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관리노동자의 감정노동: 대전시 사례관리노동자의 노동경험을 중심으로
초록
본 연구는 ‘노동’의 관점에서 출발하여 사례관리사를 ‘사례관리노동자’로 정의하고, 이들이 수행하는 감정노동의 성격을 분석한다. 그리고 과도한 감정노동이 발생하는 원인구조로서의 노동환경을 조직 내 위계 및 고용형태, 임금 및 복지 수준 등을 통해 구체적으로 분석한다. 사례관리 노동자의 전반적인 노동과정과 노동환경 현황을 조사하기 위해 대전광역시 사례관리노동자 248명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그리고 설문 조사 내용을 보완하고, 보다 구체적인 내용 분석을 위해 FGI와 심층면접을 진행했다. 분석 결과 사례관리노동자의 열악한 노동과정과 노동환경은 이들의 감정노동을 심화시켰으며, 나아가 감정노동을 재생산하는 구조로 작용하고 있었다. 과도한 업무량과 실적부담, 사례관리대상자의 폭언과 욕설, 성희롱, 상급자와의 갈등 등 노동과정 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는 사례관리노동자의 감정노동을 심화시켰다. 그리고 경직된 조직문화, 공무원과 공무직 간의 위계적 질서, 공공부문 노동자로서 희생을 강요하는 사회적 관습, 고용지위에 따른 임금 차별 등과 같은 열악한 노동환경은 이들의 감정노동을 재생산하고 있었다. 이러한 강도 높은 감정노동 결과, 대부분 사례관리노동자는 높은 수준의 감정 부조화와 손상을 경험했고, 이는 개인의 감정 문제를 넘어 가족에게도 영향을 주었다. 이 같은 감정노동의 피해에도 불구하고, 기관 내 공적인 감정노동 보호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 대부분 사례관리노동자는 공적인 지원제도가 아닌, 사적인 연결망을 통해 문제를 해결했다. 이처럼 조직이나 기관의 위계 구조로 인해 발생하는 정신적 피로감과 열악한 노동환경으로부터 발생하는 신체적 피로감은 노동자들의 정서적 소진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었다. 결국,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일터의 근본적인 구조개선을 통해 전반적인 노동환경을 향상하는 것이 중요하다.
Abstract
This study proposes to define case managers as ‘case management workers’ and to analyze the characteristics of the emotional labor their job entails. It also seeks to analyze their working conditions, which the cause ofcause excessive emotional labor within the organization, by examining the type of employment, the level of wages, and the welfare support offered. To investigate the overall labor process and working conditions of case management workers, a survey of 248 case management workers in the public sector was conducted in Daejeon. Focus group interviews (FGI) and in-depth interviews were also conducted to collect detailed information about case management practices. The results showed that the complicated labor process and poor working conditions of case management workers generated conditions causing excessive emotional labor. Various problems in the labor process, such as a heavy workload, abusive language and sexual harassment by clients, and conflicts with superiors, have exacerbated the emotional labor of case management workers. The poor working conditions, such as rigid organizational culture, the hierarchy between regular and irregular workers, social customs forcing public sector workers’ sacrifices, and wage discrimination based on employment status, have also resulted in intense manifestations of emotional labor. Because of this, most case management workers experienced high levels of emotional dissonance and damage, which not only affected their individual emotions but also affected their family lives. However, it was difficult to design an official system to protect case management workers from experiencing excessive emotional labor in organizations. Most case management workers solved their emotional problems through their private networks. It was found that the mental fatigue caused by the hierarchical structure of an organization or institution and the physical fatigue caused by the poor working environment aggravated the emotional exhaustion of the workers. Therefore, to protect case management workers from emotional dissonance and damage, it is important to improve overall working conditions by changing the fundamental structure of their workplace.
Keywords:
Case Manager, Emotional Labor, Labor Process, Working Environment, Public Sector키워드:
사례관리사, 감정노동, 노동과정, 노동환경, 공공부문1. 서 론
한국 사회에서 사회복지서비스에 대한 필요성이 증대되면서 사회복지전달체계 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숫자도 급격히 증가하고 특히 공공부문에서의 사회복지노동자들의 수도 크게 증가하였다. 복지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현장에서의 다양한 요구와 수요자 중심의 통합적 서비스 제공에 대한 필요성은 ‘사례관리’ 실천의 공공화로 귀결되었고(이혜경, 2021), 그 결과 “사례관리사”가 공공부문 사회복지 영역을 담당하는 중요한 직종으로 부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의 업무의 성격 및 전문성 등에 대한 다양한 연구들이 사회복지 영역에서 진행되어 왔고, 더불어 복지 최일선에서 대민업무를 담당하고 직접 현장을 방문하여 대상자와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업무상의 문제점들에 대한 진단 및 분석도 이루어져 왔다. 하지만 이러한 연구들은 “사례관리” 업무를 일 혹은 노동으로 바라보기 보다는 복지실천의 관점에서 복지전문가로서의 정체성 형성 및 전문가성 확장 등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 온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사회적으로 감정노동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사례관리사들의 “감정노동”에 대한 연구가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러한 논의는 “사례관리사”의 업무를 보다 새로운 시각에서 조명하고 사례관리사의 노동자성으로 연구의 초점을 돌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감정노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례관리사들의 피해 경험 및 소진 등에 논의를 집중하고 있어 감정노동의 피해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인 노동환경 및 노동과정에 대한 사회학적 논의는 부족해 보인다.
본 연구는 공공부문 사례관리사들을 “사례관리노동자”로 정의하고, 업무상 경험들을 심층적으로 들여다 보고 이들의 노동조건 및 노동과정을 분석하는 것을 통해 감정노동 관련 피해사례가 만들어지는 구조적 원인을 규명해 보고자 한다. 기존 연구들이 보건복지분야 노동자들의 “감정노동”에만 집중하여 분석을 진행했던 한계를 넘어서서 “노동”으로서 사례관리 업무의 성격을 파악하고, 일터의 물리적 구조 및 사회적 관계 등을 함께 고려하여 노동과정을 분석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노동과정에서 나타나는 노동통제 구조를 조직 내부의 위계구조 및 업무의 성격과 관련하여 살펴보고, 사례관리 업무의 주요 대상인 복지서비스 이용자와 사례관리노동자와의 관계로부터 파생되는 감정노동의 양상 및 관련 피해사례도 구조적 맥락에서 분석해 보고자 한다. 또한 공공영역에서 일하는 복지서비스 제공자로서의 사례관리사들이 일터에서 경험하는 노동의 성격은 무엇이며, 공공부문이라는 특성이 이들의 노동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검토해 보고자 한다.
본 연구를 위한 자료는 대전시 공공부문 사례관리노동자 전수(248명)에 대해 노동환경 및 감정노동 실태 등에 대한 설문조사와 이들 중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직종인 통합사례관리사, 방문간호사, 정신건강사례관리사들 중 21명에 대한 FGI 및 심층면접을 통해 수집되었다.1) 이 자료를 통해 대전지역 공공부문 사례관리 노동자들의 노동현황과 노동경험을 분석하고 이 노동자들에게 보다 나은 일터를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고민해 볼 수 있는 학문적 기반을 제공하는 것이 본 연구의 목적이다.
2. 선행연구 검토 및 분석의 초점
사례관리란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복합적인 욕구를 가진 사회복지 서비스 대상자를 발굴하고, 그들에게 적합한 지역 내 다양한 서비스를 연계하거나 직접적인 개입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복지 대상자(혹은 이용자) 중심의 사회복지서비스 활동 전반을 일컫는 용어이다(이혜경, 2021; 민소영, 2015). 민간영역에서 주로 실시되었던 사례관리는 2009년 이후부터 복지 사각지대 해소 등의 사회복지 전달체계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공공부문으로 확대되기 시작하여 2012년 중앙 정부 주도의 “희망복지지원단”사업으로 자리 잡았게 되었고, 이후 각 지방자치단체들에서는 “통합사례관리”가 ‘찾아가는 복지서비스’의 주 업무로 위치하게 되었다. 이후 주민센터 및 자치단체 위탁기관들을 중심으로 전문적인 “사례관리사”들이 사례관리업무를 담당하는 체계가 정착되었고, 이를 위해 복지담당 인력을 대거 확충하였다. 현재 사례관리노동자들은 각 분야별로 복지 일선에서 직접 서비스 대상자들과 접촉하며 대상자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맞춤형으로 제공하고 있다.
