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호

Journal of Social Science - Vol. 32, No. 3

[ Article ]
Journal of Social Science - Vol. 32, No. 3, pp.83-102
Abbreviation: jss
ISSN: 1976-2984 (Print)
Print publication date 30 Jul 2021
Received 17 May 2021 Revised 21 Jun 2021 Accepted 15 Jul 2021
DOI: https://doi.org/10.16881/jss.2021.07.32.3.83

지방대학의 위기와 ‘공정성’ 담론: 지역인재선발제도 반대 청원에 대한 언어네트워크 분석
박경
경북대학교 사회학과

Network Analysis on Petitions Against the Local Talent Selection System
Kyung Park
Kyungpook National University
Correspondence to : 박 경, 경북대학교 사회학과 강사, 대구광역시 북구 대학로 80; 경북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사회학과, E-mail : parkkyung@daum.net

Funding Information ▼

초록

이 연구에서는 지방대학 졸업생들의 취업을 촉진하기 위하여 도입된 지역인재선발제도에 대한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의 반대 청원 게시글을 분석함으로써 우리 사회가 합의하고 있는 공정성 개념이 무엇인지 성찰해보았다. 특히 이 연구는 공정성 개념이 작동하는 층위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고 있음에 주목하였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지역인재선발제도에 반대하는 게시물 58건을 분석 대상으로 하였다. R프로그램을 통해 데이터를 정제하여 빈도 상위 단어를 추출한 후, UCINET프로그램을 통하여 빈도 상위 단어 간 매트릭스를 대상으로 중심성 분석과 CONCOR 분석 등 언어네트워크 분석을 실시하였다. 분석 결과, 반대 청원글을 올린 이들은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학 간의 사회적 격차라는 사회구조의 층위에서보다는 구직시장이라는 경쟁의 층위에서 공정성 원칙을 인식하고 있었다. 이로 인해 형평성 원칙, 즉 자신이 투입한 노력과 비용에 비례해 합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어 공정성을 판단하고 있었으며 지방대학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도입된 지역인재선발제도를 불공정한 제도로 인식하고 있었다. 지역인재선발제도에 대한 반대 청원글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공정성을 경쟁 층위에 한정하여 인식한다면, 사회구조적인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개입(적극적 평등실현 조치)이 사회적으로 수용될 여지는 줄어들 것이다.

Abstract

This study examines the concept of fairness by analyzing the discourse of social rebellion against the Local Talent Selection System, which was introduced to promote employment of local university graduates. In particular, this study noted that the concept of fairness was applied differently depending on the level of operation. From 2017 to 2020, 58 posts criticizing the Local Talent Selection System posted on the Blue House National Petition Bulletin Board were analyzed. After refining the data through the R program to derive high-frequency words, semantic network analysis, centrality analysis, and CONCOR analysis were performed using the UCINET program. As a result of the analysis, those who submitted a dissenting petition recognized the principle of fairness in the field of competition in the job market rather than the social disparity between universities in the metropolitan area and local universities. This emphasized the concept of fairness as equity, which focuses on being able to receive rewards appropriate for the efforts and expenses put in place. As shown in the petition against the Local Talent Selection System, if the evaluation of fairness is confined to the competition space, it implies that the space for social acceptance of affirmative action will be narrowed.


Keywords: Fairness, Semantic Network Analysis, Local University, Local Talent Selection System
키워드: 공정성, 언어네트워크, 지방대학, 지역인재선발제도

1. 연구의 목적

우리나라 지방 4년제 대학의 서열은 나날이 하락하고 있는 반면(김안나, 2003; 임언, 2011), 수도권 대학으로의 쏠림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신입생 경쟁률은 지방 4년제 대학이 7.1인 데 반해 수도권 4년제 대학1)은 13.3대 1로 거의 2배 차이가 난다(교육부, 2019). 수도권 대학 진학이 수험생들의 보편적인 목표가 되고 수도권 대학 입학 실패가 곧 수험생활의 실패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무엇보다 ‘시험 점수를 잘 받은 학생들이 가는 수도권 대학과 그렇지 못한 학생들이 가는 지방 대학’ 간에 형성된 사회적 서열 위치가 합당하다고 받아들이는 풍조가 공고해지고, 이런 인식이 지방 대학생들의 정체성을 손상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박경, 2020).

수도권 대학과 지방 대학 간의 격차 해소와 지방 대학의 위기 타개를 위한 정책적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정부가 지방 대학의 인재를 지원하기 위한 법률을 제정하는 한편(『지방 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2018)』, 국가법령정보센터), 교육부는 2014년부터 지역인재장학금을 운영하면서 2018년 기준으로 17,000명에게 800억 원 규모의 예산을 지원하는 등 지방 대학에 대한 지원책을(교육부, 2018) 내놓았다.

지방인재채용목표제와 지역인재채용목표제, 공공기관 지역인재 채용의무제를 비롯한 지역인재선발제도 역시 지방 대학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의 일환으로 시행되는 정책이다.

먼저, 지방인재채용목표제는 국가 균형 발전과 우수한 지방인재의 공직 진출 기회를 확대하기 위하여 2007년부터 5급 국가공무원 공채시험에 도입하였고, 2015년에는 7급 국가공무원 공채시험으로까지 확대하여 운영하고 있다. 지방인재채용목표제는 5·7급 공채 및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 중 선발예정인원이 10명 이상인 시험단위에서, 지방인재(서울시를 제외한 지방소재 학교 출신 합격자)가 일정비율(5급·외교관 20%, 7급 30%)에 미달할 경우 선발예정인원 외에 추가로 선발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인사혁신처).

다음으로 지역인재채용목표제는 공직의 지역 대표성 제고 및 지역 균형 발전, 고졸 출신의 공직 진출 확대 등을 위해 2005년부터 도입한 것으로 인턴제 방식의 채용제도이다. 2005년에 6급으로 선발하다가 2010년부터는 7급으로 선발하고 있으며, 2012년에는 9급까지 확대하여 선발하고 있다. 지역인재 9급은 고등학교 졸업 대상자들을 학교추천을 통해 선발하여 6개월간 수습근무 후 일반직 9급 국가공무원으로 임용하는 것이고, 지역인재 7급의 경우 4년제 대학 졸업(예정)자를 학교추천을 통해 선발하여 1년간 수습근무 후 일반직 7급 국가공무원으로 임용하는 것이다(인사혁신처).

이외에 공공기관 지역인재채용의무제가 있는데, 「지방대육성법」에서는 35%(비수도권), 「혁신도시법」에서는 30%(공공기관 이전지역, 2020년까지)까지 지역인재를 채용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최근 일부 지역 대학 총장들은 지역인재 채용을 50%까지로 확대하도록 정책 건의하였다. 적용지역 단위도 ‘이전지역 소재 학교출신 30% + 비수도권 소재 학교 출신 20%’로 구분해 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권경훈, 2020. 11. 24).

그러나 지방 인재 또는 지방 대학 졸업생들을 위한 정책들이 수도권 인재들에 대한 역차별을 가하고 있으며 공정하지 않은 경쟁 조건을 제공하고 있다는 주장 역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성혜미, 2017. 6. 22). 공정성과 차별적 조건을 해결하기 위하여 도입된 지역인재선발제도가 역설적이게도 공정성과 차별 제거에 어긋난다는 사회적 저항을 맞고 있는 것이다.

