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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of Social Science - Vol. 30 , No. 3

[ Article ]
Journal of Social Science - Vol. 30, No. 3, pp.25-50
Abbreviation: jss
ISSN: 1976-2984 (Print)
Print publication date 30 Jul 2019
Received 01 Dec 2018 Revised 05 Jul 2019 Accepted 11 Jul 2019
DOI: https://doi.org/10.16881/jss.2019.07.30.3.25

미디어가 재현한 이주 노동자 가족: EBS1 <글로벌 아빠 찾아 삼만리> 텍스트 분석
이근옥 ; 강국진
충남대학교 언론정보학과
서울신문

The Representation of a Migrant Worker’s Family by the Media: A Text Analysis of EBS1’s “Finding My Daddy”
Geunoak Lee ; Kukjin Kang
Chungnam National University
The Seoul Shinmun
Correspondence to : 강국진, 서울신문 기자,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124, 서울신문사, E-mail : jamgok.kim6@gmail.com


초록

이 논문은 한국 사회가 외국인 노동자 100만 명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시점에서 EBS1 TV의 휴먼 다큐멘터리<글로벌 아빠 찾아 삼만리>의 사례 분석을 통해 우리 사회가 이주 노동자를 바라보는 담론적 특성을 살펴보고자 했다. 기존 연구자들은 이주노동자에 대해 미디어가 제한적이고 부정적인 묘사와 인색하고 빈약한 재현을 보이는 것으로 파악했다. 연구결과, 기존연구자들의 비판처럼 우리 사회 정서가 이주 노동자에 대해 편향과 폄하 등으로 점철되어 있지는 않았다. 상당부분 지지와 우리 사회의 약자라는 인식 제고에 힘쓰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빠’에 대한 정체성의 경우 코리안드림이나 우직한 일꾼으로,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하는 모습으로 재현되고 있었다. ‘엄마’는 항상 ‘아빠’의 ‘보조자’, ‘조력자’로서 가부장적 질서에 순응하고 가족주의 이데올로기의 매개자로 상투적 재현이 되풀이 되고 있었다. 게시판 분석 결과, 전체적으로 인종에 따른 차별적 반응은 별로 나타나지 않았지만 그것이 노동 담론이 될 경우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혐오 정서는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결론적으로 미디어는 손쉽고 안정적인 제작 관행이라는 진부함에서 벗어나 미디어로서의 책무를 다해야한다는 것이 이 연구의 주장이자 함의이다.

Abstract

The aim of this study is to understand the structure of discourse about people’s perspectives on a migrant worker’s family through a case analysis of EBS1 TV’s documentary, “Finding My Daddy.” Some of the current studies reported that Korean society has increasingly formed an extension of multicultural discourse and policies, but the content is not good enough. As a result of the documentary analysis, the discourse on “dad” is that he adapts well as a member of society and is represented as a “yes man,” “all-purpose man,” or “superman” when “dad” is thankful for finding a job and working. “Mom” is a pre-modern women's figure that is distinguished from general Korean mothers. “Mom” always acts as a “dad’s aid” or “assistant.” It was represented as it is the gender of a woman stylized as an object. Citizens are still benefitting the migrant worker's family, and employers and managers are recognizing that they deal with “commands,” “lead” about “dad.” In conclusion, the results imply that the media is reproducing the cultural objects of mainstream preferences and tastes, and even those are never free from contemporary culture.


Keywords: 다큐멘터리, 이주 노동자, 가족애, 수용자들의 혐오정서, 온정주의
키워드: Documentaries, Migrant Workers, Family Love, Domestic Viewer’s Aversive Emotion, Paternalism

1. 문제제기 및 연구목적

“풍요는 지구적이고 참상은 지역적”이라는 말로 지그문트 바우만(2003)은 지구화가 역설이라고 규정한다(Bauman, 1998/2003, p. 150). 그에 따르면 기술은 세계의 가난한 자들의 삶에는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했고, 지구화가 극소수의 사람에게는 상당한 혜택을 준 반면 세계 인구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외면하거나 주변화시켰다(Bauman, 1998/2003, p. 145). 바우만은 매체에 드러나는 것처럼 기근이라는 무시무시한 화면을 보여주는 모든 사회들은 노동과 작업장의 파괴, 즉 지역 빈곤의 지구적인 근거라는 문제의 본질을 조심스럽게 회피하고 있으며, 그 참상은 축적된 도덕적 정서를 메마르게 하면서, 일상적인 인종적 무관심을 다른 방식으로 지지하고 강화시킨다는 설명이다(Bauman, 1998/2003, pp. 148-151). 즉 바우만은 지구화가 양날의 칼과 같다는 것이다.

전지구화 시대에서 핵심적인 것은 이민이며 그중에서도 자발적 이민 외에 외국인 노동자를 포함하는 넓은 범위의 이민으로 이민성은 현대 복합성 사회의 중요한 특징이 된다(김세은, 김수아, 2007, 2쪽). 이주노동이 국가와 지역 간의 일자리 기회와 임금의 격차가 있는 한 지속될 수밖에 없고, 전지구화의 물결은 자본과 정보뿐만 아니라 사람의 이동을 촉발시켜 국가와 민족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주노동은 증가 일로에 있는 국제적 현상이라고 풀이한다(한건수, 2003, 157쪽). 통계청 고용조사결과를 봐도 2017년 국내 외국인 취업자 수는 83만 4천여 명에서 2018년 88만 4천여 명으로 1년 사이 5만 명이 증가한 것으로 한국사회 또한 전지구화의 물결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보여준다.

한국은 외국인 노동자 100만 명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1) 텔레비전 예능프로그램은 물론이고 영화 속 조직폭력배들까지 한국말을 능숙하게 하는 외국인이 등장하는 게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외국인 노동자는 빠르게 우리 일상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우리’는 이전에는 겪어보지 못했던 새로운 상황에 때론 당황하고 때론 분노하게 된다. 우즈베키스탄 출신 노동자들에게 체불임금 440만원을 동전 2만 2,802개로 바꿔 지급한 건설업자 사례와 원양어선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인 선장과 기관사를 살해한 사건은 한국 사회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을 대하는 방식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건설업자가 한국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내며 부끄러움을 줬다면, 선상반란 사건은 한국 전체 선원 중 40%(2016년 기준 2만 4,624명)나 될 정도로 늘어난 외국인 노동자들이 ‘우리’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두려움과 경계감을 부추겼다.

과거 독일로 간 광부와 간호사, 중동의 사막에서 건설현장을 누비고 한국에 있는 가족을 먹여 살렸던 ‘산업역군’들과 현재 시점에서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는 본질적으로 다를 게 하나도 없지만 우리는 자주 그 사실을 잊어버린다.

통계청 고용통계과의 “2018년 외국인 고용조사결과”를 보면 2018년 5월 기준으로 15세 이상 경제 활동 인구수는 92만 9천 명이며, 이 중 취업자는 88만 4천여 명에 달한다. 외국인 노동자 58%가 200만원이 안 되는 저임금을 받는데다 각종차별과 폭언·폭행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는 사례가 계속되고 있다. 한국외국인력지원센터에 따르면 2018년 6∼8월 3개월 간 직접 방문이나 전화로 한국 생활의 어려움을 호소한 외국인 노동자 상담 건수는 1만 3,813건이었다. 유형별로는 △임금체불이나 폭행 등 사업장 내 갈등(4,045건) △사업장변경 관련 애로사항(1,171건) △차별 등 일상생활 고충(993건) △질병·부상·사망(191건) 등으로 나타났다.

한국이 외국인 노동자 100만 명 시대라고는 하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접할 수 있는 경우는 대체로 미디어를 통해서 일 것이다. 미디어는 사회 현상이나 가치등을 재현함으로써 끊임없이 담론을 생산한다. 외국인 노동자와 직접적인 교류를 경험하지 못하는 대다수 국민들은 미디어를 통해 그들에 대한 인식을 형성하게 된다(정재민, 김호연, 2005, 105쪽). 즉 수용자들은 신문이나 방송의 뉴스를 통하거나 혹은 드라마·영화 등을 시청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인식을 섭렵하게 되는 것이다.

이 연구는 한국 사회가 외국인 이주 노동자를 바라보는 담론적 특성을 살펴보는데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아이들을 전면에 내세워 외국인 이주노동자 가족을 재현하는 휴먼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인 EBS1 <글로벌 아빠 찾아 삼만리>에 주목했다. 본 텍스트의 장점은 결혼이주 여성 일색인 기존의 다문화 주의 방송물에서 보기 드물게도 외국인 이주 노동자와 그 가족을 중심 소재로 다루었다는 점이다.

미디어는 우리 사회가 타자를 받아들이는데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방송이 타자를 어떻게 재현(representation)하는지 살피는 것은 곧 한국 사회에서 ‘상식’으로 통용되는 시각과 가치를 되돌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를 통해 ‘우리’와 ‘그들’이 한국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한 실천적 지혜를 얻는데 미약하나마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2. 선행 연구의 검토와 이론적 논의

아파두라이(1996)는 세계의 시민들이 미디어가 제공하는 이미지를 복합적인 방식으로 그들 자신의 삶을 상상하는데 소구하며, 이러한 미디어 이미지를 통해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는 방식에서 미디어는 ‘리얼리티(strip of reality)’를 제공한다고 한다(Appadurai, 1996/2004, 12-13쪽). 재현은 우리를 주체로 위치지우는 의미화 실천과 상징체계를 포함하고 문화적 과정으로써 개인의 정체성과 집단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재현체계를 통해 과거, 현재의 모습과 미래의 소망에 비추어 나는 누구인가를 그려낼 수 있다(이경숙, 2006, 250쪽).

한편 실버스톤(Silverstone, 1999/2003)이 주장한 것처럼 미디어에 의해 매개되는 세계에서 미디어는 단순히 어떤 행위를 신뢰할 수 있는 것으로 재현하거나 혹은 그러한 재현을 보증하는 능력과 역할 뿐만 아니라, 스스로가 신뢰를 형성하고 창출해 가는 인터페이스의 중심지점에 서 있게 된다(정수영, 2009, 24쪽).

권금상(2013)은 미디어는 이주민이나 소수자들을 드러냄에 있어 현실을 단순히 재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정체성을 규정하며 의미를 부여하는 적극적인 작업을 통해 소수자에 관련한 사회적 담론을 형성하는 상호적이며 구성주의적인 결과를 가져온다고 한다. 따라서 소수자들이 처한 입장과 사회를 향한 목소리를 담기보다는 주류에 의해 구성되고 주류의 시선에 의해 제작되므로 불리한 이들의 위치는 더욱 사회적 배제자로 강조되어 우리가 사회적 약자로 규정하고 범주화하는 집단에 대한 미디어의 재현방식과 부합한다는 설명이다(권금상, 2013, 206쪽).

심훈은 이주노동자에 대한 프로그램은 제한적이고 부정적인 묘사는 차치하고라도 이주 노동자에 대한 담론 자체가 부재하고 한국의 이주노동자들은 한국 사회의 구성원으로 대접받기 보다는 시민권을 인정받지 못하는 일시적 노동력에 불과하기에 인색하고 빈약한 재현으로 나타나는 것이 문제 지점(심훈, 2012, 202쪽)이라고 밝혔다.

이주노동자와 직접적인 교류를 경험하지 못하는 대다수 국민들은 언론보도를 통해 그들에 대한 인식을 형성하게 된다. 즉 신문이나 방송에서 뉴스를 통해 전달하는 이주노동자와 관련된 기사또는 드라마나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이주노동자의 모습을 통해 그들에 대한 인식을 간접적으로 습득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언론은 이주노동자에 대한 사건이나 사안을 보도할 뿐만 아니라, 그들에 대한 보도를 통해 이주노동자의 이미지를 재현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정재민, 김호연, 2005, 105쪽).

