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결혼이민여성의 참여 경험을 바탕으로 살펴본 국내 다문화 자원봉사 사업의 명암(明暗)
초록
최근 사회참여 확대 및 역량강화 차원에서 결혼이민여성의 자원봉사 활동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본 연구의 목적은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통해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중국 결혼이민여성을 대상으로 이들의 자원봉사 활동의 경험을 이해하는 것이다. 평균 약 육 년의 자원봉사 경력을 가진 중국 결혼이민여성 10명과의 심층면담을 중심주제분석 방법을 통하여 분석하였다. 이들의 경험은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중심주제로 정리할 수 있다: 1) 자의반 타의반 사회와의 접촉이 현저히 줄면서 답답하고 무기력하게 지냄, 2) 자원봉사가 무엇인지 모르지만 바깥출입을 늘리기 위해 활동을 시작함, 3) 자기 자신과 타인, 사회를 새로운 눈으로 보게 되며 심리적·물리적 활동 반경 넓어짐, 4) 무심하고 미숙한 보여주기식 자원봉사 제도 운영에 대해 할 말이 많아짐.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자원봉사의 양적인 성장에 신경 쓰는 만큼 질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세심한 운영이 필요함을 주장하였다. 결혼이민여성의 자원봉사에 대한 기대와 욕구 파악, 지원자 중심의 자원봉사 참여, 충실한 사전교육 및 사후관리 제공, 그리고 이들을 준전문가로서 체계적으로 양성하는 것에 대해 제안하였다.
Abstract
There have been growing concern about volunteering activities among immigrant women in terms of increasing their social participation and empowerment. The purpose of this study to examine the experiences of volunteering activities for Chinese marriage immigrant women who engage in voluntary work through multicultural family support centers. In-depth interviews with 10 Chinese women, with an average of approximately 6 years of volunteer work, were analyzed utilizing the thematic analysis method. Their experiences can be categorized as follows: 1) became frustrated and lethargic as their social connection greatly decreased after emigrating to South Korea, 2) started to engage in voluntary work in order to increase outside activities even though they didn’t know what it was, 3) gained new perspectives on self, others, and society with their psychological and physical activities being enlarged, and 4) developed opinions regarding the current volunteering system. Based on the results, we propose that the quality of operating the volunteering system is as important as its quantitative growth. We provided four implications that are important for developing the volunteering service for marriage immigrant women.
Keywords:
Chinese Marriage Immigrant Women, Volunteering, Thematic Analysis, Multiculturalism키워드:
중국 결혼이민여성, 자원봉사 활동, 중심주제분석, 다문화주의1. 서 론
행정자치부의 「2015년 지방자치단체 외국인주민 현황」 조사에 의하면, 현재 대한민국에 정착한 결혼이민여성은 총 253,791명으로 그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결혼이민여성들이 증가함에 따라 이들의 적응을 위한 정부의 노력도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21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관련 규제 정책만이 있었지만, 2006년 대한민국 정부가 ‘다문화·다민족 사회로의 전환’을 선언하면서 ‘여성결혼이민자 가족의 사회통합지원대책’을 발표하며 본격적으로 다문화 정책의 기반이 마련되었다. 그리고 2008년 다문화가족지원법’의 제정과 함께 법적, 제도적 기반을 갖추고 다문화가족 생애주기별 맞춤형 지원 대책이 수립되었다. 나아가 2010년에는 다문화가족의 경제적 자립을 증진하는 지원이 실시되고 있다(정복동, 2016). 이와 같은 정책을 기반으로 결혼이민여성을 위한 체류지원, 생활정보제공, 한국어와 대한민국문화 이해교육, 가족관계증진 및 가정폭력피해자지원, 기초생활보장, 취업을 위한 교육·훈련, 일자리 연계지원 등이 제공되고 있다(여성가족부, 2017).
이와 같은 다양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결혼이민여성의 한국사회 적응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언어와 의사소통의 어려움에서부터 기대와 다른 한국에서의 삶에 대한 실망, 가부장적 가족제도에서 겪는 남편, 시댁과의 갈등, 자녀양육과 경제적 차원의 어려움, 차별과 편견에 따른 문제 등 많은 결혼이민여성들이 여러 차원에서 어려움을 겪으며 이방인처럼 살고 있다(박미숙, 김영순, 홍유나, 2014; 박재규, 2006; Chrysochoou, 2004). 결혼이민여성이 겪는 이러한 어려움이 한국의 다문화정책의 특성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결혼이민여성에 대한 다문화정책과 프로그램이 주로 가족차원의 지원으로 제공되고 있기 때문에 결혼이민여성 개인의 욕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조옥라, 2006). 무엇보다도 다문화정책이 결혼이민여성의 조속한 한국사회 정착과 주류문화에 동화하도록 하는데 일차적 목적을 두고 있기에 이들을 계속해서 수동적인 위치에 머물게 한다고 지적한다(김행열, 2013; 민가영, 2011; 유정숙, 2012; 이혜경, 2009).
동화주의적인 성격의 일방적인 지원 위주인 다문화 정책을 비판하며, 시혜적 차원의 복지서비스 제공이 아닌 이들의 사회참여 활성화와 역량강화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유정숙, 2012; 윤혜미, 2009; 이형하, 2008). 결혼이민여성을 주류사회에 맞춰가야 하는 수동적인 존재 또는 보호가 필요한 소외계층이 아니라 대한민국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서 이들의 사회활동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결혼이민여성들이 능동적인 사회 구성원으로서 한국 사회에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회참여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김현미, 2005; 설동훈, 윤홍식, 2008; 유정숙, 2012; 윤혜미, 2009; 이형하, 2008). 나아가 이들을 저출산·고령화 시대의 중요한 인적자원으로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잠재적 인적자원으로서 여성결혼이민자를 위한 직종 개발 연구(김현숙, 김희재, 2016), 이중 언어 강사교육 관련 연구(나경희, 이선, 2016; 석영미, 이병준, 2016), 이들의 사회자본 연구(송인영, 김영화, 2011; 김기홍, 2012)들이 진행되고 있다. 대한민국에 다문화정책이 도입되고 십여 년이 흐르면서 결혼이민여성을 바라보는 시각과 이들을 지원하는 접근 방식이 변화해온 것을 볼 수 있다. 동화주의적 차원에서 결혼이민여성을 대한민국 사회에 적응시켜야 한다는 입장에서부터 다문화적인 차원에서 이들의 사회적응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 그리고 이들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언어적 잠재력을 발휘하여 사회발전에 기여하도록 도와야 한다는 차원의 논의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이러한 맥락에서 결혼이민여성의 자원봉사 활동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전국 217개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통해 결혼이민여성이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토록 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결혼이민여성에게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역할을 부여하고 사회참여 기회를 확대한다는 목적에 따라 자원봉사 활동은 2016년부터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필수 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다(여성가족부, 2017). 여성가족부 자료에 의하면, 2016년 한 해 53,632명의 결혼이민여성이 다문화가족 나눔봉사단에 참여하였다(여성가족부, 2017). 드물지만 학술적 영역에서도 결혼여성이민자의 자원봉사에 관한 연구가 진행되었다. 국내·외 선행연구에 따르면, 이주민들의 자원봉사 활동은 사회적응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결혼이민여성들이 자원봉사 활동을 통해 자신감 향상, 정체성의 긍정적 변화, 그리고 사회적응 및 취업에 도움을 받고 있다는 보고들이 이어진다(김지원, 2016; 유정숙, 2012).