이 연구는 지역인재선발제도에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의 게시글에 대한 언어네트워크 분석을 통하여 지역인재선발제도에 반대하는 이들이 주장하는 공정성 개념이 무엇인지를 살펴봄으로써, 우리 사회의 공정성 개념이 어떤 지점에서 충돌하고 있는지를 확인해 보고자 한다. 주요한 연구 문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지역인재선발제도 반대 청원글에서 주장하는 공정성의 의미는 무엇인가? 둘째, 공정성의 다차원성을 고려할 때, 이 공정성 개념은 다른 공정성 개념과 어떻게 충돌을 빚고 있는가이다.


2. 공정성 개념과 선행연구
1) 개념 정의

정의(正義, justice)와 공정(公正, fairness)은 이 시대 사회 가치를 논할 때 가장 빈번히 등장하는 개념이다. 정의 개념을 언급할 때에는 어떤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인가에 대한 질문과 판단이 내포될 수밖에 없을 것이므로, 사회 구성원 일반이 받아들이는 정의 개념은 포괄적이고 가치판단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공정은 주로 이익 배분에서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태도 등 협소한 차원에서 사용된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공정성이 보다 다양한 맥락에서 정의되고 사용되고 있고 정의의 개념과도 겹치는 영역이 있다. fairness(공정성, 공평), equity(공평 또는 공정성), justice(정의 또는 공정성) 등이 공정성으로 번역되어 사용된다(김희용, 2011). 정의와 공정성 개념의 관계에서도, 아리스토텔레스처럼 정의 개념이 공정성 개념을 포괄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김희용, 2011; 박효민, 김석호, 2015), 정의 자체를 공정으로서 규정하는 경우도 있다(Rawls, 1999/2003).

이 연구에서는 공정성을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다는 협소한 의미로 사용하지 않고 어떤 것이 정의로운 사회인가에 대한 가치 판단을 내포한 광의의 개념으로 사용하고자 하며, 사회 평등을 지향하는 사고에 기반을 둔 사회적 가치 개념으로 정의하고자 한다. 아울러 공정성을 개념적 차원과 작동하는 층위 차원으로 구분하여 이해해 보려고 한다.

먼저, 개념적 차원에서 공정성을 살펴보자. 공정성은 다양한 차원에서 논의될 수 있는 개념이다. 개인 간 관계에 중점을 두느냐 사회 전체의 선(goodness)에 중점을 두느냐에 따라 미시공정성과 거시공정성으로 나뉘고(Brickman, Folger, Goode, & Schul, 1981; 이희정, 2018) 결과에 집중하느냐 내용에 집중하느냐에 따라 분배 공정성 원칙과 절차 공정성 원칙으로 나뉜다. 또 분배 공정성 원칙은 다시 형평(equity) 원칙과 평등(equality) 원칙, 필요(needs) 원칙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Tyler et al., 1997; Miller, 1999; Schwarts, 1975; 이희정, 2018; 석현호, 차종천, 2005; 전성표, 2006).

초기 공정성 이론은 공정성을 판단할 때 개인 단위에서 형평 규칙을 주로 적용하였는데, 개인의 기여도에 따라 보상과 책임의 분배가 결정될 때 보상이 공정하다고 인식하는 것이다(Adams, 1965; Berger, Cohen, & Zelditch, 1972; Homans, 1974; 박효민, 김석호, 2015). Adams(Adams, 1965)와 Homans(Homans, 1974)의 경우 개인의 투입과 산출(보상) 개념을 사용하여 공정성 인식을 설명한 반면, Berger, Cohen, & Zelditch(1972)는 개인 단위의 투입 산출의 비례를 비교하기보다 각 사회적 지위에 따라 합당하다고 기대하는 보상 수준에 대한 사회적 통념이 존재하며 이를 기반으로 개인들이 자신의 보상 수준이 기대에 충족하였는지를 판단하여 공정성을 판단한다고 주장하였다.

반면, 평등성(균등, 동등성) 원칙에 의거한 공정성 판단은 부모 또는 자신의 사회적 지위나 경제력이 부당하게 개입하여 분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제도적으로 제거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개인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려는 도구적 동기(instrumental motivation)에 의거해서뿐만 아니라 사회적 동기(social motivation)에 의거해서도 공정성을 판단한다(Tyler, 2010, p. 201)고 보는데, 구성원 간의 경쟁을 통해서 성과를 높이는 효과를 거두는 형평성 원칙과 달리 구성원들 간의 조화와 화합, 사회통합 등을 꾀하는 데 유리한 원칙이다.

평등 원칙보다 더 나아간, 수요에 따라 보상하는 필요 원칙은 필요한 자원의 양에 맞게 보상과 책임을 분배하는 것을 말한다. 필요 원칙은 조직 구성원들의 개인적 복지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경향이 있다(Fondacaro, Jackson, & Luescher, 2002). 최근에 등장한 기본 소득 역시 필요의 원칙에 의거한 사회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김민수, 2020; 백승호, 2020; Parijs & Vanderborght, 2018).

다음으로 작동하는 층위에 따라 공정성 개념을 이해해 보자. Mannix, Neale, & Northcraft (1995)는 공정성 개념이 목적에 따라 다르게 적용됨을 지적하였다. 집단이 경제적 이익에 치중하는 경우 형평의 원칙이, 관계적 목적을 추구하는 경우 평등의 원칙이 다른 원칙에 비해 중시된다는 것이다. Leventhal은 개인들이 상황에 따라 세 가지 기준에 각각 가중치를 부여하여 종합적으로 공정성을 도출한다고 주장하였다(박효민, 김석호, 2015, 235쪽 재인용).

김병권(2020)은 흥미롭게도 한국 사회에서 공정성이 논의되는 층위를 절차적 민주주의 공간, 경쟁 공간, 불평등 공간, 세습 공간으로 나누고 각각 다른 공정성 원칙이 적용된다고 보았다. 절차적 민주주의 공간은 검찰개혁, 성장과 분배 등 기성세대들이 주로 주목하는 공간이며, 경쟁 공간은 주로 청년들이 주목하는 층위로 대학입시 등이 주요 이슈가 된다. 불평등 공간은 소득과 자산, 교육의 불평등과 관련한 이슈가 주목 받는다. 세습 공간은 자산과 교육, 소득의 불평등이 세대에 걸쳐 세습되는 문제가 주목 받는다. 김병권은 우리나라에서 공정성은 주로 경쟁 공간 층위에서 논쟁되고 있으며, 더 구조적이고 근본적이라 할 수 있는 불평등 공간과 세습 공간에서는 주목받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였다(김병권, 2020).

이 외에도 개인의 가치관이나 계층적 지위에 따라 공정성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다는 지적이 있다. 보수적인 사람들은 경제적 처지에 대한 책임이 본인 자신에게 있다고 인식하기 때문에 필요에 따른 분배의 유형인 사회보장프로그램에 비판적인 반면 진보적 성향들은 지지하는 경향이 있고(Bierbrauer & Klinger, 2002), 계층이 높은 사람들은 자신이 누리는 특권적 보상이 사회에 자신이 기여한 만큼 보상받는 정당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평등 원칙이나 필요 원칙보다는 형평 원칙으로서의 공정성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Lewin-Epstein, Kaplan, & Levanon, 2003).

