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학술지영문홈페이지
[ Article ]
Journal of Social Science - Vol. 35, No. 2, pp.99-124
ISSN: 1976-2984 (Print)
Print publication date 30 Apr 2024
Received 14 Nov 2023 Revised 20 Mar 2024 Accepted 15 Apr 2024
DOI: https://doi.org/10.16881/jss.2024.04.35.2.99

미디어가 재현하는 맛집 탐방과 대중의 문화 실천: 윌리엄즈의 감정구조와 하비의 공간이론을 중심으로

김민승 ; 류웅재
한양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A Study on the Implications of Food Tour Represented by the Media: Focused on Williams’ Structure of Feelings and Harvey’s Spatial Theory
Minseung Kim ; Woongjae Ryoo
Hanyang University

Correspondence to: 류웅재, 한양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서울특별시 성동구 왕십리로 222, E-mail : wjryoo@hanyang.ac.kr Contributed by footnote: 김민승, 한양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박사과정(제1저자)

초록

이 연구는 최근 음식과 관련한 콘텐츠가 인기를 얻고 있는 시점에서 연관된 리얼리티 TV 프로그램을 분석하고자 하였다. 그중 평범한 일상에서 음식의 소비에 관한 세밀한 재현을 통해 대중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나 혼자 산다>(MBC)와 <전지적 참견 시점>(MBC) 두 관찰형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선정해 분석하였다. 두 문화 생산물은 후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피로와 소진을 상시적으로 경험하는 대중들에게 음식을 통한 힐링과 휴식이라는 유토피아적 감정을 매개하고 있었다. 동시에 음식과 관련된 문화 실천은 또 다른 형태의 노동과 경쟁, 혹은 타인과의 비교로 인한 불안이라는 양가적 감정구조를 재생산하고 있었다. 분석을 위해 이 연구는 레이먼드 윌리엄즈의 ‘감정구조’ 개념과 근대 자본주의 사회의 공간을 비판적으로 논의한 데이비드 하비의 공간과 관련한 관점을 활용하였다. 또한, 프로그램 내 등장인물들의 대화와 행동, 자막, 촬영구도, 효과음 등의 요소를 기반으로 면밀한 텍스트 분석을 실시하였다. 이를 통해, 한국 사회 구성원들의 맛집 공간을 활용한 다양한 문화 실천과 이들이 해당 공간에 부여하는 의미에 대한 비판적 해석을 시도하였다.

Abstract

In this study, we examined the Korean reality TV programs related to food, in which production and consumption of contents are produced globally. For this, two observational reality programs were selected. Those are <I Live Alone> (MBC) and <Omniscient Interfering Point> (MBC), that were popular among the public through the reproduction of food consumption in everyday life. The two cultural products are reproduced utopian feelings of healing and rest for the public, who routinely experience fatigue and exhaustion in a post-capitalist society. However, cultural practices related to food were constantly reproducing other forms of labor, competition, and also anxiety due to the constant comparison with others. For this, we utilized Raymond Williams’ ‘structure of feelings’ and David Harvey’s perspective, which critically discussed the social space of post-capitalism. In particular, textual analysis was conducted based on some elements such as dialogue and behavior of characters, subtitles, filming composition, and sound effects. In addition, we tried to interpret the various forms of practice by people and the meaning they give to the space. Therefore, the analysis was carried out by combining the daily life and emotional structure of the public.

Keywords:

Media Representation, Structure of Feelings, Consumer Society, Food Tour, Neo-liberalism

키워드:

미디어 재현, 감정구조, 소비사회, 맛집 탐방, 신자유주의

1. 들어가며

‘밥은 먹고 다니니’, 혹은 ‘언제 밥 한번 먹자’란 인사는 한국 사회에서 태어나 삶을 영위하거나 유학이나 업무 등으로 한국을 방문했던 사람들이라면 경험해 보았을 음식과 관련한 관용적 표현이다. 전통적으로 한국 사회에서 음식은 관계를 맺고 확인하는 매개체였으며 그만큼 일상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이처럼 다양한 의미를 지닌 음식은 오늘날 미디어에서 다채로운 소재로 등장하고 있다. 이를테면, 다큐멘터리, 드라마, 예능, 영화, 만화, 신문, 도서와 같은 미디어에서 전통음식뿐 아니라 퓨전 음식 등 일상, 건강 및 여가와 관련한 음식들을 소개하는 콘텐츠의 인기가 이어지고 있다. 주목할 것은, 음식과 관련한 콘텐츠의 인기가 한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령, 1993년 설립된 미국 방송의 푸드 네트워크(The Food Network)는 2012년 기준으로 백만여 명에 가까운 심야 시청자를 보유함으로써 케이블 네트워크 중 10위권 이내의 순위를 기록했다(나은경, 2015, 188쪽). 또한, 일본 만화 <고독한 미식가>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가 2012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10개의 시즌이 방영되고 있다는 점은 세계적으로 음식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이 대중문화 전반에서 유력하게 다뤄지고 있음을 방증한다.

아울러 최근 4차 산업혁명과 인터넷의 발달은 영상산업뿐 아니라 콘텐츠를 제작하는 방식, 나아가 이를 소비하는 방법 또한 변화시켰다. 예컨대 기술적, 문화적 차원에서 전통적 방송 시장의 질서와 관행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대중의 평범한 일상과 삶(everyday life)에 천착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특히, 오늘날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대중의 반응과 공감을 매개하고 구조화하는 과정에서, 연관된 텍스트 혹은 콘텐츠를 통한 생산자와 수용자 간의 상호작용을 주요 제재이자, 구성 방식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과거 가족과 공동체를 강조하던 정서와 달리, 최근에는 급증하는 일인 가구를 중심으로 한 청년세대의 개별적 삶이나 일상 문화를 조명함으로써 수용자들의 공감과 반향, 나아가 오락성과 사회성이 균형을 이루는 리얼리티 프로그램들이 양산되고 있다.

이러한 문맥에서 MBC의 <나 혼자 산다>와 <전지적 참견 시점>은 먹고, 마시고, 놀고, 쉬는 것에 관한 일상적인 클리셰를 주요 소재로 차용함과 동시에, 이를 전달하는 방식, 예컨대 식사를 준비하고 먹는 과정을 세밀하게 묘사하는 키치적인 자막 등 또한 이에 조응하는 방식으로 제시된다. 무엇보다 두 프로그램은 등장인물들을 통해 반복되는 일상으로부터의 해방, 용인가능한 수준의 일탈, 혹은 포스트모던(postmodern)적 사유와 실험, 행위들을 재현하는 공통점을 보인다. 이는 기존의 가치와 규범, 기성세대의 행복에 대한 관점과 일상성을 거부하고, 또 이를 창의적인 방식으로 전복하거나 전유하려 하는 오늘날 한국 사회 구성원들의 삶과 문화를 진솔하면서도 무겁지 않은 방식으로 재현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 연구는 음식 관련 콘텐츠의 생산과 소비가 전 지구적으로 활성화되고 있는 현재, 맛집 탐방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형성하며 관련된 음식 콘텐츠가 활발하게 제작 및 소비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와 연관된 두 방송 프로그램을 분석하고자 한다.1) 이를 통해, 오늘날 음식이 갖는 경제적, 문화적 의미를 질의하고, 이른바 ‘풍요의 시대’라 명명되는 현대사회에서 역설적으로 대중들이 음식 관련 프로그램을 소비하고 ‘맛집’이라는 공간을 향유하는 원인을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논의하고자 한다. 구체적으로 대중, 특히 청년세대가 선호하는 공간을 활용한 다양한 문화 실천의 형태를 살펴보고, 그들이 해당 공간에 부여하는 사적ㆍ사회적 의미를 탐구하고자 한다. 이러한 일련의 분석을 통해 오늘날 한국 사회의 정서 구조를 탐문할 수 있으며 연관된 물질문화를 통해 오늘날의 소비사회를 조망할 수 있을 것이다.


2. 이론적 논의

1) 한국의 음식 문화와 사회의 관계성

한국에서의 음식과 관련한 프로그램의 흐름은 단순히 음식 및 이와 관련한 정보 전달을 넘어 먹방, 쿡방, 그리고 최근에는 맛집 탐방으로 진화하고 있다. 한국에서의 텔레비전 음식 프로그램은 1981년 MBC의 <오늘의 요리>를 기점으로 음식 전문 케이블 채널 올리브TV <오늘 뭐 먹지?>, 나아가 JTBC의 <냉장고를 부탁해>와 같은 쿡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프로그램들이 등장하였다. 즉, 과거 아침 혹은 낮 시간대 교양 프로그램으로 편성되었던 음식 프로그램은 오늘날 시간을 구분하지 않고 주요 시간대에 방송되고 있다(김수철, 2015, 90쪽). 특히, 2010년을 기준으로 각종 매체는 앞다투어 맛집을 소개하는 콘텐츠를 제작하였다. 실제로, 당시 KBS, MBC, SBS 등 공중파 채널들을 포함해 EBS에서 방송되고 있는 프로그램의 개수만 해도 한 주에 무려 20편이 넘는 프로그램에서 음식 혹은 음식점을 직간접적으로 소개하였다(박형신, 2011, 284쪽).

또한, 콘텐츠를 수용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과 플랫폼들의 등장은 기존의 정보와 오락만을 추구하는 경향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를 생산하였다. 이러한 흐름은 생산물을 소비하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실천하는 양상에까지 영향력을 발휘하였다. 이를테면, 유튜브에서 먹방에 대한 관심도는 2012년 11월을 기점으로 점진적으로 상승하는 추이를 보이다 2017년 7월 이후 급증하였다. 다만, 2018년 3월에서 2018년 6월까지 관심도의 수치가 소폭 하락했으나, 2018년 9월부터 2023년 현재까지 지속적인 관심도를 기록하였다.2) 이후, 개인의 일상을 접목한 브이로그, 자신이 먹었던 음식 사진과 함께 해당 음식에 대한 평가와 감상 등을 기록한 블로그는 온라인 공간을 통해 개인의 일상을 공유하고 타인과 정서적 공감을 형성하는 기제가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형식의 콘텐츠는 먹방에서 쿡방으로 이어지는, 즉 음식을 ‘먹는’ 행위에서 ‘요리하는’ 행위로 변화했을 뿐, 음식이라는 소재 및 이와 관련된 행위를 담은 내용, 이의 변형된 표현 양식이라는 점에서 이전의 포맷에서 큰 변화를 보인다고 말할 수 없다. 이처럼 음식을 활용하는 방식은 먹방과 쿡방에 이어 최근 맛집을 소재로 한 콘텐츠나 장르에서도 유사한 양상으로 발현되고 있다. 이를테면, 최근에 방영되었던 텔레비전 프로그램들로 <줄 서는 식당>(tvN, 2022-2023), <노포의 영업비밀>(tvN, 2021-2022), <미식클럽>(Mbn, 2018), <빵카로드>(SBS FiL, 2023),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tvN, 2018-2019) 등이 있다. 또한, 오래전에 시작되어 현재까지 방영 중인 프로그램들로 <한국인의 밥상>(KBS1, 2011-현재), <백반기행>(TV조선, 2019-현재)을 들 수 있다. 이외에도 각종 플랫폼에서 맛집 탐방을 소재로 한 콘텐츠들이 양산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동네 한 바퀴>(KBS1, 2018-현재) 등 지역과 사람, 음식과 맛집 탐방을 혼합한 형식의 프로그램들도 등장하고 있다.3) 현재까지도 음식에 관한 콘텐츠의 범람, 나아가 시간이 흐를수록 음식을 소재로 한 콘텐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는 이유와 관련한 문화연구가 지속적으로 축적되고 있다(박형신, 2011; 김수철, 2015; 나은경, 2015; 류웅재, 2015a; 노의현, 2016; 홍석경, 박소정, 2016; 문영은, 심지수, 박동수, 2017; 홍경수, 김수철, 2018).

먹방과 쿡방에 대해 축적된 그간의 논의들을 요약하자면, 우선 한국 사회에서의 ‘먹기’의 목적이 쾌락 추구로 변화했으며, 쾌락으로서의 ‘먹기’는 특정 음식의 사회문화적 역할이나 상징성보다는 음식의 맛과 먹는 행위 자체를 추구(박형신, 2011, 309쪽)하게 된 것이라 볼 수 있다. 김수철(2015)은 2010년대 이후, 음식 프로그램은 다양한 포맷의 프로그램 중 가장 인기 있는 소재이며, 쿡방에서의 음식과 요리에 대한 재현이 후기 자본주의, 탈식민 한국 사회에서 신자유주의와 가부장제 이데올로기가 혼합된 방식이 두드러지고 있음을 지적하였다(김수철, 2015, 116-117쪽). 또한, 나은경(2015)은 미디어에 재현된 음식은 생각을 틀짓고 매개하는 것이라 언급한다. 따라서 미디어에서의 음식은 다차원적이고 다면적인 과정으로서 감각적인 쾌락 구현의 영역을 모두 반영하는 현상이며 동시에, 거시적인 경제 상황과도 밀접한 연결성을 지니고 있음을 지적한다(나은경, 2015, 208쪽).

