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부문 청년 노동자의 일자리의 질과 잠재유형: 한국근로환경조사(2011-2023) 잠재프로파일분석
초록
이 연구는 최근 심화되고 있는 청년층의 공직 기피와 조기 이탈 현상을 배경으로, 그동안 안정적 내부노동시장으로 일괄 평가되어 온 공공부문 청년 노동 내부의 일자리 질 분화를 실증적으로 검토하기 위해, 공공부문 청년 노동자가 경험하는 ‘일자리의 질(Job Quality)’ 비임금 영역의 잠재 유형을 파악하고 그 분포 결정요인을 분석하였다. 이를 위해 직무요구-자원 모형(Job Demands-Resources)을 분석틀로 채택하였으며, 한국근로환경조사 3차(2011년)부터 7차(2023년)까지의 자료를 통합하여 총 3,569명의 공공부문 청년 노동자를 대상으로 연도별 추세 분석과 잠재프로파일분석을 실시하였다. 분석 결과 첫째, 지난 10여 년간 공공부문 청년 노동자의 일자리 질 구성 요인의 평균적인 변화 추세는 변화가 없거나 다소 개선되는 경향을 보였다. 둘째, 잠재프로파일분석 결과 공공부문 청년 노동자 집단은 직무 자원 영역에서는 서로 유사하나, 직무 요구 영역의 부담이 집중된 고요구형(16.3%)과 요구 수준이 낮은 저요구형(83.7%)의 두 가지 잠재 유형으로 분류되었다. 두 유형을 구분 짓는 핵심 요인은 엄격한 마감 시간, 빠른 업무 속도, 화가 난 민원인 상대, 피로한 자세 등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셋째, 잠재유형의 결정요인을 분석한 결과 학력이 높을수록, 주당 근무시간이 길수록 고요구형에 속할 확률이 유의하게 높았으며, 수도권 거주는 약한 수준에서만 관련을 보였다.
Abstract
Against the backdrop of young people's recently intensifying avoidance of, and early exit from, public-sector employment, this study empirically examined the differentiation of job quality within public-sector youth labor, which has long been collectively regarded as a stable internal labor market. Specifically, it identified latent profiles of the non-wage dimensions of job quality experienced by young public-sector workers and analyzed the determinants of their distribution. Drawing on the Job Demands-Resources model as its analytical framework, this study pooled data from the 3rd (2011) to the 7th (2023) Korean Working Conditions Survey and conducted wave-by-wave trend analyses and Latent Profile Analysis (LPA) on a total of 3,569 young public-sector workers. The results are as follows. First, over the past decade, the average trends in the components of job quality among young public-sector workers showed little change or a slight improvement. Second, the LPA classified young public-sector workers into two latent profiles that were similar in the job-resource domain: a High-Demands profile (16.3%), in which burdens were concentrated in the job-demand domain, and a Low-Demands profile (83.7%), in which demand levels were low. The key factors distinguishing the two profiles were identified as strict deadlines, working at high speeds, dealing with angry clients, and tiring positions. Third, an analysis of the determinants indicated that higher education levels and longer weekly working hours significantly increased the probability of belonging to the High-Demands profile, whereas residence in the capital region showed only a marginal association.
Keywords:
Public Sector, Young Workers, Job Quality, Latent Profile Analysis(LPA), Emotional Labor키워드:
공공부문, 청년, 일자리의 질, 잠재프로파일분석, 감정노동1. 서 론
한국의 노동시장은 1997년 경제 위기 시기 이후 지속적으로 분절되어왔다(장귀연, 2009). 비정규직, 하청노동, 특수고용노동, 플랫폼노동의 확대와 같이 노동 형태는 다양화되고 있다. 노동시장으로의 첫 진입을 앞둔 청년들은 고용불안정성에 기반하여 취업 준비에 열을 올린다. 일자리를 얻기 위하여 과다한 자격증은 기본이고, 한 줄을 위한 경력 경쟁을 당연하게 치른다. 이러한 노동 불확실성 속에서 높은 고용 안정성을 보장하는 공공부문 노동은 청년들에게 가장 선호되는 직장으로 여겨졌다. 즉, 공공부문으로의 진입은 단순히 취업으로써의 선택이 아니라, 저임금과 고용 불안을 피해 안정적인 내부 노동시장으로 진입하기 위한 현상으로 이해된다.
특히 공공부문 노동에 대한 청년들의 선호는 가치관 변화로부터 더욱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공정성에 대한 청년들의 민감도가 높아지며 입직 과정에서의 불공정, 흔히 혈연·지연·학연으로 불리는 조건들이 영향을 미치지 않는 채용 절차는 청년들의 공공부문 유입을 촉진하게 되었다. 또한 민간부문 노동의 고강도·장시간 근무에 비해 법률상의 기본적 노동조건이 준수되는 공공부문 노동은,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고자 하는 청년들의 가치관에 부합하는 직장으로 선호되어왔다. 이를 통해 한국 사회에서 공공부문 노동을 선호하는 경향이 가시화되었고, 한편으로는 청년들의 과열된 공직 선호 현상을 우려하는 시선이 등장할 정도였다(김태기, 2019).
그러나 최근 이러한 공공부문 선호는 분명한 약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에 따르면 청년의 일반직 공무원 취업 준비 비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2024년에는 일반기업체 준비 비율이 일반직 공무원 준비 비율을 처음으로 추월하였고, 2025년 5월 조사에서도 일반기업체 36.0% 대 일반직 공무원 18.2%로 격차가 더욱 확대되었다(통계청, 2024; 2025a). 통계청 사회조사에서도 청년의 국가기관 선호는 2021년에 대기업·공기업과의 격차가 크게 좁혀진 이후 점진적으로 역전되었으며, 2025년 사회조사에서는 13~34세 청(소)년이 가장 선호하는 직장이 대기업으로 확인되었다(통계청, 2021; 2025b). 표면적 선호 감소뿐 아니라 공공부문 입직 이후의 조기 이탈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공무원연금공단 자료에 의하면 전체 퇴직자 중 신규임용 퇴직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9년 17.1%에서 2023년 23.7%로 6.6%p 상승하여, 짧은 기간 동안 조기 이탈의 비중이 의미 있게 확대되었음이 확인된다(국회입법조사처, 2024).
일각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과열된 공직 쏠림이 정상화되는 과정’ 혹은 ‘청년 세대의 직업 가치관 변화’로 설명한다. ‘평생직장’이라는 가치관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고, 자아실현과 더 나은 근로 조건을 위해 이직하는 것이 보편화되었다는 진단이 그것이다(박정호, 2025). 그러나 ‘좋은 일자리’로 평가되어 온 공공부문에서의 청년 유출을 가치관 변화라는 주관적 요인으로만 환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청년들이 공공부문 일터에서 실제로 어떠한 경험을 하고 있는지에 관한 사회학적 논의는 상대적으로 빈약하며, 청년의 이탈이 특정 세대의 특성이라기보다 공공부문 일자리 자체에서 비롯된 것일 가능성에 대한 실증적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문제의식 위에서 본 연구는 다음의 두 가지 질문에 답하고자 한다. 첫째, 공공부문 청년 노동자가 경험하는 일자리의 질은 조사 차수에 걸쳐 어떻게 변화해 왔는가? 둘째, 공공부문 청년 노동자 내부에는 일자리의 질의 차이에 따른 잠재 유형이 존재하는가, 그리고 그러한 유형의 분포에는 어떠한 인구사회학적 특성 및 노동 특성 요인이 관련되는가?
본 연구는 이 질문들에 답하기 위해 한국근로환경조사(KWCS) 3차(2011년)부터 7차(2023년)까지 5개 차수의 횡단면 자료를 통합하여 활용한다. Eurofound의 ‘일자리의 질(Job Quality)’ 분석틀에 기반하여, (1) 일자리의 질 6개 영역의 연도별 추세 분석(조사 차수별 평균 변화), (2) 잠재프로파일분석(LPA)을 통한 공공부문 청년 노동자의 유형 분류, (3) 인구사회학적·노동 특성에 따른 집단 비교, (4) 로지스틱 회귀분석을 통한 잠재유형 관련 요인분석을 순차적으로 수행한다. 이때 잠재프로파일분석을 활용하는 이유는, 집단 평균에 기초한 추세 분석만으로는 평균값 이면에서 특정 집단에 위험이 집중되는 내부 이질성을 포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잠재프로파일분석은 다차원 지표의 응답 패턴에 근거하여 모집단 내부의 잠재적 하위집단을 확률적으로 식별하는 방법으로, ‘평균적으로 양호한’ 공공부문 내부에 상이한 근로환경을 경험하는 집단이 공존하는지를 직접 검증할 수 있게 한다.
한 가지 밝혀둘 것은 본 연구의 범위이다. 본 연구가 활용하는 자료는 이직 의도나 직무만족과 같은 태도·행동 결과 변수를 포함하지 않으며, 소득은 잠재프로파일 구성 지표가 아닌 통제변수로 활용된다. 따라서 본 연구는 청년층의 공직 기피와 조기 이탈의 원인을 직접 검증하는 연구가 아니라, 그러한 논의의 실증적 전제가 되는 공공부문 내부의 비임금 차원 일자리 질 분화 구조와 그 분포 결정요인을 기술하고 설명하는 연구이다. 이탈 혹은 불만족과의 연결은 검증된 사실이 아니라 본 연구의 발견이 갖는 함의의 수준에서 신중하게 논의될 것이다.
본 연구의 학술적 기여는 다음의 세 가지이다. 첫째, 그동안 ‘안정적 내부노동시장’으로 일괄 평가되어 온 공공부문 청년 노동을 일자리의 질 6개 영역으로 다차원적으로 분해함으로써, 평균값에 가려져 있던 공공부문 내부의 분화를 가시화한다. 둘째, 잠재프로파일분석을 통해 도출되는 잠재 유형의 존재와 그 분포 결정요인을 규명함으로써, 청년 노동시장의 취약성을 주로 저학력·비정규·노동시장 주변부 요인과 연결지어 설명해 온 기존 연구(이승윤, 백승호, 김미경, 김윤영, 2017; 이병훈, 김은경, 김한나, 2023)에 보완적 시각을 제공한다. 셋째, 본 연구의 발견을 직무요구-자원 모형(Demerouti, Bakker, Nachreine, & Schaufeli 2001; Bakker, Demerouti, & Sanz-Vergel, 2023)의 분석틀을 통해 해석하고, 결과 해석 단계에서 개인-환경 적합성 이론(Edwards, 1991; Edwards & Shipp, 2007)의 관점을 보조적으로 활용함으로써, 공공부문 청년 노동자의 이탈을 단순한 세대적 가치관 변화로 환원하지 않는 사회학적 해석의 기반을 마련하고자 한다.
2. 선행연구 검토
1) 공공부문 청년 노동
한국 청년 노동과 관련된 연구는, 청년들의 노동시장 진입 및 이행에 관한 연구가 다수이다(박미희, 홍백의, 2014; 이승윤 외, 2017; 강순희, 2018; 오유진, 김교성, 2019; 이병훈 외, 2023). 이러한 경향은, 현재 청년들이 진입하여야 하는 노동시장의 높은 불안정성을 대변한다. 이병훈 외(2023)의 연구는 청년들이 동질적인 집단으로 호명되고 있으나, 청년 내부에서도 학력, 젠더, 소득에 따라 노동시장 이행의 이질적인 경로를 갖는 것을 확인한다. 또한 이승윤 외(2017)의 연구는 청년의 불안정성을 고용, 소득, 사회보험 측면으로 개념화하였고, 분석 결과 청년 남성, 저연령, 저학력일수록 불안정 집단에 속할 확률이 높음을 밝힌다. 이처럼 청년들이 일터로 나아가는 과정에서의 불평등과 고용 형태에 따른 불안정성 연구는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나, 일을 하고 있는 청년들이 어떠한 노동환경을 경험하는지에 대한 연구는 미비하다. 이는 노동 환경에서의 부정적 영향이 특정 연령에 한정되어 발생된다기보다, 노동을 수행하는 모든 자에게 적용될 수 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그렇기에 노동시장의 불안정성은 청년들이 안정적인 직장을 갖고자 하는 동인이 된다. 김향덕과 이대중(2018)의 연구에 따르면, 청년들이 직업을 선택할 때 가장 고려하는 사항은 직업 안정성이 가장 높았고, 그다음이 연봉 수준, 성장 가능성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공공부문에서의 고용과 임금은 관료적인 규칙과 절차에 의해서 결정되기에(신광영, 2009), 청년들은 안정적인 내부노동시장으로 진입하기 위하여 공공부문 노동을 선택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공공부문 조직 내부에서 저연차 청년의 조기 퇴직이 증가하고 있고, 공무원 시험 경쟁률 또한 하락 추세를 보인다. 오히려 공공부문 종사자에게 고용 안정에 대한 욕구가 강할수록 초기 직무만족도가 낮게 나타나는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김선아, 민경률, 이서경, 박성민, 2013). 이는 높은 경쟁률을 뚫고 공직사회에 진입한 청년에게 배정된 업무와 보상에 대한 현실 괴리가 발생하며, 단순히 안정성만으로 직무 만족을 유지하는 것은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공공부문 일자리가 제공하던 직업 안정성이, 더 이상 청년 세대가 추구하는 가치와 정합하지 않는 것과 더불어, 비가시화 되었거나 해결되지 못한 공공부문 내부의 문제가 존재함을 시사한다.
