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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ticle ] | |
Journal of Social Science - Vol. 35, No. 4, pp. 151-172 | |
Abbreviation: jss | |
ISSN: 1976-2984 (Print) | |
Print publication date 31 Oct 2023 | |
Received 15 May 2024 Revised 22 Sep 2024 Accepted 15 Oct 2024 | |
DOI: https://doi.org/10.16881/jss.2024.10.35.4.151 | |
여성결혼이민자의 일 · 가정 양립을 위한 탐색적 연구 | |
장안서 ; 이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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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사회서비스원 | |
순천향대학교 | |
An Exploratory Study of Immigrant Wives’ Work-Family Reconciliation Support | |
Ann-seo Jang ; Hyei-jung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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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jong Public Agency for Social Service | |
SoonCheonHyang University | |
Correspondence to : †이혜정, 순천향대학교 청소년교육상담학과 강사, 충남 아산시 순천향로 22, E-mail : iamwitch428@gmail.com 장안서, 세종시사회서비스원 연구위원(제1저자) | |
본 연구는 여성결혼이민자와 한국인 배우자의 자녀 양육 등 가정생활과 직업 생활 경험을 일·가정양립의 관점에서 분석해 여성결혼이민자의 취업과 직업 유지를 통한 사회참여 가능성을 탐색했다. 여성결혼이민자 10명과 국제결혼 가족의 한국인 배우자 5명이 참여하는 3개 집단에 대한 초점집단 인터뷰를 통한 경험자료 수집 후 주제별 분석법을 활용해 14개 의미 단위, 7개 하위 주제를 도출하고 3개 주제로 정식화했다.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여성결혼이민자는 국제결혼을 통해 한국인으로서의 법적 지위를 얻으나 이방인과 같은 자신들의 위치, 일터에서는 직무몰입이 제한된 파편적 노동력으로, 가정에서는 보조적 노동력으로 인식되는 자기 위치를 확인한다. 둘째, 여성결혼이민자는 이중언어교육이나 한국식 양육과 같은 자녀양육에서의 한국적 상황에 직면하나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한 배우자의 도움이나 지역사회 자녀 돌봄 인프라의 지원을 적절하게 제공받지 못하여 자녀 양육의 책임을 오롯이 짊어진다. 셋째, 여성결혼이민자의 일과 가정의 병행을 위해 언어 능력을 지역사회 발전 및 지역주민 생활 개선에 활용할 수 있는 일자리와 일거리 창출을 위해 노력하는 한편 자녀 돌봄의 책임과 역할을 사회서비스 및 인프라가 나눠 질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 결혼을 계기로 과거와 자산을 뒤에 두고 고향을 떠나 새로운 삶을 개척하고 있는 여성결혼이민자에게 한국에서 새로운 관계와 사회적 참여를 구성하는 과정이 실존적 의미이며 일과 가정의 균형과 양립을 위한 사회적, 제도적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In this study, we explored the possibility of social participation for immigrant wives through employment and job retention by analyzing their experiences of family life, including child-rearing, and their professional life from the perspective of work-family balance. Data were collected through focus group interviews with two groups of 10 immigrant wives. Using thematic analysis, we derived 14 meaning units and seven sub-themes, which were formulated into three main themes. The research findings are as follows. First, immigrant wives consider themselves strangers and as women who are limited when it comes to engaging in work. Second, immigrant wives do their best in the roles and duties entrusted to them as primary caregivers in the face of Korean circumstances in raising children, such as bilingual education and Korean-style parenting. Third, a program is needed to support the raising of children and the establishment of safe social relations for immigrant wives in work-family Reconciliation. A system is needed in which social services and theire related infrastructures can share responsibilities and roles in caring for children so that immigrant wives can secure psychological and physical space and energy that can balance work and family while making efforts to create jobs and jobs that can utilize their background and language skills for community development and improvement.
Keywords: Immigrat Wives, Work-Family Reconciliation, Focus Group Interview 키워드: 여성결혼이민자, 일·가정양립 |
한국 사회는 이주노동, 국제결혼이 급증한 2000년대 이후 다문화사회로 빠르게 진입하였다. 통계청이 다문화가구 수를 발표하기 시작한 2015년에는 29만 9천 가구 규모였으나 2022년 39만 9천 가구로 증가하였으며 전체 가구 중 다문화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2%로 나타났다(통계청, 2023). 다문화가구 중 결혼이민자 가구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전체의 82.4%(여성가족부, 2022)로 다문화가구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다문화가족정책은 결혼이민자와 그 가족에 대한 지원을 중심으로 발전하였다. 특히 국제결혼을 통해 한국 사회로 이주한 여성결혼이민자들은 한국에서 여타의 외국인 또는 외국인이었던 국민에 비해 적극적인 통합의 대상으로 여겨졌으며(김선희, 전영평, 2008), 이들이 이룬 가족이 제도권 내에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사업이 추진되었다.
여성결혼이민자들의 거주가 장기화되고 이들의 자녀가 성장하면서 다문화가족 구성과 유형이 다양해졌으며, 다문화가족이 직면하는 문제와 욕구도 변화함에 따라 새롭고 복잡한 수요에 부응하는 정책이 필요하게 되었다(김은재, 최현미, 2019). 결혼이민이 활발했던 초기에는 결혼이민자의 적응이 주요 관심사였으나 이후 그들의 인권과 차별문제, 소득과 경제생활, 가족갈등과 사회적 관계에 대한 문제로 영역이 확장되었고 연구와 정책의 대상도 다문화가족 한국인 배우자와 자녀(중도입국자녀 포함), 본국으로 귀환한 가족까지 관심의 범위가 확장되었다(장안서, 박형존, 김현수, 이혜정, 2023). 코로나 팬데믹으로 국제결혼 규모의 변화는 다소 주춤하였으나 꾸준히 변화하며, 결혼이민자와 다문화가구 수는 증가하였고 다문화가족 자녀의 학령기 진입과 함께 다문화 학생 수는 전체 학생 수의 감소와 반대로 증가하고 있다. 또한 다문화가족의 양적 증가로 인해 가족 간 갈등, 폭력에 의한 이혼이나 별거, 고령화에 따른 사별 등 가족의 해체와 재구성에 따라 다른 삶을 살아가는 여성결혼이민자의 증가로 자립을 위한 정책적 수요도 발견되고 있다(장안서, 2024).
여성결혼이민자들이 한국에서 가정을 이루고 아내와 어머니로서 역할을 하며 사회의 구성원으로 기능하게 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은 그들의 문화적응, 사회적응, 언어교육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이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취업과 일자리 지원은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다. 신자유주의 질서 속에서 노동이주와 결혼이주는 이주 경로가 다르지만 경제적 생존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크게 다를 바가 없다(이은정, 2018). 즉 여성결혼이민자들은 모국에서 경제적인 어려움을 이유로 국제결혼을 선택하여 한국에 오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인 남편의 여건도 열악한 사례가 많다. 또한 한국인 남편이 고령, 산재, 실직 등으로 일을 하지 못하거나 사별, 이혼으로 가족이 해체되었을 때, 여성결혼이민자들이 취업하여 가정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하므로 직업생활은 이들에게 매우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언어소통과 문화차이의 현실적인 한계에도, 가정의 어려운 경제 여건을 해결하고 자녀 교육비, 모국 가족에게 송금, 자신의 능력을 활용하고자 하는 욕구 등 취업에 대한 욕구가 높다(박현성, 2014). 여성결혼이민자들은 본국을 떠나 한국으로 이주하면서 모국과 가족들을 위해 헌신한다고 볼 수 있으며 이들이 취업을 통해 경제활동을 한다는 것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다문화가정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것과 동시에 가족해체를 미리 방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박미숙, 김영순, 홍유나, 2014).
여성결혼이민자의 경제활동 비율을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30대 이하는 경제활동 참여 비율이 해당 연령대 국민보다 현저히 낮은데 이는 초기 적응과 임신·출산, 자녀 양육 등의 이유로 상당기간 경제활동을 유보하는 것으로 보이며, 40대 이상이 될수록 경제활동 참여 비율이 높아지며 일반 국민과 격차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통계청, 2022). 여성결혼이민자들이 일하면서 느끼는 어려움으로 자녀 양육과 가사 병행의 어려움(11.5%)이 가장 높았고 낮은 임금(10.9%), 한국어 문제(9.2%) 순으로 나타났다(여성가족부, 2022). 특히 가정과 직결되는 자녀 양육과 집안일 병행에 대한 어려움은 취업을 방해하는 요인이 되고 취업 중단으로 이어지는 위협요인이 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상황은 한국의 기혼 여성 근로자와 다를 바 없지만 여성결혼이민자의 경우 외국인이라는 사회적 시선까지 감내하고(이현주, 장동헌, 2016), 임금이나 처우에서의 차별을 받는 등1) 다중의 부담을 지니고 있다. 갈수록 높아지는 여성결혼이민자의 경제활동 참여 비율과 일자리 수요를 고려했을 때, 사회통합 촉진의 관점에서 이들의 경제활동과 사회 참여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경제적 통합 논의가 필요하다(김현숙, 2015). 이에 본 연구에서는 여성결혼이민자와 한국인 배우자의 자녀 양육 등 가정생활과 직업 생활 경험을 일·가정 양립의 관점에서 분석함으로써 여성결혼이민자의 취업과 직업 유지를 통한 사회참여의 가능성을 탐색하였다.
