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안지역개발이 지역 자연환경과 사회경제에 미치는 연쇄적 영향: 가로림만 지역의 주민의식조사를 중심으로
초록
본 연구에서는 충남 서해안의 가로림만(加露林灣)지역을 중심으로 개발로 인해 연안환경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환경의 관점에서 추적해보고, 인근 어촌주민을 대상으로 가로림만이 제공하는 자연혜택 혹은 생태계서비스에 대한 주관적 인식 정도를 확인해 보고자 했다. 가로림만의 자연환경은 오랜 시간 동안 인간의 간섭으로 변화해왔다. 특히 1960년대 이후 국토확장 및 식량생산, 산업단지 확보 등을 목적으로 한 정부주도의 대규모 간척사업은 가로림만 갯벌에 돌이킬 수 없는 규모의 훼손을 가져왔으며, 어업근대화 정책은 해양쓰레기 및 어족자원의 고갈이라는 부정적 외부효과를 불러왔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주민들은 어업과 관련해 가로림만의 자연혜택이 과거에 비해 많이 축소되었다는 부정적 인식을 높게 드러냈다. 그리고 자연혜택이 축소된 주요 원인으로 해양쓰레기 및 수질오염 등에 의한 바다오염, 간척 및 공업단지, 화력발전소로 대표되는 무분별한 지역개발, 기후변화로 인한 바다환경의 변화 등을 지적했다. 어촌사회의 경제 및 사회문화적 순환과정은 생태학적 순환과정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 즉 어촌사회의 지속가능성은 어업의 토대인 건강한 해양에 있다. 가로림만 주민들 또한 건강한 해양은 자신들의 삶과 분리된 자연만의 고유한 영역이 아니라는 인식을 강하게 드러냈다. 즉 이들이 생각하는 건강한 해양이란 안정적 수입과 적정 수준의 수산물을 획득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 삶의 터전으로서의 해양이다.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trace how the coastal environment on the western coast of Chungnam, South Korea has changed due to the development of the Garorim Bay (加露林灣). In addition, this study examines how the residents of nearby fishing villages subjectively recognize the natural benefits of ocean health. The natural environment of Garorim Bay has been transformed over a long period on account of human interferences. Particularly from the 1960’s, the government-led large-scale reclamation project intended to extend usable land, produce more food, and promote industrial complexes has significantly impacted the mud flat of Garorim Bay. Also, government policy to modernize the fisheries has brought negative effects; for example, the increase in marine wastes or exhaustion of fisheries resources. According to survey results regarding the fishery, residents negatively perceive changes in the Garorim Bay due to the reduction in natural benefits. As the major causes of the reduction in natural benefits, respondents blame marine pollution resulting from marine wastes and water pollution, reckless regional development through reclamation, industrial complexes, and thermoelectric power plants, as well as the change in marine environment attributed to climatic abnormalities. Fishing villages are natural resource-depending communities in which economic and socio-cultural processes are bound to collapse if ecological processes collapse, as these processes are mutually related. Therefore, the sustainability of fishing villages depends on the health of oceans and fishery grounds. The residents of Garorim Bay also expressed strong recognition that healthy ocean is not nature’s own area separated from their lives. In other words, they perceive a healthy ocean as the social and economic ground of their lives where they can gain stable earnings and obtain marine products.
Keywords:
Natural Benefits, Ecosystem Services, Natural Resource-depending Communities, Ocean Health, Fishery, Garorim Bay키워드:
자연혜택, 생태계서비스, 해양건강성, 어업, 가로림만1. 서 론
1) 연구의 배경과 목적
한국의 연안(沿岸)은 인간사회와 분리된 자연만의 공간이 아니다. 넓게는 한국사회, 좁게는 어촌주민들은 연안생태계(coastal ecosystems)가 제공하는 다양한 자연혜택(natural benefit)을 활용하여 경제적 필요와 문화적 욕구를 충족 해왔다. 그리고 그 이용 과정은 자연에 대한 인간의 개입 과정이기도 했다. 전통어업 방식과 농지 확보를 위한 인근 주민들의 소규모 간척은 생태학적 관점에서 보면 ‘생태시스템의 변화를 수용하면서도 지속할 수 있는 능력’ 즉 복원력(resilience)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이루어졌다. 하지만 1960년대 이후 정부에 의해 본격적으로 추진된 어업근대화 정책으로 범선(汎船)이 동력선으로 대체되었으며 화학물질로 만든 어구 사용이 보편화되었다. 어업근대화 정책의 결과, 어업생산량은 크게 증가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남획으로 인한 어족자원의 고갈과 썩지 않은 해양쓰레기 문제 등이 연안생태계를 위협하게 되었다. 농지확보와 국토확장을 목적으로 한 정부 주도의 대규모 간척사업은 연안지역에 회복하기 힘든 지형적 변화를 불러왔다. 특히 갯벌과 깊은 만이 발달하고 조수간만의 차가 큰 서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대규모 간척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 경기만, 천수만, 서산만, 부안과 김제에 이르는 서해 연안지역에 불가역적인 지형 변화를 불러옴과 동시에 갯벌 면적 또한 크게 축소되었다.1)
그간 진행된 어업 근대화 과정과 대규모 간척사업으로 대표되는 인간의 간섭은 생태학적 복원력을 넘어서는 것으로, 연안생태계가 제공하는 자연자원에 기반을 둔 어촌사회의 경제 및 사회문화적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즉 인간의 개입으로 연안환경이 변화하고, 변화된 연안환경이 어촌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는 주요한 원인이 된 것이다. 본 연구는 이러한 맥락 속에서 충남 서해안의 가로림만(加露林灣) 지역을 중심으로 개발로 인해 연안환경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환경의 관점에서 추적해보고, 인근 어촌주민을 대상으로 가로림만이 제공하는 자연혜택의 주관적 인식 정도를 파악해보고자 한다. 이는 가로림만 주변의 주민들이 가로림만의 생태적 지속가능성과 자신들의 경제적, 사회문화적 지속가능성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가로림만이 제공하는 자연자원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와 관련해서 최근 중요한 이슈는 조력발전소 건설 여부를 둘러싼 찬반논쟁이었다. 지역주민뿐만 아니라 정부기관인 산업통산부와 환경부 또한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대립했다. 조력발전소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발전소 건설이 어장 및 갯벌의 생태환경을 훼손하여 어민들의 생계 경제를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찬성 측은 현재의 어족자원 고갈 정도와 어촌 인구의 노령화 수준을 볼 때 어업의 지속가능성에 회의적이었다. 발전소 건설을 댓가로 새롭게 유입될 경제적 지원을 활용하여 어업 중심의 지역경제를 관광산업 중심으로 전환할 것을 주장했다. 2014년 10월 환경부가 환경영향평가서를 반려하면서 건설계획이 백지화되었지만, 찬성과 반성을 두고 벌어진 대립은 그만큼 가로림만의 생태환경 및 경제적 가치가 훼손되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러한 훼손에도 불구하고 현재에도 가로림만은 어촌주민의 주요한 삶의 터전이다. 가로림만 주변에는 6,455명의 주민(70개 행정리)들이 가로림만이 제공하는 자연혜택을 직간접적으로 활용해 살아가고 있다.2) 본 연구는 가로림만 사례를 통해 인간의 개입에 의해서 자연환경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그리고 변화된 자연환경에 기반들 두고 살아야 하는 주민들이 자신들의 삶의 지속가능성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파악해보자 했다. 따라서 이 연구는 자연과 인간 사이에서 벌어지는 상호작용의 균열과정을 탐구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2) 선행연구의 검토
연안지역을 대상으로 연안환경과 인간사회 사이의 균열에 대한 연구는 주로 대규모 간척사업 및 기름유출사고와 같은 환경오염 사고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이러한 연구들의 핵심구조는 대규모 개발 또는 기술 실패로 연안환경이 훼손되고, 훼손된 연안환경이 주변 어촌사회에 경제적, 사회문화적, 건강 등의 다양한 이차적 피해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의 본격적인 출발은 90년대 후반 인류학자들이 수행한 『시화호 사람들이 어떻게 되었을까』이다(한경구 외, 1998). 이 연구는 시화호 방조제 건설로 갯벌이 파괴되면서 일어난 경제 및 사회문화적 변화과정을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이후 이러한 문제의식 국내 최대 규모의 새만금 간척사업에 대한 연구로 이어지면서, 주민갈등(박재묵, 2002) 및 어민문화의 변화(함한희 2004a), 사회영향(김준, 2007) 에코페미니즘(함한희, 2004b; 윤박경, 2004) 등의 연구 주제로 확장되었다.