텔레비전의 활동은 문화적 상징인 낯선 지역, 민족, 인물 등을 재현함으로써 새롭게 편입된 소수자들뿐만 아니라 이 사회에 살고 있는 자들의 정체성에 대한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즉 정체성 재현은 문화의 순환과정에서 미디어의 속성과 정체성에 미치는 다양한 요소들의 협상을 통한다고 볼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공적미디어를 통한 정체성 재현의 전략적 기제는 정형화일 수도 있고, 향수나 민족주의의 생산일 수도 있으며, 혼성적 수용일 수도 있으나 지배적 담론에 조응하는 방식을 따르게 된다(이경숙, 2006, 241쪽, 255쪽).

한국사회의 이주노동자 재현은 다양한 목적에서 ‘타자’를 필요로 한 한국사회의 욕구에 따라 이루어졌다고 한다. 일상생활에서 이주노동자와 대면할 기회가 없는 한국인들이 방송과 언론에 소개되는 이주노동자의 인권침해 사례와 그들의 고통을 보면서 한국사회의 반성과 성찰을 촉구하게 되고,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사회의 도덕적 가치를 측정하는 ‘타자’로 등장한 것이다(한건수, 2003, 186-187쪽).

재현은 외부 세계의 ‘리얼리티’와 미디어가 반영하는 ‘리얼리티’와의 관계에 대한 논의로부터 출발한다. 이종수는 미디어가 외부세계의 현실을 어떻게 매개하며, 그 매개과정에서 외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는가 왜곡하는가를 살펴보는 것은 미디어 재현에 대한 연구의 핵심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서 외부 세계의 일차적 현실이 존재하고 미디어의 재현은 이것을 반영하거나 재구성한 이차적 리얼리티라는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미디어의 재현은 ‘현실’이라고 하는 외부 세계에 의존적이며 미디어 특유의 현실을 형성하고 묘사하고 있어서 광범위한 현실 생성 및 조작 가능성을 상정할 수 있다(이종수, 2004, 132-135쪽).

담론의 사회적 구성에 관한한 홀은 1차적 현실이 미디어가 매개하여 2차적 현실로 보여준다는 플라톤식의 인식에 대한 비판을 전제로 한다. 즉 “미디어가 제시하는 현실이란 더 이상 주어진 사실들의 결합이 아니라 특별한 방식으로 구성한 결과이며, 미디어는 현실을 단순히 재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규정하는 것이고 그것은 사건에 의미를 부여하는 적극적인 작업”이라고 한다(Hall, 1982, p. 60).

이기형은 다큐와 오락 그리고 드라마로 대표되는 대중매체들 속에서 이루어지는 다문화 주체들에 대한 재현이 양적으로는 상당히 증가했으며 소재 측면에서도 일정량 진일보한 상태지만, 여전히 현실 속에 존재하는 인종적인 차이와 갈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난점과 한계를 봉합하는 수준에 머무르는 결과를 낳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이기형, 정준 외, 2014, 114쪽). 그나마 결혼 이주 여성을 다룬 방송물은 쉽게 접할 수 있고, 또한 이들에 대한 방송의 시각도 우호적이지만 외국인 이주 노동자를 소재로 한 방송물은 부정적 시각의 영화 외에 달리 텔레비전 매체를 통해서는 찾아보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현실의 사회적 재구성 창구로써 미디어의 담론이 그려내는 다문화사회의 이미지가 부정적이고 배타적인 모습이라면 분명 사회적 인식 또한 이와 같은 가치관과 행동 체계가 구성원들 인식 속에 내재해 있으리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기존의 연구자들은 이주 노동자에 관한한 미디어가 여전히 인색한 묘사나 담론의 부재등으로 일관하는데 대해 지적하고 있다. 매체의 차이에서 오는 부분을 간과하더라도 우리 사회에서 이주노동자에 대한 담론이란 것이 보다 인권적 측면이 나 범 인류애적인 측면에서라도 좀 더 동화정책이 필요한 것일까? 기존 논의에서의 한 가지 뚜렷한 특이점은 한건수를 제외하면 대체로 보다 시혜적이고 온건주의적인 담론이 더 필요함을 지적하는 논의 일색이었다. 그렇다면 본 텍스트 또한이러한 논의들을 재차 확인시켜주는 것에 그칠 것인지 아니면 이주노동자에 대한 새롭고 다양한 스펙트럼이 형성되고 있음이 포착될 것인지 촘촘히 짚어 볼 일이다.


3. 연구문제와 연구방법
1) 연구문제

이 연구는 미디어가 사회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형태로든 배제와 선택 과정을 거쳐 재구성한다는 점에서 출발하였다. 이러한 대전제 하에서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이슈가 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의 소외 문제를 ‘미디어 재현’이라는 문화 사회학적 측면에서 접근하고자 하였다. 노출 정도로 볼 때 텔레비전은 여전히 가장 대중적인 매체이다(손병우, 2015, 35쪽). 따라서 우리 사회 구성원들에게 파급력이 크고 접근이 용이한 텔레비전 다큐멘터리를 통해 주류 미디어가 외국인 이주 노동자를 어떻게 재현(representation)하는지에 주목했다. 텔레비전 다큐멘터리를 통해 재현된 외국인 이주 노동자 가족이 우리의 ‘타자’로서 한국 사회 맥락 속에서 어떤 문화적 관습과 가치들을 재현해 내는지 서사적 요소와 담론적 특성을 포착해보고자 하였다. 더불어 게시판을 통해 수용자들은 프로그램이 생산해낸 담론들을 아무런 저항 없이 확대 재생산하는지 새로운 담론을 생성해 내는지 눈여겨보고자 하였다. 연구문제는 다음과 같다.

∙연구문제1: <글로벌 아빠찾아 삼만리>가 이주 노동자 가족을 재현하는 특성은 무엇인가?
∙연구문제2: <글로벌 아빠찾아 삼만리>에 나타난 이주 노동자 가족은 어떤 담론적 특성을 띠는가?
∙연구문제3: 수용자들은 <글로벌 아빠찾아 삼만리>가 재현한 이주 노동자와 그 가족들을 어떤 방식으로 수용하는가?

2) 연구방법
(1) 분석대상

이 연구에서는 2015년 9월 2일부터 2016년 6월 1일까지 매주 수요일 7시 50분부터 8시 40분까지 1~2부로 나누어 2주에 걸쳐 하나의 에피소드가 방영된 EBS 1TV의 휴먼 다큐멘터리 프로 그램 <글로벌 아빠찾아 삼만리>2)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더불어 시청자 게시판에 등록된 총 148개의 게시글과 댓글을 통해 수용자(시청자)들이 이주 노동자와 그 가족들을 수용하는 방식을 파악하고자 하였다. 1부 만으로 하나의 에피소드를 완성했던 1·2회 방송에서는 ‘엄마’를 비중 있게 다루지 않고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2회부터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글로벌 아빠찾아 삼만리>가 기존의 외국인이주 노동자 가족을 다룬 다큐멘터리 프로그램과 차별화된 지점은 천진난만한 아이들이 중심인물이 되어 전체 에피소드를 이끌어 간다는 점이다. 이는 한국의 저출산 현상의 대안으로 각종 아이 중심의 프로그램들이 다수 제작·방영되고 시청률 또한 일정 부분 유지되는 우리 사회의 문화적 현상과 그 맥락이 맞닿아 있다.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가족의 생계를 위해 한국에서 홀로 생활하는 가장들 즉 기러기 아빠이다. <아빠 찾아 삼만리>는 100만이 넘는 외국인 근로자들 중 가족들을 떠나온 아버지와, 아버지를 떠나보낸 어린 자녀들이 한국이라는 먼 나라에서 홀로 외롭게 일하며 살고 있는 아버지를 찾아 상봉하는 휴먼다큐 프로그램이다.

분석시점까지 태국, 미얀마, 베트남, 몽골, 네팔, 필리핀, 캄보디아,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키르키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총 11개국의 다양한 아시아 국가의 국적을 가진 외국인 이주 노동자 가족이 출연했다. 전체 분석 대상 프로그램 20개 중 시간적으로나 지면상 제약에 따라 출연자 가족의 국적을 고르게 안배하여 10개 에피소드 만을 선별해 담화를 기록하였다. 그 외 ‘내레이션 담화’는 전체 에피소드를 대상으로 정리했다.

본 프로그램의 포맷은 한국에서 3D직종에 종사하며 험난한 노동을 하는 아빠의 모습과, 고향에 남겨져서 자녀와 나머지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알뜰살뜰 노력하는 엄마의 모습, 그리고 그들의 어린 자녀들 모습이 중심축을 이루는 식이다. 구체적인 프로그램 특성과 주요 등장인물을 정리하면 <표 1>과 같다.

<표 1> 
에피소드별 출연자 가족의 인구학적 배경
회차 에피소드 제목 국적(아빠의 성명, 연령) 아이들(연령) 아빠의 한국 근무지 및 업종(이주 근무연차) 고향의 지리적 배경/엄마가 종사하는 일 아빠의 이주 목적 및 목표
1회 미얀마에서 온 남매 미얀마(뚜라, 37세) 14세, 8세 남매 동인천 산업용 목재 공장(4년차) 수도 양곤/직업 알 수 없음 가정형편 회복
2회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자매 우즈베키스탄(보틸, 36세) 10세, 8세 자매 대구 성서산업단지 자동차 부품 열처리공장(2년 6개월차) 우즈베키스탄 카르쉬/직업 알 수 없음 새 집/조그만 가게 마련
5,6회 키르키스탄에서 온 사남매: 희망의 집 키르키스탄(압자프르, 36세) 14세, 10세, 8세, 12개월 남매 경기도화성목재주방가구공장(4년차) 오쉬 세랄르 마을/전업주부 집짓기(완성)
7,8회 베트남에서 온 남매: 희망을 달리는 버스 베트남(탄남, 36세) 13세, 7세 남매 전남 목포시 조선소 용접(3년차) 타이빈 시골마을/봉제, 국수 제조 날품 버스 구입(운행)
9,10회 캄보디아에서 온 형제: 농부 아빠의 행복한 꿈 캄보디아(남뻐우, 37세) 11세, 6세 남매 경기도 고양시 근교 농원(2년차) 프놈펜/양돈, 방앗간 날품 집짓기/빚청산
11,12회 베트남에서 온 삼남매: 아빠와 꿈의 바다 베트남(튼, 36세) 13세, 8세, 5세 삼남매 경북 영덕 고기잡이(1년 6개월차) 타양화 어촌마을/생선행상, 그물손질 날품 고기잡이배 구입
13,14회 인도네시아에서 온 형제: 희망을 굽는 전통 기와 인도네시아(뿌르완또, 42세) 12세, 6세 형제 경기도 안산 반월 도금 산업단지(2년차) 자바섬 워링인아넘/전통기와 굽기 기와 생산업/자동기계 구입
15,16회 스리랑카에서 온 형제: 행복이 열리는 바나나 농장 스리랑카(하신다, 36세) 8세, 6세 형제 전남 완도군 전복양식장(2년 5개월차) 사푸고다 시골마을/바나나농장 인부 집/바나나 농장 운영
17,18회 몽골에서 온 남매: 딸바보 아빠의 꿈 몽골(바토톡흐, 37세) 12세, 5세 남매 경기도 화성 열감지센서 부품 제조업(3년 6개월차) 수도 울란바토르/공항 집(아파트) 구입
19,20회 미얀마에서 온 자매: 아빠를 위한 기도 미얀마(민떽샹라이, 36세) 10세, 5세 자매 경기도 광주 지퍼손잡이 생산공장(2년차) 수도에서 5시간 거리 몰메인/천연고무 재생공장 빚청산(작은아이 수술비로 사채 빚)
21,22회 태국에서 온 형제: 희망으로 다시 서기 태국(캄피안, 38세) 12세, 6세 형제 경기도 화성 송진가공 공장(4년차) 시골의 작은마을/대나무 벌목, 농사 날품 목돈 마련
23,24회 네팔에서 온 형제: 사랑의 배터리 네팔(비스트, 33세) 11세, 10세 형제 경기도 동두천시 피혁가공공장(4년차) 수도에서 20시간 산악지대 두티/벽돌깨기, 나무하기 특별한 언급 없음(자녀 교육비)
25,26회 스리랑카에서 온 남매: 울보 아빠의 꿈 스리랑카(에랑그, 40세) 9세, 5세 남매 전남 장성 농공단지 자동차부품생산업체(3년 10개월차) 수도 콜롬보에서 3시간거리의 섬마을/흙벽돌공장 집/버스 운전
27,28회 캄보디아에서 온 남매: 작은 거인의 꿈 캄보디아(키리원, 33세) 14세, 12세, 8세 삼남매 부산 강서구 미나리농장(4년차) 프놈펜에서 2시간 거리 타케오/신발공장, 국수제조 날품
29,30회 필리핀에서 온 삼남매: 대가족 아빠의 꿈 필리핀(로디릭, 40세) 16세, 14세, 10세 삼남매 경기도 화성 철제 제조공장(2년 7개월차) 마닐라 외곽 저소득층밀집지역/가사 도우미, 생선손질 날품 대가족(동생가족 부양)생활비 마련
31,32회 네팔에서 온 남매: 희망을 짓는 가족 네팔(딥, 43세) 14세, 12세 경기도김포시 연꽃농장 연근수확(3년차) 히말라야 카투만두 임시주거지역/공사장 인부, 장사 집 재건축
33,34회 몽골에서 온 사남매: 내가 더 아빠를 사랑해 몽골(투멘자갈, 40세) 13세, 10세, 8세, 2세 사남매 경남 밀양 조선기자재생산업체(4년차) 울란바토르 외곽지역/농장일
35,36회 미얀마에서 온 자매: 아빠의 연가 미얀마(포웨이민, 49세) 14세, 8세 자매 전남함평군 컨테이너 건물 제조업체(3년차) 수도 양곤/원거리 옷 행상 예쁜 집/장녀 한국대학 진학비용 마련
37,38회 베트남에서 온 남매: 원양어선 넘버 투 베트남(호득민, 32세) 9세, 7세 남매 제주도 한림항 제주특산물 잡이(4년차) 어촌마을/축사돌보기, 날품일 어선 마련
39,40회 태국에서 온 자매: 6년째 외톨이 아빠, 3년째 3시간만 자는 엄마 태국(웃티풍, 37세) 10세, 6세 자매 경기도 화성 자동차·반도체 벨브제조공장(6년차) 시골/작은구멍가게 운영, 고무농장 고무채취 집/고무농장 운영

