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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of Social Science - Vol. 29 , No. 2

[ Article ]
Journal of Social Science - Vol. 29, No. 2, pp. 211-226
Abbreviation: jss
ISSN: 1976-2984 (Print)
Print publication date 30 Apr 2018
Received 16 Jan 2018 Revised 30 Mar 2018 Accepted 04 Apr 2018
DOI: https://doi.org/10.16881/jss.2018.04.29.2.211

노인 독거와 자살생각 경로분석: 사회참여와 좌절된 소속감의 간접효과 설명
남일성
성공회대학교 사회복지학과

Path Analysis of the Relationship between Living Alone and Suicide Ideation in Korean Older Adults
Ilsung Nam
Department of Social Welfare, Sungkonghoe University
Correspondence to : 남일성, 성공회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조교수, 성공회대학교 사회복지연구소 소장, 서울특별시 구로구 연동로 320 성공회대학교, E-mail : ilsungn@skhu.ac.kr

Funding Information ▼

초록

본 연구는 최근 이슈화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노인 자살 문제를 탐구하고자 한다. 독거노인이 자살에 취약하다는 선행연구 결과에 기반하여, 본 연구는 노인의 독거 상태가 왜 자살생각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설명하기 위한 목적으로 수행되었다. 대부분의 자살연구가 자살생각은 우울증에서 비롯된다는 이론적 가정에 기반하는데 반해 본 연구는 Joiner의 자살의 대인관계-심리학적 이론(Interpersonal Theory of Suicide)을 바탕으로 연구모형을 설정하여 노인 삶의 다양한 요인이 자살생각에 영향을 미치는지 검증하였다. 분석 결과, 독거 여부, 사회활동 참여는 좌절된 소속감에 영향을 미쳤고, 독거 여부, 사회활동 참여, 좌절된 소속감은 자살생각에 영향을 미쳤다. 또한, 독거 여부→사회활동 참여→좌절된 소속감→자살생각 경로의 간접효과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 결과를 정리하면 독거노인들의 사회활동 참여와 좌절된 소속감 수준을 살필 필요가 있고, 좌절된 소속감 증진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Abstract

This study examined the association between living alone and suicidal thoughts, the mediating effects of social activity participation, and thwarted belongingness on the association between living alone and suicidal thoughts, using Joiner’s Interpersonal Theory of Suicide. The tests revealed the significant effects of living alone, social activity participation, and thwarted belongingness on suicidal thoughts and a significant indirect effect of living alone on suicidal thoughts through social activity participation and thwarted belongingness. This finding suggests that a social approach might be a useful intervention to prevent suicide among older adults living alone.


Keywords: Older Adult, Living Alone, Suicide Ideation, Social Activity Participation, Thwarted Belongingness
키워드: 노인, 독거, 자살생각, 사회참여, 좌절된 소속감

1. 서 론

우리나라의 노인자살율이 매우 높다는 사실은 주지의 사실이다. 10년 이상 OECD국가들 중 노인 자살률 1위를 기록하고 있고, 세계 172개국을 대상으로 세계보건기구가 조사한 바에 의해서도 2위인 남미 수리남보다 10만명당 자살자수가 2배 이상 높은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다(경기복지재단, 2015).

이와 같은 심각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많은 연구가 수행되었고, 노인의 자살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치는 자살생각에 관한 탐구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자살은 다양한 형태의 사고와 행동이 연속적으로 이루어진 포괄적인 개념으로 자살생각, 시도, 행동이 순차적으로 이뤄진다고 판단된다(Harwood & Jacoby, 2000). 이 중 ‘자살을 행하는 것에 대한 생각이나 사고’로 정의되는 자살생각은 자살행동을 예측하는 주요 변인으로 여겨지면서 많은 연구가 수행되었고, 이 연구들은 노인 자살생각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을 밝혀냈다(Kessler, Borges & Walters, 1999). 예를 들면, 가족자살력, 개인자살력, 사별 경험 등의 개인환경변인, 우울, 불안 등의 개인심리변인, 노인 독거 여부, 사회적 고립, 노인 학대, 차별 등의 사회환경변인 등이 노인 자살생각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되어 왔다. 이러한 다양한 요인들 중 노인의 독거 여부는 노인 자살생각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꼽혀왔으나 아직 깊이 있게 탐구되지 못하고 있다(김기태 외, 2011; 이봉재, 오윤진, 2008; 이현경, 장창곡, 2014; 이화영, 조성희, 2012; Dennis et al., 2005; Waern et al., 2002; Wiktorsson et al., 2010). 노인의 자살생각과 독거 여부 간의 관계를 유심히 살펴야 하는 중요한 이유는 우리나라에 독거노인의 수가 이미 많은데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늘어나고 있고(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4), 독거노인들은 사회적 고립, 사별 경험, 우울 등 자살생각에 취약하다고 알려진 여러 요인들을 복합적으로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서경현, 김영숙, 2003; 이신영, 김은정, 2012; 주소희, 2010).

