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시간 사용의 변화와 우울감: 성차를 중심으로
초록
이 연구의 목적은 코로나19 이후 시간 사용의 변화가 우울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시간 사용 변화의 효과가 성별에 따라 달라지는가를 파악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실시된 2020 서울서베이 시민조사 자료를 분석하였다. 분석결과, 코로나19 이후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우울감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이후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 역시 점차 증가할수록 우울감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코로나19 이후 혼자 보내는 시간의 변화가 우울감에 미치는 영향이 성별에 따라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남성이 여성에 비해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우울감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더 커지는 양상을 보였다. 반면,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의 변화가 우울감에 미치는 영향력은 성별에 따라 달라지는 양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이 연구는 코로나19 이후 혼자 보내는 시간과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 모두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정신건강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음을 논의하였다. 더불어 코로나19 이후 혼자 있는 시간의 변화와 정신건강 간의 관계가 성별에 따라 상이한 것은 성역할 규범과 연관을 갖는다는 논의를 제시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향후 코로나 이후 시간 사용의 변화와 성별을 고려한 대안적인 정신건강 정책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Abstract
This study examines the effects of changes in time use on depression after coronavirus disease-2019 (COVID-19) and the moderating effects of gender, using the 2020 Seoul Survey Citizen Survey Data. This study finds that the more time spent alone after COVID-19, the higher the feeling of depression. Also, this study finds that the more time spent with family after COVID-19, the higher the feeling of depression. In addition, this study finds that the effects of changes in time spent alone on depression differ by gender. Compared to women, the negative effects leading to depression increased among men when they spent more time alone. On the other hand, the effects of changes in time spent with family on depression do not differ according to gender. Based on these results, this study discusses that both the time spent alone, and the time spent with family increased rapidly after COVID-19, which could be a factor in deteriorating mental health. Furthermore, this study presents that the relationship between changes in time spent alone and mental health after COVID-19 is related to gender role norms. These results suggest that alternative mental health policies that consider changes in time spent alone or with family after COVID-19 based on gender are needed in the future.
Keywords:
COVID-19, Time-use, Depressive Symptoms, Mental Health, Gender Difference키워드:
코로나19, 시간 사용, 우울감, 정신건강, 성차1. 서 론
이 연구의 목적은 코로나19 이후 시간 사용 변화가 우울감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코로나19 이후 시간 사용 변화의 효과가 성별에 따라 달라지는가를 살펴보는 것이다. 2022년 보건복지부에서 실시한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 에 따르면, 한국인의 우울감과 우울 위험군 비율은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8년에 비해 대폭 증가했으며(보건복지부, 2019, 2022), OECD 국가 중 코로나19 이후 우울증 유병률 1위라는 오명을 안기도 했다(OECD, 2021).1) 또한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코로나19 초기보다 한국인의 평균 우울 수준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2)
한 사회의 우울 수준이 높다는 것은 자살률의 증가뿐 아니라, 우울증을 겪는 개인의 사회·경제활동 제약으로 인해 장기적으로 사회적 손실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 이후 우울감의 확산, 즉 한국인의 정신건강 악화는 한국사회의 가장 시급한 사회문제이지만, 그 중요성에 비해 코로나19 이후 우울에 대한 학술적 논의는 충분히 축적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높아진 우울감은 어떠한 요인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일까?
정신건강은 ‘코로나19 이후 시간 사용의 변화’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있다. 코로나19 이후 개인이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가는 정부의 방역지침에 의해 제약을 받음으로써 정신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김이레 외, 2022).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우울감에 관한 선행연구들은 시간 사용의 변화 중 주로 내용적 측면에 초점을 맞춰 정신건강에 대한 영향을 관찰해 왔으며(고기숙, 문정화, 2021; 성경주, 김석범, 2021; 성기옥 외, 2021; 성미애 외, 2020; Lee et al., 2020; 주석진, 2021; 최보윤 외, 2022), 시간 사용의 변화 중 ‘누구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가’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주목하지 않았다.
이 연구는 코로나19 이후 다양한 시간 사용의 변화들 가운데 우울감의 영향요인으로, ‘누구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가의 변화’가 우울감에 미치는 효과에 주목하고자 한다. 누구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가는 그 대상에 따라 사회적 지지를 제공하기도 하고, 사회적 고립을 초래하기도 하기 때문에 함께 하는 대상을 세분화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누구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가는 코로나19 상황에서 두 가지 차원으로 다룰 필요가 있는데, 하나는 ‘혼자 보내는 시간의 변화’이고 다른 하나는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의 변화’이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공간적 제약에 의해 ‘집’을 중심으로 생활공간이 재편됨에 따라(김홍중, 2021), 혼자 또는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고 이로 인해 개인의 우울이 다르게 발현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각은 시간 사용의 변화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력이 시간 사용의 내용적 측면으로만 설명되기 어렵다는 점을 착안하고 좀 더 세분화된 시간 사용의 변화를 고려한다는 점에서 기존연구와 차별화된다.
