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표현불능증이 인지통제력에 미치는 영향
초록
감정표현불능증은 감정이나 느낌을 표현하지 못하는 인지-정동 장애이다. 감정표현불능증은 상위인지체계인 집행기능의 쇠퇴와 밀접한 관련성을 가지며, 정서정보처리의 결함을 유발한다. 본 연구에서는 감정표현불능증이 인지통제력의 하위영역인 내적 주의의 통제와 전환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고자 하였다. 감정표현불능증 집단과 정상 집단을 대상으로 얕은 정보처리 수준(2음절 단어와 3음절 단어의 개수 세기; 음절 수준)과 깊은 정보처리 수준(중립단어와 부정단어의 개수 세기; 의미 수준)에서 내적 주의전환 과제를 실시하였다. 실험 결과, 감정표현불능증 집단은 정상 집단에 비해 내적 전환과제에서 낮은 정확률을 보였으며, 감정표현불능증 집단의 반응시간은 모든 조건의 내적 주의를 유지하는 시행에서 부정단어가 제시될 때 길어졌다. 이러한 결과는 감정표현불능증이 음절조건에서 과제와 무관한 단어의 정서가 간섭의 억제에 결함을 유발하였음을 의미한다. 또한 의미조건에서 감정표현불능증은 부정정보에 대한 내적 주의전환의 반응시간을 지연시켜, 작업기억에 부정정보가 오래 유지되게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다. 이를 통해 본 연구는 감정표현불능증으로 인한 정서조절의 실패를 작업기억 내의 정보처리의 관점에서 접근해볼 필요성을 제안한다.
Abstract
Alexithymia refers to a cognitive-affective disorder characterized by a deficiency in identifying, describing, and expressing feelings. Alexithymia is related with executive dysfunction and causes emotion‐processing deficits. This study examined the effects of alexithymia on the control of internal attention and shifting that comprises the executive function. The experimental design was a 2×2×2 mixed factorial design, with Participant Group (alexithymic or normal) as the between-subjects factor, and Processing Depth (shallow or deep) and Attention Shifting(shift or non-shift) as the within-subjects factors. In the internal shift task (IST), participants were asked to perform a mental count based on the syllable of a word (i.e., count the number of two and three syllables) under a shallow processing condition or the emotional valence of a word (i.e., count the number of neutral and negative valence) under a deep processing condition. The analyses showed that the alexithymic group had lower accuracy in the IST than the normal group. The alexithymic group showed a longer reaction time for negative words in both the syllable and emotional valence conditions than the normal group. These results indicate that alexithymia causes a lack of inhibition of distraction from negative words and persists in holding them in working memory despite being irrelevant to accomplishing the tasks. The discussion highlights the need for an information processing approach to understand the principal cause of the failure of alexithymic individuals to regulate their emotions.
Keywords:
Alexithymia, Internal Shift Task (IST), Cognitive Control, Executive Function, Emotion Regulation키워드:
감정표현불능증, 내적 주의전환 과제, 인지통제력, 집행기능, 정서조절1. 서 론
전 세계인의 언어에 감정표현은 빠지지 않는 부분이다. 심리학에선 기본정서(basic emotion)라는 표현이 있을 만큼 전 세계인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감정에 대해 가정하기도 한다. 이렇듯 감정은 인간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때때로 우린 이런 감정 때문에 더 오래 좌절하고, 더 오래 행복하기도 한다. 하지만 모두가 이런 감정을 적절하게 표현하고 해소하는 것은 아니다. 1970년대 초 미국에서 정신신체장애환자들을 연구하던 Sifneos는 감정을 제대로 인식하거나 표현하지 못하는 정동장애가 있음을 처음으로 제안하였고, 이들을 지칭하는 용어로 “감정을 표현할 언어가 없다.”라는 뜻의 감정표현불능증을 제안하였다(Sifneos, 1973).
‘감정표현불능증(alexithymia)’은 정서의 인지처리 과정 중 자신의 감정에 대한 정신적 표상의 결핍을 겪는 정서조절 장애를 의미한다(Taylor & Bagby, 2000). 이는 크게 3가지 하위 요인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요인은 자신의 감정을 확인하고 신체감각과 감정을 구분하기 어려운 것이며, 두 번째 요인은 자신의 감정을 타인에게 표현하기 어려운 것이다. 세 번째 요인은 외부 지향적 사고양식이다(Bagby, Taylor, & Parker, 1994). 감정표현불능증은 여러 종단 연구를 통해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성격구성 개념으로 정의되고 있으며(Salminen, Saarijärvi, Ääirelä, & Tamminen, 1994), 이들은 정서적 각성을 언어로 명료화하지 못함으로 잦은 정서조절의 실패를 경험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정보처리 관점에서 살펴볼 때 정서인식은 정서정보처리의 기초단계로 정서인식이 가능해야 불필요한 부정적 자극으로부터 회피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정서단어(언어)는 정서의 상징 표상이며 정서경험에 따른 신체반응(감각)은 상징이하 표상이다(Bucci, 1997a). 정서적 각성에 대한 신체반응과 정서표현을 연결 짓지 못할 경우 정서를 인지적으로 처리하지 못하며 정서에 대해 적은 인지통제력을 지닌다(Bucci, 1997b). 이는 감정을 언어화하지 못하는 것이 단순히 대인관계의 어려움만을 유발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보처리 과정에서 목표달성을 위해 과제와 무관한 정보를 억제하고 필요한 정보를 선택하는 인지통제력 혹은 집행기능(executive function)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제안한다.
본 연구에서는 주어진 환경에 맞게 사고와 행동을 조절하고 계획하여 성공적인 과제수행을 가능하게 하는 인지통제력(Miller & Cohen, 2001)에 감정표현불능증이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자 하였다. 특히 감정표현불능증 집단의 부정자극에 대한 주의의 억제와 전환 능력을 중점적으로 살펴봄으로 이들이 가지는 정서조절 취약성의 원인을 인지통제력의 관점에서 접근해 볼 필요성이 있음을 확인하였다.
1) 감정표현불능증과 인지통제력
Koven과 Thomas(2010)는 자기보고식 척도를 통해 집행기능과 감정표현불능증의 관계를 탐색하였다. 그 결과 감정표현불능증의 중요한 하위 영역인 정서 인식명확성이 낮을수록 집행기능(억제, 주의전환, 정서통제, 계획 등)의 수준을 낮게 보고한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후 Dressaire 등(2015)은 지시된 망각(directed forgetting) 과제를 사용하여 감정표현불능증과 인지통제력의 인과관계를 실험적으로 검증하고자 하였다. 지시된 망각과제에서 참가자들은 “기억하세요.”라는 지시의 단어들은 인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기억하지마세요.”라는 지시를 받은 단어는 인출을 통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실험 결과 감정표현불능증 점수가 높은 참가자일수록 기억조건에서 부정단어를 더 적게 기억했으며, 망각조건에서 더 많은 부정단어(예, Fatigue, Pain, Illness)를 회상하였다. 반면 중립단어 조건에서는 감정표현불능증 점수가 높은 참가자일수록 기억조건에서 더 많은 중립단어(예, Table, Door, Clock) 인출에 성공하였다. 종합해볼 때 감정표현불능증은 부정적 자극의 망각능력 손상과 관련이 있으며, 정서자극의 인출통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Dressaire 등(2015)은 감정표현불능증의 개인들이 단순히 부정자극의 재인과 회상에 어려움을 가지고 있기보다 정서자극을 정보처리하는 과정에서 인지통제력 전반의 쇠퇴 가능성이 있음을 제안하였다(Luminet, Vermeulen, Demaret, Taylor, & Bagby, 2006; Parker, Taylor, & Bagby, 1993).
