는 것에 신경을 많이 쓸 수밖에 없잖아요.” (참여자 1)
“그냥 멈춤 없이 쭉 달려왔는데 대학교 안 가는 사람도 있고 가는 사람도 있지만 안 간다 해도 뭐 알바라도 해야 하고, 뭐 가만히 멈춰서 뭘 하고 싶은지나, 어떻게 살아야 될 지, 생각할 시기가 완전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저도 지금 1학년인데 휴학을 해가지고 주변에서도 이해 못하고...(중략) 저는 사실 뭘 하고 싶은지 아직도 잘 모르겠고 해서 멈춰있는 상태지만 눈치도 엄청 많이 보이고, 사실 이 나이 때는 달려야 된다는 말을 너무 많이 들었어서, 이 나이 때 멈추는 게 얼마나 바보 같은지” (참여자 4)
(2) 취업에 성공하려면 당연히 혼자라도 견디며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함

청년 스스로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아 관계를 끊어낸 시점에서부터 점점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갔다. 취업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아무도 만나지 않고 공부에만 집중해야 하는 줄로 알았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후회되는 시간이지만 그때는 누군가 만나는 것은 사치이기에 혼자서 외롭게 자신을 채찍질하며 공부하고자 사회로부터 고립되기를 선택한 것이다.

“저는 한 1년 정도는 그냥 준비하는 기간을 어차피 예상을 했으니까 그때는 그냥 이거 내가 혼자서 ‘스스로 선택한 거니까 괜찮아’ 이랬는데 그 예상한 시간이 지나가니까 내가 나를 고립시키고 있구나... (중략) 왜 그랬을까 그냥 1년 예상했던 시간이 지났으면 그냥 바로 복학을 하든지 그렇게 했으면 됐을 걸 그냥 그렇게 지금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참여자 9)
“당시에는 그냥 공부해야 되는 게 당연한 거고 이제 그렇게 나왔으니까 나는 당연히 이렇게 외롭게 살아야 되는 게 맞는 거라고 스스로한테 벌을 줬던 것 같은데, (중략) 억지로 그렇게 다 끊어내면서까지 공부를 했어야 했나 싶고, 제 스스로 채찍질을 했어야 됐나 싶고. 자발적 고립이었던 것 같아요. (취업준비를 하면서) ‘이제 연락하지 마, 핸드폰 쓰지 마’ 하면서 (중략) 그런 식으로 좀 외부적인 작용은 없었는데 저 혼자, 혼자 생각했던 게 컸던 것 같아요.” (참여자 10)
“저는 개인적으로 이렇게 수험 생활을 계속하다 보니까 사람 만나는 건 좀 사치라고 강박적으로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참여자 1)
(3) 실패가 쌓인 내 모습이 보잘것없어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음

이러한 상황과 더불어 사회적으로 고립되기를 선택한 것은 스스로가 보잘것없어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취업을 위한 오랜 수험 생활로 매일 성과 없는 똑같은 일만 반복하고 있었으며, 이는 자신이 제대로 된 사회적 역할조차 못 하는 무력한 모습으로 비추어질 뿐이었다. 이렇게 낮아지는 자존감은 사람들로부터 숨어버리기를 선택하게 만들었다.

“수험 생활 자체가 되게 지루하고,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되게 보잘 것 없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면서 (중략) 성과가 일단 없는 상태고 항상 똑같은 일만 하고 있기 때문에 그게 싫어서 저도 모르게 거의 1년 동안 친구들이랑 연락을 안 하고 있는 게 되더라고요. 그러면서 되게 사회적인 역할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는 느낌도 들고, 되게 자존감이 낮아지고, 되게 무력했던 것 같아요.” (참여자 1)
“(취업하려고) 저 혼자 이제 계속 공부를 하다 보니까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게 되면서 자존감도 너무 낮아지고, 준비한 만큼의 결과가 따라야 되는데 이게 부족했던 건지 이제 그렇게 안 되니까 계속 좀 자존감이 너무 낮아져 가지고 이제 나가기도 힘들고 (중략) (공부하면서) 부모님이랑도 좀 많이 등 돌리고 살고 친구들한테도 좀 뭔가 당당한 모습을 보여줄 수 없으니까 저 혼자 계속 공부하는 시간만 길어지고 그렇게 고립됐던 것 같아요.” (참여자 10)
“자존감이 떨어졌을 때 고립이 스스로 고립을 시키는 것 같아요. 뭔가 나가기가 좀 두렵고 뭔가 사람들 만나면은 뭔가 나를 판단할 것 같고 이런 생각들 때문에 자존감이 떨어지고.” (참여자 7)

3) 고립에 처한 나를 인식

(1) 처음엔 고립된 줄 몰랐으나 서서히 고립에 처한 것을 알게 됨

처음부터 스스로가 고립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저 일시적으로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은 시간이었다고만 느꼈지 그것이 자신을 고립시킬 것이라고 생각지 않았다. 이에 ‘나는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어느 순간 심각한 외로움을 느끼기도 하였고 우울하기도 하였다. 내가 고립상황에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했다. 일부에서는 이렇게 깨달은 시점은 이미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기도 하였으며, 이러한 자각 이후에 고립된 상태에서 벗어나야 하겠다는 의지를 갖는 경우도 있었다.

