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자유 확장’의 실질적 의미에 대한 시론적 탐색
초록
이 연구는 기존의 언론자유 관련 이론을 근거로 한국언론법학회에서 선정한 ‘올해의 판례’ 14편을 분석하여 한국에서의 언론의 자유가 얼마나 보장되고 있는가를 살펴보고자 하였다. 분석결과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첫째, 법원은 명확성의 원칙을 엄격히 적용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점은 예를 들어 전기통신기본법상의 허위통신 규정을 위헌으로 판단한 소위 미네르바 사건에 잘 나타나 있다. 다만 이러한 언론의 자유 확장은 한편으로는 명예훼손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문제가 남아 있다. 둘째, 언론의 사전검열을 금지하는 헌법 제21조 제2항에 대한 사법부의 해석은 이전의 사법부의 태도에서 변화하지 않았다. 다만, 이러한 제도가 적용되기 위한 요건을 엄격히 설정하여 피해구제에 있어 언론의 자유와 개인 기본권 간의 적절한 이익형량을 시도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법원의 이러한 판단 경향은 언론의 자유가 대단히 중요한 권리이기는 하지만 절대적인 권리는 아니며 여타 다른 기본권과의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기존의 법원 판결에 부합하는 결정이라고 사료된다. 셋째, 법원의 판결은 언론의 자유와 개인의 기본권 사이의 이익형량에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 이러한 점은 언론의 사실(사실적 주장)과 의견을 구분하고자 하는 기준을 제시하는 데에도 나타난다. 다만, 반론권 행사의 주체로 정부, 지방 기관을 인정함으로써 반론권 행사가 국가에 의해 남용될 수 있다는 문제점은 아직 남아 있다. 넷째, 사실적시 명예훼손 사건은 모두 대법원 판결로서 법원은 이들을 위헌으로 판단하기에는 여전히 사회적인 필요성이 존재한다는 점을 앞세운다. 이러한 사법부의 판단은 사실 기존의 낡은 법을 해석하는 데 있어 불거지는 다양한 사회적 논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명예를 중요시하는 사회적 전통과 맥락이 그 판단에 작용하는 것이라 여겨진다.
Abstract
South Korea was ranked 41st place among 180 countries in the press freedom index by the Reporters Sans Frontières (Reporters Without Borders) in 2019. This is the highest rank since 2006 (31st at the time) and higher than that of the United States. This suggests that press freedom has expanded over the last few years since it was ranked the lowest in 2006. Based on this understanding, this study aimed to explore the actual meaning of the expansion of press freedom through a review of the related legal cases selected by the Korean Society for Media Law, Ethics, and Policy Research. First, Korean courts tend to apply the rule of void for vagueness (“명확성의 원칙”) strictly. Second, although Korean courts allow a remedy for the damage beforehand, they try to use a stricter basis in allowing the remedy. Third, the court’s ruling is focused on making a balance between the freedom of speech and the fundamental rights of the individual. Fourth, all cases of defamation are judged by the Supreme Court in a timely manner, which implies that there is still a social need for the courts to judge them as unconstitutional. In conclusion, press freedom is being well protected from a big frame. On the other hand, there remain a few complicated issues, such as fact-based defamation and prior damage relief system, which can be difficult to resolve in the near future. In particular, there is the possibility that the right of reply system can be abused by the Korean government or public party because the court did not draw a fine line between fact and opinion. The press should remember that Korean courts tend to put more weight on personal rights than on freedom of the press.
Keywords:
Freedom of the Press, Chulwoo Media Law Award Cases, Libel Law, Fact and Opinion, the Rule of Void for Vagueness키워드:
언론의 자유, 언론자유의 확장, 한국언론법학회, 철우언론법상 수상작, 인격권1. 문제제기
2019년 4월 18일 국경 없는 기자회(Reporters Sans Frontières, 이하 RSF)1)가 발표한 세계 언론자유지수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조사대상 180개국 가운데 41위를 차지하며 3년 연속 순위 상승을 기록하였는데, 2006년 31위를 차지한 이래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하며 노무현 정부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해였던 2013년 50위, 이후 2014년 57위, 2015년 60위를 기록했고 2016년에는 70위로 역대 최하위를 기록하면서 세계적으로는 언론자유 후퇴 국가로 인식되었으나, 문재인 정부 1년차인 2018년 43위를 기록하며 2007년 이후 11년 만에 미국(45위)을 앞섰고, 2019년 41위를 기록하며 아시아에서 언론자유도가 가장 높은 국가가 됐다. 문대통령은 임기 중에 30위까지 언론자유지수 순위를 높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경 없는 기자회는 순위를 발표하면서 한국에는 아직도 명예훼손,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관련된 방송법 등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하면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2) 방송법상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관련 조항 등이 여전히 위축효과(chilling effect)를 야기하여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이재진, 2019). 이러한 지적에 따르면 언론의 자유가 더욱 보장되기 위해서는 기존의 복잡한 법적, 사회적 쟁점들에 대한 해답을 법원이 제시해 주어야 할 것이라 판단된다.
언론자유의 확장은 언론법제 연구의 근간을 이루는 연구의 목적이다. 구체적으로 언론법제 영역의 연구는 어떠한 방식으로 ‘언론의 자유를 확장’하면서도 개인권을 보장할 수 있는가에 논의의 초점이 맞춰져 왔다(문재완, 2008; 이재진, 2002). 즉 언론의 자유 확장은 민주사회의 지향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실제로 다른 기본권과의 적절한 이익형량 과정을 통하여 그 목적을 달성하고자 한다. 샤우어(Schauer, 1980)는 이러한 이익형량 과정은 국가마다 그 사회의 정치사회적 환경에 따라 다르게 이루어진다고 판단하였다. 특정 사회가 처해있는 정치사회적 환경 하에 있는 법원의 판단이 언론자유의 실제적 보장에 주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한국의 경우 아시아 국가들 중에서도 언론의 자유 지수가 가장 높지만 국경 없는 기자회의 지적과 같이 아직도 한국에 있어서는 헌법적인 권리인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는 다양한 요인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게 현실이다. 특히 언론의 자유와 다른 기본권이 충돌하는 경우 언론의 자유와 다른 기본권과의 균형을 강조하는 한국의 경우에는 충분히 이러한 지적들이 언론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데 장애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하겠다.
