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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ticle ]
Journal of Social Science - Vol. 29, No. 3, pp.105-130
ISSN: 1976-2984 (Print)
Print publication date 30 Jul 2018
Received 18 May 2018 Revised 20 Jun 2018 Accepted 10 Jul 2018
DOI: https://doi.org/10.16881/jss.2018.07.29.3.105

인터넷 개인방송 BJ의 셀프 브랜딩 실천과 친밀성의 구성

임명빈 ; 김수정
충남대학교 언론정보학과
The Self-Branding Practices of the Internet BJ and the Construction of Intimacy between
Myung-Bin Im ; Sujeong Kim
Dept. of Communication, Chungnam National University

Correspondence to: 김수정, 충남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 대전광역시 유성구 대학로 99, E-mail : sukim@cnu.ac.kr

초록

본 연구는 개인방송 인기 BJ들이 어떠한 셀프 브랜딩 전략을 통해 셀레브리티 지위를 구축하고자 하는지를 살펴보고, BJ와 시청자 팬의 상호작용이 셀레브리티와의 친밀성 구축에 어떠한 조건으로 작동하는지를 인기 BJ들의 동영상을 텍스트 분석하여 밝히고자 했다. 연구결과, 인기 BJ들의 셀프 브랜딩은 ‘막역한 친구’형, ‘반듯한 남친/여친’형, ‘능숙한 전문가’형이라는 세 유형의 자아 브랜드로 특성화해 볼 수 있었다. 이러한 브랜드 이미지들은 친밀성을 기초로 하고 있었는데, 이 친밀성은 시청자 팬과 BJ 사이에 ‘남성지배적인 저속문화의 공유’, ‘취약함의 공유’, ‘콘텐츠 생산에서의 참여’의 상호작용 방식을 통해 구현되고 있음을 밝혔다. 특히 별풍선 장치를 중심으로 한 상호작용의 구조와 동학으로 인해, 디지털 플랫폼 시대의 마이크로셀레브리티와 시청자 팬의 관계는 기존의 셀레브리티와 팬의 전통적인 위계적 관계와는 근본적인 차이를 지닌다고 본 논문은 주장한다. 이러한 점들을 친밀성을 형성하고 관리해야 하는 디지털 시대의 감정 노동(자)이면서 동시에 시청자 팬의 영향력을 수용해야 하는 1인 기업가로서 마이크로셀레브리티의 특성으로 설명한다.

Abstract

The study explores the self-branding practices of famous broadcast jockey(BJ) in Africa TV, guided by the concept of micro-celebrity. In addition, this study examines the construction of intimacy between BJs and audience. To achieve this aim, this study employs textual analyses of BJs's videos as well as instant messages between BJs and audience members. Results found that famous BJs' branded self can be identified as three types, including ‘intimate friend’ type, ‘exemplary boy/girl friend’ type, and ‘skillful expert’ type. These branded images rest on the intimacy between the BJ and the fan, which is constructed by their interaction, such as ‘sharing of male- dominated vulgar culture’, ‘sharing of sense of vulnerability’, and ‘the participation of contents production.’ Specifically, due to the structure of dynamics of interactivity based on the star-balloon apparatus same as super-chat in YouTube, the power of micro-celebrity is not superior to that of audience-fan. This gives a new insight to the understanding of the hierarchical power relations between traditional celebrities and fans.

Keywords:

BJ(Broadcasting Jockey), Micro-celebrity, Self Branding, Africa TV, Content Creator, YouTuber

키워드:

셀프 브랜딩, 마이크로셀레브리티, 시청자 팬, 아프리카TV, 콘텐츠 크리에이터, 유튜버

1. 서 론

지난 수년간 인터넷 개인방송은 지상파 방송에까지 영향을 끼칠 정도로 성장하며 대중화 되었다. 특히 2006년 한국에서 시작된 대표적인 인터넷 개인방송 플랫폼인 아프리카TV는 누구나 쉽게 개인방송을 송출할 수 있는 시스템을 사용자들에게 제공하며 젊은 층 사이에 큰 인기를 끌며 빠른 속도로 부상했다.1) 그 후 10여년이 지난 2017년 2월부터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도 실시간 방송을 시작하면서, 개인 방송은 더 이상 특정 집단이 즐기는 하위문화나 비주류문화로 취급될 수 없게 되었다.

이러한 인터넷 개인방송의 중심 행위자는 방송진행자인 ‘BJ’(Broadcasting Jockey)로 볼 수 있다.2) 댓글을 통해 시청자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어 유명해진 아프리카TV를 비롯해, 여러 개인방송들은 이제 모바일을 통해서 시청자들에 더욱 쉽게 접근하고 있다. 여기서 눈길을 끄는 점은 일부 BJ가 수많은 애시청자를 보유하며 기존의 방송 미디어의 인기 스타들과 유사한 유명세를 누리는 모습이다. 명성이 부(富)로 전환되는 자본주의 사회의 특성을 여실히 드러내며, 한 달 수입이 억대가 된다는 유명 BJ들도 생겨나고 있다.3) 한편으로 아프리카TV에서 BJ 만큼 주목을 끄는 존재는 이러한 개인방송에서 유명 BJ를 따르거나 좋아하는 ‘시청자 팬’들이다.4) 이들은 적극적으로 자신이 애호하는 BJ를 향해 환전이 가능한 별풍선을 선물한다.

이처럼 개인 방송이 새로운 디지털 대중문화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현상을 통해서 21세기 새로운 셀레브리티와 시청자 팬이 등장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5) 최근 서구에서는 이처럼 일반인이 소셜 미디어나 온라인에서 인기를 끌며 유명인으로 부상한 사람을 ‘마이크로셀레브리티’(micro celebrity)로 새롭게 개념화 하며 활발히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Hearn, 2008; Khamis, Ang & Welling, 2016; Marwick, 2013, 2015; Marwick & boyd, 2011; Page, 2012). ‘마이크로셀레브리티’란 평범한 사람들이 인터넷 미디어 등에서 “마치 브랜드 상품처럼 자신의 온라인 정체성을 연출하고 유지하며 셀레브리티가 되는 사람”으로 정의된다(Senft, 2013, p. 346).

그러나 한국에서는 아직 마이크로셀레브리티 개념을 활용하는 연구, 즉 셀프 브랜딩의 실천을 구체적으로 살피며 마이크로셀레브리티의 출현이 셀레브리티와 팬의 기존 관계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 오는지를 고찰하는 학술 연구를 찾기 힘들다. 셀프 브랜딩은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될 수 있는 매력을 시청자들에게 각인시키는 것이지만, 그것은 기본적으로 자신들이 이용하는 미디어 플랫폼의 기본 특성과, 이용자들의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공유되는 욕망, 이들이 공유하는 인터넷 개인 방송의 문화에 의해 영향 받는다. 따라서 기존 매스미디어와 구별되는, BJ와 시청자들 간의 집단적인 실시간 채팅, 별풍선과 같은 현금 후원 장치를 통한 적극적인 시청자의 방송 제작 참여에 대한 고찰은 앞서 논의한 각 BJ들의 셀프 브랜딩이 왜 그러한 방식으로 나타나는지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 아프리카TV에서 새롭게 부상한 BJ가 셀레브리티로서 어떠한 특성을 지니는지 규명하며, 스타와 팬은 상호구성적인 관계라는 점에서 셀레브리티와 시청자 팬 간의 상호작용의 성격과 역학 관계 역시 주목하고자 한다.


2. 이론적 배경

1) 셀레브리티 연구와 마이크로셀레브리티의 등장

20세기의 중반에 문화 사회학자인 다니엘 부어스틴(Boorstin, 1961, pp. 75-117)은 대중문화의 중요한 현상으로 셀레브리티 부상을 지목하며 셀레브리티를 ‘유명한 것으로 유명한’이란 짧은 명구로 정의 내렸다. 그는 민주주의 발전과 영웅 신화를 파괴하는 과학의 새로운 발견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대중매체의 발달과 함께 언론인과 홍보 전문가들 때문에 셀레브리티가 양산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용기 숭고함, 업적으로 존경받는 사람’으로 위대함(greatness)을 지녔던 과거의 영웅을, 단지 이름이 널리 알려졌다는 것 외엔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셀레브리티가 대체하고 있다고 부어스틴은 개탄한다.

그런데 지금 셀레브리티에 대한 부어스틴(Boorstin, 1961)의 정의가 다시 회자되고 있다. 그의 주장을 정리해 본다면, 첫째, 미디어의 매개와 작용은 셀레브리티의 형성에 절대적인 필수 조건이라는 점이다. 둘째, 평범함과 연관된 친밀성이 그 어느 때보다 셀레브리티의 자질로 중요하게 간주된다는 점이다. 셋째, 셀레브리티란 대중의 욕망을 자극하는 이미지이며, 그 자체가 이미지로서 제조되고 판매되는 상품이라는 주장이다. 이러한 그의 설명은, 우리처럼 평범한 일반인들이 특별한 재능 없이도 빠른 시간 안에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페(이스)북 스타’나 ‘유튜브 스타’로 셀레브리티 반열에 오르게 되는 지금 21세기에 매우 설득력을 지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부어스틴의 설명은 몇몇 중요한 인식론적 한계를 드러낸다. 첫째는 영웅과 유명인을 나누고, 현실과 이미지, 진실과 거짓의 이분법에 기초해 셀레브리티를 부정적으로만 이해한다는 점이다. 둘째, 그는 미디어의 영향력을 지나치게 강조함으로써, 미디어 이용자인 대중들의 평가와 능동적인 작용을 무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셋째, 부어스틴은 셀레브리티를 미디어가 조작해 낸 이미지이고 가짜라고만 인식함으로써 셀레브리티가 복합적인 사회문화적 구성물로서 바라보지 못한다.

그러나 2000년 전후로 셀레브리티 연구들이 본격화 되면서, 이제 많은 미디어 문화 연구자들은 셀레브리티란 대중의 욕망과 문화적 가치를 재현하고, 동시에 그것을 구조화하는 문화적 및 경제적 과정이자 산물이라고 주장하며, 문화 구성적 관점을 공유한다(Marshall, 1997; Rojek, 2001; Turner, 2014). 예를 들어, 미디어 문화연구자인 그레엄 터너(Turner, 2014, pp. 4-10)는 셀레브리티를 판촉, 홍보, 광고를 통해서 상품화 되는 과정이자 미디어 작동의 근본적인 구조적 요소일 뿐 아니라, 문화적 정체성이 교섭되고 형성되는 장소로서 설명한다. 셀레브리티를 재현하는 미디어 전략과정의 종합적 구성물로 설명한다. 따라서 터너는 ‘셀레브리티가 생산’ 되는 방식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p. 4). 또한 데이비드 마셜(Marshall, 1997)은 특히 담론적 구성물로서 셀레브리티의 중요성에 주목하면서, 셀레브리티가 민주주의와 개인주의라는 담론을 유포하고 정당화는 중요한 사회적 기능을 수행한다고 본다. 그래서 올리비에르 드리센스(Driessens, 2012)는 셀레브리티에 대한 최근 연구들로부터 ‘미디어의 영향을 뜻하는 미디어화’(mediatization), ‘개인화’(personalization), 그리고 ‘상품화’(commodification)라는 세 차원이 얽혀진 복합적인 셀레브리티 과정(celebritization)을 도출해 낸다.6)

20세기의 셀레브리티 연구가 주로 연예 오락산업이 이끄는 대중 욕망의 시스템으로서 스타덤(Gledhill, 1991/1999) 연구였다면, 2000년 전후 셀레브리티 연구에 새로운 전기가 된 것은 리얼리티 쇼를 통해 부상한 일반인 셀레브리티였다. TV 리얼리티 쇼에 출연한 ‘평범한 보통사람들이’ 특별한 재능 없이도 시청자에게 친밀감을 주며 순식간에 유명인으로 부상하고, 또 대중의 관심과 기억에서 빠르게 사라지는 현상은 셀레브리티 문화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시사했다(Holmes, 2006). 특히, 수 콜린즈(Collins, 2004)는 오락산업들이 값싼 비용을 이들에게 지급하며 노조와 연계된 정규 연예 종사자들을 손쉽게 대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일반인 셀레브리티들을 ‘없어도 되는 셀레브리티’(dispensable celebrity)처럼 짧은 주기로 소모해버리는 정치경제적 효과를 예리하게 비판한다. 이제 연예 오락 분야에 집중 되었던 스타는 보통사람, 정치인, 기업인, 전문가, 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로 그 스펙트럼이 확대되었고, 한 사람의 스타가 여러 상이한 분야에 걸쳐서 명성을 이어가는 현상도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되었다(Driessens, 2012).

