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호

Journal of Social Science - Vol. 33 , No. 3

[ Article ]
Journal of Social Science - Vol. 33, No. 3, pp. 77-103
Abbreviation: jss
ISSN: 1976-2984 (Print)
Print publication date 31 Jul 2022
Received 29 May 2022 Revised 04 Jul 2022 Accepted 15 Jul 2022
DOI: https://doi.org/10.16881/jss.2022.07.33.3.77

청년세대의 한국 사회 공정에 대한 인식과 경험 탐구: 개인의 좌절과 공동체적 대안의 경계에서
임윤서 ; 안윤정
동국대학교
경기대학교

A Study on the Perception and Experience of Korean Social Fairness in the Younger Generation: The Thin Line Between Individual Frustration and Community Alternatives
Yun-Seo Iem ; Yoon-Jung An
Dongguk University
Kyonggi University
Correspondence to : 안윤정, 경기대 일반대학원 직업학과 조교수, 서울시 서대문구 경기대로 9길 24, E-mail : ayj_calling@kyonggi.ac.kr
임윤서, 동국대학교 다르마칼리지 강의초빙교수(제1저자)


초록

본 연구는 청년세대의 한국 사회 공정에 대한 인식과 경험을 탐구하기 위해 서울 소재 4년제 2개 대학생 총 102명의 성찰보고서를 기반으로 CQR-M을 적용하여 분석하였다. 청년들의 인식을 분석한 결과 4개 영역, 8개 범주, 21개 하위범주로 드러났으며, 연구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청년이 인식한 공정의 의미는 ‘내게 너무 먼 공정’, ‘공정의 두 가지 갈래’ 등의 범주로 드러났다. 전자는 추상적이고 원론적인 개념과 완벽한 균형의 의미를, 후자는 절차적 합의와 투명성, 기회의 평등과 능력주의 등을 의미화했다. 둘째 공정 경험의 희소성은 검증된 제도와 정책과 사회적 약자배려를 포함하여 ‘절대다수의 인정’으로, 부족한 공정에 대한 기억과 자기만의 기준에 맞는 기회와 절차를 포함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등의 범주로 드러났다. 셋째, 불공정 경험의 소환은 ‘나의 성장속 불공정 경험’, ‘사회적 불공정 이슈의 영향’ 등의 범주로 전자는 어릴 때 기억에서 입시, 대학생활과 대학 밖의 경험으로, 후자는 차별과 권력 남용에 대한 경험과 공격, 방어의 역차별 담론을 의미화했다. 넷째, 변화를 위한 제언은 ‘나의 실천’과, ‘사회 공공성 강화’ 등의 범주로 드러났다. 본 연구는 청년세대의 성찰보고서 속에 담긴 공정에 대한 의미 규정과 이들이 이와 같은 견해를 갖게 된 이유와 과정을 공정과 불공정에 대한 경험을 통해 광범위하게 분석하였다. 이를 통해 청년의 시각에 담긴 공정성 담론의 모순, 그 특징과 한계가 무엇이며, 공정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어떤 대안을 선택하는지 고찰하였다. 연구결과를 토대로 미래에 청년세대가 이끌어갈 공정 담론의 긍정적 역할을 기대하며 중요한 시사점을 제안하였다.

Abstract

This study analyzed the perception and experience of Korean social fairness in the younger generation by applying consensual qualitative research—modified (CQR-M) based on the reflection reports of 102 students from two four-year university courses in Seoul. The results of analyzing the perceptions of the young people revealed 4 areas, 8 categories, and 21 subcategories. The specific results of the study are as follows: First, the meaning of fairness as perceived by young people included ‘fairness too far from me’ and ‘two branches of fairness’. Second, the scarcity of the youth’s fair experience was revealed as ‘absolutely majority acknowledgment’ and ‘extremely personal’ including memories of insufficient process and opportunities and procedures that meet their own standards. Third, the recall of unfair experiences of young people consisted of categories such as ‘unfair experiences in my growth’ and ‘the influence of social unfair issues’. Fourth, the suggestions for change presented by young people were revealed in the categories of ‘my practice’ and ‘social publicness enhancement’. This study analyzed the meaning of fairness in the reflection reports of the younger generation and the reasons for the same and also extensively evaluated the fairness of their views through their experiences of fairness and unfairness. Through this, we examined the contradictions of discourses on fairness from the youth’s perspective, the characteristics and limitations, and the alternatives chosen to move toward a fair society. Based on the results of the study, we expect a positive role in the future discourses on fairness in which the younger generation will participate. We also suggest some important implications.


Keywords: Younger generation, Fairness, Unfairness, Meritocracy, Experience, Reflection report, CQR-M
키워드: 청년세대, 공정, 불공정, 능력주의, 경험, 성찰보고서

1. 서 론

한국의 공정성 담론은 급격한 사회변화로 인한 불확실성, 정부 정책의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다양한 갈등, 능력주의에 대한 강력한 옹호와 경제적 격차로 인한 불평등의 심화 등 여러 가지 심각한 문제를 반영하고 있다. 이와 같이 한국 사회의 공정성과 관련된 사회적 이슈들은 MZ세대로 일컬어지는 청년세대의 적극적 주도로 주목받아 왔다. 하지만 청년세대가 관심을 가졌던 공정성 이슈들은 한 사회를 대표하는 주장이라기보다는 자신들이 느끼는 소외와 박탈감을 해소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이는 한계를 표출하였다. Habermas(1981)는 공정성이 담론적 무기가 되는 이유가 특정 집단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교묘히 포장, 왜곡하고 보편적 사회 합의의 가능성을 축소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때 매우 위험하다고 비판하였다. 지난 시기 한국 사회의 공정성 담론이 적대적 관계에 있는 집단에 대한 공격의 도구로 프레임이 짜여 왔기 때문에 반복되는 공정성 담론의 오남용에 대한 문제의식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김정희원, 2020).

경제적 격차가 심화되고 계층적 질서가 고착화되면서 청년세대의 사회적 불안은 가중되고 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한국사회의 청년세대가 느끼는 불안과 욕구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점검하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저성장이 일상화된 사회가 청년 개인에게 책임을 강요하고 자신의 삶에 스스로 답을 내라고 강요만 해서는 안된다. 막대한 사회적 자본을 공동체에 지불하고 황금 같은 청년기를 송두리째 헌납하며 시대가 요구하는 경쟁력을 키워왔지만, 한국 사회는 아무런 보상도 해주지 않는 상황을 경험하게 된 것이다. 각자도생을 통해 치열하게 경쟁하여 승리했지만, 이들의 막막함과 불안은 채워지지 않고 있다(임윤서, 2018). 이와 같은 상황에서 청년세대의 요구와 논의가 공정성 이슈로 다양하게 표출되고 있는 것은 사회 전반에서 중요한 함의를 갖지만, 공정성 담론이 지금처럼 청년세대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회적 이슈에만 집중된다면 다양한 목소리가 개입할 수 있는 보편적 논의의 틀이 만들어질 수 없다.

청년세대 공정성 인식의 역동적 변화와 그에 따른 이들의 가치관, 정치적 판단, 참여적 행위 등의 발전은 한국 사회 내 다양한 갈등의 원인 파악과 그 해결 방안의 모색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청년들이 공정 이슈에서 보여주는 반응 중 가장 문제시될 수 있는 것은 자신들에게 직접적 영향을 주지 않는 이슈에 대해서는 철저히 무관심한 선택적 공정의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특히 이들이 강조하고 있는 능력주의에 대한 옹호 양상(강준만, 2016)은 공정성의 보편적 원칙을 기준으로 볼 때 상당히 의아한 측면이 없지 않다. 한국사회의 극심한 불평등과 사회 발전의 전망이 모호하기 때문에 공정이라는 가치를 중심으로 기회의 확장을 요구하는 것은 이해되지만, 가짜뉴스라고 할 수도 있는 불확실한 정보에 근거해서 특정 집단을 대변하는 담론의 전쟁에 뛰어드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곽영신, 류웅재, 2021). 공정성 담론은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한 세대에 치우친 논의가 아닌 사회 전체가 참여할 수 있는 보다 광범위한 틀에서 논의될 필요가 있다.

즉, 앞으로 한국 사회의 공론을 긍정적 방향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청년세대를 중심으로 진행되어 온 공정성 이슈가 어떻게 변화되어왔는지 깊이 있게 탐색해 볼 필요가 있다. 청년의 시각에서 공정성에 대한 보다 포괄적이고 총체적인 개념이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모색도 이뤄져야 한다. 청년세대의 공정성 담론에 대한 인식과 경험, 영향력을 파악해 보는 것이 중요해졌음에도 불구하고, 공정에 대한 기존 연구는 세대 간 공정 갈등이나 이슈에 따른 불평등 구조를 분석하는 연구에 초점을 맞추는 한계를 갖고 있다. 결과적으로 청년세대가 공정을 어떤 의미로 내재화하고 있으며, 이들의 인식은 어떤 경험과 사례를 통해 형성되어 있는지를 파악해 보는 것이 중요해진 것이다. 이에 본 연구는 청년세대의 성찰보고서 속에 담긴 공정에 대한 의미 규정과 이들이 왜 이와 같은 견해를 갖게 되었는지 공정과 불공정에 대한 경험을 광범위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이들의 시각에 담긴 공정성 담론의 모순을 살펴보고, 그 특징과 한계가 무엇이며 향후 공정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어떤 대안을 선택하는지 분석하고자 한다.


2. 이론적 배경
1) 청년기와 공정

대학생들은 진로발달 단계상 탐색기로 학교생활, 여가활동, 시간제 근무를 통해서 자기 검증, 역할수행, 직업적 탐색을 하는 기간으로 결정화, 구체화, 실행화 등 하위 단계를 거친다(Super, 1957). 여기서 탐색기는 만 15세부터 25세에 걸쳐 있는 생애주기로, Arnett(2015)는 좀 더 정교화된 시기 구분을 위해 만18세에서 20대 후반을 아우르는 시기를 성인진입기(emerging adulthood)로 명명하고 그 시기의 특성을 기술하였다. 그는 성인진입기가 더 길어지고 광범위한 교육, 결혼과 부모로의 늦은 진입, 그리고 장기간에 걸친 불안정한 일로의 전환은 청소년기와 젊은 성인기 사이의 새로운 생애 단계를 위한 공간을 열었다고 언급하였다. 또한 이 시기의 특성을 정체성 탐색, 불안정성(사랑, 일, 거주지), 자기초점(self-focused), 청소년도 성인도 아닌 그 사이에 낀 느낌(feeling in-between), 가능성 등 5가지로 정리하였다. Lothaller(2009)는 이 시기를 ‘삶의 혼잡한 시간’으로 명명하면서 사람들은 서로 다른 삶의 영역에서 다양한 도전에 동시에 직면하는데, 직장, 가정 및 삶의 다른 곳에서 다양한 의무(직장을 구하고 직업을 시작하고, 가족을 설립하고, 자신의 집을 얻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사람들을 만나고, 여가활동에 참여하는 등)를 이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처럼 청년들이 속한 이 시기는 성인이 되어가는 일종의 지나가는 과정으로서 간주하기에는 그 기간이 길고 자신에 대한 정체성 형성은 물론 학업을 완성하고 직업을 선택하여 경제적·심리적 독립 등 이루어야 할 과업이 많아 여러 가지 면에서 어려움과 갈등, 스트레스 등을 경험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시기적 특성과 더불어 한국적 맥락을 고려한다면 우리나라의 경우 경쟁 위주의 치열한 입시전쟁을 거치면서 청소년기에 성취되어야 할 진로발달이 이루어지지 못한 채 일정 기간 단절을 경험하면서 대학으로의 전환이 이루어진다. 대학입학 이후 미루어왔던 정체성에 대한 고민, 자신이 속한 사회계층에 대한 인식, 진로장벽 등으로 혼란과 갈등을 본격적으로 겪게 되고, 이 시기 남성들은 군복무를 통해 또 한 번 단절을 경험한다. 청소년기에는 대학진학을 위해 학업에 매진하느라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인 활동을 가질 기회가 적어 대학입학 이후에 자신과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갖는 사회문화적 사건들에 노출되게 된다. 다양한 지역과 문화, 계층 등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면서 인간관계의 폭이 넓어지며 생각의 지평과 의식들이 넓어지는 기회를 갖게 되고 동시에 취업이라는 현실적 문제에 직면하면서 불평등, 공정, 정의 등의 단어에 민감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를 보여주듯 ‘한국사회공정성 인식조사 보고서’에는 한국사회의 계층상승 기회가 열려있다는 질문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비율이 20대가 80%로 전체평균 73%에 비해 높게 드러났다(정한울, 이관후, 2018).