게다가 현재까지 수행된 연구들이 갖고 있는 한계는 노인 독거가 자살생각에 영향을 미치는 설명 메커니즘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즉, 왜 독거노인이 비독거노인에 비해 자살생각에 더 취약한가를 설명하는 연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는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자살 위험을 낮추기 위한 정책이나 개입프로그램을 마련하는데 명확한 지침을 제공하기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최근 자살생각 및 행동을 설명하는 유력한 이론 중 하나인 Joiner의 자살의 대인관계-심리학적 이론을 이용하여 독거노인이 왜 자살생각에 취약한지를 검증하여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한 자살예방정책 마련에 근거 자료를 제시하고자 한다.


2. 문헌고찰
1) 노인 독거와 자살생각

다수의 국내외 연구는 노인의 독거 여부가 자살생각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했다(김기태 외, 2011; 이봉재, 오윤진, 2008; 이현경, 장창곡, 2014; 이화영, 조성희, 2012; Dennis et al., 2005; Waern et al., 2002; Wiktorsson et al., 2010). 먼저 국내 연구를 살펴보면, 김기태 외(2011)는 부산 지역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노인 9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결과, 독거노인이 비독거노인에 비해 자살생각의 빈도가 높은 것으로 보고했다. 이현경과 장창곡(2012)은 2009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이용하여 1,728명 노인의 건강 관련 삶의 질이 자살생각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독거노인은 비독거노인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은 수준의 자살생각 빈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보고되었다. Wiktorsson et al.(2010)은 자살을 시도한 후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고 있는 107명의 70세 이상 노인과 연령, 성별의 변인을 이용하여 매칭한 408명을 비교한 연구에서, 독거노인이 비독거노인에 비해 자살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했다. Dennis et al.(2005)은 자기손상행동(self-harm behavior)으로 인해 돌봄을 받고 있는 76명의 미국 노인들의 자살의도를 조사한 연구에서, 독거노인이 비독거노인에 비해 자살의도 수준이 더 높았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위의 연구들에서는, 노인 독거가 자살생각 및 시도에 미치는 영향의 원인을 외로움 혹은 가사업무수행의 어려움 때문일 것이라고 추정하거나, 독거 여부 변인을 통제변수로 분석모형에 포함시키는 수준이어서 독거노인을 위한 자살예방정책 마련에 명확한 지침을 제시하는 근거 자료로 쓰이기에는 아쉬움이 있다. 따라서 독거노인이 왜 자살생각에 취약한지에 관한 이론적 설명과 이에 관한 경험적 검증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2) 노인의 사회활동 참여와 자살생각

본 연구에서는 독거노인이 자살생각에 취약한 이유를 독거로 인한 사회활동 참여의 부족, 그리고 이로 인한 좌절된 소속감의 향상 때문이라는 가설을 설정한다. 이 가설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독거 여부와 사회활동 참여간의 관계와, 사회활동 참여와 자살 생각간의 관계가 성립되는지 따져보기 위해 이에 관한 선행연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노인 독거 여부와 사회참여 활동 간의 관계를 살펴보면, 독거노인은 비독거노인에 비해 전반적으로 사회참여율이 낮은 것으로 보고된다(통계청, 2010). 또한, 몇몇 경험 연구가 노인 독거와 사회참여활동 간의 관계를 통계적으로 검증했다(이현지, 2014; Bilotta et al., 2011). 이현지(2014)는 지역사회 거주 65세 이상 382명 노인들의 동거 형태와 사회활동 참여에 관한 연구를 실시한 결과, 독거노인이 부부가구 및 가족이 함께 동거하는 노인에 비해 여가·학습활동과 자원봉사활동을 덜 하는 것으로 보고했다. 또한 65세 이상 이탈리아 노인 239명의 삶의 질 수준을 연구한 Bilotta et al.(2011)은 비독거노인이 독거노인에 비해 2.7배 가량 사회참여의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했다. 이와 같은 연구결과는 독거노인이 비독거노인에 비해 사회활동 참여가 적을 가능성이 높음을 보여준다.

한편 사회활동 참여가 적은 노인에게서 자살생각의 수준과 자살시도 빈도가 더 높다는 연구도 다수 있다(김형수, 2002; 이종경, 이은주, 2010; 정일영, 2013). 정일영(2013)은 서울시복지패널 2010년 조사에 참여한 65세 이상 1,429명 노인의 사회참여가 자살생각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한 연구 결과, 사회참여 수준과 자살생각은 부적인 관계가 있음을 밝혔다. 이종경과 이은주(2010)는 서울시 거주 노인 250명의 여가활동과 자살생각 간의 관계를 검증한 연구에서 여가스포츠 활동 참가 노인이 비참가 노인에 비해 자살생각 수준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체계이론에 기반하여 자살충동에 영향을 미치는 변인을 미시, 중시, 거시로 나누어 분석한 연구 결과도 여럿 있다(김형수, 2002; 송영달 외, 2010; 최인 외, 2009). 이러한 연구 결과에서도 노인의 사회참여는 자살위험과 부적인 관계를 보인다고 보고했다. 또한, 이은진 등(2010)은 서울시 노원구 거주 독거노인 1,070명의 자살시도에 미치는 변인에 관한 분석을 실시한 결과, 사회참여 정도가 우울이 자살시도에 미치는 영향을 조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일반적으로 자살시도에 강하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 변인인 우울 수준이 높은 노인이라도 사회참여 수준이 높다면 자살시도 빈도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경험연구 결과를 종합해보면 노인의 사회참여와 자살생각 및 시도는 부적인 상관관계를 갖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처럼 사회참여는 자살생각 및 시도의 위험을 낮추는 주요한 요인이어서 왜 노인의 사회참여가 이러한 위험을 낮추는지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일은 사회활동 참여를 통해 노인의 자살생각 및 시도를 줄이는 개입프로그램을 마련하는데 명확한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3) 좌절된 소속감과 자살생각: Joiner의 자살의 대인관계-심리학적 이론