일·가정 양립(work-family balance)에서 일은 직업을 통해 화폐적 가치로 지불되는(paid) 경제적 활동을 의미하고, 가정은 개인적인 영역에서 가족을 돌보고(care)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무보수(unpaid)의 가사 노동(household work)을 의미한다(이현주, 장동헌, 2016). 일·가정의 양립은 경제활동과 가족 돌봄활동이 병행될 수 있도록 일과 가정의 갈등을 줄이려는 노력이며 이를 지원하는 정책적 배려이다(정미주, 임상호, 2016). 전통적으로 가정 내 돌봄활동은 여성에게 기대되는 역할로, 출산, 양육이 곧 경제활동의 단절로 이어지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과 가정을 별개의 영역으로 보지 않고 두 영역의 조화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일·가정양립제도의 필요성은 일과 가정의 영역에서 개인이 다중역할을 수행하면서 역할의 요구사항이 상충될 때 갈등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직장과 가정에서 역할 수행에 따른 긴장과 스트레스, 성 불평등이 대표적이며, 특히 전통적으로 가사 및 육아 책임이 여성의 몫이라는 고정관념으로 인해 여성들은 남성보다 일·가정 갈등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경험하고 우리 사회 장시간 근로로 인해 취업한 기혼여성은 그 압박이 가중된다(안은정, 2013). 그러나 일·가정 갈등의 전이효과에 대해 일-가정 영역의 갈등을 중심으로 ‘일방향적 접근’이 아닌 ‘양방향의 관계’로 인식한 연구도 있다. 김준기와 양지숙(2012)은 일·가정양립의 개념을 직장-가정 영역의 통합과 긍정적 전이관계의 강화로 보았고, 이진숙과 이슬기(2015)는 직장에서의 성취가 가정생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침으로써 양자 간 상관관계에 주목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다양한 논의를 종합해 볼 때, 일·가정양립의 개념은 갈등의 최소화 또는 갈등의 해소를 내포하고 직장-가정에서의 역할과 시간 분배에 있어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일하는 여성결혼이민자의 일·가정양립에 관한 선행연구는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현상학적 연구방법을 활용한 박현성(2014)은 여성결혼이민자의 가사분담과 자녀양육 과정에서 가족과 가치관 차이로 어려움을 경험하고 일터에서 의사소통 어려움과 소외감을 파악하였고, 이들이 한국인으로 인정받고자 하는 의지가 강한 것을 밝혔다. 이현주와 장동헌(2016)은 실증적 분석을 기반으로 일-가정 병행에 있어 개인 요인(연령), 직무요인(근로 형태, 임금), 문화 요인(한국어)으로 구분하여 긍정 요인과 부정 요인을 검증함으로써 일·가정양립에 고려할 수 있는 함의점을 제시하였다. 선행연구에서 조망한 바와 같이, 사회 참여와 경제활동의 관점에서 여성결혼이민자는 연령과 일 경험, 직무 특성과 한국어 수준처럼 한국의 기혼 여성들과는 다른 조건과 상황에 놓인다. 여성결혼이민자의 가정과 일 생활을 고려했을 때 그들이 경험하는 여러 상황에 대한 조망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우선 여성결혼이민자들은 언어와 문화차이, 서로 다른 생활방식으로 부부 간 갈등을 경험하고 시댁과 갈등, 고부갈등, 자녀 양육 문제로 인한 갈등과 같이 여러 형태의 어려움을 겪는다(전혜성, 2019). 식습관, 가족행사, 의사결정, 한국식 의례, 성역할, 재산관리 등 여성결혼이민자 입장에서는 그 어느 것 하나 익숙한 것 없이 새롭게 배우고 이해해야 하는 과업들이다. 여성결혼이민자들은 가사 노동 분담, 여성의 경제활동을 둘러싼 문화적 전제와 평가, 가족 내 역할 기대 등 광범위한 영역에 한국 문화의 단면을 경험하고 있어 일반 기혼 여성들의 어려움보다 더 힘든 상황이다(김이선, 2006). 또한 여성결혼이민자 가족의 자녀는 성장 과정에서 가족의 발달과업 문제와 적응 문제(연은모, 최효식, 2020), 정체감 혼란과 사회적 차별, 학업과 의사소통 어려움을 경험한다(김선, 2011). 이는 주양육자인 여성결혼이민자의 부담으로 이어지며 가사노동과 양육, 낯선 환경에의 적응과 같이 가정 내외 다중역할은 다중부담의 심화를 초래한다(유수정, 이청아, 2022). 또한 결혼을 통해 얻고자 했던 새로운 삶에 대한 꿈과 달리, 한국 생활은 중하위층의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아(박미숙 외, 2014) 여성결혼이민자들은 가정의 경제적인 보탬과 자립을 위해 취업 욕구를 지닌다. 그러나 양육 부담으로 취업을 하지 못하기도 하고 낮은 한국어 수준, 적성에 맞는 일자리나 가사 도움을 받을 수 없어서 취업에 제한을 받기도 한다(김승권, 조애저, 민현주, 2010). 결국 자녀 양육과 가사노동, 가족 내 다중역할 수행은 일·가정 양립에 장애가 되는 것이다.
여성결혼이민자들은 교육 수준과 한국어 실력이 높을수록, 연령은 낮을수록 취업에 정적인 영향이 있는데(한성은, 2011), 이들이 한국사회 적응과 가족 형성에 소요되는 시간을 고려했을 때, 취업시장의 수요와 그들의 생애주기 상황이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문제제기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30대 이하 여성결혼이민자는 초기 적응, 출산, 육아로 취업을 유보하는 경향을 보였고 일정한 직업을 유지하며 직무 숙련도를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여성결혼이민자의 경제활동 현황에 반영되어 있는데, 그들은 34.4%가 단순노무종사자, 42.1%는 임시근로자·일용근로자로 낮은 임금의 일자리에 종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여성가족부, 2022). 여성결혼이민자들이 주로 종사하는 유급노동의 질을 짐작할 수 있으며 일·가정양립에 있어 가사와 돌봄 노동, 심신의 피로감, 자원과 시간 분배 등에서 갈등을 경험할 것으로 사료된다. 높은 취업 욕구를 보이는 여성결혼이민자들은 향후 노동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일과 가정을 병행하게 되리라 추측할 수 있으며, 일을 가진 여성결혼이민자들이 가족 갈등을 최소화하여 조화롭게 살아갈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
본 연구는 여성결혼이민자와 한국인 배우자의 경험자료를 통해 여성결혼이민자의 일과 가정양립 경험의 본질 및 그 과정에서 인식된 이들의 실존을 규명함으로써 여성결혼이민자의 일 가정양립 가능성을 탐색하였다. 이를 위해 초점집단 면접조사(Focus Group Interview: FGI)를 사용하였다. FGI는 특별한 형식을 요구하지 않는 집단적 담화나 논의 환경에서 참여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하는 질적 연구기술이다(Neuman, 2009/2013; 김병연, 조정아, 2020 재인용). FGI의 면담 과정은 연구자에 의해 주도되므로 관찰 방법보다는 연구자의 통제력이 강하게 작용하나 연구참여자들이 집단의 특성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개인 면담에서보다 연구자의 통제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최윤정, 박소영, 김주희, 2019). 또한 초점집단면접에서는 참여자들이 인터뷰 과정에서 자신의 인식과 태도, 변화의 과정을 스스로 더 잘 이해하게 됨으로써 자신의 행동이나 복잡한 동기에 대한 통찰력을 기반으로 진술하게 되어(Morgan, 1996/2007), 개인 면담에 비해 복합적이고 다양한 정보를 도출하는데 유리하다(이림, 2019). 이렇듯 질적 자료는, 여성결혼이민자들이 자녀 양육 및 배우자 원가족과의 관계 등 가정환경뿐 아니라 직업 생활에서 느끼는 딜레마를 복합적이면서도 구체적으로 살피는 데 적합하다. 또한 여성결혼이민자들의 일과 가정양립에 대한 진전된 연구가 요구되는 연구 환경을 고려하여 여성결혼이민자들의 다양한 삶의 형태와 사건을 보여주는 경험자료들 속에서 일과 가정양립의 여러 요인을 추출하는데 유리한 질적 방법을 사용하였다.