또 다른 연구 흐름 2007년 12월 태안 앞바다에 발생한 대규모 환경오염 사고인 허베이 스피리트(Herbei Spirit)호 기름유출사고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환경재난이 연쇄적인 사회재난으로 발전한 원인(박재묵, 2008), 주민갈등(홍덕화, 구도완, 2009), 피해의 차별적 사회영향과 요인(이시재, 2008, 2009; 김도균, 이정림, 2009, 2011) 등을 밝히는 연구뿐만 아니라 사고 발생 7년의 지점과 초기시점을 비교하는 장기적 관점의 연구까지 수행되었다(김도균, 2015). 이상의 연구들은 연안환경의 변화가 불러온 다양한 사회영향을 경험적 수준에서 밝혀내고 있다는 측면에서 본 연구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지만 대규모 개발과 환경재난처럼 짧은 시간 안에 벌어진 급격한 환경변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극적인 광경을 연출해 환경과 인간사회 사이의 균열을 뚜렷하게 포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환경과 인간의 상호작용은 짧은 사건이 아니라 점진적이면서 누적된 변화라는 것이다. 본 연구는 극적 장면을 연출하는 재난사례가 아니라 오랜 시간 진행된 환경과 인간사회의 상호작용 사례를 연구한다는 점에서 기존 연구들과 구분된다. 또한 점진적이고 누적된 균열 또한 임계점에 이르면, 인간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한다는 점을 이 연구를 통해 증명하고자 한다.
2. 이론적 자원과 연구방법
1) 이론적 자원: 생태계서비스와 한국의 어촌마을
연안생태계가 제공하는 자연혜택 혹은 생태계서비스(ecosystem services)는 인간 삶을 유지하게 하는 자연생태계의 조건과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Daily, 1997). 특히 생태계서비스가 제공하는 재화(goods)를 취하고 유통하는 행위는 어촌사회의 핵심적 경제활동이다. 생태계서비스는 경제활동뿐만 아니라 정화, 재생, 미학적, 문화적 혜택 등도 제공한다. 따라서 생태계서비스는 생태계로부터 인간이 얻을 수 있는 유무형의 자연혜택으로 표현할 수 있다. UN에서 발표한 새천년생태시스템평가(Millennium Ecosystem Assessment, 이하 MA)에 따르면, 연안생태계가 제공하는 생태계서비스는 공급(provisioning)서비스, 조절(regulating)서비스, 문화(cultural)서비스, 지원(supporting)서비스로 구분된다(<표 1> 참조).3) 여기에서 공급서비스는 어류, 해조류, 패류 등 해양생물을 취득 할 수 있는 어업혜택을 지칭하는 것이라면 조절서비스는 기후, 수질, 침식 등 환경에 대한 조절기능을 의미한다. 그리고 문화서비스는 관광 및 여가, 심미적 가치 등을 뜻하며 지원서비스는 토양 형성과 영양분의 순환 기능을 가리킨다(MA, 2005).
어촌주민의 생계경제는 어업혜택을 의미하는 공급서비스와 관광 및 여가를 의미하는 문화서비스에 직접적으로 의존하는 측면이 크다. 계절의 순환에 따라 생육하는 해양생물은 어업의 토대이며 연안지역 자연경관은 관광 및 여가활동의 주요 자원이다. 한국의 어촌마을은 자연환경, 노동력과 자본의 동원력에 따라 상대적인 차이는 있지만 어업과 농업, 관광업이 공존하는 경제구조를 갖는다. 그리고 개인 혹은 가구 또한 복수의 경제활동에 종사는 겸업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가구의 경제활동을 다양화하여 수입을 극대화하는 농촌지역의 영세한 가족농(family farm)의 생존전략과도 유사한 것이다. 어촌마을의 영세 어가(漁家) 또한 가족 노동력을 중심으로 소유한 자원을 적절하게 분배하여 생산과 소비의 균형을 유지한다.
한국의 어촌마을은 농업과 어업의 비중에 따라 농업중심형, 농업과 어업이 혼합된 혼합형, 어업비중이 높은 어업중심형으로 분류해 볼 수 있다(김준, 2004, 22쪽). 국내에서 어업에만 의존하는 순(純)어촌은 극히 예외적 사례다. 한국의 어촌마을은 농업과 어업이 공존하는 혼합형이 일반적이며 단지 어업과 농업의 비중에 따라서 농업중심형 또는 어업중심형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이러한 유형의 차이를 가져오는 핵심적 요인은 시간적 그리고 공간적 차원의 생태학적 조건이다(김준, 2010, 33쪽). 시간적 차원의 생태학적 조건은 계절성, 월 주기성, 일 주기성 등의 시간의 순환성을 일컬으며, 기온과 풍우 등의 기상조건과 함께 조류 및 조석현상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반면에 공간적 차원은 어촌이 위치하고 있는 육지와 바다의 분포, 해저지형과 수심, 경사도뿐만 아니라 해수면, 해수중, 해저 등 3층적 구성을 고려한 바다 공간에 대한 입체적 시각이다(김준, 2010, 33쪽). 따라서 어촌마을이 처한 시간적 순환과 공간의 분포 및 구성에 따라 농업과 어업의 비중을 포함해 어족자원의 특성, 우세한 어업의 유형(고기잡이어업, 양식어업, 채취어업 등)이 달라진다. 만, 반도, 곶, 섬 등이 발달하고, 조석간만의 차가 커서 갯벌이 넓게 분포한 서해안 및 남해안의 어촌마을은 단조로운 해안선, 깊은 수심, 갯벌의 발달이 미약한 대신 사빈해안이 발달한 동해안의 어촌마을과는 서로 다른 사회경제적 구조를 갖게 된다. 따라서 어촌주민들의 삶의 조건과 변화에는 생태학적 조건이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동안 국내 연안생태계에 급격한 변화를 불러온 주된 원인은 간척과 산업단지의 조성에 있다. 농경지 확보를 위한 간척의 역사는 고려시대까지 올라갈 수 있지만 규모가 확장되기 시작한 것은 일제강점기부터다. 하지만 연안지역의 불가역적인 지형변화는 정부 주도로 대규모 간척사업이 본격화된 박정희 정부 등장(1961년)이후부터다. 정부출범직후 공유수면매립법이 제정(1961년)되었고 이후 농어촌진흥공사(1970년, 현재 농어촌공사)를 설립하면서 갯벌이 발달하고 수심이 낮은 서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대규모 간척사업이 본격화 되었다. 당시 간척사업은 국토확장과 식량증산이라는 국가적 목표 하에 추진되었다. 동시에 정부 주도로 중화학공업 중심의 경제개발정책이 강력하게 추진되면서 원자재 수입이 유리한 연안지역을 중심으로 대규모 임해산업단지들이 조성되고 확장되었다. 산업단지 조성을 위해 연안지역이 매립되었으며 공장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은 연안생태계 오염의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받았다. 이외에도 어업기술 발달에 따른 어족자원의 남획,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쓰레기 투기 및 육상에서 유입된 오염물질에 따른 해양오염 등도 연안생태계에 변화를 가져온 원인으로 비중있게 거론되고 있다. 연안생태계의 건강성 약화는 연안생태계의 공급서비스의 축소로 이어지고 이는 어촌마을의 어업기능을 쇠퇴로 나타나고 있다.
