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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ticle ]
Journal of Social Science - Vol. 33, No. 2, pp.193-212
ISSN: 1976-2984 (Print)
Print publication date 30 Apr 2022
Received 25 Feb 2022 Revised 30 Mar 2022 Accepted 15 Apr 2022
DOI: https://doi.org/10.16881/jss.2022.04.33.2.193

농촌 노인 대상의 주택개보수 사업의 문제점과 정책 제언에 대한 질적 연구

서보람 ; 김선미 ; 허용창
충청남도사회서비스원
선문대학교
A Qualitative Study on the Problems and Policy Suggestions of Housing Renovation Programs for the Elderly in Rural Areas
Bo-Rahm Suh ; Sun-Mi Kim ; Yong-Chang Heo
Chungcheongnam-do Public Agency for Social Service
Sun Moon University

Correspondence to: 허용창, 선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충남 아산시 탕정면 선문로 221번길 70, 선문대 본관 304A호, E-mail : heoyc114@sunmoon.ac.kr 서보람, 충청남도사회서비스원 연구위원(제1저자)김선미, 충청남도사회서비스원 연구위원(공동저자)

초록

본 연구의 목적은 주거복지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심층면접 결과를 바탕으로 Aging in Place의 실현이라는 관점에서 농촌 노인 대상의 주택개보수 사업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개선 방안을 도출하고자 한다. 심층면접을 통해 수집된 자료에 대한 주제분석의 주요 결과는 다음과 같다. 먼저 농촌에 거주하는 노인들은 삶의 애환이 깃든 집에 대한 애착이 강하고, 오랫동안 살아온 집에 익숙해져 불편함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편 농촌 마을공동체는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노인을 돌보고 있었지만, 개별 노인이 마을공동체 구성원과 융화된 정도에 따라 마을 보호 체계의 편입 여부가 좌우된다. 이 때 지역사회 리더인 이장이나 통장, 부녀회장의 인식이나 성향에 따라 농촌 노인에 대한 마을공동체의 주거지원과 돌봄의 질이 달라지고 있었다. 농촌 노인에 대한 주택개보수 사업은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이 다양한 사업을 수행하고 있지만, 한정된 예산으로 인해 적정한 집수리가 어려웠다. 전달체계 측면에서는 사업을 적정하게 수행할 수 있는 시공업체를 발굴하기 어려운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또한 개보수 범위나 규모를 둘러싸고 이용자인 노인 및 보호자와의 갈등이 종종 발생하며, 노후도가 심각한 주택의 경우 집수리 자체가 불가능하거나 집수리를 하더라도 주거환경이 크게 개선되지 못하는 문제점을 확인하였다.

Abstract

This study aims to analyze the problems of housing renovation programs for the elderly in rural areas and draw policy suggestions from in-depth interviews with housing experts. Key findings from the thematic analysis are as follows: First, the elderly in rural areas have a strong attachment to their own houses where they have lived for a long time and hardly recognize the inconveniences of these old houses. Second, rural communities take care of the elderly who have lived as their members, but whether the individual elderly person could benefit significantly from the village protection system or not depends on the degree to which he or she has maintained good relationships with the community members. In particular, community leaders in rural villages play a key role in providing care for the elderly. Third, although the public and private sectors carry out various housing renovation programs for the elderly in rural areas, they find it difficult to adequately repair their houses due to budget limitations. In terms of the delivery system, it was difficult to find appropriate home repair companies. In addition, conflicts often occur with the elderly and their guardians over the scope and scale of the renovation. Finally, in the case of houses with serious deterioration, it is almost impossible to properly improve the residential environment through housing renovation programs.

Keywords:

The Elderly in Rural Areas, Housing Renovation Programs, Aging in Place, Thematic Analysis

키워드:

농촌 노인, 주택개보수 사업, 주제분석

1. 서 론

우리나라는 출산율 저하, 노인 평균수명 증가로 노인 인구수는 계속 증가해오고 있으며, 특히 농촌지역은 도시지역보다 고령화가 훨씬 더 빨리 진행되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은 도시의 경우 2010년 9.1%에서 2020년 14.6%로 증가한 반면, 농촌은 2010년 19.5%에서 2020년 24.1%로 급격히 증가했고 2040년에 농촌의 노인 인구 비율은 38%까지 급증할 것으로 예측된다(통계청, 2016; 2021; 박대식, 2019).

농촌 노인의 증가는 이들 노인이 일상생활을 하는데 필요한 사항들을 지원하는 정책, 서비스들의 중요함을 시사하고 있다. 특히 주거환경과 관련해 농촌 주택의 상당수는 노후화된 채로 방치되고 있고(성주인 외, 2014), 주거지의 생활편리성도 도시 지역과 비교했을 때 열악한 상황이다(이윤경 외, 2020). 또한 「2020년 노인 실태조사」에 의하면 농촌 노인은 도시 노인들보다 주관적으로 인식하는 건강상태가 나빴으며 만성질병을 가지고 있는 비율도 높았다(이윤경 외, 2020). 이는 농촌 노인이 건강상태가 나쁜 상황에서 불편한 주거환경에서 생활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한다. 특히 재래식 부엌, 노인의 신체 특성에 맞지 않은 욕실과 화장실은 낙상과 같은 안전사고의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박은주, 권혁수, 2020). 이러한 위험에도 불구하고 많은 경우 농촌 노인은 노후주택에 대한 안전 점검 및 보수 등 관리의 어려움을 경험한다(이윤경 외, 2020).

농촌 노인을 포함해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노인을 위한 주거복지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주거급여와 주거약자를 대상으로 한 주택 개조비용 지원, 공공임대주택 및 고령자복지주택 공급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농촌 노인의 대다수는 현재 거주 지역에서 계속 정주하고 싶은 욕구가 강하므로(충청남도, 2020), 농촌 노인이 현재 거주하고 있는 주택에 대한 개보수 지원이 현실성 있는 정책으로 볼 수 있다. 중앙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지역사회 거주 노인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예컨대, 사회 취약계층 실내 환경 진단개선사업, 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조 사업(새뜰마을 사업), 민관협력형 노후주택 개선사업 등이 실시되고 있다(강은나 외, 2019). 그리고 지방자치단체별로 「주거 기본 조례」, 「주거복지 지원 조례」를 제정하여 지방자치단체 특성에 맞는 주거복지, 주택개조사업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여 주거 취약계층에 대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농촌 노인들은 주거환경의 열악함과 적절한 돌봄의 부재로 지역사회를 떠나기도 한다. 특히 의료적 처치가 필요 없음에도 불구하고 요양병원에 입소하는 사회적 입원이 계속 발생하는데, 요양병원 전체 입원 환자 중에 사회적 입원 환자는 최소 10%에서 최대 40%로 추정되고 있다(김정헌 외, 2020; 김정회, 이정면, 이용갑, 2020). 지역사회에 계속 정주하고 있는 농촌 노인도 낡은 주택이나 비위생적인 주거환경, 신체적ㆍ인지적 노화에 따른 안전장치의 설치 및 보수의 필요성 등을 고려할 때, 농촌 노인의 주거생활 실태를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노화에 맞춘 주택 개보수사업의 문제점을 분석하여 개선 방안을 도출하는 작업이 시급하다. 이론적으로나 정책적으로도 농촌 노인의 주거환경 개선은 노인이 오랫동안 거주한 익숙한 지역사회와 주택에서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살아온 집에서의 노화’(Aging in Place)를 실현하고, 지역사회 통합돌봄 정책의 지속적인 추진을 위해서는 주거환경 중에서도 주택 개보수 지원의 확대가 급선무이다.