특히 한국 산업자본주의 발전단계의 특성으로 현재의 청년층은 그 전의 어떤 세대보다도 다양한 직업군의 부모들을 갖게 된 첫 세대이며, 가족간 사회경제적 지위의 큰 격차와 라이프스타일의 분화가 당연시된 사회에서 사회화의 주요시기인 유소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낸 첫 세대이다(김영미, 2016). 외환위기 이후 근 20년간 지속되고 있는 경쟁적 사회구조는 개인적 차원에서 정의롭지 않은 것에 대한 포용의 수준을 크게 낮추었고 한국경제가 일정한 수준에 이른 이후 장기간의 저성장과 극단적인 사회 양극화의 심화, 그리고 계층 이동성의 극적인 하락이라는 구조적 측면과 긴밀히 연결된 것으로 보인다(정한울, 이관우, 2018). 즉, IMF 경제위기 이후 한국의 고용환경 및 일자리 구조가 악화되고 양극화는 심화되는 양상을 드러내 이로 인해 세대 간 기회불평등 보다는 세대 내에 기회불평등이 클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러한 청년들의 인식이 다른 심리적 요인들과의 관계를 살펴본 연구들이 이루어졌다. 청년세대의 공정성 인식이 통제감, 자존감과 유의미한 정적 상관을, 공정성과 무망감의 관계를 통제감이 매개하고 자존감이 조절하는 결과를 확인하였다(안계한, 김민희, 2020). 대학생의 기회평등인식은 그들의 진로탄력성과 진로준비행동에 영향을 미쳤으며(김은선, 이희수, 2018), 대학생의 공정세상신념이 강할수록 감사 성향을 증가시켜 이것이 대상과 상관없이 친사회적 행동증가와 관련이 있음을 밝혔다(이정수, 송경희, 이승연, 2019). 한국 사회 청년층은 여타 세대보다 기회공정성을 가장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경향을 보이며 다른 계층에 비해 청년층이 자신의 계층을 낮게 평가하는 것이 확인되었다(김영미, 2016). 기회공정성에 대한 인식이 지역과 젠더 등 세대 내에서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분석한 연구(이희정, 박선웅, 2021)에서는 비수도권 청년 남성은 교육기회와 취업기회 모두 전혀 공정하지 않다고 인식할 가능성이 높았으며, 비수도권 청년 여성은 두 기회 모두 별로 공정하지 않다고 볼 가능성이 높았다.

이처럼 청년들은 한국의 악화된 고용환경 속에서 세대적 특성을 바탕으로 사회적으로 요구받는 다양한 역할과 과업을 이뤄야 하는 부담스러운 시기를 과도기적으로 겪어 내고 있다. 이러한 지형들로 인해 그들은 공정에 대해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인식하게 되는데, 이는 청년들의 정의감이나 도덕성이 높아진데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공고해진 계층사다리와 치열한 경쟁을 경험하면서 부정의 및 불공정에 대한 개별적 포용성이 상대적으로 낮아진 것으로 해석된다.

2) 공정성과 능력주의

공정성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일의 가치, 선악, 우열, 시비 등을 판단할 때에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공평하고 올바른 성질’을 의미한다. 공정성이 현실적으로 적용되거나 이론적으로 논의되는 과정에서 그 의미는 훨씬 더 복잡하고 다차원적인 개념을 갖는다. 공정개념은 절대적으로 결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정치·사회적으로 구성되는 것이며, 공정성은 사회 내에서 다른 지위와 자격을 가진 구성원들에 의해 공정한 것으로 판단되는 요소들에 대한 숙의와 협상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곽영신, 류웅재, 2021). 즉, 공정성이 논의되는 사회문화적 맥락에 따라, 어떤 관점으로 누구에 의해 논의되는지에 좌우되며, 어떤 목적으로 적용되는지의 여부에 따라 그 개념, 범위, 수준, 원칙 등이 다르게 펼쳐질 수 있다.

공정성 관련 이론은 분배공정성과 절차공정성의 원칙으로 크게 구분하고 있으며, 분배공정성의 원칙으로 주로 제시되고 있는 기준은 형평, 균등, 필요 원칙 등이다(박효민, 김석호, 2015; 이희정, 2018). 형평의 원칙은 집단 안에서 개인의 보상과 책임에 대한 분배가 개인의 기여도에 따라 이루어질 때 보상이 공정하다고 인식하며, 평등의 원칙은 이러한 기여도와 상관없이 모두 동등한 보상이 이루어질 때 공정하다고 인식한다. 여기서 평등의 원칙은 더 나아가 ‘형식적 평등’, ‘실질적 평등’의 개념으로 확대되어 전자는 인간의 성별, 연령, 계층, 인종, 민족, 장애여부 등과 상관없이 평등하게 대우하고 균등한 기회를 부여하는 기회의 평등을 의미하며, 후자는 개인의 차이와 능력의 차이에 따른 사회적 격차를 인정하고, 이에 따라 평등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필요의 원칙은 보상의 수혜자가 요구하는 자원의 양에 맞추어 사회적 자원이나 보상, 책임 등을 분배하는 것을 말한다(박효민, 김석호, 2015). 절차적 공정성은 분배공정성이 보상의 분배 결과에만 주목한다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분배과정의 공정성에 주목하는 것으로 분배의 결과가 공정한 의사결정 과정에 의해서 도출되는 것의 중요성이 강조된다(곽영신, 류웅재, 2021).

다른 한편, 공정에 대한 논의를 사회정의의 측면에서 언급한 연구들이 있다. Rawls를 통해 정치와 분배의 정의를 논한 김만권(2004)은 현대사회에서 정의는 분배의 문제이며 자유주의 사회는 불평등의 정당화를 요구하게 되는데, 자원의 불평등으로 인한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분배체계를 필요로 한다고 지적한다. 여기서 분배체계의 두 가지 역할 즉, 경제적인 것의 확산으로부터 정치적인 것을 보호할 수 있어야 할 것, 사회적 경제적 자원의 불평등 분배가 모든 이들에게 받아들여질 만한 수준으로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 등을 제시한다. 자유주의 체계가 지양하는 시장의 논리만을 강조했을 때 불평등 문제는 악화될 수 있고, 이는 구성원들의 사회적 갈등과 생존의 문제와 연관되기에 분배의 문제는 정의와 공정의 실현과 맞닿아 있다. Rawls(1999)는 ‘정의론’을 통해 현대사회가 근본적으로 안고 있는 분배문제를 사회·경제적 측면을 넘어 철학적 사고의 정당성을 논리적으로 주장하며 정치에 있어 철학의 역할이 필요함을 강조하였다. 그는 질서정연한 사회란 사회 구성원들의 선을 증진하기 위해 세워지고 공적인 정의관에 의해 규제되는 사회로 공정으로서의 정의는 이러한 사회의 이념에 부합되도록 구성되었음을 명시하였다.

한국사회 공정성 인식보고서(정한울, 이관우, 2018)에 의하면 ‘능력과 노력의 차이에 따른 보수의 차이가 클수록 좋다’라는 응답은 66%, ‘능력과 노력의 차이에 따른 보수의 차이가 적을수록 좋다’라는 응답은 27%에 그쳤다. 이 질문은 분배공정성에서 형평의 원칙에 관한 것으로 자신의 능력과 노력에 의해 보상이나 대가가 주어지는 것이 공정하다는 믿음의 반영이며, 실질적 평등이나 결과의 평등보다는 기회의 평등에 대한 인식과도 관련이 깊다. 연령에 따른 결과의 차이가 없어 청년층을 포함해 한국 사회에 지배적 담론이 능력주의(meritocracy)에 대한 사회적 믿음에 기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Sandel(2020)은 사회가 능력에 따라 경제적 보상과 지위를 배분해야 한다는 생각은 효율성과 공정성을 원칙화한 것으로 인간능력에 대한 낙관론으로 여러 가지 면에서 매력적이었음을 인정하였다. 이러한 능력주의 이데올로기는 공정성에 대한 논의에서 깊은 관련이 있으며, 특히 분배공정성이나 기회평등을 논하는데 있어 개인의 능력과 노력이 강조되는 맥락에서 등장한다. 최근 우리사회는 학벌이나 스펙 위주의 취업시장에서 능력중심사회를 구현하는 것이 국가의 인적자원정책의 큰 방향이었다. 이를 위해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만들어 능력을 기반으로 채용이 이루어지도록 서류전형 및 면접 과정에서 해당 채용방식을 적극 도입하였다. 이러한 흐름은 한국 사회가 학벌, 혈연, 지연의 연고주의에 의해 성공이나 취업의 기회가 주어지는 비능력적인 요소들로 인해 능력주의를 제대로 실현하지 못한 것의 문제이므로 제도적인 보완을 통해 더 완벽하고 효율적인 능력주의 사회를 구현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보인다.

이에 대해 근본적인 비판들이 이어져 왔는데, 진정한 기회의 평등이나 오직 능력만을 성공의 요인으로 인정하는 방식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공정하거나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McNamee & Miller, 2013). 능력주의가 불평등을 만들어 낸다기보다는 이미 존재하는 불평등에 대한 평가에 영향을 미치며 현존하는 불평등을 부당한 것으로 혹은 정당한 것으로 판단하는 기준이 가능하기에(박권일, 2021), 결과적으로 불평등을 야기할 가능성이 내재해 있다. 능력을 이기는 비능력적 요인들을 논하며 학교와 교육이 불평등을 대물림하는 잔인한 매개체로 작용하고 있으며, 무엇을 아는가가 아니라 누구를 아는가가 더 중요한 점, 상속을 통해 최고의 비능력적 메카니즘 등을 강조하면서 지금의 능력주의 신화는 왜곡되어 있다(McNamee & Miller, 2013).

지금의 사회에서 온전히 개인의 능력과 노력만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은 너무 이상적이고 비현실적이며, 어디까지가 능력이고 노력인지조차 구분하는 것이 모호해졌다. 교육과 산업, 정치 모든 분야에서 능력주의가 확고한 원리로 자리를 잡자 사회의 유동성이 확대한 듯 보이지만, 정반대로 빈부 격차와 불평등은 더욱 공고해졌다(Young, 1994). 능력주의적 오만은 승자들이 자기 성공을 지나치게 과시하는 한편 그 버팀목이 된 우연과 타고난 행운을 잊어버리는 경향을 반영한다(Sandel, 2020). 이들의 지적은 능력주의가 실제 계급과 불평등을 확고히 하는데 이바지할 뿐만 아니라 낮은 사회계층의 사람들에게 자신의 처지를 타고난 운명에서 더 나아가 무능력하고 노력하지 않은 사람으로 평가 절하하여 심리적 열패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런 면에서 지금의 능력주의가 작동하는 방식은 공고한 신분제사회보다 개인에게 더욱 가혹하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3. 연구방법
1) 연구대상 및 연구방법

본 연구의 참여자는 서울에 있는 4년제 남녀공학 2개 대학에서 2021년 1학기와 2학기에 걸쳐 교양과목을 수강했던 대학생들이다. 해당 교양과목은 공감, 평등, 젠더, 차별 등의 주제를 다루는 수업으로 학생들의 자발적인 선택이 가능한 수업이다. 성별 분포는 여학생 70명(68.6%), 남학생 32명(31.4%), 전공별 분포는 관광 26명(25.5%), 인문 14명(13.7%), 상경 13명(12.7%), 사회과학 12명(11.8%), 이공 11(10.8%), 미디어영상 10명(9.8%), 연기 9명(8.8%), 사범 4명(3.9%), 예체능 3명(2.9%) 등이었다. 공정에 대한 논의와 담론이 쏟아지던 가운데에 대학생활을 했던 이들의 생각과 경험을 담아낸 보고서를 탐구하기 위한 연구방법으로 장문의 텍스트 자료를 분석하기에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합의적 질적 연구-수정본(consensual qualitative research-modified: CQR-M)을 활용하였다. CQR-M은 CQR에서 파생된 질적 연구방법으로 큰 표본과 비교적 간략하고 심플한 질적 데이터를 사용하기에 적합하고 CQR의 합의적 요소와 함께 발견 지향적이고 탐구적 접근법을 병행한다(Hill, 2012). 이 연구방법은 새롭고 예상치 못한 생각에 대한 탐구 현상을 연구하는데 효과적인 도구이며, 연구된 현상을 묘사할 때도 이용된다. 성찰보고서와 같은 질적 데이터(임윤서, 안윤정, 2016; 안윤정, 2020), 개방형 설문지를 통한 주관적 경험을 구성한 텍스트(주은선, 김희진, 2022; 조지혜, 이영란, 2022) 등을 분석하는데 CQR-M 방법을 활용하여 대학생들의 특정한 경험과 인식에 대한 탐색적 연구들이 진행되었다.

