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가정의 문화변용 유형과 문화적응 스트레스: 한국어능력과 사회적 관계망의 조절효과를 중심으로
초록
이 연구는 다문화 가정의 한국사회 적응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화변용의 전략(동화, 통합, 분리, 소외)과 문화적응 스트레스와의 관계를 밝히는데 목적이 있다. 이와 더불어 문화적응 과정에서의 문화학습의 개념을 중심으로 한국어 학습과 사회관계망의 조절효과를 살펴보았다. 연구가설에 대한 검증을 위해 다문화청소년패널데이터(Multi-culture Adolescent Panel Study, MAPS) 자료를 활용하였다. 연구결과 문화변용 전략 중에서 동화를 제외한 통합, 분리, 소외가 문화적응 스트레스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준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통합 전략은 문화적응 스트레스를 줄이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을 발견하였다. 반면에, 예상한 것처럼 분리와 소외전략의 경우 문화적응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것을 발견하였다. 조절효과 측면에서 사회적 관계망은 문화변용과 문화적응 스트레스의 관계를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조절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한국어 수준의 조절효과는 유의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대된 것과 달리 많은 사회적 관계망을 가질수록 통합 전략을 활용하는 경우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효과를 발견하였다.
Abstract
The current study explores the effects of acculturation strategies (assimilation, integration, separation, and marginalization) on acculturative stress. In addition, the research unfolds the moderating effects of social networks and fluency in the Korean language on the relationship between acculturation types and stress. The research hypothesis was tested primarily using the Multi-Culture Adolescent Panel Study, MAPS, as a secondary dataset. it was found that excluding assimilation behavior, all other strategies are significantly related to stress levels. That is, the integration strategy ameliorates the stress levels, while the separation and marginalization strategies accelerate stress levels. Considering moderation effects, it was reported that the size of social network significantly moderates the relationship between acculturation and stress, whereas fluency in the Korean language shows no moderation effect.
Keywords:
Acculturation, Acculturative Stress, Social Networks, Korean Language키워드:
문화변용, 문화적응, 스트레스, 사회적 관계, 한국어 능력1. 서 론
국내 다문화 가족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많은 인구사회 구조적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일례로, 2019년에 국내 전체 혼인 중 다문화 혼인의 경우 10%를 차지하였으며, 다문화 가정의 출생 비율은 전체 6%로 2010년에 4.3%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통계청, 2021). 다문화 가족에 대한 정부지원 역시 증가하여 다문화정책지원 정부예산의 경우 2009년 436억에서 2020년에는 5,193억원으로 약 1,191%로 증가하였다(여성가족부, 2021). 다문화 가족의 국내 경제활동 참여도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이들은 우리나라 사회구성원으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나, 다문화 이주민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아직도 남아있는 상태이다(정의철, 정용복, 2016). 현재 다문화 가정에 대한 정책적 지원은 한국 사회로 성공적인 통합을 강조하는 ‘정착’에 맞춰져 있으나, 현재 이들이 겪고 있는 다문화 가족의 해체, 다문화 학생들의 학업성취 저하, 고부간의 갈등 등 실질적 문제해결에 대한 지원 중심으로 다문화 정책방향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이광원, 2020).
다문화 이주민 가구의 문화적응 연구에 대한 선행연구는 두 가지 측면에서 한계점을 갖는다. 첫째, 우리나라 다문화 이민가족의 경우 한국사회의 주류문화로 일방적인 적응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러한 일방적 적응강요 정책은 다문화 이주 가족의 적응 스트레스를 증가시켜 오히려 적응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이민 가족의 문화적응 과정에서 출신국 문화국에 대한 긍정적·부정적 태도를 모두 포함하는 다양한 행동의 원인에 대한 심도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조하영, 2021; 최혜지, 2009). 둘째, 기존 선행연구의 경우 문화적응과 스트레스 간의 관계를 중심적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이러한 연구 모형의 경우 개인 스스로 스트레스 경험 시 이를 줄이기 위해 사용하는 다양한 대응기제(coping)를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점이 존재한다(Dyal & Dyal, 1981). 문화학습(cultural learning)은 타문화 배경의 사람이 주류사회의 규범, 규율, 가치관 등을 배우는 과정이라고 정의 된다(Berry, 1997). 이러한 문화학습의 과정에서 ‘언어학습’과 ‘사회적 네트워크’ 확보는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대응기제로의 중요한 자원(resource)이 되기 때문에 개인측면에서 이러한 자원의 적극적 활용을 통해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는 이론적 가정이 포함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기존 연구의 보완적 측면에서 이 연구는 설계되었다. 이를 위해, 첫째, 문화과정을 결혼 이주민이 한국 문화로의 일방적인 적응과정으로 이해하기 보다는, 출신국과 이주국의 문화적 정체성 측면에서 보다 균형 있게 ‘적응’ 과정을 이해하고자 한다. 따라서 결혼 이주민은 이주국에 대한 긍정적·부정적 태도를 포함하는 다양한 문화변용의 형태를 갖는다고 가정하는 Berry(1997)의 문화변용 이론을 기반으로 문화적응의 현상을 이해하고자 한다. 둘째, 결혼 이주민의 경우 문화적응 과정에서의 스트레스 경험에 대한 가정을 넘어서, 스스로 스트레스를 해결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대응기제(coping)를 갖는다고 가정한다. 이러한 대응기제를 문화학습의 측면에서 언어능력과 사회적 관계를 중심으로 문화적응에 대한 상호 영향 효과를 분석하고자 한다.
이 연구의 목적은 다양한 문화변용 형태에 따른 문화적응 스트레스 간의 관계를 실증적으로 밝히는데 있다. 이를 위해 두 가지 연구 질문을 제시한다. 첫째, 다문화 가정 부모들이 문화적응의 과정에서 이주국에 대한 긍정적·부정적 태도를 포함한 다양한 문화변용 태도가 문화적응 스트레스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가? 즉, 어떠한 형태의 문화변용 태도가 문화적응 스트레스를 줄이는데 보다 효과적인가에 대한 연구 질문을 제기한다. 둘째, 기본적으로 다문화 이주민은 문화적응 스트레스 경험 시 이를 줄이기 위한 대응기제를 갖는다고 가정하고, 한국어 언어능력과 사회적 관계가 문화변용 형태와 문화적응 스트레스 간의 관계를 조절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제기한다. 따라서 이번 연구결과는 정책적으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서비스 강화 영역에 대한 시사점을 제시할 수 있으며, 사회통합적 관점에서 어떠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함의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2. 문헌연구
1) 결혼 이주민의 문화변용
결혼이주민의 ‘문화적응’이란 이주민이 기존에 갖고 있는 모국 문화와 결혼이후 한국사회 문화와 접촉하면서 발생하는 ‘문화적 교차’(cross-culture) 과정에서 개인이 경험하는 혼란과 혼동을 의미한다. 문화적 교차 과정 이후 ‘적응과정’ 혹은 ‘적응 결과물’을 문화변용(acculturation)이라고 정의된다. 문화변용의 개념이 다소 추상적이기 때문에 학자 간 ‘문화적응’ 혹은 ‘문화접변’이라는 다양한 단어로 혼용하여 사용하고 있지만, 이 연구에서는 접변(교차), 적응과정, 그리고 적응결과에 대한 구분을 실시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문화변용이란 두 개 이상의 문화적 배경을 가진 개인 혹은 집단이 상호간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 기존 정체성 체계 내에서의 문화적·심리적인 변화를 의미한다(Berry, 1997). 또한 문화변용은 서로 다른 배경을 지닌 개인·집단이 상호간 직접적·지속적 접촉에 의하여 기존 문화양식에서 변화가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정의된다(Redfield, Linton, & Herkovits, 1936). 종합하면, 문화변용이란 두 개 이상의 상이한 문화적 배경을 지닌 개인·집단이 접촉(예: 이민 혹은 결혼 등)에 의해 기존 문화적 형태에 변화가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정의된다.
