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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ticle ]
Journal of Social Science - Vol. 33, No. 1, pp.245-265
ISSN: 1976-2984 (Print)
Print publication date 31 Jan 2022
Received 30 Nov 2021 Revised 31 Dec 2021 Accepted 11 Jan 2022
DOI: https://doi.org/10.16881/jss.2022.01.33.1.245

파레토의 사회적 이질성과 엘리트 순환

이병희
공주대학교
Social Heterogeneity, Social Equilibrium and Circulation of Elite in Vilfredo Pareto
Byounghee Rhee
Kongju National University

Correspondence to: 이병희, 공주대학교 사범대학 명예교수, 충청남도 공주시 공주대학로 56(신관동 182), E-mail : bhlee@kongju.ac.kr

초록

이 글은 국내에 불완전하게 소개되는 파레토의 엘리트 순환 이론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파레토의 사회적 이질성, 제1강 잔기 결합의 본능과, 제2강 잔기 집합체의 지속에 근거하여 엘리트 순환의 다차원을 다루고 있다. 파레토 사회학의 결론인 엘리트 순환을 주로 파레토 텍스트에 근거하여 설명함으로써, 파레토 엘리트 순환 이론의 전체를 살펴보는 데 한정하였다. 파레토 사회 이론의 바탕인, 비논리적 행위, 잔기, 사회적 불평등, 엘리트 순환론과 사회적 형태, 사회 변동과 사회 안정, 사회적 균형에 대한 효용을 객관적·종합적으로 이해하기 위함이다. 한국 사회의 엘리트와 정치 변동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자 한다.

Abstract

Pareto’s circulation of elite theory partially introduced in the realm of Korean social science is comprehensively analyzed herein. Based on Pareto’s theory of social homogeneity and residues, we treat the circulation of elite multi-dimensionally. Following an analysis of Trattato di Sociologia Generale, this paper asks for a reexamination of the Korean version of Pareto’s elite theory and action theory. We limit ourselves to taking a general view of Pareto’s circulation of elite and evaluating the utility of his theory objectively and positively. A perusal of the Italian edition of Trattato di Sociologia Generale and a subsequent broad introduction of the outlined elite theory to Korean readers, can form a good basis for the progress of social science studies in Korea.

Keywords:

Social Equilibrium, Social Change, Instincts of Combinations, Persistence of Aggregate, Social Inequality, Residues

키워드:

사회적 균형, 엘리트 순환, 결합의 본능, 집합체의 지속, 사회적 불평등

1. 서 론

엘리트(elites)란 개념은 17세기 탁월한 수준의 상품을 지칭하는 데 사용되었지만, 뒤에 사회 정점에 있는 집단을 가리키는 의미로 변하였다. 이 집단에 대한 연구는 19세기에 이르러 사회 과학의 일부가 되었다. 특히 이탈리아의 파레토, 모스카(2012)(Burnham, 1943)에 의해 도입되었다(Daloz, 2010, a, b). 하지만 마키아벨리에서 기원한 강렬(intense) 현실주의의 전통, 특히 비이상적 어프로치(non-ideal approach)에 의한 엘리트 연구는, 사실상 엘리트 학파 고전 그룹에 속하는 파레토에 의해 경험-과학적으로 체계화되었다.

파레토는 말년에 경제학 연구를 그만두고, 사회학 연구로 바꾸었다. 이와 직접·간접으로 연관된 그의 저술로는 『사회학 이론의 적용』(Pareto, 1901), 『사회주의 체계들』(Pareto, 1902-3), 『경제학 제요』(Pareto, 906, 1909), 『일반 사회학』(Pareto, 1988), 마지막 저술인 『민주주의의 변환』(Pareto, 1921, 2019)이다. 특히 『일반사회학』은 파레토 사회 이론의 바탕인 비논리적 행위, 파생, 잔기, 사회적 형태와 사회 변동과 밀접한 관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대사회학자 파레토 평생 연구의 결실이다. 이 책은 파레토를 고전 사회학의 창건자로 자리잡게 하는 데 손색이 없다.

연구 범위는 파레토의 문헌에 근거해서 그의 엘리트 순환 이론 전체를 살펴보는 데 한정하고자 한다. 이유는 파레토의 엘리트 순환에 대한 국내 연구가 그의 텍스트에 근거하지 않는 것 같고 있더라도 불완전한 듯하기 때문이다. 아래는 『사회학 사전』에 실린 파레토의 엘리트와 사회적 이질성에 대한 내용이다.

“... 사회행동에서의 비합리적 침투성(비논리적 행위의 이론), 정치와 권력의 이해(엘리트 이론), 여러 사회요소들의 독립성에 대한 설명(사회체계의 개념)을 인식함으로써 보완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이것들은 『정신과 사회』(1910)에서 일반 사회학의 영역을 형성하고 있다. 그는 엘리트의 개념을 발전시키는 데 사회학적으로 기여하였고, 엘리트의 순환설이 유명하다. 사회갈등은 하류계층의 우월한 요소와 상류계층의 열등한 요소의 축적으로부터 초래된다. 귀족정치는 근본적으로 불안정하고 활력을 상실한다. 그래서 지배 엘리트는 타락한 구성원들을 배제하고, 활력있는 새로운 권력 엘리트 출현은 새로운 사회적 균형을 산출한다. 엘리트 구성은 여우형(교활함에 기반을 둔 지배)과 사자형(폭력에 기초한 지배)의 우세가 순환적으로 교체된다. 정치가 엘리트 순환과정을 따르듯이 사회생활의 경험영역도 혼란과 개건된 평형간의 그 나름대로의 순환이 있다.”(고영복, 2000).

위의 글은 다소 불완전하다. 『일반사회학』은 책의 제목인데 일반사회학의 영역이란 표현을 쓰며, 파레토가 『일반사회학』에서 지적한 특수 사회학 개념을 불완전하게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일반사회학』의 영어 번역판 제목 『정신과 사회』로 일반사회학을 소개하고 있다. 정신은 마음으로 번역하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 뿐만 아니라 발행년도도 틀렸으며, 사회 갈등과 엘리트 순환을 혼동하고 있으며, 엘리트의 구성에서 여우를 교활함 사자를 폭력이라고 하는 데 이건 미시적 해석이다. 마키아벨리적 전통에 따라 폭력이 아니라 힘(forza)으로 나타내야 한다. 여우와 사자가 부정적 의미만을 지니는 건 아니다. 여우에서 결합의 잔기가 우세하여, 사자에서는 집합체의 지속의 잔기가 지배적이라고 해야 맞다. 평형이란 용어도 생소하다. 균형이라고 해야 할 듯하다. 사회 생활이란 표현도 파레토의 『일반사회학』에서 찾기 어렵다. 파레토는 사회적 행위(azioni)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뿐만 아니라 파레토 사상을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한글 개술서도 부족하다.

파레토의 엘리트 순환 이론을 개술함으로써,1) 파레토 사회과학 이론에 대한 재검토와 한국 사회 엘리트 연구의 진보에 필요한 지평을 새로 열수 있을 거라는 데 이 글의 목적을 두고 있다.


2. 사회적 이질성

유명한 파레토의 80/20 법칙을 언급하지 않더라도(Delers, 2015) 파레토는 사회의 일반 메커니즘은 이익(interessi), 잔기(residui), 파생(derivazioni) 그리고 사회적 이질성(eterogeneità sociale)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4 변수는 상호 의존하고 있으며 사회 운동과 사회적 형태도 여기에 의지한다. 사회 체계에서 균형과 더욱이 순환은, 사회적 이질성의 현상과 밀접히 연결된다. 개인적·사회적 이질성은 파레토 사회 이동 모델에서 핵심적 양상을 띤다(Nielson, 2006). 개인 수준의 이질성은 필시 사회 수준의 이질성을 낳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 사회적 이질성과 사회적 균형

(1) 사회적 이질성

사회적 이질성은 경험과 관찰에 의거하면, 현재나 과거나 변함이 없다. 인간은 이질적이다. 말하자면 인간은 객관적으로 불평등하며 위계적이다. 파레토는 초기 저술 『경제학 제요』(Pareto, 1906) 에서 지적하고 있다.