Hill(2012)에 의하면 CQR은 결과 비교를 위해 빈도수를 사용하여 자료를 분석하지만, CQR-M은 각 범주의 반응 수를 해당 역의 총 반응수로 나눈 비율로 빈도를 표시하며, CQR-M 연구자들이 그들의 예상과 편견, 동의하지 않는 부분에 관해 상세히 논의하며 이에 따라 서로 간 자료에 대해 객관성을 지키는데 도움이 된다고 지적한다. 공정을 둘러싼 대학생들의 경험과 생각은 그들의 성별, 계층, 지역, 가정환경, 가치관 등에 의해 복잡하게 구성될 것이 예상되었다. 다양한 관점과 다층적인 측면에서 표현된 텍스트라는 질적 자료를 CQR-M의 연구방법을 통해 그 의미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고자 하였다.

2) 자료수집 및 분석

대학생들에게 제시한 성찰보고서의 주제는 ‘나에게 공정의 의미’와 ‘내가 경험한 공정과 불공정’ 등 두 가지였다. 최소한 A4 3장 이상으로 작성하여 온라인으로 기록된 텍스트를 제출하게 하였다. 제출한 보고서가 연구에 사용될 수 있음을 사전에 공지하였다.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정리한 자료만을 선별하여 102개의 보고서를 분석하였다. 수집된 자료의 분석은 Hill(2012)이 제시한 과정을 준수하여 실행되었다. 그는 CQR-M의 자료 수집에서 큰 표본이 포함될 경우 확실한 길이나 세세한 자료 분석 같은 것은 실현 가능하지 않다고 보았다. 이에 연구자들은 참여자들에게 매우 개방적이고 단순하게 묘사하도록 요청하고 답변이 구체적으로 얼마만큼의 분량이기를 바라는지 정도의 암시와 답변의 일관성 정도를 제공하면 좋다고 제언한다.

연구자들은 성찰보고서 전체를 각각 읽고 전체적인 느낌과 생각을 그려보는 것으로 시작하였다. 그다음은 코딩과정으로 주제어를 기입하면서 읽는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하였다. 이는 연구자들이 가질 수 있는 편견을 극복하고 코딩 내용의 왜곡과 주관적 기대를 최소화하려는 개방적 의사소통 과정이다. 처음에 기록했던 주제어가 수정되거나 덧붙여지면서 설정된 영역과 범주를 우선적으로 합의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합의된 영역과 범주부터 확정하고 이견이 있는 부분은 반복적으로 논의를 통해 합의를 가져갔다. 확정된 영역과 범주에 포함되는 핵심개념을 검토하고 영역 내에 최대한 자료가 포함될 수 있는 범주 구조를 만들고 자료에서 적절한 범주제목을 이끌어 내려고 하였다. 이 범주화대로 코딩표를 만든 다음, 전체 보고서에 표시된 코드를 보고 빈도수를 세고 백분율을 산출하였고 영역과 범주를 설명하기 위해 가장 적절하고 대표적인 인용구를 표시하였다. 한 보고서에 동일한 범주에 해당되는 개념이 여러 번 등장해도 한 번으로 빈도수를 표시하고, 다양한 범주에 속한다면 해당되는 범주마다 빈도를 세었다. 마지막 단계로 작거나 겹치거나 혹은 필요에 의해 수정된 것인지 드물게 나타나는 범주인지 결정하기 위해 다른 모든 범주를 살펴보고 검토하였다.


4. 연구결과

본 연구에 참여한 청년들의 성찰보고서에는 직·간접적으로 체험한 한국 사회 공정 담론에 대한 평가와 경험이 나타났다. 연구 참여자들의 서술을 분석한 결과 의미, 경험, 대안이라는 틀 속에서 4개의 영역과 8개의 범주, 21개의 하위범주가 도출되었다. 다양한 핵심주제는 범주화의 과정에서 연구문제와 근접해 보이는 서술 자료를 반영하여 연구자들의 합의하에 <표 1>에 정리하였다.

<표 1> 
연구 참여자들의 성찰보고서에 나타난 한국 사회 공정에 대한 청년들의 인식
영역 범주 하위범주 빈도 핵심주제
나에게
공정이란?
내게 너무
먼 공정
추상적이고 원론적인 51
(52.0%)
생각해본 적 없는, 가장 순수한 상태, 무관심, 궁극적 가치, 사전속 정의, 어떤 누구도 피해 없는
완벽한 균형의 지향 46
(45.1%)
내용적 공평과 수단적 바름, 노력의 결실과 윤리적 합당, 인간존엄과 상대적 평등, 과정의 투명성과 결과의 공정
공정의
두 가지 갈래
절차적 합의와 투명성 49
(48.0%)
공정한 조건과 관리, 모두가 만족하는 사회적 합의, 약자보호, 구체적 기준, 차별 없는 조건, 도구적 가치
기회의 평등과 능력주의 37
(36.3%)
출발선의 균등, 권리의 공정, 개인능력, 도덕적·법적 공평, 사회적 규범, 차이의 존중, 추상적 가치
공정
경험의
희소성
절대다수의 인정 검증된 제도와 정책 36
(35.3%)
집단전체가 인정하는 것, 김영란법, 올림픽 경기, 소득기반 세금, 투표제도, 게임랭크 시스템, 비대면 절대평가
사회적 약자 배려 32
(31.4%)
기초생활보장법, 무상급식, 공정무역, 공정거래위원회, 농어촌특별전형, 국가장학금
지극히 개인적인 흐릿하고 드문 기억 48
(47.1%)
딱히 떠오르는 사례가 없다?, 편하게 살아서 떠오르지 않는다, 극소수의 인물들(편애 없는 교사, 부정시험 공정대처 교수, 차별 없는 부모)
내가 만족한 기회와 절차 42
(41.1%)
수능, 수준별 분반, 블라인드 채용, 오디션, 무상교육, 도로교통법, 코로나 학생 시험기회, 교육봉사 기회공평, 평등한 정보공개, 민주적 회장선거 방식
불공정
경험의
소환
나의 성장 속
불공정 경험
언제부터일까? 56
(54.9%)
유치원부터 외국어 능력의 차이, 인생의 출발선이 부모로부터, 신분차이, 가족내 불공정
입시의 오랜 상흔 51
(50.0%)
성적 우수자 중심의 제도, 반장선거, 생기부 지원 차이, 자율형 사립고의 추첨제, 고교 동일성비 입학, 지역별 입시성적 차이, 교사의 편애와 불공정
대학생활에서의 불공정 43
(42.1%)
전공시험 부정행위 방치, 외국어 성적 결과중심주의, 비대면과 대면수업의 차별, 공모전 참가자격 불평등, 팀플 무임승차, 학년별 수강신청 일정 차별, 교수의 무책임
대학 밖에서의 일상차별 33
(32.4%)
군대내 악습과 포상차별, 연령 차별, SKY중심 학벌, 인턴과 아르바이트에서 정규직 비정규직 차별, 취업 시 학벌주의, 학연으로 기회박탈, 직업으로 사람 평가
사회적 불공정
이슈의 영향
차별을 통한 불공정 58
(56.9%)
수저계급론, 돈 드는 취업경쟁, 경제력과 정보력 차이, 돈이 꿈을 만들어 줌, 정신질환편견, 조직 내 여성 승진차별, 성차별, 장애인 차별, 인종차별, 지역격차, 긴급재난 지원금 차등지급, 스포츠 편파판정
권력 남용의 허탈함 49
(48.0%)
강자중심의 법, 공직자(정치인, 관료) 권력남용, 직장상사의 갑질, LH사태, KT부정채용, 박근혜 탄핵, 숙명여고 쌍둥이 사태, 조국사태, 백화점갑질
공격과 방어의 역차별 담론 40
(39.2%)
수준별 면학반, 재외국민 특별전형, 공공기관 지역 할당제, 사회적 약자 우대정책, 농어촌 전형의 편법, 다수결 원칙에 의한 소수자 배제, 소년법의 한계, 소득분위 산정시스템, 블라인드 채용으로 학벌 노력 배제, 인국공 정규직화 논쟁, 군대체 복무
변화를
위한 제언
나의 실천 불공정 사회인정과 각자도생 52
(51.0%)
세상은 원래 불공평, 오직 개인 능력과 노력, 그냥 몸 사리고 내가 할 일만 한다, 상대적 평등 중시, 역차별 당연하고 적정선 필요, 나 혼자라도 공정히 살자
불공정에 대항하는 실천 37
(36.3%)
불공정에 의심, 경계, 문제제기하여 개선, 무관심의 극복과 분노 필요, 포기한 것에 대한 후회로 작은 목소리 내기, 책임 묻기, 적극적 행동과 응원 보내기
돈은 나의 힘 21
(20.6%)
개천용은 극소수, 돈이 있어야 불행을 피한다, 경제력이 있어야 함부로 할 수 없다.
사회 공공성 강화 인류 진화의 긍정성 믿기 39
(38.2%)
불공정을 개선해온 인류의 노력과 변화의 힘을 신뢰, 인류의 끊임없는 성찰, 편견과 차별을 없애 온 진화의 역사
공감의 힘과 시민 연대 25
(24.5%)
상호 배려, 역지사지, 공정한 역할모델 만들기, 소통의 지속,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 경청, 다양성의 포용
법의 공정과 공공감시 24
(23.5%)
기본 권리의 존중과 제도, 공적 시스템 불신 극복, 불공정함 처벌 강화와 법의 정의 실현, 공공성의 강화, 불공정 끊임없이 감시하는 신고나 제도 도입

1) 나에게 공정이란?

이 영역은 공정에 대한 연구 참여자들의 ‘의미’ 규정을 살펴본 것으로 2개의 범주, 4개의 하위범주로 구분하였다. ‘나에게 공정이란’ 주제로 한 사회의 구성원이자 독립적 개인으로서 연구 참여자들이 인식하고 있는 공정의 개념이 확인된 것이다. 내게 너무 먼 공정은 이상주의적이면서도 공정의 의미를 정립하지 못한 혼란스러운 서술이 특징이었으며, 좀 더 구체적 의미 서술을 요청했을 때 두 번째 범주인 공정의 두 가지 측면을 설명하는 접근을 보이고 있다.

(1) 내게 너무 먼 공정

이 범주에서 드러난 연구 참여자들의 인식은 자신의 삶과 거리가 먼 개념이 공정이라는 것이다. 서술의 빈도를 통해 구분해 본 결과 공정은 당대의 사회 이슈를 반영한 것이고, 보편적 가치를 지향하는 원칙이라고 규정하였다. 보다 구체적으로 언급한 서술들을 보면 절차와 기회라는 두 가지 기준을 중심으로 공정의 의미를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① 추상적이고 원론적인

연구 참여자들에게 공정의 의미 중 가장 높은 빈도로 확인된 것은 성찰보고서 작성 이전까지는 공정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 본 적 없다는 것이다. 이들이 보고서 작성을 계기로 성찰해 본 의미는 사전 속에만 있을 것 같고, 가장 순수하고 추상적이면서 윤리적 목표가 뚜렷한 원론적 개념이 공정이 아닐까하고 표현하였다.

