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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ticle ]
Journal of Social Science - Vol. 33, No. 2, pp.257-288
ISSN: 1976-2984 (Print)
Print publication date 30 Apr 2022
Received 27 Feb 2022 Revised 30 Mar 2022 Accepted 15 Apr 2022
DOI: https://doi.org/10.16881/jss.2022.04.33.2.257

페미니즘 관점에서 본 20-30대 여성의 주식 담론: 온라인 여성 커뮤니티 사례를 중심으로

김수정 ; 조명아 ; 이정윤
충남대학교
Discourse on Stock Investments Among Women in Their 20s and 30s from a Feminist Perspective: A Case Study of Women’s Online Discussion Boards
Sujeong Kim ; Myoungah Cho ; Jungyun Lee
Chungnam National University

Correspondence to: 조명아, 충남대학교 사회학과 박사과정, 대전광역시 유성구 대학로 99, E-mail : comos9115@gmail.net 김수정, 충남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제1저자)이정윤, 충남대학교 사회학과 박사수료(공동저자)

초록

본 연구는 2015년 이후 페미니즘 리부트와 2020년 시작된 주식투자 열풍이라는 이중의 역사적 상황에서, 20-30대 청년 여성이 생산해내는 주식담론의 구성과 특성을 밝히고 그 함의를 페미니즘 관점에서 밝히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구체적으로는 청년여성 커뮤니티 게시판에 나타난 주식에 대한 표상과 언술에 대한 비판적 담론분석방법을 통해, 주식에 대한 이들 여성의 인식과 그 구성 방식을 살피고 주식투자의 논리를 둘러싼 담론 경합 및 의미를 분석했다. 연구결과 첫째, 청년여성은 주식을 남성세계에 속한 것, 위험한 것이자 관리될 수 있는 것, 그리고 청년세대의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인식하는 세 가지 의미틀로 담론화 했다. 이 의미틀에는 젠더 간 대립 관계와 여성의 경제적 자립이라는 페미니스트적 시각이 작동하고 있었다. 둘째, 청년여성들은 젠더화된 소비행태에 주목하고 여성의 소비문화를 각성하는 주식담론을 구성함으로써, 주식실천의 정당성 논리를 구성해냈다. 또한 ‘망고빙수와 주식’이라는 담론적 사건을 둘러싼 담론 경합은 주식담론의 확대와 비판적 성찰을 불러왔다. 셋째, 여성들은 주식담론을 통해서, 주식이 여성 자신들에게 낯선 영역이자 행위였던 이유를 젠더불평등 구조에서 이해하게 되고, 주식실천을 중상층의 아비투스로 간파하여 중산층 계급 세습의 문제점을 파악하는 데까지 이른다. 이러한 연구결과가 시사하는 페미니스트 문화정치적 함의는 청년여성이 주식을 개인의 경제적 이익 차원을 넘어 페미니스트의 관점 아래 의미화함으로써, 금융경제 행위와 젠더화된 취향 및 소비를 사회의 불평등한 젠더 규범과 그 수행을 통해 구성된 가변적인 것으로서 포착해낸 점에서 찾을 수 있다. 또한, 청년여성이 남성지배의 공적 영역인 경제에 참여하고 앎을 확대하며, 나아가 금융과 관련된 계급 아비투스와 계급 세습의 문제점을 간파해내는 담론적 실천에서, 청년여성이 주식투자를 통해 신자유주의적 금융주체로 포섭된다는 비판에 맞서는 페미니스트 문화정치적 시사점을 발견할 수 있다.

Abstract

This study aims to explore the characteristics of discourse on stocks constructed by young women in the contexts of the reboot of feminism since 2015 and the surging interest in stock investments since 2020. In specific, we examined how young women in an online community understand and signify stocks and their practices of stock investments through a Critical Discourse Analysis (CDA) method. The results of the analysis are as follows: First young women understood stock investments through three types of meaning: stock investments are situated in the domain of men, considered risky but manageable, and practically a necessary action to gain a competitive financial edge among the millennials The oppositional relations between genders and economic interest in women’s self-reliance are operating in those meanings. Second young women in these online communities justify their stock investments in terms of gendered consumption behaviors and women’s consumer culture. In so doing, young women engage in the mango-shaved ice discourse which results in the competition and expansion of discourse on stock investments. Lastly the awareness of unequal gender structures enabled women to realize why stock investments came across as a foreign activity to themselves initially. Furthermore stock investment activities come to be recognized as a ‘habitus’ among the upper middle class and as an inheritance of economic status through those discourses.

Keywords:

Young Women, Stock Discourse, Gendered Consumption, Neoliberal Feminism, Mango-Shaved Ice

키워드:

주식담론, 주식, 청년여성, 젠더화된 소비, 신자유주의 페미니즘, 망고빙수, 래디컬페미니즘

1. 서 론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의 발생은 전 세계인의 생명과 삶 전반에 위기와 불안을 가져왔지만, 그로 인한 세계적인 주가 폭락은 개인 주식투자 열풍을 전 세계적으로 낳았다. 미국의 ‘로빈후드’, 한국의 ‘동학개미1)’, 중국의 ‘청년부추’, 일본의 ‘닌자개미’는 그러한 개인 투자자들을 지칭하는 국가별 신조어이다(이송렬, 2020).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국내외 주식 운용액은 83조 3천억 원으로, 기존 최대 금액을 기록한 2018년에 비해 3배 이상에 달하면서 사상 최대 액수를 기록했다(이민우, 2021). 개인 주식투자자 10명 중 4명이 코로나19 확산 이후 처음 직접 투자를 시작하면서(심재현, 2021), 유튜브와 인터넷에는 수많은 주식초보자를 위한 채널, 온라인 카페, 블로그 등이 넘쳐났고, 주식 관련 서적들이 연일 베스트셀러를 차지했다. 그야말로 코로나19 시대에 발생한 두드러진 사회 변화 중 하나가 개인 주식투자의 증가이다.

주식투자 열풍에 20-30대 청년들도 예외가 아니었는데, 특히 청년여성의 적극적인 참여가 눈길을 끈다.2) 최근 주식시장에서 개인투자 관련 주요 키워드 중 하나가 ‘여성’이 될 만큼 여성의 주식투자 참여율은 크게 주목받았다(한국예탁결제원, 2021). 여성의 주식투자 증가율은 지난 3년간 남성 증가율의 세 배를 넘어서며, 2020년 12월 말 기준 국내 총 주식투자자의 1/3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3) 게다가 모든 연령대에서 여성들이 20% 이상의 고수익률로 남성을 뛰어넘은 사실도 언론의 관심을 끌었다(김제림, 2021).4)

사실 주식에 대한 청년여성의 관심은 이미 2020년 주식 대폭락 이전부터 회자 된 주식 관련 트윗에서 그 전조가 나타났다. 2019년 트위터 실시간 검색에 오를 만큼 강한 반향을 일으킨 그 트윗은 ‘망고빙수와 호텔신라 주식’으로 불렸는데 다음과 같다. “가난하지도 여유롭지도 않게 살아가는 사회초년생 여성이라면 신라호텔 망고빙수(4만2천원) 말고 신라호텔우 주식 1주(4만9천원) 사라고 권하는 것이 진정한 언니가 해줄 수 있는 돈보다 귀한 조언.”이라는 트윗이었다(이하, ‘망고빙수 담론’으로 줄임). 이 트윗은 2020년 여성커뮤니티에서 주식에 관한 이야기들이 폭발적으로 터져 나올 때 다시 소환되며 주식담론의 일부로 재구성된다.

그런데 이런 트윗이 동학개미의 등장 이전에 어떻게 시작될 수 있었고 왜 뜨거운 반응을 불러왔는지, 주식에 대한 청년여성들의 인식과 담론은 어떠한지에 대한 연구는 아직 없다. 청년세대와 주식, 그리고 여성의 주식참여는 사회적 주목을 받았지만, 정작 청년 여성의 주식투자 현상을 젠더 맥락에서 진지하게 논의하는 담론이나 학술적 연구는 찾아볼 수 없다. 예를 들어, 청년의 ‘빚투’ 경험에 대한 청년 인터뷰 연구(이동준, 맹성준, 강준혁, 2021)가 신자유주의의 불확실성 속에서 고수익 창출로 미래를 준비하려는 청년들의 동기와 욕망을 다루고 있지만, 젠더 차원이나 청년여성은 주목되지 않는다. 이는 ‘N포세대’, ‘헬조선’ 등의 청년세대 담론이 ‘몰젠더적’인 남성 중심의 서사를 구성해 온 것(배은경, 2015; 고은해, 2019)과 유사하다. 역사적으로 주식투자 하는 여성은 늘 존재했지만, 한국 주식의 역사를 다룬 저술(예, 윤재수, 2015)에서도 여성에 관한 논의는 찾기 힘들다. 이는 경제와 연관된 공적 담론에서 여성에 대한, 특히 청년여성에 대한 연구의 부재라 할 수 있다.

왜 청년여성은 주식에 관심을 가질까? 코로나 발발로 예기치 못한 주식폭락을 맞이하기도 전에, 어떻게 주식투자는 망고빙수와 비교되면서 청년여성의 담화 속에서 ‘언니’의 조언으로 등장한 것일까? 투기라는 위험한 것으로 통상 여겨지던 주식이 어떻게 여성에게 적절한 활동으로 정당화되고 한국 청년여성의 삶 속에 의미화되고 있는 걸까? 또한, 현재 주식투자에 참여한 20-30대 여성이 페미니즘 리부트를 직간접으로 경험한 이들과 중첩된다는 점에서, 청년여성이 형성하는 주식담론은 페미니즘 담론과 어떤 관련성을 지니는 것일까?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본 연구는 젠더 관점에서 청년여성의 경제적 행위와 의미실천에 관한 경험적 연구를 수행하여 기존연구의 공백을 채우는 데 일조하고자 한다. 나아가 청년 페미니즘이 ‘비용적 합리성’, ‘경쟁’, ‘효율성’, ‘성공’, ‘자기계발’ 등을 내세운 신자유주의 질서에 포섭되고 있다는 학계의 최근 비판(고은해, 2019; 김보명, 2018a; 이유림, 2020; 이효민, 2018; Banet-Weiser, 2018; Banet-Weiser, Gill, & Rottenberg, 2020)을 염두에 두며, 청년여성의 실천이 지닌 복잡성을 천착하고자 한다. 왜냐하면, 주식투자란 신자유주의의 자본축적 전략인 금융화의 대표적 양상으로서 신자유주의적 금융 합리성 내에서 작동한다(최철웅, 2020, 182쪽)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면서 본 연구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 본 연구는 2015년 이후 페미니즘 리부트와 2020년 주식투자 열풍이라는 이중의 역사적 상황에서 청년여성이 어떻게 주식을 인식하고 의미화 하는지 밝히고자 한다. 구체적으로 먼저, 주식에 대한 표상과 언술 분석을 통해서 주식에 대한 청년여성의 인식과 그 변화를 드러낸다. 이어 주식투자 행위를 둘러싼 청년여성 간의 담론적 경합과 접합, 또는 정당화와 교섭 등의 논리를 살펴볼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20-30대 여성이 구성하는 주식담론은 페미니스트 관점에서 어떠한 문화정치적 함의를 시사할 수 있는지를 탐색할 것이다. 이를 위해 온라인 여성 커뮤니티의 게시글과 댓글에 대한 비판적 담론분석 방법을 활용할 것이다.


2. 이론적 논의와 선행연구 검토

1) 청년여성의 페미니스트 실천과 비판 논의들

한국의 페미니즘은 2015년 이후 온라인을 중심으로 새로운 대중화의 전기를 마련하며 ‘페미니즘 리부트’ 현상으로 명명되었다(손희정, 2017). 남성들의 혐오발화를 되받아치는 ‘메갈리아’, 청년여성의 활동과 불법 포르노 웹사이트 ‘소라넷’ 폐지 운동 등은 온라인을 현실 여성운동과 연결된 ‘복합적인 젠더 정체성의 수행공간’으로 변화시키며(윤보라, 2014, 167쪽), 오프라인 현실로 확장해 갔다. 그 이듬해 강남역 여성살해 사건에 대한 ‘강남역 10번 출구’의 추모행렬, ‘불법촬영 편파수사’를 규탄하는 여성 수만 명의 혜화역 시위, 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 해시태그 운동, 낙태죄 폐지 운동, 사이버 성폭력 추방운동 등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한 온라인 여성 행동주의는 숨 가쁘게 이어졌고, 많은 페미니스트 관련 연구들도 생산되었다(김민정, 2020; 김리라, 2017; 김수아, 2019; 김은주, 2019; 윤지영, 2019).

이러한 대중 페미니스트 운동은 여성의 의식과 일시적 행위 차원에 머물지 않고, 여성 자신의 몸과 행위, 나아가 여성의 삶 자체를 근본적으로 변혁해나가는, 개별적이면서도 집단적인 페미니스트 실천으로 이어졌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청년여성의 ‘탈코르셋 운동’과 ‘4B 운동’이다. 탈코르셋 운동은 여성의 몸을 짓누르는 보정 속옷인 ‘코르셋’을 상징으로 내세워, 사회적으로 여성에게 강요된 아름다움과 ‘여성성’ 관념을 문제 삼는, 변혁적인 페미니스트 운동 중 하나이다. 외모지상주의가 여성의 몸, 정신, 감정에 하나의 성향체계 즉, 아비투스로 체화되어 여성의 종속을 자발적으로 수행하게(윤지선, 2019) 만든다는 점에서, 탈코르셋 실천은 그 전복을 위한 자기 자신과의 일상적 투쟁을 의미한다. 또한 탈코르셋 실천으로 나타난 개인 외양의 변화는 사회관계에서 불가피하게 자신의 페미니스트 정체성을 타자의 시선과 평가에 노출시키므로(김애라, 2019) 청년여성은 그로 인한 사회적 압력에 대응하며 상당한 정신적, 감정적 소모와 위험을 감당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탈코르셋 운동은 그동안 구조적 불평등의 비판을 넘어 개인의 변화까지 추동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페미니즘 운동의 지속성과 확장성의 한계를 넘어서게 하는 의의를 지닌다고 평가된다(김애라, 2019).