“인간 사회가 동질적인 건 아니다. 그 명백한 특징 ― 가령 성, 나이, 신체적 힘, 건강과 같은 특징 ― 뿐만 아니라, 관찰하기 쉽지 않고 별로 중요하지 않은 가령 지성적·도덕적 특징에 있어, 다소 다른 요소들로 구성된다.”(Pareto, 1906, 102)
“인간이 객관적으로 평등하다는 언명(言明)은 아주 우둔해서 더욱이 반박할 수도 없을 정도이다. 다른 한편 인간이 평등하다는 주관적 개념은 아주 중요한 사실이다. 이는 사회가 겪는 변동을 결정하는 데 강력한 작용을 한다.” (Pareto, 1906, 102)

모든 분야에서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더 큰 능력을 발휘한다. 소득, 능력, 문화, 감정들의 차이는 서로 다른 집단과 집합체를 낳고 있는데, 이런 집단과 집합체는 단순히 이 같은 개인들의 총합은 아니다. 이질적 개인들이 사회 집합체로의 하위 집단화함으로써 일어나는 변화는, 사회 변동을 고무하는 데 작용한다. 따라서 사회 체계의 형태는 끝없이 변한다(§ 2067). 파레토는 인간이 평등하다는 개념은 궤변이지만 사회적 효용은 있다고 본다.

(2)사회적 균형

16세에 토리노 대학에 입학한 파레토는 1870년 토리노 공대에서 공학 박사를 받았다. 학위 논문의 제목은 「고체에서 균형의 근본 원칙(Principi fondamentali della teoria della elasticita dei corpi solidi e ricirche sulla integrazione delle equazione diffenziali che ne differiscono l'equilibrio)」이었다. 이 논문은 아마도 그가 경제학과 사회학에서의 일반 균형을 끌어내는 데 영향을 미친 것 같다(Femia, 2006, p. 6). 그는 사회 체계가 균형 상태에 있다고 고찰한다. 즉 변동 과정이 사회 균형을 회복·유지하도록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균형 상태.... 체계의 실재 상태는, 정적이든 동태적이든, 그 조건들에 의해 결정된다. 그 형태에 있어, 몇몇 수정이 인위적으로 작용한다고 가정해 보자... 즉시 반작용이 일어난다. 이 반작용은... 원래 상태로 불안정한 형태를 되돌리려는 방향을 향한다. 만약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이 형태와 그 실재 변동은, 결정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우연을 따르게 된다.”(§ 2067)

사회 체계의 균형이 교란되면, 사회 체계는 균형을 회복하려는 저항 세력을 만나게 된다. 파레토는 사회 체계가 강(江)과 비슷하다고 한다(Marshall, 2007, p. 32). “강은 움직이지 않는 건 아니다. 강은 흐른다. 강의 형태와 흐름의 방식에... 아주 작은 수정(modifizzone)을 가해도, 원래 상태를 복원하려는 경향을 지닌 반작용의 원인을 이룬다.” (§ 2017).

파레토에 의하면 사회적 균형은, 작용이 반작용으로 상쇄된다는 관념에 바탕을 둔다. 사회 체계의 이질적 특징은 사회 체계가 기능하는 데 그리고 또한 균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요소이다. 개인들과 집단들은, 재능, 능력, 기능에서 서로 다르다. 사회적 균형이 왜 정적이지 않는가에 대한 해답은 사회적 이질성과 집합체들(이익들)의 차이에 있다. 따라서 사회 변동의 제일성(uniformità, loi, 법칙)을 탐구할 수 있다.

사회적 이질성과 균형을 합쳐서 고찰하면, 파레토는 사회적 동질성을 부정하기보다는 경멸하고 있다. 가령 만인이 평등하다는 인도주의, 평등주의, 신학 이론 등이다. 모두 비논리적 행위이며, 사람들이 사회적 이질성을 겉보기에 부인할지라도 말이다. 파레토는 사회적 균형은 사회적 이질성의 산물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개인의 이질성을 제시하지만, 사회적 균형은 개인적 균형과는 밀접한 관계가 있는 건 아니며, 이유는 집단합체들과 사회 계급들에 근거한 사회적 동태를 분석하기 때문이다.

야나코네(Jannaccone)는 파레토의 개인적 이질성과 사회적 이질성에 대하여 이렇게 지적하고 있다(Tusset, 2013).

“파레토의 사고는, 순순 경제학에서 언급바와 같은 기계적 균형 ― 힘의 균형 ― 으로서 사회적 균형의 설명과, 집단을 이루는 상호의존적 요소들사이의 끝없는 균형으로 이루어지는 통계적 균형사이에서 진동하고 있다. 아마도 한 묘사는 일정한 문제를 표현하는데 유익하면 다른 묘사는 다른 문제를 표현하는 데 유익할 수 있다. 하지만 사회 체계가 하나의 총체로 된 다음에는, 통계적 설명이, 사회 과학의 다른 분야들에서 같이, 압도한다.”(Jannaccone, 1949, pp. 29-30)

“프랑스에서 내년의 술 소비가 얼마나 될 것인가를 대략 예견할 수 있다; 일정 시간 혹은 일정한 날에 특정 개인의 소비를 예측할 수는 없다.” (Pareto, 1896. p. 17) 따라서 파레토의 사회적 이질성과 사회적 균형은, 사회적 동태 분석을 가능하게 한다.

2) 상층 계급(elite)과 하층 계급(non-elite)

파레토는 플라톤의 계급 분류를 비논리적 행위이며, 자신의 엘리트 순환론에서 검토하면, 오류라고 본다(§ 278). 엘리트인 수호자 계급을 제시한 플라톤과는 달리, 파레토는 사회적 이질성이라는 측면에서 사회 계급을 상층 계급과 하층 계급으로 나눈다.

“따라서 우리는 인구의 두 층을 지닌다. 말하자면 1° 하층 계급, 비엘리트 계급이다. ... 2° 상층 계급...”(§ 2034)

하지만 파레토는 이런 분류가 훨씬 더 현실적이라고 한다.

“... 두 층 ― 하나는 소위 하층 계급이며 다른 하나는 상층 계급인데 ― 으로의 분할은 우리에게 사회가 동질적이라는 고찰보다 약간 더 가까이 구체적인 것[실재, réalià]에 근접하게 한다.”(§ 1724).

파레토는 상층 계급인 엘리트를 『경제학 제요』에서 다음과 같이 정의한 바 있다.

“엘리트를 구성하는 개념은 엘리트 안에서 찾을 수 있는 특질에 의해 지배된다. 성자들에서 귀족이 있을 수 있으며, 도둑들에서 귀족, 학자들에서 귀족, 정직하지 못한 자들에서 귀족이 있을 수 있는 것과 같다.... 우리는 이걸 단순히 귀족 혹은 엘리트라고 할 수 있다. 이 엘리트는 모든 사회에 존재하여, 모든 사회를 지배한다.... 정체(政體)가 아주 넓게 민주적일 때일지라도 그러하다.”(Pareto, 1906, 103)

파레토는 위의 글에서 엘리트란 개념과 귀족이란 개념을 동시에 사용한다. 사실 파레토는 귀족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지만, 1871년 이탈리아가 통일되고 민주적 정체를 지니게 되자, 귀족이란 용어가 부적합하다고 생각하였다. 당시 모스카(2012)가 정치계급(la classe politica)이란 용어를 사용하였지만, 파레토는 라틴어 eligere에서 유래한 불어인 엘리트(élite, 최선자)로 귀족이란 용어를 대체하고 있다. 파레토가 엘리트(elites)란 용어를 사용하게 된 배경은 그가 지도한 학생인 콜라빈스카(Kolabinska)의 학위 논문 「프랑스에서 엘리트의 순환(La Circulation des Élites en France)」에서 비롯되었다(Delican, 2000, p. 323). 대저 『일반사회학』에서도 흔히 엘리트란 용어를 적용하지만, 귀족, 지배하는 계급, 지배 계급, 통치 계급, 상층 계급, 금권정치가란 용어도 엘리트란 의미로 사용된다. 파레토는 엘리트에서, 세습적 혹은 마르크스주의적 계급 개념에 호소하지 않고, 소수가 항상 다수를 지배한다는 개념을 끌어낸다(Drochon, 2017).

파레토는 엘리트와 비엘리트란 사회 성원의 구분에 만족하지 않고 사회 계급의 세분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렇기는 하지만, 구체적인 것과 실재적인 것에서, 우리를 여전히 멀어지게 한다. 만약 우리 더 가까이 접근한다면, 사회를 더 많은 다수의 계급들로 나누어만 한다. 그리고 여기에서, 대체로, 인간의 서로 다른 특질들(caratteri) 만큼 많은 계급을 구성하게 된다.”(§1724).