이외에도 류웅재(2015a)는 먹방과 쿡방은 신자유주의의 세련된 자기 통치적 기능을 수행하며 사회 구조의 다기한 모순과 억압, 이데올로기 등을 무력화하는데 일조한다 진단하였다(류웅재, 2015a, 172쪽). 노의현(2016) 역시 쿡방의 열풍은 비-노동 시간까지 착취당하고 있는 현대의 대중들이 현대사회의 노동 조건에 종속된 삶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수동적 존재이자, 동시에 이 범위를 벗어나는 것을 욕망하고 실천하고자 하는 역동적인 존재임을 주장한다(노의현, 2016, 375쪽). 홍석경과 박소정(2016)은 인터넷 먹방을 한국의 특수한 사회역사적 맥락에서 발달한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이자 음식문화를 매개하는 독특한 미디어문화의 한 양상으로 정의하고, 이것이 어떠한 헤게모니적 과정을 거치는지 고찰하였다. 홍경수와 김수철(2018)은 한국 음식문화 정경의 변화를 음식과 미디어의 만남이라는 맥락에서 살펴보고, 초국적 맥락에서 음식의 문화혼종성, 상호문화 교류적 변화를 매개하는 미디어로서의 특성에 주목하였다.

먹방과 쿡방 그리고 맛집에 관한 다양한 학자들의 논의를 통해 음식 프로그램의 진화는 텔레비전 방송을 넘어 대다수 미디어 매체에서 경쟁적이고 독보적인 콘텐츠가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2013년 미국의 허프포스트(Huffpost)는 한국의 먹방 콘텐츠를 집중적으로 보도하면서 한국의 먹방은 혼자 음식을 먹지 않으려는 욕망으로부터 비롯된다고 지적하였다(Huffpost, 2013. 12. 18). 이러한 욕망은 일인 가구의 증가와 연계되는 지점으로 음식을 먹는 모습을 시청하면서 함께 무언가를 먹는다는 것에 대한 공감을 통해 외로움을 해소하고자 한다. 동시에 바쁜 현대사회에서 끼니를 해결하지 못하는 주체들이 먹방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이 목적이라 할 수 있다. 또한 2014년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The Wall Street Journal)과 영국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 역시 각각 한국의 먹방과 쿡방을 구체적으로 소개하였다(Kwaak, J. S., 2014. 3. 9; The Economist, 2015. 6. 27).

물론 같은 주제를 다룬 다수의 연구들이 차용한 이론과 방법론은 동일하지 않고 주장과 진단에 있어서도 다양성을 지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궁극적으로 이 논의들이 관통하고 있는 지점은 오늘날 사회로부터 대중이 충족하지 못하거나 크게 결핍된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신자유주의적 시장경제에 기인하는 극심한 경쟁과 삶의 불안정성, 과중한 노동과 경쟁에서 오는 피로와 소진, 무한 경쟁이 만연한 사회에서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과 분노, 사회 안전망이 작동하지 않는 체제에서 생존을 위해 각자도생해야 하는 구성원들이 직면하는 고독과 무력감이라 할 수 있다. 즉, 계층과 세대, 지역에 따라, 혹은 각 층위 내에서 상호 배제하고 대립하는 첨예화한 갈등의 상시적 경험은 우리 사회의 문화가 퇴행과 나르시시즘, 그리고 분노로 표출된 일종의 허기 사회의 징후이며, 관계적 결핍의 결과이다(주창윤, 2013, 14-15쪽).

오늘날 이와 관련한 미디어 텍스트와 사회적 담론들이 빠르게 부상하고 있지만 그 징후는 이미 오래전에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가령, 사회적 안전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부재하는 신자유주의적 경쟁 체제에서 제로섬 게임, 싱글 사회, 피로사회, 노동의 종말 등의 개념과 언표들은 급속하게 변화하는 시대상과 암울한 미래를 암시한다. 이와 관련한 일련의 사회문화적 논의들은 일정 부분 새로운 세대의 의식과 정서를 반영하며, 나아가 일정한 사회적 상상, 가령, 현실에 저항하거나 이를 전복하고자 하는 갈망과 문화적 형식을 함축한다. 즉, 사회의 다층적 욕망과 권력관계의 정형화된 결과물로서의 문화적 형태들은 공유된 대중의 경험과 정서를 기반으로 한다. 이러한 문맥에서 이 연구는 음식이라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일상의 행복, 이를 통해 위로와 힐링을 전달하는 미디어 콘텐츠가 유력한 문화산업으로서 이를 소비하는 대중에게 어떤 영향력을 발휘하는지 탐색하고자 한다. 또한, 이를 소비하는 대중의 실천 및 그 의미, 이에서 파생한 사회문화적 현상들의 의미를 분석하고자 한다.

2) 낭만적 유토피아의 소비와 허기사회 속 일상으로부터의 탈주

과거 한국 사회에서의 음식에 대한 열망은 전쟁, 수탈, 경제적 궁핍, 기근 등 다양한 외부적 도전 요인들로부터 비롯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신산한 역사적 흐름에서 음식이라는 요소와 이를 먹는 행위는 한국인의 삶에 있어 단순한 의식주를 넘어 일종의 생명정치(生命政治)적 성격을 지닌다. 즉, 음식은 인간의 생존과 결부되어 있으며 여기에서 더 나아가 정치경제적, 사회문화적, 심리적으로 개인의 신분과 안정성, 좋은 삶의 척도를 가늠하는 역할을 수행해왔다. 이러한 흐름에서 일용할 양식이 부족했던 시절 ‘무엇을 먹고 살아가는가?’라는 물음은 음식이 풍요롭지 못했던 과거에 시대적으로 주요한 질문이었으며, 동시에 ‘무엇’에 해당하는 것이 곧 음식이자, 이를 먹는 이의 신분을 결정하였다(박형신, 2011, 289쪽).

그러나 오늘날에는 유사하면서도 조금 다른 방식의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바로 ‘무엇을, 어떻게 먹을 것인가?’라는 질문이 그것인데, 이는 과거 경제적ㆍ사회적 환경으로 인해 제한된 음식과 이를 향유하는 방식에 있어서의 해방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글로벌라이제이션(globalization)의 문맥에서 국가 간, 지역 간 경계가 모호해진 ‘시공간의 압축’을 야기했고, 이는 전 지구적 네트워크 및 인적ㆍ문화적 교류를 가속화하였다. 이 과정에서 음식에 대한 대중의 창의적 수용과 변용, 접합은 음식 및 이와 관련된 실천과 행위, 나아가 문화를 보다 풍부하게 하는 계기로 작용하였다.

이러한 문맥에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대중의 삶에서 다양한 음식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하고 선별해야 하는 행위가 일상화되었다. 이처럼 오늘날 개인들은 다채롭고 대안적인 메뉴들 사이에서 고민을 통해 개인화한 식생활을 스스로 구성하고, 이 과정에서 자신의 경제적 상황, 직업적 위치, 혹은 기분이나 식사가 이루어지는 장소에 부합하도록 조정한다. 비어즈워스와 테레사는 이와 같은 환경을 가리켜 ‘메뉴의 다원주의(menu pluralism)’라 지칭한다(Beardsworth & Teresa, 1997/2010, 121쪽). 이러한 흐름은 이른바 미식가(美食家)와 식도락가(食道樂家)를 등장시켰고, 나아가 여러 분야의 산업, 가령, 관광, 여행, 환경, 여가, 취미 등과 결합해 다양한 형태의 문화를 창출하였다. 물론, 이러한 배경에는 음식의 다양화라는 문화적 요소에 더해 자동차 보급이 일반화된 이른바 ‘마이카 시대’의 도래로 이전에 이상하게 여겨지던 곳을 찾아갈 수 있게 된 변화도 들 수 있다. 이를 기점으로 전 국토에 가든형 음식점이 우후죽순으로 생성된(강준만, 2009, 26쪽) 현상은 이러한 변화를 방증한다.

이와 같은 변화는 ‘무엇을 먹었는가’에서 ‘어디에서 먹었는가’라는 장소와 관련한 관심으로 변화했다. 즉, 언제, 어디서나 같은 종류의 음식을 먹을 수 있지만, 그것의 맛과 질은 천차만별이기에, 최상의 맛을 경험하고자 하는 대중의 열망은 ‘맛집’이라는 새로운 문화의 정경을 생성하였다. 이러한 맛집 열풍은 음식의 ‘맛’이 다른 선택의 기준을 무력화하는 일련의 강력한 기준이 됨으로써 발생한 일종의 사회적 현상이다(박형신, 2011, 289쪽). 동시에, 한국 사회에서 생성된 맛집 열풍은 ‘맛’이라는 요소 이외에 이를 소비하는 대중의 선호와 가치, 혹은 태도가 변화되었음을 보여준다. 이를테면, 오늘날의 ‘맛집 탐방자’는 과거 단골손님이라는 개념과 유사하면서도 이질적인 존재이다. 단골손님이 동일한 가게를 지속적으로 방문하는 손님을 의미한다면, 맛집 탐방자는 일회적인 방문객의 의미에 더 가깝다. 단골손님의 의미에는 익숙함과 푸근함, 나아가 주인과 손님과의 지속적인 상호작용과 유대감 등의 정서가 내포되어 있다. 반면, 맛집 탐방자는 새로운 맛과 즐거움을 추구하고, 이 과정에서 음식 촬영은 물론 음식점에 대한 후기까지 작성하는 일종의 탐험가나 문화매개자의 역할을 수행한다는 차별점이 있다.

지난 30여 년간, 한국 사회에서 화두가 되었던 일련의 현상들을 살펴보면, 부동산과 주식, 가상화폐 등 투기를 비롯해 자기계발, 힐링, 영어, 유학 등 다양한 열풍들이 존재해왔다. 여기서 열풍이라는 사회문화적 현상은 일시적ㆍ단기적으로 뜨겁지만, 빨리 가라앉거나 대중의 관심 영역에 오래 머물지 못하고 밖으로 밀려나는 특성을 지닌다. 그러나 열풍은 결코 우연히 발생하지 않는다. 열풍은 특정 시대의 상황과 맥락에 대한 인간의 집합적인 대응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현상으로, 구조적 상황의 변화, 제약의 요소들, 그리고 대중의 감정적 쏠림의 강도가 진행의 방향과 속도, 그리고 그 수명에 영향을 미친다(구난희 외, 2012, 5-6쪽). 이처럼 열풍은 비문화적인 것들이 문화 속에서 부호화되고, 육체와 인지, 문화가 수렴해 융합되는 경계에 위치하기에, 경제 및 정치 영역과 연계된다(Illouz, 1997/2014, 20쪽).

이러한 일련의 열풍들은 시장경제의 활성화, 사회 구성원의 능동적인 실천과 참여, 지역발전 촉진, 나아가 공동체의 화합과 연대 등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이면을 깊이 들여다보면, 오늘날 사회가 지닌 문제점과 이것이 사회 구성원에게 어떠한 영향력을 발휘해 하나의 현상으로 표출되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 일례로, 온라인 게임에서 유래한 부캐(부캐릭터)라는 용어는 미디어와 결합하면서 새로운 ‘부캐 열풍’을 생성하였다. 특히, 이 같은 현상은 SNS를 자유롭게 활용하면서 자신을 드러내고, 부계정을 통해 취향과 정체성을 표현하며,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양상으로 전개되었다(김보영, 2020, 244쪽). 그러나 한편으로 부캐 열풍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주체들의 생존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수입을 위해 많은 사회 구성원들이 고군분투하는 삶이 일상화되었다. 물론 이는 문화가 이후의 새로운 시대에 의해 지배되듯(Mcguigan, 2014/2023, 86쪽), 다른 자아와 정체성을 통한 새로운 활동이 단순히 경제적 수입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즉, 놀이, 여가, 취미 등 즐거움과 흥미, 그리고 자신의 재능과 관심사를 증진하기 위한 활동들이 경제적 수입으로 연결되지만, 이는 동시에 일상으로부터의 일탈이나 해방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현상은 일정한 목표에 도달하거나 무언가를 성취하는 이른바 성공 신화의 추구에서, 최근에는 “어떻게 혹은 행복하게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명제가 중시되는 에피스테메(episteme)의 변화를 보여준다.