인사혁신처(2023)에서 진행된 국가공무원 감정노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가공무원의 감정부조화와 보호 영역에서 감정노동 수준이 ‘위험’ 수준으로 나타났다. 청년 공무원 대부분이 직급과 연차가 낮아 일선에서 민원인을 응대하는 경우가 많고, 어리다는 이유로 악성 민원인들이 무시하거나 폭언의 수위가 높아져 공공행정 분야에서는 이로 인한 감정노동 노출 정도가 높다. 이처럼 공공부문 노동에서 확대되고 있는 감정노동은, 공공부문 종사자의 역할이 정부의 행정서비스를 일선에서 제공하는 것으로 인식되어, 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의 대면 접촉과 소통 창구가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공무원이 감정노동을 수행하는 정도가 높아졌고 특히 여성, 저연령, 고학력, 하위 직급일수록 감정노동에 더욱 노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김상구, 2009). 감정노동 노출뿐만 아니라 지나친 행사 동원과 비상근무, 민간과의 처우 격차, 낮은 성취감, 수직적 조직문화, 공공부문 내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불안 등 공공부문 조직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가 공공부문 청년 노동자를 둘러싸고 있다(이예슬, 2024; 정소희, 2024; 장원석, 임성빈, 2025; 차민지, 2025).
이러한 문제의식에 따라 공공부문 노동자에 대한 연구는 주로 구성원의 태도와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일례로, 김건식(2022)의 연구에서는 공무원의 일자리 내에서도 상대적인 질적 격차가 일정 존재하고, 이러한 격차는 공공 봉사 동기, 조직몰입, 조직시민행동, 혁신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실증한다. 공직 선호에 대한 연구는, 청년층의 공직 선호가 단순히 공공을 위해 봉사하고자 하는 동기가 큰 개인이 선호하게 되는 것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경제활동을 희망하는 수준이나 현 공무원들에 대한 인식 또한 주요 요인인 것을 밝히기도 한다(송주섭, 권영주, 2022). 또한 자발적 퇴직이나 이직 의향 강화 흐름에 따라 공공기관 내 청년의 이직 의도 영향 요인을 파악하는 연구가 잇따른다(구자군, 이정욱, 2024; 박정호, 2025).
그러나 공공부문에 종사하는 청년들의 근로 실태를 포착하고, 시간적인 흐름에 따라 노동자에게 노출되어 있는 위험의 변화를 분석한 연구는 많지 않다. 따라서 본 연구는 앞서 살펴본 공공부문 종사 청년의 노동 실태를 바탕으로, 그들이 경험하는 일자리의 질의 수준과 분포를 파악하고, 위험이 집중되는 집단의 특성을 확인하며, 앞으로의 개선 방향을 논의하고자 한다.
2) ‘일자리의 질’ 개념
청년의 노동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일자리의 양적 확대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루었다. 이때까지는 일자리에 있어 높은 고용률 달성 혹은 실업의 감소가 목표였다면, ‘일자리의 질’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부차적인 문제로 생각되었다. 하물며 높은 소득이 곧 좋은 일자리라는 인식이 지배적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노동시장의 유연화와 급격한 기술 변화로, 단순히 일자리의 개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일자리의 질에 대한 논의가 확대되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세계노동기구(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 ILO)는 1999년 ‘괜찮은 일자리(Decent Work)’를 측정하고자 하였으며, 본격적인 일자리의 질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괜찮은 일자리’ 개념은 모든 계층을 대상으로 노동자의 기본적인 노동 권리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기준으로 역할을 한다. 이 개념은 고용 기회, 철폐되어야 할 노동, 적절한 수입과 생산적 노동, 적절한 노동시간, 고용 안정성, 일과 가정의 양립, 고용 평등, 안전한 작업환경, 사회보장, 사회적 대화, 경제·사회적 맥락을 기준으로 고용의 질적 측면을 판단하는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ILO, 2013).
‘괜찮은 일자리’ 개념의 논의 이후 ‘일자리의 질’을 측정하는 지표는 꾸준히 개발되었다. 유엔유럽경제위원회(UNECE, 2015)는 기존의 ‘일자리의 질’ 지표를 종합하여 UN의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일자리의 질 측정 지표와 관리를 위한 체계를 제안하였다. UNECE의 ‘일자리의 질(Job Quality)’은 안전과 윤리, 소득과 급여, 근로시간, 일과 삶의 균형, 고용 안정성·사회적 보호, 기술 발전 및 훈련, 작업장 여건 및 동기부여를 기준으로 판단된다. 이와 유사하게 OECD(2015)도 ‘더 나은 삶의 질 지수(Better Life Index)’를 마련하여 소득의 질, 고용의 안정성, 노동환경의 질을 세 가지 차원으로 구성하는 일자리 질 측정 지표를 개발하기도 하였다.
국내에서도 일자리의 질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며 일자리의 질을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었다. 방하남과 이상호(2006)는 ‘좋은 일자리(Good Job)’의 가장 바람직한 지표는 객관적 척도인 임금수준과 사회적 인식 척도인 직업적 위세, 그리고 직무에 대한 주관적 만족도를 결합한 것이라고 말한다. 최옥금(2006)은 ‘괜찮은 일자리(Decent Job)’를 주제로 개별 노동자의 측면에서 일자리의 질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로 적절한 임금, 고용의 안정성, 사회보장 지표를 사용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논의 속에서 고안된 유럽재단(Eurofound)의 일자리의 질(Job Quality) 지표를 활용하고자 한다. Eurofound(2012)의 일자리의 질 지표는 노동자의 건강과 안녕에 인과적인 영향을 미치는 업무 및 고용의 특성에 집중하는 가장 포괄적인 분석틀 중 하나이다. Eurofound의 일자리의 질 지표는 7개의 영역(물리적 환경, 노동 강도, 노동시간의 질, 사회적 환경, 기술 및 재량, 전망, 소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자리의 질 지표는 업무 그 자체뿐만 아니라 업무 환경을 포괄하는 다차원적인 특성을 지니며, 노동자의 건강과 복지에 독립적인 영향을 가진다(Eurofound, 2019).
이 중 첫째, 물리적 환경(physical environment)은 진동, 소음, 고온과 같은 환경적 위험, 근골격계 질환을 포함하는 작업 자세, 생물학적, 화학적 영향 정도를 말한다. 둘째, 노동 강도(work intensity)는 직무 수행의 속도와 마감 시간, 외부 개입에 의한 작업 중단, 감정노동 정도를 의미한다. 셋째, 노동시간의 질(working time quality)은 연속 또는 초과근무의 정도, 비정형적이고 불규칙한 노동의 정도, 노동시간 조정의 빈도, 시간 사용의 유연성을 포함한다. 넷째, 사회적 환경(social environment)은 동료와 상사의 지지를 포함하는 내재적 환경, 직장 내 괴롭힘 빈도를 포함하는 적대적 환경, 차별적 환경으로 구성된다. 다섯째, 기술 및 재량(skills and discretion)은 직무 수행에 필요한 지식, 숙련, 경험의 수준, 직무와 관련한 자율적 선택과 결정의 범위, 직무에 관련한 의사결정 참여 정도, 교육 훈련 기회를 말한다. 여섯째, 전망(prospects)은 경력 발전의 전망 및 일자리의 지속 가능성을 말한다. 일곱째, 소득(earnings)은 객관적 지표로서의 월 평균 임금을 의미한다.
3) 직무요구-자원 모형과 본 연구의 분석틀
공공부문 청년 노동자의 근로환경을 체계적으로 살피기 위해서는, 근로환경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인들이 어떠한 이론적 기제를 통해 노동자의 건강과 태도에 영향을 미치는지 먼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에 본 연구는 직무요구-자원 모형(Job Demands-Resources Model)을 분석의 이론적 틀로 삼고자 한다.
직무요구-자원 모형은 Demerouti et al.(2001)가 제안한 이론으로, 모든 직업의 근로환경 특성을 ‘직무 요구’와 ‘직무 자원’이라는 두 범주로 분류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여기서 직무 요구란 노동자에게 지속적인 신체적·심리적 노력을 요구하는 직무의 물리적, 심리적, 사회적, 조직적 측면을 의미하며, 업무 과부하, 시간 압박, 감정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의 노출, 역할 갈등 등이 이에 해당한다. 반면 직무 자원이란 직무 목표 달성을 촉진하고, 직무 요구에 따른 신체적·심리적 부담을 완화하며, 개인의 성장과 학습을 뒷받침하는 직무의 제반 특성을 말한다. 업무에서의 자율성, 상사나 동료의 사회적 지지, 성과에 대한 피드백, 경력 전망, 기술 활용의 기회 등이 대표적인 직무 자원에 해당한다(Demerouti et al., 2001).
이 모형의 핵심은 직무 요구와 직무 자원이 각각 상이한 심리적 경로를 통해 노동자의 건강과 직무몰입(work engagement)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첫 번째 경로는 건강 손상 과정이다. 만성적으로 높은 직무 요구는 노동자의 인지적·신체적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소모시키며, 그 결과 소진으로 이어진다. 소진 상태에 이르게 되면 건강이 악화되고, 잦은 결근이 발생하며, 이직 의도가 높아지는 등 부정적 결과가 나타난다. 두 번째 경로는 직무몰입 과정이다. 풍부한 직무 자원은 노동자의 내재적·외재적 동기를 유발하여 직무몰입을 높이고, 이는 높은 업무 성과 및 조직에 대한 애착으로 이어진다(Demerouti et al., 2001). 이러한 이중 경로 메커니즘은 국내에서도 다양한 직업군에서 확인되고 있는데, 배수현, 서예린, 유현주(2021)의 연구에서는 조직신뢰와 위계적 조직문화가 직무소진과 직무몰입을 매개로 이직의도에 이르는 경로가 확인되었으며, 이는 직무 요구와 자원의 불균형이 소진과 몰입이라는 상반된 결과로 이어지는 기제를 실증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Bakker et al.(2023)은 지난 10년간의 직무요구-자원 이론의 발전을 정리하면서, 직무 요구와 자원의 특정한 조합 패턴이 노동자의 건강과 태도를 결정한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후술하겠지만 본 연구가 활용하는 일자리의 질 6개 영역(물리적 환경, 노동 강도, 노동시간의 질, 사회적 환경, 기술 및 재량, 전망)은 직무요구-자원 모형의 이론적 틀과 대응된다. 이 가운데 노동 강도는 업무 속도, 마감 압박, 감정적 요구를 포괄하는 전형적인 직무 요구에 해당한다. 물리적 환경과 노동시간의 질 역시 신체적 에너지를 소모하거나 충분한 휴식·회복의 기회를 제한한다는 점에서 직무 요구 내지 직무 조건으로 분류될 수 있다. 반면 기술 및 재량은 업무에서의 자율성과 의사결정 참여를 통해 내재적 동기를 유발하는 자원이며, 사회적 환경은 동료와 상사의 지지라는 사회적 자원, 전망은 경력 발전 가능성이라는 외재적 동기 유발 자원에 각각 해당한다.