이처럼 개인의 행위성과 미시적 실천이 거시 구조적 실천으로 연결되도록 하는 급진적 변혁은 탈코르셋뿐 아니라 최근 비혼·비출산·비연애·비섹스의 각오와 실천을 내세운 청년여성의 ‘4B 운동’으로 나아가고 있다. ‘4B 운동’은 신자유주의 불안정한 노동시장의 무한경쟁 속에서 생존을 위한 삶을 살아야 하는 청년세대가 전형적인 생애주기적 활동으로 당연시되던 연애, 결혼, 출산과 같은 삶의 활동과 관계를 포기해야 하는 현실을 빗댄 ‘N포 세대’ 담론과 질적 차이를 지닌다. ‘N포 세대’ 담론은 부모세대와의 대비를 통해 청년세대를 동질의 그룹으로 취급하고, 불가피한 선택으로 내몰린 청년세대의 자포자기적 상태를 강조한다. 그러나 4B 운동은 ‘N포 세대’ 담론이 놓치고 있는, 청년세대 내부의 불평등한 젠더 권력관계와 이로 인한 부당한 현실에 주목한다. 그리고 페미니스트 관점 아래 적극적으로 자립적 삶을 추구하고 여성들 간의 유대를 구축하는 삶을 기획함으로써 그 의의를 높인다. 4B를 실천하는 여성들의 인터뷰를 통해 알 수 있듯이 4B 운동은 ‘나를 사랑해서 한 선택’으로 표현되며(강미선, 김성희, 정인혜, 2020, 163쪽), 자본과 가부장제의 연합이 만들어내는 덫에 갇히지 않도록 저항하는 운동으로 평가된다(Lee & Jenong, 2021, p. 8).

대중 청년여성은 이처럼 놀라운 변혁적 에너지로 페미니스트 운동을 주도하고 있지만, 그들의 실천운동에 나타난 문제점과 한계에 대해 상당한 비판을 받고 있다. 현재 한국의 청년 페미니스트 운동에 제기된 비판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여성에 대한 본질주의적 정의이고, 다른 하나는 신자유주의적 원리와 질서에 스스로를 복속시키는 인식과 운동 방식이다. 그리고 이 둘은 상호 연결되어 있다.

첫 번째 비판은 온라인에서 스스로를 ‘랟펨’(래디컬 페미니스트, radical feminist)으로 정체화하는 청년여성 페미니스트(이효민, 2019, 173쪽)들이 ‘생물학적 여성’이라는 조건과 경험을 여성 동일 정체성의 토대로 삼고, 이러한 본질주의적 정체성 위에서 여성의 이익과 권리를 배타적으로 우선하는 점을 지적한다(고은해, 2019; 김보명, 2018a; 박이은실, 2020; 이효민, 2019). 이러한 생물학적 여성주의는 여성 내부의 차이와 페미니즘의 교차성을 무시하고, 특히 ‘여성 주체의 범주’에 들지 않는 타자를 생성하고 동시에 배제하는 점에서 강하게 비판된다. 실제로 ‘숙명여대 트랜스젠더 입학반대 사건’이 일부 청년여성 페미니스트가 취하는 트랜스젠더에 대한 배제(Transgender-Exclusionary Radical Feminism, TERF)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러한 문제는 인식론, 그리고 페미니즘 철학과 관련한 윤리적 난제이지만, 비판하는 측과 비판받는 측 모두, 명확히 그 입장의 차이와 대립을 의식하고 있는 문제라는 점에서 두 번째 비판과 차이를 보인다.

청년 페미니스트에 대해 제기되는 두 번째 비판은 청년 페미니스트 운동과 현재의 신자유주의 체제 간에 발견되는 친연성에 대한 것이다. 청년 페미니스트들은 성별 차별과 억압을 넘어 성공을 열망하며 성불평등의 유리천장을 깨고자 한다. ‘여성들이여, 야망을 가져라’ 또는 ‘정상에서 만나자’고 다짐하며 야망 프로젝트로 연대할 것을 주문한다(김진아, 2019). 이에 대해 학자들은 현 체제에 대한 구조적 변혁이어야 할 청년여성의 집단적 페미니즘 운동이 ‘성공’, ‘개인화’, ‘효율성’으로 채워진 능력주의와 개인주의 등의 신자유주의 담론에 포섭되어 있다고 비판한다(김애라, 2018, 72쪽; 김보명, 2018b; 조주현, 2020).

구체적으로, ‘탈코르셋 운동’은 ‘꾸밈비용’ 또는 ‘핑크텍스5)’를 일종의 코르셋으로 설명하며, 젠더 차별과 불평등을 기회의 공정성 논리와 능력주의 논리에 기초해 비판한다. 즉, 남성 중심사회에서 여성이 지불하는 돈, 시간, 노력 등의 꾸밈비용은 여성들에게만 부과되는 불공정한 비용으로, 자기계발을 저해하고 경제적 경쟁력을 떨어뜨려 질 좋은 삶의 기회와 경제적 자립 가능성을 박탈하는 요인으로 인식된다. 이러한 자각은 경쟁을 가로막는 비용과 소비를 대체하는 효율적인 ‘탈코’ 쇼핑이나 가성비 높은 소비실천으로 나아가는데, 바로 이러한 점도 신자유주의적 특성으로 비판된다(김남이, 2019; 김애라, 2019; 윤지선, 2019). 신자유주의는 경쟁을 자본주의 시장 영역을 넘어 모든 사회적 삶에 관철되는 지배 원리로 삼고, 개인 스스로가 기업을 모델로 하여 자신을 ‘인적 자본’으로 관리하며 경쟁에 이기기 위해 계산적 합리성을 발휘해 자기통치를 행하는 사회이다(Foucault, 2004/2012). 따라서 자기계발과 능력 관리에 매진하여 자신의 자본 가치를 높여 경쟁에서 이기려는 기업경영자적 신자유주의적 주체의 모습이 바로 청년 페미니스트의 탈코르셋 운동에서도 발견되는 것이다. 그리고 4B 운동 역시 개인의 성공을 위해 선택과 책임을 기꺼이 감내하고 자신의 관리에 몰두한다는 점에서 신자유주의적 속성을 지닌다는 비판을 받는다(이현재, 2019).

그러나 일부 학자들은 한국 청년 페미니스트 운동 담론에 신자유주의 담론의 언어와 경제 논리가 일부 작동하지만, 서구의 신자유주의적 페미니즘과는 차이를 보인다고 지적한다(김남이, 2019; 김애라, 2018; 이현재, 2019; 추지현, 2019). 예를 들어, 신자유주의 페미니즘으로서 미국의 ‘여성 리더 담론’(Rottenberg, 2014, 2018)과 한국 청년여성 페미니스트가 형성한 ‘야망 담론(유리천장깨기 담론)’을 비교한 이현재(2019)는 한국의 야망담론은 신자유주의 합리성을 강화하지만, 그 재생산구조를 해체하고 여성 간의 연대와 돌봄을 시도하며 정책 제도화를 요구하는 등, 개개인의 웰빙에 갇히지 않는 페미니스트 정치화를 시사한다고 평가한다. 또 다른 학자들은 4B 운동의 ‘개인책임’과 ‘자기경영’은 단순히 신자유주의적 호명에 대한 응답이 아니라, 페미니스트 실천의 정동 경험을 통해 서로 연대하고, 여성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상승시켜 ‘여성 중심화’를 가져오려는 새로운 페미니즘 정치성을 지닌다고 주장한다(강미선 외, 2020, 187쪽; 이현재, 2019, 63쪽; Lee & Jeong, 2021, p. 3). 이러한 점에서 한국의 청년여성의 페미니스트 실천에 제기된 신자유주의적 혐의와 그에 대한 비판은 청년여성 운동과 그들의 담론에 대한 좀 더 많은 경험적 연구, 그리고 그를 통한 복잡성의 탐구 및 풍부한 논의의 필요성을 절대적으로 요청한다고 하겠다.

2) 여성들의 경제 실천에 관한 선행연구

지난 20여 년간 이뤄진 여성들의 경제 행위에 관해 젠더 관점에서 이뤄진 국내 연구는 의외로 많지 않다. 그나마도 대부분이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나 실태, 여성 관련 사회복지나 정책 일반, 또는 경력단절 여성과 같이 특정 여성 대상층과 관련된 조사 연구가 주를 이룬다. 여성의 경제적 실천행위를 젠더 관점 아래 담론적으로 접근한 연구는 매우 소수인데, 모두 기혼여성이나 주부를 대상으로 한 생애구술사나 인터뷰 연구이다. 따라서 이 절에서는 기혼여성들의 경제적 실천을 다룬 것들을 살펴보면서, 본 연구를 위한 배경 지식으로 삼고자 한다.

여성의 노동과 경제활동은 역사적으로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의 분리 속에서 사적 영역에 갇힌 가사노동으로 한정되었으며, 이러한 고정된 성역할은 불평등한 젠더질서의 토대로 기능해왔다. 따라서 가정을 벗어난 상업적 경제활동과 그 결과에서 여성들은 흔히 소외되었다. 특히 조선의 신분사회에서 양반여성은 가부장제를 떠받치는 열녀나 규수의 테두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김경미(2012, 113쪽)는 조선시대 역사적 문헌과 자료를 통해서, 조선 후기(18~19세기)에 양인과 여종뿐 아니라 양반여성 또한 가사노동이나 가정경제의 범위를 넘어 상업으로 이어지는 경제활동을 수행했다고 주장한다. 비록 여성이 축적한 부는 시집이나 친정 등 가문의 강화를 위해 사용되었지만, 그 돈은 여성의 것으로 인정받았다. 조선 후기로 갈수록 여성이 재산을 갖는 것을 부정적으로 여겼던 점을 고려한다면, 연구자가 강조하듯이, 당시 그 돈이 ‘여성들의 돈’으로 기록되고, 여성 자신이 처분권을 가졌다는 사실은 의미를 지닌다. 이는 여성의 경제적 실천과 자산 소유권 여부, 그리고 그것이 여성의 가족 또는 사회 내 지위에 끼친 영향과 의미 등이 계속 탐구되어야 할 주제임을 보여 준다.

근대에 들어서 여성이 경제행위의 주체로 내세워질 때는, 주로 가부장제를 떠받치는 ‘주부’라는 존재로서 ‘주부 담론’에서 표상될 때이다. 하지만 여성을 가사책임자로 호명하는 주부 담론이 늘 동일한 내용이었던 것은 아니다. 박혜경(2010)은 주부가 기존의 억압된 가사노동자 또는 경제적인 의존자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가정의 전문경영자로 표상되는 ‘주부 CEO’로서 담론화되는 과정을 1990년부터 2006년까지의 주요일간지 기사를 통해 고찰한다. 이 연구에 따르면, 페미니즘 담론이 강조한 전업주부의 가치론은 1990년대 중반부터 ‘전문적인 가사 관리자’ 담론으로 확산되었다. 이후 부동산 재테크를 통한 주부의 자산증식 역할이 크게 강조된 2005년 무렵에는 전업주부가 경제활동 주체로 호명되면서 신자유주의 담론 아래 ‘주부 CEO’ 담론이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이제 신자유주의의 기업가 정신은 가족을 파고들며 여성을 경영자 주체로 호명하고, 주부의 재테크를 주부노동의 일부로서 가사노동에 재위치 시킴으로써 기혼여성의 취업 동기와 가치를 상대적으로 격하시키는 데 일조한다. 다시 말해, 주부의 선택과 자기계발, 능력의 강조는 외관상으로는 페미니즘 담론과 유사했지만, ‘주부 CEO 담론’은 오히려 성별분업을 강화함으로써 가족과 여성을 신자유주의 질서뿐 아니라 가부장제 질서에도 종속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박혜경의 연구결과는 젠더불평등의 세계에서 여성의 역량증진(empowerment)이 여성 해방과 평등이 아닌, 신자유주의 질서에 포섭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리고 이는 앞서 청년 페미니스트의 야망 담론에 대한 비판들과 강하게 공명한다.

주부가 가족의 자산가치를 높이고 경제적 지위 향상에 큰 역할을 하는 대표적인 재테크는 바로 부동산 매매이다. 이때 여성은 가족의 큰 부를 일구지만, 흔히 경멸적 의미를 내포한 ‘복부인’으로 명명되었다. 최시현(2020, 2021)은 도시중산층 기혼여성이 부동산 매매라는 실천을 통해서 가족의 중산층 계급을 재생산하고, 나아가 한국 도시중산층의 핵심을 구성해낸 과정을 추적한다. 1970년 후반 ‘복부인’ 담론과 2000년대 등장한 ‘주부 CEO’ 담론을 기혼여성들의 주거생애사 구술을 통해 분석한 결과, 최시현은 도시중산층 여성이 “젠더화된 노동의 불안정성과 주택시장의 불예측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불안과 위험”을 개인으로 감당해왔다고 주장한다(2020, 23쪽). 그러나 이 여성들이 이뤄낸 경제적 효과는 가족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가족의 계급 재생산의 이바지에 머물게 됨으로써, 결국 이들 여성의 주택실천은 “성별 규범과 젠더 불평등 구조”에 어떤 의미 있는 변화도 초래하지 못했다고 평가된다(2021, 97쪽).