Thomas Joiner의 자살의 대인관계-심리학적 이론(2007)에 따르면 자살에는 자살하고 싶은 마음(desire)과 자살할 수 있는 잠재적 능력(ability)이 모두 영향을 미친다. 자살하고자 하는 마음에는 좌절된 소속감(thwarted belongingness)과 짐이 되는 느낌(perceived burdensomeness)의 두 가지 요소가 포함된다. 자살할 수 있는 잠재적 능력(acquired capability)이란 고통에 습관화되어 이를 감내할 수 있게 되고 자살행동을 하더라도 두렵지 않은 상태에 이르게 되는 것을 말한다. 즉, 한 개인이 스스로 가치 있다고 여겨지는 그룹에 속하지 못하고 그 안에서 대인관계를 맺지 못할 때, 그리고 스스로를 가족과 사회에 짐이 된다고 생각할 때, 게다가 스스로에게 해를 끼치는 행동(self-harm)을 행하는데에 두려움이 없을 때, 이렇게 세 가지 상황이 겹쳐지는 때에 자살행동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본 연구는 자살하고자 하는 마음에 관한 이론적 요소 중 하나인 좌절된 소속감을 이용해 노인의 독거 여부와 자살생각 간의 관계를 설명하고자 한다.

4) 좌절된 소속감이 자살생각에 미치는 영향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좌절된 소속감은 Joiner의 자살의 대인관계-심리학적 이론의 주요 이론적 요소로써 자살생각에 영향을 미친다(Joiner, Hollar & Van Orden, 2006; Mclaren et al., 2007; Van Orden et al., 2008).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좌절된 소속감은 가족, 친구 그룹, 혹은 사회 등 스스로 가치 있다고 여기는 집단의 한 일원으로서 포함되어 있지 못하다는 느낌과 포함되어 있더라도 그룹 내의 구성원들과의 교류가 없다고 느낄 때 생긴다. 반대로 스스로 가치 있다고 여기는 집단에 속하여 집단 내 구성원들과 활발한 대인관계를 유지할 때 소속감이 증진되고 자살생각이 낮아진다. 그래서 이른바 “함께하는 행동”(“pulling together”)은 소속감의 느낌을 갖게 하여 자살생각을 낮추게 되고, 그러한 느낌이 없다고 생각할 때 자살생각이 높아지게 된다(Joiner, Hollar & Van Orden, 2006). 예를 들면, Joiner et al.(2016)은 미국 3개 도시의 자살률을 비교하여 소속감과 자살행동 간의 관계를 설명하고자 했다. 2개 도시는 대학 미식축구로 유명하여 대학 미식축구가 주민들에게 널리 관심을 받고 있는 오하이오주의 컬럼버스(오하이오 주립대학이 위치한 도시)와 플로리다주의 게인즈빌(플로리다 주립대학이 위치한 도시)이고 1개 도시는 대학 미식축구에 주민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은 플로리다 주의 마이애미데이드(마이애미대학이 위치한 도시)였는데, 대학 미식축구가 유명한 2개 도시에서는 미식축구팀의 랭킹이 낮아져서 주민들의 함께하는 행동이 덜 할 때 자살률이 높아졌고, 애초에 대학 미식축구가 덜 유명하여 함께 하는 행동이 덜 한 마이애미데이드에서는 미식축구팀의 랭킹과 자살률 간에 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소속감이 낮은 자살률을 설명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예로는 1980년 2월 22일 빙판의 기적(“Miracle on Ice”: 미국과 구소련과의 아이스하키 게임에서 미국이 극적으로 승리한 것)이 있던 날과 그 전후를 비교할 때 2월 22일의 자살률이 현저히 낮았던 점, 혹은 미국에서 프로미식축구 결승전(슈퍼볼)이 주요 사회적 관심사로 부상하게 된 1980년 중반부터 슈퍼볼 당일에는 슈퍼볼 전후와 비교하여 자살률이 현저하게 낮다는 점 등을 함께 하는 행동의 효과로 설명한다. 또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경험 연구에서는 대학생들이 집단으로부터 소속감을 덜 느낄 수 있는 여름방학 때에, 소속감을 더 느낄 수 있는 봄, 가을 학기 때보다 자살률이 높을 수 있다는 가설을, 학기와 자살률 간의 관계를 소속감 수준이 매개하는 연구모형을 통해 이론적 인과관계를 확인한 연구도 있다(Van Orden et al., 2008). 노인 인구를 대상으로 좌절된 소속감이 자살생각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한 연구는 아직 많지 않은데, McLaren et al.(2007)은 지역사회 거주하는 104명의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소속감이 높은 노인들에게서는 우울증 수준이 자살생각을 높이지 않는다는 분석 결과를 보고했다.