인지통제력은 억제(inhibition), 업데이트(updating), 전환(shifting)으로 구성된다(Miyake et al., 2000). ‘억제’란 과제와 무관한 불필요한 정보의 활성화를 저지하거나 우세한 자동적 반응을 멈추기위해 필요한 능력이다. 반면 ‘업데이트’란 활성화된 작업기상 상에 과제수행과 관련되어 필요한 새로운 정보의 내용을 검토 후 입력하는 능력이다(Morris & Jones, 1990). 마지막으로 ‘전환’이란 과제 내 자극 간에 주의를 이동시키는 능력으로(Monsell, 2003), 전환능력은 현재의 목표와 무관한 이전의 정보가 주는 부정적인 영향을 벗어나거나 주의를 끄는 부정적인 정보의 간섭으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작업을 수행하는 능력을 반영한다(Wylie & Allport, 2000).
따라서 감정표현불능증이 인지통제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해선 ‘억제, 업데이트, 전환’의 개별능력에 감정표현불능증이 미치는 영향을 세부적으로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기존에 인지통제력과 감정표현불능증의 관계를 알아본 연구는 주로 ‘억제’ 능력을 중심으로 검토해왔으며, 대표적으로 정서스트룹 과제를 통해 감정표현불능증과 억제의 관계를 알아본 Parker 등(1993)의 연구와 정서운율과제(Affective Prosody Task)를 이용한 Swart, Kortekaas 그리고 Aleman(2009)의 연구가 있다.
정서스트룹 과제란 정서단어가 자동적으로 유발하는 정서반응이 단어의 색 명명을 간섭하는 정도를 측정하는 것이다. 간섭효과가 클수록 단어의미의 방해효과가 큼을 의미하며, 이는 단어의미가 유발하는 정서반응을 과제수행의 목적에 맞게 적절하게 억제하지 못하였음을 의미한다. Parker 등(1993)은 감정표현불능증 집단과 정상 집단을 대상으로 무의미 단어(예, BBB, OOOOO), 중립단어(예, TYPICAL, MODERATE), 높은 각성가 단어(예, VICTIM, RAPE)로 구성된 세 조건의 스트룹 간섭 효과를 측정하였다. 그 결과, 각성가가 높은 단어 조건에서만 감정표현불능증 집단과 정상 집단 간에 스트룹간섭효과의 차이가 발생하였으며 감정표현불능증 집단의 스트룹 간섭효과가 크게 발생함을 확인하였다. 이를 통해 감정표현불능증이 과제수행과 무관한 자극의 간섭을 적절하게 억제하는 능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검증할 수 있었다. 그러나 Parker 등(1993)의 연구는 각성가가 높은 단어와 중립단어만을 비교하였기 때문에 감정표현불능증이 구체적으로 어떤 정서의 간섭을 받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한계점을 지니고 있다.
다음으로 Swart 등(2009)은 정서운율과제를 통해 다양한 정서적 반응의 억제에 감정표현불능증이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았다. 정서운율과제는 정서적 의미(행복, 슬픔, 분노, 불안)를 띠는 문장을, 의미와 불일치하는 정서의 목소리 톤으로 듣고 글의 정서 혹은 목소리 톤의 알맞은 정서를 선택하는 과제이다. 참가자는 조건에 따라 목소리 톤을 무시하고 글의 내용에만 주의를 집중하거나 글의 내용을 무시하고 목소리 톤에만 주의를 집중해야한다. 그 결과, 감정표현불능증의 수준이 높은 집단일수록 목소리 톤을 무시하고 글의 내용에 대해 응답할 때 느린 반응패턴을 나타냈다. 이는 감정표현불능증이 심각할수록 문맥에 나타나는 정서적 의미를 파악하는데 방해자극(목소리 톤)의 영향을 크게 받았음을 의미한다. 이처럼 정서운율과제를 통해서도 감정표현불능증 집단에게서 과제수행과 무관한 정서적 간섭을 억제하는 능력의 약화가 나타남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기존의 연구들에선 주로 감정표현불능증과 인지통제력의 하위 영역인 ‘억제’의 관계를 탐색해 왔으며 인지통제력의 다른 하위 영역인 ‘업데이트’와 ‘전환’에 감정표현불능증이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억제, 업데이트, 전환능력은 비교적 명확히 구분되는 역량이며 특히 정서적 자극에 대한 적절한 주의억제와 전환의 결함은 불안을 야기하거나 정서조절의 어려움을 초래하는 만큼(Fox, Russo, Bowles, & Dutton, 2001) 주의억제, 업데이트와 전환능력에 감정표현불능증이 미치는 영향을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내적 주의전환과제를 통해 ‘억제, 업데이트, 전환’의 각 영역에 감정표현불능증이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자 하였다.
2) 내적 주의전환과 인지통제력
인지통제력의 하위능력 중 업데이트와 전환은 주로 전환과제로 측정된다. 전환과제는 각 시행에서 제시되는 지시에 맞게 두 가지 이상의 서로 다른 규칙을 번갈아 적용하는 과제로 반복시행과 전환시행으로 구성된다. 반복시행에서는 동일한 규칙이 적용되며 전환시행에서는 서로 다른 규칙을 적용해야 한다. 이때 새로운 표상(규칙)으로 이전의 표상(규칙)을 업데이트(updating)해야 하며, 하나의 표상에서 다른 표상으로 전환(switching)이 요구된다. 일반적으로 전환시행에서는 반복시행보다 반응시간이 길어지거나 과제수행의 정확률이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런 수행의 손실을 전환비용(switch-cost)라 부른다.
전환과제는 측정하고자 하는 전환능력이 무엇이냐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외부 지각적인 속성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유도하여 외적 주의를 전환하는 능력을 측정하는 외적 주의전환과제와 정신적 표상과 같은 내적 속성에 대한 주의 전환능력을 측정하는 내적 주의전환과제가 있다. 예를 들어 부정자극과 중립자극 위에 점을 위치시키고 이를 탐지하는 시간을 비교하는 탐침과제(dot-probe task)는 대표적인 외적 주의전환과제이며, 두려운 생각과 같은 정신적 표상으로부터 얼마나 빠르게 새로운 사고패턴으로 주의를 전환할 수 있는지를 측정하는 것은 내적 주의전환과제로 가능하다(Garavan, 1998; Wager, Jonides, Smith, & Nichols, 2005).
내적 주의전환과제(이하 내적 전환과제)를 개발한 Garavan(1998)은 지각 속성에서만 차이를 보이는 두 자극(▲, ■)을 무선적으로 제시하여 두 개의 다른 범주에 속하는 대상들의 수를 암산하도록 하였다. 우리는 한 번에 하나의 범주에만 주의를 기울일 수 있으므로 동일한 범주가 제시되는 순간(예, ▲▲▲ 혹은 ■■■ 제시)에는 주의를 유지하고 서로 다른 범주가 번갈아 제시되는 순간(예, ▲■▲■ 제시)에는 내적 표상 간의 주의전환을 해야만 두 가지 다른 범주의 개수를 암산할 수 있다. 따라서 내적 전환과제의 경우 하나의 자극이 반복적으로 제시되는 조건보다 두 자극이 번갈아 제시되는 조건에서 반응시간이 길어지는 현상이 나타나며, 전환조건에서 발생하는 반응시간의 손실은 강도 높은 연습을 한 뒤에도 일정하게 유지되었다.