1) 사례관리노동자의 정체성과 노동권
사례관리사들의 노동자성에 대한 논의는 1990년대 사회복지부문 팽창에 따라 수적으로 증가한 사회복지사의 정체성에 대한 연구로부터 비롯되었다. 이 논의들은 크게 노동자로서 사회복지사의 정체성을 탐색하는 연구, 사회복지노동자들의 조직화에 관한 연구, 사회복지노동자 보호를 위한 정체성 재정립에 관한 논의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사회복지사의 정체성을 탐색하는 연구는 사회복지사의 정체성에 대한 논의를 노동자와 전문가 정체성의 대립과 관련하여 다룬다. 이상록(1994)은 한국 사회에서 사회복지사는 전문적 기술을 바탕으로 사회의 복지를 실천하는 ‘전문가’로 인식되어왔으며, 사회복지사가 노동자 정체성을 갖게 되면 오히려 전문성을 헤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자본주의의 발전에 따라 필연적으로 사회복지가 확대되면서 자본주의적 임노동 관계에 근거하여 노동력을 제공하도록 요구받기 때문에 사회복지사를 노동자로 인식할 수 있다고 결론 내린다(이상록, 1994). 특히, 생산수단의 무소유, 상품으로서 노동력, 노동과정에서 노동력 소진을 통한 임금획득, 임금을 통한 노동력 재생산 측면에서 사회복지사는 임노동자와 공통된 측면을 갖기 때문에 사회복지노동자로 간주할 수 있다. 이러한 주장은 이후 노동자 정체성을 바탕으로 사회복지노동자는 다양한 사회복지 운동의 주체로서 활동할 수 있다는 주장으로까지 확대되기도 하였다(이인재, 1995). 한편, 사회복지노동은 임금노동이라는 일반성과 함께, 자기희생, 봉사 정신 등의 윤리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윤리성에 기반한 복지실천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높은 수준의 전문성과 직업의식이 중요하다(사회와 복지연구회, 1992)는 분석이 이루어지면서, 현재는 사회복지실천의 전문가라는 정체성과 함께 임노동을 수행하는 노동자 정체성이 함께 양립되는 것으로 보는 시각으로 수렴되어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사회복지사의 정체성에 대한 논의는 곧 사회복지사의 전문가적 위상을 높이고, 노동자로서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논의들로 이어졌으며, 특히 사회복지사의 조직화에 대한 논의로 연결되었다(심재호, 2002; 채구묵, 2002; 김근석, 윤영석, 2004). 이 연구들은 공통적으로 사회복지부문의 양적인 성장 속에 감춰진 사회복지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의 문제를 지적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회복지노동조합 설립을 강조한다(심재호, 2002; 채구묵, 2002; 김근석 외, 2004). 사회복지노동자 중 상대적 박탈감이 심하고, 전문성의 정도를 높게 인식하는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더 높게 인식하는 가운데(김근식 외, 2004), 사회복지노동조합 설립을 위해 사회복지노동자들이 본인의 노동자 정체성을 재인식하고, 전체 노동운동과의 연대와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논의들도 등장하게 되었다(심재호, 2002; 채구묵, 2002). 그 결과, 2003년 서울경인사회복지노동조합이 출범하였으며, 현재에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사회복지지부로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조직화 시도에도 불구하고, 사회복지노동자들의 낮은 노동자 정체성과 사회복지노동의 특수성 등으로 인해 노동조합 가입률은 매우 낮은 편이다. 김수정(2015)은 자격 취득을 강조하는 보수적인 시각의 사회복지 교육 속에서 대부분 사회복지노동자는 노동권을 포함한 노동자의 권리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받지 못했으며, 이는 열악한 노동과정과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동운동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2010년 이후 감정노동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확산함에 따라, 사회복지사들의 감정노동 보호를 위해 이들의 정체성을 새롭게 재정립하는 연구가 이뤄지기 시작하였다(이명현, 2014; 임정기, 2019) 이명현(2014)은 역사, 전통, 사회 또는 정치에 의해 사회복지사의 정체성이 변화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오늘날 분화된 사회복지사의 업무와 노동과정에서 발생하는 감정노동 피해를 보호하기 위한 보호제도 마련을 강조한다. 특히 클라이언트의 긴급성과 현실성 때문에 노동과정 속 사회복지노동자 개인의 인권 보호는 딜레마에 빠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상황 속에서 사회복지노동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보호하기 위한 법과 제도가 필요하며, 전문가로서 사회복지노동자를 바라보고, 감정노동으로서 사회복지노동을 인식하는 사회적 인식의 개선이 중요하다고 주장하였다(이명현, 2014). 임정기(2019)는 다수의 사회복지노동자들이 본인을 전문적 기술과 지식, 높은 책임감 및 사명감을 바탕으로 다양한 복지실천을 위해 활동하는 전문가로 인식하는 동시에 감정노동을 수행하는 노동자로서도 인식한다는 점을 발견했는데, 이는 기존 전문가 중심의 논의가 아닌, 일선에서 활동하는 사회복지노동자들의 관점에서 그들의 정체성을 조사하고 정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사회복지노동자의 노동자 정체성에 대한 논의들 이외에, 전문가 정체성의 효과성에 관한 연구들도 진행되었다(최권호, 2019; 최혜지, 2019). 이들 연구는 공통적으로 사회복지노동자들의 전문가 지위와 노동과정 속 전문성의 실천 경험이 감정노동의 피해와 스트레스를 감소시킨다고 보고 있다(최권호, 2019; 최혜지, 2019). 최권호(2019)는 노동과정 속 전문적 지식을 실천하는 긍정적인 경험은 직무번영감으로 이어지며, 이는 사회복지노동자가 노동과정 속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들을 보다 효율적으로 대응하고 업무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노동과정 속에서 사회복지노동자들이 직무번영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본인들의 노동을 지지해주고, 인정해주는 안정적인 조직문화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최권호, 2019).
사회복지노동자는 전문가 정체성과 노동가 정체성이 양립하고 있으며, 사례관리노동자 또한 복지실천을 위한 전문가이자, 다양한 업무 속에서 감정노동을 수행하고 있는 노동자로 정의할 수 있다. 사례관리노동자의 높은 자긍심과 책임감을 기반한 전문가 정체성은 노동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와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 열악한 노동환경은 전문가 정체성을 헤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그리고 강도 높은 노동과 열악한 노동환경은 사례관리노동자의 감정노동을 지속해서 재생산하고, 다양한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므로 사례관리노동자의 문제는 사례관리노동자가 노동과정 속에서 경험하는 전문가와 노동자로서의 문제를 복합적으로 분석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2) 사례관리 노동자의 감정노동
혹실드(Hochschild)는 조직의 규범에 상응하는 감정 또는 업무상 필요로 하는 감정을 만들기 위해 노동자 스스로가 적극적으로 감정을 관리하는 점을 주목했다. 그리고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감정노동을 “사람으로 하여금 다른 사람들의 기분을 좋게 하려고 자신의 감정을 고무시키거나 억제하게”하는 것으로 정의한다(Hochschild, 1983). 즉, 감정노동은 규범화된 조직과 고객의 기대를 실현하는 노동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관리되도록 기대되는 감정은 사회적·문화적 규범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Hochschild, 2003). 그러므로 본 연구의 대상인 공공부문 사례관리노동자의 감정노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들에게 사회·문화적으로 기대되는 감정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이러한 감정이 노동과정 속에서 어떻게 관리되어 표출되는지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이 같은 감정노동의 개념 외 감정노동으로 인한 피해도 감정노동 관련 주요한 연구영역 중 하나이다. 현대사회에서 서비스 노동이 증가하면서 감정노동의 영역이 더욱 확장되어 가고 있으며, 서비스 노동은 전체이든 일부이든 감정노동이 반드시 수반된다. 노동자들은 노동과정 속에서 신체적, 정신적인 노동 이외에 감정을 관리하는 노동이 부가된다. 특히 고객을 직접 응대하는 노동자들의 경우는 감정노동의 과정에서 고객의 반응에 민감하게 대응하도록 요구되어지고, 상황에 적절한 감정을 표현하기 위한 개인적인 노력을 끊임없이 반복해야 한다. 고객 응대의 과정에서 자신의 감정과 다른 표현을 해야 하거나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 노력을 해야 하는 등의 감정 부조화(emotional dissonance)가 지속될 경우 노동자들은 수용력에 한계를 느껴 감정소진을 경험하거나 감정적 고갈을 경험하게 된다(Morris & Feldman, 1996).
공공서비스 영역의 확대와 이에 따른 공공부문 노동자의 대민접촉 업무의 증가, 고객 지향적 행정 개념의 도입에 따라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감정노동은 점차 심해지고 있다(이정훈, 2017). 특히, 한국사회에서는 공무원을 ‘공복(公僕)’으로 표현하는 것이 익숙할 정도로 대시민 서비스가 강조됨으로 인해 업무과정에서 감정노동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중앙정부 조직과 지방자치단체 산하의 공공조직에 대한 평가가 효율성과 대민 서비스의 질을 기준으로 이루어지고 있다(채연주 외, 2018)는 점에서 민원인의 만족도가 공공부문 노동자를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악성 민원과 무리한 요구에도 ‘인내’를 강요받게 되고, 이는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감정노동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사례관리노동자들 또한 공공부문에서 대민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이기 때문에, 이들의 노동과정에는 규범화된 조직과 고객의 기대가 반영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같은 사회·문화적 기대에 부합하는 관리된 감정은 사례관리대상자의 감정노동을 심화시키고, 나아가 감정 소진, 감정 고갈, 감정 부조화 등을 가져올 수 있다.
사례관리사의 감정노동에 대한 기존 연구는 사례관리 업무과정에서 나타나는 감정노동과 그로 인한 피해에 초점을 두고 있다. 사례관리사들을 포함하는 사회복지사들의 업무과정을 사회복지 혹은 사례관리 실천의 관점에서 접근하면서 업무과정에서 경험하게 되는 감정부조화, 소진 등의 양상을 분석하고 이러한 부정적 경험을 해소하는 방법으로서의 개인적 대처와 조직의 보호 등을 다각도로 살펴보고 있다(김혜진 외, 2014; 김희걸 외, 2018). 이 연구들이 공통으로 지적하고 있는 점은 사례관리사를 포함하는 사회복지 종사자들이 과도한 감정노동과 그로 인해 경험하게 되는 감정부조화 및 소진등을 해결하는 방안이 노동자 개인이 스스로 인내하거나 기분전환을 위한 활동에 참여하거나, 동료나 친구 네트워크를 통해 위로하는 방식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이다(문현주 외, 2014; 김희걸 외, 2018). 따라서 과도한 감정노동으로 인한 정신적, 신체적 피해를 최소화하고 사례관리를 포함하는 사회복지 실천의 질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서 조직적인 보호장치를 마련하거나(김혜진 외, 2014) 더 나아가 이러한 보호장치가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사회복지 종사자들의 법적, 제도적 지위 개선이 요구된다고 주장하고 있다(이혜경, 2021; 김희걸 외, 2018). 이 연구들은 사회복지 종사자들의 경험하는 과도한 감정노동과 그로 인한 피해 양상을 분석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는 점에서 사례관리사를 포함하는 사회복지 종사자들을 노동자로 인지하고 그들의 업무를 노동의 관점에서 접근하고자 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사회복지관련 종사자들의 노동의 특성을 노동과정 및 노동환경을 중심으로 분석하려는 노동사회학적 시도가 다소 약했다는 점에서 다소간 아쉬움이 남는다.
3)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에서의 사회복지노동자
노동과 자본이 맺는 관계, 감정노동을 보호하는 법제도, 노동시장 환경 등에 따라 감정노동의 성격은 달라질 수 있다(Korczynski, 2009). 일반적으로 고용 관계가 불안정한 감정노동자는 고용 관계가 안정적인 노동자에 비해 감정노동 수행에 더 큰 어려움을 겪는다. 이러한 점을 고려했을 때 비교적 감정노동자 보호제도가 잘 갖춰져 있고, 고용 안정성이 높은 공공의 영역보다 보호제도가 취약하고 고용 안정성이 낮은 민간영역에서 감정노동자들이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신경아, 2017). 본 연구의 대상인 사례관리노동자의 노동은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모두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이들의 감정노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을 특징과 차이를 비교한 선행연구들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에서의 사회복지노동자를 비교하는 기존 연구는 주로 조직 몰입, 업무 및 직무 만족도 등에 관심을 기울인다(김상욱, 2002; 신현자, 2003; 엄기욱, 박인아, 2007; 장윤정, 강영걸, 2010). 이들 연구에서는 공통적으로 민간부문 사회복지노동자가 공공부문 보다 조직 몰입, 업무 및 직무 만족도가 높게 나타난다(김상욱, 2002; 신현자, 2003; 엄기욱 외, 2007; 장윤정 외, 2010). 공공부문의 높은 고용 안정성에도 불구하고 사회복지노동의 특수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공공부문 사회복지노동자들의 과중한 업무 부담과 경직된 관료제 문화에서 발생하는 낮은 자율성은 이들의 조직 몰입과 업무 및 직무만족도를 낮추는 주원으로 지적된다(김상욱, 2002; 신현자, 2003; 장윤정 외, 2010). 정해진 범위 내에서 사회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클라이언트를 관리하는 민간부문과 달리, 공공부문은 사회복지 서비스 제공, 클라이언트 외 다양한 민원을 접수하고 처리해야 하며(신현자, 2003), 공공부문 내 경직된 관료제 조직은 사회복지노동자들의 자율성을 저해하며(김상욱, 2002), 이는 전문적 기술 및 지식 활용을 통한 직무 번영감을 느끼기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공공부문 내 조직 몰입과 직무 만족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업무 수행에 따른 내적 보상체계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김상욱, 2002). 공공부문과 비교할 때, 민간부문에서는 고용안정성과 직업몰입도와 조직몰입도의 관련성이 더 높게 나타나며, 이직의사 또한 더 높게 나타났다는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김상욱, 2002, 엄기욱 외, 2007).