역사적으로 문화적 변용 연구의 시작은 미국 시카고 대학의 사회학자인 Robert Park(1914)가 제시한 3단계 이론(tree-stage theory)을 기반으로 한다. 이 이론은 이주민의 적응 단계를 3단계로 묘사하는데, 이주민이 주류 사회 사람들과 접촉하는 접촉(contact) 단계, 기존 주류 사람들과 갈등을 줄이기 위해 이주국 문화를 수용하는 수용(accommodation) 단계, 마지막으로 기존 주류문화에 융화되는 동화(assimilation) 단계이다. 3단계 이론 이후, 이주민이 주류사회 내 개인·집단과의 첫 번째 그리고 지속적인 접촉에 의해서 문화변용의 형태가 좌우된다고 주장하며 ‘접촉’을 강조하는 연구로 발전되었다(Redfield, Linton, & Herskovits, 1936). 그리고 문화변용에 관한 연구는 지속적으로 발전하여 개인이 갖고 있는 기존 성격과 가치관 등이 주류사회와의 접촉과정과 상호 작용을 통해서 동화 혹은 저항의 형태가 나타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Teske & Nelson, 1974). 최근에는, 문화변용의 개념을 이주민이 주류 문화에 일방적으로 적응하는 단일차원 접근에서 벗어나, 이들의 다양한 적응 행태를 이해하려는 다차원적 접근방법으로 진화되고 있다(Gordon, 2012).
이러한 다차원 접근에 대표적인 것이 John Berry(1997)의 문화변용이론(acculturation theory)이다. 그의 이론에 의하면 ‘문화변용’은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개인이 주류문화와의 접촉을 통해 행동·태도·인지 상의 변화를 일으키는 과정으로 정의된다. <그림 1>이 제시하는 것처럼, 개인은 원문화 정체성을 ‘유지’ 혹은 ‘변화’, 이주국의 주류문화에 대한 ‘적응’ 혹은 ‘거부’의 결정에 따라서 네 가지의 형태의 ‘문화변용 전략(acculturation strategies)’을 갖는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면, 동남아 결혼 이주 여성의 경우 출신국 원문화에 강한 정체성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는 반면, 약하게 정체성을 형성하고 있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다른 한편, 결혼 후 한국사회에 이주하면서 적응 필요성 정도에 따라 주류 한국사회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관계형성 필요성에 대한 인식차이가 존재할 것이다. 이러한 원문화 정체성 형성의 정도와 주류 사회와의 교류 필요성 정도에 따라 네 가지의 문화변용의 형태(전략)가 나타난다고 말한다. 문화변용 전략 중 ‘동화(assimilation)’란 모국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보다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위해 주류사회에 대한 문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행동을 의미한다. 반면에, ‘통합(integration)’이란 모국의 문화적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주류 사회의 문화를 수용하는 이중적 문화정체성을 채택하는 것을 의미한다. ‘분리(separation)’란 모국의 문화적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주류사회의 문화를 거부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소외(marginalization)’란 주류사회와 접촉 이후 정체성의 혼란을 경험하여 모국과 주류 사회의 문화정체성 모두 거부하는 전략을 의미한다(이형하, 윤진미, 한지윤, 2021).
2) 문화변용과 문화적응 스트레스
스트레스(stress)라는 개념은 개인이 외부환경 자극에 대하여 적응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외부환경 측면에서 자극의 개념을 스트레서(stressor), 이러한 자극에 대한 심리적 반응을 스트레인(strain), 반면에 자극과 반응이 발생하는 중간 적응 과정이 스트레스로 정의된다(Beehr & Franz, 1986). 비슷한 맥락에서 문화적응 스트레스(acculturative stress)란 주류사회가 요구하는 문화적 적응 요구 수준이 개인이 갖고 있는 내·외적 역량 수준보다 높은 상태에 대한 정도의 차이를 의미한다. Berry(1997)는 문화적응 스트레스를 개인의 삶에서 발생하는 문화적 접촉에 기인하는 큰 심리적 충격(cultural shock)으로 정의한다. 광의적 정의로는 이주민들이 주류문화에 적응하는 과정에서의 심리적·정신적 불안상태를 넘어, 사회적 문제까지 유발하는 행동을 의미한다(모상현, 2018).
다른 이론과 비교할 때, 특히 Berry의 문화변용이론은 개인적 차원의 문화적응 전략과 이에 따른 정서적 상태 변화를 설명하는데 큰 강점을 갖고 있다. 이 이론에 따르면 문화적응 스트레스를 주류문화와의 접촉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개인의 적응 과정이라고 정의한다. 문화적응 과정에서의 스트레스는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발생하는데, (1) 문화적 학습(cultural learning)과 (2) 문화적 충돌(cultural conflict)이며 특히 원문화와 주류 문화와의 충돌 시 원문화를 버리는 상황에서의 개인의 스트레스가 매우 높다고 말한다(Sam & Berry, 2006). 또한 이론은 문화변용의 과정에서 스트레스가 가장 크게 발생하며, 정신적·건강상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장기적으로 문화적응 스트레스는 문화접촉 과정에서 기존 원문화의 정체성에 대한 상실 위협, 미래의 불확실성 등에 의하여 발생하며, 이러한 위협 및 불확실성은 심리적 우울증을 유발한다.