본 연구는 중국 결혼이민여성의 자원봉사 활동 참여 경험에 관한 것이다. 중국 결혼이민여성은 전체 결혼이민여성의 55.7%를 차지하며 한국에서 가장 큰 결혼이민여성 집단을 이루고 있다(행정자치부, 2016). 결혼이민여성의 한국에서의 적응을 비롯한 삶의 경험이 원 국가별, 그리고 한국에서의 거주 지역별로 다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설동훈, 윤흥식, 2008), 대부분의 연구들이 다양한 국적출신의 결혼이주여성을 포함하여 출신국별, 지역별, 거주기간별 등 다양한 영역의 차이에 대한 구분 없이 이루어지고 있다(공수연, 양성은, 2014; 서덕희, 2010). 중국 결혼이민여성, 즉 조선족과 한족 결혼이민자들은 타민족 이민여성에 비해 한국사회에서 사회적 적응이 비교적 양호하며, 한국어에 이미 능숙해 있거나 습득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특히 도시거주 중국 결혼이민여성은 소득 수준에서 다른 집단보다 양호하며, 사회적·경제적 적응에서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설동훈, 윤흥식, 2005; 설동훈, 윤흥식, 2008). 중국결혼이주여성은 다른 결혼이주여성과 비교하여 경제적인 이유 뿐 아니라 사회적 성취와 비전을 가지고 한국으로 이주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소은덕, 2006). 이들은 어느 정도 한국생활에 적응하면 적극적인 사회활동을 원한다고 한다(설동훈, 윤흥식, 2008).
위에서 살펴봤듯이, 우리사회 결혼이민여성을 위한 중요한 지원전달체계인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는 다문화 사회통합이라는 큰 목적을 가지고 결혼이민여성의 사회참여 확대 및 지역사회 인적자원 활용 차원에서 자원봉사 사업을 진행 중에 있다. 이를 통해 결혼이민여성의 자긍심 향상과 역량강화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본다(박경숙, 신원우, 2015; 유정숙, 2012; 이형하, 안효자, 조원탁, 2010).
본 연구는 질적 연구방법을 통하여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통해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중국 결혼이민여성을 대상으로 이들의 자원봉사 활동의 경험을 내부자적 시각으로 이해하고자 한다. 다문화사회 통합 차원에서 자원봉사 활동이 정부 주도 하에 적극적으로 장려 중인 가운데, 중국 결혼이민여성들의 실제 자원봉사 활동 경험은 무엇인지 살펴보려는 것이다. 국내 결혼이민여성의 자원봉사 활동이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앞으로 이것의 발전 방안을 위한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결혼이민여성의 자원봉사 활동 경험을 자세히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질적 연구방법은 본 연구의 목적과 같이 특정한 맥락적 상황에 관한 연구 참여자의 관점을 이해하기 위한 연구에 적합하다(Lincoln & Guba, 1985). 본 연구는 중국 결혼이민여성의 자원봉사 활동 참여 현상에 관한 이해를 돕고, 이를 통해 중국 결혼이민여성의 역량강화 지원방안 및 자원봉사 활동이 결혼이민여성의 사회통합 지원 방안으로 자리 잡기 위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은 무엇인지 제안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중국 결혼이민여성의 자원봉사 참여 경험은 무엇인가라는 연구 질문을 가지고 다문화사회 통합 차원에서 적극 추진 중인 자원봉사 사업에 참여하는 중국 결혼이민여성의 자원봉사 경험을 살펴보고자 하였다.
2. 이론적 고찰
1) 한국 거주 중국 결혼이민여성의 삶에 관한 선행 연구 고찰
2015년 기준 대한민국에 정착한 중국 결혼이민 여성은 약 6만 여명으로 전체 국내 결혼이민자의 55.7%를 차지하며, 최대 집단을 이루고 있다(법무부, 2016; 행정자치부, 2016). 중국 결혼이민여성의 국제결혼의 동기와 실태 분석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1980년대 말 친척방문과 함께 중국 조선족의 국내 이주현상이 시작되었고, 1992년 한-중 양국 수교 이후, 다양한 배경의 중국 결혼이민여성들이 한국에 들어왔다. 90년대 중국의 개혁·개방정책에 의한 시장 경제 활성화에 따라 산업구조가 변화하면서 여성의 도시 이주 현상이 나타났는데, 중국여성의 결혼 이주도 이와 같은 사회경제적 변화의 흐름 속에서 이루어졌다고 한다(박명희, 2008). 국제결혼 초기에는 주로 조선족 여성의 경제적 이유에 따른 중개업소를 통한 한·중 결혼이 주를 이루었다면, 점차 친·인척의 소개, 비즈니스, 여행과 유학에 의한 개인적인 만남이 결혼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졌다(박명희, 2008; 이민경, 2015; 이혜경 외, 2006; 이희영, 2014). 점차 다양한 배경을 지닌 중국 결혼이민여성들이 한국에 정착하는 사례가 많아졌고, 이런 상황 속에서 중국 결혼이민여성은 다른 결혼이민여성에 비해 고학력, 경제력이 높은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설동훈, 윤홍식, 2005).