코로나19 이후 시간 사용의 변화가 개인의 우울감에 미치는 영향은 혼자 보내는 시간과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 모두에서 긍정적일수도, 부정적일수도 있다. 즉 혼자 보내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나에게 집중하고 사회적 지지체계를 재정비한다는 점에서(홍성희, 2021), 또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길수록 정서적 유대가 강화되어 정신건강에 대한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반대의 측면에서, 재난 상황이 발생하면서 비자발적으로 길어진 혼자 보내는 시간은 사회적 고립을 야기하고(이은환, 2020),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의 증가는 피로감이나 가족 갈등과 같은 부정적 효과를 가져올 가능성 역시 부정할 수 없다.
나아가 코로나19 이후 시간 사용의 변화와 정신건강 간의 관계는 성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남성과 여성은 성역할 규범과 문화적 차이에 따라 일상에서 서로 다른 사회적 경험을 하기 때문에 동일한 사회적 상황에 처하더라도 그 영향은 성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혼자 보내는 시간 또는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의 변화가 성별에 따라 다를 것이라는 예상을 가능케하며, 코로나19 이후 시간 사용의 변화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 또한 다르게 나타날 가능성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시간 사용의 변화’가 성별에 따라 어떻게 다른 영향력을 미치는가에 대한 연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 연구는 코로나19 이후 시간 사용의 변화를 혼자 보내는 시간과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으로 나누어 각각의 변화가 우울감과 어떤 관계를 갖는지, 그리고 코로나19 이후 시간 사용의 변화와 우울감의 관계가 성별에 따라 어떻게 다른지를 파악하고자 한다. 사회적 재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개인의 시간 사용이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 그리고 정신건강에 미친 영향을 파악하는 것은 국민의 삶의 질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진미정 외, 2020).3) 경험자료에 기반한 정책을 수립할 때 비로소 실제 삶의 질이 향상되는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2. 선행 연구 검토
1) 코로나19 이후 시간 사용의 변화가 우울감에 미치는 영향
코로나19 이후 시간 사용의 변화는 사회적, 문화적, 심리적 차원과 관련이 있다. 재난이 발생하면서 겪게 되는 변화는 개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사회적 활동을 위축시키고, 개개인은 문화적 규범이나 제약의 영향을 받게 된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공간적 제약으로 인해 “집”을 중심으로 활동영역이 재편되면서(김홍중, 2021) 혼자 보내는 시간이나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 역시 달라졌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예기치 못한 시간적 변화는 정신건강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Dubey et al., 2020).
먼저, 코로나19 이후 혼자 보내는 시간의 변화와 정신건강의 관계에 있어 코로나19 이후 혼자 보내는 시간이 증가하면서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혼자 보내는 시간은 사회적 고립과 단절을 의미하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선행연구에서 정신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주목해왔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비자발적인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됨에 따라 사회적 교류가 줄어들면서 정신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연구들이 보고되었다(Melo & Soares, 2020; Laurence & Kim, 2021).
혼자 보내는 시간의 변화가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만은 아니다. 코로나19 이후 혼자 보내는 시간의 변화가 되려 긍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외부활동에 투입되었던 시간과 에너지를 ‘나’에게 집중하며 사회적 지지체계를 재정비하는 대학생들의 대처(홍성희, 2021)나 자유와 해방감을 느끼기 위해 혹은 좀 더 적극적으로 여가에 몰입하기 위해 혼자 여가시간을 보낸다는 청년세대 중심의 새로운 여가 경향성(김용수, 이훈, 2020; 김지혜, 윤지인, 2020; 황영주 외, 2020)을 고려하면 코로나 19이후 혼자 보내는 시간의 변화가 우울감을 완화시키는 기제로 작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코로나19 이후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의 변화 역시 우울감에 대해 상반된 두 가지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다. 먼저, 코로나19로 인해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 것은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우울감을 높이는 중요한 결정요소일거라 보는 관점이다. 가령, 가정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한 공간에서 생활하는 가족 간의 스트레스지수가 높아짐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가정에서의 식사 빈도가 늘어날수록, 일반적으로 외부공간에서 이루어지던 일과 교육이 홈 오피스와 홈 스쿨의 형태로 전환되면서 가족구성원 간 스트레스가 극대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진미정 외, 2020; 두주연, 2020). 이와 같이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증가하면서 정신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은 ‘가족항상성의 위기’와 관련이 있다. 가족항상성은 가족구성원의 일정한 상태나 균형을 의미하는 개념으로, 예상치 못한 외부변화로 인해 가족체계의 균형이나 구조가 무너지는 것을 뜻한다(강선경, 최윤, 2021). 코로나19 상황 앞에서 의지와 상관없이 가족 단위의 일상이 재편됨에 따라 가족항상성, 즉 가족 내 개인생활의 균형이 깨져 부정적인 정서를 경험할 수 있다.