이러한 맥락에서 ‘부캐’로서의 삶은 사회 구성원들의 다양한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현대사회의 일상에서 한시적인 일탈과 해방의 기회를 제공한다. 즉, 고되고 억압적 일상에서 벗어나 상처받은 몸과 마음을 휴식하고, 위로하며, 힐링하고자 하는 현상은 다양한 분야와 결합한 문화상품의 일환으로 생산되고 있다. 다만 이러한 흐름은 결코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힐링은 1990년대의 웰빙을 대체하면서 문화가 되었고, 나아가 마음을 터치(touch)하고 힐링하는 배려경제나 관련 산업으로 확장되었다. 이처럼 힐링의 문화가 유행한다는 것은 정서의 마케팅으로 전환 및 확대된 것으로(류웅재, 2015b, 36-37쪽), 일상적 영역의 삶에서 극심한 피로감이나 불안정성이 상시화한 환경에서 힐링이나 치유 문화는 극대화되었다.

대표적으로 올레길 걷기, 순례길 걷기 등 자연 속 생태길을 걸으며 휴식과 치유를 모티브로 조성된 여행 상품 등 체험형 관광 상품의 등장을 하나의 예로 제시할 수 있다. 즉, 신체적인 건강은 물론 정신적인 안정까지 챙길 수 있는 사례는 최근 자연과 함께 삶을 느긋하게 즐기는 상품의 형태로 제공되고 있다. 이러한 특징은 몇 해 전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 혹은 혜민 스님의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등 인문학 분야에서도 각자도생하는 사회 구성원들에게 위로와 힐링의 매개체로 제공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치유의 내러티브(narrative) 과정에는 행위를 변화시킬 책임과 자기 변혁을 행해야 할 책임이 오롯이 자기 자신에게 있다는 양면성이 존재한다. 실제로 힐링과 치유를 소재로 한 상품들은 타자가 개인의 문제를 지적하는 대신, 자신이 문제를 극복할 수 있도록 개인 스스로 고민하고 사유하도록 장려한다. 달리 말해, 치료학적 자기계발 문화는 사회적 경험에서 무형적인 측면에 해당하지만, 다른 한편 자아 및 타자에 대한 인식, 자서전 장르, 대인관계를 조직화하는 고도로 내면화된 문화 도식이다. 그러므로 치료 내러티브는 특화된 시장을 창출하며, 이 과정에서 대중은 잠재적 환자이면서 소비자로 정의된다(Illouz, 2007/2010, 102쪽, 105쪽). 이 같은 치료 내러티브는 상품과 방송, 광고 등에서의 표현과 고백 방식을 구조화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다양한 열풍과 일련의 문화상품들과 대중을 대상으로 제작된 방송 프로그램들 역시 이와 유사한 특징을 지닌다. 즉, 본래의 자아와 다른, 또 다른 정체성으로 무언가를 수행하는 주체들처럼, 일련의 치유를 위한 상품, 방송 및 광고 또한 본질을 숨기고 다른 목적을 지향하기 위해 무언가를 수행한다. 이렇듯, 신자유주의 체제에서는 자본이 강요하지 않아도 모든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자신을 구조와 시스템에 최적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스스로를 착취하고 소진한다. 그 결과, 감정과 자본이 연관되어 형성된 거대한 소비시장은 새로운 이윤창출의 통로로 활용되고 있으며(백상빈, 2016, 68쪽), 힐링과 치유를 목적으로 하는 각종 상품과 프로그램들이 제 분야에서 생산되고 있다.

오늘날의 사회를 지칭해 ‘○○사회’라는 다양한 기표들이 생성되고 있다. 이를테면, 소진사회, 불안사회, 위험사회, 빈곤사회, 허기사회 등을 들 수 있는데, 이 같은 흐름은 현대사회에서 결핍과 배제가 만연하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이러한 문맥에서 이 글은 대중이 일상의 지루함과 고통으로부터 한시적으로 벗어나 힐링과 치유를 지향하는 대중문화의 생산물들을 분석하고자 한다. 특히, 최근 음식과 결합한 방송 프로그램들에 내장된 일련의 도식화ㆍ표준화된 요소들이 어떻게 대중의 허기진 심신을 위로하며, 나아가 이것이 사회 구성원들의 일상과 정서를 (재)생산하는지 사회문화적 맥락과 연계해 탐구하고자 한다.


3. 연구 대상 및 연구 방법

한국 사회에서의 음식이 사회문화, 정치경제, 나아가 공공외교의 중요한 매개체로서 확장되면서 음식에 대한 미디어의 재현과 대중문화의 한 요소로서 음식문화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형성하였다. 그 결과, 음식은 문화연구는 물론 경제학, 정치학, 심리학, 역사학, 사회학, 정치외교학 등 학문 분야를 망라해 연구되었으며, 동시에 음식을 소비하는 대중에 관한 연구도 급증하였다. 최근 음식과 미디어의 결합은 사회, 문화, 경제 환경의 변화로 다양한 개인, 사물, 공동체, 장소, 공간 등을 매개하는 미디어로 기능한다(홍경수, 김수철, 2018, 188쪽).

즉, 음식 프로그램의 인기는 음식문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의 상승을 의미한다. 미디어에서 생산되는 담론이 사회적 맥락과 유리되지 않듯, 미디어의 음식문화와 음식에 대한 재현 및 그 의미는 현대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시대 상황을 두텁게 해독할 수 있는 동력으로 작용한다(홍석경, 박소정, 2016, 107쪽). 이러한 문맥에서 이 연구는 레이먼드 윌리엄즈(Raymond Williams)의 ‘감정구조(the structure of feelings)’4) 개념과 근대 자본주의 사회의 공간을 비판적으로 논의한 데이비드 하비(David Harvey)의 관점을 활용해 최근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는 문화의 형성에 일조한 방송 프로그램인, <나 혼자 산다>(MBC)와 <전지적 참견 시점>(MBC)을 분석하고자 한다.

미디어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이 야기한 시각 매체의 확장과 그 경계의 모호함은 오늘날 미디어 환경에서 지상파 방송사들의 영향력을 축소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에서의 지상파 방송사는 주요한 콘텐츠 생산자로서, 콘텐츠의 소비 방식이 다변화된 환경 속에서 지상파 콘텐츠들은 다양한 디지털 장치를 통해 재순환되고 있다(김훈순, 정사강, 2020, 86쪽). 뿐만 아니라, TV 프로그램은 하나의 텍스트로, 텍스트 생산과 수용자의 실천이 교차하고 여러 담론을 교환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의 장(場)이라는 점에서 이의 분석은 그 시대의 사회를 탐구하는 데 유용한 가치를 지닌다. 특히, <나 혼자 산다>와 <전지적 참견 시점>은 ‘평범한 일상에서 음식의 소비’에 관한 세밀한 재현을 통해 대중들이 인물의 생각과 행위에 자신을 투영하거나 유사한 실천5)을 함으로써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였다.

한편, 형식 측면에서 두 프로그램은 액자형 관찰 형식으로 전개된다. 이와 같은 포맷은 VCR에 등장하는 출연진의 일상을 관찰하는 동시에 해당 영상을 시청하는 스튜디오의 패널들의 다양한 반응을 함께 보여준다. 오늘날 한국 텔레비전 예능 프로그램의 대표적 장르가 된 리얼리티 TV 포맷은 현실을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것으로 정교하게 묘사하기 위해 다양한 텍스트와 기법을 활용한다. 이를테면, 출연진의 발화와 행동뿐 아니라 자막, 배경음악, 효과음, 촬영구도, 편집방식 등을 들 수 있는데, 이러한 전달 방식은 보다 효과적으로 대중과 상호작용하고, 실재감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즉, 리얼리티는 대중과 공감하고, 자연스럽게 재미와 감동, 그리고 추억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개인과 타인의 삶을 이해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경험을 (재)해석하고, (재)구성한다. 이러한 문맥에서 이 연구는 출연진의 말과 행위, 그들이 형성하고 있는 관계성, 그리고 이와 함께 표현되는 자막, 촬영구도, 배경음악 등을 분석하고자 하였다. 촬영구도와 배경음악의 경우, 음식을 향유하고 이 과정을 이해하는 데 필요하다고 판단한 장면의 부분을 선별적으로 해석하고자 하였다.

두 프로그램의 분석을 위해, KBS, MBC, SBS 프로그램의 콘텐츠를 다시 시청할 수 있는 OTT플랫폼 웨이브(wavve)를 활용하였다. 구체적으로, <나 혼자 산다>의 경우, 이전에는 집이라는 개인의 공간에서 출연자들의 일상을 담담하게 묘사하거나, 고정 출연진들과 상호작용을 갖는 포맷을 활용함으로써 공동체 생활에서 오는 소소한 행복감을 강조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2019년 10월 4일 ‘힐링밥상’이라는 문구의 등장과 썸네일로 탑재된 음식, 그리고 2019년 12월 6일 ‘이장금’이라는 자막과 음식을 주요 내용으로 한 에피소드를 시작으로 2020년 3월 이후 한 달에 한 건 이상의 음식과 관련된 내용과 썸네일이 본격적으로 등장하였다. 이 같은 흐름과 문맥에서 2020년에서 2023년까지 방영된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분석하였다.

반면, <전지적 참견 시점>의 경우, 상대적으로 방영 기간이 짧았고 그로 인해 <나 혼자 산다>의 자료량과 비교해 적었다. 다만, 프로그램이 시작된 시점부터 음식과 관련한 주제와 내용들이 다수 활용 및 재현되었다는 점에서 2018년에서 2023년까지 방영된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분석하였다. 이 프로그램 역시 음식 및 맛집과 관련한 에피소드를 선별적으로 연구 대상으로 선정하였다. 공통적으로 두 프로그램은 매주 게스트가 변경되는 포맷임에도 불구하고, 연구 목적과 부합하는 행위를 하거나 발화하는 인물들이 거의 동일했으며, 자막 역시 유사한 패턴과 내용을 담은 문구들이 반복되고 있었다. 따라서 모든 에피소드를 다루는 대신, 연구의 목적이 가시적으로 드러난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탐구하였다.

윌리엄즈는 감정구조를 총 세 가지의 범주로 분류하였는데, 그것이 바로 ‘지배적 문화’, ‘잔여적 문화’, 그리고 ‘부상하는 문화’이다. 그는 이러한 구분에 그치지 않고 각 개념에 시간적 구분을 추가하였다. 이를테면, ‘잔여적 문화’는 과거로부터 온 사회문화적 제도나 생성물이 잔여적이지만, 현재의 사회문화에서 활발히 활동하거나 현재를 구성하는 요소를 의미한다. 또한, ‘부상하는 문화’의 경우, 새로운 의미체계와 가치관, 그리고 관행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현재 창조되는 지배문화와 대립을 형성하며 인간적 영역이다(정유정, 2017, 133쪽). 즉, 감정구조는 가변적인 것으로, 긴장 관계, 혼란, 불안, 희망 등의 복합체이며, 사회 구성원 모두가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이러한 흐름에서 전술한 정서적 허기 또한 우리 사회 내에서의 정치, 경제, 문화적 체험들이 복합적이고 심층적인 상호주관적 경험이다.

따라서 윌리엄즈가 제시한 감정구조의 개념을 기반으로 일련의 음식 프로그램 텍스트와 소비문화를 통해 당대의 한국 사회와 구성원의 욕망과 사회적 상상 등을 파악하고자 한다. 물론 감정구조 개념이 사회학과 문화연구 내에서 유용하게 활용되는 개념이지만, 동시에 이 개념이 지닌 모호성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가령, 감정구조가 텍스트를 통해 표출된 매개된 경험인지, 혹은 상호주관적인 경험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이것이 담론인지, 세대의식인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주창윤, 2012, 144쪽). 그럼에도 불구하고, 윌리엄즈의 연구는 일상적인 접근을 통해 주체의 문화적 실천과 인간의 능동적 경험을 중시하고, 계급적 이해관계와 욕망을 구현하는 경합과 절충의 역동적인 장에 대한 문화연구의 지평을 열어주었다. 나아가, 미학적, 윤리적, 도덕적으로 국한되어 설명되었던 일상의 문화를 사회적으로 확장한 것에 큰 공헌을 했다(원용진, 2010, 261쪽)고 평가할 수 있다.