여성결혼이민자 연구참여자들은 국제결혼으로 이주한 여성으로 결혼 4년 후 사별한 1명을 제외하고 모두 5년 이상 결혼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이며 한국에 거주한 기간도 최소 5년 이상으로 6명은 10년 이상 거주하고 있었다. 또한 취학전 아동부터 고등학생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자녀를 양육하면서 단시간 근로에 종사 중이거나 정규직에 종사한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이렇게 연구에 참여한 여성결혼이민자들은 한국어 수준이 비교적 높고 자녀 양육과 직장생활을 병행한 경험을 지녀, 연구 주제를 충분하게 이해하고, 풍부한 자료를 제공하였다. 한편 한국인 배우자 집단은 국제결혼을 한 한국인 남성들로 1명을 제외하고 자녀를 양육 중이다. 여성결혼이민자와 한국인 배우자로 구성된 연구참여자는 가족센터 실무자와 이용자들로부터 추천 또는 신청을 받아 섭외하였다. FGI 조사를 진행하기에 앞서 연구참여자들에게 연구의 목적과 내용, 녹취 동의 여부, 자료의 수집과 폐기, 사용 방법, 비밀 보장 등에 대해 설명하고 연구 참여 동의서를 작성했다.
연구에 참여한 한국인 배우자와 여성결혼이민자는 각각 서로 다른 가정으로부터 각 집단에 5명, 총 15인을 선정했다. 인터뷰는 2023년 5월 30일~6월 7일 기간 중 각 집단에서 1회씩, 2시간 30분 동안 총 3회에 걸쳐 진행했다. <표 1>은 연구에 참여한 여성결혼이민자 집단의 일반적 특성, <표 2>는 연구에 참여한 한국인 남편의 일반적 특성이다.
구분 | 모국 | 나이 | 결혼 시기 및 한국 거주 기간 | 취업 경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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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 연번 | 자녀 현황 | |||
A | 1 | 베트남 | 31 | 2010년(6년) | 시간제 근로 |
딸1(중학생), 아들1(취학전) | |||||
2 | 키르키즈스탄 | 40 | 2011년(12년) | 시간제 근로 | |
아들 2(초등학생) | |||||
3 | 일본 | 56 | 2004년(10년) | 시간제 근로 | |
아들 2(고등학생) | |||||
4 | 필리핀 | 34 | 2016년(9년) | 시간제 근로 | |
아들 2(중학생, 초등) | |||||
5 | 중국 | 45 | 2007년(16년) | 정규직 퇴직 | |
아들 1(중학생) | |||||
B | 1 | 중국 | 41 | 2006년(17년) | 시간제 근로 |
아들 2(중학생) | |||||
2 | 필리핀 | 37 | 2005년(18년) | 시간제 근로 | |
아들 2, 딸 2(고등학생) | |||||
3 | 중국 | 40 | 2008년(15년) | 시간제 근로 | |
아들 1(초등학생), 딸 1(취학전) | |||||
4 | 베트남2) | 32 | 2018년(5년) | 시간제 근로 | |
아들 1(취학전) | |||||
5 | 일본 | 39 | 2015년(8년) | 시간제 근로 | |
아들 1, 딸 1(취학전) |
구분 | 나이 | 아내 모국 | 직업 | 자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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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 연번 | ||||
C | 1 | 32 | 러시아 | 대학원생 | 2명 |
2 | 53 | 베트남 | 시설관리 | 없음 | |
3 | 42 | 몽골 | 공무원 | 3명 | |
4 | 52 | 베트남 | 직장인 | 1명 | |
5 | 46 | 네팔 | 운수업 | 2명 |
서로 다른 가정의 여성결혼이민자와 한국인 배우자를 선정함으로써 연구자는 각자의 배우자로부터 독립된, 개별 연구 참여자가 성찰하는 경험의 의미와 인식 자료를 수집하여 분석할 수 있다. 또한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자료 속에서 주제와 본질을 추출할 수 있었다.
자료수집을 위한 질문지 구성은 연구 목표를 충족할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한 주요 질문을 기반으로 하되 면접 초기에는 자유롭고 활발한 상호작용을 위해 비구조화된 개방형 질문을 이용하여 개입하였다. 질문지는 가족관계와 자녀 양육 및 구직과 취업, 사회생활, 복지서비스 이용 경험을 중심으로 구성하였고, 초점집단 면접의 마무리 시점에서 자신과 가족에 대한 바람을 질문했다. 참여자들이 같은 공간에서 동일한 주제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다른 참여자 의견을 경청하며 토의를 다각화하는 과정에서 연구진은 자료를 수집·분석하며 참여자 간 설명과 표현을 검증하며 자료의 신뢰도와 타당도를 높였다(최성광, 최미정, 2022).
수집된 자료는 주제별 분석법(thematic analysis)을 활용하여 분석하였다. 연구참여자들의 경험과 이에 대한 인식을 전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집단별 녹음을 몇 차례 청취하고 전사한 녹취록을 반복하여 정독하였다. 이 과정에서 특정 용어 또는 주제어를 활용하여 해당 구절의 의미를 약호화하여 표시하였다. 이러한 약호화를 통해 방대한 자료를 분석 가능하도록 체계화하고 줄여갔다(최윤정, 박소영, 김주희, 2019). 다음으로 이렇게 약호화된 의미 단위를 핵심적인 주제로 범주화하고 각 범주에서 주제 요소를 도출하고 범주 간 관련성을 분석하면서 그 속성에 따라 하위주제에서 상위주제로 체계화하였다.
FGI를 통해 수집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14개 의미 단위와 7개 하위 주제가 도출되었고 이를 3개 주제로 정식화하였다.
의미 단위 | 하위 주제 | 주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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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에서 평등하게 불평등한 기혼 여성 | 높은 취업의 문턱 | 여성결혼이민자로서의 위치 확인 |
어떤 노력도 ‘외국인’ 앞에서 좌절된다 | ||
타자화의 스펙트럼 | 교묘한 구별짓기 | |
‘시선’을 받는 가족 | ||
‘돈 버는 남편’과 ‘밥 하는 아내’ | 아내가 되다 | |
가정과 일터 사이에서 | ||
남겨지는 엄마의 몫 | 양육이 먼저다 | 적응의 첫걸음, 취업은 아니다 |
돌봄 인프라의 부족 | ||
이중언어교육의 어려움 | 어떻게 잘 키우지? | |
한국식 부모되기, 그 열망과 혼란 | ||
자녀양육에 필요한 도움 | 가정과 지역사회에 안착함 | 일과 가정의 병행을 위해 |
새로운 관계맺기 지원 | ||
꿈을 이루는 여성 | 여성결혼이민자의 독립적 삶 | |
여성결혼이민자의 일터 만들기 |
① 취업에서 평등하게 불평등한 기혼 여성
여성결혼이민자들이 일을 하고자 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일을 한다는 것은 그들에게 향수병이나 산후우울증을 극복하게 해주는 동력이기도 하고, 나의 쓸모를 증명하는 수단이기도 하며 가정의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자구책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들의 연령, 학력, 그리고 혼인상태는 취업에 유리한 조건이 아니다. 설령 경력이 있더라도 이 경력을 인정받는 것이 쉽지 않고 무엇보다 취업에 있어 중요한 변수는 혼인상태이다. 이들의 낮은 학력과 단절된 경력, 양육과 일을 병행해야 하는 상황은 취업시장에서 불리한 조건이 된다.