‘가족위기역량 공식’ 또한 코로나 상황 속 가족이 겪게 되는 갈등으로 인해 우울감이 높아질 것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한다(함인희, 2020). 가족사회학자 필립 코헨(2018)이 주창한 ‘가족위기역량 공식’인 C(Competency) = T(Type) - P(Perception) + R(Resource)에 따르면, 가족의 위기대응역량 C(Competency)는 위기의 종류(Type), 가족의 위기 인식(Perception), 자원의 양(Resource)에 따라 달라진다. 위기의 종류(Type)는 가족 발달단계에서 대다수 가족들이 경험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극복하기 수월한 ‘규범적 위기’와 통제할 수 없는 ‘비규범적 위기’, 내부적 요인(구성원 간의 갈등)으로 인한 위기와 외부적 요인(외부 환경 변화)에 의한 위기 그리고 예측이 가능한 위기와 예상치 못한 위기 등이 있다. 이 중에서 비규범적 위기일수록, 내부적 위기일수록, 예상치 못한 위기일수록 가족 간의 긴장과 갈등이 커지기 마련이다. 코로나19 이후 상황에 가족역량공식을 대입시켜보면, 가족 구성원들은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비규범적 위기이자, 예상치 못한 위기를 경험하기 때문에 이러한 위기상황이 정신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지점은 이런 상황이 내부적 요인에 의한 것이 아닌, 외부적 요인에 의한 위기라는 것이다. 가족의 위기 인식(Perception)은 현 상황에 대해 비관적일수록 위기대응역량이 떨어지는 반면 낙관적일수록 위기대응역량이 향상되는 결과를 얻는다. 한편 가족이 보유한 자원(Resource)이 풍부할수록 위기대응역량은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이와 반대로,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정신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주목할만하다. 이 관점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와 원격수업으로 가족이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바쁜 일상 속에서 소홀해졌던 가족 내 역할을 실천하게 되면서 가족 간의 유대감이 커지게 된다. 전보다 화목한 가정을 경험하면서 우울감이 완화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비대면 언택트 사회에서 과거 전통가족과는 다른 형태로 가족기능이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함인희, 2020). 그러나 국내에서 코로나19 이후 가족의 시간 사용 변화를 다룬 연구는 대부분 어떻게 변화했는가만을 다루고 있으며(성미애 외, 2020; 박선영, 이재림, 2021; 은기수, 2020; 강선경, 최윤, 2021), 시간 사용의 변화와 정신건강의 연관성을 살펴본 경험연구는 Lee(2020)를 제외하고 찾아보기 어렵다.
2) 성별에 따른 코로나19 이후 시간 사용의 변화와 우울감
시간 사용이 성역할 규범에 따라 상이한 경험과 의미를 생산한다는 점에서 코로나19 이후 시간 사용 변화의 의미와 영향 역시 남성과 여성이 다를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행위가 성역할 규범의 영향을 받으며, 이에 따라 남성과 여성이 각기 다른 의미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McGinnity & Russell, 2008). 전통적으로 생활시간을 보내는 방식과 의미는 성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으며(Sayer, 2005). 코로나19 이후에도 시간을 보내는 방식의 성차가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 보고되었다(은기수, 2020; 최보윤 외, 2022).