이처럼 내적 전환과제도 일반적인 전환과제처럼 두 개의 자극 범주로 구성된다. 동일한 두 개의 자극 범주가 반복되는 시행은 비전환시행이며, 서로 다른 범주가 교대로 제시되는 시행은 전환시행이다. 내적 전환과제에서는 모든 시행의 반응시간을 측정하는데 같은 범주의 표상이 반복 제시될 때와 다른 범주의 표상이 번갈아 제시될 때 반응시간의 차이가 발생한다. 이런 차이를 전환비용이라 칭하며, 전환비용은 주의전환을 위해 필요한 인지통제력을 반영한다. 인지적 유연성이 부족한 경우 반응시간이 현저히 지연됨으로 전환비용이 커지는 경향성이 나타난다(Gehring, Bryck, Jonides, Albin, & Badre, 2003; Logan, 2003).
내적 전환과제는 외적 전환과제와 달리 작업기억 상의 정보를 조작하는 방식이므로 하향식 정보처리 과정에서 정신적 표상 간에 주의를 전환하는 능력을 측정한다(Gehring et al., 2003; Logan, 2003). 특히 내적 주의가 전환될 때 활성화되는 뇌 영역은 작업기억의 집행기능과 밀접한 관련성을 지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Petersen & Posner, 2012; Wager et al., 2005). 작업기억에는 우리가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내용이 일시적으로 활성화되며, 작업기억에 유지되고 있는 정보의 성격이 정서반응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내적 전환과제를 통해 측정할 수 있는 내적 주의억제나 전환을 통해 작업기억 내의 정보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능력은 정서경험을 관리하여 정서조절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Baddeley, 2003; Whitmer & Banich, 2007).
내적전환 과제는 실험 목표에 따라 다양하게 구성될 수 있다. Chambers, Lo 그리고 Allen(2008)은 비정서조건과 정서조건에서의 내적 주의전환 시간을 비교하고자 음식과 가전제품이라는 두 범주로 구성된 비정서조건과 긍정과 부정단어라는 두 범주로 구성된 정서조건으로 내적전환 과제를 제작하였다. 비정서 조건에서는 음식과 가전제품에 해당하는 단어의 개수를 암산하고, 정서조건에는 긍정단어와 부정단어의 개수를 각각 기억하도록 하였다. 실험 결과 비정서조건보다 정서조건에서 전환비용이 크게 나타났으며, 정서조건에서 전환에 걸리는 시간이 증가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를 통해 일반적으로 정서자극 간 주의전환이 중립자극 간의 주의전환보다 어려우며 더 많은 인지통제력이 요구됨을 확인하였다.
한편, 단어자극을 활용한 내적전환 과제의 형태를 변형시켜, 중립단어와 부정단어를 한 시행 내에 무작위로 제시하면서 정서적 의미 범주에 따라 분류하는 조건과 내용적 의미 범주에 따라 분류하는 조건으로 내적전환 과제를 구현할 수도 있다(Beckwé, Deroost, Koster, Lissnyder, & Raedt, 2014). Beckwé 등(2014)은 부정적이면서 성격과 관련된 단어 12개, 부정적이면서 성격과 무관한 단어 12개, 중립적이면서 성격과 관련된 단어 12개, 중립적이면서 성격과 무관한 단어 12개 총 48개의 단어 목록으로 두 조건의 내적전환 과제를 구현하였다. 참가자는 정서조건에서 단어의 정서가(부정/중립)에 따라 제시되는 단어들을 부정단어와 중립단어로 분류하고 각각의 개수를 암산하였다. 반면 의미조건에서는 제시되는 단어의 사전적인 뜻을 파악해가면서 성격과 관련된 혹은 무관한 단어의 개수를 각각 기억하였다. 그 결과, 반추성향이 높은 집단의 경우 ‘성격과 관련된 부정단어’가 제시될 때만 반추성향이 낮은 집단과 비교해 전환의 어려움을 나타냈다. 이를 통해 Beckwé 등(2014)은 반추성향이 높은 사람이 모든 부정단어에 대해 적은 인지통제력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성격과 관련된 부정단어에 대해 적은 인지통제력을 지님을 확인하였다.
이처럼 내적전환 과제는 실험의 대상자가 누구냐에 따라 혹은 실험을 통해 측정하고자 하는 내적 주의 통제와 전환의 영역이 무엇이냐에 따라 다양하게 구성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대상자의 인지통제력을 비교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또한 내적 전환과제는 Koster, De Lissnyder과 De Raedt(2013)의 연구를 통해 내적 타당도와 검사-재검사 신뢰도가 확보된 바 있다.
3) 감정표현불능증과 내적 주의전환능력
본 연구는 처리수준을 조작한 내적전환 과제를 통해 감정표현불능증을 겪는 사람들이 부정정서를 자동적으로 처리할 때와 의식적으로 처리할 때 정상 집단과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 비교하였다. 이렇게 처리수준을 조작한 이유는 앞서 감정표현불능증이 정서적 자극의 ‘억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Parker 등(1993)의 정서스트룹 과제와 Swart 등(2009)의 정서운율 과제만으로는 감정표현불능증 집단이 정서자극을 의식적으로 처리할 때만 결함을 보이는지 아니면 자동적으로 처리할 때도 결함을 나타내는지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한계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감정표현불능증이 정서의 자동처리와 의식처리 중 어느 수준에서 결함을 유발하는지 체계적으로 비교하기 위해 처리수준을 두 가지로 조작하여 실험하는 방법을 적용하였다.
정보의 처리수준(level-of-processing framework; LOP)은 부호화의 깊이 차원에서 변하며 정보의 정교화 수준을 다르게 하여 기억에 영향을 미친다. 자극의 물리적인 속성(크기, 색, 모양)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자극을 얕은 수준으로 처리하는 것이며, 자극의 의미(개념)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깊은 수준으로 처리하는 것이다. 따라서 처리수준을 조작하는 실험 패러다임은 주로 자극의 지각 수준에 초점을 맞추는 얕은 처리 조건과 의미 수준에 초점을 맞추는 깊은 처리 조건으로 구성되며, 일반적으로 얕게 처리하는 것보다 깊게 처리할수록 자극에 대한 기억이 정확해진다(Sternberg & Sternberg, 2016/2016).