상기의 연구들은 여성의 능동적인 경제 행위가 가정을 벗어나 남성이 장악한 공적 경제영역에서 드물게 이뤄질 때도 이미 불평등한 젠더질서 속 성별분업에 의해 제약되고, 개인적으로는 유능한 여성이라는 효능감을 느낀다고 해도 궁극적으로는 불평등한 젠더권력 관계를 재생산하는 담론적 및 제도적 효과를 초래하는 점을 잘 드러내고 있다. 특히 도시중산층 기혼여성의 부동산 투자/투기 행위를 경제적 실천행위로 접근한 최시현(2021)의 연구는 청년여성이 주식투자라는 경제적 행위에 대해 어떠한 담론을 형성하고, 이 담론이 이들 여성의 삶과 젠더질서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살피고자 하는 본 연구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박혜경(2010)최시현(2021)이 다룬 여성들의 부동산투자 뿐만 아니라, 퇴직연금, 펀드, 보험, 연기금, 노후 재테크, 학자금대출, 주택담보대출 등을 통해 개인들은 투자자의 위치를 떠맡게 된다. 그리고 일상생활은 금융시장의 체계 속으로 포섭되게 되는데, 이를 랜디 마틴(Martin, 2002)은 ‘일상의 금융화’라고 명명한다(최철웅, 2013, 287쪽 재인용). ‘일상의 금융화’는 삶을 경제화하는 것을 넘어서, 삶에 대한 신자유주의적 태도, 신념, 의지, 행위 등 ‘일상의 실천을 주조해내는 정치적 합리성’의 한 형태인 주체화 양식으로 평가된다(박승일, 원용진, 2015, 185쪽, 187쪽). 그리고 주식투자자는 금융시장에서 위험을 관리하는 대표적 자아의 모습으로 간주 된다(Martin, 2002; 권창규, 2019, 77쪽 재인용). 이러한 맥락에서 최시현이 살핀 주부들의 부동산실천은 신자유주의 금융통치를 자발적으로 수행하며 젠더불평등의 체계를 재생산하는 모습으로 평가되는 것이다.

그러나 박혜경(2010)최시현(2021) 연구에서 행위 주체인 여성이 자신의 행위를 해석하고 의미화하는 데 가용할 수 있는 주요 담론은 주로 불평등한 젠더질서와 공모적으로 작동하는 능력주의 담론이나 신자유주의적 CEO 담론이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에 비해 지금의 청년여성은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가용할 수 있는 페미니스트 담론이 주요 담론 자원으로 존재하는 사회적 맥락에 놓여있다. 이점은 여성의 경제적 실천이 수반하는 문화정치적 효과에 대한 결말을 더 열어놓게 한다. 또한 상기의 연구들이 주로 성역할에 기초한 가족제도와 가족규범에 영향 받는 ‘주부’를 연구대상으로 했기에, 젠더 권력관계 측면에서 여성의 경제실천과 주부담론의 효과 역시 한계를 지녔을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점에서 청년여성의 주식투자라는 경제실천이 이들 청년에게 어떻게 의미화되며 젠더관점에서 어떤 시사점을 얻을 수 있는지 탐구하는 것은 기존 연구의 경계를 넓히는 의의를 지닐 수 있을 것이다.


3. 연구방법과 연구대상

1) 비판적 담론연구 방법

본 연구는 온라인 여성 커뮤니티에서 전개된 주식에 대한 다양한 발화를 담론(discourse)으로 간주하며 이를 구체적 분석대상으로 삼는다. 담론은 어떤 대상 혹은 주제에 대해 언어화된 것들이지만 단순한 기호들의 집합을 넘어선다. 미셸 푸코(Foucault, 1971)가 설명하듯, 담론이란 담론을 통해 진술되는 대상이나 주체를 구성하는 사회적 실천으로서, 이른바 권력 효과를 실행시키는 언어사용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푸코의 담론이론을 토대로, 담론이 구성되고 작용하는 사회적 맥락과 제반 요소들(사회적 상황, 제도, 사회 구조들 등) 간의 상호작용에 주목하는 학제적 연구방법이 ‘비판적 담론연구(Critical Discourse Studies)이다(Wodak & Meyer, 20216/2021, p. 27).

본 연구는 비판적 담론연구 방법에 기초하여 청년 여성커뮤니티에 올라온 주식 관련 게시글 및 댓글을 분석하고자 한다. 주식담론은 결코 단일한 담론이 아니며 여러 텍스트가 의미줄기를 이루며 특정의 다중 의미틀로 구성된다. 즉, 주식담론이란 산포된 주식 관련 텍스트들이 특정 주제와 주장의 의미틀로 구성된 담론 집합체라고 할 수 있다. 이들 의미틀은 어떠한 상징, 은유, 어휘 등이 사용되고 어떠한 이항 대립들이 기저에 배치되는지, 또한 어떤 용어가 현저하게 반복되며, 톤은 어떠한지에 대한 분석을 통해 도출될 수 있다(Jäger & Maier, 2016/2021, pp. 231-235). 텍스트들은 특정한 개념적 전략, 상징 또는 내용의 변형과 반복을 통해 특정한 담론들을 형성하며 사회적 차원의 변화를 매개한다.

모든 언어사용 또는 모든 텍스트는 지식과 믿음 체계를 드러내는 ‘표상(재현)’, 사회적 ‘정체성’, 그리고 사회적 ‘관계’를 포함하는데, 본 담론분석은 이들 세 요소를 분석의 초점으로 삼는다. 그래서 이들이 어떠한 가정에 기초하여 구성되며, 또 어떠한 변형과 변화를 보이는지 분석한다(Fairclough, 1995, pp. 78-9). 개별 텍스트들에서 대상 또는 사건이 표현되는 방식과 관련해, 어떤 어휘와 수사법이 사용되고 어떤 것이 선택되거나 배제되는지, 이를 통해 어떠한 믿음이나 가치적 평가들이 형성되는지 분석한다. 구체적으로는 ‘주식’이 어떤 다른 이항대립이나 관계에서 대상으로서 텍스트에 등장하고, 그러한 텍스트들은 어떠한 특정의 가치들을 만들어 내는지 살펴볼 것이다. ‘정체성’ 차원에서는 주식이라는 대상의 재현방식과 연관해서, 그리고 텍스트에 연루된 다른 대상과의 관계 속에서 어떻게 ‘젠더 정체성’ 등을 표현하고 구성하는지를 분석한다. 이와 동시적으로 ‘관계’ 차원에서는 발화자 위치들이 사회구조와 페미니즘의 사회적 실천과 어떻게 관련되면서 주식의 대상 및 정체성과 연루되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나아가 텍스트 담론 분석과정에서는 특정의 텍스트에서 의미가 구성되거나 논리가 구성될 때, 어떻게 기존의 담론이 삽입되어 기존의 논지를 강화하거나, 접합하여 변형되거나, 상호 경합하며 긴장을 일으키는지 역시 주의를 기울인다.

2) 연구대상

연구대상으로 선정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자체적으로 생산한 글뿐 아니라 흥미로운 언론기사나 트윗 글 등, 여타 미디어 게시글도 스크랩하여 올릴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온라인 커뮤니티는 닫혀있는 인터넷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언론과 소셜미디어에서 발화된 청년여성의 관심사를 가져와 유통하고 접합하는 열린 담론공간이다. 또한, 지난 과거 글들을 다시 끌어와 게시하고 논의에 부침으로써 참여자들의 기억을 재구성하는 역동적인 담론공간인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 특성에 기초해서 본 연구는 청년여성 중심의 온라인 커뮤니티 <0000>를 다음과 같은 이유로 연구대상으로 선정했다. 첫째, 해당 커뮤니티의 가입조건이 ‘생물학적으로’ 여성이어야 하며, 성인(현재 2003년생)이면서 1981년 이후 출생자로 20-30대 청년여성만 가입 가능하다는 조건은 20-30대 청년여성에 주목하는 본 연구목적에 매우 적합하다. 둘째, 2015년 이전까지만 해도 해당 커뮤니티는 약간의 진보적 성향을 띠는 정도였으나,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젠더 불평등이나 여성 문제, 페미니즘 논의가 점차 증가하면서 이후 자타가 공인하는 페미니즘 커뮤니티가 되었다는 점 때문이다.6) 특히 현재 해당 커뮤니티는 생물학적 남성, 게이, MTF와 같은 메일바디(male body)를 강력하게 배제한다는 점에서 래디컬 페미니즘 계열의 청년 페미니스트가 주류임을 알 수 있다. 셋째, 해당 커뮤니티는 81만 명의 회원을 보유한 대형카페로 연구 일자 기준으로 다음카페 랭킹 1위, 하루 방문자 수 약 340만, 하루 게시글 수 약 5만, 하루 댓글 수 약 84만으로(2022.03.27.기준)으로 이용자 수가 매우 많다. 이러한 규모와 활성화 정도는 20-30대 여성들의 단편적인 담론 이상의 주류 담론을 확인하기에 적절한 수준으로 판단된다.

해당 커뮤니티는 패션, 화장, 취미활동에서 연예인, 사회이슈, 정치, 시사, 개인적 고민과 상담 등 모든 카테고리를 망라하며 포털 커뮤니티 특성도 지닌 대형 커뮤니티다. 따라서 본 커뮤니티는 페미니즘 성격이 강하지만,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자신을 정체화하지 않은 많은 대중 청년도 유입되어 활동한다고 추측할 수 있다.

연구대상으로 선정한 이 커뮤니티는 2017년 이전에는 비공개로 운영되었으나, 2017년 이후 공개로 전환되었다. 때문에 본 연구의 주 분석대상이 되는 대형 게시판 <악플달면 0000>의 경우는 가입을 하지 않아도 열람할 수 있다.

분석대상은 2015년 1월 1일부터 2021년 12월 31일까지 약 6년의 기간에 올려진 게시글을 모집단으로 했다. 게시판 글쓰기는 하나의 게시글에 여러 댓글이 달리는 글 타래를 형성한다. 따라서 글 타래 분석은 각 언술이 맥락 속에서 의미하는 바와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므로, 논의의 흐름과 상호 대응에 주의를 기울여 댓글이 많이 달린 게시글 위주로 분석대상을 선정했다. 본 연구의 최종 분석대상은 32개의 게시글과 그에 달린 6,853개의 댓글이다. 본 연구의 분석대상인 게시글, 댓글은 편집, 가공 없이 인용하므로 오타, 은어, 비속어, 유행어, 줄임말, 맞춤법, 띄어쓰기 등을 그대로 표기하였다. 특히 래디컬 페미니즘 커뮤니티 성향으로 인해 미러링 용어가 빈번하게 등장하는데, 설명이 필요한 경우 각주로 표기하였다.7) 해당 게시글과 댓글의 글쓴이들은 모두 닉네임을 사용하고 있지만, 특정되거나 식별될 가능성을 피해 본 연구에서는 닉네임을 표기하지 않았다.

해당 커뮤니티에서 주식에 대한 관심이 어떠한 맥락에서 등장하는지를 가늠하기 위해서, 대형 게시판인 <악플달면 0000>와 <자유0000>에서 ‘주식’을 키워드로 검색하여 나온 게시물과 댓글의 추이를 시기적으로 살펴봤다.8) 먼저 2015년 페미니즘 리부트 시기로 나누어 그 이전 5년과 그 이후 5년을 비교해 보면, 주식 관련 글의 엄청난 증가가 발견된다(<그림 1> 참조). 이는 페미니즘 리부트가 해당 여성커뮤니티에서의 주식 관심의 사회적 맥락이 되고 있다는 추정을 가능하게 한다. 이 수치에는 포함시키지 않았지만, 개별 주식 종목에 대해 정보를 나누는 ‘주식방’9) 역시 코로나로 인한 주식폭락 이전인 2018년에 별도의 게시판으로 개설된 점도 그 추정을 뒷받침 해준다. 이는 페미니즘 리부트라는 여성운동의 맥락과 주식폭락 이후 청년들의 주식투자라는 두 개의 중첩된 사회맥락이 청년여성들의 주식 관심의 중요한 배경이 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그림 1> 참조).

<그림 1>

여성주류 커뮤니티의 ‘주식’ 관련 게시글 수


4. 주식에 대한 표상과 인식

주식 관련 표상과 언술을 분석한 결과, 주식에 대한 청년여성들의 인식과 태도는 다음과 같이 크게 세 개의 의미틀 속에서 구성되고 있었다. 첫째는 주식투자의 행위를 남성과 밀접한 행위이자 남성 영역의 실천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두 번째 의미틀은 주식을 위험한 경제행위로 의미화하는 것이며, 세 번째 의미틀은 주식투자를 청년세대의 삶과 연결해 인식하는 것이다. 첫 번째 의미틀은 시기적으로 가장 일찍 나타나지만, 두 번째와 세 번째 의미틀은 시기적으로 상호 변별되지는 않는다. 따라서 이 절의 분석결과는 시기적 순서가 아닌 분석대상 전체를 통해서 발견되는 주식에 대한 의미화 방식이다. 이를 하나씩 살펴보자.

1) 남성의 경제 행위로서 주식

이 커뮤니티에서 2018년 이전에는 주식 용어는 직접적 논의의 대상이 되지 않고 다른 논의 와중에서 부차적으로 언급되는 방식으로 소수 등장한다. 비록 사소하고 부차적으로 언급되지만, 주식에 대한 상대적인 무관심 속에서 주식 단어가 언급될 때 어떤 맥락에서 등장하는가는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이는 주식에 대한 기존 인식과 태도가 어떻게 담론의 장에 위치되며 의미화 되는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분석대상 시기 중 가장 초기 연도인 2015년에 등장한 주식 단어는, 당시 메갈리아 등의 온라인 페미니즘의 분위기를 반영하듯 여성혐오를 발화하는 남성을 비판하면서 처음 등장한다. 다음은 각각 게시글 “도 넘은 여성 혐오, ‘일베’만의 문제 아니다”(2015. 02. 13)와 “코리아 한남 루저페이 해서는 안 되는 이유 (길지만 띵문)” (2018. 06. 20)의 댓글이다.

∙...‘상폐녀’. 30대 이상의 여성들이 여성으로서 가치가 없어 주식시장에서 상장 폐지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의미로 일베에서 만들어낸 말...
∙...주식계에서도 누구나 갖고 싶어하는 좋은 주식은 ‘미인주’라 하는 거 알아?...주식판이 씹개저씹치10)판이기도 하고.

청년여성들은 ‘상폐녀’와 ‘미인주’라는 여성혐오적인 주식 은어가 남성 세계에서 흔하게 유통되는 일상적 용어라는 정보를 공유한다. 그리고 주식투자의 장(場)은 남성들로 가득 찬 남성들의 세계라는 의미를 전달한다.