한국 사회에서 일하는 기혼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과 차별적 분위기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에 관한 법률’까지 제정해야 할 만큼 기혼 여성들의 노동 의지를 훼손하고 유능감이나 능력을 저하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분위기는 한국에서 태어나 성장한 여성뿐 아니라 이주 여성에게도 차별 없이 적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혼 여성에 대한 부정적 태도와 분위기를 개선하고 근로자들이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국적이나 이주 여부에 상관없이 모든 여성에게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연구참여자들은 나이가 많고 수입이 많지 않은 남편과 함께 일함으로써 가정의 경제생활을 개선하고자 하지만 돌봄이 필요한 자녀에 대한 보호 서비스 시간에 일할 시간을 맞추면서 구직을 하거나 취업상태를 유지하기 어려웠다. 또한 상대적으로 젊고 한국말이 유창하며 유능한 사람들과 경쟁하는 상황에서 기혼 여성인 자신의 취업 기회는 갈수록 감소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남편 나이 많아요. 돈 필요해요. 그런데 시간 딱 맞아야지 왜냐면 어린이집 있고 아들도 왔다 갔다 하고 어디 가든지⋯. (A-4)
사무실 업무보조 그런 것도 그렇고 여러 가지 다 잘하는 사람 너무 많으니까 점점 시간이 지나면 나이도 많아지고 젊은 사람도 계속 나오죠. (B-1)
기업들이 우리 같은 주부는 안 쓸 수 있어요. 젊은 친구들이 아주 많잖아요. 언어 배운 사람들도 너무 많기 때문에 우리까지 자리는 안 올 거 같아. (A-5)
② 어떤 노력도 ‘외국인’ 앞에서 좌절된다
연구참여자들은 자기 경력을 살려 취업하거나 사무직으로 근무하고 싶지만 실제로는 식당, 공장처럼 숙련된 기술이나 전문지식이 요구되지 않는 일자리에 대한 취업만 가능한 상황에 놓여있다. 통번역처럼 전문성이 높은 일자리 또는 일거리는 안정성이 낮고 그 숫자도 많지 않은 상황에서 ‘외국인’이라는 것은 취업의 약점이나 결격 요소처럼 작용하게 된다.
취업사이트를 통해 지원한 회사에서 면접이 예정되었으나 자신이 ‘원래’ 한국인이 아니라는 것이 알려지면 고용주들은 고지 없이 면접을 취소하여 면접 기회마저 박탈당하게 된다. 자격증을 취득하고도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렵고 소수의 일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사람들이 많은 상황 앞에서 실망하게 된다. 무조건 거절당하면 답답해지고 좌절감이 깊어지면서 취업을 위한 노력과 시도를 더 이상 하지 않게 된다. ‘외국인’이라는, 타고 태어나 고정되어 있는 조건을 자격증 취득과 같은 개인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외국인한테 일자리 좀 부족한 것 같아요. 외국인 한국오면 무조건 공장에 가야 될 것 같아요. 통번역 활동하지만 우리 안정적인 직업이 있으면 좋겠어요. (A-1)
취직 사이트가 뭐 하나 있었잖아요. 거기에다가 올렸었는데 (중략) 원래는 저 보고 와서 면접을 보라고 했어요. 근데 외국인이냐고 물어보고 나서 네 맞다고 했는데 알았다고 끊었어요. (중략) 혹시 면접을 어떻게 가야 되는지 답장을 달라고 했더니 답장도 주시지 않더라구요. (B-3)
자격증 아무리 많이 따더라도 취직하기 어려워요. 자격증 따기 전에는 이런 자격증 필요하다고, 알았어요, 땄어요. 그래도 어려워요. 경쟁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B-1)
① 타자화의 스펙트럼
대부분의 연구참여자들은 외국인에 대한 차별을 경험하였으며 이러한 사건은 일터, 학부모로서의 활동 등 다양한 장면에서 일어났다. 차별 경험은 무시하는 태도처럼 상당히 노골적으로 인식되는 것으로부터 단순하게 주목받는 정도라는 인식까지 다양한 층위에서 나타난다. 일터에서의 차별은 더 많은 일을 하게 한다든가 무시하는 형태로 나타나며, 외국인임을 알게 되었을 때 같이 일하던 동료의 태도가 돌변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한국어가 유창해진 한 참여자는 자신을 ‘외국 생활을 오래 한 한국인’이라고 소개하기도 하였다.
또한 경제적 지위가 상대적으로 낮은 여성결혼이민자의 모국에 대한 멸시 또는 경멸을 여성결혼이민자 개인에게 덧씌우는 식의 차별적인 시선과 태도를 경험하기도 했다. 한 사람의 사회적 주체로서, 또는 어떤 부당한 대우를 당한 개인으로서 문제를 제기해도 여성결혼이민자는 여전히 ‘못 사는 나라’ 출신의 국민으로 취급받았다. 연구참여자들은 자신이 외국인이라는 것을 알리지 않았을 때는 경계선 안에 있지만 한국인이 아님이 알려지게 되었을 때 자신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여 새로운 경계선을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집단은 연구참여자를 남기고 이동했기 때문에 그들은 혼자가 되었다. 경계선 밖으로 이방인을 쫓아내는 방식이 아니라 이방인을 남겨두고 자신들의 장소를 옮긴 후 더 이상 대화에 초대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방인을 배제한다.
내가 직접 외국에서 왔다, 나는 외국 사람이다 그 얘기하는 순간 완전 90도로 바뀌어버려요. 그래서 말을 안 하려고 그거, 진짜 내가 한국에서 너무 잘 사는데 진짜 슬퍼요. 진짜 슬퍼서 울었어요. (중략) 한국 사람인데 아빠랑 그냥 외국에 따라갔다가 20년 넘게 살아서 발음이 약간 있는데 이해해 주세요, 제가 그나마 한국 사람처럼 생기니까. 한국 사람처럼 생기지 않는 분들한테는 진짜 막 무시죠. 막 일을 더 많이 시키고. (A-2)
와이프가 집에 와서 얘기하는 거는 그 사람한테 얘기하면 그 쪽 사람들의 (중략) 시선과 말투가 못 사는 나라에서 오면서 왜 이렇게 얘기를 하냐는 식으로... 자기는 부당한 거에 대해서 얘기를 한 건데 그걸 그렇게 받아들이고 뭐라고 하는 거죠. (C-5)
제가 애들 학부모나 그런 것이 많아서 항상 학교에서 외국인 한 명⋯. 학부모회의에서 만나도 제가 외국인이란 걸 알게 되면 거리를. (중략) 바로 느껴. 학부모 회의서 만나서 옆에 앉아 있는데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일본 사람이라고 하면 아 그래요, 하고 다른 자리에 옮겨. (A-3)
② 시선을 받는 가족
여성결혼이민자의 자녀와 배우자 등 가족은 우선 외양의 다름으로 인해 타인의 시선을 받게 되고 이러한 시선은 ‘분리’라는 차별로 이어지기도 한다. 외모처럼 언어 사용에서도 차이가 발견되면 ‘우리’ 밖에 있는 ‘외계인’으로 취급당한다. 다수가 모인 공간에서 자녀가 엄마의 모국어를 말하면 ‘외계어를 하는 아이’가 되면서 여성결혼이민자의 걱정은 더 이상 막연하거나 공상적인 것이 아니라 그 실체를 가지게 된다. ‘우리’로 포섭되지 못한 채 경계선에 서 본 사람들은 자기 배우자나 자녀의, ‘우리’에서 배척당하는 데서 오는 억울함이나 고통을 더 분명하게 공감한다. 즉 여성결혼이민자들은 이미 경계선 밖에 존재했던 경험을 가지고 있으므로 자녀나 배우자의 감정에 공감하고 자신으로 인해 배우자나 자녀가 어려움을 겪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게 된다.
피부색이 달라서, 엄마의 원래 국적이 한국이 아니라는 이유 때문에, 혹은 외모가 한국인의 전형성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분리 되거나 놀림을 당하거나 시선을 받을 때 여성결혼이민자들은 깊은 고통을 느낀다.
어떤 날은 아들이 많이 울어서 엄마 나 진짜 학원 안가고 싶어요. 아프리카 사람이에요. 이렇게 분리했어. 아들 필리핀 너무 더워서 많이 탔고 계속 밖에 놀고 햇빛 많이 받아서 많이 타서 피부가 까매. (A-4)
씩씩한 우리 아들이 초등학교에 저한테 한번 진짜 서럽게 운 적 있었거든요. (중략) 친구가 ‘엄마가 외계인이네’ 이래서. 제가 다음에 그러지 마, 그 친구랑 그 얘기하면 우리 아들이 기분 안 좋아요. (B-2)
요즘 대놓고 차별 보다는 시선은 좀 있는 것 같더라고요. 와이프도 그런 얘기를 좀 하고 저도 그렇고. 그래서 지나가다 보면 계속 쳐다보는 느낌⋯. 그런 시선들이 있죠. (C-2)
① ‘돈 버는 남편’과 ‘밥 하는 아내’
여성결혼이민자가 국제결혼으로 얻는 최초의 지위는 ‘밥 하는 아내’이다. 대부분의 연구참여자들이 결혼을 계기로 한국으로 이주하였고 자기 경력이 단절된 상태에서 남편의 원가족과 한 공간에서 결혼생활을 시작하기 때문에 돈을 벌어 가족의 생계와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남편을 먹이고 입히며 편안하게 하는 역할을 요구받는다. 어떤 가족들은 그들이 가장 중요하게 수행해야 하는 일은 남편의 끼니를 잘 챙기는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한다. 취업한 상황이어도 여성결혼이민자들이 이 역할과 책임에서 벗어나는 것은 쉽지 않다. 식사를 준비하는 등 가족의 기본 생활을 위한 가사노동은 수입을 가져오는 중요한 일이 아니라 보조적이고 부가적인 활동이기 때문이다. 또한 여성결혼이민자가 취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는 것은, 그들의 배우자와 달리 선택적인 것이라고 인식되므로 결과적으로 이들의 경제권은 제한적이며 결과적으로 이들은 사회적으로 의존적인 존재가 된다. 돈을 버는 남편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게 됨으로써 한 사람의 사회적 존재로 인정받기 어렵고 스스로 자기 실존과 존재의 의미를 의심하게 된다.