위와 같은 이론적 설명과 경험적 연구의 검증 결과를 살펴보면 개인이 가치 있다고 여기는 집단에 소속되지 못하거나, 집단 안에서 가치 있다고 판단되는 일을 수행하지 못하는 상황 때문에 생긴 좌절된 소속감은 자살생각 및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이론적 설명에 따라 노인의 삶을 비춰보면, 노인이 스스로 가치 있다고 여기는 집단에 소속되지 못한다거나 집단 안에서 가치 있다고 판단되는 일을 수행하지 못하는 상황에 어떤 요인이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사회활동 참여가 좌절된 소속감에 미치는 역할이다.

사회활동 참여는 일, 종교, 여가활동 등에 관한 참여로, 개인단독활동을 제외한 공식, 비공식 조직 안에서의 개인들 간의 상호관계활동으로 정의할 수 있다(주경희, 2011). 이와 같은 정의를 적용하여 노인의 사회활동 참여를 설명하면 시민단체, 이익옹호단체 등의 공식 조직과 종교모임, 동창회, 향우회 등의 비공식 조직에서의 상호활동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노인의 사회활동 참여가 많을수록 자살생각 수준이 낮을 수 있다는 가설은 다수의 경험연구에 의해 검증되었다(오인근, 2009; 이묘숙, 2012; 이은진 외, 2010; 이은석, 이선장, 2009; 이종경, 이은주, 2010).

이처럼 노인의 사회활동 참여와 자살생각 간 관계의 설명 메커니즘을 생각해보면, 사회활동 참여의 부족이 좌절된 소속감을 늘리고 사회참여의 부족으로 인해 높아진 좌절된 소속감이 자살생각을 늘릴 수 있다는 자살의 대인관계-심리학적 이론의 설명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위와 같은 이론적 논지와 경험 연구의 결과를 바탕으로 본 연구에서는 독거노인이 비독거노인에 비해 사회참여가 덜하고, 이에 따라 독거노인의 좌절된 소속감이 높아 자살생각이 더 높을 것이라는 가설을 검증하고자 한다(<그림 1> 참조). 또한 노인 자살생각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검증한 선행연구들을 살펴보면, 남성보다는 여성의 자살생각 수준이 높게 보고되고 있고(박현식 외, 2009; Turvey et al., 2002), 고연령 노인일수록 저연령 노인에 비해 자살사망률이 높으며(통계청, 2012), 빈곤 노인이 비빈곤 노인에 비해 자살생각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김기태 외, 2011; 박현식 외, 2009). 이와 같은 통제변수들을 이용하여 독거노인이 사회참여와 좌절된 소속감 수준을 거쳐 자살생각에 이르는 모형을 분석하고자 한다.


<그림 1> 
연구모형


3. 방 법
1) 연구참가자

본 연구에 참가한 연구대상자는 춘천시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노인 2,000명이다. 연구 참가자는 춘천시의 지역별 노인 인구 비례에 맞춰 인구비례할당법을 사용하여 표집하였으며, 30사례 미만인 지역에서는 제곱근비례배분법을 적용하여 표집하였다.1) 자료수집에 관해 연구를 수행한 기관의 연구윤리위원회에서 승인을 받았다. 이 설문에는 자살생각, 사회참여, 좌절된 소속감 등의 자살 관련 변인과 독거 여부 등의 노인 생활 관련 변인 등이 포함되어 있어 본 연구의 연구가설을 검증하는데 적절한 자료라 볼 수 있다.

2) 변수
(1) 자살생각

자살생각은 “자살을 하려고 생각하셨습니까?”라는 문항으로 측정하였다. 이 문항에 ‘예’라는 응답은 ‘1’로 ‘아니오’라는 응답은 ‘0’으로 코딩하였다.

(2) 독거여부

노인 독거 여부는 다음의 한 문항으로 측정하였다. “어르신께서는 누구와 함께 살고 계십니까?”라는 질문에 혼자 지낸다는 응답은 ‘1’로 혼자 지내지 않는다는 응답은 ‘0’으로 코딩하였다.

(3) 사회활동 참여

사회참여는 12개 사회활동(종교모임, 동창회, 향우회, 종친회, 자원봉사, 시민단체, 경로당, 노인회관, 이익옹호단체, 여가단체, 문화단체, 스포츠 관련 단체) 참여 개수로 측정하였다. 12개 사회단체 참여 여부를 각각 묻고, 각 문항에 대한 ‘참여’의 응답을 ‘1’로 ‘비참여’의 응답을 ‘0’으로 코딩한 후 이를 총합하였다.