“그때는 그냥 우울해서 아니면 그냥 만나기 싫어서 그냥 피하고만 있다고 생각했는데, 연락이 와도 무시하고 집에 찾아와도 무시하고 그냥 피한다 하는데 그게 그냥 자발적 고립인 거 몰랐어요, 그때는.” (참여자 8)
“저는 솔직히 그냥 그때 당시에는 그냥 그렇게까진 몰랐어요. 그냥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까, 이게 이렇게도 고립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싶기도 하고,(중략) 지금 와서 이제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때는 전혀요.” (참여자 2)
“바로 동굴에 들어가진 않잖아요? 점차적으로... (중략) 처음부터 그렇지 않고 그래서 이제 이렇게 끊어지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게까지 상황이 됐을 때 정말 고립이 됐구나라는 걸 그때 느낀 것 같아요.” (참여자 7)
“고립이란 상태에 있다는 걸 인지하고 인정하는 자체도 저는 시간이 꽤 걸렸던 것 같아요. 그거를 인지한 다음에 좀 벗어나야겠다고 마음먹는 의지도 필요하지만 그만큼 주변에서 고립돼 있는 상태면 능력치가 되게 많이 낮아진 상태이기 때문에.” (참여자 1)
“고립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해서 알려줬으면 좋겠어요. 고립된 상황이란 걸 몰랐잖아요. (중략) 고립된 상황을 깨달았을 땐, 이미 늦은 거예요.” (참여자 5)
(2) 고립의 시작은 나의 선택이었으나 더 이상 선택이 아님을 알게 됨

처음에는 고립이 스스로의 선택에 의한 나의 결정이라고 생각하였지만 어느 순간 더 이상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자발적이었던 고립은 이제 타의적인 고립으로 이어졌다. 처음에는 스스로가 선택하여 조금씩 연락을 주고 받았지만 이러한 선별적 만남이 길어질수록 관계의 양이 줄어들게 되며 친구들이 더 이상 나를 찾지 않게 되었다. 이에 고립으로 가는 상황이 자의적인 것인지, 외부의 무관심으로 인한 것인지를 알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공부하면서 내가 고립을 해야지 하고 자발적 고립을 했던 것 같은데, 뒤로 갈수록 점점 되게 타의적으로 고립되는 것 같고.” (참여자 1)
“제가 먼저 다가가지도 않고, 친구들도 그러다 보니까, 저한테 다가올 일도 줄어드니까, 대학교도 마찬가지로 대학교 때 만난 친구들도 그런 식으로 이제 ‘얘는 잘 안 논다’ 하면서 점점 그냥 서서히 처음에는 그냥 학교에서 만나면 인사도 하고, 잘 지내는데 기간이 오래되다 보니까, 아예 뭐 연락 오는 친구도 없고 제가 먼저 연락할 만한 친구도 없어지는 게 느껴지고 있는 거 같고,” (참여자 4)
“그 정도가 되면 쟤는 당연히 원래 연락 안 되니까 이렇겠거니 잘살고 있겠거니 생각하는 거죠.” (참여자 7)

4) 힘들고 두려운 고립의 시간

(1) 나를 돌보지 않음

사회적으로 고립된 상황에서 스스로를 돌보는 일도 하지 않게 되었다. 잘 씻지도 않고 옷에도 신경 쓰지 않은 것은 물론 식사도 소홀했다. 특히 식사를 챙기지 않다 보니 영양상의 문제가 나타났고 이는 신체적 건강의 악화로 이어지기도 하였다. 우울이나 무기력 등에서 기인한 소홀함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욱 큰 문제는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는데 필요한 주변의 지지 자원 부재로 인해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만날 사람도 없으니까 진짜 안 보였었는데 옷도 그냥 막 주워 입고, 잘 입으려고도 않고 잘 씻지도 않은 것 같고 대충 먹고 이러니까 건강이 너무 나빠져서 딱 어느 순간에 보니까 진짜 기계처럼 먹고 자고 공부만 하는.” (참여자 1)
“김, 계란 이런 거 대충 해 먹을 수 있는 그런 거 많이 먹었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먹다 보니까 되게 좀 건강이 악화됐다는 게 저도 느껴졌던 게 계단을 올라가는데 너무 다리 힘이 풀리고, 근데 또 어디 말할 수도 없고.” (참여자 10)
“저는 인터넷으로 두유 같은 거 대용량으로 파는 거 사서 냉장고에 넣어 놔서, 밥 해 먹기도 너무 귀찮고 맨날 두유만 먹다 보니까 갑자기 머리가 너무 아프더라고요. 머리 아프고 화병 나는 거 같이 너무 아프고 (중략) 영양 부족 이런 느낌이 들기는 했었어요.” (참여자 8)
“혼자 살 때도 끼니 때우기가 힘들었고, 어렸을 때는 그럴 때 조금 많이 안 좋았고, 상황이. 그때가 고립되었던 기간이 3년이다 보니까, 제가 친구도 없고 그냥 혼자서 집에 살았단 말이야. 식사도 이렇게 제대로 못하고 주변에 도움받을 데 없고, 없더라고요. 어떤 때는 햇반 하나로 3일 때운 적도 있고. (도움을 청할 곳 없이) 그 정도로 고립됐던 적이 있었어요.” (참여자 5)
(2) 불규칙한 생활이 일상이 됨

