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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of Social Science - Vol. 33 , No. 2

[ Article ]
Journal of Social Science - Vol. 33, No. 2, pp. 379-400
Abbreviation: jss
ISSN: 1976-2984 (Print)
Print publication date 30 Apr 2022
Received 28 Feb 2022 Revised 31 Mar 2022 Accepted 15 Apr 2022
DOI: https://doi.org/10.16881/jss.2022.04.33.2.379

재난안전 대응체계에 관한 네트워크 분석: 감염병 재난대응을 중심으로
최낙혁 ; 최슬기
가천대학교
감사원 감사연구원

Network Analysis of Emergency Management System: Case of Infectious Disease Disasters
NakHyeok Choi ; Seulki Choi
Gachon University
Audit and Inspection Research Institute
Correspondence to : 최슬기, 감사원 감사연구원 연구관,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 112, E-mail : skchoi1717@gmail.com
최낙혁, 가천대학교 행정학과 조교수(제1저자)

Funding Information ▼

초록

본 연구의 목표는 재난안전 대응체계를 진단하고 정책적 시사점을 제시하는 것이다. 다양한 재난 유형 중에서 현재 우리사회가 겪고 있는 COVID-19 펜데믹 상황을 감안하여, 감염병 재난을 분석대상으로 설정하였다. 분석 자료는 감염병예방법과 위기관리 표준매뉴얼이고, 이를 분석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문헌연구와 네트워크 분석을 선택하였다. 분석결과 감염병예방법의 네트워크에는 주로 질병관리청, 지방자치단체, 의료인 등이, 표준매뉴얼 네트워크에는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단체 등이 중심성이 높은 행위자인 것으로 분석되었다. 그런데 재난대응에 필수적인 정부 기관 간, 정부와 민간 간의 협력적 연결관계가 구체적으로 나타나지 않는 문제도 발견되었다. 이러한 분석결과는 우리나라의 감염병 재난대응 체계가 재난위험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명령-통제 체계로 구성되어 있는 한계를 노정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Abstract

This study evaluated the emergency management system and presented its policy implications. Among the various types of disasters, the infectious disease disaster was set as the analysis target considering of the COVID-19 pandemic. The analysis data were obtained from the Infectious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Act and the emergency management manual. The analysis methods were literature research and network analysis. As a result of the analysis, the KCDC, local governments, and healthcare workers were central actors in the network of the act. In addition, the Ministry of Health and Welfare, the KCDC, the Ministry of Public Administration and Security, and local governments were identified as central actors in the standard manual network. On the other hand, the cooperative relationship between government agencies and the collaborative relationship between the government and the private sector, which are essential for disaster response, were not described specifically. These analysis results suggest that Korea's infectious disease disaster response system still faces the limitations of being composed of an order-control system despite the changes in emergency management.


Keywords: Infectious Diseases, Disasters, Emergency Management, Networks, Cooperation
키워드: 감염병, 재난, 위기관리, 네트워크, 협력

1. 서 론

현대사회는 사회구조적 변화, 기술적 진보, 기후 변화 등의 복잡한 환경변화로 인한 재난의 위험에 직면해 있다. 과거 자연재해에 국한되어있었던 재난과는 달리 사회의 복잡성으로 인하여 다양한 사회재난이 발생하고 위험성과 위험의 형태도 다양하게 나타난다. 최근 우리 사회가 2년 넘게 겪고 있는 COVID19 펜데믹과 같은 감염병 재난이나 다국가적 신종재난 문제가 그 사례이다.

정부정책의 집행의 성공을 위해서는 항상 기관 간 협력은 중요한데(O’Toole, L. & Montjoy, R., 1984). 재난관리 역시 마찬가지다. 복잡한 재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단일한 행정기관의 역량으로는 부족하고, 사회의 다양한 행위자들 간의 협력적 네트워크가 중요하다. 재난의 원인이 다양해진 이유도 있겠지만, 재난 영향의 전파 양태가 다변화되고 있고 다양한 취약계층이 위험에 노출되어 복합재난 형태로 위험이 증폭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협력적 재난대응 태세는 법규와 지침으로 마련되어 있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을 중심으로 다양한 법체계를 갖추고 있고, 분야별 재난에 대해 각 행정부처가 주무기관의 역할을 나누어 담당하고 있다. 또한, 매뉴얼을 작성하여 재난 위기를 관리하고 대응하는 기준으로 삼고 있다. 따라서 법규와 매뉴얼을 분석해보면 국가의 재난안전 대응체계를 진단할 수 있는 것이다.

재난안전에 대해서는 행정실무자 뿐만 아니라 학계도 다양한 진단과 대안을 제시하면서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 중에서 재난안전 관리체계를 연구한 사례도 많다(이정일, 2010; 이재은, 2014; 조민경 외, 2015; 최재명, 2018). 특히, 네트워크 접근방법을 활용하여 행위자(기관) 간의 실제 협력관계를 분석한 연구도 꾸준히 발표되고 있다(류상일, 남궁승태, 2011; 이소정 외, 2017; 서인석, 이동규, 2014; Jung et al., 2018).

그런데 본 연구는 그간 선행연구에서 다루지 못한 부분을 탐구하고자 하였고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가지고 있다. 첫째, 최근 펜데믹의 영향으로 감염병에 대한 관심은 많지만 법률과 매뉴얼을 직접적으로 분석한 연구는 거의 없었다. 본 연구는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재난안전 관리체계를 검토하여 정리하고, 구체적인 사례로 감염병 재난을 분석대상으로 선택하여 분석하였다. 둘째, 법률과 매뉴얼의 주요 내용을 문헌연구 방법으로 기술하는 한편, 규율되어 있는 기관(행위자) 간의 관계를 네트워크 접근법으로 분석하여 특징을 설명하였다. 셋째,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현재 나타난 네트워크의 특성의 문제점과 정책적 시사점을 제시하였다.

본문에서는 재난안전 관리의 의미와 관리체계의 개요를 정리하였고, 선행연구를 검토하였다. 이후 감염병 재난안전 대응체계에 대한 내용분석과 네트워크 분석을 실시하여 특성을 기술하고, 결론을 통해 문제점과 정책적 시사점을 제시한다.


2. 이론적 논의 및 선행연구
1) 재난안전 관리의 개념

“재난안전관리”는 법률적, 학문적, 실무적 측면에서 개념을 구분할 수 있다. 첫째, 법률적 측면의 재난안전관리는 재난관리와 안전관리로 구분하여 설명된다. 재난안전법 제3조는 “재난관리”를 재난의 예방·대비·대응·복구를 위한 모든 활동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동법은 “안전관리”의 의미를 재난 등 각종 사고로부터 인간의 생명·신체 및 재산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모든 활동이라 설명한다.