따라서 본 연구의 목적은 주거복지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심층면접 결과를 바탕으로 Aging in Place 실현이라는 관점에서 농촌 노인 대상의 주택개보수 사업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개선 방안을 도출하고자 한다. 연구대상 선정과 관련해서 서비스 이용자인 농촌 노인은 오랜 기간 거주한 공간에 대해 사회문화적으로 익숙하고,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객관적인 관점에서 주택의 노후도나 불편함을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농촌 노인의 주거생활과 주택개보수 사업의 문제점을 보다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연구대상을 농촌의 주택개보수 사업에 참여한 공공부문 및 민간부문의 주거복지 전문가로 설정하였다.


2. 노인의 지역사회 거주의 중요성과 ‘살아온 집에서의 노화’ 담론

1) 노인의 지역사회 거주의 중요성

노년기에는 노화의 과정 또는 노화의 결과로서 신체적·심리적·사회적 기능이 약화되며, 이로 인해 독자적으로 생활을 영위하는 능력과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약화된다(권중돈, 2016). 의학적인 관점에서 노화는 장기가 성숙하고 퇴화하는 과정으로서 면역력 저하, 심혈관 및 호흡기의 기능 저하, 골밀도 감소 등의 신체 변화가 수반되며, 운동생리학적 관점에서 노화로 인한 질병, 심리적 변화, 사회적 편견 등은 노인의 활동 능력을 현저히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임현진, 이연숙, 2013). 심리적 측면에서도 노화로 인해 보수성 및 의존성의 증대, 수동성 강화, 유연성 및 융통성 결여, 고립감 심화 등의 특성이 나타나고, 고령자들은 주변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려고 시도하지만, 노화에 따른 억제력과 적응력은 약화되기 때문에 심리적 갈등이 촉발되기도 한다(박희진, 전창미, 2004). 이처럼 노화에 따른 신체적·정신적 능력의 감퇴, 은퇴로 인한 경제활동 및 사회관계의 위축은 노인기의 삶에 일대 전환을 야기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노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노인의 생활공간도 주택을 중심으로 점차 축소되는 동시에 주택은 노화로 인해 저하되는 각종 신체 기능을 보완하고 사회적인 관계가 형성되는 공간으로서의 긍정적 기능은 한층 강화된다(김영주, 2015). 특히 신체 및 인지능력의 저하로 인해 노인들은 열악한 주거환경에 대한 대응력이 떨어지고, 그 결과 열악한 주거환경은 건강이나 생활 만족도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박순미, 김유진, 박소정, 2017). 반면 노인에게 안정적인 주거환경을 제공하게 되면 노년기에 건강 상태가 악화하는 것을 예방하고,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동시에 경제활동에 대한 잠재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Dorbil et al., 2005; 박순미, 김유진, 박소정, 2017에서 재인용).

많은 경우 고령자들은 오랫동안 거주한 집, 이웃, 지역사회에 대한 안정감과 친밀감으로 인해 현재 주거지와 분리되지 않기를 원하기 때문에, 서구 선진국의 노인주거 정책의 기본방향은 노인들이 현재 거주하는 주거지와 지역사회에서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초점을 두고 발전해왔다(하성규, 2018). 반면 한국의 노인주거 정책은 노인복지시설을 중심으로 한 시설 공급 위주로 발전하다가 2000년대 들어서야 노인가구와 노인을 부양하는 가구에 대한 공공주택을 본격적으로 공급하고, 노인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법률의 제·개정이 활성화되었다(주보혜, 이선희, 임덕영, 김수정, 김혜진, 2020). 노인복지시설에 치중된 시설보호 체계도 저소득 노인을 위한 양로시설과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노인을 위해 공급하는 유료노인복지주택으로 양극화되어 있다(이서영, 2010). 이처럼 시설보호 중심으로 전개된 한국의 노인주거복지는 아직 다양한 계층과 욕구를 가진 노인주거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오랫동안 자신의 집과 지역사회에 거주한 노인들은 노화로 인해 점차 독립적인 생활이 어려워짐에도 불구하고 노인복지시설로 이주하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노인복지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거주 중인 노인들이 주거 측면에서 경험하는 불편함과 애로사항은 보건복지부가 3년마다 전국의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노인실태조사 결과를 분석한 ‘2020년도 노인실태조사 보고서’(이윤경 외, 2020)에 잘 나타난다. 우선 조사대상자가 거주하고 있는 주거지의 편리성과 관련된 조사에서 고령자를 배려한 설비를 갖추고 있는 주거지의 비율은 19.8%에 불과했으며, 고령자를 위한 설비를 갖추고 있지 않은 비율은 80.2%(생활하기에 불편하지는 않지만, 노인을 배려한 시설이 없는 주거지가 71.3%, 생활하기 불편한 구조의 주거지가 8.9%)에 이르렀다. 이처럼 다수의 노인들이 고령 친화적인 설비가 갖추어지지 못한 거주지에서 생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향후 희망하는 거주 형태는 현재 자신이 거주하는 집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일한 조사에서 자신이 건강할 때 희망하는 거주 형태에 관한 질문에서 조사대상 노인들의 83.8%가 현재 집에서 계속 산다고 응답한 데 반해 거주환경이 더 나은 집으로 이사(11.2%)하거나 식사, 생활편의 서비스가 제공되는 주택에 입소한다(4.9%)고 응답한 노인들은 16.1%에 불과했다. 거동이 불편해진 경우를 가정한 질문에서도 돌봄·식사·생활 편의서비스가 제공되는 노인요양시설 등에 들어간다(31.3%)거나 배우자, 자녀, 형제·자매와 같이 산다(12.1%)는 응답한 비율에 비해 재가서비스를 받으며 현재 거주하는 집에서 계속 산다고 응답한 비율이 56.5%로 가장 높았다. 이러한 결과를 보면, 현재 거주지가 다소 불편하더라도 건강이 유지되는 한 자신이 살아온 지역사회에서 살고자 하는 노인들의 욕구는 매우 강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노인이 경험하는 불편함이나 애로사항을 개선하기 위해 주택을 개보수하고, 노화에 따른 각종 기능 저하를 예방하고 지원하기 위한 서비스는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노인의 욕구를 반영하면서도 노인들이 안전하고 편리한 주거정책을 정립하려면 지역사회 거주와 관련된 핵심 개념과 정책 방향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만 한다.