(2) 분석방법

텔레비전은 대표적인 서사 매체이다. 서사는 인간이 세계를 인식하고 경험하는 기본적인 사고 체계이기에 서사연구는 텔레비전 텍스트 연구에서 가장 기초적인 이론을 제공하며 유용한 분석틀로써 활용되고 있다(김훈순, 2004, 174쪽).

본 연구의 분석방법은 채트만(Chatman)의 서사구조 분석틀에 의거해 ‘누구에게 무엇이 일어났는가’의 이야기(story)와 ‘그 이야기가 어떻게 전달되는가’의 담화(discourse)의 두 차원(Chatman, 1978; 홍지아, 김훈순, 558쪽 재인용)으로 진행되었다.

이야기(story)의 기본 요소는 사건(events), 인물, 시공간의 배경을 의미하는 존재물(existents)이다. 담화(discourse)는 두 측면으로 나눌 수 있는데 그 하나는 서사적 형태 자체로서 화자의 목소리나 시점 또는 시간과 관계가 있는 ‘서사적 전달 구조’이고 다른 하나는 언어나 영상, 편집이나 음악 등 특정한 물리적 매체의 특성으로서 드러나는 ‘서사의 발현’이다(김수정, 2008, 22쪽).

텔레비전의 담화분석은 매체의 특성상 서술자 유형(또는 내레이션), 서술모드, 서술자의 위계구조, 시점 등의 언술표현 방식과 미장센 등의 장면 분석, 다양한 카메라 기법, 조명, 색채, 음향 효과 등이 포함된 영상표현 방식으로 나뉜다(김훈순, 2004, 176-177쪽). 연구 대상 프로그램의 경우 휴먼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익숙하게 볼 수 있는 스테레오 타입의 샷(shot)이나 팬(pan)을 연출하고 있어서 분석과정에서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 내레이션의 경우 내레이터의 성별과 음색, 저명도 등은 사회적 기호로서의 기능(connotative meaning의 생성)도 갖는다(손병우, 2014, 478쪽). 본 텍스트의 내레이터는 출연 가족의 “엄마” 정도 위치의 안정적인 음색의 여성 성우다. 이야기 속 중심축과 시점은 아이이지만 아이가 내레이터가 되진 않고, 대신 “엄마” 나이로 추정되는 내레이터가 아이의 여정 속 부침에 따라 감정과 추임새를 넣어 시청자들의 감정이입을 유도하는 형국이다.

한편 소쉬르는 어떤 개념들이 의미를 갖는 것은 관계 때문이며 의미를 결정하는 것은 ‘내용’이 아니고 체계 내에서의 ‘관계’라고 한다. 우리는 이런점을 언어에 있어서 뿐 아니라 텍스트에 대해서도 역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Berger, 1982, p. 18).

텍스트에 대한 공시적인(synchronic) 분석은 텍스트 속에 묻혀있는 계열체(paradigmatic) 구조를 보는 반면, 통시적(diachronic) 분석은 이야기를 구성하는 사건들의 통합체(syntagm)구조에 초점을 맞춘다. 본 텍스트의 경우 개별 에피소드를 구성하는 사건들을 구체적으로 살피기보다는 “아빠”와 “엄마”가 가정과 사회 내에서 위치 지워지는 성 역할을 규정하기 위해 동원되는 이미지와 담화, 인물 사이의 관계를 살피기 위해 계열체 분석에 천착하였다. 나아가 서사의 기본 구성요소들 간의 의미 생산 방식과 구성요소들간의 관계를 지배하는 방식들을 분석하고자 하였다.

<글로벌 아빠찾아 삼만리>가 비교적 정형화된 담화형식을 지닌 다큐멘터리라는 점을 감안해 담화분석에서 각 에피소드마다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내레이션의 특성과 등장인물들의 ‘담화’에 주목한 후 추출된 담화들을 바탕으로 담론(Discourse)분석이 이루어졌다.


4. 텍스트 분석 결과
1) ‘아빠’, ‘엄마’의 고정화된 성 정체성

본 텍스트의 장점은 결혼이주 여성 일색인 기존의 다문화 주의 방송물에서 보기 드물게도 외국인 이주 노동자와 그 가족을 중심 소재로 다루었다는 점이다. 이주노동자 가족에게 그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그들의 삶과 문화를 시청자들에게 소개하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출연자인 이주 노동자와 그 가족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낸다고 하더라도 ‘질문 구조가 답변을 결정한다’는 기제에 포섭된 것은 아닌지 즉, 의도된 질문에 답하고, 정작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이 아닌, 시청자들이 듣고 싶은 말을 들려주는 것은 아닌지를 눈여겨 볼 일이었다.

실제로 본 텍스트 분석을 통해 발견한 점은 기존 연구자들의 비판만큼 우리 사회 정서가 그 수위 면에서 이주 노동자에 대해 지나치게 편향적이거나 폄하 일로에 있지는 않았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시청자 게시판에서 ‘퍼주기식’이라며 꼬집는 게시글이 꾸준히 게시될 정도로 상당부분 지지와 우리 사회의 약자라는 인식 제고에 힘쓰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아빠찾아 삼만리> 는 출연 가족의 정체성을 규정함에 있어서나 다문화 주의를 표방함에 있어서 기존의 다문화 방송물의 일정한 스테레오 타입에 많은 부분 기대고 있었다.

(1) 한국사회 구성원으로 진입한 아빠의 정체성 재현

본 텍스트에서 한국은 이주 노동자 “아빠”들이 선망하는 곳, 여전히 코리안드림을 이룰 수 있는 곳으로 재현되고, 경제적 물적 토대로부터 생성된 우월주의 시각은 여타 사회 문화전반에 걸쳐 투사하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표 2>에서와 같이 아빠에 대한 가족으로서의 담화들은 주로 “묵묵히 책임을 다하는”, “가족을 위해서라면 쉬지 않고 일하는”, “돈 많이 벌어야 해요”, “빨리 집에 가고 싶어요”, “우리만의 집을 지어 가족이 함께 살 거예요”,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하면 참고 견딥니다” 등으로 스테레오 타입의 코리안드림 담론 일색에, 마음은 미래에 살고 있어서 참고 견딜 수 있음을 부각시키고 있다.

<표 2> 
가족 구성원에 대한 담화
회차 아빠에 대한 담화 엄마에 대한 담화 아이들에 대한 담화
가장으로서의 담화 직장인으로서의 담화
2회

우즈베키스탄/보틸, 36세
- 12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가장 노릇하며 다 결혼 시키고
- 단벌 신사
- 단촐한 식사
- 참고 견뎌야 합니다
- 아이들 공부시키기 위해
- “가족들 그리울 때가 제일 힘들어요”
- 최선을 다하는
- 야간 근무
- 12시간을 꼬박
- “저것 좀 가져와(심부름)”
- 특별한 휴가는 물론 휴가비까지 두둑히 챙겨주셨어요
- 야무진
- 예쁘죠
- 아빠의 보물
- 아빠가 보내준 선물들
- 적극적으로 길을 묻는데요
- 겁먹지 말라니까
- 아이쿠 예뻐라
29,30회

필리핀/로디릭, 40세
- 아버지를 대신해(12살때) 동생 뒷바라지
- 긴 시간을 견뎌
- 자신이 돌봐야 할 가족
- 책임감
- 제가 보내는 생활비가 턱없이 부족해요
- 내색하지 않는
- “네가 하고 싶은 것은 다해 다 해줄게”
- “이렇게 일하는 이유다 너희가 있기 때문이야”
- “내 가족과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해요
- 부르기만 하면 달려가는
- 못하는 일이 없는 이 공장의 수퍼맨
- 꼼꼼하고 숙련된 솜씨를 가진 기술자
-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며
- 늦은 밤까지 이어지는 작업
- 온 힘을 다해
- 야근을 자청합니다
- “가족을 위해서 잔업을 매일 하고 있어요”
- “힘들지 않아요 저는 건강하니까요”
- 남편이 보내주는 돈을 조금이라도 아끼고
- 생활비에 보탬이 되고 싶어서
- 일 할 수 있다는 게 다행이라네요
- 매일 꼬박 서서
- 조금이라도 더 벌기위해 일을 해야해요
- 자신을 돌 볼 여유가 없습니다
- 힘든 시간을 버티고
- 생활비를 아꼈다가
- 아빠가 좋아하는 음식 재료들을 가지고 왔습니다
- 공부를 잘 하는 첫째
- 공부 1등 하잖아
- “너무 고맙고 자랑스러워요”
- “힘들게 일하시는 아빠가 정말 고마워요”
- 그리운 아빠를 만나기위해 아이들이 달립니다
- 눈물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아빠 작업 영상 보고)
- 남자답게
25,26회