2000년 이후 어업활동의 쇠퇴에 대한 대안으로 바다경관과 어촌의 생활문화를 연계한 어촌문화체험관광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정부 주도로 추진되고 있는 어촌문화체험마을 사업은 개인이 아니라 마을 단위로 추진된다는 것이 특징이다. 즉 소유권이 개인에게 있지 않는 자연경관 및 갯벌, 바다, 어촌문화 등의 공유자원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측면에서 어촌문화체험마을 관광은 사적 소유에 기반을 둔 관광업과는 구별된다.4) 이상에서 살펴보았듯이 생태학적 조건에 따라 생태계서비스의 구체적인 양상이 달라지면 그에 따라 어촌주민들의 경제활동 또한 영향을 받는다. 연안지역의 어촌주민들은 연안생태계가 제공하는 다양한 자연혜택을 활용하여 개인의 삶과 공동체를 유지해왔다. 이는 연안생태계의 건강성이 훼손될 경우 어촌주민 혹은 마을의 경제적, 사회문화적 지속가능성이 근본부터 위협받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2) 연구방법
본 연구의 목적은 인간 간섭으로 인해 가로림만의 연안환경이 장기적으로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그리고 현재 가로림만이 제공하는 생태계서비스에 대한 주민들의 주관적 인식의 정도를 확인하는 것이다. 전자의 연구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주로 문헌연구를 수행했으며, 후자의 연구목적을 위해서는 가로림만 주변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고, 설문조사를 보완하기 위한 면접조사도 병행했다. 주요 문헌으로는 서산시 및 태안군에서 발행한 서산시지(1998), 지곡면지(2008), 태안군지(2012), 대산읍지(2012) 등을 포함해 관련 문헌들을 검토했다. 문헌연구의 경우 새로운 1차 자료를 발굴하여 분석한 것은 아니지만, 가로림만의 역사를 개발이라는 관점에서 재구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설문조사는 가로림만에 인접한 5개 마을(행정리 기준)에서 총 60가구를 조사했다. 가로림만 주변의 마을은 역사적으로 해만간척 및 임야개간을 통해서 형성되었기 때문에 뚜렷한 산촌(山村) 형태를 보이면서, 바다에 가까울수록 바다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설문조사의 목적이 가로림만의 자연혜택에 대한 주민들의 주관적 인식을 확인하는 것에 있다는 측면에서 가로림만 주변의 어촌마을로 조사지역을 한정했다. 설문문항의 현지 적합성을 높이기 위해 사전 설문조사(2016년 10월 6일)을 실시하였으며, 본 설문조사는 2017년 7월 7일부터 9일까지 3일 동안 진행했다. 설문조사는 가구별 방문조사를 기본 원칙으로 했다. 이러한 이유는 이웃 주민의 묵시적 압력이나 눈치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왜곡된 응답의 가능성을 최대한 배제하기 위해서였다. 설문조사의 구체적인 진행방식은 사전교육을 받은 조사원이 마을을 방문해 마을주민에게 설문조사의 참여 의향을 확인하고 조사하였다.
학력수준이 낮고 고령인 농어촌주민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의 경우에는 조사원이 응답자 옆에서 설문문항을 읽어주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설문조사가 때론 현장에서 면접의 형태로 전환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본 설문조사에서도 이러한 경우를 통해 의미 있는 제보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만난 주요 제보자의 인적 사항과 경제활동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남성1(70대, 어선어업 및 어촌계 양식어업), 남성2(70대, 어촌계 양식어업 및 농업), 남성3(50대 어선어업 및 어촌계 양식어업), 남성4(60대, 어촌계양식어업 및 낙지잡이), 남성5(70대, 어촌계 양식어업), 남성6(71세, 농업), 여성1(50대, 어촌계 양식어업), 여성2(40대, 어촌체험마을 사무장) 등 이다. 면접자료는 통계결과를 해석하는데 있어 풍부한 실마리를 제공해 주었다.
3. 가로림만 개발의 역사: 해만(海灣)간척에서 임해산업단지로
1) 해만간척의 역사
가로림만 일대의 해안선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이 해만간척이라는 사실은 지난 90년간(1915~2005년)의 지형도 분석을 통해서 증명되었다(장동호, 김장수, 윤정미, 2010). 즉 자연적 요인이 아니라 인간의 간섭에 의해 대규모 환경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해만 간척은 자연 지리적 조건뿐만 아니라 경제적 필요, 동원 가능한 자본과 노동력, 토목 기술 등의 다양한 사회적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기록으로 확인할 수 있는 가로림만 간척의 역사는 조선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이후 새로운 농지 확보를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간척과 개간을 적극적으로 장려했는데, 이러한 흐름 속해서 서남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농경지화(農耕地化)를 목적으로 하는 간척이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하지만 가로림만 해만간척은 농경지 확보가 아닌 염전화(鹽田化)를 목적으로 했다는 점에서 다른 서해안 지역의 간척과는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전종한, 2003). 조선시대 진행된 가로림만 간척의 염전화 경향은 일제강점기를 지나 현재까지 가로림만 간척지의 토지이용과 주민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단순한 과거의 역사적 사실만은 아니다.
과거에 비해 가로림만 일대의 염전이 크게 축소되었지만 현재에도 여전히 염전이 남아있을 뿐만 아니라 폐염전을 양식장으로 활용하면서 주변 주민들과 크고 작은 환경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가로림만의 간척이 농경지 확보가 아닌 염전 개발로 진행된 주된 이유는 이 일대가 하천 발달이 불리한 구릉성 평지라는 지형적 조건 때문이다. 간척지를 농경지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간척지의 염분을 제거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는 충분한 담수를 확보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가로림만 주변은 지형적 조건으로 인해 하천 발달이 미약했기 때문에 충분한 담수를 확보할 수 없었다(전종한, 2003). 따라서 농경지 확보를 목적으로 하는 가로림만 일대의 간척은 저수지 축조와 지하수 개발을 통해 담수를 확보하기 시작한 일제강점기부터 본격화 되었다(전종한, 2003).