본 연구는 사례관리 노동자들의 감정노동의 문제를 “노동”의 관점에서 출발하여 접근하는 것을 통해 이들이 수행하는 감정노동의 성격을 분석하고, 과도한 감정노동이 발생하는 원인구조로서의 노동환경을 조직 내 위계 및 고용형태, 임금 및 복지의 수준 등을 통해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그리고 과도한 감정노동으로 인한 피해 발생 시 노동자들이 선택하는 대응 방식을 구조적 맥락과 연결하여 분석해 보고자 한다.
3. 연구대상 및 방법
본 연구는 대전시 공공부문 보건복지분야 사례관리 노동자 24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 수집된 자료를 토대로 노동환경의 객관적 성격을 파악해보고, 사례관리 노동자들의 노동(혹은 감정노동)의 성격을 분석하기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하고자 한다. 그리고 FGI를 통해 양적자료를 통해 얻기 어려운 보다 세밀하고 구체적인 현장의 노동과정 및 사례관리 대상자와의 상호작용, 그리고 조직 내 위계구조의 작동방식 등에 대한 정보를 수집, 분석하고자 한다.
본 연구는 양적자료와 질적자료를 상호보완적으로 적절히 사용하여 앞서의 연구에서 간과되어온 사례관리 노동과정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을 기반으로 사례관리 노동자들의 감정노동에 대한 사회학적인 접근을 시도하는 것을 통해 기존 연구들을 보완하고자 한다.
먼저 설문조사의 대상인 대전시 공공부문 사례관리 노동자 248명의 직종별 구성은 다음과 같다.
설문에 참여한 공공부문 사례관리 노동자 248명 중 85.1%가 여성이고 14.9%가 남성으로 여성의 비율이 약 5.7배 높았다. 이는 보건복지부문 노동자의 다수가 여성이라는 특징이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응답자의 약 93%가 사회복지사 또는 간호사 자격을 가지고 있었고, 이외 아동복지사, 보육교사, 정신건강상담사 자격증 등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는 사례관리노동자 대부분이 자신의 업무상 필요한 전문적 지식과 자격을 갖춘 전문가임을 보여준다. 평균 연령은 39.25세였으며, 30대가 34.7%, 40대가 30.7%로 다수를 이뤘고 20대가 18.1%, 50대 이상이 16.5%로 나타났다.
<표 1>에서 살펴보았듯이 대전시에서 공공부문 사례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사례관리 노동자들의 직종은 사례관리의 대상에 따라 8가지로 나뉘어진다. 연구진은 설문조사의 결과들을 바탕으로 하여 사례관리노동자들의 노동환경과 감정노동의 현황에 대해 좀 더 심층적인 분석을 진행하기 위해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는 공무원 또는 공무직 통합사례관리 노동자(약 235명 중 101명), 방문간호사, 그리고 정신건강사례관리사들을 대상으로 FGI를 수행하였다. 통합사례관리사와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은 유사한 성격의 업무를 담당하는 것으로 보이나 고용형태에 따른 처우의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비교가 필요하다고 판단되었고, 방문간호사는 전원 공무직 노동자로서 다른 사례관리 직종에 비해 근속기간이 길다는 특징 이외에도 코로나19 이후 업무가 폭증한 대표적인 사례관리 노동자라는 점에서 설문조사로만은 파악할 수 없는 노동과정 상의 특징이 있을 것으로 기대되어 선택하였다. 정신건강사례관리 노동자는 반복적으로 위탁기관과 수탁기관 간 계약을 체결하는 구조 내에 있어서 타 직종에 비해 고용이 불안정하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역시 코로나 19 발생 이후 상대적으로 상담 건수가 폭증한 분야라는 점에서 집단면접의 대상으로 선정하였다.
FGI는 사례관리 업무의 특성을 고려하여, 직종 및 고용형태 별로 그룹을 형성하여 진행하였다. 총 7회에 걸쳐 설문조사에서 구체적으로 분석하기 어려운 노동과정, 근로환경 만족도, 동료 및 상사와의 관계, 감정노동 경험, 폭언·폭행·성희롱 사례, 코로나19 전후 노동과정 변화, 현장에서 필요한 정책요구 등에 대한 질문들을 중심으로 대상자들의 의견을 자유롭게 청취하고, 각 직종별 차이와 직종간 공통점, 그리고 고용형태별 차이 등에 초점을 맞추어 내용을 분석하였다. FGI에서 다루어지지 않았던 노동조합 활동 관련 사항이나 그 밖의 정책적 요구사항 등에 대한 노동자들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FGI 참석자 중, 통합사례관리사 A와 정신건강사례관리사 A는 각각 1시간 정도 심층면접을 진행하였다.
4. 대전시 공공부문 사례관리노동자의 노동환경 및 노동경험
1) 사례관리노동자의 일반적 노동조건
대전시 공공부문 사례관리 노동자는 동 행정복지센터 소속 사례관리 노동자가 41.9%, 구청 소속이 24.2%, 정신건강복지센터 소속이 21.0%로 구성되어 있다. 고용형태별로는 정규직 공무원이 41.1%, 공무직(무기계약직)이 38.7%, 계약직 20.1% 순으로 나타났는데, 이중 남성 사례관리 노동자는 67.6%가 정규직 공무원인데 반해 여성 사례관리 노동자의 경우 정규직공무원이 36.5%로 나타나 고용형태에 있어 성별 격차가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공공부문 사례관리 노동자의 1일 평균 근로시간은 7.96 시간이고, 1주일 평균 출근 일수는 5.04일이다. 이는 공공부문의 특성상 근로시간이나 출근 일수 등은 법정 근로시간 및 근로 일수를 준수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업무 특성상 긴급상황 발생 시 주말 근무 및 야근이 잦고, 이에 대한 충분한 보상은 이뤄지고 있지 않은 실정이라는 것이 인터뷰 결과로 드러났다. 공공부문 사례관리사의 휴식 시간은 30분 정도로 규정되어 있지만, “별도의 휴식시간이 없다”고 응답한 비율이 42.9%로 나타난다는 점에서 근무지에 적절한 휴식 공간이 없거나, 또는 노동자들이 사례관리대상자 자택에서 연속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 휴식 시간을 가지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음을 알 수 있다. 연차유급휴가를 제한이나 제약 없이 사용할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83.9%로 매우 높았지만, FGI에서 본인이 연차를 사용하면 옆에 있는 동료의 업무가 가중되고, 사례관리 업무 특성상 위급 상황에 놓인 사례관리대상자가 많아서 실제 연차 사용 시에는 눈치를 봐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는 점에서 제도의 존재와 제도의 이용 가능 여부 간에는 큰 차이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공공부문 사례관리 노동자의 노동조합 가입률은 71.0%로 대다수가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고용형태별로 살펴보면, 정규직 공무원의 가입률은 90.2%, 공무직은 86.5%, 계약직은 2%로 나타나 격차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례관리노동자의 공제 전 월 급여는 약 254만 원이며, 200만 원 이상~250만 원 미만을 받는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이 41.5%로 가장 높았다. 다만, 실제 ‘임금 수준의 적절성’을 물어본 결과 64.5%가 현재의 임금 수준이 적절하지 않다고 응답하였다는 점에서 다수의 사례관리노동자는 본인의 업무량에 비해 임금의 수준이 적절하지 않다고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임금 수준에 대한 불만족은 과도한 업무량, 고용형태에 따른 수당 지급의 차이 등에서 기인하고 있었다.
2) 사례관리 노동자의 고용형태와 차별
사례관리노동자는 고용형태에 따라 노동과정 상에서 다양한 차별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인 차별의 양상을 살펴보기 위해 통합사례관리사, 방문간호사, 정신건강사례관리사 별로 고용형태를 살펴보고 그로부터 파생되는 노동과정의 특성 및 차별의 양상을 살펴보고자 한다.
통합사례관리 노동자의 고용형태는 사회복지공무원과 공무직으로 분류할 수 있다. 고용지위에 따라 사례관리업무가 구분되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소속기관은 차이를 보인다.3) 사회복지공무원은 대부분 행정복지센터에서 근무하고 공무직은 구청에 근무하거나 구청 소속이지만 행정복지센터로 파견가는 형태로 근무하고 있다. 공무직 통합사례관리 노동자 선발은 ‘간호사 또는 사회복지사 또는 정신건강사례관리사 자격증을 소지하고 2년 이상의 관련 경력 필수’라는 기준에 따라 이루어진다. 현재 대전광역시 공공부문 내 공무직 통합사례관리사는 약 22명이고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은 92명이다. 기관 소속에 따라 통합사례관리 업무에서 차이가 나타나는데, 행정복지센터의 통합사례관리 노동자는 초기 상담 및 일반 사례를 주로 담당하고 구청 소속 노동자들은 고난도 사례를 담당하고 있었다. 통합사례관리 노동자는 1년에 약 20개 사례(가구)를 관리하는데 방문 및 관리 주기와 횟수는 사례별 위기도에 따라 다르다.
정규직 공무원과 공무직이 수행하는 통합사례관리 업무가 유사함에도 불구하고, 고용형태의 차이는 처우에 있어서 차이를 발생시킨다. 대전시 유성구 공무직 통합사례관리 노동자의 경우는 전문직위가 인정되지 않아 『대전광역시 유성구 공무직 등 관리규정』 제4조(직종의 구분)에 의거하여 행정보조원(국비보조사업에 종사하는 인력)으로 분류되고 있어, 공무원과는 달리 출장여비, 시간외 수당, 정근수당, 자격수당, 위험수당, 성과상여금 등의 지급에서 배제되어 있다(대전공무직노조 내부자료, 2021). 구체적인 임금 및 수당 체계는 기초 지자체별로 차이를 보이는데, 2021년 5월 현재 보건복지부 지역복지과 소속 공무직 통합사례관리사가 전문직으로 분류된 지자체는 98개소로 단지 43.2%에 해당한다(전국공공노동조합 연맹 대전공무직노조, 2021). 이처럼 공무직 통합사례관리 노동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함에도 불구하고 공무원보다 낮은, 별도의 직급으로 분류되어 상대적으로 열악한 임금 및 수당을 지급받고 있었고 승진체계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실정이다.