고립된 생활을 하게 되면서 일상이 불규칙해졌다. 낮과 밤이 바뀌면서 활동에 대한 의지는 더욱 낮아졌으며 다른 사람들과 생활의 흐름이 달라지면서 고립이 점점 심해지고 있었다. 깨어있는 시간에도 규칙적인 활동을 해나가기보다는 눈 뜨자마자 컴퓨터 게임을 하고 집 안에서 시간을 보냈다. 산책을 위해 가끔씩 나가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체로 밖에 나가기를 꺼렸고 집안에서 불규칙한 일상을 영위하였다.

“일단 밤낮이 바뀌어요. 그러면은 늦게 일어나고 당연히 아침에 자는... 처음에는 안 그래요. 내가 살던 패턴이 있으니까 그런데 그다음 날, 내가 일어날 이유가 없잖아요. 그러니까 늦게 일어나니까 밤에 늦게 자고 그러면은 계속 더 귀찮아지거든요. 늦게 일어나면 또 하루가 이미 다 가 있고 그러면은 당연히 해도 못 쐬고 이러다 보니까 사람들이랑 패턴도 안 맞고 하다 보니까 점점 더.” (참여자 7)
“저 같은 경우는 부끄럽지만 거의 일어나면, 거의 일어나자마자 게임해서 자기 전까지 그 게임이었어요.(중략) (밖에 나가는 일이) 웬만하면 거의 없어요. 산책하는 경우가 왕왕 있었는데 (중략) 그냥 나가기도 싫더라고요. 밖에 나가기도 싫고 그러다 보니까 이제 집에 계속 있고.” (참여자 11)
(3) 정신적으로 힘듦

고립생활이 이어지면서 건강이 악화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계속 부정적인 생각이 들면서 정신적으로 무기력함, 피해의식, 우울증 등 다양한 정신적 문제가 발생하였다. 정신적인 어려움은 자살 생각과 자살 시도 등 극단적으로 이어지기도 하였다.

“그냥 손 뻗을 데도 없고 진짜 완전 동떨어져 있는 느낌으로 그냥 우울감의 끝이라고.” (참여자 4)
“심리적으로 그냥 고립되었을 때 그냥 그게 제일 정신적으로나 그런 게 제일 어려웠던 거 같아요, 생각하는 게 계속 혼자 이렇게 방에서 갇힌 상태로 혼자 생각하니까 당연히 부정적이게 성격도 계속 그렇게 되고, 그냥 좋은 생각이 안 들고 부정적인 성격 바뀌고, 그냥 다른 사람 막 타인도 의식하게 되고 그냥 신경도 안 써요 혼자 그렇게 피해의식? 그런 게 제일 힘든 거 같아요. 저한테 정신적인 그런 문제가.” (참여자 7)
“경제적이랑 정신적으로 이제 아예 한두 달 동안 집 밖으로 안 나가면은 수입이 없잖아요. 월세를 내야 되는데, 월세도 내야 되고 지금 밥도 먹긴 해야 되고 하는데 숨 돌릴 때도 없고 돈도 없고 하니까 이제 그때부터 자기혐오를 하게 되는 거죠. ‘나는 아무것도 못하는 애다’ 생각을 하고 자기혐오를 하다 보면 또 우울해지고, 그냥 계속 파고 파고 계속하게 되는 거예요. (중략) 그러다 보면 이제 자기 허무만 남아서 우울증을 계속 달고 살게 되더라고요.“ (참여자 8)
“자꾸 나는 왜 뭐 하러 태어났을까, 사회에서 필요 없는 존재인가 이렇게 계속 그 감정이 깊어졌었는데.” (참여자 9)
“뭘 하고 이런 게 피곤해서 자요. 뭘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어요. 근데 일을 안 하고 내가 쓸모없다고 생각하고 또 그게 시간이 길어지니까, 뭐라도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상태로 쭉 길어지니까 계속 내가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계속 들어요. 그러면 내가 쓸모없는데 사회에 내가 왜 필요해라고 생각이 들고 그런 충동이 여러 번 있다 보면.” (참여자 2)
“저 같은 경우는 우울증이 중증 정도였다 보니까, 이제 거의 넘어가기 직전이었어요. 심한 단계로 (중략) 우울증을 진단받았었어요, 진단도 받고 불면증도 받았었고. 눈 떠보니까, 언젠가 저한테 하면 안 될 짓을 하고 있더라고요.” (참여자 5)
(4) 신체적으로 몸이 점점 나빠짐

정신적인 문제만이 아니라 신체적인 건강도 나빠지고 있었다.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지속되자 신체화 증상으로 나타나 두통, 불면증, 구토 등의 증상을 경험하게 되었다. 일부에서는 건강상의 문제로 심장마비까지 와서 심각하게 위험한 상황으로 이어지기도 하였다.