3) 좌절된 소속감

좌절된 소속감은 15문항으로 구성된 대인관계 욕구 질문지(Interpersonal Needs Questionnaire)(Van Orden et al., 2012)중 좌절된 소속감을 측정한 하위 9문항(예: “요즈음 나는 사람들과 단절되어 있는 것 같이 생각한다,” “요즘은 나는 사람들 모임에서 내가 외톨이(아웃사이더) 같다고 느낀다.”)을 이용하여 측정하였다. 한국어 번안본은 하정미 등(2010)이 원척도를 번안하여 연구에 사용하였고 번안본의 신뢰도는 0.87로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각 질문은 “전혀 그렇지 않다-1”부터 “매우 그렇다-7”의 리커트 척도로 응답되었다. 9문항 중 6문항은 소속감에 관한 긍정적인 응답(예: “요즈음 나는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는 것처럼 느낀다.”)으로 이는 역코딩하여 점수가 높을수록 소속감에 대한 부정적인 판단 정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내게 하였다. 9문항의 응답을 총합하여 점수가 높을수록 좌절된 소속감의 수준이 높은 것을 나타낸다. 9문항의 신뢰도 계수(Cronbach’s alpha)는 0.92로 모든 문항이 매우 일관되게 좌절된 소속감을 측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 통제변수

노인 독거 여부가 사회참여, 좌절된 소속감, 자살생각에 미치는 영향력을 좀 더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해 연령, 성별, 빈곤 여부의 인구학적/사회경제학적 정보를 모형에 포함시켰다. 빈곤 연부는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 여부를 묻고 이에 ‘예’라는 응답은 ‘1’로 ‘아니오’라는 응답은 ‘0’으로 코딩하였다.

5) 자료분석

본 연구에서 제시한 연구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순서에 따라 자료를 분석하였다.

첫째, 각 종속변수에 대한 독립변수의 영향력을 검증하기 위해 아래 3가지의 회귀분석모형의 검증을 수행하였다.

  • • 모형(1) 독거 여부 → 사회참여: 선형회귀분석
  • • 모형(2) 독거 여부 + 사회참여 → 좌절된 소속감: 선형회귀분석
  • • 모형(3) 독거 여부 + 사회참여 + 좌절된 소속감 → 자살생각: 로지스틱회귀분석

다음의 3가지 모형을 수행할 때 각 독립변수와 함께 통제변수들이 독립변수군에 포함되었다. 각 모형에 투입된 독립변수들 간에 선형 관계가 있는지, 즉 다중공선성이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분산팽창요인(Variance Inflation Factor, VIF)을 계산하였다. 각 모형의 평균 다중공선성은 모형(1)=1.09, 모형(2)=1.10, 모형(3)=1.11 으로 다중공선성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독거 여부가 자살생각 여부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의 설명메커니즘을 파악하기 위해 다음의 2가지 경로의 간접효과를 계산하였다.

  • • 모형(1) 독거 여부 → 사회참여 → 좌절된 소속감 → 자살생각
  • • 모형(2) 사회참여 → 좌절된 소속감 → 자살생각

(1)은 본 연구의 핵심 연구질문으로, 독거노인일수록 사회참여 수준이 낮아 좌절된 소속감 수준이 높고 따라서 자살생각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경로의 가설이다.

(2)는 주 연구 질문인 1)의 부분 경로인데, 이는 Joiner가 자살의 대인관계-심리학적 이론에서 제안한 이론적 설명으로 우리나라 노인의 데이터를 이용하여 이를 검증해보고자 한다.

각 간접효과를 계산하는데 각 변수들의 분포와 간접효과의 분포가 정규분포에 맞지 않을 가능성을 감안하여 간접효과의 point estimation 값을 계산하는 대신 부트스래핑을 실시하여 신뢰구간을 제시했다. 부트스트랩은 각 간접효과 모형에 2,000회씩 실시했다. 모든 간접효과에 대한 95% 신뢰구간을 계산했고, 신뢰구간이 0을 포함하지 않으면 간접효과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모든 모형은 Mplus(ver. 6.21)를 사용하여 분석하였다.


4. 결 과
1) 연구대상자의 인구학적 특성

연구대상자 중 약 14% 가량이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좌절된 소속감의 수준은 26.01점이었고(점수 범위: 9~63), 사회활동 참여 개수는 평균 2.18개로 나타났다(<표 1> 참조).

<표 1> 
연구대상자의 주요 변인 및 인구학적 특성
변수(연속형) 평균(표준편차)
좌절된 소속감 26.01(8.04)
사회활동 참여 갯수 2.18(1.49)
나이 75.17(6.22)
변수(범주형) N(%)
자살생각
282(14.10%)
아니오 1,718(85.90%)
성별
남성 784(39.2%)
여성 1,216(60.80%)
수급 여부
수급 186(9.30%)
비수급 1,814(90.70%)
독거 여부
615(30.75%)
아니오 1,385(69.25%)

연구대상자의 평균 나이는 75.17(SD=6.22)세였고, 여성이 60.80%로 남성에 비해 더 많았다. 현재 기초생활보장 수급 대상자인 연구대상자는 186명(9.30%)이었다. 독거노인은 615명으로 전체 2,000명 중 30% 가량에 달했다.