상층계급인 엘리트를 두 범주로 나누고 있다. 하층 계급인 비엘리트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3) 엘리트의 분류

모스카와 마찬가지로, 파레토는 그 활동 분야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사람들로 이루어진 한 계급을 엘리트로 칭하면서(§ 2031) 엘리트를 지배하는 ‘엘리트’와 ‘지배하지 않는 엘리트’로 나눈다.

“이는 사회적 균형에 대한 연구인데, 이 계급[엘리트]을 두 계급으로 나누는 게 유익하다. 우리는 이를 따로(da parte) 직접적으로 혹은 간접적으로, 정부에서 현저한 역할을 하며 지배하는 엘리트(계급)(classe eletta di governo)를 구성하는 자들을 제시한다. 나머지는 지배하지 않는 엘리트(계급)(classe eletta non di governo)을 이룬다.”(§2032).

지배하는 엘리트(la classe eletta di governo)정부에서 직간접으로 상당한 역할을 하는 자들이다. 특별한 정치적 직무를 수행하는 자들이다. 대통령, 수상, 장관, 장군, 국회의원, 정당의 보스, 대기업가, 노동조합 지도자 등이다. 정치적 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 지배하는 엘리트는 모스카(2012)가 지적한 제1층 정치계급과 유사하다.

지배하지 않는 엘리트(a classe eletta non di governo)는지배하는 엘리트에 속하지 않는 엘리트이다. 정부 활동과 연관성이 없는 사람들이다. 주로 문화적인 영향을 다양하게 미치는 사람이다. 정치 문제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보기를 들면 유명한 체스 플레이어는 분명히 엘리트 계급에 속한다. 그러나 그의 장점이 그에게 정부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지 않을 거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가 다른 특질이 없다면 지배하는 엘리트에 속할 가능성은 없다. 또한 절대 군주의 정부(情婦)는 아름다움 지성적 재능에서 보면 엘리트 계급이지만 지배하는 엘리트가 되는 경우는 드물다(§2033). 지배하지 않는 엘리트의 수는 지배하는 엘리트보다 훨씬 많다.

지배하는 엘리트와 지배하지 않는 엘리트에 속하지 않는 사람은 하층 계급을 구성하고 다수이다. 그러니 항상 지배하는 엘리트는 더욱 소수이다.

지배하는 엘리트가 하층 계급의 엘리트로의 진입에 폐쇄적일 수도 개방적일 수도 있다. 파레토는 스파르타와 베네치아를 폐쇄적 지배하는 엘리트의 보기로 지적하고 있다.

“다른 한편, 결합의 본능[제1강 잔기]의 부족은 스파르타 귀족에게는 불리한 상황이었다. 더욱이 유일의 그들의 활동 분야 말하자면 전쟁에서도 그러하였다. 정치에서는 더욱더 그러하였다. 여기에서, 아테네인의 경솔한(leggero) 이동(移動)과, 스파르타인의 육중한 더딤[보수성]은 아주 비슷한 해(害)를 결국 낳은 것 같다.”(§2499).
“베네치아에서 우리는 폐쇄 귀족의 다른 보기를 얻고 있다. 1296년까지 귀족에로의 접근은 자유로웠다. 1296년과 1319년 사이에, 베네치아 대의회(Maggiore consiglio)의 폐쇄에 이르는 변화가 발생한다. 이는 지배하는 계급에로의 접근을 봉쇄하였다. 이 폐쇄는 4세기가 넘게 지속되었다.”(§2500).

이 경우에 지배하는 계급이 피지배 계급의 권력 접근을 막으며, 지배하는 계급은 피지배 대중과의 접촉을 상실하며 지배하는 계급과 하층 계급 사이의 상호적 소외 감정이 발생한다. 하층 계급에서 엘리트 요소들의 축적은, 지배 집단에 위협이 될 수 있다. 이는 소외된 대중에 의한 지배 집단의 전복 혹은 권력 약화 시도를 지지하는 근거를 마련하기 때문이다(Wood & McLure, 1999, p. 333).

현대 민주주의의 지배하는 계급은 다소 개방적인 엘리트이다. 지배하는 엘리트에 진입한 엘리트는 과거 획득한 태도, 가치, 지각 등을 가져와서, 지배 계급을 변환시키는 경향이 있다. 이 경우에 지배 계급이 일반적으로 사회에 얻은 실질적 가치와 크게 갈등을 일으키지 않을 수 있다(Wood & McLure, 1999, p. 333).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파레토는 사회를, 단순히 지배하는 엘리트를 항상 포함하는 상층 계급과 피지배자를 항상 포함하는 하층 계급으로 고찰한다.

“일반적인 상층 계급과 하층 계급.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것은, 사회를 두 계층으로 나누는 것이다. 말하자면 하나는 상층 계층인데, 흔히 지배자들로 이루어지며, 다른 하나는 하층 계급인데, 피지배자들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또한 이런 두 계층 사이에서 개인들이 순환되고 있다는 사실도 그러하다. 플라톤조차도 이런 순환의 단서를 달았으며 인위적으로 이를 규제하길 원하였다.”(§ 2047).

하지만, 파레토는 이에 대한 이론화를 삼간다(Welty, 2016, pp. 49-58).

줄이면 파레토는 지배하는 엘리트란 좁은 의미의 엘리트와 지배하지 않는 엘리트를 포함한 넓은 의미의 엘리트 개념을 사용한다. 그러나 파레토는 엘리트 순환과 사회적 균형에서는 넓은 의미의 엘리트 개념을 포기하고 좁은 의미의 엘리트 개념에 집중한다. 직접적으로 정치 권력을 행사하거나 강력한 정치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들의 집단을 엘리트로 한정한다(Pandey, 1989, p. 95). 파레토는 지배하지 않는 엘리트에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사회를 지배자와 피지배자로 단순화한다. 이유는 지배하는 엘리트가 사회적 형태와 사회 변동을 이해하는 핵심이기 때문이다.

“세상은 항상 강자의 것이다. 앞으로 많은 세월 동안 그러할 것이다. 인간은, 단지 스스로 존경받게 하는 자를 존중한다. 양(羊)이 되는 누구이든 그를 잡아먹을 늑대를 얻을 것이다.”(Pareto, 1980, p. 125).

이 개념은 분화된 사회계급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사회 변동의 동태를 통하여 다양한 요소들의 분석할 수 있는 개념적 틀을 마련할 수 있다.


3. 비논리적 행위, 잔기의 분포, 엘리트 순환

파레토에 따르면, 인간 행동은 대부분 비논리적 행위이며, 그 기원은 인간의 심리적 상태에 있다는 전제에 바탕을 둔다. 이를 이해하는 핵심은 파레토의 독창적 개념인 ‘잔기’와 ‘파생’이다. 그는 엘리트가 두 사고 방식(metalità) 말하자면 두 심리 상태를 지닌다고 한다. 제1강 잔기와 제2강 잔기이다. 그는 이 두 잔기가 일정 비율로 공존하는 사회가 가장 번창한다고 본다. 비록 정확한 수치로 표시할 수 없을지라도 말이다(Bongiorno, 1930).

사회 계급의 분류

파레토는 인간의 비논리적 행위와 사회적 사실에서 기본 개념인 잔기와 파생을 끌어내고 있다. 하나는 불변적 요소인 잔기인데 이는 공통의 심리적 요소이며, 인간의 근본 감정이다. 다른 하나는 가변적 요소로 파생으로 부른다. 파생은 비논리적 행위이며 감정과 본능에 바탕을 둔다. 도덕, 논리, 종교, 윤리, 비논리적 주장으로 인간이 비합리적 행동을 정당화하는 것들이다. 잔기(residui)는 화학 용어로 잔류물이란 의미이며, 파생(derivazioni)은 강물을 관개를 위해 다른 쪽으로 돌린다는 뜻이다. 불어 dérivation은 자기가 얻고 싶은 걸 획득하지 못할 경우에 그와 비슷한 것으로 욕망을 충족시키는 움직임이란 뜻도 있다(사르트르, 2008, p. 40).

파레토가 『일반 사회학』에서 잔기를 식물학(동물학) 분류 기준에 따라 6개의 강(綱, classe)으로 나누고 있지만, 이 글에서는 엘리트의 사회적 이질성과 연관된 결정의 잔기(residui determinanti)인 제1강 ‘결합의 본능’과 제2강 ‘집합체의 지속’만을 다루지 않을 수 없다.