그렇다면 문화변용의 네 가지 전략(동화, 통합, 분리, 소외)과 문화적응 스트레스는 어떤 관계를 갖고 있는가? Sam & Berry(2006)는 개인마다 희망하는 문화변용 전략이 다를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개인이 희망하는 전략이 특정한 외부 사건·경험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문화적응 스트레스가 발생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면, 결혼 이주민 본인의 원문화를 버리고 주류문화로 적극적으로 동화하려고 노력하지만, 실행 과정에서 부정적인 문화적 충격을 경험하는 경우 문화적응 스트레스가 발생한다고 말한다. 스트레스 정도에 관하여 일반적으로 ‘소외’ 전략이 문화적응 스트레스에 가장 높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며, 반면에 ‘통합’ 전략은 문화적응 스트레스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말한다(Sam & Berry, 2006). 스트레스 과정 상 주류문화로의 적응에 성공적인 경험을 할 경우 문화적응 스트레스가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며, 반대로 주류문화로의 적응에 실패한 경험 및 부정적 경험이 문화적응 스트레스를 강화시킨다(Sam & Berry, 2006). 따라서 주류문화로 적응 전략인 ‘동화’와 ‘통합’을 채택하는 이주민의 경우 상대적으로 주류문화로 적응하려고 노력하고 문화적 수용적 태도를 갖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스트레스를 덜 경험할 것이다. 반대로, 주류문화를 거부하는 ‘분리’와 ‘소외’ 전략을 채택한 이주민의 경우 주류문화로의 적응실패를 경험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적응 스트레스가 매우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 한 실증적 연구에 의하면 미국 내 외국출신의 대학생들을 표본으로 문화변용 전략 형태에 따른 문화적응 스트레스 평균값을 비교한 결과 소외(3.92), 분리(3.54), 적응(3.47), 통합(3.15) 순으로 스트레스 차이를 보고하였다(Sullivan & Kashubeck-West, 2015). 결론적으로 Berry(2007, 1997)의 문화변용 이론에 근거하여 본 연구에서는 아래와 같은 연구가설을 도출한다.
- ∙ 연구가설 1(a): 문화변용 전략 중 ‘동화’는 문화적응 스트레스를 감소(-) 시킬 것이다.
- ∙ 연구가설 1(b): 문화변용 전략 중 ‘통합’은 문화적응 스트레스를 감소(-) 시킬 것이다.
- ∙ 연구가설 1(c): 문화변용 전략 중 ‘분리’는 문화적응 스트레스를 강화(+) 시킬 것이다.
- ∙ 연구가설 1(d): 문화변용 전략 중 ‘소외’는 문화적응 스트레스를 강화(+) 시킬 것이다.
3) 문화학습(Cultural Learning)과 스트레스 대응(Coping)
Lazarus & Folkman(1984)의 스트레스 대응이론에 의하면 인간은 스트레스를 경험할 경우 개인이 갖고 있는 자원(resource)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이를 해결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을 가정하며, 이러한 전반적인 노력의 과정을 스트레스 대응(coping)이라고 정의한다. 스트레스 대응은 인지적 평가(cognitive appraisal) 과정에서 크게 두 단계로 구분되는데, 1차 평가(primary appraisal) 단계에서는 스트레스 발생이 나에게 위협의 정도를 판단하며, 2차 평가(secondary appraisal) 단계에서는 개인이 갖고 있는 자원과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여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 스트레스 감소를 위해 개인은 두 가지 형태의 대응전략을 갖는데, 문제중심 대응(problem-focused coping)과 감정중심 대응(emotion-focused coping)이 그것이다. 문제중심의 대응 방식은 개인이 스트레스 발생의 원인을 찾아 적극적으로 이를 제거하려고 노력한다. 반면에 감정중심의 대응은 개인의 감정적 상태의 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이와 비슷한 개념으로 Diaz-Guerrero(1979)은 개인의 스트레스 대응 종류를 크게 적극적(active)과 소극적(passive)으로 구분하였다. 전자의 방식으로 대응할 경우 스트레스의 원인을 파악하여 적극적으로 상황을 변화시키려고 노력하며, 후자의 경우에는 적극적 해결방법이 없다고 판단될 경우 스트레스에 소극적으로 대응한다고 주장한다.
Berry(1997)의 문화변용 이론에서도 마찬가지로 개인은 스트레스 경험 시 부정적인 감정을 줄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스트레스 대응을 활용한다고 가정한다. 특히 문화변용 과정에서 스트레스 대응방식에 따라 그 결과가 긍정적(eustress)일 수도, 부정적(distress)일 수도 있다고 가정한다. 결혼 이주민의 경우 일상생활에서 어떤 위협적 사건이 발생할 경우에 인지적 판단(cognitive appraisal)의 과정을 갖는데, 그 사건이 위협 요소인 스트레서(stressor)로 인식될 경우 스트레스 대응을 활용한다고 말한다. 특히 결혼이주민의 경우 주류문화에 적응하는 초기 과정과 사회적 학습 과정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경험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Sam & Berry(2006)의 문화변용 이론에서는 문화변용과 문화적응 과정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 대응의 구체적 종류와 효과적인 대처 방법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하는 한계점이 있다.
타문화 배경의 사람이 주류사회의 규범, 규율, 가치관 등을 배우는 과정을 문화학습(cultural learning)으로 정의된다(Berry, 2007). 특히 문화적 교차 과정 중에 언어는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다양한 문화적 경험을 제공하며, 자문화와 타문화에 대한 차이점을 명확하게 인식하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에 문화 학습에 매우 중요한 도구가 된다(Argyle, 1982). 비슷한 맥락에서 주류 사회에 대한 언어 학습은 문화적 학습에 선행되며 주류 사회 구성원들과의 사회적 관계 및 사회적 지원을 형성하는데 매우 중요하다(Ward, 1996). 외국에서 정착하고자하는 이주민에게 현지의 관습과 규율 등을 배우는 문화학습에서 이주국 언어 학습은 현지 적응을 위한 가장 기본적 요건이다(하유, 2021). 한국 내 제주지역 다문화 출신 가정의 부모를 대상으로 한 질적 연구에서는 출신국의 문화센터가 한국인과의 사회적 관계 형성 및 언어학습을 위한 중요한 허브 역할을 하며, 이 문화센터에서 한국인과 적극적으로 교류하며 한국문화를 이해하는 학습이 이루어진다(정의철, 정용복, 2016). 결론적으로 이주국의 언어를 학습하고 사회적 관계망을 형성하는 것은 문화학습에 기본적 토대가 된다.
스트레스 대응기제를 위해서 개인이 갖고 있는 핵심적인 자원(resource)의 개념으로 사회적 지지(social support)가 있다. 사회적 지지란 개인이 스트레스 대응을 위해 심리적·물질적 지원을 제공할 수 있는 사회적 관계망을 의미한다(Cohen, 2004). 이는 다시 세 개의 하부 개념으로 구성되는데, 경제적·물질적 지원을 의미하는 도구적 지지(instrumental support), 스트레스 문제 해결을 위해서 정보 등을 제공하는 정보적 지지(informational support), 마지막으로 동정·관심 등의 정서적 지원을 의미하는 정서적 지지(emotional support)가 있다. 개인이 스트레스 대응을 위해 갖고 있는 사회 관계망은 인적 관계망의 수를 통해 크기(quantity)를 파악하며, 관계망 안에서 어떤 교류가 이루어지는 지는 질적(quality) 교환의 정도로 파악된다.