Luminet 등(2006)은 정보의 처리수준에 따라 감정표현불능증 집단의 단어회상에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고자 하였다. 이들은 얕은 처리조건과 깊은 처리조건에서 감정표현불능증 고집단과 저집단의 정서단어와 중립단어의 회상율을 비교하였다. 실험 참가자들은 제시되는 단어의 크기를 판단하는 얕은 처리수준 조건과 의미를 판단하는 깊은 처리수준 조건 중 하나에 무선할당 되어 과제를 수행한다. ‘기억해내기’ 조건에서는 단어의 제시 시점이나 위치 등과 같은 외적 기억단서를 함께 기억해 적는 조건이며, ‘알기’ 조건은 단어를 보았다는 느낌만 있다면 응답하도록 하는 조건이었다. 실험 결과 중립단어 조건에서는 감정표현불능증 고집단과 저집단의 회상율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으나 정서단어 조건에서 깊은 처리수준을 적용하였을 때 집단 간 차이가 나타났다. 감정표현불능증 저집단은 중립단어에 비해 정서단어를 잘 기억했으며 부정단어의 경우 처리수준이 깊을 때 ‘기억해내기’ 조건에서 구체적으로 회상하였다. 이는 정보를 깊게 처리할수록 자극에 대한 기억이 정확해진다는 일반적인 결과와 동일한 양상이었다. 하지만 감정표현불능증 고집단은 단어를 깊게 처리할수록 ‘기억해내기’ 조건에서 정서단어를 구체적으로 회상하는 비율이 낮았다. 이는 감정표현불능증의 점수가 높을수록 정서단어를 의미적으로 처리하는데 방해를 받거나 정서단어의 의미처리 자체에 취약함이 있음을 나타내는 결과였다.
이처럼 감정표현불능증이 단어의 처리수준에 따라 정보처리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음을 고려하여, 본 연구는 처리수준을 함께 조작한 변형된 내적전환 과제로 감정표현불능증의 정서단어 처리를 알아보았다. 처리수준을 조작한 내적전환 과제를 통해 감정표현불능증인 사람들이 부정정보를 자동적으로 처리할 때와 의식적으로 처리할 때 정상집단과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 비교하고자 하였으며, 감정표현불능증 집단의 경우 깊은 처리수준에서 오히려 정보처리의 어려움을 겪는 이유를 인지통제력의 관점에서 접근해보고자 하였다. 처리수준의 조작은 Luminet 등(2006)의 연구처럼 두 수준으로 조작하였다. 즉, 정서자극을 제시하고 감정표현불능증이 내적 주의전환에 미치는 영향을 두 처리조건(얕은/깊은)에서 비교하였다. 정서의 자동처리를 유도하는 얕은 조건에서는 단어의 음절 수를 확인하도록 지시하였고, 의식처리를 유도하는 깊은 조건에서는 단어의 의미를 확인하도록 지시하였다. 그리고 상이한 조건에서 제시되는 정서자극의 주의전환에 감정표현불능증이 미치는 영향을 비교하였다.
본 연구를 통해 알아보려는 연구가설은 다음과 같다. 먼저, 감정표현불능증 집단과 정상 집단은 얕은 처리와 깊은 처리의 내적전환 과제수행에서 차이를 나타낼 것이다. 감정표현불능증 집단은 정서스트룹과제와 정서운율과제에서 정서단어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감정표현불능증을 겪는 사람은 정서자극을 경험할 때 이를 제대로 인식하고 표현하지 못함으로써 자동적으로 처리해야 함에도 이에 오래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정서자극을 얕게 처리하는 자동처리 수준에서 감정표현불능증 집단은 정상 집단에 비해 정서단어에 대한 반응시간이 길어질 것이다.
한편 Dressaire 등(2015)의 연구에 따르면 감정표현불능증 점수가 높을수록 오히려 기억조건의 부정단어 인출에 어려움을 나타냈다. 즉, 과제수행과 무관한 부정자극에 대한 억제의 어려움을 나타냈다. 이를 고려해볼 때 감정표현불능증 집단은 부정적 의미처리에 결함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감정표현불능증의 반응시간은 부정단어가 제시되는 조건에서 정상 집단에비해 길어질 것이다.
끝으로, 감정표현불능증과 집행기능의 부적상관을 고려한다면 얕은 처리수준과 깊은 처리수준에서 감정표현불능증 집단과 정상 집단의 반응시간 차이는 전환조건에서 더 크게 나타날 것이라 기대할 수 있다.
2. 방 법
1) 연구대상
부산 소재 P대학에서 연구참여에 동의한 학부생 121명이 실험에 참가하였다. 실험참가자는 남성 50명, 여성 71명이었으며, 평균 연령은 23.2세였다(SD=2.4). 이들 가운데 정확률 혹은 반응시간에서 극단치(M±2.5SD 초과)를 보인 참가자 15명과 불성실한 참가자 4명을 분석에서 제외하고 총 102명의 결과를 분석하였다.
일반적으로 감정표현불능증 척도 점수가 절단점(61점)을 넘을 때 감정표현불능증으로 진단하며, 51점 이하일 경우 정상이라고 판단한다. 이에 근거하여 척도 점수가 가장 높은 18명과 가장 낮은 22명을 선정하였다. 감정표현불능증 집단의 참가자들은 척도 상 61점 이상의 점수를 나타내었으며(남 4명, 여 14명), 이들의 감정표현불능증 평균 점수는 65.7점이었다(SD=4.2). 반면, 정상 집단의 경우 모두 51점 이하였으며(남 13명, 여 9명), 이들의 감정표현불능증 평균 점수는 33.2점이었다(SD=4.5). 따라서 총 40명의 데이터가 최종분석에 활용되었으며 평균 연령은 23.1세였다(SD=1.9).
2) 측정도구
참가자들의 감정표현불능증 수준을 측정하기 위해서 Taylor, Bagby와 Parker(1992)가 제작한 20-Item Toronto Alexithymia Scale(TAS-20)를 이양현, 임효덕, 이종영(1996)이 한국어로 번안하고 정운성, 임효덕, 이양현, 김상헌(2003)이 타당화한 한국판 감정표현불능증 척도를 사용하였다. 이 척도는 세 가지 하위 요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요인들은 자기 자신의 감정을 확인하고, 감정과 각성의 신체감각을 구분하는 데서의 곤란(DIF: difficulty identifying feeling), 자신의 감정을 타인에게 표현하는 데서의 어려움(DDF: difficulty describing feeling), 그리고 자신의 내적인 감각에 대해서 주의를 소홀히 하고 외부 지향적인 사고양식을 나타내는 정도(EOT: externally oriented thinking)에 대하여 측정한다. 총 20개의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5점 리커트 척도(1: 전혀 그렇지 않다, 5: 매우 그렇다) 상에 평정하도록 되어있다. 척도 점수는 20에서 100 사이의 값을 가지며, 점수가 높을수록 감정표현불능증의 정도가 심한 것으로 간주한다. 감정표현불능증으로 진단하는 절단점은 61점 이상이며, 51점 이하는 감정표현불능증이 아니라고 진단된다(Taylor, Bagby, & Parker, 1997). 정운선 등(2003)의 연구에서 TAS-20K의 신뢰도(Cronbach's α)는 .81이었으며 본 연구에서는 .86으로 양호한 수준이었다.
본 연구에서는 자극의 처리수준이 내적 주의전환에 미치는 영향을 탐색하고자 변형된 내적전환 과제를 구현하였다. 단어 자극의 물리적 속성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는 음절조건(얕은 처리)과 의미적 속성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는 의미조건(깊은 처리)으로 구성하였다. 음절조건에서 참가자는 단어의 음절수만 확인하고 암산을 해야 하며(제시되는 단어를 2음절 또는 3음절 단어로 범주화하여 각각의 개수를 암산), 의미조건에서 참가자는 단어의 정서적 의미만 확인하고 암산을 해나가야 한다(제시되는 단어를 중립 또는 부정단어로 범주화하여 각각의 개수를 암산).