“저는 복합적으로 다 올라왔는데 (중략) 처음에는 이제 정신적으로 힘든 게 신체적으로까지 나타나더라고요. (중략) 정신적으로 계속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까 이쪽 막 머리도 이제 두통이라는 거를 알게 되었고, 신체적으로 아픈 것처럼 계속 느껴지고 저리고... (중략) 두통이 있거나 팔이 저리거나 이런 거.” (참여자 9)
“저 같은 경우에는 구토랑 두통은 좀 심하게 했어요. 그리고 잠을 제대로 못 잤어요. 불면증이 심했고 (중략) 심리적인 압박감 때문에.” (참여자 11)
“저 같은 경우는 한 번 심장마비가 와 쓰러진 적 있었어요. 심장을 좀 안 좋다 보니까 그 연락이 안 되다 보니까, 또 연락할 사람도 없고, 눈 떠 보니까, 그냥 병원이었어요.” (참여자 5)
(5) 혼자 죽을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낌

고립된 생활을 하면서 혼자 죽을 수도 있다는 일종의 고독사에 대한 두려움이 나타나기도 하였다. 워낙 연락을 적극적으로 하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연락이 없더라도 아무도 걱정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몸 건강이 좋지 않았을 때 연구참여자의 상황은 아무도 알지 못하였으며, 이대로 죽는다면 아무도 자신을 발견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느꼈다.

“연락도 먼저 오는 거 아니면 제가 먼저 연락하는 경우는 거의 없거든요. 그래서 생각을 해봤을 때 만약에 제가 지금 만약 뭐 말씀하신 것처럼 아프거나 그렇게 해서 쓰러지거나 했을 때 한 2, 3일 지나도 아무도 모를 것 같다.” (참여자 4)
“(혼자 방에서 토하면서) 다 다 이렇게 게워냈는데 게워내면서 눈물 나오잖아요, 토하면은. 근데 그 모습 보면서 그때 내가 죽어도 진짜 밖에서 아무도 모르겠다, 부모님이랑도 연 끊어놨는데, 친구들 연 끊어놨는데 벌써 죽으면 지금 언제 찾아오지, 사람이. 다음 달 월세 낼 때 그 집주인이 찾아올 건가 이 생각도 들고 그냥 이거는 죽을 수도 있겠다.” (참여자 10)

5) 벗어나기 어려운 고립의 굴레

(1) 고립이 점점 심해짐

고립되는 과정은 늪과 같아서 점점 심각해지고 빠져나오기가 어렵다. 장기화될수록 고립에서 헤어 나오는 시간도 더 필요하다. 고립된 상황은 계속 고립하게 만들며 그 상황에 머물수록 고립이라는 굴레가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고립되는 그 과정이 너무 늪 같은 거예요. 이제 진짜 모르고 그냥 이렇게 늪에 들어갔다가 이렇게 점점점 빠지면서 이제 어느 그 지점을 지나면 더 확 빠지고 또 어느 지점을 지나면 또 확 빠지고 (중략) 점점점점 더 깊게 빠지게 되는 것 같아요. (중략) 자꾸 닫으려고 하다 보니까 점점점점 밑으로 차 내려가는 게 심해진 것 같고 그렇게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나오는 것도 더 힘든 것 같고.” (참여자 10)
“이게 또 나쁜 쪽으로 가가지고... 친구들을 더 만나기 싫은 거야. 이러니까 또 다시 스트레스 받아서 사람 만나기 싫으니까 이 굴레가 계속되니까.” (참여자 1)
“얘기할 데가 없단 말이에요. 진짜 엄청 고립된 사람들은...(중략) 얘기할 데가 없으니까. 속을 못 털어놔요. 그러니까 또 (고립에서) 빠져나오기가 힘든 것 같아요.” (참여자 5)
(2) 전문적인 도움이 나에게는 맞지 않았음