1920년대 조선총독부는 조선을 일본의 식량공급지로 만들려는 산미증식계획과 조선공유수면매립령(1924년)을 시행하면서 개간과 간척을 적극적으로 장려했다. 농경지를 목적으로 하는 가로림만 일대의 개척도 이러한 시대적 상황 속에서 본격화 된 것이다. 1927년에 발간된 『서산군지』에 기록된 가로림만 일대의 매립면허지를 보면, 10정보(10ha) 이상의 규모 있는 간척은 일본인에 의해 계획되고 추진된 반면에 1정보를 전후로 한 소규모 간척은 주로 주변 지역주민들이 주도했다(전종한, 2003). 이러한 차이는 일본인과 조선주민이 동원할 수 있는 기술력과 자본력, 노동력의 차이가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일제강점기 가로림만 간척의 주요한 특징은 염전화에서 농경지화로의 전환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염전이 쇠퇴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전통적인 소금 생산방식인 자염(煮鹽)이 일본인에 의해 도입된 천일제염(天日製鹽)으로 대체되면서 더 넓은 갯벌 매립을 필요로 했다(전종한, 2003; 태안군지편찬위원회, 2012). 염분함량이 높은 함토(含吐)를 끓여서 소금을 생산했던 자염방식도 이 지역에서 ‘염벗’이라 불리는 소금밭을 필요로 했지만, 바닷물을 끌어 들여 바람과 태양열로 수분을 증발시켜 소금을 얻는 천일제염 방식이 자염보다 더 넓은 갯벌이 필요했다. 그리고 광복이후에는 인구증가와 북한 피난민의 집단 이주는 해만개척에 대한 사회적 압력을 더욱 가중시켰다. 가로림만에 인접한 대산면(현재 대산읍)에도 황해도 연백군과 옹진군에 내려온 피난민들이 대거 이주해 왔다(대산읍지편찬위원회, 2012, 136쪽).
그러나 규모가 큰 간척은 1961년 등장한 박정희 정부의 국토확장 및 식량생산 등의 정책적 차원에서 본격화 되었다.5) <표 2>는 1960, 70년대 가로림만에 위치한 지곡면에서 진행된 주요한 해만간척을 정리한 것이다(지곡면지편찬위원회, 2012, 145-146쪽). 지곡면은 가로림만 깊숙이 위치한 지역으로 동쪽으로는 서산만과도 직접 맞닿아있다. 당시 지곡면에서 진행된 해만간척은 매립면적 621ha, 제방길이 4,202m에 이른다(<그림 2> 참조). 특히 지곡면에서 진행된 개풍농장 간척사업은 지곡면뿐만 아니라 가로림만 내만에서 진행된 가장 큰 간척사업에 해당했다. 1965년 공사를 시작한 개풍농장 간척은 1977년에 가서야 마무리되었다. 지곡면 중왕리와 팔봉면 흑석리를 잇는 1,350m제방이 축조되었으며 조성된 간척농지도 320ha에 이른다. 이 간척농지가 들어서기 이전 이 일대는 암초도 없는 드넓은 갯벌이었고 가로림만 깊숙이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에 안전한 항구로 이용되었다. 개풍농장은 좁게는 지곡면, 넓게는 가로림만 해안선을 인위적으로 변화시키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그림 3>은 가로림만 하단에 위치한 팔봉면 호리, 덕송리, 태안읍 어은리, 도내리에 해당하는 지형도를 비교한 것이다. 1919년과 1976년 자료에 근거해 제작된 지형도를 비교해보면 이 지역에서도 간척이 활발하게 진행됐으며, 그 결과 해안선에 큰 변화가 있었음을 확인 할 수 있다. 즉 1960, 70년대까지 가로림만 내만지역은 농경지 확보를 위한 간척에 의해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2) 임해산업단지로의 전환
가로림만과 인접한 서산만 일대에서 ‘대호지구 농업종합개발계획’(1980~96년)이 정부 주도로 추진되었다. 이 대규모 개발사업으로 저수량 1억 2,200만 톤의 담수호와 농경지 3,700만㎡이 조성되었다.6) 특히 당진군 석문면과 서산시 대산읍을 잇는 7.8km 길이의 대호방조제(1984년 준공)가 서산만 입구 전체를 가로 질러 건설되면서 만의 입구가 인공적인 건축물에 의해 막히게 되었다. 서산만의 복잡한 해안선은 인간의 간섭으로 직선화되었으며 서산만의 자연혜택에 의존해 오던 오래된 어촌마을이 해체되거나 농촌마을로 변모했다. 하지만 서산만을 가로지르는 대호방조제 건설로 대산반도 북쪽지역(대산읍 독곶리, 대죽리)에 대한 접근성이 크게 개선되었다.
대산반도 북쪽은 1980년대 공유수면을 매립하거나 염전을 편입하는 방식으로 임해산업단지로 조성되었다. 간척 이전 이 지역은 해안선이 복잡하고 갯벌이 발달한 가로림만 일반의 자연적 특징을 갖고 이었다. 당시 고도 경제성장으로 공업용지 부족이 예상되는 상황 속에서 매립조건이 양호한 서해안 갯벌은 기업의 입장에서 매력적인 장소였다(박노동, 1993, 31쪽). 정부 또한 수출주도형 공업화 정책으로 인하여 산업용지가 지속적으로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을 갖고 있었다(박노동, 1993, 32쪽). 즉 정부와 기업의 이러한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가로림만 주변 지역이 석유화학중심의 임해산업단지로 개발되었다. 1980년대 중반부터 삼성건설, 현대건설, 극동정유(현재 현대오일뱅크) 등 3개의 민간기업 주도로 독곶리와 대죽리 앞 바다의 드넓은 갯벌이 매립 되었다. 이때 매립된 공유수면의 면적은 총 708만㎡로 서산만 종합개발사업으로 매립된 면적의 1/5에 해당되는 수준의 규모였다.
1989년 현대오일뱅크 대산 공장 준공을 시작으로 대산읍에는 현대오일뱅크, 삼성토탈, 엘지화학 대산공장, 호남석유화학 대산공장, KCC 대죽공장, 한국석유공사 서산지사(석유비축기지 운영) 등과 같이 규모가 큰 대기업을 포함하여 76개 제조업체들이 입지해 있으면서 약 5,637명을 고용하고 있다.7) 현재 이 지역은 울산 및 여수와 함께 우리나라 3대 석유화학단지다. 바다에 의존하며 살아왔던 어촌사회가 지난 25년 동안 충남 북서부의 대표적인 공업지역으로 변모했다.