<표 1> 
재난안전관리 4단계
단계 내용
예방 평상시 재난 발생 위험을 감소시키는 예방활동
대비 재난발생을 가정하여 재난시 수행할 제반 사항을 사전에 준비하는 활동
대응 재난이 발생시 대처하는 활동으로, 응급대책 및 구조, 구급활동 등을 포괄하는 활동
복구 재난 이전 상태로 회복하기 위한 복구활동

둘째, 학계의 논의는 재난안전관리를 명확하게 구분하지는 않지만, 관련 개념을 연구자별로 개념을 조금씩 다르게 규정하고 있다. 변성수(2017)는 재난안전관리를 “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생명 및 재산을 보호하고 안전을 확보하고 재난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행해지는 일련의 모든 활동”으로 설명한다. 이훈래(2015)는 재난관리체계를 “각종 재난을 예방하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재난 위험 시설의 안전관리와 재난발생에 따른 신속한 초동대응으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행정체계”라 설명한다. 재난관리를 광의와 협의로 구분하는 논의(김태일, 2014; 현석환, 2015)에 의하면, 광의의 재난관리는 재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수행되는 모든 제반활동을 의미하므로, 재난 사전·사후(예방(완화)-대비-대응-복구)에 수행하는 재난관리의 모든 단계 활동을 지칭한다고 볼 수 있다. 협의의 재난관리는 재해발생 이후 대응과 복구과정에서 수행하는 활동으로서, 유관 기관의 자원을 관리하고 조직 간의 원활한 협력을 통해 체계적인 지휘체계를 구성하여 인적·물적 피해를 최소화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셋째, 실무적 차원의 재난안전관리의 의미는 미국 연방재난관리청(Federal Emergency Management Agency: FEMA)을 참고하여 설명할 수 있다. FEMA는 위기관리 측면에서 재난안전관리를 전반적으로 통할한다. 즉, 위기관리의 의미에 대해 위험에 대한 취약성을 완화시키고 재난대응을 위한 체제(framework)를 창출하기 위한 관리기능(managerial function)이라고 설명한다.

위 논의에서 알 수 있듯이, 법령에는 재난관리와 안전관리의 의미가 구분되어 있지만, 현실에서는 재난과 안전의 개념을 상호 배타적으로 구분할 수 없다. 또한, 부실한 위기관리로 발생한 안전사고가 대형재난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구의 관점에서 재난관리와 안전관리를 구분할 실익도 없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재난관리와 안전관리를 포괄하는 개념으로서 재난안전관리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이를 재난·안전사고와 관련한 모든 위험이나 위기로부터 신체와 재산의 안전을 확보하는 모든 활동의 체계적 관리라 규정한다.

2) 재난안전 관리체계 개요
(1) 재난안전관리 관련 법체계

재난안전관리 관련 법률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자연재해대책법」, 「민방위 기본법」, 「소방기본법」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이하 ‘재난안전법’)」은 국토와 국민을 각종 재난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하여,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관리체계 및 활동, 기타 제반 사항 등이 규정되어 있는 법률이다. 과거에는 인적재난 중심의 재난관리법(1995년)으로 분야별 개별적 재난에 대응하였으나, 재난의 양상이 다원화되면서 자연재난과 사회재난을 포괄하는 법령의 통합화가 필요하다는 논의에 따라 재난안전 관리의 기본법이 제정되었다. 즉, 과거의 재난관리는 자연재해와 인적재난으로 구분하는 단편적인 접근이었다면, 이 기본법을 계기로 자연재해와 국가기반체계(에너지·통신 등)의 마비 등으로 인한 피해도 모두 재난의 범위에 포함하여 통합적 관리를 시작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관리체계 역시 개편하였는데, 중앙사고대책본부가 과거에는 주무부처에 설치되었으나 이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로 변경하여 행정안전부에 설치하였고, 대신에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주무부처에 설치하는 등 국가재난관리체계를 정비하였다.

「자연재해대책법」은 과거 풍수해대책법이 전부개정된 것으로, 재난안전법에 수록된 자연재난 내용뿐만 아니라 자연재난의 세부 유형에 따른 내용이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다. 「민방위 기본법」은 전시, 사변 등 비상사태나 국가적 재난에 대응하여 주민 생명과 재산 보호를 목적으로 1975년에 제정되었다. 민방위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 민방위대의 설치·조직·편성·동원 등에 관한 사항이 규정되어 있다.

「소방기본법」은 “화재를 예방·경계하거나 진압하고 화재, 재난·재해, 그 밖의 위급한 상황에서의 구조·구급 활동 등을 통하여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을 보호함으로써 공공의 안녕 및 질서 유지와 복리증진에 이바지”하는 것을 주요 목적으로 2004년에 제정되었다. 과거에도 소방법이 있었으나, 소방 관련 모든 사항이 추상적으로 규율되어 있어서 원활한 소방 활동에 제약이 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따라 분야별 규정을 마련하는 한편, 기본법으로서 「소방기본법」을 별도로 규정한 것이다.

이외에도 <그림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각 행정기관과 정책사업에 따라 관련 법률이 복합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해양수산부의 해안지역방재사업, 국토교통부의 시설물안전관리, 보건복지부의 재난지원의료서비스, 고용노동부의 산업안전정책 등 다양한 정책사업별로 소관 법률이 마련되어, 복합적인 재난안전 관리체계가 운영되고 있다.


<그림 1> 
재난안전 관련 법체계(예시)

출처: 한국지방행정연구원(2018) 수정



(2) 재난안전 관리체계의 연혁

우리나라 재난안전 관리를 위한 조직을 보면, 정부출범(1948년) 시기에는 내무부가 주무부처로서의 역할을 담당하였다. 이후 약 30년간(1961년-1991년)은 재해시설 복구 중점을 두고 건설부가 중심기관으로 기능하였다. 1991년부터는 내무부가 주무부처 기능을 회복하면서 민방위관리를 함께 담당하였고, 2003년 사회적 참사 이후에는 소방방재청이 설립(2004년)되어 재난 업무체제의 일원화, 정책심의 및 총괄조정기능 강화, 현장대응 체제 강화 등의 정책목표를 담당하였다.

최근에는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국민안전처가 출범하여, 소방과 해경을 통합하고 재난·민방위·방재·비상대비 관련 기능을 통할하기 시작하였다. 국민안전처 조직은 2017년 7월 이후 행정안전부 내 재난안전관리본부(차관급)로 전환되어 재난관리 업무의 전반적인 기능을 담당하고 있고, 소방기능은 독립외청인 소방청으로 이전되었으며, 해경기능은 해양수산부로 이관되었다.

(3) 재난안전 관리의 주요 행위자

재난안전 관리체계는 재난안전법에 따라 총괄기관, 책임기관, 주관기관, 긴급구조기관, 긴급구조지원기관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 총괄기관은 행정안전부이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수행하는 재난안전 관리 업무의 총괄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담당한다(법 제6조). 둘째, 책임기관은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지방행정기관, 공공기관, 공공단체 및 재난관리의 대상이 되는 중요시설의 관리기관 등을 의미한다(법 제3조 5). 셋째, 주관기관은 “재난이나 그 밖의 각종 사고에 대하여 그 유형별로 예방·대비·대응 및 복구 등의 업무를 주관하여 수행하도록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관계 중앙행정기관”을 말하며(법 제3조 5의 2), 대통령령(재난안전법 시행령 제3조의 2)에 따라 재난 및 사고유형별로 담당 주관기관이 규정되어 있다. 넷째, 긴급구조 기능은 소방청 및 해경이 수행하는데, 육상 재난은 소방조직(소방청·소방본부·소방서)이 담당하고, 해양 재난은 해경조직(해양경찰청·지방해양경찰청·해양경찰서)이 역할을 맡는다. 다섯째, 긴급구조지원기관(법 제3조 7)은 “긴급구조에 필요한 인력·시설 및 장비, 운영체계 등 긴급구조능력을 보유한 기관”을 지칭하며, 대통령령에서 구체적 사항을 열거하고 있다.