이처럼 공정성 인식은 적용되는 층위에 따라, 또 수혜자의 개인적·상황적 요인에 따라 주관적으로 결정되는 부분이 많은데, 특히 현대사회의 각 구성원들 사이에서 공정성 원칙을 합의하는 것은 더 어려운 과제가 될 것이다(박효민, 김석호, 2015).

이상의 정리에 비추어 보았을 때 공정성은 개념적으로 또 작동하는 층위에 따라 매우 다양한 의미로 통용될 수 있다. 따라서 A라는 상황이 특정한 공정성 원칙에 입각할 때에는 ‘공정하지 않다’고 진단되는 반면 다른 공정성 원칙에 입각할 때에는 A라는 상황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공정을 해치는 시도로 비춰지게 되어 사회적 갈등을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차별과 역차별에 관한 첨예한 사회적 논란(젠더 갈등, 입시 제도를 둘러싼 갈등,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둘러싼 갈등)이 대체로 이런 양상을 따른다. 따라서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파악할 때에는 공정성 원칙의 다차원성에 대한 고려가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2) 선행연구

우리나라에서 공정성에 대한 연구가 주로 이루어진 분야는 미디어 정책, 조직관리 분야, 계층·교육 등 사회일반 주제, 특정 인구집단의 공정성 인식 등이 있다.2) 이 연구에서는 논문 주제와 관련된 사회일반 주제 및 특정 인구집단의 공정성 인식 분야에서 이루어진 선행연구를 살펴보려고 한다.

김석호(2018)는 한국종합사회조사를 활용하여 세대 간 공정성 인식을 조사하였다. 절차공정성(법 집행 공정성에 대한 인식)과 분배공정성(소득 차이에 대한 인식)에 대한 인식 모두에서 20대(1980년대생)의 공정성 평가가 낮아졌다. 분배 공정성의 경우 2014년에 모든 세대의 평가가 2003년과 비교하여 나빠졌으며 특히 20대의 평가가 다른 세대와 비교할 때 나빠졌다. 절차공정성에 대한 평가에서도 20대는 2003년에 긍정적 평가가 앞섰던 반면, 2014년에는 부정적인 평가로 돌아섰음을 지적하였다. 이런 결과를 토대로 그는 세대 간 공정성 인식의 갈등을 자유주의적 시각이 아니라 공동체주의적인 시각으로 해결해야 함을 주장하였다(김석호, 2018).

장상수, 김상옥, 신승배(2015) 역시 한국종합사회조사를 활용하여 우리나라의 소득공정성, 분배공정성, 절차공정성, 사후공정성 인식을 분석하였다. 2012년을 기준으로 공정성을 가장 낮게 인식하고 있는 분야는 소득공정성 부문이었으며, 이는 능력과 노력에 대한 소득 보상이 적다고 인식하고 있음을 나타낸다(1〜5점 척도 중 3점을 공정하다고 기준하였을 때 2.36). 그 외 분배공정성(내가 받는 대우는 내 두뇌, 기술, 노력, 학력, 경력에 비해 공정하다) 항목에서는 평균 3.07점이 나왔고 그중에서는 “내 일과 관련된 기술에 비해 공정하다”는 인식이 3.12로 가장 높고 “내가 한 노력에 비해 공정하다”는 인식이 3.00으로 가장 낮았다. 절차공정성 인식 항목(의사결정 과정에서의 불투명성, 외부 압력이나 빽, 연고의 영향 정도)은 평균 3.84였고 “혈연, 지연, 학연 등 연고가 작용한다”는 인식이 4.21, “결정에 의해 영향을 받는 대부분 사람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3.49로 나타났다. 사후공정성 항목(중요한 결정을 구성원들에게 알려주는지)에서는 평균 2.83이 나왔고 “결정된 내용을 사람들에게 알려준다”는 인식이 3.18로 가장 높고 “불이익을 당할 사람들을 위해 보완책을 마련한다”는 인식이 2.59로 가장 낮았다(장상수, 김상옥, 신승배, 2015).

김나연(2020)은 공정성 인식이 객관적인 사회경제적 지위보다 계층이동성 인식에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고 지적하였다. 2018년 서울서베이 데이터를 활용한 연구에서 우리 사회의 공정성을 높이 평가할수록 자신의 계층이동성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었으며, 특히 교육의 기회에 대한 공정성 인식의 영향력이 컸다. 장승진(2017) 역시 한국인들이 고부담·고복지 체제로의 전환에 대해 어떠한 태도를 가지고 있는지를 분석하면서, 경제적 이해관계의 영향력은 크지 않았으며 사회적 공정성에 대한 인식이 고부담·고복지 체제로의 전환에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희정(2018)은 오늘날 사회갈등의 원인과 해결에서 공정성 인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고 지적하며, 이를 최저임금 인상 논란을 통하여 이를 짚어보았다.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는 측은 주로 형평 원칙을 내세우고 있는 반면에,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하는 측은 형평 원칙, 필요 원칙, 거시공정성 원칙을 동원하고 있음을 관측하였는데, 경제영역 이슈가 형평 원칙에 의지하여 해결되어 온 반면 시민영역은 필요 원칙을 동원하여 이슈를 재해석하려고 있다고 해석하였다(이희정, 2018, 7쪽). 이밖에 교육 주제 역시 공정성 논의가 비교적 활발한 분야로서 대학 입시와 관련한 공정성 논의가 다수 있었으며(강기홍, 2020; 김천기, 2015; 양림, 2020), 사회갈등 해소 기제로서 공정성의 중요성을 탐색한 연구(이건, 2015)도 있었다.

이상 한국에서 진행된 선행 연구들은 공통적으로 공정성 인식이 사회적 갈등을 반영하는 사회적 척도로서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하거나, 공정성 인식이 사회적 갈등의 유발 또는 해결에 미치는 영향력에 주목하고 있다. 결국 공정성은 현대 사회에서 사회적 행위나 경제적 행위를 판단하는 근본 가치로서 이해되고(Coming, 2011) 있기 때문에, 공정성 인식이 사회불평등의 양상과 사회적 격차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반응을 반영한다.

따라서 지방과 수도권 간의 격차가 심화되는 가운데 지방대학의 위기를 타개하고자 도입된 정책적 대안인 지역인재선발제도에 대한 공정성 논란은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사회적 불평등과 격차에 대한 인식과 반응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3. 연구 대상 및 방법

이 연구에서 분석 대상으로 삼은 것은 지역인재선발제도와 관련하여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올라온 반대 청원 글이다. 인터넷 기사의 댓글이나 SNS 등에서의 게시물이 아닌 국민청원게시판의 청원 게시글을 분석 대상으로 삼은 것은 청원글이 상대적으로 정제된 논리를 동원하여 반대 주장을 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청원 글은 감정적이거나 독단적 주장을 내세우기보다 타인을 설득하여 청원 동의자 수를 높이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주장에 대한 합리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외부 집단을 설득할 수 있는 논리적 근거를 제시하기 마련이며, 이 논리적 근거는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또는 통용된다고 믿을 만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점에서 청원 게시글이 신문기사의 댓글이나 SNS의 게시글보다 지역인재선발제도에 반발하는 이들이 주장하는 사회적 가치를 드러내는 데 적합하다고 판단하였다.