방문간호사는 보건소에 근무하며 건강관리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직접 가정 등을 방문하여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공무직 노동자이다(2021년 지역사회 통합건강증진사업 안내, 보건복지부). 방문간호사들이 소속된 팀은 공무원인 팀장과 방문간호사들로 이루어져 있다. 관리자인 팀장은 공무원이므로 주기적으로 순환 근무를 하는 반면에 방문간호사의 경우는 구 보건소에서 근무하며 3년 마다 업무가 변경된다(치매센터, 금연상담, 모자보건 등). 통합사례관리노동자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상급 관리자인 공무원이 방문간호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경우 업무의 효율이 저하되고 조직 내 갈등이 유발된다. 간호업무가 전문적인 업무임에도 불구하고 조직 내에서 저평가 받는 경향이 있다고 느끼며, 타 사례관리 업무보다 긴 경력을 가진 방문간호사들이 다수이므로 조직에 대한 불만이 큰 상황이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방문 간호 업무 외에 선별진료소 및 코로나 백신 접종 관련 업무가 추가되어 업무량이 폭증하였고, 감염 위험 속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공무원들과는 달리 위험수당등과 같은 적절한 보상 및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을 더욱 심하게 경험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정신건강사례관리사는 시 또는 구의 정신건강복지센터 소속 사례관리 노동자로 수탁기관의 정규직 또는 계약직 노동자이다.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수행하는 정신건강사업에서 사례관리는 지역사회 내에서 정신질환자들이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다학제로 구성된 팀(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정신건강전문요원, 간호사, 사회복지사, 임삼심리사 등)이 대상자 욕구에 따라 사례관리서비스 계획을 수립하고 계획에 맞게 제공하는 서비스를 의미한다. 따라서 이들은 정신건강전문요원(정신건강임상심리사, 정신건강간호사, 정신건강사회복지사)이나 사회복지사, 간호사, 또는 임상심리사 등의 자격을 가지고 있다.
현재 대전시 및 구별 자치단체 소속의 50명의 정신건강사례관리노동자들의 고용형태를 살펴보면, 23.1%(12명)가 수탁기관의 정규직이고 63%(38명)가 계약직이며, 이 중 82%(41명)는 여성, 18%(9명)는 남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들의 고용조건은 타 직종에 비해 더욱 열악하다. 대전광역시와 각 구의 정신건강복지센터는 일반적으로 <운영주체-사업수탁-사업주관-사업실행> 기관으로 분류되어 있는데,4) 3년마다 위·수탁 계약을 체결하므로 ‘정규직’ 노동자의 경우도 고용이 불안정하다. 예산은 각 센터의 재량으로 분배·운용하는데, 배정받는 사업비 안에서 인건비를 충당해야 하기때문에 실무를 담당하는 노동자들의 임금이 상승하면 상대적으로 사업비가 부족해지는 구조이다. 따라서 인력충원이 어렵고, 임금상승도 요원하다.
구단위 정신건강복지센터는 팀별로 일반적으로 중증정신건강질환관리사업, 정신건강증진사업,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조성사업, 아동청소년정신건강증진사업을 수행하는데, 가정 방문 또는 응급 출동 업무가 많고 정신질환을 가진 대상자들을 상대하는 과정에서 폭언, 폭력, 협박, 성희롱, 성추행 등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 최근 들어서는 일반인 대상 정신건강 전화상담과 코로나19 감염자 대상 심리지원 전화상담까지 수행하고 있어서 육체적, 정신적으로 업무 강도가 증가하고 있다.
사례관리노동자들의 불안정한 고용형태는 이들의 업무관련 전문성까지도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고용기관(대전시)으로부터 고용지위상 ‘단순노무원’으로 분류되어지는 사례관리사들은 공통적으로 자신들이 전문적 노동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받고 있지 못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경직된 조직문화와 공무원과의 위계적 질서 속에서 업무의 자율성을 보장받지 못하고 상급자와 갈등이 지속된다고 주장한다(통합사례관리사 I). 또한 조직 외부에서의 사례관리노동자에 대한 낮은 사회적 인식은 이들의 전문성을 깎아내림으로서 감정을 상하게 한다. 사례관리대상자가 공무원은 ‘주무관’ 또는 ‘선생님’으로 부르지만, 사례관리사는 ‘여사님’과 같은 호칭으로 부르는 것에서 이들은 자신들의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호칭문제가 있습니다. 저희는 간호사 면허증을 소지하고 있는 사례관리사입니다. 사례관리대상자가 공무원에게는 깍듯이 ‘주무관’, ‘선생님’이라고 호칭을 하지만, 저희에게는 ‘여사님’이라는 호칭을 씁니다. ‘여사님’이라는 호칭은 전문성이 떨어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설문조사 자유의견 - 방문간호사)
이처럼 사례관리노동자는 사회복지실천의 전문가로서 본인의 직업이나 업무에 대해 높은 자긍심과 보람을 느끼고 있지만, 실제 현장이나 법적 지위에서는 이들의 전문가 지위가 인정받지 못함으로 인해 감정적 손상을 경험하게 되기도 한다. 결국 과도한 업무와 열악한 처우, 낮은 사회적 인식은 많은 사례관리노동자가 현장을 떠나는 주원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3) 사례관리 노동자의 노동과정과 노동환경
본 연구 대상인 통합사례관리사, 방문간호사, 정신건강사례관리사 모두 전문적인 자격증을 가진 지역사회 복지실천영역의 전문가로서 지역사회 내 도움이 필요한 위기가구에게 사회복지노동을 수행한다. 하지만 사회복지노동 특성상 실제 노동과정에서 전문가 역할과 노동자로서의 인권 보호가 충돌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사례관리노동자는 기관과 사례관리대상자의 자택 모두에서 높은 수준의 감정노동이 요구됨에도 노동자의 인권 보호보다는 전문가로서의 서비스 제공이 우선시 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장애인, 한부모 가족, 자살 고위험군, 노인 등의 위기가구 특성상 사회복지서비스가 적시에 제공되지 않을 경우, 큰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전문가 정체성과 노동자 정체성이 주로 노동과정과 관련되어 있다면,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특징은 사례관리노동자의 노동환경과 관련 있다. 공공부문 사례관리노동자는 공공부문에 종사하기 때문에, 본인의 정해진 업무 외 민원 처리 및 다양한 업무를 처리해야 하고, 경직된 조직문화로 인해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공공부문 사례관리 노동자는 공무원, 공무직, 계약직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어서 비슷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음에도 고용형태나 근로 조건 등에서 차이가 존재하며, 위계구조의 하층에 위치한 사례관리노동자들의 업무강도 및 감정노동상의 피해를 심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대전시 사례관리노동자들의 이직의사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 설문조사 결과는 이러한 요인들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직장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는 질문에 대해 24.6%의 응답자가 그렇다고 응답하였는데, 이는 『2020 사회복지사 통계연감』에서 사회복지사의 이직 의사가 10.9%로 조사된 것과 비교 했을 때 약 2배 높은 수치이다. 따라서 사례관리노동자의 노동과정과 노동환경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공공부문으로서의 특징과 함께, 무기계약직 혹은 계약직이라는 고용형태와 관련된 특징(민간 부문에서 주로 관찰되는)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처럼 사례관리노동자의 노동환경은 공공부문의 특징과 민간부문의 특징이 혼재되어 나타나며, 이러한 이질적인 특성의 중첩은 사례관리노동자의 노동환경을 악화시키는 주원인 중 하나이다.
통합사례관리사의 주요 업무는 ① 지원대상자에 대한 상담·지도 및 사회보장에 대한 욕구조사, ② 서비스 제공 계획의 수립과 그에 따른 사회보장급여 및 서비스의 연계, ③ 보장기관과 민간 법인·단체·시설 등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관리·점검, ④ (구청 소속 사례관리노동자의 경우) 읍·면·동에서 의뢰된 고난도 사례(긴급·위기가구 포함) 수행 및 읍·면·동 통합사례관리 모니터링 및 지원이다. 그 밖에 보건복지상담센터(129)와 시·군·구 희망복지지원단 내 통합사례관리사 간 상담 전화·데이터 이관을 통한 종합 상담 및 서비스를 연계하고, 대상자를 모니터링하는 이관콜 업무 등도 수행한다. 통합사례관리 중점 대상은 기초생활수급자 중 신규 수급자, 기초수급 탈락자 등 탈빈곤·자활 지원 가능 가구와 청중장년 1인가구, 돌봄위기 가구, 저소득 한부모 및 청소년 한부모 가구, 자살 고위험군 등의 차상위 빈곤가구, 위기가구이다. 각 사례관리 노동자는 1년에 약 20개 사례(가구)를 관리하는데 방문 주기와 횟수는 위기도에 따라 다르다. 통합사례관리사업의 전체 업무 절차 10단계로 <그림 1>과 같다.
「2021년 희망복지지원단 업무안내」에 따르면 사회복지공무원과 통합사례관리사는 주사례관리사로서 실무를 수행하게 된다. 이들 간의 업무 구분은 되어있지 않으나 사회복지공무원은 민원 또는 행정업무사 함께 부여되므로, 통합사례관리사가 주로 구청 또는 동행정복지센터의 사례관리업무를 전담하며 보다 많은 사례관리가구를 배분받거나 고난도 사례를 담당하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유성구 통합사례관리사는 4명으로 11개 동을 관리하고 있는데, 그 중 심층면접대상자였던 사례관리노동자I의 현재 사례관리대상자수는 27가구로 매뉴얼 상의 기준인 20가구보다 많았다.
복지공무원과 공무직 사례관리사는 업무상 권한이나 주관적으로 느끼는 사례관리 대상자에 대한 책임의 범위에 있어서도 차이를 보였다. 사회복지공무원은 사례관리 대상자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면서도 폭언 및 성희롱을 일삼는 대상자에 대한 대처나 처벌에 대해서 강력히 주장하였고 동행방식의 개선이나 인력충원 등 노동환경 개선방안을 다양하게 제시하였다(사회복지공무원A). 예를 들어, 방문 도우미(자원봉사자)와 동행하여 사례관리대상자를 방문하는 사회복지 공무원은 위험하므로 반드시 동행방문 한다는 인식을 보인 반면, 인력 부족으로 인해 권고사항(2인 1조)과는 달리 1인 방문을 했던 공무직 사례관리사는 상황에 따를 수밖에 없는 현실을 “융통성”으로 표현하였다.