일련의 연구들은 코로나19 이후 생활시간 속에서 이루어지는 여러 활동의 변화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성별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밝혀냈다. 국내에서 성경주와 김석범의 연구(2021)는 여성이 남성보다 학습, 경제, 사회적 관계 영역의 활동이 위축됐으며, 코로나블루가 높게 나타나는 등 코로나 상황의 부정적 영향력을 강하게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김이레 외(2022)는 생애주기와 성별을 교차하여 살펴본 결과, 청년, 중장년, 노인집단 중 노인집단의 우울감이 가장 증가했으며, 특히 노인 남성의 우울감이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 해외 연구 역시 코로나19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있어 남성과 여성이 다르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코로나19는 스페인 성인남녀의 우울감을 높였지만, 여성이 남성보다 우울감을 느끼는 비율이 더 높았다(Jacques-Avino et al., 2020). 캐나다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여학생이 남학생에 비해 학업, 사회적 고립, 스트레스와 정신건강에서 더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다(Prowse et al., 2021). 코로나19 이후 육아, 일, 근무환경과 정신건강의 성별 차이를 살펴본 미국의 연구에서도 일하는 여성이 남성보다 자녀 양육으로 인해 더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Zamarro & Prados, 2021). 코로나19 이후 네덜란드의 남성과 여성의 정신건강의 변화를 추적한 연구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우울감이 더 높아진 반면, 남성이 여성보다 걱정 수준이 더 높아진 사실을 보여주었다(Vloo et al., 2021). 이상의 연구들은 코로나19 이후 시간 사용의 변화가 성별에 따라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다를 수 있음을 보여주었으나, ‘누구와 함께 보내는가’에 대한 논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코로나19 이후 시간 사용의 변화와 정신건강의 성차에 대한 선행연구의 결과는 성역할 규범에 따라 달라지는 생애과정에 걸친 경험의 차이를 설명하는 ‘차별적 노출론(differential exposure)’에 기반하여 설명될 수 있다(이민아, 2021).4) 즉, 사회화 과정을 통해 내면화되는 역할과 정체성이 다르기 때문에 코로나19 이후 경험하는 시간 사용의 변화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달라진다는 것이다. 생계부양자 역할을 수행하는 남성은 은퇴하기 전까지 사회적 교류가 보다 폭넓고 활발한 반면, 여성은 가사노동과 돌봄노동을 전담하지 않더라도 상대적으로 적은 사람들과 좀 더 깊은 친밀감을 형성하고 사회적 지지를 담당하기 때문에 코로나19 상황에서 혼자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남성이 여성보다 정신건강에 영향을 더 받을 수 있다. 반면,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에 있어 여성은 남성보다 성역할 규범에 따라 가사노동, 자녀돌봄이 여성에게 더욱 전가되는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기 때문에(진미정 외, 2020, 459쪽)에 코로나19 이후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어났다면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은기수(2020)는 코로나19 이후 일하는 여성이 일하는 남성에 비해 자녀돌봄에 약 3배의 시간을 할애하고, 전업주부는 자녀돌봄에 대한 큰 부담과 고통을 겪는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유계숙 외(2020) 역시 코로나19로 인해 가사 및 돌봄활동이 증가했으며, 젠더 규범에 따라 여성의 스트레스가 더 늘어난 것을 보여줬다. 코로나19 이후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경우나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경우 성별에 따라 시간의 질이 달라진다면, 이는 ‘코로나19 이후 시간 사용의 변화’와 정신건강의 관계에 드러나는 성차에 대한 설득력 있는 설명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코로나19 이후 혼자 보내는 시간과 가족과 보내는 시간의 변화에 따라 정신건강이 어떻게 달라지는가에 대해 성차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3. 분석 자료 및 방법
1) 분석 자료
본 연구에서는 코로나19 이후 서울시민의 시간 사용 변화가 우울감에 미치는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2020년도 <서울서베이 시민조사> 자료를 활용하였다. <서울서베이 시민조사>는 서울특별시에서 2019년부터 매년 실시해온 시민 조사로, 인구와 가구, 경제와 노동, 도시생활과 주거, 건강과 보건, 안전과 재난, 환경, 교통, 문화와 여가, 교육과 돌봄, 가치와 의식 등 총 10개 분야 및 가구 조사에 대한 기본 문항을 포함하고 있다(서울특별시, 2020). 조사 기간은 2020년 9월 14일부터 10월 31일까지이며, 표집 대상은 서울시 거주 만 15세 이상의 가구원이다. 본 조사의 표집방법으로는 층화집락추출법(stratified cluster sampling)이 사용되었다. 자료수집은 가구 방문면접조사(Face to Face Interview)를 원칙으로 하되, 코로나19로 인해 면접조사를 거부할 경우 비대면 온라인 조사를 병행하였다.5) 2020년에는 총 5,000명이 조사에 참여했으며, 이 연구에서는 코로나19 이후 시간 사용의 변화 관련 질문과 코로나19로 인한 우울감, 사회인구학적 배경 등에 응답한 만 20세 이상 성인 4,728명만을 분석에 포함하였다.