(4) 재난안전관리의 거버넌스

재난안전법은 재난안전관리 거버넌스로서 안전관리기구가 규정되어 있고, 여기에는 중앙안전관리위원회와 재난안전대책본부가 포함된다. 우선, 중앙안전관리위원회는 국무총리소속으로 재난 및 안전관리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기 위해 설치된다(법 제9조). 국무총리가 위원장을 맡고, 중앙행정기관 또는 관계 기관·단체의 장이 위원이 되며, 간사는 행정안전부 장관이 맡는다. 위원회의 주요한 심의 대상으로는 “① 재난 및 안전관리에 관한 중요 정책에 관한 사항, ② 국가안전관리기본계획에 관한 사항, ③ 재난 및 안전관리 사업 관련 중기사업계획서, ④ 투자우선순위 의견 및 예산요구서에 관한 사항” 등이 있다(법 제9조).

한편, 재난안전대책본부는 중앙 단위와 지역 단위로 구분하여 운영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재난안전법에 의하여 대규모 재난의 대응·복구와 관련된 업무를 총괄하고 조정하기 위해 설치된다(법 제14조). 중대본의 소속은 행정안전부이고, 본부장과 차장을 두는데. 일반적인 재난은 행정안전부 장관이 본부장의 권한을 행사하지만, 범정부적 차원의 통합대응 등이 필요한 재난상황에서는 국무총리가 본부장을 맡는다. 중대본의 주요 기능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대규모 재난의 대응·복구 등에 관한 사항을 총괄·조정하고 필요한 조치”를 수행하는 것이다(법 제14조). 구체적으로 실무반의 편성이나 중대본 상황실의 설치와 같이 효율적 대응체계 수립 관련 업무를 담당하면서, 관계 재난관리책임기관의 장에게 행정·재정적 조치 요청, 직원 파견 요청, 기타 필요한 지원 요청 등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법 제15조). 지역 단위에서는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가 설치되는데, 해당 관할 구역에서 재난의 수습 등에 관한 사항을 총괄·조정하고 필요한 조치를 수행한다(법 제16조). 광역자치단체장(시·도지사)은 시·도재난안전대책본부를, 기초자치단체장(시장·군수·구청장)은 시·군·구재난안전대책본부를 설치한다(법 제16조). 지역대책본부의 장은 해당 지역의 자치단체장(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이 맡는다.

사고수습기구도 중앙과 지역으로 나누어 설치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재난안전법은 재난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 재난상황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재난을 수습하기 위해 재난관리 주관기관의 장이 중앙 및 지역사고수습본부를 설치하고 운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법 제15조의2).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재난관리주관기관에 설치하고 해당 기관이 운영한다. 수습본부의 장은 해당 재난관리 주관기관의 장이 맡고, 지역사고수습본부를 설치하는 경우 장은 수습본부장이 지명한다.

3) 선행연구 검토
(1) 재난관리의 두 가지패러다임

재난관리를 어떻게 접근하고 대응할 것인가의 문제는 패러다임의 변화로 설명되기도 한다. 전통적 재난의 유형인 자연재해는 비교적 명료한 원인과 영향 분석을 통해 기존의 행정체계로 대응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러나 재난의 유형이 다양화되고 사회구조의 복잡성이 증대되면서 초대형 복합재난과 같은 위험이 도래하는 경우가 많다(이재은, 2012). 이와 같은 복합재난과 고도화된 위험에 대비·대응하기 위해 재난관리의 패러다임 전환이 요구된다.

재난관리의 패러다임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명령과 통제(command and control) 패러다임으로, 이것은 계층화된 전통적 관료주의에 입각하여, 강력한 규제를 통한 재난을 관리하는 것이다. 신속한 명령과 관리, 통합적 자원관리를 추구하는 활동을 통해 신속한 대응에 효과적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권한과 책임의 중앙집중화와 맞춤형 위험전략이 부재할 수 있다는 단점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재난안전 관리체계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중심으로 명령과 통제 패러다임에 의해 권한이 상위조직에 집중되는 위계구조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김은성 외, 2009).

<표 2> 
재난관리 패러다임의 비교
구분 명령과 통제 협력적 거버넌스
행정철학 관료주의 거버넌스 이론
관리방식 강력한 규제 조정과 협력
조직-위험 규모 조직 > 위험 조직 < 위험
권한 및 책임 최고의사결정기구 공유된 권한 및 책임
위험유형 통합형 관리 -
관리단계 복구 복구와 예방
신뢰 - 개인 간 신뢰
과학철학 과학적 실증주의 탈실증주의
주요 활동 신속한 명령과 관리, 통합적 자원관리 참여, 협력
장점 신속한 대응에 효과적 위험의 복합화와 대형화에 대비, 사회적 지능 활용, 자원확보의 효율성
단점 권한과 책임의 중앙집중화, 고비용, 다양한 위험에 대한 맞춤형 위험전략 부재, 비정부부문의 자발적 참여 부재 책임성 부여 어려움, 위험규모가 클 경우 조정 및 의사소통 어려움, 위험관리의 적시성 부족
출처: 김은성 외(2009)의 내용을 재구성

둘째, 협력적 거버넌스(collaborative governance) 패러다임은 비계층적 관계를 가진 여러 조직 간의 협력을 의미한다(김용상, 심익섭, 2016). 협력적 거버넌스는 조정과 협력의 관리 방식을 채택하여 공유된 권한 및 책임을 통한 문제해결을 추구한다. 협력적 거버넌스가 원활하게 작동되면, 계층제적 조직이 가진 문제점인 이해관계 조정의 어려움이나 서비스 전달의 비효율성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원소연, 2013). 재난관리 역시 다양한 행위자로 인한 이해관계가 얽혀있으므로 정부 내·외부의 다양한 조직(행위자)들의 참여를 통한 상호작용과 협력이 효과적인 대응방식이 될 수 있다(Agranoff & McGuire, 1998).

(2) 재난안전 관리체계에 관한 연구동향

재난안전 관리체계에 대한 선행연구는 법령 내용중심의 문헌분석과 관리체계 상의 행위자들 간의 관계를 분석한 네트워크 연구로 구분 가능하다.