분석 대상 글은 2017년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이 개설된 이후 2020년 12월 31일까지 청원 동의가 완료된 게시글로 설정하였다. 2017년〜2020년 청원 동의가 완료된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의 게시글 중에서 “지방인재”, “지역인재”, “지방할당”으로 검색한 게시글 중 지역인재선발제도에 반대하는 게시글 58건이 분석 대상이 되었다.3)

연구 방법으로는 언어네트워크분석(Semantic Network Analysis)을 활용하였다. 언어네트워크분석은 언어의 네트워크를 통하여 의사소통구조를 파악하는 데 유용한 방법이다(장정호, 최경우, 2012). 전통적인 텍스트 분석의 경우 연구자의 주관성이 개입되는 문제가 있는데, 언어네트워크분석은 주관성 배제와 신뢰도 확보 면에서 장점이 있다. 또 방대한 양의 텍스트를 분석하는 데 쓰일 수 있기 때문에 효율적이다(David, Legara, Atun, & Monterola, 2014). 어떤 단어로 메시지가 구성되어 있는지, 단어가 다른 단어들과 어떤 패턴으로 연결되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에 텍스트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의미를 밝히는 데에도 유용하다(이수상, 2014).

네트워크(연결망)는 노드(node)와 엣지(edge)로 구성되는데 언어네트워크의 경우 노드가 단어(의미), 엣지는 단어들 간의 연결을 말한다(김용학, 2011). 따라서 언어네트워크분석에서는 출현된 단어의 빈도가 높고 다른 단어들과의 연결이 많을 때 특별한 의미를 생성한다고 본다(박한우, Leydesdorff, 2004).

이 연구에서는 우선 오픈소스통계프로그램인 R의 KoNLP(Korean Natural Language Processing) 패키지를 이용하여 데이터를 정제하였다. NIADic 사전에 “취준생”, “역차별”, “블라인드” 등의 단어를 추가하여 2음절 이상의 명사 중 빈도 상위 단어를 추출하였고, 불필요한 언어 제거, 유사 의미를 지닌 단어 통합, 명사 단어 간 띄어쓰기 통일 등의 데이터 정제를 여러 번에 걸쳐 시행하였다.4)

이후 UCINET프로그램을 통하여 동시에 출현한 단어들 간의 매트릭스를 활용한 중심성(centrality) 분석을 하고 언어네트워크 분석을 시행하였다. 중심성은 각 노드가 중심에 근접한 정도를 평가하는 지표인데, 네트워크에서 개별 노드의 영향력을 나타낸다(김영욱, 함승경, 김영지, 2017). 이 연구에서는 근접중심성(closeness centrality), 아이겐벡터중심성(eigenvector centrality)을 지표로 사용하였다. 근접중심성은 두 노드 사이의 거리를 측정하는 것으로 근접 중심성이 높다는 것은 그 단어가 다른 단어와 쉽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손동원, 2002). 아이겐벡터중심성은 언어네트워크에서 중심 단어를 탐색하는 지수이며, 연결된 노드의 개수뿐만 아니라 네트워크 내에서 그 노드가 어느 정도 중심에 있는가를 보는 것이다(김용학, 2011).

마지막으로, 유사성을 지니는 단어들의 군집을 도출하기 위하여 UCINET 프로그램을 통한 CONCOR (Convergence of interated correlation, 수렴상관관계) 분석을 실시하고 주요 주제를 도출하여 시각화하였다. CONCOR분석은 피어슨 상관관계를 분석해서 노드 간의 연결 관계의 패턴에 따라 블록을 구분하는 것으로(김용학, 김영진, 2016) 유사한 단어들의 군집을 식별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 연구에서는 언어네트워크 분석의 통계적 기법을 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단어들이 어떤 맥락에서 사용되었는지를 보완적으로 살펴보기 위하여 청원글을 여러 차례 리뷰하여 동시 출현한 단어들의 결합 맥락을 질적으로도 이해하고자 하였다.


4. 분석 결과
1) 상위 빈도 단어 도출과 중심성 분석

지역인재선발제도 반대 청원글(이하 반대 청원글)을 R프로그램을 통해 정제하여 상위 빈도 단어를 추출한 결과는 <표 1>과 같고, 이를 워드클라우드로 시각화한 결과는 <그림 1>과 같다. 상위 빈도 단어는 임의로 100위로 지정하였으나 동일 빈도로 나타난 단어가 있어 102개로 추출되었다.

<표 1> 
청와대 청원게시판 지역선발제도 반대 글에서 추출한 상위 100위 빈도 단어
순위 단어 빈도 비중
(%)
순위 단어 빈도 비중
(%)
순위 단어 빈도 비중
(%)
1 채용 214 3.85 35 필요 22 0.40 69 지원자 13 0.23
2 지역인재 192 3.45 36 학벌 21 0.38 70 취직 12 0.22
3 대학 144 2.59 37 우대 21 0.38 71 개인 12 0.22
4 지방대학교 127 2.28 38 준비 20 0.36 72 모순 12 0.22
5 블라인드 112 2.01 39 문제 20 0.36 73 진행 12 0.22
6 서울 103 1.85 40 기회 19 0.34 74 이전 12 0.22
7 생각 97 1.74 41 반대 19 0.34 75 이상 12 0.22
8 지역 93 1.67 42 기준 19 0.34 76 해당 12 0.22
9 공기업 87 1.56 43 과정 19 0.34 77 대통령 12 0.22
10 지방 79 1.42 44 정부 18 0.32 78 평가 12 0.22
11 학생 65 1.17 45 사회 18 0.32 79 이해 11 0.20
12 사람 64 1.15 46 공무원 17 0.31 80 기업 11 0.20
13 제도 63 1.13 47 우수 17 0.31 81 자신 11 0.20
14 공부 63 1.13 48 능력 17 0.31 82 특혜 11 0.20
15 정책 60 1.08 49 지원 17 0.31 83 목표 11 0.20
16 역차별 56 1.01 50 비수도권 17 0.31 84 취준생 11 0.20
17 출신 48 0.86 51 학력 17 0.31 85 진학 11 0.20
18 취업 48 0.86 52 취지 16 0.29 86 근무 11 0.20
19 공공기관 43 0.77 53 결과 16 0.29 87 합격 10 0.18
20 가산점 42 0.75 54 도입 16 0.29 88 해결 10 0.18
21 인재 41 0.74 55 입학 16 0.29 89 성적 10 0.18
22 노력 35 0.63 56 명문대 16 0.29 90 상황 10 0.18
23 이유 35 0.63 57 시험 16 0.29 91 국가 10 0.18
24 차별 35 0.63 58 혜택 15 0.27 92 친구 9 0.16
25 할당 35 0.63 59 인서울 15 0.27 93 면접 9 0.16
26 지역인재할당 34 0.61 60 대학생 15 0.27 94 공감 9 0.16
27 학교 32 0.58 61 평등 15 0.27 95 시작 9 0.16
28 졸업 31 0.56 62 청년 14 0.25 96 현실 9 0.16
29 전형 30 0.54 63 청원 14 0.25 97 고려 9 0.16
30 경쟁 27 0.49 64 폐지 14 0.25 98 소재지 9 0.16
31 현재 25 0.45 65 대한민국 13 0.23 99 일자리 9 0.16
32 고등학교 24 0.43 66 시행 13 0.23 100 입사 9 0.16
33 대학교 24 0.43 67 거주 13 0.23 101 자체 9 0.16
34 실력 22 0.40 68 학점 13 0.23 102 발전 9 0.16
주: 능력주의와 연관된 단어, 은 가치 함의 단어