또한 주식은 흔히 여성들이 경험한 나쁜 아버지 또는 나쁜 남편의 행위와 연관되어 비판된다. 예를 들어, 주식으로 1억을 날린 남편에 대한 청취자 사연을 가져온 글에서는 남자들이 보증이나 주식으로 재산을 탕진하여 가족을 고생시킨 경험이 댓글로 제시되며 성토가 일어난다. 다음은 게시글 “주식으로 1억을 날린 남편, 빡친 아내”(2017. 05. 01)와 “[게시판]에 올라온 비트코인으로 1억 날린 냄져 결혼했댄다”(2017. 12. 10)의 댓글이다.

∙이런 놈들 존나 많음..ㅋ 세상물정 모르고 주식하는것들.
∙...괜히 사업[을] 주식으로 집안 말아먹는 애비충[아버지]이 만연...

이러한 언술들은 아버지와 남편의 무책임한 행위 때문에 딸이나 아내인 여성들이 부당하게 피해 입고 고통을 감수해야 했다는 구체적인 삶의 경험과 분노를 드러내는데, 이때 주식투자는 남성들의 무책임한 행위 중 하나로 지목된다. 이를 통해 주식투자는 역시 남성들의 익숙한 행위이며 남성의 영역으로 표상된다. 동시에 ‘재산 말아먹은’, ‘실패’ 등의 표현을 통해, 주식은 가산탕진의 원인이 되는 부정적이고 위험한 것으로 의미화된다. 이처럼 초기에 주식의 의미는 부정성을 띠는데, 이는 남성에 대한 적대성이 남성의 영역과 행위라고 간주되는 주식에 전이되는 방식이다.

2018년 이후에는 주식에 대한 발화가 더 빈번해지고, 내용과 평가에서도 변화가 발견된다. 주식투자가 남성의 삶과 세계에 더 밀접한 것이라는 인식은 이전과 동일했지만, 주식 자체가 논의 주제로 전면에 등장하고 부정적 논조보다는 중립적이거나 좀 더 긍정적인 논조의 발화가 다수 등장한 것이다.

먼저, 청년여성은 주식이 남성 세계에서 주요 관심사라는 사실에 새롭게 주목하며, 왜 여성에게는 그렇지 않은가라는 젠더 차이에 주목한다. 다음 게시글들은 차례대로 “남초사이트에서 부동산, 주식 투자 같은 이야기 할 때 여초에서는.twt”(2019. 03 .20)의 댓글, “‘신라호텔 망고빙수 사먹을 돈으로 호텔신라 주식을 사라’.twt (+추가)”(2020. 03. 28)의 댓글, “냄져들 얼마나 돈 얘기 많이하는지 말해보는 글 캡쳐.(여자들이 얼마나 돈에 관심을 못 가지게 자라왔는지)”(2019. 01. 28)의 게시글에서 인용되었다.

∙...(중략) 남초[남성 주류 커뮤니티]는 난리인데 여초는 진짜 그런거[주식] 왜해? 이런 분위기..
∙.. 주변 남자들 싹다 주식하더라 안하더라도 할줄을 알아 현타11) 개쳐왔어 내주변 내 또래 여자들은 주식의 주자도 모르는데...
∙남자애들은 기본적으로 주식얘기 장착임 (걔가 알던 모르던)

주식이 여성에게는 오랫동안 낯선 대상인 반면 남성에게는 익숙한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는 발화는 젠더 간 차이에 주목하게 만든다. 즉, 남성은 주식에 대한 앎과 기회에 일상적으로 노출될 수 있는 문화에 놓인 데 비해, 여성은 그렇지 않은 문화에 둘러싸여 있음을 자각하게 된다. 이때 청년여성들은 남성이 여성이 모르는 영역에 대해 무언가 더 알고, 행동하고 있다는 점을 경쟁적, 또는 질투적 감정의 어조로 지적한다. 주식투자를 여전히 남성 전용의 행위로 기술하면서도, 주식투자 자체는 관심을 가질만한 어떤 긍정적인 대상으로 바뀌는 의미 변화가 드러난다. 즉, 주식은 ‘손실’이나 ‘위험’ 보다는 경제적 이익창출이라는 가정을 전제로, 여성들의 관심과 독려를 암묵적으로 정당화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나아가, 청년여성은 주식이 남성세계에 속한, 남성들의 관심사라는 인식을 넘어, 주식이 남성 세계를 구성하는 데 기여하는 방식에 주목한다. 다음은 게시글 “냄져들 얼마나 돈 얘기 많이 하는지 말해보는 글 캡쳐.(여자들이 얼마나 돈에 관심을 못가지게 자라왔는지)”(2019. 01. 28)이다.

∙남자애들은 경제관념 없어도 언제 어디서든 무리 내에서 돈얘기 듣고 돈얘기 시작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너무 잘 되어있음 (중략) 얼마나 더 많은 정보를 지네 알탕연대12)에서 공유하고 있을까 생각하면. 소름돋을 정도. (중략) 모아서 굴리고 돈벌 생각 엄청 하고 대화 주제도 뭐 어떻게 하면 돈 불릴지 어디가 오를거 같은지 정보공유 엄청해주고 형님아우하면서 끌어주고 당겨줌.

이는 주식이 남성들 공통의 관심사로서, 유익한 경제 정보를 소통하게 하고 상호이익을 도모시켜 궁극적으로는 단합된 남성 문화를 만들어준다는 인식을 구성하고 있다. 즉, 주식이 남성 연대를 위한 중요한 문화적 자원이 된다는 의미를 구성한다.

다시 말해, 주식은 남성 세계에 속하는 것으로 규정되면서 남성과 여성의 대립 관계에서 위치되고 평가된다. 그래서 주식에 대한 관심이 적던 초기에는 사회통념대로 주식을 가산탕진의 원인으로 부정적으로 인식하다가, 이후 남성에게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주는 것으로 간주 되면서 주식에 대한 평가에서 변화가 일어난다. 이제 여성과 남성의 젠더 대립적 관계에서 주식은 남성의 본질적인 속성이기보다도 남성이 익숙할 수 있는 환경적 사안으로 강조되고, 은연중에 여성이 전유할만한 것으로 새롭게 가치 평가되는 것이다.

2) 위험한 게임으로서의 주식담론과 관리담론

여성에게 주식의 가치가 새롭게 부각 된다고 해도 본래적으로 고위험 투자인 주식에서 실제로 이익을 얻기는 무척 어렵다. 2020년 동학개미로 주식을 처음 시작하여 손실을 경험한 여성들은 주식투자의 위험을 강조하고, 주식투자 추천에 대한 경계를 꾸준히 언급한다. 다음은 “주식하면서 느낀 섬뜩한 점” (2020. 04. 17)의 게시글과 댓글이다.

∙나는 주식으로 잃기만 해서 이제 안하려고 (게시글)
∙일단 나부터...[잃었음]^^ 그리고 우리 가족 누구 하나도...[벌지 못했음] (댓글)

주식 재테크가 여성도 참여하는 경제행위로 제시되고 경험담이 공유되면서, 주식투자의 실패 역시 이제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청년여성 자신의 이야기로 나타난다. 이 커뮤니티에서는 코스피 주가가 정점을 찍은 후인 2021년 7월과 하락에 들어가기 시작한 12월, 주식으로 ‘돈 번 사람이 많다’와 ‘잃은 사람이 많다’ 양자에 대한 자체 투표를 두 번 부쳤는데, 두 결과 모두, ‘돈 번 사람이 많다’가 30퍼센트대인 반면, ‘잃은 사람이 많다’는 60퍼센트대로 약 두 배 높았다.13) 이는 주식투자의 손실 위험성에 대한 여성들의 지배적인 인식을 보여준다.

그러나 주식을 추천하는 여성들은 그러한 주식 위험 담론에 기본적으로 동의하면서도, 그로 인해 여성들이 주식을 무조건 기피하는 태도는 구시대적인 것으로 간주한다. 그래서 이들은 여성들이 주식투자의 행위자체를 시도하지 못하고 경제적 경험이 협소해지는 것을 우려하며, 주식의 위험성을 방어하기 위해 주식투자 시 유의할 사항들에 대해 이야기 한다. 주식의 위험관리 방식으로 제시되는 것 중 하나는 완화전략이라 부를 수 있다. 예를 들어, 모든 재산을 쏟아 넣는 소위 ‘몰빵’이 아니라 ‘소액으로’, ‘조금씩’, ‘꼭 투자 공부하면서’, ‘장기투자로’ 등의 조건을 붙이는 담론이다.

다른 관리방식으로는 위험의 상대성 담론이라고 이름 지을 수 있다. 주식에 참여하는 시기와 타이밍에 따라, 누가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주식의 위험은 상대적이라는 언술들이다. 예를 들어, 주식에 대한 부모세대의 경험과 현재 맥락에서 경험을 비교하거나 남성의 주식투자와 비교하는 발화 전략이다. 다음은 게시글 “엄빠가 젊을 때 재테크 부동산쪽에 관심있냐없냐에 현 8090년생들 경제력 차이 크게 벌어진 것 같은 글” (2021. 10. 16)의 댓글이다.

∙엄빠[엄마아빠] 세대 주식이 딱 우리세대 비트코인 될 듯. 그걸로 돈 벌 사람은 다 떠나고 개미들만 남았다가 쫄딱 망한 뒤에 20년 30년 뒤에도 자식 앉혀두고 너는 주식(비트코인) 같은거 절대 하지마라,.,염불외기..
∙ㅁㅈ[맞아] 저 당시엔 주식이 투자라기 보다 위험이 큰 도박 같은 인식이었음ㅋㅋ

이러한 언술은 주식 위험의 경험을 세대적으로 비교한다. 그래서 부모세대로부터 물려받은 ‘주식은 곧 투기’라는 무조건적 위험담론과 거리를 확보하고, 같은 세대 내에서도 투자자에 따라 기회와 위험이 공존하는 ‘투자’로 인식하도록 한다.

또한, 2020년 한 해 동안 전 세대에 걸쳐 여성투자자가 남성 투자자보다 아주 높은 수익률을 얻었다는 언론보도 역시 주식투자의 위험 담론을 약화하는 데 활용된다. 때론 여성들이 주식투자에 더 적합하고 능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다음은 차례대로 “3040 우먼버핏 수익률 26%... 단타 친 남성들은 4%”(2020. 12. 23)와 “냄져들 얼마나 돈 얘기 많이하는지 말해보는 글 캡쳐.(여자들이 얼마나 돈에 관심을 못가지게 자라왔는지)” (2020. 01. 29)의 댓글이다.

∙남자들 아가리로 주식하자나ㅋㅋ 말만 들으면 존나 주식 초고순데ㅠ 막상 계좌 까보면 죄다 퍼런불들[손실]ㅋㅋㅋ (2020. 12. 23. 게시글의 댓글)
∙풉킥킥 한남[한국남자]들땜에 주식=도박, 한강 이미지14) 씌워진거지 여자들은 이성적이라 가즈아 안하고도 주식 잘 할 수 있다구요(2020. 12. 23. 게시글의 댓글)
∙솔직히 여자들이 투자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 더 잘하면 잘했지 냄저들보다 못할거 없음. 남자들은 모아니면 도라고 큰 돈 꼬라박고 잃어버리는 인간들이 8할...(2020. 01. 29. 게시글의 댓글)

이는 주식투자가 위험성 높은 재테크이지만, 주식투자를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남성들보다 여성들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식으로 주식에 대한 적극적 태도를 보여준다. 주식이 아버지를 포함한 남성이 해 온 위험하고 부정적인 투기적 행위로 표상되던 것에서 이제 여성이 참여하여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긍정적 평가와 태도를 반영하는 주식 담론이 형성된다. 즉, 주식은 누가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그 위험성과 결과가 다르게 나타나는 대상으로 의미화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투자’와 ‘투기’를 구별하여 규정하는 언술들이 나온다. 즉, 저축이나 재산 전체를 투자하거나, 빚내서 투자하는 것, 테마 종목에 크게 자금을 쏟아 넣는 행위 등은 주식 ‘투자’가 아닌 ‘투기’로 명명되며, 주로 남성들의 행위로 인식된다. 사실 금융화는 금융의 불확실성을 그 내적 동력으로 작동하는 것이라서 투자와 투기의 구분은 불가능하다는 ‘투기의 불가피성’을 최철웅(2020, 186쪽)은 주장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한다면, 이 텍스트들은 투기와 투자의 경계를 설정하면서, 투기는 기피하고 거부해야 하지만, 투자는 신중하게 공부하며 수행해야 하는 실천으로 의미화한다. 이 속에서 위험은 관리되고 여성들은 위험을 관리해내며 수익을 기대하는 금융주체로 등장한다. 이제 주식 위험담론은 주식 관리담론으로 변형되고, 주식은 남성전유물에서 젠더 중립적인 것으로 변화하고, 더 나아가 남성보다 여성이 이성과 인내심을 가지고 더 성과를 낼 수 있는 경제실천으로 의미화된다.

3) 주식은 청년세대의 불가피한 선택

동학개미의 등장과 함께 주식을 여성의 경제적 독립을 위한 수단으로 취급하는 20-30대 여성들의 발화들이 터져 나온다. 이는 게시글 “여자들도 경제적 독립했으면 좋겠어”(2020. 05. 25)에서 잘 드러난다.

∙... 근데 우리나라 여성 임금이 남자의 60몇퍼센트 밖에 안되잖아. 투자 관심 안가지면 현재의 구조로는 자립이 어려운데. 너무 안타까워ㅠㅠㅠ (중략) 오지랖일 수 있지만 부동산 주식 공부하고싶은 00[해당 커뮤니티에서 호칭]들은 서점가서 꼭 관련 책 읽어봐!!! 재테크 모임도 나가고! 노동소득으로만은 돈을 불리기 힘든게 현실이야 (중략) 나도 욕심내서 무리하게 투자하지는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 그치만 여성들의 자본력이 더 커졌으면 좋겠어!!!!!

