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온라인 공간의 르상티망 (원한 감정) 연구
초록
본 연구는 온라인 미디어가 감정적 내용들을 활발하게 생산하고 큰 사회적 파급력을 가질 수 있게 하는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다는 인식 아래, 중국의 가장 인기 있는 소셜미디어 웨이보(weibo) 핫이슈 댓글들에 나타나는 감정적 특징들을 살펴보았다. 르상티망(ressentiment, 원한 감정) 개념을 토대로 웨이보 담론을 분석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웨이보에서 생산되고 유통되는 이용자들의 담론에서 나타나는 분노는 현실을 개선하거나 개혁하는 것보다는 비판 그 자체의 쾌락을 즐기거나 조롱과 냉소주의로 표출되는 자기파괴적 감정에 가깝다. 둘째, 웨이보 이용자들은 다양한 사회적 약자 집단들을 폄하하는 동시에, 피해자나 약자는 자신들이라는 인식 아래 절대적 평등주의를 주장한다. 분노의 대상으로 특권적 위치에 있는 기득권 집단들이 아닌 사회의 소수자와 약자 계층을 겨냥하면서, 같은 사회적 위치를 점하고 있는 중하층 집단들 사이의 갈등과 적대감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셋째, 웨이보 공간에서 젠더 갈등 뿐 만 아니라, 정치엘리트, 세대, 인종과 민족 그리고 다른 취향을 지닌 집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세대 및 계층, 집단들 사이의 상호 비난과 혐오가 발견된다. 르상티망의 감정구조를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이러한 정서가 특정 세대와 집단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야 하고, 비판과 규제 중심적 대응보다는 안정적인 삶의 조건들을 만들기 위한 정책들을 통해 대중들의 불안과 불공정성의 느낌들을 줄여나가는 노력들이 우선시되어야 한다.
Abstract
This study examined the emotional characteristics of China's most popular social media, Weibo, recognizing that online media are based on algorithms that enable them to produce emotional content actively and have a great social impact. First, the anger that appears in the discourses of users produced and distributed in Weibo is more of a self-destructive emotion that is enjoyed by criticism itself or expressed in ridicule and cynicism, rather than improving or reforming reality. Second, Weibo users disparage various socially underprivileged groups, and at the same time, insist on absolute egalitarianism in recognition that the victims or underprivileged are theirs. Conflict and hostility between middle and lower classes with the same social position are accelerating, targeting the minority and underprivileged groups of society, not the privileged vested groups, who have the privilege of being angry. Third, not only gender conflicts in the Weibo space, but also mutual criticism and aversion among generations, classes, and groups are found, ranging from political elites, generations, races and ethnicities, and groups with different tastes. To mitigate the emotional structure of the ressentiment, one must recognize that these emotions are not limited to specific generations and groups, and through policies to produce stable living conditions rather than criticism and regulatory-driven responses. Overall, efforts to reduce feelings should be given priority.
Keywords:
Ressentiment, Structure of Feeling, Sense of Vulnerability, Absolute Egalitarianism, Online Media, Social Media, Weibo, Critical Discourse Analysis키워드:
르상티망, 원한 감정, 감정구조, 약자의식, 절대적 평등주의, 온라인 미디어, 소셜 미디어, 웨이보, 비판적 담론분석1. 문제제기
2010년 인민망, 시나 웨이보, 인민포럼이 공동으로 수행한 ‘사회적 약자의식’에 대한 대규모 설문조사는 매우 흥미로운 결과를 보여준다. 중국 공산당과 정부의 간부집단, 대학과 연구소 등에 속한 지식인들, 화이트칼라 직장인들, 그리고 대규모의 네티즌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당과 정부 간부 집단의 45.1%, 지식인 집단의 55.4%, 화이트칼라 직장인 57.8%, 그리고 네티즌 가운데 73.5%가 스스로를 취약집단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1) 또한 2017년 <중국 사회심리 연구보고서>도 중국인들이 객관적인 계층 분류와 상관없이 자신을 중층 이하의 사회계급으로 인식하는 것이 보편화되었음을 보여주었다.
이와 같은 조사결과는 중국 사회에서 시장경제 제도와 사회주의 정치제도 사이의 모순이 뚜렷해지는 가운데, 중국인들의 취약감 역시 전 사회적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위앤(袁光锋, 2015)은 이를 ‘전국민 약자의식(全民弱势感)’이라 부르면서, 오늘날 중국인들의 자기 인식의 중요한 일부가 된 ‘약자의식’은 정치적으로 매우 심각한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사회 의제로 다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하여 윌리암스(R. Willimas)의 ‘감정 구조(structure of feeling)’ 개념을 참조해 볼 수 있다. ‘감정 구조’는 ‘한 세대 또는 한 시기의 감각’으로서, 대체로 정서적이고 전(pre)담론적 수준에서 작동하는, 조직화된 느낌의 조합들을 일컫는다(Williams, 1977, p. 131). ‘감정구조’는 실제로 활발히 체험되고 느껴지는 의미와 가치들과 관련되며, 부상하거나 부상 준비적인 성격을 띠는 것으로서, 정의되고 분류되고 합리화되기 전에 이미 경험과 행동들에 뚜렷한 압력을 행사하고 효과적인 제한을 가한다(Williams, 1977, p. 132). 윌리암스가 새로운 감정구조의 형성을 당대의 예술이나 문학의 형식과 관습들에서 포착하고자 했다면, 오늘날 온라인 미디어는 대중들의 감정표현과 공유를 통해 현실에 대한 공통의 느낌과 감수성을 만들어내는 장으로서, 한 사회의 감정구조를 살펴보기에 가장 적절한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다양한 학문영역들에서 감정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상하는 가운데, 온라인 미디어의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개인의 감정표현이 적극적으로 권장되고 집단적 감정 공유가 활발히 이뤄진다는 점이 주목받고 있다.
예컨대 온라인 공간에서는 ‘좋아요’나 댓글과 답글 등을 통해 구성원들이 감정적인 공유와 소통을 하며 집단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또 글로 표현하는 것뿐만 아니라, 동영상, 이모티콘과 특수기호 등 다양한 표현방식을 활용할 수 있고, 조롱과 반어법 등 다양한 수사법을 운용하여 감정표현에 용이한 환경을 제공한다. 인터넷 토론공간에서 인지적 특징이 두드러진 논의나 글보다는 정서적 표현이 잦고 그 방향성이 부정적인 글일수록 지지도가 높게 나타난다는 연구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Cf. 최수진, 2017).
본 연구는 중국의 대표적인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 가장 대중적 주목도가 높았던 이슈들을 중심으로 이용자들의 토론 내용을 담론 분석 방법론을 통해 살펴보고, 이를 토대로 오늘날 중국 사회의 감정구조에 대해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본 논문은 이른바 ‘전국민 약자의식’을 구성하고 있는 중국 사회의 불안과 불만, 취약감정들을 설명하기 위해 이론적 배경으로 니체(F. W. Nietzsche)와 셸러(M. Scheler)에 의해 제안되고 정교화된 ‘르상티망(ressentiment, 원한 감정)’ 개념을 활용하고자 한다.2) 이 개념은 최근 들어 전 지구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권위주의와 포퓰리즘, 극우 정치운동의 양상들을 설명하기 위해 다양한 학문 영역들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사회의 불평등과 불공정에 대한 인식에도 불구하고 바꿀 수 없는 사회현실에 대한 불만과 무기력, 무능감이 지속되면서 만들어진 정념을 지칭하는 것으로서, 중국 사회의 온라인 공간을 중심으로 네티즌들의 감정적 태도와 표현들을 해석하는데 유용한 이론적 틀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아울러 문화연구 분야에서 온라인 미디어 연구의 흐름을 고찰하고, ‘감정적 전환(affective turn)’ (Clough & Halley, 2007)에 포함될 수 있는 선행 연구들의 주요한 시사점, 그리고 본 연구와의 차별성 등에 대해 논의한다. 특히 지난 십여 년 사이에 가장 활발하게 이뤄져온 온라인 공간에서의 혐오감정과 관련한 연구들로부터의 시사점과 차별성을 서술하는데 주안점을 둘 것이다.
본론에서는 분석 대상으로 선정한 웨이보 핫이슈 토론공간의 담론적 특징들을 살펴보고, 미디어 텍스트가 수행하는 세 가지 기능으로서 재현의 기능, 사회적 관계, 그리고 정체성의 형성 기능을 중심으로 웨이보 내용을 분석한 다음, 이러한 담론들이 중국 사회의 맥락에서 사회적 실천으로서 어떤 정치적 함의를 갖는가에 대해 논의할 것이다.
2. 이론적 논의
1) 중국 사회의 ‘르상티망(ressentiment, 원한감정)’
중국은 1980년대 개혁개방과 함께 시장경제제도를 도입하면서 이전까지의 균등분배의 사회평균주의 구조가 무너지고, 경쟁을 중심으로 국유제, 주식제, 자영업자 등이 공존하는 다원화 사회주의 경제구조가 형성되었다. 정치적 차원에서는 기존의 엄격한 호적제도 등과 같은 인구유동에 대한 국가 통제가 약화되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교육과 취업이나 창업 등 다양한 진로를 통해 지역 간의 수평이동 및 사회지위의 수직이동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시장경제가 심화됨에 따라 사회구조의 고정화, 계급 장벽의 심화, 공권력의 남용, 보장제도의 결핍 등의 사회문제들도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경제자본과 공권력 등 ‘사회자원’은 계층 내부에서 복제되고 폐쇄적인 순환 시스템이 강화되는 가운데, 사회 중하층들은 개인 가치를 실현하거나 사회지위를 향상시키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段彗单, 2014).
이런 가운데 사람들의 ‘상대적 박탈감’도 강해지고 있다. ‘상대적 박탈감’이란 사람들이 어떤 ‘참조체(参照体)’와 비교하여 자신의 열세를 인식하며 불만과 좌절감이 생기게 하는 유인 중의 하나이다. 박탈감은 절대적 박탈감과 상대적 박탈감으로 나뉘지만 기본 생존조건이 충족되는 사회에서 상대적 박탈감은 더 중요해진다. 다른 사람들과의 비교로부터 생기는 질투심과 박탈감으로부터 중국 대중들은 사회의 불공평한 현상을 바꾸려는 소망을 갖게 되지만, 점점 더 사회자본의 차이는 현저해지고 바꿀 수 없는 현실로 인해 무능감이 강화되고 있다(袁光锋, 2015).