1) 사회적 균형의 조건: 두 잔기의 분포

파레토 사회학에서 파생과 잔기는, 사회 적 균형을 유지하는 메커니즘이다. 사회는 하나의 체계이며, 상호의존적 요소들로 이루어진 총체이다. 체계의 분자들(elementi)은, 항구적이거나 공통 속성을 지닌 사회적 힘에 영향을 받는 개인들이다. 여기에서 불균형이 발생하면, 회복의 반작용이 일어나며 따라서 사회적 균형이 다시 이루어진다(Timasheff, 1967). 하지만 파레토는 파생은 중요한 사회 변동인 엘리트 순환과 사회적 균형을 결정하는 데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잔기는 아니다.

“두 사회 계층에서 발생하는 제1강·제2강 잔기들의 변화는, 균형의 결정과 관련하여 아주 중요하다. ... 종교적 감정이 줄어들었던 시기가 있었으며, 강해졌던 다른 시기가 있으며 이런 진동은 현저한 사회 변동과 일치하였다는 걸 주목하였다. 더 정확한 방식으로, 상층 계급에서 제2강의 잔기가 차츰차츰 줄어든다고 말함으로써 현상을 기술할 수 있다.”(§2048).

두 유형의 잔기는 대체로 사람들에서 진보적 경향과 보수적 경향에 일치하며, 사회적·정치적 영역에서는 결정적이다.

파레토의 6개의 강의 잔기들 가운데, 사회적 균형의 결정(決定)과 관련된 2개의 강의 잔기들

(1) 제1강(綱) 결합의 본능

파레토는 가장 먼저 결합의 본능(Istinto delle combinazioni)을 세분화하면서 설명한다.

파레토는 결합이란 용어를 프레이저(2003)에서 끌어낸 것 같다. 프레이저는 모방적이며 전염적인 마술의 결합, 제의와 초자연적 마술, 종교, 신화와 이교도적 관행을 세세히 다루었다. 파레토가 적용한 이탈리아어 결합(combinzaone)은 협상, 행복한 영감(靈感), 관념, 훌륭한 관념, 책략이란 뜻이다. 파레토에서 결합의 본능은 창의적 역량, 새롭고 남다른 것을 생각해는 특질과 상상력, 재능을 의미한다. 가령 파레토는 고대 그리스의 4원소설을 신봉한 독일의 연금술사는 소변의 황금색에 매력을 느껴 소변을 끓어 얻은 물질에 모래와 목탄을 섞어 가열하는 실험을 하였다. 수차례의 실험 끝에 그는 인(燐)을 발견하였다(§899). “결합의 본능은 균형을 결정하는 주요한 사회적 힘에 속한다. 이는, 우스꽝스럽고 불합리적 현상을 통하여, 자주 표명된다. 하지만 이는 결코 그것 나름의 중요성을 조금도 빼앗지 않고 있다.”(§ 896).

파레토는 제1강(綱) 결합의 본능을 식물 분류 기준에 따라 <표 3>과 같이 속(屬)과 종(種)으로 세분하고 있다(§ 889 - § 990).

제1강(綱) 결합의 본능

경험적으로, 무의식적으로 취한 다양한 요소들을 결합 혹은 조작하며 어떤 목적을 달성하려는 인간의 성향, 마법의 기술, 질병을 치유하려고 시도한 엄청난 수의 결합, 금융 조작, 다양한 경제 기업의 합병의 기술, 정치 단위와의 결합 혹은 분리하려는 노력, 정치 체계 형성 등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 잔기는 대체로 인간 사회에서 진보적·혁신적 요소를 연상하게 한다.

(2) 제2강 집합체의 지속

파레토는 제2강(綱) 집합체의 지속(Persistenza degli aggregati)도 <표 4>와 같이 세분하여 속과 종으로 설명한다(§ 991 - § 1088). 집합체의 지속은 한번 형성되면 안정화되고 개인과 사회가 확고히 소유하는 잔기이다. 이는 단일체로 밀접히 결합된 요소들로 된 일종의 집합체(집단)이다(McLure, 2004, p. 93). 이 요소들의 분리에 반(反)하는 건 집합체의 지속이다. 이런 감정의 표현은 높은 존중을 받으며,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전해진다.

제2강(綱) 집합체의 지속

집합체의 지속은 한번 형성된 결합을 인간이 지키게끔 한다. 그가 보기는, 친족, 부족, 혈족 유대, 애국심, 자산의 언어에 대한 애정, 친구, 종교, 계급, 도시 국가 혹은 민족, 죽은 자의 숭배, 봉건 영주와 가신과의 관계, 태어난 장소, 유대인의 경우처럼 인종 등에서도 찾을 수 있다. 보수적인 충동이라 할 수 있다. 재산은 인간 존재의 일부라는 감정도 신, 자연법, 진보 국가라는 추상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실체를 유지하기 위해 폭력을 사용할 의도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 잔기는 대체로 인간 사회의 보수적 요소를 연상하게 한다.

(3) 결합의 본능과 집합체의 지속

어느 사회에서나 엘리트는 제1강과 제2강의 잔기를 축적하고 표현하는 경향이 있다. 이 두 잔기는 사회적 균형에 중대한 영향을 발휘한다. 다양한 사회 계급에 있어 이 잔기의 분포가 일정 사회의 특징을 결정한다.

결합의 본능이 지배하는 자는, 수단적이고 계산적이다. 이들을 경제적 인간으로 생각할 수 있다. 집합체의 지속이 압도하는 인간은 집단에 충성하고 원칙에 따라 행동한다. 앞의 인간을 파레토는 투기가로 뒤의 인간을 금리 생활자(rentier)로 칭한다. 또한 고전적 마키아벨리를 따라, 파레토는 각각 여우와 사자에 비유한다(Udehn, 2002, p. 45).

2) 지배하는 엘리트의 필연적 몰락

파레토는 엘리트의 몰락은 피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귀족정은 오래가지 못한다. 이유가 무엇이든, 일정한 기간 뒤에 사라진다는 건 이론(異論)의 여지가 없다 역사는 귀족들의 무덤이다. 아테네 시민은 나머지 거류 외국인과 노예 인구에 비해 귀족이었다.”

후손을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로마의 다양한 귀족은 없어졌다. 야만인의 귀족은 자취를 감추었다. 프랑스의 어디에서 프랑크 정복자의 후손이 있을까? 영국 귀족의 족보는 아주 정확하다. 정복 왕 윌리엄의 동료들에서 내려온 가문 가운데 남아 있는 가문은 아주 적다. 독일에서, 현 귀족은 옛 군주의 가신들의 후손으로 되어 있다. 유럽 국가들의 인구는 현재까지 몇 백 년에 걸쳐 엄청나게 증가하였다. 인구에서 귀족을 알아보지 못하는 건 확실하며, 아주 틀림없이 그러하다.”(§ 2053),

“인간의 역사는, 한 엘리트가 부상하고 다른 엘리트가 몰락함에 따라 한 엘리트의 다른 엘리트로 끝없이 교체되는 역사이다. 비록 우리가 보기에 이게 종종 다른 형태로 나타나고 있을지라도."(Pareto, 1968, p. 36).

그는 엘리트의 필연적 몰락을 역사 연구에 입각하여 설명한다. 새로운 엘리트는 옛 엘리트를 교체하며, 이 새로운 엘리트도 같은 운명에 처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 이유는 엘리트 순환이다. 엘리트의 심리적 상태의 표현인 결합의 본능과 집합체의 지속이란 두 잔기의 분포가 변함으로써, 엘리트 내에서의 변동과, 비엘리트의 상승 이동과 엘리트에로의 침투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역사는 귀족들(엘리트)의 묘지일 뿐이다.

“만인을 엘리트가 지배한다. 바꾸어 말하면, 선발된 부분이 다스린다. 그래서 정확히 하면, 우리가 관찰한 이런 엘리트의 심리적 상태가 꼭 있다. 기껏해야 우리는 엘리트가 유발한 자극(impulso)을 나머지 인구가 받아들였다고 덧붙일 수 있다. 엘리트를 구성하는 인간의 교체로 혹은 그 후손의 교체로 인하여 또는 마찬가지로 외부적 분자의 침투로 인하여, 엘리트가 수정될 수 있다.... 아테네에서는, 아테네 시민들의 자식만이 시민이었을 때, 엘리트는 ― 오로지 그 성원이 교체되었거나 혹은 엘리트가 다른 아테네 시민 단체에서 새로운 시민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 수정될 수 있었다.”(§ 246)

파레토는 지배계급의 몰락은 역사의 법칙이며, 지배계급의 몰락이 없었다면 인류의 역사는 영 딴판이었을 거라고 강조한다.

