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자의 자기명명과 여성주의상담행동
초록
본 연구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자신을 여성주의자 또는 여성주의상담자로 명명하는 상담자들이 상담 장면에서 더 많은 여성주의상담행동(Feminist Therapy* Behavior)을 하는지, 그리고 자기명명을 한 상담자와 그렇지 않은 상담자 간의 차이는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실시되었다. 이를 위해 수정된 여성주의상담행동 척도(FTB-R)를 번역하고, 133명의 상담자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한 후 요인분석을 통해 여성주의상담행동 척도의 하위 요인을 확인하였다. 그 후 상담자 자기명명과 여성주의상담행동 수행 간의 관계를 검증하였다. 그 결과, 상담자의 자기명명과 여성주의상담행동의 세 가지 하위 요인인 ‘개인적인 것은 정치적인 것이다’, ‘권력강화’, ‘자율성/주장성’은 모두 정적 상관을 보였고 그 중 ‘개인적인 것은 정치적인 것이다’ 요인에서 가장 높은 상관을 보였다. 또한 상담자가 자신을 더 높은 수준의 여성주의상담자로 명명할수록 여성주의상담행동을 상담장면에서 더 많이 수행하였다. 이는 상담자의 자기명명이 상담자가 실천하는 상담행동과 긴밀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Abstract
This study aimed to evaluate whether Korean counselors label themselves as feminist or feminist counselors practice feminist therapy behaviors more during the counseling sessions than those who do not and to understand the relationship between labeling themselves as feminist or feminist counselors and feminist therapy behaviors. We translated the Feminist Therapy Behavior-Revised Scale, surveyed 133 Korean counselors using the scale, and confirmed the scale's subfactors using factor analysis. We then examined the relationship between feminist therapy behaviors and self-labeling by counselors as feminists, feminist counselors, or counselors practicing feminist therapy. We found that the self-labeling of counselors and all the subfactors of feminist therapy behaviors (‘Personal is political.’, ‘Empowerment.’, ‘Assertiveness/Autonomy.’) were positively related, especially with respect to the ‘Personal is political.’ factor Furthermore, the higher the level of self-labeling by counselors was (feminist, feminist counselor, counselor who practice feminist counseling), the more feminist therapy behaviors were practiced. This suggests that the self-labeling of counselors has an intimate relationship with the therapy behaviors of counselors.
Keywords:
Feminist counseling, Counselor’s self-labeling, Feminist therapy behavior키워드:
여성주의상담, 여성주의상담행동, 상담자의 자기명명1. 서 론
1983년 창립된 한국여성의전화가 여성폭력피해경험자를 상담하기 위한 상담이론으로 여성주의상담을 채택하면서(김예숙, 1998) 한국의 여성주의상담은 시작되었다. 개인의 변화와 함께 사회구조의 변화를 목표로 한 여성주의상담은 여성의 경험에 근거하고, 여성을 권력강화하며, 의식화를 통해 성차별적인 사회구조에 대항할 수 있는 상담이론이다(이미혜 외, 2012). 여성주의상담은 개인적 의식과 정치적 의식 사이의 역동적 흐름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 다른 상담과 다르다. 여성주의상담이 등장하기 전에는 젠더와 문화적 차이의 영향이 정신건강과 상담 과정에서 주요한 역할을 한다고 여겨지지 않았다(Evans, Kincade, & Seem, 2011). 여성주의상담의 가장 큰 특징은 개인의 문제를 개인의 맥락과 사회구조적인 맥락 속에서 파악하고자 하는 것으로 개인이 겪는 심리내적인 문제는 개인이 속해 있는 사회의 규칙을 내면화한 것과 관련이 깊다(Worell & Remer, 2004)는 관점이다. 효과적인 상담이 되려면 사회문화적이고 정치적인 맥락이 인정되어야 하고 이런 맥락이 여성 스트레스의 원인으로 다루어져야 한다(Faunce, 1985). 한국사회에서 여성들이 경험하는 특유의 여성문제들은 그들의 성장과정, 다시 말해서 여성과 남성의 불평등한 사회화 과정에서 비롯된 것이 많으므로 여성의 심리문제에 대한 올바른 이해에 근거해야만 재사회화 과정인 상담과 심리치료가 효과적일 수 있다(최해림, 김영희, 1996).
여성들이 개인적인 문제라고 가정했던 것이 실제로는 그 시대의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맥락에 근거를 둔 보편적인 문제(Evans, Kincade, & Seem, 2011)라는 자각이 ‘개인적인 것은 정치적인 것이다’란 급진적 여성주의 구호를 여성주의상담의 주요 원리 중 하나로 채택하도록 했다. 전통적인 성역할 사회화와 젠더, 민족, 성적취향, 신체적 특징, 나이, 사회경제적 지위에 기반한 인간에 대한 제도화된 분리와 차별은 모든 개인의 잠재력을 제한하는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외부적 환경은 내담자 문제의 주원인으로, 내담자 문제의 첫째 근원은 심리내적인 것이나 개인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것이다(Gilbert, 1980).
또한 여성주의상담은 전통적인 심리치료와 대조적으로 내담자 문제를 다룰 때 질병과 회복(예를 들어, 처치의 의학적 모델)으로 접근하지 않고, 성장과 발달로 접근한다(Sturdivant, 1980). 내담자의 강점을 인정하고 억압과 차별을 뚫고 생존할 능력을 명예롭게 여긴다. Brown과 Brodsky(1992)에 따르면 치료의 초점은 내담자의 복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대인관계적·정치적 환경을 변화시키도록 내담자의 권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여성주의상담의 궁극적 의도는 억압적이고 차별적인 환경에 적응하도록 내담자를 돕는 것이 아니라 사회 변화이다(Hill & Ballou, 1998). 여성주의상담은 이러한 가치들을 지향하고 실천하며 지금까지 발전해 오고 있다.
한국에서도 그동안 여성주의상담을 연구하고 교육하며 상담 현장에서 실천하려는 다양한 시도들이 있어왔다(김민예숙, 2011).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상담자가 되기 위한 수련 과정에는 여성주의상담에 대한 교육이 거의 포함되지 않고 있다.1) 이런 상황에서 2005년부터 3년 동안 김민예숙과 서울여성의전화가 “여성주의상담전문가양성교육”, 2009년 김민예숙 여성주의상담연구실에서 “이주여성상담을 위한 여성주의상담전문가 양성교육”을 처음으로 시도하였다. 2010년에는 한국여성의전화 부설 여성주의상담실천연구소가 개소되어 여성주의전문상담자 양성교육을 실시하였고(김민예숙, 2011), 2012년에는 김민예숙 여성주의상담연구실 연구원들을 중심으로 한국심리학회 제9분과 한국여성심리학회 산하 여성주의상담연구회가 출범하였다. 여성주의상담연구회는 2014년부터 “여성주의상담자 훈련과정”을 개발하여 현재까지 초급 8기, 중급 2기 과정을 진행하였고 2023년에는 고급 과정 연구팀을 꾸려 “여성주의상담자 훈련 초급-중급-고급 과정”을 완결할 계획이다. “여성주의상담자 훈련과정”은 대학이나 대학원 교과과정에서 여성주의상담을 접하기 어려운 우리나라 상황에서 여성주의상담을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는 장이 되고 있다(구유정, 2018).