셀레브리티 성격에 대한 진정한 변화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 그램 등의 소셜미디어의 출현과 함께 일어났다. 누구나 손쉽게 참여할 수 있는 SNS를 통해서 수많은 팔로워를 거느리는 보통 사람들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스스로 미디어를 운영하며 재미, 정보, 엽기, 진기 등의 다양한 요소로 수많은 시청자들의 인기를 얻고 대중매체까지 진출하는 일반인 유명인들이 여기저기 생겨났다. 연예오락 산업이나 대중매체가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소셜 미디어에 자신을 노출한 개인들이 입소문과 네트워크 타고 유명해지고 또 그런 유명세를 추구하는 새로운 유형의 셀레브리티, 이른바 ‘마이크로셀레브리티’(micro-celebrity)가 탄생한 것이다.

‘마이크로셀레브리티’는 테레사 센프트(Theresa Senft)가 2001년에 만든 신조어이다. 그는 인터넷 화상으로 자신을 생방송하는 젊은 여성, 이른 바 캠걸(camgirl)이 자신의 이미지, 비디오, 블로깅(blogging)을 상호 연결하며 온라인 팬들에게 스스로를 일관된 브랜드 패키지로 제시하는 현상을 연구하며 이 용어를 제안했다. 이후 ‘마이크로셀레브리티’ 용어는 여러 연구자들에 의해 적극적으로 채용되면서, 단지 그러한 인물만을 지칭하는 용어가 아니라, 자기를 브랜딩하는 모든 전략적 행위와 실천 자체를 일컫는 개념으로 확장되었다(Marwick & boyd, 2011). ‘마이크로셀레브리티’ 개념은 셀프 브랜딩의 실천이 오늘날 새로운 셀레브리티의 핵심적 성격임을 명료화 해주며, 셀프 브랜딩 실천이 어떻게 발현되고 또 다양한 사회적 요인들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밝히는 것을 셀레브리티 연구의 새로운 과제로서 제시한다는 의의를 지닌다.

평범한 일반인들이 자기를 특별한 브랜드로 각인시키고 유명인이 되고자 수행하는 ‘셀프 브랜딩’ 현상은 무엇보다도 다양한 소셜 미디어의 등장에 따라 급속도로 확산, 심화되었다(Hearn, 2008; Khamis, Ang & Welling, 2016; Marwick, 2013, 2015; Marwick & boyd, 2011; Page, 2012). 그런데 비단 유명해지기를 열망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이미 대중적인 인지도를 지닌 기성 셀레브리티까지 소셜 미디어를 이용한 이러한 셀프 브랜딩 실천에 나서고 있다(Senft, 2013). 이는 마셜(Marshall, 1997)이 주장하듯, 급속한 테크놀로지의 발전과 함께 사회적 및 경제적 유동성을 높이는 신자유주의와 개성을 강조하는 개인주의 문화 속에서 한 순간에 트렌드에 밀려 추락할 수 있는 ‘명성’의 극도의 불안전성과 깊이 관련된다. 따라서 날로 치열해지는 SNS 셀프 브랜딩 경쟁과 수익창출이라는 목적 아래 더 많은 구독 수와 클릭 수를 얻기 위한 거짓 브랜딩의 사례들도 지적되고 있다. 특히, 여성들이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상품화하는 브랜딩 실천에서 젠더 권력 관계를 연구하듯(Maguire, 2015), 최근의 셀레브리티 연구는 다양한 권력관계 차원에서 셀프 브랜딩 실천을 살펴보는 것으로 나아가고 있다.

한국에서도 마이크로셀레브리티라 부를 만한 사람들의 존재와 셀프 브랜딩 행위가 젊은 층에게는 익숙한 현상이 되고 있다. 아프리카TV나 유튜브에서 유명세를 얻은 일반인 개인 방송 진행자들이 그 대표적 사례인데, 이들에 대한 국내 학술 연구는 이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몇 편의 국내 관련 논문들은 개인방송 컨텐츠와 창작자, 그리고 시청자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인터넷 개인방송을 통해 인지도를 높인 인기 BJ를 마이크로셀레브리티 개념 아래 셀프 브랜딩 실천에 초점을 둔 연구는 아직까지 찾기 어렵다. 따라서 이 개념을 지칭하는 유명 BJ들의 셀프 브랜딩 구체적 실천을 밝히고,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셀레브리티의 국제적 비교를 가능하게 하는 경험적 연구들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서 21세기 셀레브리티에 대한 이론화 뿐 아니라, 우리가 살아나가고 있는 현대사회의 대중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2) 인터넷 개인 방송에 관한 선행 연구

한국에서 개인 방송의 시작과 BJ의 등장은 ‘아프리카TV’(afreeca TV)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아프리카TV는 누구나 쉽게 PC나 모바일 기기로 시청자와 실시간 채팅을 주고받으며 생방송을 할 수 있는 한국의 개인방송 미디어 플랫폼이다.7) 미디어 전문가가 아닌 보통사람으로서 방송을 홀로 기획, 연출, 진행하는 BJ는 분명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나 가능해진, 주목할 만한 미디어 문화적 사건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대중적 인기와 이용 인구에 비해, 새로운 문화현상으로서 인터넷 개인방송이나 BJ에 관한 학술 연구는 아직 소수에 이르고 있다(김혜진, 2015; 문영은, 심지수, 박동숙, 2017; 안진, 최영, 2016; 이동후, 이설희, 2017). 최근 몇 년 동안 나온 개인방송 관련 연구의 초점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첫째는 ‘먹방’(먹는 방송)이라는 방송 콘텐츠에 초점을 맞춘 연구이고, 둘째는 아프리카TV 시청자들의 특성에 관한 연구이며, 세 번째는 BJ의 노동 과정을 탐색한 연구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차례로 검토해보자.

첫 번째로 인터넷 먹방 컨텐츠 장르에 초점을 둔 연구들이다. 아프리카TV에서 인터넷 ‘먹방’(박소정, 홍석경, 2015, 112쪽)이 처음 등장한 후 빠르게 인기를 끌자, 지상파 미디어는 이를 전유하여 다양한 먹방 쇼를 제작하며 ‘먹방’을 지배적인 방송 장르로 자리매김 시켰다. 하지만 인터넷 먹방은 인스턴트 식품이나 고칼로리 음식들을 과잉 소비하며 식탁의 매너를 쉽게 무시한다는 점에서, 한국의 지배적인 음식문화로서 건강담론과 식사 예절과는 변별되는 독특성을 드러냈다(김예란, 2017; 김혜진, 2015; 박소정, 홍석경, 2015). 따라서 개인방송에서 ‘먹방’ 콘텐츠 관련 연구자들은 ‘왜 이러한 먹방이 인기인가’라는 질문들을 제기하며 먹방 인기현상의 사회문화적 의미를 탐색하고자 하였다. 그 결과, 김혜진(2015)과 문영은, 심지수, 박동숙(2015)은 자기계발 담론과 마른 몸을 요구하는 현실의 지배적 가치관 때문에 갖게 되는 공포와 억압을 해소하기 위해 개인방송 시청자들이 ‘먹방’을 시청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자학적일 만큼 많은 양의 음식을 먹는 BJ의 모습은 지배적인 가치에 대항하는 행위로 보일 수 있지만, 정작 시청자들은 BJ들의 모습에서 대리적 해방감과 식욕을 참아낸 보상심리를 느낀다는 점을 연구자들은 지적한다. 즉, 인터넷 먹방은 지배질서에 대한 저항과 공모라는 복잡한 관계를 지닌다는 것이다. 이들 연구들은 먹방의 인기 이유를 개인 차원이 아닌 사회문화적 차원에서 밝힌다는 점에서 그 기여를 찾을 수 있지만, 먹방 컨텐츠와 시청자의 시청 동기에만 초점을 맞춤으로써 다양한 개인방송 컨텐츠 장르를 가로지르며 나타나는 BJ들의 실천들에 대해서는 적절한 설명을 듣기 어렵다.

두 번째는 개인방송 BJ와 상호작용하는 애시청자에 초점을 둔 연구이다. 이러한 주제를 처음 다룬 안진, 최영(2016)은 아프리카TV의 특정 먹방 애시청자들에 대한 심층 인터뷰를 통해, 느슨해 보이는 익명의 시청자들은 실제로는 친밀성을 중시하고 서로를 ‘패밀리’라고 호명하며 BJ에게 높은 충성심을 지닌 ‘시청공동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들의 정서적 연대감과 상호작용은 별풍선으로 발현되는 인정욕구로 인해 다시 권력적 위계를 내포하기 때문에, 먹방 시청공동체는 모순적이고 양가적인 특성을 지닌다고 연구자들은 지적한다. 이 연구는 개인방송 애시청자들에 대한 체계적인 경험적 연구를 제공하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으며, 이들 애시청자들이 팬덤이자 시청자 집단이라는 ‘혼종적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는 연구자들(안진, 최영, 2016, 12쪽)의 지적은 BJ 애시청자를 ‘시청자 팬’으로 명명하는 본 연구의 시각과도 연결된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들 연구의 이론적 배경이 가상공동체 논의로 채워져 있는 것에서도 드러나듯, BJ와 이들 애시청자들과의 관계를 미디어 문화연구에서 전개되어 온 팬덤 이론의 측면에서 조망하지 않음으로서 BJ들의 애시청자들의 특성과 위상을 적확하게 이해하는데 분명한 한계를 드러낸다.

세 번째는 BJ에 초점을 두며 이들의 노동과정을 추적하는 연구로서, 이동후와 이설희(2017)의 연구를 들 수 있다. 이 연구는 아프리카TV의 인기 BJ들을 심층인터뷰 하였는데, 그 결과 이들 BJ들의 노동은 차별화된 콘텐츠 개발을 위한 ‘인지적 노동’ 뿐 아니라, 시청자들의 친밀감 및 공감대 형성을 위한 ‘소통적 노동’, 그리고 모두가 함께 주체로 참여한다고 여기는 ‘공동체적 노동’의 성격을 지닌다고 설명한다. 또한 별풍선 장치는 BJ 노동에 화폐적 가치를 일부 보장하고, 아프리카TV에서의 성공적인 BJ 네트워크는 새로운 거래나 계약 관계를 발생시키는 가치 증식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동시에 치열한 경쟁과 인기 유지의 불안정성으로 인해서 BJ는 안정적인 평판을 위한 자기 브랜드의 필요성을 절감하며 자기 계발에 몰두하게 된다고 연구자들은 주장한다.

이동후와 이설희(2017)의 연구는 인터뷰에 기초해서 체계적이고 상세하게 아프리카TV의 작동방식 뿐 아니라 그 속에서 BJ의 디지털 노동의 방식과 성격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학문적으로 기여하는 바가 크다. 그러나 이들 연구자들이 소셜미디어의 이용과 아프리카TV의 사회기술적 어포던스의 이론틀 안에서 BJ의 디지털 노동의 성격을 밝히고자 했기 때문에, BJ의 셀프 브랜딩은 디지털 노동의 관점에서만 접근되었을 뿐 이들이 어떠한 이미지와 가치로 자신들의 온라인 정체성을 구축하며 그 자신을 셀레브리티로 상품화하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은 찾기 힘들다. 이러한 점에서, 이들의 논문에 마이크로셀레브리티 개념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 것도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상기 연구들의 토대 위에서, 본 연구는 인기 BJ를 마이크로셀레브리티로 간주하고 인기 BJ가 수행하는 셀프 브랜딩의 다양한 실천방식과 내용을 밝힐 것이다. 이를 위해서 먹방 장르에 한정되지 않고 대표적인 장르인 게임과 토크 장르의 BJ의 셀프 브랜딩 작업을 함께 다룰 것인데, 이는 여타 장르의 개인방송에 대한 연구가 없는 점 뿐 아니라, BJ의 셀프 브랜딩 실천이 BJ들이 다루는 콘텐츠의 주제 범주에 따라 영향 받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의 셀프 브랜딩 작업이 어떻게 시청자 팬들과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지 시청자 댓글을 통해 주의 깊게 살펴봄으로써, 마이크로셀레브리티의 친밀성 구축을 팬과의 관계에서 밝히고자 한다.