2) 변수 측정
본 연구의 종속변수인 코로나19로 인한 우울감은 “귀하는 코로나19 이후 일상생활 속에서 우울한 감정을 느끼신 적이 있으십니까?”라는 질문에 전혀 우울하지 않은 상태 0점에서 매우 우울한 상태 10점까지 구분하여 측정되었다. 많은 정신건강 관련 연구에서 우울감을 측정할 때 일반적으로 한국 PHQ-9(The Korean version of the Patient Health Questionnaire-9) 척도나 CES-D(Center for Epidemiological Studies Depression Scale) 척도를 사용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시간 사용의 변화 정도와 함께 코로나19로 인한 우울감을 한국 PHQ-9 척도나 CES-D 척도로 측정한 사회조사는 찾아보기 어렵다.
독립변수인 코로나19 이후 시간 사용의 변화에 대해서는 ‘혼자 있는 시간의 변화’와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의 변화’로 구분한다. 코로나19 이후 시간 사용의 변화 중 ‘혼자 있는 시간(혼술, 혼밥 등)’과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 각각의 변화에 대해 응답자가 어떻게 변했다고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두 독립변수는 “귀하는 코로나19 발생 전과 비교해 일상 생활에서 우리가 하는 다음 항목들이 어떻게 변했는지 표기해 주십시오”에 대해 매우 감소(0점)에서 변화없음(5점), 매우 증가(10점)까지 10점 척도로 측정하였다. 선행연구에서 코로나 이후 시간 사용의 변화 여부를 강조한다는 점을 상기하면, 독립변수들을 변화 여부에 맞게 감소, 변화없음, 증가 등으로 범주화하여 분석을 실시하는 것도 나름의 의미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본 연구에서 주장하고자 하는 바는 시간 사용의 변화 정도에 따라 우울감에 영향을 주는 정도가 상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독립변수인 시간 사용의 변화를 변화 여부에 따라 분류하여 분석에 활용할 경우 이러한 양상을 포착하기 어렵기 때문에 시간 사용의 변화 정도를 독립변수로 설정하였다.
코로나19 이후 시간 사용의 변화가 우울감에 미치는 효과를 상세히 분석하기 위해 사회인구학적 변수 및 코로나19 이후 고용상태의 변화, 도시위험도 인식을 통제변수로 포함하였다. 분석에 포함된 변수는 성별, 연령, 자가여부, 교육수준, 직업, 결혼상태, 일인가구 여부와 코로나19 이후 고용상태의 변화, 도시위험도 인식이다. 성별은 여성이 1, 남성이 0의 값을 갖는 이분변수로 측정하였다. 연령은 해당년도에서 출생년도를 차감하여 연속변수로 구성하였다. 소득 수준을 간접적으로 나타내는 변수로서 자가여부는 자가를 가진 경우 1, 그렇지 않은 경우 0으로 측정하였다. 교육수준은 ‘고졸 이하’, ‘전문대’, ‘4년제 대학’, ‘대학원 이상’ 각각에 해당하는 경우 1, 그렇지 않은 경우 0으로 이분변수화하였으며 ‘고졸 이하’를 준거집단으로 삼았다. 직업은 ‘전문관리직’, ‘사무직’, ‘판매/서비스직’, ‘농림어업/단순기능직’, ‘직업없음’ 각각에 해당하는 경우 1, 그렇지 않은 경우 0으로 이분변수화하였으며, ‘직업없음’을 준거집단으로 설정하였다. 결혼상태는 ‘기혼’, ‘미혼’, ‘이혼·사별·별거’를 구분하여 각각에 대해 해당하는 경우 1, 그렇지 않은 경우 0으로 이분변수화하였으며, ‘미혼’을 준거집단으로 설정하였다. 응답자 중 동거 중인 응답자는 총 7명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이 경우는 분석에서 제외하였다. 일인가구 여부는 전체 가구원 수를 묻는 질문에 대해 본인 이외에 가구원이 없다고 응답한 경우를 1, 그렇지 않은 경우를 0의 값을 갖는 이분변수로 측정하여 통제하였다. 코로나19 이후 고용상태의 변화는 “귀하는 이번 코로나19로 어떠한 고용상태의 변화가 있었습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변화없음, 어려움(취업 상태 시 해고, 폐업, 영업시간 단축/휴업 및 매출감소, 미취업 상태 시 구직 어려움으로 인한 실업 기간 연장), 임금 또는 매출 증가 등 세 개의 응답으로 재코딩한 후 각각에 해당하는 경우 1, 그렇지 않은 경우 0으로 이분변수화하였으며, ‘변화없음’을 준거집단으로 설정하였다. 도시위험도 인식은 “귀하는 5년 전과 비교할 때 서울시민이 오늘날 경험하는 위험의 정도가 어떻게 변했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위험이 매우 커졌다(1), 위험이 약간 커졌다(2), 5년 전과 비슷하다(3), 위험이 약간 줄었다(4), 위험이 많이 줄었다(5)로 구성된다.6) 본 연구에서는 이 변수를 역코딩하여 값이 클수록 높은 도시위험도 인식을 나타내는 연속변수로 구성하였다.
