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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of Social Science - Vol. 35 , No. 1

[ Article ]
Journal of Social Science - Vol. 35, No. 1, pp. 3-25
Abbreviation: jss
ISSN: 1976-2984 (Print) 2713-9891 (Online)
Print publication date 31 Jan 2024
Received 01 Nov 2023 Revised 14 Dec 2023 Accepted 15 Jan 2024
DOI: https://doi.org/10.16881/jss.2024.01.35.1.3

Bourdieu의 구성적 구조주의와 사회적 장의 동학
정선기
충남대학교 사회학과

Bourdieu’s Constructive Structuralism and the Dynamics of Social Fields
Sun-Kee Chung
Professor of Sociology, Chungnam National University
Correspondence to : 정선기, 충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대전광역시 유성구 대학로 99, E-mail : jsg3763@cnu.ac.kr

Funding Information ▼

초록

Bourdieu의 장 이론은 고도로 분화된 사회의 부분영역들이 구축한 상부구조의 상대적 자율성의 문제를 해명할 수 있는 설득력 있는 분석 모델이다. 그것은 흔히 제기되는 ‘토대반영론’이나 ‘경제환원론’과는 거리가 멀며, 또한 다양한 행위자의 일상적 실천의 문제를 포괄하여 다루지 못한다는 지적도 정당한 비판이 될 수 없다. 장 이론은 ‘사회적 불평등’과 ‘전도된 의식’에 대한 고전적인 문제제기로부터 출발해서 ‘상징 차원의 불평등’과 ‘가치의 제도화’에 대해 주목했던 Weber 사회학의 전통을 이어받고 있다. 그것은 다양하게 분화된 사회의 부분 영역에서 벌어지는 상징적 가치를 둘러싼 경쟁과 투쟁의 작동방식 뿐만아니라 개별 장들의 자율성이 어떻게 강화되고, 그것이 사회적 불평등을 재생산하는 기제로 작동하는가를 설명해 준다. 그것은 장 내의 구조적 특성 뿐만 아니라 장들 간의 관계에 대한 분석의 가능성을 열어줌으로써 (1) 분화된 사회의 부분영역에서 나타나는 ‘상대적’ 자율성에 대한 해명을 제공하고, (2) 계급 개념을 새롭게 정의하여 분화된 사회의 불평등 문제를 분석하는데 기여하며, (3) 사회의 부분영역에서 작동하는 불평등의 재생산 동학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Abstract

Bourdieu’s field theory is a persuasive analytical model that can elucidate the problem of the relative autonomy of a superstructure built by sub-sectors of a highly differentiated society. It is far from the commonly raised ‘base reflection theory’ or ‘economic reduction theory’, and the point that it does not comprehensively deal with the problems from the daily practice of various actors cannot be a fair criticism. Field theory starts from the classic problem-raising of ‘social inequality’ and ‘inverted consciousness’, and continues the tradition of Weber’s sociology, which focuses on ‘inequality at the symbolic level’ and ‘institutionalization of values’. It explains not only how competition and struggle over symbolic values in various differentiated areas of society operate, but also how the autonomy of individual fields is strengthened and how it operates as a mechanism for reproducing social inequality. By opening up the possibility of analyzing not only the structural characteristics within fields but also the relationships between fields, it (1) provides an explanation of the ‘relative’ autonomy that appears in sub-fields of a differentiated society, and (2) by redefining the concept of class, it contributes to analyzing the problem of inequality in society, and (3) helps in understanding the dynamics of reproduction of inequality operating in certain areas of society.


Keywords: Bourdieu, Social Fields, Habitus, Symbolic Struggle, Inequality, Constructivist Approach, Relational Position
키워드: 부르디외, 구성적 구조주의, 사회적 장, 상대적 자율성, 아비투스

1. 서 론

개인과 사회의 관계에 대한 Marx, Weber, Durkheim의 고전적인 문제제기는 오랫동안 사회학의 핵심적인 논점이었고 해명해야 할 중요한 이론적 과제 중 하나였다. 개인을 독립된 실체로 설정하려는 개념적 시도는 빈번히 개인과 사회를 대립적으로 바라보는 이원적 시각에 이르게 되고, 또한 개인의 행위로부터 사회를 설명하려는 이론적 노력도 역시 환원적 논리의 한계에 직면하곤 하였다. 결국 개인과 사회의 관계에 관한 해결되지 않는 이론적 논점은 계속해서 사회학의 대상이 무엇인가에 대한 기본적인 질문을 소환하였다(Elias, 1978). 주지하듯이 Bourdieu의 사회학은 철학적 전통에서 설정하던 ‘주체’에 대한 실체주의적 접근을 거부함으로써 개인과 사회의 관계에 대한 기존의 이원론적 전통을 해체시키는 이론적 시도를 제공한다(Frölich & Rehbein, 2014).

실체주의에 대한 Bourdiue의 비판은 Cassirer와 Bachelard의 계보를 잇는 과학철학적 논의의 전통을 수용한다. 오래 전에 Kant가 강조했던 것처럼, 소위 ‘물자체’로 주어지는 ‘실재’는 결코 모사적인 방식으로 포착될 수 없고, 항상 시간과 공간 범주의 매개를 통한 인간 주체의 종합적인 구성적 과정이다. 비록 Kant의 분석이 정태적인 개념적 범주화에 머무르고 있지만, 학문적 인식의 한계에 대한 그의 비판(Kant, 1974)은 단순한 반영이나 순수 이성을 통해서 대상으로서의 현실에 도달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우리가 독립적으로 존재한다고 오인하는 대상은 항상 주체를 통해서 재구성된 형상일 뿐이며, 그런 의미에서 순수한 실체로서의 대상은 존재할 수 없다.

Bourdieu는 주체와 대상의 관계를 실체적인 대립이 아니라 ‘사유적으로’ 생성하는 관계적 개념화의 과정 자체에 대한 분석을 통해서 해명하려고 시도한다(Frölich & Rehbein, 2014). 인식 주체로서 지식인의 조건과 위치에 대한 Bourdieu의 분석은 단순히 이론적 실천의 한계를 폭로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통찰하는 주체’를 가정하는 Sartre의 실존철학을 비판하면서 동시에 상징적 선험주의에 의존하는 Cassirer의 ‘신화적 주관성’을 넘어서려는 이론적 노력으로 볼 수 있다. 경험적으로 실현되는 실천적 상황을 간과하는 모든 인식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조건과 관련해서 행위 주체의 인지 성향이 설명되어야만 한다. 이론적 인식에 대한 비판은 오직 사회적 발생 기원에 대한 설명과 이해를 통해서만 도달될 수 있다는 것이다.

Bourdieu는 Cassirer의 ‘상징적 형식’과 Durkheim ‘구조주의’ 사이를 가로막던 원초적 분류형식의 벽을 무너트린다. 그는 주관주의와 객관주의 사이의 대립을 극복하기 위해서 Cassirer가 던졌던 ‘학문적 진리의 기초가 정신인가 아니면 사물인가, 아니면 이 둘 사이의 상호작용인가’라는 질문을 새롭게 다시 제기한다. Bourdieu가 보기에, 일상 언어는 실체를 무의식적으로 특권화해서 인지하기 때문에, 상징의 의미나 관계보다는 사물과 상태에 대한 인식으로 오도하는 경향이 있다. 흔히 타고난 차이로 인식되는 사람들의 특징이나 태도는 사실 어떤 자연적인 차이가 아니라 현실에서 다른 특징과의 관계를 통해서만 구별될 수 있고, 또 그러한 구분에 의해서 존재하는 상대적인 특성이다. 그러므로 학문적 연구는 일상의 불투명한 낱말을 매개로 해서 구성되는 실체주의적 물화를 극복해야만 한다.

Bourdieu는 사회세계에 대해서 현상학적 관점을 견지하는 주관주의나 인식론적 객관주의에 머물러 있는 전통적인 구조주의를 모두 거부한다. 그가 보기에 이들은 모두 이론적 관점과 실천적 관점 사이의 차이를 간과하는 치명적인 이론적 약점을 안고 있다. 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주관적인 것의 객관적 진실’(Bourdieu, 1998b)이 해명되어야만 한다. 그것은 바로 (연구자를 포함한) 행위자의 실천적 의식과 더불어 그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구조적 조건에 대한 관계적 설명이 체계적으로 제시되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Bourdieu가 보기에, 전통적인 구조주의는 개념적 구성물을 실체적 구조로 간주함으로써 이러한 관계적 사고를 왜곡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으며, 연구자의 과학적 담론에 스며드는 선(先)과학적인 일상 언어적 구성물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관계의 우선성’에 기초한 구성주의적 구조주의가 필요하다(Bourdieu, 1998a).

Bourdieu의 ‘장(Feld)’ 개념은 구성주의적 구조주의를 체계화하기 위해서 발전시킨 야심적인 이론적 구상이다. 그는 일상의 실천을 관찰하는 ‘현상학적 주관주의’의 한계와 행위의 조건을 제시하는 데만 주력하는 ‘객관주의적 구조주의’의 편향성을 장 이론에 의존해서 극복하려고 시도한다. 그의 장 이론은 초기 알제리 연구에서 출발한 이후, 중기 대표저작인 <구별짓기>(1982)에서 본격적으로 다루어지고, 후기의 저작인 <학문의 장>(1998a), <문학의 장>(1999), <종교의 장>(2000), <정치의 장>(2001), <예술의 장>(2015) 등에서 전면에 등장하여, 아비투스, 권력, 자본, 상징투쟁 등의 개념과 결합되어 설득력 있는 중범위 분석 모델로서 이론적 영향력을 갖게 되었다.