우리는 이와 같이 현대 중국 사회에서 발견할 수 있는 특정한 감정의 구조를 ‘르상티망(ressentiment)’, 즉 ‘원한 감정’ 개념을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르상티망이라는 용어는 다양한 형식의 불의에 대한 감정적 반응이 복수를 위한 욕망과 결합된 것을 지칭하는 것으로서 19세기 프랑스에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독일의 철학자 카를 뒤링(E. Karl Dühring)은 ‘반응감정’으로서의 복수에 대한 그의 이론에서 이 프랑스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후 니체는 이 프랑스어를 채택하여 도덕적, 문화적, 심리적 차원에서 더욱 정교화된 이론을 만들어냈다(van Krieken, 2019, p. 90).
니체의 르상티망 개념은 아담 스미스(A. Smith)의 <도덕감정론>에서 중심개념인 영어 ‘resentment’와 구별해보면 더욱 분명하게 이해될 수 있다. 아담 스미스는 <도덕감정론>에서 ‘resentment’, 즉 ‘분노’를 정의 및 처벌과 연결된 격정으로서, 보답과 연결된 감사에 반대되는 도덕감정이라고 설명한다. 정의를 침범당하는 것은 상처이며 이는 분노를 낳고 처벌의 적절한 대상을 만드는 것으로 귀결된다. “스미스에게 분노는 시민들 간의 존중을 유지하기 위해 정의감의 형성과 유지를 위한 필요조건”이다(Ure, 2015, p. 600).
반면, 니체에게 ‘르상티망’은 불의와 해로움이 해결되지 않고 남겨질 때, 불의에 대한 분노가 어떤 독특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무기력감과 결합될 때 만들어지는 것이다. 지속적으로 불의를 당한다고 느끼지만 정의로서 경험하는 것을 확보할 수 없는 사람들은 그들의 무기력을 더 광범위한 도덕성과 가치의 영역에서 분노를 제기하는 것으로 대체한다. 이를 통해 그들 자신의 허약성은 강자에 대한 도덕적 우위로서 특권화되고 합리화된다. 원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자신의 가치체계를 바꿈으로서 그 목표를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선언한다. 따라서 니체에게 르상티망은 “허약함을 자유로 해석하는”, “무기력의 자기기만”이다(Nietzsche, 1887, van Krieken, 2019, p. 91에서 재인용).
한편, 르상티망은 사회적 관계 속에서 문제가 되는 명예, 위신, 인정과 같은 재화들과 관련되어 다른 사람들과의 사회적 비교로부터 발생하는 무능감이기 때문에 사회심리적 현상이며, 아울러 사회구조적 현상이다. 즉 역사적으로 특정한 사회질서 내의 특수한 특징들과 긴장과 모순들에 의해 유도된 감정이기 때문에, 원망정서가 생성되고 강화되는 것을 포착하기 위해서는 사회구조적 차원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Hoggett et al., 2013).
셸러(M. Scheler)는 사회학적 접근을 통해 르상티망의 형식들을 받치고 있는 특정한 사회, 정치, 경제적 관계의 구조화 방식들에 관심을 가졌다. 그에 따르면, 르상티망에 동력을 공급하는 것은 ‘빈부 차이 없는 민주제도’나 ‘엄격한 등급사회’가 아닌, “사람들이 이론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비교할 수 있지만, 사실상 비교할 수 없는 사회”, 즉 “이론상의 평등과 현실의 불평등이 공존하는 사회구조”이다(Scheler, 1994, pp. 7-8). 평등권 또는 공식적 사회적 평등이 공개적으로 인정되지만, 권력, 재산, 교육에서의 광범위한 실제적 차이가 같이 가는 사회, 즉 평등과 사회적 유동성, 능력주의의 문화와 이데올로기가 현실의 불평등과 결합할 때 르상티망이 번식하게 된다는 것이다.
르상티망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의 하나는 “불평하는 어조 - 타자를 손상시키고 시기하는 경향” - 으로, 셸러는 이를 “르상티망 비판주의(ressentiment criticism)”로 불렀다(Scheler, 1994, pp. 8-9). 아주 강력하게 정부당국을 비판하고 자신과 다르다고 인지되는 이웃의 누군가에 대해 불평하지만, 이러한 불평은 평등주의를 지향하고 불공정을 인지하는 감수성의 표현이 아니라는 것이다. 호게트 등(Hoggett et al., 2013)은 2010년대 이후 영국에서 증대되는 반복지 포퓰리즘에 주목하면서, 왜 가난한 사람들이 그들에게 불리한 사회정책에 오히려 지지를 보내는가를 살펴보았다. 연구는 백인 노동자 집단의 인터뷰를 통해 이들의 불평과 비난은 그것에 의해 제공되는 즐거움을 겨냥한 것일 뿐이며, 비난되는 조건들의 개선이 이들에게 어떤 만족을 주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밝히고 있다. 불평과 비난의 주체들은 그들의 요구가 수행되기를 진지하게 원하지 않는다는 것, 즉 그들은 악을 고치는 것을 원하지 않으며, 악은 단지 ‘비판주의’를 위한 구실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르상티망의 또 하나의 주목할 만한 특징은 특정한 주체 위치, 특히 피해자 위치를 채택한다는 것이다. 피해자가 되는 것은 일견 거의 어떤 심리적 또는 물질적 이점도 없어 보이지만, 사실 이 위치는 보상을 가진다. 특히 그의 불평이 겨냥하고 있는 타자에 대한 도덕적 우월감을 가질 수 있다. 피해자들은 자신들이 모든 덕을 갖고 있으며, 나쁘고 잘못되고 유죄인 것은 타자라고 상상한다. 이로부터 강력한 판결주의의 태도 또는 ‘도덕적 권위주의(moral authoritarianism)’라 불리는 것들과 유사한 태도가 나타난다(Hoggett et al., 2013).
2) 온라인 미디어와 감정연구
2018년 기준으로 중국 네티즌 수는 7.72억명, 웨이보(微博, weibo)3) 월간 이용자수(monthly active users)는 3.76억에 도달하는 등4) 온라인 미디어의 발전과 대중적 확산은 괄목할만하다. 언론 매체와 대중매체에 대한 강력한 통제노선을 견지해온 중국에서 온라인 미디어는 당국의 통제권을 벗어나 사회문제를 공론화하고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새로운 공론장 또는 저항의 공간으로서 주목받아왔다(Cf. 钟玲, 2016; 김란, 2016; 초보군, 양은경, 2016). 그러나 온라인 미디어의 정치학은 하버마스 식의 합리적 숙고에 기반을 둔다기보다는 사실, 주장, 논리들을 둘러싸고 개인들이 느끼고 믿고 좋아하는 것을 전경에 내세우는 감정 커뮤니케이션에 기반을 둔다는 논의들도 본격화되고 있다(Cf. KhosraviNik, 2018).
개인들이 자신의 감정을 공유하고 소통하여 정치적 힘을 발휘한 대표적 사례들로, 2010년 아랍 민주화 운동, 2011년 미국 월 스트리트 점령 시위, 그리고 2017년 미국을 필두로 해서 전세계로 퍼진 ‘미 투(Me too)’ 운동 등을 들 수 있다. 이 운동과 시위에서 소셜미디어는 독재정권, 금융자본주의, 가부장제 하의 여성 차별과 성폭력 등에 대한 대중들의 불만과 분노, 그리고 이를 바꿀 수 있다는 강력한 희망을 공유하고 연대하며 정치적 행동으로 나서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한국의 미국산 광우병 소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에서 온라인 커뮤니티가 여성 시위 참여자들의 감성의 생성, 감성의 소통과 대화, 사회참여와 정치활동의 과정에서 수행한 역할에 주목한 김예란(2010)의 연구도 유사한 문제의식을 보여준다.
한편, 최근 온라인 공간에서 부정적 감정들의 표현과 관련하여, 루저 문화 또는 혐오 감정의 확산에 주목하는 연구들도 중요한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중국 인터넷에서 유행중인 ‘루저’(Diaosi, 屌丝) 현상, 즉 젊은 네티즌들이 스스로 냉소적으로 ‘루저’라는 라벨을 붙이고 이를 표현하는 다양한 놀이들을 즐기는 것과 관련하여,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 현대 중국 사회에서 상층이동의 가능성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에 대한 환멸의 표현이라고 보고, 초라한 수입, 결혼 포기, 디지털 놀이문화로 특징지어지는 자신들의 삶에 대하여 사회적 관심을 요구하는 것으로서 의미가 있다고 해석한 연구 등이 그것이다(Szablewicz, 2014).
한국사회에서는 2010년대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인 ‘일간베스트저장소’(이하 일베)를 비롯한 다양한 남성 중심 커뮤니티 사이트들에서 나타난 여성혐오 감정이 크게 주목받았다. 연구들에 따르면, 일베 및 남초 사이트에서 활동하는 네티즌들은 스스로를 ‘병신’, ‘루저’ 등으로 비하하는 표현들로 지칭하면서 피해자로서, 그리고 선량한 남성약자로서 위치짓는 담론들을 생산한다는 것이다(Cf. 김수아, 2015; 김수아, 이예슬, 2017; 엄기호, 2017; 엄진, 2016; 장소연, 류웅재, 2017; 정인경, 2016).
이상의 혐오연구들은 한국 사회에서 혐오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여론을 환기시키고 온라인 미디어 규제 정책의 수립에 대한 공감대를 만들고, 페미니즘 운동 실천들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 흐름에 대해 본 연구에서는 좀 더 비판적인 관점을 견지하고자 한다.
첫째, 여성혐오에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사회의 다양한 부정적 정서의 확산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취급되었다는 점이다. ‘혐오’가 사회적 의제로 부상하고 여성, 지역, 이주노동자, 정치엘리트 등 다양한 대상에 대한 혐오 감정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기는 했으나, 여성혐오에 대한 논의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컸다.