중국 결혼이민여성에 관한 연구는 현황 파악을 위한 실태조사에서부터 이들의 한국 생활에의 적응과 (결혼)생활만족, 자녀양육과 취업준비 등에 대한 연구로 확대되었다(공수연, 양성은, 2014; 김경아, 2012; 이민경, 2015; 이현지, 김민수, 2014; 최금해, 2007; 한건수, 설동훈, 2006). 이를 통해 출신국과 정착 기간 및 거주 지역에 따라 한국에서의 삶과 적응에 차이를 보인다는 근거가 쌓이고 있으며, 중국 결혼이민여성의 특성이 다음과 같이 보고되었다. 예를 들어, 중국 결혼이민자는 타 민족에 비해 가정 내 소득 수준이 높은 편이고, 결혼생활 만족이 높으며, 사회적 적응이 순조로운 편이다. 이들은 한국어에 이미 능숙해 있거나 한국어 습득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한다(설동훈, 윤홍식, 2005; 양순미, 2006; 차승은, 김두섭, 2008). 또한 중국 결혼이민여성은 양성평등의 사상과 사회주의적 주체성을 가지고 있고, 자기 성취에 대한 기대가 다른 집단에 비해 높은 편이다(노하나, 2006; 양명숙, 이선희, 2012; Jia Lingyun, 2014). 그런데 이들 역시 다른 결혼이민여성들이 겪는 것과 마찬가지로 결혼이민자로서의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결혼이민여성들은 소통의 어려움, 이민 전 기대와 다른 삶에서 오는 실망, 경제적 곤란, 부부갈등, 자녀양육의 어려움, 여성과 이민자에 대한 차별과 편견 등 다양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두문영, 조진경, 2017; 박미숙, 김영순, 홍유나, 2014; 이민경, 2015; Jia Lingyun, 2014). 다민족 국가인 중국에서 자란 이들 중국여성은 단일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한국인의 사고를 낯설어 하며, 특히 사회적 성취를 중요하게 여기는 여성일수록 가부장적 가족구조 속에서 자아정체성의 혼란, 가족 갈등의 심화를 겪고 있었다(소은덕, 2006; 이한우, 송형철, 2015; Jia Lingyun, 2014). 최근 관련 연구들은 단순히 적응의 문제에서 나아가 이들의 사회참여와 역량강화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이중 언어 능력과 문화적 창의력 등 중국 결혼이민여성의 인적자원의 강점을 강조하며, 이들의 사회참여를 위한 기회가 확장되어야 함을 이야기한다(두문영, 조진경, 2017).
2) 우리나라 다문화정책과 결혼이민여성의 자원봉사 활동에 관한 고찰
다문화 정책 관련하여 우리나라에는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결혼이민여성과 외국인 노동자들의 국내 유입을 규제하는 정책만이 있었다. 1997년 국적법이 개정되면서 법률상 가족구성원의 다양한 국적을 인정하는 다문화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다문화 정책이 수립된 것은 2006년 ‘결혼인 및 이민자의 사회통합 기본방향’ 과 ‘여성결혼이민자 가족의 사회통합지원대책’이 마련된 이후이다. 같은 해 ‘결혼이민자 가족지원센터’가 개설되었고, 2008년 3월 다문화가족지원법이 제정되면서 결혼이민자 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가 확실해졌다. 그리고 2017년 현재 전국 217개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여성가족부의 위탁을 받아 한국어 교육 등 기본적인 지원 뿐 아니라, 결혼이민자 자조모임, 결혼이민자 멘토링 등 결혼이민자 가족의 문화적 적응을 지원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서도 입국 전 결혼준비기, 입국 초 가족관계 형성기, 자녀양육 및 정착기, 역량강화기 등 이민자의 한국 정착을 4단계로 나누고 그에 따른 개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정복동, 2016). 정부 기관뿐만 아니라 비정부·비영리단체에서도 적응 지원, 인권 보호와 법적 지원 등 결혼이민여성을 위한 지원이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유정숙, 2012; 윤혜미, 2009).
그런데 우리나라 다문화 정책은 동화주의적인 통합의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신현태, 정우열, 유근환, 2012; 정복동, 2016). 결혼이민여성을 주류사회에 적응해야 하는 수동적인 존재이자 사회적 취약계층으로 여기면서 이들에게 일방적으로 서비스가 지원되는 식이기 때문이다. 지난 십 년간 다문화 정책의 이와 같은 접근을 비판하며, 결혼이민여성들이 한국사회에 자연스럽게 통합되고 스스로의 역량을 키워갈 수 있는 사회 환경이 갖추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왔다(유정숙, 2012; 윤혜미, 2009; 이형하, 2008). 결혼이민여성이 지역사회와 자연스럽게 관계를 맺으면서 사회 구성원으로서 한국 사회에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회참여 방안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결혼이민여성의 사회참여 방안으로서 자원봉사의 중요성이 부각되었다(유정숙, 2012; 이형하, 2008). 자원봉사 관련 연구들에 의하면, 자원봉사 활동은 자기발전과 자아성숙의 도구일 뿐만 아니라, 시민의식 및 공동체의식을 형성하게 하여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예방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자원봉사 활동을 통해 전 연령대에서 자원봉사자의 자신감 향상, 사회적 관계 발전, 새로운 지식과 기술 습득이 가능하다고 전해진다(이금룡, 2003; 조명희, 2005; 하정연, 2004; Cohen, 2009; Musick, Wilson & Bynum, 2000). 결혼이민여성 대상 선행연구들에서도 자원봉사 활동의 긍정적 영향에 대해 보고하고 있다. 자원봉사 활동을 통해 결혼이민여성들이 생활만족과 자아존중감이 높아지고, 사회적 관계망을 넓히며,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 소속감이 향상되었다고 한다(김지원, 2016; 박경숙, 신원우, 2015; 유정숙, 2012; 유진희, 2014; 이형하, 2010; Handy & Cnaan, 2007; O’Brien, Burls, Townsend & Ebden, 2011).
결혼이민여성에게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역할을 부여하고 사회참여 기회를 확대한다는 취지에 따라 2009년경부터 활성화된 자원봉사 활동은 2016년에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필수 사업이 되었다(보건복지부, 2010; 여성가족부, 2017). 여성가족부 자료에 의하면, 2016년 한 해 53,632명의 결혼이민여성이 다문화가족 나눔봉사단에 참여하였다(여성가족부, 2017). 자원봉사를 원하는 결혼이민여성은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뿐 아니라 전국 사회복지관, 종교 및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운영하는 사업을 통해 다양한 봉사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배식, 물품지원, 환경미화 봉사 등의 활동에서부터 좀 더 전문적인 차원의 자원봉사 활동까지 그 활동 영역이 다양하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조사에 의하면, 10년 이상 한국에 거주한 결혼이민여성들이 자원봉사 활동으로서 갓 입국한 결혼이민여성의 정착 초기 생활을 지원하고, 한국인 대상의 다문화 강사로서 인식개선 교육을 하고 있었다(황정미, 문경희, 양혜우, 정승희, 2009). 결혼이민여성의 사회참여 및 사회통합 차원에서 자원봉사 활동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자원봉사 참여의 양적인 팽창과 활동 수준의 질적인 변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자원봉사 활동을 통해 결혼이민여성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자주적인 삶을 꾸려갈 수 있는 역량을 키울 것을 기대하고 있으며, 나아가 이들을 저출산·고령화·다문화 시대의 인적자원으로 활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3. 연구방법
1) 연구 참여자의 특성
경북대학교 생명윤리심의위원회(IRB)의 심사를 거친 후 본격적으로 연구 참여자 모집이 진행되었다. 대구시 동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사회복지사와 다문화가족 나눔 봉사단 단장의 협조를 통해 연구 참여자를 모집하였다. 대구다문화가족봉사단은 2010년 7월 창단된 이래 현재 아홉 개의 봉사단에서 총 203명의 자원봉사자가 활동하고 있다. 본 연구 참여자의 조건은 ① 현재 자원봉사 활동을 하는 중국여성결혼이민자로서, ② 다양한 유형의 자원봉사에 적어도 3개월 이상 참여하고 있으며, ③ 표준 중국어와 한국어 모두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고, ④ 본 연구에 대하여 충분한 설명을 들은 후 자발적으로 심층 면담에 참여할 의사가 있는 것이었다.