“혼자 할 때 위험한 경우가 있어서 그 다음부터는 꼭 도우미 선생님과 같이 하고 있어요. 혼자가면 위험해요. 동료가 안 좋은 일을 당했다고 들었기 때문에 혼자는 가급적 거의 안가요. 가더라도 문 앞에서 집안을 들어가진 않아요.” (사회복지공무원 A)
“저희 같은 경우는 이제 경력도 있고 요령도 있고 하니까 내부에서 2인 1조로는 못 가요. (중략) 통합사례관리사끼리 2인 1조로 가다가는 일을 할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그냥 융통성 있게 가는 거죠.” (통합사례관리사 I)
주기적으로 업무 순환하는 사회복지공무원과는 다르게 동일한 지역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공무직 사례관리사는 책임감과 부담감을 보다 크게 느끼고 있었다. 업무의 특성상 근무시간 외 업무를 처리해야 할 경우가 많고 업무의 범위나 문제 해결 방식이 ‘정형화’되어 있지 않아 사례마다 다르기 때문에 답답함을 느꼈다. 지역에서 오랫동안 사회복지사로 일해온 사례관리사들은 사회복지사 네트워킹을 활용하여 문제들을 해결하고 있었으며, 이러한 자신들의 고민이나 고충을 공무원들로부터는 이해받지 못한다고 여겼다.
“너무 답답하니까 그냥 집도 가까웠거든 제가 ○○(아파트)에 사는데 구청 가까우니까 그냥 주말에도 나와서 일을 하고 이렇게 하는데 (중략) 이분들(공무원)은 또 우리의 고민을 잘 이해를 못하니까 ‘뭘 그렇게 열심히 일하나’ 이런 분위기가 좀 있어요.” (통합사례관리사 I)
선발 시 전문자격과 일정 기간의 실무경력이 요구되는 통합사례관리사는 업무의 전문성에도 불구하고 조직 내에서는 ‘전문가’가 아닌 단순한 ‘행정보조원’의 대우를 받는 경우가 많다. 실제 FGI 결과 대부분 통합사례관리자가 조직으로부터 전문성에 대한 인정을 받지 못한다고 느꼈고, 사회복지공무원과는 달리 직급 상승체계나 자격수당, 위험 수당 등 인센티브가 없어 불합리함을 호소했다. 게다가 공무직 사례관리노동자 간에도 경력에 따라서 각자의 역할과 능력에 차이를 보이지만, 직급의 차이가 없다 보니 업무 분배나 업무처리가 비효율적인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었다.
“채용이 되고 몇 년이 지나도 저희의 직급이 달라지거나 인센티브를 주거나 하는 경우는 없어요. 채용을 할 때에는 전문가 집단이라고 말하면서 막상 고용되고 나서는 대우를 해주지 않죠.” (통합사례관리사 B)
그리고 공무직 사례관리자는 사례관리대상자 케어 실적으로 업무를 평가받아 실적에 대한 부담이 컸으며, 실적평가를 받는 체계에 대해서도 다양한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예를 들면, 실제 현장에서 사례관리대상자를 관리할 때 가족까지 돌봐야하기 때문에 업무가 가중되지만, 실적에는 포함되지 않고, 본격적인 복지서비스의 지원을 시작하기까지 일정 기간이 소요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준비 과정 역시 실적으로 인정되지 않아 실적산정이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그 외에 휴가나 복지제도, 직장 내 관계에서도 통합사례관리자는 여러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었다. 먼저 유급휴가는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동행정복지센터에 1~2명의 사례관리노동자만 배치되어있어서 본인이 휴가를 사용하면 다른 동료의 업무가 가중되어 실제 연차휴가 사용에는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코로나19 이후에는 백신접신접종 지원 업무와 같이 조직 전체가 긴급한 업무에 투입되는 경우가 잦아 연차 사용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지원제도로 심리치료 프로그램이 제공되고 있지만 심리상담을 이용할 때 공가가 아닌 본인의 연가를 사용하여 심리상담을 받아야 하고, 상담을 받는 동안 업무 공백이 발생하여 이용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았다. 게다가 “모두가 다 겪는 일인데, 유난 떤다(통합사례관리사 G)”거나 사례관리사가 정신건강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은 ‘미친 짓’이라는 인식들로 인해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심리상담 서비스를 받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심리상담을 하는 모습도 자연스러운 모습이였으면 좋겠어요. 제가 예전 심리상담을 받을 때 주변 직원들은 “미친거 아냐?”라는 등의 낙인찍어서 보는 모습들도 있었거든요. 실제 제 직원 동료 한명이 너무 힘들어해서 심리상담을 받아보라고 했는데, 이 친구가 고민을 엄청했어요. 낙인 때문에...” (사회복지공무원 A)
직장 내 관계의 경우 사회복지 공무원은 동료 간 업무가 유사하고 피해사례나 업무에서의 고민이 유사하므로 동료 간에 의지하고 공감하며 좋은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다. 공무직 사례관리사는 같은 공무직 간에는 지지체계가 형성되어 있었으나, 사회복지 공무원과는 갈등 관계가 형성되는 경우가 많았다. 사회복지 공무원과 공무직 사이의 위계적인 관계로 인해 경력과 관계없이 공무원들이 공무직을 하대하는 경우가 있었으며, 이로 인해 공무직 사례관리사들이 박탈감과 소외감을 경험하기도 한다. 또한 순환보직제로 인해 현장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행정공무원이 상사(팀장)로 오는 경우에는 업무 비효율과 조직 내 소통 단절이 나타났으며, 오히려 상사에게 업무를 설명해주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여 사례관리노동자의 업무 부담이 가중되는 경우도 빈번하게 나타났다. 또한 공무직의 경우 급여 관리를 복지부서 내 동료 공무원이 담당하고 있어 급여 및 개인정보가 동료들에게 공개되는 것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다.
“공무원 조직은 상하 관계가 엄격하다 보니, 아무래도 그렇죠. 제가 아무리 10년 넘게 업무를 하고 있어도, 윗분들은 ‘그래도 넌 공무직’ 이렇게 생각하시죠.” (통합사례관리사 A)
“저희에게 “와 공무직들 돈 엄청 받네?” 이렇게 말씀하시고 저희 입장에서는 저희 돈을 당연히 받는 것임에도 마음이 불편하죠.” (통합사례관리사 B)
“대상자와 생기는 트라우마나 사건은 일을 하면서 굳은살이 베서 이제는 버틸만 해요. 그런데 오히려 조직 내에서 저희에 대한 업무 이해도가 부족할 때 제일 스트레스가 심해요.” (통합사례관리사 H)
방문간호사의 주된 업무는 수급자 독거노인, 장애인, 정신질환, 알콜 중독 등의 취약계층 가정을 방문해서 건강을 체크하고, 만성 질환자에게 약 등을 지급하여 대상자들이 규칙적인 일상생활이나 운동을 할 수 있도록 상담하고 독려하는 것이다. 방문간호사의 주요 대상은 사회·문화·경제적 건강취약계층(건강위험군, 질환군)과 65세 이상 독거노인 가구, 75세 이상 노인부부 가구이다. 업무는 방문간호사 1인이 3~4개동을 담당하는 담당제로 운영되며, 1년 300~400명의 사례대상자를 방문 관리한다. 하루 평균 7~8명을 방문하고, 사례대상자 당 두 달에 한 번 방문 관리한다. 전체 사례관리사 중 방문간호사가 사례대상자 수와 가정 방문 횟수가 가장 많다.
방문간호사는 주 업무가 사례대상자의 자택에서 이뤄지고 있어, 사례대상자와 사례대상자 가족의 물리적 폭력, 욕설, 성희롱 등의 위험에 쉽게 노출되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위험에도 불구하고, 인력 부족으로 인해 방문간호사 대부분은 1인이 가정 방문을 수행하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방문간호사 또한 실적으로 업무를 평가 받고 있어 실적에 대한 부담을 많이 느끼고 있다. 방문간호사의 연 평균 관리 인원은 300~400명으로 가장 많지만, 이와 별도로 약 80명 정도의 신규 발굴 목표가 있어 업무 부담이 매우 심하고, 제한된 인원으로 다수의 사례대상자를 관리하다 보니 질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방문간호사 A).
코로나19 이후 선별진료소 지원 업무가 추가되어 업무가 폭증하여 이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 방문간호사들이 교대로 배치되어 기존에 7-8명이 담당했던 방문간호 업무를 현재는 3명이 감당하고 있다. 선별진료소 업무 외에 민원 전화 대응 업무도 추가되어, 일주일에 2회 정도만 방문 진료가 가능해 한 번 방문 시 2-3일 치 업무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기도 하다. 또한 코로나19 선별진료소 업무의 강도가 매우 높아 신체적, 심리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었다. 일례로 여름에 방호복을 입고 일하던 방문간호사가 쓰러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우리 공무직 간호사들이 선별진료소 초기에 호흡곤란으로 쓰러질 때도 보건소장은 정신력으로 일하라고 했어요. TV보면 의료인들 모두 그렇게 일하고 있다고. 아니, 우리가 현실에서 그렇게 대우받고 일하는 신분도 아니잖아요. 그런 현실에 너무 화가 나는 거죠. 우리는 참고 참으면서 일하는 건데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은 우리가 그렇게 하는 걸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어요.” (방문간호사 A)
이 같은 업무 부담에도 불구하고 방문간호사에 대한 충분한 보상 및 복지는 제공되지 못하고 있다. 유급 휴가의 경우 통합사례관리사와 마찬가지로 사용은 할 수 있지만, 업무 공백으로 인한 동료 업무 가중이 염려되어 자유롭게 사용하기 어렵다.
코로나19 이전까지는 단순 노무원에 준하는 대우를 받다가, 코로나19 이후에는 의료전문가로 여겨지며 사례대상자 관리 외 별도의 업무가 추가되는 등 업무량이 폭증했지만, 이에 대한 적절한 보상은 이뤄지고 있지 않다고 한다. 오히려 현장에서는 공무원이나 다른 의료진과의 차별적인 대우를 경험함으로 인해서 정서적 소진이 더욱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는 양상이다.
“올해 들어서 공무원들은 선별진료수당, 코로나위험수당 같은 게 생긴다는데 우리는 선별진료소나 백신접종 준비부터 진료, 접종, 뒷정리까지 다 하면서 수당에서는 딱 제외되잖아요. 정말 억울해. 필요하면 간호사라고 전문가 대우하는 것처럼 하고 사명감 같은 소리만 하면서... (중략) 간호사 면허가 있으니까 하라는 거지. 그러면 자격(면허)수당이라도 주던가. 그런 것도 없어요. 왜 필요할 때만 의료인이라고 희생을 요구하냐구요.” (방문간호사 B)
방문간호사의 직장 내 상사 및 동료와의 관계는 공무직 통합사례관리사와 유사하게 형성되었다. 업무로 힘든 일이 있을 때는 동료들끼리 위로하며 해소했다. 방문간호사는 업무 순환이 있지만, 같은 보건소에서 계속 근무하기 때문에 동료 간 유대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그리고 경력 및 근속기간이 다른 사례관리 노동자에 비해 길어 동료끼리 서로 이해하고 지지하는 관계가 형성되어 있다. 반면, 팀 내에서 팀장만 정규직 공무원으로 현장 경험이 없어 방문간호사들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해 갈등이 발생했다. 특히 방문간호 업무가 전문적인 업무임에도 상사의 업무 이해도가 낮아 업무가 저평가되는 경우가 잦아, 이에 대한 불만이 매우 큰 상황이다.