“이런 운동들 가운데 하나가 멈춘다면, 설상가상으로 둘 다 멈춘다면, 지배 계급(parte)은 몰락을 향하여 달려 갈 것이다. 이는 종종 이 같은 퇴보와 더불어 전체 국가의 몰락을 유도한다.... 만약 인간적인 귀족이, 오랫동안 재생산되고 있는 거의 같은 특질의 동물의 순종(純種)처럼, 존재하였다면, 인류의 역사는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와는 판연하게 달랐을 것이다.” (§2055).

따라서 인류의 역사와 사회적 사실, 사회적 형태는 엘리트의 순환에서 해명될 수 있다.

3) 엘리트의 순환: 영구 운동

이어서 파레토는 ‘결합의 본능’과 ‘집합체의 지속’에 근거하여, 지배계급(classe governante)의 인격을 구분한다. 상호 대립적 인격이다.

“말하자면 (A) 이상적 목적을 확고하게 겨냥하고 자신들의 어떤 행위 규칙을 엄밀히 따르는 자이다. (B) 자신의 복지(bene)와 종자(從者, clienti)의 복지를 추구하려는 목적을 지닌 사람이다. 이들은 두 범주로 세분할수 있다. 말하자면 (B-α) 권력과 명예의 향유에 만족하며 자신의 종자에게 물질적 이익을 남겨준다. (B-β) 자신과 자신의 종자를 위해 일반적으로 화폐의 형태로 물질적 혜택을 추구하는 자이다. 파당에 호의적인 사람은 이 파당의 (A)를 ≪성실하다≫고 부르며 그를 칭찬한다. 이 파당의 적(敵)은 그를 광신자, 분파적 인물로 부르며, 증오한다. (B-α)는 일반적으로 호의적인 사람에 의해 성실하다고 평가된다. 한편으로 적대자들은 이런 성실함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게 본다. 그러나 B-β를, 그 자신의 존재를 발견할 때, 모든 사람이 ≪불성실하다≫고 칭한다. 하지만 우호적인 사람은 이런 존재가 밝혀지지 않도록 애쓰며 이런 목표(intento)를 이루기 위해 태양빛 자체 조차 부정할 수 있게 된다.... 방금 언급한 이런 범주의 비율은 대부분을 제1강 잔기와 제2강 잔기에 좌우된다. (A)에서는 제2강의 잔기가 크게 압도하며.... (B)에서는 제1강의 잔기가 가장 크다.”(§ 2268).

먼저 파레토는 A를 사자(금리 생활자)로 B를 여우(투기가)에 빗대어 설명하면서, 엘리트 순환을 대체로 세 영역 즉 정치적 영역, 경제 영역, 현대 민주주의에서 다룬다.

(1) 사자와 여우

대체로 정치적 영역에서, 마키아벨리 『군주론』 제18장의 짐승의 행동에서, 파레토는 두 범주의 엘리트를 가져온다. 역사적 관찰과 경험이 엘리트 순환과 소수 지배를 보여준다는 관점이다. 사자와 여우이다. 사자와 여우를 연속선상에 양극단에 놓고 있다. 사자는 ‘집합체의 지속’을 반영하는 감정이 풍부하며, 여우는 ‘결합의 본능’을 반영하는 감정이 넉넉하고 많다.

한 극단에는 결합의 본능이 압도하는 여우를 자리 잡게 한다. 동의를 얻음으로써 지배하려고 하며, 힘을 사용할 준비를 하지 않는다. 지성적이며, 간계하고, 야심적이며, 혁신적이다. 여우가 지배하는 체계에서는 최후의 해결책이 실패하면 치명적으로 약해질 수 있다(Hay, 2005, p. 42). 여우는 외교, 기만, 부패, 사기에 호소한다.

다른 극단에는 사자를 자리 잡게 한다. 힘, 안정과 통합을 상징한다. 사자는 냉혹하고 상상력이 부족하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자신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기꺼이 힘을 사용하며, 현상 유지를 옹호한다. 공동 질서, 종교, 정치적 정통주의에 헌신하는 경향이 있다(Hay, 2005, p. 42). 사자는 기꺼이 폭력에 호소한다.

파레토는 여우와 사자는 보통 상호 배타적이므로 역사가 두 유형의 엘리트 사이의 순환 과정이라고 한다. 엘리트의 갱신, 순환과 대체(代替)의 계속적 과정은, 모든 사회에서 엘리트가 지배하는 배경을 해명할 수 있다(Hay, 2005, p. 42).

혁신적인 엘리트는 사회의 여우이며, 더 약삭빠르고, 전략가로서 마키아벨리주의자라 할 수 있다. 사자는, 강압적 유형의 사회에 속한다. 사자는 불안정한 상황에서 사회 안정을 산출할 수 있으며 정치 공동체를 낳을 수 있다. 하지만 사자는, 정치적 간계, 전략, 사기 등을 통하여 정치 공동체를 유지할 수 있는 자들의 약탈에 희생될 수 있다. 따라서 사자이든 여우이든 지배를 유지하려면 자신의 외부에서 자체 부족한 사자 혹은 여우를 충원해야만 한다(Clegg, 1989, p. 47).

부연하면, 사회는 두 유형의 엘리트가 지배한다. 말하자면 사자와 여우이다. 사자는 대담하며 여우는 원칙을 따르지 않고 자기의 이익에 따라 쉽게 변한다. 엘리트가 두 유형을 포함할 때, 만사가 순조로울 것이다. 그러나 사자가 추방당하고 여우가 정책을 지배할 때, 만사는 불의, 간계, 부패, 비겁으로 오염된다. 여우의 부정적 특질이 작용하며 그 결과 사회적 균형은 깨지고... 사실 이런 사자는 대체로 더 보수적이다. 사자에 속하는 엘리트는 통일, 동질성, 기존 방식, 기존 신앙을 강조하며, 중앙집권화된 위계적 관료제를 통하여 지배한다. 이들은 기만적인 여우보다 힘(폭력)을 더 쉽게 사용한다. 역사는, 한 유형의 엘리트에서 다른 유형의 엘리트로 천천히 진동하며, 사자에서 여우로 여우에서 사자로 파동의 추(錘)처럼 움직인다.

요약하면 이런 양극단에서, 엘리트 순환이 발생한다. 여우가 지배할 경우, 이들의 관심사는 눈앞의 이익이다. 하지만 이들을 유지한 잔기는 약해지고 사회적 불균형이 자리 잡으면서, 사자의 속성을 지닌 새로운 엘리트가 권력을 추구하기 시작한다. 여우에서 압도적인 회의론과 사자를 움직이는 신념 사이에 사회 갈등이 발생하고 결국 엘리트의 순환이 발생한다.그 역도 마찬가지이다(Seligman, 2020, chapter 5).

파레토의 이상적 정체는 힘의 균형을 반영한다. 말하자면 여우와 사자 양자의 특징을 지닌 사회이다(Hay, 2005, p. 42). 그렇지만 엘리트 순환을 피하지는 못한다.

사자와 여우가 싸우면 누가 이길 것인가? “이렇게, ≪아반티(Avanti)!≫를 위하여 이들이 조만간 승리를 확신할 수 있는 남자다움의 특질과 성실함(lealtà)을 지니고 있는 걸 보여준다. 결국 전 국가에 유익할 것이다. 간계를 이용하는 여우는, 아주 오랫동안 몰락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사자가 잘 조정된 앞발로 여우를 잡을 날이 아마도 올 수 있다.”(§2480).

“따라서 여우는 항상 사유한다. 그러나 사자는 아니다. 주요한 이유는 다름 아닌 결국 사자가 여우를 죽인다는 것이다.”(§ 2480).

파레토는 결론을 내리는데, 그의 선배 마키아벨리의 견해를 뒤집는다. 사자는 폭력의 한계를 넘어서서 항상 여우를 없앤다는 것이다(Marshall, 2007, p. 215).