이상의 논의를 종합해 보면 가로림만 개발의 역사는 ‘해만간척에서 임해산업단지’로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표 3> 참조). 조선시대의 해만간척은 염전 확보를 목적으로 진행된 반면에 일제강점기부터는 농경지 확보가 주된 목적이었다. 해방이후에도 가로림만 주변 지역주민들에 의해 크고 작은 간척이 지속적으로 추진되었다. 1960, 70년대에는 박정희 정부의 식량증산과 국토확장이라는 목표 하에 간척사업이 더욱 활성화되었으며, 1980년대를 경과하면서 간척은 주변의 배후지까지를 포함한 대규모 종합개발사업의 형태로 전환되었다. 가로림만과 대산반도를 사이에 두고 인접한 서산만을 중심으로 대호지구 농업종합개발사업 추진되면서 불가역적인 수준으로 자연환경이 변화했다.
서산만은 만으로써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하였고 어업에 의존하던 어촌마을이 해체되거나 농업에 의존하는 농촌마을로 변모했다. 1980년대 중반부터 가로림만 일대의 갯벌은 농경지가 아닌 산업 용지를 목적으로 매립되었다. 이는 대규모 산업 용지를 필요로 하는 기업과 중화학공업 및 수출주도형 경제성장을 추진하던 정부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가로림만 북쪽 지역은 충남을 대표하는 임해산업단지로 발전했으며, 1990년대부터 대산항이 국제 무역항으로 개발되면서 현재 가로림만 지역은 대중국 교역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4. 가로림만의 자연혜택과 주민설문조사
1) 가로림만의 자연혜택
가로림만은 각종 어류의 산란과 회유 장소로 그리고 넓은 갯벌은 각종 패류 양식과 채취장소로 유명했다. 따라서 일찍부터 바다가 제공하는 풍부한 자연자원에 기반을 둔 어촌공동체(마을)가 발달했었다. 가로림만 주변의 마을들은 가로림만과의 지리적 거리가 가까울수록 어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마을 앞 갯벌이 발달한 지역일수록 바지락, 굴, 김 등 각종 패류 및 해조류 양식이 발달했다. 도로 및 교통수단의 발달로 숙박, 식당, 바다낚시, 어촌체험마을 등 관광분야 또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 이 또한 가로림만의 특산물 및 자연경관에 의존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가로림만이 제공하는 자연혜택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주민들의 생계경제는 가로림만 생태서비스 중에서 공급서비스(어업혜택)와 문화서비스(관광 및 여가혜택)에 직접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서산시 대산읍 웅도리, 지곡면 중왕리, 도성리, 팔봉면 호리, 고파도리 그리고 태안군 이원면 내리, 관리, 당산리, 사창리 등은 가로림만의 생태서비스에 의존하는 가로림만 일대의 대표적인 어촌마을들이다. 과거에 비해 어업이 쇠퇴했지만 여전히 어업에 대한 경제적, 사회문화적 의존도가 높다. 이들 지역에서는 갈치, 조기, 농어, 실치, 송어, 민어, 밴댕이, 도미, 주꾸미, 광어, 도다리, 꽃게 등 다양한 어종을 어획하고 있으며, 어촌계를 중심으로 상당한 규모의 해조류와 패류양식 어업권, 마을어업권을 보유하고 있다. 갯벌을 이용한 양식어업과 맨손어업은 현재에도 마을 주민들의 중요한 생계수단이다. 가로림만 주변 어촌계들의 어업권 현황을 보면 총 1,624.2ha에 해당하는 어업권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바지락, 굴, 가무락, 참맛, 가리비를 합한 패류양식어업권(1,328.9ha)이 전체 양식어업권에서 81.9%를 차지할 정도로 높았다(<표 4> 참조). 즉 이들 지역의 양식어업은 가로림만의 갯벌에 토대를 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어촌계별로 보면 팔봉어촌계(257.5ha), 중왕어촌계(253ha) 등이 많은 어업권을 보유하고 있다. 팔봉어촌계는 팔봉면, 중왕어촌계는 지곡면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들 지역에서는 여전히 어업이 가장 중요한 경제적 기반이다. 반면에 위의 어촌계와 대조적으로 대로(24ha)와 화곡어촌계(11ha)는 극히 적은 규모의 어업권만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어촌계는 대산석유화학단지로 개발된 대산읍 대로리, 독곶리, 대죽리에 위치하고 있다. 즉 이들 지역에서는 대산석유화학단지가 들어서면서 갯벌 파괴와 그에 따른 주민들의 이주로 어촌마을이 해체되면서 극적으로 어업이 축소되었다고 볼 수 있다.
어업의 쇠퇴에 대한 대안으로 여가와 관광의 장소로 어촌마을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2000년대 이후 어촌마을이 제공하는 특산물, 체험프로그램과 문화는 ‘어촌체험마을’이라는 주민참여형 관광 상품으로 개발되었다. 가로림만 일대에도 5개의 어촌체험마을(중앙어촌체험마을, 금박골체험마을, 웅도어촌체험마을, 볏가리체험마을, 만대체험마을)이 운영되고 있다. 이들의 주요한 관광 상품은 마을의 고유한 특성이 반영된 뻘낙지 잡기, 바지락 캐기, 참맛잡기, 망둥어 낚시, 독살체험 등 어촌만이 제공 가능한 체험프로그램이다. 성공적인 어촌체험마을로 뽑히는 태안군 관리에 위치한 볏가리마을 경우에는 2000년대 초반부터 운영되기 시작하여 많은 관광객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어촌마을의 관광 상품은 오랜 시간 자연과 마을이 상호작용 하면서 발전시켜 온 것으로 어업과 구분되는 가로림만의 또 다른 생태계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2) 주민설문조사
가로림만이 제공하는 자연혜택에 대한 주민들의 주관적 인식은 ‘해양건강도지수’(Ocean Health Index, OHI)를 변용하여 확인했다(Halpern et al., 2012). 해양건강도지수는 해양생태학 연구에서 사용되는 개념으로, 해양 환경의 건강성을 측정하기 위해 개발된 통합지표다. 여기서 건강한 해양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시점에 이르기까지 인류로 하여금 해양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혜택을 지속적으로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는 상태’를 의미한다(Halpern et al., 2012). 따라서 해양건강성과 생태계서비스는 정확히 정(+)의 관계를 갖는다. 해양건강성이 양호하다면 자연혜택 혹은 생태계서비스가 풍부하다는 것이며 반대로 해양건강성이 악화되었다면 생태계서비스 또한 축소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해양건강성을 확인하는 문항은 자연혜택을 확인하는 문항이다. 해양건강강도지수는 총 15개 항목을 참조점(reference point), 압력(pressure), 회복력(resilience) 등 3가지 차원으로 나누어 측정한다.8) 하지만 본 설문조사는 어촌에 거주하고 있는 일반 주민을 상대로 한다는 점에서 주민들이 응답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설문문항을 재구성했다. 특히 학력수준이 낮은 고령 주민들이 이해할 수 없는 과학적 질문이나 추상성이 높은 문항들은 제외하거나 질문 내용을 수정했다. 그 결과 총 17개 문항(참조점 7개, 압력 7개, 복원력 3개)으로 구성된 주민용 설문지를 만들었다([부록 1] 참조). 참조점과 회복력을 확인하는 설문문항에 대한 응답은 3점 등간척도로 구성했으며, 압력 요인은 응답자가 생각하는 요인을 복수로 선택할 수 있는 명목척도로 구성했다. 그리고 응답자들의 사회경제적 특성을 확인할 수 있는 문항들을 일부 추가했다.