본 연구에서는 홍영지, 남예은, 이윤형(2016)이 개발한 ‘한국어 정서단어 목록’에서 중립단어 24개와 부정단어 24개를 선별하여 내적전환 과제를 제작하였다. 2음절과 3음절 중립단어를 각각 12개씩 선정하였고(예, 냄비, 스피커), 2음절과 3음절 부정단어를 각각 12개씩 선정하였다(예, 민망, 흐느낌). 홍영지 등(2016)의 한국어 정서단어 목록은 정서가(1: 부정 ∼ 9: 긍정)와 각성가(1: 안정 ∼ 9: 흥분)를 모두 평정하고 있는데, 본 과제에서 사용한 중립단어 24개와 부정단어 24개는 각성가와 빈도에서 서로 차이가 없으며, 정서가에서만 차이를 보였다[t(46)=19.30, p=.00].
내적전환 과제는 E-Prime 2.0으로 제작하였고, 단어자극은 17인치 모니터를 통해 1024 × 768 pixel의 해상도 상에서 주사율 60Hz로 제시되었다. 단어 자극 48개의 크기와 글자체는 모두 동일하게 제작하고, 검은색 바탕의 화면 중앙에 흰색으로 제시하였다. 내적전환 과제를 수행할 때 참가자들은 입 혹은 손가락과 같은 외부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머릿속으로 기억하라는 지시를 받았으며, 실험과정에서 실험자가 이 점을 확인하였다. 단어 자극은 참가자들이 엔터키를 누를 때마다 모니터의 중앙에 한 번에 하나씩 제시되었는데, 참가자가 엔터키를 누르기 전까지는 현재 단어가 화면상에 유지되었으며, 엔터키를 누르고 나면 200ms가 지난 후에 다음 단어가 제시되도록 설정하였다. 참가자들은 본인의 속도에 맞게 엔터키를 누르면서 전체 단어를 모두 확인하였다. 이때 음절조건에서는 2음절과 3음절에 속하는 단어의 개수를 각각 암산하고, 의미조건에서는 부정단어와 중립단어에 속하는 단어의 개수를 각각 암산하였다. 참가자들은 각 조건의 모든 시행이 끝난 후에 각 범주에 해당하는 단어의 개수를 키보드의 숫자키로 응답하였다. 한 조건에서 제시되는 단어의 개수는 10∼14개 사이로 조건마다 다르게 구성하였다. 이는 한 조건 내에서 한 범주의 단어 개수만 계산하여 전체단어의 개수에서 뺄셈하는 방식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내적전환 과제에서 전환시행과 비전환시행은 무선적으로 구성되었는데, 전환시행은 n-1번째의 자극이 n번째의 자극과 다른 범주로 구성되는 경우이며(예. 2음절-3음절, 부정단어-중립단어), 비전환시행은 n-1번째의 자극과 n번째의 자극이 동일한 범주로 구성되는 경우이다(예. 2음절-2음절, 부정단어-부정단어). 음절조건과 의미조건에서 전환시행과 비전환시행의 수는 동일하였으며 제시되는 시행의 순서는 참가자마다 무선화 하였다.
3) 실험설계
독립변인은 집단(감정표현불능증 집단/정상 집단)과 전환 과제(전환/비전환) 그리고 처리수준(음절/의미)이었으며, 종속변인은 내적전환 과제의 정확률과 반응시간이었다. 본 연구는 2 × 2 × 2 혼합요인설계로, 감정표현불능증 집단은 참가자 간 변인이었고 전환과제와 처리수준은 참가자 내 변인이었다.
4) 실험절차
참가자들은 실험참가 동의서를 작성한 후, 감정표현불능증 척도 설문조사에 응답하고, 뒤이어서 내적전환 과제(IST)를 수행하였다. 참가자들의 요구특성 가능성을 최소화하고자 참가자들이 수행하게 될 내적전환 과제를 일반적인 작업기억 과제로 소개하였으며, 실험이 끝난 후에는 척도와 전환 과제의 관련성에 대해 충분히 안내하였다. 모든 참가자들은 얕은 처리 조건(음절조건)의 내적전환 과제를 먼저 수행하고, 약간의 휴식후 깊은 처리 조건(의미조건)의 내적전환 과제를 수행하였다. 음절-의미조건 순으로 과제를 실시한 이유는 의미조건을 먼저 수행할 경우 참가자들에게 부정정서가 유발되어 이후 수행에 정서적 영향이 미치는 혼입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함이었다(Chambers et al., 2008).
내적전환 과제의 세부절차는 다음과 같다(<그림 1> 참조). 과제를 시작하기에 앞서 참가자들에게 가능한 한 빠르고 정확하게 과제를 수행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그런 다음, 처리조건마다 각각 3번의 연습시행과 12번의 본 시행으로 과제를 실시하였으며, 한 시행에서 제시되는 단어의 개수는 10-14개 정도였다.
음절조건에서 참가자는 화면 중앙에 제시되는 단어가 2음절인지 3음절인지 확인하고, 작업기억 내의 2음절 혹은 3음절 범주에 단어개수를 추가하여 엔터키를 눌렀다. 한 시행은 참가자가 모든 단어를 확인한 후 2음절과 3음절에 해당하는 단어의 개수를 키보드의 숫자키로 응답하면 종료되었다. 12번의 음절조건이 끝난 후 잠깐의 휴식을 취한 뒤 의미조건을 수행하였다. 의미조건도 3번의 연습시행을 먼저 수행한 후 12번의 본 시행을 수행하는 방식이었다.
의미조건에서 참가자들은 모든 단어가 중립 혹은 부정단어로만 구성되었다는 점을 확인받았다. 참가자들은 화면에 제시된 단어가 중립적인지 부정적인지를 확인하고 작업기억 내의 중립 혹은 부정단어 범주에 개수를 추가한 뒤 엔터키를 눌렀다. 음절조건과 의미조건 전체를 수행하는데 걸린 시간은 약 12분에서 15분 정도였다.
모든 참가자는 실험종료 후 디브리핑 과정에서 본인이 사용한 기억방법에 대한 질문에 응답하였고, 실험의 목적 및 내용에 대한 안내를 받았다. 이는 실험조작을 확인하기 위한 절차로, 이를 통해 참가자가 머릿속에 두 범주를 그려두고 각 범주에 숫자를 더해가는 방식으로 과제를 수행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3. 결 과
감정표현불능증 집단과 정상 집단의 조건별 반응시간에 대한 기술통계치는 <표 1>과 같다. 참가자의 반응시간을 분석하기 위해 자료 내 극단치의 영향을 적게 받는 중앙값을 대푯값으로 사용하였다(Koster et al., 2013; Lo & Allen, 2011). 내적전환 과제는 과제수행의 정확도에 상관없이 전체 시행의 반응시간을 분석하더라도 과제의 신뢰도가 유지되는 것에 근거하여(Chambers, Lo, & Allen, 2008; Koster et al., 2013), 참가자가 정답을 맞힌 시행과 그렇지 않은 시행을 모두 포함하여 반응시간을 분석하였다.
1) 두 집단의 조건별 반응시간과 전환비용에 대한 분석
감정표현불능증 집단과 정상 집단의 각 조건에 따른 반응시간의 차이를 분석하였다. 반응시간 분석을 위한 통계적 가정검증 결과 공분산 행렬의 동질성은 가정할 수 있었으나[Box's M=17.66, n.s.], 요인의 각 수준에 대한 동질성 가정 중 음절비전환과 음절전환 시행의 반응시간은 Levene의 동질성 검증을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에[F(1, 38)=13.34, p<.05; F(1, 38)=6.37, p<.05] 보수적인 결과해석이 필요했다.