이러한 한국의 여성주의상담 역사 속에서 여러 조직과 교육과정을 통해 여성주의상담자로 자기명명(self-labeling)하는 상담자들이 생겨나게 되었다. 그들은 여성주의가치를 가지고 여성주의상담원리에 입각하여 내담자 문제를 이해하고 내담자 권력강화를 위해 내담자를 돕는다. 그러나 자신을 여성주의상담자라고 자기명명하는 상담자들이 상담장면에서 어떤 상담행동들을 하는지에 관한 국내의 조사, 연구는 거의 없다.
1960년대에 여성주의상담이 시작되었던 서양의 연구를 살펴보면 자신을 여성주의상담자라고 자기명명한 상담자가 수행하는 ‘여성주의상담행동’의 범위를 확인하는 연구가 여성주의상담과 상담자를 개념화하는 데에 특히 중요함(Enns, 1993; Wyche et al., 1997)을 강조한다. ‘여성주의상담행동’은 여성주의상담자들이 상담장면에서 여성주의 가치와 여성주의상담 원리를 적용하여 상담장면에서 내담자의 작업을 돕는(Evans, Kincade, Marbley, & Seem, 2005) 행동을 말한다. 여성주의상담자의 여성주의상담행동은 내담자의 자존감 향상, 삶의 질과 성역할 유연성, 사회변화를 위한 행동에 참여하는 것을 향상시키는 등 내담자들이 수량화하기 어려운 결과들을 성취하는 것을 돕는다(Chandler, Worell, & Johnson, 2000; Evans et al., 2005에서 재인용). Downing과 Roush(1985)는 “낮은 수준의 여성주의자 정체성 발달을 보이는 상담자보다 더 높은 수준의 여성주의자 정체성 발달을 보이는 상담자가 여성주의상담행동을 사용할 가능성이 더 높을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고 하였다.
Chaney와 Piercy(1988)는 당시 가족상담사 스스로가 내담자와 여성주의상담행동에 관해 보고한 것을 조사했는데, 이 저자들은 ‘여성주의상담행동’을 여성주의에 대한 델파이 여론조사를 기반으로 개발한 여성주의가족상담사행동 체크리스트(Feminist Family Therapist Behavior Checklist, FFTBC)에 의해 평가된 행동으로 정의하였다. 여성주의가족상담사행동 체크리스트는 상담사, 여성주의가족치료 문헌, 그리고 Chaney가 가족상담실습에 사용했던 개입을 기반으로 만들었다. Chaney와 Piercy(1988)는 여성주의가족상담사행동 체크리스트를 사용하여 다양한 환경에서 60명의 가족치료상담사들이 상담 한 회기(50분)동안 사용하는 여성주의상담행동을 관찰, 평가하는 연구를 하였다. 이 연구 결과 ‘당신은 당신 자신을 여성주의자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예”라고 대답한 상담사들이 “아니오”라고 대답한 상담자들보다 더 많은 여성주의상담행동을 수행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또한 여성주의상담기술을 자신의 상담에 통합했다고 보고한 상담사들이 그렇지 않은 상담자들보다 여성주의상담행동을 더 많이 하는 것으로 관찰되었다. Dankoski, Penn, Carlson, and Hecker(1998)의 연구에서도 여성주의상담을 자신의 이론적 방향으로 설명한 상담자들이 그렇지 않은 상담자들보다 약간 더 많은 여성주의상담행동을 한다는 것이 발견되었다.
Juntunen, Atkinson, Reyes, and Gutierrez(1994)는 여성주의가족상담사행동 체크리스트를 개인과 가족에 대한 여성주의상담행동을 보다 광범위하게 적용, 수정하여 여성주의상담행동(Feminist Therapy Behaviors, FTB)척도를 개발했다. 153명의 여성심리학자(30-77세)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저자들은 여성주의상담자라고 밝힌 상담사들이 그렇지 않은 상담자들보다 여성주의상담행동을 더 많이 실행한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 연구에서 한가지 흥미로운 발견은 스스로를 여성주의상담자라고 자기명명한 상담자들과 그렇지 않은 상담자들이 똑같이 여성주의상담행동을 사용한다고 보고했는데, 이는 일부 상담자들이 여성주의자라는 자기 인식 없이 여성주의상담행동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런데 여성주의상담자라는 자기 인식 없이 여성주의상담행동을 했을 때 자체 모순이라는 문제점이 나타날 수 있다. 여성주의상담자는 여성주의적 접근 안에서 사회구조, 상담 방법, 그리고 남성과 여성의 다양한 삶에 대한 복잡한 지식 전체를 통합해 나간다(Dutton-Douglas & Walker, 1988; Rawlings & Carter, 1977). 그러므로 여성주의상담자에게는 여성주의자일 것이 요구된다(Worell & Remer, 2004). 내담자들이 경험하는 문제들은 그들의 성장과정, 다시 말해서 여성과 남성의 불평등한 사회화 과정에서 비롯된 것이 많다. 그러므로 여성의 심리문제에 대한 구조적 이해에 근거해야만 재사회화 과정인 상담과 심리치료가 효과적일 수 있다(최해림, 김영희, 1996).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담자가 여성심리, 여성의 문제 등을 대부분 인식하지 못하고 있으며, 여성에 대한 성차별적인 편견을 가지고 여성 내담자를 상담하고 있는 실정이다(김수배, 2012; 유영달, 2006). 그래서 자기명명 없이 여성주의상담행동을 하는 경우, 상담장면에서 여성주의상담행동을 할 때도 있지만 그것과 모순되는 반여성주의적인 행동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어떤 상담행동이 여성주의상담행동인지 아닌지를 일관되게 판단할 수 있는 여성주의라는 가치관이 없기 때문이다.