이상의 논의를 종합하여 본 연구의 분석 전략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각 일자리의 질 영역에 대한 연도별 추세 분석을 실시하여 조사 차수별 평균값의 변화를 파악한다. 이후 직무요구-자원 모형에 따라 일자리의 질 6개 영역을 활용한 잠재프로파일분석을 수행하여, 요구와 자원의 조합 패턴에 기반한 잠재유형을 도출한다. 다음으로 어떠한 인구사회학적 및 노동 특성이 특정 유형에의 소속과 관련되는지를 분석하여, 직무 요구의 집중에 노출되기 쉬운 집단의 특성을 파악한다. 이와 같은 단계적 분석을 통해 본 연구는 공공부문 청년 노동자의 근로환경을 평균적 수치가 아닌 유형별 불균형 구조의 관점에서 포착하고, 일자리의 질에 따른 잠재적 분화가 일어나는지 검토한다.
3. 자료와 방법
1) 연구 자료 및 대상
본 연구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주관하는 한국근로환경조사(Korean Working Conditions Survey) 자료를 활용하였다. 한국근로환경조사는 유럽연합(EU) 산하 Eurofound에서 실시하는 유럽근로환경조사(European Working Conditions Survey)를 벤치마킹한 조사로 근로 형태, 고용 형태, 직종, 업종, 위험요인 노출, 고용, 안전 등 업무환경을 전반적으로 파악한 조사이다. 한국에서는 2006년부터 1차 조사가 시작되었고, 2011년에 시행된 3차 조사부터 3년에 1회씩 정기적으로 시행되었다. 현재에는 7차(2023년) 조사까지 완료되었다. 다만, 본 연구는 3차(2011년)부터 4차(2014년), 5차(2017년), 6차(2020년), 7차(2023년)까지의 한국근로환경조사를 사용하고자 한다. 1차와 2차 조사의 경우 표본 수가 10,000명이었으나 3차 조사부터는 50,000명을 대상으로 조사가 진행된 점, 그리고 3차 조사부터 3년 주기성을 갖고 조사가 진행된 점이 그 이유이다.
한국근로환경조사 대상자는 조사 시점 기준 ‘지난 1주간 수입을 목적으로 1시간 이상 일한 만 15세 이상 취업자’를 대상으로, 가구 방문 후 면접조사를 통해 설문이 되었다. 본 연구는 이 중 공공부문 청년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다. 여기에서 청년은 만 19세부터 만 34세이다.1) 공공부문 노동자의 경우 기업형태를 묻는 문항에서 공공부문(중앙정부/지자체/공공기관/국가 소유의 학교·병원·대학 등)에 근로한다고 응답한 노동자를 포함한다. 따라서 최종 자료 분석에 포함된 연구 대상자는 3차(2011년) 806명, 4차(2014년) 748명, 5차(2017년) 625명, 6차(2020년) 719명, 7차(2023년) 671명으로 총 3,569명을 대상으로 하였다.
최종 분석에 활용된 대상의 일반적 특성을 살펴보면(<표 1> 참조), 남자는 1,667명(46.7%), 여자는 1,902명(53.3%)이고, 최종 학력은 고졸 이하 324명(9.1%), 대졸 이상 3,232명(90.9%)이다. 응답자의 거주지역은 수도권 1,123명(31.5%), 비수도권 2,446명(68.5%)이고, 고용형태는 정규직 3,139명(88.2%), 비정규직 419명(11.8%)이다. 응답자가 종사하는 기관의 규모는 1~49인 1,557명(46.5%), 50~299인 1,118명(33.4%), 300인 이상 671명(20.1%)이다.
한편 한국근로환경조사는 복합표본설계에 따라 표본이 추출되고 차수별 가중치가 제공되는 조사이다. 그러나 본 연구는 서로 다른 5개 차수를 통합한 자료에서 ‘공공부문 청년 노동자’라는 특정 하위집단의 잠재 구조를 식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통합 표본 전체에 일관되게 적용할 수 있는 단일 가중치 체계가 제공되지 않는 점을 고려하여 모든 분석을 비가중 자료로 수행하였다. 따라서 본 연구의 결과는 모집단 구성비에 대한 추정이 아니라 표본 내 응답 패턴에 기초한 유형 구조의 식별과 집단 간 비교로 해석되어야 하며, 이 점은 연구의 한계에 함께 명시하였다. 또한 분석별 표본 규모를 명확히 하면, 잠재프로파일분석은 일자리의 질 6개 지표에 응답한 3,569명을 대상으로 하였고, 잠재유형 관련 요인에 대한 로지스틱 회귀분석은 통제변수 결측 사례를 목록별 삭제(listwise deletion)로 제외한 2,747명을 대상으로 하였다. 결측 제외에 따른 표본 축소가 결과에 미칠 수 있는 영향 역시 해석상의 유의점으로 함께 밝혀 둔다. 다만 가중치 미적용이 결과를 좌우하는지 확인하기 위하여, 조사가 제공하는 표준화가중치를 적용한 민감도 분석을 수행하여 부록에 제시하였다.
2) 분석 변수 및 기술통계
본 연구에서는 Eurofound의 일자리의 질(Job Quality) 지표를 주요 변인으로 하여 공공부문에 종사하는 청년 노동자의 잠재 유형을 확인하고자 한다. 일자리의 질 지표는 7개의 영역(물리적 환경, 노동 강도, 노동시간의 질, 사회적 환경, 기술 및 재량, 전망, 소득)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근로환경조사의 설문 문항의 경우 Eurofound의 일자리의 질 지표를 측정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고, 본 연구에서는 각 영역을 구성하는 하위 지표 중 다년도에 걸쳐 측정된 문항을 선별하여 지수화하였다.
다만 소득(earnings) 지표는 잠재프로파일을 구성하는 지표에서 제외하고 통제변수로 활용하였으며,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개념적으로 소득은 노동과정에서 경험되는 근로환경 조건이라기보다 보상·결과의 성격을 갖는 변수이며, 다른6개 영역과 달리 단일 객관 지표(월평균 세후 소득)로 측정되어 분포 특성도 상이하다. 둘째, 실증적으로 소득을 프로파일 구성 지표에 포함한 7개 지표 모형을 별도로 추정한 민감도 분석 결과, 소득 포함 모형은 분류의 질(Entropy=.621)이 본 연구의 6개 지표 모형(.844)보다 현저히 낮았고, 소득을 포함하더라도 본 연구가 식별한 유형 구분이 더 명료해지지 않았다. 아울러 본 연구의 결정요인 분석에서 소득은 잠재유형 소속을 예측하지 못하였다. 즉 ‘청년 노동자가 경험하는 일자리의 질이 단순한 임금 수준으로는 충분히 포착되지 않는다’는 본 연구의 문제의식은 자료에서 확인되는 경험적 사실에 근거한다. 셋째, 이에 따라 본 연구가 분석하는 종속 개념은 소득을 포함한 ‘일자리의 질’ 전체가 아니라 ‘비임금 차원의 일자리 질’에 한정됨을 명시한다. ILO, UNECE, OECD·Eurofound의 분석틀이 소득을 핵심 차원으로 포함함을 고려하면 이는 측정 범위의 축소에 해당하므로, 소득 차원을 포괄하는 유형화는 후속 과제로 남긴다.
한편, 통제변수로서의 소득은 단순한 개인의 경제적 배경 변수라기보다, 청년 공공부문 노동자에게는 근속·직급·호봉의 함수로서 일자리의 결과에 가까운 사후적 성격을 지닌다. 본 자료에 직급·호봉 변수가 부재한 조건에서 소득은 조직 내 위계적 위치의 불완전한 대리지표라는 성격을 아울러 가지므로, 회귀모형의 소득 계수 자체를 실질적 효과로 해석하는 데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본 연구에서는 3차 조사부터 7차 조사까지 문항이 유지되고 있는 지표를 사용하였다. 각 지표는 4점 척도, 5점 척도, 7점 척도로 설문이 되거나 질문의 해당 여부를 ‘그렇다/아니다’로 묻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지표별 점수의 산출은 차수별 척도의 방향을 확인한 후 100점(0~100점)으로 환산하였고, 점수가 높아져 100점에 가까워질수록 일자리의 질이 높은 것으로 해석한다. 즉, 일자리의 질을 구성하는 각 요인들의 점수가 높아질수록 긍정적인 평가를 갖는다. 또한 50점에 해당하는 값이 각 응답 항목의 중간값에 해당하여(5점 척도의 경우 3점, 7점 척도의 경우 4점 등) 대략 50점 미만은 부정적이나 중간 이하의 의미로, 50점 초과는 긍정적이거나 중간 이상의 의미로 해석할 수 있게 하였다. ‘모름’, ‘무응답’, ‘거절’ 등을 응답한 경우는 분석에서 제외하였다. 각 변인의 구성 문항 내용과 평균, 표준편차는 <표 2>에 제시되어있다.
첫째, ‘물리적 환경(physical environment)’ 영역은 7문항으로 구성된다(Cronbach’s α=0.8190). 근무시간 중 ① 수공구, 기계 등에서 발생하는 진동, ② 다른 사람에게 말할 때 목청을 높여야 할 정도의 심한 소음, ③ 일하지 않을 때조차 땀을 흘릴 정도로 높은 온도, ④ 화학 제품/물질을 취급하거나 피부와 접촉함, ⑤ 다른 사람이 피우는 담배 연기, ⑥ 피로하거나 통증을 주는 자세, ⑦ 무거운 물건을 끌거나, 밀거나, 옮기는 환경과 상황에서 일하는 시간의 정도를 7점 척도(1) 근무시간 내내, 2) 거의 모든 근무시간, 3) 근무시간 3/4, 4) 근무시간 절반, 5) 근무시간 1/4, 6) 거의 없음, 7) 전혀 없음)로 묻는 문항을 사용한다.
둘째, ‘노동 강도(work intensity)’ 영역은 3개의 문항으로 구성된다(Cronbach’s α=0.7004). 근무시간 중 ① 매우 빠른 속도로 일함, ② 엄격한 마감 시간에 맞춰 일함, ③ 화가 난 고객이나 환자, 학생을 다룸과 같은 상황을 겪는 정도를 7점 척도(1) 근무시간 내내, 2) 거의 모든 근무시간, 3) 근무시간 3/4, 4) 근무시간 절반, 5) 근무시간 1/4, 6) 거의 없음, 7) 전혀 없음)로 묻는 문항을 사용한다.
셋째, ‘노동시간의 질(working time quality)’ 영역에서는 5개의 문항으로 구성된다(Cronbach’s α=0.7795). 응답자의 근무 형태가 ① 매일 근무시간의 길이가 같다, ② 매주 근무 일수가 같다, ③ 매주 근무시간의 길이가 같다, ④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다, ⑤ 교대 근무를 한다에 해당하는지를 1) 그렇다, 2) 아니다로 묻는 문항을 사용한다. 노동 시간을 자율적으로 선택하고 유연하게 활용하는 형태의 근로가 직무만족도를 높이고 일·생활균형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해당 문항들의 경우 노동 시간의 정규성을 묻는 문항으로, 정해진 근무시간·근무일수·출퇴근시간·교대근무 여부를 파악하여 초과근무나 비정형적 근무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고안된 문항이다. 따라서 근무 시간에 정규성이 있을 경우 일자리의 질이 높고, 아닐 경우 질이 낮은 것으로 판단하였다. 다만 ‘노동시간의 질’을 근무시간의 정규성으로 측정하는 이러한 조작적 정의는, 시간 사용의 유연성을 질 높은 일자리의 특성으로 보는 관점과 긴장할 수 있는 논쟁적 선택이다. 본 연구는 초과근무·비정형 근무의 위험을 포착하기 위한 설계상의 선택으로 정규성 기준을 채택하되, 그 한계를 연구의 한계에서 논의한다.
넷째, ‘사회적 환경(social environment)’ 영역에서는 2개의 문항으로 구성된다(Cronbach’s α=0.7678). 업무 상황에 대해 ① 상사는 나를 도와주고 지지해준다, ② 동료들은 나를 도와주고 지지해 준다를 5점 척도(1) 항상 그렇다, 2) 대부분 그렇다, 3) 가끔 그렇다, 4) 별로 그렇지 않다, 5) 전혀 그렇지 않다)로 묻는 문항을 사용한다.