그동안 청년여성이 관심을 두지 않았거나 쉽게 접근할 수 없었던 주식은 이제 여성의 자립을 위한 재테크 수단으로서 의미를 지니게 된다. 또한, 이러한 주식에 대한 인식과 실천은 여성으로서의 사회적 자립과 평등한 지위를 추구하는 탈코르셋과 비혼 페미니즘 관심과 결합되어 추동된다. 다음은 게시글 “냄져들 얼마나 돈 얘기 많이하는지 말해보는 글 캡쳐.(여자들이 얼마나 돈에 관심을 못가지게 자라왔는지)”(2019. 01. 28)의 댓글이다.

∙... 비혼으로 사려면 여자도 탄탄한 경제력 무조건 있어야되ㅠ 그래야 남자한테 안휘둘림.

이처럼 비혼을 계획하는 청년여성들에게 주식투자는 경제적 자립을 위한 페미니즘 실천으로 가는 하나의 수단이자 비혼 여성으로서 자립할 수 있는 생존수단으로 의미화된다.

동학개미의 등장이후, 주식투자는 대세가 되고 ‘욜로’를 외치던 20-30대 청년들도 투자 공부에 몰두하며 새로운 투자세력으로 등장한 듯 보이지만, 정작 경제적으로 투자 여유가 있는 청년은 많지 않다. 높은 국민 소비수준과 국가의 국제적 경제 순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한국 청년은 오히려 낮은 취업률, 적은 월급, 없는 연애비용, 그리고 내집 마련의 불가능 상황에 놓여있다. 그래서 “N포 세대의 유일한 희망은 ‘주식’, ‘하락하면 더 살 것’”(김정호, 2021)이라는 언론보도가 보여주듯, 주식에 대한 청년세대의 인식은 절박함으로 가득 차 있다. 주가가 코스피 정점을 찍고 하향하는 시기에 이러한 언술들이 많이 쏟아졌다. 다음은 “젊은 세대가 돈 벌려고 투자하는 줄 아냐?”(2021. 02. 25)의 게시글과 댓글이다.

∙젊은 세대가 돈 벌려고 투자하는 줄 아냐? ‘안가난해지려고’ 투자하는 거지. 월급만 받으면 아무것도 못해!!! 사실 투자로 떠밀린 상황(게시글)
∙이거[주식]라도 안하면 평생 하루벌어 하루사는 삶밖에 안남았다는 위기의식..(댓글)
∙맞아 나도 투자 관심없었고 애초에 큰 돈이나 일확천금 이런거 지금도 아무 관심없는데 진짜 먹고 살려고 주식 시작함..(중략) 하다못해 커피값이라도 벌어야되겠다 싶어서ㅠㅠ...(댓글)

직장이 있다고 해도 박봉에 최저생활을 간신히 유지하는 청년세대에게 주식은 ‘안 가난해지려고’, ‘먹고 살려고’, ‘위기의식’에 선택한 ‘유일한 사다리’로 표현된다. 즉, 많은 청년들에게 주식은 여분의 돈을 굴리는 재테크라기보다 조금이라도 경제적 사정을 낫게 만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내몰린 선택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이처럼 청년들의 주식참여가 일면 유행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부모세대와 다른, 희망이 보이지 않는 청년세대의 경제적 현실이 드러난다. 또한 ‘N포’론으로 거론되는 세간의 청년세대 담론들은 흔히 청년세대 내부의 격차를 간과한다. 명문대, 수도권지역 졸업자, 지역 졸업자 간의 차이, 대기업 취업자와 중소기업 취업자 간의 차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격차는 매우 크다. 동일 조건이라도 청년여성은 청년남성보다 매우 불리한 조건에 놓여있는데(조귀동, 2020), 이는 여성들이 박봉의 월급을 서로 고백하는 과정에서 나타난다.

요약하면, 이 절에서는 청년여성의 언술에서 주식은 부정적인 것에서 긍정적인 것(또는 적어도 중립적인 것)으로 변화되고, 또 남성의 이익에 봉사하는 남성들만의 전유물에서 여성을 위한 대상일 수 있는 것으로 의미화되고 있다. 이는 청년여성이 주식을 젠더의 대립관계와 상이한 젠더문화의 관점에서 담론화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동학개미 초기 시점이나 이후에도 일관되게 제기되고 구성되는 것이 주식투자의 위험담론이었는데, 동시에 이에 대응하여 위험을 상대화하거나 완화함으로써 위험을 관리하려는 담론도 구성되고 있었다. 이로써 여성들이 주식에 대한 공포나 무조건적 기피를 방지하는 효과를 의도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는 주식을 불평등한 젠더질서 속에서 여성의 경제적 자립을 위한 수단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하는 담론이 제시되었다. 20-30대 페미니스트 여성들은 여성 자립의 실천으로서 주식투자의 정당성을 형성하였다. 이 담론은 더 넓게는 빈곤한 청년세대, 나아가 불평등에 처해 더욱 빈곤한 여성청년세대의 삶에서 위치시키는 의미화 작업이었다. 즉, 주식이 남보다 더 잘 살려는 성공 목적이나 동기라기보다는, 이 시대의 빈곤한 청년세대에게 남겨진 유일한 자산증식 사다리로서, 즉 불가피한 선택으로서 담론화되고 있었다.


5. 젠더화된 소비론(망고빙수 담론)과 페미니스트 담론 경합

주식에 대한 표상과 언술들은 주식투자에 대한 청년여성들의 관심과 인식 변화를 보여주는데, 이를 극적으로 드러내며 증폭시킨 계기가 바로 ‘망고빙수와 호텔신라 주식’으로 부를 담론적 사건이다. 여성소비에 대한 각성과 경제적 이익 도모를 촉구한 해당 트윗은 명백히 당시 온라인에서 확산되던 탈코르셋 운동의 자장에 놓여있었다. 따라서 망고빙수 트윗을 둘러싸고 벌어진 담론 공방은 경제행위의 의미와 페미니즘 인식에 관한 담론적 접합과 경합을 보여준다.

1) 젠더화 된 소비행위와 소비문화

앞서 서론에서 언급했던 주식관련 트윗의 반향은 여러 측면을 지녔는데, 2019년의 이 트윗이 2020년 해당 커뮤니티 게시판에 다시 소환되면서 새롭게 담론을 확장해 간다. 그 트윗은 ‘신라호텔 망고빙수(4만 2천원) 말고 호텔신라우 주식 1주(4만 9천원) 사라고 권하는 것이 진정한 언니가 해줄 수 있는 돈보다 귀한 조언’이라는 내용이었는데, 여기서 망고빙수는 여성이 즐기는 소확행15)적 소비문화를 은유한다. 이 트윗 자체는 남성에 대한 이야기가 없지만, 망고빙수 트윗글에 대한 글타래는 남성과 여성 간의 소비 차이를 이분법적으로 대비하면서 다시 구성한다. 구체적으로, 남성은 음식이든 물건이든 가격과 성능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소비하는 데 비해, 여성은 대체로 맛있고 예쁘면 굳이 돈을 아끼지 않는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다음은 “남초직장다니면서 남자들 얼마나 개짠돌이인지 알게된 후기(feat. 소확행은 여자만한다)”(2019. 05. 30)의 게시글과 댓글이다.

∙(중략) 나는 파스타 만오처넌짜리 먹을 때 남동기는 비싸봐야 국밥 칠처넌이나 제육볶음 육처넌짜리 먹고(게시글)
∙ㄹㅇ[레알/진짜] 여기 남초직장인데 생산직 빼고 사무들은 남자들이 돈 악착같이 아끼드라 가성비 존나따져서 남성용품들은 다 싸고 실속있게나오잖아(댓글)
∙여자들 돈 많이쓰는건 맞는거같음...(중략) 근데 내가 보기에는 진짜 쓸데없는 소비들 뿐이야...무슨 맛집에 핫플에 옷에. 소확행을 빙자한 사치같음(댓글)

이 언술들은 남성은 가성비를 중시하는 ‘짠돌이’식의 필수적인 경제적 소비를 하는 반면, 여성들은 소소한 행복, 치장, 분위기를 중시하다보니 불필요한 또는 비경제적 소비를 한다는 내용이다. 이러한 대조는 단지 소비에서 젠더적 차이를 지적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여성 소비에 대한 각성을 촉구한다는 점에서 남성의 가성비 따지는 소비를 더 유익한 소비로 여기는 암묵적 평가를 담론에 내포하게 된다.

이러한 평가는 외모에 대한 여성의 투자는 남의 시선을 위한 ‘보여지는 것’인데 비해 남성의 투자는 자산으로 ‘남는 것’(집과 차)이라는 대조적인 언술로 ‘무용한 것’ 대 ‘실용적인 것’, ‘소비’ 대 ‘생산’이라는 의미적 이항대립쌍을 통해 의미화된다. 즉, 남성들의 짠돌이 소비에는 ‘차’와 ‘자기 집’이 생기는 데 비해, 현재에 충실한 여성들의 미래에는 남는 것이 없다는 깨달음이다. 그리고 그 각성은 여성을 가부장제 속 종속적인 위치로 전락시키는 미래에 대한 최악의 공포 시나리오로 연결된다. 다음은 게시글 “남초직장다니면서 남자들 얼마나 개짠돌이인지 알게된 후기(feat. 소확행은 여자만한다)”(2019. 05. 30)의 댓글이다.

∙진짜 존나 삶의 낙이없고 당장 지금 죽고싶을때 달래는용으로 한두번이면 몰라도 소확행소확행하다가는 나중에 존나 파산하고 한남한테 시집가서 살아야함. 진짜로 ㅋㅋ 악담이 아니고 돈없는데 어케[어떻게]살아 결국 가부장제에 편승이라도 해야 살겠지
∙돈이 파워야 저축이 미래고 여자들은 진짜 돈이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결국, 이러한 젠더화된 소비에 대한 각성의 담론은 불평등한 젠더 권력 관계와 나아가 여성의 미래에 대한 불안과 관련되어 있다. 그리고 이것이 금융재테크로서 주식에 대한 관심의 토대와 정당성을 제공한다.

젠더에 따라 소비모습이 다르다는 인식은 젠더에 따라 다른 관심사가 형성된다는 담론으로 확대된다. 구체적으로, 남성들은 주식을 비롯해서 돈, 일, 부동산 등 경제적 이익에 관심이 많은 데 비해, 여성들의 관심은 맛집, 트렌드, 미용, 문화소비의 만족에 대한 것이 압도적이라는 지적이다. 다음은 “냄져들 얼마나 돈 얘기 많이하는지 말해보는 글 캡쳐.(여자들이 얼마나 돈에 관심을 못가지게 자라왔는지)”(2019. 01. 29)의 게시글과 댓글들이다.

∙진짜 더 맘아픈건 내주변에 욜로 외치는 친구들 여자애들 밖에 없어. 냄져[남자]애들 진짜 악착같이 적금넣고 맨날천날 돈 얘기함(게시글)
∙헐 진짜.... 나 30인데 대학때도 냄져들은 선배들한테 그런 얘기듣고와서 없는 돈으로 주식하고 그랬어.. 여자애들은 맨날 화장품 연예인 맛집얘기만 했는데 ...(댓글)
∙여자친구들 사이에서 이런[주식, 돈]얘기하면 한심하게 쳐다보는 시선이 많아서 말을 잘 못 꺼내겠어. 어떤애들은 속물취급하기도 하는데...(댓글)

이러한 담론들은 ‘망고빙수’ 담론과 그 궤를 같이한다. 즉, 남성과 다른 여성의 소비실천과 소비문화가 젠더 권력관계에서 남성보다 불리한 여성들의 입지나 미래 전망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와 성찰, 그리고 변화를 의도하고 있다.

2) 주식 권고 담론을 둘러싼 담론의 경합

트위터에서 파장을 일으켰던 주식을 권고하는 망고빙수 트윗은 많은 반발과 비판을 불러왔다. 그 중 첫 번째는 망고빙수 담론이 젠더화된 소비양태를 젠더의 본질적인 속성인 듯 취급하여, 결과적으로는 남성에게 우월적 가치를 부여하고 여성의 경험과 여성 자체를 폄하하며 ‘남자되기’를 강요하는 여성혐오라는 비판담론이다. 즉, 남성의 소비양태는 우월한 것으로 ‘올려치기’ 하면서, 여성의 취향과 소비는 부정적인 것으로 ‘후려치기’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다음은 게시글 ““신라호텔 망고빙수 사먹을 돈으로 호텔신라 주식을 사라”.twt (+추가)” (2020. 03. 28)의 댓글들이다.

∙마카롱도 그렇고 망고빙수도 그렇고 여자가 일회성의, 비싼 소비 한다는 것에 쓸모없는 짓이라 비꼬는거 10년 전 스타벅스 김치녀 플로우랑도 연결되는 것 같아 무서움...
∙난 여자들도 주식해야된다 어쩌구 하는거 존나 이해할수가 없는게 남자들은 돈굴리는거 잘아니까 여자도 배워야한다는 논리잖아 (중략) 여자들 소비는 한심하다는걸 전제로 깔고가는듯

여기서 비판의 핵심은 망고빙수 담론의 의도가 무엇이건 결과적으로 여성행위를 평가 절하하는 시선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불평등한 권력관계에서 약자에 대한 내부 비판은 흔히 그 의도와 상관없이, 그 비판 자체가 약자를 낙인찍는 효과를 일으켜 젠더 권력관계를 정당화하는 데 이용될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분출시키며 약자 내부의 반발을 일으킨다. 이는 대부분의 소수자 또는 피지배 그룹이 내부 비판과정에서 당면하는 문제 중 하나이다.

구체적으로 망고빙수를 비판하는 발화자들은 여성의 소비를 비판하는 담론이 젠더 간의 극단화된 이분법적 비교를 통해 여성을 과잉 일반화하며 전형화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를 남성의 여성혐오의 일환으로 간주한다. 다음 분석 또한 게시글 ““신라호텔 망고빙수 사먹을 돈으로 호텔신라 주식을 사라”.twt (+추가)” (2020. 03. 28)의 댓글이다.