먼저, 문헌분석 연구들은 재난안전 법령을 분석하거나 관련 문헌을 통한 사례를 분석하였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2017)의 연구는 산업안전 관련 법령의 내용을 정리하여 재난안전 관리 거버넌스의 특징을 분석하였는데, 구체적으로 법규 내용을 비교하여 상호 논리적 모순 및 규정 미비 등의 취약점을 지적하였다. 한국행정연구원(2017)도 재난관리체계상 위기경보제도에 대한 사례분석을 실시하여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곽창재 외(2016)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제도를 비교분석하여 협력적 재난대응체계를 연구하였다. 이처럼 전통적인 접근방법인 문헌분석 및 사례 연구들은 법제도의 현황과 법령의 내용을 분석함으로써 제도화된 관리체계를 분석하는 데 장점이 있다. 그러나 명문화된 규정, 제도, 사례로는 재난안전 관리체계가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서 얼마나 강하고 취약한지를 분석하기가 어렵고, 실제 현실에서는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최낙혁, 2019).

한편, 네트워크 분석방법은 재난안전 관리체계를 실증자료를 이용하여 계량적으로 분석하는 접근방법이다. 재난안전분야에서 네트워크 분석을 적용한 연구들은 대체로 중심성(centrality) 분석을 활용하여 전반적인 네트워크 특성과 중심 행위자를 파악하였거나(류상일, 2008; 차세영, 임도빈, 2014; Harris & Clements, 2007; Mohammadfam et al., 2015), 행위자간 연결관계의 특성인 이행성(transitivity)과 호혜성(reciprocity)이 연결(tie) 정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였다(Jung et al., 2018; 서인석, 이동규, 2014).

네트워크 분석을 활용한 연구들은 그 자료원에 따라 설문조사를 활용한 연구와 법률, 매뉴얼, 웹사이트를 자료원으로 연결상의 문제를 분석한 연구들이 있다. 설문조사를 활용한 연구로 Jung et al.(2018)은 재난(태풍) 전후 지방자치단체 및 유관기관의 협력네트워크 변화를 분석하였다. Harris & Clements(2007)는 미국 미주리주(Missouri state)의 공공의료 위기관리계획의 체계를 연구하였는데 설문조사를 통해 나타난 지역 보건행정 담당자들 간의 연결성을 분석하였다. 류상일(2008) 또한 충청북도 청주지역 38개 주요 재난대응 기관의 협력기능을 설문조사에 기반한 네트워크 방법론으로 분석하였다.

한편 법률, 매뉴얼, 웹사이트를 자료원으로 한 연구로 류상일, 남궁승태(2011)는 「재난안전법」의 법조문을 네트워크 방법으로 분석하여 법체계의 특성을 파악하였으며, 서인석, 이동규(2014)는 재난안전네트워크에 소속된 공공 및 민간 기관의 웹사이트 연결(링크) 현황에 대한 네트워크 분석을 수행하였다. 차세영, 임도빈(2014)의 연구도 구미 불산 누출 사고(2012년) 사례를 언론기사와 환경청 행동매뉴얼을 네트워크 분석으로 비교하였다.

(3) 네트워크 분석 방법론

네트워크 방법론은 1930년대 호손(Hawthorne)실험 등에서 활용된 소시오메트리(sociometry)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다. 1970년대 Small Worlds(작은 세계), Strength of weak ties(약한 연결의 강점) 연구 등을 통해 방법론으로 수립되었으며, 1990년대 이후 UCINET 등 관련 소프트웨어가 개발·보급 되면서 2000년대 이후 지금까지 네트워크 과학으로 발전하고 있다(최낙혁, 2019).

네트워크는 행위자들 간의 연결관계라고 정의할 수 있다. 특히 사회 네트워크분석(social network analysis)은 사회생활이 근본적으로 관계(relation)와 관계로부터 정형화된 양식(pattern)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점을 전제하고 있다(Marin & Wellman, 2014). Marin & Wellman(2014)은 사회적 관계를 수많은 형태의 관계를 맺고(tie) 있는 점(node)의 집합으로 정의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네트워크 분석의 초점은 개별 구성원이 아니라, 구성원 간 관계의 특성이며, 이러한 특성과 현상을 설명하는 분석방법인 것이다.

네트워크적 접근방법은 행정체제의 분석에도 적용된다(박순애, 박치성, 2008; 박치성, 2008; O’Toole, 1997). 네트워크는 다양한 조직이 관여된 상호의존적 체제이며, 이러한 관점에서는 조직 간 관계는 더 이상 계층제적 관계가 아닌 수평적 관계로 인식해야 한다(O’Toole, 1997). 유사한 관점으로 Alter & Hage(1993)는 네트워크를 계층제가 아닌 수평적 연결이며, 자기규제에 의존하는 것이라 설명한다. 따라서 목적의 명확성과 업무의 일관성이 높은 경우에는 계층제적 관계가 더 적합하고, 그 정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내용이 가변적이며 창의성이 필요한 경우에는 네트워크적 관계가 더 적합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정용덕, 안지호, 2011). 또한 네트워크적 접근 방법은 기관 간의 협력관계나 거버넌스를 연결관계인 네트워크로 이해하고, 현상을 분석하는 데도 용이하다.

<표 3> 
네트워크 분석을 위한 기본 개념
용어 의미
Node, Vertex ∙관계나 연결의 대상인 사람, 집단, 기관 등
Edge, Link ∙두 점(nodes)의 연결(connection) 혹은 끈(tie)
Ego-Network ∙나(ego)와 직접적으로 연결된 다른 노드(alter)의 집합
Degree ∙연결관계의 정도
∙한 점(node)의 총 연결 수(degree ki of a vertex or node)
Undirected/Directed ∙상호 호혜적 관계(reciprocal)/반드시 호혜적이지 않은 관계(not necessarily reciprocal)
Isolator ∙전체 네트워크에서 고립된 점(node)
Gate-keeper, Structural hole ∙연결 관계에서 중요한 행위자
∙이 행위자가 누락되면 네트워크의 공백이 발생


3. 연구 방법
1) 분석자료

연구의 분석 대상은 감염병 재난관리 체계이고, 분석단위는 중앙정부기관, 지방자치단체, 유관기관 등 재난안전관련 기관들이다. 분석 자료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 법률 제18507호)과 감염병 재난 위기관리 표준매뉴얼(2021년)을 활용하였다. 현재의 감염병예방법은 과거 전염병예방법을 2010년 전부 개정한 결과물이며, COVID19 이후 감염병의 진화로 인한 상황변화와 이에 따른 기관별 업무 변화를 반영하여 현재(2022년 1월)까지 26번 추가 개정이 이루어졌다. 이 법은 “감염병의 발생과 유행을 방지하고, 그 예방 및 관리를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여 국민건강 증진을 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감염병예방법은 기본계획 및 사업, 신고 및 보고, 감염병 감시 및 역학조사, 감염 전파의 차단 조치, 예방 등의 내용을 담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각 기관들의 협력관계를 보여준다. 다른 자료는 감염병 재난 표준매뉴얼이다. 재난안전법에 따라 재난관리 책임기관의 장은 효율적인 재난관리를 위하여 유형에 따라 세 가지 종류의 위기관리매뉴얼(표준매뉴얼, 실무매뉴얼, 행동매뉴얼)을 작성·운용하여야 한다. 이중에서 위기관리 표준매뉴얼은 국가 단위의 관리가 필요한 재난에 대하여 가장 기본적인 재난관리 체계와 관계기관의 임무와 역할을 규정한 문서이다(최낙혁, 2019). 표준매뉴얼은 재난관리주관기관의 장이 작성하고, 이는 위기대응 실무매뉴얼과 현장조치 행동매뉴얼의 작성 기준이 된다.