시어머니는 만날 때마다 남편이 돈 벌고 고생하는데 아침까지 챙겨주고 저녁까지 챙겨라고 하죠. 저도 남편이랑 똑같이 돈 버는데 며느리 입장에서 좋아하진 않잖아요. 애기도 아닌데 자기가 먹고 싶으면 먹고(중략) 전화 올 때마다 좋게 얘기하시지만 그런 거 있습니다. (A-2)
어머니 말이 너는 일 안 해도 되잖아. 일 안 해도 그냥 남편 돈으로⋯. 이렇게 하거든요. 남편 돈 애비 돈은 니 돈이야 그러는데 저는 전혀 그렇게 안 믿겨요. 저도 돈 있으면 사고 싶은 거 있으면⋯. (B-2)
남편은 일하고 있는 동안에 와이프(는) 집에(서) 가정을 다 하는데, 애기도 돌봐주고, 우리 더 힘들어요. 만약에 따지면 우리도 힘들거든요. 안 힘든 일이 아니에요. (A-1)
② 가정과 일터 사이에서
연구참여자 중 결혼 전이나 자녀를 가지기 전까지 직업생활을 유지하고 있었던 경우 결혼으로 인한 이주 때문에 혹은 임신으로 인해 경력 단절을 겪어야 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여성결혼이민자들은 대략적으로 3단계 정도의 일 포기 과정을 거치는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 단계에서 연구참여자들은, B-1처럼 자신의 경력이나 능력을 살릴 수 있는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현실을 인식한다. 그들은 경력이나 학력에 상관없이 단기 취업이나 생산직에서 겨우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 두 번째 단계는 B-5처럼 출산 이후 자녀를 양육하는 데 도움을 줄 만한 사람을 찾기 어렵고 다른 어떤 것보다 양육자로서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되므로 자연스럽게 취업을 포기한다. 다음은 세 번째 단계인데, 만약 A-5의 사례에서처럼 경력을 살려 정규직을 조건으로 취업한다 하더라도 ‘주부는 어쩔 수 없다’는 식의 편견 때문에 더 이상 직장에서 견디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A-5는 ‘외국 사람이라는 게 아니라’, ‘주부’이기 때문에 열심히 일하면서도 계속 상사의 눈치를 봐야 했다. 또한 경쟁업체에 취업했다는 것을 고려할 때 지역에서 이와 비슷한 일자리를 다시 구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예측할 수 있다.
여성결혼이민자들이 가정과 일 사이에서의 경험하는 사건들은, 이민자들에게는 낮은 지위의 일이 더 쉽게 고려된다는 점이나 주위에서 자녀 양육의 조력자를 구하기 어렵다는 점과 구직 시장 자체가 상대적으로 협소하다는 점에서 한국 여성들의 경험과 차이가 있었다.
우리 같은 경우는 그냥 공장에 들어가는 거는 좀 괜찮은 것 같고 아니면 알바하든지 공장 회사 일반 회사도 그런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건 좀 어려워요. (연구자: 혹시 9시부터 6시까지 전업으로 일을 하실 수 있는 상황이세요?, B-3: 지금은 아니에요) 저는 할 수 있어도 생각하면 저는 가고 싶지는 않은데⋯. (B-1)
아기를 낳고 나서 또 아기를 맞춰야 하면서 직장을 다니려니까 그게 조금 힘든 것 같더라고요. 결혼 전에는 판매직하고 사무직 (일을 했다). 제가 원래 **시에 살다가 신랑이 여기서 일하고 있어가지고 그쪽 그만두면서 이쪽으로 오다 보니까 바로 임신이 돼 가지고 그냥 일도 못 하고 그냥 집에 있었어요. (B-3)
결혼 전에는 기업을 오랫동안 다녔어요. 심천이란 데가 있는데 한 10년 넘게 다녔었거든요. 한국 와서 제가 원래 다니던 회사에 약간 경쟁 회사에 취업했었어요. 아들 한 5살 때쯤 취업했는데 근데 여기 문화가 주부에 대한 인식이 너무 안 좋아요. 스트레스 때문에 3개월 하고 이제 3개월은 약간 계약직, 그 다음에 전환해주고. 근데 그 시선이 너무 싫었어요. 그 바로 위에 상사가. 6시는 무조건 퇴근 시간이긴 하지만 절대 퇴근을 못해요. 절대! 그러면 10시 되면은 이제 집에 못 가면 퇴근 못하면 이제 몰래 나가서 이제 전화 해야되고 유치원 아이 조금 늦어요. 역시 주부는 안 돼. 눈치, 7시 반, 8시에 퇴근해도 당연하다는 뜻으로, 그게 너무 힘들었어요. (중략) 그거는 외국 사람이라는게 아니라..일은 내가 다 하고 화장실 갈 여유도 없이 계속 컴퓨터만 하고 있는데 그래도 역시 주부 안 돼. 그런 시선들⋯. (A-5)
① 남겨지는 엄마의 몫
양육을 위해 배우자와 협력하고 주위 사람들의 도움을 받거나 지방자치단체나 정부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하더라도 결국 여성결혼이민자들은 주양육자로서, 누구도 대체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인식 때문에 오롯이 ‘엄마’에게 남겨진 역할을 수행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특히 한국어 유창성 등의 차이로 자녀와 자연스러운 대화가 어렵고 자녀의 생각이나 감정을 완전하게 이해하지 못함으로써 정보의 교류뿐 아니라 자녀와의 정서적 공감 또는 이해가 불충분하다고 느끼게 된다. 결과적으로 일부 참여자들은 자녀의 요구에 좀 더 충실하게 응답하지 못하거나 자녀가 겪고 있는 어려움에 공동 대처하지 못하는 자신의 답답함 또는 걱정을 호소하기도 한다.
연구참여자 B-1은, 자녀가 친구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하게 되었을 때 무조건 자녀에게 사과하도록 했으나 오히려 자녀가 상대 친구로부터 ‘중국 **’라는 놀림을 받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자녀와 충분하게 대화하지 못했던 점 때문에 자녀에게 미안했다. 성장기의 자녀를 보호하지 못했고 자녀가 겪은 갈등이 자신이 외국 출신이라는 사실에서 기인했다고 생각하게 되면 엄마로서의 자기 역할을 강하게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자녀가 어릴 때는 사회적 접촉면이 넓지 않고 자녀의 인지발달 단계도 충분하게 성숙하지 않아 걱정이 덜하지만, 자녀의 성장과 함께 남편이 더 적극적으로 양육에 참여하길 기대하게 된다. 그러나 한국인 배우자들은 연구참여자 C-3처럼 자녀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여성결혼이민자인 아내에게 자녀교육 문제에서 중요한 결정을 맡기게 된다.
한국 엄마들처럼 그냥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거 다 얘기하잖아요. 저는 뭐라고 해야 되지 리미티드 뭘 하는 거가⋯. 그렇게 넓게 설명할 수도 없고 제 마음도 그게 어려워요. (B-2)
얘기를 들어보면 걔가 먼저 잘못한 거야. 그래서 (중략) 그 애(아들)도 화가 나야지(난 거야), 애(아들)도 성격 있는데⋯. (중략) 그때도 결국은 내가 잘못 했어요. (중략) 아들 미안해요, 라고 엄마 이거 처음에 애들한테 말해야 되는데 (중략) 최소한은 우리 소통이 안 됐어, 저하고 우리 아들 서로 이렇게 소통이 안 돼 가지고 오해를 받을 수 있는 거예요. (B-1)
오로지 나한테 다 하라고 하니까. 신랑이 애들이랑 얘기도 하고 그게 더 잘 풀리고 할 수도 있는데. (A-2)
아이들을 한국식으로 키워야 되느냐 아니면 아내 문화에 맞춰서 키워야 되느냐 속으로 고민 많이 했는데 우선 아내한테 일임을 하자(중략). (C-3)
② 돌봄 인프라의 부족
연구참여자들은 도농복합지역 출신으로 연구참여자의 일부는 역사는 오래되었으나 발전이 덜 이루어진 원도심에 거주하고 또 다른 일부는 신도심에 거주하고 있었다. 특히 원도심에 거주하는 연구참여자들은 어린 자녀에게 필요한 소아청소년과 병원의 부재, 병원을 이용해야 할 경우 불가피하게 다른 도시로 이동해야 한다는 점, 이때 불편하고 제한적인 교통시설 문제 등을 호소했다.