그간 Bourdieu 사회이론에 대한 국내 학계의 수용은 이론적 수준의 논의보다는 <구별짓기>에서 제시하는 사회구조 분석 모델을 경험적으로 검증하는데 초점을 두어왔다. 그의 장 이론에 대한 연구도 ‘학술의 장’(김경만, 2008; 이시윤, 2022), ‘권력의 장’(채오병, 2018), ‘예술의 장’(박정호, 현정임, 2010; 김동일, 2013) 등 일련의 성과를 보여주고 있지만, 그가 다양한 경험적 연구들에서 파편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불명료한 개념들을 도전적인 방식으로 해석하고 검토하면서 성급한 결론에 도달하고 있다. 이러한 후속 연구자들의 어려움은 그가 여타 이론가들과 달리 ‘이론을 위한 이론’보다는 ‘경험 연구를 위한 수단으로서의 이론’을 지향했고, 연구 대상에 따라 그때그때 계속 새로운 개념들을 구성적으로 개발해서 사용했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기도 하다.

이 글의 목적은 선행 연구에서 나타나는 ‘과학합의’(김경만, 2008), ‘학술적 도구주의’(이시윤, 2022), ‘부정자본’(김홍중, 2017), ‘경제적 환원주의’(박정호, 현정임, 2010), ‘토대반영론’(김동일, 2013), ‘메타자본’(채오병, 2018) 등과 같은 일련의 야심적인 개념들과 대결하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전통 사회학의 문제의식에서 장의 개념을 체계적으로 재구성해 봄으로써 Bourdieu가 명시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남겨놓은 불명확한 이론적 부분들의 빈 곳을 들여다보고, 장 이론의 인식론적 기초, 장 모델의 기본적인 구조, 장의 경계, 장들 사이의 관계 등에 대한 질문을 해명함으로써 장 이론에 대한 성급한 환원론적 비판을 경계하고자 한다. 또한 장 개념은 Luhmann의 체계이론과 더불어 고도로 분화된 오늘날 사회의 분석에 유용한 이론적 자원을 제공한다고 평가되지만, 이들 두 이론이 가진 기본적인 문제제기는 상당한 거리가 있으며, 특히 후자의 경우 훨씬 더 고전사회학 전통에 충실하고 있음을 보여줄 것이다.

Bourdieu의 기본적인 질문은 ― Marx가 이미 오래전에 던졌던 ‘사회적 불평등’과 ‘전도된 의식’에 대한 사회학적 질문에 대해 Weber가 ‘상징 차원의 불평등’과 ‘가치의 제도화’ 개념으로 응답했던 것처럼 ― 항상 ‘집합적 오인’이 무의식적으로 초래하는 사회적 불평등의 재생산 문제였다. 이러한 고전적인 사회학의 과제에 대한 그의 프로젝트는 Durkheim이 그랬던 것처럼 일차적으로 ‘계약의 비계약적 요소’에 관심을 두고 철저하게 ‘사회적인 것’을 ‘사회적인 것’으로 해명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Durkheim이 철학과의 대결 속에서 사회학의 정체성을 정초했던 것처럼, 아이러니하게도 철학도로서 출발했던 Bourdieu는 냉정하게 철학적 사유와 대결하면서 자신이 사회학 프로젝트를 완성하려고 노력했다. 그런 의미에서 파편적으로 제시되는 Bourdieu의 장의 이론에 대한 체계적인 재구성 작업은 단순히 그의 사회학 프로젝트가 기초하고 있는 기본적인 관점에 대한 해명을 넘어 장 이론에 대한 성급한 비판이 가지는 오해의 가능성을 드러낼 수 있을 것이다.


2. 관계적 사고와 구성적 구조주의

Bourdieu의 구성적 구조주의는 Bachelard 이후 프랑스 학계의 과학철학 논의와 무관하지 않다. Bachelard는 과학의 발전을 ‘인식론적 단절’의 관점에서 보았는데, 이러한 사유는 Sartre를 포함해서 당시 유행하던 실존주의적 행위철학과 대결하면서 Bourdieu가 자신의 이론적 관점을 발전시키는데 중요한 학문적 논의 환경을 제공하였다. Bourdieu가 Husserl 현상학의 시간과 의미의 개념에 천착하면서 신체의 훈육과 지각 개념에 대한 Foucault와 Merleau-Ponty의 사유를 수용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시대적 담론과 관련이 있다. 그는 ‘생활의 규율성에 기초한 신체’(Merleau-Ponty, 1981) 개념에 의존해서 당시 Althusser를 중심으로 한 맑스주의 구조주의에 대해서는 거리를 두면서, Sartre를 중심으로 한 실존주의적 의식 철학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한다. Bourdieu에게 중요한 것은 신체가 항상 시간적 흐름과 공간적 맥락에서 행위를 수행한다는 점이다.

Bourdieu에 있어 행위자의 개인적인 실천(Praxis)은 어떤 간접적인 지식이 아닌, 사회 세계에 대한 행위자 자신의 직접적인 체험에 기초한다는 사실로부터 출발한다.1) 개인들이 일상에서 직접적으로 경험하는 감각과 지식은 구체적인 시간과 공간의 맥락에서 지속적으로 그들의 행위, 상호작용, 태도 등을 통해서 몸으로 체득된다. 그렇게 체득된 부분은 시간이 지나면서 행위자의 반복적인 경험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체화되어 ‘무의식적으로’ 작동하는 아비투스(Habitus)가 된다. 기존의 주체 중심의 철학이나 주관주의적 사회학은 단지 이러한 행위자의 일차적인 경험과 의식의 내용을 체계적으로 제시하는데 만족한다. Bourdieu가 보기에, 그것은 단지 행위자의 ‘마음의 상태’에 대한 표상적인 설명에 지나지 않는다(Bourdieu, 1987b).2)

중요한 사실은 사람들의 실천 행위가 항상 자신들이 인지하는 것보다 더 많은 의미를 내포한다는 점이다.3) 그러므로 사회학이 행위의 의미를 체계적으로 해명하기 위해서는 행위 당사자들이 실천의 과정에서 직접적으로 인지할 수 없는 그 ‘사회적 의미’를 설명해야만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의 일차적인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그 행위의 ‘조건’(맥락)에 대해서 질문해야만 한다. 물론 이러한 사회학적 질문은 선(先)구성된 사회세계를 직접적으로 수용하는 오류를 극복하기 위해 일상 언어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통해서 이루어져야만 한다. 왜냐하면 생활세계에 대한 분석은 일상적으로 표현하는 언어로 기술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불명확하고, 혼합된 용어나 개념들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학자는 사회세계에 대한 일상적인 의식만이 아니라 그 구성에 사용되는 일상용어에 대해서도 질문을 제기해야만 한다(Frölich & Rehbein, 2014).

사회학이 다양한 실천의 장에서 통용되는 생활세계의 독사(Doxa)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일상성의 재현 수준을 넘어서는 구성주의적인 접근이 요구된다.4) 이를 위해 연구자는 일차적으로 실제 행위자의 의식으로부터 독립적인 ‘관계의 모델’을 구성하는 작업을 해야만 한다. 물론 이러한 이론적 모델의 구성 작업은 전체 연구 과정의 한 단계일 뿐이며, ‘잠정적으로’ 기존 구조주의가 수용하는 객관주의적 접근을 허용해야만 한다. 만일 이때 고전적인 구조주의(Leve-Strauss, 1967)가 전제하는 ‘이론적 인식’과 ‘실천적 인식’ 사이의 불연속성을 인정한다면 ‘이론적으로 구성된 구조’를 ‘실제 행위자와 무관한 객관적 모델’로 간주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이러한 접근은 결국 학문적 활동 자체를 가능하게 하는 실천의 ‘조건’에 대한 질문을 배제함으로써 주관주의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도록 만든다. 객관주의자의 관찰도 주관적인 것이며, 객관주의가 잠정적임을 수용하지 않는 경우 주관주의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5) Bourdieu는 이를 ‘객관주의적 구조주의’가 불가피하게 직면하는 ‘주관주의적 오류’라고 부른다(Bourdieu, 1970).

객관주의가 가지는 주관주의적 오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모든 일상적 실천이 사회세계를 구성하는 요소라는 사실을 전제해야만 한다.6) 이는 학문적 실천도 예외 없이 여타의 일상적 활동과 마찬가지로 사회 세계를 구성하는 하나의 사회적 실천임을 고려해야만 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구성적인’ 이론적 인식의 한계를 간과하는 모든 학문적 태도는 ‘직접적인 인식’에 대한 주관주의적 환상이 아니면 ‘절대적인 인식’에 대한 객관주의적 환상에 빠지게 된다(Bourdieu, 1970). 이 지점에서 연구자는 주관주의와 객관주의의 일방성을 벗어나기 위해 일차 단계에서 배제했던 행위자의 직접적인 ‘경험’을 다시 이론적 구성 작업에 포함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연구자의 실천적 조건을 고려하는 과정은 지식인 중심주의에 기초한 ‘객관주의적 관점’을 벗어나기 위해 불가피한 절차다. 이미 현상학적 사유를 통해서 해명되었듯이, 모든 일상적 실천 행위는 ‘비가역적인’ 시간의 강요 속에서 수행되며, 그 구체적인 실천 행위가 발생하는 시간의 전과 후의 맥락에 의존한다(Heidegger, 1993). 따라서 모든 일상적 실천 행위는 연속적인 시간의 강요에 지배되어, 구체적인 행위 상황 자체의 직접적인 실천적 논리를 가지게 된다. Bourdieu가 보기에, 학문적 실천은 여타의 다른 일상적 실천과는 달리 자체의 고유한 시간 형식과 그에 따른 독특한 실천의 논리를 가진다. 모든 일상적 실천은 일정한 방향의 리듬을 가진 ‘비유예적인 긴급성’에 지배되지만, 학문적 실천은 시간적 긴급성에서 벗어난 3자적 관찰 행위를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Bourdieu, 1970).