2) 분석 방법

재난안전 대응체계를 분석하기 위하여 1차적으로는 문헌연구를 통해 표준매뉴얼의 주요 내용을 정리하여 분석한다. 2차적으로는 네트워크 분석(Network Analysis)을 활용하여 주요 행위자(기관) 간 연결 관계를 분석하여 특징을 기술하고 정책적 시사점을 도출한다. 구체적으로 네트워크 분석을 위한 데이터셋(data-set)은 감염병예방법과 표준매뉴얼의 기관 간 연결관계를 코딩하여 엣지리스트(Edge list) 형태로 구성하였고, 분석도구는 NodeXL을 사용하였다. 네트워크 분석에 다양한 접근법이 있지만, 본 연구에서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으로서 중심성 분석을 사용하여 네트워크의 특성과 각 행위자들의 매뉴얼 내에서의 속성을 평가한다.

중심성은 독립성(independence), 자율성(autonomy), 지배력(dominance), 영향력(influence) 등으로 해석 가능하다(곽기영, 2017; NodeXL Korea, 2015; 류상일, 2008). 중심성을 분석하면 행위자 간 연결관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중심 행위자를 분류할 수 있다. 중심성은 연결중심성, 근접중심성, 매개중심성으로 구분할 수 있다. <표 4>에서 보는 바와 같이 연결중심성은 연결관계가 많은 경우 높은 수치를 보이며, 높은 자율성과 선택폭을 의미하고, 근접중심성은 다른 노드(점, 기관)와 근접도가 큰 경우 높은 수치를 보이며 자원과 정보 전파에 유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매개중심성은 다른 노드 간 최단 경로상에 위치하는 정도나 횟수를 보여주는 수치로서, 정보나 자원의 높은 통제력을 의미한다.

<표 4> 
중심성 분석의 종류와 의미
중심성 의미 수식
연결 중심성 ∙연결 관계가 가장 많은 것
∙높은 자율성과 선택폭
∙절대적 연결(정도) 중심성(Da): 노드에 연결된 링크 수
∙상대적 연결(정도) 중심성(Dt): Da/(n-1), n=총 노드의 수
근접 중심성 ∙다른 노드와 근접도가 가장 큼
∙자원과 정보 전파 유리
∙절대적 근접중심성(Ca): 1/한 노드와 다른 노드들 간 연결거리 합
∙상대적 근접중심성(Ct): Ca×(n-1), n=총 노드의 수
매개 중심성 ∙다른 노드 간 최단경로상 위치하는 정도(횟수)
∙정보, 자원의 높은 통제력
∙절대적 매개중심성(Ba): j<kNjkiNjk
∙상대적 매개중심성(Bt): Ba/(n-1)×(n-2)/2, n=총 노드의 수

그런데 연결중심성(degree centrality)은 전체 네트워크의 주요 행위자를 파악하는 용이한 도구가 될 수도 있지만, 네트워크의 특성(분절된 네트워크인 경우)에 따라 국지적 측정도구(local measurement)가 될 가능성도 있다. 반면, 근접중심성(closeness centrality)과 매개중심성(betweenness centrality)은 주요 행위자와 나머지 네트워크와의 관계를 함께 보여 주는 도구라 할 수 있다. 근접중심성이 높은 행위자는 ‘좋은 전파자(good broadcasters)’에 적합하고, 매개중심성이 높은 행위자는 전반적으로 지배력이 높고, 협력관계를 통제할 수 있는 기능에 적합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최낙혁, 2019).

일반적으로 한 종류의 높은 중심성을 가진 행위자는 다른 중심성도 높은 경우가 많지만, 반대의 경우도 존재한다. 이와 같은 교차 특성을 정리하면 <표 5>와 같다. 높은 연결(정도)중심성을 가지면서 근접중심성과 매개중심성을 동시에 충족한다면 네트워크 전체의 주요 행위자로 기능하지만, 근접중심성이 낮다면 특정한 국지적 클러스터(그룹)에만 국한된 중심 행위자일 수 있고, 매개중심성이 낮다면 역시 불필요한 연결 관계가 많아서 연결(정도) 중심성만 높을 수 있다. 한편, 근접중심성이 높으면서 연결중심성이 낮다면, 연결된 행위자는 적지만 그 행위자들이 중심성이 높은 주요 행위자인 경우이다. 즉, 연결의 정도는 낮더라도 핵심행위자로서 기능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근접중심성이 높고 매개중심성이 낮은 경우는 전체 네트워크가 고르게 연결된 경우에 나타난다. 즉 다양한 행위자와 가깝게 연결되어 있지만, 다른 행위자 역시 그럴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마지막으로, 매개중심성이 높고 연결(정도) 중심성이 낮은 경우도 자신과 연결된 행위자들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므로, 자신의 연결정도가 낮더라도 네트워크 전반에 핵심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최낙혁, 2019).

<표 5> 
중심성 교차에 따른 속성
구분 낮은 연결중심성 낮은 근접중심성 낮은 매개중심성
높은 연결 중심성 국지적 클러스터에만 배태된 행위자 가외적인 연결관계가 많은 행위자 
높은 근접중심성 중요한 활동적인 행위자와 연결된 핵심 행위자 다양한 연결관계가 많은 속성의 네트워크에서, 자신도 많은 행위자와 가깝게 연결되어 있으나, 다른 행위자도 마찬가지
높은 매개중심성 자신의 소수 연결관계가 네트워크 전반에 핵심적인 영향을 미치는 행위자 희소성이 있는 행위자로서, 소수 행위자들의 집합을 전체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것을 통제하는 행위자

법 제도상의 재난안전 관리체계가 반드시 네트워크적 관계라 할 수는 없다. 계층제적 속성도 함께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재난대응에서 발생하는 상호 협력이나 업무관계는 다르게 나타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협력체계는 법제도 분석만으로는 인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행동지침인 매뉴얼에 나타난 기관 간 협력관계의 패턴을 네트워크로 분석함으로써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법령에 따르면, 중앙에서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중앙사고수습본부가, 지역에서는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 및 지역사고수습본부가 중심기관인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러한 중심기관이 매뉴얼의 네트워크 분석에서도 그대로 드러나는지 실증적으로 분석한다. 또한 매뉴얼의 네트워크 분석을 통해 발견한 연결중심성이 높은 기관, 근접중심성이 높은 기관, 매개중심성이 높은 기관을 개별적으로 파악하고, 해당 기관이 감염병 재난안전 관리체계상 중심기관으로서의 중요성과 적합성을 갖추었는지를 판단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발견한 특성을 중심으로 문제점과 정책적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4. 연구 결과
1) 감염병 재난안전 대응체계

감염병 재난 위기관리 표준매뉴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감염병 재난안전 대응체계는 대통령을 정점으로 국가안보실 및 대통령 비서실, 중앙안전관리위원회, 안전정책조정위원회에서 총괄적인 정책방향을 결정한다. 구체적으로 국가안보실은 재난분야 위기 초기 상황 파악, 보고 및 전파, 재난상황 총괄 조정 및 초기·후속 대응반 운영, 재난안전관리 정책 총괄을 담당한다. 대통령비서실은 재난 분야별 정책대응 및 홍보방향을 제시하고, 재난 분야별 후속대응 및 복구 업무를 관리한다. 국무총리가 주관하는 중앙안전위원회는 재난관리를 위한 국가차원의 중요정책 조정·심의, 재난사태 및 특별재난지역 선포 심의, 중앙행정기관 간 재난·안전관리업무 협의·조정을 담당한다.