① 응답자들의 인구학적 특징
설문조사는 가로림만이 제공하는 자연혜택에 기반을 둔 경제활동(어선어업, 양식어업, 맨손어업, 관광업 등)이 활발한 5개 어촌마을(중왕리, 환성리, 웅도, 오지리, 호도)을 대상으로 실시했다(<그림 4> 참조).
응답자의 성별 분포를 보면 남성(58.3%)이 여성(41.7%)보다 16.6%p 더 많았다(<표 5> 참조). 연령별로 보면 60대 이상이 전체 응답자의 73.4%를 차지할 정도로 높았는데 이는 그만큼 어촌마을이 고령화되었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실제 현지조사과정에서도 30, 40대 젊은 주민을 만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따라서 가구유형 또한 부부가구 비중이 전체의 61.7%를 차지할 정도로 높다. 이는 마을 외부에서 새로운 인구유입이 없을 경우 현재 수준의 인구 규모를 유지하는 것 자체도 힘들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응답자들이 마을에 거주한 기간을 보면 평균 57년으로 높은 수준을 보였다. 바꿔 말하면 응답자의 상당수가 태어난 마을에서 계속 살아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출생지를 묻는 문항을 통해서도 이를 재확인할 수 있었다. 응답자의 78.3%가 현재 살고 있는 마을에서 출생했다고 답변했으며 배우자들 또한 66.7%가 같은 마을 출신이었다. 이는 응답자들이 그들의 생애를 통해 마을과 가로림만의 변화과정을 장기간 경험 혹은 관찰해 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② 응답자들의 사회경제학적 특징
응답자들이 선택한 1순위 경제활동을 보면 맨손어업(51.7%), 어선어업(30.0%), 농업(11.7%) 순이다. 그리고 2순위는 맨손어업(43.9%), 농업(29.3%), 일용노동(14.6%)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표 6> 참조). 설문결과와 주민들의 구술을 참고해서 볼 때 바지락, 굴 등 어촌계 공동양식장에 기반을 둔 맨손어업은 일정부분 지속적으로 유지되어온 반면에 어선어업은 과거에 비해 크게 쇠퇴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어촌계의 양식장을 이용한 맨손어업이 지역어민들의 주요한 생계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9)
응답자들의 겸업실태를 보면, 맨손어업+어선어업(41.5%), 맨손어업+농업(26.8%), 맨손어업+일용노동(9.8%)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표 7> 참조). 즉 맨손어업을 중심으로 어선어업, 농업, 일용노동이 결합된 겸업구조를 보였다.
이 지역의 어선 톤수와 농업 규모 또한 영세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표 8> 및 <표 9> 참조). 어선톤수를 보면 2톤 미만이 전체 응답자의 61.5%를 차지했으며, 경작 규모를 보면 2,000평 미만(0.7ha)이 전체의 60.1%를 보였다. 즉 농업은 주민들의 말처럼 자급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는 지역주민들의 주요한 경제활동인 갯벌에 기반을 둔 맨손어업이 붕괴되었을 때 다른 경제활동으로 보충하거나 대신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③ 자연혜택에 대한 주민들의 주관적 인식
우선 과거에 비교해서 어족자원(어선어업), 양식업, 맨손어업, 관광업 등의 변화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을 확인해 보았다.10) 확인 결과, 어선어업(93.2%)이 가장 크게 쇠퇴 한 것으로 나타났다(<표 10> 참조). 반면에 인간에 의해 자원관리가 상대적으로 용이한 양식장과 그 양식장에서 행해지는 맨손(채취)어업은 어선어업에 비해 조금 덜 훼손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차이일 뿐 양식어업과 맨손어업 또한 과거와 비교해면 크게 감소했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양식어업(79.2%)과 맨손어업(78.3%)은 비슷한 수준으로 훼손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앞서 언급했듯이, 이 지역주민이 주로 어촌계가 관리하는 패류공동양식장에서 맨손어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패류공동양식의 축소는 즉각적으로 맨손어업의 쇠퇴로 이어진다.
연안생태계의 공급서비스라고 할 수 있는 어업에 대한 부정적인 응답비율과 비교하면 문화서비스인 관광업 성장(46.7%)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이러한 이유는 설문조사지역에 어촌체험마을(중왕리, 웅도)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즉 체험관광이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관광업이 줄었다(40.0%)는 응답 또한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어, 이는 어촌관광의 양극화로도 해석할 수 있다. 즉 정부의 지원과 언론홍보가 집중된 체험마을을 중심으로 관광객 쏠림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체험관광이 어촌마을의 어업 쇠퇴를 대신하거나 높은 수준에서 보완해 주진 못한다. 왜냐하면 체험관광이 주로 가족단위, 어린이 및 청소년 등 단체관광에 초점이 맞추어져있기 때문에 체험요금을 낮게 책정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체험관광을 통해 주민들이 얻을 수 있는 소득은 체험안내자로 참여하여 받는 일당 수준이며, 이 또한 계절적으로 한정된다. 하지만 어촌체험마을은 경제적 기여와 별개로 어촌마을에 적지 않은 사회문화적 기여를 하고 있다. 사라져가는 어촌문화를 보전하고 이를 새롭게 해석하고 활용함으로써 주민들에게 문화적 자긍심을 심어준다.
연안생태계의 공급서비스인 어업이 축소된 압력요인을 묻는 문항에서도 어업의 유형과 상관없이 비슷한 응답 경향을 보였다. 응답자들은 바다오염, 무문별한 개발, 바다환경의 변화 등을 주요한 압력요인으로 선택했다(<표 11> 참조). 응답자들은 “바다가 썩었다”, “물이 많이 흐려졌다”, “바다가 죽고 있다”, “쓰레기 천지” 등의 강한 표현으로 바다오염 정도를 설명했다. 그리고 이전에 보이지 않았던 기형 망둥어의 빈번한 목격, 채취한 바지락을 씻어 낼 때 나는 탁한 구정물 등을 바다오염의 경험적 증거로 제시하곤 했다. 그리고 바다오염의 주요 오염원으로는 바다에 버려진 각종 해양쓰레기와 육지로부터 유입된 오염물질을 지적했다.
응답자들은 자연혜택을 훼손하는 두 번째 압력요인으로는 무분별한 개발을 지적했다. 주민들은 간척 및 화력발전소 문제도 지적했지만, 여수, 울산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석유화학공업단지인 대산석유화학단지를 무부별한 개발의 대표 사례로 강조했다. 화학단지가 본격적으로 가동을 시작한 1990년대부터 각종 환경문제를 일으켰다. 공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연과 악취, 소음과 진동은 생활상 불편과 건강피해는 물론 농작물과 수산물 피해로까지 이어졌다. 1993년에서는 대산공단 앞 바다에서 대량의 나프타가 유출되는 선박사고까지 발생하면서 대산공단의 환경문제는 지역사회의 주요한 이슈로 부상했다.