이와 같은 목적성 표본 방법을 통해 본 연구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중국 결혼이민여성은 총 열 명으로, 이들의 인구학적 특성은 다음과 같다. 한족 4명과 조선족 6명으로 구성된 참여자들의 나이는 35세에서 47세로 이들의 평균 연령은 42세이며, 대한민국에 정착한 기간(2017년 3월 기준)은 9년에서 21년으로 평균 13.5년이다. 참여자들의 학력을 보면, 고졸 1명, 전문대졸 1명, 대졸 3명, 전문대 재학 1명, 대학교 재학 4명이다. 열 명의 참여자 중에서 일곱 명이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데, 화장품 판매업, 중국어 강의, 통역, 관광해설 등의 일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연구 참여일 기준으로 대구시 각 지역에서 배식봉사, 교회 취사봉사, 중국문화 홍보봉사, 노인 마사지 봉사, 유가문화 홍보 봉사, 통·번역봉사, 한부모가족모임 봉사 등 여러 형태의 자원봉사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었다. 연구 참여자들의 자원봉사 경력은 2년에서 15년까지로서 평균 자원봉사 기간은 5년 10개월이다. 열 명의 참여자 중에서 2명은 한국에 오기 전 중국에서도 자원봉사를 한 경험이 있었고, 다른 참여자들은 대한민국에 들어오기 전에는 자원봉사 대해 들어본 적이 없었다고 하였다.
2) 자료수집 및 분석
표준 중국어와 한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연구진은 대구다문화가족봉사단의 동의를 구하여 대구다문화가족봉사단 활동에 육 개월 간 참여하였고, 연구 참여자들과 자연스럽게 라포 형성을 할 수 있었다. 본격적인 심층 면담은 2017년 3월 진행되었는데, 연구 참여자들에게 연구의 목적과 과정, 자발적인 연구 참여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였다. 심층면담은 참여자가 원하는 장소로서 주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상담실 및 참여자 자택 주변의 카페에서 이루어졌다. 어떤 동기로 자원봉사에 참여하였고, 어떠한 과정을 통해 자원봉사 활동을 시작하였는지, 그리고 자원봉사를 하면서 겪은 어려움 및 극복한 경험은 무엇인지, 자원봉사 활동을 통해 자신에게 일어난 변화가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심층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모든 면담은 참여자의 동의를 얻어 녹음기에 녹음되었다. 면담은 표준 중국어와 한국어로 진행되었고, 분석을 위해 모두 한국어로 풀어 녹취록을 작성하였다.
Braun과 Clarke(2006)식의 중심주제분석(thematic analysis) 방법을 활용하여 자료를 분석하였다. 귀납적 탐구방법으로서 중심주제분석 방법은 주요 패턴에 관해 기술하며 주제들 간의 관련성을 확인하고 해석하는 질적 자료분석 방법이다(Braun & Clarke, 2006). 자료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위해 면담녹취록을 전체적으로 여러 번 읽으면서 자료와 친숙해지도록 하였다. 본격적인 분석은 의미를 가진 잠재적인 코드를 도출하고 지속적으로 의미단위들을 비교분석하는 식으로 진행하였다. 그리고 심층 면담자료의 분석 결과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면담의 내용을 재구성하여 각 참여자의 이야기를 정리하였다. 이와 같은 사례 내 분석(within case analysis)을 통해 각 참여자의 결혼과 이민 배경, 한국에서의 삶, 자원봉사 활동 등 면담 참여 여성의 경험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코딩 작업이 보다 구체화되면서, 본격적인 해석이 가능해졌는데, 코드들 간의 연관성이 발견되면서 참여자들에게 공통적으로 해당되는 주제가 도출되었기 때문이다. 이것을 중심주제(theme)라고 하며, 연구 참여자의 경험을 반영하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본 연구의 목적에 해당하는 것으로는 <표 2>에서 정리한 것처럼 네 개의 중심주제가 도출되었다. 중심주제들의 내적 동질성 및 외적 이질성을 확인하면서(Patton, 1990), 새로운 코드나 범주가 존재하는지 검토하였다. 위와 같은 코딩 작업을 거쳐 범주화를 이룬 임시결과물과 녹취된 자료를 다시 읽으며 코딩 수정작업을 거쳤다. 마지막으로, 연구를 통해 이해하게 된 내부자적 관점을 외부자적 분석(etic analysis)으로 보여주기 위해 연구자의 관점에서 연구결과의 의미를 해석하였다. Braun과 Clarke(2006)의 권고에 따라 각각의 중심주제는 무슨 의미이며, 어떠한 조건들이 그것을 만들어 냈는지, 그리고 참여자들은 어떠한 맥락에서 그것에 관해 이야기하는지를 해석하고자 하였다.
3) 연구의 윤리적인 면에 대한 고려 및 엄격성과 진실성
본격적인 연구 진행에 앞서 경북대학교 연구윤리위원회를 통해 윤리적인 연구수행에 필요한 심사(IRB)를 진행하였다. 연구 참여자에게 본 연구의 목적과 결과 활용 및 면담 내용의 녹음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였다. 참여자의 권리와 제한적 비밀보장을 약속하며, 필요한 경우(결혼이민여성 대한민국생활 부적응, 심지어 가족폭력, 정신질환 등의 경우), 관련자에게 공지할 수 있음을 설명하였다. 무엇보다 심층면담을 진행하면서 참여자의 심리적 요구에 민감하게 배려하며, 필요한 경우 상담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조치하였다.
Lincoln과 Guba(1985)는 질적 연구가 얼마나 엄격하게 이루어졌는가를 판단하는 척도로 신뢰성을 들었다. 연구의 신뢰성에 대한 판단은 연구의 진실성(credibility), 양도성(transferability), 그리고 연구결과와 해석의 적합성(fittingness of findings and interpretation)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본 연구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멤버확인(member-checking), 자료의 삼각화(중국 결혼이민여성 참여자와의 심층면담 자료 외에 담당 실무자와의 면담 자료,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자원봉사 관련 기록지, 연구자 현장노트 등), 그리고 동료심사 방법을 활용했다. 질적 연구자, 다문화 현장 활동가, 그리고 다문화 관련 학자와의 동료심사는 분석 과정과 결과를 편견에 빠지지 않고 다각적으로 살펴볼 수 있게 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질적 연구자인 두 명의 외부 동료 연구자(peer reviewer)들로부터 원자료 및 사례 내 분석을 통한 참여자 개개인의 스토리와 의미단위들 간의 정합성을 검토 받으며 네 개의 중심주제를 선정하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봄으로써 자료 분석과 결과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도록 하였다(Lincoln & Guba, 1985). 이러한 작업을 통해 감사가능성을 높이고 연구가 정직하게 이루어지도록 하였다.