무엇보다, 윌리엄즈는 1820-1830년대 지배적 이데올로기에 대항하는 실천과 대안적 요소들이 노동자의 삶에 영향력을 발휘했음을 언급한다. 특히, 젊은 잉글랜드 운동단체에서 이질적인 특성을 가진 사회 구성원들의 등장과 가치 없는 것이라 치부되었던 소설을 비롯해 음악 공연장에 이르기까지 가벼운 오락물이 급증하였다. 이처럼 음지에서 체현되던 삶은 이 시기 지배적인 사회적 특성과 많은 측면에서 거리가 있었기에, 대안적인 사회적 특성으로서 기능하였다(Mcguigan, 2014/2023, 102-103쪽). 즉, 이 과정에서 당시 사회의 지배적 주류와 차이를 보이는 노동계급의 실천은 억압과 부르주아의 성공에 희생당한 존재임을 인지할 수 있었으며, 노동과 이로부터 야기된 육체적ㆍ정신적 고통을 경험한 노동계급은 비슷한 체제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지배적 이데올로기를 극복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문맥에서 오늘날 한국 사회의 구성원들, 특히, 청년세대는 현대사회의 끊임없는 경쟁과 자기계발, 보상이 충분치 않은 노동을 강요당하는 구조에 저항하고 이를 극복하거나 전유하고자 하는 다양한 실천들을 모색 및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당시 영국 노동계급의 대안적이며 실천적 분투와 상동성을 지니는 측면이 있다. 그러므로 일련의 미디어 텍스트와 사회 구성원과의 관련성을 탐구하기 위해 미디어를 둘러싸고 있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관점에서 윌리엄즈의 감정구조 개념에 오늘날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일련의 사회적 현상과 문화적 징후들을 접합해 논의하고자 한다.6)

두 프로그램의 주요 에피소드 내용

이와 더불어 비판적 지리학자 데이비드 하비(David Harvey)의 관점으로 사회문화적 맥락에 대한 이해와 공간에 대한 탐구를 함께 시도하고자 한다. 표면적으로 이질적으로 보이는 두 학자의 관점을 결합해 분석하고자 함은 무엇보다 단일한 시각에 치우친 논의를 지양하고, 섬세하게 문화현상을 이해하고 엄정한 분석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튜어트 홀과 윌리엄즈 또한 자본주의 문화적 실천의 역동성을 이해하기 위해 생산과 소비를 비롯해 사회의 다른 요소들 또한 보다 세밀하게 조망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한다(문상현, 2009, 98쪽). 특히, 문화의 발전은 예외 없이 문화를 위한 물질적 조건의 발전에 정초하고, 사회는 당대의 문화를 제한하거나 변화시키기도 한다. 한 사례로, 산업혁명 당시, 영국의 산업과 상업의 중심지로 아일랜드 노동자들이 유입된 현상을 들 수 있다. 당시 이러한 변화는 불균등한 노동자의 공급과 노동계급운동의 분열을 야기했고, 무엇보다 공간에서 자본의 축적은 노동(자)의 고통, 참혹함 무지 등의 원인이 되었다(Harvey, 2016/2017, 85쪽). 이처럼 문화는 구조를 변화시키는 기제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그와 조밀하게 연동하며 형성되기도 한다.

한편, 자본주의 공간은 대중의 물질적 실천에 의해 형성되고 이 같은 실천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상이하다. 다만, 이것이 구조화되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대중은 그 시대의 독특한 시ㆍ공간적 실천의 개념을 담지한다(Harvey, 1989/2008, 243쪽). 즉, 공간은 절대적인 공간이 아니라, 그 속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과 관계를 맺으며 생성, 유지, 발전한다. 따라서 공간이 지니는 의미는 가변적이고 그에 관한 실천 또한 고정적이지 않기에, 그 속에서 새로운 공간이 창출되거나 일군의 참신한 의미가 발견될 수 있다. 주지할 점은, 집단의 규모와 이해관계에 따라 공동체의 생산과 활동 자체가 이질적이며 단일한 정서를 공유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처럼 신자유주의적 주체와 공간, 구조가 구성적이라는 차원에서, 또한 이 구성의 메커니즘에서 주체의 노동과 실천, 그리고 경험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하비와 윌리엄즈의 논의는 조우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연구는 윌리엄즈와 하비의 관점을 혼용해 그동안 정치경제학과 문화주의에서 제기되어 왔던 비판들, 가령, 경제 환원주의나 기능주의, 혹은 사변적이거나 주정주의(主情主義)적 관념론을 넘어 총체적이고 연계적인 시각에서 복잡하고 다면적인 사회의 구조를 분석하고자 하였다.


4. 일상으로부터의 해방, 혹은 힐링 이데올로기

미디어로부터 발생한 문화현상은 대중들의 일상, 인간의 욕망 등과 같은 예측 불가능한 사회문화적 환경과 문화의 다양성 축소를 야기하였다(배영달, 2005, 13쪽). 특히, 미디어가 재현하는 사회 구성원의 일상과 이미지는 그것이 가상공간인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모든 문화를 흡수한다. 이를테면 대중의 특정 형태의 경험들을 문화 생산자들이 생산한 부호화된 상품에 동화시킨다. 이러한 일련의 부호들은 다시 일상생활과 연계되며 대중은 양식화된 서사를 통해 개인의 경험을 이해한다(Illouz, 1997/2014, 295쪽).

일례로, <한국인의 밥상>, <백반 기행>, <동네 한 바퀴> 등 음식을 주요 소재 혹은 매개로 한 프로그램들은 정(情), 그리움, 공동체라는 키워드를 강조한다. 이는 음식이 배고픔을 채워주는 든든한 한 끼이자, 일상에 지친 마음, 즉 정서적 허기를 위로하며, 누군가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기호로 작용함을 의미한다. 무엇보다 골목, 동네, 노포 등 일상의 평범한 장면은 과거의 추억이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의 정서로 치환된다(임정식, 2022, 297쪽). 최근 음식과 관련한 리얼리티 프로그램 역시 이와 유사한 형식과 내용을 담으면서도, 변화하는 시대상황을 반영하는 음식의 또 다른 측면을 활용하고 있다. 바꿔 말해, 이 같은 프로그램들은 대중이 겪는 정신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음식을 매개로 한 다양한 실천과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가령, 유명한 맛집을 찾아가 인증샷을 남기는 행위, 미식 체험, 구체적 장소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느끼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감’ 등을 들 수 있다. 유사한 포맷을 활용하는 콘텐츠 중, 이와 같은 특징이 두드러지게 재현되고 있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바로 <나 혼자 산다>와 <전지적 참견 시점>이다.

<나 혼자 산다>는 일인 가구의 증가와 결혼에 대한 전통적인 사고로부터의 인식 전환이라는 사회적 흐름에서 제작된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은 가족, 학교, 친구, 사회로부터 통제되지 않은 자유로운 상황에서 자취하는 출연자를 대상으로 그들의 일상과 휴식, 여가 등에 관한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대부분의 출연자들은 자투리 시간에도 미래를 위해 열심히 무언가를 수행하거나, 혹은 외부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는 인간으로 재현된다. 특히, 음식과 각 세대 간의 관계성에서 해당 프로그램은 자막과 패널들의 대사를 통해 특정 출연자가 유행하는 음식을 접하는 경우 세련된 존재라 표현한다.

또한, 건강한 음식을 섭취할 경우, 성실하게 ‘자기관리’하는 주체로 묘사하는데 이는 출연자에게 트렌디하고 창의적이며 능력 있는 인물이라는 기호를 부여한다. 그러나 이러한 특징과 반대되는 출연진은 우스꽝스러운 자막이나 배경음악을 통해 게으르거나 무능력한, 또는 사회적 흐름에 적응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주체로 재현된다. 이처럼 세대, 계층, 직업별로 다양한 출연진과 서사가 전개되지만, 동시에 진정한 휴식과 여가를 즐기지 못하는 개인의 문제는 무거운 사회 구조로 확장되는 데까지 나아가지 못한다. 대부분의 출연진은 각자의 방식으로 자유롭고 행복하며 즐거운 삶을 살아가는 인물로 단순화된다.

이와 같은 특징은 카메라 밖에서의 출연자의 일상과 이들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는 매니저의 모습을 재현한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도 유사하게 드러난다. 해당 프로그램은 자막과 패널들의 언행을 통해 음식이 노동자가 직면한 삶의 고난과 신체적 고통을 해결할 수 있다는 무언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예컨대, 음식을 현실의 과도한 긴장을 극복하고 타인과 유대감을 형성하는 매개체로 묘사한다. 특히, <나 혼자 산다>와 달리, 이 프로그램에서는 음식과 관련한 풍부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출연진에 대해 패널들의 대사와 자막을 통해 우상화되며, 나아가 음식이 만병통치약처럼 모든 것을 해결해줄 수 있다는 신화적 서사로 묘사된다. 그러나 <전지적 참견 시점> 역시 시청자에게 한국 사회의 극심한 경쟁과 불안정한 노동, 그에 기인하는 불안과 소진 등 현실에서 직면하고 있는 삶의 어려움을 음식을 통한 실천을 포함해 개인의 노력으로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일차원적인 문제로 치환한다.

즉, 현실의 어려움과 노동의 고단함은 일상의 작고 사소한 것을 통해 치유될 수 있는 것으로 재현되며, 이는 곧 불안하게 정상성을 유지하고 있는 사회 구조의 문제로 확장되지 못한다. 가령, 노동과 관련한 내용을 최소한으로 연출하는 <나 혼자 산다>, 그리고 복합적인 정서적, 신체적인 문제가 극적이며 일사천리로 해결되는 모습을 담은 <전지적 참견 시점>은 노동의 구조에 기인한 현실 문제에 대한 근원적 해결책보다, 개인적 치유라는 마술적 해법과 관련한 통치성을 통해 자신과 내면의 감정에 몰두하는 방식으로 삶과 노동의 현실을 은폐한다.

한편, ‘카메라 밖의 일상’과 달리, 출연자를 시종일관 관찰하는 카메라와 중간에 삽입된 인터뷰의 포맷은 본래 프로그램이 강조했던 취지와 상반된 모습으로 재현되고 있다. 이를테면, VCR에 등장하는 출연자들이 카메라 앞에서 상품을 자세하게 비추는 행위, 그들의 분주한 움직임과 독백은 출연자 자신이 관찰되고 있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일례로, 카메라가 집요하게 관찰하는 대상이 출연자 개인으로, 이들은 끊임없는 관찰과 시선을 받는다. 이는 단순히 관찰을 소재로 한 미디어 포맷을 넘어, 일종의 감시체계가 작동하고 있는 환경과 공사 구분이 모호해진 일상화한 노동의 환유(換喩)이다. 예컨대, <나 혼자 산다> 430회(2022.1.21. 방영)의 에피소드에서 약 10분간 이어진 한 출연자의 독백은 오늘날 상업적 목적 아래 인간의 관음증적 경험과 쾌락을 촉진하고, 감시사회를 정당화한다. 이로써 방송사와 시청자는 개인들을 관찰하고, 출연자는 관찰 앞에서 자신을 전시한다(김수정, 2010, 21-22쪽).

두 프로그램에서 음식을 먹으러 가거나 요리하는 행위 또한 관찰되고 있는 주어진 상황에 의해 자신의 임무를 무조건 수행해야 하는, 즉, 먹는 행위 또한 노동으로 설명된다. 본래, 휴식이란 그 누구의 시선도 존재하지 않고 잠시나마 반복되는 일상의 중단을 의미한다. 실제로, 통계청에서 배포한 <한국의 사회동향 2022>에 따르면, 일상적인 휴식은 혼자, 내 집에서, 아무것도 안 하거나 잠을 자는 것이 월등히 높은 비율을 기록하였다. 남성의 경우, 수면이나 낮잠을 선호하는 비율이 27.0%였으며, 아무것도 하지 않기 16.3%, TV 및 동영상 시청이 14.9%였다. 반면, 여성은 아무것도 하지 않기가 26.3%였으며, 수면이나 낮잠이 26.2%, 텔레비전 및 동영상 시청이 13.8%였다(통계청, 2022, 8쪽). 이러한 맥락에서 대중에 전달될 매개인 카메라의 존재는 그들의 사적 공간과 일상의 관리자인 동시에 노동 현장의 조밀한 감시자로 기능한다. 궁극적으로 두 프로그램에 그려진 노동으로부터 해방된 출연자의 휴식은 대중에게 치유와 힐링, 여가의 신화를 주입하고 이를 통해 사회 구조적 메커니즘을 강화한다.

한편, 일상으로부터의 작은 일탈, 그리고 위로와 휴식을 위한 일련의 콘텐츠는 대중으로 하여금 특별한 기대감이나 감정을 형성하기 위해 상품에 특정 인물의 이름을 붙이거나 권위를 부여한다. 이를테면, 두 프로그램은 최근 ‘이영자 고속도로 맛집 지도’, ‘화사 곱창집’, ‘바질 김치 레스토랑’ 등 일명 전참시 맛집, 나혼산 맛집, 이영자 맛집 등의 자막을 활용하였다. 생성된 기호들은 각종 SNS, 블로그, 유튜브 등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인터넷과 플랫폼 공간을 가득 메웠다. 이 과정에서 습득한 맛집에 관한 정보와 해당 공간과 음식에 대한 경험, 나아가 방송의 메시지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사유와 느낀 점을 공유하는 대중들의 능동적 실천은 사회의 지배적 이념과 가치관에 대한 대안적 문화로 기능한다(Williams, 1983/1988, 422쪽). 동시에 동시대의 주류 문화를 반영하는 미디어는 이에 대한 대중의 전유와 실천을 통해 역설적으로 사회의 지배적 문화를 견고히 하는 장치로 활용되기도 한다.