이번 연구에서는 문화학습의 관점에서 ‘한국어 능력 수준’과 ‘사회관계망 수’의 조절효과를 살펴보고자 한다. 다문화 이주여성의 경우 모국어에 익숙하지만, 한국으로 이주하였기 때문에 적응과정에서 문화변용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에 따른 문화적응 스트레스가 발생할 것으로 위에서 연구가설을 제시하였다. 이론적으로 이러한 문화적응 스트레스가 발생할 경우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서 대응기제를 활용할 것이다. 특히 대응기제 안에서는 자원(resource)이 필요하며, 이주민의 적응과정에서 한국어 능력은 한국문화를 이해하고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핵심적으로 필요한 도구이기 때문에 한국어 능력은 문화변용과 문화적응 스트레스의 관계를 조절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다문화 가정의 부모들은 자녀들이 한국문화에 빠른 적응을 위해 가족 내에서 한국어 대화만을 실시한다고 말하고 있다(황상심, 2018). 다문화 청소년 대상의 한 종단연구 결과에 의하면 한국어 능력이 문화적응 스트레스를 줄이는데 영향을 주며, 또한 한국어 능력이 학교적응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한다(김윤희, 김현경, 2020). 결론적으로 결혼이주민이 한국어 능력이 높을수록 스트레스 발생 시 사회적 지지를 얻는데 유리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어 능력이 문화변용 전략과 문화적응 스트레스간의 관계를 조절할 수 있다고 가정할 수 있겠다.
결혼이주민의 사회적 관계망은 이주국에서 문화적응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사회적 자본의 핵심적 요소이다(이은정, 이용승, 2015). Burt(1992) 사회관계망 ‘구조적 함정(structural hole)’ 이론에 의하면 이주민이 주류문화로 적응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관계망이 다원화되지 못하고 특정 개인·집단에 의존하는 경우, 만약 특정 개인·집단과의 연결된 연결망이 끊어질 경우 주류사회로의 자원 획득의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구조적 함정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이 이론은 결혼 이주민의 문화적응을 위해서는 다원화된 사회적 관계망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최근 한 실증적 연구결과에 따르면 결혼이주민이 한국에 정주의지가 높을수록 사회적 네트워크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며, 다문화가정에 대한 차별 문제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발견하였다(조하영, 2021). 다문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다문화 학생들의 문화적응 스트레스는 학교생활의 적응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며, 심리적인 사회적 지지가(가족, 친구, 교사 등) 학교생활 적응의 부정적 효과를 줄이는 조절효과가 있다는 것이 보고되었다(김진영, 이유진, 2022). 결론적으로 사회 관계망 역시 문화적응 스트레스 해결을 위한 중요한 심리적 자원이 되기 때문에 많은 사회관계망을 갖는 사람일수록 스트레스 해결을 위해 사회 관계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감정적·정보적·도구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많을 수 있다. 결국 사회적 관계망 크기는 문화변용과 문화적응 스트레스와의 관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 ∙ 연구가설 2-1: 사회적 관계망은 ‘동화’ 전략과 스트레스 간의 관계를 조절한다.
- ∙ 연구가설 2-2: 사회적 관계망은 ‘통합’ 전략과 스트레스 간의 관계를 조절한다.
- ∙ 연구가설 2-3: 사회적 관계망은 ‘분리’ 전략과 스트레스 간의 관계를 조절한다.
- ∙ 연구가설 2-4: 사회적 관계망은 ‘소외’ 전략과 스트레스 간의 관계를 조절한다.
- ∙ 연구가설 3-1: 한국어 수준은 ‘동화’ 전략과 스트레스 간의 관계를 조절한다.
- ∙ 연구가설 3-2: 한국어 수준은 ‘통합’ 전략과 스트레스 간의 관계를 조절한다.
- ∙ 연구가설 3-3: 한국어 수준은 ‘분리’ 전략과 스트레스 간의 관계를 조절한다.
- ∙ 연구가설 3-4: 한국어 수준은 ‘소외’ 전략과 스트레스 간의 관계를 조절한다.
3. 연구방법론
1) 분석자료
위에서 제시한 연구가설에 대한 검증을 위해 이 연구는 다문화청소년패널데이터(Multi-culture Adolescent Panel Study, MAPS)를 활용하였다(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2021). 다문화청소년패널데이터는 2011년부터 자료가 수집되었으며, 구축당시 초등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다문화 청소년과 그들의 부모님을 조사대상으로 1,625개 가구를 표본을 설정하여 매년 실시되는 패널조사이다. 다문화 청소년이란 포괄적 의미에서 국제결혼가정자녀, 중도입국청소년, 외국인자녀 등을 모두 포함하나, 다문화청소년패널자료는 대다수가 국제결혼가정자녀로 구성된 한계가 있다. 패널조사 유지를 위해 부모의 가출, 사망 등으로 추가적인 조사가 불가능한 경우에는 대체양육자를 통해 조사를 지속하였다. 언어 소통이 어려운 경우에는 컴퓨터지원인터뷰로 진행되었다. 이번 연구에서 활용하는 문화변용 전략에 관한 설문항은 2차년(2012)부터 시작되었으나, 설문항이 6차년도(2016) 이후로 많이 축소되어서 이번 연구에서는 가장 최근에 공개된 다문화청소년패널 8차 년도(2018년)의 1,625 가구의 자료를 분석에 활용하였다.
표본의 인구학적 특징을 살펴보면, 표본의 아버지의 학력은 고등학교 졸업이하 83.3%(1,136명), 대학 졸업이상 16.7%(228명)이었고, 어머니의 학력은 고등학교 졸업이하 58.4%(797명), 대학 졸업이상 41.6%(567명)으로 어머니의 학력수준이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되었다. 어머니의 출신 국가의 경우 일본이 35.4%(423명), 필리핀 26.0%(303명), 중국(한족) 17.6%(205명), 중국(조선족) 7%(82명) 순으로 높았다. 어머님이 다문화 출신인 경우는 66.5%(1,081 가구), 아버지가 다문화 출신은 경우는 2.1%(34 가구), 두 분 다 다문화 출신인 경우는 31.4%(510 가구)였다. 가구 거주지의 경우 9.5%가 서울지역에서 거주하며, 25.1%가 경기도권, 20.1%가 충청·강원권, 23.4%가 경북권, 21.9%가 전라·제주권에 거주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25.1%가 대도시에 거주하고 있으며, 44.9%가 중소도시, 30.00%가 읍·면 단위에 거주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한 약 91% 두 부모님이 같이 동거하는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평균소득은 대략 276 만원, 한국의 거주기간은 평균 19년 정도로 조사되었다.