4. 결 과
본 연구에서는 자료분석을 통해 도출된 네 개의 중심주제를 중심으로 연구 참여자들의 자원봉사 활동 경험에 관하여 살펴보았다. 중심주제의 내용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참여자들의 목소리를 녹취록에서 발췌하였다. 본 연구 결과는 각 참여자가 한국에 들어오기 전의 삶에 대한 이야기부터 이민 이후 적응 초기의 문제점, 자원봉사를 하게 된 배경과 계기, 그리고 자원봉사 활동을 하며 겪은 참여자들의 변화에 대해 심층적인 이해를 제공한다. 또한 우리나라 결혼이민여성 대상 자원봉사 제도 운영의 실태와 문제점들에 대해 보여준다.
1) 자의반 타의반 사회와의 접촉이 현저히 줄면서 답답하고 무기력하게 지냄
대부분의 연구 참여자들이 중국에서 직장, 사업체 운영 등 사회생활을 하던 중 비즈니스 차 방문한 한국 남자를 만나 교제하다가 결혼한 경우였다. 이들에 의하면, 1988년 올림픽 대회 이후 중국 내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는데, 한국 기업이 중국에 대거 진출하고 한국과 중국 간의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한·중 국제결혼이 유행이었다고 한다. 고학력에 대부분 경제적으로도 안정적인 삶을 살던 여성들이 한국인 남성을 만나 결혼을 결심하기까지 한국에 대해 긍정적인 인상을 갖고 있는 가족 및 지인들의 지지가 큰 몫을 했다. 드라마 등을 통해 한국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었던 이들은 결혼 후 한국행도 크게 망설이지 않고 결정하였다. 그런데 한국으로의 이주 이후, 이들의 삶은 기대와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부부의 맞벌이가 일반적인 중국에서와 마찬가지로 한국에 와서도 자기 일을 하고 싶었던 여성들은 여러 가지 어려움에 부딪혔다고 한다. 중국에서부터 한국어 통·번역 일을 했던 참여자들도 있지만, 대부분 언어 장벽을 겪었던 것이다.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더라도 자신의 억양을 이상하게 보는 시선과 돈에 팔려 온 여자라는 수군거림들로 인해 집 밖으로 아예 나가고 싶지 않던 때도 있었다. 중국에서의 학력을 가지고 한국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기도 어려웠다. 무엇보다 출산과 육아에 전념하기를 바라는 남편들이 이들의 사회생활을 허락하지 않으면서, 집에 있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모든 연구 참여자들이 자신의 기대와 전혀 다른 한국 생활을 하면서 무기력함을 느끼고 움츠러들게 되었고, 가부장적인 남편에게 기생한다는 생각에 좌절을 경험했다고 하였다.
그 때(중국에서 남편을 처음 만나던 때) 한중 결혼이 엄청 유행하던 때에요. 나는 한국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고 겁도 났어요. 남편이 워낙 적극적이고 우리 가족도 날 설득하고, 또 전체적인 사회적 분위기가 그러다보니 결혼하게 됐어요. 사실 언어 문제도 없고 소통이 잘 되니까 만난 지 1년 만에 결혼해서 한국에 들어왔어요(5번 참여자).
한국어도 잘 못했지만 한국 가치관과 달라서 적응하기 힘들었어요. 일반적으로 한국 가족은 여자가 집에서 가족을 돌보는데, 중국은 남자와 여자 평등에 대한 인식 강해요. 한국 와서 이런 점 때문에 적응이 어려웠어요. 심지어 남편 옆에서 기생하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어요(6번 참여자).
한국에 들어오고 나서 언어와 문화 많이 차이나서 정말 불편했어요. 가고 싶은 곳은 많은데 아는 사람도 없고, 남편이 퇴근할 때까지 계속 기다리면서 집에만 있으니까 정말 답답했어요(4번 참여자).
2) 자원봉사가 무엇인지 모르지만 바깥출입을 늘리기 위해 활동을 시작함
하루하루 무기력하고 심심한 세월을 보내던 이들은 더 이상 집 안에만 머물 수 없다고 결심하게 된다. 하루라도 빨리 한국사회에 적응하고 남편에게만 기대지 않는 자립적인 삶을 원하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한국어 공부에 보다 열심을 내고, 대학 수업과 직업교육을 받거나, 시간제 일을 하는 등 바깥출입을 시작하였다. 자녀 교육에 도움을 받고 싶은 마음에 마침 대구지역에 생기기 시작한 다문화센터와 도서관 등을 방문하기도 하였다. 바깥 생활에 발을 디딘 이들을 자원봉사 활동의 세계로 이끈 사람들이 주변에 있었다. 같은 동네의 결혼이민여성 친구, 아이가 다니는 도서관의 사서, 교회 목사, 그리고 다문화센터 사회복지사 등을 통해 참여자들은 교회에서 중국어 수업을 하거나 노인복지관에서 식당 배식봉사를 시작하게 되었다. 2명의 참여자를 제외하고 자원봉사라는 것을 처음 들어본 대부분의 결혼이민여성들은 자원봉사라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몰랐지만, 바깥 활동을 늘리려는 차원에서 외부 활동에 참여하게 되었다고 한다. 집 안의 울타리를 넘어 사회활동을 시작하게 된 셈인데, 이방인이 아닌 그냥 자기 자신으로서 인정받는 것 같은 경험을 하면서 경제활동이 아닌데도 자원봉사에 마음을 두게 되었다는 것이다. 몇몇 참여자들은 자원봉사 활동에 처음 진입할 때를 떠올리면서, 목사와 사서, 사회복지사 등이 자기에게 관심을 보여주고 자신을 인정하여서 할 일거리를 준 것이라고 표현하였다. 또 다른 몇몇 참여자들은 다문화센터와 교회에서 받은 도움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이야기하였다.
다문화센터의 친구 통해서 봉사활동을 알게 됐어요. 시간도 많은데 해보자. 자원봉사 어떤 일인지 호기심을 가지고 일주일에 두세 번, 봉사단 따라다니면서 우리 결혼이주여성들이 집단으로 같이 봉사를 다녔어요(3번 참여자).
방문조사원 통해서 다문화지원센터를 알게 됐어요. 대구 아는 사람도 없고, 사람들 만나고 싶어서 센터를 찾았고. 처음에 봉사가 뭔지 모르고 시작했어요. 센터에서 행사하는데 봉사자를 모집한다고 하는데 내가 센터에서 받은 것이 많아서 나도 뭔가 주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했어요(10번 참여자).