∙많은 주식냄져들이 어디 소문듣고 비트코인하고 주식하고 그러다 망하고 (중략) 여자는 다 경제 관심없고 꾸미는 것만 좋아한다고 여혐 해버리면 존나 읭스러움[의아함]

그리고 망고빙수 트윗에 대한 비판자들은 여성의 소비행위와 소비문화에 대한 전형화를 반박하며, 여성의 경제관념과 경제관리 능력을 강조하는 담론을 구성한다. 앞서 제시한 동일한 게시글의 댓글이다.

∙원래부터 여자들이 돈 알뜰살뜰 잘 모아왔어;; (중략) 한남들은 일확천금 하려고 주식주식하는 거야

이러한 언술은 남성의 주식행위를 합리적 경제행위이기보다 ‘일확천금’을 노리는 ‘투기’로 재규정하고 비도덕적인 것으로 의미화하면서, 여성은 경제적 관리와 축적에 능함을 강조한다. 즉, 앞의 젠더화된 소비 담론의 내용을 반대로 뒤집어 남녀 위계를 반전시키는 효과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망고빙수에 대해 비판했던 논리(즉, 남성과 남성의 경제관련 특성을 다시 배타적으로 이분화하면서 전형화된 젠더의 속성으로 삼는 논리)를 다시 재연하는 것일 수 있다.

또 다른 비판은 당시 트위터에서도 공방이 일어났던 주식 추천이 과연 페미니즘과 공존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질문과 관련된다. 신자유주의적 페미니즘을 비판하는 페미니스트의 관점에서는 신자유주의적 금융주체가 되기를 권고하는 것은 페미니즘 정치에 어긋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관점은 이 커뮤니티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다.16) 자본주의 관련 비판으로 제기되는 것은, 주식투자가 삶과 삶의 중요가치를 망가뜨리는 금전만능주의와 같은 중독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코로나 관련 종목에 대한 투자를 예시로 들며, “사람 죽고 사는 문제를 오로지 돈벌이로만 보는 시각”, 소위 “천민자본주의”라고 비판한다. 다음은 게시글 “주식 오래하다보면 감수성이 변한다.twt” (2020. 12. 21)의 댓글이다.

∙주식 얘기 주변에서 개 듣기 싫은 게 진짜 돈이 전부 인줄 알고 세상 시사 이슈를 전부 돈으로만 봄(중략)

이는 주식 열풍 속에서 자기 자신을 상실하고 주식 자체가 목적이 되어 인간을 수단화하게 된다는 주장으로서 망고빙수 담론에 대한 비판 논리를 구성한다.

이와 연관하여, 남자들이 증명하듯 주식으로 인한 손실과 중독 같은 부작용 역시 주식 추천을 비판하는 논거로 사용된다. 이는 게시글 ““신라호텔 망고빙수 사먹을 돈으로 호텔신라 주식을 사라”. twt (+추가)”(2020. 03. 28)의 댓글과 “트위터 일부 랟펨들 선민의식 너무 심하다”(2020. 04. 30)의 각 댓글에서 나타난다.

∙...공부하고 시작해도 좆되는게 주식이고 주식해서 성공한 남자보다 좆된 남자가 더 많은디..(2020. 03. 28. 게시글의 댓글)
∙그거[주식] 빠지면 현생 불가인 건 알고 그렇게 권장하는건가??? (2020. 04. 30. 게시글의 댓글)

‘망고빙수’ 트윗을 둘러싼 논란에서 발화 주체가 누구인가는 트윗의 내용 평가에 영향을 끼친다. 즉, 망고빙수 담론은 탈코르셋 담론, 비혼 담론을 주도하는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이 제안한 것으로 평가되면서, 망고빙수 담론에 대한 비판은 그 발화자로서 래디컬 페미니즘을 향한 비판으로 연결된다. 다음은 각각 “트위터 일부 랟펨들 선민의식 너무 심하다”(2020. 04. 30)의 게시글과 “여자들 뫄뫄 소비 줄이면 매달 n만원 플로우가 불편한 이유”(2020. 05. 04)의 댓글이다.

∙진정한 페미니스트면 아예 개인 취미, 취향도 가지면 안 되는지...^^
∙레디컬 페미의 선민의식, 계몽의식, 강요 이런 분위기가 싫을수 있다고는 생각함. (중략) ‘요리 꽃꽂이 다이어리’보다 ‘운동주식운전’이 우월하다로 가면 안되는데 이게 과격하게 가면 꼭 그게 안되더라.

여성들의 취향을 나누고, 그 가운데 운동, 주식, 운전에 우월적 가치를 부여하는 모습은 ‘진정한’ 페미니스트를 내세우며, 개별 여성의 취향을 무시하는 래디컬 페미니스트의 선민의식으로 비판된다. 이처럼 주식투자 담론이 래디컬 페미니즘을 둘러싼 공격과 방어의 소재로 작용하기도 한다는 점에서, 페미니스트들 내부의 상이한 철학과 운동 진영 역시 망고빙수 논란의 담론적 맥락을 구성하며 해석에 영향을 주는 것을 알 수 있다. 망고빙수 트윗에 대한 비판론은 이 트윗이 등장한 2019년 말에 자주 등장했으며 비록 커뮤니티의 주류 담론은 아니었지만 자유롭게 발화되었고, 그에 대한 동조도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2020년 주식 대폭락 직후에는 망고빙수 트윗에 대해서 우호적인 댓글들이 더 많이 달리면서 트윗 등장 초기와는 달라진 분위기가 발견된다. 망고빙수 트윗에서 ‘진정한 언니의 조언’에 공감한다는 다수 여성의 언술이 등장하면서 여성 취향 ‘후려치기’라는 해석은 망고빙수 트윗의 의도를 곡해한 것이라고 반박된다. 게시글 ““신라호텔 망고빙수 사먹을 돈으로 호텔신라 주식을 사라”.twt (+추가)”(2020. 03. 28)의 댓글을 살펴보면,

∙사회적으로 여자한테 주입하는 욕구가 그런거잖아 예쁜데서 예쁜거나 먹고 인스타에 올리고 뭔 집에는 꽃병 꽂아놓고 마카롱이니 마들렌이니 (중략) 디저트집 투어라든가 핫플에서 와인마시고...
∙안 그래도 여자들 임금도 남자보다 적게 받고 아무리 탈코 하고싶어도 기본적으로 사회에서 여자에게 요구하는 기본 꾸밈이 남자보다 많아서 어쩔 수 없이 쓰이는 꾸밈 비용이 있는데 자기의 한순간의 행복을 위해서만 쓰지말고 좀 더 경제에 관심 가지고 실용적으로 써보자는 거잖아...

즉, 현재 여성에게 친숙한 소비취향, 소비습관, 소확행 문화, 그리고 남성에게는 친숙한 주식투자 같은 경제적 재테크가 여성에게 낯선 까닭은 그것들이 사회적으로 구성되었기 때문이라는 문제의식을 망고빙수 비판자들이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신라호텔 망고빙수 사먹을 돈으로 호텔신라 주식을 사라”.twt (+추가)”(2020. 03. 28)의 댓글과 “부동산 주식 글 진짜 좋은데”(2020. 04. 30)의 게시글에서 잘 드러난다.

∙여성이 돈얘기하는 걸 사회적으로 얼마나 차단해왔는지 생각해보면 [이런 얘기가] 왜 의미있다고 하는지 의도가 좀 읽힐거같아. (2020. 03. 28. 게시글의 댓글)
∙욜로나 소확행, sns에서 유행하는 카페 가는게 남자들보다 여자들이 더 많은거 보면서 (중략) 여자가 돈에 관심을 갖지 못하게 유행이 조성되는 느낌...(2020. 03. 28. 게시글의 댓글)
∙그동안 경제적 금전적 정보, 얘기를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할 수 없던 환경을 바로잡고 그동안 대부분 남성들만의 리그였던 주식 부동산시장을 우리도 배워보자가 그렇게 이해 못할 말인가..? (2020. 04. 30. 게시글)

이들은 사회적으로 구성된 여성의 소비영역 제한에서 벗어나 경제적인 것으로 관심과 활동영역을 넓혀보자는 의도를 강조함으로써, 망고빙수 담론이 여성 취향과 경험을 과잉 일반화, 전형화, 그리고 폄하한다는 비판자의 주장을 반박한다.

그리고, 주식을 경제적 재테크와 경제적 이익 도모를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제시한 것이지 결코 주식 찬양론이 아니라는 점을 설명하며, 주식투자의 위험성을 내세운 비판론에 대응한다. 다음 인용글은 ““신라호텔 망고빙수 사먹을 돈으로 호텔신라 주식을 사라”.twt (+추가)”(2020. 03. 28)의 댓글이다.

∙주식을 딱 주식으로만 알아듣고 어 주식 위험한데 왜 하라고해???? 이러면 얘기가 되나ㅠ
∙아니 주식이 최고의 재테크라는 게 아니라.... 쓸데없는데 돈쓰지말고 실용적이고 거시적인거 해보라는거지
∙여자들이 경제력을 갖추면 그만큼 독립적일 수 있으니까... 꼭 주식뿐만 아니고 부동산이든 뭐든 투자하라는 얘기인것 같음

주식이 “위험하긴 한데.. 신라호텔 1주 산다고 해서 패가망신하고 그럴일은 없어..ㅎㅎ;;”라는 말처럼, 이들은 주식투자도 주식 공부를 하면서 소액으로 할 것을 권유하며 경험을 넓힐 것을 제안한다. 이는 앞서 ‘여성 자립의 수단으로서 주식실천’을 언급했던 것처럼, 주식투자 자체가 페미니스트 실천이라는 것이 아니라, 여자들의 경제적 자립을 추구하는 페미니즘 목표와 관점에서 주식이 하나의 경제적 실천 수단으로 의미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여성들은 주식투자에서 추구하는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넘어, 주식투자를 시작하고 나서 사회, 경제 전반에 대한 지식과 정보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시야가 넓어지게 되었다는 경험들을 제시한다. 다음은 “주식, 휩쓸려서 하지 말고 신중해야하는 이유”(2020. 05. 17)의 댓글이다.

∙(중략)나 좀 창피하지만 경제나 뉴스 관심 없었는디 주식하고 존나 맨날 뉴스보고 유튜브루[로] 공부하고ㅋㅋㅋㅋㅋ
∙주식에 관심 가지면 좋은 게 사회전반적 흐름 + 정치 + 부동산 + 역사 다~ 관심 갖게 돼서 좋아

주식 시작하고 사소한 소비들이 줄었다는 경험도 긍정적으로 제시되지만, 주식실천이 여성들이 경제를 포함한 제반 공적 영역과 주요 의제에 관심 갖게 되고 나아가 세계에 대한 지식과 이해 확장으로 연결된다는 점도 강조되며 의미화 된다.

앞서 기술한 대로 망고빙수 담론을 둘러싼 공방은 단지 주식투자와 젠더 관계만이 아니라, 상이한 입장의 페미니즘들이 분출되는 맥락에서 발화 주체가 누구인가는 진영 대립으로 증폭되기도 한다. 망고빙수 담론에 대한 비판이 사실상 래디컬 페미니즘에 대한 비판 또는 낙인찍기의 또 다른 방식이라고 반박된다.17) 이러한 주장은 게시글 ““신라호텔 망고빙수 사먹을 돈으로 호텔신라 주식을 사라”.twt (+추가)”(2020. 03. 28)의 댓글에서 나타난다.

∙트위터는 항상 플로우가 렏팸 뜯어먹는데 정신이 없음. 렏팸이 돈 구걸해서 망고빙수 사먹을바에야 차라리 그 돈으로 주식해라! 이러면 주식이 얼마나 위험한데 멋대로 추천하냐, 자기 주변에 주식 말아먹은 사람이 몇인줄 아냐, 지금 망고빙수 먹는 사람 조롱하냐, 결국 망고빙수마저도 못먹는 사람들은 주식 쳐다도 못본다, 가난혐오다 이런 식으로 흘러가..

한국의 페미니즘 리부트 상황에서 상이한 페미니즘들의 대립은 젠더 관련 논의를 격정적으로 만든다. 그러나 동시에 망고빙수 담론은 상이한 페미니스트들이 의견을 표출하고 경합하게 하여 조금씩 다른 결의 여러 비판을 사유하게 하는 중요한 공론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었다.

이 절에서는 젠더화된 소비행태의 차이를 성찰하며 변화를 촉구하는 ‘망고빙수 담론’이 여성에 주는 상이한 문화정치적 효과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담론간의 경합을 분석했다. 다음 절에서는 주식담론이 어떻게 사회의 권력관계 및 구조에 대한 성찰로 이어지는지 살펴볼 것이다.


6. 주식담론을 통한 사회구조적 이해

1) 주식의 젠더화와 불평등한 젠더 질서

청년여성은 망고빙수 트윗으로 촉발된 젠더화된 소비습관에 관한 담론구성을 통해, 그 젠더차이가 사회의 불평등한 젠더 질서에서 기인한다는 인식에 이르게 된다. 즉, 성별분업과 성역할 규범에 따라, 경제와 생산은 당연히 남성적인 것이고 소비행위는 여성적인 것으로 관련짓는 문화가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남성은 야망과 위험을 감수하는 성향을 보이는 데 비해 여성은 안정과 소소한 만족을 추구하고 경제에 관심이 부족한 까닭 역시 불평등한 젠더 권력과 규범적 훈육의 영향이라는 것이다. 다음 인용글은 “냄져들 얼마나 돈 얘기 많이 하는지 말해보는 글.(여자들이 얼마나 돈에 관심을 못가지게 자라왔는지)”(2019. 01. 27)와 “미국 주식(스타벅스 가면 된장녀라고 욕할 때 한남들 스타벅스 주식사서 돈 벌고 있었다.)”(2020. 02. 13)의 게시글이다.