사회적 고립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청년들 스스로의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특히 일부 연구참여자들은 전문가를 찾아 상담이나 치료를 받기도 했으나 기대만큼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았다. 상담이 오히려 상처가 되기도 하여 자신의 어려움이 전문가에게는 일이었다며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는 경우도 있었으며 도움이 되었을지라도 고가의 비용 부담으로 인해 지속하기에는 어려워 자신에게 현재의 전문서비스가 맞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 쓸모가 없더라고요 솔직히 말해서 도움 되는 건 없었어요. 학교에서도 이제 프로그램 받았었어요. 그것도 도움이 안되서...(중략) 뭐 이제 고립된 거를, 왜 고립된 지 치료해준 게 있어요. 상담 같은 거. 상담 이름 뭔지 까먹었는데 미술치료도 하고, 한 거였는데 전혀 도움이 안 되더라고요. 학교 자체에서 하는 건데 어린아이 수준이었어요.” (참여자 4)
“사실 그때 정신과를 갔어야 되는 데 돈이 없으니까, 돈이 없는데 정신과 가서 10만 원 나오면 울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도저히 못 가겠고 이제 국가에서 하는 상담해주는 거죠. 그런 데는 대학교 때랑 고등학교 때랑 두 번 갔는데 그쪽한테 저는 일인 거예요. 일이고 돈도 안 되는 일인 거죠. 그래서 조금 상담이 원활하지 않았어요.” (참여자 2)
“(상담사가) 가볍게 한 말이 정신 상태가 좋지 않은 사람에게 너무 상처도 크게 되고, 이후로도 할까 했는데 그 상담사가 준 상처가 더 크더라고요. 꺼내고 싶지 않은 얘기를 다 꺼내 들쳐놨는데 상담사 입에서 이거는 본인 잘못이 아니에요, 이런식으로 할 때 뭔가 더 상처가 되고, 그리고 상담사분들이 저는 대부분 40대, 50대 어머니들이었는데 그래서 가족 얘기를 꺼낼 때 엄마 얘기를 좀 이렇게 꺼내면 엄마가 그만큼 힘들었던 거 아닐까요? 그렇게 계속하는 거, 그니까 저의 옹호보다는 엄마에 대한 고민이나 엄마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이런 얘기를 들으니까 아... 뭘 지원해주고 뭐 해주고 이러더니 저처럼 하려 하니까 이것도 안 되고, 하려 하니까 상담사가 상처주고, 하려고 하니까 뭐 하고 이렇게 몇 번 겪으니까.” (참여자 2)
(3) 조금씩 활동하지만 여전히 고립됨을 느낌

사회활동이 시작되어도 고립되었음을 계속 느끼는 경우가 있다. 지지체계가 충분하지 않은 일부에서는 생활비가 떨어지면서 어떤 형태로든 집 밖으로 나가 소득활동을 시도하고자 노력하였다. 실제 취업하기도 하였으며 취업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이루어지기도 하였다. 그러나 사회적 활동이 청년을 집 밖으로 나오게는 하였지만 내면의 고립감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다. 새로운 활동 반경 안에서 교류할 수 있는 사람을 찾기는 여전히 어려웠고, 허무와 우울 등 정신적 문제가 사라지지 않았다. 취직은 했지만 직장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생긴 것 외에는 삶이 달라지지 않았다. 일하는 상황 안에서도 고립되었다는 생각이 사라지지 않았다.

“(생활비가 없어서) 안 되겠다 싶어서 나가긴 했거든요. 사회 활동을 해야겠다. 나가기는 하는데 그러다 보면 이제 자기 허무만 남아서 우울증을 계속 달고 살게 되더라고요.” (참여자 8)
“전 아직 고립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중략) 취직을 하려고 이력서를 막 넣고 있는데 ” (참여자 2)
“(경제적으로) 더 이상 안 된다고 생각할 때 나왔어요. (중략) 취직은 했는데 그 뒤로는 생활이 변한 게 없어요.” (참여자 11)
“(돈을 벌어야 해서 여러 일을 하지만 사람들과 친해질 기회는 없어서) 더 외로워지고, 되게 고립감 많이 느끼는 거 같아서.” (참여자 5)
“(일을 하지만) 여전히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은 없어요. 주변에 연락할 사람이 없으니까. 그러니까 혼자 있는 거 처음에는 괜찮아요. 서서히 가면 갈수록 외롭다는 걸 많이 느껴요. 우울증도 점점 심해지고.” (참여자 5)

5. 결론 및 제언

본 연구의 목적은 사회적 고립을 경험한 대전광역시 청년의 고립 과정과 경험을 이해하는 것이다. 연구결과, ‘희미해지는 관계와 고립의 시작’, ‘사회적 기대에 위축되어 아무도 만나지 않기를 선택’, ‘고립에 처한 나를 인식’, ‘힘들고 두려운 고립의 시간’, ‘벗어나기 어려운 고립의 굴레’의 5개 대주제 및 16개 세부 주제를 도출하였다. 주요 결론 및 제언은 다음과 같다.