2) 변수 측정
독립변수인 문화변용의 전략 유형에 대한 측정을 위해서 Barry(2001)가 개발한 EAAM(The East Asian Acculturation Measure) 설문항이 사용되었다. 4개 유형(동화, 통합, 분리, 소외)은 각각 3개 설문항을 통해 리커트 5점 척도(1. 전혀 그렇지 않다, 2. 그렇지 않은 편이다, 3. 중간이다, 4. 그런 편이다, 5. 매우 그렇다)를 활용하여 측정되었다. 보다 구체적인 설문문항은 <표 1>을 참고하면 되겠다. 내적 신뢰도(Cronbach’s alpha) 값은 0.79〜0.87 값을 보여 대체적으로 설문의 측정 신뢰도는 만족할만한 수준이었다.
종속변수인 문화적응 스트레스 측정을 위해서 다문화청소년패널데이터는 당초 8개 문항을 활용하였다. 그러나 탐색적 요인분석 결과 두 개의 하위 개념(불안감, 차별경험)으로 구분되었으며, 스트레스 측정 문항(불안감)인 5개 설문항만을 사용하였다. 마찬가지로 리커트 5점 척도를 사용하여 구체적은 설문항은 <표 1>을 참조하길 바란다. 내적 신뢰도는 0.83이었다.
이번 연구에서 조절변수는 문화학습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한국어 능력’ 정도와 ‘사회적 관계’로 설정하였다. 한국어 능력 수준의 경우 4개 문항(말하기, 쓰기, 읽기, 듣기)로 측정되었다. 한국어 능력수준 측정을 위해 위의 4개 설문항에 대한 응답을 합하여 최종적으로 점수화 하였다. 각각의 문항은 리커트 4점 척도(1. 전혀 못함, 2. 못하는 편, 3. 잘하는 편, 4. 매우 잘함)가 활용되었다. 사회적 관계 정도는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위해 ‘걱정거리를 의논할 사람 수’로 측정되었는데, 설문지에서 개방형 질문이 활용되어 응답자가 ‘사람 수’를 직접 기입하도록 하였다.
Berry(1997)의 문화변용 이론과 기존 실증적 연구를 통해 통제 변수가 선택되었다. 가구 특성 측면에서 두 부모 모두 다문화 출신인 경우 문화변용과 적응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 판단되어 가변수(부모 모두 다문화 = ‘1’, 아니면=‘0’)로 통제하였다. 다문화 가구의 한국 거주기간의 경우 이민 초기에는 스트레스가 크게 발생하나 적응과정을 거쳐 스트레스가 줄기 때문(Berry, 1997)에 마찬가지로 통제변수로 설정하였다. 또한 부모님의 학력 역시 문화적응에 유의미한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되어 통제변수로 설정하였으며, 부모님 모두 다문화 출신인 경우 어머니의 학력수준으로 변환하였다. 모국의 문화적 배경에 따른 적응이 상이할 수 있기 때문에 출신국가 역시 통제변수로 설정하였으며, 모국이 한국인 경우를 가변수의 기준(base = ‘0’) 설정하였다.
3) 측정 타당성 분석
설문조사의 추상적 개념의 타당성과 신뢰성 분석하기 위해서 일반적으로 요인분석(factor analysis)이 이용된다. 탐색적 요인분석(explanatory factor analysis)의 경우 측정하고자하는 설문문항의 하위개념의 수와 측정변수가 상위 개념을 잘 설명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 활용한다. 반면에 확인적 요인분석(confirmatory factor analysis)은 측정하고자하는 개념구성의 타당성을 확인하는데 사용된다. <표 2>는 측정변수에 대한 탐색적 요인분석(explanatory factor analysis)의 요인적재치(factor loadings)를 직교회전(varimax rotation)한 결과를 보여준다. 기본적으로 요인의 수를 결정하는데 다양한 방법이 있으며, 일반적으로 많이 쓰는 방법은 카이저 기준(Kaiser Criterion)이다. 이 방법에 의하면 고유값(eigenvalue)이 ‘1’ 이상 요인의 수를 측정 요인수로 결정하는 방법이지만, 다소 주관적이고 부정확하기 때문에 스크리 도표(scree plot)를 통한 방법을 같이 병행한다(조은성, 하은수, 2017). 분석결과 요인 1의 고유값은 4.74, 요인 2는 2.28, 요인 3은 1.47, 요인 4는 0.92, 요인 5는 0.32, 요인 6은 0.29였다. 카이저 기준에 의하면 3개 요인이 요인 수로 선정이 되어야 하지만, 스크리 도표 진단에 의해 고유값이 가장 많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구간이 5 요인이기 때문에 요인구성을 5개로 결정하였다. <표 2>에서 보이는 것처럼, 5개의 개념적 측정변수가 모두 같이 잘 묶이기 때문에 측정변수가 판별타당성을 지니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추가적으로 확인적 요인분석(CFA, confirmatory factor analysis)을 실시하였다. 확인적 요인분석의 경우 개념의 구성타당성을 검증할 수 있는데 활용된다. 이 연구에서 개념의 조작적 정의로 인하여 측정하고자하는 추상적 개념 변수는 5개이기 때문에 통계검증 시에 5개 모형이 가장 좋은 모형적합도를 보여야 한다. 확인적 요인분석 결과, 1 요인 모형(모든 측정 변수가 하나의 하위 개념으로 측정된 것으로 가정)의 경우 만족할 만한 모형 적합도를 얻지 못하였다(χ2=5188.797(p<0.001), RMSEA=0.196, CFI=0.436, SRMR=0.159). 그러나 5 요인 모형(5개의 개념 측정)의 경우 비교적 만족할 만한 모형 적합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χ2=758.370 (p<0.001), RMSEA=0.073, CFI=0.928, SRMR=0.046). 결론적으로 측정 변수의 구성 타당성 역시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4) 통계 분석
연구가설 1에서는 문화변용과 문화적응 스트레스와의 직접적인 관계를 가정하였다. 연구가설 1의 통계적 검증을 위해서 회귀모형(regression model)을 적용한다. 회귀모형의 최고불편추정량(BLUE, best linear unbiased estimates)을 얻기 위해서는 Gauss-Markov 기본 가정을 갖고 있기 때문에 회귀진단을 실시한다(Pindyck & Rubinfeld, 1998). 연구가설 2에서 제시한 조절변수의 조절효과를 확인하는데 Baron & Kenny(1986)가 제시한 방법을 활용하였다. 기본적 방법은 독립변수(X)와 조절변수(M)과의 상호교류항(X*M)을 만들어 상호교류항의 종속변수(Y)의 통계적 유의성 검증을 통해 조절효과를 판단할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통제변수-독립변수-매개변수 순서로 모형을 설정하는 위계적 회귀분석(Hierarchical Regression Model)을 사용한다. 위계적 회귀분석(hierarchical regression model)이란 각 모형의 독립변수 단위(Block)별로 모형에 집어넣는 것을 의미하며, 단위별 독립변수를 모형에 집어넣었을 때 모형설명력(R2)이 얼마나 변화가 있는지는 알아보는 회귀분석 방법 중의 하나이다. 위계적 회귀분석의 장점은 독립변수의 설명력이 통제변수들과 분리하여 얼마나 설명력을 갖고 있는지 분석하데 강점이 있다.