다섯째, ‘기술 및 재량(skills and discretion)’ 영역은 5개의 문항으로 구성된다(Cronbach’s α=0.8133). 업무 상황에 대해 ① 작업 목표가 결정되기 전에 나의 의견을 묻는다, ② 부서, 조직의 구성이나 업무 절차 개선에 참여한다, ③ 같이 일할 사람을 선택할 때 나의 의견이 반영된다, ④ 일을 할 때 내 생각을 반영할 수 있다, ⑤ 내가 하는 일의 중요한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에 대하여 5점 척도(1) 항상 그렇다, 2) 대부분 그렇다, 3) 가끔 그렇다, 4) 별로 그렇지 않다, 5) 전혀 그렇지 않다)로 묻는 문항을 사용한다.
여섯째, ‘전망(prospects)’ 영역에서는 “내 일자리는 전망이 좋다”에 대한 동의 정도 묻는 단일 문항을 사용한다. 이는 5점 척도(1) 매우 동의한다, 2) 대체로 동의한다, 3) 보통이다, 4) 대체로 동의하지 않는다, 5)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로 조사되었다.
각 영역 지수의 내적일관성 신뢰도는 <표 2>에 보고하였으나, 영역 간 신뢰도 수준에는 비대칭이 존재한다. ‘전망’은 차수 간 문항 구성이 일정하지 않아 단일 문항으로 측정되어 신뢰도 계수를 산출할 수 없고, ‘노동 강도’의 α=.70은 일반적 수용 기준의 경계에 있다. 잠재프로파일 투입 지표 간 이러한 신뢰도 비대칭은 영역별 측정오차의 크기가 다를 수 있음을 뜻하므로, 결과 해석 시 유의할 필요가 있다.
또한 공공부문 청년 노동자의 잠재프로파일별 특성을 파악하기 위하여, 인구사회학적 특성과 노동 특성을 변수로 구성하였다. 인구사회학적 특성에서 성별은 여성(1), 남성(0)으로 변환하여 활용한다. 학력은 최종학력을 묻는 문항을 활용하여, 고졸 이하(1), 대졸 이상(0)으로 변환한다. 거주 지역은 비수도권(1), 수도권(0)으로 변환하여 활용한다. 연도의 경우 각 차수별 연도를 가변수로 사용하고, 2011년을 기준변수로 하여 분석한다.
노동 특성에서 고용 형태는 비정규직(1), 정규직(0)으로 변환하여 사용한다. 종사 기관 규모는 “지난주에 일한 직장(사업체)의 종사자 수는 얼마나 됩니까?”는 질문을 활용하였고 ‘1~49인, 50 ~299인, 300인 이상’의 3개 범주로 가변수화하였다. 응답자의 종사 산업은 주요 공공부문 근로에 해당하는 공공·국방·사회보장행정업(1), 교육서비스업(2),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3), 기타(4) 산업군으로 분류하여 분석에 활용했다. 안전 정보 제공 정도는 “귀하는 업무와 관련하여 ‘건강이나 안전에 관한 위험요인’에 관한 정보를 얼마나 잘 제공받고 있습니까?”를 4점 척도로 답한 문항을 점수로 사용하였다. 소득은 응답자의 월 평균 소득(최근 3개월의 세후 소득)을 사용한다. 근무시간은 응답자가 일주일 기준으로 실제 몇 시간 일하는지를 답한 문항을 사용한다.
3) 분석 방법
먼저 공공부문 청년 노동자의 일자리의 질에 대한 연도별 추세 분석을 시행하였다. 본 연구의 자료는 동일 개인을 추적한 종단 자료가 아니라 차수별로 새롭게 추출된 반복 횡단면 자료이므로, 여기서의 추세는 엄밀한 의미의 시계열 변화가 아니라 ‘조사 차수별 평균값의 변화’를 의미한다. 이러한 표현상의 구분은 본문 전체에서 일관되게 유지한다. 이를 통해 공공부문 종사 청년들이 경험하는 노동환경의 수준과 변화 양상을 파악하고자 한다.
이어서 일자리의 질 요인에 따른 하위 집단을 유형화하기 위해 잠재프로파일 분석(Latent Profile Analysis)을 실시하였다. 잠재프로파일분석은 잠재계층분석(Latent Class Analysis)과 유사하게 모집단 내에 존재하는 하위 집단을 분석한다. 잠재계층분석의 경우 관측 변수를 범주형 변수로 사용하는 것과 달리, 잠재프로파일분석은 연속형 변수를 사용하여 각 집단의 평균적인 특성을 도출한다는 점에서, 본 연구의 목적에 부합한다(Muthén, 2002).
잠재프로파일분석은 잠재 유형의 수를 증가시키면서 모형들을 추정하고, 모형검증과 비교를 통하여 가장 적합한 모형을 기준으로 잠재 유형의 수를 결정한다. 최적 모형에 대한 단일 기준은 없으며, 정보지수, 우도비 검정, 각 집단의 크기와 해석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한다(Tein, Coxe, & Cham, 2013; Nylund, Asparouhov, & Muthén, 2007). 첫째, 정보지수는 AIC(Akaike Information Criterion), BIC(Bayesian Information Criterion), SABIC(Sample-size Adjusted BIC)을 기준으로 판단하며, 값이 낮을수록 적합도가 양호함을 의미한다. 둘째, 우도비 검정으로는 LMR-LRT(Lo-Mendell-Rubin Likelihood Ratio Test)와 함께, 모의실험 연구에서 잠재계층 수 판정에 가장 정확한 검정으로 평가되는 부트스트랩 우도비 검정(Bootstrapped Likelihood Ratio Test, BLRT)을 함께 보고한다(Nylund et al., 2007). 셋째, 엔트로피(entropy) 지수는 잠재계층 수를 결정하는 기준이라기보다 도출된 분류의 정확도를 사후적으로 확인하는 보조 지표이므로(Nylund et al., 2007), 본 연구에서는 이를 모형 선택의 주된 근거가 아니라 분류 질의 진단 지표로 활용한다. 엔트로피는 0에서 1 사이의 값을 가지며 일반적으로 0.8 이상일 때 분류가 양호하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각 잠재집단의 상대적 크기(비율과 사례 수)와 이론적 해석 가능성을 함께 고려한다.
아울러 결과의 강건성을 확인하기 위해 세 가지 보조 분석을 수행하였다. (1) 5개 차수 통합에 따른 연도 효과의 혼입 가능성을 점검하기 위해, 일자리 질 지표의 변동이 가장 컸던 2017년 차수를 제외한 표본으로 잠재프로파일분석을 재추정하였다(부록 <표 A2>). (2) 소득을 프로파일 구성 지표에 포함한 7개 지표 모형을 추정하였다(부록 <표 A1>). (3) 잠재유형이 노동자의 적응 결과와 갖는 관련을 확인하기 위해 근로환경만족도, 주관적 건강, 일·생활 균형, 정신적 웰빙(WHO-5)을 결과 변수로 하는 보조 회귀분석을 수행하였다(부록 <표 A3>). (4) 조사가 제공하는 표준화가중치를 적용한 가중 분석을 수행하였다(부록 <표 A4>). 한편 5개 차수를 단일 표본으로 통합하여 분석하는 본 연구의 설계는 차수 간 측정동일성(measurement invariance)을 전제하는데, 조사 문항의 변동으로 인해 이를 형식적으로 검증하지 못하였다. 이 점은 연구의 한계에 명시하였다.
잠재프로파일을 확정한 이후, 도출된 잠재프로파일별로 어떤 인구사회학적 및 노동 특성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카이스퀘어 분석과 t-test를 진행하였다. 이어서 잠재프로파일을 종속변수로 하는 로지스틱 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이는 어떤 사회적 특성을 가진 청년이 각 잠재 유형에 속하게 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이다. 모든 분석은 Stata 19.0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수행되었다. BLRT는 동일한 모형 사양(집단별 평균, 집단 간 동일 분산의 정규혼합모형)에 대한 모수적 부트스트랩(99회 반복)으로 산출하였다.
4. 일자리의 질의 연도별 추세
본 절에서는 일자리의 질을 구성하는 요인들과 각 요인들의 세부 항목에 대한 연도별 평균값의 변화를 확인하고자 한다. 전술하였듯 본 연구의 자료는 반복 횡단면 자료이므로, 이하의 추세는 조사 차수별 평균 변화를 뜻한다. 이는 공공부문 청년 노동자의 일자리의 질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조사 차수의 흐름에 따라 어떠한 변화 추이를 보이는지 파악하는 것에 의의를 갖는다.
분석 결과 모든 영역에서 절대적으로 질이 낮은 경우는 많지 않았고, 추세의 변화 또한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 즉, 공공부문에서 노동 자체의 일자리의 질 수준은 평균 점수 상 전반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를 각 영역별로 확인해 보자면, 첫째, 물리적 환경의 경우 점수가 100점 만점 중 90점대를 유지하며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1>). 전술하였듯이 하위 척도와 세부 항목은 모두 100점 만점으로 환산되어, 100점에 가까울수록 긍정적인 평가를, 0점에 가까울수록 부정적인 평가를 의미한다. 추세의 경우 2017년에 일시적으로 노출 정도가 낮아진 것을 제외하면, 점진적인 상향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물리적 환경 영역의 세부 요인 점수 또한 모두 90점대를 유지하는 모습을 보였다(<그림 1-1>). 그러나 ‘피로하거나 통증을 주는 자세’와 같이 사무직 노동자가 주로 겪을 수 있는 신체적 활동은 다른 세부 항목에 비하여 점수의 값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그런데 이 항목 또한 다른 세부 항목의 추세와 유사하게 점진적으로 완화하는 추세를 보였다. 이러한 모습은 사무직 노동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물리적 위험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인지가 높아졌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되나 더 정확한 내용은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둘째, 노동시간의 질의 경우에도 90점에 인접한 점수를 보이며 물리적 환경과 같이 일자리의 질이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2>). 청년들이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하여 상대적으로 노동시간의 질이 좋은 공공부문 노동을 선택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부분이 잘 드러난 결과로 보인다.
노동시간의 질의 세부 요인을 보아도, 근무시간이 아닌 시간에 업무를 수행하는 정도가 낮고, 각 부분에서 등락이 존재하긴 하나, 그 폭이 크지 않다(<그림 2-1>). 그러나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음’이나 ‘교대 근무를 하지 않음’ 정도는 최근 미세하게 하향하는 추세를 보인다. 이는 비교적 노동시간의 질이 좋은 것으로 평가되었던 공공부문 노동에서도 최근 초과근무나 비상근무 등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여 노동시간의 질에 대한 변화가 있음을 의미할 수 있다(정종호, 2025). 이러한 추세는 노동의 강도와 연관되어, 업무의 과부하로 이어질 가능성을 보인다.
셋째, 노동 강도의 경우 2014년에서 2017년 사이 가시적으로 하락하기도 하였으나, 전체적으로 70점대를 유지하였다. 일자리의 질에 해당하는 영역들과 비교해보자면, 물리적 환경 그리고 노동시간의 질과 비교하였을 땐 점수가 안 좋은 편이었으나, 이외의 영역과 비교하자면 양호한 것으로 보인다(<그림 3>). 그러나 2017년 이후 노동 강도의 정도가 완화되었음에도 추세선은 하향하는 쪽에 가깝다. 또한 2017년의 급격한 하락은 당시 공공부문에서의 노동 강도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어 이를 개선하기 위한 움직임이 나타났기 때문으로 사료되나, 보다 확실한 결론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노동 강도의 세부 영역의 추세 또한 2017년 전후의 등락을 제하고는 큰 변화를 보이지 않으나 점차 하락하는 방향인 것으로 보인다(<그림 3-1>). 특히 ‘화가 난 고객이나 환자, 학생을 다루지 않음’ 정도가 미세하게 점차 하락하는 추세인 것으로 보인다. 공공부문의 노동 중 대민 업무나 악성 민원인을 상대하게 되는 상황은 청년들에게 감정적 어려움을 경험하게 되고, 이는 노동 강도를 악화시켜 일자리의 질을 하락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넷째, 사회적 환경 점수의 경우 평균 68.38점(60점대 후반)으로, 앞서 살펴본 물리적 환경, 노동시간의 질, 노동 강도가 80~90점대인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50점이 5점 척도의 중간값(보통)에 해당하므로 그 자체로 부정적 영역에 속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우나, 5점 척도로 환산하면 약 3.7점에 해당하여 ‘보통’을 다소 상회하는 수준인 것으로 보인다(<그림 4>). 공공부문 조직은 상대적으로 다소 경직되어 있다고 판단되어, 일자리의 질을 구성하는 다른 영역에 비해서는 사회적 환경의 정도가 낮게 나타난 부분이 있다. 그러나 청년들에게 동료와 상사의 지지가 심각하게 결여된 수준은 아닌 것으로 생각된다.