Moradi, Fischer, Hill, Jome, and Blum(2000)은 여성주의상담행동 척도(FTB)의 한계를 몇 가지 수정하며 수정된 여성주의상담행동 척도(Feminist Therapy Behaviors-Revised, FTB-R)를 만들고 유사한 연구를 수행하였다. 먼저 Moradi 등(2000)은 Juntunen 등(1994)이 자기명명을 하기 위해 사용한 ‘당신은 여성주의자냐/아니냐’라는 질문에 ‘예’, ‘아니오’로 답하는 이분법적 응답 형식이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우선 이분법적인 응답방식은 참가자의 응답 다양성을 제한시킬 수밖에 없고 따라서 질문하고 있는 구성개념 측정에 대한 민감성을 제한시킨다. 그리고 자신이 여성주의 신념에 강하게 동의하더라도 ‘여성주의자’라는 이름과 관련된 많은 편견과 오해로 인해 스스로를 ‘여성주의자’라고 얘기하지 않을 수 있다(Henderson-King & Stewart, 1997; Korman, 1983). 또한 Enns(1993)가 경고했듯이, 상담자의 여성주의자로서의 정체성은 여성주의상담자정체성과 같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여성주의자냐라고 묻는 것이 여성주의상담자냐고 묻는 것과 같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Juntunen 등(1994) 연구의 한계를 개선한 Moradi 등(2000)의 자기명명 문항은 상담사들이 서로 다른 자기 인식 방법의 상대적 유용성을 비교하기 위해 참가자들에게 다양한 유형의 자기 인식(예: 여성주의, 여성주의상담자, 여성주의상담을 실천하는 것)에 대한 지지 정도(동의 수준)를 답할 수 있도록 하였다. 구체적으로 “나는 여성주의자다”, “나는 여성주의상담자다”, “나는 여성주의상담을 실천한다”, “여성주의상담이 나의 가장 중요한 상담기반이다”의 네 문항을 사용하여 참가자들이 다양한 수준의 여성주의상담 실천 정도를 보고할 수 있게 하였다. 모든 여성주의상담자들은 여성주의자일 필요가 있다. 그러나 모든 여성주의상담자가 상담장면에서 여성주의상담행동을 실천하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상담자가 1단계: 자신을 여성주의자로 명명하고, 2단계: 자신을 여성주의상담자로 명명하고, 3단계: 여성주의상담을 상담장면에서 실천하며 4단계: 여성주의가 가장 중요한 상담기반이 되는 것을 여성주의상담자의 정체성이 발달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Moradi 등(2000)은 이러한 논리에 기반하여 네 가지 문항을 위계적 회귀분석에 투입하였고 단계별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단계마다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설명력을 확인함으로써 이 네 개 문항을 여성주의상담자 정체성 발달 단계로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였다. 이렇게 응답 형식과 내용 면에서 유연성이 높아지면서 자기명명에 대한 보다 완전하고 민감한 평가가 제공되어 상담행동을 더 잘 예측할 수 있게 되었다.
Moradi 등(2000)의 수정된 여성주의상담행동 척도(FTB-R)는 또한 여성주의상담과 관련된 이전 연구들의 한계를 개선하고자 하였다. 과거 여성주의상담 문헌이 성별과 관련된 것 이상의 힘과 특권의 차원을 무시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는데(예: Garth, 1994; Hooks, 1984) 이것을 개선하기 위해 많은 연구자들과 실무자들은 여성주의와 문화적 인식을 통합하기 위한 사려 깊은 접근법을 제시하였다(예: Comas-Diaz, 1987). 이에 수정된 여성주의상담행동 척도(FTB-R)는 사회적·문화적 구조에 관한 내용을 추가하여 다른 구조적, 문화적 변수(예: 인종, 계급, 성적 지향, 나이, 장애 가능성)를 고려하는 항목 내용을 포함시켰다. 또한 여성주의상담관련 문헌에서 남성상담자를 여성주의상담자로 포함하는 것(예: Kaschak, 1992)과 남성내담자에게 여성주의상담을 적용하는 가능성에 대한 일부 논쟁이 존재하였지만(예: Ganley, 1988), 모든 범위의 여성주의상담 실습을 포착하기 위해 남성 내담자와의 치료 보고서 뿐 만 아니라 남성 상담자를 연구에 포함시켜 연구하였다. 또한 Robinson과 Worell(1991)은 문헌에 반영된 다양한 여성주의상담자들의 공통점에 기초하여 여성주의상담자들의 신념과 행동을 다른 상담자들과 구분하기 위해 여성척도(Therapy with Women Scale, TWS)를 제작하였다. Robinson과 Worell은 여성척도(TWS)의 ‘내담자의 권력강화’와 ‘여성에 대한 지지’ 두 요인이 여성주의상담자와 다른 상담자들을 잘 구별하게 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Worell & Chandler, 1998). 또한 Simi와 Mahalik(1997)은 여성주의상담사들이 다른 상담자들보다 상담장면에서 자기 개방을 하는 것에 더 많이 동의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러한 앞선 연구물의 성과들이 수정된 여성주의상담행동 척도에 반영되었다. 자기보고식, 남성상담자·내담자 허용, 문화·구조적 시각을 담은 문항들을 추가하여 수정된 여성주의상담행동 척도(FTB-R)를 통해 연구를 실시하였고, 수정된 여성주의상담행동척도(FTB-R)는 “개인적인 것은 정치적인 것이다”, “권력강화”, “자율성/주장성” 이렇게 세 가지 하위 요인으로 나눠져 분석에 사용되었다. “개인적인 것은 정치적인 것이다”는 상담장면에서 내담자를 이해할 때, 내담자가 개인을 둘러싸고 있는 여러 가지 조건들의 영향으로 형성되었다는 것을 인식하는 상담행동들을 포괄하는 요인이다. 즉, 사회적 맥락 속에서 개인을 이해한다는 것이 상담 장면에서 실천된다는 의미이다. 두 번째 요인인 “권력강화” 요인은 내담자가 환경에 적응하기보다는 환경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내담자의 권력을 강화시키는 상담행동들을 포함한다. 다시 말해, 내담자가 원하는 변화를 가져 올 수 있는 역량을 소유하고 사용하는 것(김민예숙, 2013)과 관련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자율성/주장성” 요인은 권력강화와 연결되는 부분으로, 개인이 자율성을 가지고 자기 주장을 할 수 있는 기술을 훈련시키는 상담행동들을 가리킨다.
Moradi 등(2000)의 연구에 따르면 ‘개인적인 것은 정치적인 것이다’라는 여성주의 가치관을 반영하고 있는 여성주의상담행동이 상담자의 자기명명 정도에 따라 여성주의상담행동에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나는 여성주의상담을 실천하는 상담자이다’라고 보다 명확히 자기명명한 상담자들이 여성주의상담행동을 더 많이 수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권력강화요인과 관련하여 자신을 여성주의상담자로 자기명명하는 상담자가 그렇지 않은 상담자보다 내담자에게 권력강화를 목표로 하는 여성주의상담행동을 보다 더 많이 수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주장적 행동과 독립성을 장려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자율성/주장성 요인은 상담자의 자기명명과는 상관관계가 나타나지 않으며 이는 독립성과 자율성에 대한 서구의 문화적 가치가 연구결과에 반영된 것일 수 있다(Katz, 1985)고 보고하고 있다. 이 연구결과를 토대로 Moradi 등(2000)은 여성주의자로서 상담자들의 자기명명이 물론 중요하지만, 상담 안에서 상담자의 행동을 더 철저히 평가하고 상담자가 자기 인식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하였다. 또한 수정된 여성주의상담행동 척도(FTB-R)는 남성 상담자와 남성 내담자를 허용하고 문화·구조적 시각을 포함하도록 범위를 넓혔지만, 여성주의상담행동 전체를 포괄하는 것에는 어려움이 있으며 여성주의상담행동을 잘 포괄할 수 있는 척도개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000년 이후 수정된 여성주의상담행동 척도(FTB-R)를 또다시 개선하거나 새로운 이론을 덧붙인 연구논문은 거의 없다. 우리나라 여성주의상담에 대한 연구는 1980년대 중반 백선욱(1985), 정소영(1985) 등의 논문이 발표되면서 상담전문가를 중심으로 시작되었지만(김광은, 2000), 한국에서는 아직 ‘여성주의상담행동’이라는 개념조차 생소하다. 본 연구는 ‘여성주의상담행동’의 개념과 척도를 소개하고, 40여 년의 한국 여성주의상담 역사 속에서 등장한 자기 자신을 여성주의상담자로 명명한 상담자들이 과연 상담장면에서 여성주의상담행동을 하고 있는지, 자기명명과 상담행동이 어떤 관계를 가지는지, 여성주의상담자로 자기 명명한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차이가 있는지 수정된 여성주의상담행동 척도(FTB-R)를 사용해 알아보고자 실시하였다.