(2) 투기가와 금리 생활자 [연금 생활자, 불노소득 생활자]

대체로 경제 영역에서 파레토는 지배계급인 엘리트를 결합의 본능과 집합체의 지속에 따라, ‘투기가(specularori)’과 ‘금리 생활자(redditieri)’로 분석하기도 한다. 앞의 개념은 투기자 혹은 사색가라는 의미이며, 뒤의 개념은 이자 생활자, 연금 생활자, 불노소득 생활자 혹은 대주주 등을 포함한다. 이들은 상상력이 부족하며, 보수적인 인간이다. 투기가와는 정반대이다.

“... 투기가형을 범주 S의 성원에 넣고(§ 2235) 범주 R의 성원에 금리 생활자(godenti una rendita, [rentier])란 명칭을 부여하기로 하자. 우리는 두 범주의 사람들을... 단순한 저축의 보유자와 기업가(imprenditore)라고 불렀다고 되풀이할 수 있다. 그리고 이들 사이에 비슷한 대립을 찾을 수 있다. 앞의 범주에서는 제1강의 잔기들이 압도한다. 둘째 범주에서는 제2강의 잔기들이 두드러진다.... 경제적 결합에 탁월한 능력이 있는 사람은 고정된 수입 종종 아주 작은 수입에 만족하지 않으며, 더 많이 벌기를 원한다. 만약 그가 상황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면, 그는 S 범주로 이동한다. 두 범주가 사회에서 다른 효용의 기능들을 수행한다. 범주 S는 주로 경제적 변동과 진보의 원인이다. 범주 R은 반대로 안정의 강력한 요소이며, 이는 많은 경우에 범주 S에 의해 발생하는 위험을 감하게 한다. 범주 R에 속하는 개인들이 거의 배타적으로 압도하는 사회는, 고정된 것처럼, 정체한다. 범주 S에 속하는 개인들이 압도하는 사회는 안정이 부족하며 불균형 상태에 머물 것이다. 이런 불균형은 외부적이든 내부적이든 가벼운 사건에 의해서도 파괴될 수 있다.”(§ 2235)
“... 급속한 경제적 번영의 시기는 ≪투기가≫에게 유리하다. 이들은 부유하게 되며... 이 시기는 금리 생활자에게는 불리하다. 그들은 거의 고정된 ≪금리 생활자≫이다. 후자는 몰락한다. 가격의 자연적 상승 때문에, 대중과 정치가의 호의를 얻는 데에 투기가와의 경쟁에서 승리를 거둘 수 없기 때문이다. 경제 불황의 시기에는 반대의 결과가 발생한다. 이 모든 건 아주 일반적으로, 대체로 이해할 수 있다.... (§ 2310)”

금리 생활자는 일반적으로 은밀하며, 조심스럽고 겁 많은 인간이며, 모험과 위험한 벤처를 불신한다. 고정 수입으로 생활하는 자들이다.

투기가는 포괄적 인격들이며, 새로운 무엇이든 기꺼이 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경제 활동도 마찬가지이다. 이들은 위험한 경제 활동을 즐긴다. 겉보기에 강하게 보이는 자에게 항상 굴종하지만, 내면을 타자에게 숨기면서 은밀하게 일하며 승리하여 권력을 획득하는 방법을 아는 자이다. 이들은 지칠 줄 모르는 인내와 정교한 결합의 기술로, 모든 장애물을 극복한다. 이들은 무정부주의자가 권력에 접근할 수 있는 조짐을 보이면, 내일 무정부주의가 될 자들이다(§2313).

“넓은 두 부류의 시민이 서로 다르게 통치에 참여한다는 걸 주목하면 도움이 된다. 한 부류는 토지 경작자와 지주로 되어 있다. 다른 부류는 상인과 기업가, 공공 사업의 경영자, 수세인(收稅人), ≪투기가≫ 등으로 되어 있다. 앞 부류의 시민은 거의 언제나 집합체의 지속(Pesistenze di aggregati)으로 기우는 경향이 있으며 뒤 부류의 시민은 대개 결합의 본능(Istinto delle combinazioni)으로 기우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두 부류의 시민 가운데 누가 우세한가에 따라 다른 사회적 형태가 발생한다.”(파레토, 1999, p. 91).

파레토는 결합의 잔기가 압도하는 엘리트를 투기가라고 칭한다. 여기에서는 기업가, 기술자, 정치가, 노동자, 모든 유의 혁신가, 개혁론자, 센티멘털리스트, 급진주의자들도 포함된다. 실험하는 사람, 위험을 무릅쓰는 사람, 모험가, 정신적으로 활동적인 여우도 여기에 속한다. 경제 영역에서는 주로 간계 혹은 투기로 부를 창조하려는 사람들의 태도와 관계가 깊다(Pandey, 1989, p. 96, §2255).

불어와 이탈리아어로 어려움 없이 글을 쓴 이중 언어사용자인 파레토는, 연금 생활자를 나타내는 불어 rentier를 안정을 추구하는 사람이란 의미로 사용한다. 이는 강력한 의무감과, 선한 확고한 의지를 지니고 있으며, 저축을 투자하는 주주이며, 연금 생활자형의 소득은 고정되며, 투기하지 않는 사람들이며, 전통주의자, 평범한 일상의 추종자, 건전한 방법의 옹호자이다. 경제 영역에서는 재산의 안정을 원하여 확실한 투자에 의해 이를 보존하기를 원하는 자이다. 이들은 낮은 창의성과 위험 회피의 태도를 보인다(Pandey, 1989, p. 96).

금리 생활자와 투기가의 구별에 대하여, 파레토는 연금 생활자가 보수주의자 혹은 민족주의자로서, 국가 안정에 기여하고, 생활 수준을 낮추는 인플레이션과 증세에 반대하며, 투기가는 혁신가·국제주의자이며 국가에 진보를 가져다준다고 이해한다. 이는 인플레이션, 가격 상승, 증세, 공공 지출의 증가에 의한 혜택 등을 옹호한다. 그러나 투기가는 당시의 전체 문명 세계를 통제함에도 불구하고, 책략을 세우는 방법을 알지만, 싸우는 방법을 모른다(Mornati, 2020, p. 123).

이 두 형태의 사회는 자체적으로 씨를 보유하고 있다. 처음에 번영, 뒤에 데카당스의 씨이다. 보기를 들면 투기가는 정부를 황폐하게 하고 부패와 스캔들로 금리 생활자인 다수의 농민을 분개하게 한다. 보수적 세력이 전면에 등장하며 이런 저런 방법으로 투기가를 대체한다. 이 과정은 순환적이며, 다소 필연적이다.

파레토는 사회에서 금리 생활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이유는 문명은 민족이 소유한 혹은 이용하는 저축의 양의 직접적 결과이기 때문이다. 금리 생활자는,위험한 일을 피하는 일반적으로 과묵하고, 신중하고 겁이 많지만, 여전히 힘의 사용을 피한다. 그러니 힘을 주저하지 않고 사용하는 개인을 포함하는 제3집단이, 투기가보다 더 쉽게 금리 생활자의 등을 내리칠 수 있다(Mornati, 2020, p. 123.) 과열 현실주의자처럼, 파레토는 양자의 균형과 순환을 검토하면서도, 사자와 여우에서와 같이, 힘을 중시한다.

(3) 현대 민주주의: 금권 정치의 순환

파레토는 제1차 세계 대전이 터지면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교묘하게 전쟁을 질질 끌고 신흥 부자가 등장한 배경인, 금권 정치(plutocrazia)를 리얼하게 목격하였다. 서유럽 민주주의 국가의 선동적 금권정치 현상이었다(§2187). 주로 부패한 이탈리아와 유럽 민주주의를 배경으로 파레토(1999)는 그의 마지막 논문 『민주주의의 변환』 제3장 금권 정치의 순환에서, 유럽 의회 정치와 민주주의의 변환으로 선동적 금권정치를 『일반사회학』에서 다룬 역사적 사실과 함께 다시 제시한다.

“현대 의회 정치는... 선동적 금권 정치의 효율적 수준...선거와 의회에서의 정치적 거래를 통하여, 결합의 본능을 아주 잘 겸비한 개인들의 활동이 상당한 목적을 이루게 한다. 사실, 현대 의의 정치는 대부분 금권 정치와 결부되고 있다는 건 오늘날 명백한 것 같다(Pareto, 1966, 315).

파레토는 엘리트를 금권 정치가와 동일시한다. 금권 정치가는 자신의 구좌에 돈을 버는 데 혹은 자신의 후원자 혹은 공모자의 배고픈 위장을 채우는 데 항상 분주하며, 이 것 외에는 어떤 것에도 관심이 없다. 지배 계급 가운데 더 작고 더 강력한 계급이 있다. 파레토는 이런 역사적 보기를 스파르타의 민선 장관, 베네치아의 10인 위원회, 잉글랜드의 정당간부회의, 미국의 정당 전국 대회를 보기로 들고 있다.