학문적 객관성에 대한 빈번한 오해는 ‘시간적 강제로부터 자유로운’ 학문적 실천의 고유한 특성을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운 가치중립적’ 태도를 허용하는 것으로 잘못 생각한 데 있다. 이론적 실천의 ‘학문적 객관성’을 얻기 위해서는 처음 ‘이론적으로 구성한 객관적 구조’와 다음에 ‘관찰된 구체적인 행위의 특성’ 사이의 논리적 연관성을 엄밀하게 재해석하여 체계적으로 해명해야 한다. 사람들의 일상적 행위에서 관찰되는 의식이나 태도에 대한 체계적인 사회학적 해명은 오직 이러한 절차적인 구성적 작업을 통해서만 도달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사회학자는 통계적 수단을 적용한 양적 방법이나 심층면접을 통한 질적인 해석적 기법을 모두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학문적 작업이 예외 없이 개별 행위자의 실천 행위 중 하나라면, 연구자의 실천이 가지는 ‘학문적 객관성’은 어떻게 담보될 수 있는가? Bourdieu에 의하면, 소위 학문적 객관성은 특정 연구자의 재능으로 성취되는 ‘보편적 진리’에 의해서 도달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학문적 진리를 두고 서로 경쟁하는 다양한 실천이 이루어지는 학문의 장의 동학으로 생성된다. 여타의 다른 사회적 장과 마찬가지로 특정한 실천 영역으로서 학문의 장도 학문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일상적 실천을 통해서 생성되는 사회적 영역이다. 즉, 학문의 장은 ‘학문성’의 기준에 대한 끊임없는 논쟁과 패러다임의 변화가 발생하는 사회적 영역이다. 그것은 계속해서 ‘학문’의 의미와 학문적 ‘진리’의 기준 그 자체를 두고 서로 경쟁하는 상징 투쟁의 장이다. 학문적 객관성은 학문의 의미와 기준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학문의 장에서 경쟁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관계’에 의해서, 즉 ‘학문적 실천들의 관계’에 의해서 구조적으로 생성된다(Bourdieu, 1970).

결국, Bourdieu가 말하는 학문적 인식의 조건 또는 한계는 그 인식 형식이 기초하고 있는 해당 사회적 장의 특권으로부터 발생한다. 여타의 일상적 행위는 학문적 실천과 달리 그때그때 시점의 상황에서 실천적으로 필요한 것 이상의 논리가 적용되지 않는다. 즉, 일상적 행위는 시간적 강요 하에서 실천 그 자체로 목적을 실현하는 데 충분하므로 ‘일차적인 경험’ 자체로 자기논리를 관철한다. 그러나 학문적 또는 이론적 인식은 실천의 부담을 면제받은 특권적인 ‘학문의 장’의 조건 하에서 얻어지므로 학문적 진리를 요구할 수는 있지만, 직접적인 실천적 적합성을 주장할 수는 없다. 오히려 학문적 분석은 엄밀한 논리적 적합성을 얻기 위해서 다양한 일상적 실천의 상황적 맥락에서 타당성을 가지는 일상의 경험적 논리와 단절해야만 한다.7) 연구자는 이러한 학문적 실천 행위의 특유한 논리 특성에 대한 성찰을 통해서만 지식중심주의의 오류를 벗어날 수 있다.


3. 장의 구조와 동학

Bourdieu는 장 이론의 아이디어를 1950년대 말 알제리 사회에 대한 경험적인 연구로부터 처음 얻었다고 고백한다(Bourdieu, 1979).8) 그는 프랑스 식민지였던 알제리 Kabyle 원주민 사회를 접하면서 자본주의 본국과 전혀 다른 사람들의 생활양식을 관찰할 수 있었다. 당시 알제리 사회는 외부에서 도입된 자본주의 경제와 여전히 존속하는 전통적인 ‘상징적 경제’가 공존했다.9) 식민지 원주민들의 실천적 선택에서 흥미로운 것은 빈번히 경제적 계산보다 자신들의 명예와 위신을 우선하는 독특한 행위 성향을 보이는 점이었다. 자본주의적인 계산적 행위보다 전통적인 가치를 더 크게 고려하는 원주민들의 실천양식은 Bourdieu에게 호기심을 자극하는 사회학적 주제였다.

Bourdieu가 보기에 당시 알제리의 사회적 환경은 오래전에 Weber가 보았던 독일 엘베강 동쪽 농업 지역의 상황과 유사한 것이었다(Bourdieu, 1979; Frölich & Rehbein, 2014). 타산적 계산을 금하고, 명예를 우선하는 Kabyle 원주민의 행위 성향은 이익산출을 지향하는 자본주의적 행위 기대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는데 장애로 작용하였다. 이는 근대 서구 자본주의가 기독교적 정신세계의 금욕적인 생활양식과 결합해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처럼, 사회의 물질적인 경제적 구조는 항상 문화적 지향과 결합해서만 실현될 수 있다는 Weber의 발견을 지지하는 것이었다(Weber, 1960; Bourdieu, 1979). 자본주의의 경제적 강제에도 불구하고 사라지지 않고 존속하는 ‘상징적 경제’에 대한 관찰은 소위 ‘상부구조의 상대적 자율성’에 대한 연구의 관심을 자극하였고, 자본주의 경제를 포함한 모든 경제적 체계를 일종의 ‘믿음의 체계’로 파악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이르도록 하였다(Frölich & Rehbein, 2014).

Bourdieu에게 알제리 사회에서 관찰되는 ‘비동시성의 동시성’(Weber)은 당시 유행하던 유물론적 경제주의를 상대화할 수 있는 영감을 제공했으며, 그는 계산적 행위지향을 강제하는 물질적 경제 행위와 더불어 문화적인 상징적 가치에 의존하는 실천 행위 역시 독자적인 논리를 가진 또 하나의 경제라는 관점을 정립하였다. 그가 보기에, 전통적인 규범적 가치를 추구하는 Kabyle 주민들의 행위 지향은 결코 비계산적인, 비경제적인 행위가 아니었다. 그것은 오히려 행위 결과의 상징적 가치를 고려한 합리적인 계산적 행위, 또 다른 하나의 경제적 행위임이 분명했다. 비물질적인 문화적 가치에 의존하는 상징적 경제는 결코 실물에 기초하는 물질적 경제로 환원될 수 없는 것이었으며, 자본주의적 경제와 더불어 자체의 독자적인 논리를 가진 또 하나의 경제 영역으로 다루어야 할 필요가 있었다(Bourdieu, 1979; Frölich & Rehbein, 2014).

알제리 사회에 대한 관찰은 Bourdieu가 Weber의 종교사회학을 새로운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Bourdieu가 보기에 Weber 종교사회학의 중요한 공헌 중 하나는 ‘종교적인 것’의 생산과 유통이 물적 경제의 상품 생산과 상대적인 독립성을 가지고 진행된다는 사실에 대한 주목이었다. 즉, Weber는 종교의 영역도 비물질적인 문화적 가치에 기초한 독자적인 경제적 논리를 가진 상징적 경제의 하나로 볼 수 있도록 해 주었다.10) 그에 따라 종교적 실천 행위도 상징적 가치를 가진 상품을 생산하는 일종의 경제적 행위로 규정되고, 종교의 장은 서로 경쟁하는 성직자, 예언자, 마법사가 존재하는 실천의 장으로 개념화할 수 있었다. 종교의 장은 신성한 성물의 생산과 관리를 둘러싼 경쟁에서 권위의 정당성을 두고 상쟁하는 ‘상대적으로 자율적인 실천의 장’이며, 문화적 가치에 기초한 상품을 생산하는 ‘상징적 경제의 원형’으로 볼 수 있다.11)

우선, 기본적으로 사회적 장은 종교적 신앙과 마찬가지로 어떤 문화적 가치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 가치에 기초한 상징적 상품을 생산·분배하는 권한을 두고 상쟁하는 행위자들의 참여가 존재함으로써 생성된다. 장과 관련된 가치와 권위를 두고 경쟁하는 참여자들이 서로 맺고 있는 구분 가능한 범주적 관계가 장의 구조를 형성한다. 그런 점에서 특정 사회적 장의 구조적 특성은 그 장의 경쟁에 참여하는 행위자, 즉 각 구성 요소들이 서로 맺고 있는 관계를 통해서 규정된다.12) 예컨대, 종교의 장에서 성직자는 다른 종교적 행위자인 예언자, 마법사 등과의 관계를 통해서만 구성적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만일 종교의 장에 존재하는 다양한 행위자 유형들을 단순히 유사한 특성에 기초해서 분류한다면, 그들이 가진 어떤 ‘실체적’ 특성에 의존해서 개념화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 경우 주술적 수단을 사용하던 마법사가 점차 ‘성스런 방법’을 통해서 정당한 권위를 가진 성직자로 ― 정통의 권위를 가진 직업인으로 ― 인정받게 되는 이행의 과정을 포착할 수 없다. 사회적 장의 생성과 역사를 동적으로 포착하려면 행위자를 특성에 따라서 분류하는 실체주의를 벗어나야만 한다.13)

다음으로, Bourdieu는 장의 개념을 통해서 그간 대립적인 전통으로 독해되던 Weber와 Durkheim의 사회학을 화해시킨다. 왜냐하면 장 이론은 ‘행위의 의미와 가치의 제도화’에 주목했던 Weber와 ‘집합의식의 구조적 강제성’을 강조했던 Durkheim의 통찰을 결합하여 동적인 분화이론으로 발전해 나가기 때문이다.14) 사회적 장은 전통적인 구조주의가 보여주던 어떤 기능적이고 통일적인 자기 조절의 체계가 아닌 항상 동적인 구조이고, 관계적으로 존재하는 상쟁하는 역동적인 힘의 관계를 통해서 생존한다. 사회적 장의 실천에 참여하는 행위자들의 상쟁은 정당성을 점하기 위한 경쟁만이 아니라 장의 생성과 존속을 가능하게 해주는 경쟁의 규칙 그 자체를 두고도 이루어진다. 이는 종래의 구조주의가 놓쳤던 행위자의 능동적 실천을 고려하면서도 지속적인 구조적 재생산의 동학을 설득력 있게 해명해 준다(Bourdieu, 1993).