1) 연구문제
본 연구는 위의 선행연구들을 바탕으로, 특히 Moradi 등(2000)의 연구 방법을 따라 현재 한국의 상담자들이 여성주의상담행동을 사용하는지, 특히 여성주의자 또는 여성주의상담자로 자신을 명명하는 사람들이 여성주의상담행동을 사용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런 자기명명을 하는 상담자와 그렇지 않은 상담자 간의 상담 행동에서의 차이는 어떤지 알아보고자 계획되었다. 이를 위해 선행연구의 수정된 여성주의상담행동 척도(FTB-R)를 번역한 후 상담자들이 여성주의자 또는 여성주의상담자로 자기를 명명하는지, 상담장면에서 여성주의상담행동을 실천하는지 조사하고 여성주의자/여성주의상담자 자기명명과 여성주의상담행동의 실천 간의 관계를 알아보았다.
- ∙연구문제. 상담자의 자기명명과 여성주의상담행동은 어떤 관련이 있는가?
- (1) 상담자가 자신을 여성주의상담을 실천하는 상담자로 명명할수록 여성주의상담행동을 더 많이 하는가?
- (2) 여성주의상담자라고 자기명명하는 상담자와 그렇지 않은 상담자 간의 차이가 있는가?
2. 방 법
1) 절차
본 연구는 OO대학교 연구윤리위원회의 IRB 승인(2019-R-017-01)을 받아 진행하였다. 코로나19로 참가자들을 직접 만나기 어려운 상황적 제약으로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 또는 SNS나 상담자들이 모인 단체 카톡방에 광고를 하여 링크를 전송하거나 게시한 후, 참가를 희망하는 상담전문가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참가자를 모집하였다. 온라인 설문 링크는 연구 참가 설명서와 연구 참여 온라인 동의 페이지를 포함하였고, 참가자들이 연구 참여에 동의를 하면 설문 문항들이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화면에 나타나고, 그에 응답하는 방식으로 조사가 실시되었다. 모든 문항에 응답한 후 나타나는 별도의 링크를 클릭하면 연구 참가 보상을 받기 위한 연락처를 기입할 수 있었다. 연구 참가자들은 연구 참가의 보상으로 천 원 상당의 온라인 상품권을 받았다.
2) 연구 대상
한국에서 상담심리사 또는 전문 상담사, 임상심리사, 청소년상담사 등의 자격증을 가진 상담자를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을 실시하였고, 133명(여성 125명, 남성 8명)이 설문을 완료하였다. 연구참가자의 인구통계학적 특성과 경력은 <표 1>에 제시하였다.
3) 측정도구
수정된 여성주의상담행동 척도(FTB-R)는 Moradi 등(2000)에서 기존 척도를 수정하여 요인분석을 한 후 세부 요인을 구분한 척도를 사용하였다. 척도는 한국어와 영어를 둘 다 사용할 수 있는 심리학 박사 학위를 가진 두 명의 번역자가 번역-역번역 과정을 거쳐 번역하였다. 선행연구에서 구분된 세부 요인들은 “개인적인 것은 정치적이다”, “권력 강화”, “자율성/주장성”의 세 개 요인이었다. “개인적인 것은 정치적이다”는 개인에 속한 것들은 개인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과의 상호작용에서 오는 것임을 이해하도록 돕는 것이라는 의미로, 그와 관련된 문항들을 포함한다. 예를 들어, “양성 간의 지위와 권력의 불평등과 관련하여 내담자를 교육한다”, “내담자가 먼저 제기하지 않더라도 성역할 이슈를 다룬다” 등의 문항이 이 요인에 속해 있다. “권력강화” 요인은 내담자의 원함을 실현시킬 수 있는 능력을 소유하고 사용하도록 돕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는 “내담자의 유능성을 강조한다”, “모델링을 통해 도구적 행동과 표현적 행동을 하게 한다” 등의 문항이 포함되었다. 마지막으로 “자율성/주장성”은 내담자의 주체성을 강화하고 자기 주장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와 관련된 문항은 “주장하는 기술을 발달시키도록 내담자를 격려한다”, “자신을 위한 시간을 내도록 내담자를 돕는다” 등이 있었다. 참가자들은 각 문항의 상담행동들을 실제 상담장면에서 얼마나 실천하고 있는지에 대한 정도를 1점(전혀 하지 않는다)에서 7점(매우 자주 한다)의 리커트 척도 상에서 응답하였다.
상담자들의 자기 명명을 묻는 문항은 역시 Moradi 등(2000)에서 사용한 문항을 번역하여 사용하였다. 그 세부 문항은 “나는 여성주의자다”, “나는 여성주의상담자다”, “나는 여성주의상담을 실천한다”의 세 문항이었다. Moradi 등(2000)에서는 여기에 “여성주의상담이 나의 가장 중요한 상담기반이다”의 문항을 포함하였지만, 본 연구에서는 한국의 실정에 맞게 문항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참가자들은 각 문항에 동의하는 정도를 1점(전혀 동의하지 않는다)에서 7점(매우 동의한다)의 척도에 답하는 방식으로 응답하였다. 각 문항은 별도로 취급되어 분석에 사용되었다.
참가자들의 인구통계학적 변인을 알아보기 위해 참가자들의 나이, 성별, 최종학력, 상담경력, 전공분야, 주관적인 사회경제적 지위 등을 질문하였다. 또한 참가자가 본 연구에서 설정한 참가 대상(상담심리 또는 임상심리 자격증 등을 소유한 한국인 상담자)인지 확인하기 위해 국적과 국가 자격증 중 임상심리사와 청소년상담사, 한국상담심리학회에서 발급하는 상담심리자격증 등의 보유 여부에 대한 질문을 추가하였으나, 분석에서는 사용되지 않았고 이를 통해 분석에서 제외된 참가자도 없었다. 또한 연구 참가자의 성별이 대부분 여성이었으므로 성별 변인을 분석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참가자의 인구통계학적 구성이 <표 1>에 제시되었다.