<그림 1> 
빈도 상위 100위 단어의 워드클라우드

지역인재선발제도와 직접 연관되어 자주 거론될 수밖에 없는 단어들인 채용, 지역인재, 대학, 지방대학교, 공기업, 공공기관, 지역 등을 제외하고 자주 출현한 단어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역차별, 차별, 평등, 특혜, 모순 등 가치 평가적 단어들이 자주 등장하였다. 이런 키워드는 지역인재선발제도가 공정하지 않다는 가치 판단을 담은 것들로, 지역인재선발제도의 도입을 둘러싸고 공정성 논란이 벌어지고 있음을 잘 나타낸다. 즉 이 제도의 도입 취지가 추구하는 사회적 공정성(수도권 대학과 지방 대학 간의 사회적 격차 해소)과 이 제도를 반대하는 이들이 추구하는 사회적 공정성이 충돌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둘째, 블라인드, 노력, 경쟁, 실력, 우수, 능력, 학력, 시험, 성적 등과 같이 능력주의와 연관된 단어들이 많이 출현하였다. 블라인드 채용5)은 반대 청원글에서 외부적인 요인의 간섭 없이 실력을 평가하는 매우 공정한 시스템으로 인정받는다. 노력, 경쟁, 실력, 능력, 시험, 성적과 같은 단어들은 경쟁 결과에서 드러난 노력과 능력, 실력에 따라 다른 보상을 받는 것이 정당하며 능력과 실력은 시험이나 학력을 통해 검증되어야 한다는 인식을 나타내는 과정에서 주로 출현하였다.

셋째, 청년, 일자리, 인서울, 취업, 취직, 취준생, 현실 등 청년 일자리 현실 인식과 관련한 단어들이 자주 출현하였다. 청년 일자리의 현실과 인서울에 입학하기 위해 얼마나 치열한 경쟁을 거치는지 등을 거론하면서 지역인재선발제도가 인서울 및 수도권 대학 출신 취업준비생들에게 얼마나 박탈감을 주는지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주로 출현하였다.

동시에 출현한 단어들을 살펴보기 위해서 동시 출현한 단어들의 대칭적(symmetric, 비방향성) 매트릭스(박한우, 최경호, 2016, 594쪽)를 생성하고 이를 UCINET 프로그램을 통해 중심성 분석을 한 결과 <표 2>와 같이 나타났으며, 빈도 상위 단어의 매트릭스는 <그림 2>와 같이 나타났다.

<표 2> 
빈도 상위 100위 단어의 중심성 분석 결과
순위 단어 근접
중심성
순위 아이겐벡터
중심성
순위 순위 단어 근접
중심성
순위 아이겐벡터
중심성
순위
1 채용 0.971 5 0.385 1 52 취지 0.701 46 0.044 40
2 지역인재 0.981 1 0.350 2 53 결과 0.727 40 0.043 42
3 대학 0.981 2 0.242 7 54 도입 0.664 64 0.041 45
4 지방대학교 0.971 6 0.257 5 55 입학 0.759 30 0.044 41
5 블라인드 0.894 14 0.258 4 56 명문대 0.631 81 0.037 52
6 서울 0.981 3 0.278 3 57 시험 0.692 54 0.019 82
7 생각 0.981 4 0.192 9 58 혜택 0.721 42 0.032 56
8 지역 0.918 10 0.175 12 59 인서울 0.647 74 0.021 77
9 공기업 0.910 13 0.206 8 60 대학생 0.701 47 0.038 50
10 지방 0.953 8 0.243 6 61 평등 0.627 84 0.029 59
11 학생 0.878 16 0.186 11 62 청년 0.577 100 0.004 102
12 사람 0.962 7 0.189 10 63 청원 0.627 85 0.016 88
13 제도 0.849 19 0.112 16 64 폐지 0.664 65 0.018 84
14 공부 0.918 11 0.156 13 65 대한민국 0.701 48 0.022 71
15 정책 0.871 17 0.078 22 66 시행 0.727 41 0.04 46
16 역차별 0.927 9 0.126 14 67 거주 0.706 44 0.031 57
17 출신 0.886 15 0.123 15 68 학점 0.697 50 0.066 29
18 취업 0.918 12 0.098 17 69 지원자 0.635 80 0.024 69
19 공공기관 0.835 21 0.077 23 70 취직 0.669 61 0.031 58
20 가산점 0.789 26 0.062 30 71 개인 0.701 49 0.024 70
21 인재 0.863 18 0.086 19 72 모순 0.669 62 0.028 62
22 노력 0.849 20 0.068 27 73 진행 0.652 72 0.026 64
23 이유 0.802 25 0.066 28 74 이전 0.631 82 0.021 78
24 차별 0.754 31 0.051 36 75 이상 0.660 66 0.022 72
25 할당 0.828 22 0.089 18 76 해당 0.639 78 0.019 83
26 지역인재할당 0.815 24 0.079 21 77 대통령 0.587 96 0.01 97
27 학교 0.783 28 0.075 24 78 평가 0.697 51 0.043 43
28 졸업 0.732 38 0.07 25 79 이해 0.623 88 0.013 93
29 전형 0.759 29 0.046 38 80 기업 0.647 75 0.017 85
30 경쟁 0.743 35 0.055 34 81 자신 0.647 76 0.02 81
31 현재 0.732 39 0.037 51 82 특혜 0.639 79 0.025 66
32 고등학교 0.687 55 0.056 33 83 목표 0.656 69 0.025 67
33 대학교 0.821 23 0.084 20 84 취준생 0.571 102 0.015 89
34 실력 0.748 32 0.052 35 85 진학 0.748 34 0.039 47
35 필요 0.748 33 0.044 39 86 근무 0.580 99 0.029 60
36 학벌 0.737 36 0.033 54 87 합격 0.627 86 0.012 96
37 우대 0.687 56 0.028 61 88 해결 0.598 94 0.021 79
38 준비 0.687 57 0.021 75 89 성적 0.620 90 0.017 86
39 문제 0.656 67 0.025 65 90 상황 0.647 77 0.015 90
40 기회 0.608 92 0.013 92 91 국가 0.608 93 0.008 101
41 반대 0.664 63 0.035 53 92 친구 0.623 89 0.069 26
42 기준 0.692 52 0.041 44 93 면접 0.587 97 0.009 99
43 과정 0.656 68 0.016 87 94 공감 0.577 101 0.015 91
44 정부 0.737 37 0.047 37 95 시작 0.584 98 0.010 98
45 사회 0.669 59 0.033 55 96 현실 0.594 95 0.009 100
46 공무원 0.669 60 0.021 76 97 고려 0.656 70 0.025 68
47 우수 0.716 43 0.061 32 98 소재지 0.678 58 0.027 63
48 능력 0.789 27 0.038 48 99 일자리 0.631 83 0.013 94
49 지원 0.692 53 0.038 49 100 입사 0.620 91 0.013 95
50 비수도권 0.647 73 0.02 80 101 자체 0.627 87 0.022 73
51 학력 0.701 45 0.062 31 102 발전 0.656 71 0.022 74