∙돈도 그렇고 일에 관한 얘기 성공에 관한 얘기도 여자애들은 덜 하는거 같아 개인의 탓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남자는 돈, 직업(본업) 여자는 미용, 맛집(같은 트랜드나 문화산업)쪽으로 관심을 가지게 하는거 같아 (중략) 돈이 있어야 힘이 생기고 권력이 생기는건 맞는 것 같아. 보통 이런 권력이 여성의 역할이 아닌 것 같이 학습되기도 했고.(2019. 01. 27. 게시글의 댓글)
∙남자는 능력있어야 한다 여자는 예뻐야 한다 이런 것들 때문인거 같애 (2019. 01. 27. 게시글의 댓글)
∙...남자에게는 어떤 욕망을 드러내고 과시하고 포부를 가지는 데에 거리낌이 없다는 (중략) 여성의 욕망이나 포부는 많은 부분에서 거세되어왔고, 그걸 드러내는게 사회적으로도 칭찬받거나 요구되지 않음...(2020. 02. 13. 게시글)

이런 언술들 속에서 여성들의 소비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화장품, 미용, 옷, 성형, 시술 등 코르셋에 대한 ‘꾸밈비용’, ‘핑크텍스’ 등이 여성에게만 요구되는 불평등한 소비임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00살에 00브랜드는 좀.. 이런거 휩쓸리지마”라고 조언하거나, “주식 그렇게 어렵지도 않고 여자가 못할 것도 아니고”라며 주식이 남성들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에 도전한다.

또한, 실제로 같은 직장인이라도 남성과 여성의 임금 차이는 여성이 돈을 모으거나 주식투자를 생각할 물적 기반 자체를 부족하게 하여 재테크 행위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생각 해보게 한다. 다음은 각각 게시글 ““신라호텔 망고빙수 사먹을 돈으로 호텔신라 주식을 사라”.twt(+추가)”(2020. 03. 28)댓글과 “남초직장다니면서 남자들 얼마나 개짠돌이인지 알게된 후기(feat. 소확행은 여자만한다)”(2019. 05. 30) 댓글이다.

∙안 그래도 여자들 임금도 남자보다 적게 받고..
∙...걍 남자들이 돈 더 모으는건 (중략) 원래 평균임금이 더 높기 때문 아닌지

주식과 연관하여 남성과 여성의 소비관습, 재테크 관심 등의 차이를 이해하고 설명하려는 시도들은 고용 임금에서 성차별이라는 문제 인식과 만나, 미세한 행위의 차이가 사실은 더 큰 여러 사회적 요인들의 복합적 결과라는 깨달음을 낳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꾸밈비용’과 ‘핑크텍스’ 등의 탈코르셋 운동의 주요 용어가 등장하는 것은 주식담론의 발화자들이 페미니즘 담론에 접속된 사람임을 시사한다. 즉, 주식담론은 주식 대폭락을 기폭제로 삼았지만, 페미니즘 맥락에서 시작되어 페미니즘 시각에서 프레임 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2) 문화자본으로서 주식실천과 사회 불평등의 세습

전례 없는 호황을 맞았던 한국 주식시장이 2021년 후반 급격하게 추세가 꺾여, 주식으로 손실 본 사람과 높은 수익을 달성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섞여 들릴 즈음, 주식은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에게 더 익숙한 것이라는 언술이 등장한다. 많은 여성들이 이제야 주식이 무엇인지 새롭게 접하고 나서 보니 예전부터 주식투자를 해왔던 친구들이 보이고 그들이 대체로 중산층 가정의 자녀들이었다는 내용의 글들이 이어진다. 다음은 게시글 “여유있는집 자식일수록 주식같은 재테크에 관심 많은 것 같은 글”(2021. 08. 19)의 댓글이다.

∙친구들중에 좀 여유있는집 애들은 다 주식하고 있더라. 부모님이 이미 주식하고 있고 자녀한테도 하라고 씨드주고 이끌어줌....완전부자애들 얘기 아님ㅜㅜ
∙아빠 사업하구 내 절친들도 다 사업하는 집인데 우리 다 20대 초반부터 주식했어ㅋㅋㅋ 그땐 주식 좀 안 좋은 이미지였어서 얘네ㄷ[들]빼고는 없었는데 지금 이렇게 주식붐 일어난거 신기해
∙공감. 이모부 외국대기업 부사장인데 친척동생들 어렸을때 선물로 주식 사주더라 걔네도 당연히 주식이 뭔지 자연스럽게 배우고.
∙당연함. 보통 여유있는 돈으로 하는게 맞고, 잘 사는 집은 모부님이 경제관념도 잘 잡혀있어서 미리 재태크 하는 법 아는거 알려주고 이러더만... 내 친구도 아빠랑 주식 얘기 겁나 해...

이들은 주식을 투기로 간주하던 사회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일부 중상층 가족의 자녀들은 이미 주식을 생활화하고 있었음을 발견한다. 이러한 묘한 배신감은 흥미롭게도, 주식투자의 높은 손실위험 때문에 여유자금이 있는 중상층이 하기 쉽다는 설명으로 합리화된다. 그러나 주변의 경험 진술이 이어질수록 이들 청년여성은 주식투자가 중상층 부모들이 자녀에게 일찍부터 가르치고 내면화시킨 지식이자 취향이고 습관이라는, 즉 문화사회학자인 피에르 부르디외(Bourdieu, 1979/1984)의 개념을 빌리자면, 구조화된 성향체계로서 ‘아비투스’임을 간파하게 된다. 아비투스는 부모의 계급에 따라 상이하게 형성되는 일종의 문화자본으로서 교육체계의 사회화 과정을 통해 자연적인 것처럼 정당화되고, 경제적 및 사회적 자본으로도 전환 가능해지면서 부모의 계급을 사회적으로 재생산하는 문화논리를 설명하는 개념이다. 이들은 비록 ‘아비투스’나 ‘문화자본’의 개념을 사용하지 않지만, 그 논리를 정확히 주식투자를 통해 설명한다. 이는 게시글 “찐으로 20-30대 중산층~부자 많아진 것 같은 글”(2021. 12. 31)의 댓글에서 잘 드러난다.

∙..[돈 있는] 집에서 애초에 아기때부터 주식을 사놓는데 [얘가] 스스로 주식하는 거에 관심없기도 어렵다.
∙중산층 이상 부모[와] 형편 어려운 부모들이 재테크 교육 다르게 해준 것도 엄청 크더라. (중략) 부모님이 이런 쪽에 관심없으면 뒤쳐지다가 30살쯤 돼서 부랴부랴 시작하니까 20살때부터 해온 애들이랑 격차 엄청 벌어짐...그리고 좀 있는 집은 자식들한테 주식부동산 관심 갖게 하고 권장하는데, 없는 집 부모들은 주식하거나 대출받으면 집안 망하는 줄 알고 하지 말라고 어릴 때부터 세뇌시켜서 또 뒤쳐짐.

주식투자가 중상층의 아비투스로서 결과적으로 다시 자녀세대의 계급 격차를 낳는다는 문제인식은 특히 한국사회의 핵심 문제인 청년세대의 현실과 만나게 된다. 2020년 전후로 공정성 이슈가 한국사회를 뜨겁게 달구며 세대 간 불평등과 ‘N포세대’의 청년세대론이 등장했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단순히 세대 간 불평등이라기보다 부모세대 내의 경제적 격차가 자식들에게 대물림되어 청년세대 내부의 불평등을 심화시킨다는 사실이다(조귀동, 2020). 청년여성들은 이미 그러한 현실을 사회 속에서 체험하여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게시글 “엄빠가 젊을 때 재테크 부동산쪽에 관심있냐없냐에 현 8090년생들 경제력 차이 크게 벌어진 것 같은 글”(2021. 10. 16)을 살펴보면,

∙솔직히 현 80,90년대생들 엄빠 젊을때면 돈 차곡차곡 모으면 건물 하나 살 수 있었고 어떻게든 돈 잘 굴릴 수 있었다고 생각함..(중략). 뭐 어느 세대든 부동산 재테크 관심있어야 되는건 맞지만 지금 세대는 엄빠 영향을 현재 많이 받아서 격차 생긴건 팩트.

대출을 통해서라도 부동산 재테크를 한 부모들과 그렇지 않은 부모들의 차이, 그리고 그로 인한 자식 세대에서 부의 격차를 지적한 글에 공감하는 댓글들이 줄을 잇는다. 다음은 앞서 동일 게시글의 다른 댓글이다.

∙우리집 존나 안정적인 교사 전문직 부분데 둘 다 ‘노동이 참된 가치다 오로지 공부! 주식 부동산은 투기!’ 이 마인드라 ㄹㅇ 지금 내친구들중 젤 못살아ㅎ 집도없음
∙우리엄마아빠 돈 모으면 입출금통장에 넣기만하고 집도없고 차도없고 투자도 안하고 주식도 모르고 청약도 뭔지몰라서 청약통장도 없음. 60이 된 지금 나랑 언니가 번 돈으로 노후 버틸거라하는데 진짜 살기싫고 막막함 ㅋ

그러나 부동산을 통한 세대 간 불평등 세습이라는 구조적 문제 인식은 그에 대한 부당함의 항변이나 분노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대신, 재테크에 대한 부모들의 무지와 편견이 현재 자신의 가난한 현실을 낳았다는 회한과 자조로 표출된다. 즉, 부의 불평등한 세습이 사회구조적 문제라기보다는 시류에 편승하지 못한 부모의 무능력한 탓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사회문제가 궁극적으로는 개인 책임으로 돌려지면서, 청년여성들은 부모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주식투자 등의 재테크에 관심을 가져 조금이라도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는 개인적 해결을 모색하게 된다. 따라서 주식투자란 금융자본주의 사회에서 중상층을 세습하는 수단 중 하나라는 불평등한 사회구조적 현실을 포착하면서도, 청년여성의 입장에서는 가난을 피하고 싶다면 원하지 않더라도 위험을 감수하며 대면해야만 하는 기회로 의미화 되는 것이다.

3) 주식 과몰입과 자본 지상주의에 대한 성찰

실제 주식투자를 하면서 여성들은 몇몇 폐해와 문제를 고백하며 자성하는 언술들을 생산한다. 이는 주식 하면 돈밖에 모르는 인간이 된다며 주식투자 권유를 비판했던 논리와 일면 그 맥을 같이 하지만, 이는 주식실천을 어떤 자세로 해야 되는가를 성찰하고 한계를 설정하려는 노력이라는 점에서 주식투자에 반대하는 논리와는 구별된다. 이들은 “주식, 휩쓸려서 하지 말고 신중해야 하는 이유” 등의 게시글에서 구체적으로 주식행위의 폐해를 언급하는데 그 중 하나로 과몰입을 꼽는다. 다음은 모두 게시글 “주식 오래하다보면 감수성이 변한다.twt”(2020. 12. 21)의 댓글들이다.

∙...적은 돈이라도 계속 보게되더라 ㅠ 난 직장인인데 주식하고 한동안 업무효율 떨어져서 힘들었어 ㅜ
∙...내친구도 (중략) 일년됐는데 완전 돌아버려서 만나도 폰만 보고있고 하루종일 주식얘기만 함ㅋㅋㅋ

사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과몰입이 인간적 가치라는 기준을 잃게 될 때인데, 이는 “주식 오래하다보면 감수성이 변한다”는 트윗에 대한 공감, 자성, 비판의 반응에서 나타난다. 트윗 원문은 라디오에서 있었던 다음과 같은 해프닝에 대한 것이었다.

∙라디오에서 리포터가 “5년 사이에 연탄값이 두배가 올랐다”라고 말하자, 진행자는 단박에 “아! 연탄에 투자할 걸!”라고 외쳤다.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리포터가 살짝 주저하는 기색이 느껴졌다. 에너지 빈곤층이 사용하는 연탄에 대해 말하는 중이었다(2020. 12. 21. 트윗 반응 게시글)

이에 대해 “사람이 주식하다 괴물이 돼”가는 것이라는 비판 댓글과 주식하는 주변인의 모습에 충격 받은 경험이 진술된다.

∙사람 죽은 뉴스 뜨는데도 그걸로 주식이야기 하는거 보고 진짜 무섭더라. 돈이 아무리 중요하다지만 최소한의 인간성은 버리지않았으면...
∙ㄹㅇ... 코로나 잡혀갈쯤 언택[트]주 떨어지니까 확진자 늘면 좋겠다고 하는거보고 좀 질겁했음...
∙무섭다 돈이 사람 위에 있네..

그러나 남의 이야기가 아닌 스스로의 모습이었다고 고백하는 자성의 글과 다짐의 글도 많았다.

∙마자... 나두 그래ㅠㅠ 저런생각 하고나서 안돼!! 천박한 자본주의 사상!! 하고 반성함..
∙맞아 나도 그래서 지난주에 주식 팔았어..
∙책임감 좀 갖고 살자

때론 죄책감과 자기 경멸적 모습을 고백할 때, 동료 여성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번다는 것의 모순과 복잡성을 지적하며 위로하기도 한다.

∙맞아 작년에 코로나관련주 들고있을때 죄책감 맥스[최대치]... 돼지열병주 미리 사놓고 재난문자 올때 환호했던 나자신.. ㅠㅠ
 ↳ @ 돼지열병주에 투자한 덕에 돼지역병에 맞서 싸울 총알이 늘었잖아. 너무 죄책감 가질 필요는 없을듯해
  ↳ @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ㅠㅠ

배금주의 또는 물신주의 현상이 모두의 모습은 아니라는 지적도 제시된다. 주식 자체의 문제도, 또는 모든 주식하는 사람의 모습도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는 언술도 제시된다.

∙실제로 저렇게 투자하는 사람 많지만, (중략) 주식하는 사람들 다 돈에 눈먼 사람처럼 매도하지 않았으면... 어떤 사고[事故]나면 관련주 올라가는데 그거 알면서도 안하고, 그런건 하지말자고 하는 사람들도 많다는거 알아주길...
∙돈 벌고 경제에 관심 가지는거 다 좋은데 인간이라면 가져야할 기본 예의 공감 능력은 지켰음 좋겠음. 그거 다 무시하면 우리가 매일 욕하고 패는 한남이랑 다를 게 없지

이런 언술들은 주식투자를 할 때도 지켜야 하는 가치판단의 기준, 그리고 주식투자를 어떤 태도로 하는가라는 실천적 문제가 중요함을 지적한다. 주식투자로 대변되는 자산증식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추구한다는 것이 결코 자본을 절대적 가치에 두거나 목적으로 삼는다는 것과 동의어가 될 수 없다는 성찰들이 주식담론 속에서 싹트고 상호 확인된다. 또한, 이러한 윤리적 성찰이 여성의 정체성과 그 정당성의 조건일 수 있다는 인식이 주식에 대한 담론 속에서 발화되고 공유되는 것이다.