본 연구의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한국에서 타당화된 바 없는 수정된 여성주의상담행동 척도(FTB-R) 문항들의 세부 요인이 Moradi 등(2000)과 유사하게 요인이 산출되는지, 다르다면 어떻게 다른지 확인한 후 각 하위요인 별로 분석에 사용할 필요가 있었다. 따라서 SPSS 25.0에서 직접 오블리민 방식을 사용한 탐색적 요인분석을 실시하고 그것을 Moradi 등(2000)에서의 요인 구분과 비교하였다. Moradi 등(2000)에서는 (1) 고유값(eigenvalues) 1이 넘을 것 (2) 스크리 도표 상의 기울기 확인 (3) 설명된 총 분산의 비율 (4) 요인들의 내적 합치도 (5) 요인부하량이 .4가 넘고, 해당하는 요인 외에서는 .3보다 적은 요인 부하량을 가질 것이라는 5가지 기준을 고려하여 요인 개수와 각 요인에 해당하는 문항들을 선택하였다. 본 연구에서도 유사한 과정을 거쳐 2-4개의 요인이 적절함을 확인하였고, 선행연구의 3요인을 따랐을 때의 내적 합치도와 내용 타당도를 확인한 후 요인 개수를 선행연구와 같은 3개로 결정하고 그 이름을 동일하게 설정하였다. 다만 Field(2009)를 참고하여 요인부하량이 .3이 넘는 문항도 각 요인에 해당하는 것으로 설정하고 본 연구에서 밝혀진 요인부하량을 이용하여 각 요인에 편성하였다. 요인부하량이 .3이 넘지 않는 문항 한 개와, 두 개 이상의 요인에 이중부하된 문항 3개를 제외하고 37개의 문항이 3개의 요인에 할당되었다. 그리하여 선행연구에서는 여성내담자 기준 “개인적인 것은 정치적인 것이다” 요인의 문항이 14개, “권력강화” 요인의 문항이 13개, “자율성/주장성” 요인이 4개(제외 문항 10개)였던 것과 달리, 본 연구에서는 각 요인별로 19개, 9개, 9개의 문항이 할당되었다. 다양성과 관련한 문항(12, 14, 15)이 “개인적인 것은 정치적인 것이다” 요인에서 “권력강화” 요인으로 옮겨지고, 주장성과 관련된 문항(19)이 “권력강화”에서 “자율성/주장성”요인으로 옮겨지는 등 몇 개 문항에서 Moradi 등(2000)의 요인분석 결과와 차이가 있었지만, 그 차이가 크지 않고 새로운 요인으로 할당된 문항들이 비교적 그 요인에 잘 어울려 요인은 선행연구와 동일하게 잘 묶인 것으로 판단하였다.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 요인에 해당되는 내적합치도는 .94였으며, “권력강화” 요인의 내적합치도는 .89이고, “자율성/주장성” 요인의 내적합치도는 .86이었다. 분석을 위해 각 요인의 문항 점수들을 평균하여 분석에 사용하였다. 각 요인에 해당하는 문항들과 요인 부하량, 선행 연구에서 할당되었던 요인과 일치하는지를 <표 2>에 기술하였다.
3. 결 과
1) 연구 참가 상담자의 자기명명과 여성주의상담행동
본 연구의 주요 연구문제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자신을 여성주의자 또는 여성주의상담자로 명명하는 상담자들이 상담 장면에서 더 많은 여성주의상담행동을 하는지, 그리고 자기명명을 한 상담자와 그렇지 않은 상담자 간의 차이는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실시되었다. 즉 여성주의자/여성주의상담자/여성주의상담을 실천하는 상담자로 자기명명하는 것과 여성주의상담행동 간의 관계를 알아보고자 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상관분석과 위계적 회귀분석, t 검증을 실시하였다. 본 연구에서 사용된 변인들의 평균과 표준편차, 각 변인간의 상관이 <표 3>에 보고되었다.
2) 상담자들은 여성주의상담행동을 사용하는가?
전체 여성주의상담행동 척도 평균 점수가 5.28이었고 평균 점수가 5점(약간 동의한다)이상인 참가자가 133명 중 93명인 것을 비추어보았을 때, 다수의 한국 상담자들이 상담장면에서 여성주의상담행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상담자 모두가 그 행동이 여성주의상담행동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지 않더라도 상담장면에서 상담자는 내담자와의 효율적인 상담을 위해 여성주의상담행동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응답내용을 분석해 보면 여성주의상담행동 하위유형 중 ‘권력강화’의 평균 점수가 5.95로 가장 높았고, 이 요인에서 5점 이상의 점수를 가진 사람은 122명으로 약 92%의 상담자가 이 요인에서 5점 이상의 응답을 했다. ‘자율성/주장성’은 평균 점수는 5.57이었으며, 5점 이상의 응답을 한 참가자는 110명으로 총 참가자의 83%였다. 마지막으로 ‘개인적인 것은 정치적인 것이다’ 요인은 세 요인 중 가장 낮은 4.84점을 보였고, 이 요인 문항들의 평균점수가 5점을 넘는 참가자는 71명으로 참가자의 53%가량이었다. 이 결과를 통해 한국의 상담자들이 상담장면에서 비교적 여성주의상담행동을 많이 실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는데, 세 가지 요인 중에서는 ‘개인적인 것은 정치적인 것이다’ 요인에 포함되는 상담행동을 실천하는 비율이 가장 낮았다.
3) 상담자들이 자신을 여성주의상담자로 명명하는가?
본 연구의 표본이 대한민국의 전체 상담자를 대표할 만큼 큰 숫자는 아니며 참가자 모집 방법의 특성상 편중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지만, 탐색적인 차원에서 한국의 상담자들 중 어느 정도의 비율이 자신을 여성주의자 또는 여성주의상담자로 명명하는지 알아보았다. 7점 리커트 척도 중 4점 ‘보통이다’에 응답한 참가자들을 제외하고 1(전혀 동의하지 않는다)에서 3(약간 동의하지 않는다)점에 응답한 사람들을 ‘여성주의자 또는 여성주의상담자로 명명하지 않은 사람’으로, 5(약간 동의한다)에서 7(매우 동의한다)점에 응답한 사람들을 ‘여성주의자 또는 여성주의상담자로 자기명명한 사람’으로 코딩하여 각각의 비율을 확인하였다. 먼저 여성주의자로 자신을 명명하지 않는 사람은 총 13명으로 전체 133명 중 9.8%를 차지하였고, 여성주의자로 명명하는 사람들은 총 75명으로 56.3%의 비율을 차지하였다. 또한 자신을 여성주의상담자로 명명하지 않는 사람들은 총 30명으로 전체의 22.6%를 차지했으며 여성주의상담자로 명명하는 사람들은 73명으로 47.4%였다. 마지막으로 여성주의상담을 실천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참가자는 총 36명으로 전체의 27.1%의 비율이었고, 여성주의상담을 실천하는 상담자로 자기명명한 사람들은 61명으로 45.8%를 차지했다. 이를 통해 비교적 많은 비율의 연구 참가자가 자신을 여성주의상담자 또는 여성주의상담을 실천하는 상담자로 명명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여성주의상담자로 자신을 명명하면서 여성주의상담을 실천하지 않는 상담자들이 12명으로 17%였다.
4) 상담자의 자기명명과 여성주의상담행동은 어떤 관련이 있는가?