아들이 다니는 도서관 선생님이 나한테 중국 문화 특강을 부탁했어요. 두 번을 했는데 아이랑 성인들이 이런 특강을 듣고 많이 좋아해서 내가 다른 데 가서 하는 것보다 더 열심히 준비했어요. 나를 인정해줘서 나한테 자원봉사 요청했다고 생각했어(3번 참여자).
3) 자기 자신과 타인, 사회를 새로운 눈으로 보게 되며 심리적 물리적 활동 반경 넓어짐
자원봉사가 무엇인지 모르고 시작하였지만, 자신이 하는 일을 통해 본인의 가치를 다시 찾게 된 것에 점점 자신감을 회복한 여성들은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고 있었다. 주어진 일을 통해 자원봉사 활동을 하던 것에서 점차 자신의 관심사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활동을 찾게 되고, 자신의 능력을 키우고 발전하고 싶어 한다. 관광해설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6번 참여자는 자원봉사를 자기 인생의 기점이라고 말하며, “내 장점을 더 잘 발휘할 수 있는 자원봉사를 하고 싶다”고 하였다. 교회 목사의 제안으로 중국어와 중국 문화에 대해 무료 강의를 하다가 중국어 학원을 운영 중인 참여자처럼 자원봉사가 경제적 활동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참여자들에 의하면 사람들 앞에서 더 이상 위축되지 않고 당당하게 중국 출신이라고 밝히게 되고, 대인 관계가 넓어지고 좋아졌을 뿐 아니라 어려운 문제를 만나도 자신 있게 해결할 수 있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한국에서의 소속감도 강해졌다고 한다. 예전에는 한국 사회에 대해 관심도 없고 외국인이라 상관없다고 생각했었으나, 소속감과 시민의식을 갖게 되면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참여자들은 한국에 무조건 동화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언어와 문화를 지키고 그 언어와 문화를 자녀와 자녀 친구들에게도 전수하고 싶어 하였다. 돈도 안 되는 일을 한다고 주변에서 핀잔을 주어도 담담하다. 자신의 생각이 다듬어지고 자신감이 생기면서 남들의 시선과 이야기에 크게 동요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원봉사 활동을 하면서 자신과 남에 대해, 그리고 사회에 대해 배우고, 눈을 뜨고 있었다. 자원봉사 활동을 하며 심리적, 물리적 행동반경이 넓어진 참여자들은 한국에서의 삶에 대해 예전보다 더 구체적으로 고민한다. 이민여성으로서 겪는 많은 어려움이 한국인의 편견과 보수적인 가부장적 문화에서 오는 문제이기도 하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문제의식이 깊어지기 때문이다.
자원봉사 하기 전에 나는 부끄러워하고 밖에 나가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자원봉사 한 후에는 만나는 사람도 많아지고. 옛날에는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 하나도 못했는데 지금은 만약에 방송국에서 취재한다고 해도 자신 있게 내 마음을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4번 참여자).
한국에서 사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할까. 내가 한국에서 많은 일을 할 수 있겠구나. 심지어 한국 사람으로서 어떤 소리를 내야 된다는 인식도 생겼어요. 이 사회의 일원이니까(9번 참여자).
내가 중국에서 중국어 강사를 한 경험이 없지만 여기에 와서 이런 계기(교회에서 중국어 강의)를 통해 내가 중국어 교육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고, 정말 수업을 열심히 준비했어요. 이런 경험이 지금 내가 중국어 강사가 될 수 있는 바탕이 되었다고 생각해요(3번 참여자).
한국에 와서 돈만 벌려고 하면 아이 교육을 소홀히 할 수도 있어요. 나는 아이들에게 유가 문화를 가르쳐줘요. 엄마의 모국어와 유교 문화를 가르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딸의 친구들한테도 가르치기도 해요(8번 참여자).
티브이 등 대중매체를 보면 결혼이주여성을 항상 약하고 소수자인 거처럼 보여 주잖아요. 한국 사회는 경제적으로는 발전하는데 사회 분위기가 보수적 이이에요. 이렇게 봉사하다보니까 이주여성에 관련된 문제가 이렇게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도 알게 되는 것 같고. 내가 봉사를 해야 하는 책임의식이 생겼어요(5번 참여자).
4) 무심하고 미숙한 보여주기식 자원봉사 제도 운영에 할 말이 많아짐
참여자들은 그동안 자신이 결혼이민여성으로서 위축된 삶을 살았던 것이 자신만의 문제가 아닌 다른 결혼이민여성들이 겪는 어려움이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결혼이민여성에 대한 편견이 심한 한국에서 이주여성 관련 문제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고,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한다.
그래서 이들은 초보 결혼이민여성의 대변자로서 기꺼이 가교 역할을 담당한다. 열 명의 참여자 중에서 네 명의 참여자가 다문화센터와 출입국관리사무소 등에서 초보 이민여성들을 돕고 있었다. 실제 이들의 업무를 보면 단순 자원봉사 활동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예를 들어, 가족폭력으로 이혼 소송 중인 결혼이민여성의 통역을 맡았던 44세 여성의 경우가 특히 그렇다. 그녀가 돕게 된 여성은 농촌에서 일만 하느라 한국어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 베트남 출신의 여성이었다. 이 참여자에게 그 통역 일은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처음으로 주어진 일이었는데, 서로 간에 의사소통이 거의 안 되어 통역이 쉽지 않았고, 베트남 결혼이민여성 편의 변호사도 변호를 어려워해서, 이혼 판결이 좋지 않았다고 한다. 이 참여자는 자신이 통역을 못해서 일을 망친 것만 같다고 자책하며 며칠 동안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전문적 교육과 훈련이 필요한 일에 별 다른 준비가 되지 않은 자원봉사자를 투입하는 행정의 미숙함과 무지가 보인다. 단지 생김새, 또는 언어와 문화가 비슷하다는 이유로 큰 어려움에 처한 결혼이민여성의 보호자 역할을 담당하게 하는 식이다. 이로 인해 통역 봉사 참여자들이 정서적 고갈에 빠지게 되는 일이 빈번한 것처럼 보였다. 15년째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참여자는 “교육 제대로 받지 않고 일을 하다 보니 속상한 상황을 계속 만났다”고 표현하였다.
참여자들은 다문화지원센터에서 자원봉사를 의무적인 사업으로 진행하면서 생기는 문제들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내었다. 교회 취사 봉사를 통해 자원봉사 활동을 시작한 지 칠 년째가 된 3번 참여자에 의하면, “센터에서 봉사활동 장려하느라 선물을 주는데, 그것 받으려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생겼다”며, 이런 목적을 가지고 있는 봉사자에 대해 어떻게 개입할지 생각해야 한다고 하였다. 다수의 참여자들이 자신이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많은 결혼이민여성들이 자원봉사 개념 자체를 모르고 있으며, 일단 활동 거리가 있으면 무조건 참석 신청을 하는 현실을 지적하였다. 자원봉사를 위한 사전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자세하게 예를 들어가며 언급하였다.