<그림 1>과 같이 사회적 장의 게임에 참여하는 행위자들은 권력, 정당성, 상징자본의 소유를 둘러싼 경쟁에서 모든 현재적 그리고 잠재적 경쟁자들을 배제시키려고 노력한다. 예컨대, 종교의 장은 기존의 지배적인 정통의 위치를 점하고 있는 성직자들과 그 권위에 대항하여 새로운 교리를 선포하는 예언자의 경쟁적 상쟁관계를 보여준다. 흔히 정통의 권위를 가진 성직자들은 종교의 장에서 지배적 담론을 방어하려는 보수적인 성향을 가지는 반면에, 예언자는 기존의 정통적 견해와 대립되는 새로운 담론을 관철시키려고 시도하는 변혁적 성향을 보인다. 따라서 종교의 장의 구조는 정통 교의를 지향하는 성향의 행위자 집단과 이단적 견해를 지지하는 혁명적 성향의 행위자 집단의 상호관계에 의해서 형성된다. 전자는 오랜 기간 당연한 것으로 수용되어 보편적인 것으로 인정받아 정당성을 지닌 지배적인 교리를 대변하는 반면에, 후자는 새롭게 등장하여 아직 승인받지 못한 이단적 교리를 주창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이 이단적 교리를 수용해서 당연한 것으로 여기게 되면, 그것은 새로운 정통의 권위를 가지게 된다(Bourdieu, 2000).


<그림 1>  
종교의 장의 구조와 동학

개별 사회적 장들은 ― 종교의 장과 마찬가지로 ― 각기 특성에 따라 고유한 상쟁의 형식이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지만, 기존 지배 집단과 새롭게 패권을 노리는 집단 사이의 기본적인 대립적 관계는 보편적으로 존재한다(Bourdieu, 1993). 이는 어떤 사회적 의미와 상징적 가치를 둘러싸고 정당성을 독점하려는 사회적 경쟁에 참여하는 일단의 행위자들이 존재한다면 언제나 새로운 사회적 장이 생성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어떤 특정한 사회적 장의 생성과 경계의 구획은 해당 장의 내적 동학 그 자체에 의해서 스스로 규정되며, 그런 점에서 어떤 하나의 사회적 장의 범위는 해당 사회적 의미와 가치가 행위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바로 그곳까지라고 말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어떤 사회적 장의 경계는 그 장에서 통용되는 경쟁과 게임의 규칙이 더 이상 효력을 미치지 못하는 바로 그 지점에 그어진다(Frölich & Rehbein, 2014).

사회적 장은 경쟁에 참여하여 투쟁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참여자들의 기본적인 동의를 전제하기 때문에, 어떤 사회적 장이 작동한다는 것은 항상 게임과 경쟁에 참여하는 행위자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상징적 가치가 있는 어떤 무엇이 존재함을 의미한다. 사회적 행위자들은 각각의 장에서 얻게 될 상징적 가치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경쟁에 참여하고, 관련된 장에서 형성된 게임에 대한 집단적 믿음을 재생산하며, 그것을 통해서 게임 그 자체를 영속시킨다(Bourdieu, 1993). 예컨대, 물적 소유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기대가 경제의 장을 형성하듯이, 예술, 학문, 정치, 종교 등에 대한 행위자들의 믿음과 신뢰가 존속해야만 관련된 장이 작동할 수 있다. 결국, 사회적 장은 참여하는 행위자들의 믿음에 의존하며, 그러한 의미와 가치에 믿음이 계속해서 재생산되는 한에서 존속할 수 있다.15)


4. 일루지오와 상징투쟁

Bourdieu는 사회적 장을 생성하고 작동시키는 사회적 가치와 의미에 대한 행위자들의 믿음을 일루지오(illusio)로 표현한다. 일루지오는 어떤 명시적인 원리를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당연하고, 그래서 말이 필요 없고, 항상 사람들이 그렇게 해왔던 것에 대한 암묵적인 믿음을 의미한다(Bourdieu, 1979). 예컨대, 지식인 장의 경쟁에 참여하는 행위자는 암묵적으로 지식인의 불편부당한 행위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공유한다(Bourdieu, 2001). 그러므로 일루지오는 단순한 허상이나 환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일상의 독사(Doxa)와 유사하다. 다만 독사 개념이 주로 일반적인 사회적 억견을 지시한다면, 일루지오 개념은 특정 사회적 장과 관련된 믿음과 이해관심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사회적으로 일루지오가 존재하는 만큼이나 다양한 사회적 장들이 존재할 수 있지만, 그것에 대한 믿음이 없어 장의 게임에 참여하지 않는 행위자들에게는 무의미하고 무가치한 일루지오일 뿐이다(Bourdieu, 1992).

Bourdieu에 따르면, 사회적으로 일루지오를 생성하는 핵심적인 기제는 지속적으로 생활세계의 자명성을 재생산하는 집단적 아비투스(Habitus)다.16) Bourdieu는 알제리 Kabyle 지역의 원주민 아이들이 항상 집단을 매개로 해서 세상을 접하고, 시간과 공간의 관념뿐만 아니라 어떤 초자연적인 것에 대한 두려움조차도 일종의 무의식적인 믿음으로 각인한다는 점을 관찰하였다. 일상에서 다양하게 수행되는 집단의 의례적 실천, 어법, 격언, 담론 등은 그 사회와 결합된 집단적인 열광이나 기대되는 반응, 즉 아비투스를 생성하는데 기여하였다. 그런 점에서 Husserl이 말하는 ‘순수의식’이란 애초 불가능하며, ‘세계의 의미에 대한 의식의 주관적 명증’은 오직 ‘사회화를 통해서 체화된 객관적 동의’, 즉 아비투스에 기초해서 통용성과 정당성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17)

아비투스는 사회적 장의 일루지오를 생성하는 일상적 실천에서 경험하는 전통을 내화하고 육화함으로써 형성된다. 일상의 반복적 경험을 통해서 체화된 전통은 그 자체로 자명하고 당연한 것이 되기 때문에 굳이 공공연하게 언급될 필요가 없다. 그것은 스스로 완성되고 논의되지 않기 때문에 암묵적으로 작동하는 폐쇄된 의례의 세계를 창출한다. 그래서 전통적 관습이란 처음에는 그 자체가 다양한 대답 중 하나였을 뿐이라는 사실이 희석되어 말없이 모든 구성원의 생각을 반영한 보편적이고 자명한 것으로 수용되고, 정당성에 대한 ‘질문’에서 벗어나 당연하게 주어진 세계로 존재하게 된다. 주체는 사람이 아니라 세계 자체이므로 그것은 의문이 없는 자연스런 것이 되어, 더 이상 소유를 둘러싸고 발생하는 집단들 사이의 갈등과 상쟁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예술의 장에 대한 Bourdieu의 분석은 그것이 사회적으로 형성된 예술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일루지오가 어떻게 예술의 의미를 수용하는 사람들의 아비투스를 생성하는지 잘 보여준다. 예술의 장은 상품의 효용성에 관심을 두는 경제의 장과 달리 사회적으로 생성된 ‘예술을 위한 예술’의 미학적 의미와 가치에 기초해서 작동한다. 소위 ‘진정한’ 예술이란 경제적 효용성에 대한 무관심에 기초하기 때문에, 예술의 장에서 상업적 성공이란 곧 세속적인 유행과 대중에 영합하는 것이며, 오히려 세속적인 경제적 실패가 예술의 원칙에 충실한 ‘선의지’로 해석될 수 있다. 예술 활동에 대한 사회적 인정은 상업적 이익을 포기함으로써 획득될 수 있다.18)

예술의 장의 생산 논리는 세속적인 경제적 효용성을 부정하고, 상징적인 예술적 가치에 의존하는 소위 ‘반(反)경제적 경제’에 기초한다(Bourdieu, 1999). 예술의 생산은 경제적 효용성에 대한 부정을 통해서 또 다른 하나의 독자적인 경제 논리를 획득한다. 회화, 조각, 소설 등 다양한 예술적 형식으로 생산되는 작품들은 ‘순수한’ 상징적 의미를 가진 작품으로 뿐만 아니라 일종의 ‘상품’으로 인식되는 이중의 경제적 속성을 가진다. 상품가치와 예술작품이라는 예술적 생산물이 가지는 상호 배타적인 이중의 의미는 예술의 장의 구조와 작동 방식을 규정하는 핵심적인 기제다(Bourdieu, 1999).19) 그러므로 예술가들은 단기적인 경제적 이익을 거부하면서 예술의 상징적 가치를 추구하고, 그렇게 축적한 상징적 가치를 장기적인 경제적 이익으로 전환할 수 있다. Bourdieu는 자원의 유형을 ‘상징자본’ 개념으로 포착한다(Bourdieu, 1999).20)

<그림 2>와 같이 작품의 생산이 상업적 가치를 겨냥하느냐 아니면 순수한 상징적 가치를 지향하느냐에 따라 예술의 장에서 경쟁에 참여하는 행위자들은 상호 대립하고 상쟁한다. 이 두 개의 대립적 이해관심으로부터 두 개의 상이한 예술적 생산 활동의 원칙이 발생하고, 예술의 장의 기본적인 구조가 생성된다(Schwingel, 1995). 즉, 예술 생산의 장은 경제적인 영향력이 유의미하게 작용하는 대량생산의 장 ⓑ와 여타의 경제적 관심을 배제하고 오직 예술적 순수성의 원리가 작동하는 제한생산의 장 ⓐ라는 두 개의 대립적인 하위 장이 생성된다. 대량생산의 원칙이 지배하는 예술 생산의 장 ⓑ에서는 작품의 예술적 가치보다 경제적 이익을 위해 다수의 대중을 향한 대량의 생산과 소비를 추구한다.21) 반면에 예술적 의미를 추구하는 제한생산의 장 ⓐ에서는 단지 소수의 추종자들에게 인정받는 것으로 만족하는 선도적인 예술가들의 작품이 위치한다. 이 장에서는 소비자의 관심이나 판매 부수가 아닌 작품 자체의 순수한 예술적 명성이 성공을 좌우한다.22)


<그림 2>  
예술 생산의 하위 장과 권력

제한생산의 하위 장 ⓐ는 경제와 세속적 성공으로부터 자유롭고, 예술적 가치에 대한 평가에 더 밀접한 관련이 있다. 물론 진정한 예술가도 상업적인 성공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단지 우연한 결과일 뿐이고, 예술을 통해서 금전적 이익을 추구하면 안 된다. 제한생산의 장은 대중의 선호가 아닌 비교적 소수의 예술 동료들과 평론가 같은 전문가들에 의해서 질서가 주어진다. 그 과정에서 대학의 교수나 평론가는 평가 위원회의 성원으로 예술성을 평가하는 법정의 역할을 한다. 그들로부터 예술적 가치에 대한 인정을 받으면 특정 작품은 선별된 고품격 예술의 표준으로 학교의 공식적인 교과목에 수용되는 최종적인 성공에 이르게 된다(Bourdieu, 1999).