첫째, 청년의 사회적 고립은 단편적으로 정의할 수 없다. 본 연구에서는 문헌고찰 결과를 바탕으로 사회적 고립에 대한 개념을 ‘사회적 관계망 및 사회적 접촉이 거의 없는 낮은 관계망 수준을 가지며 주관적으로 고립되었다고 느끼는 상태’로 이해하고 연구를 시작하였다. 연구 결과에서도 청년의 사회적 고립은 가족 및 타인 등과 자의적, 타의적으로 단절되어 사회적 관계망이 희미해지는 것으로 신체적, 정신적으로 부정적인 상태로 나타났다. 다만, 이 과정에서 사회적 고립이 단지 절대적으로 낮은 물리적 관계망을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었다. 청년에게 있어 사회적 고립은 더욱 다각적인 양상임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예로 일부 청년은 일을 하면서도,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하면서도 여전히 스스로가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있다고 평가했다. 사회로 나와 일을 시작하였지만 일하는 시간이 확보되었다는 것 외에 다른 생활에는 변화를 찾기 어렵고, 특히 여전히 의미있는 교류가 부재하다는 점에서 청년에게 취업 전과 마찬가지의 고립감을 안겨준다는 것이다. 이는 생계형 노동을 반복하는 청년은 취업을 했더라도 사회적 관계로부터의 고립을 경험한다는 선행연구와도 부분적으로 일치하는 결과이다(김영, 황정미, 2013). 따라서 이를 종합하여 본 연구에서는 청년의 사회적 고립이란 ‘희미한 물리적 관계망은 물론 사회적 기대 충족에 대한 부정적인 자기 평가 등이 복합적으로 연결되어 신체적, 정신적으로 고립되었다고 느끼는 상태’라고 정의하고자 한다. 이는 일하는 것만으로는 고립의 충분한 해결책을 찾았다고는 볼 수 없는 결과로 사회적 고립 청년에게 일의 의미가 중요하여 취업을 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분석한 기존 연구(조미형, 고아라, 2022)와 차별성을 갖는다.

둘째, 청년의 사회적 이미지를 하나로 고착시키지 않고 다양한 삶의 모습과 선택의 길을 인정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연구결과에서 연구참여자는 청년을 향한 높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에 좌절하며 관계를 단절하였다. 즉, 사회적 기대에 따르지 못하는 낙오자라고 느끼며, 그로부터 파생되는 과도한 경쟁을 피해 숨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적극적인 노력을 통해 다양한 삶의 모습을 인정하고, 경쟁이 아닌 협력과 우호적 관계맺음이 가능한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야 할 것이다. 한 예로 영국에서는 어린 시절부터 타인과 관계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중시하도록 교육해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 바 있다(Kennedy & Reeves, 2017).

셋째, 청년이 고립에서 벗어나고자 할 때 사회적 관계를 구축하고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과 서비스가 마련되어야 한다. 본 연구에 참여한 청년들의 사회적 고립은 관계의 소멸로부터 시작되었다. 청년기에 주어지는 학업, 취업 등의 과업 이행을 위한 불안정한 이동, 가족과 친구 등 중요한 타자와의 갈등 때문에 심리적, 물리적으로 거리를 두게 된 것이다. 때로는 새로운 관계맺음을 원하기도 하지만 이를 시작할 수 있는 소속의 부재로 인해 결국 관계망 확장에 실패하고, 사회적으로 점점 고립되는 양상이 전개되었다. 이는 청년이 스트레스 상황을 피하고자 기존 관계의 단절을 선택하지만, 이후 고립에서 벗어나려고 새로운 사회적 관계 형성을 시도할 때는 어디에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연해 고립상태에 머물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현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론된다. 특히, 이와 관련해 고립이 장기화될 경우 심각한 은둔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서울특별시, 2022). 따라서 고립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청년을 대상으로 사회적 관계의 구축과 유지를 지원하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개인의 공식적·비공식적 네트워크가 사회적 고립감을 낮추는 등 정신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진 만큼(안진호, 최재성, 2022; Putnam, 1995) 취미, 작은 배움 등 부담없는 활동을 중심으로 청년들이 대면하여 모일 수 있는 공간,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방식의 대응은 물론 오픈채팅 등 비대면적 대응을 병행해 나가야 한다. 대전광역시의 경우, 청년내일센터를 비롯한 일부 청년공간이 지역사회 내에 운영되고 있고, 이를 통해 공간과 활동을 지원한다. 고립을 경험한 청년들이 이러한 공간과 프로그램을 활용해 소소한 활동을 개시함으로써 교류의 시작이 가능하도록 돕는 사업이 요구된다.