2) 노인 주거복지에서 ‘살아온 집에서의 노화’ 담론

‘살아온 집에서의 노화’(Aging in Place, 이하 AIP로 약칭)는 학술적으로나 정책적으로 시설보호 중심으로 노인주거를 정의하는 접근에서 탈피하여 노인의 선택을 존중하고 지속적인 지역사회 거주를 강조하는 개념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UN의 노인원칙’(UN Principles for Older Persons, 1981) 제6항에서도 “가능한 오랜 기간 동안 가정에서 생활할 수 있어야 한다.”(장우심 외, 2021)고 규정함으로써 지역사회에서 최대한 오랫동안 생활하는 것을 노인원칙의 하나로 제시하였다. 또한 많은 국가들에서도 고령화에 대응하는 노인주거 정책의 기본방향으로서 자신의 현재 터전에서 오래 거주할 수 있도록 AIP 개념을 적극적으로 채택하고 있다(신혜리, 이혁준, 임진섭, 2018). 우선 AIP의 개념 정의는 고령자의 자율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철학과 관련이 있으나, 명확하게 합의된 학문적 정의는 없다(조아라, 2013). AIP의 대표적인 개념 정의로는 Frank(2001, 10; 주보혜 외, 2020에서 재인용)의 “가능한 한 일생을 마칠 때까지 익숙한 장소 혹은 공동체에 남아서 생활하는 것”을 들 수 있다. Frank의 개념 정의에서 보듯이 AIP는 노화가 진행되더라도 시설이 아닌 자신의 집, 나아가 자신이 성장하고 생활한 지역공동체에서 삶을 영위하는 측면과 관련이 있다. 즉, AIP는 나이가 들어도 시설에 입소하지 않고 자신이 성장하고 생활했던 익숙하고 친근한 지역과 집에서 그대로 지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주’를 핵심 가치로 정립된 개념이다(박순미 외, 2017).

따라서 AIP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주거모형에서는 주거지의 개념이 노인이 거주하는 주택에 국한되지 않고 지역사회로 확장될 필요가 있는데, 이로 인해 주택 내부의 개조를 통한 모델보다는 지역사회를 고령친화적으로 개편하는 노인주거 모델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장우심 외, 2021). 이러한 경향은 AIP의 관점에서 노인의 지역사회 거주 필요성과 요건을 분석하는 연구에도 반영되고 있다. 기존의 AIP 연구가 주로 노인이 거주하는 주택의 개조나 보수와 관련된 논의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최근 연구에서는 AIP의 포괄 범위가 지역사회로 확장되면서 지역사회의 각종 편의시설이나 서비스까지 포괄하여 분석하고 있다(이세규, 박동욱, 2015).

많은 국가에서 노인주거 정책의 기본방향으로 AIP가 주목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노인이 현 거주지를 떠나 시설에 입소하는 큰 변화를 겪지 않고 자신이 살아온 거주지에서 안정감을 바탕으로 이웃과 지역사회에서 구축된 자신의 사회적 관계를 지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AIP를 선호하는 이유가 노인들이 자신들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유지하면서도 친구들과 가족들로부터 사회적 지지를 받으면서 생활할 수 있기 때문이다(Wiles, Leibing, Guberman, Reeve, & Allen, 2012). 또한 현실적으로도 거동이 불편해 보살핌이 필요한 모든 노인을 위한 요양시설을 제공하는 데 소요되는 추가적인 재정을 절감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Mollica & Snow, 1996; Rosemar & Debra, 2001; 이세규, 박동욱, 2015에서 재인용). 이처럼 노인의 지역사회 거주와 관련된 AIP의 장점과 지향하는 목적은 크게 다음과 같이 두 가지 측면으로 집약된다(Lecovich, 2014). 첫째, 노인과 가족의 관점에서 노인들은 자신들의 삶을 통제할 수 있는 한 정체성과 복지를 유지하는 데 유리한 자신의 집에 계속 거주하는 것을 선호한다. 둘째, 정책결정자의 관점에서 노인들이 집에서 지내면서 지역사회돌봄(care in the community)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에 비해 시설 돌봄(institutional care)은 재정이 많이 소요된다.

한편 노인주거에서 AIP의 이 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노인주거복지정책의 기본방향으로 AIP를 채택·적용하는 과정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비판적인 입장에서는 AIP의 개념을 둘러싼 쟁점이나 AIP의 성공적인 적용을 위한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자칫 부정적인 효과가 발생할 수 있는 점을 우려한다. AIP 개념의 채택에서 유의해야 할 경향이나 쟁점으로서 조아라(2013)의 연구에서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를 지적하였다. 첫째, AIP 이념이 제기된 초창기에는 ‘인생을 마칠 때까지’ 거주하는 것을 의미했으나, 최근에는 ‘가능한 한’이라는 단서가 붙는 경향이 나타난다. 둘째, AIP의 공간적 범위가 집에 국한되는 것인지 아니면 ‘지역’까지 확대되는 것인지, 그리고 지역까지 확장된다면 어느 범위까지를 포괄할 것인지가 공간적 범주와 관련된 쟁점으로 부상한다. 셋째, AIP의 장소는 고정된 환경으로서가 아니라 장소의 물리적·사회적 특성의 변화에 따라 진행되는 역동적인 과정으로서의 이해가 필요하다. 즉, 공간에 대한 애착이나 정체성을 고정불변한 것으로 간주해서는 안 되며, 고령자가 변화와 불확실성에 직면하여 재통합되는 과정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쟁점과 경향은 AIP가 노화에 성공적으로 적응하는 방식으로 정착하기 위해서 반드시 고려할 문제이다. 비판적인 입장에 내포되어 있듯이 단순히 지금까지 살아 온 거주지에 노인을 계속 머물게 유도하는 것만으로는 AIP가 지향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AIP는 단순히 장소에 대한 애착 이상을 의미하는 복합적인 과정으로서, 지속적인 변화와 불확실성에 직면한 노인이 창조적이고 사회적인 행위를 통해 집과 지역사회와 지속해서 통합되어 가는 과정을 의미한다(Andrews, Cutchin, McCracken, Phillips, & Wiles, 2007). 따라서 AIP가 지향하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정책대상이 되는 노인의 과거와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의 삶을 자신의 집과 지역사회에서 적극적으로 영위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이 수반되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노인들은 자칫 경제적 어려움 등 지역사회에 대한 애착이 아닌 다른 이유로 계속 거주할 수밖에 없는 SIP(Stuck in Place)의 상태로 귀결될 수 있다(송인주, 2018). 또한 AIP를 장려하는 정책이 발전하면 노인들의 의견이나 선호를 반영하는 것이 필요한데, 지역사회의 많은 노인은 AIP가 성공적으로 실행되려면 의료, 돌봄, 주택 유지 및 보수와 관련된 서비스 제공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Davey, 2006).

3) 농촌 노인의 주거실태에 관한 선행연구

기존 농촌지역 거주 노인의 주거실태에 관한 연구들은 크게 농촌지역의 주거취약성에 관한 연구(장종익, 2011; 정재훈, 2012; 이윤재, 2013; 이윤재, 전형준, 2014; 변혜선, 2014; 정재훈, 2015; 이창우, 2015; 임연옥, 2016; 정재훈, 2017; 문소희, 이현정, 2018; 안준희, 김미혜, 정순둘, 김수진, 2018), 주거환경 및 주거빈곤과 삶의 만족도 또는 삶의 질 간의 관계를 살펴본 연구(박은주, 권현수, 2020; 배진희, 2012; 정재훈, 2012; 최순희, 2018), 주거환경과 우울 등 심리사회적 요인과의 관계를 밝힌 연구(곽현근, 유현숙, 2007; 김태준, 2010; 이상우, 2017; 임연옥, 2016; 이정화, 오영은, 2019; 정경희 외, 2017; 최미영, 2008), 농촌 노인의 주거 관련한 질적 연구(이인수, 2012; 유은주, 김미영, 이건정, 2013; 김유진, 2016; 우국희, 2017; 이종찬, 이종욱, 이인수, 2020; 황성민, 이선영, 2020)로 구분할 수 있다.