2) 회귀모형 분석결과

독거 여부가 사회참여에 미치는 영향력을 분석한 결과, 독거노인이 비독거노인에 비해 사회활동 참여 단체 개수가 0.24개 만큼 적은 것으로 나타났고, 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것으로 나타났다(<표 2> 참조). 그리고 나이가 많을수록, 여성이 남성에 비해, 빈곤 노인이 비빈곤 노인에 비해 사회활동 참여 개수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표 2> 
회귀모형 분석결과
독립변수 종속변수
모형(1)-사회활동 참여 모형(2)-좌절된 소속감 모형(3)-자살생각
b SE P값 b SE P값 OR SE P값
독거(Ref: 비독거) -0.24 0.08 0.002 1.46 0.40 <0.001 1.78 0.26 <0.001
사회활동 참여 - - - -1.17 0.12 <0.001 0.96 0.05 0487
좌절된 소속감 - - - - - - 1.06 0.01 <0.001
나이 -0.03 0.01 <0.001 0.16 0.03 <0.001 0.95 0.01 <0.001
여성(Ref: 남성) -0.44 0.07 <0.001 0.21 0.37 0.58 0.90 0.13 0.452
빈곤(Ref: 비빈곤) -0.32 0.11 0.61 1.78 0.61 0.003 1.78 0.35 0.003
상수 4.61 0.39 <0.001 16.15 2.16 <0.001 1.83 1.59 0.486

독거 여부와 사회활동 참여가 좌절된 소속감에 미치는 영향력을 검증한 회귀분석 결과는 다음과 같다. 독거노인이 비독거노인에 비해 1.46점 만큼 좌절된 소속감 점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사회활동 참여 개수가 많을수록 좌절된 소속감 수준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활동 참여 개수가 하나 늘 때마다 좌절된 소속감 점수는 1.17점 만큼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제 변수 중에서는 나이와 빈곤 여부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가 많을수록, 빈곤 노인이 비빈곤 노인에 비해 좌절된 소속감 수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독거 여부, 사회활동 참여, 좌절된 소속감이 자살생각에 미치는 영향력을 검증한 로지스틱회귀분석 결과는 다음과 같다. 독거노인은 비독거노인에 비해 자살생각을 할 가능성이 78% 가량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좌절된 소속감 수준이 1점 만큼 상승할 때마다 자살생각을 할 가능성이 6% 가량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활동 참여 개수는 자살생각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제변수 중에는 나이와 빈곤 여부가 자살생각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나이가 한 살 많을수록 자살생각을 할 가능성이 5%씩 낮아지고, 빈곤 노인이 비빈곤 노인에 비해 자살생각을 할 가능성이 78%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3) 간접효과모형 분석결과

두 간접효과 모형의 분석결과는 <표 3>과 같다. 모형(1) 독거 여부 → 사회참여 → 좌절된 소속감 → 자살생각의 간접효과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독거가 사회참여 수준을 낮추고, 독거에 의해 낮아진 사회참여 수준이 좌절된 소속감 수준을 높이고, 이렇게 높아진 좌절된 소속감 수준이 자살생각을 할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간접효과의 크기는 총효과 0.160 중 0.041만큼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형(2) 사회참여 → 좌절된 소속감 → 자살생각의 간접효과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회참여를 많이 할수록 좌절된 소속감 수준이 낮아지고 사회참여에 의해 낮아진 좌절된 소속감이 자살생각을 할 가능성을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간접효과의 크기는 총효과 0.160 중 0.039만큼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 3> 
간접효과모형 분석결과
간접효과 직접
효과
간접
효과
95% 신뢰구간
하한값 상한값
모형(1) 0.119 0.041 0.001 0.03
모형(2) 0.121 0.039 -0.08 -0.04


5. 논 의

본 연구는 독거노인이 심각한 자살위험에 노출되어있다는 문제 의식을 바탕으로, 기존 선행연구들이 갖고 있는 이론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Joiner의 자살의 대인관계-심리학적 이론을 우리나라 노인에게 적용하여 왜 독거 여부가 자살생각에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고자 수행되었다.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독거노인은 비독거노인에 비해 사회활동참여 수준이 낮고, 자살생각 수준이 높았다. 사회활동참여 수준이 높은 노인은 좌절된 소속감 수준이 낮고, 자살생각 수준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좌절된 소속감 수준이 높은 노인은 자살생각 수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독거 여부 → 사회참여 → 좌절된 소속감 → 자살생각 의 간접효과 경로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보였다.

노인의 독거가 사회활동 참여와 자살생각에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결과는 기존의 선행연구의 결과를 지지했다(김기태 외, 2011; 이봉재, 오윤진, 2008; 이현경, 장창곡, 2014; 이화영, 조성희, 2012; Dennis et al., 2005; Waern et al., 2002; Wiktorsson et al., 2010). 또한, 본 연구는 좌절된 소속감이라는 설명변수를 이용해 기존 선행연구를 확장했다. 이는 Joiner의 자살의 대인관계-심리학적 이론을 독거 여부라는 개인 생활환경에 확장·적용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연구결과를 노인 자살예방 정책에 적용시켜 위험사정(risk assessment), 지역사회 기반 개입프로그램, 임상 프로그램에 관해 논의하고자 한다.