대량생산의 하위 장 ⓑ는 상업적 실패가 곧 재능이 없다는 평가로 나타난다. 독자나 청중이 없는 예술가는 곧 실패한 예술가로 평가된다. 작품의 가치는 시장에서의 상업적 성과로 확인되며, 평론가들은 단지 그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을 뿐이다(Bourdieu, 1999). 반면에 제한생산의 장에서는 상업적으로 실패한 예술가들에 대해서도 ‘실패를 당한’ 사람과 ‘실패를 의도한’ 사람을 구분한다. 상업적 추구에도 불구하고 실패한 작품에 대해서는 어떤 가치도 부여하지 않고, 경제적으로는 물론 예술적으로도 실패한 것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만일 그것이 의도한 상업적 실패라면, 의도적인 거부의 결과로 해석되고, 작품은 동료들로부터 인정을 받는다. 그런 예술가는 ‘세계의 일상적 강요로부터 벗어나 형식적인 실험에 몰두하는 하는 순수한 사람’으로 평가받으며 그의 작품은 전위적인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 인정을 받는다(Bourdieu, 1999).23)

<그림 2>의 예술의 장 Ⓐ 내에는 ‘순수 예술’에 의존하는 제한생산의 하위 장 ⓐ와 ‘상업적 성공’이 지배적 원리로 작동하는 대량생산의 장 ⓑ는 서로 ‘예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를 둘러싸고 대립하면서 경쟁한다. 제한생산의 장 ⓐ는 예술이란 오직 순수한 미학적 가치에 근거해서 평가되어야 한다는 ‘예술을 위한 예술’의 원리를 강조하는 데 반하여 대량생산의 장 ⓑ는 작품이 가치는 일차적으로 외적인 ‘대중성’의 원리에 따라 결정된다. ⓐ는 예술의 장의 독자적인 논리에 의존하기 때문에 자율성이 강한데 반하여 대량생산의 장 ⓑ는 외부의 상업적 가치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독립성이 약하다.

예술생산의 하위 장 ⓐ와 ⓑ의 상이한 위계화의 원리와 대립은 단순히 ‘예술’의 정의를 둘러싼 경쟁 이상을 의미한다. 사용가치를 둘러싼 경쟁이 작동하는 경제의 장과 마찬가지로 예술의 장은 상징적 가치를 둘러싼 집단 사이의 대립과 경쟁이 작동하는 실천의 영역이다. 제한생산의 하위 장 ⓐ는 예술적 가치가 동료들에게 인정받을 때 달성될 수 있기 때문에 장의 질서는 자율성에 기초해서 작동하는 ‘내적 위계화의 원리’에 의해서 독립적으로 처리된다.24) 반면에, 대량생산의 하위 장 ⓑ는 작품에 대한 평가가 예술성이 아닌 경제적 유용성이나 정치적 인정과 같은 세속적 성공이나 사회적 인식에 의해서 결정되기 때문에 장의 질서는 ‘외적 위계화의 원리’에 의존한다. 따라서 대량생산의 하위 장 ⓑ는 제한 생산의 하위 장 ⓐ에 비해 권력의 장 Ⓑ에 의한 자율성 침해를 더 경험한다.

‘예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개념적 정의는 단순히 용어 사용의 문제에 멈추지 않는다. 작가의 예술성에 대한 승인은 작품의 상징적 가치를 높이기 때문에 경제자본과 마찬가지로 현실적인 이해관계와 관련된 경쟁의 결과이다. <그림 2>는 제한생산의 하위 장 ⓐ에서 전개되는 집단 간의 상징 투쟁은 이미 권력의 위치를 점하고 있는 정통 예술가와 새롭게 권력의 위치를 노리지만 아직 승인받지 못한 이단적 아방가르드 예술가 사이의 경쟁을 보여준다. 소위 정통 예술가는 이미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는 위계의 구조가 자신들의 특권적 위치를 보증하기 때문에 기존의 질서를 보존하는데 관심을 둔다. 이들은 새로운 세대의 예술가들이 주장하는 이단적 예술의 이념을 반대하면서 기존의 정통으로 확립된 예술의 이념과 입장을 보존하려고 노력한다. 반면에 새롭게 상승하려고 도전하는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은 자신들이 생산하는 예술의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 기존 예술 개념과 대립하는 새로운 예술의 이념을 개발하여 무장하고 정당성을 둘러싼 투쟁을 전개한다.25)


5. 사회적 분화와 자본의 기능

Bourdieu는 60년대 프랑스 교육체계가 어떻게 사회적 불평등을 재생산하는 기제로 작동하는가에 대한 연구(Bourdieu & Passeron, 1971)에 이어 대표저작 <구별짓기>(Bourdieu, 1982)에서는 소유한 자본의 크기와 구성적 특성이 어떻게 공간적으로 계급과 생활양식을 ‘상동적인 위치’를 구조화하는가를 보여준다. 그의 사회 불평등 연구는 계급 재생산 모델을 통해 전통적인 계급의식 연구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동시에 계급의 존재를 비판하는 ‘개인화 테제’(Beck, 1986)에 대한 반증의 논거를 제공한다. 초기 알제리 사회연구에서 이후 프랑스 사회의 연구에 이르기까지 Bourdieu의 기본적인 관심은 어떻게 사회의 질서가 재생산되면서 집단적 불평등을 지속시키는가에 대한 Marx와 Weber의 고전적인 문제의식을 계승하고 있다.

사회적 장에 대한 Bourdieu의 연구는 <구별짓기>에서 가졌던 계급의 재생산에 대한 문제의식의 연속선상에 있다. 시간 변수를 배제하고 순수하게 논리적 객관화를 통해서 구성한 이론적 구조와 일상에서 경험적으로 표출되는 생활양식의 상동성을 제시하는 그의 ‘공간 모델’은 계급 재생산 이론으로서의 설득력을 보여준다. 이론적으로 구성된 ‘사회경제적 위치의 공간’과 경험적으로 조사 관찰하는 특징을 통해서 구성되는 ‘생활양식의 공간’ 사이의 관계는 ‘아비투스’ 개념을 통해서 설명된다. 아비투스는 기존 계급의식 연구가 가지는 지식인 중심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무의식적’ 실천으로서의 집단적 또는 계급적 취향을 설명할 수 있도록 해준다.

장 이론에서 나타나는 ‘자본’, ‘실천’, ‘아비투스’, ‘무의식’, ‘상징투쟁’, ‘상대적 자율성’ 등과 같은 주요 개념은 사회의 부분 영역에서 발생하는 불평등 구조의 성격과 재생산 문제를 분석하기 위한 이론적 장치들이다. 장의 개념은 공간 모델과 달리 어떻게 사회적 질서가 가치와 의미의 분화를 통해서 형성되는 다양한 사회의 영역에서 참여하는 행위자의 실천을 통해서 재생산되는가를 해명해 준다. 사회적 장의 질서는 다름 아닌 참여자들의 경쟁과 상징투쟁을 통해서 형성되며, 경쟁적 투쟁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한 관련 장의 불평등 구조는 변화를 겪으면서 지속적으로 재생산된다. 그가 ‘자본’ 개념을 경제자본, 문화자본, 사회자본, 언어자본, 상징자본 등과 같이 확장하여 다양하게 사용하는 이유 역시 분화된 가치 영역의 불평등 문제를 포착하고, 상이한 의미에 기초해서 작동하는 부분 영역의 내적 동학을 해명하는 데 있다.

Bourdieu가 <구별짓기>에서 보여주는 ‘사회적 공간’ 모델이 전체 사회의 정태적인 계급 구조를 보여주는 것이라면, ‘사회적 장’ 개념은 분화된 사회의 다기한 부분 영역에서 참여자들의 실천이 초래하는 사회의 동학을 포착하려는 이론적 모델로 이해할 수 있다. <구별짓기>는 ‘공간’과 ‘장’의 개념에 대한 친절한 설명을 제공하지 않지만, 후기에 가면서 점차 개별적인 사회적 장, 즉 예술의 장, 지식인의 장, 권력의 장 등과 같은 부분영역에 대한 더 많은 연구로 관심을 기울인다.26) 물론 이러한 후기의 작업들은 Bourdieu의 주된 관심이던 분화된 사회의 불평등을 재생하는 구조적 동학을 포착하려는 노력으로 이해할 수 있다. 개별 사회적 장에 대한 연구는 <구별짓기>에서 제시한 통일적인 사회구조 모델을 통해서 접근하기 어려웠던 가치의 불평등한 배분과 계급 실천의 동학에 대한 설명을 노리고 있다.27)

Bourdieu는 일련의 후기 연구에서 어떻게 다양한 사회적 장에서 ― ‘지식의 장’, ‘문학의 장’, ‘종교의 장’, ‘정치의 장’, ‘예술의 장’ 등 ― 특정 아비투스가 생성되고, 그것이 자본의 불평등한 배분에 영향을 미치는가를 분석한다. 그에 따르면 장의 구조와 집단의 권력관계는 장의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실천을 통해서 생성되며 동시에 장에서 무엇이 가치가 있는지를 결정한다. 그는 이렇게 규정된 ‘가치 있는 것’은 불평등한 배분을 초래하는 ‘자본’ 개념으로 표현된다. 그런 점에서 자본은 어떤 개인적인 재능, 즉 개인적인 특성이 아니라 사회적인 특성, 즉 아비투스에 체화된 사회적인 능력이다. Bourdieu는 이렇게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모든 자원들을 ‘자본’ 개념으로 포섭한다. 예컨대, 기업가나 관리자는 단순히 개인적인 재능이 뛰어나서 되는 것이 아니며, 전자는 경제자본, 후자는 문화자본으로 대학의 학위가 필요하다.28)

Bourdieu는 알제리 사회에서 ‘성’, ‘연령’, ‘신분’ 등의 범주들이 초래하는 사회적 차별과 불평등에 주목하면서, ‘명예’와 ‘특권’이 주는 사회적 불평등을 강조했던 Weber의 관점을 수용했다. 그는 ‘상징자본’ 개념을 발전시켜 신분적 요소가 경제적 차원을 넘어 초래하는 구조적 불평등의 문제를 포착하고, 이를 통해 명예의 사회구조적 기능을 해명하려고 노력하였다. 또한 그는 상류 가정 출신의 아이들이 자라면서 접하는 지배적인 문화에 대한 친밀성이 좋은 학교를 졸업하고 최고 학력을 취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보면서 ‘문화자본’ 개념을 개발하였다. Bourdieu는 사회의 부분 영역에서 발생하는 구조적 불평등을 포착할 수만 있다면 어떤 새로운 자본 개념도 허용한다. 그는 오랜 연구 과정에서 자본의 종류와 기능에 대한 이론을 발전시켰으며, 그의 자본 개념은 귀납적 논리로 구성된 경험연구를 위한 수단이었다.