사회적 환경의 세부 항목을 자세히 살펴보았을 때, 점차적으로 상사와 동료 지지 정도 모두가 높아지는 경향이 관찰된다(<그림 4-1>). ‘상사의 지지’는 2011년에는 60점에 가까운 점수로, ‘동료의 지지’에 비해 조금 더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으나 시간이 갈수록 미세하게 높아지고 있다. 이는 공공부문에서의 폐쇄적인 조직 환경과 관련된 문제의식이 늘어나고, 해당 부분이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다섯째, 기술 및 재량 점수의 경우 평균 54.47점으로, 차수에 따라 약 40~60점 사이의 변동을 보이며 다른 영역에 비해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그림 5>). 이 항목은 이어지는 전망 척도와 함께 공공부문에 종사하는 청년이 가장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일자리의 질 요소인 것으로 보인다. 공공부문의 경우 업무 특성상 창의적인 업무보다는 상급 기관이나 상급자가 지시하는 업무를 규정에 맞게 기계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연공서열을 따르는 공공부문 조직의 경우 청년이 다른 세대에 비하여 직급이 낮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업무 재량이 더 낮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럼에도 기술 및 재량 정도의 추세는 상향하고 있어, 재량권에 대한 의식이 높아지고, 점차 완화될 것으로 추측하나, 그 정도가 낮아 이에 대한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림 5-1>을 보자면, 세부 요인의 모든 부분에서 정도가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절대적으로 다른 요인과 비교하였을 때 해당 정도가 낮은 항목은 40~60점의 점수를 보인 ‘같이 일할 동료를 선택할 때 의견 반영’, ‘내가 하는 일의 중요한 결정에 영향을 미침’, ‘부서의 구성이나 업무 절차 개선에 참여’ 이었다. 또한 다른 세부 항목에서는 약하게나마 점차 추세가 완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일을 할 때 내 생각을 반영’하는 정도는 개선되는 추세가 관찰되지 않았다.
앞서 살펴본 요인들의 경우 추세선 변화의 폭이 크지 않아, 일자리의 질의 정도가 급격하게 변화한 경우는 관찰되지는 않았다. 반면 여섯째, ‘전망’의 경우 2011년에 관련 전망이 좋은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으나 2014년에 30점대로 떨어진 이후, 2017년을 기점으로 개선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그림 6>). 그러나 개선된 이후에도 악화 이전의 전망 정도를 회복하고 있지는 못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2017년의 완화 추세는 당시 공공부문 일자리 정책의 영향이 클 것으로 판단된다. 당대 정부의 공공부문 일자리의 양 확대 정책은 현장 민생 공무원 채용 확대, 고용 형태 전환 등을 포함한다(이병훈, 2021). 특히 공공부문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정책은 공공부문 종사 청년들의 직업 불안정성 인식을 완화하는데 큰 분기점이 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보면, 기술 및 재량 다음으로 전망 항목이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고, 가장 큰 등락을 보였다. 수치가 개선된 이후에도 물리적 환경, 노동시간의 질, 노동 강도, 사회적 환경 항목에 비해 평가가 좋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본 절에서는 공공부문 청년 노동자의 일자리의 질을 구성하는 요인이 조사 차수에 걸쳐 어떠한 추세를 갖는지 확인하였다. 절대적인 값의 측면에서는 기술 및 재량 발휘가 어려운 경직적인 구조라는 점이 가장 큰 문제인 것으로 확인된다. 그런데 추세만 보면 대부분의 일자리의 질 점수가 시간에 따라 큰 변화가 없거나 미세하게 양호해지는 것으로 보인다.2)
본 연구의 출발점이 된 사회적 배경은 근래에 심화된 청년층의 공직 기피와 조기 이탈이었다. 그러나 본 절의 결과는, 적어도 조사 차수별 평균 수준에서는 공공부문 청년 노동자의 근로환경이 최근 들어 전반적으로 악화되었다는 통념을 지지하지 않는다. 각주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민간부문과 비교해도 공공부문의 점수는 유사하거나 오히려 양호하였다. 즉 ‘근로환경의 전반적 악화’는 본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으며, 공직 기피·이탈의 확산을 곧바로 평균적 근로조건의 하락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추세에만 주목하여 세부 구성 항목을 살펴보면 ‘교대 근무를 함’, ‘화가 난 고객이나 환자, 학생을 다룸’ 정도가 상승 추세이고 ‘일을 할 때 내 생각을 반영’, ‘전망’ 항목이 하락 추세라는 점이 눈에 띄지만, 그 변화 폭 역시 크지 않다.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음’ 항목의 미세한 하락은 유연함과 자율성의 증가로 볼 소지도 있어 부정적 요소로 단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처럼 평균에 기초한 추세 분석은 두 가지 가능성을 남긴다. 하나는 공공부문 청년 노동의 문제가 근로환경 바깥(상대 임금, 조직문화, 가치관 변화 등)에 있을 가능성이고, 다른 하나는 평균값 이면에서 위험이 특정 집단에 집중되어 있어 평균의 완만한 변화가 이를 가리고 있을 가능성이다. 본 연구는 자료가 허용하는 범위에서 후자의 가능성을 검토한다. 즉 평균값으로 환원되지 않는 내부의 이질적인 집단을 가려내고, 특히 어려움이 집중되는 집단이 어느 정도의 크기이며 그 어려움의 내용이 무엇인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어지는 분석에서는 일자리의 질 요인에 따른 공공부문 청년 노동자의 잠재 유형을 파악하고, 청년 공공부문 종사자가 처해 있는 내부 상황을 유형화하여 그 특성을 살펴본다.
5. 잠재프로파일분석
1) 잠재프로파일 수 결정
공공부문 종사 청년 노동자의 일자리의 질에 따른 잠재 프로파일 유형을 도출하기 위해, 잠재 집단을 2개에서부터 5개까지 집단 수를 순차적으로 늘려가며 적합 모형을 찾고자 하였다. 이 과정에서 정보지수, 우도비 검정(LMR-LRT, BLRT), 분류의 질, 분류율을 확인하였고, 이는 <표 3>과 <그림 7>에 제시하였다. 우선 모형의 적합도를 나타내는 정보지수는 잠재프로파일 수가 증가할수록 양호해지는 경향을 보였다. 적합도 지수값의 변화량이 감소하여 완만해지는 경계 지점은 프로파일이 2개일 때와 4개일 때로 확인되었다(<그림 7> 참조). 모형비교 검증을 위한 LMR-LRT와 부트스트랩 우도비 검정(BLRT)은 잠재프로파일 수가 증가할 때에도 5집단까지 모두 유의한 수준을 보여(각각 p<.001, p<.01), 우도비 검정은 집단 수 증가를 계속 지지하며 명확한 절단 기준을 제공하지 못하였다. 이는 표본 규모가 큰 자료에서 흔히 나타나는 양상으로, 이 경우 정보지수의 변화 양상과 함께 각 집단의 크기 및 해석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권장된다(Nylund et al., 2007).
정보지수만 보면 4집단 모형이 상대적으로 우수하므로, 4집단 해가 담고 있는 실질적 내용을 검토하였다. 4집단 모형은 ① 여섯 영역이 전반적으로 양호한 집단(63.0%), ② 사회적 환경(52.2점)과 기술 및 재량(35.4점)이 낮은, 즉 직무 자원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집단(20.0%), ③ 노동시간의 질(38.0점)이 두드러지게 낮은 집단(14.0%), ④ 일의 강도(40.1점)와 물리적 환경(57.5점)에서 직무 요구 부담이 집중된 소규모 집단(3.0%, 약107명)으로 구성된다. 이는 본 연구의 2집단 해에서 하나의 유형으로 묶이는 고요구 집단이 ‘노동시간 불규칙성’과 ‘강도·물리적 부담’이라는 두 하위 축으로, 다수 집단이 ‘자원 수준’에 따라 두 하위 축으로 세분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질적으로 유의미한 정보이다. 그러나 4집단은 비율(3.0%)과 사례 수(약107명) 모두에서 독립된 유형으로 안정적으로 해석하기에 한계가 있는 집단이 있고, 4집단 모형의 분류 정확도(Entropy=.787)는 2집단 모형(.844)보다 낮았으며, 재추정 시 소집단이 동일하게 재현되지 않을 위험도 있다.
나아가 모형 선택은 통계적 적합도만이 아니라 연구 질문 및 이론틀과의 정합성에 비추어 판단될 필요가 있는데(Nylund et al., 2007), 본 연구의 이론틀인 직무요구-자원 모형에 비추면 2집단 해의 이론적 정합성이 더 높다. 첫째, 직무요구-자원 모형의 기본 분류 단위는 개별 지표가 아니라 ‘직무 요구’와 ‘직무 자원’이라는 두 상위 범주이며(Demerouti et al., 2001), 그 핵심 명제인 건강 손상 경로는 요구의 누적 수준을 결과를 가르는 일차적 축으로 상정한다. 2집단 해는 정확히 이 이론적 일차 축을 따라 표본을 분할한다. 두 유형은 자원 영역에서 대등하고 요구 영역(일의 강도, 물리적 환경, 노동시간의 질)에서만 분화하므로, 2집단 해가 식별하는 것은 곧 ‘건강 손상 경로가 작동할 위험이 집중된 집단’이라는 이론적 구성과 일치한다고 할 수 있다. 둘째, 4집단 해가 추가하는 분할 가운데 노동시간 취약 집단과 강도·물리 취약 집단의 구분은 모두 ‘직무 요구’ 범주 내부의 지표 조합 차이로서, 본 연구가 원용한 이중 경로 기제의 수준에서는 서로 구별되는 이론적 기제를 갖지 않는 측정 수준의 세분화에 해당한다. 즉 4집단 해는 ‘어떤 요구 지표가 낮은가’라는 기술적 정보를 더해 주지만, ‘요구가 집중되는가’라는 이론적 구성의 수준에서는 2집단 해와 동일한 구분을 더 불안정한 소집단 구조로 나누어 제시하는 것에 가깝다. 셋째, 4집단 해의 자원 취약 집단(20.0%)은 직무몰입(동기 유발) 경로와 관련되는 이론적으로 흥미로운 구성이지만, 이는 위험(요구) 집중의 식별이라는 본 연구의 질문과는 다른 차원의 질문에 속하며, 4집단이 3.0% 소집단과 결합된 해에서만 나타난다는 점에서 독립된 후속 연구에서 다루는 것이 적절하다. 넷째, 잠재프로파일분석과 같은 사람 중심(person-centered) 접근의 목적은 지표 조합의 모든 변이를 열거하는 것이 아니라 이론적으로 의미 있는 소수의 구성(configuration)을 식별하는 데 있으므로, ‘요구 집중형 대 비집중형’이라는 명료한 구성을 제공하는 2집단 해가 본 연구의 목적에 부합한다. 마지막으로 보조 회귀분석(부록 <표 A3>)에서 고요구형의 근로환경만족도, 주관적 건강, 일·생활 균형이 일관되게 낮게 나타난 것은 건강 손상 경로의 예측과 부합하는 결과로, 2집단 구분이 이론적 예측 타당성 또한 갖추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상의 통계적 고려와 이론적 정합성을 종합하여 본 연구는 ‘공공부문 내부의 일자리 질 분화 여부와 그 관련 요인’이라는 연구 질문을 가장 안정적이고 명료하게 포착하는 2집단 모형을 최종 분석 모형으로 채택하되, 4집단 해가 시사하는 요구·자원 차원의 세분화 가능성은 후속 연구의 과제로 남긴다.