“나에게 공정이란 어려운 것이다. 사실 이공계열인 나에게 공정(工程)이라 하면 무언가 기술적인 제작 과정이 떠오르는데 공정(公正)에 대해서는 평소에 생각해본 적도 없다. 보통 생각하고 실천하는 것 중에 무엇이 더 어려운가 하면 실천하는 것이 어렵다고들 한다. 그런데 이 공정이라는 것은 생각부터가 어렵다. 공정(公正)은 한자에서 나오듯 공평하고 올바른 것이라는 뜻이라고 하니 공평, 올바름에서부터 생각을 시작해봐야겠다.” (전자전기공학, 남)

“어렸을 때 나에게 있어 ‘공정’이란, 막연하게 모두가 공평하고 평등한 것을 의미했다. 그러나 지금의 나에게 있어 공정은 발전한 인류의 산물이며, 인격을 논할 자격이 있는 모든 자가 존엄과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확인하는 것이고, 실질적인 평등을 의미하는 상대적 평등을 인지하는 것이다.” (물리학, 남)

② 완벽한 균형의 지향

연구 참여자들은 공정의 의미를 스스로 정의하면서 모든 것을 담아낼 수 있는 개념적 틀을 강조하였다. 특히 내용적 공평과 절차적 올바름이나 노력의 결실과 윤리적 합당, 인간 존엄과 평등의 강조, 과정의 투명성과 결과의 공정 등 목적과 수단에 있어서 완벽함을 추구하는 시도를 보여준다.

“나에게 공정이란 윤리적으로 정당한 것이다. 누구에게도 피해가 가지 않아야 하며,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문제가 없는 것이다. 누군가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올바르지 못한 일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불공정하다.” (국어교육학, 여)

“내용적인 공평과 절차적인 올바름을 모두 충족한다면 공정한 것이 될 것이고 구성원들에게 환영받는 의사결정이 될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공정한 결정으로 인식될 것이다. 하지만 내용적인 공평함과 절차적인 올바름을 모두 갖추지 못했다면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한 의사결정이 될 것이고 당연히 그 의사결정은 없어질 것이다.” (법학, 남)

(2) 공정의 두 가지 갈래

‘공정의 두 가지 갈래’는 공정의 의미를 보다 구체적으로 표현한 참여자들의 서술에 근거하여 도출된 것이다. 이들이 강조한 두 가지 하위범주는 절차적 합의와 투명성, 기회의 평등과 능력주의로 나타났다. 빈도로 볼 때 연구 참여자들은 기회의 평등에 대한 언급이 많았고 능력주의에 대한 양가적 견해였다. 또한 절차적 합의에 있어서 자신들의 참여와 모든 협의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두 가지 범주로 나뉘었지만 실제 연구 참여자들은 개인의 삶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기회평등의 능력주의에 대한 반응이 더 높았다.

① 절차적 합의와 투명성

연구 참여자들은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합의의 도출과 합의 과정에서의 적절한 관리가 중요하다고 보았다. 이는 절차적 공정으로 볼 수 있는데, 참여자들이 특히 중시했던 것은 합의 과정이 투명하면 결과 또한 공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었다. 또한 절차적 합의 과정이 순조롭게 이뤄지려면 구체적 기준과 초기에 공정한 조건을 함께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하였다.

“의사결정자가 자신만의 단계로 결정을 만드는 게 아니라 다른 의사결정도 동일한 방식으로 만들 수 있는지에 관한 것이다. 절차의 올바름은 비교적 불변하는 형식이다. 가장 큰 예시로 국가에서 어떤 법률, 명령 등을 할 때는 헌법에 기초한다. 우리가 미리 정해 놓은 합의를 얼마나 지키는지가 절차의 공정성이고 절차의 올바름이다.” (기계공학, 남)

“심사기준과 면접방식 역시 사전에 공지하여 모집부터 선발까지의 과정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하려고 노력하였다. 물론 첫 번째 시도였기에 크고 작은 시행착오를 겪기도 하였지만, 이렇게 기반을 다져놓아서 지금까지 학생회 선발에 면접제도가 이어지고 있다.” (물리학, 여)

② 기회의 평등과 능력주의

연구 참여자들은 공정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기회의 평등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여기서 언급된 기회 평등은 출발선의 균등이 강조되고 개인의 능력과 노력을 중시하는 것이다. 개인의 능력이 강조된다고 해서 능력주의를 무조건 찬성한다는 의미는 아니며, 각자의 상황과 조건, 삶의 격차에 따라 상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보았다. 또한 능력주의가 가진 위험성에 대해 자각하며 비판적 시각과 객관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서술하기도 하였다.

“나는 현대사회에서 공정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으며 그 공정 중 가장 필요한 것이 기회의 평등이라고 생각한다. 기회의 평등은 인간이 모두 평등하다는 전제 아래 자신의 노력 여하에 따라 성과를 안겨주는 최선의 정책이기 때문이다. 이것마저 불평등하다고 말하는 것은 더 열심히 노력하고 나은 결정을 내린 사람들의 삶을 통째로 부정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일단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들을 따라잡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 (사회학, 여)

“누구나 같은 노력을 한다고 해서 같은 결과를 얻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각자 타고난 재능이 다르기 때문이다. 능력이 과연 온전히 자신의 노력으로 얻어지는 것일까? 그리고 재능 발굴이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쉽게 이루어지는 일일까? 그렇지 않다. 각자의 태어난 환경과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사람들에게는 노력을 통해 자신의 재능을 발굴하는 것조차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따라서 나는 능력주의에 대해 경계하고 비판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경제학, 남)

2) 공정 경험의 희소성

두 번째 영역으로 도출된 ‘공정 경험의 희소성’은 연구 참여자들이 어떤 이슈를 공정하다고 판단하는지 분석해 본 것이다. 이를 근거로 두 개의 범주로 분류하였고 절대다수가 암묵적으로 합의하고 있는 공정 경험과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으로 공정에 대해 선택적 판단을 내리는 양상이 확인되었다.

(1) 절대다수의 인정

이 범주는 한 사회와 문화에서 오랫동안 구축해온 제도와 정책에 대해서는 이미 검증된 것으로 판단하여 공정성에 대한 시비를 거론하지 않았다. 또한 모든 인간이 기본적 권리를 누려야 한다는 전제하에 사회에서 가장 소외된 약자들을 배려하는 정책과 제도 시행이 공정함의 중요한 기준이라고 보았다.

① 검증된 제도와 정책

연구 참여자들이 이견 없이 인정할 수 있는 공정 사례는 한 사회의 집단 구성원 다수가 인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었다. 이에 대표적으로 김영란법, 투표제도, 세금, 올림픽 경기, 절대평가 등이 제시되었는데 공통점은 이미 오랜 시간을 걸쳐 다양한 시행착오를 거쳐 제도적 안착이 되었고 구성원들에게 광범위한 심리적 인정을 획득한 사례들이다.

“김영란법이 있다. 이는 처음 공직자들의 뇌물로 인해 정경유착이 되고 국민들에게 공정하게 대하지 못한다는 내용으로 발표가 되었는데 그때는 실제 법이 되지 못했다. 하지만 이후 그 아이디어가 기억되어 법으로 제정되었다.” (통계학, 여)

“올림픽 경기만 해도 공정한 경기를 위해 수많은 장비를 도입하고 카메라를 설치한다. 며칠 전 대학교 에브리타임에서 비대면 시험을 치르던 중 시험지가 유출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결국 공정하게 모두가 다른 시험지로 재시험을 치르게 되었다. 또한 이번에 서울시장 보궐 선거를 하며 알게 된 사실은 지역별 선거 투표소 수를 조정한다는 것이었다. 인구수 격차를 최소화하기 위해 인구수가 일정하도록 지역을 묶어 투표소를 설치한다는 것이다.” (지리교육학, 여)

② 사회적 약자 배려

이 하위범주에서 발견된 연구 참여자들의 관점은 자신과 타자의 삶을 분리해 놓고 공정의 적용 여부를 판단하려는 것이었다. 즉, 자신이 아닌 타자 중에서 사회에서 가장 소외되거나 경제적으로 약자인 대상들에게 시혜적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이 공정이라는 인식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기초생활보장법, 무상급식 등이 높은 빈도로 거론되었고, 연구 참여자들과 직접적 관련이 있는 농어촌 특별전형이나 국가장학금은 역차별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다소 모호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공정이란, ‘우리’의 기준이 아니라 ‘그들’의 기준에서 볼 때 비로소 찾을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공정이란 타인의 기준에서 불합리한 점을 찾아내는 것이다. 내게 하나도 해당하지 않는 약자성을 가진 사람들을 이해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 반영하는 것이다. 그것이 가능해질 때, 우리는 비로소 공정해질 수 있다.” (전자전기공학, 남)

“공정한 세상은 사회적 약자도 권력 계층이 누리는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받는 사회이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인종, 계층, 성별 모두 동등하지는 않다. 그 때문에 불평등과 불균형이 야기되는 것이다. 이를 최소화하는 제도와 법규가 마련된 사회가 진정한 공정을 추구하는 사회라고 생각한다.” (행정학, 남)

(2) 지극히 개인적인

이 범주는 연구 참여자들에게 보다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사례가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도출된 내용들이다. 성찰보고서에 서술된 내용을 근거로 분류해 본 하위범주는 연구 참여자들이 공정과 불공정에 대한 경험 자체가 드물었다는 것과 자신의 만족과 불만족 여부에 따라 공정을 선택적으로 평가했다는 점이 두드러진 특징이다.

① 흐릿하고 드문 기억

연구 참여자들에게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 대학생이 된 지금에 이르기까지 어떤 사례가 가장 크게 기억에 남는지를 확인해 보았다. 이들의 서술에서 공통점은 공정에 대한 경험 사례가 뚜렷하게 떠오르지 않는다고 답변한 것이다. 그 이유는 자신들이 상대적으로 편안한 삶의 조건을 가졌기 때문에 공정에 대한 민감성을 갖지 않았을 것이라고 하였다. 공정 경험에 대한 인식이 극히 드문 이유 중 또 한 가지는 교사나 교수, 부모 등 자신들에게 긴밀한 영향을 미치는 인물들로부터 긍정적인 공정 체험이 제공되지 않은 것에 대한 실망감도 있었다.

“나에게 충격적이리만큼 불공정했던 혹은 공정했던 일에 대해서 번뜩하고 떠오르는 사건은 딱히 없는 듯했다. 내가 겪은 공정 혹은 불공정한 경험을 작성하는 것이라는 것을 보고 ‘나는 딱히 공정하다 불공정하다는 일을 겪은 적이 없는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경영학, 여)

“사실 공정을 경험했던 기억은 잘 떠오르지 않는다. 아마 그만큼 경우의 수가 적음이 아닐까 예측해본다. 내가 직접 경험한 불공정에 대해 떠올려 보니까 어떤 부분은 많다고 생각이 들고 또 어떤 부분에 대해서는 잘 떠오르지 않았다.” (광고홍보학, 여)

② 내가 만족한 기회와 절차

연구 참여자들은 자신의 만족에 따라 공정 사례를 선택적으로 서술하였다. 기회의 평등을 강조하면서 수능을 유독 공정의 대표적 사례로 든 것은 시험 방식이라는 경쟁에 익숙해진 청년세대의 특징을 보여주었다. 마치 시험만이 모든 것을 검증할 수 있는 공정한 기준이 된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이외에 수준별 분반, 블라인드 채용의 경험 등과 같은 사례는 개인의 처지와 상황에 따라 찬성과 반대가 오가는 모순된 이슈임을 보여주었다.

“사회적 차원에서 나에게 공정이란 최소한 모두에게 같은 기회를 제공하고 평등한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내가 무엇이 부족하거나 뒤떨어져서가 아닌 누구나 똑같은 기회를 가진 채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알 수 있는 사회의 바탕이 되는 ‘공정’의 예로는 지역, 성별 등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특정 시간에 다 같은 시험을 응시하도록 하는 수능시험이다.” (영어영문학, 여)

“부정부패, 차별 등을 방지하기 위해 ‘블라인드 채용’이 등장했다. 블라인드 채용은 출신 지역, 성별, 학력, 외모 등을 평가대상에서 제외한 채 지원자들의 능력만으로 평가하고 채용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블라인드 채용도 위에서 언급했던 OO채용비리 사건과 같은 부정부패는 해결하기 힘들 것이다. 기업과 정부는 이러한 부정부패, 비리를 방지하기 위해 꾸준히 감독하고 검열해야 할 것이다.” (국제통상학, 남)

3) 불공정 경험의 소환

연구 참여자들의 성찰보고서가 깊이를 더해갈수록 이들이 성장 과정에서 경험했던 불공정 사례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불공정 경험의 소환’으로 명명된 이 영역에서 나의 성장 속 불공정 경험, 사회적 불공정 이슈의 영향이라는 두 개의 범주가 도출되었다. 이에 따라 개인 성장 과정에 초점을 둔 범주에서는 4개의 하위범주가 분류되었고, 사회 속에서 경험한 불공정 이슈 범주는 3개의 하위범주가 확인되었다.