3. 연구 대상과 연구 방법

본 연구는 아프리카TV에서 활동하며 명성을 얻은 인기 BJ들을 분석대상으로 한다. 최근 유튜브 역시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면서 개인방송의 대세를 형성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TV 플랫폼을 토대로 인기 BJ를 선정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먼저, 본 연구가 구상되던 2016년 말에는 아직 유튜브가 실시간 방송 서비스를 시작하지 않았으며, 단지 아프리카TV의 유명 BJ들이 자신들의 아프리카TV 방송 동영상을 편집해 업로드한 것만을 송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본 연구가 진행 중이던 2017년, 분석대상인 BJ 중 두 명이 유튜브로 이적한다는 기사가 보도되었는데, 이는 이들 BJ가 바로 아프리카TV를 통해 유명 인사가 되었음을 방증한다는 점에서 아프리카TV의 BJ를 분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8) 유튜브는 아프리카TV의 여러 방식을 차용했지만 모바일 실시간방송의 허용 기준이 아프리카TV보다 높아서,9) 유튜브의 일부 유명 BJ는 이미 아프리카TV에서 형성된 팬들이 그 BJ와 함께 이동했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유튜브에 비해 아프리카TV는 제약이 적어 크리에이터의 방송과 수익창출 가능성이 높고, 지금도 꾸준히 매출이 상승하면서 케이블 채널까지 진입했다는 점에서, 최근 인기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국내 인터넷 개인방송 플랫폼으로서 건재하다고 볼 수 있다.10) 이러한 점에서 본 연구는 아프리카TV를 토대로 유명 BJ를 선정하였다.

분석대상 BJ들은 아프리카TV에서 대표 콘텐츠 장르라고 할 수 있는 게임, 먹방, 토크의 3개 장르에서 선별했다.11) 아프리카TV는 주제나 범주에 따라 시청자가 선별해 이용할 수 있도록 장르별(게임, 토크, 먹방, 뷰티/패션, 음악 등), BJ 자격 순위별, 방송유형별(생방송, 녹화), 시청인원과 구독 수 등의 자체 분류를 메인 화면에 제시하고 있다. 장르별로 봤을 때, 가장 많은 BJ가 포함된 장르는 ‘게임’이다.12)

인기 BJ는 아프리카TV에서 제공하는 애청자 수와 방송경력 및 인지도를 고려해 각 장르별 상위 10위 중 (2017년 11월 기준) 경력, 수상횟수, 유명세들을 고려하여 각 2명씩, 총 6명을 분석대상으로 삼았다. 아프리카TV의 BJ는 ‘신인BJ’, ‘베스트BJ’, ‘파트너BJ’ 등으로 등급화 되어 있는데, 본 연구는 셀레브리티로서 BJ를 다룬다는 점에서 많은 애시청자 수를 확보해 인지도가 높은 ‘파트너BJ’ 등급 이상의 BJ들을 택하였다.13) 장르별로 선정된 BJ에 관한 간략한 정보는 <표 1>과 같다.

인기 BJ 분석대상 (즐겨찾기의 애시청자 수는 2017년 11월 기준)

연구방법은 텍스트 분석방법을 활용하였다. BJ의 다양한 셀프 브랜딩 실천들은 그 시청자들에게 BJ의 이미지와 개성, 나아가 BJ의 정체성을 구성한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특정한 의미화를 이루기 위한 기호체계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말과 행위는 개인방송의 콘텐츠 자체이다. 스타의 말과 행위, 이미지를 포함하여 스타 자체를 텍스트로 보고 기호학적인 분석을 실시한 대표적인 학자는 리차드 다이어(Dyer, 1979/1995) 이다. 그는 스타의 ‘이름’, ‘외양’, ‘캐릭터의 발화’, ‘몸짓과 행동’, ‘미장센’, ‘방송의 구조’, ‘타인의 발화에 대한 반응’, ‘타인의 행위에 대한 반응’ 등으로 범주화하고 각각의 기호작용을 살폈다(Dyer, 1979/1995, pp. 169-285 참조).14) 따라서 본 연구는 인기 BJ의 셀프 브랜딩 실천을 분석하는데 리차드 다이어의 분석 범주들을 활용하고, BJ들이 구성하는 방송 장르적 포맷 역시 함께 살펴볼 것이다.

인기 BJ의 셀프 브랜딩 실천에서 시청자 팬들과의 상호작용을 살펴보기 위해 방송 진행 중에 이뤄진 시청자 댓글을 분석에 포함한다. 생방송의 실시간 채팅은 순간적으로 지나갈 뿐 아니라, 방송된 기존 동영상은 보존되지 않아 다시 볼 수 없기 때문에, 아프리카TV의 인기 BJ들이 자신의 방송을 실시간 채팅글과 함께 편집하여 업로드한 유튜브 동영상을 최종 분석대상으로 삼았다. BJ가 편집하였다는 점에서 생방송 된 내용과 완전히 동일하지 않겠지만, BJ에 의한 편집물이라는 점이 오히려 BJ의 의도가 가장 잘 반영된 것이라는 장점도 있다. 또한 유튜브 이용자들도 이들 BJ들을 시청할 수 있게 됨으로써 셀레브리티로서 이들의 유명함이 아프리카TV에만 제한된다는 한계를 넘어설 수 있고, 편집본에 대한 유튜브 조회수를 통해 그 인기를 지속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유용성도 찾을 수 있다. 따라서 아프리카TV의 인기 BJ들이 올린 유튜브 동영상의 분석은 연구의 실행가능성의 측면에서 뿐 아니라 본 연구의 타당성 측면에서도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선정된 BJ들의 셀프 브랜딩의 경향과 주요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서 이들의 동영상 다수를 시청하였고, 좀 더 면밀한 분석 위해 세 장르에서 선정된 6명의 BJ들의 유튜브 동영상 중 적어도 10만 건 이상의 조회수를 지닌 4편을 각각 선별해서 총 24편을 반복 분석하였다.


4. 인기 BJ들의 셀프 브랜딩 실천

1) 게임 방송 BJ ‘로이조’: 편안한 옆집 친구

아프리카TV에서 가장 인기 높은 콘텐츠는 게임 방송이며, 가장 많은 애청자 수를 보유한 BJ 역시 게임 BJ이다. 제일 먼저 살펴볼 유명 게임 BJ ‘로이조’는 ‘편안한 옆집 친구’ 이미지를 제시한다. 그는 자신의 닉네임을 통해서 가수 로이킴의 ‘반듯한’ 외모와 ‘부드러운’ 이미지를 환기시키며 전유한다.15) 외양을 보면, 주로 편안한 티셔츠, 후드티, 스웨터, 반바지, 때론 파자마 등, 일상복 차림으로 평범함을 표방한다. 그의 방송 공간을 보면, 바닥에 잔디 느낌을 주는 녹색 러그가 깔려있고, 뒤에 놓인 4단 선반에는 머그컵, 인형, 게임 박스, 작은 선인장 화분 등이 정돈되어 놓여 있다. 빨간 소파 위에 인형과 소파 옆의 해바라기 조화는 남자 BJ에게 부드러운 이미지를 부여 한다. 단색의 벽은 깨끗하며, 아늑한 정도는 아니지만 깨끗하게 잘 정돈된 공간 이미지는 BJ 로이조를 이웃집에 사는 게임 친구 같은 이미지를 전달한다.

BJ 로이조는 친구나 어린 동생들에게 하는 편안한, 경상도 억양의 드러난 말투로 “실화냐?”, “레알” 등 온라인 유저들에게 친숙한 용어나 표현들을 일상적으로 사용한다. 종종 욕설과 게임 진행에서 흥분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자신을 ‘형’이라고 지칭하곤 한다. 스스로를 가리키는 ‘형이~’라는 호칭은 게임 BJ들에게서 흔하게 나타나는데, 이는 10대의 남성 시청자들이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BJ로이조는 자신의 방송 시청자의 50% 이상이 13살-24살에 해당한다는 시청자 분석표를 화면에 띄우며, 이들에게 주로 맞춰서 방송을 하려고 신경 쓴다는 말도 한다).

그는 ‘게임 중계’ 외에도, 온라인에서 자신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찾아 바로 잡는 ‘청문회’ 코너를 마련하고 있는데, 시청자를 참여시켜 소속감을 높일 뿐 아니라 자신의 정보와 이미지를 함께 관리한다는 공동체감도 높일 수 있다. 또한 BJ를 꿈꾸는 시청자에게 자신의 경험을 소개하는 ‘멘토링’ 코너도 진행하는데, 여기서는 자신의 어려웠던 시절에 대한 이야기 뿐 아니라 자신의 경험에 기초해서 시청자에게 조언을 해주며 마치 시청자의 멘토의 역할을 취하기도 한다. 멘토링 코너에서는 시청자에게 반말과 존댓말을 섞어 사용하는데, 일상적 수준의 속어 외에는 욕설이 적다는 점도 로이조 BJ가 편안한 형이나 친구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2) 게임 방송 BJ 철구형: 뒷골목 아지트 친구

BJ ‘철구형2’는 아프리카TV 대통령으로 불릴 만큼 최고의 인지도를 지닌 게임 BJ로서 전직 프로게이머 이기도 했다. 그 역시 ‘막역한 친구’형 이미지를 구사하는데, 로이조 BJ와 같은 옆집 친구라기 보다는, 뒷골목 아지트에서 몰려 노는 친구 이미지에 가깝다. 반삭에 가까운 짧은 스포츠형 머리 스타일에, 작은 키에 통통한 체격, 운동복이나 음식 얼룩이 그대로 남아있는 티셔츠, 트렁크 팬츠 같은 실내복 차림은 그가 외모에 전혀 신경쓰지 않는 사람임을 보여준다. 방송 화면에 나타난 벽지는 곳곳이 뜯겨져 있으며, 그 위로는 알아보기 힘든 지저분한 낙서가 여럿 발견된다. 창문은 스티로폼으로 막아 놓았으며, 바닥에는 음식을 먹고 난 후의 빈 그릇이 쌓여있거나 콜라병과 빈병이 뒹굴고 있다. 철구형 BJ는 실내 공간에서 신발을 신고 있으며, 방송 중에도 서슴없이 바닥에 침을 뱉고, 담배를 피우는 등, 그의 방송 공간은 일반 가정집의 일부가 아니라, 마치 주인이 없는 지하 사무실이나 몰래 놀기 위해 만들어 놓은 폐허 아지트의 분위기를 전달한다.

철구형 BJ의 발화를 보면, 시청자를 향해 특정 내용을 전달할 경우만 ‘~구요’라는 존댓말을 쓰며, 보통 ‘개새끼’, ‘씨발’ 등의 욕설과 비속어가 입에서 떠나지 않으며 외설적인 내용과 여성 차별적인 이야기도 쉽게 내뱉는다. 부적절한 방송으로 아프리카TV로부터 방송 영구정지 징계를 받게 되었고, 이후 특사를 받아 2012년부터 ‘철구형2’로 닉네임을 바꾸게 된 사연은 그가 그동안 어떤 이미지로 활동해 왔는지를 시사해준다. 그의 언어, 몸짓, 행동은 누구도 개의치 않는, 통제와 절제를 모르는 제멋대로의 날 것의 이미지를 표출한다. 방송 공간은 마치 사회적 규제와 규범에서 벗어난 아지트 속의 젊은 남자 또래의 놀이공간을 재현하고 있다.

철구형 BJ는 다른 BJ를 초대해서 함께 게임 방송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가 친구와 주고받는 행동과 거친 말투, 그리고 ‘B급 유머’ 등은 그와 시청자가 주고받는 것으로 단절 없이 이어진다. 게임에서 희귀 아이템을 얻게 되면, 그는 친구 BJ와 껴안고 어깨동무 하고, 개 짖는 소리를 내거나 고성을 지르며 흥분하곤 한다. 그럴 경우 시청자들은 수많은 별풍선을 BJ에게 동시다발적으로 보내는데, 그럼 BJ 철구는 “뭐 할까요?”라며 시청자를 향해 절을 하고 춤을 춘다. 그리고 시청자들 역시 유사한 욕설과 감탄사를 채팅글로 쓰면서 함께 그 분위기에 참여하고, 그 감정을 공유한다.16) 이는 부모, 교사, 사회의 눈길이 닿지 않는 뒷골목 아지트에서 어울려 노는 중, 고등학교 남자 또래들의 분위기와 흡사하다.