7. 결론과 함의

본 연구는 2015년 이후 페미니즘 리부트와 2020년 이후 주식투자 열풍이라는 이중의 맥락에서 페미니즘 리부트 시대를 살아가는 20-30대 여성이 주식투자와 관련하여 어떠한 담론을 구성하는지 그 특성과 방식을 분석함으로써 주식이 청년여성들에게 어떻게 인식되고 의미화 되는지를 밝히고자 했다. 또한, 주식에 대한 규정과 청년여성과의 관계속에서 이뤄지는 담론적 실천이 페미니즘과 관련하여 어떠한 문화정치적 함의를 지닐 수 있는지를 탐색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20-30대 여성이 주류인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주식 관련 언술들을 추출하여 비판적 담론분석을 수행하였다.

연구결과 먼저, 표상을 통한 주식의 규정과 의미화, 둘째 주식에 대한 담론이 어떠한 담론과 접합되고 경합하며 정체성을 구성하는지, 마지막으로 주식 담론을 통해 청년여성이 사회적 권력 관계와 작동방식을 이해하고 그것에 자신을 관계시키는 방식으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연구결과를 간략히 요약하면, 먼저 주식에 대한 표상 분석을 통해 청년여성이 주식을 부정적인 것에서 긍정적인 것으로, 남성 전유물에서 여성이 전유할 수 있는 경제적 행위로 간주하는 인식 변화와 위험 및 관리 대상이자 절박한 청년세대와 연관된 것으로 주식을 의미화하고 있음을 밝혔다. 두 번째로, 망고빙수 담론을 둘러싼 담론 경합을 통해 주식이 젠더화된 소비 담론을 토대로 젠더 권력관계와 밀접히 연관되어 의미화되고 담론으로 구성되고 있음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주식에 대한 자신들의 경험을 담론화 하는 과정에서 불평등한 성별분업체계와 젠더규범에 의한 취향 형성에 대한 비판적 인식이 형성되고 있음이 드러났다. 나아가 담론화를 통해서 청년여성들이 주식투자를 둘러싼 취향 및 행위를 중상층 계층의 아비투스로 간파하면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중상층 계급 세습의 문제점과 주식 과몰입 및 자본지상주의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수행하는 것을 분석해 냈다.

이러한 연구결과가 페미니즘에 시사하는 문화정치적 함의는 무엇일까? 여기서는 적어도 두 가지 점을 논의해볼 수 있다. 먼저, 청년여성은 주식투자가 누구나에게 평등하게 접근 가능한 경제행위가 아니라, 성별분업과 불평등한 젠더 규범에서 파생되어 젠더 편향성을 지닌 사회적 행위임을 주식담론을 통해 파악해내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남성세계에 속하는 것으로서 간주 된 주식의 의미를 재규정해가는 담론의 과정은 바로 현실의 젠더관계에 대한 부단한 분석과 해체를, 그리고 변경을 요구하는 작업의 성격을 띤다. 주식을 둘러싼 담론적 실천은 사회적 공간 속에서 주식에 대한 인식과 행위뿐만 아니라, 여성성과 남성성, 젠더화된 취향과 소비 자체가 가변적이고 구성적인 것임을 깨닫는 과정임을 보여주었다. 따라서 청년여성에게 주식은 단지 ‘개인적’인 경제적 이익 추구의 수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불평등한 젠더질서 속에서 여성의 경제적 자립과 궁극적인 젠더 평등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라는 페미니스트 관점에서 의미를 지니고 여성 연대적 차원에서 추천되는 것이다. 즉 20-30대 여성은 주식에 대한 담론적 실천을 통해 여성의 소비문화의 구성적 성격을 질문하고 젠더관계의 재배치를 모색하며, 자신을 공적 영역의 적극적 경제적 행위 주체로 정당화한다.

남성세계에서 남성은 주식을 결코 남성의 젠더 관계나 젠더적 지위와 연관하여 해석하지 않고 순수하게 경제적 이익 차원에서만 고려한다는 점을 상기해볼 때, 여성의 주식실천과 그 담론적 실천이 갖는 페미니스트 정치문화적 함의는 더 분명해진다. 즉, 주식에 대한 담론구성의 실천은 페미니스트의 담론 투쟁, 그리고 불평등한 젠더 질서라는 현실을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는 성격을 지니는 것이다.

두 번째는 여성의 사회진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배타적으로 남아있는 남성 지배적인 공적영역으로서 금융의 경제영역에 여성의 참여와 앎을 확대한다는 측면이다. 청년여성들은 주로 남성에게 전유 되어 왔던 주식투자의 경제행위를 여성도 참여 가능한 것으로 재규정하는 담론작업을 통해 실제 여성의 주식시장에 대한 두려움을 줄이고 참여를 독려한다.

물론 이는 낸시 프레이저(Fraser, 2017)가 지적하듯, 여성들이 신자유주의적 금융 주체로 자발적으로 포섭되는 과정이라고 비판할 수도 있다. 이러한 비판적 시각에서는, 주식투자를 하면서 배금주의나 물질주의에는 함몰되지 말자는 여성들의 윤리적 성찰이 페미니스트 정체성과 반(反) 자본주의의 조건이 되기보다는 모순적이고 자가당착적인 모습으로 간주 될 수 있다. 사실 여성의 주식투자 참여와 그에 대한 긍정적 태도 및 담론은 신자유주의적 금융자본주의의 주체로 여성을 포섭해내는 과정이며, 일상의 금융화를 수행하는 신자유주의적 자기 통치화에 다름이 아니라는 비판적 해석과 평가를 부정하기 어렵다. ‘경제주의’, ‘능력주의’, ‘자기통치’, ‘경쟁’, ‘자기계발’, ‘계산적 합리성’, ‘인적자본’, ‘기업가 형식’ 등을 핵심 요소로 설명하는 신자유주의 개념과 원리는 현재 우리가 처한 사회의 성격과 작동방식을 설득력 있게 설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신자유주의는 포괄적이고 결정적 개념이 되어 현재 사회 모든 현상과 영역에 적용되고, 모든 것을 설명하는데 사용되는 경향이 있다. 신자유주의 개념에서 벗어나는 사회적 영역과 주체를 찾기 어려울 정도이다. 이에 최근 몇몇 학자들(Birch & Sringer, 2019; Dunn, 2016, p. 4)은 온갖 것을 포괄하는 범주로서 신자유주의 개념의 설명적 모호성이나 모순(예를 들어, 환경개입으로서 국가 개입을 소극적으로 혹은 적극적으로 상반되게 평가하는 주장이 동시에 제기되는 것처럼)을 지적하며, 그 개념적 유용성이 한계에 달한 것이 아닌지 의문을 제기한다.

본 연구진은 그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지만, 현재의 신자유주의 개념과 논리의 적용 아래서는 우리가 필요로 하는 사회운동으로서 작은 사회적 실천들과 그로부터 정치성을 살려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생각한다. 신자유주의 설명력이 강력하고 포괄적일수록, 자유의 실천이 지닌 불예측성을 기대하고 논의할 여지는 더욱 좁아진다. 현재 한국의 일부 청년여성의 페미니스트 운동도 신자유주의의 경계를 넘나들며 실천되고 있다는 비판적 평가도 이러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애니 맥클래나한(McClanahan, 2019, pp. 121-123)의 주장, 즉 우리가 얘기해야 할 신자유주의적 주체성은 자신의 인적자본을 계발하는 중산계급이나 전문가계층의 기업가적 주체성이 아니라, ‘불확실하고’, ‘위태로우며’, ‘보장 없는 경제’에 의존해야 하는 ‘잉여적 주체’들이라는 지적은 새겨들을 만하다. 그녀가 지적하는 이 신자유주의적 주체성은 본 연구결과에서 제시한 ‘진짜 먹고 살려고 주식 시작한다’고 하소연하는 청년여성들, 페미니즘이 이 절박한 삶과 연결되어 인식되고 있는 여성들과 아주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고 본다. 물론 그에 대한 판단은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하다. 다만 본 연구진은 20-30대 여성들의 주식실천과 그것을 의미화하는 주식담론이 단순히 신자유주의적 주체 위치로 여성을 안착시키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분리된 영역을 침입하고, 이를 젠더권력 관계에서 사유하며 부단히 페미니즘의 회로로 진입해 여타의 페미니즘 운동과 접점을 만드는 무수한 작은 담론 실천과 행위일 수 있음을 기록하고자 했다. 모든 것이 변화하기에 앞으로 청년여성에 대한 더 많은 후속 연구가 나오길 기대할 뿐이다.

Acknowledgments

이 논문은 2020년 충남대학교 학술연구비의 지원을 받았음.

Notes

1) 이제 일반명사화된 용어인 ‘동학개미’는 1894년 반봉건, 반외세 민중봉기인 ‘동학농민운동’의 ‘동학’과 개인 투자자를 지칭하는 ‘개미’의 합성어이다. 이는 코로나 19로 인해 폭락한 한국 증권시장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한국 대표기업인 삼성전자 주식을 대거 사들여 외국인과 기관들의 대량매도로 야기될 한국 증시의 최악의 사태를 막아냈다는 의미에서 만들어졌는데, 각국 유사어들도 기관들에 맞서는 개인 대중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2) 여기서 청년여성은 20-30대 여성을 의미하며, ‘주식’은 ‘주식투자’, ‘주식행위’, ‘주식실천’과 의미 차이를 갖지 않고 상호교환적으로 사용될 것이다.
3) 2020년 12월 말 기준 총 주식투자자 919만 명 중 여성은 388만 명으로 집계되었으며, 여성주식 투자자는 4년 만에 200% 이상 급증하며 같은 기간 남성 투자자의 증가율 77%보다도 훨씬 높다(김자현, 신지환, 박희창. 2021). 또한 대형 공모주 청약에서도 여성이 7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홍준기, 2021).
4) 신규 주식투자자 70만 명의 수익률 조사결과에 따르면, 40대 여성이 최고 수익률(26%)을 달성했고, 최저 수익률은 20대 남성(3.8%)으로 나타났다(이경은, 2020).
5) 의류나 신발 등 동일 상품 및 서비스여도 여성용이 남성용보다 더 비싼 경우를 가리키는 것으로, ‘성차별가격’이라고도 불린다.
6) 이지현(2019, 16쪽)은 메갈리아 이후 온라인 여성운동을 추적해가는 과정에서 해당 커뮤니티를 2015년 이후 온라인 페미니스트 운동에서 가장 대표적인 세력 중 하나로 분류하고 있다. 또, 여성주의 정보집합체인 ‘페미위키’는 연구대상 커뮤니티를 진보적인 정치성향에 진보적 페미니즘 성격을 띠고, 또한 강한 TERF, SWERF 경향의 래디컬 페미니즘 성향으로 설명하고 있다.
7) 연구자 중 한 명이 이미 해당 커뮤니티에서 10년 넘게 활동하고 있었기 때문에, 해당 커뮤니티의 역사, 정치적 분위기, 성향 등의 배경지식을 충분히 파악하고 있다. 이 커뮤니티의 이름은 익명으로 처리하였다.
8) <악플달면 0000>는 대형 게시판으로 커뮤니티 내 다양한 장르와 주제의 글들을 게재하며, 정해진 양식에 따라 출처 명시, 게시하는 글의 카테고리 명시, 중복 글 금지, 특정 혹은 다수 저격글 금지, 특정 커뮤니티 게시글 스크랩 금지, 분란조장글 금지 등을 규칙으로 하고 있다. 반면, <자유0000>은 게시판 이름 그대로 정해진 제약 없이 어떤 글이든 게재할 수 있다.
9) 주식방은 개별 주식 종목에 대한 구체적 시세와 정보가 교환되는 곳이기 때문에 주식행위에 대한 의미화를 살피기 위한 본 연구목적에 부합하지 않아 분석대상에 제외하였다.
10) ‘개저씨’는 아저씨의 멸칭이며, ‘씹치’는 남성 비하 미러링 용어이다.
11) 현타는 ‘현실 자각 타임’의 줄임말로, 헛된 꿈이나 망상 따위에 빠져 있다가 자기가 처한 실제 상황을 깨닫게 되는 시간을 지칭함.
12) ‘알탕’은 남성 성기를 비유한 은어로 남성들만의 연대를 ‘알탕연대’라고 한다.
13) 투표는 2021년 7월 13일에, 12월 18일 게시글로 올려졌는데, 각각 335명과 181명 참여했다. 첫 투표 시점은 코스피 지수가 한국 역사상 최고점인 3300의 정점(2021. 6. 25)이 약간 꺾인 시점이지만 여전히 주식시장이 좋은 상태이었던 데 반해 12월은 코스피 지수가 3000선이 깨지면서 코스피 하락이 두드러지기 시작한 때였다. 마치 이를 반영하듯, 1차 투표에서 손실에 투표한 사람이 61%였던 것에 비해 12월 투표에서는 67%로 약간 증가했다.
14) ‘한강 이미지’란 죽으려고 한강 간다는 뜻으로 주식투자로 인한 재산탕진을 뜻하며, ‘가즈아’는 앞뒤 재지 않는 남성들의 투기적 투자 태도를 뜻한다.
15) 소확행 소비란 일상에서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느끼게 하는 소비를 말한다.
16) 이를 위해 별도로 ‘망고빙수’를 키워드로 검색한 자료를 모두 분석하였다.
17) 당시 트위터에 다음과 같은 글이 제시되었다. “...구조가 질식시키는 세상에서 (중략) 어느 곳에서는 끊고 힘들어도 자기를 위한 선택을 해야 한다는 말을 몽땅 신자유주의의 악마가 삿된 소리한다고 물리치고 ...(중략) 여자를 구조적으로 몰살시켜버리는 세상에서 우리가 소비하고 싶은 욕망도 만들어진 거라고 그만 하자고 하면 자본주의의 수하라고.” (트위터, 2019. 1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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