(1) 나의 성장 속 불공정 경험

연구자들의 예상과 달리 연구 참여자들의 불공정 경험은 어린 시절부터 시작되어 지금까지 축적된 경우가 많았다. 사회적 관계를 맺게 된 시기부터 사회진출을 준비하는 전 과정동안 유사한 불공정 사례에 노출되어 있었다. 이 범주에서는 4개의 하위범주가 확인되었는데 불공정 경험의 출발점, 청소년 시절과 대학까지 이어지는 입시 경험, 대학과 사회에서 경험한 불공정 사례가 중첩된 내용으로 성찰보고서에 나타났다.

① 언제부터일까?

연구 참여자들은 어린 시절부터 불공정 경험을 경험했다고 서술하였는데 대부분이 유치원 시절의 기억으로부터 출발하였다. 이들은 공정보다 불공정하게 받았던 처우를 떠올렸고 유치원 교사의 차별, 외국어 교육 적용 수준, 전 과목을 과외받을 수 있는 부모 재력의 차이 등 사회화의 첫 단계부터 삶의 격차가 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공정한 대우를 받았던 기억보다는 불공정한 대우를 받았던 기억이 더 많이 난다. 내가 기억나는 불공정한 경험들 중 가장 어렸을 때가 7살이었다. 7살 때 유치원 선생님께서는 자주 반 아이들에게 “선생님이랑 같이 잠깐 어디 좀 갔다 올 사람?”이라는 말을 하셨다. 그리고 그 말의 끝은 대신 한 명만 선생님이랑 같이 가야 한다고 하셨다. 그러나 ‘쨈’이라는 특별 애칭을 부여받은 재민이라는 친구만 항상 선생님의 선택을 받았다.” (조소학, 여)

“잘사는 집 아이들은 초등학교를 들어가기 전부터 다르다. 그들은 유치원도 그냥 유치원이 아닌 영어 유치원을 다니고 그냥 유치원을 다니는 아이들과 외국어 능력에서 격차를 벌려둔다. 작은 차이지만 그것은 분명히 차이가 있다. 유치원 때는 그래도 약간 외국어에 익숙해지는 정도의 차이지만 초등학교를 들어가면 영어 유치원 따위와는 다르게 격차가 벌어진다. 남들이 의무교육만을 받을 때 잘 사는 집 아이들은 종합 과외를 받는다. 영어 과외, 수학 과외, 그리고 나머지 내신을 챙겨주는 과외까지” (중문학, 여)

② 입시의 오랜 상흔

수능을 중심으로 청소년 시절을 보낸 연구 참여자들의 불공정 경험으로 인한 상처는 꽤 깊었다. 모든 것이 입시를 중심으로 평가받아야 하는 한국 사회에서 성적에 따른 차별은 공공연한 문화였다. 성적 우수자 중심의 제도와 생기부 작성을 둘러싼 교사의 차별, 지역차별에 따른 역차별 논란 등 입시라는 제도를 거치면서 연구 참여자들의 불공정 이슈에 대한 자기 판단이 확고해진 것으로 보인다.

“서울 학생, 자사고, 과학고 학생보다 성적과 능력이 떨어진다는 지방 학생, 일반고 학생들은 왜 상대적으로 낮은 성적과 빈약한 생기부를 가지고 있을까? 그것은 지방 학생들은 유전적으로 능력이 부족해서도, 좋은 학교에 가고자 하는 노력이 부족해서도 아니다. 그 이유는 애초에 공급되는 교육의 질과 양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상황을 사람들은 기울어진 운동장, 또는 출발선부터 다르다고 이야기한다. 같은 가시밭길을 달려도 맨발로 달리는 것과 신발을 신고 달리는 것은 다를 수밖에 없다. 자신에게 주어지는 교육환경이 모두에게 공평한 것이 아닌데 역차별을 이야기하는 것은 기만이 아닐까.” (일문학, 남)

“내가 겪었던 불공정한 일은 중학교 시절에 자율형 사립 고등학교의 입시를 준비하던 때의 일이다. 내가 입시를 준비하기 얼마 전까지는 자율형 사립고의 입시 방식이 추첨제가 아니었다. 성적과 평소 행실 등을 평가 항목으로 반영하여 평가를 진행했다고 한다. 1차 선발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당시 담임선생님께서 자기소개서를 준비하라고 말씀하셨기에,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며 추첨의 결과 발표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결국 1차 추첨에서 탈락하여 면접에도 가보지 못하고 입시를 포기해야만 했었다.” (정치외교학, 남)

③ 대학생활에서의 불공정

연구 참여자들의 대학생활은 입시 중심의 경험이 취업과 학점 중심의 경쟁으로 전환된 것이다. 전공과목과 대내외 활동 등에서 다양한 불공정 경험을 토로하였고, 개선의 경험은 매우 적었다. 특히 시험에서의 부정행위와 교수의 관리 소홀에 대한 실망감, 팀프로젝트에서 자주 발생하는 무임승차자의 문제, 코로나19이후 새롭게 등장한 비대면 수업과 대면 수업에서의 차별 등이 확인되었다.

“내가 겪은 상황들은 불공정했다. 가장 최근에 겪었던 일은 얼마 전 전공과목의 중간고사에서다. 문제가 된 이 전공과목의 교수님께서는 친구와 대화를 하며 시험을 치루거나 대놓고 커닝을 하는 학우들과 정정당당하게 시험을 치룬 학우의 차이를 두지 않으셨다. 너무나도 당당하게 커닝을 하는 상황이었음에도, 여러 학우가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이 중간고사는 그렇게 불공정하게 이뤄졌다. 이 일이 있고 난 후부터 도덕성에 혼란이 찾아왔다. 부정행위를 하지 않은 나의 손해인가? 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사학, 여)

“나는 대학생들이 팀 프로젝트를 싫어하는 가장 큰 이유가 팀에 무임승차를 하는 팀원이 있고, 대부분의 평가가 모든 팀원에게 같은 점수가 부여되는 방식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팀 프로젝트에서는 팀원 개개인의 기여도가 달라도, 결과물을 기준으로 모두 같은 성적을 받곤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열심히 안 해도, 다른 팀원이 열심히 하면 점수는 다 똑같이 받겠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무임승차하는 팀원들을 만나왔다. 이 부분에서 나는 항상 평가 방식이 불공정하다고 불만을 느껴왔었다.” (산업공학, 남)

④ 대학 밖에서의 일상 차별

연구 참여자들이 대학 밖의 사회활동에서 겪는 불공정 경험은 주로 차별로 인한 것이었고, 이는 일상의 모든 영역에서 확인되었다. 가장 많은 빈도로 드러난 것은 군 내부의 차별, 학벌을 능력으로 보는 차별이었다. 특히 학벌 중심의 능력주의에 대한 연구 참여자들의 내재된 불만과 무기력함이 느껴지는 서술이 다수 확인되었다. 그 외 연령차별, 인턴이나 아르바이트 등의 취업준비과정과 직업 선택에서 편견이 주는 불공정 경험이 나타났다.

“제일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불공정 사례 중 군대 얘기를 하고자 한다. 현재 미디어의 발달과 군대 안에 휴대폰 반입으로 인한 군인들의 생활 실태와 비리가 끊임없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 훨씬 이전부터 존재했던 악습과 간부들의 비리가 지금부터 드러나는 것으로 생각된다. 내가 군대에서 겪었던 불공정한 사례는 대게 악습이다.” (역사교육학, 남)

“학벌주의가 만연한 사회에서 대학 선택은 매우 민감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출신 대학이 그 사람의 능력지표로 통용되는 것이 과연 옳을까? 몇 년 전부터 능력주의에 대한 불평이 쏟아졌다. 많은 노력을 해도 최소한의 행복도 지키기 힘든 상황에서 누군가 특혜로 공정하지 못한 위치에서 출발하거나 결과에 있어서 공정하지 못한 사건에 대해 우리들은 더욱 분노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특히 사회에 진출한 20대에게는 더욱 민감한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 (교육학, 남)

(2) 사회적 불공정 이슈의 영향

한국 사회의 구조적 상황에서 발생한 이슈들이 연구 참여자들에게 큰 불공정 경험으로 각인되었다. 연구 참여자들에게 영향을 준 사회적 이슈를 중심으로 서술을 분석한 결과 3개의 하위범주가 나타났다. 다양한 차별로 인한 불공정 경험, 권력 남용에 대한 불신, 역차별 담론으로 인한 공정성 기준에 대한 혼란 등이 도출되었다.

① 차별을 통한 불공정

이 하위범주에서는 ‘수저계급론’에 대한 비판과 자산의 격차에 따른 삶의 불공정이 얼마나 뿌리 깊게 작용하고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연구 참여자들은 한국 사회가 신분제라고 규정하였으며, 경제력과 정보력 등 취업과 같은 사회적 진출에 필요한 모든 것들이 부에 의해 좌우된다고 평가하였다. 또한 한국 사회 전반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다양한 차별(장애인, 인종, 성, 지역, 나이 등)이 불공정을 격화시키는 기제로 작동한다고 보았다.

“수저계급론은 흙수저, 금수저와 같이 부모에게 물려받은 부로 인해 새로 생긴 사회적 계급을 말하는 것이다. 누구는 20살이 돼서 학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을 받고, 아르바이트를 매일 해야되는 반면, 누구는 부모님이 사 준 자동차를 타고 다니며 여가를 즐긴다. 금수저들과는 우리가 애초에 출발점부터 다른 것이다.” (국어교육학, 여)

“부모의 직업이나 가정형편에 의해, 혹은 사회적 지위나 인종, 나이 등에 의해 많은 것이 결정되는 사회이다. 대학교 입시, 취업 등에서 청탁비리 논란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현 사회에서는 다른 의미로 사회 계층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단적으로 경제적 측면에서 보자면, 현 사회는 권력이 부를 쫓아가는 사회이다. 따라서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이들은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이들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시장에 개입할 때 진입 장벽이 높은 편이다. 이는 어찌 보면, 현 사회도 여전히 타고난 지위에 따라 제약받는 세상이라고 볼 수 있다.” (물리학, 남)

② 권력 남용의 허탈함

연구 참여자들은 불공정의 사회적 이슈 중 기득권(강자) 중심의 기울어진 공권력과 사법 체계에 대한 불만을 꼽았다. 이들은 한국 사회의 불공정이 심화되는 이유가 공권력이 강자 중심으로 편파적인 모습을 보이고 정치인과 관료 집단 등의 권력 남용과 갑질 현상이 제어되지 못하는 것에 무기력함을 느꼈다. 성찰보고서 중에 불공정한 사회구조에 맞서기보다 자신도 불공정해져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표현에서 이들의 허탈감이 어느 정도인지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기득권층만의 사법체계가 구축되어 있고 그로 인해 판결이 사회적 약자(일회소송인)보다 사회적 강자(반복소송인)에게 유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한민국의 사회구조 자체가 강자 중심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 조 속에서 최고의 결과를 내야 한다는 생각에 필자는 불공정한 과정으로 좋은 학점을 받은 경험이 있었다. 불공정한 구조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불공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학, 남)

“남학생이 한 여학생을 자신의 여자친구 기분을 안 좋게 했다는 이유만으로 무차별적으로 폭행해서 전치 7주 정도의 상해를 입혔다. 그 학생은 처벌받아 마땅했으나 아버지가 검사여서 사건을 돈으로 묻었다고 한다. 공정함을 선도해야 할 검사, 경찰과 판사, 정치인 등의 공직자가 권력을 남용했다는 사실에 분노했고 또 피해자 가족들을 보니 눈물이 났다.” (연극영화학, 여)

③ 공격과 방어의 역차별 담론

연구 참여자들의 성찰보고서에서 나타난 특징 중 하나는 동일한 사례가 전혀 다른 관점으로 평가되고 있다는 것이다. 즉, 하나의 이슈를 경험하면서 각자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과 선호하는 가치에 따라 불공정하다고 비판하는 것이다. 사회적 약자 배려를 위한 제도가 특혜로 해석되거나, 서울 중심의 제도화가 당연시되는 견해로 나타난 것이다. 이러한 기준이라면 연구 참여자들이 겪는 모든 사례가 역차별 담론으로 충돌할 수 있게 된다.