게임진행 이외에도 그는 상황마다 다른 주제의 ‘이벤트’와 ‘시청자 참여 콩트 쇼’ 코너들을 진행한다. 한 예로, ‘철구를 웃겨라’라는 주제를 내걸면, 시청자들이 전화를 걸어 개인기 또는 성대 묘사 등으로 철구형 BJ를 웃게 만들고 상금 30만원을 획득하는 식의 시청자 참여 방식이다. BJ와의 직접 소통, 방송 전파, 그리고 상금을 유인책으로 삼아 시청자를 참여시킴으로써 쉽게 콘텐츠를 제작, 진행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BJ와 시청자의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는데도 장점을 지닌다. 더 중요하게는, ‘유머’를 빌미로 시청자 팬들로부터 쏟아져 나오는 갖가지 사소하거나 저속한 이야기들이 철구형 BJ를 통해 전체 시청자와 공유되면서 동질감을 높일 뿐만 아니라, 거칠고 허물없는 친구라는 그의 이미지 구축을 돕는다는 점일 것이다.

3) 먹방 장르 BJ ‘밴쯔’: 착한 모범생 (남자) 친구

BJ ‘밴쯔’는 고급 외제차인 ‘메르세데스 밴츠’를 타보고 싶어서 자신의 닉네임을 ‘밴쯔’로 정했다고 설명하는데, ‘벤츠’를 ‘밴쯔’로 경음화 시켜 고급스러움이 아니라 ‘익살스럽고’, ‘장난기 많은’ 이미지를 불러일으킨다. 그는 6년이 넘는 기간 동안 먹방을 진행해 온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날씬한 몸매에 넓은 어깨, 근육으로 다져진 탄탄한 몸을 갖고 있으며, 외모 또한 준수한 편이다. 운동복이나 티셔츠에 야구캡이나 비니 스타일의 모자를 자주 쓰며 평범하고 편안한 이미지를 전달하지만, 정갈하게 정리된 머리와 눈썹 등에서 깔끔하게 관리하는 남성이라는 이미지 역시 전달된다. 특히 음식을 먹을 때 그는 아무리 많은 음식을 먹어도 입을 다물고 천천히 씹을 뿐만 아니라 깨끗이 입을 닦는 모습을 통해서 그가 차분하며 깔끔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전달한다.

그의 방송 공간은 하늘색, 아이보리 색 등의 단색 벽지를 배경으로 하여 깨끗한 이미지를 전달하며, 뒤의 4단 선반에 인형들(심슨, 미니언즈 등)이 가지런히 배열되어 있어서, 전체적으로 아기자기 하면서도 정갈한 느낌을 준다. 두 개의 데스크와 주황색과 밤색 의자를 교대로 사용하여 조금씩 변화를 주는 것에서 그가 주위 배경에도 신경을 쓰는 세심한 사람임을 깨닫게 한다. 뒷 편에 놓인 인형들은 시청자들이 보낸 선물이라고 하는데, 인형도 이따금씩 교체하며 시청자 팬에게 선물을 잘 받았음을 말없이 전시하고, 동시에 이를 소중히 여기고 있다는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전한다. 이러한 모습에서 밴쯔 BJ는 매우 성실하고 신뢰할 만한 모범생 친구, 또는 배려심 있는 남친의 이미지를 얻게 된다.

밴쯔 BJ는 방송에서 시청자들에게 꼬박꼬박 존댓말을 하며, 시청자의 질문에 성실하고 예절 바르게 답변하는 모습을 유지한다. 시청자 팬들은 밴쯔에게 ‘오빠’, ‘형’, ‘자기야’, ‘밴쯔님’ 등의 호칭을 많이 사용했으며 ‘잘생겼어요’라는 말도 자주 등장한다. 시청자들은 밴쯔에게 반말을 많이 사용하지만, 다른 BJ 방송과 달리 욕설 사용이 현저히 적었다. 어느 시청자가 밴쯔가 너무 착해 보인다며 “욕은 할 주 아세요?”라고 채팅창에 묻자, 그는 평소 자신은 욕쟁이라며 “친구를 만나면 지금과 달라요. ‘야, 뒤질래? 왜 이렇게 늦었어?’ 이런 식으로 말하죠. 죄송해요”라고 답변한다. 그리고 이내 분위기를 정리하고 평소 모습처럼 매너를 지키는 방송을 이어간다. 여기서 그는 자신이 시청자와 다름없는 평범한 남자임을 강조하면서도, 이 모든 모습들이 시청자를 존중하여 말과 행동에 주의를 기울인다는 의미를 전달한다. 그는 자주 자신의 애청자들에게 감사함을 표현하고, 자신을 낮추는 겸손한 모습을 보인다.

대체로 방송은 시작과 함께 시청자에게 일상 안부를 묻고, 이어 그날 먹을 음식을 소개하고, 시청자와 대화하면서 음식 맛과 관련된 묘사와 평가로 이어진다. 이때 가장 많이 나오는 질문은 밴쯔의 몸 관리에 관한 질문이다. 중앙 일간지 인터뷰에서 그는 하루에 짧게는 6시간, 길게는 10시간까지 운동을 하고 있다고 밝힌 적이 있을 만큼,17) 자신이 운동을 많이 하고 있음을 밝힌다. 이는 그가 외양에선 부드럽지만, 사실상 엄청난 의지력과 자기 통제력을 지닌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강하게 전달한다.

4) 먹방 장르 BJ ‘슈기님’: 귀엽고 담백한 (여자) 친구

밴쯔의 바람직한 모범생 친구나 이성친구의 이미지는 ‘슈퍼기염둥이’의 줄임말을 뜻하는 BJ ‘슈기님’에게서도 유사하게 발견된다. 2018년 4월 기준 아프리카TV 먹방 장르 1위에 오를 만큼 성공적인 먹방 유명 BJ인 슈기님은 많은 음식을 먹는 일종의 푸드파이터의 역할을 수행하지만, 먹방 BJ에 대한 일반 선입견과는 다른, 자그마하고 날씬한 몸매에 귀여운 얼굴을 지녔다. 그녀 역시 트레이닝 바지에 운동복 차림을 잘 하지만, 민소매에 짧은 반바지, 돌려쓴 야구모자 등의 옷 스타일에서 귀엽고 발랄한 이미지 뿐 아니라 동시에 섹시한 이미지 역시 은근히 전달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BJ 슈기님은 귀엽고 섹시한 여성성을 반복 수행하고 있다.

슈기님 BJ의 방송 공간 인테리어는 하얀색 선반에 꽃다발 조형물과 선반에 놓인 모형 스포츠카, 갈색 벽지와 조화를 이룬 갈색 벽걸이 조명, 선반 옆에 세워진 기타, 인물화 액자 등을 통해 그녀의 이미지를 구성한다. 이러한 장식들은 그녀가 예술적 문화 취향을 적당히 지니고 있으면서도 스포티함 역시 갖추고, 거기에 방안을 꾸밀 줄 아는 여성성의 이미지와 의미도 복합적으로 전달한다. 애교부리는 모습은 그녀의 태도에서 자주 드러나는데, 예를 들어, 시청자들이 별풍선을 보내면 “앙앙” 또는 ‘손 키스’의 리액션을 시청자에게 보여준다. 또, 시청자 팬이 그녀의 옷차림의 노출이 많다고 지적하면, “오늘 그런가요? 너무 살을 드러내고 있어서 남사스러운가?”라고 담백하게 인정하면서도 얼굴을 찡긋하며 애교 섞인 행동을 섞는다. 시청자 팬들은 그녀에게 ‘슈기’, ‘누나’, ‘언니’, ‘슈기님’ 등의 호칭을 많이 사용했으며, ‘슈기 귀엽노’, ‘슈기야 사랑한다~’ 등의 애정 표현도 자주 사용하였다.

슈기님 BJ가 전달하는 이미지에는 진솔함 역시 주요한 요소이다. 예를 들어, 채팅창에 자신을 비방하는 글이 계속 올라오면 “채팅창 불편하네” 하고 자신의 감정을 담담히 표현하기도 하고, 준비한 음식을 다 먹기 어려울 때는 억지로 먹기보다는 “여러분 죄송해요, 느끼해서 더 이상 못 먹겠어요”라고 솔직하게 말하고 시청자에게 양해를 구한다. 그녀는 시청자와의 대화에서도 매너 있는 모습으로 시청자에 대한 존중을 표현하면서도, 자신의 감정과 상황을 담백히 표현함으로써 진정성 있는 이미지를 전달한다. 먹방 BJ로서 그녀의 몸매관리 비법에 대해 시청자들은 많은 관심과 감탄을 보이는데, 그녀는 매일 2시간 내외의 운동으로 자신의 몸을 꾸준히 관리하고 있음을 밝힌다.

5) 토크 장르 BJ ‘디바제시카’: 세련된 만능 전문가

토크 BJ로 유명한 ‘디바제시카’는 최고의 여자 가수를 뜻하는 이탈리아어 ‘디바’에 자신의 영어 이름인 ‘제시카’를 붙여 만든 영어 닉네임을 통해 ‘최고’와 ‘서구’의 이미지를 전달한다. 그녀는 BJ로 쌓은 명성을 통해서 <EBS>로 진출하여 영어강사로 활약하고 영어교재까지 출간한 경력을 지녔다. ‘디바제시카’ 방송은 영어교육 콘텐츠에 한정되지 않고, 황당한 사건이나 놀라운 문화 등을 소개하는 ‘쇼킹 탑 텐’, 기초 영어회화 수업과 유사한 ‘초보영어’,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사건·사고들을 소개하는 ‘금요사건파일’, 마지막으로 미제사건들을 다루는 ‘토요미스테리’ 등, 상당히 전문화된 코너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 외에도 유명 게스트를 초청하는 ‘이벤트 방송’이 기획되기도 하며, 시청자와 고민을 나누며 편안하게 소통하는 멘토링 성격의 방송도 진행한다.

가장 인기가 높은 ‘토요미스테리’는 지상파 방송의 탐사 저널리즘인 <그것이 알고 싶다>(SBS)를 연상시키는데, 30분 정도의 길이에 평균 3건 정도의 사건을 다루기 때문에, 자료 준비를 위한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들었음을 시청자들은 알 수 있다. 또한 자신의 이야기 전개에 맞춰 배경효과음을 매번 적절하게 바꾸어 변화를 주며, 시청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주제와 관련된 신문자료와 사진을 수시로 이미지로 띄워서 정보를 제공한다.

상당한 미모를 지닌 그녀는 매 방송 때마다 헤어스타일에 변화를 시도하며, 각 코너의 콘셉트에 맞춰서 의상을 갖추고 메이크업도 수수하게 또는 진한 색조화장 등으로 변화를 준다. 예를 들어, ‘초보 여행영어’를 진행할 때는 단정한 옷차림으로 교사의 분위기를 연출하지만, 다른 코너에서는 가슴골이 드러날 만큼 노출 있는 드레스와 다양한 액세서리로 치장하여 섹시하고 화려한 이미지를 연출하기도 한다. 때론 주제에 따라 체크 남방의 편안한 복장으로 탐험가의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러한 모습들은 자신의 방송 콘텐츠의 완성도에 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자기 변신에 능숙할 만큼의 지성과 능력을 갖춘 여성이라는 이미지를 전달한다. 화면에 보이는 방송 공간은 자신의 방으로 추정되는데, 침대의 일부가 보이며, 그 뒤로 파일박스, 스탠드, 장식품이 있는 책장과 하얀 4단 옷 서랍장이 놓여 있어 깨끗하고 정돈된 분위기를 전달한다. 넓은 공간은 아니지만 단정하게 정리된 자기 방을 공개함으로써 BJ 디바제시카가 평범한 사람이지만 자신감 있는 당당한 여성이라는 이미지를 부여한다.