<그림 2> 
상위 빈도 100위 단어의 언어네트워크

근접중심성이 가장 높게 나타난 단어로는 지역인재 > 대학 > 서울 > 생각 > 채용 > 지방대학교 > 사람 > 지방 > 역차별 > 지역 등이 있었다. 근접중심성이 높다는 것은 그 단어가 다른 단어와 짧은 경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근접중심성이 높은 단어들을 통해, 지역인재선발제도 반대 청원글에서는 지역과 서울 간의 대립 구도하에서 지역인재선발제도에 대한 공정성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추론해볼 수 있다. 그리고 가치판단을 포함하는 역차별이라는 단어의 근접중심성이 높게 나타난 것을 미루어 볼 때, 지역인재선발제도가 서울 또는 수도권 대학 출신 취업준비생들에 대한 역차별적 성격을 띠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이겐벡터중심성이 가장 높게 나타난 단어는 채용 > 지역인재 > 서울 > 블라인드 > 지방대학교 > 지방 > 대학 > 공기업 > 생각 > 사람 등으로 나타났다. 아이겐벡터중심성은 다른 노드의 중심성을 반영하여 중심성을 측정한 것으로, 중요한 노드와 연결되어 있을수록 아이겐벡터중심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지역인재선발제도라는 청원 주제와 직접 관련되어 거론될 수밖에 없는 단어들을 제외한다면 블라인드라는 단어가 눈에 띈다. 빈도 상위 단어 도출 결과에서도 나타났듯이 블라인드는 반대 청원글의 채용 공정성을 정의하는 데 있어 가장 핵심 논리를 제공하는 단어이다. 반대 청원글에서 지역인재선발제도는 어떤 편견이나 배려 없이 능력이나 실력을 검증하는 블라인드 채용과 대척점에 있는 제도로 인식되고 있다.

빈도 상위 100위 단어의 언어네트워크(<그림 2> 참조)에서 가장 빈도가 높았던 단어인 채용의 경우 블라인드(223회), 지역인재(185회), 지방대학교(81회), 공기업(81회) 등과 가장 많은 연결을 보여주었다. 두 번째로 빈도가 높았던 지역인재의 경우 채용(185회), 서울(102회), 지방(91회), 지방대학교(88회), 공기업(78회), 블라인드(74회) 등과 가장 많은 연결을 보여주었다. 세 번째 빈도 단어인 대학은 서울(89회), 채용(80회), 지역(60회), 지역인재(59회), 공부(53회) 등과 주로 연결되어 있었다.

이외에 블라인드는 채용(223회), 지역인재(74회), 대학(49회), 지방대학(43회) 등과 연결성이 높았고, 청원글의 주요 주제와 연관된 단어인 지역인재할당은 채용(31회), 지방대학교(27회), 학생(24회), 지방(22회), 블라인드(21회) 등과의 연결성이 높게 나타났다. 가치 판단을 담은 단어 중 역차별은 채용(59회), 지역인재(44회), 블라인드(37회), 대학(30회) 등과의 연결성이 높았던 반면, 평등은 대학(15회), 기회(13회), 제도(12회), 공공기관(10회), 결과(10회)와의 연결성이 높았다. 차별은 채용(26회), 대학(17회), 대학(17회), 블라인드(16회), 지역인재할당(14회)와의 연결성이 높았다.

엣지 즉 단어 간 연결성의 결과만으로는 단어가 문장 맥락상 다른 단어와 긍정 또는 부정의 의미로 연관되어 있는지를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질적인 분석이 병행되어야 하며, 이는 CONCOR 분석 결과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수행하기로 한다.

2) CONCOR 분석을 통한 주제어 도출

빈도 상위 단어를 대상으로 유사 군집을 도출하기 위해서 UCINET프로그램을 활용하여 CONCOR 분석을 시행한 결과, <그림 3>과 같이 나타났다. CONCOR 분석은 상관관계를 이용하여 구조적 등위성을 측정하는 방법으로, 단어들 간의 상관관계를 사용하여 단어 간 관계의 패턴을 도출한다. CONCOR 분석 결과 상위 4개 군집, 하위 8개 군집이 도출되었다. 이때 주제 해석에는 분석 텍스트에 대한 질적인 분석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단어의 군집만으로는 각 단어들이 문맥에서 어떻게 사용되어 의미를 형성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여러 차례 청원글의 리뷰를 통해 각 단어들이 문맥에서 어떤 의미로 사용되었는지를 파악한 결과 상위 군집의 주제는 공정성과 제도에 대한 인식, 청원 이유, 현실에 대한 인식, 호소로 해석되었고, 하위 군집의 주제는 채용 공정성, 제도 및 정책, 반대, 상원, 지역격차의 현실, 취업의 현실, 청년의 고충, 이상적인 국가상으로 해석되었다(<표 3> 참조).


<그림 3> 
빈도 상위 단어의 군집

<표 3> 
단어 군집의 주제
공정성과 제도에
대한 인식
채용 공정성에
대한 인식
채용, 지역인재, 도입, 역차별, 블라인드, 지원자, 생각, 명문대, 실력, 필요, 학벌, 차별, 할당, 지역인재할당, 학교, 취지, 출신, 자신, 정부, 모순, 소재지, 자체, 면접, 이상, 공감, 시작
제도 및 정책에
대한 인식
평등, 진행, 이해, 공공기관, 시험, 대학생, 폐지, 정책, 제도, 지역, 취준생, 과정, 현재, 가산점
청원 이유 청원하는 이유 반대, 이유, 능력
개인 상황에 대한 설명 서울, 지역, 평가, 청원, 대통령, 학력
현실에
대한 인식
진학 및
지역 격차의 현실
우대, 지방대학교, 사람, 학생, 입학, 고등학교, 대학, 대한민국, 인서울, 공기업, 지방, 합격, 공부, 상황, 전형, 시행, 거주, 기업, 서울, 공무원, 목표, 고려, 노력, 이전, 해당, 비수도권, 졸업, 친구, 근무, 진학, 지원, 취업
취업의 현실 성적, 결과, 경쟁, 대학교, 취직, 일자리, 문제, 발전, 명문대, 기준, 인재, 우수, 해결
호소 청년의 고충 청년, 현실, 준비
이상적인 국가 개인, 국가, 기회

첫째 군집은 ‘공정성과 제도에 대한 인식’으로서, 반대 청원글에 나타난 채용 공정성에 대한 인식과 현재 시행 중인 채용 제도, 특히 지역인재선발제도에 대한 인식이 주로 나타난다. 하위 주제인 ‘채용 공정성에 대한 인식’에는 채용, 지역인재, 역차별, 블라인드, 실력, 지역인재할당 등의 단어들이 포함되어 있으며, 학벌 또는 개인의 배경이 제거된 상태에서 실력을 겨루는 블라인드 채용이 공정하다는 인식과 이런 공정성 원칙에 비추어 보았을 때 지역인재선발제도는 역차별적인 제도라는 인식을 드러내고 있었다. 하위 주제인 ‘제도 및 정책에 대한 인식’에서는 평등, 진행, 공공기관, 시험, 정책, 제도 등의 단어가 포함되어 있었으며, 공공기관의 채용 제도에 대한 언급과 함께 가산점의 부여가 정당한 상황과 부당한 상황에 대한 인식이 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지역인재선발제도에 부여되는 가산점은 다른 종류의 가산점(장애인, 국가유공자, 자격증 등)과는 다른 성질을 띠고 있어 부당하다는 인식이 나타나 있었다.