자본 개념은 ①‘아비투스와 장의 관계’뿐만 아니라 ②‘개별 장들 사이의 관계’를 분석하는데도 기여한다. 그것은 각각의 자본 유형이 행위자의 개인적인 속성이 아닌 상이한 장에서 아비투스와 결합되어 효과를 가지는 사회적 속성으로 다루어지기 때문이다. ①의 경우, 예컨대 예술의 장은 어떤 예술작품의 가치가 다른 예술작품과 관계에 의해서 규정되는 배치(위치)의 공간이다. 여기에서 예술작품의 가치는 항상 다른 작품과의 관계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서로 경쟁적 관계에 있다. 이러한 장에서 상호작용하면서 행위자들은 서로의 위치와 성향을 관계적으로 규정하는 미학적 태도, 즉 아비투스를 체화한다. 이러한 아비투스로서의 미학적 태도는 장의 경쟁에서 행위자에게 기회를 제공하며, 새롭게 도전하는 예술작품의 생산은 예술의 양식, 미학적 태도에서 기존 작품들에 대한 연속, 추월, 단절의 형식으로 나타난다(Bourdieu, 1999).

②의 경우, 예술의 장의 지배적인 예술양식보다 더 높은 상징적 위치를 얻기 위해 도전하는 새로운 양식, 새로운 아비투스의 예술가는 불가피하게 일정한 경제자본이 필요하다. 예술의 장에서 아방가르드 예술의 위치는 생산 활동을 통해서 상징자본을 축적할 수는 있지만, 생활에 필요한 물질적인 소득을 기대할 수는 없다. 그런 점에서 새롭게 예술의 장의 경쟁에 진입하는 도전적인 예술가는 상업적 성공을 무시하면서도 물질적 궁핍이 없이 자율적인 예술 활동을 하면서 생활할 수 있어야만 한다. 물질적 궁핍으로부터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경제자본은 전위적인 예술 생산의 기본적인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29) 경제자본을 소유한 사람만이 오랜 기간 대중적 취향에 반하는 예술적 작품을 생산하면서 예술의 장에서 이루어지는 정당성을 둘러싼 투쟁에 참여할 수 있다. 이러한 역설은 경제를 무시하는 예술가의 선택이 이율배반적으로 경제적 조건에 의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업적 성공을 부정하는 도전자가 성공할 가능성은 사전에 소유하고 있는 경제자본에 의존하며, 그런 점에서 예술의 장에서 경제적 이익으로 변환될 수 있는 상징적 이익은 이미 경제적 전제조건과 결합되어 있다.

경제의 논리는 예술 생산의 장의 내부까지 침투한다(Bourdieu, 1999).30) 경제자본에 의존하는 물질적 자립은 단순히 순수 미학에 대한 상업적 관점의 문제가 아니라 예술 일반이 사회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근본적인 조건이다(Bourdieu, 1999). 이는 경제의 장이 어떻게 예술의 장의 자율성을 침해하는가에 대한 설명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전체 사회와 부분적인 특정 장과의 관계를 드러내 준다. 경제의 장 또는 정치의 장에서 활동하는 행위자는 그 자본에 기초해서 지배 영역을 다른 여타의 장에까지 확장할 수 있다. 하지만 예술의 장에서는 가장 인정받는 예술가조차도 예술적 특권을 다른 장으로 전이시키기 어렵다. 오히려 외적 위계화의 원리가 지배하는 하위 장은 외부에 의해서 자율성을 침해당하며, 특히 상업적 성공이 지배적인 원리로 작동하는 대량생산의 하위 장은 경제의 장의 직접적인 영향 아래 있다. 예술의 장의 대행자는 권력의 관계에서 경제의 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피지배적인 위치에 자리한다(Bourdieu, 1999).

Bourdieu 확장된 자본 개념은 전체 사회의 전체의 구조적 공간과 부분적인 소(小)세계들로서의 장들 사이의 관계를 더 세밀하게 들여다 볼 수 있도록 해준다. 그것은 복잡하게 분화된 사회에서 나타나는 상이한 장들 사이의 관계뿐만 아니라 불평등의 재생산 문제에 대한 구조적 분석을 가능하게 해준다. 사회의 개별 장들에는 항상 권위의 정당성을 둘러싼 투쟁이 존재하고, 바로 이러한 항시적인 경쟁적 상쟁을 통해서 개별 장들은 스스로를 재생산하면서 존속한다. 그런 점에서 권력을 둘러싼 투쟁은 사회의 모든 다양한 부분 장들을 가로지르는 보편적인 실천의 형식이다. 또한 권력의 장은 여타의 장들과 다른 실천의 영역이지만 사회를 전체적으로 연결하는 복잡한 구성물이다. 상대적 자율성을 구축하고 상징자본을 축적한 다양한 사회적 장들은 제도적으로 인정된 권력을 획득하기 위해서 경쟁하며, 이러한 상쟁과 투쟁은 메타 장으로서의 국가라는 권력의 장을 생성시킨다. 메타자본31)을 소유하는 권력의 장은 다양한 사회적 장들을 가로지르는 일종의 ‘메타 장’의 기능을 수행하며, 다양한 개별 장들이 소유한 자본의 크기와 유형의 격차는 권력의 불평등으로 나타날 수 있다.32)


6. 결 론

Bourdieu의 장 이론은 전체 사회에 대한 거시적인 분석보다 부분사적 접근을 통해서 사회의 제도적 폭력을 폭로했던 Faucault의 연구 전략을 상기시킨다. Bourdieu가 보기에 <구별짓기>에서 수행했던 공시적인 거시적 구조 분석은 그 이론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고도로 분화된 오늘날 사회의 구조적 변동과 불평등의 재생산 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를 제공해 줄 수 없는 한계를 가지는 것이었다. 그가 보기에 상이한 가치에 기초해서 다양하게 소세계로 분화하여 ‘상대적 자율성을 구축한’ 부분 영역들의 구조적 변동의 특성과 불평등의 재생산 문제를 체계적으로 다루기 위해서는 그에 대한 적절한 접근 전략이 필요했다. 그런 점에서 장 이론은 처음부터 분화된 사회의 변동과 불평등의 재생산 문제를 다루기 위한 구성적 분석 모델이었으며, 흔히 예술의 장에 관한 연구들이 주목했던 장이 기초하고 있는 가치의 특성 문제는 부차적인 것이었다.

Bourdieu는 종교를 신앙이 아니라 사회적 기능의 관점에서 보았던 Durkheim을 따라 종교나 예술을 그 자체의 의미가 아니라 철저히 추상화하여 사회적으로 형성된 상징적 가치의 측면에서 접근한다. 즉 종교, 예술, 학문, 정치 등 제도화된 다양한 사회적 가치들은 ‘선험적인 어떤 것’이 아니라 모두 ‘사회적으로 형성된 어떤 것’이며 따라서 사회적 기능의 관점에서 접근해야만 한다. 또한, 그는 ― Weber의 종교사회학으로부터 영감을 얻어 ― 상이한 가치에 기초해서 분화되어 상대적 자율성을 구축한 사회의 부분 영역들의 동학을 분석할 수 있는 장 모델을 개발하고, 그것을 통해 사회의 다양한 장들이 서로 다른 사회적 의미와 가치에 기초해서 생성됨에도 유사하게 보여주는 ― 정통과 이단, 보편과 특수, 고급과 저급 등과 같은 ― 대립적 아비투스의 관계적 구조를 포착할 수 있었다. 예컨대, ‘진정한 예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개념적 정의를 둘러싸고 예술의 장에서 벌어지는 상징 투쟁도 결국 정통과 이단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종교적 논쟁과 다르지 않은 것이었다.

Bourdieu의 장 이론이 겨냥하는 것은 일차적으로 ― Weber가 오래 전에 제기했던 ― 상징 차원의 불평등 문제이며, 가치의 제도화를 통해서 다양하게 분화된 사회의 영역의 불평등과 그 재생산 문제를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는 설득력 있는 이론적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그것은 상징적 가치를 둘러싸고 사회의 부분영역에서 벌어지는 경쟁이 어떻게 해당 장의 자율성을 강화하고, 사회적 불평등을 재생산하는 기제로 작동하는지 분석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그런 의미에서 장 이론은 개인 행위자를 제외했던 Luhmann의 체계이론과 달리 대립적인 아비투스가 생성하는 사회적 불평등의 재생산 문제를 다룰 수 있는 이론적 가능성을 열어주었다(정선기, 2018). 또한 장 이론은 경제와 정치의 체계적 식민화에 주목했던 Habermas와 유사하게 경제자본과 제도적 권력이 사회적 불평등의 재생산에 미치는 효과를 관찰하면서 자신이 경제와 권력 변수를 지나치게 일반화시킨다는 지적을 기꺼이 감수한다.