넷째, 청년의 사회적 고립과 관련된 전반적인 맥락을 고려하여 전략적으로 청년 취업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에서는 청년들 스스로의 선택으로 인해 고립이 시작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선택은 취업이라는 중요한 과업을 성공적으로 달성하려면 사람을 만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과 연결되어 있었다. 최근 첫 취업을 하기까지 3년 이상의 시간을 쏟는 청년이 증가하는 등 취업준비 기간이 장기화되는 추세로 볼 때 청년 고립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은 크다고 할 수 있다(뉴스앤잡, 2022). 청년의 미취업 기간이 길어질수록 사회적 고립감이 증가한다고 보고한 안진호, 최재성(2022)의 연구는 이러한 가능성을 지지한다. 무엇보다 자신의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는 실패 경험이 쌓여가면서 청년은 스스로를 낮게 평가하게 되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단절하였다. 이는 서울시 은둔청년 유형 중 관계 단절형 고립군이 갖는 특성과 유사한 결과이며, 특히 원하는 직장에의 취업 실패가 고립을 선택하게 만드는 경향을 보였다(서울특별시, 2022). 취업 등의 실패 경험으로 자신을 보잘것없는 존재로 바라보기도 하고, 실패한 모습에 대한 부끄러움을 느끼는 등 부정적 감정이 사회적 관계의 유지나 형성을 가로막는 것이다. 따라서 미취업 청년을 위한 취업 지원 정책에는 취업 준비 기간의 장기화, 그리고 그 과정에서 청년들이 고립 위험에 놓이게 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취업 준비 생활 속에서도 함께 교류할 수 있는 모임을 지원하고, 작은 일자리 경험의 기회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청년들은 본인이 원하는 일자리를 구할 때까지 타인과 교류하고 경험하면서 목표를 향해 나갈 수 있게 될 것이다.

동시에 취업 지연이나 개인적 실패 경험을 가진 청년이 자신을 인생의 낙오자, 삶의 실패자로 보지 않고 다시 설 수 있게 돕는 정책도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위하여 무엇보다 젊은 시절의 실패가 결정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최근 한 기업에서는 청년 대상의 실패전당포 프로젝트를 실시하여 청년들이 자신의 실패 경험을 다른 청년과 공유하고, 나아가 소정의 응원선물을 통해 실패가 하나의 성장 과정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포인트데일리, 2022). 그 밖에도 행정안전부에서는 전 세대를 대상으로 매년 실패박람회를 개최하여 응원을 주고받고 재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행정안전부, 2020). 이러한 인식 개선 캠페인을 비롯해 창업지원과 같은 구체적인 지원 정책이 고도화되어야 한다. 예컨대, 현재 대전시에서는 청년창업지원카드 정책을 통해 청년에게 6개월간 월 50만 원씩 지원하고 있다(대전일자리경제원 홈페이지, 2023). 이를 보완하여 청년의 준비과정 혹은 (재)도전 과정이 과연 얼마나 충분한지 점검하고 보다 실효성 있는 대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다섯째, 사회적으로 고립된 청년을 적시에 발굴해야 한다. 참여자들은 시간이 흐른 후에야 자신이 고립된 상태임을 자각하였다. 처음에는 고립이라기보다 스스로 선택한 혼자의 시간이라 여겼지만, 시간이 흐른 뒤 비로소 자신의 상황을 스스로 선택한 것이기보다는 사회적으로 고립된 모습이라고 이해하게 되었다. ‘스스로 고립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는 너무 늦은 것 같았다’는 연구참여자의 목소리는 고립이 심화되기 전에 이들을 발견하고 적절하게 대응해야 할 필요성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따라서 고립되었거나 고립 위험이 있는 청년이 ‘내가 고립되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자신에게 필요한 서비스에 스스로 접근할 수 있도록 홍보하며, 이를 기초로 고립 청년을 발굴, 서비스와 연계함으로써 사회적 고립이 다음 단계로 심화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는 고립된 청년을 선제적으로 찾아낼 수 있는 방안 모색이 시급하다는 의미이며, 이를 위해 청년이 다른 세대에 비해 온라인 환경에 친숙하다는 점을 활용하는 것이 유용한 전략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바이럴(viral) 광고 등을 활용해 청년의 사회적 고립에 대해 안내하고, 청년들이 편안히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여 필요시 유선 또는 무선으로 서비스 안내를 받거나 제공기관을 찾아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여섯째, 고립된 청년이 경험하는 부정적인 상황에 대한 예방과 해결에 필요한 효과적인 대응 마련이 절실하다. 연구 결과, 청년이 사회적 고립에 빠지기 시작한 이후부터는 고립의 시간이 계속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청년들은 고립의 굴레를 쉽게 벗어던지지 못한 채 고립 상황 속에 머물러 있었으며 그 시간 속에서 부정적인 경험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정신적 괴로움은 물론 신체적 건강도 악화되었고, 식사를 거르거나 제대로 씻지 않는 등 일상 속에서 자기돌봄, 자기관리를 소홀히 하면서 불규칙한 생활을 이어갔다. 이러한 생활이 지속되면서 고립상태는 점점 심화되었는데 조미형, 고아라(2022)의 연구에서도 고립이 장기화될수록 고립에서 빠져나오기 힘들고, 빠져나오더라도 다시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한편, 본 연구에서는 고립된 상태에서 혼자 죽을 수도 있다는 고독사에 대한 두려움, 자살충동 등이 밝혀지기도 하였다. 이는 청년의 고립이 장기화될수록 부정적 경험과 심각한 위기에 노출될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청년층은 전통적인 사회복지의 주요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청년복지 정책은 다른 대상층을 위한 정책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면이 있다. 그러므로 청년을 위한 서비스의 양적 확대가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위기 상황에서 스스로를 돌볼 수 있는 역량을 갖도록 돕는 프로그램을 개발·보급하고,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식사제공, 청년의 특성을 고려한 신체적·정신적 건강 관리 서비스를 고려해 볼 수 있다. 나아가 사례관리서비스를 통해 보다 적극적인 개입을 시도하는 등 다양한 서비스체계를 구축해 나갈 필요가 있다.