3) 분석방법
본 연구에서는 분석을 위해 다중회귀분석(multiple regression)을 실시했다. 첫 번째는 코로나19 이후 시간 사용의 변화가 우울감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기 위해 2개의 모형을 구성하였다. 모형1은 혼자 있는 시간의 변화로 인한 효과를 분석하고, 모형2는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의 변화에 따른 효과를 분석한다. 모형3에서는 사회인구학적 변수를 통제한 상태에서 ‘혼자 있는 시간의 변화’와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의 변화’를 함께 투입하여 우울감과의 관계를 검증하였다. 두 번째 분석은 코로나19 이후 시간 사용의 변화와 우울감의 관계가 성별에 따라 달라지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시간 사용의 변화를 측정한 변수와 성별의 상호작용 효과를 검증했다. 모형 4는 혼자 있는 시간의 변화와 성별의 상호작용 효과를 분석하였고, 모형 5는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의 변화와 성별의 상호작용 효과가 유의한지를 검증했다.
4. 분석결과
1) 응답자의 일반적 특성 및 이변량 분석결과
<표 1>은 분석에 포함된 변수의 기술통계와 성별에 따른 차이를 검증한 이변량 분석결과이다. 총 4,728명 중 남성은 2,277명, 여성은 2,451명으로 여성 응답자의 수가 더 많았다. 성별을 기준으로 변수들의 유의한 차이가 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검정을 통해 평균과 비율을 비교하였다. 분석결과, 자가여부, 교육수준이 전문대학인지의 여부, 코로나19 이후 경제상태의 변화가 임금 또는 매출이 증가했는지의 여부, 결혼상태가 기혼인지의 여부, 일인가구 여부, 도시위험도 인식을 제외한 모든 변수에서 성별 간 유의한 차이가 나타났다.
이변량 분석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우울의 경우 여성(6.30점)이 남성(6.04점)에 비해 높았다. 코로나19 이후 혼자 있는 시간의 변화를 살펴보면, 남성(5.93점)이 여성(5.66점)보다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코로나19 이후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 변화의 경우 여성(6.36점)이 남성(6.22점)보다 더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성별 간 코로나19 이후 시간 사용의 변화 양상에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연령의 경우 여성(47.46세)이 남성(46.32세)보다 약간 높게 나타났다. 교육수준의 경우 고졸이하(여성 40%, 남성 32%)와 전문대(여성 15%, 남성 14)는 각각 여성의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났으며, 4년제 대학(남성 47%, 여성 41%)과 대학원 이상(남성 6%, 여성 5%)은 각각 남성의 비율이 여성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직업별로는 전문관리직(남성 15%, 여성 8%), 사무직(남성 33%, 여성 27%), 판매/서비스직(남성 23%, 여성 18%), 농림·어업/단순기능직(남성 13%, 여성 4%) 등 모든 직업에서 남성의 비율이 여성보다 높게 나타났으며, 직업없음에서만 여성(43%)의 비율이 남성(17%)보다 높게 나타났다. 코로나 19 이후 고용상태가 어렵다고 응답한 경우는 남성(34%)의 비율이 여성(27%)보다 높았으며, 변화없음이라고 응답한 경우는 여성(72%)의 비율이 남성(65%)보다 높게 나타났다. 결혼상태에 있어 미혼은 남성(33%)의 비율이 여성(29%)보다 높았으며, 사별·이혼·별거는 여성(10%)의 비율이 남성(7%)보다 높게 나타났다.