“작년 코로나상황에서 업무외의 지시가 너무 많이 와서 “그럼 직접 방문은 언제 합니까?”라고 물었더니 팀장님 말씀이 약만 던지고 오래요. 난 그 말에 너무 충격 받았어요. “우리 약 배달하는 사람 아닙니다. 팀장님, 어떻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라고 따졌죠. 어떻게 필요하면 전문가, 고급인력이라고 부려먹으면서 우리 고유 업무를 그렇게 하찮게 취급할 수가 있는 건지 정말 화가 나더라구요. 우리를 진짜 파스나 주고, 영양제나 주고 오는 사람들로 생각하는 거예요. 진짜 고급인력이라고 생각하면 왜 약 배달이나 시키는 거죠? 잘못된 거 아닌가요?” (방문간호사 A)
정신건강사례관리사는 지역사회 내 정신질환자들이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대상자 욕구에 따라 개인의 사례관리서비스 계획을 수립하고 계획에 맞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정신건강사례관리사는 정신질환자, 알콜 중독자, 자살고위험군 등을 주요 대상으로 삼는다. 정신건강사례관리사는 업무 특성상 정신질환자 및 자살 고위험군의 사례대상자에게 지속적인 상담 및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전화상담(정신건강증진)의 비율이 높은 편이다. 다만, 불특정 다수에게서 전화를 받다 보니, 성희롱 발언이나 욕설이 심각하고, 자살한다고 의사를 밝힌 경우 심각한 폭언과 성희롱 발언에도 먼저 전화를 끊을 수 없어 성희롱이나 폭언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일반상담의 경우 아무래도 익명이잖아요. 그래서 성희롱 발언도 있었고 욕설도 심하시죠. 그런데 이런 분들은 자신들의 자살을 보험 삼아 말하기 때문에 저희는 그분들을 자극시키거나 전화를 끊을 수가 없는 것이죠. 그냥 가끔은 제가 욕받이가 되는? 감정쓰레기통이 된 기분? 그런 생각이 들 때가 가끔 있습니다. 성희롱의 수준은 전화로 대상자분이 자위행위를 하면서 소리를 들려주거나 노골적으로 여성 직원만 통화하겠다고 고집부리시고 하는 대상자가 있었어요.” (정신건강사례관리사 A)
행정입원의 경우 행정입원 허가 권한은 경찰과 보건소가 있음에도 문제 발생 시 그 책임이 정신건강사례관리사에게 전가되는 경우가 많고, 행정입원이 되었다 하더라도 사례대상자 또는 그 가족에게 폭언이나 협박, 자해 위협 등을 받는 경우가 잦다.
“‘도대체 이 상황이 될 때까지 너희는 무엇을 했냐. 너희의 역할은 무엇이냐.’ (중략) 저희 역할을 이해 못하는거죠. 사실 아무리 응급이라 해도 저희가 대상자분들을 입원 시킬 수 있는 권한은 없어요. 오히려 경찰이나 보건소 측에서 허가가 있어야 가능한 부분인데도 책임은 저희한테 넘기시려고 한 것이죠.” (정신건강사례관리사 B)
코로나19 이후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우울감을 호소하는 일반인과 자가격리자를 관리 상담하는 코로나심리지원 업무가 추가되어 업무 부담이 더욱 증가하였다. 이러한 업무 부담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인력은 충원되지 않아, 주 업무인 사례관리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정신건상사례관리사들은 상담 업무 이외에 자해·타해 가능성이 있는 정신질환자 또는 정신질환이 의심되는 일반인에 관한 신고가 들어오면 동행 출동의 의무가 있기 때문에 긴급상황 발생에 대비한 지속적인 근무 스케쥴로 인해 야간과 주말 근무도 잦은 편이다.
이러한 과도한 업무 부담에도 불구하고, 정신건강사례관리사의 노동환경은 다른 사례관리사들과 비교해도 매우 열악한 수준이다. 우선 정신건강복지센터가 3년마다 위·수탁 계약하는 방식으로 업무가 갱신되기 때문에 정규직이라고 해도 고용이 매우 불안정하며, 계약직 비율도 타 직종에 비해 높다. 계약직의 노동조합 가입률은 2%에 불과해, 문제가 발생해도 노동조합의 도움을 받기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그리고 3년마다 위·수탁 계약하기 때문에 센터마다 실적부담이 매우 커서, 과중한 업무에도 불만을 제기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코로나심리지원 업무가 추가되었음에도 위·수탁 계약이 걸려있어, 이를 거부하거나 인력 충원 등을 실질적으로 요구하기 어려운 구조하에 놓여있는 것이다. 또한 예산은 각 센터의 재량으로 분배·운용하는데 인건비가 상승하면 사업비가 감소하므로 노동자들의 경력이 높아짐에 따라 호봉이 상승하면 사업비 부족의 압박을 받게 되는 여건에 놓여있었다.
“저희 센터 같은 경우에는 다른 조직과 달리 사업비, 인건비를 나눠서 예산이 편성되는 것이 아니고 전체 비에서 저희가 임의로 나누는 형태거든요. 그러다보니 호봉이 올라서 급여가 오르면 저희 사업비가 감소하니까 눈치가 보이는 형태죠. 오죽하면 정규직으로 일을 하고 있음에도 예산의 문제로 해고된다는 이야기까지 있었는데 다행히 시에 요구를 해서 없던 일로 됐었죠.” (정신건강사례관리사 C)
야근과 주말근무가 빈번하지만, 별도의 수당은 지급되지 않으며, 응급출동 시에만 1.5배의 수당을 지급 받는다. 빈번한 출장과 응급 출동으로 인해 사실상 연차휴가 사용은 매우 어려운 환경이며, 별도의 여름 휴가는 제공되지 않는다. 그리고 다른 사례관리사들과 마찬가지로 정신사례관리사 또한 개개인이 과중한 업무를 부담하고 있어, 한 명이 연차를 사용하면 다른 사례관리사의 업무가 가중되어 동료들과 상의하여 휴가를 사용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연차 외 별도의 지원 제도는 전무한 상황이며, 문제 발생시 이를 체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매뉴얼도 제공되고 있지 않아, ‘재량껏’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센터에서 일을 하다보면 응급도 있고, 사업 같은 것을 해야 돼서 야근을 하거나 주말 출근을 해야 되는데 이런 부분에 규칙화 되어 있지 않아요. 팀장님의 경우는 자기가 알아서 나 쉬겠다고 말씀을 하시지만 저희의 경우에는 그러기가 힘들어서 일을 나오라고 하면 나가는 거죠. 수당도 없고 쉬는 날도 보장이 안되니까 아쉬운 부분은 있죠. 불합리한 부분이 있다고 봐요.” (정신건강사례관리사 B)
정신건강사례관리사의 상사 및 동료지지 체계는 다른 사례관리사와는 차이를 보인다. 통합사례관리사나 방문간호사는 상사(공무원)와의 위계적인 관계로 갈등이 발생하지만, 정신건강사례관리사는 상사와 원만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센터장이나 팀장 등이 지속적으로 같은 업무에 종사하고 있어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업무처리나 현장상황 등을 함께 공유하고 논의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직이 주로 계약직으로 고용된 젊은 여성 노동자로 구성되어 있어, 동료들 간의 상호작용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 같은 높은 수준의 동료 지지체계는 조직의 공식적인 보호체계가 부재한 상황에서 정신건강사례관리사의 스트레스를 감소시켜주는 유일한 수단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4) 사례관리 노동자의 감정노동 경험
설문조사 결과, 공공부문 사례관리 노동자가 감정노동을 주로 수행하는 장소는 업무가 이루어지는 주요 장소인 소속기관과 사례관리대상자 자택 양쪽 다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으며(73.4%), 감정적 불편함을 경험하는 장소 또한 소속기관과 사례관리대상자 자택 모두가 67.3%로 가장 많았다. 이는 사례관리사의 업무 특성상 소속기관 내에서는 전화상담, 민원 접수 등으로 사례관리대상자를 응대하고, 문제 발생 시에는 자택을 방문하기 때문에 업무가 수행되는 공간 모두에서 감정노동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감정노동 관련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사례관리대상자 자택 방문 시 주된 동행 방식은 2인 1조가 47.2%로 가장 많았고, 이어 필요에 따라 2인 1조 26.6%, 1인 26.2% 순으로 나타났다. 다만, 실제 사례관리대상자 자택에서 주된 업무가 수행되는 방문 간호사의 경우 69.6%가 홀로 방문하고 있어, 사례관리대상자의 물리적 폭력 및 성희롱, 욕설 등 각종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① 기관 내 감정노동과 사례관리대상자 자택 내 감정노동
사례관리의 업무 특성상 사례관리사는 근무 기관과 사례관리대상자 자택 모두에서 감정노동을 수행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감정적 불편함을 경험하고 있다. 설문조사에서는 ‘감정표출’과 ‘과부하와 갈등’ 두 가지 측면에서 감정노동 수준을 측정했다.
먼저 감정 표출의 경우 ‘부정적 감정표현 억제(97.2%)’, ‘솔직한 감정표출 자제(88.7%)’, ‘일상적 업무 수행시 감정 조절(97.2%)’ 등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5) 이는 사례관리사 대부분이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자신의 감정을 지우고 거짓된 자아를 만들어 감정을 관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FGI에서도 대다수의 사례관리사들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인식하고 본인의 감정표출을 억제하거나 조절하면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정표출의 억제 및 관리 외에도 사례관리사는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사례관리대상자의 공격성(91.9%)’과 ‘무리한 요구(81.0%)’ 등으로 과부하와 갈등을 경험했다. FGI에서도 본인의 업무와 상관없는 전화를 계속해서 받아야 하거나, 본인의 권한 밖의 일을 요구하는 사례관리대상자와 그 가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으며, 사례관리대상자가 물건을 집어 던지거나 욕설을 하는 등 높은 공격성을 보이는 경우도 잦았다. 결국 이러한 사례관리대상자의 높은 공격성과 무리한 요구는 사례관리사의 감정노동 강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감정표출과 과부하와 갈등 외에도 사례관리사는 사례대상자의 죽음으로 인해 큰 트라우마를 겪기도 했다. 사례관리사는 주로 취약계층 및 고 위험군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대상자의 죽음을 최초로 목격하는 경우가 많다. 사례대상자의 죽음을 목격한 사례관리사 대부분은 좌절감과 우울감, 죄책감을 경험했으며, 이는 심각한 수준의 감정손상과 영구적인 트라우마로 이어졌다.