이처럼 한 국가의 언론자유 확장의 의미는 특정한 국가나 사회가 처한 상황에 따라서 다를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언론의 자유는 확장하면서 개인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것이 적절히 이루어지고 있는가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는 언론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는 법적 이슈와 관련된 판례들을 중심으로 살피는 것이다(이재진, 2002). 즉 언론의 자유를 확장(또는 위축)하는 판결을 통해서 우리나라 헌법상 보장되는 언론자유의 현실을 가늠해 보고 현재의 언론자유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쟁점에 대해 어떠한 개선책을 필요로 하는가의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판례분석에 선행하여 우선 우리나라에서의 언론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법률 조항을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즉 대한민국 헌법 제21조에서 밝히고 있는 제1항과 제2항에 나타난 표현의 자유 이론, 그리고 제4항에 나타난 언론피해 구제에 대해서 논의를 하고 이러한 논의의 상황에서 실제 판결들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헌법 제21조는 제1항에서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제2항에서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언론의 자유에 대한 보호 규정으로서의 상징성을 의미한다. 그러나 제4항에서 ‘언론·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 언론·출판이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한 때에는 피해자는 이에 대한 피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는 언론의 자유에 대한 헌법유보조항을 두고 있다. 특히 제4항 두 번째 단락에서 규정하는 피해구제 조항의 대표적인 사례는 명예훼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언론의 자유 보장과 관련된 선행 연구들은 언론의 보도로 인한 개인권 침해와 언론의 자유 충돌시의 판결 등에 대해 각각 나름대로의 가치 있는 연구 성과를 도출하였음에도 제한된 판례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함으로써 언론자유의 확장이 실질적으로 어떤 의미인지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는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기존의 판례 중에서 주요한 판례를 중심으로 이전 연구들에서 나타난 판결 결과를 검토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에 본 연구는 사단법인 한국언론법학회에서 매년 시상하는 철우언론법상3) 분야에서 ‘올해의 판결’로 선정된 판례들을 분석하고자 한다. 그 대상은 철우언론법상이 시작된 2002년부터 2019년까지의 철우언론법상 심사위원회에서 선정된 대법원 판결 또는 헌법재판소 결정으로서 수상 판례가 없는 해 4년을 제외한 14건이다.4) 이렇게 선별적 판례를 분석하는 이유는 언론의 자유와 관련된 모든 판례를 살펴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양적으로 많은 자료를 분석하는 것은 연구의 목적에 비추어 비효율적이라 판단되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언론법학회의 철우언론법상 수상 판결이 언론의 자유를 가늠할 수 있는 대표 판례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언론법학회가 언론자유 확장에 기여했다고 판단되는 우수한 판결과 결정을 선별하여 해마다 상을 시상하고, 해당 판례가 없는 경우에는 선정을 하지 않았다는 점으로 미루어 언론의 자유와 관련된 ‘주요 판례’로서의 자격은 갖추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5) 아울러 판례의 경향성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전체 심급의 판결을 추적해 보아야 하지만 여기서는 최종심을 중심으로만 하는 만큼 법원 판사들의 전체적인 이해를 모두 살피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럼에도 언론자유 확장에 기여한 주요 판례를 분석하여 판례에서 나타난 법원의 인식을 살펴본다면 연구목적에 상당히 부합한다고 사료된다. 아울러 주요 분석을 통해 언론의 자유와 관련한 시대적 쟁점도 명료히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대표적인 판례에 대한 연구를 통해 판결을 담당하는 기관의 가치관은 물론 그 시대의 사회적 흐름, 언론의 자유를 둘러싼 정치적 상황까지도 유추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2. 기존 연구 분석
1) 언론자유이론에 대한 논의
언론자유 확장의 실질적인 의미를 탐색하기 전에 언론자유의 의미에 대한 탐색이 선행되어야 한다.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언론의 자유는 ‘사전검열이 없는 상태’라고 오랫동안 인식되어 왔다. 헌법에서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은 그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어느 민주주의 국가에서나 가장 핵심적인 논의 주제 중 하나이다.6) 언론의 자유는 헌법적으로 보장되는 기본권인 만큼 개인의 표현의 자유는 물론이고 언론사의 표현의 자유를 어떻게 확장할 것인가의 차원에서 많은 논의가 이루어져 왔다(이재진, 2002, 2006; Smolla, 1993; Youm, 1996). 즉 언론의 자유와 이와 갈등하는 다른 인격권을 어떻게 적절히 비교형량 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이어왔다(이승선, 2013; 이재진, 2006, 2009).7)
특히 명예훼손 영역은 기본권으로서의 언론의 자유가 기본권으로서의 개인의 명예권과 매우 첨예하게 충돌해 온 지점으로, 개인이나 언론은 최대한 광범위한 언론의 자유를 향유하기를 요구하는 반면, 타인의 명예가 훼손되는 경우에는 사회적 생명을 잃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Post, 1986) 각 사회나 국가가 처한 사회 환경이 반영된 적절한 비교형량을 꾀하려고 노력해 왔다(Schauer, 1980; Smith, 1981). 이러한 비교형량의 중요성은 인터넷이 미디어 환경의 중심이 된 오늘날에 더욱 커지고 있다.
거의 모든 국가의 법이 적절한 이익형량을 위해 존재하는데, 필요한 경우에는 개정을 통해서 언론의 자유 영역을 확장해 나가기도 한다. 언론의 자유가 여타 기본권보다 우월적인 위치에 있는 미국의 경우 언론의 자유 확장은 명예훼손 소송을 거치면서 이루어져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명예훼손법은 언론의 자유에 상당한 위협이었다(Gleason, 1990; McChesney, 2004). 특히 언론의 오보로 인한 개인권 침해시 형사적으로 처리하는 형법상의 명예훼손죄로 인하여 언론인들이 구속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나타나면서 언론자유에 대한 심각한 위축효과를 가져왔다. 사실 언론을 규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명예훼손법이 동원되었다고 해석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와 관련하여 스미스(Smith, 1981)는 정치적 상황이 민주화되면서 ‘언론의 자유’와 개인의 ‘명예권’은 서로 반비례하는 관계라고 간파하였다. 즉 그는 국가적 통제와 개인의 언론에 대한 명예훼손 소송이 반비례한다는 것인데 실제로 정치적 상황이 나아지고 인권이나 인격권에 대한 요구와 인식이 높아지면서 정치적 억압으로부터 언론이 자유로워지는 만큼 개인들의 명예권 침해에 따른 소송이 급증하게 된다고 한다. 이러한 지적은 우리나라의 1987년 언론자유화 조치 이후 현재까지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잘 반영된다(이재진, 2018).