디바제시카 BJ는 항상 시청자에게 존댓말을 쓰며 올바른 표준어 화법과 정확한 발음을 구사한다. 시청자 팬 역시 ‘디바제시카’에게 “누나”, “시카님”, “언니” 등의 호칭을 사용하며 반말보다 존댓말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는 시청자 팬들의 발화가 그 방송 BJ의 화법에 조응하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준다. 디바제시카는 각 코너의 성격에 따라 목소리를 변주할 정도로 스피치에 능하다. 즉, ‘금요사건파일’에는 신뢰감을 주는 낮고 신중한 톤과 속도로 말하며, ‘미국문화’와 같은 가벼운 정보 토크 경우는 높고 발랄한 톤으로 변화를 많이 주며 유창하게 진행한다. 또한 ‘금요사건파일’ 코너에서, 자신이 속해 있는 아프리카TV의 별 풍선관련 범죄를 다루며 비판적인 문제의식을 고취하는 모습에서는 그녀가 독립적이며, 비판적 사고를 하는 저널리스트의 면모가 전달된다(2017. 12. 21. 방송).18) 이러한 스피치와 사회문제 취급 능력은 그녀가 아마추어 수준을 넘어선 토크쇼의 전문가라는 이미지를 분명하게 전달한다.

그녀의 전문가다운 모습은 시청자에게서 별풍선을 받을 때 보여주는 태도에서도 다른 BJ들과 확연히 구분된다. 본격적으로 방송을 시작하기 전, 시청자의 안부를 묻는 단계에서 시청자가 별풍선을 선사하면, 그녀는 즉각적으로 닉네임을 호명하며 감사함을 표현한다. 하지만 방송을 진행 중일 때는 자신이 준비한 콘텐츠를 다 말할 때까지 감사의 인사를 보류하고, 방송이 모두 끝난 뒤에야 감사를 표현한다. 이러한 태도는 자신의 콘텐츠에 충실함으로써 완성도를 높이려는 전문가 이미지를 시청자에게 전달하고자 한 것일 수도 있지만, 이동후와 이설희(2017)가 밝힌 것처럼, 별풍선에 대한 즉각적인 답례 인사로 인해 별풍선을 준 시청자와 그렇지 않은 시청자들 사이의 불편한 감정과 위계감을 불러일으키지 않으려는 의도 역시 고려한 것일 수도 있다.

6) 토크 장르 BJ ‘대세는BJ세야’: 능숙한 19금 전문 엔터테이너

10억 원의 연봉을 받는다는 사실로 지상파 방송 쇼에도 초대된 유명 토크 BJ가 바로 ‘대세는BJ세야’이다. 그의 닉네임은 자신의 본명인 ‘대세’를 중의적으로 활용한 것으로, 넘치는 자신감과 야망의 이미지를 전달하려는 의도를 볼 수 있다. 그의 외모는 흡사 연예 기획사에 속한 ‘아이돌 스타’와 유사한데, 브라운으로 염색한 세련된 머리스타일, 작고 갸름한 얼굴, 방송용 풀메이크업을 한 뽀얀 피부색과 발그레한 입술은 평범한 남자의 모습이라기보다 아이돌이나 연예인의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앞의 밴쯔 BJ와 슈기님 BJ가 자신의 외모에 대해 못생겼다고 겸손을 보이는 것과 정반대로, 세야 BJ는 자신의 잘생긴 외모를 강조하고, 그것을 여성시청자로 부터 자주 확인받으려 한다. 이러한 모습은 자신감 넘치며 활달한 성격의 소유자라는 이미지를 전달한다.

흔히 ‘세야’ BJ로 불리는 그 역시 디바제시카처럼 방송 포맷에 따라 의상에 변화를 주려고 하며, 대체로 깔끔하고 세련된 디자인의 와이셔츠나 남방을 선호한다. 또한 팔찌등의 액세서리 등을 착용하여 자신의 세련되고 트렌디한 연예인 이미지를 강화한다. 시청자들과 편하게 소통하며 고민을 공유하는 포맷에서는 동질성을 높일 수 있게 메이크업을 최소화 하고 티셔츠 중심의 수수한 옷차림을 하며 주의 깊게 자기의 이미지를 변주한다. 방송 공간은 책 등이 꽂힌 4층 선반과 인형이 놓인 소파를 배경으로 하며, 소파 위 벽에는 사진 액자들이 원 모양으로 배열되어 걸려있고, 바닥은 연보라로 보이는 카펫을 깔아 정갈함과 세련됨을 나타내고 있다.

그의 방송은 ‘시청자 참여 랭킹쇼’, ‘인터뷰 토크쇼’, ‘길거리 헌팅’, ‘자신의 경험담/ PR’ 그리고 시청자와 고민을 공유하는 ‘술자리’ 포맷 등으로 구성되어 진행된다. 시청자 참여 랭킹쇼에서는 시청자들에게 미션을 주고 성공적으로 수행하면 보상을 주는데, 예를 들어 자신이 금수저임을 입증하는 사진을 올리거나 통화로 설명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배금 물질주의를 추구하는 속물적 욕망이 있어도 남들 앞에서 감추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세야 BJ의 방송은 오히려 그러한 욕망과 행위를 드러내놓고 과시하라고 부추기는 듯, 비싼 차와 시계, 거대 액수가 찍힌 통장 앞에서 수치감 없이 부러움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또 그에 미치지 못하는 시청자들의 증거들은 대놓고 비웃는다. 시청자에게 그 정도로 부자라고 하냐고 면박을 주거나 ‘뻥’(거짓말)이라고 의심하는 세야 BJ의 태도에도 불구하고, 참여하는 시청자가 수치감을 느끼지 않고 같이 즐길 수 있는 것은 속물적 욕망을 거침없이 발화하는 세야 BJ의 이미지가 분명히 공유되고 있기 때문이고 동시에 세야 BJ의 능숙한 토크 진행 능력에도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술자리’ 토크는 세야 BJ가 술을 마시며 토크를 하는 것인데, 이러한 설정이 시청자와의 친밀도를 높이기 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더 나아가, 술자리는 일반적으로 사적인 자리로서 속마음을 털어놓고 낮의 공적인 자리에서 할 수 없는 수준의 이야기들이 오간다는 점에서 이러한 설정은 세야 BJ가 추구하는 이미지를 드러낸다. 그것은 유흥주점에서 질펀한 이야기를 나누고 노는 입담 좋은 BJ 이미지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그가 방송에서 자주 얘기하는 자신의 유흥업소 웨이터 경험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술자리 토크에서 이성 교제나 성관계는 주요한 주제이고, 길거리에서 모르는 여성에게 데이트를 신청하는 헌팅과 이후 술자리까지 방송하는 것도 세야BJ의 특허에 속한다. 따라서 그의 방송은 청소년 시청 금지인 19금으로 설정된 것이 많다.

그는 시청자와 실시간 대화나 시청자 통화 중에도 시청자의 사진이나 이미지를 재빨리 올리거나 바꾸고, 자신의 감정을 대변하는 멜로디나 리듬의 음악을 틀어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살린다. 이러한 테크닉들은 그의 센스를 돋보이게 만들며, 보통 일반 시청자들과 차별화되는 능숙한 토크쇼 진행자라는 전문가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구축해준다.

인터뷰 토크쇼는 제도권 매체에서 쉽게 다루지 못하는 ‘유흥업계 종사자’, ‘트랜스젠더’, ‘모델’ 등의 인물이나 직업인을 초청해 토크를 진행한다는 점에서 여타의 토크쇼들과 차별화 된다. 물론 이들 게스트들의 성적 정체성이나 특정 직업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더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선정적 흥미를 이끌어내는 요소로 작용한다. 이러한 세야 BJ의 토크 방송이 낯선 직업과 주류사회에서 쉽게 들을 수 없는 게스트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최소한의 어떤 긍정적 측면을 고려해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세야 BJ가 던지는 대부분 성관계 중심의 선정적 질문으로 인해 토크의 내용과 방향이 대체로 한정된다는 점에서 볼 때, 이들 게스트들이 다시 흥밋거리로 전락하고 기존의 편견과 부정적인 선입견이 강화되는 측면을 지적할 수 있다.

세야 BJ는 시청자와의 대화에서 강한 경상도 억양과 사투리 섞인 반말과 비속어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며, 특히 여성에게는 수위 높은 성적인 희롱과 비하를 농담처럼 거침없이 한다. 여성시청자에게 몸매 사진을 올려달라고 하고, 몸매를 품평하고, 못생긴 여성사진이 전달되면 이를 화면에 띄우면서 성형외과에 가라는 등의 조롱을 한다. 시청자들을 ‘지지배야’, ‘가스나야’, ‘또라이자슥’ 등으로 호칭하고, 자신을 ‘제가’로 낮출 때도 있지만, 대체로 ‘오빠’, ‘형아’ 등으로 자신을 부른다. 시청자 팬들은 그를 “오빠”, “세야님”, “형님”, “대세야” 등으로 부르고 있었다. 흥미롭게도 그의 거친 성적 담화들에 대해 시청자들이 남녀를 가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참여하며, 그의 발언들을 유머러스한 것으로 즐기는 듯 보이는 점에서 그의 자아 브랜드가 분명히 공유되고 있는 듯하다. 즉, 과도한 물질주의적 속물성과 노골적인 성적 담론을 능숙하게 취급하는 것을 자신의 특성으로 내세운 ‘대세는BJ세야’는 효과적으로 19금 토크쇼의 전문 진행자의 이미지로 자기 브랜드를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5. 셀프 브랜딩과 인터넷 방송의 시청자 팬 문화

앞서 살펴본 6명의 인기 BJ들의 방송을 BJ의 셀프 브랜딩 실천의 측면에서 살펴보았다. 이 절에서는 이들 BJ의 시청자 팬 문화를 고찰함으로써 인기 BJ의 셀프 브랜딩의 구성이 왜 그러한 방식으로 이뤄질 수 있었는지에 대해 좀 더 입체적인 이해를 얻고자 한다. 이는 시청자 팬의 호응과 선호가 없이는 앞서 살펴본 인기 BJ들의 브랜드가 효과를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상기 6명의 BJ들의 방송에서 시청자 팬들의 반응과 작용들은 다음의 세 가지 특성들로 요약 해 볼 수 있다.

1) 남성 지배적인 저속문화

아프리카TV에 팽배한 지배적 문화이기도 하지만, 유명 BJ의 경우에도 가장 지배적인 문화적 특성은 ‘남성적 저속문화’라고 할 수 있다. 아프리카TV 개인방송이 대중의 관심을 갖게 되면서 함께 지탄받은 것은 욕설, 폭력, 선정성, 비방, 비하, 차별, 흡연, 음주 등이었다.19) 사실 이것이 지속적으로 재생산 되는 표면적인 원인은 아마도 남성이 압도적으로 참여하는 게임 장르가 아프리카TV에서 개인방송 콘텐츠와 시청자 수 모두에서 각각 과반을 넘게 차지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더 근본적으로는 극심한 젠더 불평등의 한국사회에서 여성을 성적으로 물화하는 태도가 전체 사회에서 그리고 특히 10대 20대의 젊은 남성들의 문화에서 팽배하기 때문일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남성만이 아닌 여성 시청자들도 욕설과 외설적 담화에 참여하고 발화하는 모습이 발견되는 경우이다. 왜 그럴까? 이는 앞서 ‘철구형2’나 ‘대세는BJ세야’의 분석결과에서 드러난 것처럼, 욕설과 여성 비하와 차별 발언이 ‘막역한 친구’ 관계에 행해지는 또래 문화인 것처럼 의미화 되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즉 BJ와 시청자 간의 친밀함과 지지의 표현이 모두 욕설이라는 코드로 실행됨으로써, 욕설이나 여성을 물상화 하는 성적 담화의 소통 자체가 친밀성의 상징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친밀성이 남성 지배적인 저속문화로 코드화 되어 작동된다는 점은 아프리카TV 시청자 팬들의 90% 이상이 인기 BJ에게 반말을 하며 비하적인 호칭을 사용하는데서도 분명히 나타난다. 철구형 BJ 경우, 그의 시청자 팬들은 그를 “철구”, “개새끼”, “십년” 등으로 부르며, 그의 십 주년 방송 때는 그에게 별풍선을 보내면서도 “앙기모띠”20) “축하해 십년아”라는 욕설과 반말을 쏟아낸다. BJ도 시청자 팬들에게 “야 이새끼들아”, “꺼지세요”, “여러분 닥쳐보세요”, “여러분들 감사합니다. 내일은 이런 오글거리는 말들 말고 욕 좀 해 주세요”라고 응수한다. 물론 앞에 살펴본 것처럼 시청자 팬들도 BJ에 따라 다르고 디바제시카 방송이나 밴쯔, 슈기님 방송처럼 그렇지 않은 경우도 상당하지만, 남성 지배적인 게임 방송이 50% 이상 되는 아프리카TV에서21) 철구형 BJ 방송에서처럼 욕설이 욕설로 답변되는 식의 남성지배적 저속문화가 친밀성의 표시로 작동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2) ‘취약함’의 고백과 공유

개인 방송 BJ들은 끊임없이 시청자들을 향해 말하고, 빠르게 채팅창을 훑으며 순발력 있게 시청자의 특정 반응을 피드백으로 삼아 다시 이야기를 전개한다. 즉, 시청자와의 소통은 방송의 골격이자 동시에 모든 컨텐츠를 접합시키는 기능을 한다. 그런데 다양한 이야기들 중에서 성공한 인기 BJ들의 어려웠던 시절의 이야기, 그리고 BJ와 시청자 팬이 공통으로 느끼는 현재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의 고백은 빠지지 않고 발견된다. 즉, 일종의 취약함(vulnerability)을 공유함으로써 BJ와 시청자 간에 동질감이 형성된다.