자원봉사 아직도 체계적으로 하지 못해요. 우리가 하는 이런 일이 제도권 안에 있는 건지, 힘이 있는 일인지 내가 잘 모르겠어. 법원이나 국가나 결혼이주여성에 대해 항상 부정적으로 봐요. 같은 나라에서 온 것 아닌데 여성들 비슷하게 생겼다고 모두 같은 줄 알거나(5번 참여자).
이주여성들이 도와줘서 고마워하는 것을 보면 나도 고마워요. 그런데 봉사하면서 어렵다고 느낄 때도 많아. 내가 잘 도와주지 못할 때. 내가 못해서 저들이 잘못되면 어떠하나 싶을 때. 이런 생각하면 계속 피로하고 스트레스도 쌓여요(5번 참여자).
많은 결혼 이주여성이 자원봉사 개념 차제에 대해서 잘 몰라요. 무슨 활동이 있으면 일단 무조건 신청하고 봐요. 자원봉사가 무엇하는 것인지도 생각하지 않고. 자기가 할 일이 뭔지도 모르고 그냥 오는 거예요. 심지어 지난번에는 임신 팔 개월의 여자가 자원봉사한다고 왔어요. 그 분을 배려하느라 그 날 우리는 봉사활동을 잘 못했지(10번 참여자).
자원봉사 교육 정말 필요해요. 대상자 유형에 따라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잖아요. 노인에 대한 태도, 장애인에 대한 태도 등 이런 교육 받지 않으면 우리가 자원봉사 하면서 노인이나 장애인에게 심리적 상처를 줄 수 있잖아요. 우리가 뭘 하는지 알고 해야 하잖아요. 요새는 사전교육을 한 번만 하고 말아요(6번 참여자).
5. 결론 및 제언
최근 다문화사회 통합 차원에서 결혼이민여성의 사회참여 확대 및 역량강화를 위한 자원봉사 활동이 정부 주도 하에 적극적으로 장려 중에 있다. 다문화 정책의 대표적인 전달체계인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등에서 자원봉사를 필수 사업으로 추진하면서 2016년 오만 명이 넘는 결혼이민여성이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하는 등 활성화되는 중이다. 본 연구에서는 질적 연구방법을 통하여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통해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중국 결혼이민여성을 대상으로 이들의 실제 자원봉사 활동 경험은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하였다.
본 연구에 참여한 대구시 거주 열 명의 중국 결혼이민여성은 귀화 후 평균 13.5년이 된 자들로서 한국 사회에 어느 정도 정착한 편이고, 한국 거주 기간의 반 정도에 해당하는 세월을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 중견 자원봉사자들이다. 출신국가별, 거주 지역별, 그리고 거주 기간 등에 따라 결혼이민여성의 삶이 달라짐을 고려한다면(설동훈, 윤흥식, 2008), 본 연구 참여자들의 경험을 현재 우리나라 결혼이민여성의 일반적인 자원봉사 경험이라고 볼 수는 없다. 이와 같은 한계를 고려하더라도, 본 연구는 중국 결혼이민여성들이 한국에 들어오기 전의 삶에 대한 이야기부터 한국사회에 적응하면서 겪는 어려움, 그리고 이들이 어떤 계기와 이유로 자원봉사의 세계로 들어섰는지, 그리고 자원봉사 활동을 하며 겪은 변화는 무엇인지에 관해 심층적인 이해를 제공한다. 또한 현재 양적인 팽창과 질적인 변화 속에 적극적인 활성화 방안을 외치고 있는 우리나라 결혼이민여성 대상 자원봉사 제도 운영의 실태와 문제점들에 대해서도 보여준다.
연구 참여자들은 더 나은 환경을 찾아 자신의 고향을 떠나온 여성들이다. 중국에서도 여유로운 수준의 삶을 살았던 것으로 보이는 여성들은 주변의 소개로 만났든, 일 관계로 만났든, 한국 남자를 만나 연애 결혼한 경우로서, 한국으로의 이주는 자신의 결정에 따른 것이었다. 결혼 전 학업 또는 경제활동을 하고 있던 여성들은 결혼이민 후에도 자신의 사회생활을 당연히 기대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집 안에 머물게 된다. 서툰 언어적 소통과 중국에서의 학벌로 직장을 구하기 어려운 한국의 취업세계로 인해, 그리고 무엇보다 남편이 이들의 사회생활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부의 맞벌이와 가사분담이 당연한 중국과는 다른 가족 기능 속에서 참여자들은 출산에 따른 육아와 가사를 전담하게 된다. 특히 가부장적 남성 위주 문화가 강한 대구시에서 사는 이들 여성들의 삶은 보통 기혼여성의 경험과 크게 다르지 않다. 참여자들은 여기에 더하여 결혼이주자로서의 불리함도 겪는데, 결혼이민여성에 대한 주변의 곱지 않은 편견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참여자들은 자의반 타의반 집에 머물면서 움츠러들고 답답해하며 무기력하게 지낸다.
시간이 지나면서 참여자들은 한국에서의 삶에 어느 정도 적응하고 자녀들도 성장하였다. 마침 지역에 들어선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등을 통해 여성 참여자들은 자녀양육교육, 정보화교육, 취업교육 등을 받으면서 사회와의 교류를 늘려간다. 1990년대 대한민국에 정착했던 몇몇 참여자들은 예전에는 결혼이민여성을 위한 지원이 거의 없었던 데 반해, 최근에는 한국어 교육부터 직업교육까지 무료로 받을 수 있다는 것에 놀라고 있었다. 여성 참여자들은 자원봉사라는 것이 무엇인지 몰랐지만 주변의 지인,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사회복지사 등을 통해 자원봉사의 세계에 입문하였다. 여가시간이 많기도 하고 중국에서는 들어보지 못했던 자원봉사라는 것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사회활동을 늘리는 차원에서 보통 2-3개의 봉사활동을 신청한 여성들은 여러 명이 모여 집단으로 활동했다고 한다. 자원봉사의 의미를 조금씩 알게 되면서는 그동안 센터의 수많은 교육을 무료로 받게 해준 데 대한 보답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봉사활동을 하기도 한다.