“사교육을 받을 기회조차 없었던 나의 상황을 바라보게 되었다. 현실을 직시하고 나니 나의 사정을 고려해줄 ‘농어촌특별전형’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농어촌특별전형이란 자신의 주민등록지와 출신학교 소재지가 농어촌일 경우에 지원할 수 있는 전형으로 농어촌 학생들끼리 경쟁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다. 이 제도를 사용해서 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고 ‘공정’을 직접적으로 겪었던 경험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제도를 악용하거나 또 자격기준이 불공평하다는 이유에서 사라지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미술학, 여)

“최근 ‘공공기관 지역인재할당제’ 정책에 관련한 논란을 본 적 있다. 지역인재할당제란 수도권 집중 개발 방식과 인서울 경쟁 과열 등을 해결하고 지방대학 활성화를 위해 국가고시와 주요 자격증 시험, 공무원 및 공기업 입사자를 지역별 인구비례로 그 지역에 할당하는 제도이다. 이 제도의 취지는 불평등한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차등 대우를 하여 평등을 좇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제도는 공정성과 관련하여 논란이 되고 있다. 제도의 취지는 좋으나 그 특혜가 과도해서 역차별을 낳는다는 것이다.” (경영학, 남)

4) 변화를 위한 제언

마지막 영역인 ‘변화를 위한 제언’은 공정 이슈와 담론을 바라보는 연구 참여자들의 긍정적 극복 의지와 실천전략을 확인한 것이다. 분석 과정을 통해 개인과 사회로 구분되는 2개의 범주인 나의 실천, 사회공공성 강화로 나뉘었고 총 6개의 하위범주로 세분화되었다.

(1) 나의 실천

이 범주는 연구 참여자들의 개인적 실천에 대한 제안과 의지를 도출한 것이다. 이에 근거한 하위범주는 불공정 사회인정과 각자도생, 불공정에 대항하는 실천, 돈은 나의 힘 등 3개의 하위범주로 나타났다.

① 불공정 사회인정과 각자도생

나의 실천에서 가장 높은 빈도로 나타난 하위범주는 불공정 사회 자체를 인정하고 각자 자신이 할 수 있는 수준에서 노력하자는 의견이었다. 성찰보고서에 담긴 내용을 보면 사회는 원래 불공평 하기 때문에 각자 노력할 수밖에 없다고 제안한다. 특히 부모의 경제력을 물려받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하였고 자신이 속한 수저 계급에서 다른 계층에 속한 이들에 대한 역지사지의 관점과 제도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우리나라는 부자들에 대해서 특히 재벌 2세, 3세에 대해서 나쁜 시선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많은 부모들은 자기 자식이 조금이라도 편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노력한다. 출발선이 다름을 불공정하다는 시선으로 보는 것이 아닌 그 차이를 인정하고 더욱 노력하여 그 차이를 메꿔 나가야 할 것이다. 금수저도 흙수저의 처지를 이해하면서 양도세를 내는 등의 흙수저들의 입장에 공감하고 그들이 상황 때문에 아예 출발선에 서지 못하는 상황은 나오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두 입장 모두를 만족시키는 공정한 해결 방법일 것이다.” (회계학, 남)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선 역차별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과적으로는 평등을 위한 과정 중 하나일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역차별에서 발생하는 불공정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 수도 있어야 한다. 이렇게 공정과 불공정이 공존하는 사회 속에서 우리는 불공정 용인의 적정선을 유지하며 공정한 세상을 향해 개인들이 노력해 나가야 할 것이다.” (국어국문문예창작학, 여)

② 불공정에 대항하는 실천

두 번째 하위범주는 개인들에게 보다 더 적극적인 실천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연구 참여자들은 한국 사회에 일상화된 불공정 이슈들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체념하는 청년들의 태도를 비판하면서 작은 실천이라도 시작해야 한다고 언급한다. 이러한 실천이 곧 자아실현이며, 앞으로의 삶을 위해서라도 포기하지 말고 불공정한 상황에서 자신의 권리를 찾고 잘못한 사람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현대사회 속에서 우리는 ‘채용비리, LH사태, 유리천장’ 등 너무나 많은 불공정을 마주하며 살아간다. ‘언젠가 세상이 바뀌겠지’라며 때를 기다리거나, 남의 일이라며 무관심한 사람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불공정함에 분노하고, 늘 공정하지 않음에 의문점을 가지고, 변화를 위한 작은 목소리를 내야만 한다. 그 과정 안에서 분명히 개인의 성장이 기다릴 것이며, 자아실현의 기회가 더 많이 주어지는 사회로 변할 것이다.” (철학, 남)

“20대들이 체념의 상태에 빠져 있어서 불공정한 상황에서 나의 권리를 찾기 위해 스스로 항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내가 한 번이라도 진심을 다해 항의했더라면 최선을 다해 공부한 나의 노력이 제대로 보상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결정적인 순간 용기내지 못했던 경험을 발판 삼아 내가 앞으로 살아가면 마주할 수많은 불공정한 상황들에 굴복하지 않고 싶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 (영화영상학, 여)

③ 돈은 나의 힘

연구 참여자들은 보이지 않는 인식보다 자신에게 직접적인 힘이 되는 경제력에 대한 욕망을 해결책으로 제시하였다.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구분되는 사회에서 불공정한 경험을 겪지 않기 위해서는 부동산 등과 같은 자산을 확대하는 것이 개인의 힘이 된다고 보았다. ‘개천에서 용이 나는 시대’는 이미 끝났고 그나마 돈이 인생의 기회가 되며 불행까지 막아 줄 수 있다는 확신을 표출하였다.

“우리 사회는 자본주의 그 자체였다. 돈이 있으면 다 되는 세상, 우연히 좋은 부모님을 만나 좋은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인생의 시작점 자체가 다르고 자신의 죄를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 아마 저 남학생은 자신이 저지른 일에 반성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벌을 받아야 할 사람들이 제대로 처벌받는 것이 공정으로 가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 (경영정보학, 남)

“소득이 많은 사람은 그만큼 돈을 벌기 위해서 시간과 노력, 돈을 투자했을 것이고 그 결과 남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인 것을 돈으로 환산하여 받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때문에 남들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세금을 더 많이 내야한다는 것은 불공정하고 이와 같은 시간과 노력들을 무시하는 일이 아닐까하는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수학교육과, 여)

(2) 사회 공공성 강화

두 번째 범주인 사회 공공성 강화는 각자의 실천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한계에 대한 자각을 통해 집단이 추진해야 할 전략을 제시한 것이다. 연구 참여자들이 제안한 사회 공공성 강화 전략은 앞서 제시한 개인적 대안 모색의 구체성과 달리 다소 추상적인 전략인 것이 특징이다. 이는 개인 실천보다 사회적 개선이 더 어려울 수 있다는 연구 참여자들의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① 인류 진화의 긍정성 믿기

연구 참여자들은 사회 속에서 불공정을 개선하려면 근본적으로 인류의 노력과 개선 의지를 신뢰하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보았다. 이들은 한 사회가 불공정과 특권을 공정하게 다루어야만 신뢰를 쌓을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사회 구성원이 특정 사안에 대해 가질 수 있는 편견을 극복하고 차별을 없애는 노력이 지속될 때 그 사회가 긍정적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다고 제언한다.

“나에게 있어 공정은 발전한 인류의 산물이며, 인격을 논할 자격이 있는 모든 자가 존엄과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확인하는 것이고, 실질적인 평등을 의미하는 상대적 평등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사회 안에서 나를 믿고, 타인을 믿는다. 신뢰는 곧 존중이다. 그리고 언제든 닥칠 수 있는 불공정과 특권이 존재하는 현실을 인식한다.” (영어교육학, 여)

“과거 인류의 역사에서는 공정을 찾아보기 어렵다. 강한 자가 이익을 독점하였고, 인간에게 상이한 가치를 부여하며 계급을 나눴다. 귀한 사람과 천한 사람이 존재했고, 무언가를 가지고 태어나지 못한 자는 특정한 권리를 누릴 자격을 부여받을 수 없었다. 그러나 사회는 점진적으로 진보하여 인류의 ‘공정’을 확보했다.” (법학, 남)

② 공감의 힘과 시민 연대

연구 참여자들이 사회변화를 위해 제안한 두 번째 하위범주는 공감의 중요성과 광범위한 연대의 힘을 강조한 것이다. 이들이 주목한 실천 활동은 타자의 상황과 처지를 이해하고 공유하려는 소통과 역지사지의 자세였다. 자신이 공정하다고 한 이슈가 타자에게는 불공정의 경험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연대의 중요성을 언급하였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청년들은 현실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불공정한 세상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와 공공기관은 상류층의 행위를 유연한 방식으로 감시하고,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는 진심으로 경청하여야 한다. 자신의 불이익에만 불만을 품는 태도에서부터 사회의 진정한 문제점에 목소리를 높이는 지성인이 되어야 한다. 세상이 나의 편이 되기를 원한다면 혹은 공정한 세상을 원한다면 청년들은 억울하고 소외된 소수를 바라보는 힘을 키워야 한다.” (정보통신공학, 남)

“공정함이란 사람에 따라 상대적인 것인데, 나에게 공정하다고 느껴지는 것이 다른 이에게는 불공정한 것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항상 상대적 평등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힘쓰는 사람이 되어야할 것이다. 요즘처럼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더욱 늘어나는 세상 속에서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은 ‘공감’이다. 우리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공감하는 능력을 기름으로써 이 문제를 차츰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글로벌무역학, 여)

③ 법의 공정과 공공감시

연구 참여자들은 공감이나 긍정적 자세 등 인식의 측면에 국한되지 않고 사회 전반의 시스템 개선과 엄정한 처벌로 정의를 실현하는 법의 마련, 불공정을 감시하는 제도의 도입 등을 강력히 권고한다. 어떤 합의이든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공정 사회라는 목표 하에 다수가 인정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또한 한국 사회에 팽배한 공적 영역에 대한 불신을 극복해야만 불공정에 대한 갈등이 격화되지 않을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모두가 납득할 만한, 만족할 만한(반대하지 않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사회의 대부분이 불공정해 보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이 사회가 잘못 되었다고 불평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이러한 불공정한 사회 시스템을 인지하고 최대한 공정한 사회가 되도록 바꾸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든다. 그래야만 그러한 노력이 선한 영향력이 되어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데 도움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의생명학, 여)

“논란이 됐던 정도에 비해 처벌은 그리 크지 않았고, 오히려 이런 사람들을 제대로 처벌하지 않는 것 또한 사람들이 불공정한 대우를 안일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줄 안다고 계속된 솜방망이 처벌로 풀려난다면 더 치밀하고 대범하게 아무 죄의식 없이 범행을 저지를 것이다. 사회를 위해서라도 자신이 한 행동에 반드시 그에 걸 맞는 결과가 따르게 하고 자신이 한 범행에 똑같은 대가를 받는 것이 안전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화학, 여)