덧붙여 두 가지 사항을 명시한다. 첫째, 엔트로피 지수는 잠재계층 수를 결정하는 기준이 아니라 분류의 정확도를 사후적으로 진단하는 보조 지표이므로(Nylund et al., 2007), 본 연구의 모형 선택은 엔트로피가 아니라 정보지수의 변화 양상, 집단 크기, 해석 가능성에 근거하였으며, 2집단 모형의 Entropy=.844는 채택된 모형의 분류 질이 양호함을 확인해 주는 정보로만 활용하였다. 둘째, 혼합모형의 우도면은 다봉적(multimodal)이어서 시작값에 따라 상이한 국지해가 존재할 수 있다. 본 연구의 2집단 해는 직무요구-자원 구조로의 해석 가능성이 가장 명료한 해로서 채택된 것이며, 상이한 축을 중심으로 하는 대안적 분할 가능성은 4집단 해에 대한 위의 기술과 함께 열어 둔다.
마지막으로 5개 차수 통합 표본에 기초한 잠재구조가 특정 차수의 영향에 좌우되는지 확인하기 위하여, 일자리 질 지표의 변동이 가장 컸던 2017년 차수를 제외한 표본(N=2,944)으로 동일한 2집단 모형을 재추정하였다. 그 결과 두 유형의 비율(고요구형 14.7%, 저요구형 85.3%)과 영역별 프로파일 평균이 전체 표본의 결과와 1점 내외의 차이로 거의 동일하게 재현되었고 분류의 질도 유지되어(Entropy=.850), 본 연구의 잠재구조가 2017년 차수의 특이 변동에 의해 형성된 것이 아님을 확인하였다(부록 <표 A2>).
2) 잠재프로파일 유형
공공부문 종사 청년 노동자의 일자리의 질에 따른 잠재프로파일의 평균과 표준오차를 <표 4>에, 그리고 분포 형태는 <그림 8>에 제시하였다. 프로파일 1은 16.3%, 프로파일 2는 83.7%를 차지하였다. 두 유형은 직무 자원에 해당하는 사회적 환경(69.4점 대 68.2점), 기술 및 재량(58.3점 대 53.7점), 전망(66.9점 대 66.6점)에서는 사실상 대등한 수준을 보인 반면, 직무 요구에 해당하는 물리적 환경, 일의 강도, 노동시간의 질에서는 프로파일 1의 점수가 프로파일 2보다 뚜렷이 낮았다.
가장 극명한 차이는 일의 강도에서 나타난다. 프로파일 2 집단에서 경험하는 일의 강도는 82.08점으로 41.67점인 프로파일 1 집단과 큰 격차를 보였다. 또한 물리적 환경과 노동시간의 질 영역에서도 프로파일 2 집단(각각 90.87점, 90.68점)이 프로파일1 집단(각각 78.49점, 80.12점)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프로파일 구조를 직무요구-자원 모형의 관점에서 보면, 프로파일 1은 직무 자원이 결핍된 집단이 아니라 직무 요구가 집중된 집단이다. 즉 직무요구-자원 모형이 가장 위험한 조합으로 보는 ‘고요구-저자원’이 아니라 ‘고요구-동등자원’의 조합에 해당한다. 이 점을 반영하여 본 연구는 프로파일 1을 ‘고요구형’, 프로파일 2를 ‘저요구형’이라는 중립적 명칭으로 부른다. 다만 보조 분석 결과 고요구형은 근로환경만족도, 주관적 건강, 일·생활 균형이 모두 유의하게 낮게 나타나, 중립적 명칭이 곧 위험의 부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밝혀 둔다.
세부 항목을 보면 저요구형에 비해 고요구형의 경우 일의 강도 중 엄격한 마감 시간(28.32점), 빠른 속도로 일함(29.81점) 때문에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화가 난 민원인(50.99점)을 상대하는 문제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리적 환경 측면에서는 피로한 자세(59.48점)의 문제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 시간의 질과 관련해서 매일 다른 근무 시간의 길이(74.86점)에서 차이가 컸고, 교대 근무(77.43점)도 상대적으로 문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즉, 고요구형의 직무 자원 수준은 저요구형과 대등하나, ‘엄격한 마감 시간에 상시적으로 쫓기고, 빠르게 일할 것을 요구받으며, 상대적으로 자주 화가 난 민원인을 상대하거나, 물리적으로 피로한 자세로 인해 불편감을 느끼고, 비교적으로 좀 더 자주 교대 근무를 하거나 하루의 노동 시간 길이가 일정하지 않은’ 일부 집단인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3) 잠재프로파일별 특성
위와 같은 잠재프로파일에 따라 인구사회학적 및 노동 특성에 차이가 있는지 확인하였다. 분석 결과 종사자 규모와 산업분류, 연도에서만 유의미한 차이가 확인되었다(<표 5>). 종사자 규모의 경우, 1~49인 규모에서는 저요구형(46.4%)과 고요구형(47.2%)로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50~299인 규모에서는 저요구형(34.3%)이 고요구형(28.8%)보다 높게 차지하였고, 300인 이상의 규모에서는 고요구형(24.0%)이 저요구형(19.3%)보다 높은 비율을 나타냈다. 산업분류의 경우 공공·국방·사회보장행정업에서 고요구형(40.0%)이 저요구형(34.4%)보다 높은 비율을 나타냈다. 또한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에서도 고요구형(16.7%)이 저요구형(11.8%)보다 높은 비율을 나타내었다. 그러나 교육서비스업의 경우 저요구형(34.5%)이 고요구형(19.8%)보다 높은 비율을 보이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각 조사 연도에서는 2011년과 2014년, 2020년은 저요구형이 많았고, 2017년에서는 고요구형이 더 큰 비율을 차지하였다. 2023년은 저요구형(18.8%)과 고요구형(19.1%)이 유사한 수준을 보였다.
한편 <표 5>에서 소득은 두 유형 간 평균 차이가 유의하지 않았으나, 집단별 표준편차가 고요구형 71.6, 저요구형 173.8로 뚜렷이 역전되어 있음이 관찰된다. 이는 고요구형의 소득 구성이 상대적으로 동질적임을 뜻하는데, 고요구형이 특정 직군·연차대에 집중되어 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한편 소득 응답의 품질 문제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으므로, 소득 관련 결과의 해석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4) 잠재프로파일 관련 요인 분석
공공부문 청년 노동자의 잠재프로파일별 관련 요인을 분석한 결과는 <표 6>과 같다. 회귀분석에는 통제변수 결측 사례를 목록별로 제외한 2,747명이 포함되었다. 학력의 경우 대졸 이상에 비해 고졸 이하일수록 고요구형에 속할 확률이 유의하게 낮았다(B=-.454, p=.040). 즉, 고학력 청년 노동자가 공공부문 노동 내에서 상대적으로 저학력 청년에 비해 더 높은 노동 강도 또는 감정노동이나 마감 시간에 대한 압박에 노출되고 있는 것을 나타낸다. 한편 학력은 이변량 분석(<표 5>)에서는 유형 간 차이가 유의하지 않았으나 다변량 모형에서 유의하게 전환되었다. 이는 산업분야, 조사 연도 등 다른 변수와의 관계가 통제된 후에야 학력의 고유한 관련성이 드러나는 억제효과(suppression effect)의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학력 효과의 해석에는 이러한 모형 의존성을 감안한 신중함이 요구된다.
거주지역의 경우, 약한 유의도로 수도권 근무자에 비해 비수도권 근무자가 고요구형에 속할 확률이 낮았다(B=-.184, p=.099). 다만 이는 통상적인 유의수준(p<.05)에 미치지 못하는 경향성 수준의 결과이므로, 수도권 근무 환경의 위험을 시사하는 참고적 단서로만 해석해야 한다.
산업분야의 경우 공공·국방·사회보장행정업에 비하여 교육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는 청년일수록 고요구형에 속할 확률이 유의하게 낮았다(B=-.655, p<.001). 반면 보건·사회복지 서비스업은 기준집단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이는, 비교적 일선에서 행정 업무를 제공하는 공공행정업 분야의 청년 노동자들에게 직무 요구 집중의 문제가 다른 행정업무를 다루는 분야보다 상대적으로 두드러짐을 시사한다.
주당 근무시간의 경우 고요구형에 속할 확률에 유의미한 정(+)의 영향을 미쳤다(B=.020, p=.002). 즉, 주당 근무시간이 길어질수록 공공부문 청년 노동자가 직무 요구가 집중된 집단에 속할 위험이 유의하게 증가하였다.
조사 연도의 경우, 2011년에 비하여 2017년은 고강도·취약형에 속할 확률이 유의하게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고, 2011년을 기준으로 한 2017년의 오즈비(odds ratio)는 2.079로 유의하게 큰 값을 보였다(B=.732, p<.001, OR=2.079). 이 계수는 본 회귀모형에서 가장 큰 효과에 해당하는데, 그 해석에는 두 층위의 신중함이 필요하다. 한편으로 2017년 전후에는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 정책과 공공부문 노동 조건에 대한 사회적 문제의식의 확산 같은 시기 요인이 실재하였다. 다른 한편으로 이 더미는 해당 차수의 표본 구성이나 문항·측정상의 변동 등 통합 표본에서 설명되지 않는 측정 요인을 함께 포착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본 연구가 차수 간 측정동일성을 형식적으로 검증하지 못한 점을 고려하면 2017년 효과를 실질적 변화로 단정할 수 없으며, 다만 2017년 차수를 제외한 민감도 분석에서 잠재유형 구조 자체는 유사하게 유지되었으므로(부록 <표 A2>), 본 연구의 핵심 결과가 2017년 차수에 의존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6. 논의 및 결론
1) 연구 결과 요약 및 토론
본 연구는 한국근로환경조사 3차~7차 자료를 결합하여 공공부문 청년 노동자의 일자리의 질에 대한 2011년부터 2023년까지의 연도별 추세를 확인하였다. 또한 잠재프로파일분석을 통해 일자리 질에 따른 잠재 유형을 도출하여 평균값의 추이만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 잠재집단을 찾아내고, 그 분포와 관련되는 요인을 파악하고자 하였다. 우선 공공부문 청년 노동자의 일자리의 질을 구성하는 영역별 추세를 살펴보았을 때, 모든 영역에서 추세 변화는 크지 않았고 전반적으로 위험 노출이 완화되고 있는 모습이었다. 또한 각 영역의 노출 정도도 양호하여, 공공부문 청년 노동자의 일자리의 질 수준은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최근의 공직 기피·조기 이탈 확산과 대비되는 결과로, 평균적 근로조건의 하락만으로는 현 상황을 설명하기 어려움을 보여준다. 그 간극을 이해하기 위해 본 연구는 평균 이면의 분포, 즉 내부 이질성에 주목하였다.
공공부문 내부에 실재하는 위험을 파악하기 위하여 잠재프로파일분석을 실시한 결과, 공공부문 청년 노동자 내부는 동질적이지 않았으며, 일자리의 질에 따라 뚜렷하게 구분되는 두 가지 잠재 유형 집단이 존재함을 확인하였다. 전체의 약 83.7%를 차지하는 저요구형은 전반적인 일자리의 질이 좋은 반면, 16.3%를 차지하는 고요구형은 일의 강도가 강하고 물리적 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특성을 보였다. 이와 같이 공공부문 일자리 내부에서도 일자리의 질의 격차가 존재하며, 이러한 격차가 구성원의 태도·행동과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은 선행연구의 문제의식과도 맞닿아 있다(김건식, 2022). 이러한 결과는 직무요구-자원 모형이 강조하는 ‘직무 요구와 직무 자원의 특정한 조합 패턴이 노동자의 건강과 태도를 결정한다’는 기존 연구와 정합한다(Bakker et al., 2023). 즉, 고요구형은 동일한 공공부문 내부에서도 직무 요구가 집중적으로 누적되는 잠재 집단의 존재를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본 연구의 프로파일 구조에서 이론적으로 특히 주목할 지점은, 두 유형이 직무 요구 영역에서만 갈리고 직무 자원 영역(사회적 환경, 기술 및 재량, 전망)에서는 사실상 대등하다는 사실 그 자체이다. 직무요구-자원 이론의 완충 가설에 따르면 직무 자원은 요구의 부정적 효과를 완화한다(Bakker et al., 2023). 그런데 본 연구의 두 유형처럼 자원 수준이 동일한 조건에서 요구 수준만 크게 벌어져 있다면, ‘평균적인 자원’만으로는 집중된 요구의 건강 손상 경로를 상쇄하기 어렵고, 요구의 격차가 곧 결과의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공공부문 내부의 분화가 자원 배분의 불평등보다 요구 배분의 불평등에서 비롯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발견으로, 자원 보강 중심의 대응보다 요구 자체의 재분배(업무 배분·민원 응대 구조의 재설계)가 우선적인 개입 지점일 수 있음을 함의한다.