신도심에 거주하는 연구참여자들은 역시 주양육자로서 자녀 양육 관련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즉 개발 중인 생활권은 학교, 학원 등 교육기관의 확충이 더디게 이루어지고 돌봄교실도 수요에 비해 부족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신도심의 도시개발 속도와 교육인프라 구축 속도가 달라 유치원이나 학교 배정에 대기가 길어지거나 멀리 위치한 중학교에 진학해야 하는 등 불편함이 발생하는 것이다. 특히 연령이 낮은 자녀를 돌봐줄 수 있는, 신뢰할 수 있는 장소나 기관을 발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절차와 환경을 만드는 것은 여성결혼이민자들이 취업이나 창업을 통해 일을 시작하는 데 필수적 요소이다.
이렇게 거주하는 장소에 따라 그 내용은 조금씩 달라질 수 있으나 지역사회의 돌봄 인프라 부족은 여성결혼이민자들이 취업하고 일과 가정을 병행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된다.
애기 아플 때 병원가고 싶어도 애기가 치료받는 병원이 여기(읍) 없어서⋯. 운전도 못하고 차도 없으니까 차라리 대전으로 가고⋯.(중략). (B-5)
여기는 아기 교육에 대한 좀 뭔가 부족한 것 같아요.(중략) 그거는 만약에 아파트 지은 거 허가해 주면 그만큼 애기 교육 시설 좀 해줘야 되잖아요. 교육시설 해놓고 그 다음에 아파트 지은 거면 좋은데(중략). 애기를 위해서 여기에 이사하는데 그런 교육이 안 되면 어떻게 하냐 계속 교육청에 전화했거든요. (A-1)
애기가 돌봄교실에 가야 되는데 안 된대요. 다문화는 저기가 안되고 맞벌이만. 맞벌이도 50명 이상이 대기 중이라고. 나는 아르바이트 해야 되는데⋯. (A-2)
① 이중언어교육의 어려움
연구참여자들은 자녀가 이중언어 활용 가능자로 성장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으나 시부모가 반대하거나, 자녀의 언어발달이 늦어지면 사회관계 형성에 부정적일 것 같아 이중언어교육의 실행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웠다. 주양육자인 여성결혼이민자의 사용 언어나 한국어 수준에 따라 가정에서 주로 사용하는 언어를 선택하였음에도 자녀들은 한국어 사용에서 어려움을 겪거나 결혼이민자의 모국어를 전혀 하지 못함으로써 이중언어 사용에 대한 가능성이 사라지게 된다.
여성결혼이민자는 자녀와의 의사소통, 언어발달뿐 아니라 자신의 한국어 수준을 고려해 주로 사용하는 언어를 선택해야 한다. 본인이 한국어가 능숙하지 못하다고 판단되면 어중간한 언어의 혼용보다 자신 있는 모국어 사용으로 언어발달을 촉진하기도 한다.
두 개 언어를 할 수 있는게 훌륭한 아이가 될 수 있고(중략) 그걸 이해 못 하는 어르신들이 되게 많으셔서 어린이집에서 어린 친구가 소통하기 힘들어서 친구 생기기 힘들어질 수 있는데 오히려 미래를 봤을 때 두 가지 언어를 할 수 있는 아이가 될 수 있는데. 그게 어려워지는 경우도 많을 거 같아요. (B-5)
저도 베트남말 가르치고 한국말 물어보는 걸 저는 알아도 그냥 한국말 몰라요. 베트남말 말해요. 우리 아기도 베트남말로 말해주고 대답해줘요. (B-4)
저희 큰 애는 어릴 때부터 저 한국어를 못하니까 영어 했었는데 자꾸 영어하면 (한국)말이 늦었어요. 우리 큰아들, 많이 늦었는데 영어하니까 많이 늦어서 (한국어) 하자 그랬었거든요. 그래서 (영어) 안 했어. (B-2).
② 한국식 부모되기, 그 열망과 혼란
한국의 부모들이 보여주는 높은 교육열, 그리고 강압적이라 느껴질 정도로 자녀의 학습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모습으로 인해 여성결혼이민자뿐 아니라 한국인 배우자조차 자신들의 자녀가 경쟁에서 실패할 수 있다는 걱정을 하게 된다. 연구참여자들이 생각하는 ‘한국식 교육’이란 한국에서 교육받고 성장하지 않은 외국 출신들에게는 ‘따라가’는데 어려움이 있을 정도로, 자녀들이 특정 학년이나 학교 진급 전 ‘미리’ 학습을 완료해서 이미 ‘완성’ 된 상태로 시작하게 하려고 ‘강압적’으로 학습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인식 때문에 연구참여자는 자녀들이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를 넘어 ‘이렇게까지 해야 되나’하는 자괴감까지 느끼면서도 한국 학부모들의 자녀 양육 행동을 모방함으로써 자녀들의 성취를 높이고 싶은 열망도 동시에 가지게 된다.
즉 여성결혼이민자들은 한국어 능력이나 문화, 그리고 자녀들이 원하는 것을 우선 고려하고 자녀와 가정의 행복을 먼저 추구하고 싶다는 가치관 등으로 인해 한국식 교육열에 동조하기 어렵다는 판단과 자녀들이 도태될 수 있다는 예측과 이로 인한 부정적 정서 사이에서 혼란과 갈등을 경험한다.
아무래도 빨리 배우고 많이 배우고, 교육열이라고 해야 되나요, (중략) 어머님들의 교육열이 더 높으시고 잘 키우시려고 하는 게 잘 보여서 그 부분에서 두려움. 그냥 떨어져 가지 않을까 우리 애들이. 그런 공포심 있어요. 저도 좀 이것저것 배우라고 하는 편이 아니거든요. 그냥 애들이 원하면 시키고 그런 식으로 하는 편인데 다른 친구들을 맞춰 가려면 교육을 더 시켜야 되지 않을까, 그런 걱정들이 좀 있기는 해요. (중략) 한국도 그냥 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미리 다 하고 완성된 채로 보내시는 것도 보고 그러고 보니까 아 좀 힘들다 그런 거는 저 사실 속으로 잘 느껴요. (B-5)
학교 성적을 봤을 때도 한국식으로 안 가르치면 애들이랑 비교되고 성적도 차이가 많이 나고 그러면 공부 못한다는 소리를 들으니까. 이걸 강압적으로 가르쳐야 되나 이런 고민을 하고. 얼마 전부터 문제집을 강압적으로 가르치는데 아,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C-3)
엄마가 아이들 교육 문제를 거의 다 하게 되는데 배우자 같은 경우는 외국인이니까 한국 쪽으로 가르치고 교육하고 싶은 마음에 하는데 그만큼 못 따라가서 어려움이 있어요. (C-4)
① 자녀 양육에 필요한 도움
여성결혼이민자 자녀들의 적응과 발전은 안정적인 가정을 운영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연구참여자 중 한국인 배우자는 아내인 여성결혼이민자가 한국사회에 적응하는 것 보다 자녀의 적응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여성결혼이민자는 결혼으로 인한 남편 및 시부모와의 관계, 지역사회와 한국이라는 국가의 국민으로서 적응하는 것 등 여러 관계 속에서 다양한 층위의 적응 과제를 수행해야 함에도 한국인 배우자는 아내인 여성결혼이민자 보다 자녀의 적응에 관심이 더 많다. 자녀의 적응은 현재적 의미이기도 하고 미래적 의미도 지닌다. 즉 현재의 학교나 어린이집, 유치원에서의 생활에 만족하는 것뿐 아니라 장차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한국인으로서 자연스럽게 주류에 편입된다.