우선, 농촌지역의 주거취약성에 관한 연구들은 농촌 노인의 취약한 주거환경의 실태를 분석하였다. 기존 연구 결과를 종합해보면, 농촌 노인은 주로 단독주택에 거주하며, 자가비율이 높고(문소희, 이현정, 2018; 임연옥, 2016; 정경희 외, 2014; 정재훈, 2012, 2015), 가구 유형은 노인부부 또는 독거노인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정재훈, 2012, 2015). 주택은 20년 이상인 비율이 높았으며(문소희, 이현정, 2018; 변혜선, 2014; 임연옥, 2016; 정재훈, 2012), 고령친화적으로 설계되지 않았고 노후도가 심하거나 최근 지어진 양옥과 개조한 전통주택은 노인의 노화를 지원하기에 부적절하며(이윤재, 2013; 정경희 외, 2014), 주택이 편리하다고 느끼는 비율(주택편리성)이 낮았다(정경희 외, 2014; 정재훈, 2012, 2017).

농촌 노인의 주거환경에 대한 전반적인 문제점에 관해서, 이윤재(2013)는 현관의 협소한 공간, 수납시설 부족, 불규칙한 높이의 단, 높은 단차의 거실 진입부분, 미끄러운 바닥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또한 이윤재와 전형준(2014)은 취침을 비롯한 접객, 식사, 휴식 등 다양한 행위가 주침실에서 이루어지고, 나머지 침실은 그 기능을 적절하게 발휘하지 못하고 있으며, 욕실 및 화장실의 조도 및 채광, 환기 등의 문제점을 검토하였다. 또한 2013년 충북대학교에서 실시한 충청권 농촌주택 실태조사에 따르면, 석면슬레이트를 포함한 지붕 개량 문제, 다구조 및 다재료 주택 개량의 어려움, 흙집 및 기단부가 낮은 주택의 습기, 동절기 난방비 과다, 우천 시 주택 침수 등이 문제점으로 파악되었다(변혜선, 2014).

전반적인 주택 내부 시설에 관한 세부적인 문제점을 살펴본 연구는 다음과 같다. 농촌 노인 가구에서 재래식 화장실 유형 비율이 점차 줄었으나 여전히 20% 이상이 사용하고 있었으며(정재훈, 2015), 2014년도 노인실태조사에서 농촌노인이 주거환경에서 화장실 및 욕실 공간을 가장 불편하게 느꼈으며, 그 다음 문턱, 계단, 부엌 및 식당 순으로 나타났다(정경희 외, 2014). 도시와 농촌지역의 독거노인 가구의 주거실태를 비교분석한 문소희와 이현정(2018)의 연구에서는 최저주거기준 시설기준 충족여부를 시설유무나 형태, 사용가능 여부를 함께 고려하여 판정한 결과, 사용가능한 전용 입식부엌, 전용 수세식 화장실, 전용 욕실 각각을 갖추지 못한 가구의 비율이 도시지역보다 농촌지역에서 더 높은 경향을 보였다. 안준희 외(2018)의 연구에서는 농촌 노인 주택의 문턱 및 바닥 등으로 인해 다칠 위험이 있었던 경우가 31.3%였으며, 주거서비스 지원 경험의 경우 방역이나 청소 등 주거복지서비스 경험은 12.3%, 불량주택 개조비용을 받거나 난방비 지원 경험은 5% 미만으로 매우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 노인가구의 주거만족도와 관련된 주요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다. 일반주택에 거주하는 노인가구의 주거만족도 결과, 만족 비율이 높은 항목은 주택 사용면적, 방개수 및 크기, 통풍 및 채광, 난방 및 보온, 소음 및 진동, 악취 및 오염, 주차시설, 진입도로, 대중교통 접근성이었던 것으로 나타난 반면, 편의시설 접근성에 대해서는 불만족하다고 응답하기도 하였다(이창우, 2015). 일부 연구에서는 농촌 노인의 주거환경만족도는 전반적으로 높게 나타났고(정재훈, 2015), 농촌과 도시 거주 노인의 AIP 욕구는 농촌 거주 노인이 도시 거주 노인의 평균보다 높았으며, 지역환경 및 주택환경, 이웃관계에 대한 만족도가 농촌 거주 노인의 평균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임연옥, 2016).

한편 농촌 노인의 주거환경(주거빈곤)과 삶의 만족도(질)와 관련된 연구에서는 다양한 주거환경요인들이 삶의 만족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밝혀왔다. 배진희(2012)의 연구결과, 주거환경(욕실 및 화장실 형태, 주거비 부담 및 주택 내 사고경험)은 농촌 노인의 삶의 만족도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재훈(2012)의 연구에서는 농촌 노인의 생활만족도가 도시 노인의 생활만족도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농촌 노인의 생활만족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주택편리성, 지역안전성, 입주유형, 거주기간 등으로 나타났다. 최순희, 윤현숙, 김영범, 임연옥(2018)의 연구 결과, 농촌 노인의 삶의 만족에 영향을 미치는 주거환경의 요인으로 이웃관계만족과 주거애착, 물리적 환경만족으로 나타났다. 즉, 이웃관계만족이 높을수록, 주거애착이 높을수록, 물리적 환경만족이 낮을수록 농촌 노인의 삶의 만족이 높았다. 농촌 노인의 최저주거기준미달 요인이 삶의 만족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거나(박은주, 권현수, 2020), 노후화로 인한 열악한 주거환경은 노인의 삶의 만족도(질)을 저하시켰다(오승연, 2016).

세번째, 농촌 노인의 주거환경요인과 노인의 자살 등 심리사회적 요인들과 관련한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2017년 노인실태조사 결과 읍면 거주 노인들이 동 거주 노인에 비해 자살을 시도 비율이 더 높았다(정경희 외, 2017). 노인의 주거배제는 자살 생각에 영향을 미치는데, 본인 집에 거주하는 경우보다 그렇지 않은 경우 자살생각이 더 높게 나타났으며(이상우, 2017), 노인이 동네에서 배제를 당하면 더 우울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곽현근, 유현숙, 2007; 김태준, 2010; 최미영, 2008). 따라서, 노인은 동네 안에서 이웃과 왕래하며 유대감 및 소속감을 갖는데 농촌 노인에게는 마을 단위에서의 이웃관계가 매우 중요하다(이정화, 오영은, 2019).

마지막으로 농촌 노인의 주거와 관련된 질적 연구들은 극히 드문 편이다. 국외 사례를 바탕으로 한 질적 연구로 이인수(2012)의 연구에서는 미국 및 캐나다의 농촌 노인주거시설 사회적 지원사례를 관련 전문가를 인터뷰하여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효과적인 한국 노인주거관리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였다. 이종찬, 이종욱, 이인수(2020)의 연구에서는 캐나다 농촌의 소형 조립주택 거주 노인의 빈곤과 고독의 대처과정을 통해 한국 현실을 반영한 협동 인프라 구축을 제안하였다. 농촌 공동생활가정 거주 노인의 경험 연구(유은주외, 2013; 김유진, 2016)나 공유주택 거주 경험에 관한 연구(황성민, 이선영, 2020) 및 섬지역 거주 고령자의 장소경험에 관한 연구(우국희, 2017)들이 있다.

다만 이러한 연구들은 국외 사례이거나 지역사회 내 자택 거주 노인이 아닌 공동생활가정 및 공유주택 경험의 노인이나 섬 지역 노인에 한정되는 등의 한계를 가지며, 농촌 주택개보수 사업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지 않는 한계를 가진다.