나아가 ‘고요구형이 힘들지만 그만큼 보람이나 만족이 큰 집단일 수 있다’는 대안적 해석의 가능성도 검토하였다. 보조 회귀분석(부록 <표 A3>) 결과, 인구사회학적·노동 특성을 통제한 후에도 고요구형은 저요구형에 비해 근로환경만족도(B=-6.23, p<.001), 주관적 건강(B=-3.62, p<.001), 일·생활 균형(B=-2.94, p=.002)이 모두 유의하게 낮았고, 정신적 웰빙(WHO-5)에서는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따라서 적어도 본 자료에서 고요구형을 ‘보람으로 상쇄되는 집단’으로 보기는 어려우며, 만족과 건강 관련 지표가 동시에 낮은 실질적 위험 집단에 가깝다고 판단된다. 다만 이는 횡단면 자료에 기초한 상관적 결과이므로 인과적 해석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두 유형 집단을 구분 짓는 결정적인 요인은 업무 압박과 감정노동에서 나타났다. 세부 요인을 살펴본 결과, 고요구형은 빠른 속도의 업무, 엄격한 마감 시간, 화가 난 고객이나 환자를 다룸에서 저요구형에 비해 큰 점수 차이를 보였다. 본 연구는 이직 의도나 이탈 행동을 직접 측정하지 않았으므로 이러한 발견이 공직 기피·이탈의 원인을 확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공공부문 내부 소수의 집단에게 과도하게 노출된 업무적 부하와 감정노동이 만족도·건강·일·생활 균형의 저하와 결합되어 있다는 본 연구의 결과는, 청년층의 공직 기피·이탈 논의가 세대 가치관과 임금 수준뿐 아니라 시간적 압박과 보호받지 못하는 민원 업무라는 노동과정 요인에 주목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공공행정 서비스에 대한 국민의 요구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일선 공무원에게 요구되는 감정 통제 강도가 심화되었고, 이러한 현상은 청년들에게 높은 감정적 소진이 동반되는 근로환경일 수 있다. 공공부문 민원 업무에서 감정노동이 핵심 위험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기존 연구 및 최근 국가공무원의 감정노동이 위험 수준이라는 실태조사 결과와도 일맥상통하는 결과이다(김상구, 2009; 인사혁신처, 2023). 다만 기존 연구들은 주로 감정노동이나 직무만족, 이직 의도와 같은 태도·행동 변인에 초점을 두어 왔으며(김건식, 2022; 김선아 외, 2013), 사회의 복잡화와 국민 요구 수준의 상승에 따라 행정업무 자체가 고도화·세분화되고, 업무 처리 속도와 마감 압박이 강화되는 구조적 변화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충분히 조명하지 못한 한계가 있다. 문재인 정부 시기의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 및 기능 재조정 과정에서 행정업무 환경의 변화가 있었음을 지적한 연구 등을 고려할 때(이병훈, 2021), 행정 서비스 수요 증가와 조직 운영 방식의 변화가 청년 공무원에게 체감되는 노동 강도로 어떻게 전이되는지에 대한 후속 연구가 요구된다.
잠재유형 관련 요인분석 결과, 교육 수준에서 고졸 이하보다 대졸자일수록 고요구형에 속하였다. 일반적으로는 고학력 노동자일수록 양질의 일자리에 종사할 확률이 높지만, 공공부문의 경우에서는 대졸 이상의 집단이 직무 요구가 집중된 집단에 속할 확률이 높게 나타났다. 고학력 청년층의 경우 공공부문으로의 진입 시 높은 수준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기대하지만, 실제 근무 환경에서는 경직된 위계질서와 반복적인 단순 민원 업무를 수행하게 되며, 이에 대한 부조화를 더 크게 경험하는 것으로 추론해 볼 수 있다. 또한, 상대적으로 업무 역량이 높다고 평가받는 고학력 청년들에게 기피 업무가 집중되는 업무의 과중이 반영된 결과로도 해석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패턴은 개인-환경 적합성 이론의 관점에서 해석해 볼 수 있다. Edwards(1991)는 개인-환경 적합성을 요구-능력 적합과 욕구-공급 적합으로 구분한 바 있는데, 고학력 청년이 공공부문에 진입하면서 갖는 자율성·전문성에 대한 기대(욕구)와 실제 업무가 제공하는 단순 민원 응대(공급) 사이의 격차는 욕구-공급 부적합으로, 자신의 인지적 역량이 직무가 요구하는 수준을 크게 초과하는 경우는 요구-능력 부적합으로 각각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이중적 부적합 상황에서 개인은 기대-현실 격차로 인한 좌절과 성장 정체감을 경험하게 되며, 이는 자신의 기대와 실제 직무 경험 사이에서 괴리를 느끼게 되는 조건이 된다(Edwards & Shipp, 2007). 다만 본 연구의 자료에는 개인의 기대나 능력, 적합성 지각이 직접 측정되어 있지 않으므로, 개인-환경 적합성에 기초한 이상의 해석은 검증된 기제가 아니라 결과 패턴에 대한 이론적 해석 가능성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한국 청년 노동시장의 사회학적 맥락에서 보면, 이러한 부적합 경험은 개인 수준의 자격과잉을 넘어 한국 사회 전반의 계층적 기대 구조 위에서 형성된 것일 가능성도 있다. 구해근(2022)은 한국 중산층이 자녀의 학력과 경쟁적 성취에 가족 자원을 집약적으로 투입하는 양육 방식을 통해, 청년 세대를 일종의 ‘특권 중산층’적 위치를 가장 바람직한 모델로 인식하는 주체로 형성해 왔음을 지적한다. 이러한 배경에서 가족 단위의 누적적 자원 투입을 거쳐 진입한 공공부문에서 만나는 반복적 민원 응대와 경직된 위계질서는 세대·계층적으로 누적된 기대와 현실 사이의 괴리로 경험될 수 있다. 다만 이와 같은 세대·계층론적 해석은 가족 자원, 계층 배경, 기대 수준 가운데 어느 것도 본 자료에서 직접 측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시하는 하나의 해석적 가설이며, 본 연구의 학력 관련 결과(다변량 모형에서 p=.040) 역시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로는 제한적이다. 따라서 이 해석은 검증된 결론이 아니라 후속 연구가 검토할 추론으로 한정하여 제시한다.
관련하여, 유의도가 약하지만, 비수도권 거주자보다 수도권 거주할수록 직무 요구가 집중된 유형에 속할 가능성이 높은 경향도 관찰되었다. 이는 인구 밀집에 따라 업무의 과부하가 발생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2024년 공무원 1인당 업무 부담이 가장 큰 지역군은 경기도 887명, 서울 509명으로 인구 밀집도가 높을수록 열악한 행정 인력 상황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정진영, 2025). 통상적으로 수도권 소재 기관은 선호도가 높은 일자리로 인식되나, 인구 밀집에 따른 민원 업무의 과부하와 관료제적 통제는 청년 노동자의 일자리의 질을 저하시킬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공공부문 청년 노동자 중에서도 업무의 전문화와 노동 강도가 높은 수도권 종사 청년들의 근로환경 개선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이나, 해당 계수는 p<.10 수준의 경향성에 그치므로 이 해석은 후속 연구를 통한 확인이 필요한 잠정적인 것이다.
또한 주당 근무시간이 길어질수록 고요구형에 속할 확률이 유의하게 증가하는 결과가 확인되었다. 이는 본 연구가 식별한 고요구형의 특징인 빠른 업무 속도와 엄격한 마감 시간이라는 시간적 압박이, 단순히 주관적 부담 인식 차원이 아니라 객관적 노동시간의 절대량과 결합되어 나타나고 있음을 시사한다. Bakker 외(2023)가 직무요구-자원 모형에서 핵심 직무 요구로 강조한 ‘과도한 작업 부하(workload)’가 본 연구의 공공부문 청년 표본에서도 확인된다고 하겠다.
이러한 결과는 청년 노동시장의 취약성을 주로 저학력, 저연령, 비정규 고용 등 전통적 불안정 요인과 연계해 설명해 온 기존 연구 경향과는 다소 다른 양상을 보인다(이승윤 외, 2017; 이병훈 외, 2023). 선행연구에서는 청년 내부의 불안정 집단이 주로 인적 자본 수준이 낮거나 노동시장 주변부에 위치한 집단으로 보고되었으나, 본 연구에서는 오히려 고학력 종사자가 고요구형에 속할 확률이 높게 나타났다. 이는 공공부문 내부에서의 위험 노출이 전통적인 ‘취약계층’ 논리로 설명되기보다는, 업무 집중도, 행정 수요 밀도와 같은 구조적 요인과 보다 밀접하게 연관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는 개인-환경 적합성 이론이 제시하는 핵심 명제, 즉, 개인이나 환경 어느 한 요인이 아니라 둘 사이의 일치 정도가 결과를 결정한다는 시각과도 상통하는 내용이다(Edwards, 1991). 즉, 높은 인적 자본 수준을 갖춘 청년 중, 자신이 기대한 직무 환경과 실제 경험하는 노동 강도·재량 사이의 부적합을 크게 경험하는 집단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본 연구의 결과는 공공부문 일자리를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보호된 내부노동시장으로 간주해 온 기존 인식을 재검토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공공부문의 임금과 고용은 관료적 규칙과 절차에 의해 결정되며(신광영, 2009), 청년층 또한 직업 안정성을 중요한 선택 기준으로 고려해 왔다는 점이 보고되어 왔다(김향덕, 이대중, 2018). 그러나 본 연구는 공공부문 내부에서도 노동 강도와 업무 압박 수준에 따라 뚜렷한 잠재적 분화가 존재함을 확인하였다. 이는 공공부문을 단일한 ‘양질의 일자리’ 범주로 포괄하기보다는, 동일한 제도적 틀 안에서도 일자리의 질이 상이하게 분포하는 다층적 구조로 이해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고요구형 집단이 전체의 소수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노동 강도와 감정노동 노출이 현저히 높다는 점은 공공부문 내부에서의 질적 격차가 구성원의 태도와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선행 논의와도 접점을 형성한다(김건식, 2022).
이러한 내부 분화는 평균값의 완만한 개선 추세와 공존할 수 있으며, 이는 집단 평균에 근거한 평면적 해석이 실제 조직 내부에서 특정 집단에 집중되어 나타나는 노동 강도와 감정노동 노출의 격차를 충분히 포착하지 못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공공부문 일자리의 질을 평가함에 있어서는 평균 수준의 변화뿐 아니라 집단 내부의 이질성과 위험 노출의 집중 양상을 함께 고려하는 분석적 접근이 요구된다.
2) 정책적 함의와 향후 연구 방향
본 연구의 분석 결과가 직접 시사하는 범위 안에서 공공부문 청년 노동자의 근로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 방향을 논의하면 다음과 같다. 다만 아래의 제언 가운데 구체적인 제도 설계에 해당하는 부분은 본 연구의 자료 분석 결과를 넘어서는 측면이 있으므로, 그 도입 여부와 방식은 추가적인 검토와 논의를 전제로 한다.