Marx가 제기한 ‘상부구조의 상대적 자율성’ 문제는 Weber와 Gramsci를 거쳐 Luhmann과 Bourdieu에 이르기까지 사회학의 오랜 과제였다. Bourdieu의 장 모델은 고도로 분화된 사회의 상부구조가 가지는 ‘상대적’ 자율성을 해명할 수 있는 설득력 있는 분석 도구를 제공한다. 그것은 흔히 제기되는 ‘토대반영론’이나 ‘경제환원론’과는 거리가 멀고, 그것이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행위자의 일상적 실천의 문제를 포괄하여 다루지 못한다는 지적도 정당한 비판이 될 수 없다(이상길, 2021, 251-290쪽). Luhmann이 ‘개인’을 사회의 ‘환경’으로 설정하고 관찰의 범주에서 제외함으로써 체계이론을 구축하듯이(정선기, 2017) Biourdieu도 아비투스의 관계적 구조에 기초해서 개별 장에서 수행하는 실천의 복잡성을 축소한다.

개별 장은 하나의 보편적인 원리로부터 도출되지 않지만 행위자의 실천에서 나타나는 구체적인 모습에서 구조적 유사성이 나타난다. 장의 권력 관계의 중심에는 정통을 지향하는 기존의 아비투스 집단이 위치하고, 주변에는 기존의 관계를 전복시키려는 야심과 능력을 가진 새로운 아비투스 집단이 있다. 사회적 장의 지배와 권력 관계는 각기 이러한 행위자 집단들 사이의 참여적인 투쟁을 통해서 변하고, 새롭게 형성된다. 이러한 장의 권력 관계는 끊임없이 변하면서 재생산되는 지배와 불평등의 구조를 드러내 준다. 이러한 관점은 기존의 계급이론적 접근의 사회 불평등 연구에 대한 비판적 함의를 제공한다.

첫째, Bourdieu의 구성적 구조주의는 기존의 사회 불평등의 연구의 객관주의를 비판한다. 그는 이론적으로 구성된 계급구조가 진리를 두고 경쟁하는 학문의 장에서 발생하는 상징투쟁의 과정이자 잠정적인 결과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기존의 계급 연구가 범하는 객관주의적 오류는 이론적으로 구성한 계급 모델을 실재하는 계급(집단)으로 보는 과도한 주관주의로부터 기인한다. 인식의 확장은 연구자의 구성적인 학문적 실천을 통해서 가능하지만, 어떤 학자의 놀라운 개인적 역량에 의해서 어떤 보편적 진리가 발견되는 것이 아니다. 학문적 ‘인식의 지평’은 학문의 장에서 경쟁하는 연구자들의 경쟁적 상쟁을 통해서 높아지며, 주관주의의 오류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구성적인 연구 행위 자체를 대상화해야만 한다. 기존의 계급연구는 이러한 학문적 구성 작업 자체를 대상화하지 못함으로 인해서 불평등의 재생산 기제에 대한 발생론적 해명을 제공하지 못한다.

둘째, 장 이론은 지식인 중심주의를 벗어나 구체적인 집단으로서의 계급을 새롭게 정의하고, 분화된 사회의 불평등 문제를 해명하는데 기여한다. 장 이론은 기존의 ‘동시적으로 접근하는’ 거시적 계급 구조 모델과 달리 ‘통시적인 접근을 통해서’ 개별 사회적 장의 형성과정을 발생론적으로 설명한다. 이러한 접근은 학문의 장에서 수행되는 학문적 실천 행위를 대상화하여 ‘객관주의의 주관주의적 오류’를 극복한다. 장 이론은 일상적 실천에서 생성되는 ‘집단적 무의식’으로서의 아비투스를 해명함으로써 기존의 계급의식 연구가 빠지는 ‘주관주의적 객관주의의 함정’을 벗어난다. 그것은 아비투스가 어떻게 사회적 장의 참여자에게 자본 소유의 기회를 주고, 위치를 보존하고, 개선하는 데 기여하는가를 해명함으로써 ‘혁명적 실천’을 강조하는 기존 계급이론의 편향성을 극복한다.

셋째, 장 이론은 어떻게 장의 구조가 사람들의 일상적 행위에 의해서 재생산되는가를 보여줌으로써 사회의 부분영역에서 작동하는 불평등의 재생산 동학에 대한 설명을 제공한다. 사회의 변동과 불평등의 재생산은 정치나 경제의 장뿐이 아니라 여타의 다양한 사회적 장에서 행해지는 사람들의 일상적 실천 과정에서 실현된다. 사람들은 일상에서 다양한 사회적 장에 참여하고, 장의 경쟁에서 자신이 가진 것이 최선이 되도록 노력하며, 관련된 장의 규칙까지도 변화시키려고 시도한다. 이러한 의식적(무의식적) 일상적 행위는 지속적으로 장의 질서를 재생산하면서 동시에 변화시킨다.