재난대응을 위한 행정의 중심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이다. 대체로 행정안전부 장관이 본부장을 맡지만, COVID-19와 같은 범정부 통합대응 재난의 경우 국무총리가 본부장을 맡고 행안부 장관은 차장을 맡는다. 감염병 재난에 대응하는 중대본의 주요 임무는 재난관리(예방·대비·대응·복구) 등에 관한 사항의 총괄·조정, 재난대비계획 수립, 주관기관 요청 시 중대본 가동 및 중앙수습지원단 파견 조치 등으로 다른 재난의 경우와 유사하다.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과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중대본의 지휘를 받아 감염병 재난 대응 실무의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 중수본은 대규모 재난관리 업무의 총괄·조정, 재난예방 및 응급대책 등 재난대비계획 수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가동 및 중앙수습지원단 파견 조치 등의 역할을 담당한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감염병 방역조치 총괄, 긴급상황실 운영, 유관기관 협조 및 정보 공유체계 구축, 감염병 피해상황 종합관리 및 상황 보고, 자체위기평가회의 및 전문위원회 등 운영, 대응지침 개발·관리 총괄, 감염병 발생 현장 즉각대응팀 운영, 감염병 감시체계 운영, 입국자 관리 및 진단검사체계 총괄 등의 업무를 주관한다(식품의약안전처, 2021).


<그림 2> 
감염병 재난관리 체계도

출처: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2021)



이외에도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가 지방자치단체에 의해 운영되어 지역재난 상황을 총괄하고 사고수습체계를 구축하여 대응하고 있다. 중수본과 중앙방역대책본부와 협력하는 중앙부처 및 유관기관에는 국가안보실, 대통령비서실, 국무조정실, 행정안전부, 소방청, 해양경찰청,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 외교부, 법무부, 고용노동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문화체육관광부, 교육부, 국방부, 식품의약품안전처, 경찰청, 병무청이 있으며 고유의 기능을 담당한다.

우리나라의 다른 재난 대응과 마찬가지로 감염병 재난 대응도 위기경보 수준에 따라 다르게 규정되어 있다. <표 6>에서 보는 바와 같이 위기경보 수준은 관심(Blue), 주의(Yellow), 경계(Orange), 심각(Red) 순서로 나뉘어져 있고, 각 수준별로 주요 대응활동의 내용이 규정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2020년 1월 첫 확진자가 발생하고 주의단계에 시작하여, 확진자가 대폭 증가한 2020년 2월 23일에 심각 단계로 격상한 후 지금까지 현 단계를 유지하고 있다.

<표 6> 
위기경보 수준 및 주요 대응 활동
구분 위기 유형 주요 대응 활동
해외 신종 감염병 국내 원인불명·재출현 감염병
관심 (Blue) 해외에서의 신종감염병의 발생 및 유행 국내 원인불명·재출현 감염병의 발생 ∙감염병별 대책반 운영(질병청)
∙위기징후 모니터링 및 감시
∙대응 역량 정비
∙필요시 현장 방역 조치 및 방역인프라 가동
주의 (Yellow) 해외 신종감염병의 국내 유입 국내 원인불명·재출현 감염병의 제한적 전파 ∙중앙방역대책본부(질병청) 설치·운영
∙유관기관 협조체계 가동
∙현장 방역 조치 및 방역 인프라 가동
∙모니터링 및 감시 강화
경계 (Orange) 국내 유입된 해외 신종감염병의 제한적 전파 국내 원인불명·재출현 감염병의 지역사회 전파 ∙중앙방역대책본부(질병청) 운영 지속
∙중앙사고수습본부(복지부) 설치·운영
∙필요시 총리주재 범정부 회의 개최
∙(행안부) 범정부 지원본부 운영검토
∙유관기관 협조체계 강화
∙방역 및 감시 강화 등
심각 (Red) 국내 유입된 해외 신종감염병의 지역사회 전파 또는 전국적 확산 국내 원인불명·재출현 감염병의 전국적 확산 ∙범정부적 총력 대응
∙필요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운영

2) 감염병 재난 대응체계 네트워크 분석
(1) 감염병예방법 분석

감염병예방법에 나타난 행위자들의 연결관계를 네트워크로 분석하였다. 연결관계의 네트워크적 특성은 <표 7>에서 나타난 바와 같다. 전체 행위자(vertices)의 수는 56개, 연결(edges)의 수는 79개, 행위자 간 가장 먼 거리(Maximum Geodesic Distance)는 4, 평균 연결거리(Average Geodesic Distance)는 2.287로 분석되었다.

<표 7> 
감염병예방법의 네트워크 특성
네트워크 특성
Vertices 56
Unique Edges 79
Edges With Duplicates 175
Total Edges 254
Self-Loops 4
Connected Components 1
Single-Vertex Connected Components 0
Maximum Vertices in a Connected Component 56
Maximum Edges in a Connected Component 254
Maximum Geodesic Distance(Diameter) 4
Average Geodesic Distance 2.287
Graph Density 0.0757

중심성 분석결과를 보면, 우선, 연결중심성은 감염병 재난관리의 주관부처인 질병관리청과 현장의 실무를 담당하는 광역자치단체 및 기초자치단체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는 의료인, 관계공무원, 보건복지부, 역학조사관, 보건소 등이었다. 매개중심성을 보면 질병관리청, 의료인, 광역자치단체 순서로 높았다. 근접중심성의 크기는 연결중심성과 마찬가지로 질병관리청, 광역자치단체, 지방자치단체 순서였다.

감염병예방법에 나타난 세 가지 중심성 결과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질병관리청의 중심성은 연결중심성, 매개중심성, 근접중심성 모두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 재난대응체계 네트워크에서 가장 중요한 행위자인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는 질병관리청이 감염병 대응의 주무기관이라는 점과, 감염병예방법이 질병관리청의 임무를 중심으로 마련된 법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당연한 분석 결과라 할 수 있다.