<표 3>에서 볼 수 있듯이 상담자의 자기명명은 여성주의상담행동과 관련성이 있었다. 거의 모든 요인에서 상담자가 여성주의자 또는 여성주의상담자로 자기명명하는 것이 관련이 있었지만, 예상한 대로 특히 여성주의와 관련한 모든 자기명명은 여성주의상담의 고유 기술인 성역할 분석과 권력분석에 깊이 관련된 요인인 “개인적인 것은 정치적인 것이다” 요인에서 다른 요인보다 더 높은 상관을 보였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여성주의자로 자신을 명명하는 것은 ‘자율성/주장성’ 외의 다른 여성주의상담행동과 상관이 나타났으며, 여성주의상담자, 그리고 여성주의상담을 실천하는 상담자로 자신을 명명하는 것은 모든 요인의 여성주의상담행동과 통계적으로 유의한 상관을 보였다. 그리고 여성주의상담자로 자신을 명명하는 것 보다 좀 더 깊은 수준으로 자신을 여성주의상담을 실천하는 상담자로 명명하는 것이 모든 요인에서 더 상관이 높았다. 이는 상담자의 여성주의상담자로서의 자기명명 정도와 상담장면에서 여성주의상담행동을 하는 정도가 깊은 관계를 가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인구통계학적 변인 중 나이 변인은 여성주의상담행동과 정적인 관련이 있었으나, 나이와 달리 상담경력은 여성주의상담행동과 통계적으로 유의한 관련성을 보이지 않았다. 이는 상담경력이 많다고 여성주의자 혹은 여성주의상담자 정체성을 획득하는 것이 아니기에 유의한 관련성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5) 상담자가 자신을 여성주의상담을 실천하는 상담자로 명명할수록 여성주의상담행동을 더 많이 하는가?
여성주의상담을 실천하는 상담자로 자신을 명명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을 여성주의자와 여성주의상담자로 명명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여성주의상담자로 명명하기 위해서는 여성주의자 정체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Moradi 등(2000)은 이러한 논리를 바탕으로 자기명명의 문항들을 여성주의상담을 실천하는 여성주의상담자가 되기 위한 상담자 정체성의 발달 단계로 취급하여 (1) “나는 여성주의자다” 문항을 가장 처음 투입하고, (2) “나는 여성주의상담자다”의 문항을 두 번째로, (3) “나는 여성주의상담을 실천한다” 문항을 세 번째 독립변인으로 투입한 위계적 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본 연구에서도 그 논리를 따라 먼저 연령의 효과를 통제하기 위해 나이를 1단계로 놓고 자기명명 세 문항의 점수를 2, 3, 4단계에 각각 투입하는 방식의 위계적 회귀분석을 실시하였고, 그 결과를 <표 4>에 제시하였다. 위계적 회귀분석 결과, 예상과 같이 자신을 좀 더 높은 수준의 여성주의상담자로 명명할 때, 여성주의상담행동을 더 많이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여성주의상담행동 중에서도 여성주의상담의 독특성과 고유성을 많이 포함하고 있는 “개인적인 것은 정치적인 것이다” 요인에서 자기명명 각 단계의 설명력이 확인되었다. 자신을 여성주의자에서 여성주의상담자, 또 여성주의상담을 실천하는 상담자로 명명할수록 여성주의상담행동 전체와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 요인의 점수가 커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권력강화”와 “자율성/주장성” 요인과 관련된 행동들에서는 각기 여성주의자 단계, 그리고 여성주의와 여성주의상담자 단계의 설명력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증가하지는 않았지만 여성주의상담을 실천하는 상담자 변인이 투입된 4단계의 설명력은 유의했다. 종합하면, 자신을 좀 더 높은 수준의 여성주의상담자로 명명할 때, 여성주의상담행동, 특히 ‘개인적인 것은 정치적인 것이다’ 요인의 실천을 더 자주 행하며, 권력강화의 경우 여성주의자와 여성주의상담을 실천하는 상담자로, 자율성/주장성의 경우 여성주의상담을 실천하는 상담자로 자신을 명명할수록 더욱 많은 여성주의상담행동을 행한다는 것이다.
6) 여성주의상담자라고 자신을 명명하는 상담자와 그렇지 않은 상담자 간의 차이는 무엇인가?
여성주의상담자로 자신을 명명하는 상담자와 그렇지 않은 상담자 간 여성주의상담행동의 실천 차이를 좀 더 명확하게 확인하기 위해, “나는 여성주의상담자이다” 문항에 5점 이상의 답을 한 사람을 1로, 3점 이하의 답을 한 참가자를 0으로 코딩하여 결과변인을 여성주의상담행동과 각 하위 요인으로 두고 t검정을 실시하였다. 해당 문항에 4점 ‘보통이다’의 답을 한 사람들 40명을 제외하고 5점 이상으로 응답한 참가자는 63명, 3점 이하로 응답한 참가자는 30명이었다. <표 5>에 제시된 t검정의 결과, 여성주의상담자라고 자기명명한 상담자들은 그렇지 않은 상담자들에 비해 여성주의상담행동을 더 많이 실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하위 요인에서 차이가 유의했지만, 그 중에서도 ‘개인적인 것은 정치적인 것이다’ 요인에서의 차이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Moradi 등(2000)에서는 여성주의상담 전문가를 대상으로 여성주의상담의 관점에서 수정된 여성주의상담행동 척도(FTB-R)문항 중 가장 중요한 문항을 선정하였는데,2) Moradi 등(2000)의 요인 분석 후 최종적인 척도에 포함되지 않아 본 연구에서 포함하지 않은 한 개의 문항을 제외하면 총 다섯 개 문항이었다. 그 문항은 10. ‘사회화의 영향을 다루기 위하여 내담자가 말한 문제의 정의를 재구성한다’, 14. ‘내담자의 차별과 억압 경험(예: 성차별주의, 인종차별주의, 이성애주의)에 주의를 기울인다’, 22. ‘내담자의 독특하고 긍정적인 자질에 초점을 맞추어 내담자의 자긍심을 높힌다’, 23. ‘내담자와의 관계에서 협력하는 역할을 맡는다’. 28. ‘전통적인 성역할 행동을 넘어서서 내담자가 자신의 행동을 확장하도록 지지한다’였다. 여성주의상담자로 자신을 명명한 상담자는 이 중 10, 14번 문항에서 그렇지 않은 상담자보다 통계적으로 더 높은 점수를 보였고, 22, 28번 문항에서는 유의수준에 가깝게 더 높은 점수를 보였다. 23번 문항의 점수 차이는 유의하지 않았지만 여성주의자로 자기명명한 상담자가 모든 문항에서 평균 점수가 높았다는 점은 여성주의상담자로 자기명명을 한 사람들이 주요한 여성주의상담행동을 더 많이 실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4. 논 의
본 연구에서는 여성주의상담에서 상담자의 자기명명과 상담행동과의 관계를 보다 명확하게 탐색하고자 상담자의 자기명명이 상담장면에서의 상담행동과 어떤 관계를 가지는지 살펴보았다. 그런 관점으로, 상담자의 자기명명이 상담장면에서 상담자가 수행하는 상담행동과 관계가 깊다는 Moradi 등(2000)에서 사용된 수정된 여성주의상담행동 척도를 사용하여 가설을 검증하였다. 본 연구에서 나타난 결과를 종합하여 논의하면 다음과 같다.
1) 상담자의 자기명명과 여성주의상담행동의 관련성
본 연구에서는 상담자가 자신을 ‘여성주의/여성주의상담자/여성주의상담을 실천하는 상담자’로 자기명명할 때 여성주의상담행동과 어떤 관련성을 갖는지 탐색하였다. 분석 결과 상담자가 여성주의자로 자신을 명명할수록, 나아가 여성주의상담자, 여성주의상담을 실천하는 상담자로 자신을 명명할수록 여성주의상담행동을 상담장면에서 더 많이 수행하는 경향을 보였다.