일반적으로 언론의 공적인 역할이라 함은 대개 세 가지를 상정할 수 있다. 첫째, 언론은 국민의 알 권리(right to know)를 보장하는 역할을 하고, 둘째, 언론은 건전한 여론을 형성함으로써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역할을 하며, 셋째, 언론은 권력의 남용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역할을 함을 의미한다(대법원 2002.10.11. 선고 2001가합14741 판결 등). 다시 말하자면 헌법적인 보장을 통해 언론에 주어지는 자유란 이러한 언론의 공적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도록 하기 위한 일종의 특권과 같은 것이라고 하겠다(이재진, 2006). 따라서 언론의 자유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다면 국민의 알 권리가 침해받을 수 있으며, 권력의 남용이나 사회적 부정부패를 방지할 수 있는 장치를 상실하는 결과를 초래하여 사회적 건전성이 심대하게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이유로 법적인 측면에서의 언론자유가 헌법을 통해 보장되고 있지만 실제 판결에 있어 언론의 공적 역할이 얼마나 고려되는가 하는 것은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실제로 언론의 자유가 확장되면 국민의 알 권리가 확장되지만 한편으로는 무분별한 보도 등으로 인하여 개인의 인격권 침해 또한 확대된다고 한다. 실제로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인구의 10%는 수정헌법 제1조가 불필요하다고 느낄 만큼 언론의 자유가 무분별하다고 느끼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Hopkins, 2015; Jensen, 1991). 이처럼 언론의 자유는 완전한 것도 아니고 개인들의 여타 기본권과 충돌할 때는 적절한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언론사의 경우, 언론의 자유에 근거한 특권으로 취재·보도의 자유를 누린다. 언론사는 취재보도의 자유가 있다는 표현보다는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킬 의무가 있다는 표현을 선호한다. 왜냐하면 어떤 특권을 누리는 존재로서의 언론보다는 국민을 위해 공익적인 역할을 하는 존재로서의 모습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이재진, 2011). 이와 관련 일찍이 블라시(Blasi, 1977)는 언론은 공적인 영역에 존재하는 유일한 사적 존재이며 언론매체의 표현은 개인이 자신의 사상을 표출하는 것이 가지는 가치보다 더 공적인 가치를 가지는데 그 핵심은 정보의 전달과 함께 권력의 감시비판 가치(checking value)라고 보았다. 그는 언론자유의 근거가 되는 자치이론(self-government theory)이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하면서 언론과 언론사에 확장된 보호가 요구된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언론의 역할을 강조하는 이론적 근거는 ‘파수견(watchdog)’ 개념이라고 판단된다. 글리슨(Gleason, 1990)은 파수견으로서의 언론이란 개념은 자유주의적 이론이나 철학에서 주장하듯 자연스럽게 발전했다기보다는 언론에게 주어지는 법적 보호의 정도를 둘러싼 법정에서의 치열한 공방 속에서 발전해 왔다고 지적한다. 이는 언론의 자유를 규제하는 다양한 법적인 틀을 깨고 언론의 공적인 가치를 고려하는 과정에서 언론의 자유가 확장되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개인적 가치를 실현하며 민주주의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표현의 자유가 실질적으로 확장되어야 할 것이나, 여전히 이에 대한 관행적인 규제가 많다면 혹은 표현의 자유가 확장되었다고 느끼는 사회적 구성원들의 합의가 없다면 이는 실질적인 언론의 자유의 확장이라고 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언론의 자유의 확장과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개인의 기본권 침해, 과도한 검열과 규제로 인한 표현의 자유 위축 효과 등이 서로 맞물리면서 그 범위와 한계의 설정이 모호한 현 상황에서는 언론의 자유가 온전히 보장된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이재진, 이정기, 2011). 결국 언론의 자유가 얼마나 보장되는지의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언론의 자유와 여타의 다른 기본권과의 충돌에 있어 어떻게 비교형량 되는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즉 양자간의 갈등이 어떻게 해결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어떠한 이론적 접근이 발전되어 왔으며(Pember & Calvert, 2008) 과거와 현재의 비교형량은 어떻게 다른가에 대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2) 언론자유 이론의 쟁점
대부분의 국가들에 있어 언론의 자유와 관련한 판결 경향에 따르자면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쟁점들이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첫째, 언론의 자유는 절대적인 권리가 아니다. 전술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경우 헌법 제21조 제4항은 언론, 출판의 자유를 보장하는 동시에 언론, 출판의 자유가 민주사회에서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인간의 존엄성에서 기인하는 개인의 일반적 인격권 등의 희생을 강요할 수 없음을 명백히 하고 있다. 따라서 명예훼손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주장은 법적 논리에 있어서 타당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판결 경향은 언론의 자유가 여타 다른 기본권에 비해 우월적인 위치에 있지만(Schauer, 1980; Youm, 1996) 우리나라에서는 언론의 자유가 중요한 기본권이기는 하나 미국과 같이 우월적인 권리의 위치에 있지 않다는 점을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다(제21조 제4항). 또한 헌법 제37조의 법률유보조항도 있어 언론의 자유에 대한 규제가 정당화 될 수 있다. 결국 언론의 자유와 여타 기본권을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가와 관련된 판결이 우리나라에서는 대단히 중요하다(장호순, 2000).
다시 말하자면 우리나라는 언론의 표현의 자유와 개인이나 단체의 인격권이 충돌할 경우 언론의 자유를 절대적 우위의 가치로 두기보다 비교형량을 통해 결정하는 경향이 강하다. 헌법재판소는 표현의 자유 규제로 인한 사회적 이익이 더 클 경우 명확성 원칙을 엄격히 적용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문재완, 2008). 법원은 언론자유를 다른 기본권과 비교하여 어떠한 상위의 개념으로 상정하고 있지 않다(이재진, 2002).
실제로 우리나라에서의 언론의 자유는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평가의 축으로 보아,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에 비해 큰 발전을 보여 왔다고 할 만하다. 현행 헌법 제21조에 규정된 표현의 자유 규정은 법규정 자체로는 큰 변화 없이 이어져 왔지만, 헌법재판소와 법원의 판례에서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와 구체적인 내용들, 예컨대 음란물이나 광고물에 대한 표현의 자유의 보호 영역 인정 여부, 국민의 알 권리 인정 여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한 표현행위에 대한 책임수단의 위헌 여부, 표현행위의 사전규제와 사후규제에 대해 분리된 위헌심사, 다양한 미디어 매체의 개별적 특성을 반영하기 위한 입법적 노력 등에서 개선된 모습들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이재진, 2009).
둘째,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는 보도금지 가처분 제도는 우리나라 헌법 제21조 제2항에서 금지하는 사전검열이 아니다. 오랫동안 표현의 자유는 18세기 영국의 블랙스톤(Blackstone) 대법관이 간파한 ‘언론의 자유란 검열이 없는 상태’라는 명제에 부합하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1971년 New York Times v. U.S. 판결에서 언론의 보도에 대해 국가 안보를 이유로 보도금지 가처분 결정을 명하는 경우 국가안보에 대한 개념정의가 명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즉 명확하게 개념정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국가 안보 등의 명분으로 함부로 가처분 명령을 내리는 것은 위헌이라는 것이다(Bickel, 1977).8)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과 유사한 판결이 없으며 가처분 명령을 내리는 주체가 사법부인 만큼 이는 행정기관에서 내리는 사전검열과는 다르다고 인식된다. 즉 헌법 제21조 제2항에서 금지하는 사전검열에 법원의 보도금지 판단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 법원은 보도금지 가처분 제도를 언론의 보도가 있기 전에 미리 언론에 대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일종의 피해구제 방식으로 수긍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언론의 보도가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법원은 보도의 중지, 보도내용 편집, 보도 시점 유예, 배포 등에 대한 명령을 결정할 수 있다(헌법재판소, 2001.8.30. 선고 2000헌바36 결정 등). 언론은 지금도 언론보도를 금지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으로 주장하고 있으나 사법부는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 다만, 언론사에 사과문 게재를 명령하는 것은 언론사의 양심의 자유를 위반하는 것으로 위헌으로 판단했다(헌법재판소, 1991.4.1. 선고 89헌마160 결정).