둘째,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가 연결중심성과 근접중심성에서 모두 높은 수치를 보인 것은, 이들이 현장의 재난관리를 담당하는 실무기관임을 보여주는 결과라 할 수 있다. 다른 유형의 재난상황과 마찬가지로 감염병 재난 역시 국가 정책은 중앙에서 담당하지만, 현장대응은 일선의 지방정부가 맡는 것이므로 재난대응 일반적 원칙이 감염병 재난 대응에도 반영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셋째, 연결중심성은 낮지만 매개중심성이나 근접중심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행위자가 존재한다. 의료인의 경우 매개중심성이 광역자치단체보다 높았고, 근접중심성도 네 번째로 높았다. 역학조사관과 의료기관도 연결중심성은 낮지만 근접중심성은 다섯 번째로 높았다. 이들은 각각 중요한 활동적 기관과 연결된 핵심적 행위자라는 의미이고 또한 연결관계는 소수이지만 네트워크 전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행위자라는 의미이다. 이러한 감염병예방법 분석결과는 감염병 관리, 예방, 대응에 의료인·기관, 역학조사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직관적인 설명과 부합한다.


<그림 3> 
감염병예방법의 기관 간 네트워크

(2) 감염병 위기관리 표준매뉴얼의 분석

감염병 위기관리 표준매뉴얼도 위기관리 활동을 4 단계인 예방-대비-대응-복구로 구분하고 있다. 감염병예방법의 분석과 마찬가지로, 표준매뉴얼에 나타난 행위자 간 연결관계를 네트워크로 분석한 결과를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분석한 네트워크의 특성이다. 전체 행위자(vertices)는 71개, 연결(edges)의 수는 497개, 행위자 간 가장 먼 거리(Maximum Geodesic Distance)는 5, 평균 연결거리(Average Geodesic Distance)는 2.416로 분석되었다. 이를 감염병예방법의 네트워크와 비교하면, 행위자 수는 약1.3배, 연결 수는 약2배 정도 차이가 있고, 행위자간 평균적 거리와 네트워크의 밀도는 비슷하였다.

한편, 네트워크 분석 결과 나타난 중심성의 특성은 다음과 같다. 연결중심성은 감염병 재난의 주관부처인 보건복지부가 가장 높았고, 또 다른 주관부처인 질병관리청과 국가 재난관리를 총괄·조정하는 행정안전부가 두 번째로 높았다. 이어서 중앙방역대책본부와 중앙사고수습본부 순이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질병관리청장이 주관하고,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위기경보 단계가 경계·심각인 경우 보건복지부 장관이 담당한다. 매개중심성의 크기를 보면 보건복지부, 행정안전부, 질병관리청, 지방자치단체, 중앙방역대책본부 순서로 나타났다. 그리고 근접중심성의 크기는 연결중심성과 마찬가지로 보건복지부, 행정안전부,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 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표 8> 
감염병예방법 네트워크 분석결과
행위자 연결중심성 매개중심성 근접중심성
질병관리청 33 799.481 0.705
광역자치단체 27 323.009 0.640
기초자치단체 18 155.074 0.591
의료인 16 380.117 0.567
관계공무원 16 132.517 0.455
보건복지부장관 8 92.947 0.509
역학조사관 7 65.715 0.529
보건소장 7 35.338 0.430
의료기관 7 23.378 0.529
군부대 5 6.648 0.455
약국 4 7.859 0.509
감염병관리기관 4 3.500 0.466
경찰서 4 0.000 0.466
방역관 3 9.494 0.359
손실보상심의위 3 3.500 0.417
경찰청 3 0.000 0.455
주: 3개 중심성 지표를 중심으로 상위 16개 기관만 표기

<표 9> 
감염병 재난대응 네트워크의 특성
네트워크 특성
Vertices 71
Unique Edges 88
Edges With Duplicates 409
Total Edges 497
Self-Loops 0
Connected Components 2
Single-Vertex Connected Components 0
Maximum Vertices in a Connected Component 69
Maximum Edges in a Connected Component 496
Maximum Geodesic Distance(Diameter) 5
Average Geodesic Distance 2.42
Graph Density 0.079

이와 같은 네트워크 분석 결과를 해석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보건복지부, 행정안전부, 질병관리청은 연결중심성, 매개중심성, 근접중심성 모두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재난안전 대응에서 가장 중요한 기관이라는 점이 매뉴얼 상의 기관 간 관계에서도 확인되었다.

둘째, 지방자치단체, 교육부,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 등은 연결중심성은 낮지만 매개중심성은 높은 것으로 분석되었다. 중심성 교차에 따른 특성을 고려하면, 낮은 연결중심성과 높은 매개중심성을 가진 행위자는 그 네트워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즉, 자신들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행위자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이러한 소수의 연결관계가 전체 네트워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힘을 가졌다는 의미이다. 네트워크 그림을 보면, 지방자치단체는 재난 현장의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여 지역단위 협의회, 병원·의료기관과 연계되어 있다. 교육부는 학교와 학원, 국토교통부는 다중이용시설 및 운수기관, 고용노동부는 각급 사업장 및 산업보건유관단체와 연결되어 있다. 감염병예방법과 달리 위기관리 매뉴얼에 대한 분석에서는 이러한 민간의 행위자들과의 협력관계가 잘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이것은 감염병예방법을 통해 재난상황에서 공공과 민간의 협력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였지만, 실제 정부가 작성한 위기대응 매뉴얼에서는 민간 행위자들과의 협력적 대응에 대한 구체적 계획이 부재함을 시사한다.

셋째, 유관기관인 교육부,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 농림축산식품부, 경찰청, 해양수산부, 국가안보실, 대통령비서실, 국무조정실 등의 연결중심성 크기는 대체로 작지만 근접중심성은 0.4 이상으로 높은 편이다. 이는 표준매뉴얼의 특성상 각 유관기관들의 기관 간 협력행위 또는 임무가 구체적으로 기술되지 않았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로 해석된다. 즉, 낮은 연결중심성을 갖지만 높은 근접중심성을 가지는 네트워크 행위자는 중요한 활동적인 행위자와 연결된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표준매뉴얼에는 주로 주관기관이 유관기관에 협조를 요청하는 사안만 기술되어 있고, 유관기관에 대해서는 각 임무만 제시하고 있을 뿐 기관 간 협력에 관한 내용은 거의 없다. 따라서 주관부처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네트워크 운영을 위해서는 중요한 핵심 행위자임에도 불구하고, 연결중심성이 상대적으로 낮게 측정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림 4> 
감염병 재난대응 네트워크

<표 10> 
감염병매뉴얼 네트워크 분석결과
행위자 연결 중심성 매개 중심성 근접 중심성
보건복지부 37 601.901 0.648
행정안전부 36 607.135 0.641
질병관리청 36 595.390 0.641
중앙방역대책본부 27 196.118 0.569
중앙사고수습본부 25 103.069 0.537
중앙안전관리위원회 19 56.119 0.462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0 71.167 0.456
교육부 8 134.361 0.462
국토교통부 8 134.361 0.462
고용노동부 8 134.361 0.462
농림축산식품부 8 100.861 0.462
지방자치단체 7 345.090 0.479
경찰청 7 68.361 0.456
해양수산부 7 33.861 0.456
국가안보실 6 1.361 0.449
대통령비서실 6 1.361 0.449
국무조정실 6 1.361 0.449
지역방역대책반 4 72.250 0.396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 3 133.000 0.329
주: 3개 중심성 지표를 중심으로 상위 19개 기관만 표기

네트워크 분석을 통해 나타난 주요 행위자는 문헌연구로 분석한 매뉴얼 상의 주요 행위자와도 다소 차이가 있다. <표 11>에서 보는 바와 같이 문헌연구로 분석한 결과는 권한의 위계에 따라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실, 중앙안전관리위원회가 더 중요한 행위자로 나타난다. 그러나 실제 협력업무의 연결관계를 분석하면, 국가 재난대응체계상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기관은 보건복지부, 행안부, 질병관리청으로 분석된다. 중앙안전관리위원회는 상대적으로 중심성이 낮고,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안보실도 중심성 분석결과 후순위에 위치한다. 이러한 차이는 접근방법의 차이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즉, 문헌연구를 통해서는 위계적 권한의 차이에 따라 주요기관을 파악하게 되는 것이고, 네트워크 분석은 연결관계를 기록한 후 계량적 방법으로 산출된 중심성에 따라 주요 행위자를 판단하기 때문이다.