여성혐오 연구들은 혐오를 싫음(disgust)이나 증오(hatred)와 구분되는 ‘misogyny’로 명기하고 있다. 이 단어는 여성에 대한 폭력과 멸시 뿐 아니라 남성과 동등한 성적 주체로 결코 인정하지 않고 차별적으로 바라보는 사고, 행동, 현상, 즉 모든 방식의 여성에 대한 객체화, 타자화를 의미하는 것이다(Sedgwick, 1985, 우에노 치즈코, 2010/2012, 12-13쪽에서 재인용). 이와 같은 의미로 받아들일 때, 여성 혐오는 최근에 부상한 전례 없는 현상은 아니다. 고대부터 지금까지 대부분의 사회들에서 여성은 다양한 방식을 통해서 성적 대상화되고 타자화되어왔다(정인경, 2016).
실제로 많은 연구들은 여성혐오가 오늘날 갑자기 등장한 새로운 현상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최근의 여성혐오가 인터넷 기술과 결합하면서 훨씬 더 사회적으로 가시화되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오늘날 여성혐오는 인터넷이라는 물리적 기반 덕택에 비방과 모욕이 쉽게 이뤄지며, 확산속도와 폭이 넓다는 것이다. 그리고 타인의 즉각적인 반응을 유도하여 인정과 공감을 추구하는 데 있어서 표현이 더욱 자극적이고 선정적으로 될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점에서 인터넷 여성혐오의 심각성이 있다는 것이다(Cf. 김수아, 2015; 김수아, 김세은, 2016; 정인경, 2016).
또한 제도적 영역과 학계 및 시민단체의 활동 역시 여성혐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키우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을 들고 있다. 김수아(2015)는 ‘여성혐오’가 사회적 의제가 된 것은 온라인상 혐오 표현에 대한 문제제기가 제도적 영역(방송통신심의)에서부터 연구 및 여성단체 활동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의제화되는 과정들이 존재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러한 논의들을 참조해볼 때, 여성혐오 연구는 현실에서 여성혐오가 다른 정서보다 훨씬 팽배했기 때문이 아니라, 학계, 여성단체, 정부기관 등 다양한 사회적 주체들이 전략적으로 여성혐오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기 위한 실천들을 통해 활발히 이뤄져왔다고 말할 수 있다. 즉 페미니즘은 인터넷 공간에서 전개되는 네티즌들의 여성 혐오 표현들을 적극적으로 포착하고 새로운 사회문제로서 주목하게 함으로써 ‘미소지니(misogyny)’의 문제를 새로운 사회적 의제로 제기하는데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해 온라인 공간에서 여성혐오 뿐만 아니라 훨씬 더 다양한 사회계층과 이해집단들 사이의 갈등과 반목이 형성되고 ‘미소지니(misogyny)’로 설명될 수 없는 감정들이 표출되고 있다는 점은 상대적으로 간과되었다. 이러한 점에서 본 연구는 온라인 감정 연구의 스펙트럼을 확장할 필요성을 제안하는 것이다.
둘째, 지금까지 여성혐오 연구들은 연구의 주요 목적을 일베를 비롯하여 온라인 공간의 남성 중심 커뮤니티 담론의 논리적 취약성과 모순을 드러내는데 두어왔다. 그러나 온라인 공간은 논증의 힘으로 대중들을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들이 자신의 감정을 공유하고 소통하여 정치적 힘을 발휘하는 장이라는 점에서 이와 같은 접근이 가지는 한계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한다.
다수의 연구자들은 일베 및 남초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네티즌들의 담론 전략과 기획의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 연구자들은 네티즌들이 교묘하게 기획한 ‘불순한 의도’와 ‘분명한 프레임’들을 밝혀내고, 이들 논리의 비일관성과 취약성, 그리고 이데올로기를 규명하는데 주안점을 둔다(Cf. 석승혜, 장안식, 2017; 엄진, 2016). 같은 맥락에서 김수아(2015)는 ‘김치녀’ 담론의 논리 구조 분석에서 “남자와 여자의 ‘신분, 권리, 책임’에 차별을 두지 말자”는 주장은 일견 ‘같게’ 대우하자는 평등의 논리 속에서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며, 이러한 평등 담론의 전유가 바로 온라인상에서 여성의 무책임에 대한 ‘여성혐오’ 정서의 정당성을 구성하게 만드는 핵심적 힘이라고 주장한다. 또 다른 논문에서는 남초 사이트의 여혐 담론이 선량한 남성-약자의 서사를 통해, 성차별 문제를 지적하는 여성들은 ‘특권’을 주장하는 ‘기득권층’이자 ‘엘리트’이고, 남성들은 이들에게 착취당하는 ‘피해자’라는 논리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본다(김수아, 2017, 98쪽).
그러나 연구자들이 일베와 남초 사이트에서 생산되는 담론으로부터 일관된 프레임과 논리성을 이끌어내고 반박의 논리들을 세워나가는 작업을 통해 이 담론들은 역설적으로 사회적으로 더욱 주목받고 더 큰 정치적 힘을 행사하게 되는 측면이 있다. 아울러 이러한 논리 중심적 접근들에서는 온라인 공간의 감정적 소통과 공유에 대한 관점들이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뤄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기존 연구들은 온라인 공간의 여혐담론에서 남성들이 스스로를 피해자와 약자로서 자리매김하는 것과 관련하여, 이를 글로벌 신자유주의 체제 속에서 청년 남성 세대의 불안과 위기의식 등과 연계하여 설명하고 있다. 배은경(2015)은 가부장제적 생애 기획이 불가능해진 지금 젠더 질서의 재구성 과정에서 일어나는 파열음이 청년 세대 내부의 남녀대립 구도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하며, 청년 남성 세대의 분노가 수평적으로 여성에게 향하는 현상이 현재의 ‘여성혐오’라고 진단한다.
그러나 이러한 불안과 위기의식, 그리고 분노가 20대나 청년세대에만 해당되는 것인가에 대해서 제고해볼 필요가 있다. 최성용(2019)은 공정성이나 약자 혐오와 결부되는 이슈에 대해 20대 남성의 보수적 태도는 어느 세대에서나 관찰할 수 있는 일반적인 삶의 모습이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20대 남성을 호명하면서 세대를 특수화하는 담론은 특정 세대의 문제라고 지적되는 것들이 세대나 성별을 넘어서 한국사회 전반에서 나타나는 문제라는 사실을 은폐한다고 비판한다.
앞서 중국에서 ‘사회적 약자의식’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가 보여주듯이 오늘날 스스로를 취약집단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비단 20대 청년 계층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부데(Bude, 2014/2015)는 현대사회의 불안과 관련하여, 개인의 능력에 따라 사회적 지위나 권력이 부여되는 능력주의 사회에서 사람들은 늘 열등하다고 평가받으리라는 불안, 사회적 지위를 잃을지 모른다는 불안을 경험한다고 말한다. 이는 하류층뿐만 아니라 중산층들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교육수준이 높은 가정 출신임에도 본인은 그런 교육을 받는데 실패하는가 하면, 사회적으로 성공을 거둔 가족 출신임에도 직장을 얻지 못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교육을 받고 자격을 갖추면 자연스럽게 사회적 지위를 얻기를 기대하지만, 그러지 못할 거라는 걱정 때문에 분노, 증오심과 원망을 갖게 된다. 이러한 부데의 설명은 왜 객관적인 지표상의 위치와 상관없이 오늘날 수많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약자라고 여기는가에 대한 중요한 참조가 될 수 있다.
3. 연구 대상 및 연구방법
1) 연구대상
본 연구에서는 중국 최대의 마이크로블로그 사이트인 웨이보에서 2018년 7월부터에서 11월 사이에 가장 많이 주목받은 사회적 이슈들을 분석대상으로 삼았다. 이슈 선별을 위해서 중국의 데이터 분석 플랫폼 ‘zhiwei data’를 참조하였다. zhiwei data는 웨이보와 위챗 같은 소셜미디어들을 포함해 다양한 온라인 미디어들에서 사회이슈들의 전파효과(토론도, 관심도 등)를 종합하고, ‘정규화 연산방법’(normalization)을 통해 0%-100%범위 안에서 측정하여 영향력 지수를 계산한다. 매월 영향력 지수 상위 10위에 든 이슈들 가운데 정치, 사회, 경제 등 이슈의 유형별 비중을 고려하여 최종 8개의 사례를 선별하였다. 이 사례들은 상이한 사회 집단이나 세대들과 관련되며(예를 들어, 어린이, 노인, 여성, 관원, 소수민족 등), 일상생활과 관련하여 토론도 높은 사회의제(예를 들어, 자리양보, 광장 점유, 배달, 애완견 문제), 그리고 돌발적인 사회사건(예를 들어, 태풍과 같은 재해) 등 중국사회의 다양한 차원을 포괄하고 있다. 이 사례들에서 ‘좋아요’ 순위로 상위 10위에 속한 댓글들과 그에 대한 답글들을 최종 분석대상으로 삼았다.
분석대상으로 선정한 8개의 웨이보 핫이슈들을 간단히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사례1은 “누가 잘못한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사건을 목격한 한 남성이 웨이보에 올린 동영상(ID: ‘搞笑视频笔记’, 2018.7.19.11:45)이 촉발시킨 이슈로, 버스에서 여덟 살 아이가 장난을 치다가 옆에 앉아 있는 성인 남자의 손을 발로 찼고, 남자는 아이에게 경고를 했으나 말을 듣지 않자 일어나서 아이를 땅에 내던지고 발로 찬 사건이다.
사례2는 “대학생이 고속열차에서 노인과 같이 앉으라는 요구를 거부한 후, 지적을 받았다”라는 제목의 글(ID: 笑抽了, 2018.9.10.08:28)에 달린 댓글들이다. 고속열차에서 한 노인과 그의 딸은 자유석 표를 예매하여 빈자리에 앉았고, 빈자리 주인인 대학생이 나타나자 양보를 부탁했다가 거절당했다. 결국 옆자리의 남자가 자리를 양보했는데, 노인의 딸은 “요즘 대학생들은 철이 없다. 예의를 많이 배워야겠다”고 말했다는 내용이다.