3. 연구대상 및 연구방법

1) 연구대상

주거복지 전문가는 충청남도에서 노인 및 저소득 대상 주거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공공 기관 및 민간 기관을 중심으로 선정하였다. 충청남도에서 노인을 대상으로 주거복지를 제공하는 영역은 노인복지 관련 시설 이외에도 마을만들기센터, 주거복지 NGO 단체, 자원봉사 단체 등 다양하며, 치매안심센터에서는 치매노인을 대상으로 가정환경 수정사업을 실시하고 있으므로 본 연구의 전문가 심층면접에 이들 기관의 전문가를 포함하였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공공부문에는 보건소 치매안심센터 업무 담당자, 읍면동 행정복지센터 주거급여 담당자가 포함되었으며, 민간부문에는 마을만들기 센터, 사회복지관, 지역자활센터 전문가가 포함되었다. 심층면접 대상자는 광역 기관에 연구자가 직접 연락을 취해 섭외하였고, 광역 전문가를 통해 시군 주거복지 전문가를 추천받는 형식으로 섭외하였다. 최종적으로 심층면접에 참여한 전문가는 충청남도에서 농촌 노인 대상의 주택개보수 관련 사업에 참여한 11명으로 압축하였고, 연구에 참여한 11명 중에서 공공 전문가 6명, 민간 전문가 5명이다. 타시도 주거복지 전문가 9명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실시하였으나, 전문가 심층면접 기간은 2021년 7월 7일부터 8월 9일 사이에 실시하였다. 주거복지 전문가 대상의 심층면접에 응한 연구참여자의 일반적 특성은 <표 1>과 같다.

연구참여자의 일반적 특성

2) 연구방법 및 절차

본 연구에서의 대상은 농촌에서 노인 대상의 주거복지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민간부문 및 공공부문의 주거복지 전문가들이다. 면접에서의 질문은 본 연구의 논점을 흐리지 않으면서 면접과정에서 참여자가 자신의 경험을 심도 있고, 일관되게 설명할 수 있도록 반구조화된 개방형 질문지를 개발하였다. 우선 연구진은 노인 주거복지 관련 선행연구를 전반적으로 검토한 이후 주거분야 전문가의 자문을 거쳐 최종적으로 면접지를 개발하였다. 질문지는 농촌에 거주하는 노인가구의 주택 상태, 주거생활, 지역사회의 주거환경, 농촌의 주거환경 개선 사업 및 애로사항 등에 관한 문항을 중심으로 구성하였다.

심층면접의 주요 절차는 다음과 같다. 심층면접 전후로 연구의 윤리적 타당성 및 과학적 타당성을 확보하고 연구참여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방안을 마련하였다. 먼저 연구진은 면접에 앞서 참여자에게 전화 연락을 통해 연구목적 및 대상, 면접의 자료 처리 방법 등을 구두로 충분히 설명하고 참여 여부를 확인하였다. 이후 사전에 약속을 정하고 주거복지 전문가가 소속된 기관에 연구진이 직접 방문하여 면접을 진행하였다. 면접에 앞서 재차 본 연구의 목적 및 개요와 심층면접의 내용은 본 연구에서만 사용되며, 신분이 드러나지 않게 모두 익명 처리하는 것을 안내하였다. 또한 참여자의 동의를 얻어 면접 내용을 녹음하였고, 녹음된 내용은 면접이 종료된 이후에 녹음된 내용을 전사하여 참여자별로 녹취록을 작성하였다.

수집된 자료는 일반적인 질적 연구에서 많이 사용하는 주제분석(thematic analysis)을 사용하여 분석하였다. 일반적으로 주제분석은 수집된 자료의 초기 분석이나 특정 문제에 대한 일반적인 시각을 파악하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된다(Kelly, 2010). 본 연구의 목적이 농촌의 주거환경과 집에 대한 노인의 생각, 농촌 사회에서 나타나는 노인 주거생활의 의미와 특성, 농촌 노인 대상 주택개보수 사업의 실태와 문제점 등에 관해 주택개보수 사업에 오랜 기간 참여한 농촌 지역의 주거복지 실무자들의 시각에서 일반적인 특성을 파악하기 위한 것인 만큼 질적 자료의 분석방법으로 주제분석을 채택하였다. 분석과정의 측면에서 주제분석은 수집된 녹취록의 자료를 반복하여 검토하면서 주제 및 하위주제를 도출하고, 이를 다시 녹취록에 적용하여 주제와 하위주제의 의미를 분석하는 과정이 반복되는 특징을 보인다(홍선미, 하경희, 김문근, 2013). 본 연구의 분석과정에서는 앞서 언급한 주된 연구목적, 즉 농촌 노인의 주거환경과 집의 의미, 지역사회에서의 주거생활, 주택개보수 사업의 실태와 문제점이라는 범주로 구분하고, 각 범주별로 심층면접 녹취록에서 드러난 의미 단위와 하위주제, 주제를 차례대로 도출하였다.


4. 연구결과

녹취된 내용을 바탕으로 주제분석을 실시한 결과, <표 2>에 요약된 바와 같이 11개의 하위주제, 3개의 주제가 도출되었는데, 주제분석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주제분석 결과 요약

1) 자신과 함께 늙어가는 집

(1) 삶의 애환이 깃든 집에 대한 강한 애착

주택개보수 사업에 주거복지 전문가(이하 주거복지 전문가로 약칭)들이 보기에 농촌 노인들은 자신의 생애에서 오랜 기간 거주했던 현재 집에서 여생을 마치고 싶어 했다. 주거복지 전문가들이 만난 노인의 상당수가 한 지역, 한 주택에서 수십 년간 생활했고, 익숙한 거주공간이기 때문에 현재 생활하는 집에서 떠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주거복지 전문가들에 따르면, 추운 겨울에 거처를 옮겨 자녀 집에 머물다가 겨울이 지나면 다시 복귀할 만큼 현재 거주지에서의 정주 욕구와 애착이 강한 사례도 종종 확인된다.

노인분들은 살던 데 살다가 죽어야지, 집이 무너진다고 해도 본인들이 살던 곳에서 살다가 죽는다고 하더라고요. (1-6)
당신이 사신 환경에서 그게 열악하고 불편하더라도 그냥 거기서 살길 원하시더라고요. 대부분이. (2-5)
노인들이 고향 떠나기 싫어하는 습성이 있으시잖아요. (중략) 봄이 되면 (자녀 집에서) 돌아오시고 “나는 여기(도시) 못 산다.” 그러고 내려오시는 거예요. (2-1)
(2) 춥고 어수선한 집

주거복지 전문가들에 따르면 다수의 농촌 노인들은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단열도 잘 안 되는 주택에서 난방비를 아끼기 위해 보일러를 거의 작동하지 않는다. 또한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노인들은 집안을 주기적으로 청소하거나 정돈하지 않고 지내며, 심한 경우 물건들을 버리지 않고 집에 계속 쌓아두고 지내는 일종의 저장 강박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집을 방문하면) 겨울에는 발이 시려워서, 무릎을 꿇였다가도 양쪽으로 바꿔야해요. 너무 차가워요. 반 이상은 난방을 안 하세요. (1-4)
어르신들은 냉난방을 잘 안 하세요. 가보면, 전기장판 하나 쓰시는 분들도 많고 그런 것도 안하고 차게 하시는 경우가 많아요. (1-5)
건강 상태가 안 좋아지시다 보니까 아무래도 정리나 이런 것들을 치우고 이런 것들에 대해서 어려움이 있으시다 보니까 그냥 쌓아놓고 사시는 분들이 많이 있으셔서. (중략) 저장강박 장애 정도의 수준으로 물건을 쌓아두고 그냥 사시는 거죠. 그러다 보니까 폐기물 수준의 짐들이 많이 나오는 편이에요. (2-2)
일상생활 자체라던가, 청소나 이런 게 잘 안되니까, 정리도 못하고 그런 것 같아요. (1-5)
(3) 익숙함으로 인해 잊힌 불편함