<표 11> 
주요 행위자 비교
문헌연구 결과 네트워크분석 결과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실, 중앙안전관리위원회, 안전정책조정위원회, 중대본, 중수본 보건복지부, 행정안전부, 질병관리청, 중대본, 중수본, 중앙안전관리위원회


5. 결론 및 정책적 시사점

본 연구에서는 우리나라 재난안전 관리체계를 분석하고 정책적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하였다. 재난안전 관리의 개념적 논의를 시작으로, 재난안전 관리체계를 법체계를 정리하여 기술하였고, 재난안전 관련 조직의 역사와 재난안전체계의 구성 및 거버넌스에 대해 설명하였다. 보다 구체적인 사례로서 감염병 재난을 분석대상으로 선택하였고 감염병예방법과 감염병 재난 위기관리 표준매뉴얼을 네트워크 방법론으로 분석하였다.

분석결과에 따르면, 감염병예방법에 나타난 행위자 간 네트워크는 주로 질병관리청, 지방자치단체(광역 및 기초), 의료인, 관계공무원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감염병 재난 위기관리 표준매뉴얼로 분석한 네트워크에는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단체 등이 높은 중심성을 나타내었다. 감염병예방법과 위기관리 표준매뉴얼의 네트워크 분석결과가 다소 차이가 있는 것은 매뉴얼이 법률보다는 더 구체적인 기관 간 관계를 명시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감염병예방법과 표준매뉴얼 분석결과로부터 두 가지 문제점과 이에 대한 정책적 시사점을 논의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감염병 관련 재난관리에서 행위자 간 관계는 정부 중심의 명령-통제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본 연구의 분석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감염병 재난관리는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등 중앙정부가 연결망의 중심에서 의사결정의 주체로서 기능하며, 각 지방자치단체와 민간은 연결의 중심에 위치하지 않지만 주변부에서 실질적인 대응에 주력하는 형태로 구성되었음을 보여준다. 특히 감염병예방법이 공공과 민간의 협력에 관한 법적 근거와 의무를 마련하였음에도, 실제 행동의 지침이 되는 위기관리 표준매뉴얼에서는 의료인(기관) 등 민간의 협력적 역할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 19 사태에서 보듯 예방-대비-대응-복구에 이르는 재난관리의 전 주기에 있어 정부와 민간과의 협력은 정부조직의 책임과 역할을 기술하고 간 명령-통제 체계를 확립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특히, 우리나라가 전체 병상 중 90% 이상을 민간이 보유하는 등 의료자원에 있어 자원의존적 관계가 정부와 민간 간에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김정회 외, 2020) 재난상황에서 정부와 민간의 관계는 수직적인 명령-통제보다는 수평적 차원의 협력이 보다 효과적인 조정기제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 사실 이번 코로나 19 사태에서 경험하였던 중환자 병상과 전담 의료인력의 부족은 재난의 대비 단계에서부터 사전약속과 계획에 입각한 공공과 민간의 협력이 부재하였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장면에 다름 아니다(최슬기, 2021).

둘째, 일반적·추상적 규율의 특성을 갖는 법률과는 달리 매뉴얼은 매우 구체적이어야 하는데, 매뉴얼에 나타난 네트워크 특성은 그렇지 못하다. 예를 들어, 네트워크 분석에서는 대통령 비서실의 중심도는 상당히 낮은 것으로 분석되는데, 실무 과정에서의 역할 정도는 상당히 크다. 또한, 각 유관기관들의 경우 개별적인 임무는 매뉴얼에 기재되어 있으나, 어떤 기관과 협력활동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명시되어 있지 않다. 코로나 재난상황에서 보더라도 매뉴얼 상의 중요도와 다르게 기관이 활동하거나, 매뉴얼 분석에서 포착되지 않는 행위자도 발견된다. 매뉴얼의 실제 활용성을 높이는 대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매뉴얼 구성을 1부와 2부로 구분하여, 1부에는 핵심적인 내용을 위주로 지금과 같은 매뉴얼 내용을 수록하고, 2부에는 구체적인 내용을 수록하고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면 수정하는 방식으로 개편하는 것도 검토해보아야 할 것이다.

현대의 재난은 매우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COVID-19와 같이 과거에는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위기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재난위험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자체적인 대응역량 뿐만 아니라, 민간을 비롯한 여러 행위자간의 협력이 기민하고 효과적인 대응을 가능케 한다. 대표적으로 WHO(2020)는 코로나 19 위기 극복을 위해 공과 사, 영리와 비영리의 구분에서 벗어나 전 국가와 사회의 대응역량을 결집시키는 “All hands on deck” 접근을 강조하였다(최슬기, 2021). 최고감사기구의 국제적협의체인 INTOSAI에서도 정부의 재난위험에 대한 대응체계를 평가하기 위한 7가지 점검항목 중 하나로 ‘관계기관 간 협력 및 조정의 충분성(adequacy)’을 제시한 바 있다. 즉, 협력조정의 메커니즘이 수립되어 있는지, 여기에는 적정한 행위자가 포함되어 있는지 등을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길었던 코로나 위기를 지나고 나면, 재난위기 상황에서 정부 간, 그리고 공공과 민간 간의 협력체계가 명확하고 실제 작동가능한 형태로 수립되어 있는지, 어떻게 개선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는 그동안의 선행연구에서 직접적으로 다루지 못했던 감염병 예방법과 감염병 위기관리 표준 매뉴얼의 핵심적인 내용을 검토하고, 주요 행위자간 네트워크를 분석하였다는 의의를 가지고 있다. 다만, 다양한 실무매뉴얼도 있으나 자료의 기밀성으로 인하여 분석에 포함하지 못하였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또한, 감염병 재난대응과 관련한 추가적인 설문조사 등을 활용한 분석이 보완되지 못한 한계도 있다. 향후 정보공개의 확대 등으로 새로운 자료가 확보되어, 한 단계 발전한 비교연구나 협력관계에 대한 다양한 가설을 시험하는 후속연구가 수행되길 희망한다.


Acknowledgments

이 논문은 2020년도 가천대학교 교내연구비 지원에 의한 결과임(GCU-2020035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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