스리랑카/에랑그, 40세
- “돈 많이 벌고”
- “빨리 집에 가고 싶어”
- “한국어 1년동안 공부했어요”
- 스리랑카 월급쪼금이요. 돈 많이 필요해요“
- “한국말 잘 하면 승진도 되고”
-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조금만 더 고생하자”
- “당신 많이 보고 싶고 사랑해요”
- “(한국어)공부하러 가요”
- 하루 10시간 동안 꼬박 서서 일하는
- 유난히 먼지가 많은데요 그래도 꿈쩍 않고
-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서 너무 감사하고 행복해요(손가락 회복)”
- “괜찮아요, 좋아요”
- “열심히 일해야 돼요”
- 손놀림이 능숙한
- 천직과도 같은
- “네 감사합니다(굽실)”
- 귀를 쩌렁쩌렁 울리고
- “저와 어머니 사이가 좋아서 모녀 지간인줄 알아요”
- 용케 참아왔던 눈물
- 아이들 학비라도 벌어야죠
- 생활비에 보탬이 되게
- 심장이 두근두근(남펀 만나기 전)
- 아이들 학비라도 벌어야죠
- “남편이 한국에서 고생하는 거 아니까”
- “사랑해요”
- 그동안 힘들었던 일, 속상했던 거 투정도 부리고
- 엄마의 마음이 무너져 내립니다
- 이리 귀여운가
- 아빠가 한국에서 보내 준 선물들
- “한글 공부해요”
- “아빠 힘내세예”
- “아빠 사랑해요”
- 엄마대신 자신의 책임(장녀)
- 모든 게 흥미롭고 즐거운 풍경
- “여기 아빠랑 같이 있고 싶어요, 저 안 갈래요”
- “처음 봐서 신기해요”
11,12회

베트남/튼, 36세
- 먹고 살기 위해 11살때부터 시작한 뱃일
- 부모님을 도우려고 학교까지 그만 둔
- “힘들지만 가족에게 돈을 보내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어요”
- 소박한 밥상, 초라한 밥상
- (가족사진)보고 또 봐도 보고 싶은 가족
- 물 한잔으로 빈 속을 때우는
- 청소 잘 하는
- 오순도순 사는 거예요
- 힘든 일 참고 견디며
- 워낙 일을 잘 하니까(고용주)
- 선생(전문가) 다 됐어요(고용주)
- 일이 힘들기로 소문난
- 능숙하게 잘 하는
- 선장님의 도움을 받아 얻은 집
- 궂은일도 성실히 일하는
- 새벽부터 고생한 보람
- 진짜 성실하게
- 아빠에게 보탬이 되고자
- 아빠의 빈자리를 채워가며
- “00벌었어요(돈을 펴 보이며 활짝 웃음)”
- 14년 된 자전거
- 음식 솜씨가 좋기로 소문난
- “남편이 좋아하던 요리를 할때마다 남편 생각나요”
- “돈 00벌었어요 (활짝 웃으며)”
- 몸은 피곤하지만
- 시댁을 방문합니다
- 억척 살림꾼
- 아빠가 보고 싶은
- 눈물이 마를 새가 없는
- 커지는 그리움(아빠에 대한)
- 엄마를 대신해서 엄마 일손을 돕는
- 공부 잘 하고 말 잘 듣는
- “아빠 사랑해요”
- 참 대견해요
- 처음 보는
- 아빠가 힘들게 일해서, 공부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21,22회

태국/캄피안, 38세
- “가장이니까 참고 일해야 돼요”
- “아빠가 더 열심히 일해서 돈 많이 벌게”
- “가족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 보니까 저-도 행복해요”
- “남은 기간 열심히 일해서 태국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 “돈을 벌어야 해요”
- 아빠는 만능맨처럼
- “가족이 함께 모여 살고 싶어요”
- 아빠 혼자 얼마나 들힘이 들었을까요
- 아빠의 꿈
- “태국에서 35세가 되면 재취업이 힘들어요”
- 앉아 일하고, 서서 일하는 아빠
- 상처에 아내가 보내 온 연고를 바릅니다
- 기술을 배워두면 언젠가는 쓸 일이 있을테니까요
- 태국에서 전문학교까지 졸업한 아빠는 손재주가 제법입니다
- 아빠는 용접 일에도 흥미를 보입니다
- “태국에 있는 우리집 보다 더 좋네요(남편 기숙사를 보고)”
- 남편이 즐겨 먹던 음식을 한상 차려냅니다
- “남편이 좋아 해줬으면 좋겠어요”
- 눈물이 났어요
- 시간이 날때마다 시댁을 방문합니다
- 시댁에 생활비를 보탭니다
- 아빠의 품에 안겨서 떨어질 줄 모르네요
- 열심히 한국어를 공부한 보람이 있죠
- 아빠랑 오래오래 함께 있고 싶었는데
39,40회

태국/웃티풍, 37세
- 믹스커피 한잔으로 아침 식사를 대신합니다
- “집에 있을 때는 아내가(아침) 밥 차려줘요”
- 혼자 먹어요
- 아이들 사진(휴대폰 화면)을 보는 게 유일한 낙이자 행복입니다
- 지난 6년간 한번도 서울에 안 가 본
- “행복 많아요(가족 상봉), 행복 좋아요”
- “작업이 어려워요”
- “불량 안돼요. 불량나오면 사장님 화내요”
- 서둘러 출근합니다
- 아빠는 하나의 목표가 더 생겼습니다
- 생활비에 보태고 싶어
- 집에 오면 만들어 줄게(남편에게)
- “가족들 아침밥을 해놓고”
- 여간 힘든 작업이 아니지요
- “같이 살기 위해서는 힘들어도 참고 노력해야 해요”
- “힘들어도 돈 벌고 싶어요”
- 목이 메입니다
- “빨리 와서 함께 밥을 먹었으면 좋겠어요”
- 웃는 모습이 천사같은
- 공부도 운동도 잘 하고
- 아빠의 자랑입니다
- 아빠가 준 선물
- 실력이 많이 늘었구나
- 바쁜 엄마를 대신해(장녀)동생을 챙기는 일은 첫째 몫입니다
- 야무지게
- 어른스런
- 보고싶어요(아빠)
- 자매가 사이좋게
35,36회

미얀마/포웨이민, 49세
- “가족만 생각하고 일하니까”
- “여기서 일해서 벌어준 돈으로 가족들이 편하게 살 수 있어요”
- 라면이 아침입니다
- “딸들을 위해서 열심히 일합니다”
- “가족들과 이렇게 살면 너무 좋겠다고”
- “가족이 함께 행복하게 살 거예요”
-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한 덕분에 어느새 기술자가 다 됐습니다
- 쉴새없이 몸을 움직여야 하는
- “예에 예(심부름에)”
- “우리 힘든 거 사장님이 알고 있어서 우리하고 자주 술 한 잔 마시자고 그렇게 해요”
- 억척스럽게
- 혼자 고생해온 아내
- 누구보다 동서 00가 형님을 챙깁니다
- 형님인 00가 동서의 마음을 어루만져 줍니다
- “딸들은 교육 잘 받게 해주고 싶어서예요”
- “꽃무늬 바지 한국에서 유행하는 옷이에요 (옷행상)”
- “한국사람처럼 예뻐(옷 행상)”
- 어머니께 용돈을 드립니다
- “빨리 어른이 되어서 효도하고 싶어요”
- 동생을 챙깁니다
- “아, 뭐야! (한국 드라마 보며 대사 흉내)”
- “뚱뚱해지고 싶어. 마르면 매력없어요(8세)”
- 기특하게 집에 있을 때 공부합니다
- 반에서 1·2등하는
- (한국)드라마에 빠졌어요
- 우등생답게
- “아빠 엄마를 잘 모실게요”
15,16회

스리랑카/하신다, 36세
- “가족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요(월급 송금한 통장 보여주며)”
-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하면 참고 견뎌냅니다
- 짧은 시간이지만 아빠는 아이들과 실컷 놀아주고 싶습니다
- “두 아이와 가족들을 위해서 참고 견뎌내야 합니다”
- “너무 바빠요”
- 새벽부터 꼬박
- 눈코 뜰새없이 바쁜
- 12시간 이상 차가운 물에 손을 담그고
- 한국음식 잘 먹는
- 걱정입니다
- 땀이 맺히는
- 남자들이 하기에도 힘에 벅찬 일
- 남편 혼자 고생시킬 수 없어서
- “밥도 꼬박꼬박 챙겨먹어요(남편과의 전화통화)아프면 안 되니까요”
- 시어머니 씻기기
- 꿋꿋하기만 하던 엄마
- 아빠 품에서 참았던 눈물을 쏟아냅니다
- 아빠가 보내 준 물건을 소중히 하는
- 동생을 위해 솜씨를 발휘하는 형(8세 장남)
- 엄마를 대신해서 아픈
- 할머니까지 챙기는 든든한 장남이에요
- 동생을 살뜰히 챙기는(장남)
- 늦은 밤까지 한국어 공부를 멈추지 않습니다
- “음 냄새 좋네(한국 케이크를 보고)”
19,20회

미얀마/민떽샹라이, 36세
- “지금은 잘 먹어요(처음에는 한국음식 먹기 힘들었어요)”
- 동료들과 항상 가족얘기를 하는데요
- 연고를 바릅니다
- 편의점 라면으로 대신합니다
- 딸에게 행복한 미래를 선물해주고 싶은
- 한국 사람 다 됐네요(물건값 흥정)
- 딸바보 아빠
- 5분도 쉬지 못 하고 돌아온일터
- 누가 시키진 않았지만
- 누구보다 먼저 달려가 살펴보는
- 힘이 장삽니다
- 저축해요
- 마음이 아파요(남편 일하는 동영상 보고)
- 가장으로 힘든 짐을 혼자 짊어지고
- (계속 고생해 왔을 남편에게)엄마는 고맙고 미안해서 눈물이 나는데
- “여보 사랑해요”
- 공부 잘 하는 아이
- 엄마 대신 엄마노릇을 해냅니다
- 아빠가 불쌍해요
- 귀요미
- “사랑해요(아빠에게)
- 이렇게 새로운 세상에 적응해갑니다
- 한국에 완전히 적응했네요
- 불쌍해서(아빠가)한국으로 데려가고 싶어요
- “아빠 사랑해요”
5,6회

키르키스탄/압자바르, 36세
- “청소 힘들어요(청소하며)”
- 그런 관습은 잊은지 오랩니다
- (장남)의 기억 속에 아빠는 뭐든 잘해내는 멋진 남잡니다
- “괜찮아요”
- “집 다 끝나면 가족들과 함께 살거예요”
- 일을 해야 하는 이유가 생기는
- 아무리 고된 일이 주어져도 해내고 만다는
- 힘들어도 최선을 다하는
- 언제나 긍정적인
- 주변에서 억척엄마로 소문이 자자한
- 돈이 모자랍니다
- 가족들의 든든한 (장남)
- 군말 없이 스스로 하는
- 기특하게도 1등을
- 더 큰 용기를 내어야
- 생애 처음으로
- 스스로의 힘으로
- “(우리가 사는 마을에 이런 기차, 지하철은 없는데)정말 신기해요”
- 맡은바 소임을 다해
- 동생들 잘 챙기고

또한 직장인으로서 아빠를 재현하기 위해 동원되는 담화들은 “부르면 달려가는”, “못하는 게 없는”,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하는”, “기술자 다 된”, “성실한” 등으로 노동담론만이 무성하다. “아빠”는 중소 업체나 농수산업 등에 종사하며 자기 몫을 묵묵히 다해 내는 그야말로 ‘사장님들’이 믿고 맡길만한 일꾼으로 재현되고 있다.

“아빠”가 일하는 사업장은 대부분 내국인들이 기피하는 열악한 3D업종이다. 산업 구조적으로 위험이 많은 일터로 사업주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외국인 노동자들을 고용하다보니 안전장비도 충분히 지급하지 않거니와 산재발생률 또한 국내 노동자 보다 높다(고용노동부). 그러나 이러한 이주 노동자들의 현실은 은폐된다. 현장에서 느끼는 아빠의 ‘진짜’ 목소리를 들려주는 법은 없고, 다만 아빠가 사용자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는 미담일색이었다.