그런데 보도금지 가처분 제도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정치인과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큰 공인들이라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언론의 사회적 영향이 매우 커서 보도된 이후에는 충분히 피해구제가 잘 이루어지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박용상, 2013; 심석태, 2011; 한위수, 2002). 아울러 보도를 미루거나 그 편집을 수정하거나 또는 일부를 방영되지 않도록 할 수는 있으나 아예 전체를 방송하지 못하도록 하는 경우는 언론의 자유 침해로서 위헌이라는 일각의 주장은 수용하고 있지 않다(이재진, 2002). 미국의 경우처럼 차후에 관련 보도가 무죄로 드러난 이후에도 법원은 보도금지 당시 법원의 보도금지 가처분 명령이 잘못되었다는 인정을 하고 있지 않다. 이러한 점에서 언론의 오보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고, 미리 피해를 막고자 하는 제도의 허용은 사회적으로 힘 있는 공인들이 언론의 보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위축효과가 항시 존재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셋째, 언론의 자유가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존재한다는 명제이다. 알 권리(right to know approach)란 방해 받지 않고 자유롭게 정보를 추구하고 유통할 수 있는 권리라 할 수 있다. 이는 국민 개개인이 중요한 결정을 내리거나 자신의 복지를 위해 충분한 정보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논리를 바탕으로 한다(표성수, 1997). 알 권리는 기본적인 권리로서 다른 경제적 자유보다 우월한 지위를 누리는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알 권리에 대한 헌법상의 명문 규정은 없지만 헌법 제21조의 표현의 자유와 관련하여 한국 법원은 여러 차례에 걸쳐 헌법적 권리로서 인정한 바 있다.9)
이러한 국민의 알 권리란 일반 공중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공적인 정보를 추구하고 취득하는 데 있어서 불법적으로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는 법익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알 권리는 정보 수집의 모든 과정을 포괄하며, 그 대상이 되는 정보는 대체로 다음과 같다. 첫째 주권자인 국민이 국정을 판단하는데 필요한 정보, 둘째 국민이 사회인으로서 안전하고 건강하게 문화적인 현대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 그리고 마지막으로 국민이 인격상의 자기달성을 위해 필요한 정보를 총괄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임병국, 1999). 박용상(2013)은 알 권리란 본래 민권운동의 표어 혹은 정치적 구호로 사용되어 온 것이 법적으로 제도화된 개념이기 때문에 엄밀하게 법적으로 정의된 내포와 외연을 갖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국민의 알 권리는 1988년 헌법재판소가 개원한 이래로 헌법 조문에는 없었으나 결정문에서 헌법적인 권리로 결정한 최초의 사건이다. 이재진(2006)은 헌법재판소의 경우 비록 알 권리에 대한 정의를 명백하게 내리진 않았지만 헌법 제1조의 국민주권의 원리, 제21조의 표현의 자유, 제10조의 인간존엄과 행복추구, 그리고 34조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와 규정에서 나타난 정신을 근간으로 한 헌법적 권리로서 인정하고 있다는 점은 점에 주목하면서 이러한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개인의 표현의 자유가 더욱 확보된다는 의미와 함께 언론사의 자유로 더 확장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았다(헌법재판소 1989.9.4. 선고 88헌마22 결정; 헌법재판소 1991.5.13. 선고 90헌마133 결정).10)
알 권리는 헌법유보(제21조4항)조항과 일반적 법률유보(제37조2항)조항에 의해 제한 될 수 있다. 그러나 전술한 바와 같이 그 제한은 알 권리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해서는 안 되며 제한도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제한은 대개 알 권리가 다른 기본권이나 국가적, 사회적 법익과 상충하는 경우, 즉 타인의 명예나 권리(개인적 법익),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사회적 법익), 국가의 안전보장이나 질서유지(국가적 법익)를 침해하는 때 가능하다(임병국, 1999). 이 중 가장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 알 권리의 실현이 과도하게 개인적 인격권을 침해할 때 이에 대한 적절한 비교형량을 해야 하는 경우이다.
결국 알 권리는 시민자치와 복지사회를 위한 기본적인 권리로서 다른 경제적 자유보다 우월한 지위를 누리며 언론출판의 자유의 한 축을 이루는 것으로서 의사 표시를 받아들이는 측면에서의 자유로 이해되어 왔다. 이에 따라 국민들은 누구나 일반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정보원으로부터 의사형성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 처리할 수 있다(허영, 2015).
넷째, 언론의 자유는 언론의 공적 역할 때문에 보호된다는 언론의 역할 이론(Role of Media Approach)이다. 언론사의 표현의 자유를 왜 보장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 다양한 방식의 응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전술한 대로 언론이 공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박용상, 2013; 이승선, 2013; 이재진, 2018). 즉 언론이 국민들을 위한 또는 국민들을 대신하는 중요한 정보전달과 환경감시 등을 통하여 여론의 형성이라는 공적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헌법적 보장을 받는다는 논리이다.
이러한 역할론적 접근은 언론자유가 왜 보장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의 근거를 제공한다. 무엇보다 언론은 사회적 통합을 달성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이며(McQuail, 1990), 특히 과잉 분화된 사회에서 언론이야말로 정확한 정보 공급처로서 그 의존도가 대단히 높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이처럼 언론의 역할에 대한 이해는 사실상 언론의 공권력 남용에 대한 견제와 감시에 근거하는 동시에 공익사항에 관하여 취재, 보도하여 민주적인 여론형성에 기여해야 한다는 책임론적 시각도 포함된다. 다시 말하자면 언론이 비록 상업화의 병폐가 존재하기는 하나 국가 및 정치권력의 남용을 감시하고, 남용되었을 때 이를 신랄하게 비판할 수 있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즉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일반 사람들은 할 수 없는 권력에 대한 점검가치(checking value)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Blasi, 1977).
글리슨(Gleson, 1990)은 미국의 언론자유의 역사는 명예훼손을 둘러싼 언론소송의 역사라고 간파한다. 그는 언론의 자유가 처음 언론이 출발하기 전에 존재하였고, 1791년 수정헌법 제1조가 만들어 졌을 때부터 이미 정치권력을 비판할 수 있는 자유를 상정하고 있다는 언론자유론자들의 시각을 거부하고, 핵심적인 점검가치(checking value)를 실행하는 파수견으로서의 언론의 등장은 수많은 명예훼손 소송을 통해서라는 주장을 폈다. 다시 말하자면 언론의 자유의 근간이 되는 정치권력과 사회적 부정부패에 대한 언론의 감시 및 비판 기능은 원래부터의 기능이라기보다는 소송을 통해 언론과 법원이 커뮤니케이션하는 과정으로부터 조금씩 인정되어 온 그런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경우에도 우리 법원은 2002년 헌재 결정 이전까지는 파수견으로서의 언론의 기능을 인정하지 않았다. 언론을 단순히 정보의 전달을 통하여 건전한 여론형성 기능을 하는 존재로 파악하였다. 그러나 2002년 이후 우리 법원은 언론의 정당한 의혹 제기 기능을 인정하면서 ‘현저히 공격적이지 않다면 정당한 의혹 제기는 언론의 의무’라고 판단하게 된다. 즉 언론을 사회의 부정부패와 권력의 남용에 대한 감시 및 비판 그리고 예방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규정하였다. 실제로 언론중재법은 2009년 개정에서 언론의 사회적 역할 규정을 신설하면서 언론의 사회적인 공적 역할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판결에 근거할 때 언론의 자유가 제대로 보장되고 있다고 할 수 있는가? 단순히 헌법적이고 상징적인 측면에서의 언론의 자유를 의미하는 것은 아닌가? 여타 기본권과의 갈등이 있을 때 이를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올바른가 하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3. 연구결과 분석
전술한 바와 같이 언론자유의 역사는 명예훼손법의 역사와 자취를 같이 한다하고 할 수 있다. 국가가 명예훼손죄를 언론을 통제하기 위해서 동원하기도 하였고(Mowlana & Chin, 1971), 아직까지도 많은 나라에서 명예훼손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범죄행위를 구성한다(이재진, 2002). 이러한 이유로 전통적으로 명예훼손은 언론의 자유를 구속하는 가장 중요한 범죄로 인식되어 왔다(Gleason, 1990; McChesney, 2004). 즉 명예훼손 영역의 경우에는 개인의 표현의 자유나 언론사의 표현의 자유 모두 명예훼손법이 어떻게 정비되어 적용되고 있는가에 따라 결정되는데, 선진국들의 경우 점차 언론의 자유를 고려하여 명예훼손에 대한 형사처벌을 크게 줄이거나 폐지하는 수순을 밟아왔다(박아란, 2018).