분석결과 전환과 처리수준의 상호작용 경향성이 나타났다[F(1, 38)=3.983, p=.053]. 이는 음절조건과 의미조건의 전환·비전환의 양상이 다르게 나타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음절조건의 전환시행 반응시간(M=1234.72, SD=50.28)은 의미조건의 전환시행 반응시간(M=1224.43, SD=45.05)보다 길었으나, 음절조건의 비전환시행 반응시간(M=849.95, SD=28.16)은 의미조건의 비전환시행(M=890.72, SD=22.95)보다 짧았다. 이는 내적 주의전환은 의미조건에서 빠르게 이뤄지며, 반대로 내적 주의를 유지하며 되뇌는 활동은 음절조건에서 빠르게 이뤄짐을 나타내는 결과이다.
또한 전환의 주효과[F(1, 38)=151.46, p=.00, ɳ²=.799]와 집단의 주효과 경향성이 관찰되었다[F(1, 38)=3.24, p<.10]. 이는 처리수준과 관계없이 전환시행의 반응시간이 비전환시행의 반응시간 보다 길었음을 의미하며, 내적전환 과제 각 조건의 반응시간이 감정표현불능증 집단에서 길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처리수준과 전환, 집단의 삼원상호작용 효과는 유의하지 않았다[F(1, 38)=477.26, n.s.].
일반적으로 전환과제에서는 전환시행과 비전환시행의 반응시간 차이의 측정치인 전환비용으로 수행의 손실을 측정한다. 본 실험에서도 전환시행에서의 수행의 손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감정표현불능증 집단과 정상 집단의 처리수준에 대한 전환비용을 분석한 결과 두 변인 간의 상호작용 효과는 유의하지 않았다[F(1, 38)=.07, n.s.]. 처리수준의 주효과는 경향성 수준에서 나타났으나[F(1, 38)=3.98, p=.053], 집단의 주효과가 유의하지 않았다[F(1, 38)=0.11, n.s.]. 즉, 감정표현불능증 집단과 정상 집단의 전환비용은 유의한 차이가 없었으며 음절조건의 전환비용(M=384.13, SD=197.81)이 의미조건의 전환비용(M=333.76, SD=198.23)보다 크게 나타났다. 이는 두 집단 모두 단어의 물리적 속성에 주의를 기울여 전환해야 할 때 어려움을 느끼는 경향성이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정서단어를 활용한 내적 전환과제에서 나타날 수 있는 결과이다. 이러한 결과는 얕은 처리 조건인 음절조건에서 과제의 목표와 무관한 의미의 간섭이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2) 두 집단의 조건별 정확률에 대한 분석
음절조건의 정확률은 전체 24번의 응답 중 2음절 단어와 3음절 단어의 개수를 정확히 보고한 응답의 비율이며, 의미조건의 정확률은 전체 24번의 응답 중 부정단어와 중립단어의 개수를 정확히 보고한 응답의 비율이다. 처리수준(2: 음절조건/의미조건)에 따른 집단(2: 감정표현불능증 집단/정상 집단)의 정확률 차이 계산을 위해 2 × 2 반복측정변량분석(repeated-ANOVA)을 실시하였다. 통계분석을 위한 가정검증 결과 집단 간 공분산 행렬의 동질성은 확보되었으나[Box's M=5.36, n.s.], 요인의 각 수준에 대한 동질성 가정 중 음절조건에서의 정확률은 Levene의 동질성 검증을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에[F(1, 38)=9.41, p<.05] 결과 해석에 주의를 기울였다.
조건별 집단의 정확률에 대한 분석결과 집단과 처리수준의 상호작용 효과는 관찰되지 않았으나[F(1, 38)=0.73, n.s.] 처리수준의 주효과 경향성은 관찰되었다[F(1, 38)=3.05, p=.09]. 이는 <표 2>와 <그림 3>에서 보듯이, 주의전환 과제를 수행할 때 의미조건의 정확률(M=90.10, SD=11.43)이 음절조건의 정확률(M=93.44, SD=7.42)보다 낮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부정과 중립의 의미 구분보다는 2음절과 3음절의 구분이 보다 명확한 정답이 있는 과제였을 가능성 때문이라 생각해볼 수 있다. 또한 집단의 주효과가 유의하게 나타났다[F(1, 39)=5.43, p<.05, η²=0.125]. 이는 처리수준에 관계없이 감정표현불능증 집단과 정상 집단은 내적전환 과제의 정확률에서 차이를 보였음을 의미하며, 감정표현불능증 집단의 정확률이 낮게 나타났다.
본 결과로 미루어 두 집단 모두 과제수행의 정확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큰 전환비용(수행손실)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로써 두 집단의 전환비용 차이가 상쇄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여 조건별, 단어별 집단 간 반응시간 차이를 분석하여 감정표현불능증이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였다.
3) 음절조건과 의미조건에서 나타나는 두 집단의 반응시간 분석
감정표현불능증의 영향을 알아보고자 각 조건에서의 집단 간 반응시간을 분석하였다. 음절조건에서 전환과 집단의 상호작용 효과는 유의하지 않았으나[F(1, 38)=.04, n.s.], 전환과 집단 각각의 주효과가 유의한 것으로 관찰되었다[F(1, 38)=146.15, p=.00, ɳ²=.794; F(1, 38)=4.13, p<.05, ɳ²=.098]. 즉, 감정표현불능증 집단은 음절조건에서 정상 집단에 비해 긴 반응시간이 길어졌다(감정표현불능증 집단: M=1118.79, SD=315.06, 정상 집단: M=965.88, SD=174.112). 단순효과 분석을 통해 집단의 반응시간 차이가 음절조건의 비전환 시행에서 나타났음을 확인하였다[F(1, 38)=6.62, p<.05, ɳ²=.148].
의미조건에서 전환과 집단의 이원 상호작용 분석 결과, 상호작용 효과는 유의하지 않았지만[F(1, 38)=.00, n.s.], 전환의 주효과가 유의했고 집단의 주효과는 유의하지 않았다[F(1, 38)=109.35, p=.00, ɳ²=.742; F(1, 38)=1.75, n.s.]. 의미조건에서 의미전환 시행과 의미비전환 시행에서 감정표현불능증이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고자 사후분석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 의미비전환 시행에서 감정표현불능증 집단의 반응시간이 정상 집단에 비해 길어지는 것을 확인하였다(감정표현불능증 집단: M=933.28, SD=168.30, 정상 집단: M=848.16, SD=121.75).
이러한 결과는 내적 주의를 전환해야 시행보다 내적 주의를 유지해야 하는 시행에서 집단 간 차이가 있음을 보여준다. 즉, 어떤 처리조건이든 n번째 시행과 n-1번째 시행의 단어에 내적 주의를 유지하고 암산해야 할 때 감정표현불능증이 있는 경우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집단 간 반응시간의 차이가 비전환조건에서 유의하게 나타난 것은 인지적 자원이 비교적 적게 요구되는 비전환시행일 때, 과제의 목표수행을 방해하는 정서단어의 의미 간섭을 감정표현불능증이 있는 경우 억제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4) 두 집단의 음절조건과 의미조건의 단어별 반응시간 분석
이상의 분석들을 통해 감정표현불능증 집단과 정상 집단의 반응시간 차이가 음절비전환 조건과 의미비전환 조건에서 유의하게 나타난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에 어떤 단어에서 집단 간 반응시간 차이가 나타나는지 확인하고자 단어의 정서가에 대한 집단의 반응시간을 확인하였다(<표 3> 참조). 그 결과 두 집단의 반응시간 차이는 부정단어가 제시될 때 크게 나타났다.