5. 결론 및 제언

지난 몇 년 동안 한국 사회의 이슈를 주도했던 공정성 담론들은 앞으로 우리 사회가 무엇을 극복하고 어떤 부분을 보완해 가야 하는지를 확인시켜 주었다. 반면 공정성 담론이 불러온 주요 논쟁들은 사회 곳곳에 잠재된 갈등을 증폭시켰고, 불공정 이슈 뒤에 숨겨진 진영 논리의 위기도 촉발시켰다. 이와 같은 논쟁을 이끌었던 청년세대들은 언론이 지핀 불공정 이슈에 대해 다양한 의사를 표현하면서 적극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 이들은 공정성에 대해서 절차적 투명성과 정당한 대가, 합리적 근거를 갖는 설명을 강조하였고, 다양한 가치의 개입 및 자신들의 취향을(김상태, 김성엽, 이상엽, 2021) 거침없이 표출하였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청년세대들이 갖는 공정성에 대한 인식과 경험을 자신의 삶과 연관시켜 성찰해 보게 하였으며, 이들이 공정성 담론의 경쟁 속에서 객관성을 상실하였거나 왜곡된 측면은 없었는지 확인해 보았다. 이러한 성찰 결과에 근거하여 향후 청년세대가 우리 사회를 공정하게 이끄는 데 있어서 중요한 관점과 전략을 얻고자 하였다. 연구의 주요 결과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영역인 ‘나에게 공정이란’에서는 연구 참여자들이 공정에 대해 갖는 기본적인 개념과 의미를 확인한 것이다. 개념과 의미는 인식의 뿌리이기 때문에 연구 참여자들이 어떤 관점을 견지하고 당면의 공정 이슈를 파악하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로 작용한다. 정한울 외(2018)의 연구에서 청년들이 불평등, 공정, 정의 등의 단어에 민감해지는 경험을 한다고 했지만, 이는 언론에 드러난 이슈에 대한 민감성이고 자신의 삶과 연관된 체험과 의미 규정에는 익숙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성찰보고서에 담긴 연구 참여자들의 공정에 대한 의미 규정은 현실과 유리된 지극히 이상적인 완벽성을 지향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삶과 큰 연관이 없지만 어떤 누구도 피해 없는 삶의 조건을 보장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였다. 특히 구체적인 의미로 범주화되었던 ‘절차적 합의와 투명성’에서는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와 차별 없는 조건의 마련을 강조하였다. 이는 Rawls(1999)가 언급한 절차적 공정성을 강조하면서 누군가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을 배제하고 모든 사람들이 평등한 조건을 갖추어야만 절차적 공정성이 보장될 수 있다는 주장과 유사하다. 그러나 이러한 관점은 이혜정(2019)의 비판처럼 절차의 공정이라는 과정 자체에 지나치게 몰입하여 다양한 주체들 간의 참여 구조와 분배 결과에 대한 논의를 약화시켜 평등과 정의라는 전제를 공정성 담론과 연결시키는 것을 차단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일치한다. 가장 많이 언급된 ‘기회의 평등과 능력주의’는 출발선의 균등과 개인 능력의 존중, 상대주의적 평등이라는 세부 내용을 덧붙여 표현되었는데 절대적 평등 개념과 상대주의적 차이의 존중을 혼용해서 사용하는 오류가 확인되었다. 이는 강준만(2016)이 언급했던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공적 태도와 사적 태도라고 하는 두 가지 기준을 다르게 받아들이고 살아간다는 분석과 동일하다. 즉,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적 태도로는 기회적 평등에 숨겨진 능력주의를 비판하지만, 사적으로는 자신에게 유리한 능력주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경쟁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는 의미이다.

두 번째 영역은 ‘공정 경험의 희소성’으로 여기서는 보편적인 관점에서 집단 전체가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절대다수의 인정’과 자신의 주관적 경험에 기초하여 공정을 선택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지극히 개인적’ 범주로 분류되었다. 빈도를 비교했을 때 절대다수의 인정 보다 개인적 경험에 따라 공정에 대한 찬반을 따지는 것이 많았다. 절대다수가 인정하는 공정 이슈의 경우 오랫동안 제도적 정착을 위해 노력했고 다양한 시행착오 끝에 안착된 사례들이 대부분이었다. 이견이 거의 드문 올림픽 경기나 김영란법, 세금이나 투표제도 등을 인정할 만한 사례로 든 것을 보면 그만큼 성공한 공정 사례가 드물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와 같이 일상적으로 성공한 공정 경험을 거의 하지 못한다면 결국 개념의 추상성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Sandel(2020)이 지적한 것처럼 자신들이 말하는 공정이나 능력, 노력 등이 명확히 어떤 것을 지칭하는 것인지를 규정하기도 어렵고, 타인과의 합의를 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하위범주 중 ‘내가 만족한 기회와 절차’의 공정 사례로 수능과 같은 시험 제도가 언급되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동일 세대가 동일 시간에 동일한 조건으로 참여하는 객관적 시험 경쟁만이 절차적 공정성과 기회의 평등이라는 수능의 종교화(강준만, 2016)와 같은 맹신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 것이다. 곽영신과 유웅재(2021)의 분석처럼 인천공항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이슈로 청년세대가 들끓었던 이유가 자신들과 같은 경쟁적 시험 제도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공정의 원칙이 무시된 비합리적 행위라고 비판한 것에 대한 이유인 것이다. 청년세대가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기회의 평등과 능력주의는 결국 기회에 도달하기까지의 차이는 고려하지 않은 무조건 동일한 출발선에서 경쟁하는 것이 공정하다는 프레임에 갇혀 한 발자국도 전진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세 번째 영역은 연구 참여자들이 겪은 ‘불공정 경험의 소환’인데 이 부분의 서술이 가장 많았다. 앞서 공정에 대한 경험이 희박했던 반면 불공정 사례에 대한 직·간접적 경험은 높은 빈도였으며 오랫동안 축적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특히 차별과 불공정 경험의 출발점이 어린 시절부터 시작되었으며 대학과 사회활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일상의 불공정 경험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어 있었다. 외국어 능력, 수능, 학벌 등으로 대변되는 입시형 경쟁의 상흔은 이들이 사회에 진출해서도 외형만 바뀌었을 뿐 달라지지 않았다. 장은주(2008)는 이와 같은 입시 중심의 차별화 경험을 남들의 인정을 받기 위한 인정투쟁(struggle for recognition)의 연속이라고 표현한다. 실제로 연구 참여자들은 유치원부터 취업까지 입시형 교육과 생활에서 한 치도 벗어남 없이 타인보다 우월하기 바라는 의미 있는 타인들(부모, 교사, 교수 등)의 욕망을 만족시켜 주기 위해 질주한다. 이러한 삶은 개인의 기회를 타인과 공유할 수 없는 승자독식의 문화에 익숙해지게 만든다. 결국 이들이 표현하는 청소년 시기의 불공정 경험은 학벌주의의 한국적 특수성에 자신의 능력을 배가시키기 위한 공모에 다름 아닌 모습을 보여주었다. 연구 참여자들은 이러한 우리 사회의 모습에 안타까움을 표현하면서도, 사회의 집단적 인식에 동조하여 사회적 약자에 대한 편견과 배타적 문화를 강화하는데 일조하고 있는 이중적 모습을 보여주었다. 학벌주의가 정상이라는 기준에서 일탈한 것으로 여겨지는 대상은 그 자체로 차별의 대상이 된다. 정상의 기준에 길들어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상 속에서 자신과 유사한 문화의 비슷한 부류와 접촉하는 것을 가장 안전한 선택이라고 여기게 된다(임윤서, 안윤정, 2016). 이 과정에서 연구 참여자들에게 최소한의 공정한 원칙을 보여주어야 할 의미 있는 타인들의 배신은 차별과 불공정에 순응할 수밖에 없는 심리적 억압기제로 작동한다. 또한 사회적 측면에서 이들이 경험한 불공정 이슈들의 영향은 역차별 담론과 같은 이슈에 적극 동참하기도 하였다.

네 번째 영역은 연구 참여자들의 불공정한 사회 개선을 위한 대안 모색을 다룬 것으로 ‘변화를 위한 제언’으로 명명되었다. 연구 참여자들이 한국 사회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불공정한 상황에 대한 자각을 바탕으로 향후 어떤 실천을 고려하고 있는지를 분석해 보았다. 그간 불공정 이슈에 들끓는 모습을 보여 왔던 것과 달리 연구 참여자들이 제시한 대안은 지극히 이상적인 제안들이 많았다. 특히 범주로 분류된 개인 영역으로서 ‘나의 실천’과 공동체 영역인 ‘사회적 공공성 강화’는 자신이 아닌 타자의 삶에 대해 제3자의 시각으로 조언하는 듯한 모습으로 표현되었다. 이러한 자세는 사회적 약자를 배려해야 한다는 공정의 일반적 원칙을 견지하면서도 약자의 테두리에 자신들은 속하지 않는다는 확신이거나 앞으로 속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개인의 실천전략에서는 적극적 모색보다는 불공정한 시대와 상황 자체에 대한 순응과 회피라는 각자도생의 모습들이 확인되었고, 그 결과 체념과 무기력을 호소하였다. 또한 이들은 개인의 삶을 불공정한 사회로부터 지킬 수 있는 방법으로 돈에 대한 욕망과 부동산의 집착을 보여주었다. 자신의 안전지대는 공동체의 합의나 연대가 아닌 개인의 경제력이 좌우한다는 신자유주의 특유의 논리가 고착되어 있었다. 더불어 사회적 실천에 대한 제언이 개인 실천보다 더 이상적인 이유도 현실에서 공정을 위한 변화가 어려울 것이라는 체념 속에서 지극히 원칙적인 대안을 제시했을 가능성도 엿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 공공성 강화 전략으로 이들이 가장 강조한 것은 권력 남용을 막을 수 있는 공적 시스템과 사회적 신뢰의 확보였다. 박병진(2004)에 따르면 한 사회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는 일반인들의 일탈에 대한 엄중 처벌보다는 사회를 이끄는 엘리트 관료 집단의 부정행위에 대해 강력한 처벌이 더욱 중요하다고 보았다. 연구 참여자들의 견해 또한 사회적 불공정을 일으키는 기득권(강자) 집단의 일탈을 막지 못한 공권력의 무능과 도덕적 해이가 한국 사회의 불공정과 차별을 확대시킨 것이라고 보았다. 이에 대한 청년세대의 실망감과 허탈함을 각자도생으로 귀결하거나 차라리 또 다른 불공정으로 맞대응 해버리겠다는 좌절감으로 표출하였다.

본 연구의 결과를 토대로 향후 청년세대가 이끌어갈 공정 담론의 긍정적 역할을 기대하며 중요한 시사점을 제안해 본다.

첫째, 연구 참여자들이 공정의 인식에서 보여준 모호한 관점과 추상적 의미생성은 뚜렷한 근거를 찾기 어렵다. 이러한 인식의 수준에서는 언제든 자기 입장 중심의 편 가르기에 활용될 수 있다. 특히 언론의 공정성이 상실된 한국 사회에서 가짜뉴스가 여론을 주도하고 자신의 상황과 처지에 맞는 언론만을 취하게 되는 획일화된 담론 지형은 공정 이슈에 대한 다양한 접근을 차단시킬 수 있다. 특히 치열한 경쟁 속에 내던져진 청년세대의 경우에는 공정은 곧 개인의 능력을 일컫는 말로 일체화될 수 있다. 강준만(2016)이 지적한 능력주의를 긍정하는 말, 즉, 이들은 ‘능력주의 커뮤니케이션’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하지 않다. 유치원 때부터 시작한 입시의 경로가 취업이 될 때까지 수능형 노동으로 체화되어 있다(김홍중, 2015). 이러다 보니 청년 세대에게 각자도생의 방식으로 스스로를 지키는 것이 익숙해져 있는 것이다. 이들에게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집단적 모색은 현실성과 이익이 없는 것이다(장경섭, 2009). 즉, 개선해야 마땅한 사회 제도와 관행 등에 맞서기보다는 개인 능력에 대한 일탈로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해결 방법들로 공정 이슈를 이끌어 온 것이다. 박권일(2016)은 이러한 청년세대의 일체화된 개인 능력주의는 결국 같은 사회 구성원들에게도 무능력자라는 꼬리표를 붙여 불공정 논란을 왜곡시키는 데 일조해 버린다고 보았다. 앞으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 또한 청년세대가 내재적으로 지닌 공정에 대한 인식의 결핍과 왜곡을 어떤 식으로 극복해야 할 것인지를 공동체적 관점으로 추적하고 그 결과에 합당한 집단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연구 참여자들의 성찰보고서 중 특이한 내용은 이들이 공정의 척도라고 일치된 의견을 보였던 타자 존중과 사회적 약자 배려에 대한 표현이었다. 앞에서도 부분적으로 언급했듯이 이들이 말하는 사회적 약자는 누구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유체이탈식 화법을 보여주었다. 대안에서 역지사지와 공감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면서도 그 대상은 자신이 속한 집단이 아닌 또 다른 집단의 구성원이라는 뉘앙스를 주었다. 이러한 관점은 무의식중에 자신은 결코 사회적으로 배제된 차별 대상이 되지 않겠다는 강박의 표출이 아닐까 예측된다. 이들이 서술한 불공정의 경험을 보면 대부분이 차별로부터 출발한 사례를 언급하고 있다. 인지된 차별은 자신이 포함된 집단의 구성원이라는 이유로 남과 다르게 대우받거나 부당하게 대우받고 있다는 개인의 자각이다(Sanchez & Brock, 1996). 보편적으로 차별 경험은 개인이나 집단이 소속이나 지위에 의해 불공정한 대우를 경험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사회적으로 배제된 집단의 다양한 차별 경험은 불평등을 확산하고 개인과 집단 구성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박정민, 윤영채, 2018). 이와 같은 경험은 차별과 역차별에 대한 종결 없는 논쟁(김상숙, 이근주, 2021)으로 이어지고 청년세대로 하여금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하여 타자보다 우월함을 인정받고자 하는 극단적 강박으로 이어진다. 지금의 한국 사회는 극한의 적자생존이 작동 원리이며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자와 열등한 자는 가차 없이 분리한다(임윤서, 2018). 이러한 관점으로 볼 때 연구 참여자들이 사회적 약자와 타자에 대한 공정성을 대안의 한 요소로 제시한 것은 자신의 우월성을 견지한 상태로 내재된 편견과 차별의식은 여전한 것으로 판단된다. 만약 청년세대의 인식이 사회적 약자와 다른 강자들만의 리그에 속하는 자신의 내재된 욕망이 드러난 것이라면 앞으로 한국 사회의 의미 있는 연대와 수평적 논의의 시작은 힘들어질 것이다.