참여자들에 의하면 주변에서 돈 버는 일이 아닌데 그런 것을 하고 있냐고 핀잔을 받는 경우도 있다. 이들이 평균 약 6년에 걸쳐 자원봉사 활동을 지속하게 된 것은 이들이 심리·정서적인 변화, 그리고 사고의 변화를 겪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자원봉사 활동을 하면서 자기 자신과 타인, 한국사회를 새로운 눈으로 보게 된 참여자들은 심리적·물리적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었다. 자원봉사 활동이 징검다리가 된 셈인데, 자원봉사를 하면서 자신감과 적극성을 되찾고, 일자리를 구하며, 보다 구체적인 미래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이들에게 한국사회는 더 이상 낯선 곳이 아니라 두 발을 딛고 당당하게 설 수 있는 곳이 되었다. 결혼이민여성으로서 겪은 어려움이 자기의 문제라기보다 한국 문화와 편견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참여자들은 자기 문화와 언어를 지키고 싶어 한다. 그리고 이주민에게 한국 교육을 하는 것 뿐 아니라 한국인에게도 이주민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들은 기꺼이 도움이 필요한 결혼이민여성들의 대변자 역할에 충실하다.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통·번역 자원봉사를 하는 참여자들뿐 아니라 모든 참여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자신의 도움이 초보 결혼이민여성의 적응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하였다. 부부 문제 등을 상담하길 원하는 새댁 결혼이민여성의 몇 시간에 걸친 통화도 친절하게 받아주고, 더 잘 도와주기 위해 전문적인 상담 공부를 배우기도 한다. 거의 준(準)전문가처럼 일하는 것인데,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출입국관리사무소 등에서는 이미 이들을 인력으로 활용하는 것처럼 보인다.
자원봉사 활성의 양적인 성장에 치중한 탓인지, 결혼이민여성들이 참여하는 자원봉사 제도는 아직 서툴고 미흡하게 운영되고 있었다. 자원봉사 첫 날인 중국 출신 결혼이민여성에게 한국말을 거의 못하는 베트남 여성의 이혼 재판 통역을 맡기고 가족법원에 동행하게 하는 식의 운영 말이다. 사회통합이라는 목적은 명확하지만, 구체적인 뒷받침이 부실하다 보니, 열정이 있지만 준비 안 된 자원봉사자는 엄청난 무게의 책임감에 눌리기도 한다. 마치 일거리가 주어지듯 맡겨진 대로 봉사활동을 하던 참여자들은 점차 무심하고 미숙한 보여주기씩 자원봉사 제도 운영에 할 말이 많아진다. 참여자들은 자원봉사가 무엇인지 모르는 대다수 결혼이민여성들에게 물품 제공을 미끼로 자원봉사 참여를 유도하는 것에 대해서 우려를 나타낸다. 이들은 또한 실제 활동에 중요한 사전교육의 횟수가 줄어드는 것에 대해서도, 법적인 책임을 질 수도 있는 일을 자원봉사자에게 맡기는 시스템에 대해서도 개선할 점들이 많다고 하였다.
본 연구 결과를 통해 선행연구들에서 보고하는 것처럼 결혼이민여성들이 겪는 한국사회 적응의 어려움과 이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사회활동을 원하는지를 볼 수 있다(공수연, 양성은, 2014; 설동훈, 윤홍식, 2008; 이민경, 2015; 최금해, 2007). 본 연구 참여자들은 자원봉사 활동을 통해 자존감과 삶의 만족 향상 및 사회적 관계망이 확대되고, 취업활동에 도움을 받으며, 주변인이 아닌 지역사회의 중요한 주체가 되어가고 있었다(김지원, 2016; 유정숙, 2012; 이형하, 2010). 그리고 사회참여의 속성을 지닌 자원봉사를 통해 지역사회와 통합을 이루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O’Brien, Burls, Townsend & Ebden, 2011). 나아가 결혼이민여성들은 한국사회에 대해 애정과 함께 비판적인 시각도 갖게 되며, 한국문화에 적응하는 만큼 자기 모국의 문화를 전수하고 싶은 마음이 강해지고 있었다. 또한, 결혼이민여성뿐 아니라 한국인들도 다문화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기를 바라고 있었다. 참여자들이 문화적 역량(transcultural competency)을 갖추게 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단순히 이민사회에의 적응 차원이 아닌 새로운 세계에 능동적인 사회구성원으로 참여하면서 심리적, 물리적 행동반경이 넓어졌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보인다.
중심주제로 도출된 결과, 그리고 연구자의 관점에서 네 개의 중심주제의 의미를 해석한 위 내용을 바탕으로 결혼이민여성의 자원봉사 사업에 대해 제언하고자 한다. 자원봉사 활성화 차원에서 자원봉사의 양적인 성장에 신경 쓰는 만큼 질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세심한 운영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이 네 가지 차원의 제안을 한다. 첫째, 결혼이민여성의 자원봉사에 대한 이해가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두 번째 중심주제에서 살펴본 것처럼, 대부분의 중국 결혼이민여성은 모국에서 자원봉사란 개념을 들어본 적이 없었고, 자원봉사를 했다고 하는 경우에도 항상 작은 보상이라 뒤따르는 경우였다. 대부분의 참여자들이 언급한 것처럼, 결혼이민여성들은 자원봉사가 무엇인지 모른 채 사회활동 차원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하기도 한다. 다문화정책이 지향하는 것처럼, 결혼이민여성에게 의미 있는 역할을 부여하고 사회참여 기회를 확대한다는 취지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권장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먼저 결혼이민여성의 자원봉사에 대한 기대와 욕구를 파악한 뒤, 이들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활동과 연결시키는 데까지 신경을 써야 한다. 둘째, 모든 결혼이민여성을 자원봉사에 참여토록 무리할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한국사회에 정착한 이들을 중심으로 이들의 역량강화 차원에서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셋째, 충실한 사전교육과 사후관리가 필요하다. 네 번째 중심주제에서 살펴본 것처럼, 연구 참여자들은 준전문가 또는 거의 사례관리자처럼 초보 결혼이민여성들을 지원하거나 통·번역 서비스에 동원되고 있다. 결혼이민여성의 자립지원 및 지역사회 인적자원 활용의 차원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권장하면서 이들에게 충분한 교육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한 일에도 이들의 동병상련적인 마음과 열정이 이용되는 것 같은 경우도 있었다. 앞으로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종합사회복지관 등 결혼이민여성들에게 자원봉사 활동의 기회를 제공하는 곳에서는 사전교육과 함께 사후관리를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 마지막 제언은 이들을 준전문가로 양성하는 것에 관한 것이다. 우리나라에 다문화정책이 도입되고 십여 년이 지나면서 결혼이민여성에 대한 인식에도 변화가 있다. 이들을 주변인 또는 사회복지 서비스 수혜자로서 접근 하는 것만이 아니라 자기 삶의 주인이자 사회통합의 주체이며, 고령화 사회의 중요한 인적 자원으로 보게 된 것이다(공수연, 양성은, 2014; 김현숙, 김희재, 2016; 나경희, 이선, 2016). 결혼이민여성들의 사회적응 차원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권장하는 차원에서 나아가 준전문가 및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이들을 체계적으로 양성하는 것에 대해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Acknowledgments
이 논문은 2017년도 유전양의 경북대학교 석사학위논문 “대구지역 거주 중국 결혼이민여성의 자원봉사참여 경험에 관한 연구”를 위해 수집된 자료를 활용하여 완전히 새롭게 작성한 논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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