구체적으로 여성주의상담행동 하위 유형 중 ‘개인적인 것은 정치적인 것이다’와 상담자의 자기명명이 가장 큰 상관을 보였다. 또한 자신을 여성주의상담자로 명명할수록 ‘개인적인 것은 정치적인 것이다’ 요인에 포함된 상담행동을 많이 했다. ‘개인적인 것은 정치적인 것이다’ 요인은 여성주의상담의 가장 큰 특징으로서 여성들이 개인적인 문제라고 가정했던 것이 실제로는 그 시대의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맥락에 근거를 둔 보편적인 문제(Evans, Kincade, & Seem, 2011)라고 보는 관점으로 상담자가 여성주의라는 렌즈로 내담자의 문제를 맥락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야 실천할 수 있는 요인이다. 따라서 여성주의상담자에게는 여성주의자일 것이 요구된다. 그렇지만 여성주의상담자가 여성주의자이여야 하는 것은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이는 본 연구의 여성주의자로 자신을 명명하는 것보다 여성주의상담자로 자기명명하는 것이, 여성주의상담자로 자신을 명명하는 것보다 여성주의상담을 실천하는 상담자로 자기명명하는 것이 여성주의상담행동과 더 큰 상관을 갖는 것으로 나타나는 결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권력강화’와 ‘자율성/주장성’ 두 하위 요인에서도 유사한 경향이 발견되었는데, ‘권력강화’의 경우 ‘개인적인 것은 정치적인 것이다’의 요인처럼 여성주의자로 자신을 명명하는 것과 상관이 있었고, 여성주의상담자, 여성주의상담을 실천하는 상담자로 자신을 명명할수록 더 큰 상관을 보였다. ‘자율성/주장성’의 경우 여성주의자로 자신을 명명하는 것과의 상관관계는 유의하지 않았지만, 여성주의상담자와 여성주의상담을 실천하는 상담자로 자신을 명명하는 것과는 상관이 있었고, 여성주의상담을 실천하는 상담자로 자신을 명명하는 것과의 상관이 더 컸다. 이는 내담자가 상담장면에 가져온 문제의 해결을 조력하면서 내담자가 삶을 주체적으로 살고 자기표현과 자기생각을 주장하는 힘이 커지게 하는 등, 내담자의 권력강화를 지향하는 것이 여성주의상담의 주요 목적이기에 이 항목이 여성주의상담자로 자기명명 수준이 높을수록 상관이 높아지는 것이라 말할 수 있겠다.
또한 위계적 회귀분석의 결과에서도 동일한 경향성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1단계에 여성주의상담행동과 관련이 있었던 인구통계학적 변인인 나이를 넣고 2, 3, 4 단계에서 여성주의자, 여성주의상담자, 여성주의상담을 실천하는 상담자로의 자기 명명을 투입하였을 때 각 단계의 R2변화량이 유의하여 자신을 여성주의상담을 실천하는 상담자에 더욱 가깝게 명명하는 것이 여성주의상담행동의 수행과 정적인 관계가 있었다. 다시 말해, 여성주의상담자들에게는 여성주의자에서 여성주의상담을 실천하는 상담자로의 발달 단계가 있으며, 점점 더 발전된 자기명명을 가질수록 여성주의상담행동을 더 많이 수행한다는 것이다. 물론 모든 하위요인에서 각 단계의 유의한 설명력 증가가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여성주의상담의 고유한 특성을 가장 잘 반영하는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 요인에서 각 단계의 설명력 증가가 유의했고, 권력강화의 경우 여성주의상담자 단계를 제외한 다른 단계의 설명력 증가가 유의했으며, 자율성/주장성의 경우 여성주의상담을 실천하는 상담자 단계의 설명력이 유의했다. 결론적으로 자신을 여성주의상담자 발달 단계 중 가장 발달된 단계인 여성주의상담을 실천하는 상담자로 명명하는 것이 전반적인 여성주의상담행동 실천에 가장 큰 효과를 보인다는 것을 알려준다.
2) 여성주의상담자라고 자신을 명명하는 상담자와 그렇지 않은 상담자 간의 차이
본 연구는 자신을 여성주의상담자로 명명하는 참가자와 그렇지 않은 참가자를 나누어 주요 여성주의상담행동을 수행하는 정도에 차이가 있는지를 알아보았다. 자신을 여성주의상담자로 명명하는 참가자들은 그렇지 않은 참가자보다 평균적으로 더 높은 여성주의상담행동 점수를 갖고 있었다. 이는 특히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 요인에서 두드러졌으며, 주요 여성주의상담행동 문항에서도 드러났다. 이를 통해, 본 연구는 여성주의상담이 주장하는 것처럼 상담자의 자기명명이 상담장면에서의 상담행동 수행, 특히 여성주의상담행동 수행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성주의상담행동의 세 가지 하위 요인에서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있었지만, 특히 ‘개인적인 것은 정치적인 것이다’ 요인에서 여성주의상담자라고 자기명명한 상담자와 그렇지 않은 상담자 간에 가장 큰 차이를 보였다. 여성주의상담자들은 여성 스트레스의 원인이 사회문화적이고 정치적인 것에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개인적인 것과 정치적인 것 둘 다를 검토하고 개인적 변화와 사회적 변화 모두가 중요한 상담 목표가 되는 상담모델을 선택한다(Evans, Kincade, & Seem, 2011). 여성주의상담 목표는 변화이지, 기존 질서에 대한 적응은 아니다(Collins, 2002; Enns, 1997; Gilbert, 1980) 이에 권력강화된 내담자들은 제한된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권력 강화를 지원하는 풀뿌리 지역사회조직에 참여함으로써 평등을 옹호하는 역할도 할 수 있다. 지역사회 행동 집단에 참여하는 것은 내담자의 시야를 넓혀줄 수 있으며, 기술에 대한 자신감을 세워주고, 여성의 공통점과 차이점 모두에 대한 자각이 커지도록 하며, 내담자가 개인적인 고통을 뛰어넘도록 돕는다(Enns, 1997). 이렇듯 ‘개인적인 것은 정치적인 것이다’라는 관점이 있어야 내담자 문제를 심리내적이고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정치적인 맥락과의 고유한 상호작용 경험을 내면화시켰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그래야 내담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미시적 조건(개인이 직접적으로 접촉하는 사람, 조직, 유형의 제도 등)과 미시적 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거시적 조건(개인에게 영향을 끼치는 무형의 가치관, 이데올로기 등)과의 관계를 이해하고 내담자의 문제를 맥락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다른 하위요인에 비해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 요인의 상담행동이 여성주의상담만이 가진 독특한 관점이자 실천이며, 자신을 여성주의상담자라 명명한 상담자와 그렇지 않은 상담자의 가장 큰 차이인 것이다.