그 외 “한국인 다 된”, “한국인 입맛”, “틈틈이 한국어 공부를 하는”, “아침 운동을 하는” 등으로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 되기에 손색없는, 한국의 문화적 동화를 강조하며 성공적으로 적응해 감을 강조하고 있었다.

이러한 담론들은 문화적 동화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호의적인 시선으로 재현되고 있음을 알수 있다. 프로그램에서 동원되는 담화들은 공영방송 EBS가 우리 정부가 표방하는 다문화 정책, 즉 이주노동자들이 한국 사회에 온전하고도 조속하게 편입되고 동화되기를 바라는 시책에 복무하는 것으로 읽힐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재현이 정말 정부 정책에 복무하는 것인지 스테레오 타입의 제작 관행을 답습하고 있는 것인지는 분석만으로 알 수 없다.

더불어 <표 2>와 같이 아빠에 대한 내레이션 담화들 또한 주로 아빠가 한국에서의 이주 노동자로서의 삶이 녹록치 않지만 아이들의 미래를 위하여 또 가족의 생계를 위해 이 모든 고단함을 긍정적으로 참고 이겨 내는 것으로 비추어지고 있다. 이는 한국 사회에서의 ‘아빠’의 정체성과 별반 차이가 없음을 짐작케 한다. 다만 외국인 이주노동자는 그들 가족들이 그러한 수고와 인내를 알아주고 인정해줌으로써 일정 부분 보상받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지 못한 우리네 아빠의 위치와 차별화되는 지점일 것이다.

구체적으로, 우리 사회는 가장으로서 ‘아빠’가 가진 역할이나 권위 혹은 공로에 대해 평가절하 된지 오래임을 부인할 수 없다. ‘아빠’가 가계 수입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대다수 동남아 지역의 소득 구조와 달리 사교육비의 증가로 한국 사회는 이미 맞벌이가 일반화된 소득구조여서 ‘아빠’와 ‘엄마’의 수고가 달리 인정받고 보상받아야 할 여지와 명분이 사라졌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이 외에도 종교에 있어서 우리에게 익숙한 불교나 토속신앙에 대해서는 가장 자연스레 재현되었고 그 외 본국에서 힌두교사원을 찾는 장면 정도는 재현되었지만 이슬람교와 기독교의 경우 배제되거나 희석되고 있었다. 일례로 스리랑카에서 온 ‘에랑그’씨의 경우 마을 교회에서 제공하는 한국어 무료 강습에 주 1회 다니고 있었지만 자막에서는 ‘마을’에서 한국어를 가르쳐주는 것으로 처리되고 있었다. 이는 방송이 비교적 예민한 주제인 종교에 대해 가십거리를 만들지 않으려는 의도와 특정 종교에 대해 배타적인 우리 사회의 정서를 의식한 재현으로 파악되었다.

(2) 본국의 생경한 문화적 볼거리로 대상화된 엄마의 정체성 재현

<글로벌 아빠찾아 삼만리>는 ‘아빠’를 가난을 탈피하고 코리안드림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모습으로 재현하고 있다. 아빠가 거주하는 한국에서의 모습은 현재로, 남루하고 고단한 가족의 모습과 고향은 “오래된 미래”로 재현해내려는 듯 카메라 앵글은 두 공간을 교차하며 오간다. 이러한 교차 편집을 동원한 이유는 일견 사회 문화적 맥락은 배제한 채 발전한 한국의 모습과 한국의 7·80년대 같은 본국의 경관에 대한 극적 대비를 끌어오기 위해서 일 것이다.

한류에 따른 관광 상품화 가능성에 대한 여지는 열어두는 한편 한국의 시청자에 대해서는 이국적인 풍경을 여행지를 둘러보는 여행자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는 것이다. 이는 다양한 문화적 가치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 경제라는 특정 가치에만 집중한 나머지 경제 문제가 해결되면 여타 크고 작은 문제와 걱정거리쯤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식의 경제적 이데올로기의 투사이다.

엄마에 대한 담화들은 대부분 전통적인 여성의 가치 재현이나 한국 시회에서 재현되는 전형과 별반 차이가 없다. 한국의 전통적 젠더역할을 해내는 모습을 호의적으로 보여주고 반복한다. 한국사회의 가부장적인 질서와 성별 분업의 관행을 재생산하고 아시아인이 공유하는 문화·정체성 투사에 주력하고 있어 휴먼 다큐멘터리가 갖는 상투성을 재생산 하고 있었다.

인고의 엄마, 가족을 위해 늘 맛있는 요리로 식탁을 차리고, 자식의 교육과 미래를 위해 고단함을 무릅쓰는 엄마의 정체성으로 재현되고 있다. 또한 고향에 남은 자로서 남편 대신 가장의 역할을 하며 기꺼운 자세로 시댁을 방문해 시부모 봉양을 하거나 시어머니와 동서 간의 돈독한 모습을 재현하고 있다. 이러한 재현에 동원되는 담화들을 살펴보면 “생활비에 보태고 싶어”, “가족들 아침밥을 해놓고”, “빨리 와서 함께 밥을 먹었으면 좋겠어요”, “딸들은 교육 잘 받게 해주고 싶어서예요”, “마음이 아파요(남편의 고단한 한국생활)”, “누구보다 동서 00가 형님을 챙깁니다”, “부모님도 잘 모실게요” 등이다.

앞서 아빠의 정체성 규정을 위해 탈종교화된 모습, 탈정치화된 이미지만 재현된 것처럼 엄마 또한 한국의 전통적 젠더역할에 충실하고 아빠의 보조자로 재현되고 있었다. 특기할만한 점은 엄마가 여성성을 잃은 젠더리스(Genderless)처럼 흙이나 먼지를 뒤집어 쓴 채 남성 못지 않은 노동 강도를 웃음을 잃지 않은 채 견뎌내는 모습이다.

또한 본국의 전통 먹거리나 특이한 식재료를 손질하고 뚝딱 요리해 내는 모습은 문화의 차이가 주는 재미 요소로 자리매김한 듯하다. 그러나 그요리 제목이 무엇인지 VJ는 묻지 않으며, 자막 과잉 시대에 살고 있는 시청자들에게 요리 제목에 대한 자막은 배제된다. 이것은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을 향하여 아시아 문화의 다양성이나 다양한 문화 가치를 소개하기 보다는 단순한 관음주의적 볼거리만을 제공하는 데서 그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미얀마의 ‘표웨이민’씨의 아내 ‘자치툰’(35세)씨를 제외한 거의 모든 아내의 역할은 독립적이기 보다는 남편의 미래 설계를 위한 조력자로서, 벌이가 적은 돈이나마 보태는 보조자(assistant)로서의 역할에 그치고 만다. 또한 남편을 만나러 가서는 남편의 품에 안겨 울거나 남편이 고생하는 영상을 보며 어김없이 눈물을 쏟아내는 장면이 익스트림 클로즈업(extreme close-up)으로 재현된다. 이는 엄마가 본국에서의 강인함을 지우고 남편을 만나는 순간부터 수동적이고 나약한 여성의 모습으로 상투화 되고 정형화된 재현 양상이다. 아빠가 한국에서 숙련된 기술자나 성실한 직업인으로 능력에 대한 인정이나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으로 무장된 듯한 정체성으로 규정되는 담화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지점이다.

엄마에 대해 내레이션에서 재현되는 담화를 살펴보아도 이러한 점은 더욱 부각되어 재현됨을 알 수 있다. 특히 절약하는 생활 모습과 힘들어하는 아빠의 고생을 가장 잘 체감하는 존재로서 막노동을 감수하면서도 훌륭한 아빠의 지지자로 재현된다. 또한 언제나 아빠의 입맛을 기억하고 아빠를 위해 현지 식재료로 맛있는 요리를 선보인다.

엄마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의 관계 구성을 살펴보아도 시부모, 동서, 시댁 조카들, 이웃 주민들로서 이들은 모두 엄마가 부모를 잘 보살피고, 동기간에 우애 있고, 자녀에게 자애로운 엄마의 모습을 재현하는데 동원되는 단조로운 구성이다. 이는 한국 남성들의 향수에 해당하는 전통가치를 고스란히 아시아 여성을 통해 투사하고 내면화시키며가부장적 가족 이데올로기를 확대 재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겠다(<표 3> 참조).

<표 3> 
엄마에 대한 내레이션 담화
- 남편을 대신해 시부모를 보살피러 시댁을 방문한건데요
- 아빠가 좋아하는 음식 재료들을 가지고 왔습니다
- 아이들 잘 돌보고 시부모님 잘 모시고 있을 게요
- 힘이 장산데요
- 한국돈 00를 벌었네요
- 요리를 잘 하기로 소문이 자자한데요
- 빼거나 몸을 사리지 않습니다
- 차곡차곡 저축합니다
- 생활비를 아껴, 한 푼이라도 아껴, 한 푼이라도 더 벌어서
- 자식은 잘 교육시키고 싶습니다
- 남편이 안쓰러워, 남편 혼자 고생시킬 수 없어서
- 남자들이 하기에도 힘에 벅찬 일
- 꿋꿋하기만 하던 엄마가 아빠 품에서 참았던 눈물을 쏟아냅니다
- 가장으로 힘든 짐을 혼자 짊어지고 계속 고생해 왔을 남편에게 엄마는 고맙고 미안해서 눈물 이 나는데요
- 결혼반지 하나 없어도 웃음을 잃지 않는 아내 00씨

(3) 한국의 사회적 맥락 속에서의 아이들에 관한 재현

<글로벌 아빠 찾아 삼만리>가 기존의 한국 텔레비전 다큐멘터리와 차별화되는 중요한 지점은 아이들을 전면에 내세운 가운데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일하는 아버지를 스스로 찾아가는 서사 구조에 있을 것이다. 아이들에 대한 재현에서 아이 들은 그것이 직접적인 발화가 되었든 작가를 통한 내레이션이 되었든 간에 그들이 어려운 환경에 처한 부모를 공감하고 이해하려 애쓰는 와중에도 시종일관 천진함과 기특함을 잃지 않는다.

부모의 자녀교육에 대한 열의와 가족애 등은 범아시아적 가치의 공명 지점이다. 한국에서의 그것처럼 공부를 잘 하는 것은 언제나 아이의 정체성에서 빼놓을 수 없이 소개되는 것으로 우리 사회정서와 동질성을 보이는 지점이다(<표 4> 참조).

<표 4> 
아이들에 대한 내레이션 담화
- 이렇게 새로운 세상에 적응해 갑니다
- 공부 잘 하고 말 잘 듣는
- 기특하게도 1등을 차지 했다네요
- 공부도 운동도 잘 하는
- 아빠의 자랑입니다
- 바쁜 엄마를 대신해(장녀)동생을 챙기는 일은 첫째 몫입니다
- 멀리 한국에서 힘들게 일하는 아빠를 생각하면 이건 일도 아니라네요
- 그새 한국사람 다 됐구나(김치 맛보는 아이에게)
- 아빠 곁에서 떨어질 줄 모르는 가족들
- 아빠를 도울 수 있게 지금 배워야합니다
- 똘똘 뭉쳐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이렇게 실랑이를 벌이고 있으면 어떡하니
- 적극적으로 길을 묻는데요

그 외에도 아빠의 빈자리나 엄마 몫의 집안일을 대견스럽게 해내거나 동생을 돌보는 모습, 여러 형제자매 간의 우애가 화면 가득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구체적 담화로는 “공부 잘 하는 아이”, “기특하게도 1등을”, “동생을 위해 솜씨를 발휘하는 형”, “엄마를 대신해서 아픈 할머니까지 챙기는”, “동생을 살뜰히 챙기는(장남)”, “가족들의 든든한 (장남)” 등을 들 수 있다.