2) 코로나19 이후 시간 사용의 변화와 우울감
<표 2>는 코로나19 이후 시간 사용의 변화와 우울감의 관계에 대한 다중회귀분석결과이다.7) <표 2>는 혼자 있는 시간의 변화 모형,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의 변화 모형 그리고 혼자 있는 시간의 변화와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의 변화가 모두 포함된 통합모형 등 세 개의 모형을 포함하고 있다. 분석결과, 코로나19 이후 혼자 있는 시간의 변화가 우울감과 통계적으로 유의한 관계에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모형 1은 혼자 있는 시간의 변화와 우울감이 정의 관계를 가짐을 보여준다(모형 1: b=0.132, p<0.001). 또한 모형 2는 코로나19 이후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의 변화 역시 우울감과 정의 관계를 가짐을 보여준다(모형 2: b=0.126, p<0.001). 즉 코로나19 이후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길어졌다는 것은 높은 우울감과 유의한 관계를 갖는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통합모형인 모형 3에서도 혼자 보내는 시간의 변화와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의 변화가 우울감을 높이는 효과가 유지되었다(모형 3. 혼자 보내는 시간의 변화: b=0.127, p<0.001,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의 변화: b=0.120, p<0.001). 이러한 관계는 사회인구학적 변수와 코로나19 이후 고용상태의 변화, 도시위험도 인식을 통제한 후에도 유의하였다. 성별의 경우 여성이 남성보다 더 우울했으며(모형 3: b=0.217, p<0.001), 연령은 우울감과 정의 관계를 가졌다(b=0.006, p<0.01). 고졸 이하에 비해 4년제 대학(b=-0.145, p<0.1), 대학원 이상(b=-0.458, p<0.001)의 우울감이 낮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직업의 경우, 무직에 비해 전문관리직(b=-0.464, p<0.001), 판매/서비스직(b=-0.148, p<0.001), 농림어업/단순기능직(b=-0.263, p<0.05)의 우울감이 더 낮은 것을 알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고용상태의 변화를 살펴보면, 변화없음에 비해 코로나19 이후 고용상태가 어려워진 경우가 더 우울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b=0.372, p<0.001). 일인가구 여부의 경우, 일인가구가 다인가구에 비해 더 우울한 것으로 나타났다(b=0.142, p<0.1). 도시위험도 인식은 우울감과 통계적으로 유의한 정의 관계를 가졌다(b=0.104, p<0.001). 한편, 통제변수로 투입한 자가여부, 교육수준 변수 중 전문대, 직업변수 중 사무직, 결혼상태는 우울감과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3) 성별에 따른 코로나19 이후 시간 사용의 변화와 우울감의 관계
<표 3>은 코로나19 이후 시간 사용의 변화와 성별 간의 상호작용 효과를 검증한 결과이다. 모형 4에서는 코로나19 이후 혼자 있는 시간의 변화 및 성별 간 상호작용 효과를 검증하였고, 모형 5에서는 코로나19 이후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의 변화 및 성별 간의 상호작용을 검증하였다. 모형 5의 분석결과는 코로나19 이후 혼자 보내는 시간의 변화와 성별 간의 관계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의 상호작용 효과가 있음을 보여주었다(b=0.104, p<0.05). 코로나19 이후 혼자 있는 시간의 변화가 우울감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여성에 비해 남성에게 더 크게 나타났다. 반면, 모형 5에서는 코로나19 이후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의 변화와 성별 간의 상호작용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림 1>은 모형 4의 결과를 나타낸 것으로 코로나19 이후 혼자 있는 시간의 변화와 성별의 상호작용 관계를 보여준다. X축은 코로나19 이후 혼자 있는 시간의 변화, Y축은 종속변수인 우울감의 예측값이다. <그림 1>을 보면 코로나19 이후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갈수록 남성과 여성 모두 우울감이 높아졌는데, 그 기울기는 여성에 비해 남성이 더 가파르게 나타났다. 이는 여성에 비해 남성에게는 ‘혼자 있는 시간의 변화’가 우울감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 크게 나타남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5. 결 론
본 연구는 2020 서울서베이 시민조사 자료를 활용하여 혼자 보내는 시간 및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의 변화가 우울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았다. 분석결과 ‘코로나19 이후 시간 사용의 변화’, 즉 ‘혼자 보내는 시간의 변화’와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의 변화’가 우울감과 통계적으로 유의한 관계를 가진다는 것이 드러났다. 또한 ‘혼자 보내는 시간의 변화’와 우울감의 관계는 성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는데, 혼자 보내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남성이 여성보다 우울감이 더 증가하였다. 반면,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와 변화’와 우울감의 관계는 성별에 따라 조절되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코로나19 이후 혼자 보내는 시간의 변화와 우울감의 관계는 재난으로 인한 사회적 고립의 측면에서 설명된다. 혼자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사회적 관계의 측면에서 취약해질 수 있으며, 사회적 단절의 수준을 더 높일 가능성도 있다.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경우, 타인과의 교류가 줄어들어 사회적 관계가 단조로워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재난 상황으로 인해 혼자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경험하는 시간이라는 점에서 ‘혼자 보내는 시간의 변화’는 외로감과 고립감을 심화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코로나19 이후 사회적 교류가 감소하면서 정신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주었다는 Melo & Soares(2020)와 Laurence & Kim(2020)의 연구결과와 맥을 같이 한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이후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의 증가 역시 우울감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가족항상성의 위기를 맞이한 것으로 보인다. 