둘째 군집은 ‘청원 이유’를 주제로 하며, 청원자의 개인 상황에 대한 언급과 반대 청원글을 올리게 된 이유에 대한 언급이 주를 이룬다. 하위 주제인 ‘청원하는 이유’에서는 반대, 이유, 능력이 포함되었으며 반대 청원글을 올리게 된 이유에 대한 설명을 주 내용으로 한다. 하위 주제인 ‘개인 상황에 대한 설명’에서는 서울, 지역, 평가 등의 단어가 포함되었으며 청원자의 개인 상황에 대한 진술(자신의 거주지 및 학력 배경) 등이 주로 드러난다.

셋째 군집은 ‘현실에 대한 인식’을 주제로 하며 지역 격차의 현실과 취업 현실에 대한 인식이 주로 나타난다. 하위 주제인 ‘진학 및 지역 격차의 현실’에서는 우대, 지방대학교, 사람, 학생, 입학, 고등학교, 대학, 인서울, 지방 등의 단어들이 포함되어 있으며 서울 및 수도권 대학에 진학(인서울)하는 것은 많은 입시생과 고등학생들이 희망하는 바였고 그를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에 대한 진술이 주로 드러나 있으며 비수도권과 지방대학교 학생들의 능력에 대한 낮은 평가 역시 나타나 있었다. 하위 주제인 ‘취업의 현실’에서는 성적, 결과, 경쟁, 대학교, 취직, 일자리 등의 단어가 포함되어 있다. 취업을 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치러야 하는 상황과 경쟁이 치열한 만큼 성적 결과에 따라 취업이 결정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인식이 드러나 있었다.

넷째 군집은 ‘호소’를 주제로 하며 청년들의 고충과 이상적인 국가상에 대한 언급이 주로 나타나 있었다. 하위 주제인 ‘청년들의 고충’에서는 청년, 현실, 준비 등의 단어가 포함되어 있으며 청년의 현실을 고려해 달라는 호소가 나타나 있었고, 하위 주제인 ‘이상적인 국가상’에서는 국가가 개인의 기회를 공평하게 보장해 달라는 호소가 주로 나타나 있었다.

전체적으로 볼 때 지역인재선발제도를 반대하는 청원글에는 청년들이 조금 더 나은 일자리 획득을 위해 매우 치열한 중고등학교 학창 시절을 보내어 인서울 또는 수도권 대학에 진학했으며, 이런 학벌은 노력을 통해 성취해 낸 것이라는 논리가 등장하였다. 또한 많은 대학생들이 공공기관과 공무원 합격을 열망하면서 자격증 취득 등으로 조금 더 나은 점수를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실력’과 ‘능력’이 아닌 다른 요인이 고려된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 부당하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결국 지방대학 출신자들이 대학 입학 성적은 물론 취업 시험이나 자격증 취득 면에서 수도권 대학생들보다 경쟁 열위에 있음에도 정책적 고려를 이유로 공공 기관 및 공무원 채용에 혜택이 주어지는 것이 공정하지 않다는 주장을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블라인드 채용은 공정한 경쟁 제도로 인식되는 반면, 지역 출신 대학생들에게 가산점이 부여되는 지역인재선발제도는 불공정한 경쟁 제도이자 서울 및 수도권 대학 출신 대학생들을 역차별하는 제도로 인식되고 있었다.


5. 논의 및 결론

이상의 분석 결과, 반대 청원글을 올린 이들은 공정성 원칙을 수도권 대학과 지방 대학 간의 사회적 격차라는 사회구조적 층위에서보다는 구직시장이라는 경쟁의 층위에서 인식하고 있었다. 따라서 경쟁의 장에서 주로 적용되는 형평으로서의 공정성 원칙이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으며 이것이 지역인재선발제도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반발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공정성의 원칙과 공정성이 작동하는 층위 간의 관계를 고려할 때, 일반적으로 입시나 취업과 같이 경쟁이 벌어지는 층위에서는 무엇보다 자신이 투입한 노력과 비용에 합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가에 초점이 맞추어지는, 형평으로서의 공정성 개념이 강조될 수밖에 없다. 특히 소수의 좋은 일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며 아주 작은 차이로도 결과가 갈리고 그 결과에 따른 보상의 격차가 큰 ‘병목사회’(Fishkin, 2014/2016)6)라면, 더욱더 형평으로서의 공정 개념이 강조될 것이다.

이때 보상의 격차를 판가름하는 유일하고도 정당한 기준은 능력이 되며 차등을 합리화하는 근거로 능력주의(meritocracy)7)가 활용된다. Young에 따르면 능력(merit)은 지능(IQ)+노력(effort)을 뜻하는데, 능력주의는 귀족주의에 대한 반발 즉 정실주의와 뇌물, 상속 등의 영향이 배제된 사회를 지향(Young, 1958/2020)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정당성을 획득해 왔다. 이런 능력주의 지향 사회에서 능력에 따라 자격을 부여하고 인원을 선발하는 데 동원되는 대표적인 도구가 시험이다. 이 연구의 분석 결과에서도 지역선발제도를 반대하는 청원을 하는 이들은 시험을 통한, 그리고 시험 결과가 반영된 학력(학벌)이야말로 능력을 검증하는 매우 합당한 척도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젊은 세대들은 치열한 경쟁, 그리고 중요도가 큰 경쟁(입시)을 치러야하는 만큼 고부담시험(high-stakes exam, 김기헌, 장근영, 2020)에서 생존해 왔다. 따라서 투명성과 객관성을 보장하는 시험이야말로 경쟁에서의 낙오를 스스로 수용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식으로 귀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점수가 객관적으로 계량화되는 선다형 시험은 지능과 노력을 ‘제대로’(타당하게) 검증할 수 있는가를 제쳐두고 평가자의 주관적 의사가 평가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평가 대상자의 역량을 질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구두 문답식 시험이나 논술식 시험보다 더 선호된다. 반면 시험으로 검증되지 않은 능력(업무에 필요하거나 업무를 잘 해낼 수 있는 역량)을 평가나 선발의 수단으로 수용하는 일은 저항을 겪는다. 인천국제공항의 비정규직 보안직원의 정규직화 논란에서 정부의 정규직화 방침에 반대하는 이들은 보안 업무에 필요한 역량에 대해 경력이나 업무 평가 등으로 어느 정도 검증을 받은 비정규직 직원들이 ‘시험’을 거치지 않고 정규직으로 진입하는 것에 대해 사회적 반감을 드러낸 바 있다. 이들은 정부정책에 따른 정규직 전환 대상인 비정규직을 ‘경쟁을 거부하는 무임승차자’라고 매도했다(송윤경, 김상범, 2017. 12. 4). 이와 같은 맥락에서 지역인재선발제도를 반대하는 청원글에서도 공정한 경쟁, 능력주의에 기반한 보상, 시험을 통한 능력의 평가가 주요한 논리로 등장하면서 능력주의를 지지하며 형평으로서의 공정성 원칙이 강조되는 것이다.