“저는 가장 힘들었던 점은 제 사례대상자가 죽었을 때였어요. 마지막으로 그분을 본 것도 저였고, 시체를 확인한 것도 저였는데 그리고 (119의 지시대로 심폐소생술을 하느라) 신체를 만지고 나서 그런 트라우마 때문에 지금 2년이 지났음에도 밤에 잠을 잘 때 불을 켜고 자요. 그래서 그런 경우 때문에 삶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어요.” (사회복지공무원 A)
“자살시도나 자살을 하겠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물론 말로만 그러시고 행동으로까지 이어지지 않는 대상자분도 계시죠. 그런데 혹여나 행동으로 이어져서 정말 자살로 돌아가시게 되면 전에도 그렇고 저희가 느끼는 감정은 정말 혹독하거든요. 휴지가 책상에 가득히 쌓일 정도로 울어요. 감당하면서 일을 해야 되는데 쉽지 않아요. 심지어 작년에는 정신과 치료를 받을 정도로 트라우마가 심하게 남았었죠.” (통합사례관리사 G)
이처럼 사례관리노동자는 자신의 솔직한 감정표출을 억제하고, 감정을 관리함으로써 감정적 마비와 무감각의 상태를 경험하고 있었으며, 설문 조사에서도 ‘감정표출 제한과 감정관리로 인한 감정손상 경험(69.8%)’, ‘퇴근 이후 손상된 감정 상태 지속(75.0%)’, ‘몸이 피곤해도 관리된 감정으로 서비스 제공(84.7%)’ 등 모든 질문에서 감정부조화와 손상 경험이 높게 나타났다. 그리고 FGI에서도 많은 사례관리사가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하지 못할 때 감정이 손상된다고 인식했다. 특히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감정의 손상을 경험하지만 이를 제대로 표출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으며, 본인이 힘들더라도 언제나 감정을 관리하면서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현실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러한 감정부조화와 손상으로 인해 퇴근 후 감정이 회복되지 않고, 대부분 사례관리사가 업무시 힘들었던 감정이 그대로 남아 가족생활에까지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통합사례관리사 G, 통합사례관리사 I).
② 성희롱, 폭언 등 폭력 경험
설문조사 결과 직장에서 상사나 동료에게 신체적인 구타 및 성희롱을 당했다고 응답한 사람은 없었으며, 실제 FGI 결과에서도 직장 내 신체적 구타나 성희롱으로 인한 어려움을 토로하는 경우는 없었다. 다만, 모욕적인 비난이나 고함 욕설 또는 차별 대우 등에 대해서는 설문 조사와 FGI의 결과가 상이했다. 설문조사에서는 직장 상사나 동료에게 모욕적인 비난이나 욕설을 듣거나 차별대우를 받았다고 응답한 사람이 거의 없었으나, FGI에서는 상사와의 갈등으로 인한 어려움이 나타났다. 예를 들어 공무원과 공무직 간의 위계질서로 인해 나이 어린 공무원이 공무직을 하대하는 경우가 있었으며, 공무직의 급여를 공무원이 파악하고 있으므로 “공무직 돈 많이 받네”와 같은 무시하는 발언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통합사례관리사 B). 또한 사례관리 업무의 이해도가 낮은 상사로 인해 효율적인 업무처리가 어려웠으며, 심한 경우에는 상사가 사례관리사의 전문성을 폄하하기도 하였다(통합사례관리사 A, 통합사례관리사 H, 방문간호사 A).
직장과 달리 사례관리대상자 자택에서는 빈번하게 성희롱과 폭언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설문조사에서는 ‘물리적 폭력(0.8%)’, ‘모욕적인 비난이나 욕설(23.4%)’, ‘성희롱의 경험(2.0%)’이 비교적 낮게 타나났으나, FGI에서는 대부분의 참여자들이 물리적 폭력이나 모욕적인 비난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사례관리사가 가벼운 육체적/물리적 폭력이나 성추행 등을 경험했음에도 이를 사례관리대상자가 가한 ‘폭력’으로 인식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술만 드시면 내리 5일, 6일을 술을 드시다 보니 연락도 안돼서 저희가 2인 1조로 해서 방문을 했었거든요. 방문을 했는데 속옷차림만으로 계신거죠. 성희롱 농담도 막하시니까...(중략)...‘너희가 무엇을 도와줄 수 있냐’ 라고 해서 저희가 병원 입원도 도와드릴 수 있고 다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다고 말씀드렸더니 느닷없이 핸드폰을 집어 던지신 거죠. 다행히 맞진 않았지만 저희가 많이 놀랬었죠. 그 외에도 주변 물건들을 던지면서 욕을 하시는거죠...(중략)...” (통합사례관리사 C)
“여름이면 많이 있는 일인데 벨을 누르고 기다리는데 남자 어르신이 웃통을 벗고 나오는 거예요. 순간 당황스러워도 그냥 갈 수는 없으니까 “괜찮아요. 우리 아버지 같으시네, 뭐” 이러고 일부러 아무렇지 않은 듯이 얼른 얘기만 하고 나왔죠.” (방문간호사 A)
성희롱을 당했음에도 “괜찮아요. 우리 아버지 같으시네요”라고 생각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있었으며, 심각하지 않은 수준의 폭언이나 욕설은 ‘일상적’인 일 또는 사회복지 업무의 특성으로 이해하고 넘기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사례관리자로서의 정체성을 스스로 강조하면서 감정노동의 강도를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신경아(2009)는 감정표현 규범의 1차적 피해자가 감정노동자라면, 그들의 가족이 2차적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실제 감정노동자들은 직장 내에서 솔직한 감정표출은 심층적 감정 조절이 실패했다는 표시로 해석되기 때문에 이를 조절해야 한다. 직장에서는 끊임없이 감정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스트레스 해소가 어렵고,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는 가족과 아이들에게 향해지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가족은 일에서 쌓인 분노를 표출하는 대상이다.
사례관리사들 또한 “퇴근 후에도, 사례관리대상자를 응대할 때 힘들었던 감정이 남아있다”는 질문에 대해 75% 이상이 그렇다고 응답했다. 이는 직장 내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퇴근 후 사적인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사례대상자의 죽음을 목격하여 트라우마가 남는 경우에는 사적 관계에 있어 더 큰 영향을 주기도 한다. 이러한 감정노동의 영향은 자녀 돌봄을 소홀히 하거나, 가족들에게 화를 참지 못하고 욕설하는 방식으로 나타나며, 심한 경우에는 폭력을 행사하는 등의 결과로 이어진다.
감정노동 경험이 사례관리 노동자의 사적 영역에 악영향을 주고 있음에도 사례관리사는 이를 적극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우선 사례관리사가 감정노동으로 인한 손상을 경험해도 이를 공식적으로 지지하는 지원제도나 체계가 부재한 상황이다. 그리고 정신상담서비스가 제공된다 해도 본인의 연가를 사용해서 이용해야 해서 업무 공백과 연가 사용의 부담이 있고, 조직 내에서 상담으로 인한 낙인을 피하기 위해 되도록 서비스 이용을 자제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례관리사는 본인의 감정이 손상됨에도 적극적으로 해결하기보다는 혼자 삭히거나 참게 되고, 그러다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감정노동으로 인한 손상이 해소되기보다는 심해지면서 가족들에게 주는 영향도 점차 커져간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요즘은 트라우마로 남기보다는 제 마음에 분노가 치밀어 오르더라고요. 화를 어떻게 할지 모르는 거죠. 그래서 일이 끝나고 집으로 가면 화가 표출되고 얼마 전에는 딸이 저한테 엄마 이런 모습 처음 본다고까지 말했었어요.” (통합사례관리사 I)
“트라우마가 생기면서 집에까지 영향이 미쳐서 (정신과 치료가) 시작된 거예요. 화를 참지 못하고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면서 남편한테 별것도 아닌 일에 짜증을 내는 일은 다반사고 나중에는 집기류를 막 던지기까지 하니까. 남편의 권유로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게 된 거죠. 그래서 병가로 치료받고 복귀했는데 주변 상사는 ‘왜 너 혼자 유난 떠냐, 다 힘든데’라는 말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괜히 병가를 받고 그랬나’하는 생각도 들고 ‘치료를 받으려면 몰래 받았어야 했나’라는 생각도 하게 됐었죠.” (통합사례관리사 G)
가족들과의 관계에서 문제가 생기고 나서야, 가족들의 권유로 인해 정신 상담을 받게 되지만 이 또한 직장에 알려지는 것이 두려운 이중의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것이다.
5) 사례관리 노동자 보호 및 지지 체계
감정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가함에 따라 이들을 지원하고 보호하는 다양한 보호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소속기관에서 실시하고 있는 감정노동자 보호제도를 총 12개로 분류하여 설문 조사한 결과, 50% 이상 나타난 제도는 없었다. ‘사례관리대상자에게 피해를 입었을 경우, 업무 중단 및 담당자 변경 가능’이 39.9%로 비교적 높았으나, 이외 다른 보호제도는 모두 30% 이하였다. 특히, ‘사례관리 대상자에 대한 법적 조치(고소/고발)에 대한 기관 지원(9.3%)’, ‘감정노동에 대한 추가적인 수당 지급(8.5%)’, ‘감정노동 직군에 대한 추가 휴가 부여(3.2%)’는 10% 이하로 매우 낮았다. 이는 대부분 사례관리노동자가 제도적으로 도움을 받거나 보호받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정책적, 법적인 보호가 상대적으로 잘 마련되어지는 공공부문에서 조차도 감정노동을 위한 체계적인 보호나 관리가 이뤄지고 있지 못함을 보여준다.
과중한 업무와 부실한 보호제도 속에서 노동에 따른 적절한 보상이 주어진다면, 사례관리노동자의 업무 몰입과 업무 만족을 높일 수도 있을 것이다(김상욱, 2002). 그러나 감정노동에 대한 추가적인 수당 지급이 이루어지고 있는 경우는 전체의 8.5%에 불과했으며, 지급되는 수당 또한 고용형태에 따라 차등적으로 지급되고 있다. 이러한 보상체계 내 차별은 사례관리노동자의 상대적 박탈감을 가져옴과 동시에 보상에 대한 낮은 만족으로 이어지고 있다. 결국, 부실한 감정노동자 보호제도와 보상체계는 사례관리노동자의 업무 몰입과 업무 만족을 저해하고, 나아가 이들의 감정노동을 심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사례관리노동자의 조직 내부 지지체계의 3가지 항목에 대한 평균 만족도는 4점 만점 기준 2.61점으로 낮은 편이다. 특히 ‘노동자 보호를 위한 지지체계로써 조직 내의 공식적인 제도와 절차가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에는 부정의 비율이 53.2%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따라서 사례관리노동자들은 공식적인 조직의 지지체계 보다는 사적인 지지체계에 훨씬 더 많이 의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그림 2> 참조).