사례3은 “차량에 불이 나고 여성 운전자 혼자 탈출”한 사건에 관한 뉴스에 달린 댓글들이다( 全球趣聞中心, 2018.9.26.23:18). 자동차 한대가 길에서 자연 발화한 후에, 여성 운전자는 탈출했으나 잠금키를 여는 것을 잊어버려서, 차에 동승한 남편과 두 자녀가 사망한 사건이다.
사례4는 “베이징 교도소는 이정이 출소 소식을 부인”이라는 제목의 뉴스에 대한 댓글들이다(新浪娛樂, 2018.7.18.20:28). 2013년에 중국의 유명한 군인 가수 이상강의 아들 이정이(李天一)가 성폭행으로 체포되었고, 이 사건이 인터넷에서 주목을 받으며 당사자 이정이와 이상강, 그리고 아들을 위해 변명한 이정이의 어머니는 네티즌들의 맹렬한 비난을 받았다. 결국 당시 미성년자였던 이정이(17세)는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2018년 7월에 인터넷에서 ‘이정이 출소했다’는 소식이 유포되어 네티즌들의 불만과 비판을 야기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베이징 교도소가 발표한 내용에 수많은 댓글들이 달렸다.
사례5는 주일 중국 대사관의 일본 태풍과 관련한 공지가 촉발시킨 논쟁이다. 대사관은 “태풍 ‘비연(飞燕)’의 영향으로 인해 오사카 간사이공항이 폐쇄되었고, 700여 명의 중국 관광객들이 체류 중이며, 공항을 연결하는 다리가 손상되어 중국 대사관 직원들이 공항에 들어갈 수 없다. 중국 대사관은 최선을 다하여 일본 체류 중국 관광객의 귀국 관련 업무를 잘 처리하겠다”는 내용의 공지를 올렸는데(領事之聲, 2018.9.5.09:37), 여기에 네티즌들은 수많은 댓글들을 올려 웨이보 핫이슈가 되었다.
사례6은 광장에서 단체로 춤을 추는 중년 여성들의 자리싸움과 관련된 뉴스 동영상에 달린 댓글들이다(中國日報, 2018.11.8.09:02). 장쑤성의 모씨는 한 쇼핑센터 앞 주차장에 주차된 차가 철거된 것을 발견하였다. 인근 주민들로부터 들어 보니 광장에서 단체 춤을 추는 여성들 사이에서 자리싸움이 일어나, 그 중 한 단체가 삽차를 동원해 다른 사람들의 승용차를 끌어내고, 주차장에 주차금지라는 안내문까지 붙였다는 내용을 웨이보에 올려 화제가 되었다.
사례7은 “배달 앱(App) ‘미단美团’이 배달음식 중에 회교음식(이슬람교)을 별도의 배달통을 사용하여 배달한 것에 대해 답했다”는 뉴스(中國新聞週刊, 2018.7.20.14:00)와 관련한 웨이보 댓글들이다. ‘회교음식 단독’이라는 표식이 붙어 있는 배달통의 사진이 인터넷에 올려졌고, 네티즌들의 불만이 커지자, 배달 앱 ‘미단’은 이 사실을 인정하고 “이 배달통은 회족 자치주 지역의 대리상들이 본사인 ‘미단’ 몰래 제작한 것”이라고 해명했는데 이것이 웨이보 핫이슈가 되었다.
사례8은 “한 남자가 옆집 개 소음 때문에 이웃 일가를 살해했다”는 웨이보 내용과 관련한 것이다(ID: 梨視頻, 2018.10.11.10:30). 용의자 왕모씨는 이웃집에서 키우는 개 짖는 소리에 잠을 못 자고 여러 번 다툼 끝에 이웃 진모씨 일가 네 명을 칼로 찔렀고 이 사건이 웨이보에서 격렬한 토론거리가 되었다.
2) 연구방법
본 논문에서는 비판적 담론 분석(Critical Discourse Analysis, 이하 CDA)을 연구방법으로 활용한다. CDA는 현대 사회의 변화 과정에서 담론의 변화가 사회 변화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를 핵심적 연구 주제로 삼는다. 즉, 사회, 문화적 과정과 구조의 성격이 부분적으로 언어적, 담론적이라고 보며, 담론이 현실을 구성하는 동시에 비담론적인 사회적 실천들에 의해 담론이 구성되는 관계를 상정한다. 이에 따라 CDA는 담론이 현실에 대한 재현 및 주체와 사회적 관계를 구성하는데 어떻게 작용하며 특정 집단의 권력과 이익을 강화하는데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질문하며, 이를 사회의 비담론 영역들-사회제도, 사회관계, 경제적 과정 등-과의 관계 속에서 탐구한다(Fairclough, 1992, 1993, 2003; Fairclough & Wodak, 2004).
비판적 담론분석의 대표적 연구자인 페어클로우(Fairclough, 1993)는 담론과 사회 현실 사이의 변증법적 모델을 광범위한 사회적 실천, 개별 커뮤니케이션 사건으로서의 텍스트, 그리고 이 둘 사이를 매개하는 담론적 실천의 세 가지 차원으로 구성된 분석틀로 모형화한다.
첫째, 담론적 실천의 차원은 사회적 변화와 텍스트의 변화라는 두 가지 양상을 동시에 고려할 수 있는 분석상의 강점을 지닌다. 담론적 실천은 한편으로는 담론이 생산되는 정치, 경제, 제도적 상황이라는 제한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며, 다른 한편으로 이러한 담론적 실천이 구체적인 텍스트 속에 그 흔적을 남기기 때문이다. 이 분석 차원에서는 텍스트 생산자나 수용자가 어떤 담론 유형들을 끌어들이는가에 관심을 둔다.
둘째, 텍스트 분석은 텍스트의 언어적 성격 분석을 통해 담론이 어떻게 텍스트적으로 활성화되는가를 조명한다. 텍스트가 사건, 사회적 관계들을 다루는 방식 및 현실, 사회적 정체성, 사회적 관계들에 대한 특정 버전을 어떻게 구성하는가에 대한 관점을 제공한다.
셋째, 사회적 실천 분석은 맥락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상황 맥락에서부터 제도적 맥락, 보다 넓은 사회적 맥락 혹은 문화적 맥락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수준에서의 맥락이 고려된다. 담론 실천의 광범위한 맥락을 구성하는 비담론적, 사회적, 문화적 관계 속에서 담론의 현실구성적 힘에 대한 해석을 시도한다.
이러한 분석틀에 따라 본 연구에서는 첫째, 담론적 실천의 차원에서 중국 온라인 미디어에서 화제가 되는 이슈 유형들의 특징을 살펴보고, 이를 중국 정부의 언론 정책과의 관계 속에서 설명하고자 한다.
둘째, 텍스트 분석의 차원에서는 분석대상으로 선정한 웨이보 핫이슈 8개 사례의 댓글과 답글들의 언어적 특성들을 분석하고자 한다. 각각의 사례들에서 사건 및 관련된 사람들은 어떤 언어와 수사법들을 통해 재현되고 있는가, 담론의 주체와 대상들 사이에 어떤 사회적 관계들이 구성되는가, 담론을 통해 어떤 종류의 정체성들이 활성화되는가 등을 살펴볼 것이다. 아울러 이 과정에서 담론의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일부로서 감정의 역할에 주목할 것이다. 담론은 특별한 감정과 감정적인 주체, 그리고 그러한 주체들 사이의 관계를 생산하기 때문이다(Harding, 2009).
셋째, 사회적 실천 분석에서는 웨이보를 통해 생산되고 있는 담론들이 중국 사회의 맥락, 특히 사회적 감정구조의 재생산과 변화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4. 분석 결과
1) 중국 온라인 미디어에서의 일상 이슈와 도덕 담론의 부상
웨이보 핫이슈들을 전체적으로 검토해보면, 정치적 이슈나 사건보다는 범죄, 재난, 도덕적 사건과 같은 사회적 이슈에 대한 주목도가 월등히 높게 나타난다. 사회이슈들의 세부 내용들을 살펴보면, 폭우와 태풍과 같은 자연재난, 가축전염병, 백신 위조와 같은 위생과 안전문제, ‘디디택시’ 사건과 좌석 강탈 사건과 같은 범죄 이슈나 도덕적 이슈들, 그리고 수능시험 등 웨이보 이용자들 자신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는 화제들에 큰 관심을 가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국 온라인 미디어에서 일상적 화제가 증가하는 이유는 중국 언론환경의 맥락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중국의 현대 언론사는 권위주의적인 공산주의 언론 정책으로 특징지어진다. 중국 공산당 정부는 당 조직을 활용해서 언론사의 운영, 관리 조직 구조를 구성하고, 언론사의 사회적, 역사적 사명을 당과 정부의 정치, 행정 사명과 함께 묶고, CCTV와 신화통신 등 당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언론사를 이용해서 전국의 다른 언론사에 권위를 행사하는 등, 일관되게 언론 관리와 통제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초보군, 양은경, 2016).
그러나 1990년대 이후부터 오늘날까지 중국인들의 삶의 모든 영역들에 침투하면서 사회적 영향력을 확장해나가고 있는 온라인 미디어의 경우, 중국 정부의 정책은 전통 미디어 정책과 비교해볼 때 훨씬 복잡하고 다면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그 가운데 하나는 ‘탄력적 통제’라고 부를 수 있는 것으로, 온라인 공간을 중국정부가 전면적으로 통제하기는 기술적으로 힘들 뿐만 아니라 대중들의 진보적인 욕구도 커져서, 정부는 체제 유지에 결정적인 위협이 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 대중들의 비판적 목소리들을 허용하는 입장을 보여준다(King, Pan, & Roberts, 2013; Lorentzen, 2014; 정종필, 이장원, 2015; 초보군, 양은경, 2016).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다시 온라인미디어에 대한 강력한 통제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예를 들면, 중국 정부는 웨이보와 다양한 온라인 커뮤니티 등 인터넷 토론 공간에서 정부와 연관된 특정한 뉴스나 화제들(국가정책, 국가관원과 관련된 것들)에 대해 댓글을 올리는 것을 금지하고, 행정적 수단을 통해 온라인미디어에 대한 검열을 강화하며, 여론을 ‘불리한’ 방향으로 유도하는 웨이보 ID 등을 봉쇄하는 수단들을 운영하고 있다.