능력주의로 합리화되는 형평으로서의 공정성의 대척점에는 평등 원칙이나 필요 원칙에 의거한 공정성이 있으며, 사회구조적인 불평등 이슈를 해결하는 정책 도입이 이에 해당한다. 경쟁의 결과로 나타나는 과도한 불평등이나 개인의 힘으로 극복할 수 없는 사회적 격차를 완화하거나 제거하기 위해서는 할당제 등의 제도적 정책이 도입된다. 이런 정책들은 적극적 평등실현 조치(Affirmative Action)의 하나로서, 사회구조적인 이유로 특정한 집단이 불평등한 취급을 받아 불이익을 받았을 때, 다른 집단과의 평등한 상태를 실현하기 위하여 국가가 개입하여 경쟁의 조건을 조정하는 조치를 말한다(김영환, 2001, 1쪽; 성낙인, 2009, 429쪽). 우리나라의 경우 여성, 장애인, 지방, 청년을 위한 적극적 평등 실현 정책이 과거 도입되었거나 운영 중이다. 여성의 경우 여성공천 할당제, 여성과학인 채용목표제 등이 도입된 바 있고, 장애인의 경우 장애인 고용의무제, 지방의 경우 지역인재추천채용제, 지방인재채용목표제, 대학입학의 지역균형 인재 선발제 등이 도입되었고, 청년의 경우 청년할당제(2018년 유효만료) 등이 해당한다(조경호, 김형성, 2017). 그런데 이런 적극적 평등실현 조치들은 수혜자의 기여도(노력, 능력)와 상관없이 필요한 자원의 배분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로서, 형평으로서의 공정성을 위배하는 측면이 발생하고 이것이 사회적 반발이나 저항을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지역인재선발제도에 대한 반대 청원글은 지방대학의 위기와 지방/수도권 대학 간 사회적 격차라는 사회구조적인 불평등에 주목하기보다는 공정한 경쟁에 주목함으로써, 공정성 평가를 경쟁 공간에 한정하여 인식하고 있음을 잘 드러내주었다. 이와 같이 공정성에 대한 인식이 경쟁 공간에서의 형평 원칙에 갇혀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사회구조적인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개입이 사회적으로 수용될 여지는 점점 줄어들 것임을 예측할 수 있다. 오히려 공정성은 “성 안에 있는 자들이 성 밖에 있는 자들의 진입을 막기 위한 명분으로 활용”(김병권, 2020, 20쪽)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은 경쟁에서 성공한 집단과 실패한 집단의 사회적 정체성에도 영향을 준다. 경쟁이야말로 계층 이동을 가능하게 할 바람직한 수단이며 경쟁 결과로 순위를 나누고 그 순위에 따라서만 보상을 분배하는 것이 공정하다는 인식이 팽배해지면, 경쟁 결과에 대한 책임은 개인에게 부과될 것이다. 경쟁에서 생존한 자들이 성공을 성취한 자들이라는 집단 정체성을 갖는 반면 경쟁에서 밀려난 자들은 노력하지 않아 스스로 실패를 자초한 이들이라는 집단 정체성을 갖게 되면서 스스로 성공을 성취한 자들 대 실패를 자초한 자들로 구분된 집단 정체성 구도가 형성된다. 이는 불평등에 대한 문제제기조차 어렵게 하고 불평등과 격차에 대한 반론이 제기될 사회적 공간을 더욱 좁혀 차별의 공고화나 영속화로 이어진다.

이 연구는 더 나은 사회가 무엇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과정에서 무엇을 공정하다고 보는가가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하여, 지역인재선발제도에 대한 반발이 경쟁 공간에서 적용되는 ‘형평’에 한정시켜 공정성을 인식하는 것에서 비롯되었음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이는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개인과 사회의 성취 동기를 극심한 경쟁이라는 시스템에 의존하여 획득해 왔으며, 시험과 같은 형식화되고 균질화된 결과가 아니면 어떤 것도 정당성을 획득하지 못하는 ‘불신에 기초한 자원 배분’을 해 왔음을 반증한다.

앞으로 다른 사회적 불평등 주제(젠더, 비정규직/정규직)로 논의를 확장시키는 것은 물론, 왜 우리 사회가 ‘형평’으로서의 공정성에 더 매몰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연구로의 진전이 필요하리라 본다.


Notes
1) 지방 대학과 수도권 대학에 대한 정의는 「지방 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에 따른다. 위 법에서는 수도권 대학을 「수도권정비계획법」에서 정하는 수도권(서울, 경기, 인천)에 소재한 대학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논문의 4년제 대학교의 범주에는 교육대학, 산업대학, 사이버대학, 방송통신대학, 전문대학이 제외되었다.
2) 이 논문에서는 소개하고 있지 않지만 공정성 연구의 양적 축적이 주로 있어 왔던 분야는 사회심리학, 조직사회학, 인적자원 관리 등이다. 이 분야에서는 공정성 문제를 미시적 관계에서 나타나는 불평등, 불균형, 불공정, 이에 대한 행위자의 반응 등에 초점을 맞춰 다룬다. 이는 조직론에서 개인들이 불공정성을 어떻게 서로 다르게 규정하고 이해하며 어떻게 서로 다르게 반응하는가에 초점을 둔 주관주의 관점 위주로 논의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석현호, 1997, 22쪽).
3) 지역인재선발제도 관련 게시글 중 지방 고등학생 정책 관련 게시글은 본 연구의 분석 목적과 달라 제외하였으며, 그 결과 총 91건이 도출되었다. 이 중 찬성 게시글(3건)과 제도 취지에는 동의하나 제도의 개선이나 보완을 요구하는 게시글(27건)을 제외한 58건을 분석하였다.
4) 안녕, 감사와 같이 의례적 의미로 사용된 명사는 제거하고 유사 의미 단어는 한 단어로 통일(예: 지방할당, 지역할당, 지역인재할당은 지역인재할당으로 통일함)하는 등의 데이터 정제를 하였다.
5) 블라인드 채용은 채용과정(서류·필기·면접) 에서 편견이 개입되어 불합리한 차별을 야기할 수 있는 출신지, 가족관계, 학력, 외모 등의 항목을 걷어내고 지원자의 실력(직무능력)을 평가하여 인재를 채용하는 것이다. 블라인드 채용은 ① ‘차별적인 평가요소를 제거’하고, ② ‘직무능력을 중심으로 평가’하는 것을 말한다(「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 가이드라인(2017. 7 관계부처 합동)).
6) 병목사회란 개인이 비좁은 지점 즉 병목을 거쳐야만 원하는 기회에 도달할 수 있는 사회를 말한다. Fishkin은 우리가 그 병목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어떤 과정을 거쳤는가, 그 과정이 공정한가하는 문제에만 주목하고 있다는 점을 비판하였다(Fishkin, 2014/2016, pp. 243-340). 만약 세습이 아니라 특정한 나이에 치러지는 시험을 통해 신분이 결정된다면 이는 정당한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오로지, 재능, 노력, 운으로만 신분이 결정된다면 “사전적인(ex ante) 삶의 기회”(Fishkin, 2014/2016, p. 129) 면에서는 공정하다 하더라도 그 결과가 가혹한 점에 대해서는 문제 제기를 하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하였다(Fishkin, 2014/2016, pp. 127-130).
7) <능력주의>(Young, 1958/2020)에 묘사된 미래 세계의 모습은 능력(지능지수나 시험 결과가 뛰어난 사람)이 자신보다 낮은 위계에 있는 사람들을 착취하고 경멸하는 것이 선인 것처럼 정당화되는 사회이다.

Acknowledgments

이 논문은 2020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NRF-2020S1A5B5A17088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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