먼저, 독거노인의 자살예방을 위한 위험군 선별에 사회활동 참여와 좌절된 소속감 수준을 포함시키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사회활동 참여 수준과 좌절된 소속감 수준이 낮은 독거노인은 자살위험군에 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자살의 대인관계-심리학적 이론에 따르면 좌절된 소속감이 높으면 자살하고자 하는 마음(desire)이 있는 상태에 놓이게 되는데, 이 상태에서 고통 감내력이나 치명적 자살도구에의 접근성이 올라가게 되면 자살시도의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독거노인의 경우 사회활동 참여 수준이 낮은지, 좌절된 소속감 수준이 높은지를 알아보는 것은 자살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여러 선행연구가 밝힌 경험연구의 결과를 이론적 설명을 통하여 확장한 것으로 향후 독거노인의 자살예방을 위한 정책마련에 이론적 근거를 제시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좌절된 소속감을 포함한 간접효과는 독거 여부가 자살생각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력의 약 25%만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나 나머지 설명메커니즘이 동반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또, 한 가지 참고할만한 사항은 사회활동 참여와 좌절된 소속감 두 변인 중 자살생각에 더 영향을 미치는 것은 좌절된 소속감이라는 점이다. 사회활동참여와 자살생각을 예측하는 분석결과(표 2)를 보면 사회활동참여와 좌절된 소속감이 함께 자살생각을 예측할 때는 좌절된 소속감만이 자살생각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활동참여는 좌절된 소속감 수준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중요한 변인이지만 직접 자살생각과 연결되지는 않는다. 따라서 자살생각을 측정하는 과정에서 짧은 시간동안 매우 적은 자원을 활용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독거노인의 좌절된 소속감을 우선 사정 대상으로 삼아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둘째, 좌절된 소속감을 표적으로 하는 지역사회 기반 개입프로그램의 개발 및 수행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독거노인들의 사회활동 참여를 도모하여 좌절된 소속감 수준을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는 프로그램이 될 것인데, 이미 개발되어 있는 해외사례를 참고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Van Orden et al.(2013)은 자살의 대인관계-심리학적 이론에 기반하여 Senior Connection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프로그램 내용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사회활동 참여가 적은 노인들을 대상으로 성별과 나이를 매칭한 노인 자원봉사자들이 1~2주 간격으로 대면 혹은 전화로 접촉하여 지역사회활동 참여를 권장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프로그램의 효과성을 검증한 무작위 대조군 연구(randomized controlled trial)결과,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비참가자들에 비해 자살생각과 우울수준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Yamboonruang et al.(2016)도 정신질환을 겪고 있는 환자와 그 보호자들을 대상으로, 사회활동참여 강화를 통해 좌절된 소속감을 낮추기 위한 인지행동프로그램과 전화상담을 결합한 개입프로그램을 수행하였다. 프로그램 효과성 분석 결과, 프로그램에 참여한 집단이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은 집단에 비해 자살생각의 수준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낮아졌다고 보고했다. 이러한 선행 프로그램들을 벤치마킹하여 우리나라 독거노인들의 좌절된 소속감을 낮추기 위한 개입프로그램을 마련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희망의 전화, 생명의 전화 등 노인들을 위한 전화 상담 프로그램이 시행되고 있다. 이와 같은 프로그램들도 앞으로 이론적 근거에 기반하여 프로그램 목표를 좌절된 소속감 경감으로 수정하여 적용한다면 독거노인 자살예방을 위한 지역사회 프로그램으로 기능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셋째, 사회활동 참여 증진과 좌절된 소속감 경감을 위해 구성된 프로그램 외에 노인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개입 프로그램의 일부로 좌절된 소속감 경감 프로그램을 포함시킬 수 있다. 이를테면, 지역사회 우울증 경감 프로그램에 소속감 증진을 위한 세부프로그램을 함께 넣어 구성하는 등의 방법을 구상해볼 수 있다. 해외 사례에서도 이와 같은 프로그램 구성을 통해 노인 자살위험을 낮춘 사례를 여럿 보고하고 있다(Alexopoulos et al., 2009; De Leo et al., 2002; Oyama et al., 2006). 이와 같은 프로그램들에서 소속감 증진을 위해 구성한 프로그램들은 전화를 이용한 지속적 접촉(Telehelp/Telecheck; De Leo et al., 2002), 자원봉사 참여, 또래 집단 활동(Oyama et al., 2006), 대인관계역량 강화(Alexopoulos et al., 2009) 등으로 이 세부 프로그램들은 좌절된 소속감 경감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본 연구의 분석결과를 바탕으로 논의한 위와 같은 제언은 자살예방을 위한 정책적 논의를 통해 좀 더 세밀하게 구상해볼 수 있다. Mrazek과 Haggerty(1994)는 예방활동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표적대상을 3그룹으로 구분한 자살예방모형을 제안했다. 이 모형은 자살예방의 대상을 기준으로 보편적(universal), 선택적(selective), 지표적(indicated) 예방활동으로 나눈다. 