현재 이 지역의 환경운동단체와 대산지역 주민들은 대산석유화학단지 일대를 ‘대기보전특별지역’으로 지정해 줄 것을 정부에 요청하고 있을 정도로 주민들이 체감하는 환경오염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오히려 시골인데 도시보다 공기가 더 나쁘다”라는 한 주민의 구술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주민들은 공업단지로 인해 환경문제를 일상적으로 체감하고 있다. 이 지역주민들은 오랜 시간 공업단지로 인한 환경문제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해 오면서 무분별한 개발이 해양건강성 훼손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생각을 강화해 온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는 기후변화로 인한 바다환경의 변화를 자연혜택이 훼손된 압력요인으로 지적했다. 주민들은 바다오염과 기후변화를 구분해서 인식하고 있었다. “바다가 이상하다”, “바다가 예전 같지 않다”라는 말을 통해 환경오염과 다른 원인이 바다환경에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을 품고 있었다. 상대적이긴 하지만 40대, 50대 젊은 주민과 어촌계장과 같은 마을리더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온도 상승을 어업생산성이 쇠퇴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주민들의 이러한 생각은 관련 언론보도를 통해 학습한 정보와 자신의 경험을 결합한 것으로 보인다. 과학적 진위여부와는 별개로 주민들은 ‘기후변화 → 가뭄 → 갯벌 및 해수면 온도상승(바다환경의 변화) → 바지락 폐사’라는 가설을 제안하기도 했다. 또한 일부 주민들은 예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물고기의 등장을 언급하면서 기후변화를 가로림만 연안생태계의 변화 원인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가로림만 해양생태계의 변화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은 전문성에 기초한 과학적 지식은 아니다. 가로림만 해양생태계를 토대로 오랜 시간 살아온 경험에 기반들 두고 있었다.
일부 주민들은 가로림만 주변의 어업 쇠퇴를 해양건강성의 악화라는 환경적 요인이 아니라 고령화라는 사회적 요인을 더 중요한 원인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즉 해양건강성과는 별개로 어촌주민의 고령화에 따른 노동능력의 상실이 자연스럽게 어업의 쇠퇴로 연결되었다는 것이다. 어떤 분야든지 고령화로 인한 경제활동의 축소는 자연스러운 결과다. 하지만 맨손어업의 쇠퇴는 고령화와 더불어 어업생산성 감소에 따른 중첩된 결과로 보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다. 맨손어업은 어선어업에 비해 육체적 능력을 덜 요구하면서 자본투자도 거의 없다. 따라서 어촌마을의 노인과 여성이 선호하는 경제활동이다. 즉 맨손어업의 쇠퇴는 채취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힘들게 일하는 것보다 휴식을 취하거나, 농업 등의 경제활동에 좀 더 집중하는 것이 이익이라는 기회비용을 감안한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가로림만의 자연혜택이 줄어든 만큼 바다에 대한 주민들의 경제적 의존도 또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표 12> 참조). ‘의존도가 많이 줄었다’ (73.3%)는 응답이 ‘별 다른 변화가 없다’(23.3%)는 응답 보다 3배 가까이 높게 나타났다. 앞서 확인한 가로림만의 주요한 자연혜택(어선, 양식, 맨손어업 등)이 줄어들었다는 응답을 고려하면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연이어 바다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감소한 이유를 묻는 문항에서는 ‘양식어업 및 맨손어업의 감소’(46.5%), ‘물고기 어획량의 감소’(28.2)를 선택하는 비율이 높았다. 특히 주민들은 최근 들어 가로림만 갯벌을 이용한 어촌계의 패류공동양식의 쇠퇴가 바다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를 축소시킨 주요한 원인으로 빈번하게 지적했다. 그리고 ‘고령으로 인한 노동력 상실’(15.5%) 또한 경제적 의존도가 줄어든 이유로 언급하고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어업의 쇠퇴(74.7%)에 비하면 적은 비중을 차지했다.
연안바다의 생물다양성 증감을 확인하는 문항에서는 ‘많이 줄었다’(74.6%)라는 응답이 ‘변화가 없다’(23.7%)라는 응답보다 50.9%p 더 높게 나타났다(<표 13> 참조). 변화가 없다고 응답한 주민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잡히는 양이 줄어들었을 뿐이지 종류가 줄어든 것은 아니라고 한다. 또한 어떤 주민은 이전에 보이지는 않았던 새로운 어종이 보인다면서, 그 원인이 해수면 온도 상승 때문일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잡히는 생물의 종류가 줄어든 이유’를 묻는 문항에서는 ‘바다오염’(43.9%), ‘무분별한 개발’(22.7%), ‘바다환경의 변화’(18.2%) 순으로 높게 나왔으며, 일반적으로 어족자원 고갈 원인으로 많이 지적되고 있는 ‘남획’(7.6%)에 대한 응답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표 13> 참조). 응답자들의 어선 규모가 작은 것이 남획에 대한 응답율을 낮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수질문제에 있어 ‘많이 악화되었다’(83.3%)는 응답이 ‘그렇지 않다’(16.7%)는 응답보다 66.6%p 더 높았다(<표 14> 참조). 악화된 원인으로는 ‘육지에서 흘러 들어오는 오염물질’(40.5%), ‘해양쓰레기’(28.5%), ‘무분별한 개발’(21.6%)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응답자들이 이 지역에서 오랫동안 생활해 주민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육지로부터 유입된 각종 오염물질을 원인으로 지적한 부분은 주목할 만하다.