오늘날 미디어는 상품과 이를 소비하는 대중들까지 합리적으로 해명할 수 없는 모호한 관계로 치환한다. 이와 같은 장치는 특정 이미지들을 우연하고 사적이며 순수한 감수성의 상징이며 무계급적인 것으로 표현한다(Illouz, 1997/2014, 175쪽). 그러나 실제로는 이러한 미디어의 이미지들은 새로운 계급 분할과 정체성을 확인하는 기제로, 파편화된 이미지의 병렬, 시간과 공간의 파괴 등을 통해 대중으로 하여금, 도취와 환각, 채워질 수 없는 욕망의 분출을 야기한다(강명구, 1993, 211쪽). 이러한 변화는 라이프 스타일과 연계된 상품의 소비가 문화적 취향과 양식을 보여주는 상징적 지표로 활용됨으로써 소비를 통한 문화적 취향과 양식이 일종의 ‘구별 짓기’로 기능한다.

이처럼 사회 구성원의 내ㆍ외부를 구분하는 요소들이 두 프로그램에서 재현되고 있다. <나 혼자 산다>에서는 당시 MZ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던 ‘랭쌮’을 준비하며 출연자는 스스로를 ‘트민남(트렌드에 민감한 남자)’이라고 지칭하고 있었다(2022. 7. 15. 방영). <전지적 참견 시점> 역시 지석진과 김수용이 MZ세대에 인기 있는 카페를 직접 방문해 유행하는 디저트와 음료를 경험하는 과정에서 주위에 앉아 있는 청년들에게 자신을 포함한 패널들에 대한 인식을 확인하거나(2022. 1. 29. 방영), 과거와 달리 화려해진 파르페를 먹는 그들의 모습을 ‘경악하는 MZ세대들’ 이라는 자막으로 제시하고 해당 공간에 있는 청년들의 반응(2022. 6. 11. 방영)이 삽입되어 있었다.

전현무: 주목하시죠. 트민남 전현무가 선택한 보양식
(중략)
전현무: 분위기... 분위기...
전현무: (사진 촬영 후) 일단 배는 고프지만 인✭를 올려야 돼 난 인✭의 노예거드은~
(중략)
   이건 해시태그 해야 돼
   샵(#)랭쎕 (긁적) 샵(#)전현무
<나 혼자 산다 454회 중>
지석진: 우와 사진 찍을 맛 나겠는데?
전현무: 저건 무조건 SNS각이지
지석진: (야외 테라스로 이동하면서) 우와~ 여기 너무 좋다
아이키: 오~ 예쁘다
지석진: (실수로 쉐이크를 쏟은 상황) 야! 조심 좀 하지
<전지적 참견 시점 203회 중>

두 프로그램 모두 SNS에서 유행하는 놀이, 취미, 상품 등의 소유나 경험을 다루거나 이를 촬영하는 인물들의 행동을 보여준다. 이는 오늘날 ‘MZ세대’라 지칭되는 청년세대의 주류적 문화에서 도태되지 않길 바라며 또, 문화의 흐름을 주도하는 이 세대가 선호하는 주체가 되길 원하는 욕망과 긴밀히 연계된다. 노동계급이 중상류층과 동일한 소유물을 갖고자 하는 갈망(Williams, 1983/1988, 426쪽)과 같이, 청년을 포함한 중년의 출연자들, 즉 기성세대 역시 청년세대의 문화를 유사한 방식으로 향유하고 이를 통해 주류 문화에의 편입과 인정욕구를 충족하고자 노력한다. 특히, 과거 음식과 관련된 프로그램처럼 정보를 직접 제공하는 형식은 아니지만, 매주 음식을 포함해 상품과 놀이, 취미 등의 정보를 인물들의 행동, 패널들의 발화 및 자막을 통해 간접적으로 제시한다. 가령, <나 혼자 산다>에서 한 인물이 유행하는 음식들을 직접 요리하거나 <전지적 참견 시점>처럼 음식점을 찾아가는 인물들의 행위는 즉시성과 일회성의 가치와 미덕을 강조한다(Harvey, 2016/2017, 198쪽). 이는 상품과 공간은 물론 건물의 구조와 형태, 장소의 활용 방식, 가치관, 관계 맺기 등에 있어 기존의 사회가 가지고 있던 전통과 관습, 규율과 삶의 방식을 변화시킨다.

한 예로 오늘날 ‘갓생’ 문화를 제시할 수 있는데, 이는 본래 부지런한 삶을 살아가며 자신에게 집중하고, 우직하고 충실하게 생산적인 계획을 실천하는 일상을 의미한다. 즉, 불안정 노동의 시대, 스스로 돌봐야 하며 진로, 연애, 학업 등 일상의 모든 위험 요소는 청년들로 하여금 최상의 삶을 추구하는, 일종의 자기계발과 유사한 흐름을 생성하였다. 그러나 주목할 점은 갓생이 과거 자기계발 열풍처럼 효율적인 시간 관리는 물론, 개인의 사회적ㆍ경제적 성장을 위한 생산적 활동이 필수라는 점에서 유사하지만, 여가, 휴식, 나아가 스트레스까지 완벽하고 열정적으로 관리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일인 가구가 증가함에 따라 소확행, 욜로, 미니멀라이프 등의 사회현상이 등장했지만, 갓생은 신체뿐 아니라 정신, 정서 등 모든 요소를 통제한다는 점에서 구별된다.

이러한 현상은 ‘카공족’이라는 단어에서도 드러나는데, 이는 카페가 이전처럼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던 공간에서 또 다른 노동과 경쟁의 장소로 변화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새로운 의미로서의 공간은 휴식이나 해방과 동시에 경쟁과 억압이 공존하는 곳으로 양가적으로 기능하게 되었다. 그러므로 인물들이 유행하는 음식을 먹거나 공간을 경험하고 촬영하는 행위 역시 단지 유행을 좇는 과시적 행위라고 단정하기보다, 새로운 경험을 통해 개인화의 가속화와 개인의 책임을 강조하는 현 사회의 변화상, 특히 자신에 대한 높은 수준의 규율과 통치라는 측면에서 이해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이 행해지는 공간은 끊임없이 움직이는 일종의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을 연상하게 하는 현장이라 할 수 있다.

음식에 대한 신체적 욕구의 충족 또한 사회 변화를 통해 그 틀과 선호가 구성된다. 가령, 한방통닭, 김부각, 약과, 서리태 마스카포네, 랭쎕, 바질김치, 부라타치즈, 복사(복분자+사이다를 섞어 만든 칵테일) 등 새로운 조어로 발화되는 다채로운 음식과 이에 관한 실천은 단순한 섭식(攝食)이나 배고픔을 지우는 행위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음식에 담긴 사회적 의미, 이에 대한 취향과 태도 등이 유동적일 뿐 아니라, 이것이 미디어와 문화산업이 생성하고 매개하는 니즈와 욕망 속에서 섬세하면서도 다층적 변화를 겪음을 보여준다. 또한, 이와 같은 실천들은 한 시대의 사회문화적 기대에 따라 종종 우연적이며 불분명한 어떤 원인으로 인해 생성되어, 개인의 식욕, 유행하는 음식, 인구의 식생활 전반을 가시적으로 변화시킨다. 특히, 지구화의 영향으로 음식 정경(food scape)이 다원화된 사회에서 이와 관련된 실천은 허기 혹은 미각적 욕망을 충족하기 위한 활동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즉, 음식의 모양, 형태, 재료, 그리고 음식과 공간의 조화 등 미적이며 심리적인 요소까지 고려되어야 하는 것이 되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타자로부터의 인정욕구가 특정 세대를 넘어 사회의 일반적 문화가 된다는 것이다. 해시태그와 함께 SNS, 개인 블로그, vlog 등을 통해 탑재되는 경험의 중심은 ‘음식’이 아닌 그 공간을 방문하고 해당 음식을 먹었던 ‘자신’에게 맞추어진다. 이러한 특징은 특정 공간에서의 경험과 사건들의 물질성(Harvey, 2004/2010, 209쪽)을 이루는 것으로, 하나의 문화가 정착되는 과정에서 이것이 일정하게 양식화, 혹은 규범화됨을 의미한다. 따라서 본인이 이곳을 방문했다는 직접적인 언급이 없어도, 단지 음식, 로고, 위치 태그, 독특한 촬영구도와 필터, 보정 등 다채로운 형식으로 특정 공간에 방문했음을 강조한다. 이 과정에서 개인들은 동일 공간을 방문했던 이들이 탑재한 이미지들과 차별성을 두려 노력한다. 이를 통해 사회로부터 소외되었다고 느꼈던 주체들은 역설적으로 그 사회의 기준이나 표준을 제시하는 실천과 욕망의 체현을 한시적으로나마 체험한다. 이를 위해 개인들은 신체의 모든 기능을 동원하고 주류 문화에로의 편입을 위해 일정 정도의 자원과 자본을 확보하고자 분투한다.

한편, 프로그램에서 일련의 수식어와 함께 호명되는 인물들이 언급한 음식은 특정한 의미로 전달된다. 가령, 음식을 설명하는 출연자의 내레이션에 맞추어 클로즈업된 이미지와 효과음은 해당 음식에 대한 이미지를 극화하는 장치로 활용된다. 이외에도, ‘영자 음성에 맞춰 아바타 식사(1회, 2018. 3. 10. 방영)’, ‘(음식에 대해) 일가견이 있다(5회, 2018. 4. 7. 방영)’라는 자막이나 CG, 출연자에 대한 제3자의 발화, 나아가 클로즈업한 음식의 이미지와 효과음이 결합한 편집 등은 메시지의 신뢰성과 설득력을 구축한다. 그러나 이러한 재현은 비실체적인 이미지들과 환영을 통해 일련의 의미를 생성한 것으로(Harvey, 2004/2010, 208쪽), 이는 미디어가 문화와 사회적 인식, 그리고 새로운 행동 양식을 형성하는 기제로 활용됨을 보여준다.

또한, 디지털 미디어 환경의 측면에서 파워 블로그, 인플루언서, 그리고 유튜버라 불리는 사람들의 활동 반경이 과거보다 축소되었다. 예컨대, 그들이 소개하는 상품, 맛집 등과 관련한 게시글 혹은 리뷰를 통해 정보를 획득하고, 신뢰했던 흐름이 존재했었다. 일명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산)’, ‘대식가(大食家)’를 강조하였지만, 경제적 이윤을 위해 형성한 기업과의 결탁, 그리고 ‘먹뱉’(먹고 뱉는)이 화두가 되면서 그들이 제공하는 정보들은 신뢰성을 잃어갔다. 이뿐만 아니라, 블로그와 SNS가 과시와 우월성을 표현하는 도구로 변질되고, 이것이 ‘순수함을 가장한 영업활동’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또 다른 ‘신뢰할 수 있는 누군가’를 찾고자 하였다(박미향, 2019. 4. 24).

이러한 맥락에서 그 ‘누군가’는 바로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인물들이다. 즉, 전문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출연자에게 부여된 일련의 기호와 이미지들은 진정성이란 가치를 통해 새로운 정상성을 구현한다. 이를테면, <나 혼자 산다>의 경우, ‘팜유’라는 기호를 통해 잘 먹는 사람들, 혹은 음식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으로 재현하고 있었다. 이러한 특징들은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도 ‘먹방계의 대모 이영자’(2018. 3. 10. 방영), ‘육즙보존학 전파하는 고기박사 이영자 교수’(2018. 3. 17. 방영), ‘영자미식회’(2018. 3. 24. 방영) 등 다양한 기호를 통해 표현되었다.

자막: 짠돌이 생민의 지갑도 열게 한 영자의 맛집
  먹방계의 대모 이영자
<전지적 참견 시점 1화 중>
자막: 영자의 고기학개론
  전문가의 손길이 닿은 그 맛은?
  고기 인생 50년이 녹아있는 주옥같은 명강의...
  육즙보존학 전파하는 고기박사 이영자 교수
<전지적 참견 시점 2화 중>
자막: 인터넷을 강타한 영자의 먹짤
  진짜 미식회도 긴장하는 영자미식회
  영자 메뉴판
  먹장군께서 보고 계시니...
  영자로드 고속도로 투어
<전지적 참견 시점 3화 중>

이처럼 인물의 행위, 발화, 자막 등 프로그램이 재현하는 텍스트들은 그 자체로 미디어 담론과 기호의 성질을 가진다. 이때, 담론과 기호가 가지는 의미는 사회 구성원들의 활동, 가치관, 그리고 시공간에 따라 내ㆍ외부의 문화현상들을 조직하고 평가하며 해석하는 관념과 가치에 의해 형성된다(Mccracken, 1988/1996, 171쪽). 바꿔 말해, 재현된 텍스트들은 과거 신뢰했던 주류의 흐름을 선호하고 소비했던 대중들의 분노, 실망감, 허무감을 치유하고 믿음을 회복할 수 있는 의미를 대상에게 투영한다. 이러한 문맥에서 두 프로그램은 출연자의 행위와 발화가 사회 구성원들에게 성공적으로 수용되기 위해 특정 대상 혹은 인물에게 도덕성이란 가치체계를 반영하고, 일련의 기호로 호명한다.