궁극적으로 언론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가장 핵심적인 가치 중 하나이다. 표현과 표현 대상자의 여타 기본권의 충돌이 발생한 경우에 재판부는 무엇보다 어떠한 근거를 들어 비교형량 할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선행연구들은 표현의 자유에 의한 명예훼손적 표현과 언론의 표현의 자유 충돌시의 판결 등에 대해 의미 있는 연구결과를 도출하지 못하고 동일한 사건에서 다른 결과가 도출되는 경우도 나타나는 등 관련된 판결에 대한 충분한 분석을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김봉수, 2012; 배금자, 2002; 변종필, 2012 등). 결국 언론자유에 관한 판례에 대한 종합적인 시각의 분석이 요구된다(이정기, 2015).
다만 모든 판례가 공개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관련 판례 전체를 전부 수집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언론자유의 현주소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주요 판례를 선별해서 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비록 관련 판례 전체를 대표하는 판례는 아니지만 언론자유의 확장에 기여했다고 판단되는 판결(결정)을 올해의 판결로 선정하여 철우언론법상을 시상하는 한국언론법학회의 수상 판례를 주요 분석 대상 판례로 삼았다. 한국언론법학회는 2002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올해의 판결을 선정하여 판결을 내린 법원이나 헌법재판소에 시상해 왔다. 언론자유의 확장에 기여한 판례가 없는 경우에는 수상 판례를 선정하지 않았다. 실제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간은 연속으로 수상 판결을 선정하지 않았다. 그만큼 수상 판결의 선정은 한 해 동안 나온 판결들을 후보로 엄정하고도 꼼꼼한 검토와 치열한 논의를 통해서 선정된다. 이렇게 선정된 2002년부터 2019년까지의 판례 14건을 정리하면 <표 1>과 같다.11)
<표 1>에 따르면 2002년부터 2019년에 걸친 지난 18년 동안 전체 14건의 판례가 철우언론법상을 수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헌법재판소 결정이 9건이며, 대법원 판결이 5건으로 나타나 헌법재판소 결정이 다수를 차지하였다. 이처럼 헌법재판소 결정이 대법원 판결보다 더 많았던 것은 언론의 자유가 헌법적 권리로서 여타 기본권과의 충돌 원인이 되는 법규정에 대한 위헌이나 헌법불합치 여부를 선고하는 사례들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수상 판례가 없는 경우는 이명박 정부가 시작하던 첫 해인 2008년(6회차), 그리고 박근혜 정부 기간 중 2013년-2015년(12-14회차)에 걸친 3년의 기간이었다. 2002년부터 시상한 것으로 보면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 그리고 문재인 정부에서는 수상 판례가 계속해서 선정되었다. 단순히 판결의 선정연도의 정치적 상황만으로 보면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에 한정된다고 볼 수 있는데, 특히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재임 4년 중 3년 동안에 철우언론법상을 수상 대상이 될 만한 언론자유의 확장에 기여하는 판결례가 적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때에 국경 없는 기자회의 언론 자유 지수는 점점 하락하여 2016년 70위(2015년 60위, 2014년 57위)를 기록했다. 사회적으로는 이 기간 중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겪었으며 언론의 민낯을 드러내며 기레기(기자+쓰레기)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고 뉴스 신뢰도에 있어 회복을 이루지 못하면서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언론의 뉴스 신뢰도 또한 계속 추락하여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조사에서 38개국 가운데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했다). 아울러 이 시기는 2008년 온라인 모욕죄를 입법화하려고 시도했던 시기와도 상응하면서 온라인상의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에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가 큰 사회적 쟁점이 된 시기와도 맞물린다. 다시 말하자면 시기적으로만 판단하는 경우 언론자유를 규제하려는 정치적, 입법적 움직임이 활발한 시기였던 까닭에 언론자유의 확장에 충분히 기여했다고 판단할 수 있는 판결례들이 나오지 못했다고 추정된다.
마지막으로 문재인 정부에 들어오면서 언론자유에 대한 기본권이 강화되면서도 언론자유의 쟁점이 사회적으로 표출되어 논의되는 시기였다고 판단된다. 언론자유도에 있어서는 크게 향상(37위)되었으나 사회적으로 표현의 자유가 어느 정도 허용될 수 있는가에 대한 쟁점이 부각되었다. 예를 들어 2012년부터 일간베스트(소위 일베)가 사회적 쟁점으로 급부상하였고, 2016년에는 30대 남성이 20대 여성을 강남역 근처 술집 화장실에서 살해하는 소위 묻지마 살해사건이 있었다. 당시 가해자는 살해동기에 대해 여자들이 나를 무시한다는 생각이 들어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이 사건 이후 여성들이 거리시위에 나섰고 사회적인 논의로 발전했다. 2018년에는 미투 운동이 사회적으로 확산되기도 하면서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이 사회적 문제로 다시 등장하게 된다.13)
판례의 성격적인 측면에서 살펴본다면, <표 1>에서 볼 수 있듯이, 헌법재판소 결정이 14건 중 9건(64.3%)이었고, 대법원의 판결(3건)과 결정(2건)이 5건으로 나타났다. 쟁점별로 보면 다양한 쟁점의 판례들이 혼재해 있었다. 이 중 대법원 판결에서는 언론의 자유와 기본권(인격권)이 충돌하는 사례가 가장 많았는데 총 14건의 판례 중에서 언론의 자유와 명예, 또는 언론의 자유와 기본권 간의 충돌로 야기된 소송 관련 사례가 9건(64.3%)으로 나타났다(#2, #3, #4, #5, #10, #11, #16, #17, #18회차). 이들 중 직접적으로 명예훼손과 관련된 것은 5건(35.7%)이었으며, 이들 중 3건이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에 대한 판례였다. 이들 명예훼손과 언론의 자유 관련 판례에 있어 언론의 자유와 기본권 중에서 어디에 무게를 두었는가를 살펴보면 예상한 바와 같이 언론의 자유를 우선적으로 인정한 사례(10건, #1, #3, #7, #9, #10, #11, #15, #16, #17, #18회차)가 기본권(인격권 포함)을 우선한 사례(4건, #2, #4, #5, #8회차)보다 훨씬 많았다. 아울러 대부분의 판결에서 ‘미디어의 공익적 역할’에 대해서 고려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사건들에서 법원은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이 여전히 합법적인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법원은 사실의 적시와 의견의 진술을 구분해야 하며, 사실의 적시에 있어서의 위법성 조각사유에 대해서 명확히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을 인정하면서도 그 인정의 요건을 좁게 해석하라는 주문을 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우선 어떠한 표현이 사실인지 또는 의견인지를 가려야 하며 순수한 의견의 경우에는 위법성을 넓게 해석해야 한다고 본다. 헌법재판소는 “어떤 표현이 사실의 적시인가 의견의 진술인가를 가리기 위하여는 전체의 취지, 사회적 흐름과의 연관 하에서 당해 표현이 갖는 의미를 살펴 판단하여야 하고 또한 그 표현이 진위를 결정하는 것이 가능한지의 여부도 살펴보아야 한다”고 적시하여 의견이라도 사실에 근거한 표현의 경우에는 사실적시에 해당한다고 보던 이전의 시각과는 다소 다른 모습을 보인다.