한편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청년이 어디에서 이러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인가이다. 고립으로 인해 지원이 필요한 청년은 분명히 존재하며, 이들을 위한 서비스가 다양한 영역에서 마련되어야 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임이 틀림없지만 각종 서비스 제공의 주체가 누구인가에 대한 명확한 답을 찾기가 어려운 것이 작금의 실정이다. 따라서 청년을 위한 서비스의 양적 확대뿐 아니라 고립의 위험을 감지한 청년이나 이미 고립에 처해있는 청년이 원한다면 언제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서비스 주체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는 청년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청년의 사회적 고립 경험과 고립 과정을 이해하였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그러나 약 1~4년의 기간 동안 고립을 경험한 대전광역시 거주 청년을 대상으로 면접조사가 진행된 점, 청년의 고립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등을 다루었지만 가족 갈등·사회적 기대에 대한 우려 등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이유에 대한 심층분석까지는 이어지지 못한 점, 청년의 사회적 고립 해결을 위해 선도적으로 활동해 온 현장 전문가들의 경험을 담아 종합하지 못한 점 등에서 한계를 갖는다. 따라서 후속 연구에서는 청년의 고립 경험에서의 관계 단절, 사회적 위축 등에 대하여 ‘왜’라는 질문을 토대로 심층분석을 시도하는 것은 물론 청년의 사회적 고립을 이해할 수 있는 전문가 등 다양한 주체를 참여시킴으로써 문제의 예방과 해결을 위한 종합적인 고찰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본 연구에 참여한 이들보다 더욱 장기간 고립되고, 은둔 생활을 했던 청년들이 갖는 경험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비롯하여 취업·진학 등 사회적 고립의 원인에 따라 유형을 구분, 그들의 고립 경험을 살펴보는 것도 청년의 사회적 고립을 이해하는 데에 중요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무엇이 사회적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하였는지 극복 경험을 살펴볼 것을 후속 연구로 제안한다.

Acknowledgments

이 논문은 2022년 대전광역시사회서비스원에서 수행한 ‘대전광역시 고독사 예방 및 지원방안 연구’의 일부를 요약·수정하였음.

Notes
1) 4집단의 경우 35세, 38세의 참여자를 포함하여 3명이 인터뷰를 진행하였으나, 연령기준에 따라 2명을 제외하고 11번 참여자만 내용을 분석하였다.
2) 부유(浮遊)라는 용어는 정착하지 못하고 떠도는 삶을 표현한 송인주(2018)의 연구에서 도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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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

연구참여자 특성

참여자 성별 연령 현 직업 고립 기간 집단
1 참여자 1 25 취업준비 약1.5년 1
2 참여자 2 27 취업준비 약2년
3 참여자 3 25 취업준비 약2년
4 참여자 4 20 휴학생 약1년 2
5 참여자 5 22 직장인 약3년
6 참여자 6 26 대학생 약2년
7 참여자 7 32 취업준비 약2년 3
8 참여자 8 29 자영업 약4년
9 참여자 9 30 직장인 약1.5년
10 참여자 10 32 프리랜서 약1.5년
11 참여자 11 29 직장인 약2년 41)

<표 2>

분석결과

대주제 세부주제
희미해지는 관계와 고립의 시작 부유하는 삶, 관계가 사라짐
나를 잡아줄 수 없는 가족/친구를 떠나게 됨
관계를 만들어 줄 소속이 없음
사회적 기대에 위축되어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은 시간 청년에 대한 사회적 기대가 너무 높아 위축됨
취업에 성공하려면 당연히 혼자라도 견디며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함
실패가 쌓인 내 모습이 보잘것없어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음
고립에 처한 나를 인식 처음에는 고립된 줄 몰랐으나 서서히 고립임을 알게 됨
고립의 시작은 나의 선택이었으나 더 이상 선택이 아니었음
힘들고 두려운 고립의 시간 나를 돌보지 않음
불규칙한 생활이 일상이 됨
정신적으로 힘듦
신체적으로 몸이 점점 나빠짐
혼자 죽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느낌
벗어나기 어려운 고립의 굴레 고립이 점점 심해짐
전문적인 도움이 나에게는 맞지 않았음
조금씩 활동하지만 여전히 고립됨을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