셀프 브랜딩 설명에서 살펴본 것처럼 거의 모든 유명 BJ들이 경험담과 고민 상담 코너를 마련하고 자신이 겪었던 고난의 순간과 경험을 시청자에게 털어놓고, 시청자 팬들과 현재와 미래에 느끼는 불안감을 공유한다. 로이조 BJ는 어떻게 인기 BJ가 되었냐는 팬의 질문에 군대 제대 후 110만원의 전 재산으로 BJ가 되기 위해 어렵게 방송장비를 마련하고, 곰팡이가 핀 좁은 지하방에서 첫 방송을 하던 초기 시절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눈물을 보인다. 또 항상 자기 과시를 끊임없이 하던 BJ 세야도 술자리 코너에서 초창기에 매일 꼬박 방송에 매진했음에도 불구하고 한 달에 단돈 30만원도 못 벌고 지하 단칸방에 살았던 경험을 공유한다.

그러나 그것이 단지 어려운 과거 경험담에만 그쳤다면, BJ가 현재 지닌 부와 명성을 더욱 멋지게 만드는 회상에 불과하게 되어, 아직 사회에 나가지 않은 10대와 20대의 평범한 시청자들에게 동질감을 주기 어려웠을지 모른다. 인기 BJ와 시청자와의 친밀한 정서적 유대의 핵심은 과거가 아니라, 바로 현재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의 공유에 있다. 시청자 팬들은 학교 선생님, 가족, 친구 등에게도 쉽게 꺼내지 못하는 고민과 불안감을 상담의 형식으로 이들 인기 BJ들에게 털어놓으며, 이에 대해 BJ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진지하고 적극적인 태도로 임한다. 이러한 고민 상담은 각 BJ가 다루는 주요 콘텐츠 장르적 성격에도 영향을 받는데, 예를 들어, 영어 교육을 포함한 디바제시카 BJ에게 시청자 팬들은 주로 입시와 취업 관련 상담을, 밴쯔와 슈기님 먹방 BJ들에게는 다이어트에 대한 상담이 곧잘 제시된다. 한편 고수익으로 잘 알려진 로이조 BJ에겐 ‘어떻게 인기 BJ가 되었는가’ 또는 ‘어떻게 인기 BJ가 될 수 있는가’ 등의 고수익의 셀레브리티 지위를 얻는 방법에 관한 상담이 많다. 이는 개인방송의 10대와 20대 청년들이 높은 청년 실업률과 치열한 경쟁의 현실, 그리고 미래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을 인기 BJ와에게 함께 토로하고 공유하는 상호작용을 보여준다.

인기 BJ가 시청자 팬의 고민을 상담할 때 이 둘의 관계가 멘토-멘티 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역으로 시청자 팬들 역시 친구나 후배에게 하듯 BJ에게 조언과 충고, 질책을 던진다. 예를 들어, 술자리 코너에서 세야 BJ에게 한 시청자 팬이 “BJ는 미래가 없다. 현실에 충실”이라는 글을 남기자, 세야 BJ는 그 말에 동의하며 자신의 미래 불확실성에 대해 토로한다. 그가 인기가 떨어지면 미래에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불안감을 토로하자, 시청자들은 일제히 “사람 냄새나는 방송 좋다”, “이런 진솔적인 말 꺼내기 힘들 텐데 멋집니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그를 위로하기 시작한다. 세야 BJ는 자신의 인기가 언제 떨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현재 돈을 맘대로 쓰지 않고 아끼고 있다고 말하면서, 자신의 불안감이 빈말이 아님을 강조한다.

또 로이조 BJ의 초기 가난하던 방송시절을 기억하는 시청자 팬들은 그에게 ‘초심’을 잃지 말라는 주문과 충고를 한다. 그가 어렵던 시절에 BJ로 번 돈으로 사 입은 것이 빨간 패딩이었기 때문에, 이들 공동체에서 ‘빨간 패딩’은 ‘초심’을 상징한다. 그래서 시청자 팬들은 초심을 잃지 말라는 뜻으로 “빨간 패딩 입자”, “패딩 가져오자” 등의 댓글을 쓰며, BJ의 고난의 순간에 대한 특별한 기억을 토대로 BJ를 지키려고 한다.

인기 1위를 달리는 철구형 BJ조차 과거에 자신은 시청률에 신경도 쓰지 않았는데, 최근에는 시청자수를 강박적으로 확인하며 불안을 느낀다고 토로한다.22) 그러자 한 시청자 팬이 전화를 걸어 “저는 형님의 이런 진지한 모습도 보고 싶었습니다, 이렇게 진지하게 팬들과 소통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서 전화 했어요”, “형님 항상 저희 철박이[철구 팬을 일컬음]는 형님을 사랑합니다 파이팅 하십시오, 형님”이라고 말한다. 그러자 철구형 BJ는 “꺼져, 이 새끼 오글거리게...”라고 응수하면서도 미소 짓는다. 물론, 채팅창에는 ‘또 속이네’, ‘니가 문제야’라는 글도 적지 않지만, ‘철구야 진짜 힘내라’라는 응원들이 더 많이 발견된다. 이처럼 불안감의 공유와 상호 조언과 충고의 상호작용은 인기 BJ와 시청자 팬 간의 관계를 동질감에 기초한 수평적인 상호관계로 만들며 친밀성을 구성한다.

3) 시청자 팬의 참여적 특성

오늘날 셀레브리티에게 팬들과의 친밀성 구축은 필수적인 요소로 간주되며, 시청자로부터 직접적으로 현금 후원을 얻는 아프리카TV나 유튜브 개인방송 BJ에게는 더욱 중시되는 요소이다. 그런데 이러한 친밀성은 셀레브리티와 팬 간의 거리감을 없애는 상호작용에 의존하는데, 인기 BJ의 시청자 팬들이 여타 셀레브리티의 팬들과 다른 점은 인기 BJ와 갖는 상호작용이 더 직접적이고 필수적이라는 점이다. 인기 BJ와 시청자가 직접 상호작용할 수 있는 가능성과 그러한 상호작용의 느낌을 형성하는데 기여하는 중요한 두 가지 장치는 ‘방송 참여’와 ‘별풍선’ 제도이다.

물론 시청자 팬들의 방송 참여는 리얼리티 쇼가 일반인 출연과 최종 결정에서 시청자 직접 투표 참여 방식을 도입한 이후 미디어 문화의 일반적인 경향이 되었지만, 그것은 BJ의 시청자 팬들의 방송 참여의 정도와 위상에 비할 바가 못 된다. 개인방송에 시청자 팬들의 댓글은 BJ의 콘텐츠와 토크를 진행시키는데 필수적인 조건이다. 물론 게임 BJ의 경우는 게임 중계로 인해서 다른 장르의 BJ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청자 댓글에 집중하지 못하지만, 그 외 장르의 BJ들은 시청자들의 채팅창에 눈을 잘 떼지 못하고 끊임없이 주의를 기울인다. 최근, 갓 데뷔한 아이돌 그룹이나 높은 지위의 매스미디어의 셀레브리티들도 개인방송 채널을 개설하고 팬과의 접면을 넓히려고 시도한다. 그러나 개인 방송 자체가 수익 창출원인 BJ에게 시청자의 댓글이라는 것은 다른 무게를 지닌다.

시청자의 댓글은 웃음을 표시하는 자음(ㅋㅋ) 뿐인 것에서부터, 실제로 BJ에게 다양한 주문을 하는 적극적인 요청까지 다양하다. 예를 들어, 먹방에서 시청자들은 BJ에게 ‘(고기를) 레어로 구워주세요’, ‘김치도 (불판에) 익혀주세요’ 등 요리 방법에서 먹을 음식까지 구체적으로 BJ에게 요청한다.23) 그리고 비록 선별적이라도 BJ가 그 주문에 바로 응답하거나 실행하게 될 때, 요청 당사자뿐만 아니라 이를 함께 보는 시청자들이 모두 BJ와의 소통감과 권능감을 느끼게 된다. 또한 상호 안부를 묻는 것 또한 댓글에서 시작된다. 예를 들어, 슈기님 BJ 방송에서는 시청자 팬의 인사에 BJ가 “오랜만이네요 퇴원하셨죠?”라며 팬의 상황을 기억해 되묻거나, ‘밴쯔’의 방송에서 BJ가 식도가 다친 소식이 전해지자 음식을 먹고 있는 BJ에게 시청자들이 이번에는 조심하라며 걱정하는 모습을 통해 친밀한 정서가 형성되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또한 슈기님 BJ의 방송 중 한 시청자가 “방송접어 도라이년아”라며 이유 없이 욕설을 내뱉자, 채팅창에서 이를 본 다수의 시청자들이 BJ를 옹호하는 글을 올리며 매니저에게 악플러를 강제 퇴장시킬 것을 요청하는 댓글을 쏟아냄으로써 공동체로서의 유대를 발휘하기도 한다.

시청자의 참여와 BJ와의 상호작용은 콘텐츠의 제작에서도 중요하게 발생한다. BJ는 다양한 포맷을 통해 애시청자의 직접 출연 뿐 아니라 사진 전송, 전화참여, 인증 샷 등 멀티모달(multi-modal)의 참여를 유도해낸다. 이로써 시청자 팬들은 BJ를 대신해서 성대모사나 개그를 유머 콘텐츠로 제공하며 직접적으로 BJ의 컨텐츠 생산에 참여하고, 그 참여는 그 자체로 컨텐츠 일부가 되어 다른 시청자 팬들에게 중계되고 소비된다. BJ의 입장에서 볼 때, 시청자의 참여 여부가 바로 자신들의 수익과 직접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상금까지 내걸고 시청자의 참여를 독려한다.

둘째, BJ와 시청자 팬의 상호작용의 색다른 성격과 위상은 개인방송 플랫폼이 지닌 별풍선과 같은 후원금 제도(다른 플랫폼에서는 ‘슈퍼챗’, ‘팝콘’ 등) 장치에서 비롯된다. 시청자들의 별풍선 선사는 BJ의 발언이나 행위에 대한 자신의 만족과 기분을 표현하는 기능을 하지만, 동시에 BJ에게는 실질적인 현금 기부에 다름없기 때문에 BJ의 감사 답례를 받게 되곤 한다. 또한 집단적인 별풍선 증여를 통해 BJ와 시청자 팬 전체가 공동체적 유대감 확인할 뿐 아니라(예, 철구형 BJ의 인터넷 방송 10주년을 맞아 시청자 팬들이 BJ에게 별풍선 20만개를 보내주자고 제안하고 실행하는 모습), BJ에게 별풍선 개수를 통해 의미를 전달하는 시청자 팬들이 일종의 기호학적 놀이를 (예를 들어, 철구를 의미하는 1,009개의 별풍선, 슈기님 BJ에게 ‘식사식사’를 의미하는 1,414개의 별풍선) 벌이는 것에서도 BJ와의 친밀한 관계 형성 장치로서 별풍선의 기능을 볼 수 있다.