4. 분석결과
1) 상관관계 분석
<표 3>은 통제변수, 독립변수, 조절변수, 종속변수 간의 상관관계 분석의 결과를 보여준다. 우선적으로 통제변수와 종속변수 간의 관계를 살펴보면, 부모 모두 다문화 가정일 경우 문화적응 스트레스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못하였으며, 가구원 수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부(-)의 상관관계를 확인하였다(r=-0.11, p<0.01). 소득 역시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문화적응 스트레스와 부(-)의 상관관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r=-0.15, p<0.01). 거주 년도 마찬가지로 예상한 것처럼 문화적응 스트레스와 부(-)의 상관관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r=-0.10, p<0.01). 그러나 학력 수준은 문화적응스트레스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았다. 조절변수인 ‘사회적 관계’와 ‘한국어 능력’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문화적응 스트레스와 부(-)의 상관관계를 보였다(사회적 관계: r=-0.15, p<0.01; 한국어 능력: r=-0.21, p<0.01). 연구가설에서 예상한 것처럼, 문화변용의 유형과 문화적응 스트레스와의 상관관계를 살펴보면, ‘동화’와 ‘통합’은 문화적응 스트레스와 통계적으로 부(-)의 상관관계를 보였다(동화: r=-0.13, p<0.01; 통합: r=-0.27, p<0.01). 반면에, ‘분리’와 ‘소외’의 경우 문화적응 스트레스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양(+)의 상관관계를 보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분리: r=0.33, p<0.01; 소외: r=0.48, p<0.01).
2) 연구가설 검정
독립변수와 종속변수가 여러 개의 측정문항으로 측정될 경우 하나의 변수로 축소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복수 측정문항들의 평균을 계산하여 활용하나 이는 분산의 감소가 일어나는 문제점이 있기 때문에 대안으로 요인분석을 활용한 다차원축소법(dimension reduction technique)이 추천된다(Julliffe, 2005). 이러한 방법을 활용할 경우 축약된 변수들의 평균이 ‘0’으로 조정되기 때문에 다중공선성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Edwards & Parry, 1993). 다중공선성을 진단한 결과 모든 변수의 분산팽장인자(VIF, variance inflation factor)가 10 이하임을 확인할 수 있었으나(최대 VIF 값이 6.13), 잔차의 이분산성(heteroskedasticity) 문제가 발견되어 통계 분석에 강건표준오차(robust standard error)를 활용하였다. 연구모형에서 통제변수들 만을 고려하여 모형1을 설정하였고, 통제변수들과 함께 독립변수(문화변용 전략)와 조절변수(사회적 관계, 한국어 수준)를 고려하여 모형2를 구성하였다. 모형3은 기존 변수들 외에 추가적으로 독립변수(문화변용)와 사회관계와의 상호작용(문화변용*사회적 관계) 변수를 생성하여 모형에 투입하였으며, 모형4는 모형 2에 추가적으로 독립변수와 한국어능력(문화변용*한국어 능력)의 상호교류항 변수를 생성하여 모형을 구성하였다. 마지막으로 모형 5에서는 모든 변수를 고려하여 연구 모형을 검증하였다. <표 4>의 하단에 F-test 결과를 보면 모형2가 모형1보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모형설명력이 높다고 말할 수 있으며, 모형3과 모형2를 비교할 경우 마찬가지로 모형3이 모형2보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모형설명력이 높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러나 모형4와 모형2를 비교할 경우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모형설명력이 높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결과를 보였다. 마지막으로 연구모형 5의 경우 모형2 보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한(p<0.05) 설명력의 차이가 존재하였다.
통제변수만을 고려한 모형1을 살펴보면, 두 부모 모두 다문화일 경우 통계적으로 문화적응 스트레스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못하였고, 응답자 출신국가의 경우 한국을 기준(가변수=‘0’)으로 했을 때 출신 국가의 유형은 문화적응 스트레스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못하였다. 그러나 가구원 수가 많을 수록 문화적응 스트레스에 부(-)의 영향을 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β=-0.084, p<0.01), 월 가구수입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문화적응 스트레스를 줄이는 영향을 보였다(β=-0.001, p<0.01). 예상한 것처럼 한국 거주 년수는 문화적응 스트레스에 부(-)의 영향을 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으나(β=-0.026, p<0.01), 교육 수준은 문화적응 스트레스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모형2에서는 독립변수인 문화변용과 조절변수인 사회적 관계 변수와 한국어 수준 변수를 같이 넣었다. 통제변수에서는 두 부모 다문화 출신인 경우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문화적응 스트레스에 양(+)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으며(β=0.269, p<0.05), 위에서 마찬가지로 ‘가구원 수’와 ‘거주 년’은 각각 문화적응 스트레스에 부(-)의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가구원수: β=-0.049, p<0.05; 거주 년: β=-0.021, p<0.01). 독립변수에서는 ‘동화’ 유형은 문화적응 스트레스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는 못하였다. ‘통합’ 유형은 문화적응 스트레스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β=-0.182, p<0.01). 반면에 ‘분리’ 유형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문화적응 스트레스에 양(+)의 영향을 주는 반면에(β=0.248, p<0.01), ‘소외’ 유형의 경우도 문화적응 스트레스에 양(+)의 영향을 주는 것을 확인하였다(β=0.365, p<0.01). 결론적으로 연구가설 1(a)는 기각되었으며, 연구가설 1(b)와 연구가설 1(c)와 1(d)는 모두 채택되었다.
모형3에서는 조절변수로 ‘사회적 관계’와 ‘문화변용 전략’과의 상호작용 효과를 살펴보았다. 전체적으로 문화변용 전략과 문화적응 스트레스 관계 간의 사회적 관계의 조절효과를 검증하기 위해서 통계적 공동유의도검사(joint significant test)를 실시하였다. 모형3에서 상호교류항의 회귀계수를 모두 ‘0’로 가정하여 F-검정을 실시한 결과 상호교류항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다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F(4, 1087)=2.65, p<0.05), 모형3의 하단의 F-값과 동일함). 이는 사회적 관계의 문화변용 유형과의 상호교류 효과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것을 의미한다. 예상한 것처럼 ‘통합*사회적 관계’ 변수만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상호작용효과를 보였으나(β=0.049, p<0.01), 나머지 상호작용 변수들은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통합적 전략이 사회적 관계 크기와 상호작용을 통해 개인의 문화적응 스트레스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론적으로 연구가설 2-2는 수용되나, 연구가설 2-1, 2-3, 2-4는 기각된다.