현대 의회 정치에서도 소수의 지배계급은 한편으로 주로 힘으로 권력을 유지하거나 다른 한편으로 하층 계급인 비엘리트의 동의에 의해 권력을 유지한다. 어느 쪽이든 금권 주의 정체이며, 특권자들을 위한 과두정이다. 파레토는 여우와 사자, 투기가와 금리생활자에 의거하여 선동적 금권정치와 군사적 금권정치의 순환으로 엘리트 순환론을 제시한다. 선동적 금권정치는 여우와 같은 성향을 이용하여 특권자의 지위를 유지하고 부를 증가시키는 경향이 있다. 군사적 금권정치는 사자와 같은 성향을 이용하여 부를 증가시키는 추세가 있다.

권력을 지닌 어떤 금권 정치가라도 여우의 간계와 사자의 힘 양쪽의 균형을 효율적으로 유지할 수 없다. 따라서 금권 정치에서 양자의 불균형은 선동적 금권 정치에서 군사적 금권 정치로의 순환을 불가피하게 하다는 것이다. 자신과 자신의 후원자를 위해 소수가 세운 금권 정치가는 여우형 선동적 금권 정치의 형태 혹은 사자형 군사적 금권 정치의 형태를 지닐 수밖에 없다.

부자에 의한 정치인 금권 정치는, 1) 통합자가 지배하는 사자형 군사적 금권정치 2) 투기자가 지배하는 여우형 선동적 금권정치의 형태를 유지한다. 집합체의 지속의 본능과 결합의 본능의 비율에 따라, 우리 사회의 지배가가 형성된다. 엘리트는 이런 두 유형의 금권정치가 전체 사회와 자신들의 구성원에게 제공하는 보상으로서 효용에 의해서도 결정된다(Deriev, 2018). 하지만 여기에서도 파레토는, 선동적 금권정치가 국부를 빨아먹고 새로운 부의 창출에는 관심이 없으므로 국가의 힘을 약화시킨다는 이유에서, 선동적 금권 정치를 위험한 걸로 보고 있다. 군사적 금권 정치로 기울고 있는 듯하다.

잔기의 분포, 엘리트의 인격과 유형

(4) 엘리트의 순환 방식

위에서 지적한 사회적 불균형이 발생할 때 즉 몰락의 조짐이 나타날 때, 엘리트의 순환이 이어진다. 파레토는 새로운 엘리트는 두 방식으로 등장한다고 한다. 동화 아니면 혁명이다.

하층 계급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엘리트를 끌어들이거나 동화하게 함으로써, 지배 계급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권력의 지위를 정당화하고 방어할 수 있다. 하지만 파레토는 대체로 엘리트 순환은 폭력적이며 혁명적 과정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걸로 본다. 이유는 지배하는 엘리트가 자신의 권력을 고수하고, 하층 계급의 새로운 엘리트의 상층 계급으로의 진입을 부정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 폭력과 혁명이 엘리트 순환을 강제한다(Windolf, 2018, 6.3)

“일반적으로, 혁명에서 하층 계급의 개인은 상층 계급의 개인의 지도를 받는다. 이유는 후자에게 전투(battaglia)를 준비하는 데 유익한 지성적 특질이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하층 계급의 개인이 정확히 제공하는 잔기는 없다.” (§2058).

이 방법의 순환은 한 엘리트에 의한 다른 엘리트의 완전 교체를 의미한다. 물론 위에서 설명한 감정(본능)의 표명인 ‘결합의 본능’과 ‘집합체의 지속’에 의한 것이다. 구 엘리트의 절멸을 낳는다. 혁명은 마르크스와 사회주의자가 말하는 대중이 아니라 엘리트에 의해 발생한다. 단지 때때로 빈곤 계급이 엘리트 사이의 투쟁의 부산물로 몇몇 이득을 얻을 수 있을 뿐이다(§1906, §310, §302).

결국, 파레토조차도 인도주의, 자유주의, 공산주의, 파시즘도 결국 엘리트의 순환과 같을 거라고 인정한다. 모든 이데올로기는 단지 지도자들이 슬그머니 써넣은 연막(煙幕)이라는 것이다. 이 지도자들은 지배하는 엘리트의 특권과 권력을 향유하길 갈망할 뿐이다(Alexander, 1994).

(5) 구조 분석으로의 전환?

파레토의 『민주주의의 변환』을 편집한 파워즈(Powers)는, 파레토가 마지막 저술인 『민주주의의 변환』을 발표할 무렵, 심리적 분석 즉 감정의 표명인 결합의 본능과 집합체의 지속의 분포에 의한 엘리트의 순환을 포기하고 있다고 한다(Powers, 1987, p. 46). “어느 인간 공동체에서나 두 세력이 갈등을 일으킨다. 하나는 구심(중앙 의존적) 세력이라 말할 수 있는데 중앙 권력을 강화토록 고무한다. 다른 세력은 원심(지방 분권적) 세력이라 말할 수 있는데 중앙 의존적 권력의 분할(divisione)을 촉진한다.”(Pareto, 1999, p. 83). “원심·구심 세력이 끊임없이 변화하므로, 원심 세력과 구심 세력이 균형을 이루게 하는 균형점도 이런 측면 혹은 저런 측면에서 변화한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규칙적이거나 동일한 방식으로가 아니라 다양하게 변한다. 이런 진동(oscillazioni)은 많고 다양한 현상과 더불어 나타난다.”(Pareto, 1999, p. 83). 파레토가 구조 분석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앙의존적 권력이 점점 약화되면서 그 적대자들과의 경쟁과 대립은 더 분명해진다. 중앙의존적 권력이 변함없이 강력한 동안에, 그 경쟁자들은 통합된다.

하지만 이런 파워즈의 해석은 부정확하며, 『민주주의의 변환』의 의미를 과장하는 것이다. 이는 위에서 검토한 군사적 금권 정치와 선동적 금권정치 사이의 진동 운동과 같기 때문이다. 파레토는 『민주주의의 변환』에 실린 일련의 논문은 『일반사회학』을 간결하게 요약하기 위함이라고 분명히 한다(McLure, 2004, pp. 281-284).


4. 결 론

파레토는 개인들과 집합체들에서 비논리적 행위를 낳는 잔기의 분포는 각각 다르다는 심리적 요소에서 출발한다. 결과적으로 이는 사회적 이질성과 사회 불평등을 낳을 수밖에 없다. 어느 사회에서나 비엘리트인 다수의 하층계급이 있기 마련이다. 각각의 계급과 그 안에서 잔기 ― 결합의 본능과 집합체의 지속 ― 의 분포는 다르며 이는 엘리트 순환의 본질을 이룬다. 엘리트가 지닌 잔기의 분포에 따라 한 엘리트는 활력을 상실·몰락하여 다른 엘리트에게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게 해준다. 엘리트의 순환은 역사의 제일성(uniformità, loi, 법칙)이다.

파레토에 대한 비판적 관점을 보면, 첫째, 파레토의 사회적 이질성과 엘리트 순환에서, 평민에 대한 믿음이 거의 없으며, 보수적 이론이며, 국민 여론을 무시하고 사회경제적 평등에 반하며, 자본주의 혹은 파시즘의 옹호하고 있다는 비판을 가할 수 있다. 둘째, 인류의 모든 역사가 엘리트를 지닌 위계 사회는 아니었다고 할 수 있다. 비록 현대 사회에 엘리트 순환론을 적용하고 있지만 말이다. 셋째, 엘리트와 대중 이란 이분화는 지나친 단순화일 수 있으며, 특히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보편 교육과 능력주의는 파레토 이론이 우리 사회에 계급과 가치의 다원화를 설명하지 못하게 한다. 넷째, 민주주의와 정의의 규범적 문제에 접근할 수 없게 한다. 민주주의를 포함한 모든 정치 형태를 엘리트 간 경쟁과 순환으로 환원할 수 있을지는 불명확하다. 파레토가 말하는 역사 연구가 진실에서 연유하는지도 의심할 수 있다. 다섯째, 현상 유지를 합리화하며 엘리트 순환을 제외한 체계적 변동을 위한 어떤 본질도 제시하고 못한다. 국가와 시민 사회의 관계도. 고려하지 않고 있다. 마지막으로 엘리트의 순환에서 사자, 금리 생활자에 대한 강자의 권리를 지지하고 민주적 제도를 부인하고 힘을 영광스럽게 보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이는 파레토와 파시즘의 관계에 대한 부정적·긍정적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Volpe, 2021).