한편 출연 아이들의 주 연령층이 5세에서 12세 사이가 가장 많은 것도 우연의 일치는 아닐 것이다. 프로그램 기획 의도 상 청소년기를 지난 출연자는 적절치 않아서 이기도 하겠지만 6세와 8세 여아들의 귀여운 모습에 카메라는 더 오래 머물고, 자주 클로즈업 샷을 통해 친근함을 유도하는 것으로 분량을 할애하고 있었다.

내레이션 담화에서는 한국의 발전과 낯설음을 표현하는 한편 여행을 통해 아이들 스스로 도전하고 성장해 가는 모습을 재현하고 있었다. 이러한 재현들은 육아 프로그램이 우리 시대의 대세라는 맥락으로 풀이할 수 있겠다. 아이들에 대한 우리 시민들의 따뜻한 시각과 함께 “더 큰 용기를 내어야”, “생애 처음으로”, “스스로의 힘으로”, “훌쩍 큰” 등으로 아이들에 대한 담화가 재현되고 있었다.

실수로라도 학령기의 아이들이 바깥에서 마음껏 뛰어 놀고 공부를 등한시하는 모습들은 재현되지 않았다. 여행 프로그램에서 큐레이터가 동남아를 여행하면서 만난 아이들이 자유롭게 들판이 나 공터에서 뛰어노는 모습을 소개하는 모습과는 판이하다. 동남아시아의 아이들도 본 텍스트 영상에서는 더 이상 야생마처럼 들판을 누비거나 강가에서 멱을 감으며 즐거워하지 않는다. 아빠를 만나러 가는 여정 가운데 짧은 몇 마디의 한국어를 위해 열심히 공부하거나 학교 공부에 몰두하고 “1등을 놓치지 않는” 아이들로 표상되고 있어, 교육 열풍에 대한 한국적 가치가 전도된 것으로 읽혔다.

그 외 한류를 발견하면서 상대적으로 우월적인 문화적 위치를 확인시키는 재현이 눈에 띄었다. 예를 들면 출연 아이들이 한국 아이돌스타를 추종하거나 특정 한국 배우의 열혈 팬이 있어서 한류 드라마를 보며 그들의 대사를 흉내 내고, 한류스타의 캐릭터 아이템을 갖고자 열망하는 모습들이 이에 해당한다. 심지어 드라마를 통해 배운 한국어 실력으로 한국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꿈이 되고, 그러한 꿈 때문에 아빠를 찾아 한국을 방문했을 때 자신이 희망하는 대학을 탐방하기도 하고, 한국 배우를 깜짝 상봉하기도 한다. 이는 마치 동남아에서의 한류 열풍이 점유하는 인기가 우리 문화의 위상이라도 되는 듯한 문화우월감을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내면화시키고 있어 우려되는 부분이다.

(4) 가족주의 혹은 소박한 행복에 대한 관행적 재현

가족애는 늘 휴먼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보험을 들 듯 안정적으로 다루어오는 단골 주제이다. <글로벌 아빠 찾아 삼만리> 또한 헤어져 살기에 더욱 애틋하고, 각별한 부부애와 가족애, 가정의 소중함을 매회 에피소드마다 재현해 내고 있다.

브리야 사바랭(Brillat-Savarin)은 식탁 주위에 둘러앉아 웃고 떠들고 함께 모여 음식을 먹고 농담을 하고 떠들며 노는 즐거움 등은 사회에서 극히 중요한 유대에 속한다고 한다(Bauman, 2013, p. 82). 이러한 사실에 입각한 듯 매회 아빠와의 재회에서는 엄마가 본국에서 부터 이고 지고 온 식재료들로 본국의 요리가 한 상 차려진다. 여기에 가족이 함께 둘러 앉아 식사를 하는 평범한 가정 일상의 소중함을 보이스오버 내레이션을 통해 공들여 재현하고 있다. 이러한 가족애를 위해 동원되는 내레이션 담화로는 “오래 전 가족들과 했던 평범한 일상이 이토록 특별하고 감사한 순간이 될 줄 상상이나 했을까요”라든지 “지금 이 순간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한 가족입니다” 또는 “가족 모두를 기쁘게 해주는 집”, “우리를 어떤 상황에서건 버티게 하는 건 가족의 사랑이죠” 그리고 “가족은 언제나 그 존재만으로도 세상에서 가장 큰 행복이니까요” 등을 들 수 있다.

이들의 모습은 가족의 이산에 따른 고통이나 어려운 현실, 부작용, 불화등은 약화되거나 은폐되고 아오라지 스테레오 타입화 된 가족 사랑과 희생만이 강조되고 있다. 이것은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화목한 가정, 따뜻한 가족에로의 회귀나 향수를 자극하는 장치로 읽힐 수 있겠다. 구체적인 내레이션의 담화들은 <표 5>와 같다.

<표 5> 
가족 사랑과 가정의 소중함에 대한 내레이션 담화
- 오래 전 가족들과 했던 평범한 일상이 이토록 특별하고 감사한 순간이 될 줄 상상이나 했을까요
- 좋은 일이 있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제일 먼저 생각나는 사람이 바로 가족이죠
- (가족 사진)보고 또 봐도 보고 싶은 가족
- 한국행을 선택한 것은 가족 때문입니다
- 고단한 일과의 연속이지만 가족들을 생각하며 견뎌냅니다
- 지금 이 순간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한 가족입니다
- 온 가족이 밥상 앞에 앉았습니다
- 아빠 곁에서 떨어질 줄 모르는 가족들
-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하면 참고 견뎌냅니다
- 가족 모두를 기쁘게 해주는 집
- 이 집이 바로 가족의 희망이자 꿈입니다
- 몸은 떨어져 있어도 마음은 같이 있는 가족
- 단란한 네 식구 모습 참 보기 좋네요
- 우리를 어떤 상황에서건 버티게 하는 건 가족의 사랑이죠
- 가족은 언제나 그 존재만으로도 세상에서 가장 큰 행복이니까요

이 외에도 전지구적 불경기 속에서도 일할 수 있다는 사실과 일거리가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하다고 하는 담화가 매회 빠지지 않고 직접 발화와 내레이션을 통해 재현되고 있다. 예를 들면, “젊은이들도 마땅한 일자리가 없는 인도네시아는 한국행을 선택하는 젊은이들의 수가 꾸준히 늘고 있는데요” 또는 “가족들을 위해 할 수 있을 때 좀더 일 하려는 거죠(아빠)” 그리고 엄마가 공사 현장에서 막노동을 하는 영상에서 “이런 불경기에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게 너무 소중한데요”라는 내레이션이 오버랩 되는 식이다.

2016년 ILO(세계노동기구)는 당시 세계의 실업률이 5.8%이며, 동남아시아의 경우 15.2%에 달하고, 전세계 인구 중 1.97억 명이 실직자인 것으로 집계했다. 당시 대한민국은 심각한 노정대립 속에서 공공, 금융, 보건의료 등의 총파업 투쟁이 빈발한 가운데, 현대차와 기아차 노조가 각각 20여 차례 파업을 진행했으며, 철도노조가 파업을 지속하여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근로손실일수가 가장 많은 해로 기록될 상황이었다. 표피적으로는 프로그램 제작진이 이러한 노사대립의 확대 재생산 위기를 의식하고 정부시책에 복무하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들의 욕심 없는 마음가짐을 보란듯이 재현해 내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그러나이 또한 아무런 자각 없이 전체 서사를 관통하고 있는 소박한 행복이나 안빈낙도에 대한 답습을 관행적으로 재현하고 있다는 의구심이 들기는 마찬가지이다.

2) 이주 노동자 가족을 바라보는 주변인과 시민의 담화

외국인 이주 노동자인 아빠를 둘러싼 주변인들과 가족을 둘러싼 시민들의 담화를 들여다보는 것은 우리 사회 일반이 이주 노동자 가족의 정체성을 어떤 시각과 잣대로 구별짓기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중요한 단초가 될 것이다. 분석 대상 프로그램에서는 인터뷰 형식이든 자발적인 혼잣말이든 그들의 직접적인 발화와 작가적 내레이션을 통한 ‘담화’를 중심으로 톺아보았다.

(1) 시민의 담화

아이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아빠의 근무처를 찾아가는 동안 한국의 시민들을 처음 만나게 된다. 대부분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온 아이들을 대하는 시민들의 모습은 두 가지로 대별된다. 즉 그들의 모습에 태연해하며 자신의 갈 길을 가거나 길을 묻는 질문에 답하며 마치 외국인이 낯설지 않다는 듯 세련되게 대처하는 (비교적) 젊은 층의 시민들과 특별한 관심을 보이는 (비교적) 나이 든 시민의 모습이다.

<표 6>에서도 알 수 있듯이 중·장년층의 여성들은 아이들과 ‘엄마’에게 먹을 것이나 입을 것 심지어 돈까지 쥐어주기도 한다. 이러한 모습은 주로 동남아시아에서 온 아이들의 외모를 통해 가난한 나라에서 왔다는 인식과 그로 인해 상대의 의사를 묻지도 않은 채 무언가를 공여하고 있다.

<표 6> 
이주 노동자 가족을 바라보는 주변인과 시민의 담화
직접 발화 내레이션 담화
시민에 대한 담화 - 남대문 가서 빵 사먹어(아이에게 만 원을 쥐어 주며)
- 우리 손자 같아 가지고(아이에게 양말 신겨주고, 자신의 등산복을 벗어 엄마에게 입혀주며)
- 예뻐(아이들을 보며), 아이구 예뻐라(얼굴을 만지며)
- 손녀들 같아서…안타깝잖아요(포장마차 여주인 아이스 크림을 공짜로 주며)
- 아이들만 보면 내 자식 같고(옆 좌석의 아주머니가 사탕 두 개를 건네며)
- 아까부터 여기 서 있더만(길을 몰라 무작성 서 있는 아이들에게 다가가서)
- 마음씨 따뜻한(좋은) 할머니(가게 직원) 덕분에
- 친절한 분들이 참 많죠
- 친절한 시민(청년, 기사님, 아주머니)의 도움으로
- 선뜻 길을 안내해 주는 친절한 아저씨
- 사람들의 친절에도 쉽게 믿을 수가 없나 봅니다
- 많은 사람들이 도우려 했지만
- 얘들아 봤지 한국에는 이런 친절한 분들이 많으셔 그러니까 겁먹지 말라니까
아빠의 주변인(한국인) - 와시(wash) 와시, 더 깨끗이 닦어. 알았지? 잘 해!(한국인 관리자)
- 나도 기러기아빠, 00이도 기러기아빠 다 기러기아빠네
- 워낙 일을 잘 하니까(고용주)
- 한 1년 하고 나니까 선생(전문가) 다 됐어요(고용주)
- 한국돈 벌어가 이런 사업 베트남 가서 니도 해래이
- 큰일 났다 빨리 돈 벌어 가야지(고용주 선장이)
- 저것 좀 가져와, 이것 갖다 줘, 이것 저리로 좀 옮겨다 놔(심부름)
- 00아 노래 한번 불러봐라, 00야 커피 한 잔만
- 궂은 일도 성실히 일하는 00씨가 이제 남같지 않다는 동네주민들
- 특별 휴가는 물론 휴가비까지 두둑히 챙겨주셨다네요
- 부르면 언제든 달려갑니다
- 만능맨이죠
- 신참 선원을 제법 야무지게 가르칩니다
- 선장님의 도움으로
- 사모님 동생이 준 옷

내레이션을 통해서는 “친절한”, “시민의 도움으로”, “선뜻”, “마음씨 따뜻한(고운)” 등의 수식어가 매 에피소드의 2부에서 동원대며 “얘들아 봤지, 한국에는 이런 친절한 분들이 많으셔. 그러니까 겁먹지 말라니까”라는 담화가 재현된다.