2013년 9월 9일 중국최고인민법원 및 최고검찰청은 개인이나 집단들의 인터넷 언론에 대한 법적 규제 기준을 다음과 같이 규정하였다. “정보를 이용해서 다른 사람을 비방한 경우, 형법 제246조 1항에 규정된 ‘심각한 사실(严重事实)’에 부합하며 비방죄로 판정할 수 있다: (1) 인터넷에서 비방한 정보의 실제 클릭 수와 조회 수가 5000회 이상이거나, 혹은 공유 횟수가 500회 이상에 이른 경우......”, “제5조 2항: 정보를 조작하거나 허위 정보를 인터넷에 유포하여 소동을 일으키거나 혹은 사회 공공질서의 혼란을 조성한 경우, 형법 제293조 1항 (4)에 의거해 ‘사회질서방해죄(寻衅滋事罪)’로 판정한다(最高人民法院 2013.09.06).”
이는 정권의 위협이 되는 잠재적인 ‘불만분자’들을 신속히 차단하고, 정치적인 내용의 게시물이 저항적인 집단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대응이라 할 수 있다(정종필, 이장원, 2015).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중국의 웨이보 이용자들은 민감한 정치이슈보다는 일상생활 속의 문제와 사회이슈들에 관심을 돌리고 있다고 해석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웨이보 공간에서 정치적 이슈나 사건에 대한 관심도가 낮아지고 있는 것이 중국 정부의 강력한 감시와 통제 때문만은 아니다. 중국에서 온라인 미디어는 상대적인 자율성과 대중에게 부여된 발언권, 그리고 사회적 이슈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기능 등으로 온라인 공론장으로서의 역할에 대해 사회적으로 큰 기대를 받아왔다. 그러나 온라인 공간에서 대중들의 비판과 저항의 목소리가 실제 사회에 미친 영향은 미미한 수준에 머무르고 불평등한 사회구조가 고착화되고 심화되는 가운데, 대중들의 정치적 참여에 대한 열정과 효능감도 계속 떨어지고 있다(袁光锋, 2015). 이 역시 웨이보와 같은 온라인 공간에서 정치적 이슈에 대한 논의보다는 일상적 화제에 대한 관심으로의 전환을 낳는 이유가 될 수 있다.
또한 웨이보 이용자들의 입장에서 일상적 이슈들은 자신들의 직접적 이해관계와 훨씬 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쉽게 의견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도 일상적 화제의 비중이 높아지는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웨이보 핫이슈에서는 당연시되어온 전통적 가치들, 그리고 사사로운 개인적 이야기라고 생각되었던 것들이 사회적 논쟁을 야기하는 이슈로 종종 제기된다. ‘힘든 직장인들이 버스에서 노약자에게 자리를 양보해야하는가’, ‘결혼할 때 남자가 집을 제공해야 하는가’와 같은 토론거리들은 실제 생활에서는 사회적 체면과 도덕적 구속으로 인해 쉽게 의견을 표명하기 쉽지 않지만, 익명의 온라인 공간에서는 사람들이 열중하여 토론하는 핫이슈가 된다.
한편, 웨이보 이용자들의 일상과 관련된 이슈들에 대한 댓글들에서 감정적 특징들이 매우 두드러진다. 특히 옳고 그름에 대한 지각과 연결된 격렬한 분노와 같은 도덕 감정이 가장 두드러진다. 분노의 대상을 향한 도덕적 격분은 망신주기, 도덕적 단죄, 신상털기 등과 같은 다양한 온라인 행위들로 표현된다. 격렬한 분노 감정은 아주 오래전부터 존재해온 사회적 감정이지만, 오늘날 소셜미디어와 같은 디지털 기술의 알고리즘은 이용자들이 격렬한 분노를 표현하는 것으로부터 느끼는 쾌락을 통해 최대한의 참여를 이끌어내서 이윤을 창출할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 있어서, 분노와 같은 도덕적 감정이 온라인 댓글에서 가장 두드러진다고 해석해볼 수 있다(Corckett, 2017).
2) 웨이보 핫이슈 토론공간의 텍스트 분석
웨이보 핫이슈 댓글들에서는 다양한 사회집단들을 폄하하여 지칭하는 신조어들이 널리 공유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버스에서 장난을 치다 청년으로부터 폭행을 당한 아이는 댓글들에서 ‘곰아이(熊孩子)’로 지칭되고 있다(사례 1). 중국에서 최근 몇 년 사이에 유행하게 된 ‘곰아이(熊孩子)’라는 용어는 가정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 철이 없고 장난기 심한 어린이를 지칭한다. 그러나 점차 철이 없는 어린이를 특정하여 사용되기보다는 어린이 일반을 지칭하는 용어가 되어가고 있다. 사례 1에서 네티즌들은 요즘 아이들은 모두 철이 없다는 전제를 하고 있고, 따라서 청년의 행위는 ‘버르장머리를 고친 것’이라고 말한다.
‘여성 운전자(女司机)’라는 호칭도 보통 명사가 아닌 부정적인 의미를 함축한 채로 사용되고 있다. ‘여성 운전자(女司机)’라는 용어는 중국 사회에서 여성이 운전을 못한다는 뜻을 함축하고 있으며, 나아가 여성 운전자를 혐오하는 의미로 많이 사용된다. 이러한 함축의미는 미디어에서 교통사고를 다룰 때 여성 운전자의 성별 특성을 강조하는 것, 예를 들어 하이힐을 신고 운전하다 사고를 냈다고 보도하거나, 비상상황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동영상 등을 통해 만들어지고 널리 확산되었다. 사례 3에서도 ‘여성 운전자(女司机)는 위험하다’는 댓글들을 통해 여성 일반에 대한 불신과 혐오 감정을 공유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사례 4에서 사건의 당사자인 ‘이정이(李天一)’는 개인의 이름일 뿐만 아니라 중국에서 ‘관이대 (官二代)’ 즉, 정부 및 국영기업 관원들의 자녀들을 가리키는 보통명사로 사용되고 있다. 또한 고관의 후대들이 손쉽게 권리를 얻을 수 있다는 의미와 함께, 그들의 불량행위를 가리키는 호칭으로 통용되고 있다.
사례 6의 ‘광장에서 춤추는 아줌마(广场舞大妈, 이하 광장춤 아줌마)’라는 용어는 구체적으로 저녁 7시부터 9시경까지 광장에 모여 무리를 이루어 춤을 추는 40대 중후반 이상의 여성들을 가리킨다. ‘곰아이’나 ‘여성 운전자’이라는 용어가 어린이나 여성 일반을 폄하하는 단어인 반면, ‘광장춤 아줌마’가 지칭하는 집단은 40대 이상의 모든 여성이나 춤추는 모든 여성이 아니라, 특정한 시간과 장소에서 특정한 행위를 하는 집단을 겨냥하고 있다. 이 용어를 통해 네티즌들이 표출하는 분노감정은 공공장소에서 집단적으로 춤을 추는 행위 자체가 아니라, 광장 춤을 추는 ‘아줌마’들을 향한 것이다. ‘광장춤 아줌마’ 집단은 동네 주민들과 갈등을 야기하면서도 강경한 태도로 타협하지 않는 집단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최근 ‘광장춤 아줌마’ 집단의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광장이나 공원 뿐 만 아니라 주차장이나 동네 스포츠센터들까지 차지하게 되었고 인근 주민들과의 갈등도 커져가고 있다. 심지어 이들이 동네 농구장에 온 젊은이와 다투다 폭력을 행사한 사건이 터지면서 ‘광장춤 아줌마’에 대한 혐오정서는 급속하게 커지고 있다.
사례 7에서는 ‘초록이(绿绿)’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는데, 이는 중국에 있는 회교(이슬람교) 교민을 지칭하는 용어로서, 이슬람교 표식의 색깔이 초록색인 것으로부터 연원한다. 그러나 이는 이슬람교를 비하하는 감정이 실려서 사용되고 있다.
가정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아 사회에서 민폐를 끼치는 철이 없는 어린이, 운전이 미숙하고 안전의식이 부족해서 교통사고를 일으키는 주범으로서의 여성, 이기적이고 소통이 안되는 광장 춤 아줌마들, 부패한 관원들과 불량한 자녀들, 그리고 소수민족 우대정책을 향유하면서 확장하고 있는 급진적인 회교세력에 대한 조롱과 경멸과 증오를 함축하고 있는 다양한 신조어들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오늘날 중국 사회에서 개인과 집단들 사이에 상호 비난과 폄하의 문화는 특정한 계층이나 집단에 국한되지 않고 광범위하게 퍼져있음을 알 수 있다.
웨이보 핫이슈의 댓글들에서 재현방식의 두 번째 특징으로 블랙유머, 조롱, 반어와 냉소주의적 어조를 담은 언어와 이모티콘들이 적극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사례 1에서 어린이에게 폭행한 젊은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원칙 있는 남자다!’, ‘쿨하다’, ‘잘했다’고 반어적인 칭찬을 하고 쾌감을 드러낸다. ‘원칙’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청년이 저지른 폭행이 어린이의 장난에 대한 정당한 처벌행위였다고 해석하는 입장을 드러낸다.
사례 4에서는 이정이에 대해 ‘정이야 ∼ 나오자 마라, 감옥에서 노후를 보내자’, ‘호화 감옥이다 (감옥은 이정이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는 댓글들을 통해, 평생 동안 감옥에 있어야 한다는 것을 ‘노후를 보내자’는 비유로 표현하면서 이정이의 감옥살이를 풍자하고 있다. ‘호화감옥’이라는 반어를 통해서는 정부기관이 관원 아들을 우대하는 불공정한 사회현상을 지적하며, ‘이정이가 더 많이 고생해야 한다’는 강력한 불만과 분노의 정서를 드러낸다.