3) 연구의 의의
미국 등 해외에서 여성주의상담에 대한 연구는 다문화, 탈식민지화 등 그 주제가 확장되고 있고(고혜경, 최박미란, 김현정, 김민예숙, 2023) 상담자와 내담자 모두를 각자가 받는 사회적 압력에 눈뜨게 하거나 역량강화하는 데에 있어 여성주의상담의 탁월성에 대한 연구 등 다양한 영역의 연구들이 꾸준히 진행되어 왔다(Conlin, 2017). 그러나 국내에서는 여성주의상담이 처음 소개된 1980-90년대 이후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 기준 약 30편 남짓의 여성주의상담 관련 연구들이 출판된 것으로 보아 매우 드물었던 실정이다. 특히 국내의 소수 여성주의상담 연구가 여성주의상담의 철학 또는 내담자의 상담 성과 측면에서 주로 실시되어 온 것을 감안하면, 본 연구는 상담자를 중심으로 상담자의 자기명명과 여성주의상담행동 실천간의 연관성을 살폈다는 점에서 그 학문적, 현실적 의의가 있다. 첫째, 본 연구를 통해 한국에서 상담자들이 상담장면에서 여성주의상담행동을 사용하고 있고 그것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밝혀냈다. 상담자들은 자신을 여성주의자, 여성주의상담자, 여성주의상담을 실천하는 상담자로 자신을 명명하든, 하지 않든 상담장면에서 여성주의상담행동을 하고 있었다. 이는 여성주의상담행동의 이론적 배경을 알든, 모르든 여성주의상담행동이 내담자 권력강화에 효율적인 도움을 주고 있기에 상담자들이 상담장면에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하지만 상담장면에서 상담자가 여성주의상담원리를 구체적으로 구현한 여성주의상담행동을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여성주의상담행동을 포함한 여성주의상담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고, 여성주의상담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서는 여성주의상담에 대한 교육이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본 연구는 여성주의상담자로 자신을 명명하는 것이 상담장면에서 여성주의상담행동을 더 많이 실천하며 이는 상담자의 자기명명이 상담장면에서 구현하는 상담행동과 높은 관계성이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자신을 여성주의자, 여성주의상담자, 여성주의상담을 실천하는 자로 위계적으로, 좀 더 깊은 수준으로 상담자가 자신을 명명할 때 여성주의상담행동을 보다 많이 한다. 기존의 여성주의상담에서 여성주의상담자는 일반적으로 여성주의 관점을 이해하고 수용하고 통합시킬 것을 요구했지만 여성주의상담행동을 실천하는 데는 이 조건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여성주의상담자로 더 나아가 여성주의상담을 실천하는 자로 자신을 명명하며 발달시켜나가는 것이 여성주의상담을 실천하는 데 더욱 필요함을 알 수 있다. 또한 여성주의상담을 실천하는 상담자로 자신을 명명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을 여성주의자와 여성주의상담자로 명명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여성주의상담자로 명명하기 위해서는 여성주의자 정체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렇기에 상담자의 자기명명과 상담행동의 높은 상관은 앞으로 상담자를 교육하고 육성할 때 단순히 상담기법을 가르칠 것이 아니라 상담 이론을 체화하고 그에 맞는 상담자 자기명명을 발달시킬 수 있도록 교육과정이 설계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상담 관계 안에서 상담자의 자기명명은 내담자의 개인적 편견, 태도, 가치, 다른 사람에 대한 기대를 형성하는 것에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다. 내담자는 상담자의 가치관에 영향을 받고, 종종 그런 가치관을 그대로 받아들인다(Richards et al., 1999). 여성주의상담자는 여성주의자 정체성에 대한 자각과 자신의 여성주의자 정체성 발달 수준을 이해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 이유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자각과 탐색은 내담자에 대한 이해를 풍부하게 하는데 지름길을 제공하며, 내담자의 자기 이해와 자기 수용을 북돋우기 때문이다(Worell & Remer, 2004).
셋째, 본 연구를 통해 여성주의상담을 하기 위해서는 여성주의자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는 여성주의상담 이론의 근거를 마련한 데에 의의가 있다. 본 연구 결과 상담경력보다 여성주의자로 자신을 명명하는 것이 여성주의상담행동을 하는 것에 더 영향을 끼침을 확인하였다. 여성주의자 정체성이 적어도 빠져있음-빠져나옴 이상인 여성주의자로 자신을 명명하고 있을 때 여성주의 가치를 상담에 적용시킬 수 있는 편이다. 이는 여성주의상담 교육의 중요한 부분으로 여성주의 교육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또한 여성주의상담을 공부하고 체화한 상담자여야 자신을 여성주의상담자로 자기명명을 할 수 있을 것이며, 나아가 여성주의상담을 실제 상담장면에서 실천하고 있다는 자각이 있어야 자신을 망설임 없이 여성주의상담자로 자신을 명명하고 여성주의상담행동을 사명감있게 실천할 수 있는 것이다.
4) 연구의 한계점과 제언
본 연구는 상담자의 자기명명이 상담장면에서의 상담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학문적, 현실적인 의의가 있지만, 여러 가지 한계점을 갖고 있다.
첫째, 세계적인 팬더믹인 코로나 19의 영향 하에서 연구가 진행되었기 때문에 연구 참가자가 매우 제한적이었다. 초기 목표로 했던 참가자 수는 현재 자료 수집한 인원보다 더 많았고 모집 방법도 다양했지만, 대면으로 상담자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매우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이에 못 미치는 133명의 자료로 연구를 진행할 수 밖에 없었다. 또한 이 연구는 “여성주의상담 실태 조사”의 제목으로 실시되었기 때문에, 여성주의상담에 관심이 있거나 여성주의상담을 배운 상담자 위주로 조사가 진행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다양한 상담 기반의 상담자가 모인 집단을 대상으로 참가자 모집을 하였으나, 여성주의상담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조사에 애초에 응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므로 추후 연구에서는 좀 더 대표성이 있는 표본으로 관련 연구가 실시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둘째, 본 연구에서 진행된 바와 같은 자기보고식 설문형태는 참여자가 지각한 정도를 수치화하여 자신을 평가하기 때문에 상담자가 여성주의상담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고 응답하는지, 실제 상담장면에서 상담자가 여성주의상담행동을 하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앞으로 좀 더 객관적이고 타당화된 도구를 통한 연구가 필요하며, 인과적인 설명을 위한 실험 연구도 요구된다.
본 연구에서 제안한 바와 같이 여성주의상담자의 자기명명은 상담장면에서의 행동과 매우 주요한 관계가 있다. 그러므로 여성주의상담에서 강조하는 여성주의자 정체성 발달단계와 같은 여성주의상담자 발달단계를 확인하고 그를 측정할 수 있는 척도를 개발, 타당화 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여성주의상담에 관심이 있고 배우고 싶어하는 많은 상담자들에게 여성주의상담을 배울 수 있는 다양한 경로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본 연구를 통해 관심이 있는 사람은 많지만, 지식을 제공하는 교육기관은 소수에 머무는 것이 드러났으므로, 이를 충족시킬 제도적인 여건의 조성이 필요할 것이다.
Acknowledgments
치료, 요법, 상담 등으로 번역되는데 본 논문에서는 상담으로 통일하여 사용한다.
No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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