한편 여성결혼이민자인 연구참여자들은 한국어가 부족하면서도 취업을 통해 일과 가정을 양립하고자 할 경우 자녀 양육에 대한 도움이 더 절실하다고 생각했으며 특히 이 같은 요구는 자녀가 장애가 있는 경우 더 구체화 된다. 즉 자폐스펙트럼을 지녔거나 한국어에 능숙하지 못한 자녀를 양육하는 여성결혼이민자와 그 자녀들에게 특수교육에 대한 접근 기회가 증가되어야 하며 한국적 상황에 적합한 사회적 기술 훈련 프로그램이 제공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또한 앞에서 언어의 한계로 인해 겪을 수 밖에 없었던 자녀와의 깊은 정서적 교류의 문제를 언어가 아닌 심리 이해를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함을 지적하고 있었다.
저도 지금 생각할 때는 배우자 보다는 일단 자녀들의 적응에 더 노력을 하는 것 같아요. (C-1)
제일 어려운 거는 애기 양육. 다문화 가정 여기 베트남 분이랑 외국인이 되게 많거든요. 애기도 많고. 애기 양육을 잘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엄마들이 한국말도 부족하고 맞벌이 같은 경우에는 애기 더 잘해주면 좋은 것 같아요. (A-1)
막내아들 장애인이에요. 자폐증, 두 살부터 말 못해서. 계속 언어발달 내가 매일매일 왔다 갔다, 이거 때문에 너무 힘들어서. 받고 싶은 교육은 언어발달하고 감각발달. 왜냐하면 지금 비용 너무 비싸. 7만원. 40분 동안.(중략) 그래서 저도 맞벌이해야지. 근데 일 많이 못해요. (A-4)
첫째 아들 지금 사춘기니까 아이들 사춘기 너무 심해 가지고 교육 받았으면⋯. 대비교육⋯. 가끔 우리 아이들 엄마, 아빠한테 말을 못해요. 친구들만 얘기해요, 비밀 같은 거⋯. 그래서 교육받으면, 마음 예쁜 테라피, 힐링 테라피 있으면 너무 좋아. (A-4)
② 새로운 관계맺기 지원
여성결혼이민자들은 결혼 후 한국어 능력의 한계나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면서 가정과 지역사회에 적응해야 하는 과제를 지닌다. 시부모가 말하는 대로 ‘한국식’으로 살려고 노력해도 모국에서는 자연스럽게 용인되어 오랫동안 습관으로 굳어진 양식이나 행동을 쉽게 바꿀 수는 없다. 여성결혼이민자와 한국인 배우자에게는 자녀 양육, 가사노동, 취업 등과 관련된 가치관과 문화차이를 합리적이면서 평화적으로 확인하고 좁히는 기회가 필요하다.
특히 여성결혼이민자는, 한국인 배우자 및 그의 원가족과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고 그 관계에 적응하는 데 있어 한국인 배우자가 중재자 역할을 수행하고 새로운 가정에서 가사노동의 일부를 담당해 주기를 기대한다. 또한 부부상담처럼 부부가 협력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도움을 원했다. 그러나 한국인 배우자인 연구참여자들은 자신의 원가족이나 결혼으로 이루어진 새로운 가정에 대한 것보다 지역사회에 대한 적응에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면서 그러한 지원이 더 많아지는 것을 원하고 있었다.
때때로 여성결혼이민자인 연구참여자들은 비슷한 상황의 사람들과 이루는 공동체로부터 적응을 위한 도움을 받고 있었다. 예를 들어 교회에서 만나거나 가족센터의 프로그램에서 맺어지는 여성결혼이민자들과의 관계가 이들의 적응에 큰 도움이 된다. 이런 식의 오프라인 모임뿐 아니라 온라인에서 같은 언어로 정보를 나누는 커뮤니티도 여성결혼이민자들이 새로운 장소와 관계에 적응하는 데 도움과 지원을 제공하고 있었다.
가족센터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좋은 거 같아요. 그냥 다문화가정들의 아지트 개념으로. 저희 와이프도 세종시 왔을 때 제일 처음 왔던 데. 여기서 다른 나라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프로그램도 좋지만 그 프로그램 통해서 사람들 만나고. 그게 제일 좋은, 진짜 중요한 것 같습니다. (C-5)
다문화센터 같은 거는요,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거든요.(중략) 저는 남편들이 상담하는 거나 남편들이 모여서 교육받는 거 아니면 부부상담(을 원해요)⋯. (B-2)
(시어머니와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미칠 정도로 노력을 많이 했어요. (중략) 남편은 말 안 해, 아무 말도 안 하고. (B-2)
우리 교회에는 다 외국인들이에요. 일요일마다 내가 찬양팀이에요. 잉글리쉬 예배 그래서 다른 친구들 힘들어서 마음 아파서(중략) 힐링타임하고 스트레스 풀어요. (A-4)
① 꿈을 이루는 여성
집안일이나 자녀를 양육하는 것이 여성결혼이민자 삶의 전부가 될 수 없음에도 이들은 결혼 후 언어 문제, 양육, 기혼 여성에게 불리한 취업 환경 등으로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어렵게 되었다. 더구나 자녀들이 차별받거나 낙오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에 더욱 자녀 교육에 몰두하게 된다. 그러나 가족들과 함께 잘 살고 자녀와 배우자의 발전을 도우면서도 자신만의 꿈을 가꾸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자기 사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운영하는 것, 공개적으로 말할 수 없고 지금은 유보되어 있으나 언젠가 이루고 싶은 일이 있다. 또한 한국인 배우자인 연구참여자들도 여성결혼이민자인 아내가 자신의 희망과 꿈을 한국 현실에 맞는 목표로 조율하여 배움을 가질 수 있기를 바라고 있었다. 이러한 꿈은 가정이나 가족관계를 기반으로 하되, 그 울타리를 넘어서 사회적인 자아를 실현하고자 하는 희망을 표현하는 것이다.
연구참여자는 ‘다 버리고’ 한국에 와서 ‘가정’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그 많던 꿈은 결혼으로 다 사라졌고 ‘망했다’. 한국인 배우자는 유창하지 못한 한국어 능력으로 그 원인을 돌리고 있지만 여성결혼이민자들이 원하는 것을 한국사회에서 실현하기 어려운 것에는 국제결혼이 주된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다.
저는 그전 꿈하고 지금 한국 오니까 완전 달라졌어요. 아마 가정을 위해서 다 버리고 여기 왔고 지금까지는 저는 잘 산다는 거는 첫 번째 건강이고 (중략) 한국에서 사는 게 차별한다는 거 있잖아요. 아마 일반 한국 사람이면 그냥 건강하고 경제적이고 안전이면 행복하다고 했는데 저희는 아기 잘 살고 교육 잘 받고 잘 성장하면 그 점은 제일 행복한 것 같아요. 사실은 저 는 지금 다른 꿈도 있지만 다른 엄마 다 똑같을 거예요. (A-1)
저는 원래 꿈이 엄청 많았죠. 그런데 결혼하고 나서는 다 망한 거 잖아요. 그래서 알바 하면서 내가 애들이랑 어느 정도 먹고 살 수 있는 만큼만 분식집이든 음식점이든 해 가지고 열심히 집중하면서 열심히 먹고 살려고 그 꿈이에요. (A-2)
저희 아내도 본인의 꿈을 꾸는 게 있는데 결혼하고 나서 자기가 원하는 게 여기서 맞춰주기가 어렵잖아요. 언어가 일단 잘 안되니까. 아내도 뭔가 배울 수 있고 본인이 이룰 수 있도록 본인이 배움으로써 다른 데 발돋움할 수 있는 교육을 받으면 좋겠어요. 생활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본인이 목표를 삼고 여기서 할 수 있는 교육과정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C-1)
② 여성결혼이민자의 일터 만들기
연구참여자들은 취업의 기회와 꿈의 실현에 조금 더 다가갈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와 정부가 여성결혼이민자를 지원하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한국에 거주하는 이주민들 대상 서비스를 개선하는데 더 다양한 방법으로 개입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여성결혼이민자는 자신의 외국어 능력을 활용하면서 높은 전문성을 발휘하고 그 성과를 통해 사회적 인정을 얻을 수 있는 일자리와 일거리를 원하고 있었다. 특히 한국 기업과 출신 국가의 기업을 연계하거나 서로 연계된 일자리를 소개받고 일할 기회를 얻을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이러한 요소를 두루 갖추지 않았더라도 지역사회의 발전에 기여하고 지역주민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 중심의 일자리 창출이나 유지에도 관심이 많았다. 또한 자격증 취득을 일자리로 연결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외국인으로서 한국어로 이루어지는 교육과 평가 절차를 성공적으로 완료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므로 이주민들이 자격증을 활용해 취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비스도 유용할 것이다.
한편 이미 다문화사회로 들어선 한국사회에서 각자의 모국어를 기반으로 새로운 이주민을 대상으로 생활과 심리에 대한 상담을 진행할 수 있는 전문가를 양성하는 방안도 제안되었다.