블랙유머나 조롱의 표현도 매우 빈번하게 사용된다. 사례 6에서 공공장소를 침범한 ‘광장춤 아줌마’들에 대해, ‘그녀들이 삽차를 찾으면, 너희는 살수차를 찾아 그녀들이 춤추는 동안에 그들에게 물을 뿌려라!’고 쓴 댓글과 사례 7에서 회교의 배달음식통 구분에 대해 ‘난 공산주의 후계자다. 음식 배달상자를 나누어 포장하고, 상자 위에 붉은 별을 붙여 달라. 안 그러면 우리 공산주의 후계자를 존중하지 않는 것이다’는 댓글이 각각 ‘좋아요’ 1위를 차지했다. 이런 황당한 제안들은 유머효과를 동반하면서, 장난이나 조롱의 태도로 상대방에게 똑같이 응징해야한다는 관점을 심어주는 것이다.
이러한 수사법들은 네티즌들이 직접적이고 강력한 욕설이나 과격한 단어들을 사용하지 않고도 사건의 당사자들에 대한 비난과 조롱의 태도를 다른 네티즌들과 부담 없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해준다. 또 조롱하는 말투를 더 강조하기 위하여 문장 부호 ‘∼’가 자주 사용되는데, 이처럼 애교있는 어감을 전달하는 것은 악평을 농담으로 가장하고 조롱의 뉘앙스가 더 강해질 수 있도록 해준다.
웨이보 이용자들은 ‘공평’ 및 ‘응징’, ‘처벌’, ‘복수’ 등의 관점에서 사건을 해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건 당사자들의 행위에 대해 동등한 위치, 공평과 공정성, 책임의 가치가 가장 강조되고 있다. 그리고 갈등과 반목의 해결방안으로는 ‘받은 만큼 돌려준다’는 처벌과 응징이 가장 정당하고 바람직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배려와 관용, 양보의 가치는 거의 채택되지 않는다.
이용자들은 사건 당사자들의 ‘약자 지위’를 강력하게 부정하는 태도들을 보여준다. 분석사례들에서 ‘약자 지위’에 해당할 수 있는 사건 당사자들은 대략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중국사회의 전통적 정의에 부합하는 사회적 약자집단들로서, 버스에서 장난치다 어른에게 폭행당한 어린이, 기차에서 자리 양보를 받지 못한 노인, 음식 배달통을 별도로 사용해온 회교도 소수민족 등이 이에 해당한다. 다른 하나는 특정한 사건과 사고들로 피해를 당한 당사자들로서, 교통사고로 가족을 잃은 여성운전자, 개 소음 문제로 이웃에게 살해당한 일가족, 태풍 때문에 일본에서 발이 묶인 중국관광객들이 그들이다.
‘노인을 존경하고 어린이를 사랑한다(尊老爱幼)’는 중국의 전통적인 도덕규범이며, 특히 중국 정부가 강력하게 주창하는 사회주의 가치관의 핵심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례 1에서 버스에서 장난을 치다 청년에게 폭행당한 동영상에 대해 많은 네티즌들은 어린이가 먼저 장난을 쳤으니 처벌을 받아야 하며 나이는 용서받을 명분이 되지 못한다는 댓글들을 올렸다. 가장 많은 ‘좋아요’와 답글이 달린 댓글은 ‘원칙있는 남자다. 세 대 맞았으니 세 대 때린다’였다. 또 아이 부모가 교육을 제대로 못시켜 사회에서 ‘교육’을 받았다는 댓글이 2위에 올랐다. 요즘 아이들은 다 얻어맞아야 한다는 댓글도 높은 순위에 올랐다. 어린이가 잘못하면 성인과 똑같이 벌을 받아야 한다는 네티즌들의 주장은 사건의 시비를 판단할 때 나이의 요소를 제외해야하며 어린이를 다른 사회구성원과 동등한 지위에 두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와 비슷하게 노인에 대해서도 네티즌들은 나이에 대한 우대를 인정하지 않았다. 사례 2에서, 기차에서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해달라는 부탁을 거절한 대학생을 훈계한 노인의 딸에 대해서 조롱과 비난의 댓글들이 쏟아졌다. 양보를 하지 않는 것은 대학생의 권리의 표현이고, 딸이 이에 대해 도덕적 질타를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내용들이 주를 이룬다. 대중교통에서 노인에게 양보하는 문제는 ‘권리와 의무’의 쟁점으로 다루어지며, 돈을 내고 좌석을 샀기 때문에 당연히 권리가 있고, 양보는 미덕이지만 의무는 아니라는 것이다. 노인이라도 미리 기차표를 예매해야 하고, 다른 사람에게 도덕을 명분삼아 좌석을 요구하면 안 된다는 주장이다.
사례 7에서는 배달앱 ‘미단’이 돼지고기를 안먹는 회교의 특수한 음식문화를 배려해 다른 음식통과 구별하는 표식이 있는 상자를 사용했다는 것에 대해 ‘한족을 업신여기는 행위’라거나 도교와 불교, 심지어 공산주의도 신앙으로서 동등하게 취급해달라고 주장하는 댓글들이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나는 공산주의 후계자다. (내 배달 상자에도) 붉은 별을 붙여달라’와 같은 주장들은 소수민족 우대로 오히려 한족이 역차별당하고 있다는 피해의식을 피력하고 있다.
사건사고 등으로 피해를 당한 당사자들에 대해 네티즌들은 ‘피해자 책임’의 논리를 전개한다. 사례 3에서 교통사고로 가족을 잃은 여성 운전자에 대해, 운전 여성이 고액 보험료를 노리고 모살했다는 근거없는 추측과 인식공격성의 글들, 그리고 여성의 미숙한 운전이 사고를 자초했다며 역시 ‘여성 운전자(女司机)’가 문제라고 조롱하는 댓글들이 높은 순위에 올랐다. 또한 사례 8에서 개 소음 문제로 이웃에게 살해당한 진모씨 일가에 대해서 네티즌들은 ‘개를 사람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이웃을 무시해서 (살인을 당한 것도) 자업자득이다’는 댓글들에 공감을 표하면서 책임을 피해자에게 돌렸다. 사례 5에서 일본 태풍으로 발이 묶인 중국 관광객들에 대해서도 ‘일본 안가면 죽냐’, ‘왜 굳이 일본에 가느냐’, ‘하느님이 (일본으로 여행간 것에 대해) 화낸 것이다’는 댓글들에서 보듯이 일본 여행을 간 사람들이 재난의 피해자가 아니라 스스로 재난을 초래하고 책임을 져야 하는 당사자들이라는 관점이 주를 이루었다. 사례 6에서 ‘그녀들이 삽차를 찾으면 너희들은 살수차를 찾아 물을 뿌려라’는 댓글 또한 갈등의 해결방안으로 똑같은 방식의 보복을 제안하는 것이다.
웨이보 댓글들은 특정한 사건 사고들에 대한 네티즌들의 개인적 견해지만 ‘좋아요’ 수가 많아질수록, 그리고 답글들이 늘어나면서 ‘다수의 의견’으로 인정받게 된다. 이 과정에서 네티즌들은 웨이보 이슈들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자신들의 개인적 경험들과 불만과 분노 등 사적인 감정들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도록 동기화된다. 이러한 감정의 표출과 공유를 통해 특정한 사회적 사건들이 보편적인 사회 문제를 대표하는 것으로, 그리고 사건 당사자들의 개인적인 행위가 한 사회집단의 보편적 특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과도한 일반화가 이뤄지고, 이들의 비논리적이고 비약적인 주장들이 별다른 성찰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분석 사례들에서 높은 순위에 오른 댓글들로, ‘요즘 아이들은 다 얻어맞아야 한다’, ‘여성 운전자는 위험하다’, ‘애견인들은 매우 이기적이다’, ‘그 세대(광장춤을 추는 5, 60대)는 모두 이기적이고 나쁘다’, ‘회교의 일반화를 추진하려는 모든 세력은 중화민족의 적이다’와 같은 주장들이 이에 해당한다.
중국에서는 여성의 퇴직연령이 보통 50세(남성 60세)로, 다른 나라들에 비해 낮은 편이다. 그런데 의료수준이 점점 향상됨에 따라 퇴직한 중국 여성들의 신체 건강 수준은 과거와 비교해 훨씬 높아지다 보니, 생활 인프라가 여전히 미흡한 중국에서 중노년 여성들이 광장이나 공원과 같은 공공장소들에서 춤추는 것이 광범위한 유행문화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음악 소음이나 공공장소의 점령 등의 문제로 ‘광장 춤 아줌마’들과 인근 주민들 사이의 갈등이 커지면서 전사회적으로 ‘광장춤 아줌마’에 대한 불만과 증오의 감정들이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웨이보에 소개된 일화는 5,60대 전반에 대한 비판으로 연결되고 불만과 증오감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글들이 큰 호응을 받았다. ‘광장춤 아줌마’들을 ‘깡패’나 ‘가축’이라고 표현하고, ‘이 사회는 노약자들이 설치는 무법천지가 되었다’, ‘그 세대는 다 이기적이고 나쁘다’는 댓글들이 주를 이뤘다. 이러한 표현들은 단순히 웨이보에서 거론된 사건의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퇴직한 중장년 세대 전체의 문제로 논쟁을 전환시키고 그들 세대에 반감을 드러내는 것이다. 또한 네티즌들이 제시한 문제해결의 방안은 ‘내가 받은 괴롭힘과 고통을 똑같이 돌려주어야 한다’면서 폭력에는 폭력으로 맞선다는 것이다.
웨이보에서 소개된 교통사고는 한 가족의 비극이라기보다는 사고의 가능성을 높이는 여성 운전자의 문제로 전환되어 젠더 문제로 다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가족을 잃은 여성 운전자의 사례는 여성 운전자 일반에 대한 논쟁으로 전환되었다. 논쟁에서는 주로 두 가지의 의견집단이 형성되었다. 한편은 여성 운전자가 남성 운전자에 비해 운전기술이 부족하고 응급상황에 대한 대응능력이 낮은 편이라고 주장한다. 다른 한편은 여성 운전자를 차별하면 안 된다는 주장들도 제기되었다.