미디어가 재현하는 텍스트들은 특정한 코드를 통해 적극적으로 대중의 취향을 조정하고 이를 유행으로 만든다(Harvey, 2016/2017, 90쪽). 이런 문맥에서 두 프로그램이 재현하는 다양한 문화상품에 대한 인물들의 행위와 발화, 이미지의 확대와 공간의 활용, 그리고 간결하고 명료하게 제시된 자막은 대중을 유행의 선도자로 위치시키거나 무수한 이미지들로 시장을 연출함으로써 새로운 기호체계와 이미지를 구축한다. 따라서 개인주의, 각자도생, 과도한 성취와 경쟁 등 신자유주의적 사회가 추동한 개인의 파편화, 공동체의 결속력이 빠르게 약화되고 있는 시대에 그들의 사회적 위치와 미디어에 구현된 기호와 이미지의 결합은 대중에게 일종의 신뢰와 확신을 전달하는 영웅적 이데올로기가 된다.

오늘날 미디어에 재현된 다양한 주제의 프로그램들은 ‘휴식’과 ‘힐링’이라는 소재를 강조한다. 그러면서 실제로는 ‘휴식’과 ‘힐링’보다 또 다른 ‘노동’으로 대중을 매료시킨다. 즉, 화려한 소비 중심의 사회가 제공하는 다양한 오락거리는 노동의 고통을 완화하기 위해 작동되는 모순된 메시지를 내포한다. 그리고 미디어를 통해 대중들 간에 형성된 관계는 그것의 실재나 정도의 여부를 떠나 일상으로부터의 도피처를 제공한다. 이 같은 전략은 상품의 소비라는 표면적 의미 그 이상을 함의한다. 가령, 소비 영역에서 대중들의 계획적이고 주기적인 참여는 외부 환경으로부터의 격리, 그리고 일상생활의 의미로부터 일시적인 해방을 기획하고 궁극적으로 이를 통해 낭만적 감정을 (재)생산한다(Illouz, 1997/2014, 261쪽).

이러한 맥락에서 두 프로그램이 다루고 권하는 맛집 탐방을 비롯해 음식과 관련한 다양한 활동들은 대중에게 힐링과 휴식을 체험하게 하고, 그 과정에서 즐거움, 만족, 보람, 행복 등의 감정 등 긍정적인 가치를 제공한다. 그러나 정서적 치유를 위해 제공되는 미디어의 이미지와 상품의 소비는 낙관적이며 적극적인 태도와 정서를 유지 및 관리하고, 이를 위해 부단하게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이 같은 경험의 공간들은 일상으로부터의 도피의 공간이자, 개인의 과시적 소비에 대한 만족감을 표현하는 스펙터클의 공간이다. 즉, 맛집 탐방처럼 한 시대의 주류적 문화들은 우리 사회에서 열정이 식으면서 소진되어 나타나는 허기가 정서의 상품화로 판매된 결과이다. 이를 통해 인간의 본성을 정서적 측면으로만 규정하는 탈주체의 이데올로기가 형성된다(주창윤, 2013, 27쪽). 따라서 맛집 탐방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피로감, 마치 텅 빈 밥그릇과 같은 허기의 느낌은 과거 힐링이나 멘토 문화처럼 허구적이며 조작된 치유 문화이다.


5. 능동적 실천으로서의 맛집 탐방의 함의: 힐링의 공간? 혹은 상징욕구의 공간?

월프(Wolfe)는 가족과 친족, 소수 민족과 인종 집단, 언어 공동체, 관심이나 신념 공동체 등은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의 중간에 존재하는 제3의 영역으로 간주해야 함을 제시한다(이항우, 2006, 133쪽). 올덴버그 또한 카페, 음식점, 마트, 커피숍, 길거리, 미용실, 서점, 전시관, 선술집 등과 같은 장소를 인간의 일상생활에서 매우 중요한 비공식적이면서 공적 생활을 제공하는 제3의 공간이라 설명한다. 특히, 이 공간은 가정과 직장 등 일상으로부터 파생되는 지루함, 외로움, 긴장감, 의무감, 무료함, 소외감으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기운과 삶의 활력을 되찾는데 긍정적인 역할로 기능한다(Oldenburg, 1989, 17-18쪽). 가령, 성공을 위한 경쟁 심리나 일상생활로부터의 압박감을 잠시나마 잊어버리고, 이 공간 속에서 상호 간의 커뮤니케이션은 목적 없이 이루어진다. 따라서 이를 통해 타인과의 유대감을 형성하고, 동시에 삶을 풍족하게 한다. 나아가 항상 새로움을 제공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갈 수 있는 공간이다.

그러나 취미와 여가, 세련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다양한 기관들, 이를테면, 미술관, 박물관, 각종 공연, 전시, 축제 등은 대중을 둘러싼 현실적 문제들을 사사화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즉, 현실의 무거운 구조적 문제들로부터 한시적으로나마 벗어난 대중은 개인의 관심과 열정으로 해당 공간에서 자유의 향유와 고정된 정체성 탈피의 경험, 새로운 역할 수행을 통해 능동적 즐거움을 음미한다(Auge, 2009/2017, 124쪽). 한편, 이처럼 내밀한 경험을 소비하는 분리된 공간은 대중의 집단적 기억을 생산하고 자족적인 심미적 감수성을 배양한다. 무엇보다 사회문화, 정치경제에 대한 갈등과 사유의 차단(Harvey, 2000/2001, 230쪽)을 통해, 상품과 소비의 스펙터클은 자신을 둘러싼 현실과 사회에 대한 무관심을 증폭시킨다. 이러한 흐름이 확장된 형태가 오늘날 도처에 편재한 스펙터클, 가령, 쇼핑몰, 카페, 레스토랑, 영화관, 대형서점 등이며, 이는 상업화된 유토피아적 이미지를 일상화한다.

또한, 스마트 기기의 대중화와 인터넷 사용이 보편화되기 이전의 맛집 탐방은 이동과 여행이라는 물리적인 노동을 통해 직접 해당 음식점을 찾아가 갈망하던 음식을 먹는 것이 목적이었다. 이러한 과정은 진정한 즐거움과 여유, 타인과의 직접적 소통 외에, 현실의 문제점을 직시하고 이를 교정할 수 있는 용기와 결단력을 수반하는 행위였다. 또, 이를 통해 자신에 대한 진지한 사유와 성찰적 태도를 함양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반면, 최근의 맛집 탐방은 미디어 텍스트가 특정 공간에 침투해 이를 특정한 방식으로 재현하며, 이것이 직접적 체험이나 노동에 선행함에 따라 일련의 사회적 기준이 정립함으로써 삶과 일상에 대한 일련의 규범을 설정하는 경향이 강화되었다.

이를테면, 오늘날 청년세대의 주요 소비 공간으로 부각되고 있는 곳들은 구체적인 지명과 함께 ‘힙’ 혹은 ‘핫’ 그리고 최근 ‘MZ’라는 기호를 통해 새로운 일상 문화로 부상했다. 이와 같은 특징은 두 프로그램에서 공통적으로 재현되었는데, <전지적 참견 시점>의 경우, 지석진과 김수용이 특별한 공간을 경험한 영상(2022. 6. 11. 방영) 소개에서 “핫하면 다 오케이”라고 발화되고 있었으며, 김수용 역시 음식을 주문하면서 “핫한 거죠?”라고 언급하고 있었다.

전현무: 자 이번에는 일단 핫하면 다 오케이
전현무: 두 분이 올해 가장 핫한 한 해를 보냈다고 합니다
지석진: 여기는 촬영 스폿이 되게 많아요
김수용: (주문하면서) 핫한 거죠?
<전지적 참견 시점 203화 중>

이러한 장면뿐 아니라, 예를 들어, <나 혼자 산다>에서의 무무키친, 무든램지, 초복 세끼의 에피소드와 자막은 세대 간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는 지금, 문화를 통해 기성세대와 청년세대의 연결고리를 형성한다. 이러한 결합은 당대의 문화와 관련해 폭넓은 선택지를 제공하고, 상호 간의 이해와 화합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러므로 오늘날 청년세대의 문화는 계급과 세대를 넘어 사회 구성원들이 상호연대를 추구하면서, 동시에 개별 주체들의 능동성과 창의성을 권면하는 특징을 지닌다. 이처럼 청년세대가 형성한 문화는 젊은 노동계급이 주도한 이질적인 문화가 좀 더 폭넓은 삶에 관한 기준이자, 동시에 상호 부조를 도모하는 사회를 구상할 수 있다는 윌리엄즈의 진단과 상통한다(Mcguigan, 2014/2023, 104쪽).

그러나 문화가 선별되는 과정에서 새롭게 생성된 문화를 자신들의 독점적 유산이자, 이를 사회의 기준적 틀로 규정하는 문제에 관해 윌리엄즈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이를테면, ‘과연 우리는 유행으로부터 자유로운가?’라는 질문에 대해 망설임 없이 ‘그렇다’라고 응답할 수 있는 사회 구성원의 수는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근본적으로 이러한 현상은 현대사회의 유행에 대한 보이지 않는 압력과 이의 영향력에 기인한다. 즉, 유행을 포함한 주류문화의 소비는 대중들이 사회에 참여하는 통로이자, 자신이 집단의 일부가 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다.

이와 같은 상황은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재현되고 있었다. 일례로, 한 출연자가 핫플레이스라고 명명되는 곳에 어울리지 않은 착장으로 등장하는 상황에서 스튜디오의 패널들은 “저 신발도 유행 끝났다” 혹은 “나 청재킷 안 입을래 이제”라 발화하거나, 같은 장면에 대해 ‘종결’, ‘유행 저승사자’라는 자막(2022. 6. 11. 방영)이 제시되었다. 이러한 문맥에서 두 프로그램에서 표현되는 멋진 자동차, 값비싼 명품백, 그리고 디자이너가 제작한 옷 등의 상품과 그 이미지가 내포하는 기호체계의 소비가 노동시장에서 자신을 표현하는 중요한 도구(Harvey, 2016/2017, 192쪽)임을 암시한다. 이는 정체성, 자기계발, 자아실현, 삶의 의미 등을 추구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해당 출연자의 행위는 사회 구성원의 일원으로서 유행을 공유하는 집단에 귀속되기 위한 노력과 성취를 의미한다. 이러한 지배적 문화는 다양한 서비스와 상품의 형태로 제공되어 현대 소비사회의 안정적인 규범으로 정착된다.

전현무: 예전에는 치즈를 동그랗게 올려놓고 썰어 먹는게 (인상을 찌푸리며)
   지난 트렌드입니다! 요즘엔 부라타치즈를 찢는다! 모든 사람들이 쉐어하기에 그게 좋아요.
<나 혼자 산다 497회 중>
전현무: 랭쎕입니다
박나래: 아~~
전현무: (박나래를 쳐다보며) 알아~ 몰라~?
박나래: 나 이거 본 적은 있는데 먹어 본적은 없어요.
전현무: 저 렝쎕이 인별피드에 엄청 올라오고요
코쿤: 아 인기가 엄청 많구나
<나 혼자 산다 454회 중>

또한, 부라타치즈를 찢어먹는 장면에서(2023. 6. 2. 방영) 일반적인 방식으로 부라타치즈를 먹었던 과거의 모습을 언급한 패널들을 향해 인상을 찌푸리는 전현무의 표정과 “지난 트렌드입니다”라는 발화, 음식과 맛집에 해박한 박나래를 바라보며 “알아 몰라?”(2022. 7. 15. 방영)라는 발언과 자막은 당대의 문화적 코드와 이를 ‘세련되게’ 소비하는 세대와의 동일시를 통해 소구하려는 시도이다. 이와 같은 언행과 실천을 통해 자존감이나 자기효능감을 느끼는 정서가 두드러지게 표현되고 있었다. 일례로, ‘팜유 패밀리의 극공감’이라는 자막과 ‘핫한 거구나’, ‘인기가 엄청 많구나’ 등 다른 출연자의 공감과 새로움에 대한 반응은 자존감과 자기효능감을 증폭하는 기제로 기능한다. 이러한 재현은 음식과 관련한 내용과 상황에서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나 혼자 산다>의 경우, MZ세대의 문화를 추종하는 한 출연자는 자신과 비슷한 연령대의 다른 출연자들과의 비교를 통해 만족감을 표현하고 있었다. <전지적 참견 시점> 또한 당대의 유행과 거리를 두고 있는 타자와의 비교를 통해 충만감을 느끼는 장면이 유사하게 연출되고 있었다.