6. 연구결과의 논의와 맺음말

본 절에서는 앞서 분석한 6명의 유명 BJ들의 셀프 브랜딩 실천들에 관한 분석결과를 토대로 크게 3개의 자아 브랜드 유형을 도출하고, 그것이 어떤 특성을 띄는지 먼저 논의할 것이다. 다음으로, 그러한 셀프 브랜딩 전략이 추구되는 조건으로서 앞서 고찰한, 시청자 팬들의 문화와 BJ와의 상호작용 분석결과를 BJ와 시청자 간의 ‘친밀성’ 구성의 측면에서 성찰해 볼 것이다. 그리고 이 연구의 의의와 한계를 지적하는 것으로 본 논문을 마무리 하고자 한다.

1) 인기 BJ의 셀프 브랜딩 유형과 특성

(1) ‘막역한 친구’형 자아 브랜드

인기 BJ가 시청자와의 관계에서 자기를 개성화하는 다양한 전략 중 가장 쉽게 발견되는 셀프 브랜딩은 ‘막역한 친구’라는 정체성으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이는 ‘편안함’, ‘친숙함’, ‘유머’, ‘가식 없음’, ‘즉흥성’의 이미지와 정서들로 가득 차 있는데, 특히 게임 방송 BJ인 ‘로이조’와 ‘철구형’에게서 분명히 나타난다. 하지만 편안하고 막역한 친구로서 셀레브리티 브랜드는 게임장르 만이 아닌 다른 토크나 먹방 장르에서도 기본적으로 차용되는 브랜딩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마이크로셀레브리티의 브랜드 특성을 ‘막역한 친구’라고 할 때, 공통의 정서는 ‘허물없는 편안함’이지만 그 양상과 강도에 따라서 그 이미지를 더 세부적으로 구별해 볼 수 있다. 하나는 BJ 로이조에서 느껴지듯 교실이나 자기 방에서 함께 게임하고 노는 편안하고 친숙한 ‘옆집 친구’ 이미지이다. 다른 하나는 BJ 철구형 처럼 사회적 규제와 규범의 눈을 피해, 뒷골목 아지트에서 금지된 장난을 함께 하는 친구 이미지라 할 수 있다. 후자는 거친 욕설과 성적 담화로 가득 찬 남성적인 저속문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제멋대로의 ‘날 것’의 이미지를 특징으로 한다.

(2) ‘반듯한 남친/여친’형 자아 브랜드

인기 BJ의 셀프 브랜딩에서 발견되는 두 번째 유형은 건장한 체격을 가진 반듯한 남성성과 발랄하고 귀여운 여성성을 지닌 모범생 친구 또는 그런 이성 친구의 감성에 소구하는 ‘반듯한 남친/여친’형의 자아 브랜드라고 명명할 수 있겠다. 이는 예절 바르고, 자기 절제와 자기 관리를 잘하는 성실하고 일관된 이미지를 특징으로 하는데, 먹방 장르에서 날씬한 몸매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인기 BJ 밴쯔와 슈기님에서 발견된다. ‘반듯한 남친/여친’형 셀레브리티 이미지도 친밀함을 기본적으로 중시하지만, 앞서 ‘막역한 친구’ 이미지가 BJ와 시청자들의 상호 동질성에 기초하는 친밀함이라면, 밴쯔와 슈기님의 모범적인 이미지는 자기 절제력을 가진 담백하고 진정성 있는 (여자 또는 남자) 친구에게 느끼는 친밀함을 구성해 낸다. 즉, 보통의 우리 시청자들이 잘 해내지 못하는 것들(예를 들어, 과식하면서도 운동으로 몸매를 유지하는)을 밴쯔와 슈기님은 성취해내지만, 그렇다고 시청자인 나와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들이 아니라 비슷한 고민과 과제를 지닌, 신뢰할 수 있는 친숙한 존재라는 느낌을 전달해 낸다.

(3) ‘능숙한 전문가’형의 자아 브랜드

세 번째 자아 브랜드는 ‘능숙한 전문가’형으로 명명해 볼 수 있는데, 주로 토크 장르의 인기 BJ인 ‘디바제시카’와 ‘세야 BJ’에게서 나타난다. 게임이나 먹는 방송은 시청자가 BJ와 함께 그 행위를 매개로 공통의 친밀성을 쌓아 간다면, 토크 장르 BJ는 오로지 자신의 소통 기술과 전달하는 정보로 시청자를 직접적으로 끌어들여 친밀성을 쌓아야 하는 까닭에 콘텐츠의 기획과 준비가 남다르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두 BJ 모두 ‘능숙한 전문가’형의 자아 브랜드의 특징을 보이지만, 더 세분화 해 본다면 디바제시카 BJ가 웰 메이드 콘텐츠를 추구하는 세련되고 교양 있는 전문가형 브랜드 이미지라면, 세야 BJ는 성 담론과 속물적인 물질주의를 기본 코드로 삼아 순발력과 유창한 언변을 매력 포인트로 삼는 ‘19금(禁)’의 전문가형 엔터테이너의 자아 브랜드라고 할 수 있겠다.

2) 인기 BJ와 시청자 팬 간의 친밀성의 특성

21세기에 들어 팬덤이 충성도 높은 이상적인 소비자로서 경제적으로 재평가 되면서, 팬의 동경의 대상이던 셀레브리티조차 팬과의 친밀성을 구축에 나서 ‘친밀성’은 셀레브리티가 되기 위한 셀프 브랜딩의 필수 사항이 되었다. 개인 방송 시청자 팬의 입장에서 본다면, BJ들에게 친밀감을 느끼게 되는 이유는 BJ가 되기 위한 특별한 지식이나 기술 또는 경험이 요구되지 않기 때문에 BJ와 자신들이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는 점, 그리고 실제로 유명 BJ들도 예전에 개인 방송 시청자였다가 ‘나도 한번 해볼까’하며 시작한 경우가 많다는 점일 것이다.24) 그러나 단순히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의 이미지가 ‘친밀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며, 친밀성은 BJ가 시청자 팬과 상호적이고 수평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행위들 속에서 구성 되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연구결과들을 성찰해 볼 때 먼저, BJ와 시청자들이 남성 지배적인 저속문화와 욕설과 같은 거친 날것의 소통방식을 통해 친밀성을 구성한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이는 모든 BJ들이 예외 없이 그렇다는 주장이 아니라, 인터넷 개인방송의 지배적인 팬 문화가 규범적인 제도권 대중매체의 공적 문화와는 판이하게 다른 문화적 조건을 이루며, 이 속에서 예절이 필요 없는 ‘막역한 친구’라는 식의 친밀성이 조성됨을 주장하는 것이다. 대중매체를 통한 공적 영역에서의 활동하는 셀레브리티들은 결코 비속어와 저속문화를 기반으로 친밀성을 시도할 수 없다는 점에서, 저속문화에 기초한 친밀성은 이들 인기 BJ들을 사적 영역의 차원에 존재하는 것처럼 간주되고 취급되기 쉽다. 기성의 셀레브리티와 BJ와 같은 마이크로셀레브리티는 이러한 점에서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둘째, BJ들은 고난의 경험과 치열한 경쟁과 미래의 불확실성에서 비롯되는 불안감, 즉 자신의 취약성을 시청자 팬들과 공통 경험으로서 상호 확인하고 공유하는 행위들을 통해서 시청자 팬과의 친밀성을 형성한다. 그것은 개인들의 사적인 생활과 사적인 감정들의 영역이라는 점에서 더 효과적이다. 물론 대중매체의 기성 셀레브리티들도 때론 힘들었던 과거를 털어놓으며 대중과 팬들의 공감을 얻기도 하지만, 그 대부분이 거의 과거형이며 일방향적이다. 그에 비해 마이크로셀레브리티들의 불안감의 토로는 현재 진행형이며 가까운 미래의 가능성일 뿐 아니라, 서로의 불안을 공유하는 쌍방향이라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특별한 경력이나 재능을 갖지 않은 비슷비슷한 BJ들이 시청자의 주목을 끌기 위한 치열한 경쟁에 놓이고, 더욱 차별화된 브랜드를 얻기 위해 혼자서 끊임없이 자기관리와 자기계발을 수행해야 하는 상황은 마이크로셀레브리티의 어두운 현실이면서도 동시에 시청자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장치이기도 한 것이다.

셋째, 시청자 팬들이 BJ의 연행(performance) 자체를 가능하게 하는 콘텐츠 제작에 다양한 수준으로 적극 참여한다는 점이 친밀성의 원천으로 작용한다. 그 참여의 기본은 바로 실시간 댓글이다. 댓글은 BJ와 시청자 팬 서로에게 피드백을 주는 소통일 뿐 아니라, 특정한 행위를 상호간에 요청하여 콘텐츠로 전환시키는 장치이다. 그러나 BJ가 시청자의 행위에 영향력을 미치기보다는 시청자가 BJ의 행위에 더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하는 장치는 바로 별풍선이다. 별풍선은 시청자 자신의 만족이 바로 BJ의 경제적 이익과 직결된다는 플랫폼의 작동 방식을 노골적으로 가시화 한다. 따라서 BJ 노동의 원천적인 경제적 동기이고, 그들의 노동이 무엇보다도 시청자의 감정을 만족시켜야 하는 감정 노동이라는 점을 항시적으로 확인시킨다. 대중매체에 주로 등장하는 대중적 셀레브리티 경우, 그들의 연행에 대한 금전적 수수가 결코 우리의 목전에서 직접적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이들 대중적 셀레브리티의 퍼포먼스는 마치 그 자체로 자율성을 지니며 가치를 내재한 것처럼 팬들에게 비춰지며 동경을 이끌어 낸다는 점에서 마이크로셀레브리티와 극명하게 대조된다. BJ와 시청자 팬 간의 상호 감정교환은 별풍선을 교환함으로 치환된다. 물론 별풍선이 BJ와 시청자 팬들 간의 집단적 유대감을 높이는 방식으로 활용되기도 하며, 기호적 의미를 소통시키는 놀이로 기능하며 친밀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BJ와 시청자 간의 친밀성은 별풍선 장치를 통한 경제적 교환 구조 위에서 이뤄진다. BJ의 면전에서 화폐를 지불하는 시청자에게 BJ가 아무리 초연한 태도를 보여도 BJ의 수익이 그러한 장치에 의존하는 한, 마이크로셀레브리티인 BJ의 권력이 결코 시청자 팬의 권력보다 높다고 말하기 어렵다.

본 연구는 아프리카TV의 인기 BJ들이 어떠한 셀프 브랜딩 전략을 통해 스타로 자리매김하는지 마이크로셀레브리티의 실천으로서 고찰하고, 동시에 시청자 팬과 유명 BJ들 간의 상호작용이 이 둘 간의 친밀성 구축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밝히고자 했다. 그동안 먹방 콘텐츠에만 초점을 맞추거나, BJ 시청자 팬이나 BJ의 디지털 노동의 전체적 특성에 집중한 기존 연구를 넘어서, 본 연구는 세 개의 대표적인 콘텐츠 장르로 분석대상을 확대하여 유명 BJ들의 셀프 브랜딩 실천들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을 제공 했다. 이를 통해 유명 BJ의 브랜딩 전략이 콘텐츠 장르와 상호 밀접히 연관되는 점도 드러날 수 있었다. 또한 셀프 브랜딩 실천의 유형화를 통해서, BJ들이 시청자 팬들에게 어필하고자 했던 자아 브랜드의 성격이 무엇인지를 더 분명히 포착하고 시청자와의 상호작용이 어떻게 친밀성 구축의 조건과 장치로 기능하는지 논의함으로써 인터넷 소셜 미디어에서 마이크로셀레브리티의 특성과 경향을 파악하는데 일조한 것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겠다.