한국 기업하고 저희 베트남이나 캄보디아, 필리핀이랑 연계하는 기업 있잖아요. 한 기관을 통해서 그 기업을 연계 해가지고 (중략) 그 기관을 통해서 우리 직업 찾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A-1)
1~2년 전에 청사진이라는 마을 기업이 사업을 했는데요. 제 일자리는 2년 동안 일하고 거기서 1년 연장하거나 아니면 다른 데서 1년 더 일하면 인센티브 받거든요. (B-2)
만약에 바리스타 교육 받았으면 일할 수 있는데 연계해 주면 좋겠다. (A-1)
결혼이민자들이 멘토 멘티, 멘토링하고 상담해주는 거 좋은 거 같아요. 한국분들 대상이 아니라 외국에서 온 분들이 생활하고 부부 사이나 아이 키우는 데 어려운 점 많은데 그런 상담도 받고. 자격증 딸 수 있으면 좋죠. (B-5)
본 연구는 일과 가정양립의 관점에서 여성결혼이민자와 한국인 배우자들이 자녀 양육 등 가정생활과 직업활동을 병행하는 경험자료를 분석함으로써 여성결혼이민자들의 일과 가정양립 가능성을 탐색하였다. 이를 위해 여성결혼이민자 10명과 한국인 배우자 5명을 대상으로 초점집단 면접조사를 진행하고 가족관계, 자녀 양육, 사회생활 등에 대한 경험자료를 수집하여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14개 의미 단위와 7개 하위 주제 및 3개 주제로 정식화하였고 다음과 같은 결론을 도출하였다.
첫째, 여성결혼이민자들은 국제결혼을 통해 한국인으로서의 법적 지위를 얻은 후에도 외국인 혹은 이방인과 같은 처지에 놓이는 자신들의 위치, 그리고 일터에서는 직무몰입이 제한된 파편적 노동력이며 가정에서는 보조적 노동력으로 인식되는 여성으로서의 자기 위치를 확인하게 된다. 직업생활 준비과정에서 부딪치는 ‘높은 취업의 문턱’을 실감하면서 직장뿐 아니라 다양한 인간관계에서 이방인으로 구별되는 경험을 축적하게 된다. 또한 결혼 및 한국으로의 이주 후 가정과 일터 사이에서 구직과 취업을 위해 노력하나 한정된 일자리와 일거리, 임신과 출산, 일터에서의 기혼 여성 차별과 같은 단계를 거치면서 일터에서 점점 멀어지는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게 된다. 결국 남편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것이 당연한, ‘밥하는 아내’로 위치 지워지는 경험을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여성결혼이민자들의 노동은 보조적이고 부가적인 것으로, 돈 버는 남편을 지원하는 노동력으로 여겨지며 한 가정의 아내로서 한정된 지위를 가지게 된다.
둘째, 여성결혼이민자들은 이중언어교육이나 한국식 양육과 같은 자녀 양육에서 한국적 상황이나 문제에 직면하여 자녀의 성장과 발달에 필요한 주양육자로서 자신에게 맡겨진 역할과 임무에 최선을 다한다. 그러나 여성결혼이민자들은 일과 가정양립에서 배우자의 도움이나 지역사회 자녀돌봄 인프라의 지원을 적절하게 제공받지 못하고 있으므로 자녀 양육의 책임을 오롯이 짊어지게 되었다.
또한 여성결혼이민자들은 한국의 부모들이 일반적으로 직면하는 의사소통과 교육 방향 설정의 어려움을 느끼는 동시에 자녀와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거나 각자의 언어에 대한 낮은 이해에서 비롯된 갈등을 경험함으로써 자녀양육에서 다층적 고충에 직면한다. 즉, 이것은 여성결혼이민자가 자신의 한국어가 유창하지 않으므로 어린 자녀의 한국어교육에 불리하고 사춘기 청소년 자녀와는 정서적 문제를 이야기하는데 제한이 있다고 느끼는 것과 상관이 있다. 또한 자녀의 학업성취 그리고 학교에서의 성공과 경쟁에서의 승리에 한정해 볼 때 자녀의 의견을 존중하지만 엄격하기도 한 여성결혼이민자와 그 가정의 양육 방식이, 과잉이라고 보일 정도로 교육에 대해 끝없는 지원을 제공하는 한국 부모들의 양육태도에 비해 효과가 낮다는 두려움과도 관련이 있다.
한편 원칙적으로는 이중언어 사용이 자녀의 장래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와 한국어 습득 지연에 대한 주위의 좋지 않은 평가 사이에서 언어교육 방침을 쉽게 정하지 못하고 있다. 다문화가족에서 이중언어 교육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인식은 제3차 다문화가족지원정책 기본계획에 처음으로 등장하여 주로 영유아 자녀를 둔 다문화가정의 부모들에게 이중언어 사용 코칭 프로그램을 제공하였으며(권오경, 김남희, 김혜빈, 2022) 제4차 기본계획에서는 대상을 확대하고 내용을 확장하여 다문화가정 출신의 12세 이하 아동들에게 이중언어 학습프로그램을 온·오프라인에서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관계부처합동, 2023). 따라서 이러한 정책적 변화가 결혼이주여성들의 자녀 교육에 신속하면서도 효과적으로 적용될 필요가 있다.
셋째, 여성결혼이민자들의 일과 가정의 병행을 위해서 이들이 가정과 지역사회에 안착할 수 있도록 자녀 양육과 이들의 안전한 사회관계 구축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여성결혼이민자들의 일에 대한 요구와 기대를 충족하면서도 이들이 지역사회 발전과 지역주민 생활 개선에 기여할 수 있도록 체계화된 일자리와 일거리 제공을 위한 제도적 노력도 요구된다. 또한 자녀양육을 위해 일반적 한국어교육을 넘어서서 특수교육이나 상대적으로 양육자의 시간과 노력을 더 많이 필요로 하는 유아를 양육하는 데 필요한 지원이 요구됨을 알 수 있다. 즉 자녀 돌봄을 위한 교통, 의료, 여가활동 시설, 언어교육 프로그램 등의 인프라 확충뿐 아니라 그러한 서비스와 인프라의 연계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고민되어야 한다. 또한 규모에 상관없이 여성결혼이민자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동향 출신 사람들이나 종교 기반 커뮤니티를 지원하여 여성결혼이민자들이 원가족으로부터 받을 수 있었던 지원 등을 대체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여성결혼이민자가 가사노동과 자녀 양육의 역할을 전담(윤순애, 2023)하는 상황에서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심리적·물리적 공간과 에너지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음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따라서 자녀 돌봄에 대한 책임과 역할을 사회서비스 및 인프라가 나눠 질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
한편 여성결혼이민자들이 취업이나 창업을 통해 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이 요구되는데 이것은 크게 두 개의 방향으로 고민될 필요가 있었다. 첫 번째는 한국에서 취득한 자격증이나 모국에서 일한 경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일자리를 마련하고 취업경로를 만드는 것이다. 두 번째는 급속하게 다문화사회로 진입하는 한국사회에서 다문화 인구를 대상으로 하는 일거리를 창출하여 이들의 출신 배경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할 뿐 아니라 이러한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 발전과 지역주민의 생활 개선에 기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사회적 경제를 활용해 지역 중심의 소규모 창업도 고려할 수 있다. 더불어 이들이 경험했던 차별적 시선, 낯선 타자화가 해소될 수 있도록 직장, 더 나아가 사회 전반에 다문화 이해교육이 내실화 있게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여성결혼이민자들은 결혼을 계기로 자신의 모든 과거와 자산을 뒤에 두고 고향을 떠나 새로운 삶과 가정을 개척하고 있다. 한국사회에서 새로운 관계와 사회적 참여를 구성해 가는 과정이 이들의 실존적 의미라고도 할 수 있다.
이들은 자신의 경제적 독립뿐 아니라 남편과 가족, 자녀들과 함께 안전하면서도 건강한 가정을 일구기 위해 노력한다. 특히 자신이 취업의 문턱에서, 다양한 인간관계에서, 그리고 일터에서 경험한 이방인에 대한 ‘시선’으로부터 자녀와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박현성, 2014). 따라서 여성결혼이민자들이 한국 사회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하면서 경제적 독립과 사회 참여를 성취할 수 있도록 일과 가정의 균형과 양립을 위한 사회적이고 제도적인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본 논문은 2023년 세종시사회서비스원 정책연구사업으로 수행된 ‘세종시 다문화가족 복지수요 기초연구’에서 수집한 질적 자료를 활용하여 연구의 목적에 따라 재분석한 것임을 밝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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