주거복지 전문가들이 사업 수행 과정에서 만난 노인들은 거주하는 집의 시설이 불편하더라도 오랫동안 거주하면서 불편함에 익숙해져 자신의 안전을 위협하거나 불편함을 초래하는 주택에 대한 개보수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제가 봤을 때는 화장실이 불편한데, (거주하시는 어르신은) 불편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1-6)
이분들은 불편해도 불편한 줄을 몰라요. 이분들한테 알려주는 건 귀농 귀촌한 사람들이 알려주는 ‘이거 왜 이렇게 불편해?’ “난 불편한 줄 몰랐어.” ⋯ 계속 그런 삶의 질이 떨어지는 삶을 살아왔던 거죠. (2-4)
(4) 위험을 무릅쓰고 살아가는 현실

주거복지 전문가들의 눈에 비친 농촌 노인들은 낡고 불편한 주택을 개보수하지 않고 지내면서 안전사고나 낙상사고와 같은 위험에 노출될 위험이 큰 대상이다. 특히 치매 노인의 경우에는 주택 내부에서나 외부에서 사고의 발생 위험이 더 크다.

일단은 치매 환자들이 낙상의 위험이 많아서, 화재 위험이나 전기가 관리가 안 되는 점도 있기에 (예산과 인원이 투입되면) 정말 좋겠죠. (1-4)
가장 문제가 되는 행동이 배회인데 ⋯ 실종 위험이 있어서(1-2)

2) 주거와 돌봄이 공존하는 마을공동체

(1) 노인을 돌보는 마을공동체

농촌에 거주하는 노인들은 해당 지역사회에서 오랫동안 살아오면서 마을 주민들끼리 가족과 같은 친밀감이나 유대감을 가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로 인해 마을회관에서의 공동급식처럼 마을 구성원이 참여하는 주기적인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노인을 돌보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다만, 마을에서의 노인 돌봄은 많은 경우 마을 회의에서 주민의 합의가 이루어지면 제공된다. 하지만 노인 돌봄을 제공하는 마을 단위의 공식적인 체계가 구축되어 있지는 않고, 주로 개인 차원에서 돌봄이 수행되는 특성이 나타난다.

마을회관 중심으로 ⋯ 상 주고 싶을 만큼 동네에서 보살펴요. ⋯ 옆집에 부부가 사시는데 계속 챙기고, 마을회관 가는데 꼭 같이 데려가고 ⋯ (1-4)
이 집 노인이, 누가 어디가 안 좋다고 하는데 이장이 좀 가봐. 그러면 가서 확인하고, 부녀회에서 반찬을 만들어서 돌리기도 하고. 구역을 나눠서 어르신들이 잘 계신가 확인하고, 말벗도 해드리는 마을들도 있기는 해요. (2-3)
대부분 노인회관에 공동급식을 하잖아요. 거동을 할 수 있는 분들은 회관으로 오시는 거죠. 그래서 거기서 서로의 안부가 확인이 되는 거예요. 근데 어느 날 갑자기 못 오시면 확인의 대상이 되는 거죠. (2-3)
그러한 활동(마을 노인 케어) 또한 마을 회의에서 결정을 해야 주민들 간의 합의가 있어야 되고 합의를 한다고 하더라도 특정 개인이 하게 되는데, 주민들이 같이 공동으로 하는 시스템은 갖춰져 있지 않아요. (2-3)
(2) 돌봄에 영향을 미치는 노인의 역사

마을공동체가 수행하는 노인 돌봄의 기능은 마을에 거주하는 개별 노인의 삶의 역사가 영향을 미친다. 즉 마을에서 평판이 좋아 인심을 얻은 노인에게는 노인 돌봄이 적극적으로 제공되는데 반해 평판이 나빠 인심을 얻지 못한 노인에게는 노인 돌봄이 제대로 제공되지 않는 상반된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마을에 거주하는 주민 다수가 마을 노인에 대해 잘 알고 있고 공동식사 등 마을 단위 돌봄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마을 주민과의 교류가 거의 없는 노인은 마을 돌봄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다.

그분이 치매인 것 같아 보건소에 연계 요청이 왔는데, 그분이 마을에서 천사였다고. ⋯ 마을에서 사람들이 다 챙기고. (중략) 그분 같은 경우는 동네에서 인심을 잃어서 동네 사람들도 돌보시지를 않아요. ⋯ 불쌍해요. (1-4)
아주 외톨이처럼 소외된 어르신들 빼고는 대부분 주민 실생활을 마을에서 많이 알고 계세요. ⋯ 같이 저녁까지 해 드시고 헤어지시니까. (2-3)
(3) 리더에 좌우되는 마을공동체

농촌에서 이장이나 부녀회장은 마을 구성원을 대표하는 동시에 공동체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따라서 이들이 마을의 구성원과 지역사회의 현안에 어느 정도 관심을 가지느냐에 따라 마을 주민의 생활과 복지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농촌에서 이장 또는 부녀회장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일 가능성이 큰 독거노인의 욕구를 파악하고, 때로는 노인 돌봄을 위한 서비스 제공하기 위해 마을의 자원을 동원할 수도 있다. 이처럼 마을의 각종 현안 외에도 농촌 노인의 일상적인 복지를 담당하는 지역사회의 리더로서 이장이나 부녀회장은 주거복지 측면에서도 수시로 노인 가구를 방문하여 주택의 상태를 점검하고, 생활에 불편한 점이 있으면 개선할 수 있도록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반면 농촌에서 이장 또는 부녀회장의 역할과 위상이 크다 보니 리더의 개인적 성향이나 리더십에 따라 마을공동체별로 노인돌봄이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서비스 제공 체계나 관심이 상당한 편차가 나타나기도 한다.

사각지대가 어려운데 이장님이나, 부녀회장님이 신경을 많이 쓰는데 ⋯ 동네 형편을 제일 잘 아세요. 동장이나 통장은 모르겠지만, 조그마한 군 단위나, 자체 부락은 이장님들이 다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중략) (이장, 부녀회장님이) 어딜가나 열심히 하시는 분들도 많죠. 이장님들이 신경을 쓰는 동네와 안 쓰는 동네가 엄청 차이가 나요. (1-6)
이장님이 똑똑하면 이장이 그걸 받아다가 마을에다가 이렇게 어르신 찾아가 하면서 이렇게 해 주시면 되는데 안 그런 이장도 되게 많아요. 권위적인 사람도 많고. (2-1)
이장님이 신경을 쓰시니까, 주거 같은 것도 많이 개선을 하셨어요. 창문도 해 주셨어요. 샤시나 전기 배선도 봐주시고. (1-4)
외곽에 계신 분들은 사실 이장님이나 통장님이 관심을 갖고 봐주시지 않으면 그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는 데 있어서 좀 오랜 시간이 걸리는 한계가 좀 있어서 그게 좀 어렵고. (2-2)