첫째, 본 연구가 식별한 고요구형의 핵심 특징인 업무 압박과 감정노동의 집중을 직접적으로 완화하기 위한 직무 재설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Bakker 외(2023)는 직무요구-자원 모형의 정책적 함의로 직무 설계의 지속적 모니터링과 최적화, 그리고 방해적 직무 요구의 제거를 제안한 바 있다. 이러한 원리에 비추어, 한국 공공부문에서 우선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는 정책 방향 중 하나는 ‘저연차이거나 젊다는 이유로 청년 공무원에게 고강도 민원 업무와 악성민원 응대를 배치하는 관행’의 점진적 개선이다. 청년 공무원이 직급과 연차가 낮다는 이유로 일선에서 민원인을 응대하는 경우가 많으며 어리다는 이유로 악성 민원에 더 많이 노출되고 있다는 점이 인사혁신처(2023)의 국가공무원 감정노동 실태조사를 통해 보고된 바 있다. 또한 김상구(2009)는 공공부문 민원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실증연구에서 여성·저연령·고학력·하위 직급일수록 감정노동에 더 많이 노출됨을 확인하였다.
구체적으로 인사혁신처가 운영하는 「직위유형별 보직관리 지침」과 같은 내부 지침에 연령·연차에 따른 차별적 업무 배분 금지 조항을 신설하고, 기관별 인사위원회의 배치 결정 시 악성민원·고강도 응대 업무의 연령·연차별 분포를 정기적으로 진단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다. 또한 행정안전부(2024)의 「공무원 업무집중 여건 조성방안」을 보완하여 저연차 청년 공무원의 민원 응대 시 2인 이상 응대 원칙을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이나, 누적 감정노동 피해에 대한 공무상 병가 인정 기준을 확대하는 방안 등의 검토도 고려할 수 있다. 더불어 본 연구가 주당 근무시간이 길어질수록 고요구형에 속할 확률이 유의하게 증가함을 확인한 만큼, 초과근무 관리 조치를 보다 엄격하게 운영하고, 청년 공무원의 누적 초과근무 시간을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여 ‘객관적 노동시간 자체의 과부하’를 사전에 차단할 필요가 있다.
둘째, 조직 가치·문화 차원에서의 적합성 형성을 위한 개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국 공공부문 채용은 공무원시험과 같은 표준화된 시험 중심으로 이루어져 절차적 공정성을 우선시하지만, 그 결과 채용 단계에서 개인-조직 적합성을 사전에 선별하기는 본질적으로 어렵다. 장봉진 외(2018)는 이러한 한계를 명시하면서 “직원들의 채용과정에서 개인의 가치와 조직의 비전이 일치하는 인력을 채용하는 것이 이론적으로는 가장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아주 어려운 것이 사실”이며, “따라서 조직 차원에서는 사회화(socialization) 과정을 통해 개인-조직에 대한 적합성을 증진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신임 청년 공무원의 입직 후 사회화 과정을 체계화하는 정책의 검토가 요청된다. 임용 후 첫 6~12개월을 신임 공무원 적응 보호기간으로 공식화하고, 이 기간 동안 고강도 업무 단독 배치를 제도적으로 제한하며, 5년차 이상 선배 공무원과의 멘토링을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아울러 인사혁신처가 운영하는 공무원 마음건강센터에 청년 특화 프로그램을 강화하여 임용 초기에 정기적인 마음건강 사정과 회복 훈련을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셋째, 진단 차원에서는 한국행정연구원이 매년 시행하는 「공직생활실태조사」를 일자리의 질 6개 영역 체계와 정합하도록 보강하고, 평균값 보고에 더해 잠재유형 분포의 정기적인 분석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히 감정노동에 대한 체계적 측정의 부재는 보강 과제이다. Hochschild (2012)는 후기 자본주의 서비스 노동의 핵심 형태로서 감정노동(emotional labor)을 정식화하면서, 노동자가 임금과 교환하여 자신의 감정을 관리·표출해야 하는 노동 형태가 표면행위와 심층행위의 누적을 통해 자아로부터의 소외와 소진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사회학적으로 규명한 바 있다. 현재 공직생활실태조사 설문지에는 감정노동을 명시적 개념으로 측정하는 별도 문항이 부재하며, 업무량 과중 원인의 다중선택지 중 ‘과도한 민원 응대’와 기초자치단체 공무원에 한정된 부속 문항인 ‘악성민원사무 대응으로 본 업무 수행에 지장을 받는다’만이 부분적으로 포착될 뿐이다. 향후 공공부문 일자리 질 조사에 감정노동의 빈도와 강도, 그리고 표면행위와 심층행위 차원을 측정하는 표준 모듈을 신설하는 작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는 공공부문에 종사하는 청년의 일자리의 질 연도별 추세와 잠재 유형, 그리고 그 분포와 관련되는 요인을 실증적으로 기술함으로써, 청년들의 공직 기피와 이탈 논의가 딛고 설 실증적 기초를 제공하는 것에 의의가 있다. 그러나 연구 수행에 있어 몇 가지 한계점을 가진다.
먼저, 본 연구가 활용한 한국근로환경조사는 조사 시점마다 새로운 표본을 추출하는 횡단면 자료이기에 공공부문 청년 노동자 집단의 전반적인 경향성을 파악할 수 있었으나, 동일 개인을 시간에 따라 추적하지 못하기 때문에 개인 고유의 특성이나 관측되지 않은 이질성을 통제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지닌다.
또한 공공부문 청년 노동자라는 특정 하위 집단의 표본 규모를 확보하기 위해 3차~7차(2011~2023년) 자료를 하나의 분석 표본으로 통합하여 활용하였는데, 이는 자료의 제약에서 비롯된 불가피한 선택이었으나 결과 해석에 추가적인 신중함을 요구한다. 본 연구가 제시한 일자리의 질 6개 영역의 추이는 동일 표본의 변화가 아니라 차수별로 새롭게 추출된 횡단면 표본의 평균값을 시점 순으로 나열한 결과이므로, 이를 엄밀한 의미의 시계열적 변화로 해석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아울러 통합 표본에 기초한 잠재프로파일분석은 차수 간 측정동일성(measurement invariance)을 전제하는데, 회차를 거치며 설문 문항의 변동이 잦았던 본 조사의 특성상 이를 형식적으로 검증하지 못하였다. 따라서 통합 표본에서 도출된 잠재구조가 측정상의 변동을 일부 반영하고 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으며, 다만 2017년 차수를 제외한 민감도 분석에서 유형 구조가 유사하게 재현됨을 확인함으로써(부록 <표 A2>) 이러한 우려를 부분적으로 완화하였다. 잠재유형 회귀모형에서 가장 큰 효과를 보인 2017년 더미 역시 시기 요인과 측정 요인을 함께 포착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어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다.
차수별 응답자의 성별·교육 수준·고용 형태·거주 지역 등 인구·고용학적 구성 변화에서 비롯되는 구성효과(composition effect)와 관련하여 점검한 결과 차수 간 큰 차이는 관찰되지 않았으나, 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본 연구가 도출한 두 잠재유형의 비율(저강도·안정형 83.7%, 고강도·취약형 16.3%) 역시 통합 표본 전체에 걸친 평균적 구조이다.
측정과 관련하여 세 가지 한계를 추가로 명시한다. 첫째, 본 연구의 잠재프로파일 투입 지표 간에는 신뢰도의 비대칭이 존재한다. ‘전망’ 영역은 차수 간 문항 구성의 변동으로 단일 문항으로 측정되어 내적일관성 신뢰도를 산출할 수 없었고, ‘노동 강도’의 신뢰도(α=.70)는 일반적 수용 기준의 경계에 있다. 둘째, ‘노동시간의 질’을 근무시간의 정규성으로 조작화한 본 연구의 선택은 초과근무·비정형 근무의 위험을 포착하는 데에는 유효하지만, 시간 사용의 유연성을 질 높은 일자리의 특성으로 보는 관점에서는 이론이 있을 수 있는 논쟁적 정의이다. 셋째, 본 연구는 KWCS의 복합표본설계 가중치를 적용하지 않은 비가중 분석으로, 결과는 모집단 구성비의 추정이 아니라 표본 내 유형 구조의 식별로 해석되어야 한다. 다만 표준화가중치를 적용한 민감도 분석(부록 <표 A4>)에서 잠재유형의 구조와 주요 결과의 방향이 대체로 유지됨을 확인하였다.
또한 본 연구는 소득을 잠재프로파일 구성 지표에서 제외하였으므로, 본 연구가 말하는 일자리의 질 분화는 ‘비임금 차원’에 한정된다. 소득 포함 모형의 민감도 분석(부록 <표 A1>)으로 이 선택의 근거를 보였으나, 소득 차원을 포괄하는 유형화와 임금 정보의 정밀한 결합은 후속 연구의 과제이다.
더불어 본 연구의 표본은 조사 시점에 해당 일자리에 종사하고 있는 청년 노동자만을 포함하고 있어, 일자리의 질이 매우 열악하여 이미 해당 일자리에서 이탈한 청년 노동자는 분석 대상에 포함되지 못한다는 한계를 가진다. 따라서 본 연구가 식별한 유형의 규모와 그 노동 경험의 심각도는 가장 취약한 경험을 한 청년이 사전에 표본에서 제거된 결과 위에 형성된 보수적 추정치(생존자 편향)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향후 연구에서는 동일 개인을 추적할 수 있는 패널 자료, 이직자·퇴직자 추적 조사 등을 활용하여 시점 간 변화, 표본 구성 변화, 이탈자 정보를 함께 포착함으로써 본 연구의 발견을 보완적으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연구자료의 회차를 거치는 동안 설문 문항의 변동이 잦아, 일자리의 질을 나타내는 요인들이 다양하게 포함되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공정을 중시하는 현 청년 세대에게 ‘업무에 대한 합당한 인정 정도’, ‘직장에서의 공정 대우 정도’를 묻는 문항이나, 대민 업무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공공부문 노동에서 ‘감정노동 매뉴얼 유무’를 묻는 문항을 포괄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었다. 또한 본 연구가 활용한 한국근로환경조사는 일반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조사로서, 공공부문 노동자의 조직 내 위치를 직접 나타내는 ‘직급(급수)’과 ‘호봉’ 변수가 조사 항목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로 인해 본 연구는 회귀모형에 대리 변수로서 소득을 활용하고, 종사자 규모, 산업분야 등 활용 가능한 조직·인구학적 변수를 통제 변수로 포함하였으나, 청년 공무원의 조직 내 위계적 위치가 잠재유형 결정에 미치는 효과를 직접 추정하지는 못하였다.
또한 본 연구는 일자리의 질 요인에 따른 잠재 유형과 그 관련 요인을 확인할 뿐, 이러한 요인들로 인하여 건강 악화나 소진을 경험하게 되었는지, 실질적인 이탈을 결심하였는지에 대해서는 분석하지 못하였다. 보조 회귀분석을 통해 고요구형의 낮은 근로환경만족도, 주관적 건강, 일·생활 균형을 확인하였으나, 이는 상관적 결과로 인과적 경로의 검증은 아니다. 후속 연구에서는 각 요인이 노동자들에게 어떠한 변화를 가져왔는지에 대한 연구가 보완적으로 수행되어야 하며, 노동을 지속하고 있는 청년뿐만이 아니라 실제로 공공부문의 근로환경에 불만족하여 이탈을 겪은 청년들의 경험을 분석하는 연구가 함께 수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이직 의도와 직무만족이 측정된 「공직생활실태조사」나 한국노동패널 등의 자료와 본 연구의 일자리 질 유형 접근을 결합하는 작업은 유망한 후속 과제가 될 것이다.
요컨대 본 연구가 실증적으로 답한 질문은 ‘안정적 내부노동시장으로 평가되어 온 공공부문 내부에서 비임금 차원의 일자리 질이 어떻게 분화되어 있으며, 그 분화는 어떠한 특성과 관련되는가’이다. 청년층의 공직 기피와 조기 이탈이라는 사회적 현상에 대하여 본 연구의 발견은 그 원인을 확정하는 증거가 아니라, 향후의 인과적 검증이 딛고 설 실증적 출발점을 제공한다.
Acknowledgments
이 연구는 제1저자의 석사학위논문(2026년 2월)에서 일부 내용을 발췌해 재구성한 것임.
이 논문은 2025~2026년도 국립창원대학교 자율연구과제 연구비 지원으로 수행된 연구결과임.
No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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