전자의 경우, 개인이 다수를 상대로 해 우월감을 현시했던 반면, 후자의 경우, 다수가 개인을 상대로 이러한 감정을 느끼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비록 상이한 구성이나 내용이었음에도, 두 프로그램 모두 개인의 부족함을 있는 그대로 인지하고, 타자와의 비교를 통해 자기변화, 자기성장 등 진취적인 주체가 될 것을 장려하는 공통점을 드러냈다. 이러한 특징은 다재다능한 개인에 대한 선망이나 존경에 관한 것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적 상황에서 보다 안전한 정착지나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던 가치를 유지하고자 하는 징후들이라 할 수 있다(Harvey, 2016/2017, 198쪽). 이런 상황에서 대중은 특정한 방식으로 행위하는 원인과 이에 대한 근원적인 해결책의 모색보다 현상을 수용하거나 이와 공생하며 일상의 삶을 살아간다.

그러므로 일종의 사회화 공간으로서의 맛집은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하는 장소로 재구성되며, 이 공간은 사회 구성원들의 심리, 환경, 정서, 가치관 등을 주조한다. 최근 새로운 관점에서 공동체의 화합, 연대, 환대 등 상실했던 가치들의 회복을 위해 기획된 공간들은 기존과 차별화된 공간을 창조하고 대중에게 새로운 체험을 제안한다. 그러나 이와 함께 자본 축적의 수단으로 화려하고 물화된 공간의 공급은 소비를 통한 허위의식을 양산하며 자본과 이를 운영할 수 있는 소수의 재산 증식에 복무한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공간의 생성과 향유는 기존의 구조를 유지하거나 이와 유사한 형태의 체계를 조직하는 권력으로 작동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전술한 각각의 기호들은 평등이라는 장치와는 반대로 각 개인들을 차이의 체계와 기호의 코드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수행한다. 즉, 성별, 나이, 소득, 장애, 지역, 교육, 복지 등에 있어서의 불평등, 그리고 불공정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화두로 대두되고 있는 현대적 흐름에서 자유와 평등, 민주주의는 상호 모순적으로 작동하거나 불화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기호와 이미지들이 매개하고 심화시킨 사회적 문제와 모순을 극복하거나 해결하는 대신, 이것이 일상의 선택과 스타일의 ‘차이’로 간편하게 전환된다는 점이다. 소비를 통해 유통된 일련의 코드는 대중의 무의식으로 침투해 이들을 별 저항 없이 수용하도록 한다. 그러므로 상술한 맛집을, 보다 정확하게 그 기호를 향유하고 매개하는 행위들은 음식에 대한 순수한 경험보다, 공간과 관련된 이미지와 상품의 소비로 환원된다.

예컨대, 삶의 고통이나 아픔에 대한 정서적 위로가 문화적 유행으로 생성되었던 흐름이 인문학 열기와 접합되며 오늘날의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삶을 청년세대의 관점에서 이야기하고, 그들이 스스로 사유하고 성찰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였다. 흥미로운 점은 ‘자기계발’ 열풍이 방증하듯, 이러한 흐름에서 ‘집단’보다 ‘개인’을 강조하는 경향이 대두되었다는 점이다. 이런 경향은 후기 자본주의의 공간에서 뚜렷하게 나타나는데, 특정한 실천의 맥락 속에서 대중들은 유ㆍ무형의 요소들과의 관계를 통해 ‘개인’을 위한 특정한 사회적 관계를 형성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음식점, 백화점, 영화관 등에서 이루어지는 공간적 실천들은 개별적 행위, 특히 소비의 과정에서 소모되거나 변질된다.

이처럼 현실에서 충족되기 어려운 욕망과 희원에 대한 대체재를 공간의 전유와 소비를 통해 달성하고자 대중들은 자신의 선호를 사회화하고, 평가를 교환하거나, 타인과의 끊임없는 거짓 대화와 관계 혹은 경쟁을 이어간다. 이 과정에서 실제의 삶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자부심과 만족의 감정, 자기효능감의 극대화는 해당 공간에서의 노력과 노동을 수행하는 동기와 역능을 부여한다. 그러므로 맛집 역시 제3의 공간으로 분류되는 ‘비장소’임에도 불구하고, 타인에게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일련의 부단한 노동이 이루어지는 공적 공간으로 기능한다. 이때의 노동은 타인에게 과시하기 위한 사진 촬영, 사진 보정, 촬영본 검열, 그리고 이와 함께 제시하는 독특하고 차별화한 문구 등을 고안하고 수행하는 작업이다.

갤브레이스(Galbraith)는 그의 저서 <풍요한 사회>를 통해 오늘날 자본주의의 모순을 지적한다. 그는 자본주의는 효율성과 생산성으로 인류를 보다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도록 만들었지만,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소유와 삶의 질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음을 진단한다(Galbraith, 1958/2006, 26쪽). 즉, 현대사회는 표면적으로 가난에서 벗어난 풍요로운 사회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행복과는 거리가 있는 곳이다. 또한, 삶을 영위하는 과정에서 사회 구성원과 자본이 필연적인 관계를 형성하면서 자본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욕망이 증대하였으며, 이러한 욕망은 곧 성공과 성취, 능력주의의 신화를 낳는다. 그러나 성공, 성취, 능력, 심지어 감정까지 자본을 창출할 수 있는 효율적 주체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기능하면서, 결과적으로 사회 구성원은 타인과 구조로부터의 상시적인 평가의 대상이 되는 환경에 내던져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인은 적재적소에 부합하는 유능한 주체가 되기 위해 스스로 관리하고 분투하며 자기계발하는 시민으로서 필요한 역량과 자질을 추구한다.

특히, 인정욕구와 관련된 원초적인 감정은 오늘날 다양한 사회적, 경제적인 것들로 구성되는 하나의 장에서 생산, 유통, 재활용되는 새로운 상품으로서(Illouz, 2007/2010, 126쪽) 경제 분야를 망라해 문화, 소비, 취미 등의 분야로 확장되었다. 이처럼 정서의 상품화는 우리의 사회적 경험에서 무형적인 측면에 해당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아 및 타자에 대한 인식, 자서전 장르, 대인관계를 조직하는 고도로 내면화된 문화 도식으로 작용한다(Illouz, 2007/2010, 103쪽). 이러한 인정욕구는 ‘타인에게 보여주는 행위’뿐 아니라 상품을 ‘즐길 수 있다는 무의식’을 통해서도 이루어진다. 그 무의식은 빈번하고 일상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주체는 그렇지 못한 주체와의 비교를 통해 ‘능력 있는 사회 구성원’이라는 자기효능감을 확인하는 계기가 된다. 이 과정에서의 능력이란 상품을 충분히 구매하고, 주류 문화를 자유롭게 향유함으로써 사회적 위치를 가늠할 수 있는 비공식적 지표이다. 이 같은 환경은 다수의 구성원들에게 일상의 고된 노동과 경쟁을 자연화하고, 지배적 흐름에 부합하는 표준화한 행동양식을 권면하며, 연관된 시스템을 확대 재생산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구성원의 심신을 안녕치 못하게 한다.

이러한 문맥에서 남루한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휴식과 힐링에로 향하는 문화로서의 음식 및 음식과 관련된 실천들은 현실에서 결핍되었으면서도 채워지기 어려운 인정욕구의 갈망과 맞닿아 있다. 또한, 개인은 스스로 상시적인 관찰과 감시의 대상이라는 의식 또는 무의식 속에서 다양한 문화적 실천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고 자기효능감을 경험하길 원한다. 즉, 미디어가 제공한 일련의 실천과 활동과 함께 일상에서 경험한 박탈감과 고통은 청년세대 혹은 그들과 유사한 환경에 처한 사회 구성원들이 풍부한 자본과 안정된 삶을 살아가는 주체들이 향유하는 문화를 소유하거나 그러한 존재가 되기를 염원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변화된 시간과 공간에 대한 인식과 상응하는 실천은 주체의 일상적 삶을 제한하거나 전향적이며 통합적 인식과 사유를 차단하는 통제의 기제로 작동한다.


6. 나가며

이 연구는 음식 콘텐츠가 유력한 방송의 포맷이자 장르가 된 한국 사회에서 이것이 이전의 먹방과 쿡방을 거쳐 최근 맛집을 탐방하는 내용으로 변화하고 있는 원인을 심층적으로 논의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맛집에 관한 내용을 방송한 프로그램 중 사회문화적으로 일정한 반향을 일으킨 MBC의 <나 혼자 산다>와 <전지적 참견 시점> 두 프로그램의 텍스트를 면밀하게 분석하였다. 이를 통해, 이들 텍스트가 한국 사회 및 구성원들의 일상과 어떠한 관계 설정을 하고 있는지 탐색하고자 하였다. 오늘날 음식 탐방이 단순한 방송 포맷을 넘어 한국 사회에서 유의미한 문화7) 중 하나로 자리 잡았기에, 음식과 해당 공간에 대한 함의를 윌리엄즈와 하비의 개념과 관점을 차용해 연구를 진행하였다. 분석 결과, 오늘날 대중은 극심한 경쟁과 노동의 이면에서 소진과 피로, 고독과 소외, 허기와 배제 등을 중층적으로 경험하는 결핍된 삶을 영위하고 있었다.

이를테면, 보상이 정당하거나 합리적이지 않은 불안정한 노동에 대한 불만족과 미래에 대한 불안, 과열된 경쟁 속에서 복지 등의 사회 안전망이 부재한 사회 구조에 대한 실망, 끊임없는 자기계발과 개인적 노력을 통해서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삶과 현실, 나아가 일인 가구의 급증, 고용과 주거의 불안정, 대인 커뮤니케이션의 단절, 사회 전반의 불평등과 불공정의 심화 등에 대한 분노와 냉소의 증대 등을 들 수 있다. 동시에, 다수의 청년세대는 이러한 적대적 환경에 적극적으로 저항하거나 집단적인 연대를 기획하기보다, 이러한 체제와 현실에 순응하거나 이것이 내장한 가치들을 내면화하고 다른 형태의 문화적 실천을 통해 사사화된 방식으로 이에 대처하는 대안적 정서구조를 형성하였다.

그 결과, 대중은 작지만 확실한 위안을 선사하는 문화를 추구하고, 일상에서 이를 꾸준하게 실천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이를 당대의 지배적 문화인 미디어와 이의 수용 및 관련된 일상적 실천을 통해 획득하고자 하였다. 그중 하나인 음식과 관련한 문화의 향유는 이것이 과거 음식 자체에 집중되어 있었던 반면, 최근에는 음식과 함께 장소, 이에 대한 공감각적 체험을 두루 포괄하는 양상으로 변화하였다. 바꿔 말해, 이는 음식을 비롯한 물질문화를 인식하는 관점에 일련의 변화가 생성되었음을 의미한다. 가령, 과거 음식을 통해 타인과 정(情)을 나누고, 유대감을 형성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던데 반해, 최근에는 이를 향유하는 과정과 행위, 공간의 점유, 이를 SNS 등을 통해 타인에게 시각적으로 노출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만족감, 혹은 자기효능감 등으로 음식에 대한 인식과 실천이 변모된 측면이 있다.

이 과정에서 후기 자본주의의 이미지와 소비로 상징되는 사회 속에서 피로와 소진의 경험을 일상적으로 체험하는 대중에게 제공되는 상품 형식의 음식과 이와 관련된 문화적 실천은 힐링과 휴식이라는 유토피아적 감정을 내장하거나 대체하는 방식으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진정한 쉼이나 휴식, 위로를 주기보다 또 다른 분주한 노동과 경쟁, 자기계발의 기제로 활용되고 있다. 이처럼 구조화한 소비사회에서의 대중은 일상적 행복과 만족감, 그리고 자기효능감이라는 긍정적 감정과 더불어, 타인과의 쉼 없는 비교로 인한 피로와 열등감, 고독과 불안이라는 부정적 감정을 양가적ㆍ상시적으로 체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후기 자본주의 사회의 획일화되고 표준화한 힐링과 휴식, 치유의 상품화된 양식에 대한 개인적 성찰과 인식, 이에 대한 진지한 사회적 논의, 제도적 대안과 실천이 요청되는 때이다.