3) 체계적인 개보수서비스 제공이 어려운 농촌

(1) 한정된 예산으로 인해 적정한 집수리가 곤란

주거복지 서비스를 제공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인건비를 포함해 집수리 비용은 많이 소요된다. 이에 반해 예산은 한정되어 수리를 원하는 수요가 많아도 집수리의 범위나 대상에 제약을 받는다. 이로 인해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예산보다 대상자가 많아 1년 예산이 상반기에 조기 소진되는 경우도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단은 예산이죠. 예산이 제일 부족한 부분이니까 예산만 있으면 저희가 사업 수행하면 되는데 적은 예산 갖고 최대한의 효과를 내야 되니까. (2-1)
15개 시ㆍ군에 공문을 보내서 신청을 받는데, 초창기에는 (신청이) 안 들어왔는데, 올해는 12개 지역에서 신청하셨어요. 다 할 수는 없어서 시ㆍ군마다 돌아가면서 계속하고 있어요. (1-1)
예산은 한계가 있는데 사실 주거복지를 하겠다고 하고 도배만 하고 그러니까 수리한 효과가 전후 사정이 뚜렷하지 않은 거예요. (2-2)
전선 업체에서 해야 하는데, 하루 일당이 20, 30만원. 봐줄 수도 없고. (1-6)
재래식 화장실은 비용이 많이 드니까, 300, 400이상 드니까. (1-3)
(2) 개보수 서비스 전달체계 구축의 한계

시ㆍ군 단위의 농촌에서 노인들이 거주하는 노후주택의 개보수 서비스 전달체계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지역사회에서 전문적이고 신뢰할만한 시공업체를 발굴하는 것이다. 많은 경우 농촌지역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업체는 영세업체가 많고, 집수리 서비스에 책정되는 공공부문의 사업비가 민간부문에 비해 낮아서 적은 비용으로 사업을 수행하려는 시공업체를 찾기도 어려운 경우가 많다. 어렵게 시공업체를 발굴하더라도 영세업체는 증빙서류 처리가 미흡하고, 시공 이후 사후관리나 모니터링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해 사업의 효과성이 떨어지는 문제점도 발생한다.

(노후 전선, 전기 수리를) 전선 업체에서 해야 하는데, 하루 일당이 20, 30만원. 안 봐주죠. 봐줄 수도 없고. (1-6)
처음에는 그 지역에 해당하는 업체를 찾았어요. ⋯저희는 서류처리가 정말 중요한데 영세업체는 그게 미흡해서, 저희가 큰 업체를 위주로 다시 찾았어요. (1-2)
이 사업의 제한점 중 하나가 팔로우 업이 안 되는 거예요. 직접 서비스가 아니기 때문에, 그 지역으로 가서 팔로우 업을 할 수가 없어서. (1-2)
(3) 원활하지 못한 대상자와의 소통

주거환경 개선 사업의 어려움은 공급 측면 외에도 수요 측면에서의 요인에 의해 기인하기도 한다. 어렵게 시공을 착수하더라도 시공과정에서 이용자(농촌 노인)가 종종 무리한 사항을 요구하거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필요한 물품의 설치나 수리를 거부하는 사례도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시공업체와 이용자의 보호자와도 의견의 충돌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에는 주로 보호자가 집수리로 인해 집값 하락을 우려하거나 미관상의 문제를 주장하며 집수리나 안전장치 등의 일부 설비의 설치를 거부하기도 한다. 여기에 일부 보호자는 주거환경 개선과 무관한 가구나 집기의 교체나 수선을 요청하는 사례도 있다. 또한 시공자와 이용자가 협의한 내용을 뒤집거나 수리한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민원을 제기하기도 한다.

발굴한 다음에는 더 해달라, 이거 아니면 안 한다는 경우는 전화해서 설득을 하고 그렇게 했었어요. (1-3)
집을 고치는 것에 대해서도 원치 않은 부분은 미관을 해치거나, 나중에 이사 가면 집값이 떨어지는 것을 실제로 자녀분들이 더 그러시기도 하는데, 그래서 안 하시기도 하고. (중략) 보호자 입장에서는 요양의 상황이 익숙하니까, 다른 거 하고 싶어 하시는 거예요. 옷장을 바꿔달라 하는 경우도 있어서, 그럴 때는 단호하게 안 된다고 하고. (1-2)
어르신들이 생각보다 또 마음에 안 들어 하시는 경우, 컴플레인 하시는 경우도 있어요. (2-2)
(4) 근본적인 개량이 불가능한 상황에 직면

농촌의 주택은 예전에 흙으로 지어진 집이 많아 붕괴위험이 크고, 노후 정도가 심해 수리를 하더라도 부분적인 개량만 가능하기에 주택에 대한 개보수가 임시방편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또한 가옥의 구조나 상태가 노인에게 필요한 안전장치를 설치할 수 없는 사례도 많아 주거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없는 한계에 직면하게 된다.

흙집 같은 데는 흙이 주저 앉아서 떨어져요. 덧대서 하더라고요. 그런 오래된 집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업자들도 못한다고 하더라고요. (중략) 안에만 입식으로 바꾸고, 화장실도 바꾸고, 타일도 바꾸지만 단열도 안 되고 전체적으로 어렵죠. (1-6)
뭐를 고칠 수도 없는 집이 있어요. 안전 손잡이를 하고 싶은데 벽에다 (안전)바를 박아야 하는데, 못하는 거예요. (1-3)
그 집에서 살면 안 되는 집도 있어요. 집을 뜯어고쳐야 하는 집도 있는데. (1-2)

5. 결론 및 제언

본 연구의 심층면접을 통해 수집된 자료에 대한 주제분석의 주요 결과는 다음과 같다. 먼저 농촌에 거주하는 노인들은 삶의 애환이 깃든 집에 대한 애착이 강하고, 오랫동안 살아온 집에 익숙해져 불편함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윤경 외(2020)의 연구에서 보듯이, 노인 5명 중 4명은 현재 거주하는 주택에서 계속 살기를 희망하는 것을 볼 때, 농촌 노인의 현재 거주 주택에 대한 애착이 상당히 강함을 알 수 있다. 임연옥(2018)의 연구에서도 주거애착이 농촌 노인의 삶의 만족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농촌 노인의 현재 거주 주택은 농촌 노인의 삶의 질에 매우 중요한 요소임을 알 수 있다.

한편 농촌 마을공동체는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노인을 돌보고 있었지만, 개별 노인이 마을공동체 구성원과 융화된 정도에 따라 마을 보호 체계의 편입 여부가 좌우된다. 이 때 지역사회 리더인 이장, 통장, 부녀회장의 인식이나 성향에 따라 농촌 노인에 대한 마을공동체의 주거지원과 돌봄의 질이 달라지고 있었다. 이러한 점은 본 연구에서 발견한 중요한 사항으로 다른 선행연구에서 다루지 않은 연구 결과로서 의의가 있다. 농촌 노인에 대한 주택개보수 사업은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이 다양한 사업을 수행하고 있지만, 한정된 예산으로 인해 적정한 집수리가 어려웠다. 전달체계 측면에서는 사업을 적정하게 수행할 수 있는 시공업체를 발굴하기 어려운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또한 개보수 범위나 규모를 둘러싸고 이용자인 노인 및 보호자와의 갈등이 종종 발생하며, 노후도가 심각한 주택의 경우 집수리 자체가 불가능하거나 집수리를 하더라도 주거환경이 크게 개선되지 못하는 문제점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농촌 노인을 위한 주택개보수 사업의 개선 방안을 제안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농촌 노인을 위한 청소, 위생서비스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농촌 노인의 주거생활에 관한 연구 결과를 보면, 노화에 따른 신체적·인지적 건강 저하로 인해 노인들은 주택 개보수의 필요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물건의 정리정돈이나 음식물 처리가 제때 이루어지지 못해 비위생적인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청소와 청결, 집안 위생은 노인의 건강한 삶에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주택개보수 사업과는 별도로 농촌 노인의 주택을 청소하고 비위생적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서비스 제공이 필요하다.