Bourdieu의 프로젝트는 Marx가 제기했던 사회의 불평등 문제에 대해 Weber가 대응했던 방식으로 해답을 제시한다. 그는 초기 알제리 사회의 관찰에서 프랑스 사회의 분석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사회의 질서와 불평등의 재생산 문제를 다루면서, 문화적 요소가 사회 불평등 구조의 재생산에 어떻게 기여하는가에 대한 중요한 이론적 해명을 제공했다. 그는 어떻게 사람들의 일상적 활동을 통해서 사회의 질서와 불평등 구조가 지속적으로 재생산되는가에 대한 중요한 이론적 성과를 생산했으며, 그 중심에는 아비투스, 자본, 실천, 계급, 생활양식 개념과 더불어 장 이론이 존재한다. 장 이론은 사회의 질서와 불평등의 재생산 문제에 대한 경험적 분석 모델로 개발한 것이며, 다기하게 분화된 사회의 부분 영역에서 작동하는 영예, 지위, 권력을 둘러싼 상징투쟁의 작동방식을 포착할 수 있는 유용한 이론적 장치다. 그것은 자본과 권력 개념을 통해서 집단적 경쟁이 생성하는 상대적으로 자율적인 개별 장 내의 구조적 변동과 장들 사이의 관계에 대한 분석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Notes
1) Bourdieu는 실천(Praxis)을 맑스주의가 주장하는 ‘의식적인 혁명적 행위’로 보지 않고, 다양한 일상적 행위(Tätigkeit)까지도 포괄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따라서 그의 실천 개념은 사람들의 다양한 일상적인 의식·무의식 행위를 모두 포함한다(Bourdieu, 1979).
2) ‘사람들이 생각하는 세계는 그들이 사는 세계가 아니기 때문에’(Bachelard, 1993), 과학적 인식은 일상적 언어와 생활세계의 자연스런 독사(Doxa)와의 단절을 통해서만 가능하다(Bourdieu, 1970).
3) 행위자들은 실제 실천의 상황에서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에 대해 완벽하게 인지하고 행동하는 것이 아니다(Frölich & Rehbein, 2014).
4) Bourdieu는 ‘실천이성’과 ‘이론이성’ 개념을 구분함으로써 사회의 다양한 장들을 생성하는 실천적 행위들과 학술의 장을 형성하는 이론적 실천의 특징적 차이를 설명한다. 그의 이론적 실천 개념은 얼핏 Luhmanan의 2차 질서의 관찰과 유사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이 ‘이론적 아비투스’와 결합된 실천이라는 점에서 서로 상이하다.
5) 구성적 관찰의 ‘주관성’에 대한 Bourdieu의 강조는 현상학의 ‘지향성’ 개념과 연관되어 있다. 구성적 구조주의에 기초하는 또 다른 Luhmann의 체계이론도 모든 관찰은 ‘맹점’을 가지며, 그로부터 기인하는 관점의 차이는 ― 의사소통 과정에서 ― 체계 수준의 창발성을 생성한다고 강조한다.
6) Bourdieu는 철저하게 ‘사회적인 것’은 ‘사회적인 것’으로 설명되어야만 한다는 Durkheim의 방법론적 명제를 따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7) 왜냐하면 학문적 실천은 일상적 행위와는 달리 ‘시급성’과 ‘강제성’을 면제받는 대신에 엄격한 논리적 규칙의 지배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Bourdieu, 1970).
8) 처음 ‘장’의 개념은 물리학의 자기 이론에서 전하 작용을 나타내는 용어로 사용되었다. 장(Feld) 개념을 사회과학에 적용한 연구자는 Cassirer의 문하생이었던 Lewin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물리학에서 사용하는 ‘전자기적 힘’ 개념에 의존해서 자신의 형태심리학(Gestaltspychologie)을 발전시켰다(Lewin, 1982). 그는 게슈탈트 심리학의 전통에서 ‘행위자’를 상이한 힘이 작용하는 ‘위상학적 공간에서의 위치’에 두고, 관계적 공간의 힘이 개별 행위자들에게 작용하면서 장의 존재와 경계를 결정하는 것으로 보았다. 그의 ‘심리적 장’의 개념에 따르면 특정 장 내의 어떤 부분의 상태는 항상 다른 여타의 부분에 의존하기 때문에, 특정 행위에 대한 연구는 항상 그 장의 공간 개념에 기초해서 다양한 상호관계를 다루어야만 한다(Lewin, 1982). Bourdieu가 말하는 사회적 장의 개념도 Lewin의 심리적 장의 개념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행위자를 규정하기 위해서는 항상 실천의 관계적 공간의 구조를 재구성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야만 한다.
9) Bourdieu는 알제리 사회에서 보았던 선물의 교환과 같은 상호작용을 특권, 명예, 신용 등과 같은 ‘상징적 가치’를 교환하는 일종의 경제적 거래 행위로 봄으로써 경제 개념을 확장시켰다(Bourdieu, 1992).
10) Bourdieu 스스로 언급하듯이 ‘사회적 장’의 개념은 Weber의 종교사회학으로부터 영감을 얻은 것이다(Bourdieu, 1979).
11) Weber의 종교사회학은 사회의 질서와 불평등의 재생산 문제를 다루기 위해 개발한 장 모델의 ‘원형’을 제공할 뿐이다. 그것은 상이한 가치에 기초해서 구축된 종교, 예술, 학문, 교육, 유행 등과 같은 다양한 사회의 부분 영역들을 분석할 수 있는 개념적 모델을 제공한다. 이는 개별 장들이 기초한 가치의 내용을 추상화하여 복잡성을 제거함으로쎠 얻어진 결과물이다. 그런 점에서 장 모델은 개별 장들이 기초한 가치를 내용적 분석을 위한 개념적 도구가 아니다. 장 모델을 가치와 연계해서 비판하는 입장들은 주로 예술의 장과 관련한 연구들에서 나타나는데(김동일, 2013; 박정호, 현정임, 2010), 그들은 Bourdieu가 ‘예술의 자기 신성화가 무의식적으로 검열하고, 은폐하는 경제의 객관성이 실제 예술의 장을 지배하는 보이지 않는 심급이라고 주장’한다고 이해하면서 장 이론을 ‘반경제적인 경제적 환원주의’라고 규정한다(박정호, 현정임, 2010, 112쪽). 앞으로 3장과 4장의 논의를 통해서 이와 같은 비판이 가지는 ‘경제’ 개념의 불명료성과 장의 ‘상대적 자율성’ 문제에 대한 논리적 비약이 드러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12) Cassirer(1957)에 따르면 실재를 구성하는 요소들의 특성은 요소들 그 자체나 본질로부터 도출되는 어떤 것이 아니다. 장 이론은 근대적 과학이론이 제공하는 ‘관계’ 개념에 의존해서 실증주의적 ‘실체’ 개념을 해체시킨다. 이는 장의 요소들은 단지 서로에 대해서 맺고 있는 관계를 통해서만 구성요소로 포착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13) ‘장’의 개념은 행위자들 사이의 객관적 관계를 가정하면서 동시에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역사적으로 변화하는 행위자의 특성을 설명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이러한 행위자 특성은 참여하는 장에서 해당 행위자의 상대적 위치의 차이를 통해서 구분되기 때문에 경계가 분명하다(Frölich & Rehbein, 2014).
14) Weber는 기존 종교의 영역이 상대적으로 자율적인 다양한 가치의 영역들로 분화되는 근대 사회의 변동에 주목하는데, Bourdieu는 이러한 현상에 대한 통찰을 새롭게 해석한 장 이론으로 독자적인 사회분화의 이론을 제시한다(Frölich & Rehbein, 2014).
15) Bourdieu의 장 이론은 Luhmann의 체계이론과 마찬가지로 실체주의를 벗어난다(정선기, 2017). 하나의 사회적 장은 행위자들이 활동하는 실천의 공간일 뿐만 아니라 어떤 무조건적 믿음(illusio)에 기초한 상징적 의미의 공간이다.
16) 예컨대, 축구의 사례에서 아비투스는 재능이라고 불리는 게임의 감각을 의미한다. 축구 선수는 다음에 공이 올 곳 그리고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게임의 운영에서 허용되는 것과 여러 가지 책략도 알고 있지만 모두 ‘의식적으로’ 인지되는 것은 아니다. 그는 행동을 신체적으로 통제하며, 자신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알고 있어도 그것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축구 선수가 다른 모든 스포츠를 잘할 수는 없는 것처럼 신체를 무의식적으로 통제하는 체화된 아비투스는 관련된 장에서만 통용의 가치를 가진다(Bourdieu, 1982).
17) 행위자의 아비투스에 기초한 주관적 명증성은 ‘본질적인 것이란 스스로 자명하기 때문에 의문의 여지가 없이 작동하는 것’으로 나타난다(Bourdieu, 1982).
18) 예술의 장은 독자적인 미학적 가치에 근거한 상징적 의미와 논리를 생성시킨다. 따라서 온전히 미학적 진정성에 바쳐지지 않고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은 신뢰를 잃는다(Bourdieu, 2015).
19) 예술의 장의 자율성은 그것이 어느 정도까지 실제로 ‘자기준거적으로’ 작동한다는 사실에서 드러난다. 예술작품은 일차적으로 다른 예술작품을 지시하며, 자체의 독자적인 생산의 장으로 나타난다. 예술은 ‘예술’에서 시작되며, 흔히 자신과 대립하는 예술에서 비롯된다(Bourdieu, 2015).
20) Burdieu는 다양한 사회적 장에서 생성되는 가치의 재생산과 불평등한 분배를 포착하기 위해서 Marx의 고전적인 ‘자본’ 개념을 확장하여 경제자본, 문화자본, 사회자본, 상징자본 등 다양한 자본 유형을 언급한다(정선기 2011, 154-161쪽). 박정호, 현정임(2010), 김동일(2013)의 예술의 장에 대한 연구는 장 이론의 구성주의적 전략과 자본 개념의 기능에 대한 불명료한 이해를 보여준다.
21) 예컨대, 문학 분야는 높은 출판 부수와 상업적 성공을 가져다주고, 연극의 영역에서는 큰 청중의 관심을 동반한다. 이 대량 생산의 장에서는 문학상이나 예술상을 수여하는 대학 또는 아카데미 같은 예술 평가기관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율적이다. 상업적 성공이 최우선적인 관심사이고 일차적인 위계적 질서의 원리로 간주된다.
22) 예컨대, 문학의 경우에는 복잡한 형식으로 생산하는 실험적인 시와 같이 적은 부수의 출판을 수반한다. 매우 천천히 정선된 작품만이 수용된다. 이 예술을 위한 예술 생산의 장에서는 소위 ‘진정한’ 문학이나 예술만이 고려되며, 위대한 문학의 거장이나 회화 작품은 생전에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오랜 시간이 흐른 사후에 예술가로서의 명성을 얻을 수 있다.
23) 대량생산의 하위 장에서 전형적인 모습은 인기 있는 인물의 전기 작가로서 활동하는 기자나 단기간에 수백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할리우드 영화감독과 같은 사람들이다. 비록 두 개의 하위 장이 서로 계속해서 경쟁을 하더라도 그들은 대립적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고, 서로를 제약한다. 순수예술과 상업예술의 위치들 사이의 투쟁은 장의 기능 방식의 기본적인 전제이자 효과인 믿음의 생산과 재생산에 결정적으로 기여한다(Bourdieu, 2015).
24) ⓐ재한생산의 하위 장의 수직축은 예술적 가치에 대한 승인에 의해서 위계가 주어진다. 수직축의 가장 상단에는 정통으로 승인된 예술가가 자리하고, 장의 하단에는 아직 인정을 받지 못한 예술가들이 위치한다. 이들은 서로 ‘예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를 두고 대립하면서 경쟁한다.
25) 예술의 장에서 새로운 사람들의 이단적 위치는 과거의 정통적 배치를 단순히 복사나 모방이 아니라 미학적인 혁신으로 바꾸는 것이다. 지배적인 규범과 단절을 추구하는 새로운 아방가르드는 계속해서 기존의 것을 극복하도록 강요한다. 게임에서 배제되지 않으려면 장의 역사적 성과를 동원해서 장을 변혁할 수 있어야 한다. 예술의 장에서 새롭게 정당화되기 위한 정통과의 단절은 모든 이전의 단절을 함께 성찰해야만 한다(Bourdieu, 2015).
26) Bourdieu는 사회가 전체적으로 통일적인 방식이 아니라 상이한 기능과 목적을 가진 다양한 영역으로 구분될 수 있다고 보았고, 이미 1960년대에 장의 개념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지만, 1970년대까지는 체계적으로 다루지 않는다.
27) 초기에 관심을 두었던 정태적인 전체 사회 구조 모델이 후기에는 점차 분화되어 사회적 장들 사이의 상동성과 상이성 관계에 대한 동적인 분석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Rehbein, 2016).
28) Bourdieu의 자본 개념은 기존의 경제적인 개념과 구분된다. 그것은 모든 형식의 사회적 행위의 축적된 노동을 의미한다. 따라서 사회적 행위에 요구되는 모든 자원은 자본으로 기능할 수 있다. 모국어의 습득도 자본의 축적을 의미하며, 축구선수의 신체 또는 재능도 자본이다. 역시 박사학위 또는 유복한 가족성원도 자본이며, 아비투스조차도 일종의 자본이다(Bourdieu, 1993).
29) Bourdieu는 Flaubert의 소설미학에 대한 Satre의 관점을 비판하면서 예술의 창조성을 개인이 아닌 장의 관점에서 해명한다. 예술의 장에서 예술가는 계속적인 갱신의 압력을 받기 때문에 결국에는 더욱 더 많은 단절과 그래서 불가피하게 단순화에 이른다. 예술은 오직 예술에만 관련되고, 오로지 ‘예술’이라는 목적을 충족시키는 것만이 아니라 또한 예술 그 자체에 반하는 형식을 갖춘다.
30) Bourdieu의 장 연구는 상부구조의 ‘자율성’이 아닌 ‘상대적 자율성’을 해명하는 작업이며, 상징자본과 경제자본과의 관계 분석을 ‘경제환원론’으로 규정하는 것은 성급한 결론이다. Luhmann의 체계이론은 그 논리적 정합성에도 불구하고 체계와 환경의 개념적 분리를 통해 부분체계들 사이의 관계에 대한 ‘지시’를 배제하고, 중심과 주변의 구분에 기초해서 부분체계 내에서 작동하는 집단적 경쟁과 권력관계를 포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닫아 버린다.
31) ‘메타자본’은 자본에 대해 권력을 행사하는 특수한 속성의 자본이다(채오병, 2018, 229쪽).
32) 개별 장들이 인정받은(제도화된)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서 경쟁하는 권력 장에서 국가는 메타자본을 소유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메타 장’으로 나타난다(채오병, 2018, 229쪽). 국가의 특성에 대한 이러한 시각은 사회적 질서와 국가의 정당성이 중간 단체(조직)의 규범을 매개로 해서 확보된다고 보았던 Durkheim의 조합주의(Corporatism)를 상기시키고, 시장(경제)과 국가(정치)가 관철시키는 영향력에 대해 주목했던 Habermas의 사유와도 유사성을 보인다(정선기, 2011; Habermas, 2009).

Acknowledgments

이 연구는 충남대학교 학술연구비에 의해 지원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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