셋째, 연구 참여자들이 ‘돈은 나의 힘’이라고 언급한 부분에서 현재의 청년세대가 가진 좌절에 주목해야 한다. 이들은 한국 사회의 물신화를 수용 또는 추종하면서 자신들이 겪은 불공정의 경험은 경제적 격차로 인한 것이며, 해결책 또한 개인 스스로 기업형 자산가가 될 수밖에 없다고 본 것이다. McNamee와 Miller(2013)의 언급처럼 교육기회의 좁혀지지 않는 차별, 사회적 자본과 문화적 자본의 차이, 사회적 특권의 상속과 가계로부터 내려오는 부의 세습, 개인의 능력으로는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상황들은 단순히 기회의 평등과 공정한 절차를 통해 얻기 힘들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전형적인 능력주의 이데올로기가 청년세대 내부에서 다소 극단적인 양상이긴 하지만, 상당히 첨예하고 전형적으로 작동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실 청년세대에게 자신이 가진 능력과 성공은 플렉스(flex)와 같은 방식으로 물신화되어 적자생존 속에서 유일무이한 가치로 추구되었다. 이들에게 성공적 삶은 경제적 자유를 가지고 이를 마음껏 활용하는 것이며(김난도 외, 2020; 임윤서, 2021) 대학과 사회에서 겪고 있는 다양한 차별과 불공정은 자신의 부가 축적되면 자연스럽게 제어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러한 연구 참여자들의 관점은 한국사회의 공정성 담론에 대한 집단적 대안을 찾아 나가는 과정, 그에 따른 결과적 성취와 구성원과의 연대나 공유에 큰 기대가 없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이들에게 더 이상 공동체는 함께 공과를 나누는 단위도 아니고, 보상의 공정성에 기여하는 주체가 아닌 것이다. 오직 개인 능력의 경쟁으로 달성하는 성취는 자기만의 성과로 남게 되며, 인류의 진화와 공공선에 대한 신뢰를 기획하는 시도는 까마득한 일이 되어 버린 것으로 해석된다.

본 연구의 결과와 시사점을 바탕으로 후속 연구에 대한 제언과 연구의 한계는 다음과 같다. 첫째, 본 연구에서 참여자의 공정 경험은 어린 시절부터 축적된 다양한 차별의 경험과 연결되어 있고 그 중심에는 의미 있는 타인들의 불공정한 대처가 영향을 미쳤다. 앞으로의 연구에서는 이들이 연구 참여자들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주었으며 지금의 공정 이슈에 대한 대응과 연결 지어 탐색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둘째, 본 연구의 연구 참여자들은 공정의 의미와 기준에 대해 뚜렷한 관점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각 이슈별로 언론이나 여론을 주도하는 다수의 입장에 동조해 버리는 경향을 보여준다. 이러한 양상은 자신들의 직업적 성취와 사회적 처우에 직접 연관된 이슈들에 대해 선택적으로 대응하는 형태로 나타났다. 후속 연구에서는 연구 참여자들의 선택적 담론 개입이 결과적으로 공동체 전반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셋째, 분석한 성찰보고서에서 성별로 다른 차별화된 경험과 인식이 다소 드러났다. 후속연구 시 성별 차이에 따른 공정 이슈의 입장 차이나 대처에 있어서의 변화 등이 있는지 비교해 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다. 넷째, 연구 참여자들 간에 공정과 불공정 사례 중 역차별 담론으로 규정한 이슈들이 다수 확인되었다. 하나의 사례가 누군가에겐 공정으로 또 다른 집단에게는 불공정의 사례로 평가되는 불일치에 대해 보다 깊이 있게 탐색하여 사회적 합의에 이를 수 있는 원칙을 제시해 보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본 연구의 제한점은 선정된 연구 참여자들이 서울지역의 2개 대학으로 구성되어 있어 지방대학을 다니는 청년들과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청년들의 공정에 대한 경험과 인식을 담지 못했다. 특히 이들은 성인진입기의 청년들로 취업이나 결혼 등을 경험한 청년들에게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연구 참여자들의 다양성을 확보하여 이질적인 집단과 경험에서 오는 공정의 인식을 담는 후속연구를 기대해 본다.


References
1. 강준만 (2016). 왜 부모를 잘 둔 것은 능력이 되는가?. <사회과학연구>, 55(2), 319-355.
2. 곽영신·류웅재 (2021). 불평등 사회 속 공정 담론의 다차원성: 청년 공정 관련 신문사설에 대한 비판적 담론분석. <한국언론학보>, 65(5), 5-45.
3. 김난도·전미영·최지혜·이향은·이준영·이수진·서유현·권정윤·한다혜 (2020). <트렌드 코리아 2021>. 서울: 미래의 창.
4. 김만권 (2004). <불평등의 패러독스: 존 롤스를 통해 본 정치와 분배정의>. 서울: 개마고원.
5. 김상숙·이근주 (2021). 지방자치단체 남성공무원의 역차별 인식과 조직몰입에 대한 연구: 승진 및 보수공정성의 매개효과를 중심으로. <한국인사행정학회보>, 20(3), 59-83.
6. 김상태·김성엽·이상엽 (2021). 청년세대는 공정성을 어떻게 인식하는가-‘인국공 사건’에 나타난 공정성 인식의 테마 분석. <한국행정연구>, 30(4), 245-277.
7. 김영미 (2016). 계층화된 젊음: 일, 가족형성에서 나타나는 청년기 기회불평등. <사회과학논집>, 47(2), 27-52.
8. 김은선·이희수 (2018). 대학생의 기회불평등인식이 진로탄력성과 진로준비행동에 미치는 영향. <취업진로연구>, 8(1), 115-136.
9. 김정희원 (2020). 공정의 이데올로기, 문제화를 넘어 대안을 모색할 때. <황해문화>, 109, 24-43.
10. 김홍중 (2015). 서바이벌, 생존주의, 그리고 청년세대: 마음의 사회학의 관점에서. <한국사회학>, 49(1), 179-212.
11. 박경태 (2007). <인권과 소수자 이야기: 우리가 되지 못하는 사람들>. 서울: 책세상.
12. 박권일 (2016). 과잉능력주의. <한겨레 칼럼>. 9월 7일.
13. 박권일 (2021). 한국의 능력주의 인식과 특징. <시민과 세계>, 38, 1-39.
14. 박병진 (2004). 공적 신뢰의 조건: 공정성과 처벌의 엄격성. <신뢰연구>, 14(1), 37-66.
15. 박정민·윤영채 (2018). 차별적 경험과 성역할 태도가 직무만족에 미치는 영향. <사회과학연구>, 29(3), 1-38.
16. 박효민·김석호 (2015). 공정성 이론의 다차원성. <사회와 이론>, 27, 219-260.
17. 안계환·김미희 (2020). 청년세대의 공정성 인식이 무망감에 미치는 영향: 통제감의 매개효과와 자존감의 조절효과. <한국심리학회지: 문화 및 사회문제>, 26(4), 457-477.
18. 안윤정 (2020). 여대생의 성찰을 통해 본 아버지의 의미 탐색. <교육문화연구>, 26(5), 1355-1384.
19. 이정수·송경희·이승연 (2019). 대학생 개인적 공정세상신념과 친사회적 행동의 관계에서 감사의 매개효과. <한국심리학회 연차학술대회>, 8, 309.
20. 이혜정 (2019). 교육 공정성에 관한 미디어 담론 분석: ‘숙명여고 사태’를 중심으로. <아시아교육연구>, 20(3), 853-882.
21. 이희정 (2018). 청년층 계층인식 변화가 공정성 인식에 미치는 영향 분석. <한국사회학>, 52(3), 119-164.
22. 이희정·박선웅 (2021). 청년층의 기회 공정성 인식 분절화: 지역과 젠더 관점을 중심으로. <한국인구학>, 44(3), 71-99.
23. 임윤서 (2018). 대학생의 시선을 통해 본 청년세대의 불안경험: 포토보이스를 활용한 탐색적 연구. <민주주의와 인권>, 18(1), 105-152.
24. 임윤서 (2021). 포토보이스를 통해 본 디지털 시대 대학생들의 인간관계 변화와 전략 탐색. <문화교류연구>, 10(4), 107-138.
25. 임윤서·안윤정 (2016). 대학생의 잠재된 차별의식 드러내기. <민주주의와 인권>, 16(4), 103-151.
26. 장경섭 (2009). <가족·생애·정치경제: 압축적 근대성의 미시적 기초>. 서울: 창비.
27. 장은주 (2008). 상처 입은 삶의 빗나간 인정투쟁: 속물시대의 도래와 한국 근대성의 굴절된 규범적 지평. <사회비평>, 39, 14-34.
28. 정한울·이관우 (2018). 한국 사회 공정성 인식조사. <여론속의 여론>.
29. 조지혜·이영란 (2022). 대학생이 인식하는 코로나 블루와 대학 차원의 지원 방안에 대한 탐색적 연구: CQR-M 분석을 중심으로. <청소년학연구>, 29(2), 317-340.
30. 주은선·김희진 (2022). 대학생의 대집단 엔카운터 추수 회기 경험에 관한 CQR-M 연구: 포커싱 아트를 중심으로. <미래청소년학회지>, 19(1), 75-94.
31. Arnett, J. J. (2015). Emerging adulthood(2nd edition). NY: Oxford University Press.
32. Habermas, J. (1981). The Theory of Communicative Action (English ed.). Beacon Press.
33. Hill, C. E. (2012). Consensual qualitative research: A practical resource for investigating social science phenomena. 주은선 역(2016). <합의적 질적연구: 사회과학 현상 탐구의 실질적 접근>. 서울: 학지사.
34. Lothaller, H. (2009). On the Way to Life-domains Balance: Success Factors and Obstacles. Intergenerational Justice Review, 9(2), 48-51.
35. McNamee, S. J., & Miller, R. K. (2013). The Meritocracy Myth (3rd edtion). 김현정 역 (2015). <능력주의는 허구다>. 서울: 사이.
36. Rawls, J. (1999). A Theory of Justice (Revised Edition). Harvard University Press. 황경식 역 (2003). <정의론>. 서울: 이학사.
37. Sanchez, J. I., & Brock, P. (1996). Outcomes of perceived discrimination among Hispanic employees: Is diversity management a luxury or a necessity?.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39, 704-719.
38. Sandel, M. (2020). The Tyranny of Merit: What's become of the common good. 함규진 역 (2020). <공정하다는 착각>. 서울: 와이즈베리.
39. Super, D. E. (1957). The psychology of careers; an introduction to vocational development. Harper & Bros.
40. Young, M. (1994). The rise of Meritocracy. 유강은 역(2020). <능력주의>. 서울: 이매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