보편적 예방활동은 특정 자살위험군이 아닌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캠페인, 자살수단에의 접근을 제한하는 정책 등이 이에 속한다. 선택적 예방활동은 노인 독거, 청소년, 전쟁 경험 군인 등 공통적 위험요인을 갖춘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자살예방교육, 지역사회 문제해결 프로그램 등이 이에 속한다. 지표적 예방활동은 스크리닝을 통해 자살징후가 높다고 판명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지행동 훈련, 스트레스 조절 훈련, 상담 등이 이에 속한다. 좌절된 소속감을 경감시키기 위한 정책적 노력은 이 중 선택적 예방활동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정신건강증진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한 메타분석 연구 결과, 선택적 예방활동의 효과크기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좌절된 소속감을 경감시키기 위한 프로그램은 자살예방 효과가 클 가능성이 높다(Horowitz & Garber, 2006). 따라서 위의 정책 제언은 독거노인 자살예방을 위한 정책적 성공의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의 자살예방정책이 주로 지표적 예방활동에 치우쳐 있는 점은 아쉽다. 노인 자살예방을 위해서는 사회통합이 중요하다는 점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이소정, 이수형, 2009), 우울증 관리, 심리상담 등의 고위험군을 위한 정책이 주를 이루고 있어 독거노인 자살문제의 해결에는 부분적으로만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의 국가 자살예방 전략에 따르면, ‘건강한 개인, 가족, 지역사회 만들기’라는 첫 번째 전략 아래, 효과성 있는 프로그램 만들기라는 세부목표를 설정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세부 전략 마련을 위해서 소속감 증진 프로그램이 자살예방에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를 소개하며, 학교, 교회, 지역사회 네트워크를 활용한 프로그램 개발을 목표로 삼았다. 우리나라 노인 자살예방정책 수립에도 이와 같은 해외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의 제한점과 향후 연구에 대한 제언은 다음과 같다. 먼저 본 연구의 결과변인인 자살생각을 측정하는데 시간적 조건이 없었다는 점이다. 즉, 자살에 관한 생각을 언제 했는지 특정할 수 없기 때문에 현재 자살생각의 심각성 수준을 가늠하기 다소 어렵다는 점이다. 또한 본 연구에서 사용한 자살생각에 관한 질문은 자살생각의 유무만을 물어 자살생각에 관한 다양한 차원의 의미를 알기 어려웠다. 따라서 향후 노인 독거가 자살생각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는 연구에서는 시간적 조건을 구체화하고 표준화된 척도를 이용하여 자살생각을 물음으로써, 노인 독거여부가 다양한 차원의 자살생각에 미치는 영향과 그 심각성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는 주요 변수 중 하나인 사회참여를 측정하는데 사회참여활동 개수만을 사용했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사회참여변인을 포함한 간접효과모형(1)의 간접효과크기와 사회참여변인을 뺀 간접효과모형(2)의 간접효과크기에 아주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은 아마도 이와 같은 측정방법의 문제에 기인할 수도 있다고 판단된다. 사회참여는 참여하는 활동의 개수 외에도 각 활동에 얼마나 자주 참여하는지, 얼마나 깊이 있게 참여하는지의 여부도 중요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노인 사회참여의 다양한 측면을 살펴볼 수 있는 변인들을 분석에 사용함으로써, 독거노인의 사회참여가 자살생각에 미치는 영향을 더욱 풍부하게 탐구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또한, 독거노인들 중 가족 여부를 파악하지 못한 것도 본 연구가 가지고 있는 한계 중 하나이다. 같은 독거노인이더라도 교류할 수 있는 가족이 있는지에 따라 사회참여의 폭이 다를 수 있고 이에 따라 자살생각의 수준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가족 유무 혹은 가족과의 상호작용 수준을 통제변인군에 추가하여 독거 여부가 자살생각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이 연구는 횡단 자료를 이용함으로써 변인들 간에 인과 관계를 설명하는데 한계가 있다. 향후 연구에서는 종단 자료를 이용하여 사회활동참여 수준과 좌절된 소속감 수준의 추이를 고려한 모형을 검증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본 연구에서 분석된 경험 자료는 특정 지역 거주 노인들을 대상으로 표집한 것이어서 전국적인 대표성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사회활동 참여와 좌절된 소속감에 관한 다양한 변인들이 포함된 전국 자료를 이용한 연구는 본 연구가 가진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의 분석 결과들을 종합해보면, 사회활동 참여와 좌절된 소속감은 자살생각을 예측하는 중요한 변인이다. 사회활동 참여 증진과 좌절된 소속감 경감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독거노인의 자살예방을 위한 정책 마련에 이바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Note
1) 인구비례할당법: 지역별(춘천시 행정구역) 통계청 기준 모집단 구성비에 따라 표본 추출; 제곱근비례배분법: 인구수가 너무 적은 지역의 경우 추출된 표본의 지역별 대표성을 높이기 위해 인구수의 제곱근에 비례하여 표본 추출.

Acknowledgments

이 논문은 2012년 정부(교육과학기술부)의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NRF-2012S1A6A3A01033504).

이 연구는 2016년도 성공회대학교 교내연구활동지원사업에 의한 연구임(2016-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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