‘이정이 출소사건’과 관련해서는 사건 당사자 이정이를 조롱하는 댓글들과 함께 중국 정부기관과 관원들에 대한 불신과 비판을 드러내는 댓글들이 큰 호응을 얻었다. ‘수감기관, 관원의 아들을 비호하다’는 댓글에서는 관원아들이라는 이정이의 신분을 환기시키면서, 수감기관에 대해 불신하는 태도를 드러낸다. 이정이의 출소 소식은 근거없는 내용이라는 교도소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네티즌들은 이 사건의 내막에 부정과 비리가 있을 거라는 추측성 글들을 올리고, 이정이가 관원의 아들이라서 수감기관의 비호 또는 ‘특별한 배려’를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나오려면 이정이 아버지의 관급이 더 높아야 돼∼’라는 댓글과 답글들에서는 사회적 지위에 따라 얼마든지 불법과 편법이 용인될 수 있고, 부모의 배경이 자식의 앞날을 좌우한다는 식으로 중국 사회의 공정성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낸다.
사례 5에서 웨이보에 실린 이슈는 중국 대사관이 일본 태풍과 관련된 공항 상황, 그리고 이에 대한 대사관의 작업 일정과 대책들을 통보하는 단순한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 게시글은 태풍 재난의 정보를 알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중국과 일본 사이의 민족 감정을 환기시키는 논쟁으로 번졌다. 일군의 네티즌들은 일본이 중국을 침략한 역사를 근거로 들면서 일본에 간 중국인들을 비난하고, 이들이 중국의 굴욕적인 역사를 잊어버리고 존엄과 자존심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주장한다. 또 중국 사람들이 굳이 일본으로 여행을 가서 벌어진 일이라거나, 태풍도 하늘이 화나서 일본에게 벌을 준 것이라는 주장들을 전개한다. 심지어 ‘모든 사람들이 바다 속에 빠져 상어에게 먹혔으면 좋겠다’는 저주를 퍼붓는 내용도 ‘좋아요’ 10위권에 들었다.
이러한 사례들에서 주목할 점은 웨이보에 소개된 특정한 사건들에 댓글들이 달리면서 개별적이고 개인적인 사건을 넘어서 다양한 계층과 집단, 국가 간의 갈등과 대립의 문제로 의미화된다는 것이다. 위의 사례들에서 세대, 성별, 종교, 국적 등의 집단 정체성들이 환기되고 네티즌들은 스스로를 특정 집단들의 구성원으로서 주체화하고 갈등 관계에 있다고 상정되는 집단에 대한 불만과 분노, 적대감을 강화시킨다.
3) 사회적 실천으로서의 웨이보 담론
전통적으로 중국 사회에서 어린이를 챙겨주고 양보하는 것은 도덕적인 원칙이자 사회 행위의 규범으로 간주되어져 왔다. 오늘날까지 중국 정부는 여전히 ‘尊老爱幼(노인을 존경하고 어린이를 사랑하다)’의 관념을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어린이나 노인, 빈곤층 등과 같은 전통적인 약자 집단들에 대한 무관심과 냉담함, 반감 등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으며, 계급이나 집단들 간의 갈등과 충돌의 사안들에 대해 훨씬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웨이보의 사례들에서 보듯이 네티즌들은 어린이에 대한 거부, 증오와 두려움 등 부정적 감정들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곰아이(熊孩)’라는 단어를 쓸 때, 개인들은 각자 어린이에 대한 부정적인 기억과 감정들을 환기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이 감정에는 아이의 부모들이 제대로 가정교육을 시키지 못해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친다는 비판이 포함되어 있다. 오히려 오늘날 부모들이 잘못을 저지른 아이들을 두둔하면서 ‘아이가 어리니 따지지 마라’는 태도를 보인다는 것에 분개하고 나이는 핑계가 될 수 없다는 논리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게 된다.
노인에 대한 태도에서도 같은 논리와 감정들이 지배적이다. 웨이보 사례에서 네티즌들은 젊은이에게 자리를 강요하는 노인들에 대한 비판, 불만과 분노 등의 정서를 강하게 표출했다. 직장인과 학생들도 힘들고, 자리(노약자석을 제외한 일반석)를 양보하는 것이 의무가 아니며, 대중교통의 이용에서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는 의견들이 담론의 주류를 차지했다. 오히려 노인들이 직장인과 학생들을 배려해야 된다는 의견들과, 심지어 시간 여유가 있는 노인들은 출퇴근 시간에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마라는 조언도 많은 네티즌들의 지지를 받았다. 또한 단지 대중교통에서의 양보문제뿐만 아니라, 노인들이 공중 화장실의 휴지를 훔쳐가는 현상, ‘광장에서 군무하는 아줌마’ 단체의 소음의 문제 등 다양한 사례들이 인용되면서 노인에 대한 분노와 혐오 정서가 공유되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특정한 사례에 국한되지 않고 노인 일반에 대해서 공중도덕 의식이 결핍되어있고 수양이 부족하다는 낙인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이다. 50대 이상의 세대들의 역사적 성장배경에서 문제의 근원을 찾는 논리가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80년대 개혁개방 이전까지 중국사회의 생활수준은 매우 낮은 편이고, 대중들의 교육수준도 보편적으로 낮았다. 게다가 ‘문화대혁명(文化革命)’, ‘대약진(大跃进)’, 그리고 자연재난 등으로 인해 사회 동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역사적 배경 속에서 전통적인 사회 규칙과 법률은 제대로 작동하기 힘들었다. 따라서 이와 같은 성장 배경 속에서 자란 현재의 중국 중노년층은 사회규칙을 무시하고 공공이익과 도덕의식보다 자신의 이익만 고려한다는 부정적 인식이 널리 퍼져있다. ‘不是老人变坏了, 是坏人变老了(노인들이 나빠진 것이 아니라, 나쁜 사람들이 나이들었다)’, 그리고 ‘老不死的(죽지도 않는 늙은이)’과 같은 표현들은 오늘날 온라인 공간에서 흔히 접할 수 있게 되었다.
한편, 사례 7에서 네티즌들은 회교의 소수민족으로서의 약자지위를 인정하지 않는다. 중국에서 소수민족들의 사회적 약자지위는 중국정부가 사회 안정을 위해서 제정한 민족정책의 결과물이다. 그러나 중국정부가 실행하고 있는 여러 가지 소수민족 우대정책들에 대해, 대중들은 오히려 역차별이라고 주장하면서 불만과 혐오 정서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네티즌들은 음식문화의 특수성으로 인해 배달 상자에 회교음식의 표식을 붙이고 음식을 따로 담은 행위가 민족 차별이라고 주장하고 불쾌감을 표출했다.
이처럼 웨이보 사례들에서 네티즌들은 사건의 당사자들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는 자신들이 오히려 약자이고 피해자라는 반응을 보인다. 이러한 인식에는 ‘절대적 공평’의 논리가 수반되고 있다. 절대적 공평의 원칙을 적용하여 이를 위반하거나 무시하는 사람들에 대한 강한 증오감을 드러낸다. 약자로서의 노인과 어린이도 예외는 없다. 오히려 약자들이 나이의 우세에 기대어 ‘특별한 대우’를 받으려는 것에 대해 비난한다. 나아가 ‘以暴制暴(폭력으로 폭력에 맞서다)’는 준칙에 따라 이들을 응징해야 한다고 하는 생각들이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
또한 ‘절대적 공평’의 논리는 ‘피해자 책임론’을 동반하고 있다. 온라인 공간에서 흔히 사용되는 ‘你弱你有理 (네가 약해서 얻어맞은 것이다)’와 ‘你穷你有理(네가 돈이 없어서 얻어맞은 것이다)’와 같은 반어와 풍자들은 사회의 소외계층과 약자들에게 불행의 책임은 그들 자신에게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는 절대적 공평에 대한 네티즌들의 주장이 기득권 세력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회적 약자들을 향하고 있음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이는 불공평한 사회시스템 자체에 대한 비난과 원망, 그리고 이를 바꾸려는 의도보다, 경쟁 속에서 자신이 유리한 사회적 지위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과 분노라고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가속화되는 경쟁 속에서 한편으로는 경쟁에서 ‘실력’으로 더 많은 사회자원들을 쟁취한 기업인이나 연예인들 같은 성공한 인사들을 극단적으로 찬양하고 추종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전통적으로 사회적 약자로서 배려와 관용의 대상이 되어왔던 노인, 어린이, 빈곤층과 같은 집단들에 대해 공평을 주장하면서 비난과 혐오를 쏟아내는 양상들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네티즌들의 약자심리는 실제 생활 중에서는 도덕적 규범과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일정 정도 제약되고 통제되지만, 익명의 온라인 공간에서는 감정이 과도하게 실린 언어와 다양한 표현수단들을 동원하면서 훨씬 자유롭게 표출된다고 볼 수 있다.
온라인 미디어에서 르상티망이 표출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하나는 외향적으로 배출하는 방식으로서, 셸러가 언급했던 ‘르상티망 비판주의(ressentiment criticism)’, 즉 다른 이들을 향해 불만을 드러내는 어조로 신랄한 비난과 언어폭력을 행사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내향적으로 해소하는 방식으로서 냉소주의와 자조적 표현들이 이에 해당한다.
르상티망이 질투나 보복, 분노와 같은 감정들과 구분되는 가장 중요한 특징은 어떤 명확한 특정대상을 겨냥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일반화된 계층과 집단, 나아가 모든 사람들과 전 사회에 대해 강력한 불만과 분노의 표출이라는 점이다(成伯清, 2009; Hogett et al., 2013). 셸러에 따르면 사람들이 사회적 불공정을 인지하지만 그것을 해결할 수 없다는 무능감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으로서 이러한 종류의 사회적 스트레스는 숙명적인 것으로 느끼게 될수록, 시비를 따지지 않고 아무 목적과 의미가 없는 르상티망 비판주의가 쉽게 나타날 수 있다(Scheler, 1994). 이와 같은 비판주의는 사실 여부에 대해서는 분별하지 않고 단지 개인의 감정을 표출하려는 목적을 위해서만 비난이 난무하는 것으로서, 인지하고 있는 문제의 해결에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회분위기를 더욱 험악하게 만든다. 즉 비판을 위한 비판에 불과하고 이성적인 논쟁이나 주장들은 끼어들 틈이 없다. 특히 개인의 감정 표현이 훨씬 자유로운 온라인 공간에서 르상티망 비판주의는 더욱 극단화 경향을 띠게 되는 것이다.