모형4에서는 ‘한국어 능력수준’이 문화변용의 유형과 문화적응 스트레스와의 조절변수 역할에 대하여 통계적 검증하기 위해서 상호교류항(한국어 능력수준*문화변용 유형) 변수를 투입하였다. 위에서와 마찬가지로 공동유의도 F-검정을 실시한 결과 F(4, 1087)=1.65 (p>0.10)를 수치를 얻었으며, 이는 한국어 능력은 통계적으로 유미한 조절 효과가 없음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각 문화변용 전략에 따른 조절효과를 살펴 볼 때, ‘분리*한국어’과 ‘소외*한국어’ 두 개 변수만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분리*한국어’: β=-0.026, p<0.10; ‘소외*한국어’: β=0.027, p<0.05). 결론적으로 연구가설 3-3, 3-4는 채택된다. 그러나 연구가설 3-1과 3-2는 기각된다.
마지막으로 모형5에서는 모든 변수(상호교류항 포함)를 고려한 결과를 보여준다. 모형3, 모형4와 비교할 때 추정계수 및 통계검정 결과에 많은 변화를 발견할 수 없었다.
종속변수인 문화적응 스트레스 측정을 위해서 다문화청소년패널데이터는 당초 8개 문항을 활용하였다. 그러나 탐색적 요인분석 결과 두 개의 하위 개념(불안감, 차별경험)으로 구분되었으며, 스트레스 측정 문항(불안감)인 5개 설문항만을 사용하였다. 마찬가지로 리커트 5점 척도를 사용하여 구체적은 설문항은 <표 1>을 참조하길 바란다. 내적 신뢰도는 0.83이었다.
<그림 2>의 상단은 문화변용(통합)과 문화적응 스트레스와의 관계에서 사회관계망의 조절효과를 보여준다. 상호작용을 보여주기 위해서 x축은 ‘문화변용 형태’, y축은 ‘문화적응 스트레스’를 의미하며 표준화를 실시하였다. 사회관계망에서 ‘소수’는 3명 이하(-1표준편차)의 친구를 갖고 있는 집단을 의미하며, ‘다수’는 6명 이상(+1 표준편차)의 친구를 갖고 있는 집단을 의미한다. <그림 2> 상단에서 ‘x’ 축은 문화변용 중 통합의 정도, ‘y’ 축은 스트레스 정도를 의미한다. 이 그림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사회관계망이 소수인 집단의 경우 문화변용 통합의 정도가 증가할수록 문화적응 스트레스가 감소하지만, 사회관계망이 다수의 집단의 경우 통합의 정도가 증가할수록 스트레스는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통합하려는 노력 정도가 사회관계망이 많을수록 적응스트레스에 부(-)의 영향을 준다고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결과에 대한 원인을 추론하면, 이주민이 많은 한국주민과 교류할수록 문화적 충격의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으며, 이에 따라 문화적응 스트레스가 높아질 수 있다고 생각된다. <그림 2>의 하단의 경우 ‘x’ 축은 문화변용 중 ‘분리’의 정도, ‘y’ 축은 스트레스 정도를 의미한다. 하단 좌측은 한국어 능력 수준에 따른 문화변용(분리) 수준(x)와 문화적응 스트레스(y) 간의 관계의 조절효과를 보여준다. 한국어 능력의 낮음은 1 표준편차 이하의 경우, 높음은 1 표준 편차 이상의 경우를 의미한다. 한국어 수준이 높은 집단을 낮은 집단과 비교할 때, ‘분리’의 정도가 높을수록 문화적응 스트레스의 증가도가 낮게 나타났다. 즉, 문화변용(분리)과 문화적응 스트레스 간의 관계에서 한국어 능력이 낮은 집단이 더욱 스트레스가 높아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환언하면, 한국어 수준은 분리전략을 활용할 경우 문화적응 스트레스를 낮추는데 효과가 있음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그림 2> 하단의 우측의 경우는 소외 정도(x)와 문화적응 스트레스(y) 간의 관계에서 한국어 능력의 조절효과를 보여준다. 한국어 능력이 높은 집단과 낮은 집단을 비교할 때, 높은 집단의 경우 소외 정도가 증가함에 따라 문화적응 스트레스 증가가 더욱 높아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문화충격으로 소외 전략을 채택했는데, 한국어 능력에 따른 문화이해가 높을수록 한국사회에 대한 적응을 포기하며, 부정적 태도가 강화되었기 때문에 이러한 결과가 발생했다고 생각된다.
5. 결론 및 제언
1) 연구함의
이번 연구에서는 문화변용 이론(Berry, 1997)을 중심으로 문화변용의 다양한 형태(적응, 통합, 분리, 소외)에 따른 문화적응 스트레스와의 관계를 살펴보았다. 문화학습의 측면에서 사회관계망과 한국어 능력 수준의 조절효과를 다문화청소년패널데이터 8차 자료를 활용하여 분석하였다. 분석결과 문화변용 전략 중에서 동화를 제외한 통합, 분리, 소외가 문화적응 스트레스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준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구체적으로 통합 전략은 문화적응 스트레스를 감소시키는 영향을 준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반면에, 기대한 것처럼 분리와 소외전략의 경우 문화적응 스트레스를 악화시키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조절효과 측면에서 사회적 관계망은 문화변용과 문화적응 스트레스의 관계를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조절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통합 전략과 문화적응 스트레스 간의 관계에서 다수의 사회관계망을 갖는 것은 문화적응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를 해석하면 문화변용의 통합전략은 적극적인 적응의지를 갖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다수의 사회관계망을 가질수록 오히려 사회적 비용의 증가로 인하여 이러한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된다. 이 점에 대하여 Burt(1992)의 사회관계망의 ‘구조적 함정’ 개념을 적용할 경우 특정 소수 개인·집단과의 관계망을 형성을 통해 주류사회 문화적응을 시도하는 것이 구조적 함정에 빠질 수 있으며,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집단과의 관계망 형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이 이론을 다문화 이주민 사회에 적용할 경우 본인 원문화의 정체성 부정인식 제고, 주류사회에 빠른 적응을 위한 압력(pressure)의 경험, 한국 주류사회의 부정적 문화노출 가능성 향상 등 부정적 효과가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결혼 이주민의 안정적 정착의 필요성을 고려할 때 주류사회의 관계망 확대가 꼭 긍정적인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한국어 수준의 조절효과는 유의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으나, 구체적인 분석할 경우, 분리와 소외 전략은 문화적응 스트레스 간의 관계에서 한국어 능력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조절효과가 있다는 결과를 발견하였다.
Berry(1997)의 문화변용 이론에 대한 함의는 아래와 같다. Berry의 문화변용 이론은 자신의 원문화 정체성을 버리고 주류문화를 수용하는 ‘동화’와 ‘통합’ 전략이 자신의 문화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적응하는 ‘분리’와 ‘소외’ 보다 문화적응 스트레스가 낮다고 주장한다. 한국적 맥락에서 이번 연구도 어느 정도 Berry(1997)의 문화변용 이론의 주장을 지지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문화변용 이론에서는 이론적으로 문화 학습의 측면을 강조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문화학습을 이끌 것인가에 대한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한계점이 있다. 본 연구 결과의 공동유의도 검정결과를 고려할 때, 문화학습에 보다 도움이 되는 것은 언어학습 보다는 사회관계망을 통한 문화학습의 효과성을 의미한다.