두 집단의 반응시간 차이에 단어의 정서가가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고자, 각 조건의 부정단어와 중립단어에 대한 반응시간 분석을 실시하였다. 음절비전환 시행에서 부정단어가 제시될 때와 중립단어가 제시되었을 때의 반응시간 차이를 분석한 결과, 부정단어 조건에서만 감정표현불능증 집단의 반응시간(M=914.94, SD=249.05)이 정상 집단의 반응시간(M=734.55, SD=107.25)보다 길었다[F(1, 38)=9.45, p<.05, ɳ²=.199]. 이는 감정표현불능증인 이들은 단어의 물리적 속성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조건에서 부정단어의 물리적 속성 처리에 더 많은 시간을 사용했음을 의미한다.
의미비전환 시행에서 단어의 정서가에 따른 효과를 비교하였다. 의미비전환 시행은 단어의 의미 속성에 주의를 기울이는 조건으로 부정단어가 반복되는 조건과 중립단어가 반복되는 조건의 반응시간 차이를 분석한 결과이다. 음절비전환 시행과 동일하게 집단의 반응시간 차이는 부정단어 조건에서만 유의했다[F(1, 38)=5.55, p<.05, η²=0.127]. 즉, 부정정서 표현이 반복적으로 제시될 때 감정표현불능증 집단의 반응시간이 정상 집단에 비해 유의하게 길어지는 효과가 발생하였다(감정표현불능증 집단: M=925.17, SD=159.19, 정상 집단: M=822.68, SD=115.79).
이처럼 감정표현불능증 집단의 반응시간은 부정단어가 제시될 경우 얕은 처리조건과 깊은 처리조건 모두에서 길어졌다. 감정표현불능증 집단과 정상 집단이 단어의 정서가로부터 받는 구체적인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집단 내 부정단어 조건과 중립단어 조건에 대한 대응표본 t-test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 감정표현불능증 집단은 음절조건과 의미조건 모두에서 부정단어가 제시될 때와 중립단어가 제시될 때 반응시간 차이가 유의하지 않았다[t(17)=-1.18, n.s.; t(17)=-1.33, n.s.]. 그러나 정상 집단은 음절조건과 의미조건 모두에서 부정단어가 제시될 때 반응시간이 유의하게 짧아지는 결과를 나타냈다[t(21)=-4.76, p=.00; t(21)=-2.10, p<.05].
이는 감정표현불능증 집단의 경우 부정단어를 중립단어와 동일하게 처리하나, 정상 집단은 부정단어와 중립단어의 차이점을 인식하고 이를 다르게 처리하였음을 시사한다. 또한 정상 집단의 경우 과제에 방해를 줄 수 있는 부정정서 단어에 대한 주의 할당시간을 줄임으로 부정정서단어의 효과를 빠르게 억제하는 것에 비해, 감정표현불능증인 이들은 부정단어와 중립단어에 동일한 주의를 할당함으로 부정단어의 간섭효과를 효율적으로 억제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이로써 감정표현불능증 집단의 경우 정상 집단 보다 반복적으로 제시되는 부정단어를 작업기억 내에 오래 유지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해볼 수 있었다.
4. 논 의
본 연구의 목적은 감정표현불능증이 상위 정보처리 체계인 인지통제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는 것이었다. 특히 정서 정보의 경우 그 영향이 암묵적이고 자동적이며, 두 집단 간 차이가 정보처리의 수준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감안하여 처리수준이 다른 두 조건을 비교하여 감정표현불능증의 영향력을 확인하였다. 또한 감정표현불능증 집단이 부정적 정서의 간섭을 적절하게 억제하지 못한다는 선행연구에 기반하여 본 연구에서는 내적 주의전환 과제를 통해 내적 표상에 대한 주의 통제와 전환 등에 감정표현불능증이 미치는 영향을 실험적으로 검증하였다.
감정표현불능증 집단은 내적전환 과제의 모든 조건에서 낮은 정확률을 보였으며, 두 집단의 정확률 차이는 음절조건(얕은 처리)에서 더 크게 나타났다. 이는 깊은 처리였던 ‘기억해내기’ 조건에서 회상률이 낮아지는 Luminet 등(2006)와 다소 상반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감정표현불능증 집단과 정상 집단의 각 조건에서의 반응시간을 비교한 결과, 감정표현불능증 집단은 음절·의미 두 조건 모두에서 전반적으로 반응시간이 길어지는 경향성이 있었으며 두 집단의 반응시간 차이는 음절조건의 비전환시행에서 나타났다. 이는 감정표현불능증 집단의 경우 얕은 처리 조건에서 정상 집단 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였음에도 정확한 과제수행을 하지 못하였음을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Luminet 등(2006)의 연구처럼 감정표현불능증 집단은 정서단어에 더 많이 노출될수록 정확한 과제수행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Luminet 등(2006)의 연구에서 ‘기억해내기’ 조건은 ‘알기’ 조건과 비교해 더 많은 인지통제력이 요구되는 복잡한 과제였음을 고려할 때 감정표현불능증 집단이 단순히 정서정보의 처리수준에 따라 과제수행에 영향을 받는다기보단 과제수행에 요구되는 인지통제력이 클수록 과제수행의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의미조건(깊은 처리)에서 집단 간 정확률 차이가 크지 않았던 이유는 감정표현불능증인 집단이 정서자극을 외현적으로 평가할 때는 정상 집단과 차이를 보이지 않기 때문으로 추측해볼 수 있다(Mueller, Alpers, & Reim, 2006) 결론적으로 감정표현불능증 집단은 과제의 목표에 맞게 단어의 음절 수만 파악하고 암기해야 하는 조건, 즉 고도의 상위 인지체계(인지통제력)가 발휘되어야 할 때 정서자극의 방해를 적절하게 억제하거나 새로운 정보를 업데이트하는 작업을 집중력 있게 수행하지 못하였다고 볼 수 있다.
본 과제에서 전환비용에 대한 집단 간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두 집단 모두 음절조건에서는 비전환시행을 빠르게, 의미조건에서는 전환시행을 빠르게 수행함으로 전환비용의 차이를 상쇄하였기 때문이다. 이는 정서처리 과정이 특별한 자각 없이 매우 자동적으로 경험될 수 있는 자동적 처리임을 고려할 때(Kitayama, 1990), 깊은 처리수준을 유도하였던 의미조건에서 정서단어의 의미처리가 자동적인 수준으로 빠르게 이뤄짐으로 의미조건의 전환시행 반응시간이 음절조건의 전환시행 반응시간보다 짧게 나타났기 때문일 수 있다. 또한 전환의 주효과를 고려해볼 때 전환시행의 난이도가 비전환시행에 비해 상당히 높았기 때문에 모든 참가자들이 전환시행에 많은 인지자원을 투입하면서, 전환비용에 대한 집단 간 차이가 상쇄되었을 가능성이 있다(Logan, 2003; Wager et al., 2005).