구체적으로 법원은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사건은 시대적 요구와 일치하지 않은 것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적시에 의한 타인의 명예훼손은, 진실이 공공연히 알려짐으로 인해 적시된 대상에 대한 사회적인 평가가 저해되거나 부정적인 평가가 새로 형성되는 것을 의미한다(대법원 2008.11.13. 선고 2006도7915 판결). ‘사실적시’의 의미는 명예훼손 문제에서 주관적인 의견이나 감정의 표현을 배제하는 의미를 갖는다. 즉 이는 사실과 의미는 전혀 다른 문제로서, ‘사실’이 증거에 의해 진실 여부를 구분할 수 있는 사항이라면 ‘의견’은 가치판단의 문제로서 타당하다거나 부당하다는 정도의 평가만 가능할 뿐 진실 여부를 가릴 수 없다.14)
위 판례들 중 2002년도에 나온 2000다14613 대법원 판결(#2회)은 정치인들에 대한 보도에 있어서의 사실적시에 따른 책임에서 진실성과 공익성을 통한 위법성 조각사유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데 이러한 논의를 하는 과정에서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의 책임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대법원은 “... 특정인의 정치적 이념은 위장 가능성이 있으며 이를 정확히 증명해 낸다는 것은 극히 어려우므로, 이것이 진실하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를 따짐에 있어서는 그러한 의혹의 제기나 주장을 할 수도 있는 구체적 정황의 제시로 족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라고 판단했다. 즉 대법원은 보도가 진실하고 공익적이면 면책이 되는데, 이때 보도의 진실성은 보도가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족하다는 상당성 원칙을 확인하면서 정치인에 대한 사실 보도의 상당성은 좀 더 넓게 해석해야 한다고 보았다.15)
또 다른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 관련 2017년 사건에서(2017도15628 판결, #17회차)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사실적시에 따른 명예훼손 관련 논의를 다루면서 사실적시의 헌법적 문제점에 대한 논의보다는 사실적시가 법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다루고 있다. 대법원은 “다른 사람의 말이나 글을 비평하면서 사용한 표현이 글의 전체적인 내용 등을 종합하여 볼 때, 비평자가 자신의 의견을 강조하기 위한 수단으로 그와 같은 표현을 사용한 것이라고 이해된다면 명예훼손죄에서 말하는 사실의 적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즉 어떠한 현상이나 비평의 경우에는 이를 사실 적시의 영역에서 다루어 비평의 자유 또는 표현의 자유를 규제할 수도 있는 논란을 피하고자 하는 우리 법원의 이익형량의 의도를 살필 수 있다.
2019년도(#18회차) 판결로 선정된 2018년 사건(2018.10.30. 선고 2014다61654 판결)에서 대법원은 공인에 대한 표현은 정치적인 표현으로서 최대한의 보호를 받아야 하고, 언론은 공인의 정치적 이념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따라서 법원은 “트위터 글이나 기사를 작성하면서 ‘종북’이나 ‘주사파’와 같은 표현은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이라기보다는 의견표명 또는 구체적인 정황의 제시가 있는 의혹제기에 불과하여 불법행위가 되지 않거나 을 등이 공인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다시 말하자면 사실의 명확한 입증이 어렵고 공적인 일과 공적 인물이 관련된 사안의 경우 언론이 숨 쉴 수 있는 공간에 대해 고려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판단된다.
이상의 사실적시 명예훼손 관련 판결을 두고 볼 때 사실적시에 따른 명예훼손죄의 문제점을 사회적인 배경이나 요구에 따르는 방식으로 판단하기보다는 정의를 내리거나, 면책사유의 적용 범위를 판단하거나, 공인과 명예훼손과의 관계를 확인하는데 그치고 있다. 폐지를 주장하는 가장 큰 요인이 되는 개인의 사회적 고발 등과 관련하여 문제가 되는 측면에서는 판결이 이루어지고 있지는 못함을 알 수 있다.
언론의 자유보다는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다양한 이슈를 다루는 판례(결정)가 5건(21.4%)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이들은 정보통신망법상의 불온통신 및 허위통신 규정이 위헌이라고 판단한 결정 2건(#1, #10회차), 야간집회금지 조항을 헌법불합치로 결정한 사례 1건(#9회차), 그리고 인터넷에서의 선거운동 금지를 위헌으로 결정한 사례 및 정당 후원에 제약을 둔 정치자금법상의 규정을 헌법불합치로 결정한 사례 2건(#11, #15회차)을 포함한다.
‘사전검열’과 관련된 결정은 2건(#4, #8회차)이 있었다. 이전 구 방송위원회의 위탁을 받아서 운영되는 <광고자율심의기구>가 그 성격상 위헌이라고 판단하였으며(#4회차), 보도가처분 제도의 경우 그 성격상 위헌적이기는 하나 사회적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엄격한 기준에서 적용해야 한다는 취지의 결정이 있다(#8회차). 여전히 사전검열이란 행정기관에 의한 검열의 성격을 띠는 것이어야 하고 법원의 보도, 배포, 방송 금지 가처분 제도는 위헌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보도금지가처분 신청을 제한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의 결정을 통하여 함부로 가처분 신청이 수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한 점은 이전에 비해 개선된 내용이라고 판단된다.