둘째, 농촌 노인이 지역사회에서 거주하기 위해서는 주택 개보수 서비스와 함께 돌봄 서비스도 통합적으로 제공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마을공동체 내에 돌봄 체계가 구축되어야 하며, 마을 돌봄 체계 운영을 위한 공적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본 연구에서는 농촌의 주택 개보수 및 돌봄 제공 체계에서 마을 리더로서 이장이나 부녀회장의 이중적 성격을 확인하였다. 즉 마을 이장이나 통장, 부녀회장 등이 마을공동체에 관심을 갖는 정도에 따라 농촌 노인에 대한 주택 개보수 서비스 연결과 돌봄의 질이 달라졌다. 이러한 결과는 리더의 인식이나 성향에 따라 마을공동체가 수행하는 돌봄 기능의 편차나 공백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서비스 제공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마을 리더에 대한 교육이 주기적으로 제공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교육에는 마을 노인이 지원받을 수 있는 공공과 민간의 주택 개보수 서비스 정보 및 신청 방법, 마을 돌봄 체계 구축의 중요성과 방법 등의 내용을 포함시킬 수 있다. 또한 마을 노인의 개별 특성에 영향을 받지 않고 공평하게 서비스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마을 리더의 복지 인식을 제고하기 위한 교육도 포함되어야만 한다.

셋째, 농촌 노인의 주택 개보수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농촌지역을 권역화해 주거수선지원센터를 마련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농촌 노인들은 주택 내·외부에서 안전사고의 가능성이 높고, 간단한 집수리도 해결하기 힘든 상황에 처해 있었다. 또한 예산이 적고 관할 지역에서 적정한 시공업체를 발굴하기 어려운 개별 지자체가 주택개보수 사업을 체계적으로 수행하기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따른다. 따라서 주거수선 인력을 포함한 주거수선지원센터를 권역별로 마련해 운영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주거수선지원센터를 신설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현재 설치되어 있는 주거복지지원센터나 자활센터에 일정 기능을 부여하여 농촌 노인의 주택 개보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끝으로 본 연구는 충청남도 농촌 지역에서 주택개보수 사업을 수행하는 일부 전문가를 대상으로 하다 보니 충청남도 외에 지방자치단체가 개별적으로 수행하는 주택개보수 사업의 현황이나 편차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 또한 전문가가 판단하는 농촌 노인 대상 주택개보수 사업을 분석하였기 때문에, 농촌 노인의 실제적인 주택개보수 사업 참여 경험을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후속 연구에서는 연구범위를 확대하여 다른 지방자치단체가 실시하는 다양한 주택개보수 사업의 실태를 전국적으로 분석하고, 실제 노인의 주택개보수 참여 경험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Acknowledgments

본 논문은 2021년 충청남도사회서비스원 정책연구사업의 일환으로 수행된 「충청남도 노인의 지역사회 거주를 위한 주거복지 지원방안 연구」의 일부를 수정ㆍ보완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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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

연구참여자의 일반적 특성

N 구분 코드 연령 직위 기관유형 복지경력
1 공공 1-1 43 사무국장 보건 7년
2 공공 1-2 33 팀장 보건 7년
3 공공 1-3 55 팀원 보건 3년
4 공공 1-4 58 팀원 보건 3년
5 공공 1-5 39 팀원 보건 3년
6 공공 1-6 41 주무관 읍면동 4년
7 민간 2-1 52 사무국장 NGO 6년
8 민간 2-2 40 과장 복지시설 7년
9 민간 2-3 41 사무국장 마을재생 4년
10 민간 2-4 51 센터장 마을재생 5년
11 민간 2-5 51 사무국장 봉사단체 13년

<표 2>

주제분석 결과 요약

주제 하위주제 의미 단위
자신과 함께 늙어 가는 집 삶의 애환이 깃든 집에 대한 강한 애착 - 오랫동안 살아온 고향을 떠나기 싫음
- 고향을 떠났다가도 다시 집으로 돌아옴
- 비록 집 상태가 열악하지만, 생의 마지막까지 계속 살고 싶어함
춥고 어수선한 집 - 난방비 부담으로 인해 더위와 추위를 견디며 힘겹게 살아감
- 거동이 불편하거나 정돈의 필요성을 인지하지 못해 집안을 정리하지 않은채 지냄
익숙함으로 인해 잊힌 불편함 - 오랫동안 살면서 집에 익숙해져 불편함을 인식하지 못함
- 이웃이 집의 불편한 점을 인식하고 해결방안을 고민함
위험을 무릅쓰고 살아가는 현실 - 집의 내외부에서 안전사고 발생의 우려를 안고 살아감
- 청결하지 못한 집의 내부상태로 인해 각종 질병이 염려됨
주거와 돌봄이 공존하는 마을 공동체 노인을 돌보는 마을 공동체 - 지역사회에 오래 거주해 가족처럼 지냄
- 마을 전체가 노인을 돌봄
- 마을회관 공동급식에서 노인의 안부가 확인됨
- 마을에서의 노인 돌봄은 주민 합의가 필요
돌봄에 영향을 미치는 노인의 역사 - 살아오면서 선행을 베푼 노인은 마을의 보살핌을 받음
- 살아오면서 인심을 잃은 노인은 마을에서 보호를 하지 않음
리더에 좌우되는 마을공동체 - 이장의 성향에 따라 마을 주민의 복지서비스 연계가 달라짐
- 이장이 마을 노인의 주거 환경 개선에 도움을 줌
- 마을 리더(이장)가 바뀌면 마을 환경과 서비스가 바뀜
- 외곽 거주 노인은 이장, 통장이 관심이 없으면 발굴에 한계가 있음
체계적인 개보수 서비스 제공이 어려운 농촌 한정된 예산으로 인해 적정한 집수리가 곤란 - 예산이 충분하지 못해 집수리 전후의 차이가 크지 않음
- 가정환경 수정사업은 1년에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시군이 적음
- 재료비 부담에 비해 간단한 수리라도 인건비 부담이 큼
- 재래식 화장실 개조처럼 큰 비용이 발생하는 서비스 제공이 어려움
개보수 서비스 전달 체계 구축의 한계 - 저가 사업이라서 시공업체가 사업을 맡는 것을 거부함
- 지역의 영세업체는 서류처리가 미흡함
- 수리 이후 사후관리나 모니터링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음
원활하지 못한 대상자와의 소통 - 집수리의 필요성을 설득시키는 과정이 어려움
- 시공과정에서 대상자가 일부 물품의 설치를 거부함
- 대상자가 무리한 서비스를 요구하거나 민원을 제기함
근본적인 개량이 불가능한 상황에 직면 - 홁집이나 노후도가 심한 주택은 붕괴 가능성이 있어 집수리 자체가 불가능함
- 노인에게 필요한 시설을 설치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함
- 집수리 이후에도 열악한 주거환경이 크게 개선되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