다음으로는 해양건강성을 악화시키는 압력요인을 감소 혹은 완화시키는 복원력을 확인하기 위하여, 해양의 환경보호를 위해 개인, 마을(공동체), 정부 차원에서 어느 정도 노력하고 있는지를 확인해 보았다(<표 15> 참조). 응답 분포를 보면, 개인(75.0%)과 마을(85.0%)차원에서는 ‘많이 노력하고 있다’는 응답이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높은 응답은 어촌계 및 마을자치단체 차원에서 정기적으로 해양쓰레기 수거 활동을 진행하고 있었으며, 개인들도 의무감을 갖고 꾸준하게 참여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반면에 정부(52.5%)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했지만, 이를 아주 낮은 수치로 보긴 힘들다. 왜냐하면 주민들도 지방정부에서 공공근로 형태로 해양쓰레기 수거 사업을 꾸준하게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과 그로 인한 긍정적 효과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주민들은 생각하는 ‘건강한 해양’이란 무엇인가(<표 16>참조). 주민들의 응답 결과를 보면 ‘안정적인 수입창출’(40.4%)과 ‘충분한 수산물 획득’(35.3%)을 높게 선택한 반면에 ‘깨끗한 수질’(12.5%), ‘생물다양성’(3.7%)에 대해서는 낮게 평가했다. 주로 공급서비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어촌마을 주민의 입장에 볼 때 바다가 자신들이 계속해서 이용할 수 있는 어업의 토대일 때 건강한 해양인 것이다. 즉 개인 혹은 공동체와 분리된 상태로 존재하는 깨끗한 자연이 아니라 지속가능하게 자신들의 생계 및 공동체, 그리고 어촌문화를 유지시켜 줄 수 있는 생태서비스를 제공하는 해양을 건강한 해양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5. 종합 및 결론
가로림만의 자연환경은 오랜 시간 동안 인간의 간섭으로 변화해왔다. 특히 1960년대 이후 국토확장 및 식량생산, 산업단지 확보를 목적으로 한 정부주도의 대규모 간척사업은 가로림만 갯벌의 대규모 파괴를 가져왔으며, 어업근대화 정책은 해양쓰레기 및 어족자원의 고갈이라는 부정적 외부효과를 불러왔다. 환경훼손에 따른 가로림만의 생태계서비스 축소는 어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가져왔으며, 이는 일부주민에 의해 가로림만 해양생태계에 전면적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조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찬성의 근거로 제시되었다. 즉 역설적이게도 어업 쇠퇴에 대한 대안으로 어업의 중단이 제안된 것이다. 지역주민 및 환경NGO의 반대와 환경영향평가의 문제로 인해 조력발전소 건설이 백지화 되었지만, 이는 주민들의 입장에서 볼 때 그 만큼 가로림만의 자연혜택과 경제적 가치가 떨어졌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주민들은 어업과 관련해 가로림만의 자연혜택이 과거에 비해 많이 축소되었다는 부정적 인식을 높게 드러냈다. 그리고 그 주요한 원인으로 해양쓰레기 및 수질오염 등에 의한 바다오염, 간척 및 공업단지, 화력발전소로 대표되는 무분별한 지역개발, 기후변화로 인한 바다환경의 변화 등을 지적했다. 하지만 이러한 자연혜택이 축소에도 불구하고 어업이 가로림만 주민들의 생계경제의 핵심이라는 점은 변화하지 않았다. 특히 어선어업이 축소된 상황 속에서 어촌계의 패류공동양식장을 이용한 맨손어업의 상대적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 실정이다. 주민의 입장에서 가로림만 갯벌에서 행해지는 맨손어업은 호미, 갈고리 등 가장 단순한 도구를 이용해 패류 등을 채취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특별한 자본투자가 없다. 즉 높은 자본투자와 양질의 노동력을 요구하는 어선어업에 비해 영세어민들의 진입이 수월하다. 따라서 가로림만 갯벌은 주변 영세어민의 중요한 생계터전일 뿐만 아니라 건강유지에 필요한 각종 영양소 및 현금지출을 줄일 수 있는 식량 공급처이다.
주민들은 가로림만 자연혜택의 축소 원인으로 바다오염, 무문별한 개발, 기후변화 등과 같은 환경적 압력을 강조했지만, 일부에서는 주민의 고령화라는 사회적 압력 또한 강조했다. 고령화를 원인으로 주목한 주민들은 경제적으로 이용 가능한 해양생물의 양적 감소라기보다는 고령에 따른 육체적 노동능력의 약화가 어업 축소의 이어졌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고령화는 경제활동의 축소를 가져오기 때문에 어업 축소를 주민들의 고령화에서 찾는 것은 일면 타당성이 있다. 하지만 이 지역의 핵심 어업이 어선어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노동 강도가 약해 노인 및 여성들이 선호하는 맨손어업인 점을 감안해서 볼 필요가 있다. 오히려 주민들의 구술과 설문조사 결과를 종합해서 보면, 채취량이 축소됨에 따라 갯벌에 나가는 것보다 그 시간에 휴식 취하거나 농사일에 집중하는 것이 더 경제적 이라는 판단이 설득력이 있다. 즉 갯벌 생산성의 약화라는 조건 속에서 고령화와 어업활동의 축소 사이에 인과관계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로림만 주변 어촌마을의 고령화는 인구감소를 넘어 해양환경관리와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점 또한 주목해야 한다. 주민들의 구술을 참고해서 볼 때, 어업에 종사할 수 있는 후속세대의 단절은 주민들이 주변 해양환경을 관리하고 보호해야하는 자발적 동기 및 의무감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어업을 계속할 후속세대가 없다면 현재의 주민들의 입장에서 해양생태계를 보호해야할 주요한 동기가 상실되는 것이다.
어촌사회는 생태학적 순환과정과 경제 및 사회문화적 순환과정이 상호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따라서 어촌사회의 지속가능성의 가장 중요한 토대는 건강한 해양이라고 할 수 있다. 설문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가로림만 주민들이 생각하는 건강한 해양은 자신들의 삶과 분리된 자연만의 영역이 아니다. 안정적인 수입과 충분한 수산물을 획득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 삶의 터전으로서의 해양이 건강한 해양이다. 따라서 해양건강성 증진을 위한 정책적 개입 또한 주민들의 삶과 공존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또한 가로림만 어촌마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해양생태계의 복원력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측면에서 보면 새로운 인구유입이 절실하다.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어업 및 마을이 재생산 위기에 처해있다. 인구유입을 하나의 방법으로 가로림만 주변 어촌계를 좀 더 개방적인 방향으로 운영할 필요성이 있다.
가로림만 지역의 어촌계는 갯벌의 생산성 혹은 경제적 가치가 높아 어촌계 성원을 고정시켜 놓고 결원이 발생했을 때에만 신규성원을 받아들인다. 이는 외부인의 입장에서 보면 매우 배타적인 운영방식이다. 이런 식의 폐쇄적 운영방식이 자원관리를 위한 협력을 효과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장점도 있지만, 어촌으로 이주를 가로막는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가로림만 지역처럼 어촌계의 공동어장이 주요한 생계자원인 곳에서는 어촌계에 가입하지 않고는 어촌에서의 경제적 안착뿐만 아니라 문화적 통합도 불가능하다.
가로림만 어촌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또 다른 대안으로는 어촌문화를 보존하고 새롭게 해석해 줄 수 있는 어촌문화체험 관광을 활성화 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지원과 관심이 집중된 몇몇 어촌마을로 관광이 집중되면서, 관광의 양극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지만, 어촌체험이 관광객 유치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측면 또한 존재한다. 따라서 주민들의 일상과 환경이 훼손될 수 있는 과잉관광(over-tourism)을 경계하면서, 마을의 공유자원과 어촌문화에 기반을 둔 마을단위 관광 사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마을 단위 지역활성화 사업은 관광객 유치를 통한 경제적 이익뿐만 아니라 어촌문화 보전, 주민간의 협력과 신뢰를 증진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이 연구는 가로림만의 개발 역사를 환경의 관점에서 재구성하고, 가로림만의 자연혜택 혹은 어촌사회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주민들의 주관적 인식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연구의 의미가 있다. 이러한 의미에도 불구하고 다음과 같은 한계를 안고 있다. 먼저 자연혜택의 장기적 변화과정을 설문조사 중심으로 확인하는 것에 있어 한계다. 이러한 변화과정은 주민들의 주관적 인식을 넘어 통시적인 과학적 통계자료 또는 역사적 사료로부터 객관적으로 추론될 수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는 어촌사회의 지속가능성의 약화 원인을 생태학에서 개발한 개념(생태계서비스, 자연혜택, 해양건강성 등)을 차용하여 설명하다보니, 주로 환경적 압력요인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사회경제적 변수를 포함한 다차원적인 관점에서 접근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환경의 관점에서 지역의 역사와 주민들의 삶을 재조명했다는 측면에서 이 연구가 갖는 의미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볼 수 있다.
Acknowledgments
본 논문은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지원(GP2017-15-05)과 해양경찰청 및 재난안전기술개발사업단의 지원(KCG-01-2017-05)을 받아 수행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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