따라서 두 집단의 반응시간 차이는 비전환시행에서 감정표현불능증 집단이 정상 집단에 비해 느린 반응을 보이며 발생했다. 이는 감정표현불능증이 내적 주의를 유지하고 작업기억 내 표상을 되뇌기하는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나타내는 결과이다. 우리의 작업기억은 제한된 용량을 지니기 때문에 과제수행에 필요한 자료를 효과적으로 조작하고 불필요한 자료는 억제하는 것과 같은 통제의 기능이 필수적이다. 본 과제에서 효율적인 과제수행이란 한 번 입력된 정보의 되뇌기 시간을 최대한 줄이는 것을 의미하는데, 감정표현불능증 집단의 경우 줄여야 하는 되뇌기 시간을 오히려 지연시켰다. 구체적으로 감정표현불능증의 인지적통제력이 약화되는 지점을 확인하고자 단어의 정서가에 따른 두 집단의 반응시간 차이를 분석한 결과, 부정단어 조건에서만 감정표현불능증 집단의 반응시간이 길어졌다. 음절 비전환 시행에서 부정단어의 정서가는 과제수행과 전혀 무관함으로 암묵적으로 처리될 뿐 과제수행을 방해하지 않도록 통제되어야 한다. 하지만 감정표현불능증 집단의 반응시간은 길어졌으며 이는 감정표현불능증 집단이 정서단어에 자동적으로 주의가 집중되는 전주의적 처리(pre-attentive processing)로부터 적절하게 전환하지 못한 결과로 추측된다.
부정단어 조건에서만 감정표현불능증 집단의 반응시간이 지연되는 현상은 감정표현불능증이 효율적인 인지처리 과정에 영향을 주는 인지통제력에 영향을 미쳐 부정단어를 작업기억 내에 오래 유지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음을 암시한다. 이는 감정표현불능증 집단이 정서스트룹 과제의 부정단어 제시조건에서 스트룹 간섭효과를 크게 받으며, 지시된 망각과제의 망각조건에서 부정단어의 인출통제에 실패한 것과 유사한 결과이다(Parker et al., 1993; Swart et al., 2009). 즉, 감정표현불능증 집단은 부정단어를 처리할 때 과제수행과 무관한 부정정서를 통제하는 억제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부정적 자극에 대한 주의의 통제와 전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Dressaire et al., 2015).
의미조건에서도 감정표현불능증 집단의 반응시간이 부정단어가 제시될 때 정상 집단보다 길어지는 것은 부정적 자극에 대한 감정표현불능증의 인지통제력 약화를 재확인시켜준다. 정상 집단의 경우 부정단어가 제시될 때 반응시간이 빨라졌으나 감정표현불능증 집단의 경우 부정단어와 중립단어에 대한 반응시간에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정상 집단은 부정단어를 목표에 맞게 처리한 후에 바로 주의를 전환하였으나, 감정표현불능증 집단은 부정단어가 제시될 때 이로부터 빠르게 주의를 전환하지 못한 것을 의미한다.
외부에서 유입되는 정서를 빠르게 파악하고 이에 대응하는 것은 진화적인 이점을 지닌다. 특히 부정적 자극을 빠르게 인식하는 것은 위협상황에서의 도피를 가능하게 하고 이에 대비할 수 있게 한다. 하지만 감정표현불능증 집단은 정서에 대한 신체적 각성을 느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정서로 인식하지 못함으로 제대로 통제하거나 전환하기 어렵고, 본 실험의 결과처럼 부정자극에 오래 노출되게 된다. 작업기억 내에 유지되는 정보는 우리가 내리는 정서적 평가에 영향을 주기도 하며(민수정, 임현규, 김민식, 2007), 작업기억 내에 불필요한 부정적인 정보를 오래 유지하는 것은 부정정서를 지속시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Eysenck, Derakshan, Santos, & Calvo, 2007; Gotlib & Joormann, 2010). 따라서 본 실험의 결과처럼 감정표현불능증 집단이 정상 집단보다 부정적 자극에 오래 주의를 유지하고 부정적 자극에 대한 주의전환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불필요한 부정정서를 지속시킬 가능성을 야기하고, 부정적 정서상태에 초점을 맞추게 하는 사고패턴으로 연결될 수 있다.
종합하면 감정표현불능증 집단은 정서를 무시해야 하는 조건에서 오히려 정서의 영향을 더 크게 받으며, 부정자극에 대해 불필요하게 오랜 주의를 할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원인으로 감정표현불능증을 지닌 개인들은 정서자극의 의미를 외현적으로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통해 정서적 각성도 느끼지만 느낌을 언어화하는 인지적 처리를 수행하지 못해 정서정보처리에 더 많은 자원을 사용하는 것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Aftanas & Varlamov, 2004; Lane, Sechrest, Riedel, Shapiro, & Kaszniak, 2000). 또한 감정표현불능증 집단은 애초에 방해자극 억제에 필요한 인지자원을 적절하게 할당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Dressaire 등(2015)에 따르면 감정표현불능증 집단은 외부지향적 사고양식을 보이며 인지적 자원을 과제 외적으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감정표현불능증 집단의 경우 내적인 정서정보처리에 적절한 자원 배분이 이뤄지지 못해 주의조절에 정상집단 보다 더 큰 어려움을 겪었을 가능성이 있다.
이상의 결과를 통해 감정표현불능증 집단이 인지통제력의 주요한 영역이자 정서조절과 관련된 주의의 통제와 전환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실험으로 확인하였다. 하지만 본 연구는 몇 가지 제한점을 지닌다. 감정표현불능증 집단은 정서를 인지적으로 처리하지 못하기 때문에 정서적 각성에 의한 신체반응에 집중하고 이를 증폭시켜 과제수행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Vermeulen, Luminet, & Corneille, 2006). 따라서 추후 연구에선 보다 확실한 각성가 통제를 위해 생리적 반응을 측정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또한 본 연구의 집단 구분에 사용된 척도는 자기보고식 감정표현불능증 척도였다. Mueller 등(2006)의 연구에 따르면 자기보고식 척도와 타인보고식 척도에 따른 감정표현불증 집단 구분에는 차이가 있었다. 이 점을 고려하여 타인보고식 감정표현불능증 척도를 추가하여 연구해볼 필요성을 제안한다.
본 연구는 감정표현불능증 집단의 특성인 감정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함이 오히려 더 큰 정서자극의 방해를 유발할 수 있음을 실험적으로 증명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지니며 감정표현불능증과 정서조절의 어려움 간의 관계를 ‘인지통제력’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볼 필요성을 제안한다. 실제로 감정표현불능증이 유발하는 임상적 증상이 과거 연구들의 중심에 있었다면, 최근엔 감정표현불능증과 정서조절 실패의 관계로 그 중심이 옮겨가면서 정서조절을 담당하는 집행기능과 감정표현불능증에 대한 연구들이 이어지고 있는 추세이다(Koven & Thomas, 2010; Dressaire et al., 2015). 하지만 이를 실험적으로 검증한 연구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정서자극에 대한 유연한 주의전환은 효과적인 정서조절과 밀접한 관련성을 가지는 것이 여러 연구를 통해 증명된 만큼(Gross & Thompson, 2007) 위의 제한점을 보완하여 감정표현불능증의 정서조절 실패를 상위 인지체계의 관점에서 추가적으로 접근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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