아이들이 탑승해야 할 버스를 모르거나 찾는 주소, 상호 등을 몰라 시민에게 도움을 요청했을 때, 비교적 젊은 계층의 시민들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길을 탐색하여 알려주고, 이러한 매체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의 시민들은 다른 사람에게 묻거나 전화를 걸어 해결책을 알려 주는 식의 적극적인 모습으로 비춰진다. 이러한 재현에는 IT 강국으로서 스마트 기기의 활용이 일상화 된 한국인의 앞선 생활 문화를 보여주려는 의도와, 적극성을 띠며 친절을 베푸는 시민들의 모습을 중의적으로 재현하며 온정주의 담론을 재생산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2) 아빠를 둘러싼 주변인(한국인) 담화

아빠를 둘러싼 한국인의 모습은 <표 6>에서와 같이 주로 일터에서 볼 수 있는데 그들은 명령하거나 심부름을 시키는 모습으로 재현된다. 아이에게 심부름을 시키듯 ‘아빠’를 다루고, 누구나 ‘아빠’보다 나이가 많으면 어김없이 반말 조로 하대를 해보인다. 우리사회가 결혼한 남성에게는 “00씨”라고 부르거나 조금 더 개인적 친분 관계가 있으면 “00아빠”라고 호칭하는 모습과는 판이하다. 물론 한국의 직장에서도 개인의 성향에 따라 부하 직원을 친근하게 이름으로 부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프로그램에서 ‘아빠’는 부르면 언제나 달려가고, 무언가 하달을 받으면 깍듯이 허리 숙여 (심지어 굽실댄다는 인상을 풍길 정도로)인사하는 모습이다. 더구나 ‘아빠’의 전용 식당 아주머니조차 하대를 하고, 상가에서 물건을 구입한 후에도 ‘아빠’는 상점 판매원에게 허리 숙여 정중히 인사하는 모습이 재현된다. 이러한 여과 없는 재현은 게시판에서 조차 담론화되지 못한다. 이것은 수용자들이 텔레비전 안팎을 통해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지점으로 단지 언어생활 습관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저변에 깔린 인종차별에서 파생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맥락상 ‘아빠’가 이주하기 전 본국 학원에서 한국어 강사로부터 학습한(“열심히 하겠습니다”, “사장님, 월급 좀 올려주십시오” 등) 것이 아빠의 태도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혹은 ‘아빠’ 스스로 주변인으로부터 평가 받는다는 ‘자기검열’과 군림하는 한국 관리자의 모습에 익숙해져 부지불식간에 체화된 탓일수도 있다. 이처럼 ‘알리고 싶지 않은 불편한 진실’은 ‘아빠’에게 왜 그러냐고 질문해 주지 않음으로 해서 말해지지 않는다. 전후 맥락의 배제로 인해 ‘아빠’는 단지 한국 생활에서의 만족과 감사가 태도로 표출되어 순종적이고 예의바른 사람으로 재현되고 있을 뿐이다.

그 외에도 주변 한국인들은 ‘아빠’에게 한국이 기회의 땅임을 강조하고,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아빠가 처한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만능열쇠라는 식의 담화들을 선보인다. 또한 사업체의 사용자가 아빠에게 베푸는 온정과 배려에 대한 내레이션이 반복과 강조를 오가며 재현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작업과정에서 손가락이 절단된 사건 등은 아빠의 짧은 독백이 전부인 채 일화적으로 재현되고 있었다.

제작 과정에서 이주 노동자인 아빠를 대하는 주변인과 그 가족을 대하는 시민들의 어떠한 모습이 배제되었는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재현에 동원된 언표들은 시혜주의나 온정주의, 동화주의 일색으로 한국 대중 매체의 다문화적 재현의 한 특징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 진부한 담론들로 넘쳐났다.


5. 시청자 게시판 분석 결과

시청자들은 프로그램이 표상해낸 이주 노동자 가족에 대해 어떻게 수용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게시판 분석을 수행하였다. 분석 범위 속의 총 148개의 게시글·댓글 중 시청 소감별 대표성을 띠는 게시물 중심으로 10개를 추출한 것이다.

분석 결과, 게시판에서는 출연 가족에 대한 온정주의적 시각의 인상비평과 함께 정부의 다문화정책이나 산업·노동 정책에 대해 갑론을박하는 양상을 띠었다.

본 게시판을 통해 자주 반복되고 회자되는 스테디 담론은 ‘가족의 소중함’과 ‘가족애’였다. 이주 노동자 가족을 통해 수용자(시청자)들은 상대적으로 안일하고 행복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는 자기 고백들을 게시했다. 그러나 수용자들이 일자리 문제라는 현실적인 문제와 맞닥뜨리게 되었을 때는 다문화 현상에 대한 담론들이 온건론에서 강경론으로 선회하는 양상을 보이 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인종에 따른 차별적 반응은 별로 나타나지 않았지만 그것이 노동 담론이 될 경우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혐오 정서는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시청자 게시판에 등록되어있는 구체적인 게시글들은 <표 7>과 같다.

<표 7> 
글로벌 아빠찾아 삼만리 게시판의 게시글
∙작성자 백*덕 (lim****) 작성일 2016.06.18 20:13
7-80년대 중동에 나갈때 우리 모습이였습니다.
∙작성자 권*우 (cac*****) 작성일 2016.04.25 23:08 조회수 452
여기 제작진들은 기본의식에 외국인차별이 깔려있는것 같습니다.
그들도 얼굴 좀 새카맣고 한국말 못해도 똑같은 사람이고 가족들 소중한건 매한가지입니다.
∙작성자 황*연 (ske***) 작성일 2016.05.26 18:42 조회수 75
아이들이 아빠를 찾기위해 한국의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길도 물으면서 본인들의 능력으로 그걸 헤쳐나가는 것은 학대라고 할 수 없습니다.
∙작성자 신*혜 (jih*******) 작성일 2016.03.25 18:07 조회수 167
외국인노동자 가족들의 현실도 더 많이 알게되고 삶의 감사도 알게되는 것 같아요.단지 재정적인 도움만 구하고 받게 하기보다…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알게되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 편견을 낮추고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도록 해주는 역할을 해주시는 것 같아요.
∙작성자 권*이 (kyi***) 작성일 2016.03.10 15:58 조회수 167
어린아이인데도 아이답지 않게 자신보다 부모를 걱정하며 굵은 눈물을 떨어 뜨리는 모습에 너무 안타까웠습니다..십시일반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작성자 이*화 (Cal*****) 작성일 2016.02.18 20:51 조회수 355
만약에 우리나라 국민이 그런 위험하고 힘든 일을 기꺼이 할 정도로 임금을 높인다면 우리나라 중소기업 중 몇이나 살아남을까요? 어쩌면 해외로 공장을 옮길지도 모르지요
∙작성자 김*임 (dbr******) 작성일 2016.02.06 15:14 조회수 488
한국사람이 한국에서 힘들어 외국나가서 한달에 1000만원 넘게 벌어서 자기집에800-900만원 송금불쌍한건가요? 그 자녀들이 아빠 보고싶다고 해외있는 나라에서 방송 까지 만들어서 만나게 해주면...정말 감동적인가요?
∙작성자 김*진 (sj3***) 작성일 2015.12.31 11:49 조회수 761
제목과 컨셉트처럼 아빠찾아오는 거라면 미국, 유럽아이도 아빠 한국 있으면 데려 오세요 지금 호주 아이 데려오며 방한복없이 오게하고 똑같이 해보세요 아마 미국 유럽 호주에서 난리난리 형 사 고소가지 될겁니다. 그런데 동남아라서 괜찬다고요? 우리보다 못살아서 비행기값 대 주니 이 해하라고요?
∙작성자 김*원 (lov****) 작성일 2016.02.04 16:13 조회수 163
그분들이 하는 일, 한국 사람들이 하겠다고 몰려드는 일이라고 생각하세요?
님은 월급 150~200정도 받고 가죽 공장에서 목이 따갑고 눈이 따가운 약품 냄새 맡으며 그 일 하시겠어요? 여기 출연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에서 맡아서 하고 있는 일, 다 한국 사 람들이 하려고 하지 않는 일입니다.
∙작성자 다*********원 (dlr*********) 작성일 2016.02.03 11:44 조회수 283
국민들이 다문화폐해에 대해 시선이 곱지 않습니다. 수많은 국민들과 서민들이 다문화 외노자 불 법체류자 난민들 200만명때문에 실업자로 전락했고 외노자들이 우리나라사람들 일자리 빼앗고 자영업자들 태반이 시한부 부도상태이고 실업자로 전락상태에서 가계부채는 폭등하고 자살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1) 온정주의적 정서와 인종 차별에 대한 자기검열적 담론

프로그램 시청 소감에 관한 게시글들은 프로그램의 기획의도대로 아이들에 대한 담화가 주를 이루었다. 아이들이 귀엽다거나 대견스러워서 감동을 준다든지, 아이들이 아빠를 찾아 가는 여정이 너무 아동 학대를 재현하는 것 같아 불편하다는 의견들이 많았다. 특히 아동을 학대하는 듯한 재현들에 대해서는 유럽이나 북미의 아이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이었다면 있을 수 없는 일로써 일종의 인종적 차별에서 연유한다는 견해들을 보였다. 이러한 강경한 담화는 수용자 스스로 인종차별적 요소에 대한 자기 검열과 성찰의 결과로 비춰졌다. 일견 프로그램이 재현해 내는 담론을 수용자들이 그대로 수용하지 않는 지점인 것이다. 즉 다문화를 다루는 휴먼 다큐 방송물에서 쉽게 선보이는 시혜적이고 온정적인 재현에 적당히 미담을 덧입혀 관행적으로 생산하던 ‘인류애’ 담론에 수용자들이 정면으로 저항하고 있는 지점으로 파악되었다.

시청자들은 시민이나 ‘아빠’ 주변 한국인들이 이주노동자 가족에 대해 하대하거나 반말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담화를 생성하지 않았다. 그러나 VJ가 출연 가족을 향해 반말로 질문하는 것에 대해서는 문제시하였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 사회가 관이나 공공에 대해서는 쉽게 개인의 견해를 표출을 하지만 그 대상이 개인이 되는 순간 스스로 자기 검열을 하게 되는 사회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으리라는 판단이다.

한편 전체 게시글과 댓글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 것은 캄보디아에서 온 12살 ‘소피어와’의 안타까운 사연에 관한 것으로 148개 중 32개나 됐다. 그 중 12개가 소피어와를 돕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소피어와를 돕고 싶다는 수용자들은 “소피어와는 자신의 건강이 좋지 않음에도 늘 밝은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라든지 “아이답지 않게 부모을 생각하는 마음이 기특하다”등의 담화를 생성하였다. 특히, 왜 우느냐는 아빠 ‘키리원’씨의 질문에 소피어와가 굵은 눈물을 떨어뜨리며 “내가 그런 병에 걸려서 엄마 아빠가 속상할까봐”라고 답하는 장면에 대해 수용자들은 많은 댓글로 특별한 관심을 보였다.

당시 프로그램이 일회성 다큐프로그램임에도 불구하고 출연 아이의 인기는 수용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행동하게 하였다. 소피어와와 관련한 많은 게시글과 댓글은 그를 위한 모금운동3)에 시청자들이 적극 동참하겠다는 언급이 주를 이루었다. 시청자들은 한국 사회내 아이들에게서 보기 드문 소피어와의 효성스런 언행을 보며 ‘착한아이’ 향수를 전유하는 듯하였다. 이것은 프로그램이 암암리에 아이를 매개로 또다시 가족주의 이데올로기를 재현하고 수용자들은 자애로운 부모처럼 출연 아이들을 자신의 아이로 내면화하고 있는 것으로 비쳤다.

2) 노동담론에서 드러나는 수용자들의 혐오 정서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수용자들은 노동 현장이 나 일자리에 관련된 내레이션 담화나 재현에 관한한 보다 경직된 반응을 보였다. 이러한 시각은 아이를 매개로 한 온정주의적이고 가족주의적인 담화에는 수용자들 간에 이견을 보이지 않는 것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지점이다.