위의 판결 중 흥미로운 판결은 반론권에 관련된 판결이다. 헌법재판소는 피해구제를 위한 반론권이 가지는 공익성이 사회적으로 필요하다고 보고, 구 정기간행물법의 규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 당사자 능력이 없는 기관 단체도 당사자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은 위헌이 아니라고 보았다(#5회차). 아울러 헌법재판소는 반론권의 대상이 되는 사실적 주장과 의견의 구분에 대해서도 지적하는데 사실적 주장과 의견을 구분하는 방법으로서 반론보도문의 내용을 가지고 판단할 수 있다고 밝힌다. 헌법재판소는 반론보도의 내용과 관련, 원보도가 ‘3자의 의견을 자기의 의견으로 보도하였고, 반론보도문에서도 제3자가 실제 그러한 의견을 표명한 것인지의 여부를 문제 삼는 취지가 아니라면 그 원 보도는 의견 표명의 방법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아울러 반론권을 어디까지 적용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좀 더 구체적으로 지적하는 데 단순히 사실의 적시와 의견의 진술을 구분하기 힘든 경우에는 피해자가 구하고자 하는 반론보도의 내용을 통해서 의견과 사실을 구분할 수 있다고 보았다. 대법원은 “다른 사람의 말이나 글을 비평하면서 사용한 표현이 글의 전체적인 내용 등을 종합하여 볼 때, 비평자가 자신의 의견을 강조하기 위한 수단으로 그와 같은 표현을 사용한 것이라고 이해된다면 명예훼손죄에서 말하는 사실의 적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함으로써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의 부담을 줄이려는 의중을 엿볼 수 있다(#17회차). 즉 법원은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를 버리지는 못하지만 의견과 사실의 구분을 좀 더 까다롭게 하여 보다 완충적인 판단을 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개인권과의 갈등을 다룬 사건 이외에도 언론의 자유를 다루는 사건들이 있었다. 2016년 헌재 결정도 비록 예상은 되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사례로서 눈길을 끈다. 우리나라는 신문법에서 ‘인터넷 신문’은 지면이 아닌 인터넷을 통하여 발행·배포되는 신문을 뜻하는 것임이 분명하고, 시대적·기술적 변화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인터넷 신문을 규율하기 위해서는 인터넷 신문이 갖추어야 할 구체적 발행기준을 대통령령에 위임하여야 할 필요성이 인정된다 ··· 언론의 자유에 의하여 보호되는 것은 정보의 획득에서 뉴스와 의견의 전파에 이르기까지 언론의 기능과 본질적으로 관련되는 모든 활동이라는 측면에서, 고용조항과 확인조항은 인터넷 신문의 발행을 제한하는 효과를 가지므로 언론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판시하였다. 이는 인터넷 신문을 전통적인 미디어와 마찬가지로 언론 미디어로서의 자유를 인정하는 결정으로 궁극적으로 인터넷 신문임을 규정하려는 법 규정은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정리하자면 비록 언론의 자유와 여타 인격권 침해 사례 중 이번에 분석의 대상이 된 철우언론법상 수상 판결이 전체 판결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전체 판결례를 관통하는 공통점과 차이점을 살펴보았다. 무엇보다 표현의 자유를 확장하는데 기여한 것으로 인정되는 판례이기는 하나 언론의 자유와 다른 기본권이 충돌하는 경우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법원의 태도를 발견하는 것은 어려웠다. 그럼에도 분석의 대상이 되는 판례들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명확성’과 ‘사회적 필요’이라고 할 수 있다.
명확성의 원칙은 과잉금지원칙과 더불어 헌법재판소가 법률의 위헌성 여부를 심사하는 데 적용해온 주요 기준이다. 헌법재판소는 명확성 원칙의 논리적 근거로 헌법 제12조에 선언한 죄형법정주의를 제시하고 있다.16) 민주주의 법치국가에서는 어떠한 행위가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는가를 국민들이 확실히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법조문이 분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무엇이 금지되는 행위이고 무엇이 허용되는 행위인지를 수범자가 알 수 없다면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은 확보될 수 없게 될 것이고, 또한 법집행 당국에 의한 자의적 집행을 가능하게 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일관되게 판시해왔다(헌법재판소 1988.4.30. 선고 95헌가16 결정). 또한 불명확한 법률에 의한 형벌은 “결과적으로 어떠한 행위가 범죄로 되어야 하는가를 결정하는 입법권을 법관에게 위임하는 것으로 되기 때문에 권력분립의 원칙에도 반하는 것”이라고 헌법재판소는 판시하였다(헌법재판소 1992.4.28. 선고 90헌바27 결정). 헌법재판소는 1998년 결정에서도 “헌법상 보호받는 표현에 대한 위축적 효과”로 인해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입법에 있어서 명확성의 원칙은 “특별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강조한 바 있다(헌법재판소 1988.4.30. 선고 95헌가16 결정).
이처럼 개인의 언론의 자유, 특히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과잉으로 규제할 수 있는 불명확하거나 잘못된 법조항을 개선하고자 하는 사법부의 의지와 인식의 경향을 살펴볼 수 있는 반면,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적 여론이나 급작스러운 변화에 대한 사회적 저항 등을 고려하여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살아가는 데 있어 여전히 필요성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워 과감한 수술을 하지 못하는 부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언론의 자유를 둘러싸고도 그 보호의 정도에 대한 사회적 의견이 다를 수 있듯이 법원의 판단은 대범주에서의 언론의 자유는 확장하되 세부 범주에서의 언론의 자유 부분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자세를 취함으로서 균형을 유지하고자 하는 모양새를 나타낸다. 즉 사회적 질서유지에 여전히 이러한 부분에 대한 필요성이 정당화 될 수 있음을 밝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관련 판례들은 대개 언론의 자유를 확장한 판결이라는 이름에 맞게 판례의 의미를 판단할 수 있으나, 한편으로는 이론적 논의에서 다루었던 언론의 자유라는 틀에서 볼 때 실제로 법원의 언론의 자유에 대한 인식의 경우 언론의 자유를 최대한 우월적인 지위로 판단하는 경향이 큰 미국과는 다른 상황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4. 결론 및 논의
언론의 자유는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하여 여론을 형성하는 것이므로 민주국가에서는 필수불가결한 권리이지만 이를 무제한적으로 인정할 경우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사회적인 평가를 저하시킬 수 있고 이에 따라 언론의 자유와 개인의 명예권 충돌에 관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언론자유의 보호 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하여 서로 충돌하는 언론의 자유와 인격권의 가치가 잘 조화되도록 법제의 정비가 요구된다.