Banks(2004)는 다문화 가정의 교육유형을 크게 네 가지 형태로 제시하였다. 기여적 접근법(contribution approach)이란 주로 주류문화에 대한 소개를 통해 적응을 강조하는 교육내용을 제공한다. 부가적 접근법(additive approach)이란 교육 목적은 그래도 둔 채 문화적 내용만을 추가적으로 구성하게 된다. 변환적 접근법(transformation approach)란 다문화 가정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주류문화의 적응을 강조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실천적 접근법(social action approach)란 다문화에 대한 사회적 쟁점을 중심으로 사회변화에 참여하면서 학생들 스스로 고민하게 하는 방법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다문화 대상 교육의 정책목표는 기존의 기여적 접근법에서 최근 실천적 접근법을 중심으로 교육내용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박영수, 2021). 이러한 다문화 교육 정책적 방향에서는 기존 자신의 원문화와 주류문화와의 통합적 전략을 취하는데 문화적응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실천적 접근법의 도입은 바른 정책적 방향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실천적 접근법과 더불어 어떻게 사회적 관계망을 형성하게 하면 더욱 교육적 효과가 발휘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정책학 분야에서 다문화 정책에 대한 관심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권경득, 이광원, 강혜정, 2021), 많은 연구들이 다문화 정책의 효과성 평가(이진선, 강영숙, 오종철, 2021), 공무원의 문화수용성(원숙연, 문정희, 2016) 등의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 연구는 다문화 정책에 대한 몇 가지 함의를 제시한다. 첫째, 이 연구는 다문화 정책의 방향성 전환의 필요성을 제기한다고 할 것이다. 기존 다문화 정책의 경우 결혼이주민이 한국문화로의 적응만을 강조하는 ‘동화’ 전략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조하영, 2021), 이 연구 결과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동화’ 전략 보다는 원주민의 문화를 인정하는 ‘통합’ 전략이 이주민의 문화적응 스트레스를 줄이는데 효과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따라서 결혼 이주민에 대한 지원 정책의 경우 ‘동화’ 전략에서 ‘통합’ 전략으로 방향 전환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원문화와 이주국 문화를 통합적 관점에서 문화포용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이는 다시 말하면, 결혼 이주민의 보다 효과적인 정착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언어와 문화교육 지원 중심의 정책으로부터 벗어나, 상호 문화를 이해하는 교육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한국문화만을 강의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원문화와의 공통점·차이점을 이해하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된다.
둘째, 이 연구는 이주민 유형 맞춤형 적응전략을 제시한다. 통합전략을 갖고 있는 결혼 이주민의 경우 너무 많은 사회적 교류는 오히려 스트레스를 증기시킬 수 있다는 실증적 연구결과를 보였다. 따라서 적극적으로 한국 주류사회에 통합하려는 이주민에게는 전략적으로 한국의 긍정적 문화를 알릴 수 있는 특정인원을 선발하여 같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설계할 필요가 있겠다. 또한 분리 전략의 행동을 갖고 있는 이주민에게는 한국어 강화 교육이 효과가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며, 소외 전략의 행동전략을 갖는 경우 한국어 교육 강화는 부정적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에 본인의 문화정체성 이해를 우선적으로 추진하여 ‘통합’ 행동을 이끌어야가야 하는 전략을 실행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이주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제반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2006년 개소하여 현재 다문화정책의 실질적인 서비스 접점에 있는 조직이다. 최근 실증적 연구에 따르면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근무하는 직원이 사회지배 태도가 다소 높게 나와 다문화 가정의 차별적 경험이 발생할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하였다(문정희, 2019). 이 연구에서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직원에 대한 다문화 수용성에 대한 역량강화가 필요하며, 추가적으로 다문화가족의 사회 통합적 관점에서 사회적 관계망 형성을 위한 교육 역시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하겠다. 또한 교육에 참가하는 한국인과 적극적인 사회관계망 형성을 지원할 때 보다 정책적 효과성이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이주민의 문화접촉 단계에서 한국인과의 사회적 관계망을 형성할 때, 한국문화에 긍정적인 태도를 형성할 수 있는 교육 지원자를 선발하여 교육에 투입한다면 정책의 효과성이 제고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2) 연구 한계점
본 연구는 몇 가지 한계점을 갖는다. 첫째, 이번 연구에서는 문화변용 과정에서 문화적응 스트레스가 발생할 경우 대응(coping) 이라는 방어기제가 발현된다고 가정하였다. 위에서 제시한 것처럼 이주민의 대응의 형태는 문제중심 대응(problem-focused coping)과 감정중심 대응(emotion-focused coping) 전략을 갖는다(Lazarus & Folkman, 1984). 따라서 문화변용 형태와 적응 스트레스 간의 관계에서 구체적인 대응 방법에 따라 이 관계가 변화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후 연구에서는 구체적인 방어기제를 고려하여 어떠한 대응형태가 더욱 효과적인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겠다. 둘째, 정책적인 관점에서 현재 다양한 형태의 다문화가족정책지원(예: 심리적응 프로그램, 이중언어 프로그램 등)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다문화가족정책지원 프로그램의 참여에 따라 사회관계망과 한국어 수준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이후 연구에서는 다양한 다문화정책지원 프로그램의 효과가 이번 연구의 조절변수와 상호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에 프로그램의 효과성 연구와 병행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존 연구에서 가장 보완되어야 할 부분이 있다면 가족 단위에서의 연구가 부족하다고 생각된다. 특히 가족의 심리적 지원은 스트레스 발생 시에 많은 완충효과(buffering effect)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Windle, 1992). 따라서 이후 연구에서는 다문화 가족 단위에서 가족 구성원간의 심리적 지원 관계에 따라서 어떻게 문화변용 전략과 스트레스 간의 관계가 변화되는지에 대한 추가적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연구는 몇 가지 강점을 갖고 있다. 우선 표본추출 과정에서 전국 단위의 다문화 가정을 표집대상으로 선정하였기 때문에 연구결과에 대한 일반화가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또한 기존 선행연구에서는 다양한 다문화 가족의 원문화 출신에 대한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이번연구에서는 원문화적 배경을 통제하여 연구결과에 대한 편의의 발생 가능성을 줄였다. 위에서 제시한 것처럼 기존 연구에서는 가구특성을 많이 반영하지 못한 채 연구모형을 설정하고 있으나 이번 연구에서는 가구의 특성(예: 가구소득, 가구원 수)을 통제하여 연구결과의 신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노력하였다.
Acknowledgments
이 논문은 전남대학교 학술연구비(과제번호: 2021-2472) 지원에 의하여 연구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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