노동시장과 관련해서 이주 노동자를 바라보는 수용자들의 시각은 두 갈래로 대별된다. “외국인 근로자가 한국인이 있어야 할 일자리를 꿰차고 있어서 실업자가 더욱 늘고 있다”라는 식으로 이주 노동자들이 실업을 가중시키고 있으며, 정부는 ‘퍼주기식’ 시혜로 일관하고 있다는 식의 반감이 혐오 정서로 확장되는 방식이다. 이에 반해 “외국인 근로자가 취업한 곳은 자리가 있어도 한국인은 절대 일하지 않으려는 3D직종이 대부분”이며 “이들이 본국으로 빠져나가면 중소기업들이 폐업위기에 빠질 것”이라든지, 그 외 이주 노동자를 바라보며 외국으로 근로 송출되었던 경험을 반추하며 그들의 노동 유입을 우리의 경제 발전 과정을 투사시켜 이해하려는 수용자들도 있었다.

노동담론이 중심에 놓이는 순간 일부 수용자들에게 이주 노동자들은 더 이상 텔레비전 속 재현물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 “쓰레기가 되는 삶들” 속의 사람들처럼 그들이 구획된 범위나 경계 밖에서의 삶만을 이어간다면 우리는 울타리 이쪽에서 여유를 가지고 그들을 바라 볼 수 있을지언정 그것이 내 이웃이 되고 내가 체감하게 되는 문제가 되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이주 노동자가 텔레비전 속 존재가 아님을 실감하고 민감한 태도로 방향을 선회하는 것이다.

한국사회 내 외국인의 유입이 대체로 농촌지역 저출산 문제와 내국인이 기피하는 3D업종의 노동력 부족문제를 메우기 위한 것이라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이들 이주민들을 하층민으로 바라보는 계급적 성격을 띠고 있다(이순향, 남재일, 2013, 130-131쪽). 프로그램 전체를 아우르는 경제 이데올로기는 경제적 잣대로 -이주 노동자들 중에는 대졸자들도 있었지만-이주 노동자들이 하층민 계급이라는 주변화된 사회적 위치로 표상해 냄에 따라 수용자들의 편견과 폄하는 공고화되고 고착화 되는 양상을 띠게 된다는 생각이다.

게시판에서 일부 수용자들의 이주노동자의 국내 유입과 취업에 대한 다소 과격한 공격은 이제 단순한 노동시장 구조나 산업에 대한 갈등이 아니라 문화적 갈등으로 그 담론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음은 우려로 남는 지점이다.


6. 분석결과에 따른 논의 및 함의

지금까지 2015년 9월 2일부터 2016년 6월 1일 걸쳐 휴먼다큐멘터리 프로그램 <글로벌 아빠찾아 삼만리”4)의 에피소드별 텍스트를 통해 한국사회의 이주 노동자 가족 정체성 재현특성과 담론생산을 위해 동원되는 미디어의 의미 구성 전략을 살펴보았다.

연구 결과 <글로벌 아빠 찾아 삼만리>에서 실제로 발견한 점은 기존 연구자들의 비판처럼 우리 사회 정서가 이주 노동자에 대해 어떤 편향과 폄하 등으로 점철되어 있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심지어 시청자 게시판에서 ‘퍼주기식’이라며 꼬집는 게시글이 꾸준히 게시될 정도로 비교적 호의적으로 다루고, 상당부분 지지와 우리 사회의 약자라는 인식 제고에 힘쓰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출연자인 이주 노동자와 그 가족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지점에서 ‘질문 구조가 답변을 결정한다’는 기제에 포섭되어 있었다. ‘알리고 싶지 않은 불편한 진실’은 ‘아빠’에게 왜 그러냐고 질문해 주지 않음으로 해서 말해지지 않는 식으로 의도된 질문에 답하고 시청자들이 듣고 싶은 말들을 들려주는 식이었다.

텍스트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다양한 문화에 대한 이해증진보다 경제적 관점으로 노동담론만 무성하게 재현해낼 뿐만 아니라 맥락은 생략한 채 정형화된 인식을 공고화, 고정화 하는데 보태고 있었다. 이러한 재현물을 접한 수용자들은 프로그램이 생산한 담론을 그대로 수용하거나 저항하는 양상을 보였다.

<글로벌 아빠 찾아 삼만리>는 출연 가족의 정체성을 규정함에 있어서나 다문화 주의를 표방함에 있어서 ‘강조’와 ‘배제’ 또는 ‘희석’을 오가며 기존의 다문화 방송물의 일정한 스테레오 타입에 많은 부분 편승하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아빠에 대한 담화들은 스테레오 타입의 코리안드림 담론 일색에, 직장인으로서 그곳이 어디가 되었든 자기 몫을 묵묵히 다하는 우직한 일꾼 재현에 동원되고 있었다. 그러나 현장에서 느끼는 아빠의 ‘진짜’ 목소리를 들려주는 법은 없고, 다만 아빠가 사용자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는 미담 일색이었다.

아빠가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 되기에 손색없다는 식의 담론들은 문화적 동화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호의적인 시선으로 재현되고 있었으나 실제 노동 현장의 고용주나 관리자들은 여전히 아빠를 자신이 지시하고 명령하며 부려야할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전지구적 불경기 속에서도 일할 수 있다는 사실과 일거리가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하다고 하는 담화 또한 매회 빠지지 않고 재현에 동원되고 있었다.

프로그램에서 동원되는 다문화주의 재현들은 공영방송 EBS가 우리 정부가 표방하는 시책에 복무하기 위한 의도가 반영된 것인지 정형화된 재현을 관행적으로 답습하고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재현에 동원된 언표들은 시혜주의나 온정주의, 동화주의 일색으로 한국 대중 매체의 다문화적 재현의 한 특징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못한 진부한 담론들로 넘쳐났다.

종교에 있어서도 선택적 포섭과 배제 전략을 취했는데 이는 방송이 비교적 예민한 주제인 종교에 대해 가십거리를 만들지 않으려는 의도와 특정 종교에 대해 배타적인 우리 사회의 정서를 반영한 재현으로 파악되었다.

‘엄마’에 대한 담화에서는 한국 사회의 가부장적인 질서와 전통가치를 엄마를 매개로 투사하는 데 주력하고 있어 휴먼다큐멘터리가 갖는 상투성을 재생산 하고 있었다.

인고의 엄마, 가족을 위해 늘 맛있는 요리로 식탁을 차리고, 자식의 교육과 부모 봉양에 힘쓰는 엄마의 이미지로 정형화 되는 한편 탈종교화 되고 탈정치화 된 이미지로 재현된 엄마는 한국의 전통적 젠더역할에 충실하고 아빠의 보조자로 가족주의 담론의 전령사였다. 이는 한국 남성들의 향수에 해당하는 전통가치를 고스란히 아시아 여성을 통해 투사하고 내면화시키며 가부장적 가족 이데올로기를 확대 재생산하고 있는 지점이다. 또한 아빠의 빈자리을 메우는 노동은 제3세계에서의 “빈곤의 여성화” 현상으로 해석되었다.

프로그램은 엄마가 있는 고향 경관과 엄마를 통해 아시아 문화의 다양성이나 다양한 문화 가치를 소개하기 보다는 여행자를 안내하듯 단순한 볼거리만을 제공하고 있어, 이러한 재현은 인종주의적 오리엔탈리즘으로 풀이될 수 있겠다.

‘아이’의 경우 한국에서의 그것처럼 공부를 잘하는 것은 언제나 아이의 정체성 규정에서 빠지지 않았다. 실수로라도 학령기의 아이들이 기록영상에서 들판을 누비거나 강가에서 멱을 감으며 즐거워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1등을 놓치지 않는” 아이들로 표상되고 있어 이는 교육 열풍에 대한 한국적 가치의 전도일 것이다.

그 외 출연 아이들 중 한국 아이돌스타를 추종하거나 특정 한국 배우의 열혈 팬이 있어서 한류 드라마를 보며 그들의 대사를 흉내 내고, 한류 스타의 캐릭터 아이템 갖기를 열망하는 모습들을 재현해 냈다. 이는 마치 동남아에서의 한류 열풍이 우리 문화의 위상이라도 되는 듯 문화우월감을 부추기며 여타 우리 사회의 콤플렉스를 도포하며 안도하는 형국이다.

<글로벌 아빠 찾아 삼만리>는 매회 ‘부부애’, ‘가족애’를 반복하며 이산에 따른 고통이나 부작용, 가족 불화 등은 배제되거나 은폐된 채 스테레오 타입화 된 가족 사랑과 희생만이 강조되고 있었다.

수용자들은 프로그램이 생산한 담론을 그대로 수용하거나 저항하는 양상을 보인 것으로 분석되었다. 게시판 속의 스테디 담론 또한 ‘가족의 소중함’과 ‘가족애’였다. 전체적으로 인종에 따른 차별적 반응은 별로 나타나지 않았지만 그것이 노동담론이 될 경우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혐오 정서는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특히 아동을 학대하는 듯한 재현들에 대해서는 유럽이나 북미의 아이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이 었다면 있을 수 없는 일로써 일종의 인종적 차별에서 연유한다는 견해들을 보였다. 이는 수용자스스로 인종 차별적 요소에 대한 자기 검열과 성찰의 결과로 추정되었다. 수용자들은 다문화를 다루는 방송물이 시혜적이고 온정적인 재현에 적당히 미담을 덧입혀 ‘인류애’라는 담론을 관행적으로 쏟아내는 방식에 정면으로 저항하고 있는 것으로 읽혔다.

전지구화 개념이 이민이나 여행처럼 미시적 연계까지 염두에 두면서 국경을 넘는 문화적 흐름과 관계있음을 의미하듯(Appadurai, 1996; 김세은, 김수아, 2쪽 재인용), 일부 수용자들의 이주노동자에 대한 다소 혐오적이고 과격한 공격은 이제 단순한 노동시장 구조나 산업에 대한 갈등이 아니라 문화적 갈등으로 그 담론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어 우려되는 지점이 아닐 수 없다.

한국 정부의 다문화정책은 조속한 동화를 지원하고 제도적으로 내국인과 평등하게 대우하려는 동화 모형(박진경, 2010, 266쪽)을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분석 결과 누구나 시혜를 베풀기는 쉬우나 그것에 딴지를 걸기는 어려운 사회 분위기임을 감지하게 되었다. 논쟁을 두려워한 나머지 손쉽고 안정적인 제작 관행이라는 진부함에서 벗어나 미디어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EBS교육 방송의 특성을 감안해볼 때 교육방송을 시청하는 주시청자는 거의 정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들 시청자들이 이용하는 시청자 게시판의 글들을 일반 시민의 담론으로 일반화시키는 것은 비약일 수 있지만, 시청자 게시판 내에서 형성되는 담론이 일반 사회의 담론으로 확장되는 중요한 매개적 역할을 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Notes
1) 현재 국내 체류외국인은 237만 여명이고(법무부 출입국 외국인정책 본부, 2018년 10월 기준), 91일 이상 장기 체류자는 164만 7천여 명, 경제 활동 인구수는 92만 9천 명이다(통계청, 2018년 5월 기준).
2) 2018년 11월 현재 “글로벌 아빠찾아 삼만리”는 EBS 1TV에서 ‘시즌 2’를 방영하고 있다.
3) 게시판에는 제작진이 알선해 ‘소피어와’가 어린이 재단을 통해 무료수술을 받게 되었으며, 시청자들의 모금으로 90여만 원이 모아져서 소피어와 가족에게 전달될 것이라는 답글이 게시되었고, 2018년 2월 시즌2에서 소피어와가 한국인 의사에 의해 수술과 재활치료를 받고 건강이 증진된 근황이 소개되었다.
4) 2018년 11월 현재 “글로벌 아빠찾아 삼만리”는 EBS 1TV에서 ‘시즌 2’를 방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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