낮은 수준의 조직 내부 지지 체계에 비해 동료 지지체계의 3가지 항목의 표준점수는 3.21점으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그리고 대부분 사례관리사가 ‘본인이 사례관리대상자 응대시 문제가 발생하면 동료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와준다(90.7%)’고 인식했다. 공무직 통합사례관리사의 경우는 해결하기 어렵거나 모호한 문제상황의 해결뿐만 아니라 사회복지사 슈퍼비전을 위해서 사회복지사 네트워킹(스터디 모임, 슈퍼비전 모임, SNS(밴드 등) 운영 등)을 활용하고 있었다. 이를 통해서 정보 교류, 학습, 정서적 지지 등이 이루어졌고 노동자 지지 체계가 형성되었다. 특히, 사례관리 노동자의 스트레스나 이로 인한 정서적 위기를 조직 내 발설하기 쉽지 않는 분위기에서 이러한 인적 네트워크는 조직의 부족한 지원을 대체하는 “안전한” 체계로 인식되고 있었다.
“재단의 사회복지학습동아리 지원을 받아서 몇 년 동안 공부하는 것을 했을 때 그 공부 지도를 했던 선생님한테 이제 가끔 너무 힘들 때는 가서 사례 의뢰하면서 그 정도 얘기하는, 그나마 제일 안전한 분들이 (중략) 선생님들 막 눈물 콧물 빼고 그러고 오는 경우가 많은 거야 왜냐하면 오히려 이 기관 내에서는 우리가 이렇게 하는 거를 받아주거나 이해해 주는 사람이 없는데 거기 가면 ‘이제 정말 너무 힘들었겠다’ 이렇게까지 하고 하느라고 이런 얘기 들으면 그다음에 다들 무너지는 거지.” (통합사례관리사 I)
FGI에서도 문제 발생 시 직장 내 공식적인 제도 보다는 동료의 도움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감정노동으로 인한 스트레스 또한 공식적인 제도나 지원체계의 도움보다는 동료들과의 관계와 지지 속에서 회복했다. 이는 공식적인 제도의 부재 속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사례관리사들이 적극적으로 직장 내 사회적 관계망을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공식적인 제도가 아닌 사적인 관계망을 통한 문제 해결은 사례관리사가 경험하는 감정노동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에는 근본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다시 한 번 노동환경을 포함한 구조적 원인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사례관리노동자들이 자신들의 노동환경을 인식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취하는 대응 양식은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노동자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하며 노동조합에 가입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전문가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하며 사례관리 업무의 전문성을 인정받는 것이다.
사례관리노동자 중 공무직에 해당하는 통합사례관리사, 아동통합사례관리사, 의료급여관리사, 방문간호사는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 대전공무직 노조에 가입하여 고용조건 및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노조는 다양한 직종의 공무직 전체를 대변하므로 사례관리노동자를 위한 활동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앞에서 언급했듯이 계약직 사례관리노동자(정신건강사례관리사, 다문화가정사례관리사, 취약위기가족사례괸라사)의 경우에는 노동조합 조직율이 2%에 불과하여 불안정한 고용조건과 이해대변 조직의 부재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공공부문 노동자로서 이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고 지지체계를 형성해줄 노동조합이 필요하며 특히 불안정고용에 시달리는 계약직 노동자의 노동조합 조직화가 시급하다고 하겠다.
사회복지노동자는 사회복지실천을 위한 전문적 기술과 지식을 갖춘 전문가이다. 이들의 높은 전문가 정체성과 노동과정 속 전문성의 실천 경험은 감정노동의 피해와 스트레스를 감소시킬 수 있다(최권호, 2019; 최혜지, 2019). 사례관리노동자들 또한 지역사회 내 다양한 복지실천을 위해 활동하는 전문가이며, 이들은 전문자격증과 함께 일정 수준 이상의 경력을 갖추고 있다. 사회복지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과정과 노동환경에도 불구하고, 본인 업무에 대한 높은 수준의 자긍심과 책임감을 갖고 있다. 설문조사 결과 “나는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직업에 보람을 느낀다”는 질문에 79.4%의 응답자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FGI와 심층면접에서도 이들의 높은 직업의식을 확인할 수 있다. 사례관리노동자들은 ‘답이 없는’ 본인의 업무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지만, 사례관리대상자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성취감과 함께 자긍심을 얻는다.
“우리가 하는 일은요 답이 없어요. 대상자들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답은 없고 늘 연장선이에요. 다만, “선생님이 와주셔서 고맙다”는 마을 듣거나, 대상자가 바뀌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끼기도 해요” (방문간호사 B)
사례관리대상자들이 노동과정 속에서 직무번영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들의 노동을 지지해주고, 인정해주는 안정적인 조직문화가 중요하다(최권호, 2019). 그러나 실제 현장이나 법적 지위에 있어서 사례관리노동자는 전문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실질적인 개선방안의 모색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5. 결 론
본 연구는 대전시 공공부문 사례관리노동자들의 고용형태, 노동과정, 노동환경 등을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사례관리노동자들이 수행하는 감정노동의 양상 및 감정노동으로부터 발생하는 피해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감정노동으로부터 발생하는 피해들이 만들어지는 근본적인 원인을 노동과정 및 노동환경이라는 구조적 맥락을 통해 분석해 보고자 하였다.
설문 및 FGI, 심층면접의 결과들을 분석한 결과, 사례관리노동자들은 1) 불안정한 고용형태와 2) 유사한 업무임에도 불구하고 고용형태에 따라 나타나는 임금 및 복지 수준, 경력에 따른 보상 및 수당 등에서의 차별 등을 경험하고 있었다. 고용형태와 그에 따른 차별, 그로 인해 가중되는 노동강도는 사례관리 업무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감정노동의 수행을 더욱 힘들게 할 뿐만 아니라 과도한 감정노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신체적, 심리적 피해까지 확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공무직 혹은 수탁기관의 정규직이라는 고용지위를 가지는 사례관리노동자들은 공공부문의 노동자로서 겪게 되는 조직구조 및 조직문화와 관련된 어려움과 더불어 민간영역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성과 중심의 업무평가까지 함께 경험하게 되는 특수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는 점도 발견되었다.
사례관리노동자가 근무하는 구청, 동사무소, 보건소 등은 공공부문으로서 특성상 경직된 위계적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어서 서비스 제공을 위해 사례관리노동자들이 필요로 하는 업무의 유연성 확보 및 전문성 인정에 있어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었다. 기관에서 공무원과 공무직이 팀을 이뤄 근무하게 되지만, 전문성이나 경력에 상관없이6) 공무원이 공무직을 관리하는 상급자가 되며, 이렇게 형성된 수직적 위계질서는 때때로 사례관리노동자의 현장에서의 자율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또한 정해진 업무 외 사례관리대상자와 그 가족의 민원을 처리해야 하거나, 필요에 따라서 ‘공익실현’을 목적으로 수행되는 다양한 업무에 차출되는 경우에는 업무부담이 늘어나지만 실질적인 보상을 받지 못하는 차별적 처우를 지속적으로 경험하고 있었다. 이는 “공익”을 위해 복무하는 공공부문의 사례관리노동자들만이 경험하는 독특한 노동과정 상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공공부문 사례관리노동자들의 노동환경에서 발견되는 대표적인 민간부문적 특징은 사례관리 노동을 성과로 평가하는 것이다. 사례관리노동자의 성과는 ‘얼마나 많은 사례관리대상자를 관리했는가’이며, 지속적인 성과 창출을 위해 더 많은 업무를 부담하게 된다. 특히 수탁기관에 근무하는 사례관리노동자들의 경우는 위탁계약에 의존하는 고용지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고용 안정성이 높지 않다는 점에서도 민간부문 사례관리노동자들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소속기관의 노동자 보호제도가 부재하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민간부문과 다르지 않음이 드러났다고 하겠다.
이처럼 사례관리노동자의 노동환경은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이라는 이질적인 특징이 함께 나타나며, 이질적인 특성의 중첩은 사례관리노동자의 노동환경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사례관리노동자는 본인의 업무 외 다양한 민원 업무를 수행하지만, 이들은 기관 또는 사업에서 정한 업무 내에서만 성과를 인정받는다. 즉, 본인의 업무 외 다른 업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적절한 보상은 받지 못한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낮은 고용 안정성으로 인해 적극적인 문제 해결이 나타나기 어렵다. 결국 이 같은 이질적인 두 부문의 결합은 사례관리 노동자의 노동환경을 더욱 열악하게 만든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코로나19 이후 폭증한 상담 업무 등으로 인해 발생한 과도한 감정노동과 심리적 피해에 대한 조직 차원의 대응 및 치유책 마련이 미흡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사례관리노동자들의 감정노동 관련 피해 양상은 더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현재 이러한 구조하에서 사례관리노동자들은 노동조합 조직화와 자신들의 전문성에 대한 강조 등을 통해 차별 극복 및 노동권 회복 등을 추구하고 있지만 불안정한 고용구조와 위계적 조직문화, 그리고 사례관리사에 대한 낮은 사회적 인식 등으로 인해 개인적인 대응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기본적인 인력충원을 통해 노동의 강도를 줄이고, 최소한의 기본적인 보호책으로서 2인 1조 방문을 의무화하는 것을 출발점으로 하여 사례관리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그리고 더 나아가 “작업중지권 인정”과 같이 기관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노동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제도를 도입,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사례관리 노동자들은 현장에서 사례관리 대상자 또는 가족들로부터 폭언, 성희롱, 폭력 등의 위험에 상시적으로 노출되지만 현실적으로 업무를 중단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사례관리 노동자의 ‘작업중지권’의 보장은 특히 도입이 시급해 보인다.
사례관리노동자들의 업무 특성에 따른 지원책들도 필요해 보인다. 통합사례관리사와 방문사례관리사들의 경우는 상급자인 공무원과의 위계구조 하에서 발생하는 갈등 해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례관리업무에 투입되는 공무원들의 경우 업무의 특성에 대한 이해도를 높임으로서 팀원으로서의 사례관리사들에 대한 전문성 인정 및 수평적인 소통을 통해 함께 일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어나가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또한 유사한 업무 수행에 있어서는 보상에 있어 차별이 존재하지 않도록 제도적인 개선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정신건강사례관리사의 경우는 수탁기관 근무로 인한 고용불안정으로 매우 저조한 노동조합 가입률을 보이고 있는데,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뒷받침이 이루어진다면 이들도 노동환경 개선 요구를 좀 더 쉽게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질 것이다.
사례관리노동자들의 노동환경 및 노동경험 분석을 통해서, 조직이나 기관의 위계구조로 인해 발생하는 정신적 피로감과 열악한 노동환경으로부터 발생하는 신체적 피로감은 노동자들의 정서적 소진을 더욱 가중시키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드러났으므로, 일터의 근본적인 구조개선을 통해 전반적인 노동환경을 향상시키는 것이 감정노동자 보호를 위해 선행되어야 할 과제라는 점을 본 연구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하였다고 하겠다.
Acknowledgments
이 논문은 대전광역시 노동권익센터의 의뢰를 받아 수행한 “대전광역시 공공부문 사례관리노동자 감정노동 실태조사”를 통해 수집된 자료를 분석하여 작성된 논문입니다. 논문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도움을 주신 세분 심사위원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No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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