헌법상 언론의 자유는 관련된 사안이 사적인 관심사인지 공적인 관심사인지, 그 목적이 사적인 목적인지 공적인 목적인지, 더 나아가 사실적시의 대상이 사인인지 공인인지에 따라 보호의 정도가 달라질 뿐만 아니라, 헌법은 제37조 제2항에서도 공익성을 개인의 기본권을 제한하기 위한 근거로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과도한 규제와 간섭은 보호법익의 보호 정도를 초과하여 피해 사실을 적시하기 위한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고, 진실을 은폐하여 언론의 객관적 사회질서의 역할을 해할 위험이 있다. 그러므로 언론의 자유 보호 영역을 확대하면서도 그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필요한 자율적 규제를 구축하여 언론의 자유를 넘어서는 명예훼손은 스스로 규제할 수 있는 윤리의식에서 그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국가의 법적 규제와 국민의 자율적 규제가 모두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17)
형법 제310조가 공익성을 목적으로 한 진실은 면책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언론의 자유를 충분히 보호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 특히 현재 판례는 표현의 결과나 표현의 방법 또는 표현의 목적을 고려하여 공익성을 부인하고 적용 범위를 축소하게 되는데, 이것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알려져야 한다는 공익성의 취지에 어긋나며 더욱 중요한 것은 이렇게 공익성의 적용 범위가 좁혀지거나 또는 판단에 일관성이 없어 실제 공익성이 적용되는 표현에 대해서도 위축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즉 사실을 적시한 표현으로 인해 보호 가치가 있는 명예가 훼손되었을 경우 비형사법적 구제수단(손해배상, 정정보도, 반론보도 등)이 마련되어 있음을 고려해 볼 때 입법론적으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비범죄화를 유도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으로 보인다.
이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사실의 적시를 통해 침해될 가능성이 있는 명예의 실체가 체면, 위신, 허명 등 과장된 명예라면 형법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저하되기 때문에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부정될 수 있으며, 진실한 사실의 적시에 의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현실적이고 직접적이므로 균형성이 상실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최근 미투(Me Too) 운동과 함께 크게 문제가 된 ‘사실적시에 따른 명예훼손’은 법이 바뀌지 않는 한 계속될 전망이다. 즉 관련된 찬반논의가 존재하는 만큼 법원의 판단이 중요할 것으로 보이지만 대표적 판례를 분석한 결과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은 위헌이나 헌법 불합치 결정이 나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적절한 이익형량을 통해서 피해를 최소화 하려는 문제해결 방식을 취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우리는 언론의 자유는 얼마나 확장되었는가? 2002년부터 2019년에 이르기까지 한국언론법학회가 선정한 철우언론법상 수상 판결례들을 통해서 알 수 있는 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법원은 명확성의 원칙을 엄격히 적용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점은 예를 들어 허위통신 규정을 위헌으로 판단한 소위 미네르바 사건에 잘 나타나 있다. 또한 야간집회를 금지하는 규정을 헌법불합치 결정하고, 온라인으로 선거운동을 금지하거나 당원이 되지 않고는 정당에 후원을 하지 못하게 하는 규정을 위헌으로 결정함으로써 정치적인 표현의 자유 증진에 전향적인 경향을 보였다. 즉 이러한 점은 언론의 자유를 임의로 규제할 수 있는 불명확한 부분을 명확히 하고자 한다는 특징을 보인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언론의 자유의 확장은 한편으로는 명예훼손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문제가 남아 있다(이재진, 2018).
둘째, 언론의 사전검열을 금지하는 헌법 제21조 제2항에 대한 사법부의 해석은 이전의 사법부의 태도에서 변화하지 않았다. 사법부는 구 방송위원회 산하에 있었던 <광고자율기구>가 행정기관에 의한 사전검열의 성격을 띤다고 판단하여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언론의 자유와 충돌할 수 있는 반론권 제도는 물론이고 사전 피해구제 제도인 보도금지 가처분 제도에 대해서 여전히 사회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회적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보아 위헌으로 판단하지 않았다. 다만, 이러한 제도가 적용되기 위한 요건을 엄격히 설정하여 피해구제에 있어 언론의 자유와 개인 기본권 간의 적절한 이익형량을 시도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법원의 이러한 판단 경향은 언론의 자유가 대단히 중요한 권리이기는 하지만 절대적인 권리는 아니며 여타 다른 기본권과의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기존의 법원 판결에 부합하는 결정이라고 사료된다.
셋째, 법원의 판결은 언론의 자유와 개인의 기본권 사이의 이익형량에 대단히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 이러한 점은 언론의 사실(사실적 주장)과 의견을 구분하고자 하는 기준을 제시하는 데에도 나타난다. 즉 법원은 비록 사실과 의견이 무엇인지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리지는 않았지만, 이를 구분하기 위해서는 반론보도문의 내용을 살펴야 하며 기사의 성격이나 의도 또는 구체적인 인상 등을 중심으로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판시함으로써 사실에 근거한 반론권을 시의적절한 피해구제방식으로 제시하여 인격권이 언론의 자유보다 더욱 보장 받고 있다는 기존연구 결과에 부합하는 경향을 보인다. 다만, 반론권 행사의 주체로 정부, 지방 기관을 인정함으로써 반론권 행사가 국가나 정부기관에 의해 남용될 수 있다는 문제점은 여전히 남아 있다.
넷째, 사실적시 명예훼손 사건은 모두 대법원 판결로서 이들을 위헌으로 판단하기에는 여전히 사회적인 필요성이 존재한다는 점을 앞세운다. 이러한 사법부의 판단은 사실 기존의 낡은 법을 해석하는 데 있어 불거지는 다양한 사회적 논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명예를 중요시하는 사회적 전통과 맥락이 그 판단에 작용하는 것이라 여겨진다.
결론적으로 2002년부터 2019년 중반까지의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주요 판례들을 살펴본 결과 언론의 자유라는 기본권은 확장되었지만, 세부 사항에 있어서 판결상의 큰 변화가 없이 언론의 자유와 개인의 기본권을 조화를 이루려는 모습을 보인다. 즉 헌법 제21조 제1항에서의 언론의 자유는 최대한 보호하되, 동조 제2항과 제4항에 해당하는 언론의 자유와 인격권간의 갈등을 다투는 판례들은 아직도 언론의 자유가 충분히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사회가 발전하는 만큼 법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한다는 지적들이 많다. 법원의 신뢰가 갈수록 떨어진다는 목소리도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의 언론의 자유는 과거 군부 독재 시대에 비교하자면 언론의 자유 보호의 정도는 어느 선진국에 못지않다고 판단된다. 그럼에도 사회적인 여론의 변화를 반영하지 않은, 또는 사회적인 도전에 직면하지 않은 법 또는 법의 적용은 고인 물과 같이 썩기 쉽다. 사법부도 국민의 여론과 외부에서 지적되는 사항에 대해서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법원은 법과 양심뿐만 아니라 시대정신에 대한 고려를 통해서 판결에 임해야 할 것이라 생각된다.
다만, 이 연구는 몇 가지 연구상의 한계를 지닌다. 첫째, 이 연구는 해마다 시상하는 최우수 판례를 대상으로 한 분석을 통해 우리 법원이 언론의 자유와 인격권 사이에서 같은 사례여도 다른 결과를 보이는 판결 근거 등에 대해 살펴보았으나 제한된 판례를 통해 논의를 이끌어 가는 과정에서 일반화 가능성의 한계는 여전히 지적되는 부분이다. 따라서 결과의 해석은 제한적으로,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둘째, 이 연구는 시론적 연구로서 분석 대상 판례에 대한 심층적 법리 해석의 부분이 부족했다. 이러한 연구상의 한계는 후속 연구를 통해 충분히 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법관, 명예훼손 소송 제기자, 해당 기사를 다루는 언론사 기자 등에 대한 인터뷰나 설문조사를 수행한다면 보다 정확한 연구결과의 도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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