그렇지만 페미아(Femia, 2013, pp. 135-143)에 따르면, 파레토가 행한 규범적이며 추상적인 정치 이론에 대한 비판적 기여는 대체로 다음과 같다.

첫째, 규범적·추상적 정치 이론은 실재를 배제하거나 적어도 주변화함으로써, 실재를 이상화(理想化)하였다는 파레토의 분석이다. 둘째, 졸렌(Sollen)은 사실 불가능하며 나쁜 의미에서 정치 이론을 유토피아 화(化)하고 있다. 말하자면 파생으로 비논리적 행위를 합리화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익과 본능을 숨긴다는 것뿐이다. 앞에서 지적한 민주주의·사회주의 이론 등이 바로 여기에 속한다. 셋째, 이상(理想)이 아무리 존중할만할지라도, 이상을 실현하려는 시도는 의도한 바가 아닌 부정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는 타고난 인간 행위와 이상(理想)의 필요 사이의 부조화의 문제이다. 지배자의 책임이 아니라는 걸 설명할 수 없다. 끝으로 규범적 정치 이론은 역사적 퍼스펙티브가 부족하여, 도덕적 어휘 ― 정의, 부정의, 분배, 선, 공동선, 자연법, 자유, 평등, 세계주의, 민족주의, 사회계약 ― 의 뜻이 시간과 공간에 따라 변화하고 있다는 걸 이해하지 못한다. 상대적인 것에 절대적인 특징을 부여한다는 것이다(§1501).

줄이면, 인민의, 인민에 의한 지배라는 민주주의의 외침은 국민에서 발생한 엘리트에 의한 국민의 지배(government of the people by an elite sprung from the people)(Duverger, 1964, p. 435)로 변환되어야만 한다. 이 비판은 중핵 ― 파레토의 엘리트 순환과 사회적 이질성 이론이, 결코 민주주의와 공존할 수 없으며, 다원주의와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비판 근거 혹은 민주주의의 수정 ― 에 바탕을 두고 있다. 마르크스의 계급 사회와 계급 없는 사회 양쪽을 엘리트 순환인 영구 운동으로 대체하였다고 할 수 있다(Held, 1982, p. 158).파레토의 엘리트 순환 이론은, 계급 이론을, 공산주의 계급 투쟁, 착취자와 피착취자,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의 갈등과 분리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파레토의, 엘리트 ― 지배하는 엘리트와 지배하지 않는 엘리트, 사자와 여우, 연금생활자와 투기가, 선동적 금권정치가와 군사적 금권정치가, 중앙의존적 권력과 지방분권적 권력 ― 이론은 한국 사회의 지배 구조를 이해하는 데에도 상당한 기여를 할 수 있다. 특히 선동적 금권정치에 의거한 엘리트의 득세이다. 민주적 의회 질서가 국민을 실제로 대표하는 건 아니다. 부당 이득을 취하는 사기꾼, 적게 노동하고 더 많은 임금을 받으면 생산성이 높아질거라는 환상, 근면과 정직에 대한 경멸과 부정하게 얻은 수입에 대한 칭송, 정치가와 노동자들 사이에서 나타는 궤변(파생)과 부패, 표리 부동은 우리 사회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는 듯하다. 이런 선동적 금권정치가 우리 사회를 무정부 상태와 사회정의를 합법적인 교묘한 속임수를 변질시키고 있다는 해석을 할 수 있게 한다. 한국 사회의 정치적 동태를 분석함에 있어, 엘리트가 지닌 잔기 즉 결합의 본능과 집합체의 지속에 초점을 둔다면, 한국 사회의 동태를, 파생인 민주화라는 외양이 아니라 전혀 다른 사자와 여우의 관점에서 경험적으로 분석할 수 있게 할 수 있다.

그의 엘리트 순환론이, 다른 이론가들 특히 민주주의 이론가를 불편하게 할지라도, 그 탁월성을 인정하는 건 쉬운 일이다(Femia, 2012, p. 146). 정치 지도자들의 진실을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는 파레토의 용기는 높이 평가할 수 있다. 그는 진실에 봉사하는 채하는 이상과 추상을 깨뜨리고 있다. 정치적·사회적 실재를 숨기는 신화(mythe)와 정치적 방식(formula politica)의 커튼을, 걷어 내리고 있다.

현대적 의미로 해석하면, 파레토의 이론이 민주주의에 대한 전복적/보수적 특성을 겸비하고 있을지라도, 선동적 금권정치의 위협의 필연성, 정치적 투명성에 대한 풍자에 불구하고 민주적 관행의 확대를 위한 잠재적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다. 파레토의 엘리트 이론은, 민주주의 이론의 해로운 귀결에 대한 일종의 경고라고 할 수 있다. 파레토를 중심으로 한 모스카(2012), 미헬스의 이탈리아적 엘리트 전통은 우리에게 민주주의와 인민 주권을 위한 더 크나큰 노력을 고무하기 위해 엘리트 지배의 결함을 정직하게 폭로하는 데 여전히 생산적으로 기여하고 있다(Piano, 2019; Jackson, 2021). 민주적 엘리트주의와 수정주의를 다시 검토할 수 있게 한다.

비록 파레토가 사회주의와 마르크스주의에 철저히 적대적이었으며 반(反)민주주의 이론가는 아니었을지라도, 심리적 요소에 근거하여 항상 소수가 다수인 대중을 지배할 수밖에 없다는 필연 ― 신화와 희망적 관측이 아니라 마키아벨리적 구체적 실재 ― 을 우리에게 자각할 걸 제안한다.

Acknowledgments

세 분의 심위위원님에게 깊이 감사드립니다.

Notes

1) 이 글에서 『일반사회학』 인용은 Pareto(1988) 이탈리아어판(UTET)에서 옮긴 것이다. 쪽수는 표시하지 않고 문단 번호 §로 표기하였다. 『경제학 제요』(1906)에서도 숫자로 문단 번호를 표시하였지만 §로 나타내지 않았다. 쪽수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이 글 전체에서 §는 『일반사회학』의 문단 번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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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

사회 계급의 분류

계급 사회적 이질성/사회적 불평등
엘리트/귀족/상층계급/금권정치가 지배하는 엘리트 폐쇄적 엘리트 엘리트 순환
개방적 엘리트
지배하지 않는 엘리트 절대군주의 정부(情婦) 유명한 체스 플레이어 등
비엘리트/하층 계급

<표 2>

파레토의 6개의 강의 잔기들 가운데, 사회적 균형의 결정(決定)과 관련된 2개의 강의 잔기들

결정의 잔기 제1강 결합의 본능
제2강 집합체의 지속

<표 3>

제1강(綱) 결합의 본능

<표 4>

제2강(綱) 집합체의 지속

<표 5>

잔기의 분포, 엘리트의 인격과 유형

압도적인 결정(決定)
잔기/영역
정치적 영역 경제적 영역 현대 민주주의
* 결합의 본능과 집합체의 지속 사이의 균형은 일시적이며 그 불균형으로 인한 사회 형태의 변화와 엘리트의 순환이 발생한다. 민주주의는 파생이며, 실재 세계는 영원한 과두정이다.
제1강 결합의 본능 여우 투기가 선동적 금권정치가
혁신적/ 지성적/ 전략 포괄적 위험한 경제활동/ 정
교한 결합/ 경제변동과 진보
의 요소, 더 많은 수입을 원하
며...기업가.
특권자의 지위를 유지하고 부
를 증가
불의, 간계 비겁, 부패, 진보적 부패 스캔들, 책략의 부족
급진주의
국부의 감소, 새로운 부의 창
출(X), 국가힘의 약화
제2강 집합체의 지속 사자 금리생활자 군사적
금권정치가
안정과 통합/ 현상유지/ 공동
질서/ 정통주의
고정수입 생활자, 모험과 위험
한 벤처 불신
사자와 같은 성향을 이용하여
부의 증대
위계적 관료제, 동질성, 폭력
의 사용, 보수적
현상유지, 재산의 안정, 낮은
창의성, 위험의 회피의 태도
군사적 모험, 부채의 위험, 심
각한 사회 위기, 군사쿠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