특히 본 연구결과는 셀레브리티 이론에서 항상적으로 지적되던 셀레브리티와 팬의 위계적 권력 관계가 인터넷 개인방송에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미디어 플랫폼이 제공하는 실시간 채팅의 방송구조와 별풍선과 같은 장치를 통해, BJ와의 적극적인 상호작용이 친밀성 구축의 구성적 조건이 될 뿐 아니라 시청자 팬의 지위를 높이며 BJ와의 관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고 판단했다. 이는 무엇보다도 BJ가 시청자 팬에게 즐거움, 친밀성, 인정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개별 시청자 팬’에게는 별풍선을, 그리고 총합으로 양화되는 ‘집합적 시청자 팬’으로부터 광고를 통한 경제적 수익을 의존해야하는, BJ와 시청자 팬 간의 교환관계 시스템의 성격에 기인한다. 따라서 이는 트위터나 페이스북에서 기성 셀레브리티와의 소통을 통해 흔히 팬들이 느끼게 되는 상호작용성이 주는 ‘판타지적 권력감’으로 치부될 수 없다고 본다. 즉, 인터넷 플랫폼에서 셀레브리티의 팬 간의 위계 관계가 달라지며, 시청자 팬의 권력은 판타지가 아닌 실제성을 지닌다고 본 논문은 주장한다.

본 연구는 아프리카TV의 6명의 유명 BJ와 그 시청자 팬만을 다뤘기 때문에 이 결과를 모든 인터넷 개인방송 BJ와 시청자 팬의 공통 특성으로 일반화하기 어렵다. 유형화된 브랜드 역시 무수한 방식들 중에 일부에 불과할 수도 있으며, 그 유형마저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상호 절충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 한 명의 BJ가 여러 유형을 모두 활용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셀레브리티의 친밀성에 대한 더 정밀한 개념화와 현대 사회에서 마이크로셀레브리티 실천들을 풍부하게 논하는 더 정교한 후속 연구들이 이어지길 고대한다.

Acknowledgments

이 논문은 제1저자인 임명빈의 석사학위 논문(2018)을 대폭 수정·보완했으며, 2015년 충남대학교 학술연구비의 지원을 받았음.

Notes

1) BJ가 초등 남학생들의 미래 희망 직업 리스트 20위에 올라가 있으며(김진호, 2017), 인기 BJ가 되는 팁 등과 같은 유튜브 동영상이 인기를 끌고, 1인 크리에이터 양성 과정도 생겨 날만큼(이우람, 2017) 개인방송 BJ는 젊은 층에 인기가 많다.
2) ‘BJ’(Broadcasting Jockey)는 한국에서 사용되는 명칭으로서 아프리카TV의 인기와 함께 널리 사용되게 되었으며, 최근에는 ‘1인 미디어 창작자’라는 명칭도 사용된다. 외국에서는 유튜브의 대중성으로 인해, ‘유튜버’(YouTuber) 또는 ‘컨텐트 창작자’(content creator)라는 용어 등으로도 불린다. 본 논문에서는 여전히 BJ라는 말이 일반 한국 사용자들에게 더 익숙하다는 점에서 BJ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3) 아프리카TV 인기 BJ ‘세야’는 2016년 3월 7일 SBS에서 방영중인 ‘동상이몽’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자신의 1달 수입이 1억 원이 넘는다고 밝혔다. 또한 시청자들로 하여금 별풍선(아프리카TV에서 사용되는 사이버 화폐) 받았을 때 보이는 즉각적인 리액션 댄스를 선보이며 자신이 인기와 수입을 유지할 수 있는 노하우를 소개한 바 있다.
4) 여기서 애시청자는 적어도 특정 BJ의 개인 방송에 즐겨찾기 클릭한 경우를 최소의 객관적 요건으로 삼아 지칭한 것이며, 즐겨찾기 수는 BJ들의 플랫폼 인기 순위 산정에 포함되는 중요 요소이다. 본 연구는 이들 애시청자들을 ‘시청자 팬’으로서 명명할 것인데, 이는 인터넷 개인방송에서 애시청자와 팬의 차이를 평가할 기준이 불분명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5) ‘스타’라는 용어의 사용에는 여전히 감탄이나 인정의 뉘앙스를 띠는 반면, ‘셀레브리티’라는 용어는 그저 유명한 사람을 지칭하는 중립적인 뉘앙스를 띤다. 두 용어는 학계나 사회에서 여전히 상호 교환적으로 사용되고, 영어권이 아닌 지역에서는 스타라는 말이 더 일상적이고 일반적이지만 학계에서는 셀레브리티라는 말이 더 일반화되어가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셀레브리티’를 주로 사용하지만, ‘스타’ 용어와 의미상의 별 차이를 두지 않고 상호 교환적으로 사용한다.
6) 드리센스(2012)는 셀레브리티의 적확한 개념화를 위해서 셀레브리피케이션(Celebrification)과 셀레브리타이제이션(Celebritization)을 구별할 것을 주장한다. 셀레브리피케이션이 개인 차원에서 ‘유명인 되기’라면, 셀레브리타이제이션은 셀레브리티 성격의 변화와 셀레브리티의 사회·문화적 위상에서의 메타적 과정으로서 본문에 언급한 세 차원을 포함한다고 그는 설명한다. 그러나 필자는 오늘날 ‘유명인 되기’에 대한 학문적 탐구는 불가피하게 그러한 구조적 및 사회문화적 변화와 분리되어 설명될 수 없다는 점에서, 이 두 개념의 구별의 필요성이나 유용성이 크다고 생각지 않는다.
7) 아프리카TV의 모기업은 1996년에 설립되었지만, ‘afreeca’라는 이름으로는 2006년에 정식 오픈하여 2012년에 ‘아프리카TV’(afreeca TV)로 명칭을 변경하였다. afreeca는 ‘Any FREE CAsting TV’를 축약해 만든 이름이다.
8) ‘대도서관’과 ‘밴쯔’가 2016년 10월, ‘디바제시카’는 2017년 2월 아프리카TV를 떠난다고 밝혔다.
9) 유튜브의 모바일 실시간 스트리밍 기능의 경우, 누구나 허용되는 아프리카TV와 달리 BJ의 채널 구독자가 1만 명 이상일 경우에만 허용된다. ‘별풍선’의 경우도, 아프리카TV는 성인 기준 1일 후원 가능액이 3천만 원이지만, 유튜브는 1일 후원 한도가 50만원으로 제한된다(김민수, 2017). 또한 유튜브의 주 수익원은 광고인데, 크리에이터들 중 최근 1년간 구독자 1,000명, 시청시간 4000시간 이상을 충족한 채널의 경우만 광고를 붙일 수 있다(장우정, 2018).
10) 아프리카TV 매출은 2016년 800억 원, 2017년은 960억 원, 2018년에는 1,150억 원을 기록했으며, 2019년에는 1,37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연승, 2017).
11) BJ들 중 다수는 한 장르의 콘텐츠만을 제작, 방송하기보다, 다른 장르의 콘텐츠를 다수 섞어 방송하는데, 예를 들어, 게임 BJ는 게임 방송을 하지 않을 때는 ‘먹방’과 ‘토크’를 병행하기도 한다. 따라서 전체 개인방송의 장르별 비중과 상호 병행한 장르 비중 역시 고려하여 선정하였다.
12) 2014년도 아프리카TV SNS 플랫폼 사업본부가 작성한 ‘아프리카TV 서비스 소개서’에 따르면, 아프리카TV에서 게임방송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 이상이며, 게임방송 동시 접속자는 10만 명이 넘는다(아프리카TV, 2014).
13) 연구를 진행하는 도중 아프리카TV를 이적하여 타 플랫폼에서 BJ활동을 이어가는 먹방 장르 ‘밴쯔’와 토크 장르 ‘디바제시카’는 이후 아프리카TV에서 등급이 하향 조정 되었다.
14) 김수정, 김수아(2013) 역시 다이어의 이러한 분석 범주에 기초한 텍스트 분석을 통해, 아이돌 스타들이 자신의 캐릭터를 어떻게 구축하는가를 고찰하였다.
15) 이 닉네임은 자신의 얼굴이 오디션 우승자이자 미국 명문대 출신의 가수인 ‘로이킴’과 닮았다하여 이름 ‘로이’와 자신의 성인 ‘조’를 합쳐 만들었다고 한다. 가수 로이킴은 잘생긴 외모와 예절바른 태도로 모범생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로이조 BJ의 얼굴이 실제로 로이킴을 언뜻 연상시키는 유사성이 있다.
16) 그는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자기 몸에 음식물을 쏟아 붓거나 별풍선을 받은 후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리액션 등으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는데, 2016년 이후 그러한 리액션들이 상당히 줄어들었다고 평가 된다(출처: https://namu.wiki/w/%EC%B2%A0%EA%B5%AC(BJ)) (2018. 1. 30 검색).
17) “햄버거 10개 한꺼번에 먹어치우는 ‘먹방 BJ’ 밴쯔가 몸짱인 이유.” <중앙일보>, 2017년 6월 2일, URL: http://news.joins.com/article/21633646
18) 한 시청자 팬은 “그러다가 아프리카TV에서 쫓겨나는 것 아닌가요”라는 걱정 어린 반응도 보인다.
19) 아프리카TV는 방송이 아닌 통신으로 분류되어 있기 때문에 사업자가 최종 제재권한을 가지며 공적 기구는 이를 직접 규제조치하기 어렵다. 아프리카TV는 자율적인 규제를 제시했지만 적극적으로 적용되지 않고 있으며 실효성이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채팅 작성자 아이디를 ‘신고하기’ 할 경우, 경고에서 이용정지까지 징계가 이뤄지고, 문제를 일으키는 시청자를 ‘블랙리스트’로 BJ가 신고하면 빈도에 따라 그 시청자가 채팅참여에 제약을 받는 수준이다. BJ가 규제를 어기는 경우는, 운영자의 경고 팝업창이 뜬다.
20) 일본 성인비디오에 자주 나오는 기무찌(기분 좋다는 뜻)를 철구형 BJ가 방송에서 별풍선을 받은 후의 리액션으로 사용하여 아프리카TV에서 익숙한 유행어가 되었으며 특히 10대들이 가장 많이 사용한다(이동우, 2017).
21) 아프리카TV의 홍보자료에 따르면, 아프리카TV 이용자의 성별은 여성 27%, 남성 73%이며, 연령별로는 10대 30%, 20대 31%, 30대 16%, 40대 15%, 50대 이상 9%를 차지한다(정현수, 2014, 8쪽). 이런 점에서 보면, 아프리카TV는 10대와 20대의 젊은 이용자들이 과반이 넘는, 그리고 남성 지배적인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
22) “진짜 10초마다 시청자수 확인해. 10초마다. 그러다 한 번씩 시청자가 내려가지, 그럼 손발이 떨려.” “나 시청자 수에 강박증, 막 그런 게 심해. 그게 어떻게 보면 일종의 정신병이라면 정신병이겠지만...이런 게 심해”라며 자신의 불안을 호소했다(‘새벽감성에 들킨 철구의 속마음.’ (2018. 6. 4. 업로드 버전)
23) 개인방송 시청자들이 BJ를 선택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BJ가 얼마나 손쉽게 통제 가능한가’ 이다(문영은 외, 2017).
24) 이전에 자신들도 개인 방송 시청자들이었다가 BJ를 하기 시작해서 파트너 BJ에 이르게 되었다는 경험담은 많이 제시되고 있다(이동후, 이설희,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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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

인기 BJ 분석대상 (즐겨찾기의 애시청자 수는 2017년 11월 기준)

장르 BJ명 성별 애시청자 수 이력
게임 BJ로이조 1,038,373 2015년 <아프리카TV BJ대상> 대상자
2017년 <아프리카TV BJ대상> 온라인 게임 부문 대상
BJ철구형2 1,434,518 2016년 <아프리카TV BJ대상> 대상자
2017년 <아프리카TV BJ대상> 멀티방송 부문 영향력 높은 BJ TOP5 선정
먹방 밴쯔 2,373,034 2016년 <아프리카TV BJ대상> THE 20 수상
슈기님 376,582 2014년 <아프리카TV BJ대상> 신인상
2016년 <아프리카TV BJ대상> THE 20 수상
2017년 <아프리카TV BJ대상> 먹방/쿡방 부문 영향력 높은 BJ TOP5 선정
토크 대세는 BJ세야 444,395 2016년 <아프리카TV BJ대상> THE 20 수상
2017년 <아프리카TV BJ대상> 토크/캠방 부문 영향력 높은 BJ TOP5 선정
디바제시카 1,197,490 2015년 <아프리카TV BJ대상> THE 20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