Notes
1) 과거에도 맛집 탐방과 관련한 일련의 프로그램들이 제작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는 맛집 탐방을 소재로 한 미디어가 대중적인 화제성과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사회, 경제, 문화, 산업적으로 많은 지지를 얻고 있다는 측면에서 유력한 프로그램의 텍스트를 보다 면밀히 분석하고자 하였다. 미디어 텍스트는 당대의 시대 상황과 흐름이 반영된 매개물로서, 특히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텍스트는 텔레비전 수용의 문화적 차이를 넘어 텔레비전 매체라는 특수한 언어와 인식론의 문제를 밀접하게 고찰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는 사례이다(홍석경, 2004, 259쪽). 이러한 가정에 기반해 이 연구는 맛집 탐방이란 흥미로운 현상을 효과적으로 다루기 위해, 이것이 발현되는 한국 사회의 다층적 맥락과 연결해 대중의 삶과 문화에 주목하고자 하였다.
2) 해당 수치는 특정 지역 및 기간을 기준으로 차트에서 가장 높은 지점 대비 검색 관심도를 나타낸 자료이다. (2008-2023년까지 시간 흐름에 따른 먹방콘텐츠에 대한 관심도 변화. Google Trends South Korea Youtube Search Volume. URL: https://trends.google.com/trends/explore?date=all_2008&gprop=youtube&q=먹방. Accessed on Mar. 29, 2023.
3) 이를테면, 최근에 방영되었던 텔레비전 프로그램들로 <줄 서는 식당>(tvN, 2022-2023), <노포의 영업비밀>(tvN, 2021-2022), <미식클럽>(Mbn, 2018), <빵카로드>(SBS FiL, 2023),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tvN, 2018-2019) 등이 있다. 또한, 오래전에 시작되어 현재까지 방영 중인 프로그램들로 <한국인의 밥상>(KBS1, 2011-현재), <백반기행>(TV조선, 2019-현재)을 들 수 있다. 이외에도 각종 플랫폼에서 맛집 탐방을 소재로 한 콘텐츠들이 양산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동네 한 바퀴>(KBS1, 2018-현재) 등 지역과 사람, 음식과 맛집 탐방을 혼합한 형식의 프로그램들도 등장하고 있다.
4) 감정구조란 ‘감정(feeling)’과 ‘구조(structure)’가 결합된 복합 용어이다. ‘감정’과 ‘구조’는 일견 대립적이거나 경쟁 관계를 형성하고 때문에 이율배반적인 용어처럼 보이기도 한다. ‘구조’는 견고하고 안정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매우 섬세하고 파악하기 힘든 부분에서 작동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감정구조는 한 시대의 문화(文化)이며, 기저에 침윤(浸潤)된 사회적 경험이자, 살아 있는 유기체이다. 이 과정은 의식적으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가 존재하는 조건 하에서 무의식적이며 심층적으로 작동한다. 그러나 감정구조는 공동체의 개인 대다수가 유사한 질량이나 정도로 소유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모든 실재하는 공동체에서 심층적이고 광범위하게 공유 및 실천되는데, 바로 의사소통이 의존하는 매개가 감정구조이다(Williams, 1961/2007, 81쪽). 또한, 감정구조는 공식적 영역이나 층위에서만 학습되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흐름에서 새로운 세대는 나름의 방식으로 독특한 세계에 대응하고, 추적하며, 수용함으로써 사회 조직의 많은 부분을 재생산한다.
5) 이 연구는 음식과 관련한 개인의 수용과 전유, 이것이 오늘날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청년 주체들의 감정구조와 문화적 실천을 이해하는데 유용하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주제를 탐색적으로 논의하고 시대와 개인을 적확하면서도 깊이 있게 이해하는 것을 주요한 연구 목적으로 삼고 있기에, 두 프로그램이 같은 방송사에서 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분석의 대상으로 선정하였다.
6) 다만, 이 연구는 대중문화 텍스트와 사회현상을 대상으로 윌리엄즈의 감정구조를 정형화된 방법론적인 틀로서 활용하는 것과 거리를 두고자 하였다. 이는 대중문화 텍스트가 재현하는 내용, 이미지, 발화, 형식, 행위 등과 이를 소비하는 청년세대의 양상을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구체적이고 총체적으로 살펴보기 위해서는 유연하고 상보적인 방식이 적합하다 판단하였다.
7) 오늘날 음식을 포함한 일종의 ‘상상적 공간’으로서의 지역이나 도시, 세대나 문화에 대한 공통 감각을 확대 재생산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미디어라는 데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특히, 빠르게 변화하는 미디어 테크놀로지와 지형의 변화 속에서도 텔레비전은 한국 사회가 ‘압축적 산업화’와 ‘압축적 도시화’를 경험하는 과정에서 도시인들에게는 지역에 대한 소식과 이미지, 대중에게는 유행하는 트렌드와 소비 관련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매개체 역할을 변함없이 충실하게 수행(주재원, 2020, 191-192쪽)하고 있다.

References

  • 강명구 (1993). <소비대중문화와 포스트모더니즘>. 서울: 민음사.
  • 강준만 (2009). 자동차의 미디어 기능에 관한 연구. <언론과학연구>, 9(2), 5-46.
  • 구난희ㆍ김왕배ㆍ박형신ㆍ정미량ㆍ정수남ㆍ정준영 (2012). <열풍의 한국사회>. 서울: 이학사.
  • 김보영 (2020). ‘가장 무도회’가 된 예능, 방송가 ‘부캐’ 열풍 왜?. <방송문화>, 방송문화 2020년 가을호, 240-246.
  • 김수정 (2010). 글로벌 리얼리티 게임쇼에 나타난 ‘자기통치’의 문화정치. <한국방송학보>, 24(6), 7-44.
  • 김수철 (2015). 1980년대 이후 한국 텔레비전 음식프로그램과 음식문화의 관계에 대한 고찰. <방송문화연구>, 27(2), 85-122.
  • 김훈순ㆍ정사강 (2020). TV 다큐멘터리와 청년세대 재현에 대한 비판적 고찰. <사회과학연구논총>, 36(2), 77-108.
  • 나은경 (2015). ‘먹는 방송’과 ‘요리하는 방송’ 음식 미디어에 대한 커뮤니케이션학적 탐색: 텔레비전 먹방/쿡방 유행의 사회문화적 배경과 뉴미디어 이용 요인. <사회과학연구>, 28(1), 183-215.
  • 노의현 (2016). ‘먹방’의 욕망에서 ‘쿡방’의 욕망으로. <문화과학>, 86, 356-376.
  • 류웅재 (2015a). ‘쿡방’의 정치경제학: 주체의 자기 통치의 관점에서. <문화과학>, 83, 160-173.
  • 류웅재 (2015b). <여가의 일상화와 아웃도어의 부상 in 고어텍스와 소나무>. 파주: 한울.
  • 문상현 (2009). 미디어 정치경제학의 학문적 지형과 이론적 과제. <한국언론정보학보>, 45, 77-110.
  • 문영은ㆍ심지수ㆍ박동수 (2017). “내가 좋아하는 먹방 BJ는요ㆍㆍㆍ.” <언론과사회>, 25(2), 58-101.
  • 박미향 (2019.4.24). 맛집 추천, 세상에 믿을 사람 없다?. 한겨레21.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6958.html, . Accessed on June 10, 2023.
  • 박형신 (2011). 맛집 열풍의 감정동학과 사회동학. <사회와이론>, 18, 283-314.
  • 배영달 (2005). <보드리야르와 시뮬라시옹>. 파주: 살림출판사.
  • 백상빈 (2016). 건강욕망. 현대정신분석학회 학술발표대회 프로시딩, 66-69.
  • 원용진 (2010). <새로 쓴 대중문화의 패러다임>. 서울: 한나래.
  • 이항우 (2006). 미니홈피와 비공식적 공적 생활의 조건. <한국사회학>, 40(3), 124-154.
  • 임정식 (2022). TV 음식프로그램의 스토리텔링과 성공 요인 분석: <식객 허영만의 백반 기행>을 중심으로. <한국콘텐츠학회논문지>, 22(12), 292-302.
  • 정유정 (2017). 윌리엄즈의 ‘감정구조’ 개념과 계급에 대한 제(諸) 개념들의 검토. <한국콘텐츠학회논문지>, 17(8), 130-143.
  • 주재원 (2020). 만들어진 지역성: 상상된 고향과 내부 오리엔탈리즘. <한국방송학보>, 34(5), 186-218.
  • 주창윤 (2012). 좌절한 시대의 정서적 허기. <커뮤니케이션 이론>, 8(1), 142-176.
  • 주창윤 (2013). <허기사회>. 파주: 글항아리.
  • 통계청 (2022.12.13). <한국의 사회동향 2022>. 세종특별자치시: 통계청.
  • 홍경수ㆍ김수철 (2018). 음식문화연구 서설. <사이버커뮤니케이션학보>, 35(1), 187-223.
  • 홍석경 (2004). 텔레비전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현실구성. <방송문화연구>, 16(1), 257-280.
  • 홍석경ㆍ박소정 (2016). 미디어 문화 속 먹방과 헤게모니 과정. <언론과사회>, 24(1), 105-150.
  • Auge, M. (2009). Non-Places. 이상길ㆍ이윤영 (역) (2017). <비장소>. 파주: 아카넷.
  • Beardsworth, A., & Teresa, K. (1997). Sociology on the menu: an invitation to the study of food and society. 정현주 (역) (2010). <메뉴의 사회학: 음식 먹기와 연구로의 초대>. 파주: 한울.
  • Fiske, J. (1990). Communication theory. United Kingdom, London: Routledge.
  • Galbraith, J. (1958). The affluent society. 노택선 (역) (2006). <풍요한 사회>. 서울: 한국경제신문사(한경비피).
  • Harvey, D. (1989). Condition of postmodernity: An enquiry into the origins of culture. 구동회ㆍ박영민 (역) (2008). <포스트 모더니티의 조건>. 파주: 한울.
  • Harvey, D. (2000). Space of hope. 최병두ㆍ이상율ㆍ박규택ㆍ이보영 (역) (2001). <희망의 공간>. 파주: 한울. [https://doi.org/10.1057/9780230510586_3]
  • Harvey, D. (2004). Spaces of neoliberalization: towards a theory of uneven geographical development. 임동근ㆍ박훈태ㆍ박준 (역) (2010).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공간들>. 서울: 문화과학사.
  • Harvy, D. (2016). The Ways of the World. 최병두 (역) (2017). <데이비드 하비의 세계를 보는 눈>. 파주: 창비.
  • Huffpost (2013.12.18). Meok-Bang Trend In South Korea Turns Binge Eating Into Spectator Sport. The Huffpost. https://www.huffpost.com/archive/ca/entry/meok-bang-trend-in-south-korea-turns-binge-eating-into-spectator_n_4467240, . Accessed on Mar. 31, 2023.
  • Illouz, E. (1997). Consuming the Romantic Utopia: Love and the Cultural Contradictions of Capitalism. 박형신 (역) (2014). <낭만적 유토피아 소비하기: 사랑과 자본주의의 문화적 모순>. 서울: 이학사. [https://doi.org/10.1525/9780520917996]
  • Illouz, E. (2007). Cold Intimacies: Making of Emotional Capitalism. 김정아 (역) (2010). <감정 자본주의. 파주: 돌베개.
  • Kwaak, J. S. (2014.3.9). In South Korea, Eating Shows—or ‘Mokbang’—Are Hits on the Web ‘Eating Broadcasts’ Focus on Chowing Down. The Wall Street Journal. https://www.wsj.com/articles/SB10001424052702304851104579359592178568668, . Accessed on Mar. 31, 2023.
  • Mccracken, G. (1988). Culture & Consumption. 이상률 (역) (1996). <문화와 소비>. 서울: 문예출판사.
  • Mcguigan, J. (2014). Raymond Williams on Culture and Society (Essential Writings). 임영호 (역) (2023). <문화와 사회를 읽는 키워드 레이먼드 윌리엄스 선집>. 서울: 컬처룩.
  • Oldenburg, R. (1989). The Great Good Place. United state, NY: Marlowe & Company.
  • The Economist (2015.6.27). The food-show craze. The Economist. https://www.economist.com/asia/2015/06/27/the-food-show-craze, . Accessed on Mar. 31, 2023.
  • Williams, R. (1961). The Long Revolution. 성은애 (역) (2007). <기나긴 혁명>. 파주: 문학동네. [https://doi.org/10.7312/will93760]
  • Williams, R. (1983). Culture and Society, 1780-1950. 나영균 (역) (1988). <문화와 사회>. 서울: 이화여자대학교 출판부.

<표 1>

두 프로그램의 주요 에피소드 내용

나 혼자 산다 전지적 참견 시점
에피소드 방영일자 내용 에피소드 방영일자 내용
연이연이의
여름(집)안에서
2020.7.17 바쁜 일상으로 인해 평소 먹지 못했던 음식을 직접 요리함 에피소드1, 2 2018.3.17, 2018.3.24 이색적 메뉴가 있는 고속도로 휴게소를 직접 방문해 음식을 체험함
초복특집 2022.7.15 각자 다른 방식으로 더위를 극복하며 하루를 보냄 홍현희, 황정철
매니저
2021.3.17 서로 경쟁하며 음식을 먹고, 음식을 먹는 방법에 관해 소개함
하고 싶은 거
다 해
2023.6.2 건강관리를 위해 운동을 하고 유행하는 음식을 자신의 방식으로 조리함 지석진, 곽상원
매니저
2022.1.29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카페를 직접 찾아가 해당 공간을 경험하고 그곳의 음식을 먹어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