즉, 가족이 유지하고 있던 일정한 균형 상태가 무너지면서 새로운 상황에 적응해야 하는 변화가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 또한, ‘가족위기역량 공식’에 기반하여 비자발적으로 갑작스럽게 늘어난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 속에서 가족이 겪게 되는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개인의 우울감을 높인 것으로 설명된다. 이는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증가할수록 스트레스가 증가한다는 Chin et al.(2020), 두주연(2020)의 연구결과와 일맥상통한다. 종합하면, 코로나 이후 혼자 보내는 시간과 가족이 함께 보내는 시간 각각의 변화는 공통적으로 우울감을 심화시키지만 우울감에 영향을 주는 메커니즘은 확연히 다르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코로나 이후 시간사용 변화의 유형을 고려한 정책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성차를 고려하였을 때, 코로나19 이후 혼자 보내는 시간의 변화와 우울감의 관계는 여성보다 남성이 더 큰 영향을 받고 있었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혼자 보내는 시간의 변화’가 남성의 정신건강에 더 강력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러한 결과는 성역할 규범과 그로 인한 사회적 관계의 성격과 관련해서 논의될 수 있다(McGinnity & Russell, 2008). 남성이 여성에 비해 재난상황에서 사회적 관계망의 크기가 대폭 축소되고 성격 또한 크게 변할 가능성을 고려할 수 있다. 남성은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혼자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정서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관계망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정신건강에 큰 영향을 받지만, 여성은 혼자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더라도 사회적 관계나 정서적 지지를 동원하는 데 어려움이 적을 수 있다(이민아, 2021). 이러한 이유로, 여성에게 코로나19 이후 혼자 보내는 시간의 변화가 가져오는 사회적 단절의 파급력은 상대적으로 약하게 나타난다고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성별을 고려한 대안적인 정신건강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의 변화는 성별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남녀 모두에게 공통으로 우울감을 증진시키는 요인이라 볼 수 있다. 즉, 가정 내에서 성별에 따라 상이한 사회화 과정에 노출된다는 점은 선행연구를 통해 익히 강조되어왔지만, 코로나 상황에서는 가족 내 성역할이나 성별 고정관념이 주는 우울감에 대한 영향력은 다소 미미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에 따라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주는 우울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성별 구분 없이 가족위기에 초점을 맞추는 정신건강지원 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 논문의 한계점을 밝히면 다음과 같다. 먼저 본 연구의 종속변수인 ‘우울감’을 단일문항으로 측정하였다는 점을 한계로 들 수 있다. 후속연구에서 PHQ-9 나 CES-D 와 같은 척도를 통해 우울감을 측정한다면 보다 정교한 분석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또한, 코로나 이후 우울감의 증가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코로나 이전의 우울감을 통제할 필요가 있지만, 본 연구는 종단적인 접근을 하지 않아 이전 우울감의 영향력이 고려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코로나 이전과 코로나 이후 우울감의 인과관계를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이후 혼자 보내는 시간 및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의 변화, 성별 이외에 우울감에 대해 영향을 준다고 알려진 다른 변수들이 충분히 통제되지 못한 결과일 수 있음에 주의해야 한다. 본 연구에서는 응답자의 연령, 결혼상태, 자가여부, 교육수준, 직업, 코로나19 이후 고용상태의 변화, 일인가구 여부, 도시위험도 인식만을 통제변수로 사용하였다. 후속연구에서 자녀 관련 변수, 소득변수, 재택근무 여부와 같은 직업변수를 통제변수로 투입할 것을 제안하는 바이다. 또한, 혼자 보내는 시간이나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변화한 이유가 무엇이며, 성별에 따라 시간 사용의 변화를 겪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그리고 우울감에 이르게 되는 경로를 면밀히 분석하지는 못했다는 점도 한계로 꼽을 수 있다. 추후 시간 사용이 변화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도 양적 분석이 필요하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는 코로나19 이후 시간 사용의 변화를 다룬 국내 연구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혼자 또는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의 변화가 우울감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과 혼자 보내는 시간이 우울감에 미치는 영향력에 있어 성별에 따른 차별적 효과를 경험적으로 검증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코로나19 이후 혼자 보내는 시간과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우울감이 심화되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코로나19 이후 한국인의 정신건강 문제를 개진하기 위해 정책적 개입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또한 ‘코로나19 이후 혼자 보내는 시간의 변화’가 우울감에 미치는 효과가 성별에 따라 차별화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에 따라 향후 성별을 고려한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
No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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