웨이보 사례 가운데 ‘이정이 출소(李天一 出狱)’ 소문은 중국사회에서 널리 퍼져있는 ‘仇富(부자에 대한 적대감)’과 ‘仇官(관원에 대한 적대감)’이라는 감정을 직접적으로 자극하는 것이었다. 이 특정 사건은 네티즌들에게 중국의 모든 권력기관과 관원 집단전체의 특권 문제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주목할 점은 상당수의 댓글들에서 권력기관과 관원들에 대한 태도는 사회변화를 요구하는 분노라기보다는 ‘중국의 관원들이 다 그렇지 뭐’, ‘권력기관들은 어차피 서로 짜고 비호한다’는 식의 냉소주의를 드러낸다는 것이다. 다른 사례들에서의 욕설과 과격한 언어표현과 비교해 볼 때, 훨씬 더 조롱이나 자조적 표현들이 두드러졌다. 이는 중국인들의 원한감정이 자기를 파괴하는 방식의 냉소적이고 자조적인 방식으로 표출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오늘날 중국사회는 시장경제가 심화될수록 사회 경쟁이 더욱 격렬해지지만, 정치제도의 개혁은 시장 개방의 정도를 못 따라가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온라인 미디어는 중국 대중들의 사회적 모순에 대한 불만들을 표출하고 변화를 촉구하는 장으로서 기대를 받았지만, 온라인 공간에서 대중들의 비판과 저항의 목소리가 실제 사회에 미친 영향은 미미한 수준에 머물러왔다. 일례로 네티즌들이 관원의 부정부패 행위를 적발한다 해도 정부는 미미한 처벌로 넘어가거나 아예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경우들이 많았다. 이로 인해 ‘言论无效化’, 즉 ‘말해도 소용이 없다’는 인식이 대중들 사이에 확산되었고, 정부와 관원들에 대해 비판적인 댓글들도 진지한 토론보다는 냉소적이고 자조적인 어조가 점점 더 두드러지고 있다. 이와 더불어 온라인 공간이 여전히 중국 정부의 강력한 언론통제 하에 있다는 점도 냉소주의 감정의 확산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정부의 통제를 피하면서 자신들의 의견과 감정을 표출하기 위해 네티즌들은 점점 더 이모티콘의 이중적인 의미, 특정한 기호의 운용, 반어법과 블랙유머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소통의 방식들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한 가지 더 주목할 대목은 중국 사회의 원한 감정은 개인들이 직접적인 이익을 침해받을 때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애완견 문제를 놓고 벌인 논쟁 사례에서 보듯이 자신과 다른 가치와 취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용납하지 않고 적대감을 드러내는 양상이 훨씬 강화되고 있다. 이제 계급, 계층의 분화뿐만 아니라 특정한 가치와 취향들로 분화된 집단들 사이의 갈등과 반목까지도 매우 심각한 사회갈등의 요소로 자리잡고 있음을 보게 된다. 웨이보 공간에서는 다양한 이념과 가치관을 가진 의견집단들 사이의 논쟁이 벌어지지만, 부정적 정서를 표현하는 의견이나 관점은 대부분 더 강력한 응집력을 갖추고 더 많은 지지를 얻게 된다. 인터넷 공간의 확산력을 통해 이러한 부정적 정서들은 손쉽게 여론을 장악하면서 더 큰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온라인상의 의견집단들 사이의 논쟁 과정에서 집단 정체성과 집단 정서가 형성되고, 다양한 집단들 사이의 상호 불신, 불관용, 적대감의 정서들은 현실생활 속에서의 다양한 사회 집단들의 크고 작은 대립과 충돌들로 발현되고 있는 것이다.
5. 연구의 함의와 결론
본 연구에서는 온라인 미디어가 논증적 내용보다 감정적 내용들이 더 활발하게 생산되고 큰 사회적 파급력을 가질 수 있게 하는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다는 인식 아래, 중국의 가장 인기 있는 소셜미디어 웨이보 담론에 나타나는 감정적 특징들에 주목하였다. 이는 기존의 연구들에서 온라인 커뮤니티의 담론을 논리와 일관성의 차원에서 비판하고 반박하는 접근들과 차별화하여 감정 커뮤니케이션의 차원을 강조하는 입장이다. 개인들의 경험과 감정적 표현들은, 비록 비논리적이고 일관성을 결여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온라인 공간에서 적극적으로 표현되도록 북돋워지고 집단 감정화 됨으로써 중요한 정치성을 발휘한다고 보았다.
이와 관련하여 본 연구의 결과는 온라인 미디어에서 공유되는 감정의 정치적 힘에 대한 기존 연구들에서 두 대척점에 있는 것으로 간주되어 온 감정들에 재고할 필요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분노와 혐오가 그것이다. 하나는 불공정과 불의에 대한 감정적 반응으로 사회를 개선하고 개혁하는 긍정적 감정으로서, 다른 하나는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들을 겨냥하여 차별하고 폄하하면서 자신의 우월감을 즐기고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을 고수하려는 부정적인 감정으로서 다뤄져 왔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 볼 수 있듯이, 중국의 웨이보 공간에서 지배적인 감정구조는 분노와 혐오 감정에 대한 기존 연구의 틀로 설명하기 힘든 다음과 같은 특징들을 갖고 있다.
첫째, 웨이보에서 생산되고 유통되는 이용자들의 담론에서 나타나는 분노는 불공정과 불의에 대한 불만과 비판들을 포함하고 있지만, 이것이 이들의 도덕적 감수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웨이보 이용자들은 다양한 사회적 이슈들에서 사건의 당사자들을 도덕적으로 질책하고 단죄하는 언어들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사회문제들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비판정신, 사회변화에 대한 열망을 불러오는 분노 감정과는 구별할 필요가 있다. 현실을 개선하거나 개혁하는 것보다는 비판 그 자체의 쾌락을 즐기거나 조롱과 냉소주의로 표출되는 자기파괴적 감정에 가깝다.
둘째, 웨이보 이용자들은 다양한 사회적 약자 집단들을 폄하하는 동시에 오히려 피해자나 약자는 자신들이라는 논리 아래 절대적 평등주의를 주장한다. 이는 이들의 불공정에 대한 인식이 매우 제한적이고 지엽적인 시각에서 만들어지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사람들은 정의 없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이유는 전통적으로 사회적 약자로서 보호하고 배려되어야 하는 존재로서 인식되어온 어린이와 노인, 또는 소수민족들 때문에 당하는 역차별이라는 것이다. 스스로를 피해자라고 규정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은 도덕적으로 우월하며 공평의 룰을 어기는 사람들이 처벌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따라서 절대적 공평의 논리를 내세워 오히려 사회적 약자들이 특권을 누리고 있다고 비난하고 반감을 드러내는 댓글들이 다른 이용자들로부터 큰 지지를 얻었다. 이처럼 분노의 대상이 특권적 위치에 있는 기득권 집단들이 아니라 오히려 사회의 소수자와 약자 계층을 겨냥하면서 힘있는 자와 힘없는 자의 투쟁이 아니라, 같은 위치를 점하고 있는 중하층 집단들의 상호 갈등과 적대감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셋째, 기존의 논의들에서 혐오감정의 주체는 주로 글로벌 신자유주의 체제 아래서 불안과 위기의식을 느끼는 남성 특히 젊은 세대의 남성들로 지목되어왔다. 그러나 웨이보 공간에서 젠더 갈등 뿐 만 아니라, 정치엘리트, 세대, 인종과 민족 그리고 다른 취향을 지닌 집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세대 및 계층, 집단들 사이에서 상호 비난과 혐오가 발견된다. 이러한 현상은 오늘날 보다 광범위한 대중들 사이에서 증대되는 불안과 위기의식, 그리고 이로부터 초래되는 사회적 혐오와 적대감을 낳는 기저의 구조적 문제들에 주목할 필요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본 논문에서는 이상의 특징들을 ‘르상티망’ 개념을 통해 설명하고자 했다. 오늘날 중국 사회의 감정구조는 심화되는 사회양극화와 계급고착화, 사회자원 분배의 불공평 등에서 기인하는 현대 중국인들의 불안과 불만들, 전국민의 피해자와 약자 의식, 그리고 그 결과로서 초래되는 다양한 사회집단들을 향한 화, 분노, 혐오로 표출이라고 해석해 볼 수 있다.
본 논문은 이들의 분노와 혐오가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라고 규범적으로 비판하고 정치적 올바름을 요구하는 입장, 또는 분노하고 혐오하는 개인이나 집단의 잘못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구조적 산물이라고 두둔하려는 입장 둘 다로부터 거리를 둔다.
지금과 같이 온라인 공간의 혐오와 부정적 감정 문제를 특정한 젠더 또는 세대의 문제로 국한하여 이들을 비판하는 논리를 확산시키고 규제 중심적 대안을 찾는 것은 적절한 해결책이라 볼 수 없다. 이보다는 기저의 문제들에 주목하여 대중들의 불안과 불공정의 느낌들을 줄이는 방향의 정책들을 마련하는 것이 보다 중요한 대안이 될 것이다. 안정적이고 예측가능한 삶의 조건들을 만들어내기 위해 다양한 사회적 차원에서의 노력들을 경주하는 것에서 르상티망의 감정구조가 완화될 수 있는 가능성들을 찾아야 한다.
Acknowledgments
이 논문은 영옥의 석사학위논문(2019)을 대폭 수정·보완했으며, 2017년 충남대학교 학술연구비의 지원을 받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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